무협지/실명대협

제64장 무상의 一千劍

오늘의 쉼터 2014. 6. 22. 19:51

 

제64장 무상의 一千劍
 
 
 
 
아름다운 여인 하나가 울고 있었다.
 
"흐흑, 그분이 돌아가셨다고?"
 
그녀는 소복(素服)을 하고 있었다.
 
 
몸매에 비해 조금 헐렁한 옷을 걸친 그녀는 임신부였다.
 
"설옥경이라는 계집이 그분을 죽였다고? 그분이 그런 천한 계집에게 죽다니."
 
여인은 피눈물을 흘렸다.
 
 
그녀는 능설비의 아이를 임신한 만삭의 소로공주였다.
 
 
그녀가 흐느끼고 있는 것이다.
 
"잡아들여라. 내손으로 그 계집의 목을 자르겠다. 어서 잡아들여라!"
 
소로공주는 발작적으로 외치다가 혼절하고 말았다.
 
 
그녀의 몸은 땀에 축축히 젖어 있었다.
 
 
사랑의 힘은 위대하다.
 
 
그러기에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충격 또한 그 어떤 충격보다도 엄청난 것이 되는 것이었다.
 
혈수광마웅, 그는 우뚝 서 있었다.
 
 
그는 황금색 장포를 걸치고 있었다.
 
 
그리고 손에는 장검이 들려 있었다.
 
"모조리 도륙내리라. 이곳을 향해 다가서는 놈들을 모조리베어버려야 한다!"
 
그는 흉흉한 안광을 폭사시키며 앞에 있는 사람들을 쓸어보았다.
 
 
오천 명 정도의 고수가 그의 앞에 운집해 있었다.
 
은면사자(銀面使者),
 
철면사자(鐵面使者),
 
귀면사자(鬼面使者).
 
그들은 눈에서핏빛을 흘리는 마의 수족들이었다.
 
 
그들은 혈수광마웅의 입에서 명령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렸다.
 
혈수광마웅은 느긋하게 웃었다.
 
 
그는 자신이 디디고 있는 곳이 절대 허물어지지 않는 마성(魔城)임을 확신하고 있었다.
 
 
그가 평생을 바쳐 이룩한 대사업, 마도천하라는 기업!
 
 
그는 웃을 만한 지위에 있다 할 수 있었다.
 
천하제일인좌(天下第一人座). 혈수광마웅은 지금 거기에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는 검을 천천히 쳐들었다.
 
만여 쌍(雙)의 눈빛이 그의 손 끝에 모아졌다.
 
혈수광마웅은 모든 사람이 들을 수 있게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말했다.
 
"십로(十路)로 나눠 나가라. 십대천마가 각로(各路)를 이끈다. 

일천마는 한 자루 마검(魔劍)을 권위의 상징으로 전수받게 된다!"
 
" !"
 
"십대천마! 나서라!"
 
혈수광마웅이 외치자, 휘휙휙!
 
 
열 명의 고수가 거의 동시에 혈수광마웅 앞으로 떨어져 내렸다.
 
광혈대제(狂血大帝),
 
마천거패(魔天巨覇),
 
음수상인(陰手上人),
 
적양귀혼자(赤陽鬼魂子).
 
이들은 천외신궁 내사당(內四堂)의 당주(堂主)들이다.
 
 
그 이외에 다른 사람이 처음 보는 고수들이 있었다.
 
파옥마존(破玉魔尊),
 
구지유령마(九指幽靈魔),
 
귀냉요회(鬼冷妖姬).
 
이들은 자칭 관외삼마제(關外三魔帝)라 불리는 인물인데 

그들이 옥면구를 쓰고 나타날 줄은 마도의 인물들조차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그러나 그들이 주는 놀라움은 다른 세 명이 주는 놀라움에는 비할 수 없었다.
 
척수항세(隻手降世) 일마검(一魔劍).
 
백 년 전 그렇게 불리웠던 사람, 일검살(一劍煞) 마마제일검사(魔魔第一劍士). 

그는 벌써 오래 전에 죽었다고 소문이 났는데 그런 그가 천외신궁에 나타날 줄이야.
 
혈지수혼(血指搜魂) 천축광미인(天竺狂美人).
 
인육(人肉)과 생혈(生血)이 없으면 식사를 하지 않는다는 저주 속의 마녀.
 
 
그녀가 오랜만에 사람들 앞에 저주스런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진령진인(鎭靈眞人).
 
과거 오악거마(五嶽巨魔)라 불리던 자.
 
 
그는 이제껏 단 한번 패했을 뿐이었다.
 
 
정각대선사의 금강수미공 아래 한 번 패했고, 그것이 그를 육십 년간 은거케 한 비밀이었다.
 
십대천마, 이들은 혈수광마웅이 택한 마도의 호법들이었다.
 
그들에게 열 자루 마검이 나누어졌다.
 
둥둥! 북소리가 쉬임없이 울려퍼졌다.
 
 
천외신궁의 저녁, 모든 사람은 이 저녁에서야 태상마종의 힘이 어떤 것인지 알게 되는 것이었다.
 
혈수광마웅은 마검을 모두 전수한 다음 입을 열었다.
 
"자, 이제 나가라!"
 
"예엣!"
 
"우하핫, 내가 제일 먼저다!"
 
십대천마는 각기 정해진 곳으로 날아올랐다.
 
 
그리고 그 뒤를 천외신궁의 마도(魔徒)들이 뒤따랐다.
 
"탕마금강대인지 뭔지 하는 놈들이 코 밑에까지 와 있다. 모두 나가 산산조각내 버리자!"
 
"우우!"
 
그들은 오백 명이 일조(一組)가 되어 십대천마를 따라 흩어져갔다.
 
연무장은 곧 텅 비게 되었다.
 
 
워낙 넓기 때문이지 사람이 없어서는 아니었다.
 
혈수광마웅은 최후의 결전을 벌이기 위해 연무장을 빠져나가는 수하들을 지켜보며 

미녀의 속살을 생각했다.
 
 
그는 고금에 다시 없을 호색한이었다.
 
 
그는 온갖 환락에 대해 생각했다.
 
 
여자를 조금 더 재미있게 품는 방법, 그리고 조금 더 젊어지는 여러 가지 방법들을.
 
간간이 웃음이나오지 않을 수 없는 묘한 상념들이 그의 뇌리에 오가고 있는데 

돌연, 데엥! 큰 종소리가 나며,
 
"한 사람이 옵니다. 벌써 일을 마쳤나 봅니다!"
 
성루 쪽에 있던 사람 하나가 혈수광마웅을 향해 크게 외쳤다.
 
'후훗 누구일까? 진령진인(鎭靈眞人)이 아닐까? 

그의 진령강살도 강하나 혈수지혼의 혈영기공(血影奇功)도 무시할 수는 없지.'
 
그가 중얼거릴때, 한 줄기 바람과도 같이 성문을 훌쩍 넘어 날아드는 사람이 하나 있었다.
 
그는 흰 옷을 걸치고 있었는데 옷자락에는 핏물이 번져 있었다.
 
 
그의 손에는 사람의 머리 하나가 들려 있었다.
 
 
눈을 부릅뜨고 죽은 자는 놀랍게도 마마제일검사(魔魔第一劍士)였다.
 
 
그의 목이 아직도 더운 피를 흘리며 백의인의 손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이, 이럴 수가!"
 
혈수광마웅이 수급의 주인을 확인하고 넋을 잃을 때, 

백의인은 한 곳에 멈춰서며 마마제일검사의 목을 집어던졌다.
 
 
목이 까마득히 날아올랐다가 떨어져 내릴 때,
 
"우!"
 
긴 장소성과 함께 두 명의 백의인이 다시 모습을 나타냈다.
 
 
그들의 특징이라면 두 가지, 

죽립으로 얼굴을 가렸다는 것과 또 하나는 손에 수급 하나씩을 들고 있다는 것이었다.
 
수급의 주인은각기 파옥마존(破玉魔尊)과 귀냉요희(鬼冷妖姬)였다.
 
 
두 사람의 수급은 떠날 때의 속도보다 빨리 돌아온 것이다.
 
"천룡십구웅 으으, 너희들이 이리 강했더냐?"
 
혈수광마웅이 넋을 잃고 신음처럼 중얼거릴 때, 백의인들이 계속 날아들었다.
 
 
거대한 천외신궁은 갑자기 무덤 안같이 텅 비고 허전하게만 느껴졌다.
 
혈수광마웅은 고독감을 느꼈다.
 
 
그를 받들어 모시는 수많은 무사들, 그들은 대체 지금 무엇을 하고 있단 말인가?
 
천외신궁은 대혈풍에 휘감겼다.
 
"자기동래(慈氣東來)!"
 
"파천황검(破天荒劍)!"
 
엄청난 수법들이 연달아 시전되고,
 
"으아악!"
 
"크윽!"
 
도처에서 피보라가 일며 시신이 쌓이고 있었다.
 
두 명의 복면인이 탕마금강대를 지휘해 천외신궁 근처의 모든 매복(埋伏)을 

하나 남김없이 도륙내고 있는 것이었다.
 
두 명의 복면인은 만리총관과 만화총관, 바로 그들이었다.
 
 
두 사람이 없었다면 일이 이렇게 빨리 진전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탕마금강대는 파죽의 기세로 모든 것을 무찔렀다.
 
 
세우는데 백 일 걸린 것은 일장(一掌)에, 오 년 걸린 것은 이검(二劍)에 파괴되었다.
 
"으아악!"
 
피투성이가 되어 쓰러지는 고수들 두 총관은 마도인들이 죽을 때마다 눈물을 흘렸다.
 
'용서해다오.'
 
'아아, 다시는 이런 비극이 없을 것이다. 

우리들은 이런 비극을 후대에 남기지 않기 위해 여기 온 것이다.'
 
그들이 평생동안 몸담아 왔던 마도의 인물들이 그들의 비정한 칼날 아래 죽어가고 있었다.
 
"으아악!"
 
"너, 너무도 강하다!"
 
"백, 백도의 절기가 이렇게 강할 줄 몰랐다!"
 
태상마종의 수하들은 대체 어디서 검이 날아들고, 

어디에서 지력이 날아드는지도 모르고 속속 나뒹굴었다.
 
'탕마금강(蕩魔金剛)'
 
그렇게 불리는영재(英才)들은 모두 초출강호(初出江湖)한 사람들이었다.
 
 
실명대협의 부하들, 그들은 스스로를 그렇게 부르고 있었다.
 
"하나 남김없이 쳐라!"
 
"그분은 꼭 오신다!"
 
"으핫핫, 그분이 오실 때 칭찬받으려면 제일 큰 공을 세워야 하는 것이고, 

그 장본인은 바로 나다!"
 
탕마금강대 고수들은 구파일방의 절기를 자유롭게 사용했다.
 
소림금강무적권(少林金剛無敵拳),
 
아미복마신검술(峨嵋伏魔神劍術),
 
무산신녀권(巫山神女拳),
 
개방취영보(개幇醉影步).
 
구파일방의 절기들에 능숙한 천 명의 살수(煞手). 

그 동안 백도가 철저히 당한 모든 한(恨)이 순식간에 모두 풀리는 듯했다.
 
 
마풍(劍風)이 오늘 이 자리에서 거둬지는 것일까?
 
천외신궁 안,
 
열아홉 명의 '천룡십구웅(天龍十九雄)'에 의해 진세가 구축되었다.
 
 
그들은 과묵한 사람들이었다.
 
 
실명대협의 제자들, 얼굴도 알려지지 않고 목소리도 알려지지 않은 백도의 초석들이다.
 
 
누가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았을까?
 
 
그들은 금강역사(金剛力士)와 같은 존재로 평가받고 있었다.
 
 
천룡십구웅이 한 자리에 모이기는 능설비가 해천절도를 찾아간 후 처음이었다.
 
혈수광마웅이 진 한가운데에서 이를 갈고 있었다.
 
"이제야 알겠다. 마성이 왜 힘없이 허물어지는지를!"
 
" !"
 
반면에 천룡십구웅은 말을 하지 않았다.
 
능설비가 그들을 수하로 다시 받아들이며 누구와도 말을 하지 말라는 명을 했던 것이다.
 
 
그들은 그것을 잘 지키고 있는 것이었다.
 
천룡십구웅은 혈수광마웅이 손을 쓰기만을 기다렸다.
 
 
그러나 혈수광마웅은 손을 쓰려 하지 않았다.
 
"흐흐, 노부를 조롱해서는 아니 된다. 

노부가 비록 너희들이 누구인지 몰라 크게 낭패를 당했다만 

과거 구마루를 세우는데 일익을 담당한 혈루대호법이고, 현재는 태상마종이다!"
 
그는 천룡십구웅이 입을 다물고 있으나 그들의 정체를 알고 만 것이었다.
 
 
그는 한 사람을 특히 유심히 봤다.
 
 
그를 비웃고 있는 사람, 그녀는 후란(侯蘭)이었다.

그녀와 혈수광마웅의 눈빛이 한데 부딪혔다.
 
 
후란은 조금도 동요하지 않았다.
 
'내가 마지막으로 볼 때보다도 훨씬 강해졌다. 그렇다면 나는 길을 잘못 택한 것인가?'
 
혈수광마웅은 후란의 눈빛 하나로 여러 가지를 느끼고 깨달았다.
 
 
그러나 여기서 물러날 수는 더욱 없었다.
 
"노부가 마를 택한 이유는 천하제일인이 되기 위함이지 마도의 신이 되기 위함은 아니다."
 
그의 목소리는꽤나 부드러운 것이었지만 천룡십구웅은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철저한 무시와 무심이었다.
 
 
격동하는 눈빛도 급박한 숨소리도 없다는 것은 가장 지독한 모멸감을 주는 것이었다.
 
그러나 혈수광마웅 역시 대단한 자였다.
 
 
그는 한 수 더해 미소를 짓는 것이었다.
 
"헛헛, 차라리 백도를 택할 것을 그랬구나. 

하여간 너희들을 구마루에서 길러낸 사람 입장에서 오늘의 대면을 지극히 만족스럽게 여긴다."
 
그는 자상한 할아버지 행세를 했다.
 
 
그런 모습에서 한 사람의 얼굴이 문득 떠오르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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