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지/실명대협

제49장 群魔歡樂樓

오늘의 쉼터 2014. 6. 22. 19:23

 

 

제49장 群魔歡樂樓
 

 

 

 

저녁 무렵, 능설비는 화운거(華雲居)라는 객잔에서 걸어나왔다.

 

 

그의 옷차림은 완전히 달랐다.

 

 

흑색 경장에다가 중무장을 하고 있었다.

 

 

등에는 쌍검(雙劍)을 찼고 허리에는 온갖 암기를 주렁주렁 매달고 있었다.

 

 

모두 점소이를 시켜 사 오게 한 것이었다. 

 

'이 정도면 완연한 마도 고수로 보이겠지?' 

 

능설비는 자신의 뺨을 쓰다듬었다.

 

 

칼자국이 하나 깊게 파여 있었다.

 

 

산전수전을 다 겪은 흉마로서의 면모였다.

 

 

누가봐도 역용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 신묘한 변체환용술이었다. 

 

얼마 후, 그는 군마환락루 앞에 이르렀다.

 

 

그 앞에는 수십 명의 흉한(凶漢)들이 줄을 지어 서서 어떤 일엔가의 차례를 

 

학수고대(鶴首苦待) 하고 있었다.

 

 

그들의 시선은 기둥에 새겨진 글에 쏠려 있었다. 

 

'마도영웅(魔道英雄)은 오라. 마문(魔門)이 활짝 열려있다. 

 

강한 자에게는 의당 미녀(美女)가 상으로 주어질 것이다' 

 

새겨진 글귀 옆으로는 야릇한 그림이 걸려 있었다.

 

 

춘화도(春畵圖)랄까?

 

 

벌거벗은 여인들의 그림인데 아주 세밀하게 묘사가 되어 있었다.

 

 

봉긋한 가슴과 음모(陰毛)마저도 아주 세밀히 표현되어 있었다.

 

 

그림의 수는 백여 장. 같은 그림은 단 한 장도 없었다.

 

 

두 다리를 가볍게 벌리고 교태로운 웃음을 던지는 여인, 

 

눈을 찡긋하는 여인, 

 

너울너울 춤을 추는 여인, 

 

온갖 형상의 요화(妖花)들

 

그 위로는 일필휘지로 내갈긴 방(傍)이 걸려 있었다. 

 

'삼관(三關) 통과자는 천외신궁에의 입궁(入宮)이 허가됨과 동시에 

 

그림 한 장을 떼어가질 권리를 갖는다. 

 

미녀도의 임자는 곧 그 여인의 임자니라' 

 

정말 놀라운 글이었다.

 

 

사람을 상으로 주는 관문! 대체 어떤 관문이란 말인가?

 

 

하나, 능설비는 관문에 호기심을 느끼기 이전 그림에 호기심을 느꼈다. 

 

'아는 아이가 없다.' 

 

능설비는 그림중 아는 얼굴을 하나도 발견하지 못했다.

 

 

군방기루와 만화루에 있던 그 많은 미녀들은 다 어디로 갔단 말인가?

 

 

그림 속의 여인들이 밉다는 뜻은 결코 아니었다.

 

 

하나,그네들의 미모는 만화지 색노(色奴)의 절염함에 비하기에는 

 

어느 정도 수준의 차이가 있는 것이었다. 

 

"흠." 

 

능설비가 그림을 유심히 보며 가벼운 신음성을 발했다. 

 

"헛헛, 출충한 고수로군. 그래 천외신궁이 여기서 문하생을 받아들인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왔겠지?" 

 

뒤에서 그를 부르는 사람이 있었다.

 

 

얼굴이 하얀 꼽추노인 하나가 음산한 표정 가운데 웃음을 짓고 능설비를 바라보고 있었다. 

 

백면마타(白面魔陀) 사마수(司馬秀). 

 

그는 한때 남해(南海)를 질타하던 거마였다.

 

 

그는 현재 군마환락루의 총관(總官) 자리에 있었다.

 

 

예리한 안목과 악명은 총관의 위치로서 적격자로 보였다. 

 

"그렇소, 소문 듣고 왔소." 

 

능설비는 기다렸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걷는 모습이 제법이네만 천외신궁은 사람을 함부로 뽑지 않는다네. 

 

훗훗, 최소한 내공이 사십 년 수위는 되어야 하지." 

 

백면마타는 한곳을 가리켰다.

 

 

사람들이 서성이고 맞은편으로 커다란 종(鐘)이 하나 매달려 있었다.

 

 

종 표면에는 마귀문(魔鬼紋)이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다.

 

 

종에서 오 장 떨어진 곳에 흰 선 하나가 그어져 있는 것으로 보아 

 

그것이 출수 지점인 듯했다. 

 

'제 일관(第一關), 지공(指功)으로 종성(終聲)을 내면 돌파한 것으로 인정한다' 

 

종이 바로 제 일관이었다.

 

 

백면마타는 그것을 설명해 주며 손가락으로 수염을 매만졌다. 

 

"열 사람이 손을 쓰면 아홉은 실패하네." 

 

"흠, 꽤나 어려운 관문이외다." 

 

"훗훗, 그러나 실패하는 것을 두려워 말게." 

 

"왜 그렇소?" 

 

"길이 있다네. 은혜로우신 금면마종께서 떨어지는 사람들에게 

 

구제의 길을 활짝 열어 주신 것이지." 

 

"그게 뭐요?" 

 

능설비의 음색은 아주 거칠었다.

 

 

그런 흉내를 내는 것은 그에게 아주 쉬운 일이었다.

 

 

백면마타는 눈 앞에 있는 자의 얼굴이 가짜라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는 능설비에게 유난히 관심을 보였다. 

 

"저기 사람들이 모여 있는 이유가 그것이네. 

 

저들 모두 이관에서 떨어진 사람들이라네." 

 

" ?" 

 

"모여 있는 이유는 참가자들에게 하사되는 단약(丹藥) 한 알을 먹기 위함이라네. 

 

금면마종이 은혜를 내려 주셨지." 

 

"단약?" 

 

"훗훗, 그것만 먹으면 즉시 내공이 배가 되네. 한번 눈으로 확인해 보게나." 

 

백면마타는 자신만만해 했다.

 

 

과연 그의 말은 사실로 입증이 되었다. 

 

"이것을 먹게" 

 

군마환락부 안에서 흑면마타(黑面魔駝)라는 백면마타의 결의형제(結義兄弟)가 

 

걸어나오고 있었다.

 

 

그의 손에는 소반이 하나 들려 있었다.

 

 

소반 위에는 단약이 수북히 쌓여 있었다.

 

 

무사들은 황송해 하는 얼굴로 단약을 하나씩 건네 받아 복용했다.

 

 

단약을 먹은 자는 쾌감을 느끼는 듯 얼굴을 묘하게 찡그렸다.

 

 

그들은 단꿈을 꾸는 듯 몽롱한 시선으로 서로를 본다. 

 

"으으음, 이렇게 좋을 수가." 

 

"힘이 불끈불끈 일어난다." 

 

"으핫핫, 역시 천외신궁은 무사들이 꿈을 펼 만한 곳이다. 

 

이 귀한 영단을 말 여물 정도로 취급하고 있다니." 

 

무사들은 얼굴이 시뻘겋게 되어 실패한 관문에 재도전했다. 

 

"내가 먼저다." 

 

하북(河北)에서 온 무사 하나가 지공을 내쳤다.

 

 

예리한 파공성이 나더니 따앙, 쇳소리가 나며 종이 뒤흔들렸다.

 

 

오 장 밖의 거종이 격공지력에 질타당한 것이었다. 

 

"으핫핫, 제 일관을 뚫었다!" 

 

종을 울린 자는 박수를 치며 좋아했다.

 

 

그가 물러나자 다른 사람이 자신의 솜씨를 시험했다.

 

 

그는 놀랍게도 백도의 건곤지력(乾坤指力)을 썼다.

 

 

역시 둔탁한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으핫핫, 나도 통과했다. 

 

이제 이관과 삼관을 뚫고 천하제일의 미녀를 아내로 맞이하는 것만 남았다." 

 

득의해 웃는 자.

 

 

그는 지난 봄만 해도 공동파의 속가제자(俗家弟子)로 행세하던 자였다.

 

 

사람의 인심이란 시세에 따라 변화하기 마련인가?

 

 

천외신궁 사람이 되기 위해 찾아온 사람들 중에는 백도고수들도 많았다. 

 

낭산파(狼山派)의 백의검객(白衣劍客) 장발(長發). 

 

모산도관(茅山道觀) 이십사대 제자 백엽도인(白葉道人)과 홍엽도인(紅葉道人). 

 

어디 그들뿐이랴. 

 

제법 이름을 날리던 사람들도 끼어 있었다.

 

 

하락일성검(河洛一聖劍) 유운신검(流雲神劍), 제천군룡(帝天君龍) 복송헌(卜松軒). 

 

능설비는 백도인들이 마도로 변절하는 것을 보고 분노를 금치 못했다. 

 

'개방의 구면신개는 길목을 지키며 군마환락루로 가는 자들을 적고 있다. 

 

벌써 칠백 명의 이름이 기록됐을 것이다. 

 

결국 그만큼 백도는 쇠약해졌다.' 

 

영단의 효력을과시하며 희희낙락하는 자들은 다음 관문으로 기운차게 향해 갔다.

 

 

능설비는 실소를 지었다. 

 

'어리석은 자들. 너희들이 먹은 것은 영단이 아니라 최백흑룡단이라는 사악한 독단이다. 

 

그것을 먹으면 만성독약의 노예가 된다.

 

해독약을 주기적으로 먹지 않으면 가려워 도저히 참지 못할 정도가 되지. 

 

그 약방문과 해독법을 알려 준 사람은 혈수광마웅의 측근이리라.' 

 

그의 눈빛이 차가워졌다. 

 

'저들을 위해서는 해독약을 만들지 않았다.' 

 

백면신타는 유들유들하게 웃으며 능설비를 독려했다. 

 

"어때, 한 번 시험해 보지 않겠나? 

 

떨어져도 구제받을 길이 있으니. 

 

훗훗, 이 일로 인해 평판이 나빠지거나 하는 일은 없을 테니까. 

 

보아하니 그리 혁혁한 무명(武名)의 소유자는 아닌 듯하고." 

 

능설비는 태연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싫소." 

 

"싫다니?" 

 

백면마타의 눈에서 잔광(殘光)이 쏟아졌다. 

 

마각(馬脚), 이를 일컬어 마각이라 할 수 있는 것이었다. 

 

'이 괘씸한 놈이?' 

 

그는 강호의 무명소졸에게 무시됐다는 사실에 분기가 충천했다.

 

 

여차하면 일격을 가해 마도대선배로서의 위엄을 보여 주리라 생각했다. 

 

"보시오." 

 

능설비는 손을쳐들어 한 쪽을 가리켰다. 

 

"뭘 보란 말이냐?" 

 

백면마타가 눈을 부라렸다.

 

 

이미 호의가 사라진 그로서는 악심만이 가득할 뿐이었다.

 

 

능설비가 가리키는 것은 바로 벽에 나붙어 있는 그림들이었다.
"

 

그게 어쨌단 말이냐? 눈이 시리냐?" 

 

"핫핫, 노인이라 보는 눈이 젊은이와 다르구려. 

 

내 이래뵈도 대막(大漠)을 주름잡던 쌍검왕(雙劍王)이오. 

 

저런 천한 계집들은 백 명 넘게 갖다 줘봤자 소용이 없소." 

 

"쌍, 쌍검왕?" 

 

"핫핫, 나를 모르다니. 역시 중원에는 인재가 없도다." 

 

"으음, 이름은 모르겠으나 저 미인들을 추하다고 하다니." 

 

백면마타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허풍일지 모르지만 상대가 이렇게 강하게 나오자 일단 한풀 누그러졌다. 

 

"훗훗, 정말 나를 얕잡아 보는군. 하는 수 없이 잔재간을 보일 수밖에." 

 

능설비는 종 쪽으로 돌아섰다.

 

 

종까지의 거리는 십이 장. 

 

지력이 거기까지 닿는 사람이라면 절세고수라 불릴 수 있을 것이다.

 

 

백면마타는 팔장을 끼며 고소를 지었다. 

 

'이놈이 돌았군.' 

 

능설비는 가볍게 격공지를 발출했다.

 

소리도 없이 뻗어나가는 무음지공. 

 

벼락치는 소리와 함께 종이 산산이 박살났다. 

 

"어엇?" 

 

"누, 누가 종을 부셨느냐?" 

 

"만년한철종(萬年寒鐵鐘)으로 보검으로 베어도 흠이 나지 않는 것인데?" 

 

모두 자지러지게 놀랐다.

 

 

특히 백면마타의 놀라움은 하늘을 찌를 정도였다.

 

 

공력만으로 논해도 능설비의 수위는 천하에서 손가락을 꼽을 정도이다.

 

 

세상에 이런 고수가 숨어 있을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새, 새외고인(塞外高人)을 몰라봤소이다. 용서해 주시오." 

 

그의 허리가 저절로 수그러졌다.

 

 

이마에는 경기에 의한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혔다.

 

 

자신이 경거망동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이토록 다행스러울 수가 없었다. 

 

"후훗, 하여간 볼 일이 없소. 미녀가 없는 이상 천외신궁이 아니라 

 

천외천신궁이라도 들지 않을 나 쌍검왕이오." 

 

"미, 미녀는 얼마든지 있소." 

 

"그런 거짓말은 믿지 않소." 

 

"아, 아니오. 천여 명의 미녀가 있소. 

 

바란다면 그림을 모두 보여드리리다. 

 

아아, 쌍검왕 같은 고수를 찾는 곳이 바로 이곳이오. 

 

어이해 다 보지도 않고 무정히 발걸음을 돌리려 하신단 말이오?" 

 

백면마타는 안달이 났다.

 

 

변황의 고수라면 경우에 따라서 천외신궁의 적이 될 수도 있다.

 

 

만일 이자를 끌어들이지 못하면 천추의 한으로 남으리라. 

 

"저런 정도로는 나의 걸음을 막지 못하오." 

 

능설비는 무슨속셈인지 여전히 무뚝뚝했다. 

 

"잠시만 기다리시오." 

 

백면마타는 얼른 흑면마타 쪽으로 뛰어갔다. 

 

두 사람은 오랫동안 전음으로 이야기를 나눴다.

 

 

두 사람은 의견을 합치한 다음 능설비 쪽으로 다가섰다. 

 

"최고의 미녀가 있기는 있소." 

 

이번에는 흑면마타가 말했다.

 

 

그의 눈은 연신 능설비의 전신을 훑어내렸다. 

 

"하나, 가시가 있소. 그래도 좋다면 미녀를 얼마든지 드리리다." 

 

"장미가 아름다운 것은 가시가 있기 때문이 아니오?" 

 

"좋소. 일단 이관, 삼관을 통과하시오. 그럼 현물(現物)을 보여드리리다." 

 

"흠, 귀가 솔깃해지는데?" 

 

능설비는 느릿한 동작으로 제 이관을 향해 갔다.

 

 

욕심보다는 흥미로 움직이는 태도였다. 

 

'제 이관, 옥석(玉石)에 세 치 깊이 장인(掌印)을 찍으면 통과했다고 평가한다' 

 

거대한 혈반옥석(血盤玉石)이 누워 있었다.

 

 

능설비는 멀찌감치 서서 일권을 흔들어댔다.

 

 

우레소리가 나며 강철보다도 단단한 혈반옥석이 가루로 화했다.

 

 

일순 장내는 물 끼얹은 듯이 조용해졌다.

 

 

너무도 압도적인 인물의 출현으로 그들은 오금마저 저렸다.

 

 

천하가 넓다한들 이토록 초절한 고수는 듣도 보도 못 한 것이다. 

 

"후후, 이것도 너무 쉽군." 

 

능설비는 오만한 미소를 지으며 아연해 하는 자들을 둘러보았다.

 

 

그는 좌우로 갈라져 길을 내 주는 자들을 지나 제 삼관으로 향했다.

 

 

그의 당당함은 마단을 먹고서야 겨우 제 일관을 통과한 고수들에게 있어 

 

하늘처럼 높아만 보였다. 

 

'제 삼관, 쌍마타 중 하나와 백초를 겨룰 수 있는 자라야 통과한 것으로 인정한다' 

 

그것이 마단을먹지 않고 삼관을 통과하는 관문이었다. 

 

"후후, 싸움이라면 자신있소." 

 

능설비는 쌍마타를 번갈아 봤다.

 

 

쌍마타는 잔뜩 주눅이 들어 사양의 예를 취했다. 

 

"굳, 굳이 싸울 필요가 있겠소?" 

 

"총관이자 관주(關主)이니 통관을 허락하겠소." 

 

지켜보던 입문객들도 쌍마타의 굴복을 당연시했다.

 

 

한데 쇳소리 같은 음성이 장내를 일순 긴장의 도가니로 이끌었다. 

 

"아니다, 꼭 싸워야 한다. 

 

내공이 강하다고 싸움에 능한 것은 아닌 법, 둘다 쌍검왕에게 덤벼봐라." 

 

환락루 꼭대기, 과거 능설비가 회의를 열던 곳의 창문 하나가 활짝 열려 있었다.

 

 

밖을 내다보고 말하는 사람은 은색면구(銀色面具)를 쓰고 있었다. 

 

루주(樓主) 혈수독웅(血手毒雄). 

 

그는 혈루회의잔당으로 숨어 살다가 최근 들어 천외신궁을 찾은 

 

오백여 고수 중 하나가 되는 자였다.

 

 

그는 근처에서 신 이상으로 군림하고 있었다.

 

 

쌍마타는 그의 말에 감히 항변을 할 수 없었다. 

 

- 명한 대로 한다. 

 

마맹제일법(魔盟第一法)은 여전히 지켜지고 있었다. 

 

"후후, 둘이라면 더욱 좋지." 

 

능설비는 이를드러내며 웃었다.

 

 

그의 역용은 지극히 철저해 이빨마저 누렇게 변색되어 있었다. 

 

"으음, 백초라." 

 

"하는 수 없지, 싸울 수밖에!" 

 

쌍마타는 양의마진(兩儀魔陣)으로 흩어지며 진기를 끌어올렸다. 

 

"일초에 끝내 주지, 으핫핫." 

 

능설비는 팔짱을 끼고 웃어젖혔다.

 

 

오만에 가득찬 소성에 쌍마타의 도포 자락이 심하게 펄럭였다.

 

 

쌍마타는 각기 일갈을 터뜨리며 처음부터 자신의 독문절학을 펼쳐왔다.

 

 

백면마타가 연검(軟劍)을, 

 

그리고 흑면마타가 수리단도를 빼내며 양의마진으로 공격했다.

 

 

도화(刀花)가 현란히 피어날 때 갑자기 청광(靑光)이 일어났다.

 

 

어떠한 초식이 펼쳐지는지 분간할 수조차 없었다.

 

 

그저 푸른 기류가 확산되면 뒤이어 핏빛 광채가 무섭게 폭사됐다. 

 

"으으악!" 

 

"케에엑!" 

 

쌍마타의 몸뚱이가 일시에 양단이 되며 시뻘건 오장육부가 주루루 토해졌다.

 

 

능설비는 여전히 팔짱을 끼고 있었다.

 

 

검을 뽑은 사람은 대체 누구란 말인가.

 

 

능설비, 그가 단혼쾌마일검식(斷魂快魔一劍式)이라는 

 

상승 검학을 발휘해 찰나지간에 두 사람을 베어버린 것이었다. 

 

"으핫핫, 이제 미녀를 안는 일만 남았군.

 

 

하나, 마음에 내키지 않는 미녀라면 미녀가 아니니, 

 

나를 화나게 한 대가로 이곳을 뿌리째 뽑을 것이다." 

 

그의 광폭한 웃음소리에 입문객들은 주춤주춤 뒤로 물러섰다.

 

 

쟁쟁한 악명의 쌍마타를 단 일초에 격살한 그라면 

 

무슨 짓을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가득했다.

 

 

이때 미약한 파공성과 함께 혈수독웅이 허공에서 사뿐히 떨어져내렸다. 

 

"찾던 사람이오. 

 

귀하라면 꼭 필요한 은면사자(銀面使者)의 자리를 충원시킬 수 있을 것이오. 

 

무엇을 원하건 다 얻을 수 있을 것이오." 

 

그는 포권지례를 취했다. 

 

"무엇이든?" 

 

"그렇소." 

 

"어떤 미인이든?" 

 

"물론이오. 

 

당신이 정말 반할 수밖에 없는 우물(尤物)들이 많이 있소. 

 

며칠 후였다면 하나도 못 봤을 것이나 정말 때맞춰 잘왔소. 

 

신궁(神宮)으로 떠나지 않은 미녀들이 아직 오십 정도는 있소. 

 

그들이야말로 진정한 꽃들이지." 

 

혈수독웅은 눈을 찡긋찡긋 했다.

 

 

내심을 간파당한 떨떠름한 표정이 역력했다.

 

 

그는 곤혹스러움을 금할 수 없었다.

 

 

쌍검왕이란 자의 불분명한 정체도 의문스러웠지만, 

 

미녀도의 미인들 외에 절세가인들이 있다는 극비사항이 어떻게 흘러나갔을까?

 

 

만화지를 알고 있다.

 

 

이건 간과할 수 없는 심각한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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