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지/실명대협

제48장 魔와 太子

오늘의 쉼터 2014. 6. 22. 19:22

 

 

제48장 魔와 太子
 

 

 

 

 

능설비, 그는 느릿느릿 걸어갔다.

 

 

그의 태도는 여유라기 보다 무심에 가까웠다.

 

 

한데 열 걸음도 채 내딪기 전에 금부시위를 가장한 천외천궁의 

 

황실분단고수(皇室分壇高手)들이 대거 몰려들었다. 

 

"저 놈이다!" 

 

"쳐라!" 

 

맨 앞에는 모리극이 있었다.

 

 

그는 원래보다 두 배나 긴 팔을 풍차처럼 휘두르며 달려들었다. 

 

"통미불수력!" 

 

현묘한 서장 절학이 전개됐다.

 

 

현란한 손그림자가 팔방을 뒤덮으며 능설비의 전신으로 짓쳐들었다.

 

 

강보다는 변화의 초식이었다.

 

 

웬만한 고수라도 정신이 아득해질 살초였다.

 

 

하지만 능설비는 변화를 무시했다.

 

 

단지 혼신강기만 펼치며 상대의 공세 속으로 유유히 접근해 갔다. 

 

연이은 폭음 속에 모리극은 두 팔이 으스러지는 고통을 느끼며 오장 밖으로 튕겨나갔다.

 

 

그는 울컥 검붉은 선혈을 토해냈다.

 

그의 놀라움은 극에 달했다. 

 

"으으, 강기로 나의 팔을 부수다니. 네 네가 누구이기에?" 

 

능설비의 대꾸는 섬전 같은 탄공지였다.

 

 

모리극의 천돌혈(天突穴)에 동전만한 구멍 하나가 파였다.

 

 

모리극은 비명소리도 지르지 못하고 나뒹굴었다. 

 

"광음공공수!" 

 

능설비는 위로날아오르며 좌수를 어지럽게 흔들어댔다.

 

 

미풍이 이는 소리도 없다.

 

 

고요할 뿐 어떠한 긴장감도 일지 않았다.

 

 

하나 무음무형의 강기는 상대의 몸에 닿는 순간 일천 근의 힘으로 돌변했다. 

 

"크아악!" 

 

"이, 이것은 악마의 수법이다!" 

 

오장 안에 있던 모든 자들이 피범벅이 되어 나뒹굴었다. 

 

"우-!" 

 

능설비는 승천하는 용의 울음과 같은 장소성을 질러대며 위로 날아올랐다.

 

 

어기충소의 절학.

 

 

그는 멋들어진 상승신법을 시전하며 냉엄하게 외쳤다. 

 

"황궁을 떠나지 않는 마도인은 이렇게 된다." 

 

그의 좌장이 아래쪽으로 흔들렸다.

 

 

또다시 죽음 같은 적막. 

 

꽈꽝-! 

 

벼락치는 소리와 함께 석관에 깊이 오 척의 구멍 하나가 파였다.

 

 

모래바람이 일어나며 황궁이 뒤흔들렸다.

 

 

능설비는 그 순간 담을 넘어 사라져갔다.

 

 

사람들은 모두 닭쫓던 개꼴이 되고 말았다. 

 

천자가 없는 황궁.

 

 

이미 황궁은 황궁이 아니었다.

 

 

천자가 있는 곳이 바로 황궁이며 이곳이 바로 그러했다. 

 

단아한 방 안에 두 사람이 마주앉아 있었다.

 

 

두 사람 사이에는 향차(香茶) 두 잔이 놓여있다.

 

 

흰 손 하나가 잔에 닿는다. 

 

"소광을 잘 돌봐 주시오." 

 

"염려 마십시오, 영주. 아, 아니 능공자." 

 

"고맙소." 

 

"아아, 능공자가 바로 설산공자시고 바로 부마시라는 것을 이제야 알다니 

 

정말 저는 어리석은 사람입니다." 

 

말하는 사람은호부상서 웅진옥이었다.

 

 

반대편에 있는 사람은 능설비였다.

 

 

그는 향차를 단숨에 들이켰다.

 

 

차맛은 마음을 맑게 하는데 주효하다.

 

 

그래서 능설비는 차를 즐겨 마신다.

 

 

간혹, 그는 큰 가마솥으로 하나가 넘는 양의 차를 마신다.

 

 

그것은 그만이 아는 비결이기도 했다. 

 

"황금총관은 영주명(令主名)으로 군방루(群芳樓)로 갔다가 실종되었다고?" 

 

"예." 

 

"흠, 자세히 말해 보게." 

 

"저도 그것밖에 모릅니다. 

 

아버님이 군방기루로 가신 직후, 소광이 보낸 고수에게 잡혔습니다." 

 

웅진옥은 아는바를 모두 이야기했다.

 

 

삼총관은 한데 모였다가 사라졌다.

 

 

그것이 웅진옥이 알고 있는 이야기의 전부였다. 

 

'하여간 거기 가 봐야겠다.' 

 

능설비는 찻잔을 앞으로 조금 내밀었다.

 

 

웅진옥은 기다렸다는 듯 찻주전자를 기울여 차를 한 잔 가득 부어 주었다. 

 

"흠, 정말 좋네 그려." 

 

능설비는 찻물을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모조리 들이마셨다. 

 

이틀 후, 능설비는 연경이 아닌 개봉부(開封府)의 높은 성벽을 보고 있었다.

 

 

그는 중년인으로 변용(變容)한 상태였다.

 

 

항마광음선은 천으로 둘둘 말아 허리에 찼고, 눈빛은 흐리멍텅해 

 

그가 내가고수임을 알아보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다섯 사람 속에 섞여 있어도 기억해내지 못할 아주 평범한 모습이었다. 

 

완연한 가을답게 소슬한 바람이 개봉부를 휘감고 있었다.

 

 

바짝 마른 낙엽들이 춤을 춘다. 

 

"눈이 오기 전 일을 마쳐야 하는데 나의 길은 꽤 먼듯 하니." 

 

능설비는 중얼거리다가 부내로 들어갔다.

 

 

그는 왁자한 저잣거리를 따라 걸었다.

 

 

물건 값을 소리쳐 부르고 흥정하는 사람들의 실강이가 들려왔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깊이 알지 못하는 사람들.

 

 

그것은 오히려 복이 아니겠는가.

 

 

얼마 후, 그는 너무나도 낯익은 곳을 볼 수 있었다. 

 

군방기루(群芳妓樓). 

 

건물은 과거나지금이나 여전했다.

 

 

한데, 편액이 전혀 달랐다. 

 

'군마환락루(群魔歡樂樓)' 

 

군방기루는 다른 곳으로 변해 있었다.

 

 

능설비는 쓴웃음을 억지로 참아가며 계속 걸었다.

 

 

군마환락부가 가까워질 때 골목길에서 불쑥 튀어나와 

 

그를 가로막는 사람이 하나 있었다. 

 

"가지 마시오, 문사(文士). 그 길로는!" 

 

왜소한 거지 늙은이 하나가 재빨리 말하며 뒤돌아섰다. 

 

"잠깐." 

 

능설비는 얼른그의 옷자락을 낚아챘다. 

 

"엇, 금나수(擒拿手)?" 

 

거지는 깜짝 놀라 몸을 뒤틀었다.

 

 

하나, 그가 어찌 능설비의 손을 벗어나겠는가?

 

 

능설비는 역용한 얼굴 가득 웃음을 지으며 그를 안심시켰다. 

 

"나는 개방의 벗이오. 놀랄 것 없소." 

 

"아, 아니? 내가 개방 사람임을 어이 아시오?" 

 

"핫핫. 다 아는 수가 있다오." 

 

능설비는 웃으며 군마환락부를 가리켰다.

 

 

그는 얼굴만 중년인이 아니라 음성까지 변해 있었다. 

 

"저기 무엇이 있기에 가지 말라는 것이오?" 

 

"군마환락루는 진정 무서운 곳이오. 

 

천외신궁이 가장 중시하는 곳이기도 하오. 

 

저곳에는 우선 구마령주란 저주받을 놈의 전설이 있소." 

 

능설비는 가슴이 뜨끔해졌다. 

 

"흠." 

 

"요사이에는 이역고수(異域高手)들을 위한 환락연까지 주야로 베풀어지고 있소. 

 

더럽고 피비린내 나는 곳이외다." 

 

"이역고수?" 

 

"저곳은 비밀장소와 통하고 있오. 

 

그곳에는 인간 세상에서 볼 수 없는 요지경이 있다는구려. 

 

마두들은 거기 가서 온갖 향응을 접대받고 천외신궁주에게 충성한다는 

 

혈서(血書)를 쓴다고 알고 있소. 벌써 수백 명이 다녀갔소."

 

"어찌 그리 잘아시오? 개방은 무너진 줄 아는데." 

 

"허허, 무너질 것이 따로 있지. 개방은 무너지지 않소. 

 

한 달 후면 그것을 알게 될 것이오." 

 

노개의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개방은 뿌리(恨)가 깊은 문파였다.

 

 

총타(總舵)가 붕괴되었다고 무너질 문파는 아니었다.

 

 

그들의 세력은 전 중원에 산재해 있다.

 

 

개방의 비합전서가 소집령을 달고 날아오르면 수만의 방도는 언제든지 

 

규합될 수 있는 질긴 뿌리를 가졌다.

 

 

총타와 함께 흥망을 같이 했다면 벌써 수십 번도 더 무너졌을 것이다. 

 

'백도는 되살아나고 있다.

 

 

 의검방을 주축으로 하고, 내가 뒤에서 돕는다면 더 빨리 일어날 수 있을 것이다.' 

 

능설비는 그제서야 거지의 팔을 놓아 주었다. 

 

"한데, 어이해 내가 개방 사람임을 아시오?" 

 

노개가 바짝 다가섰다.

 

 

그는 능설비의 몸에서 풍기는 아주 부드러운 기세에 끌리고 만 것이었다. 

 

"핫핫, 과거 한 번 그대를 본 사람이기 때문이오. 

 

그리고 역용을 그렇게 해서는 남을 속일 수 없소, 구면신개." 

 

능설비가 웃는이유를 구면신개는 잘 모른다.

 

 

과거에 구면신개는 만화지를 한 번 구경한 사람이 아니겠는가?

 

 

물론, 자신은 그것을 아직도 꿈으로 여기고 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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