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지/실명대협

제46장 天龍十九雄

오늘의 쉼터 2014. 6. 22. 19:18

 

 

제46장 天龍十九雄
 

 

 

 

능설비는 단아한 자세로 석단 위에 앉아 있었다.

 

 

그 앞에는십구비위가 앉아 명을 기다리고 있었다. 

 

무엇이든 명대로 . 

 

죽고 사는 것마저 능설비에게 맡겨버린 십구비위.

 

 

그들은 능설비가 취한 천 개의 항마대환단보다도 값진 날개였다. 

 

"너희들에게 다섯 가지 주문이 있다." 

 

" ." 

 

십구비위는 숨도 크게 쉬지 않았다. 

 

"첫째, 이후 나를 영주라 부르지 마라. 나를 부를 때에는 능공자(陵公子)라고 불러라." 

 

십구비위는 뭔가 엄청난 변화를 직감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의문을 제시할 수 없었다.

 

 

그의 뜻과 행동은 언제까지나 그들에게 있어 하늘과 같았다. 

 

"둘째, 너희들은 타인과 이야기를 나눠서는 아니 된다. 

 

너희들은 이제 능가십구위(陵家十九衛)로 불릴 것이고, 

 

나와 이야기 할 때에만 말을 할 수 있다." 

 

"예엣-!" 

 

모두 일제히 대답했다.

 

 

그것은 어렵지 않은 주문이었다. 

 

"셋째, 백도인들을 죽여서는 아니 된다." 

 

역시 무반응이었다.

 

 

그들이 키워진 의도와는 전혀 다르게 변화되고 있다. 

 

"넷째, 만에 하나 백도인들이 너희들을 알아보고 싸움을 건다면 

 

모든 것을 능공자에게 미루고 자리를 떠라." 

 

능설비는 그들의 반응을 살피지도 않고 말을 이어갔다. 

 

"다섯째, 이제부터는 마공을 되도록 감춰라. 

 

너희들에게 광음신공(光陰神功)을 가르쳐 주겠다. 

 

그것을 익히다보면 마성을 없앨 수 있을 것이다. 

 

익히기 어려운 것이나 너희들이라면 능히 성취해내리라 믿는다." 

 

능설비는 말을마치고 일호를 보았다.

 

 

그녀도 그를 보고 있었다.

 

 

일호의 눈에는 능설비가 신으로 보이는 듯했다. 

 

"일호!" 

 

일호가 방긋 웃었다.

 

 

그녀의 웃음은 사랑스러운 데가 있었다.

 

 

능설비는 따라 웃으며 전음으로 말했다. 

 

"반문할 게 없느냐? 다른 사람은 모를까, 

 

그래도 너는 이성이 마성을 능가하는 아이가 아니냐?" 

 

"말할 것은 없습니다." 

 

"흠." 

 

"굳이 하라시면." 

 

일호의 얼굴이붉어졌다. 

 

"제가 영주를 사내 하나로 사랑하고 있다는 말씀뿐입니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저는 영주를 사랑했습니다. 

 

질투심이 변해 사랑이 된 것이지요." 

 

정말 놀라운 말이었다.

 

 

남녀의 깊은 관계를 그녀는 너무도 쉽게 고백했다.

 

 

능설비의 놀라움은 아주 컸다. 

 

'나를 사랑하다니.' 

 

능설비는 또다시 할 말을 잊었다.

 

 

일호!

 

 

그녀는 능설비의 상상을 능가하는 데가 있는 여인이었다.

 

 

만일 그라는 존재가 없었다면 그녀는 고금최강의 구마령주로 불려졌을 것이다. 

 

"제가 부탁을 드려도 된다 허락하신다면 감히 두 가지를 소청하겠습니다." 

 

"뭐냐?" 

 

"첫째, 저를 혈견이라 부르지 말아 주십시오. 

 

제게는 사실 후란(侯蘭)이란 이름이 있습니다." 

 

"후란? 좋은 이름이다. 그렇게 하마!" 

 

능설비는 흔쾌히 받아들였다.

 

 

일호는 보기드문 감격스런 표정을 지었다. 

 

"고맙습니다, 영주." 

 

"두 번째 부탁은 뭐냐?" 

 

"그것은 이제부터는 영주 한 분이 계신 곳에서만 옷을 벗도록 윤허해 주십시오. 

 

저의 몸을 다른 사람이 보는 것은 싫습니다."


능설비는 고소를 머금었다.

 

 

그녀에 대한 괘씸한 생각에 여인으로서는 참을 수 없는 수모를 지시했던 것이 아닌가?

 

 

이제 그녀에게도 여인의 자존심을 지킬 기회를 줘야 했다. 

 

"알았다, 그렇게 하겠다." 

 

"고맙습니다, 영주." 

 

"하하, 나를 영주라고 부르면 되느냐?" 

 

"알 알겠습니다. 이제부터는 능상공이라 부르겠습니다, 영주." 

 

능설비는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하하 또 영주냐?" 

 

"죄송합니다, 영주. 버릇이 되어서." 

 

일호는 자꾸 얼굴을 붉혔다.

 

 

능설비는 십구비위를 둘러보며 한결 가슴이 가벼워졌다. 

 

'사성(邪性)이 많이 약화되었다. 

 

무저갱에서 굶으며 혹독한 내공 수련을 했다더니 

 

그 덕에 전에 비할 수 없는 강자(强者)가 된 것이다. 

 

그리고 강(强)은 백(白)에 있지 흑(黑)에 있지 않는 것이 후란으로 인해 증명이 되었다.' 

 

열아홉 개의 날개.

 

 

이제는 그와 더불어 날아오르는 것만 남은 것이 아닐까?

 

 

구마루에서 온 스무 명. 그들은 한 덩어리라 할 수 있었다. 

 

'나와 같은 사람들이다. 그러기에 나는 이들 앞에서 가릴 것이 없는 것이다.' 

 

능설비는 오랜만에 편안한 마음을 느꼈다. 

 

"자네들과 더불어 할 일이 많네." 

 

그는 웃고 있었다.

 

 

그의 웃음에는 수많은 뜻이 있다.

 

 

그리고, 그것은 보통 사람이라면 알지 못할 신성한 것이었다. 

 

"우선 세 가지 정도의 일을 해야 하네." 

 

그는 그 사이 몇 가지 계략을 구상해 두었다. 

 

"첫째, 과거 마도로써 백도의 사기를 꺽었듯이 마도의 사기도 꺾어야 하는 것이네. 

 

우선 백도의 태두인 소림사(少林寺)와 무당파를 건져야 하네. 

 

그 일은 주로 자네들이 맡아야 할 것일세." 

 

"예." 

 

"명만 하십시오." 

 

십구위사 모두절을 다시 한번 했다.

 

 

그들의 생사여탈권을 지닌 영주가 아니라 오랜 친분 관계의 주종처럼 대하는

 

그의 말투가 감격스러웠다. 

 

"나는 마도에서 가장 화려한 곳, 

 

그리고 마도로 인해 가장 큰 것을 얻은 사람. 마도제일의 무공을 격파할 것이네." 

 

"예?" 

 

후란(侯蘭)이 고개를 들었다. 

 

"후후, 꽃을 꺾고 연산(燕山)에는 바람(風)을, 

 

태산에서 폭풍우를 일으키는 것이지." 

 

능설비는 무슨꿍꿍이를 한 것일까? 

 

그는 일단 소림사를 건지는 일을 소상히 이야기했다. 

 

"둘째, 백도를 다시 일으키는 일이네. 

 

그일은 의검신협이란 사람과 뜻을 같이 하면 될 것이고, 

 

셋째 일은 마도(魔道)를 흐트리는 일이지." 

 

이때 능설비의말이 거기에 이르자 꽤 먼 곳에서 폭음이 들려왔다. 

 

"무슨 소리지?" 

 

오위사가 중얼댔다. 

 

"헤헤, 누가 십 리 안으로 들어섰다." 

 

십오위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무당산을 점거하고 있는 천외신궁 무리들일 게다." 

 

능설비는 이미다 알고 있는 투였다. 

 

'아마 폭약으로 협도를 깨고 있겠지.' 

 

능설비의 눈에서 은은한 금광(金光)이 일어났다. 

 

광음공공(光陰空空). 

 

능설비는 그 덕에 아주 신비한 힘을 갖게 된 것이었다.

 

 

그는 허공과 같았다.

 

 

잡으려면 잡지 못하나, 분명 모든 것을 둘러싸고 있는 허공! 

 

그의 존재는 서서히 허공을 닮아가는 것이었다. 

 

"후란!" 

 

"예, 공자." 

 

일호가 이마를땅에 댔다. 

 

"너는 이호에서 칠호까지를 데리고 상청관으로 가라. 

 

갇힌 사람이 있을지 모른다. 

 

일단 잠입해 들어가라. 

 

갇힌 사람이 있으면 그들을 안전히 구하고,

 

나중에 안에 있는 자들을 쳐라!" 

 

"예!" 

 

"좋아." 

 

능설비는 눈을찡긋했다. 

 

후란의 볼이 새빨개졌다.

 

 

그녀는 능설비를 힐끗 보다가 여섯 명을 데리고 나갔다. 

 

능설비는 십사위사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너희들은 기다리고 있다가 모조리 베어라. 

 

하나도 내어 보내서는 아니 된다. 

 

그리고 일호를 찾아가라! 그 다음." 

 

능설비는 치밀하게 계략을 일러 주었다. 

 

천기석곡(天機石谷) 어귀. 

 

고수(高手) 들이 서서 둥둥 북을 치고 있었다.

 

 

그 앞으로 화탄이 터지며 절벽이 허물어지고 있었다. 

 

우르르르릉- 꽝. 

 

"와아, 길이 열렸다!" 

 

"실명대협이란 놈은 분명 저 안에 있다." 

 

"그 놈이 저 안에서 소란을 일으키고 있다니 크크, 가히 당랑거철의 꼴이 아닌가?" 

 

천외신궁의 무사들이 협도를 파괴하며 천기석부 쪽으로 난입해 갔다.

 

 

수백 명이 돌진해 가는 기세는 가히 압권이었다.

 

 

그들은 장소성을 외치며 거칠게 외쳐댔다. 

 

"나와라. 그 안에 있는 것을 안다!" 

 

"네놈이 구하려 했던 계집들이 다시 모조리 잡혀 뇌옥(牢獄)에 쳐박혔다!" 

 

천기곡 안, 월하(月下)의 분지는 꽤나 한가로웠다.

 

 

거의 다 타버렸으나, 한 귀퉁이 이외에는 아직도 청죽(靑竹)이 있는 죽림에서 

 

열두 사람이 뚜벅뚜벅 걸어나왔다.

 

 

모두 막 만든 죽립을 쓰고 있었다. 

 

너덜너덜한 옷자락, 가슴팍이 훤히 보이는 옷차림.

 

 

거지라도 그런 차림은 하지 않을 것이다.

 

 

화상(火傷) 가득한 가슴팍, 허벅지가 드러나보이는 괴인들.

 

 

공통점이라면 깡말랐다는 것이었다. 

 

십이 인은 일렬로 몸을 날렸다.

 

 

하나같은 능공허도(凌空虛渡)의 절정신법이었다.

 

 

그들은 삽시간에 천외신궁의 마졸들 앞으로 다가섰다. 

 

"어엇? 저자들이 대체 어떤 자들이냐?" 

 

"조 조심해라. 아무래도 이상하다." 

 

파도치듯 들이닥치던 자들이 주춤할 때 십이 죽립인은 

 

낭랑히 외치며 부채살처럼 흩어져 갔다. 

 

"파아아(破)!" 

 

"참(斬)!" 

 

"우우 능공자위사(陵公子衛士) 무적(無敵)!" 

 

열둘 모두 가공할 빠르기를 지녔다.

 

 

그들의 움직임은 육안으로 거의 확인되지 않을 정도였다.

 

 

순간 연이은 폭음과 함께 구슬픈 비명성이 난무했다.

 

 

댓살처럼 치솟는 혈우 속을 십이인은 마구 휘저어 갔다. 

 

"으하핫, 내가 제일 먼저 죽였다." 

 

"말하지 말라는 능공자의 명을 잊지 마라, 사호(四號)!" 

 

열두 사람이 들이닥치며 혈운(血雲)이 일어났다.

 

 

가공의 살수(煞手)들.

 

 

그들에게 있어 살인은 밥먹는 것보다 쉬운 일 같은 것이었다. 

 

"으아악!" 

 

"케엑, 이 이럴 수가!" 

 

열두 사람이 가는 곳마다 시산(屍山)이 쌓였다.

 

 

단말마의 비명소리.

 

 

절벽 위에 그 소리를 듣고 조용히 등을 돌리는 사람이 하나 있었다. 

 

"마도 친구들, 미안하네. 하나 자네들 모두를 구할 수는 없어. 

 

왜냐하면 그러기에는 희생이 너무 크고 내게는 시간이 없다네." 

 

능설비가 조용히 가고 있는 것이었다.

 

 

핏빛 날개를 남겨둔 채 그는 어디를 향해 가는 것일까? 

 

무림은 경천동지할 대사건으로 떠들썩했다. 

 

능공자(陵公子). 

 

한 사람이 신룡처럼, 혜성(慧星)처럼 나타났다.

 

 

그는 제 모습을 나타내지도 않고 하룻밤 만에 부하들을 부려 무당 상청관을 되찾았다.

 

 

뇌옥에 갇혀 있던 무당도사들이 모두 풀려난 것은 자명한 일이었다. 

 

그리고 사흘 후 숭산(嵩山)에서 대혈겁(大血劫)이 벌어졌다. 

 

십구 대 천(十九對千)! 

 

가공의 대결이벌어졌고, 천 명이 시체로 화했다는 것이었다.

 

 

싸움의 시종(始終)에 대해 자세히 말한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목격자가 없는 싸움이니까.

 

 

하여간 그 싸움 이후 소림사는 다시 소림 승려들의 것이 되었다. 

 

대체 그 초절한 고수들은 누구인가?

 

 

그들의 정체와 내력은 어떻게 되는가?

 

 

분명한 건 마도의 패배와 백도의 구원이었다. 

 

천룡십구웅(天龍十九雄). 

 

소림을 구한 열아홉 명의 초절정 고수들은 그렇게 명명됐다.

 

 

그들은 무림에서 세 번째로 중요한 인물이 되었다. 

 

무림일협(武林一俠) 실명대협(失名大俠), 

 

정의일공자(正義一公子) 능공자(陵公子), 

 

천룡십구웅(天龍十九雄). 

 

이들은 백도육지주의 괴멸 이후 새로이 무림판도를 결정짓는 

 

백도삼지주(白道三支柱)로 부각이 되었다. 

 

서서히 아주 거대한 어떤 복수극이 벌어진 것이었다.

 

 

이제 장래를 점칠 사람은 없었다. 

 

- 백도(白道), 마도(魔道)는 이제 평수(平手)에 가깝다. 

 

- 죽은 구마령주가 살아나지 못하는 한, 

 

백도가 되살아나는 기세는 쉽게 누그러지지 않는다. 

 

그런 희망적인말들이 오갔다.

 

 

하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백도의 이 반격을 오히려 우려했다. 

 

- 조심하라! 천외신궁주가 노린다. 

 

- 변황의 고수들이 대거 나섰다. 이제부터가 무서운 것이다. 

 

- 백도는 최후의 발악을 할 뿐이다. 

 

꼬리에 꼬리를물고 일어나는 소문들, 

 

그러나 진짜 중대한 일은 암중에 벌어지고 있었다. 

 

신궁내(神宮內). 

 

대리석 바닥 위에서 실로 해괴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으으, 음." 

 

"크으." 

 

흐느끼는 소리일까, 비명소리일까?

 

 

여인들의 신음성과 배신에 찬 비명성이 숨가쁘게 펼쳐지고 있었다. 

 

"하아아- 악." 

 

"지존(至尊)? 이 이럴 수가!" 

 

가랑이를 넓게벌리고 괴로워 몸을 뒤트는 여체는 하나같이 절세의 가인들이었다.

 

 

여인들의 하복부는 피로 범벅이 되어 버렸다. 

 

무뚝뚝히 돌아다니는 사람 하나.

 

 

그는 금색면구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고 두 손은 피로 물들어 있었다.

 

 

그는 간간히 여체(女體)의 비소(秘所)에 손을 찔러넣곤 했다. 

 

"아아악!" 

 

여인들은 그때마다 자지러지는 비명을 냈다. 

 

'후훗, 천하를 위함이다. 희생당하는 것을 그리 슬퍼 마라!' 

 

금면인의 눈에서는 혈광이 쏟아져 나왔다. 

 

"크으흑!" 

 

"으으 저주받을 사법(邪法) 백팔소녀유혼대법(百八素女誘魂大法)의 제물이 되다니." 

 

여인들은 음기를 잃고 죽어 나자빠졌다.

 

 

미인박명이란 옛말이 헛된 것은 아니었다. 

 

금면인은 생혼(生魂)을 쌍수(雙手)에 모으고 있었다.

 

 

그것은 금기 중의 금기가 되는 마공 수련법이었다.

 

 

죽은 모든 사람이 일어나 욕을 할 잔혹한 살인마공! 

 

금면인의 그림자는 죽음의 사자를 그늘 속에 품은 양 매우 길게 드리워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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