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지/실명대협

제38장 魔王再出道

오늘의 쉼터 2014. 6. 22. 18:58

제38장 魔王再出道


 

 

 

 

세상이 발칵 뒤집어졌다. 

 

'천외신궁(天外神宮)' 

 

모든 것에 복종을 강요하는 절대군림의 장소가 마련이 된 것이었다.

 

 

백도는 항거할 힘이 없었다.

 

 

천외신궁의 사자(使者)들은 수없이 많았고, 하나하나 지극히 강했다. 

 

그들은 스스로를 태상마종의 수족이라 칭했다.

 

 

그들은 이렇게 말했다. 

 

'마종을 거역하는 자는 죽는다. 마종은 불사신(不死神)이고,

 

마도 역시 불사의 집단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실로 광오한 발언이 아닐 수 없었다.

 

 

뭇 천하를 굽어보는 유아독존의 포고령. 천외마사자(天外魔使者)들,

 

그들이 가는 곳마다 피가 뿌려졌다.

 

 

백도는 속속 봉파(封派)했다.

 

 

소림사(少林寺)가 제일 먼저, 이어 아미파, 무당파, 전진파. 

 

천외신궁을 거역하는 문파는 당세에 없었다.

 

 

하나, 천하는 역시 넓었다.

 

 

천외신궁이 아무리 강하다해도 그들이 모든 것을 좌지우지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청명한 하늘을머리에 이고, 농부(農夫)들은 추수를 위해 너른 들녘에서 땀을 흘렸다.

 

 

아이들은 참새를 쫓기 위해 요령을 흔들어 대고 아낙들은 베어진 벼를 관도가에 널어 말리고 있었다.

 

 

가족 모두가 동원된 결실의 장면은 어느 누구의 눈에도 아름답게만 보였다. 

 

그는 그늘진 관도 한쪽에 멈춰서서 들판을 응시하고 있었다.

 

 

남루한 복장과 넓은 죽립. 낙제의 실의를 안고 귀향하는 서생일까?

 

 

약간 치켜올려진 죽립의 그늘 속에 보여지는 청년의 눈은 흥겨운 가락을 읖조리며

 

작은 행복에 즐거워하는 농부들에게 고정돼 있었다.

 

 

저들과 함께 할 수 없는 아쉬움이 가득한 눈길이었다. 

 

'개봉부(開封府)로 가 보자' 

 

그는 미련을 떨쳐버리며 천천히 발을 내디뎠다. 

 

'다시는 나를 찾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내가 피한다면 무림을 떠날 수도 있다.

 

하나, 그자를 놔두고는 떠날 수 없다.' 

 

그의 움직임은한적한 관도에 이르면서 놀랍도록 빨라졌다.

 

 

휘어지는 관도를 무시한 채 그는 곧장 뻗어나갔다.

 

 

야트막한 구릉과 빽빽한 수림 정도는 그에게 있어 평지에 불과했다. 

 

얼마를 갔을까?

 

 

차창! 날카로운 쇳소리가 그의 신경을 건드렸다.

 

 

족히 십 리는 떨어진 곳에서 들려오는 음성들이었지만

 

그의 청력은 상대의 숨소리까지 파악할 수 있었다. 

 

"그것을 내려놔라!" 

 

"후후, 목이 잘리고 싶지 않거든 물건을 놔두고 떠나라!" 

 

잔혹한 목소리들. 반면 애걸하는 음성은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만 같았다. 

 

"이, 이것은 나인촌(癩人村)에 가는 은자(銀子)요.

 

이것이 없으면 문둥이들이 죽소. 이것만은 안 되오." 

 

늙수그레한 목소리였다. 

 

낙엽송 사이로닦여진 으슥한 관도를 막아선 두 사내가 보였다.

 

 

그들은 귀두도(鬼頭刀)를 어깨에 걸친 채 탐욕스런 눈빛을 발하고 있었다.

 

 

외륜 수레에는 여러 상자의 짐꾸러미가 실려 있었다.

 

 

백포노인은 진땀을 흘리며 연신 손을 모아 허리를 굽혔다. 

 

"어떤 용도로 쓰여지는지 당신들도 잘알고 있지 않소, 녹의쌍마(綠依雙魔)?" 

 

"후후, 의검방(義劍幇)에는 재물이 많지. 우리는 너희들의 창고를 가볍게 해 주고 싶을 뿐이다." 

 

"얼마 전이라면 너희들의 세력이 무서워 해(日) 아래로 나서지 못했으나 이제는 다르다.

 

너의 주인은 의검신협(義劍神俠)조차 마종께 굴복한 지금이 아니더냐?

 

후후, 우리는 곧 이곳의 타주(舵主)가 된다.

 

그 은자는 마땅히 우리들이 목을 축이는 자금으로 쓰여져야 할 것이다." 

 

녹의쌍마. 두 사람은 녹림도(綠林道)에서 배척을 받는 파락호들이었다. 

 

독안귀(獨眼鬼). 

 

육지신마(六指神魔). 

 

두 사람은 숲에 숨어 행인의 짐을 터는 강도였다.

 

 

탐욕과 만행은 짐승에 가까웠고, 한동안 무림의 공적으로 쫓기는 자들이었다.

 

 

하나, 지금은 처지가 판이하게 달랐다. 

 

그들은 천외신궁에 복종함을 혈서(血書)로 써서 남긴 다음

 

마치 염라대왕(閻羅大王)이라도 된 듯 행세하기 시작한 것이다.

 

 

유부녀들에 대한 납치, 겁탈은 물론 어린 소녀들까지 육욕의 제물로 삼았다.

 

 

지역 백 리 이내에 떨치는 악명은 요귀보다 더했다.

 

 

그들에게 사정을 구하느니 지옥사자에게 목숨을 애걸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분위기는 험악해졌다. 

 

노인은 비장한결의로 수레를 지켜섰다. 

 

"비켜 주시오. 의검방은 무림 일에 끼이지 않는 문파라는 것을 잘알지 않소?" 

 

"크크, 비킬 사람은 너다." 

 

독안귀가 참지못하고 검을 흔들었다.

 

 

예리한 파공성과 함께 귀두도의 흑망(黑芒)이 노인에게로 뻗어 왔다.

 

 

상대에 대한 배려는 털끝 만치도 없는 독사출동의 초식이었다. 

 

노인은 흠칫 한 걸음 물러서며 적수도룡(赤手屠龍)으로 맞받아 쳐나갔다.

 

 

상당한 위력을 지닌 경기가 도식의 흑망과 어우러졌다.

 

 

하나, 녹의쌍마는 정당한 대결을 참아낼 만큼 자비로운 위인들이 아니었다. 

 

"크흐흐!" 

 

비릿한 조소와함께 육지신마는 노인의 등 뒤로 일도를 내질렀다.

 

 

횡단무산(橫斷巫山)의 독초였다.

 

 

노인은 등골이 오싹해졌다. 암습에 대한 대비는 전혀 없었다.

 

 

폭우처럼 쏟아지는 도세는 당장이라도 노인을 댓가지처럼 쪼갤 듯 날아들었다. 

 

'틀렸다.' 

 

노인은 눈을 질끈 감았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임무를 수행하지 못한 죄책감이 더욱 가슴아파왔다.

 

 

당당한 의검방의 제자가 한낱 파락호 따위한테 격살당하다니

 

사문에 불명예를 남긴다는 사실이 천추의 한으로 남으리라.

 

 

한데, 한 줄기 갈색 섬전이 환상처럼 그들의 주변을 휘감았다. 

 

"케에엑" 

 

"으아악!" 

 

단말마(斷末魔)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육지신마와 독안귀의두부가 몸통과 분리된 채 떠오르는 것이 아닌가?

 

 

그토록 득의만만해 하던 녹의쌍마가 한순간에 고혼이 되고 만 것이다.

 

 

구역질나는 피비린내가 낙엽이 깔린 관도 위에 물씬 풍겨났다. 

 

"이, 이럴 수가?" 

 

노인은 입을 딱 벌렸다. 순간, 검은 그림자 하나가 날아오르는 것이 언뜻 보였다. 

 

"뉘, 뉘시오? 대협, 은공의 존함이라도 알려 주십시오? 대협(大俠)-!" 

 

노인은 크게 소리쳤다.

 

 

그러나 흑영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속도로 사라져 버렸다.

 

 

노인은 놀라움과 안도에 젖어 가슴을 내리쓸었다. 

 

"아아, 세상에는 아직 의인이 남아있다. 이대로 암흑의 세계가 되지는 않으리라." 

 

이각 후, 검은 그림자는 은빛 폭포가 흘러내리는 계곡 옆 평석 위에 내려섰다. 

 

"내가 대협이라 불리다니. 나 능설비가. 후후." 

 

죽립을 쓴 인물. 그는 바로 태상마종 능설비였다.

 

 

그는 강호 정세를 수소문하고 다니는 중이었다.

 

 

그가 알아낸 것은 전마도가 그를 위해 복수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천외신궁은 이미 세워졌다.

 

 

그리고, 그의 예상과는 달리 백도는 깊이 숨어들었다.

 

 

혈적곡에 있던 사람들은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모든 것이 능설비의 예상과 달랐다. 

 

'그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그리고, 지금 모든 것을 이끄는 사람은

 

내가 면구를 준 만리대총관일까, 아니면 그자일까?' 

 

능설비는 벼랑저 위에서 쏟아지는 폭포수를 올려다보며 잠시 상념에 잠겼다. 

 

얼마 후, 그는 산곡(山谷)에 이를 수 있었다.

 

 

그곳은 몹시 더러웠다.

 

 

곡구에는 나무로 엮은 담장이 세워져 있었다.

 

 

주변을 지켜서 있는 군졸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권태로워 보였다. 

 

'나인촌(癩人村)' 

 

그곳은 바로 문둥이 마을이었다.

 

 

문둥이는 본시 발견되는 대로 죽임을 당하는 것이 국법(國法)이었다.

 

 

죽을 병이 걸린 것도 서러운 일인데 나환자라 하여 추살까지 당한다는 것은 너무도 억울한 일이었다.

 

 

다행히 이곳 청수현에는 어떤 의인의 힘으로 나환자들을 수용할 수 있는 금역이 마련됐다.

 

 

그랬기에 청수현을 중심으로 삼백 리 이내의 나환자들은 목숨을 부지하는 대신

 

이곳에 격리 수용된 삶을 살 수 있었다.

 

 

비록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천형을 받고 있는 몸이지만 그들은 이곳을 터전 삼아

 

여생을 보낼 수 있게 되었다. 

 

'흠, 수레에 은자를 싣고 가던 노인은 바로 이곳에 자금을 대는 사람이었군?

 

그가 곧 올 것이니 어서 가자.' 

 

능설비는 애써제 길을 피했다.

 

 

 한데, 몇 걸음 갔을까?

 

 

관아에서 파견나온 병졸 하나가 멀리 가는 그를 발견하고 소리쳐 물었다. 

 

"이보시오, 말 좀 물읍시다?" 

 

능설비는 문득걸음을 멈췄다.

 

과거였다면 있을 수 없는 행동이었다. 

 

"이 길로 왔다면 혹 한 사람을 봤는지 모르겠구려?" 

 

병졸은 무엇을묻는 것일까? 능설비는 의검방에서 오기로 한 사람의 행방을 묻는다 생각했다.

 

그러나 병졸의 물음은 전혀 뜻밖이었다. 

 

"광녀(狂女)를 못 봤오? 어젯 밤 이곳을 도망쳐 나간 계집인데." 

 

"못 봤소." 

 

능설비는 그대로 걸음을 옮기며 짤막하게 응수했다. 

 

"젠장, 냉막한 놈!" 

 

병졸은 그의 뒷모습에 침을 뱉았다. 

 

갈수록 숲이 울창했다.

 

 

구릉은 높아졌고 여름 장마에 패여진 길이 여기저기 붉은 속살을 내놓고 있었다.

 

 

걸음을 옮기면서 능설비는 생각에 골몰해 있었다. 

 

혈수광마웅! 

 

그의 머리 속은 운리신군으로 위장해 자신을 제거한 혈수광마웅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찼다.

 

 

그의 존재를 뇌리에 심을수록 혈관이 터질 듯이 팽배됐다. 

 

'그놈을 어찌 죽여야 성이 풀릴 것인가.' 

 

그의 주먹이 절로 힘껏 쥐어졌다.

 

이때 구릉 너머에서 들려오는 음성에 그는 퍼뜩 고개를 들었다. 

 

"이 계집의 속살이 이리 고울 줄은 몰랐는데?" 

 

사내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가파른 비탈길 옆으로 울창한 수림.

 

 

황금빛으로 변해가는 금잔디 위로 마른 잎이 아우성치며 구르고 있었다. 

 

"호호호." 

 

자지러지는 웃음소리와 함께 머리를 풀어 흐트린 여인 하나가 미친 듯이 춤을 추고 있었다.

 

 

계집의 머리카락은 아주 길었다.

 

 

한데 너울거리는 머리카락 사이로 보여지는 얼굴은 짓뭉개진 듯 흉악하기만 했다.

 

 

한밤중 그 얼굴을 대했다면 무덤을 뒤지는 야차로만 여겨질 정도였다.

 

 

본래는 아름다웠을 용모였겠지만 문둥병으로 인해 이렇게 참담하게 변모됐던 것이다. 

 

문둥이 여인 주변으로는 장사꾼 차림의 젊은이들이 둘러서 박수를 치며

 

그녀의 광기어린 몸동작을 즐기고 있었다. 

 

"오냐. 홀랑 벗어봐라!" 

 

"헤헤, 분명히 나인촌에서 도망나온 계집일 것이오." 

 

"생긴 것은 저래도 속살은 참 보드랍지 않은가?" 

 

젊은이들은 광녀의 춤 시위에 혀를 내둘렀다. 

 

조화옹(造花翁)의 장난인가?

 

 

용모는 역겨웠고 복장은 오물로 더럽혀졌지만 몸매 하나는 뭇사내를 매료시킬 만큼 뇌새적이었다.

 

 

옷자락 사이에서 삐져나와 출렁거리는 젖가슴과 선홍빛 유두가 꽃처럼 예뻤다.

 

 

문둥이만 아니었다면 벌써 윤간(輪姦)당했을 것이다. 

 

"오호호." 

 

광녀는 주위에는 아랑곳없이 덩실덩실 춤에 미쳐 있었다.

 

 

손발이 어지러이 흔들리는데 발바닥은 벌써 뾰족한 돌에 의해 찢어져 피가 줄줄 흘러나오고 있었다.

 

 

속없는 젊은이들은 그것을 좋아하고, 하늘에는 무심한 구름만 흘러갔다. 

 

그녀의 옷차림이 흐트러질수록 저주스런 나병의 벽이 허물어지며 장사치들의

 

눈에 묘한 음욕마저 서려졌다.

 

 

그 중 하나는 마른 입술을 혀로 핥으면서 슬금슬금 앞으로 나섰다. 

 

"멈춰라!" 

 

벼락과 같은 음성이 터지며 한줄기 흑영이 한쪽 바위 위로 연기처럼 내려섰다. 

 

장사치들의 시선이 일제히 죽립인 쪽으로 모아졌다.

 

 

볼거리를 잃고 싶지 않은 그들의 태도는 험악했다. 

 

"네놈은 뭐냐?" 

 

"어서 꺼지지 못해!" 

 

죽립 쓴 사람은 아무 말 없이 딪고 선 바위를 가볍게 발로 밟았다.

 

 

요란한 폭음과 함께 바윗덩이가 조약돌처럼 부숴져 날렸다. 

 

"으으, 귀신이다!" 

 

"아이구우!" 

 

젊은이들은 사색(死色)이 되어 짐을 내팽개치고 줄행랑을 쳤다. 

 

"어리석은 자들." 

 

무공으로 다섯젊은이를 놀라게 한 사람은 능설비였다.

 

 

그는 미끄러지듯 광녀 앞으로 다가섰다.

 

 

광녀는 그를 보자 춤사위를 멈추었다.

 

 

썩어버린 얼굴.

 

그 가운데에서 광기에 찬 눈만이 빛을 발하고 있었다.

 

 

그녀의 시선은 능설비의 죽립에 고정됐다. 

 

"너, 너는? 호호 너냐?" 

 

광녀는 능설비를 보자 갑자기 발작을 일으켰다. 

 

'나독(癩毒)이 피 속으로 들어가기 직전의 상태다. 며칠 더 있으면 온몸이 다 썩어버릴 것이다.' 

 

저주어린 역병을 치유해 줄 도움을 줄 수 없기에 능설비는 안스러움을 느꼈다.

 

광녀의 느닷없는 발작에는 무관심했다. 

 

'다행히 이곳에서 나인촌이 멀지 않으니 얼마 후면 누군가 그곳으로 데리고 가겠지.' 

 

그는 광기어린한광을 발하는 광녀 앞을 지나쳤다.

 

 

왜 갑자기 자신을 쏘아보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자신의 움직임에 따라 시선을 돌리는 광녀 쪽으로 힐끗 눈길을 던졌다.

 

 

갑자기 그의 심장으로 강한 충동이 피어올랐다. 

 

'설마?' 

 

피가 곤두섰다.

 

인간의 형상이랄 수조차 없는 광녀의 문드러진 얼굴 속에서 그는 한 여인의 형상을 떠올릴 수 있었다.

 

 

과거에 대한 기억이 선명하게 그려졌다. 

 

"이, 이럴 수가! 너는?" 

 

능설비는 땀을쭈욱 흘렸다.

 

그녀는 그가 아는 여인이었다. 

 

설옥경(雪玉卿). 

 

상취도장의 전인. 자신 탓에 죄를 짓고 파문(破門)당한 여인. 그녀가 아니던가? 

 

"으으, 그럼 이 여인은 바로 내가 쓴 마법(魔法)의 후유증으로 이런 이런 병자가 되었단 말인가?" 

 

능설비는 영혼이 허물어지는 고통에 사로잡혔다. 

 

"호호호." 

 

설옥경은 까르르 웃다가 그대로 뒤로 넘어졌다.

 

 

현실과 과거를 오르내리는 혼미함 속에서 혈맥이 역류한 탓이었다.

 

 

능설비는 자신도 모르게 그녀를 사뿐히 받아안았다. 

 

"이, 이런 벌이 네게 있다니. 아아, 내가 못할 짓을 했구나!" 

 

그는 탄식하며혼절한 설옥경을 내려다보았다.

 

 

그토록 아름답던 옥용의 흔적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는 가슴이 찢어지는 아픔을 느꼈다. 

 

'무슨 짓을 하건 고쳐 주겠다.' 

 

그는 나병의 전염도 게이치 않고 설옥경을 따뜻하게 안았다.

 

 

이렇게 이 여인을 만났다는 것은 묘한 인연이기도 했다.

 

 

어찌 생각하면 잘 된 일이었다.

 

 

그는 살신의 은공을 베풀어 준 두 기인을 떠올렸다. 

 

'상취도장과 신품소요객에게 진 빚을 너를 통해 갚을 수 있게 됐다.

 

 

삶이란 참으로 헤아리기 어렵구나.

 

 

널 치유할 수 있다면 난 조금이나마 홀가분해 질 수 있을 것 같다.' 

 

그의 몸은 마음보다 빨리 허공을 가로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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