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지/실명대협

제35장 惡魔는 地獄으로

오늘의 쉼터 2014. 6. 22. 18:54

제35장 惡魔는 地獄으로

 

 

능설비는 꼼짝없이 걸려들고 만 것이었다.

 

 

그를 가장 잘알고 있는 자, 그에게 모든 것을 가르쳐 준 자,

 

마음씨마저 만들어 준 자가 모든 것을 짐작하고 능설비를 이곳까지 끌어들였던 것이다. 

 

'훗훗, 나를 가장 잘아는 사람은 역시 그다.' 

 

능설비는 웃음을 터뜨렸다.

 

 

놀라워하기는 커녕 웃는다는 것은 구마령주로서 부끄럽지 않은 모습이었다.

 

 

혈무 가운데 서 있는 그의 모습은 마치 살아있는 마왕의 모습이 그렇듯 위대하고 광폭해 보일 것이다. 

 

'내가 마공에서 자신을 능가하는 것조차 너무나도 잘알고 있는 자!' 

 

능설비는 주위를 둘러봤다. 

 

눈앞에는 피안개가 스물거리는 구덩이가 있고,

 

그 뒷쪽에는 삼로(三路)로 나뉘어 다가서는 고수들이,

 

그리고 맞은편 벼랑 위에는 두 사람이 우뚝 서 있었다. 

 

한 사람은 상복을 걸친 여인이었다.

 

바로 천기미인(天機美人) 주설루(朱雪淚)였다. 

 

그녀는 눈에 핏발을 세운 채 이를 갈고 있었다. 

 

"절대 놓치지 않는다, 구마령주!" 

 

그녀는 원한에사무쳐 잔혹한 어조로 말을 내뱉었다. 

 

그녀의 뒷쪽에는 왜소한 체구의 노도장이 약간의 사이를 두고 서 있었다. 

 

두 사람과 능설비 사이의 거리는 백오십여 장 정도 되었다.

 

그러나 능설비는 그의 모든 것을 알아볼 수 있었다. 

 

노도장의 눈빛과 능설비의 눈빛이 마주쳤다. 

 

"역시 거기 있었군." 

 

능설비가 천리전음(千里傳音)으로 말했다. 

 

노도사 역시 가느다란 미소를 입가에 피워올리며 남이 알아듣지 못하게 전음으로 말했다. 

 

"네가 노부의 존재를 알 줄 짐작했다." 

 

천기미인 주설루의 곁에 있는 자는 운리신군(雲裏神君)이었다.

 

 

그는 능설비가 생각했듯 혈루대호법 혈수광마웅의 분신이었다.

 

그는 미소지으며 말을 이었다. 

 

"나는 너를 너무도 잘알고 있다." 

 

" !" 

 

능설비가 말없이 쏘아보자 운리신군, 아니 혈수광마웅이 비릿한 조소를 지으며 말했다. 

 

"훗훗, 너는 대동귀어진세(大同歸於盡勢)에 휘말렸다." 

 

"동귀어진?" 

 

"여기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너와 함께 죽을 작정을 하고 있다.

 

내가 깃발을 흔들기만 하면 너는 반 시진 안에 혈마잔혼애 속으로 떨어져 죽는다." 

 

그것은 사실이었다.

 

 

그를 에워싸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원한에 사무친 눈빛으로 능설비를 단칼에 쳐죽일 듯 노려보고 있었다. 

 

능설비는 사위를 쓸어보다가 혈수광마웅에게 시선을 돌렸다. 

 

"뭘 바라고 이런 일을 저지르는가?" 

 

능설비가 묻자, 

 

"네가 항복하는 것, 너의 잘못을 스스로 인정하고 나의 발바닥을 핥는 것

 

그리고 나의 수족(手足)이 되는 것이다." 

 

혈수광마웅은 능설비의 심기를 건드리는 말만을 골라 했다. 

 

능설비가 퉤!

 

침을 뱉으며 살기가 뻗쳐 나오는 눈빛을 폭사시켰다. 

 

"마종 위에 군림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두 사람의 대화는 전음으로 이루어진 것이었다.

 

주위의 사람들은 두 사람의 대화를 듣지 못했다. 

 

휘이이이! 혈마잔혼애 아래에서는 끊임없이 피안개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능설비의 몸에서도 짙은 혈무가 일어나 그의 전신을 휘감고 있었다.

 

 

어느 누구도 감히 범접치 못할 대단한 기세였다. 

 

혈수광마웅이 능설비의 그런 위압적인 모습을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너는 과연 뛰어난 살수(煞手)다. 그러나 네게는 모든 것이 있으되 단 하나의 것이 없다." 

 

" !" 

 

혈수광마웅은 뒷짐진 손을 풀어 팔짱을 꼈다. 

 

"그것은 욕심이다. 너는 지략(智略)과 무공(武功)에서 당세 제일인 마종답지 않게 욕심이 없다.

 

그래서 결국은 이런 꼴이 된 것이다." 

 

그는 이를 드러내 보이며 웃었다. 

 

능설비는 소름이 돋는 거부감을 느꼈다. 

 

'찢어 죽일 놈 마도마저 자신을 위해 이용하는 진짜 비열한 놈이다!' 

 

능설비의 두 눈에서 짙은 혈광이 무서운 기세로 일어날 때, 

 

"대답하라, 최후의 물음이다!" 

 

혈수광마웅의 목소리가 바로 능설비의 고막에 와닿았다. 

 

"죽겠느냐, 아니면 나의 종이 되겠느냐.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하라!" 

 

"대답은 이것이다." 

 

혈수광마웅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능설비의 몸이 위로 날아올랐다.

 

그는 날아오르는 순간에 광혈패검을 뽑아 들었다.

 

차디찬 검광이 뿌려지는 순간 어느새 검은 한줄기 빛살이 되어 허공으로 폭사되었다.

 

피이이잉! 날카로운 파공성이 일며 광혈패검은 긴 무지개가 되어 절벽 위의 혈수광마웅 쪽으로

 

날아 올랐다. 

 

"네놈이 어검술(馭劍術)을?" 

 

"감히 무림의 아버지이신 삼뇌선생(三腦先生)을 암살하려 하다니!" 

 

검이 날아가자모두 사색이 되어 경악성을 토했다.

 

무림의 아버지는 혈수광마웅을 두고 부르는 이름이다. 

 

검은 찰나지간에 백오십 장 정도를 가로질러 혈수광마웅의 면전으로 날아들었다. 

 

"아아, 엄청난 마의 수법이다!" 

 

운리신군은 검이 자신을 향해 날아오자 나지막한 탄성과 함께 막을 수 없다는 듯 눈을 감아버렸다.

 

 

과연 그는 실력이 없어 피하지 못하는 것일까? 

 

광혈패검이 섬전같이 혈수광마웅의 몸을 파고들 즈음, 

 

"몸을 바쳐 삼뇌선생을 지키는 것이 우리의 할 일이다!" 

 

사방에서 창노한 외침이 터져 나오며 휘휘휙! 세 사람의 그림자가 날아올랐다. 

 

세 사람은 운학철지객(雲鶴鐵指客), 농산이자(籠山二子), 육지혈룡자(陸地血龍子)라 불리는

 

백도의 고수들이었다. 

 

세 명의 무림고수가 날아올라 능설비가 쏘아낸 이기어검(以氣馭劍)을 가로막았다.

 

 

순간 콰쾅! 엄청난 파열음이 나더니, 

 

"케에엑!" 

 

"크윽, 후회는 없다!" 

 

허공에서 자욱한 피보라가 일며 처참한 비명이 터져나왔다.

 

 

눈으로 보고도 믿지 못할 일이었다.

 

 

백도의 세 고수가 한 자루의 검에 관통당해 떨어져 내리는 것이 아닌가! 

 

광혈패검은 그러고도 속도를 잃지 않았다.

 

 

그러나 그 기세는 처음보다 상당히 감소된 상태였다. 

 

"아아, 무림의 협사님들이시어 부디 극락왕생하소서." 

 

주설루는 피눈물을 뿌리다가 일지를 쳐냈다. 

 

"주사혈강지!" 

 

따당! 하는 쇳소리가 나며 주설루가 쳐낸 지력이 광혈패검을 때렸다.

 

 

광혈패검은 처음 떠올랐을 때의 기세에 비해 십분지 일도 안 되는 기세인지라

 

그녀의 지력 아래 산산이 조각이 나고 말았다.

 

 

흩어지는 검편(劍片), 그리고 네 명의 시체. 

 

싸움은 이제 시작되지 않을 수 없으리라. 

 

둥둥둥!

 

세 번의 북소리가 들렸다. 

 

"우우, 천(天)을 막으라!" 

 

북소리가 울려오는 곳에서 외팔이 노도사 하나가 호령을 했다. 

 

바로 건곤금령자(乾坤金玲子)였다. 

 

그는 백도육지주(白道六支柱) 중 하나로 불렸던 사람이 아닌가?

 

 

건곤금령자는 전진파의 고수들을 이끌고 삼재진(三才陣)의 한 부분을 형성하고 있었다.

 

 

그의 호령이 떨어지자 진을 이루고 있는 무사들의 무리가 일사불란한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상취도장(常醉道長)은 지(地)의 방위(方位)에 있었다.

 

 

그의 뒷쪽에는 곤륜파 고수들이 질서정연하게 도열해 서서 진을 이루고 있었다. 

 

또 한 사람, 신품소요객(神品消遙客)은 천기수호대를 이끌고 있었다. 

 

세 방향의 막강한 진세는 능설비 한 사람을 초점(焦點)으로 펼쳐져 있었다. 

 

능설비는 외떨어진 곳에 있었다.

 

 

그의 등 뒤에는 절벽이 있고, 발 앞에는 혈마잔혼애가 아가리를 벌리고 있었다.

 

 

혈마잔혼애의 폭은 십 장 정도였다. 

 

세 사람의 백도고수가 이끄는 삼재항마진은 혈마잔혼애 뒷쪽을 완전히 에워쌌다.

 

 

낭떠러지를 넘어 다가서는 사람은 아직 없었다. 

 

그러나 능설비는 진세를 보는 찰나 싸움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있었다.
'

 

장기전을 각오하고 있다.' 

 

그는 삼재항마진이 무엇을 노리고 펼쳐진지를 잘알고 있었다.

 

 

그것은 백도의 진세가 아니었다.

 

 

그렇게 위장만 했을 뿐, 그것은 혈수광마웅이 비장의 수단으로 알고 있던

 

삼마포월대진(三魔抱月大陣)이라는 것이었다. 

 

 

<천마(天魔)가 하늘을 찢고, 

 

지마(地魔)가 땅을 가른다. 

 

인마의 그 위대한 마수(魔手)가 우주(宇宙)를 으스러뜨리리라> 

 

 

삼재항마진은 무서운 데가 많은 수법이었다.

 

 

안에 갇힌 사람이 쓰러져야 거둬진다는 것이 첫째의 무서움이었다.

 

 

둘째의 무서움은 그 안에서 십팔반병기(十八班兵器)가 자유롭게 사용되고,

 

온갖 암기가 사용된다는 것이었다. 

 

문득 삼뇌선생운리신군의 손에 들린 깃발이 흔들렸다.

 

 

그것을 신호로 세 방향의 진세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쳐라!" 

 

"놈을 상대로 해서는 비겁한 것이 있을 수 없다!" 

 

능설비를 향해점차 거리를 좁혀오는 삼재항마진 속에서 분노에 찬 외침이 터졌다.

 

그리고 맨먼저 암기가 발출되었다. 

 

"만천호접표!" 

 

"구혼탈천침!" 

 

츳츳츳! 공기를 찢으며 수없이 많은 독침이 날아올랐다.

 

 

독침들은 허공을 완전히 가리며 능설비에게로 날아들었다. 

 

능설비는 돌을디디고 섰다가 빠드득! 이를 갈며 우수를 비스듬히 흔들었다. 

 

"이화접목(利花接木), 대천마이물진기(大天魔移物眞氣)!" 

 

그의 손이 흔들리자 검은 기류가 혈무와 더불어 일어나 그의 몸 주위를 가렸다.

 

 

능설비의 몸에서 흑혈강이 발출되자 무수히 날아들던 암기가 덩어리로 뭉치며 방향을 틀었다. 

 

"돌아가라!" 

 

능설비가 일갈을 터뜨리며 우수를 홱 뿌리자 수천 개의 암기가 허공에서 방향을 바꾸며

 

암기를 발출했던 백도고수들 쪽으로 뿌려졌다. 

 

'대단한 놈!' 

 

능설비를 덮쳐가던 독침들이 일제히 방향을 바꾸며 되돌아오는 것을 바라보고는

 

운리신군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그리 놀라워하지는 않았다.

 

 

능설비가 그 정도의 솜씨를 보일 줄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한 태도였다. 

 

삼재진은 황망히 뒤로 퇴각했다.

 

 

암기는 텅빈 곳에 뿌려졌다. 

 

능설비는 내상을 당한 상태인지라 적의 암기를 돌려보내 적을 죽일 정도는 되지 못했던 것이다. 

 

'도망갈 수는 없다. 내게 날개가 있다 해도!' 

 

그는 마음을 다잡아 먹으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리고 기다릴 수도 없다!' 

 

그는 낭떠러지를 굽어보았다.

 

 

거기에는 자욱한 피안개를 쉬임없이 뿜어내는 악마의 구덩이가 아가리를 딱 벌리고 있었다. 

 

백도고수들은 그 뒷쪽에 포진(布陣)해 있었다.

 

 

능설비가 있는 곳은 조금 오목하게 들어간 곳이어서 덕분에 시야가 탁 트이지 못했다. 

 

능설비는 사면초가(四面楚歌) 상태였다. 

 

'단단히 걸려 들었다. 저 놈은 나보다도 나를 더 잘알고 있다.' 

 

그는 운리신군을 보았다.

 

 

운리신군은 깃발을 흔들어대며 진세를 지휘하고 있었다. 

 

'저 놈은 나를 만든 놈이다. 그리고 나는 저 놈의 뜻에 따라 태어나지 않은 상태로 돌아가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혼자서는 절대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능설비는 이상한 기분을 맛보았다.

 

 

의미도 알 수 없는 슬픔 비슷한 것,

 

그가 전혀 느껴보지 않았던 어떠한 정서가 만들어지는 것이었다. 

 

"흥!" 

 

그는 코웃음 소리로 자신의 마음을 부정해 버렸다. 

 

'나를 꺾을 것은 없다. 저 놈의 환상 백도인들의 오만함을 나의 두 손바닥으로

 

천지에 알리는 것만이 남은 것이다.' 

 

능설비는 부딪힐 작정을 하고 허공으로 걸어갔다.

 

 

스슥! 그는 피안개 위로 걸어올라갔다. 

 

"역시 놈이 위로 걸어온다!" 

 

"삼뇌선생의 예언이 또다시 맞았다!" 

 

"자아, 죽음보다 중요한 대의(大義)를 생각하자!" 

 

천지인(天地人)의 세 방위에 진을 치고 있는 고수들은 능설비가 혈마잔혼애를 건너오기를 기다렸다. 

 

능설비는 허공답보를 쓰며 머리 속으로는 전술을 구상했다. 

 

'구마절기를 연환식(蓮環式)으로 쓰면 희망이 있다.' 

 

능설비가 혈마잔혼애의 한가운데에 극히 짧은 순간에 사방을 살펴 보았다. 

 

'길은 아직 있다.' 

 

그는 한 곳의 출구(出口)를 알아볼 수 있었다.

 

 

시야가 훨씬 넓어진 탓일까? 그가 지금 있는 곳을 중궁(中宮)으로 볼 때,

 

건(乾)의 방향으로 나간다면 빠져나갈 수 있다는 확신이 드는 것이었다.

 

 

아주 순간적인 발견이었다. 

 

능설비는 주저없이 건(乾)의 방향으로 날아오르며 일갈을 터뜨렸다. 

 

"천마인!" 

 

그는 무시무시한 강기를 아래쪽으로 쳐내 그 탄력을 이용해 흑마충소의 수법을 써서

 

또다시 몸을 뽑아올렸다.

 

 

그는 곧 바로 이십오 장을 표표히 날아올랐다.

 

 

그리고는 광소를 터뜨렸다. 

 

"으핫하하하!" 

 

그는 최대한의공력을 실은 군림마후로 아래에 있는 사람들의 내력을 흐트리며

 

다시 허공에서 방향을 틀며 건향으로 폭사해 나갔다.

 

 

그의 몸은 하나의 긴 핏빛 무지개가 되어 날아올랐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아래에서는 반응이 없었다.

 

 

백도인들이 놀라는 기세가 전혀 없었다.

 

 

하지만 능설비는 그것을 살필 겨를조차 갖고 있지 못했다. 

 

'조금만 더 가면 진세에서 나설 수 있다.' 

 

그의 옷이 땀에 물들었다.

 

 

그도 사람인 듯, 이 상황을 긴장으로 받아들인 탓일까 아니면

 

자신의 무공에 대한 희열 때문에 흥분하는 것일까?

 

 

휘휙! 가벼운 파공성을 일으키며 그가 더 높이 날아오를 때, 

 

"시작하시오, 영웅이시어!" 

 

운리신군의 중후한 외침소리가 계곡 안을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그의 외침이 채 사라지기 전에 한 소리 호통이 터져 나왔다. 

 

"천(天)!" 

 

그리고는 갑자기 능설비의 정면으로 날아오르는 사람이 있었다.

 

 

건곤금령자, 그가 한 손을 앞으로 쭉 내미는 자세로 날아올라 능설비의 진로를 방해하는 것이었다. 

 

"쳐 죽일 놈!" 

 

능설비는 이를빠드득 갈며 쌍권을 교차하여 건곤금령자를 향해 휘저었다. 

 

"허공뇌정권(虛空雷霆卷)!" 

 

기합소리와 함께 막강한 권풍이 일어났다.

 

 

바람 소리도 내지 않은 권세였다. 

 

건곤금령자는 오 장 밖에 이르러 그 막강한 힘에 휘감겼다.

 

 

그러나 그는 피하지 않고 오히려 자신의 몸을 그 안으로 내어던졌다.

 

 

직후 꽝! 하는 폭음이 나며 건곤금령자가 몸을 휘청였다. 

 

"크으윽!" 

 

그의 칠공에서피가 쏟아져 나왔다.

 

 

다른 사람이라면 몸이 박살나 죽었을 것이나

 

그는 금강불괴지신에 가까운 내공을 지니고 있어 아직 살아 있는 것이었다. 

 

"에잇, 백도를 위해!" 

 

건곤금령자는 악을 쓰며 더 달려들었다.

 

 

두 사람 사이의 거리가 이 장여 정도로 좁혀졌다. 

 

능설비는 이를갈며 다시 십지를 쳐냈다.

 

 

츠츳츳! 섬찍한 파공성이 나더니, 파팍! 건곤금령자의 머리통이 두부같이 으스러지고

 

가슴에 큰 구멍이 파였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콰쾅!

 

천지간을 진동시키는 폭음이 터지며 건곤금령자의 몸뚱이가 화약(火藥)에 의해

 

박살이 나는 것이 아닌가?

 

 

건곤금령자의 육신이 고기조각처럼 분해되며 허공을 덮었다. 

 

"으으!" 

 

능설비는 뜨거움을 느끼며 몸을 휘청였다. 

 

"폭약을 옷 속에 넣고 있었다니!" 

 

그가 분분히 뒤로 물러나는데, 

 

"지(地)!" 

 

"인(人)!" 

 

상취도장과 신품소요객이 동시에 두 방향에서 호통소리와 함께 날아올랐다. 

 

"천마삭(天魔索)!" 

 

상취도장의 손에서 긴 천이 뿌려져 능설비의 두 다리를 휘감았다. 

 

"천마편(天魔鞭)!" 

 

신품소요객은 낭아곤(狼牙棍)같이 생긴 십 장 길이 연편을 흔들어 화상(火傷)입은

 

능설비의 몸을 꽁꽁 묶었다. 

 

능설비는 강기를 일으켜 그것을 뿌리치려 했다.

 

 

그러나 그것은 부질없는 몸부림이었다.

 

 

그가 두 백도고수의 손속에서 벗어나기는 이미 늦은 일이었다.

 

 

몸을 움직일수록 천나삭과 천마편은 능설비를 더욱 옥죄어 왔다.

 

 

울컥 내상이 발작하며 모든 것이 희미해졌다.

 

 

폭음이 들리며 몸이 으스러지는 듯한 고통이 느껴졌다.

 

그리고 무저갱으로 떨어지는 아득한 느낌이 전부였다. 

 

"핫하, 모두 잘 있게!" 

 

"악마와 더불어 지옥으로 놀러가는 것이니 우리들을 위해 눈물을 흘리지 말게!" 

 

상취도장과 신품소요객은 능설비와 함께 혈마잔혼애로 떨어져 내렸다.

 

 

악마의 아가리 같은 혈마잔혼애의 피안개 속으로 세 사람의 모습이 사라져 버렸다.

 

 

마치 아무런 일도 벌어지지 않았던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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