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지/실명대협

제32장 大風雲의 帳幕

오늘의 쉼터 2014. 6. 22. 18:50

제32장 大風雲의 帳幕

 

 

능설비는 처참한 몰골을 하고 있어 옛날의 용모를 전혀 찾아볼 길 없는 화빙염을 안아 일으켰다. 

 

"너는 이제 무림인(武林人)이 아니다.

 

그러니 나는 너를 해하지 않으련다.

 

아니 그뿐만이 아니다.

 

나는 네게 온갖 향유(香油)를 발라주어 너의 피부가 다시 부드러워지도록 해 줄 것이다." 

 

지금 능설비의눈길은 애잔함을 담고 있었다. 

 

화빙염은 그와눈길이 마주치자 전신을 한차례 부르르 떨었다. 

 

"으으!" 

 

그녀가 능설비의 손길을 거부하려는 듯 몸을 뒤틀었다.

 

 

그러나 그것은 그녀의 의사에 불과할 뿐 능설비의 억센 손 안에서 빠져나온다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 다음 너를 온갖 영약이 가득 든 상자를 맨 시종 열 명을 딸려서 돌려보내 주겠다." 

 

점점 놀라운 말이 능설비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능설비는 지금화빙염을 칙사 취급하는 것이었다.

 

 

사실 그녀는 능설비에게는 칙사라 할 수 있었다. 

 

'네놈! 내가 있음을 아느냐?' 

 

능설비에게 그렇게 외치는 사람이 있었다.

 

 

자결한 척 소문을 내놓고는 홀연히 사라져버린 자.

 

 

능설비는 화빙염으로 인해 그자의 정체를 알아버린 것이었다.

 

 

화빙염에게 잘대해 주는 것은 그에 대한 보답이라 할 수 있었다. 

 

" !" 

 

화빙염은 눈물만 주룩주룩 흘렸다.

 

 

그녀는 자신이 양대거마(兩大巨魔) 사이의 암투극에 이용당했다는 사실을 까마득하게 몰랐다.

 

 

그것은 비단 화빙염뿐만이 아니었다.

 

 

백도나 마도의 거의 모든 사람들이 운리신군이라 자처한 혈수광마웅 혈루대호법의

 

농간에 놀아나는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아아, 너무도 철저하고 허물어지지 않을 무서운 자!' 

 

그녀는 능설비의 풍모 때문에 놀라워하는 것이었다. 

 

- 절대 죽지 않는 자! 

 

비록 다친 상태의 능설비였지만 화빙염에게는 '절대 죽지 않는 자'로 각인되어 있었다.

 

 

한마디로 그가 주는 인상은 너무 강했다.

 

 

오히려 다치기 이전보다도 강해 보였다.

 

 

하지만 그것은 마도의 강함은 아니었다. 

 

능설비는 화빙염을 만화총관에게 인계했다. 

 

"정말 모르겠습니다. 영주의 속마음을." 

 

만화총관은 진정 알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내두르다가 화빙염을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다소 물기를 머금은 습한 바람이 불어오는 후텁지근한 밤이었다. 

 

능설비는 오랫동안 정좌한 채 십이주천(十二周天) 운기행공을 마칠 수 있었다.

 

 

그는 길게 숨을 토해낸 다음 지그시 감고있던 눈을 떴다.

 

 

우선 내공의 상태를 점검해 보았다. 

 

'내공의 칠성(七城) 정도는 깨어났다.

 

그리고 보름 안에 다시 내공이 모두 일어날 것이다.

 

어쩌면 전화위복(轉禍爲福)이 되었을지도.' 

 

그는 예의 신비한 미소를 입가에 지었다. 

 

그때였다. 

 

휙, 하는 파공성이 일며 능설비의 고막을 건드렸다. 

 

지금 능설비가있는 곳은 표비장 한가운데였다.

 

 

표비장에는 천 명의 고수가 머물러 있었다.

 

 

표비장을 중심으로 한 일천 장 이내에는 마도고수만이 머물러 있었다. 

 

가벼운 파공성으로 미루어 빠르게 다가서는 자는 분명 마도고수일 것이다. 

 

"큰, 큰일이오!" 

 

문 밖에서 누군가 급히 말하는 소리가 났다. 

 

"영주께 급히 알려야 할 일이오!" 

 

방금 다가선 자의 거친 호흡소리가 능설비의 귀에까지 확연히 들리는 것으로 보아

 

꽤 먼 거리를 달려온 듯 싶었다. 

 

"영주께서는 운기행공중이시요, 순찰호법(巡察護法)." 

 

만리총관의 음성이 들리고, 

 

"무슨 일이신가?" 

 

황금총관의 음성도 들려왔다. 

 

"손에 든 쪽지는 뭐요? 어디서 비합이 날아왔소?" 

 

마지막으로 만화총관이 질문하는 소리가 났다. 

 

능설비는 얼른금색면구를 썼다.

 

 

그리고는 목청을 가다듬고 밖을 향해 입을 열었다. 

 

"들게 하라. 나는 깨어 있다." 

 

"벌, 벌써!" 

 

능설비의 음성을 듣고 밖에서 놀라는 소리가 났다. 

 

능설비는 칠주야 예정으로 운기행공에 들었는데,

 

하루 만에 운기행공을 마쳤으니 그들로서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문이 열리며 순찰호법이 들어섰다.

 

 

순찰호법은 과거 무정신마라고 불리던 사람이었다.

 

 

그는 능설비의 손길이 닿을 만한 거리에까지 다가와서는 떨리는 손을 쳐들었다. 

 

"이것입니다." 

 

그의 손바닥에는 쪽지 한 장이 쥐어져 있었다. 

 

능설비는 쪽지를 건네 받은 다음 천천히 읽어 내려갔다. 

 

쪽지의 안에는다음과 같은 글귀가 적혀 있었다. 

 

'혈적곡(血績谷) 앞에서 마도이십팔수의 수급을 효시하여 백도들의 망령을 위로하는 제사(祭祀)가' 

 

실로 충격적인내용이었다. 

 

그러나 능설비는 놀라지 않았다.

 

표정하나 눈빛하나 흔들리지 않았다. 

 

'이십팔수가 당했다는 것은 이미 짐작하고 있었던 일이다.' 

 

그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쪽지를 들고 호들갑을 떤 무정신마가 무안할 정도였다. 

 

능설비는 가느다란 미소마저 지으며 순찰호법을 향해 지시를 내렸다. 

 

"이십팔수의 유족들에게 황금 십만 냥씩을 전하라.

 

그리고 그들의 후예나 친구 중에서 스물여덟을 다시 골라라." 

 

" ?" 

 

순찰호법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눈만 껌벅거리자 능설비가 설명을 덧붙였다. 

 

"한 시진 안에 새로운 마도이십팔수를 만드는 것이다." 

 

"아아, 그럼 영주께서는 이미 그들이 죽는다는 것도 아셨단 말씀입니까?" 

 

순찰호법이 능설비의 깊은 지략에 탄복을 금치 못하자, 

 

"나는 사실 천기석부쪽을 우려하고 있다." 

 

능설비의 입에서 뜻밖의 말이 흘러나왔다.

 

 

그것은 순찰호법에게도 뜻밖이었다. 

 

능설비의 표정에 언듯 어두운 빛이 스쳐갔다. 

 

"이십팔수는 내가 쓰러졌기에 어쩔 수 없이 희생된 것이다.

 

그러나 십구비위는 이십팔수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

 

절대 쓰러져서는 안 된단 말이다. 변절(變節)해서도 아니 되고!" 

 

"그들은 절대 변절하지 않을 것입니다." 

 

"가 봐라. 나 혼자 궁리할 것이 있으니까." 

 

능설비는 나직한 어조로 순찰호법을 물리쳤다.

 

 

그는 능설비의 지시가 떨어지자 얼른 밖으로 나갔다. 

 

호젓한 방 안에는 능설비 혼자만이 남게 되었다.

 

 

그는 고독의 품안에 있었다.

 

 

그러나 그의 머리 속에는 스무 명의 얼굴이 들어 있었다.

 

 

자신을 가장 잘알고 있다고 생각되는 혈루대호법 혈수광마웅과 그에게 온갖 충정을 다 바치는

 

일호를 비롯한 십구비위 그들 스무 명은 가히 당세마도(當世魔道)의 지주(支柱)들이라 할 수 있었다. 

 

'만에 하나 그자가 혈루대호법이라면 나의 암습을 비롯한 혈적곡의 함정과 석부(石府)로의

 

유혹은 정사지전(正邪之戰)이 아니라 마마지전(魔魔之戰)이다.' 

 

능설비의 눈빛이 점차 강렬한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그가 아니기를 빌 뿐이다.

 

내가 생각하고 있는 자가 바로 그라면 나는 감당하기 힘들다.

 

아니 어쩌면 마도의 원대한 꿈은 영원히 이루어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는 어둠 속에 꼼짝 않고 앉아 한곳만을 뚫어져라 쏘아보았다. 

 

밤은 점점 밀도높은 어둠으로 만물을 적요 속으로 몰아가고 있었다. 

 

어느덧 뿌연 여명 속에 아침이 움터오고 있었다.

 

 

청량한 느낌을 주는 아침이었다. 

 

그때 갑자기 부랴부랴 석전(石殿)을 향해 들이닥치는 사람이 있었다.

 

 

역시 순찰호법이었다.

 

 

그는 이번에도 손에 쪽지 한 장을 들고 있었다.

 

 

그는 저지를 받고 몸수색을 당한 다음에야 능설비 앞에 섰다. 

 

"이, 이것을 어찌 전해야 할지." 

 

순찰호법은 선뜻 쪽지를 내밀지 못하고 무척 주저하며 땀을 비오듯 흘렸다. 

 

"어서 다오." 

 

능설비가 손을내밀자, 

 

"아아, 차마." 

 

순찰호법은 능설비가 재촉하자 더 이상 지체하지 못하고 쪽지를 바쳤다. 

 

쪽지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적혀 있었다. 

 

'천기석부에 설치된 무저갱 몰락 십구비위는 몰살된 것으로 추정됨' 

 

알아보기 힘들정도로 흘려쓴 글씨였다.

 

 

그로 미루어 보아 얼마나 다급한 상황에서 쪽지를 썼는지를 쉽게 짐작할 수 있으리라. 

 

'으으음!' 

 

능설비의 안색이 몹시 굳어졌다. 

 

그는 한동안 쪽지만 바라볼 뿐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 !'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

 

그제서야 능설비가 두 눈에서 잔혹한 눈빛을 폭사시키며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십구비위를 몰살시키다니 내가 생각했던 그 이상이다.

 

그러나 절대 나는 두려워하거나 싸움을 피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는 정말 분노했다.

 

 

강호에 나와 가장 큰 분노라 할 수 있었다.

 

 

아니 과거 구마루에서 마성에 대한 분노를 느낀 이후 처음의 분노라 할 수 있었다. 

 

'이제는 내가 가야 할 길이 정해진 것이다.' 

 

그의 비장한 중얼거림 아아,

 

그의 대마성 아래 다시 얼마나 많은 고귀한 생명이 희생되어야 할런지! 

 

모옥(茅屋)의 안, 

 

꽤나 엉성해 보이는 토담 벽이 그대로 드러나 보였다. 

 

노도사 하나가차 한 잔을 들고 있었다.

 

그의 손은 주름 투성이였다. 

 

"그놈은 나를 능가하지 못한다!" 

 

노도사의 눈빛은 스치기만 해도 베일 것 같은 칼날처럼 삼엄했다. 

 

"훗훗, 날고 뛴다해도 그놈의 하늘 위에는 나라는 하늘이 또 있는 것이다.

 

나는 놈의 하늘 위의 하늘(天外天)이다!" 

 

노도사는 흥분을 이기지 못하겠다는 듯 손아귀에 힘을 가했다.

 

 

팍! 하는 파열음이 나며 노도사의 손에 들린 백색의 도자기 찻잔이 가루로 화했다. 

 

"전설의 구마령주라해도 절대로 나를 이기지는 못한다. 절대로!" 

 

그는 중얼거리다가 눈을 스르르 감았다. 

 

얼마 후, 밖에서 노도사를 부르는 소리가 났다. 

 

"양아버님!" 

 

그것은 여인의낭랑한 음성이었다. 

 

노도사가 감고있던 눈을 스르르 뜨며 문 쪽을 향해 입을 열었다. 

 

"헛헛, 설루(雪淚)냐? 어서 들어오너라. 여지껏 너를 기다리고 있었다!" 

 

노도사는 반색을 했다. 

 

끼익! 방문이 열리며 상복입은 여인이 걸어들어왔다.

 

 

바로 주설루였다.

 

 

그녀는 전에 비해 깡말라졌다.

 

 

하지만, 미모는 전보다 훨씬 더했다.

 

 

그녀는 노도사에게 절을 했다. 

 

빙그레 미소를지으며 절을 받는 노도사는 운리신군(雲異神君)이었다. 

 

그는 무림지부(武林之父)라고 새로 불리고 있었다.

 

 

전 백도의 아버지 무림을 통털어 가장 존경스러운 용어가 아니겠는가? 

 

운리신군은 몹시 흡족해 했다.

 

 

얼굴 가득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주설루를 향해 입을 열었다. 

 

"네 고생도 머지 않았다!" 

 

"저야 무슨." 

 

주설루는 쑥쓰러워하다가 품안에서 주머니를 꺼내 운리신군에게 내밀었다. 

 

"분부하신 대로 아버님이 나누어 주신 옥편(玉片)을 거둬왔습니다." 

 

"어디 보자!" 

 

운리신군은 주머니를 건네 받아 열어 보았다.

 

 

주머니 안에는 작은 옥조각이 백 개 정도 들어 있었다.

 

 

그것은 '금강철옥(金剛鐵玉)'이라 불리는 아주 귀한 물건이었다.

 

 

내공이 아무리 강한 사람이라 해도 파괴할 수 없는 단단하기 그지없는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 운리신군이 살피는 옥편들 위에는 지흔(指痕)이 하나씩 있었다. 

 

'흠!' 

 

운리신군은 안력을 돋구어 지흔을 하나씩 살피기 시작했다.

 

 

금강철옥석에는 지흔 이외에도 각기 번호가 적혀 있었다. 

 

얼마 후, 운리신군은 옥편 중에서 세 개를 골랐다.

 

 

다른 것과는 현격하게 차이가 나는 옥편이었다.

 

 

세 개의 옥편에는 다른 것에 남겨진 지흔보다 깊은 지흔이 남겨져 있었다. 

 

'여기 지혼을 남긴 사람들의 내공은 다른 사람들에 비해 강한 내공을 갖고 있으리라.' 

 

세 개의 옥편을 바라보는 운리신군의 입가에 흡족한 미소가 떠올랐다. 

 

세 개의 옥편에는 칠(七), 십오(十五), 이십팔(二十八)이라는 숫자가 새겨져 있었다. 

 

운리신군은 숫자놀음을 몹시 좋아하는 사람 같았다.

 

 

그는 하나의 명부를 갖고 있었다.

 

 

거기에는 숫자와 별호가 적혀 있었다.

 

 

운리신군은 명부를 천천히 뒤적이며 옥편의 숫자와 대조하기 시작했다. 

 

'칠(七)이라 이것은 건곤금령자(乾坤金玲子)의 옥편이로군.' 

 

운리신군은 명부의 번호와 옥편의 숫자를 대조해 본 다음 고개를 끄덕였다. 

 

'건곤금령자라면 삼재진(三才陣)의 일각(一角)이 되기에 충분하지.' 

 

그는 다시 책장을 뒤적였다.

 

그의 시선이 십오(十五)라는 숫자에 머물렀다. 

 

곤륜(崑崙) 상취도장(常醉道長)이라는 이름이 숫자 옆에 나란히 적혀 있었다. 

 

'역시!' 

 

운리신군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이제 남은 숫자는 하나였다. 이십오. 

 

대체 어떤 사람이 이십오 번일까?

 

그리고 운리신군은 대체 무슨 속셈에서 그런 일을 하는 것일까? 

 

'이십오 신품소요객' 

 

명부에는 그렇게 적혀 있었다. 

 

운리신군은 이십오 번 곁에 적힌 이름을 보고 저으기 놀랐다. 

 

"대단한데? 가장 깊은 지흔을 남긴 사람이 신품소요객이라니." 

 

그가 놀라워하자, 

 

"그분은 과거 인형설삼(人形雪蔘) 반 뿌리를 드셨지요.

 

그래서 내공이 지극히 강한 것이랍니다." 

 

주설루가 슬쩍귀뜸해줬다. 

 

"흠, 그런 기연이 있었던가?" 

 

운리신군은 중얼거리다가 그윽한 시선으로 주설루를 응시했다.

 

 

그의 눈빛은 깊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아주 신묘했다.

 

 

주설루는 항상 거기 빨려드는 듯한 기분이 되곤 하는 것이었다.

 

 

운리신군은 눈빛으로 무엇인가를 그녀에게 심어주었다. 

 

'!' 

 

주설루는 꿈꾸는 듯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잠시 후, 운리신군은 품에서 양피지 세 장을 꺼내 주설루에게 내밀었다. 

 

"이것을 세 개의 옥편에 지흔을 남긴 자들에게 전해 주어라." 

 

"예." 

 

주설루는 운리신군에게서 양피지를 건네 받았다. 

 

천(天) - 건천만해(乾天萬解) 

 

지(地) - 지중대혼(地中大魂) 

 

인(人) - 영세불멸(永世不滅) 

 

양피지 위에는검술의 구결 같기도 하고 장초(長招)와 같기도한 글이 적혀 있었다.

 

 

그것은 오묘한 내가구결이었다.

 

 

세 장의 양피지가 합해지면 비로소 하나의 진세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대삼재항마진(大三才降魔陣)으로 운리신군의 덕에 무림에 나타난 진세라 할 수 있었다. 

 

주설루는 진식구결을 살펴보다가 미심쩍은 표정을 지으며 운리신군을 바라보았다. 

 

"이것만으로 구마령주란 자를 막을 수 있을까요?" 

 

그녀는 조금 불안하다는 표정이었다. 

 

운리신군이 의미심장한 눈빛을 하고 반문했다. 

 

"너는 어찌 여기느냐?" 

 

"강하기는 하나 이 정도로는 십 초(十招)도 견디지 못할 듯합니다." 

 

주설루가 미간을 약간 찌푸리며 자신이 생각하고 있던 의견을 밝히자, 

 

"헛헛, 역시 쌍뇌천기자의 제자는 다르군. 네가 본 그대로이니라." 

 

운리신군이 소탈하게 웃으며 수긍하는 것이었다. 

 

"그럼 제 말대로 대삼재항마진으로도 구마령주에게는 십 초도 버티지 못한단 말씀이십니까?" 

 

"그렇다." 

 

"그, 그럼 어찌되는지요?" 

 

주설루가 걱정스런 얼굴로 묻자 운리신군은 자신있는 어조로 대답했다. 

 

"걱정마라. 제전이 놈의 장례식이 된다는 데에는 다를 바가 없다.

 

대삼재항마진 정도로 내가 자신만만하게 말하겠느냐.

 

그들 셋은 대삼재항마진 외에 몇 가지를 더 갖고 구마령주와 싸우게 될 것이다." 

 

운리신군의 입가에 미묘한 미소가 떠올랐다.

 

 

그는 무엇을 계산하고 있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앞에 있는 주설루조차도 헤아리지 못하고 있었다. 

 

운리신군이란 자의 껍데기를 벗기고 그의 속마음을 밝힐 사람은 세상에 하나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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