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지/실명대협

제30장 令主를 위해

오늘의 쉼터 2014. 6. 22. 18:47

제30장 令主를 위해

 

 

아침이 되었다. 

 

새로운 아침이었고 정말 새로운 일들이 벌어졌다.

 

 

개봉부가 온통 마도고수로 뒤덮여 분위기가 살벌했다.

 

 

대체 무슨 일일까?

 

 

개봉부에 대공포가 조성이 되다니. 

 

정오 무렵해서조금 이상한 방문(榜文) 하나가 한적한 곳에서 발견되었다. 

 

'대가를 치루고 싶다면 혈적곡(血積谷)이나 천기석부로 와라. 언제든지 받아주겠다' 

 

대체 누구에게전해지는 글일까?

 

 

보내는 사람과 받는 사람이 분명치 않았지만 그것은 곧 표비장으로 전달이 되었다. 

 

만화총관은 하루 사이 백 년이나 더 늙어 보였다.

 

 

얼마나 충격이 컸던지 주안공으로 팽팽한 젊음을 유지하던 피부가 주름살로 뒤덮일 정도였다. 

 

"아아, 천기석부나 혈적곡이라면 필히 백도의 보복이오. 그것도 모르고 냉월이라는 계집에게 속아 그만." 

 

그녀는 피눈물을 뚝뚝 떨구었다. 

 

"복수해야 합니다." 

 

"십구비위로 하여금 천기석부 쪽으로 방향을 돌리라 했습니다.

 

그리고 이십팔수를 혈적곡이란 곳으로 보내 모두 죽이라 했습니다." 

 

능설비의 뜻하지 아니한 사고를 전해 듣고 몰려든 마도의 인물들이 분노로 치를 떤다. 

 

"아아, 영주께 더 나쁜 일이 생기면 나는 할복자진할 겁니다." 

 

만화총관이 괴로워하자, 

 

"걱정마십시오. 오늘 안으로 열 곳에서 영약이 올 것입니다." 

 

"모래 경 만년삼왕(萬年蔘王)이 금조로 장백산에서 날려지기로 되어있기도 합니다." 

 

"신의란 신의를 모두 들이고 있습니다." 

 

만화총관이나 근처에 있는 사람이나 모두 능설비를 걱정하는 마음은 같은 것이었다. 

 

구명대의(救命大醫). 

 

그는 활선(活仙)이라 불리는 사람이었다.

 

 

그는 비전약방문으로 병으로 죽어가는 많은 사람을 구했다.

 

 

그는 언제나 청빈하게 살았다.

 

 

약 값으로 가난한 사람을 구했기 때문에 자신을 위해서는 장원 한 채 갖지 못한 것이었다.

 

 

그는 악주부사가 배려해 준 덕택으로 악주부사의 사택 뒤 죽림(竹林) 안에서 기거하며

 

오십 년을 그곳에서만 살았다. 

 

그런데 그가 어느날 홀연히 사라져 버렸다.

 

 

아주 갑자기. 대체 어디로 간 것일까?

 

 

사람들은 그가 사라지는 날 밤, 큰 수리 하나가 악주부의 장원 허공을 맴돌았다고 했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천상신선계(天上神仙界)에서 신조(神鳥)를 보내 그분을 모셔간 것이다." 

 

사람들은 그의장래를 위해 빌어주었다. 

 

수리 울음소리와 함께 사라진 의원(醫員)의 수는 구명대의 외에도 백여 명에 달했다.

 

 

관동제일의(管東第一醫) 신수자(神手子), 대별독의(大別毒醫) 독혈의(毒血醫) 등. 

 

의원들이 왜 사라지는지 사람들은 그 까닭을 알지 못했다. 

 

혈적곡은 핏물이 고인 듯하다 해서 이름 붙여진 곳이었다.

 

 

바람도 불지 않는 피안개 가득한 골짜기,

 

그곳은 오래 전부터 사람들의 출입이 끊긴 금지(禁地)였다.

 

 

그곳은 전진파(全眞派)가 관리하는 곳이기도 했다. 

 

'절대입금소(絶對入禁所)' 

 

계곡의 입구에는 오백여 년 전 세운 경고비가 있었다.

 

 

계곡의 안에는 독이 가득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감히 그 안으로 들지 못했다. 

 

밤이 이슥해질때였다. 

 

스스슥 혈적곡에 머물러 사는 유령의 무리들이 제 집을 찾아가는 것인가?

 

 

굳이 수를 따지자면 스물 여덟의 괴영이 피안개 속을 흐르듯 스치고 있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두 눈에서 흉흉한 독광을 뿌리는 괴인들이었다. 

 

"쳐라!" 

 

"보이는 대로 죽여라!" 

 

휘휙휙! 스물여덟의 괴인들은 거침없이 독무를 파괴하며 들어갔다.

 

 

그 바람에 오랫동안 침전해 있던 피안개가 스물스물 일어났다. 

 

"마종을 암습한 자는 나서라!" 

 

"자신도 없이 부르지는 않았겠지?" 

 

그들은 피안개보다도 짙은 혈심(血心)을 갖고 있었다. 

 

얼마를 들어갔을까? 

 

돌연 둥둥둥!

 

세 번의 북소리가 나더니, 

 

"시작하시오!" 

 

안개 속에서 아주 창노한 목소리가 들렸다. 

 

"저쪽이다!" 

 

"마도이십팔수를 아느냐?" 

 

무사들은 소리가 들린 방향을 향하여 스물여덟 개의 화살이 되어 폭사되었다. 

 

그런데 이게 웬 일인가?

 

 

혈무 속에서 무수한 그림자가 나타나며 나는 새라도 떨어뜨릴 것 같던

 

마도이십팔수의 대단하던 기세가 즉시 꺾이고 마는 것이 아닌가! 

 

"동(東) 백팔나한진(百八羅漢陣)!" 

 

선장(禪杖)을 든 승려고수 일백팔 명이 혈무를 뚫고 나타나 마도이십팔수의 앞길을 차단했다. 

 

거의 같은 순간, 

 

"서(西) 전진(全眞) 쇄월검진(碎月劍陣)!" 

 

서쪽에서도 싸늘한 검광이 일어나며 스스슥! 수십 명의 고수들이 검을 쳐들고 다가서기 시작했다.

 

 

그들은 땅 속에 숨어 있다가 모습을 드러낸 것이었다. 

 

"네놈들이 감히 마도이십팔수의 앞길을 가로막으려 하다니!" 

 

"으핫핫, 그 정도로는 어림없다!" 

 

"구마루의 절예를 알려 주겠다!" 

 

이십팔수도 결전을 치를 태세로 검을 뽑아 들었다.

 

 

하지만 백팔나한진과 쇄월검진은 더 이상 다가서지 않았다.

 

 

그들은 진세를 펼친 채 주위를 빙빙 돌 뿐이었다.

 

 

그러는 사이 회오리 바람이 일어나 혈무를 일으키는 가운데 두 패의 무사들이 다시 모습을 나타냈다. 

 

"태청풍뢰진!" 

 

"삼십육천강검진!" 

 

"칠십이지살진!" 

 

함성소리와 함께 수많은 도사들이 대거 절벽을 타고 내려왔다.

 

그들의 우두머리는 한 팔이 없는 노도사였다. 

 

태청혈우자(太淸血羽子). 

 

그는 죽은 태청백우자의 사제가 되는 사람으로 성격이 몹시 과격한 사람이었다.

 

 

그의 팔을 자른 사람은 바로 그의 사형 태청백우자였다.

 

 

혈우자는 그 이후 폐관에 들었다가 최근 사형의 복수를 위해 다시 강호에 뛰어든 것이었다. 

 

무당파의 검진은 역시 일품이었다.

 

 

그들이 나타나자 대번에 진세가 막강한 힘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또다시둥둥둥! 북소리를 울리며 다가서는 일단의 무사들이 있었다. 

 

"천기수호검진!" 

 

사상천군(四象天君)이 백 명의 고수를 이끌고 다가서고 있었다.

 

 

마도이십팔수는 진세에 의해 사방이 완전히 차단된 상태에 놓이게 되었다.

 

 

진세를 구축하고 있는 무사들은 하나같이 기라성 같은 고수들이었다. 

 

둥둥둥! 북소리가 혈무를 진동시키는 가운데 천기수호검진이 사대진(四大陣)의 주축이 되어 움직였다. 

 

"제길 단단히 걸렸다." 

 

"암기로 파괴하자. 일단 이곳을 나가야 한다." 

 

이십팔수는 네줄로 모이며 사로(四路)를 동시에 뚫기 시작했다.

 

 

그들은 유령 같은 몸놀림으로 한 번에 서른 가지의 암기를 쳐내는 정교한 솜씨를 자랑했다. 

 

그러나 그들은상상하지도 못 한 강한 암경을 느끼며 튕겨나야 했다. 

 

"대체 이럴 수가 진세가 마공을 분쇄(分碎)해 버리다니!" 

 

경악성을 흘리는 그들의 얼굴에는 불신의 표정이 역력했다.

 

 

마도이십팔수는 능설비에게서 새로운 수법을 많이 전수받은 바 있다.

 

 

그로 인해 무공이 전보다 막강해졌음이 사실이다.

 

 

그런데 지금은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것이었다. 

 

"너희들 우두머리가 쓰러졌음을 안다!" 

 

백도의 고수들은 다가서지 않고 진세만 더욱 배가시켰다.

 

 

그들은 간혹 절벽 위를 봤다.

 

 

피안개가 갈라진 지 오래, 그 사이로 보이는 절벽 위에는 여인 하나가 서서 깃발 네 개를 흔들고 있었다. 

 

태청(太淸)! 

 

쇄월영기(碎月令旗)! 

 

천기수호령기(天機守護令旗)! 

 

소림영기(少林令旗)! 

 

여인은 네 가지 깃발을 각기 다른 식으로 흔들었다.

 

 

그것은 절벽 아래 혈적곡 안에 있는 사람들과 이미 내통이 되어 있는 비밀 신호였다. 

 

여인은 몹시 아름다웠다.

 

 

그녀는 상복을 걸치고 있었다. 

 

'이십팔수의 수급을 잘라 당신의 고귀한 영령 앞에 바치렵니다.' 

 

여인은 피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대체 누구를 위한 눈물일까? 

 

여인이 있는 자리는 본래 쌍뇌천기자가 있어야 할 자리였다.

 

 

그가 죽고 없는 이상 그 자리는 천기미인 주설루가 맡아 지휘해야 했다.

 

 

지금 주설루는 불철주야 백도무림의 안녕을 위해 힘쓰다 뜻을 이루지 못하고

 

유명을 달리한 쌍뇌천기자를 위해 진한 눈물을 뿌리고 있는 것이었다. 

 

꽈르르릉! 혈적곡은 지진을 만난 듯 뒤흔들렸다. 

 

"으으, 실패다!" 

 

"이, 이럴 수가 우리들의 약점을 간파하고 있다니!" 

 

"누군가 우리들의 무공비밀에 대해 알고 있지 않고는 이러한 진세를 펼칠 수 없다!" 

 

마도이십팔수는 땀투성이가 되어 갔다.

 

 

두 눈에서 흉흉하게 뿜어내던 독광(毒光)은 흐트러졌고,

 

그들의 손에 쥐어진 독검에도 땀이 축축이 물들었다. 

 

같은 시각, 

 

무당산(武當山) 사라봉(射羅峰). 

 

"우!" 

 

악마가 부르짖는 듯한 칙칙한 장소성이 나며 휘이익! 어기비행(馭氣飛行)으로

 

허공을 날아가는 열아홉 개의 혈영(血影)이 보였다.

 

붉은 옷을 걸친 무사 열아홉 명이 한 줄로 날아가고 있는 것이었다. 

 

"모두 찢어 죽여 영주께서 당한 복수를 하자!" 

 

"철저히 파괴해 버려라!" 

 

열아홉 명은 모두 비슷한 속도로 달렸다.

 

 

하나같이 일파의 장문인(掌門人)을 능가하는 경공술인데,

 

특히 맨 앞에서 검은 머리를 날리고 있는 봉면여인의 몸놀림은 가장 능숙했다. 

 

그녀는 십구비위 중 일호인 혈견(血犬)이었다.

 

 

그녀가 피비린내를 맡기 위해 치달려 가는 것이었다. 

 

십구비위들은 모두 강했다.

 

 

벌써 닷새 째 한 숨의 휴식도 취하지 못한 상태였지만,

 

그들은 절대 피곤한 기색을 나타내지 않았다.

 

 

십구비위의 몸 안에는 퍼내도 퍼내도 마르지 않는 내공의 샘물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구마루가 그들에게 준 것이었다. 

 

얼마를 갔을까? 

 

산봉우리에서부터 도끼로 찍어낸 듯한 쩍 벌려진 협도(狹道)가 나타났다.

 

 

협도 가운데에는 장막이 있었다.

 

 

장막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적혀 있었다. 

 

'환영한다!' 

 

누가 썼을까?

 

십구비위가 다가설 때 쓴 듯 아직 먹물도 마르지 않았다.

 

 

누군가 분명 이들이 나타날 줄 알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찢어라!" 

 

일호(一號) 혈견이 두 눈에 핏발을 세우고 외치자, 한 사람이 검을 뽑아 내던졌다.

 

 

피이잉! 검은 비검분월(飛劍分月)의 절묘한 검초에 의해 허공을 갈랐다.

 

 

검은 장막을 찢고 나서 허공에서 방향을 틀었다. 

 

"호홋, 훌륭하다. 이제 그 솜씨로 백도인들의 목을 자르는 거다!" 

 

"와아아" 

 

"마종을 암살한 자가 있다니 철저히 복수해야 한다!" 

 

십구비위는 성난 야수와도 같이 몰려들어갔다. 

 

천기석부(天機石府)는 마풍에 의해 두 차례나 유린되는 것일까? 

 

일호는 가장 빨리 날아들었다.

 

 

천기석부 안은 텅빈 듯 보였다.

 

 

공성계(空城計)일까? 얼핏 보면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흥!" 

 

일호 혈견은 냉소 친 다음, 

 

"저쪽에서 살기가 난다. 각자 흩어져서 가보자." 

 

그녀는 육감으로 한 곳을 알아봤다.

 

 

그곳은 죽림(竹林)이었는데 어딘지 모르게 신령한 기운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었다.

 

 

십구비위는 능숙한 잠신술로 다가섰다.

 

 

그곳에는 진식이 펼쳐져 있었는데 어찌나 정교한지 피안개가 흐르는 것만 같았다. 

 

얼마를 갔을까?

 

 

갑자기 일호의 귀에만 들리는 전음이 들려왔다. 

 

"나를 따르겠느냐? 그러면 고개를 끄덕여라!" 

 

"아, 아니?" 

 

일호는 느닷없는 전음에 잠시 멈칫했다. 

 

그러자 다시 전음이 이어졌다. 

 

"훗훗 자, 내가 있는 곳으로 와라.

 

그러면 너는 나의 양녀가 되는 것이다. 너는 나를 존경하지 않느냐?" 

 

신비한 목소리는 일호를 유혹하는 목소리였다. 

 

"너는 쓰임새가 많은 아이다. 죽이고 싶지는 않다.

 

어서 내가 이끄는 대로 따라 오너라!" 

 

일호가 멈춰서서 신비한 전음을 듣고 있을 때,

 

일호를 제외한 십팔위는 모두 죽림 안으로 몸을 날려 들어갔다. 

 

일호는 서 있었다.

 

 

그녀는 느낌으로 한 사람이 있음을 알았다.

 

 

그리고 그가 누구인지도 곧 알 수 있었다.

 

 

그녀가 가장 무서워한 인물, 그리고 그녀가 오랫동안 경계해왔던 인물이었다. 

 

"죽, 죽지 않았군. 속임수였을 뿐이야. 그렇다면 내게 준 두루마리는?" 

 

그녀가 신음처럼 중얼거리자, 

 

"그렇다. 나는 단지 은신(隱身)을 했을 뿐이란다." 

 

누군가가 목소리로 자신을 밝혔다.

 

 

그는 바로 능설비마저도 죽은 줄로만 알고 있는 혈루대호법이었다. 

 

일호의 눈빛이갑자기 달라졌다.

 

 

그녀는 입술을 조금 달싹였다.

 

 

그녀의 입술 사이에서 떨리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더, 더러운 배신자! 일단 일을 처리한 다음 너를 죽인다!" 

 

일호가 침을 퉤에 뱉으며 욕설을 퍼붓자, 

 

"으으, 저 년이!" 

 

몸을 감추고 있는 혈루대호법이 이를 빠드득 갈았다. 

 

"호호홋, 나는 구마령주의 가장 믿음직스러운 부하이며 구마령주 앞에서만

 

옷을 벗는 특권을 지닌 일호 혈견이시다.

 

나는 주인을 해한 자들을 모두 물어뜯어 죽이기 위해 달려온 것이다." 

 

혈견 일호는 피구름덩이로 몸을 감싸며 죽림 안으로 날아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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