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지/실명대협

제29장 腹上의 暗手

오늘의 쉼터 2014. 6. 22. 18:46

제29장 腹上의 暗手

 

 

 

너른 방 안에서 다소곳이 앉아 능설비를 기다리고 있는 여인이 하나 있었다. 

 

냉월, 그녀가 비단옷을 걸친 채 의자에 그린 듯이 앉아 있는 것이었다. 

 

"흠!" 

 

능설비가 들어서며 가벼운 기침소리를 내자, 

 

"아!" 

 

시선을 떨구고앉아 있던 냉월이 돌팔매질에 날아가는 참새같이 후드득 몸을 일으켰다.

 

 

그녀는 능설비를 보고는 얼른 절을 했다. 

 

능설비는 그녀의 몸에서 일어나는 차가운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여인의 마음은 나를 거부하고 있다.' 

 

능설비는 여인의 마음을 간파하고는 쓰게 웃었다. 

 

'하지만 나는 그점이 마음에 들어 이 여인을 택한 것이다.' 

 

그는 냉월을 자세히 바라보았다.

 

 

냉월은 애써 그의 눈빛을 피했다.

 

 

단, 그녀는 이미 만화총관에게 단단히 훈계를 받은 듯 얼른 다가와서

 

능설비의 겉옷을 살며시 벗기기 시작했다.

 

 

그녀의 손은 꽤 길고 차가워 보였지만 매우 아름다웠다. 

 

'손끝이 떨리는군. 모든 것이 나 때문이겠지만 특히 나의 무엇 때문일까?' 

 

능설비는 오랜만에 매우 사소한 것에 신경을 썼다.

 

 

그러다가 갑자기 그는 냉월의 손목을 나꿔채듯 쥐었다. 

 

"으음!" 

 

냉월의 목이 순간적으로 움추러들며 눈빛이 파르르 떨렸다. 

 

"훗훗, 내가 두려우냐?" 

 

능설비가 차가운 냉소를 지으며 묻자 냉월은 얼른 고개를 저었다. 

 

"벙어리인가?" 

 

그 말에 냉월은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런 삶도 어느 땐 편할 때가 있으니까." 

 

능설비는 그렇게 말한 다음 침상에 벌렁 드러누웠다. 

 

냉월은 얼른 그의 옷을 잘 개어 탁자 곁 작은 나무책상 위에 올려 놓았다.

 

 

그녀는 몹시 얇은 옷을 걸치고 있어서 속살이 훤히 들여다 보였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젖무덤이 파도를 치고 희멀건 둔부가 차가운 느낌으로 흔들렸다. 

 

정말 왜일까?

 

 

그녀에게서는 육감적인 것이 느껴지지 않았다. 

 

"너는 매우 차구나." 

 

능설비가 침상에 팔베개를 하고 누워 그녀를 보며 말하자 냉월은 수줍은 듯 볼을 붉힌다. 

 

능설비는 방의한쪽 벽에 시선을 던졌다.

 

 

벽에는 털방석이 매달려 있는데 거기에는 난초 한 뿌리가 자라는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너는 난초다. 그 중에서도 한란(寒蘭)이 제격이리라." 

 

능설비는 냉월을 난초에 비유했다.

 

순간 냉월은 얼른 눈길을 돌리는데, 그런 동작이 주는 느낌이 아주 차가웠다. 

 

'냉염함이 가슴을 베는 듯하다.' 

 

능설비는 냉월의 모습을 또 한 번 찬찬히 살폈다.

 

 

능설비의 눈에 비친 그녀의 아름다움은 완전(完全)에 가까운 절대미(絶代美)였다.

 

 

그녀의 몸 어느 한부분도 더 이상 고칠 것이 없는 모습이었다.

 

 

코는 오똑해도 좋은 한도까지 오똑했고 입술은 아름다울 수 있는 한 아름다웠다.

 

 

선(線)이라기보다 각(角)의 미인이었다.

 

 

그러기에 능설비와 같은 마음이 냉정한 사람이 좋아할 수 있는 여인이 아닐까? 

 

냉월은 얇은 옷가지를 벗겨내고 있었다. 

 

능설비는 갑자기 나체(裸體)가 드러난다는 것이 싫다 여겼다. 

 

"옷을 벗지 마라." 

 

" ?" 

 

능설비의 갑작스런 말에 냉월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녀의 젖가슴이 팔닥거리는 모양을 보아 저으기 당황한 눈치였다. 

 

그 모습을 보고는 능설비가 피식 실소를 머금었다. 

 

"어지간히 놀란 모양이군. 하지만 나는 색마가 아니니 안심해도 좋다." 

 

능설비는 냉월을 가까이 불러앉혀 그녀의 어깨에 가볍게 손을 얹었다. 

 

'오늘 이 순간만은 구마령주가 아니고 싶다.

 

 

이 여인과 더불어 무엇이든 꼬박 밤을 새우며 이야기하고 싶다.' 

 

능설비의 표정이 몹시 부드러워졌다.

 

 

그의 얼굴은 실로 아름다운 얼굴이었다.

 

 

여장을 시킨다면 냉월의 뺨을 칠 정도로 아름다운 얼굴이 될 것이다. 

 

하긴 그의 모친은 젊었을 때 미색 하나만으로 천하를 온통 들썩이던 여인이었다.

 

 

그녀가 만에 하나 고관(高官)과 결혼했다면 능설비는 태어나지 않았으리라. 

 

난유향(蘭幽香)은 방랑벽이 심한 여인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바람(風) 같은 사람을 낭군으로 맞이했던 것이다.

 

 

그녀를 멀리 실어 보내 줄 바람을 . 

 

그 바람은 바로 능은한(陵銀漢)이란 사람이었다.

 

 

문사(文士)인 능은한은 무공을 숨기고 사는 사람이었다.

 

 

그는 난유향을 안고 청해(靑海)로 갔다.

 

 

그리고 지금 그들을 부모로 여기지도 않는 사람 하나가

 

그들의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빼어닮은 모습으로 세상에 나와 있는 것이었다. 

 

이슬이 촉촉히내려앉는 야심한 밤이다.

 

 

밖에는 냉월을 닮은 차가운 달이 떠 있으리라. 

 

능설비는 시간이 가는 줄도 몰랐다.

 

 

그는 냉월을 맞은편에 앉혀놓고 옥소(玉簫)를 손에 들었다.

 

 

능설비는 괜스레 아름다운 곡조를 불고 싶었다.

 

 

그의 입술에 옥소가 닿는가 싶자 청아한 가락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삘릴릴리 삘릴리 . 구성지게 흐르는 피리소리에 달도 취해 휘청일 것만 같았다. 

 

냉월은 그의 피리소리에 크게 놀라워했다.

 

 

그것은 신품(神品)의 피리소리였다.

 

 

전능(全能)하게 가르침 받은 능설비의 피리는 그의 무수한 재주 중에서도 일품이 되는 것이었다. 

 

냉월은 피리소리에 취하다가 갑자기 몸을 한차례 떨었다. 

 

'내, 내가 한낱 피리소리에 취하다니 마소(魔簫)다!' 

 

그녀는 피리소리에 취해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는 흠칫 몸을 떨었다.

 

 

순간 꿈을 꾸는 듯 아련하게 물들어 있던 눈에서 한광(寒光)이 반짝였다. 

 

피리가락은 오래도록 계속이 되었다.

 

 

능설비는 이대로 밤을 지내고 싶은 듯 계속 피리만 불었다. 

 

이경(二更) 무렵이 되자 바람이 몹시 심하게 부는 듯 창이 흔들렸다. 

 

이곳은 화원 안의 장소였다. 

 

능설비는 지하석부에서 지내기를 싫어했다.

 

 

그래서 아름다운 화원 안의 집에 침소를 지은 것이었다.

 

 

수많은 매복이 그를 지키고 있는 중이었다.

 

 

그들은 모두 능설비의 피리소리에 취한 상태였다.

 

 

모두 피리소리에 이끌려 감탄하는데, 단 한 사람 만화총관만은 못내 초조한지 발을 동동 굴렀다. 

 

'오늘 밤도 실패인가? 아아 냉월이라는 아이만은 꼭 영주를 기쁘게 할 줄 알았는데." 

 

만화총관은 충성심이 대단한 여인이었다.

 

 

그녀는 능설비의 즐거움이 곧 자신의 즐거움처럼 여기는 정도로 지극한 충성심을 갖고 있었다. 

 

피리소리가 밤의 아스라한 안개처럼 정적 속을 흐른다. 

 

"으음!" 

 

가만히 피리소리를 듣고 있던 냉월이 갑자기 몸을 일으켰다. 

 

능설비가 눈길을 들어 그녀를 바라보자 냉월이 갑자기 옷을 벗으며 팔다리를 놀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멋들어진 춤 사위를 연출해 내기 시작했다.

 

 

선녀무(仙女舞) 그녀의 춤 솜씨는 능설비의 피리소리 정도로 화려했다.

 

 

부드러운 손이 흔들리며 무수한 환상이 나타난다.

 

화려한 춤 사위에 따라 피리소리도 기교를 더해갔다.

 

 

능설비는 꽃(花)되고, 냉월은 나비가 되어 훨훨 날아다녔다. 

 

"으으음!" 

 

냉월은 나지막한 신음소리로 박자를 맞췄다.

 

목소리는 아니나 그 뜻은 있었다. 

 

그녀는 온몸으로 말하는 것이었다.

 

그것은 말로 말하는 것보다도 지극한 뜻을 나타낸다. 

 

"으음!" 

 

그녀는 온갖 향기를 뿌리며 능설비 곁으로 다가섰다.

 

 

향긋한 체향이 능설비의 예민한 후각을 자극했다. 

 

능설비의 피리소리는 계속되고 있었다.

 

 

그러나 그 가락은 이미 제 곡조에서 벗어난 상태였다.

 

 

즉흥적으로 부는 아름다운 가락은 춤과 잘 어울렸다.

 

 

흔들거리는 여인의 몸과 가락을 따라 촛불이 따라 춤을 추었다. 

 

한순간 피리소리와 춤 동작이 멈췄다. 

 

냉월은 둥그스름한 달이 산마루에 가라앉듯 능설비의 무릎 위에 앉아 있었다.

 

 

피리는 융단 위에 떨어진 후였다. 

 

"곱다, 참 곱구나!" 

 

능설비는 냉월의 허리어림을 쓰다듬었다. 

 

방 밖에서 엿듣던 만화총관은 피리소리가 끊기자 쾌재를 불렀다. 

 

'호호, 이제야 영주가 여색을 알게 되는군.' 

 

그녀는 몹시 기뻐하며 방 안에 모든 청각을 집중시켰다. 

 

"아아!" 

 

방 안에서는 냉월의 숨소리가 점점 뜨겁게 고조되고 있었다.

 

 

능설비의 손이 그녀의 투명한 피부를 스칠 때마다 그녀는 몸을 교태롭게 틀고 있었다.

 

 

세상 무엇에도 누그러들지 않을 것 같던 냉염한 그녀였건만 지금의 눈빛은 모든 것을 태울듯이 뜨거웠다.

 

 

냉월은 어떤 방중술사(房中術士)보다도 능수능란하게 전신을 뒤틀며 능설비의 손길을 유혹했다. 

 

능설비의 손은그녀의 가슴으로 올라갔다.

 

거기에는 덥썩 거머쥐어도 다 잡히지 않는 젖무덤이 솟아 있었다.

 

 

능설비의 손바닥 가운데 앵두빛의 작고 투명한 유두가 걸리자, 

 

"으으음!" 

 

냉월은 한차례짧은 환희의 전율을 보이더니 땀을 흘리기 시작했다. 

 

능설비의 손은점점 밑으로 내려갔다.

 

 

원초적인 손짓 그는 무엇인가를 찾고 있었다.

 

 

그가 모르는 아주 사랑스러운 것, 그리고 무엇인가에 의해 알아야 하는 인간다운 것!

 

 

사랑이라고 이름 붙이기 이전에 있는 어떤 동물적인 마음이리라.

 

모든 것의 탈을 벗은 최초의 생각이랄까?

 

 

그는 수풀 속으로 손을 밀어 넣었다. 

 

"흐윽!" 

 

냉월의 입술 사이를 비집고 뜨거운 숨소리가 새어나왔다.

 

 

그리고는 벼락을 맞은 것처럼 전신을 세차게 떨었다. 

 

능설비의 손놀림에 따라 냉월은 몇 번이고 환희의 꽃망울을 터뜨렷다.

 

 

뜨거운 바람이 두 사람 사이를 휘몰아쳤다.

 

 

능설비는 그녀를 애무하다가 벌겋게 단 쇳조각같이 되었다.

 

 

그는 냉월의 부드러운 젖가슴을 애무하고 있었다. 

 

'눕히고 싶다.' 

 

능설비는 솟구치는 욕구에 그녀의 몸을 번쩍 안아 들었다.

 

 

냉월은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능설비가 하는 대로 그녀의 몸을 맡겼다.

 

 

그는 일부러 창가로 갔다.

 

 

능설비가 다가가자 창이 절로 열리며 교교한 월광이 창을 타고 방 안으로 뿌려졌다. 

 

"으으음!" 

 

냉월은 두 팔을 능설비의 목에 걸고 황홀한 달빛에 흠뻑 취해 있었다.

 

 

그녀의 심장이 유독 빨리 뛰고 있었다. 

 

능설비가 망설임 없이 냉월의 몸을 탐하기 시작하자 그녀는 흐느끼는 소리를 내기 시작햇다.

 

 

두 사람은 함께 달빛 속으로 들어갔다.

 

땀으로 젖는 능설비의 잔등이 고기 비늘이 빛나듯 번들거렸다. 

 

냉월의 숨소리가 최고조에 달하기 시작했다.

 

 

능설비는 그 소리에 빠지는 듯 몸을 저돌적으로 움직였다.

 

 

그는 달아오를 대로 달아올랐다. 

 

"으으음!" 

 

"아아!" 

 

한순간 절정(絶頂)의 통렬함이 능설비의 뇌를 덮친다.

 

 

능설비는 강호에 나와 처음이라 할 정도로 자신을 잊고 있었다.

 

 

그는 지금 무아상태였다. 

 

냉월의 몸은 능설비의 가슴 속에서 녹아버린 듯했다.

 

 

더욱더 취하고픈 갈증이 그녀의 몸을 더욱 뜨겁게 달구었다. 

 

능설비는 채워지지 않는 무엇인가를 느꼈다.

 

 

그러나 움직임은 멈춰지지 않았다.

 

 

그는 여전히 굶주린 야수였다.

 

 

냉월은 그것을 아는 듯 더욱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달빛 속의 두 사람 흥건한 땀에 흠뻑 젖어들었다. 

 

어느 한순간 휘이익! 바람이 강하게 부는가 싶더니 방 안이 어두워졌다.

 

 

바람이 구름을 움직이게 했을까?

 

 

달이 검은 구름 속으로 숨어들며 빛을 잃은 것이었다. 

 

바로 그 찰나, 

 

"하아앗!" 

 

냉월이 숨을 들이마셨다가는 기합소리를 토하며 이를 악물었다.

 

 

거의 동시에 냉월의 뱃가죽을 뚫고 나와 능설비의 기해단전(氣海丹田)으로 파고드는

 

어떤 화끈한 것이 있었다. 

 

"우욱!" 

 

능설비는 묵직한 신음소리와 함께 배에서 피를 토하며 벌렁 나뒹굴었다. 

 

"죽, 죽이겠다!" 

 

냉월은 벌떡 일어나 능설비의 가슴에 일장을 가했다.

 

 

펑! 하는 소리와 함께 능설비의 표정이 극도로 일그러졌다. 

 

"으으 네, 네가 자객(刺客)이었더란 말이냐?" 

 

능설비는 불신의 표정으로 외치며 창가로 굴러갔다.

 

 

쿵!

 

소리를 내며 그가 벽에 머리를 부딪혔다.

 

 

모든 것이 순간적이었다. 

 

능설비가 불의의 암습을 받고 의식을 잃어갈 때, 밖에서 엿듣고 있던

 

만화총관이 사색이 된 얼굴로 방문을 박차며 뛰쳐 들어왔다. 

 

"이 계집, 네년이 감히!" 

 

그녀는 득달같이 달려들어 냉월의 뺨을 호되게 후려 갈겼다.

 

 

사정을 두지 않고 휘두른 손놀림이라 냉월의 입술이 터지며 고개가 홱 돌아갔다. 

 

그러나 냉월은오히려 실성한 사람처럼 웃음을 터트렸다. 

 

"호호, 이제 되었다. 원수를 갚았으니 나는 죽어도 여한이 없다. 호호호호홋!" 

 

그녀의 흐드러진 웃음소리가 달빛을 타고 꿈결처럼 퍼져 나갔다. 

 

만화총관은 전신을 부들부들 떨며 능설비의 곁으로 다가갔다.

 

 

능설비는 흥건한 핏물 속에 조용히 드러누워 있었다.

 

 

상처는 창자가 밖으로 나올 정도로 치명적이었다.

 

 

그곳으로부터 더운 피가 뭉클뭉클 쏟아져 나오는데 배가 불룩거리는 것을 보아

 

능설비는 아직 죽지 않은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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