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장 幕後의 對決
쪽지를 펼쳐보는 뇌전신개의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쪽지의 안에는 다음과 같은 글귀가 적혀 있었다.
'구백 대항마복룡진을 펼치려거든 장소를 낙양의 아래로 하라.
나의 거처가 그 근처인지라 다른 장소에 가자면 귀찮으니
나의 거처 근처에 최후의 도박판을 벌이라는 것이다.'
아주 간단한 글귀였다.
하지만 뇌전신개의 심경은 달랐다.
'이럴 수가 나의 심중을 알아보다니. 그자는 대체 어떤 자란 말인가?'
뇌전신개가 넋을 잃을 때 주설루가 곁에서 그것을 힐끗 보며 입을 열었다.
"그렇게 하실 작정이신가요?"
"으으음!"
뇌전신개는 대답대신 침음성을 흘렸다.
"신개는 가장 많은 사람을 부를 수 있는 지위에 계십니다.
대항마복룡진은 신개의 뜻에 따라 펼쳐질 것입니다.
그러나 소녀의 생각으로는 조금 더 두고 보았다가
그것을 펼치시는 것이 옳지 않은가 생각됩니다.
곤륜과 소요문하(逍遙門下)를 비롯한 제파에서 복수를 준비하고 있다하니
그것이 확정된 후 함께 행동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주설루가 간곡히 말하자 뇌전신개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오, 이 일은 나의 명예가 걸린 일이오.
나는 놈의 도전에 응할 것이고 그 일은 소림사와 개방,
그리고 무산신녀곡 화소곡주(華少谷主)를 비롯한 몇몇 사람의 일이지 무림전체의 일은 아니오.
쌍뇌천기자의 후예이신 주소저는 지금 복수하기보다 수련을 더해 십 년이고 이십 년이고
먼 훗날 놈에게 복수하는 길을 찾아보도록 하시오."
"방주, 소녀 또한 구마령주에게 죽은 신녀곡주 휘하에서 자란 여인임을 모르십니까?"
"낭자는 그렇게 여길지 모르나 나는 다르게 보고 있소. 낭자는 철부지일 뿐이오.
듣자니 구마령주가 천기석부를 무너뜨린 장본인이라 하지 않소?"
뇌전신개가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자 주설루는 약간 당황한 모습을 보였다.
"그, 그렇지 않습니다."
"흥, 신녀곡을 조롱한 자가 구유회혼자 행세를 하고 천기석부로 갔다는 것을 아오!"
뇌전신개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아, 아닙니다. 그분은 구마령주가 아닙니다."
"흥, 낭자는 바로 쌍뇌천기자를 죽게 한 장본인이오."
" !"
주설루는 뇌전신개의 반박에 할 말을 잃었다.
그가 구마령주였다면 이분의 말은 맞는 말이다.
주설루는 그제서야 백도명숙들이 자신을 비웃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주설루는 구마령주를 천기석부 심장부로 안내한 장본인이었다.
그것이 암중에 소문나 여제갈(女諸葛) 주설루에게 낭패를 주고 있는 것이었다.
"낭자는 수양을 더 하는 게 좋을 것이오."
뇌전신개는 수염을 빳빳이 세우며 말하다가 뒤돌아섰다.
"개방을 당분간 봉파(封派)하라고 천하 모든 분타(分舵)에 알려라!"
그는 수하들에게 명을 내린 다음 위로 날아올랐다.
노을이 핏빛처럼 산야(山野)에 뿌려지고 있을 무렵이었다.
개봉을 떠난 능설비는 낙양성 근처에 이르러 풍경을 감상하고 있었다.
그는 본래의 얼굴을 하고 있지 않았다.
그는 문사의 얼굴을 하고서 이곳 저곳을 구경하고 다녔다.
반 시진 후, 그는 닫히기 직전인 성문(城門)을 통해 낙양성 안으로 들어갔다.
만리대표행의 문앞에서 무사들이 서성이고 있다가 능설비가 다가서는 것을 보고
주루루 나와서 능설비 앞을 가로막았다.
"당분간 표물을 받지 않습니다."
"근처의 진무표국이나 태천표행에 가서 표물을 맡기시도록 하시지요."
그들의 말은 정중했으나 거절의 뜻을 분명히 했다.
"쯧쯧, 나는 꼭 여기에 물건을 맡겨야겠네."
능설비는 혀를차며 자신의 뜻을 굽히려 들지 않았다. 그는 대체 무슨 속셈일까?
만리대표행 사람들은 구마령주가 이곳으로 돌아온다는 말을 듣고
그를 마중하기에 여념이 없는 상태였다.
한데 능설비는 다른 사람 행세를 하고 있으니.
"나는 장백산(長白山)에서 왔네. 귀한 모피를 많이 갖고 있고 화적 떼가
그것에 침을 흘리고 있어서 그것을 금릉(金陵)까지 무사히 옮기고 싶어 여기까지 왔다네."
능설비가 무사들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 안으로 걸음을 내디디려 하자,
"들어갈 수 없소!"
"굳이 권하는 술을 마다하고 벌주를 마시겠단 말이오?"
무사들이 눈에쌍심지를 곤두세웠다.
능설비의 눈살이 가볍게 찌푸려졌다.
"고약한 자들이로군?"
그는 말과 함께 다짜고짜 쌍장을 흔들어댔다.
낙화추영장법(落花追影掌法)이란 화산의 비전수법이 시전되며 어지러운 손그림자가
꽃비 뿌리듯 뿌려졌다.
"어이쿠!"
"이 자가 소란을 부리다니!"
무사들이 능설비의 장법에 격타당해 휘청일 때 능설비는 천마행공(天馬行空)으로
훌훌 날아올라 만리대표행의 담을 넘었다.
"잡아라!"
"놓치면 아니 된다. 조금 후에 그분이 오시는데 소란이 있어서는 아니 된다!"
무사들이 분분히 소리치며 능설비가 사라진 방향을 향해 뒤쫓기 시작했다.
침입자가 있다는 제보에 따라 만리대표행에 펼쳐진 천라지망이 더욱 견고해졌다.
대주천마영진세(大週天魔影陣勢)에 이어지는 삼십육마라진(三十六魔羅陣)의 두 가지
진세가 능설비를 에워쌌을 때,
능설비는 거침없이 일위도강(一葦渡江)을 시전해 안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그는 자신의 거소가 있는 죽림(竹林) 앞에 이르러 몸을 세웠다.
백여 명의 젊은 무부(武夫)들이 손에 독검을 들고 그를 막아서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후훗, 제법인데?"
능설비는 그의앞을 가로막고 선 마도고수들을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항복하지 않으면 십 초 안에 죽는다!"
"오지 않을 곳에 와서 보지 못할 것을 보았다!"
무부들이 두 눈에서 칼날 같은 살기를 뿜으며 점차 능설비와의 간격을 좁혀 들었다.
그때였다.
"멍청이들, 그분을 몰라보다니!"
허공에서 창노한 음성이 들리더니 한 사람이 장내로 표표히 떨어져 내렸다.
만리총관이 시뻘건 얼굴을 하고 떨어져 내리는 것이었다.
무사들은 그제서야 능설비를 알아보고 오체투지했다.
"몰라뵈어 죄송합니다!"
"죽여주십시오, 영주!"
그들이 머리를조아리며 백배 사죄할 때 능설비는 이미 죽림 안으로 들어가고 없었다.
능설비는 아주거대한 태사의(太師椅) 위에 금색면구로 얼굴을 가리고 앉아 있었다.
그 앞에는 만리총관이 엎드려 있었다.
"죄송합니다. 수하들을 잘못 가르쳐서."
그가 비오듯 땀을 흘리자 능설비가 빙긋 웃으며 말을 했다.
"아니오. 그들의 수비는 내 기대 이상이었소."
"예엣?"
"후훗, 나는 이곳 만리대표행의 수비를 시험하기 위해 역용하고 온 것이 아니오."
"그렇다면?"
"나는 본시 아침에 올 예정이었소."
"그, 그렇습지요.
속하는 줄곧 영주를 찾아다녔습니다만 찾지 못하고 애를 태우고 있던 참이었습니다."
"흠, 나는 만리대총관이 나를 찾아내는가 못하는 가를 시험하려 반 시진 전에야 이곳에 왔소."
"죄송합니다."
만리총관이 얼굴을 붉히며 재차 고개를 조아리자 능설비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기대한 바대로요. 실망도 없소."
"예?"
"구마루의 수련이 지독한 덕에 아무도 나를 찾지 못할 정도로 교활하게 움직이는 자가 되었단 말이오."
능설비의 속셈은 대체 무엇일까? 만리총관이 결국 그 뜻을 헤아릴 길이 없어 그것을 물었다.
"제가 영주를 찾았다면 무엇이 달라지는지요?"
"후훗, 나를 찾았다면 나는 총관에게 한 가지 특명을 내렸을 것이오."
"어떤 것인지요?"
"나를 찾아낼 정도라면 내가 찾고자 하는 한 사람을 찾아낼 것이오.
나는 총관이 그 눈을 갖고 있으리라 믿었는데 갖지 못했던 것이오.
결국 그런 눈은 나한테만 있는 것이고,
그 일을 할 사람 또한 나 한 사람뿐이라는 것이 밝혀진 것이오."
"대, 대체 누구를?"
만리총관이 의아해 하자,
"아주 오래 전부터 나의 가장 큰 적이 되었던 자가 있소.
그 자는 나도 알고 만리총관도 아오.
그러나 나를 찾지 못했듯 그자를 찾아내지 못할 것이오."
" ?"
"결국 그 자는 내 스스로 찾아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오늘의 놀이에서 밝혀지게 된 것이라오."
능설비의 말대로라면 묘한 술래잡기가 아닌가?
능설비는 숨어 다녔고 만리총관은 그를 찾아 다녔었다.
만리총관은 능설비가 만리표행 한가운데까지 왔을 때에야 그를 알아보았다.
매우 간단하다면 간단한 일이었지만 능설비는 이번 일로 인해 조그만 실망감을 맛보았던 것이다.
그는 얼굴 하나를 기억해냈다.
'나에게 잠신술을 가르친 자 단 한 번 내 앞에서 비굴해진 다음 도망가 버린 자
그 순간이 아닌 모든 순간에서는 나를 죽이려 했던 자!'
능설비는 주먹을 힘껏 거머쥐었다.
그는 혈루대호법(血淚大護法)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는 그자를 잊지 않고 있었다.
쌍뇌천기자가 죽은 후 능설비의 진짜 마음 속의 적은 혈루대호법이었다.
그는 자결할 자가 아니다.
그가 나를 알듯 나도 그를 알고 있다.
그는 숨어서 기회만 노리고 있다.
능설비는 만리총관을 바라보았다.
충성심이 강한 흑도의 거마임에는 틀림없으나 그에게는 능설비가 바라는 분별력은 없었다.
'이 사람에게 혈루대호법이 어디에 숨어 있는지 알아보라 한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그와의 싸움은 나 혼자만의 싸움인 것이다.
나는 이제야 그것을 완전히 깨달았다.'
능설비는 눈을스르르 감았다.
가슴 저 밑바닥으로부터 뜨거운 무엇인가가 치밀고 올라옴을 느꼈다.
그것은 자신감이었다.
'나는 이길 자신이 있다!'
어느새 그의 입가에는 오만한 웃음이 드리워졌다.
아담한 석실 안이다.
허름한 옷을 걸친 노도사가 향차(香茶)를 마시며 운을 떼고 있었다.
"뇌전신개는 몰살극을 벌이고 있는 것입니다."
"아아, 저도 그것을 알기에 지난 밤을 걱정으로 설쳤습니다, 운리신군."
탁자 맞은편에는 맛있는 차를 그냥 식히며 걱정에 걱정을 거듭하고 있는 아주 아름다운 여인이 있었다.
바로 주설루였다.
"그 일에는 끼어들지 마십시오.
천기수호대를 낙양으로 보냈다는 것을 압니다.
그들을 급히 부르십시오."
운리신군은 무겁게 표정을 굳히며 주설루에게 충고를 했다.
주설루는 그의의중을 알지 못하겠다는 듯 되물었다.
"왜요? 큰 도움이 될 텐데?"
"힘을 분산시키는 것밖에 되지 않습니다. 죽는 자는 죽게 나둬야 합니다.
아시겠습니까?"
" ."
"싸움에는 희생이 있기 마련입니다.
천하 사람 중 한 사람도 죽지 않을 수는 없습니다."
"아아!"
주설루는 운리신군의 말을 듣고 탄식해 마지 않았다.
운리신군은 뜨거운 차를 훌훌 불어 마시며 말을 이었다.
"중요한 것은 대권(大權)을 쥐는 일입니다. 뇌전신개가 죽는 것은
어찌 생각하면 바람직한 일입니다."
"그, 그럴 리가!"
주설루는 흠칫몸을 떨었다. 운리신군의 말이 너무도 냉혹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조용히 웃으며 말을 이었다.
"후훗, 그는 구시대의 세력 판도에 젖은 사람입니다.
그는 공이 많은 사람이나 결국 고집으로 인해 많은 사람을 죽이고 자신마저 죽을 것입니다."
운리신군은 대세를 냉철하게 꿰뚫어 보고 있었다.
주설루는 그의 날카로운 안목에 할 말을 잊었다.
운리신군은 향차를 다 마신 다음 말했다.
"우선 구마령주란 자가 방심해야 합니다.
그 일은 뇌전신개의 죽음에서 시작될 것입니다.
비정(非情)하나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구마령주는 정말 강한 자이기에 방심하기 전에는 당할 수가 없습니다."
"어떻게 해야 그 자를 죽일 수 있나요?"
주설루가 진중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 자를 다치게 해야 합니다. 그 자가 운기행공에 들게 한 다음
그 사이 그의 수하들 중 괴수급을 잡는 것입니다."
" !"
"그 다음은 아주 쉽습니다.
천기석부에 무저갱(無底坑)이란
훌륭한 금마부(禁魔府)가 미완성 상태로 있음을 저는 알고 있소이다."
"아 그것마저 알고 계시다니!"
"헛헛!"
운리신군은 크게 웃으며 차 한 잔을 더 따라마셨다.
주설루는 곰곰히 궁리하다가 마지막 대책을 물었다.
"그를 어떻게 할 수 있는지요?"
"길은 하나뿐이오. 그 자의 배를 노리는 것이오."
"배라구요?"
"구마령주의 머리는 결코 암습당하지 않소.
그러나 배는 더러운 창자가 그득한 야수의 배와 다를 바 없소."
"무슨 뜻인지요?"
주설루가 의아해 하며 묻자 운리신군은 선선히 답했다.
"낭자가 아는 가장 어여쁜 여인 하나를 십 일 안으로 구하시오.
그때 계략을 모두 이야기해 드리리다."
운리신군은 얼핏보면 멍해 보이는 늙은이에 불과했다.
그러나 그는 읽은 책의 수에 있어 주설루의 몇 배라는 것이 이미 입증이 된 사람이었다.
바둑을 둬도 운리신군이 이겼다.
진법(陣法)을 치고 푸는 내기를 해도 운리신군이 이겼다.
'사부께서 살아나기 전에는 이분을 능가할 사람이 없다.'
주설루는 그렇게 단정지으며 눈을 내리감았다.
고도(古都) 낙양(洛陽)에 때아닌 대풍운(大風雲)이 일기 시작했다.
주루마다 객잔(客棧)마다 살기가 넘쳤다.
상복(喪服)을 걸치고 허리에 검은 띠를 매어 조의를 표하고 있는 백도고수들이
대거 낙양성으로 몰려들었다.
그들은 지나치는 모든 사람들을 잔혹한 눈빛으로 쏘아봤다.
얼굴이 흉악하게 생긴 파락호(破落戶)들,
신비한 구석이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들,
그들 모두는 괜히 겁을 집어먹고 자라처럼 목을 꾹 눌러 감춰야 했다.
대체 무슨 일일까?
갑자기 왜 사람들이 살기어린 눈동자를 하고 나타나 낙양성을
이잡듯이 뒤지고 다닌단 말인가?
봄날의 밤,
서산에 해지고사방에 바람이 차갑다.
달 비치는 개울가에 밤은 깊은데,
성 안 등잔불만 외로이 타고 있다.
한 편의 시구라도 읊조리고 싶은 낙양성의 밤이건만 갑자기 불어닥친
대풍운으로 말미암아 평화로움이 깨지고 말았다.
띠이이잉!
한 가닥 금음이 바람결을 타고 성 밖에서 들려왔다.
그 소리가 마(魔)의 바람을 일으켰다.
오랫동안 절전되었던 천마금성이 잠을 설치고 있던 정파고수들을 일깨운 것이었다.
"마의 금음이다! 놈이 부르고 있다!"
"때가 되었다. 놈이 나타났다. 이런 금음은 절대고수가 아니면 시전할 수 없는 것이다."
"모두 예정된 대로 모이라는 신개의 명이다!"
얼핏보면 무질서하나 사실은 아주 정연한 방위(方位)에 따라 몸을 멈추고 있던
고수들이 일시에 몸을 날렸다.
휘휙휙!
제일 먼저 몸을 날리는 사람들은 소림사의 승려들이었다.
그들은 거추장스러운 변복과 머리수건을 훌훌 벗어 던지고 성 밖으로 날아올랐다.
뒤이어 개방의고수들,
그리고 며칠 전 구마령주의 부하들에게 크게 당해 구마령주에게
이를 갈고 있는 정대문파 사람들이 속속 뒤따랐다.
낙양성 밖의 너른 평야 가운데 두 사람이 있었다.
한 사람은 찬 이슬이 싫은 듯 두툼한 황금 포단을 깔아놓고 앉아 귀하디 귀한
보금(寶琴) 하나를 무릎 위에 놓고 튕기고 있는 금면인(金面人)이었고,
그 뒤에는 보검(寶劍) 세 자루를 품에 안고 시립한 은면인(銀面人)이 있었다.
띠잉 띵.
금음이 한가롭게 퍼질 때마다 바람이 불며 두 사람의 뒷쪽에 꽂혀 있는 깃대에서 깃발이 펄럭였다.
그것은 방금 전 은면인이 갖고와 꽂은 깃대였다.
거기에는 금색 깃발이 걸려 나부끼고 있었고, 깃발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적혀 있었다.
'오호라, 통제로세. 구백인총(九百人塚)을 세우는 심정이여!'
무덤이라니?
근처 어디를 봐도 무덤 비슷한 것도 보이지 않는다.
무덤이라면 의당 북망산(北邙山)이 생각나는 법인데 무덤 같은 것은 눈을 씻고 보아도 찾을 수가 없었다.
띠잉, 띵! 금음이 곡조에 따라 튕겨지는 가운데,
"동청룡(東靑龍)!"
"서백호(西白虎)!"
"남주작(南朱雀)!"
"북현무(北玄武)!"
사상방위(四象方位)로 각 일백 명(一百名)씩의 백도고수들이 금면인과 은면인을 에워싸며 다가섰다.
그 뒤를 이어,
"육합(六合)이 검(劍)에 가려지고!"
"삼재(三才)가 퇴로를 막는다!"
"삼재 뒤에 구궁팔괘(九宮八卦)로 최악의 경우라도 동귀어진(同歸於盡)되리라!"
또다시 수많은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앞선 사람은 은빛 수염을 바람에 휘날리고 있는 노화자인데
그의 허리에는 매듭이 열 개되는 자루 하나가 매달려 있고, 철호도 하나 달려 있었다.
그것은 개방 십결제자(十結弟子)를 뜻하는 신물이었다.
당세에 있어 그런 사람은 단 하나뿐이었다.
바로 뇌전신개가 그 장본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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