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지/무흔검(無痕劍)

60. 허무표묘(虛無漂渺)

오늘의 쉼터 2014. 6. 21. 14:46

60. 허무표묘(虛無漂渺)

 

 

때는 삼경 무렵-.

 

선하령(仙霞嶺)은 몸을 움츠린 고양이처럼 어둠 속에 잠겨 있었고

그곳을 중심으로 하여 양쪽으로 끝없이 펼쳐진 산맥은 살기로 충만되어 있는 것 같았다.

여인의 눈썹만큼이나 가느다란 초승달도 먹구름에 가려서 대지는 그저 칠흑같이 캄캄하기만 했다.

이 때 불현듯 두 줄기의 검은 물체가 절벽 사이의 나온 나뭇가지를 밟으며 시위를 벗어난 화살처럼

눈 깜박할 사이에 선하령 위로 치솟아 오르는 것이 아닌가.

바로 두 줄기의 인영이 선하령 위에 올라서서 주위를 한 번 두리번거리는 순간 맞은편에서

적막을 깨는 싸늘한 고함 소리가 들려왔다.

두 야행인의 행적이 발각된 모양이다.

그와 함께 괴석(怪石) 뒤에서 십여 줄기의 흑영(黑影)이 일제히 뛰쳐나와 두 야행인을 포위했다.

두 야행인은 다름아닌 위중평과 금루선연이었다.

그들은 행적이 발각되자 신형을 멈추는 동시에 다시 왼편에 있는 언덕 위로 몽을 솟구쳤다.

이와 동시에 하늘에 짙게 깔렸던 먹구릉이 거짓말처럼 걷혀지면서 초승달의 담담한 유광(幽光)이

대지를 포근하게 감싸주었다.

그러자 모든 것은 마치 가면이 벗겨지듯 똑똑히 보이기 시작했다.

십여 명의 흑영들은 한결같이 일월성신(日月星辰)이 수놓아져 있는 복장을 하고 있었다.

위중평은 비록 각오는 돼 있었지만 그들이 나타나자 내심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보아하니 십삼표묘객이 전부 달려온 것 같았다.

태음표묘객은 다짜고짜 광소를 터뜨리며 입을 열었다.

 

"보아하니 자네가 바로 그 강호에서 소문이 자자한 장백파의 장문인 위중평인 모양이군.

스스로 죽음을 찾아 지옥으로 오다니…"

 

위중평은 가소롭다는 듯이 피식 웃으며 그의 말을 받았다.

 

"모두들 내 손아귀에서 한 번씩 죽을 고비를 넘긴 유혼(幽魂)인데

그래도 주둥아리는 아직 살아 나불거리는구나…"

 

태음은 그의 말을 듣자 멍해졌다.

그의 기억으로 위중평과 전혀 싸운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위중평은 그의 표정에서 느끼는 바가 있어 다시 입을 떼었다.

 

"네가 만약 망녕이 들지 않았다면 아직 나를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바로 이 때 어디선가 느닷없이 음침한 괴소가 들려왔다.

 

"흐흐흐… 위중평, 이곳 허무표묘궁을 너무 우습게 생각하는 모양이군."

 

이어 바람결에 옷자락 스치는 소리가 들리며 매부리코에 독사눈,

머리엔 구량관(九梁冠)을 쓰고 손에 철불진(鐵拂塵)을 쥔 도인이 표연히 현장에 내려섰다.

위중평은 다시 방금 당도한 도인까지 합쳐 모두 열두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다.

 

"알고 보니 십상표묘객 중에 살아 있는 열두 명은 모두 이 자리에 모인 셈이군!"

 

나중에 나타난 자가 그의 말을 받았다.

 

"그렇다. 내가 바로 표묘궁의 주지(主持)인 수양진인(首陽眞人)이다.

너는 아마 미궁에서 얻은 그 몇 가지 잔재주를 믿고 겁도 없이

이곳으로 잠입해 들어온 것 같은데 그것은 자신의 죽음을 재촉하는 미련한 짓이다."

 

위중평은 즉시 광소를 터뜨리며 응수했다.

 

"이따위 표묘궁이 뭐가 대수롭다는 거냐?

심지어 너희들이 전개할 허무표묘진법에 대해서도

이 위중평은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을 것이다."

 

수양진인은 그의 말을 듣자 내심 섬뜩해졌다.

허무표묘라면 자기네들이 최근에와서야 심혈을 기울여 터득한 진법인데

위중평이 벌써 그 진법에 대해 알고 있으니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수양진인은 본래 심계가 깊고 사람됨이 음독해 겉으로는 놀라움을 내색하지 않고

수중의 철불진을 살짝 떨쳤다.

 

"바람도 장잠한 이런 달밤에 입씨름으로 시간을 낭비한다는 것은 애석한 일이니

어서 먼저 철불진으로서 너의 이궁절학이 어느 정도인지 시험해 보겠다."

 

이 때 침묵만 지키고 있던 금루선연이 돌연 금검을 뽑아들며 앙칼지게 외쳤다.

 

"본 낭자가 먼저 너에게 몇 수 가르침을 주겠다."

 

그녀가 나서자 위중평은 절로 눈썹을 가볍게 찌푸렸다.

십삼표묘객 중에 맏이로서 수양진인의 공력은 필시 독특한 일면이 있을 것이다.

비록 옥탑단장인의 진전을 받은 금루선연이지만 과연 상대방을 당해낼 수 있으려는지

위중평은 자연히 염려가 앞섰다.

이 때 소음표묘객은 화산에서 금루신연에게 패한 치욕이 되살아났는지

성큼 앞으로 뛰쳐 나오며 우악스럽게 외쳤다.

 

"하늘 높은 줄 모르는 맹랑한 계집, 오늘 노부가 단단히 혼을 내 주지 않으면

표묘궁의 위력이 어느 정도인지 영영 모르겠구나…"

 

말이 떨어지자마자 그는 쌍장을 들어 올리며 공격 태세를 갖추었다.

금루선연은 눈썹을 살짝 치켜 세우며 코웃음쳤다.

 

"너도 본 낭자와 싸울 자격이 있단 말이냐?"

 

이어 금검을 떨치자 무수한 금빛 광채가 폭사되며

소음표묘객의 상반신 일곱 군데 혈도를 공격해 갔다.

소음표묘객은 물론 큰소리는 쳤지만

금루선연의 무공에 대해 굉장한 경계심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그녀가 처음서부터 살초를 전개해 오는 것을 보자

등골이 오싹해 우선 상대방이 전개한 검막을 옆으로 유인시켰다.

그리고는 그 반대쪽으로 발길을 옮기며 연거푸 아홉 장을 격출해 냈다.

금루선연의 검술은 경묘(輕妙)하고 변화무쌍한 것이 특징이었다.

 

"앗!"

 

일성의 뾰족한 기합 소리를 터뜨리며

그녀는 독사가 혀를 날름거리듯 금검을 요리저리 휘둘렀다.

그러자 금빛 광채가 주위를 압도하며 넓은 면적의 금망을 이루어

소음표묘객을 향해 무서운 기세로 덮쳐갔다.

주위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무공에 대해 조예가 깊어 대번에

소음표묘객이 불리한 입장에 처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금루선연이 사용하고 있는 금검은 수백 년 동안 무림인이 꿈에서도 얻고자 했던

신물이기(神物利器)인 데다 더욱이 옥탑절학을 곁들이자 내공이 심후하고

경험 또한 풍부한 소음표묘객을 검광에 휩싸여 제대로 반격을 전개할 수 없는

위험에 처하게 되었다.

다시 말해 패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다른 동료들이 지켜 보는 앞에서 소음표묘객은 이 망신을 감당할 수 없밌다.

어떠한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기사회생(起死回生)의 묘안을 생각해 내야만 했다.

이 때 그의 뇌리에 떠오른 것이 극한된 상황이 아니면 좀처럼 전개하지 않는 묘표장법이었다.

 

"끼악!"

 

마치 비명을 지르는 듯한 기합 소리가 터지며 소음표묘객은 뒤로 두 걸음 물러나

쌍장을 교차시키며 표묘장법을 전개했다.

그러자 주위엔 이내 거센 음풍(陰風)이 일며 먼산의 아지랑이처럼 오색무지개가 펼쳐졌다.

그와 동시에 소음표묘객은 자신이 전개한 오색 무지개 속으로 사라져 갔다.

금루선연은 불현듯 눈앞이 캄캄해지는 것을 느끼며 상대방의 모습을 잃고 말았다.

다음 순간 한 갈래의 잠력이 뻗쳐와 숨통을 조이자 소스라치게 놀랐다.

더욱 그녀를 당황케 한 것은 잠력이 갈수록 강해진다는 사실이었다.

그러나 금루선연은 이내 마음을 차분하게 가다듬고 있는 힘을 다해 수중의 금검을 휘둘렀다.

눈부신 금광이 잠력과 부딪치자 금세 방원 다섯 자 가량 되는 구멍이 뚫렸다.

하지만 눈 깜박할 사이에 다시 복구되어 성난 파도처럼 그녀를 향해 밀려오는 게 아닌가!

금루선연은 새로운 돌파구를 물색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녀는 금검을 떨쳐 몇 송이의 작은 원을 그려내며 천천히 앞으로 밀어냈다.

그러자 일진의 경풍이 검영과 합류해 서서히 상대방의 장막을 향해 뚫고 들어갔다.

 

순간-.

 

"으앗!"

 

고통에 찬 비명과 함께 철통같은 장막은 마치 회오리 바람을 만난 연기처럼

표연히 사방으로 흩어졌다.

뒤이어 소음표묘객은 백지장처럼 창백한 안색을 한 채 뒤로 일 장 가량이나 진퇴했다.

이와 때를 같이하여 주위에선 싸늘한 고함 소리가 연신 들리며

태음, 오음, 삼음이 동시에 앞으로 뛰쳐나왔다.

그러나 그들이 다음 행동을 취하기도 전에 수양진인의 폭갈 소리가 들렸다.

 

"자네들은 모두 물러가 있게. 내가 직접 상대하겠네."

 

이어 위중평에게 얼굴을 돌려 음흉하게 웃었다.

 

"보아하니 네놈은 자신의 실력을 굉장히 믿고 있는 것 같은데

노부가 오늘 밤 그 못된 생각을 고쳐 주겠다."

 

위중평은 담담한 표정으로 그의 말을 받았다.

 

"내가 오늘 이곳에 온 것은 명명주재를 비롯한 칠성, 팔선, 십삼표묘객을

일일이 상대하기 위해서다.

그러니 우선 가서 내가 왔다는 것을 모든 사람에게 알리도록 해라. 알겠느냐?"

 

수양진인은 그의 당돌한 말을 듣자 안색이 크게 변했다.

허나 그것도 일순간에 불과할 뿐 이내 광소를 터뜨렸다.

"귀엽게 생긴 녀석이 주둥아리를 놀리는 데는 도무지 분수를 모르는 모양이구나.

여러 소리 말고 공격이나 해라."

 

하며 수중의 철불진을 허리에 꽂고 천천히 앞으로 걸어나갔다.

위중평은 뒷짐을 진 채 마치 아무런 일도 없다는 듯 심지어 입가에 여유있는 미소까지 띠었다.

 

"나는 먼저 공격하는 법이 없으니 네가 먼저 공격을 하면 즉시 응수를 하겠다."

 

바로 이 때 멀리서 한 줄기의 날카로운 휘파람 소리가 들려와 중인들의 신경을 곤두세웠다.

휘파람 소리는 바람을 타고 점점 가까이 들려 오더니 시커먼 물체 하나가 허공을 가로질러

사뿐히 땅에 내려섰다.

 

"명명주재께서는 이미 멸을 내렸다.

선하령으로 잠입해 들어온 자는 누구를 막론하고 처치하라고."

 

그는 이 몇 마디를 내뱉더니 다시 허공으로 몸을 솟구쳐 눈 깜박할 사이에 사라졌다.

방금 나타났다가 사라진 사람은 그는 다름아닌 팔선 중에 한 사람인 독각흉신이었다.

위중평은 급히 속으로 생각을 굴렸다.

 

'대관절 무슨 일이 생겼기에 저런 중요한 위치에 있는 인물이 직접 명을 전달하러 온 것일까?'

 

그가 생각을 굴리고 있을 때 장내의 분위기는 급기야 끊어지듯 팽팽히 긴장되었다.

수양진인을 제외한 십이표묘객은 제각기 몸을 움직여 적당한 위치를 잡고

위중평과 금루선연을 완전히 포위했다.

보아하니 그들은 위중평과 금루선연에게 협공을 전개할 심산인 것 같았다.

위중평은 내심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십이표묘객이 일단 합세를 하여 협공을 전개한다면 그 위력은 실로 어머어마할 것이다.

그러나 겉으로는 여전히 태연자약한 표정을 유지하고 있었다.

 

"자, 받아라!"

 

이어 커다란 소매를 휘두르자 한 갈래의 불같이 뜨거운 강양(剛陽)한 장력이 전개됐다.

 

위중평은 태산같이 서서 상대방의 장풍이 가까이 다가오기를 기다리고는

오른손을 들어 작은 원을 그렸다.

그러자 거센 기세로 뻗쳐 오던 장력은 이내 옆으로 방향을 꺾고 말았다.

 

첫번째 전개한 장이 어처구니 없이 무위로 돌아가자 그는 재차 쌍장을 밀어냈다.

일순간 헤아릴 수 없는 장영(掌影)이 주위 십 장 이내를 완전히 뒤덮으며

뜨거운 열기가 사방으로 격탕(激務)되었다.

위중평은 일면 응수를 하며 일면 속으로 생각을 굴렸다.

지금 그와 금루선연이 포위를 당하고 있는 입장이기 때문에

시간을 지체할수록 형세가 더욱 불리해질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속전속결을 감행하기로 결정했다.

결정은 곧 행동으로 옮겨져 단전(丹田)의 진기를 전부 쌍장에 불러모아

신형을 번개처럼 회전시키는 동시에 상대방이 펼친 장영 속으로 뛰어 들어갔다.

 

"획!"

 

흡사 갑자기 불어닥친 폭풍과 같이 예리한 소리가 허공에 메아리쳐 퍼지며

그는 단숨에 열여덟 장을 격출한 것이다.

그가 전개한 장풍이 상대방의뜨거운 장풍과 거듭 격돌되자 벼락치는 듯한

요란한 소리가 들리며 사방으로 비껴 나간 수십 줄기의 강기(剛氣)는

급기야 무서운 힘을 내포한 기류(氣流)로 형성돼 멀리 퍼져 나갔다.

쌍방은 순식간에 십여 초식을 교환했다.

수양진인은 수염과 머리카락이 격동으로 인해 쭈뼛하게 곤두서는 것 같았다.

그는 커다란 소매를 우악스럽게 떨치며 외쳤다.

 

"다시 한 번 노부의 절간교룡(絶潤敎龍) 초식을 받아 보아라!"

 

한 갈래의 뜨거운 열기는 허공에서 회오리 바람을 불러 일으키며 성난 파도처럼 밀려왔다.

위중평은 눈에서 형형한 광채를 발하고는 장풍을 지풍으로 변화시켜 앞으로 살짝 손가락을 튕겼다.

한 갈래의 가느다란 경풍은 상대방의 장풍을 뚫고 곧장 중정(中庭), 선기(璇畿) 두 혈도를 향해

뻗쳐 갔다.

수양진인은 깜짝 놀라 몸을 풍차처럼 회전시키며 일단 지풍을 피하는 동시에 비스듬히

일 장을 격출했는데 이것은 연결된 동작으로서 전광석화와 같이 빨랐다.

그러나 위중평은 즉시 천룡장법(天龍掌法)을 전개했다.

이것은 마치 산을 무너뜨리고 바다를 뒤집어 놓을 듯한 장세로 광풍을 동반해 휘몰아쳐 갔다.

수양진인은 안색이 창백하게 변해 전력으로서 몇 초식을 받았으나

그러는 사이에 뒤로 칠팔 자 가량이나 물러나게 되었다.

위중평은 그에게 숨돌릴 틈을 주지 않고 용이 울부짖는 듯한 기합과 함께 장풍을 내뻗었다.

장풍이 허공을 뒤덮는 가운데 홀연 한 덩어리의 검은 광채에 접하게 되자

마치 깊은 바다 속으로 빠진 바늘같이 흔적을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수양진인이 위급한 순간, 철불진을 펼쳐낸 것이다.

그러나 그는 진력에 의해 몸을 비틀거리며 뒤로 두 걸음 물러났다.

그는 자신의 실력으로선 도저히 위중평을 꺾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다른 방법을 물색해야만 했다.

그의 움푹 파들어간 두 눈에선 이상한 광채가 번득였고 입가엔 으스스한 웃음이 스쳐갔다.

 

"과연 소문대로 잔재주가 있는녀석이군. 이번에는 우리가 작은 진법을 펼칠 테다.

만약 네가 무사히 진법을 뚫을 수 있다면 노부는 오늘로서 심산유곡(深山幽谷)으로 들어가

다시는 강호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겠다."

 

이 때 금루선연이 뛰쳐나오며 낭랑하게 그의 말을 받았다.

 

"네가 은거하든 스스로 목숨을 끊든 그것은 우리와 하등의 관계도 없다.

여러 소리 말고 어서 있는 재주를 전부 부려 보아라."

 

수양진인은 더 이상 입을 열지 않고 손을 가볍게 들어 올렸다.

그러자 주위에 있는 십이표묘객은 두 사람을 한 가운데 포위한 채

전광석화와 같이 원을 그리며 돌기 시작했다.

위중평은 그들이 협공을 전개하리라는 것을 알고 대뜸 눈썹을 치켜 세우며 말했다.

 

"조심하시오."

 

하며 우선 금루선연으로 하여금 경각심을 높이게 하고 쌍장을 밀어 한 갈래의 장풍을 전개했다.

금루선연 또한 자신의 금검을 뽑아 연거푸 상검을 격출했다.

주위는 금빛 검기(劍氣)에 휩싸였고 사방에 있는 초목까지 황금빛으로 물들여졌다.

십이표묘객도 바야흐로 진법을 가동시키기에 이르렀다.

위중평은 쌍장에 공력을 잔뜩 주입시켜 해맑은 기합 소리와 함께 정면으로 공격해 오는

두 사람을 향해 잽싸게 격출해 냈다.

그러나 그렇게 강맹한 장풍이 일단 상대방의 몸에 가까이 접 해 가자

돌연 무형으로 변하는 게 아닌가.

그와 동시에 좌우 양쪽에선 차갑고뜨거운 제각기 성질이 판이한 두 줄기의 힘줄기가

무서운 속도로 뻗쳐 왔다.

위중평은 황급히 뻗었던 초식을 거두며 다시 번개같이 좌우를 향해 다시 이 장을 후려쳐 냈다.

그러나 제아무리 장렬한 장풍도 일단 상대방에게 접근해 가면 즉시 자취를 감추고 마는 것이다.

이렇게 하여 거듭 사오십 장을 공격했고 금루선연 또한 쉴새없이 금검을 휘둘렀으나

추호의 효과도 거두지 못했다.

도리어 상대방의 압력만 더욱더 가중될 뿐이었다.

위중평은 내심 당황하기 시작했다.

'이 상태로 계속 진력을 소모한다면 결과는 뻔한 것이다. 어떠한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진법을 교란시켜 빈틈을 적시에 포착해야 한다.'

그가 이러한 생각을 굴리고 있을 때 삼음과 오음이 합세하여 정면에서 공격을 가해 왔다.

위중평은 눈빛을 어느 때보다도 유난히 빛내더니

장심(掌心)을 밖으로 젖혀 한 갈래의 무지막지한 장풍을 격출해 냈다.

하나 도중에 갑자기 장풍을 거두고는 풍차처럼 몸을 회전시켰다.

조화신공을 잔뜩 끌어올려 두 번째 장풍을 격출해 냈다.

 

"우르릉! 꽝!"

 

천둥치는 소리와 함께 오음과 삼음은 도저히 감당해 낼 수 없는 장력에 부딪쳐

사분오열(四分五製)되고 말았다.

뒤이어 두 사람은 처절한 비명 소리를 터뜨리며 비틀비틀 뒤로 대여섯 걸음이나 물러났다.

그러나 미처 몸을 피할 새도 없이 위중평의 장풍이 다시 뻗쳐오자

그들의 몸은 이 장 높이로 치솟아오르며 곧장 비탈길 아래로 굴러갔다.

이 때 측면에서 두 명의 표묘객이 눈에 핏대를 세우며 덮쳐왔다.

그러자 위중평은 옆으로 살짝 미끄러지듯 비켜서며 왼손으로는

경리적화(鏡裡摘花), 오른손으로는 수궁문류(手宮問柳) 초식을 전개해 빠르게

상대방의 맥문을 낚아챘다.

그리고는 위중평이 양 손을 뒤로 떨치자 두 개의 육중한 몸집은 허공으로 치솟아

곧장 멀리 날아갔다.

한편 금루선연도 이에 질세라 왼손으로는 장풍을 오른손으로 금검을 휘둘러

나머지 여덟 표묘객으로 하여금 도저히 진법을 다시 정돈할 여유를 갖지 못하게 했다.

이렇게 되자 그들의 진법은 큰 혼란을 빚게 되었다.

두 사람은 여유있게 진식을 뚫고 나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섰다.

알고 보니 위중평이 앞서 격출한 이 장은 화산파에서 오래 전부터 실전(失傳)되어 온

일양래복장(一陽來復掌)이었다.

표묘객들은 단지 정면에서 뻗쳐 오는 장풍만 유의했을 뿐

그 속에 일양래복장이 곁들여져 있으리라곤 꿈에도 생각지 못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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