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지/무흔검(無痕劍)

27. 구종편지

오늘의 쉼터 2014. 6. 20. 16:33

27. 구종편지

 

 

 

혹한도 지난 이른 봄의 태양은 사람으로 하여금 제법 따뜻한 기운을 느끼게 했다.

추혼천녀는 위중평의 옆에 기댄 채 천천히 서호의 호반을 거닐었다.

평온하던 서호는 이 때 놀러온 풍류객들로 하여 법석거렸고 두 사람도 놀잇배 한 척을

빌려 타고 호수에서 유유히 즐겼다.

추혼천녀는 오래 전부터 이러한 유람을 한 적이 없었는 데다가

오늘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게 되자 자연히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위중평은 돌연 취도에서 있었던 일이 생각나자 급히 물었다.

 

"추혼낭자, 당신은 어떻게 내가 옥탑에서 위험을 맞이했다는 것을 알고 나를 구해준 것이오?"

 

추혼천녀는 얼굴에 신비한 표정을 띠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당신은 알고 있나요?

이 세상에선 한 사람도 나에게 진정으로 관심을 둔 사람이 없었어요.

그리고 나도 절대로 그들에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어요.

오직 당신만이 나의 유일한 벗이에요."

 

그녀는 잠시 멈추더니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취도는 벌써부터 침몰될 가능성이 있어서 사부님이 그 자리를 포기한 거예요.

동시에 그녀는 그 섬을 이용하여 함정을 설치했어요.

그러나 우린 당신이 갈 줄은 몰랐어요.

당신은 옥탑 장진도에 대해 별 관심이 없다고 했잖아요?"

 

위중평은 호수의 맑은 물을 내려다보며 즉시 말했다.

 

"그렇소. 난 본래 가려고 하지 않았는데 흑옥인마가 자꾸 요청하는 바람에

친구의 의리를 차마 저버릴 수가 없어서 간 것이오."

 

추혼천녀는 위중평의 눈을 바라보며 생긋 웃더니 말을 이었다.

 

"큰일날 뻔했어요! 만약에 내가 길에서 홍모음효 등 사람들을 만나 당신이

이미 취도에 갔다는 소식을 못 들었다면…

저는 그래서 급히 모험을 무릅쓰고 간 것이에요."

 

위중평의 의문이 생기자 즉시 물었다.

 

"지진과 화산이 폭발할 때는 전부 정지돼 있는데

어떻게 해서 바로 우리가 섬에 갔을 시각에 폭발했소?"

 

추혼천녀는 돌연 교태로운 미소를 짓더니 즉시 말했다.

 

"그건 나의 사부님께서 먼저 배치한 것이에요.

그녀가 장진실 아래다가 대량의 강력한 폭발 약을 묻었는데 일단 터지기만 하면

화산이 폭파되게끔 한 것이에요.

그렇게 되면 섬에 간 사람은 모두가 화를 면하지 못할 게 아니예요?

그러나 내 당신께 가르쳐 드릴 게 있어요.

저의 사부님은 절대로 당신을 죽일 마음은 없었어요.

더욱 당신이 취도에 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던 거예요."

 

위중평은 그래도 의문점이 만면에 가득 찬 채 재차 물었다.

 

"그렇다면 그녀가 왜 그런 독계를 써서 섬에 있는 무림인들을 죽이려고 했나요?"

 

그가 이처럼 계속해서 캐묻자 추혼천녀는 짜증스런 투로 말했다.

 

"이 일들은 당신하고 상관이 없는 것인데 이렇게 계속 물어 봐서 뭐 하실래요?"

 

위중평은 그녀에게 이러한 말을 듣자 호수를 바라보며 오랫동안 침묵을 지켰다.

추혼천녀는 미안함을 느끼며 태도를 바꾸며 말했다.

 

"계속 배만 타고 있으니까 재미가 없네요.

그러니 우리 소제에 가서 산보나 해요!"

 

오늘의 추혼천녀는 이미 전날과 태도가 완전히 변해 마치 어린아이 같았다.

그녀는 위중평을 이끌고 부두로 발걸음을 옮기며 물었다.

 

"이곳은 놀기가 아주 좋은 곳이니 무덤 위에 가서 구경 좀 하는 게 어때요?"

 

위중평은 근래에 그녀의 성격이 크게 변한 것을 보자 내심 크게 기뻐하며 즉시 동의를 표했다.

 

"좋소! 우리는 이틀 동안을 아주 멋지게 놀아봅시다.

이후에는 아마 놀 시간이 없을 것이오."

 

남녀들은 어깨를 나란히 한 채 위로 천천히 걸어갔다.

이 때 정면에서 여덟 명 정도의 사람들이 다가왔다.

그들 중 몹시 위엄스레 보이는 한 노인이 위중평을 유심히 바라보다가

냉랭히 코웃음을 치며 그냥 지나쳤다.

위중평은 원래 주의깊게 보지 않았는데 노인이 지나친 후에야

그가 장산도주라는 것을 발견하고는 급히 뛰어가서 인사했다.

 

"도주, 어인 일로 이곳 항주에까지 왔습니까? 옥누님도 같이 오셨나요"

 

그러나 의외로 장산도주는 아는 체도 안할 뿐 아니라

되돌아 보지도 않고 그냥 가자 위중평은 장산도주가 자기가 추혼천녀와

같이 있다는 이유로 자기에 대해 불만이 있는 줄 알고 암암리에 생각에 잠겼다.

 

'이 사람은 참 이상하군! 비록 옥누님 본인이라도 이런 태도는 삼가해야지…'

 

그러나 그는 절대로 장산도주가 이 일 때문에 이런 것이 아니고 다른 원인이 있다는 것을 몰랐다.

중원과 강남 십대 문파가 서로 힘을 합쳐서 공동으로 위중평을 죽이려고 할 때,

장산도주는 그래도 설마려니 하고 아직은 그렇게까지 변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번에 항주를 지나다가 위중평이 과연 추혼천녀와 사이좋게 있는 것을 보자

사실이 정말 조금도 틀리지 않다는 것을 알고는 홧김에 그냥 지나쳤던 것이다.

위중평이 정신이 빠져 있을 때 추혼천녀가 웃으며 말했다.

 

"저 늙은이가 바로 장산도주죠?

아주 건방지군! 이후에 나에게 걸리기만 해봐라. 흥!"

 

위중평은 추혼천녀의 수단이 잔인하다는 것을 알자 급히 막아서며 말했다.

 

"추혼낭자, 너무 그리 서둘지 마시오.

이후에 내가 옥누님을 직접 만나보면 곧 원인을 알게 될 것이오."

 

추혼천녀는 냉랭히 웃으며 물었다.

 

"난 다 알고 있어요.

당신 마음 속으로 오직 옥누님만 있을 뿐 다른 사람은 한 명도 마음에 없죠?"

 

위중평은 탄식을 토하며 말했다.

 

"내가 특히 그녀를 좋게 대해 주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그녀가 나에게 잘 대해 주었소.

그러니 내가 어떻게 그녀를 잊겠소!"

 

그는 일시 격동에 못 이겨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안미옥에 대한 진실한 감정이 뛰어나오자

추혼천녀는 갑자기 얼굴색이 변하며 얼음장같이 차가운 태도로 변해 몸을 돌려서 뛰어갔다.

여자의 생각은 남자보다 더 민감한 데다가 더욱이 그녀는 일생 동안 고아로 지내면서

자기의 내력까지도 몰랐다.

다만 유일하게 가까운 사람은 사부인 옥탑단장인밖에 없었으나 옥탑단장인까지도

그녀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기에 위중평을 알고부터는

그를 자신의 생명보다 더욱 소중히 여겼다.

그래서 위중평이 삼흉에게 부상을 입었을 때도 그녀는 몸도 아끼지 않고

차녀분양재법을 운용하여 그를 치료해 주었다.

그 때 그녀는 이미 두 가지의 결심을 세웠는데 위중평이

안미옥의 얘기를 꺼내니 어찌 마음이 아프지 않겠는가?

내심 그녀는 생각을 굴렸다.

 

'그녀가 당신에 대해 정이 깊고 사랑을 베풀었다지만,

그렇다면 나는 당신에게 못해 준 게 뭐가 있어요.'

 

여기까지 생각하고는 몸을 날려 달려간 것이다.

위중평은 한참 장산도주의 생각에 잠겨 있을 때 갑자기 추혼천녀가 화를 내며

가는 것을 발견하자 즉시 쫓아가서 앞을 가로막으며 말했다.

 

"추혼낭자, 가지 마시오! 내 말 좀 들어봐요."

 

추혼천녀가 버드나무 아래서 먼 산을 바라보고만 있자

위중평은 그녀에게 천천히 다가가서 위로했다.

 

"추혼누님, 왜 갑자기 화를 내시는 거지요?"

 

추혼천녀는 맹렬히 손을 뿌리치며 말했다.

 

"더 이상 나를 괴롭히지 말고 옥누님이나 찾아가세요.

그녀가 그다지도 당신에게 잘 대해 주는데 내가 어디 그녀를 따라 갈 수 있겠어요!"

 

위중평은 마른침을 삼키며 급히 말했다.

 

"추혼누님, 당신이 나에 대해 베풀어 준 온정은 내 영원히 잊지 않을 것이오.

그러나 옥누님은 정말로 나에게 잘 대해…"

 

추혼천녀는 무거운 탄식을 발했다.

 

"휴… 난 당신이 누구하고 좋게 지내던 관섭할 권리가 없어요.

그러나 이후에 만약 당신의 마음이 변하면 그 때의 결과는 어떻게 될 줄 아세요?"

 

위중평은 내심 찔끔하여 생각에 잠겼다.

 

'여자들의 일이란 정말…

백공상인의 말마따나 애정 관계가 아주 복잡해질 것이라는 게 딱 들어 맞았군!

이후엔 정말로 주의해야겠다.

그렇지 않으면 아버지의 원수도 갚기 전에 이런 일 때문에

 나의 머리만 더욱 복잡하게 될 것이다.'

그녀는 위중평이 돌연 추혼낭자에서 추혼누님으로 바꾸어 부르는데 대하여

 마음이 한결 가쁜해져 속으로 그를 원망했다.

 

'나쁜 사람! 벌써부터 그렇게 불러야 될 것을…'

 

그녀는 홀연 얼굴을 붉인 채 위중평을 향해 부드럽게 말했다.

 

"평동생, 누나가 저리로 데리고 가서 구경시켜 주겠어요."

 

하며 일진의 교태스러운 웃음을 터뜨리자

위중평은 그녀의 변덕에 어찌할 바를 몰라하며 그녀를 따라 무덤까지 뛰어갔다.

이 때 하늘은 점차로 황혼에 접어들어서 놀이를 즐기던 사람들도

천천히 돌아가기 시작했기에 위중평이 객잔으로 돌아가자고 말하자

추혼천녀는 달리 뜰 때까지 있다가 돌아가자고 했을 때 위중평이 갑자기

두 눈에 불을 켜고 사방을 살펴봤다.

그러자 추혼천녀는 이미 눈치챈 듯 냉랭히 소리쳤다.

 

"어두운데 숨어서 나오지도 못하는 사람이 이름있는 사람이라 하겠어요?

난 벌써부터 당신들이 나타난 것을 알았는데 다만 귀찮아서 가만히 있었을 뿐이에요.

어서들 나오지 않고 무얼 하시지요!"

 

말의 여운이 끝나자마자 밀림 속에서 불호 소리가 울려 나오더니따라서 괴소가 터져 나왔다.

그러더니 밀림 속에서 갑자기 사람들이 뛰어나왔는데 나오자마자

즉시 사방으로 흩어지더니 위중평을 향해 포위태세를 취했다.

황색가사를 입은 뚱뚱한 중이 앞으로 나서더니 추혼천녀를 향해 합장하며 정중히 말했다.

 

"아미타불… 여시주께서는 참견하지 말아 주시오.

빈승은 장백파의 견학을 가르침 받으러 왔소!"

 

이 중은 바로 소림사 달마원의 고승으로 법명은 오인(吾因)이었다.

추혼천녀는 이 말을 듣자 즉시 싸늘하게 입을 열었다.

 

"그 점만은 안심하세요!

우린 비록 좋은 친구지만 피차 누가 누구를 도와 주지 않아도 돼요.

다만 당신들이 비겁한 수단만 안 쓰딴 난 절대로 간섭하지 않겠어요."

 

오인은 나지막이 염불을 외우더니 몸을 돌려 위중평에게 말했다.

 

"중원과 강남 각 문파는 시주와 한 번도 원한을 맺은 일이 없었는데

생각지도 않게 당대 신주검성의 일을 계기로 하여 각 파의 사람들을 살생하다니,

이런 악독한 마음을 갖고 있으면 황천길을 면치 못할걸…"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갑자기 폭갈 소리가 들리더니

텁석부리 수염이 난 중년도장이 장중에 날아왔다.

이 도장은 바로 곤륜파의 장문인인 적송자(赤松子)였다.

사람 됨됨이가 아주 포악하여 나타나자마자

쌍장에 진력을 모으고 천천히 위중평에게로 접근했다.

인영이 번쩍이더니 공동파의 신루과객이 이미 적송자의 옆에 와서 침통하게 말했다.

 

"너무 서두르지 말고 우리가 예정했던 계획대로 일을 진행합시다…"

 

하며 적송자를 옆으로 강제로 끄는 순간-.

 

소림사의 오인선사가 오대파의 소년검객 막중천, 괄창파의 일장차천(一掌遮天) 고호(古浩),

공동파의 신루과객 양몽(羊夢), 곤륜파의 적성자와 함께 오행방위를 갖추고 위중평을

가운데에 둔 채 포위했다.

또한, 무당, 아미, 천성, 형산 등 문파의 사람들도 한쪽에서 추혼천녀를 괄시하고 있었다.

위중평은 본래 그들이 무슨 일 때문에 왔다는 것을 알아낸 후에 싸우려고 했지만

그들은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재차 자기를 포위하자 화가 머리 끝까지 치밀어 올랐고

그의 아버지도 협공에 의해 죽었기 때문에 그는 협공행위에 대해서 제일 못마땅하게 여겼다.

위중평은 그들이 공격해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알자 아미를 찌푸리며 크게 웃어댔다.

 

"으하하하하… 나 위중평이 강호에서 나온 이래 한 번도 무림에 죄를 지은 일이 없었는데

십대 문파가 이렇게 한꺼번에 출동한 걸 보니 짐작컨대 당년에 신주검성을 협공한 사람을

옛날 이야기로 되돌리게 하려고 그러는 것이 아니오?

만약에 사실이 그러하면 내 사양하지 않겠소!"

 

공동파의 신루과객은 음산하게 웃더니 냉랭하게 쏘아붙였다.

 

"흥! 너는 장백파의 무공이 천하무적이라는 것만 믿고 멋대로 무림동도를 살해했으니

옥탑단장인과 추혼천녀의 수단보다 더욱 잔인하다!

그런데 무림동도에게 죄를 진 일이 없다고 누구한테 변명을 늘어 놓는 것이냐?"

 

소림의 오인선사는 합장을 하고 나무아미타불,

하며 염불을 외운 후 계속해서 말을 꺼냈다.

 

"시주께서 부친의 원수를 갚는 것은 당신의 효성이지만 일단 사정을 명백히 한 후,

시행해도 늦지 않는데 당신이 이처럼 흑백을 가리지 않고 몇 수의 무공만 믿고

마음대로 참살하는 것은 정말 너무 잔인한 수단이오.

가호에서 절대로 당신같은 사람이 존재하게 하지는 않을 것이오!"

 

위중평은 그들이 왼쪽과 오른쪽에서 지적하는 말을 듣자도 대체 이들이

무슨 일을 가리키는 것인지 몰랐으나 다만 그들이 봉천성의 묘당에서의 참살을

가리키는 줄 알고는 그저 어리둥절할 뿐이어서 오인선사에게 물었다.

 

"선사, 이 말은 도대체 누가 그랬습니까?

내가 찾는 놈들은 삼흉일효뿐인 데다가 무림의 십대 문파와는

한 번도 충돌을 일으킨 적이 없었소.

살인이란 두 글자는 더욱 당치도 않은 말씀이오."

 

적송자는 옆에 있다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쌍장을 내밀어 호통을 쳤다.

 

"허튼 수작마라! 그럼 내 제자 소건후(蘇健候) 혼자서 죽을 수 있느냐?"

 

한 가닥의 강력한 손바람의 그의 호령을 따라 밀려나왔다.

다섯파의 사람들은 원래 오행방위에 따라 공격하려고 했지만

연합지술로 변경해 버린 것이다.

적송자가 맨 먼저 시초를 하자 잇달아 다른 사람들도 공격을 시도했고 순간,

막중천은 검광을 일으키며 신루과객과 함께 양측에서 공격해 들어왔다.

위중평은 사실이 규명되기 전에는 실로 손을 쓰기가 싫었기에 몸을 가볍게 뒤로 날리더니

삼 척이나 물러섰다.

하나 뒤에서 있던 일장차천의 장력이 급격히 밀려와 위급한 아래 또 왼쪽이 공격범위

안에 들어섰다.

이 소림의 고승은 소림사 내에서 지위가 높고 내공 또한 더욱 말할 수 없이 깊었으나

그는 위중평이 명문정파의 출신인데 어째서 무림 각파하고 이렇듯 적대시할까하고

의아스레 여겼다.

오늘날 위중평을 보니 이 소년의 얼굴이 온통 정기로 가득찬 것으로 보아 절대로

극악무도한 짓을 저지를 인물이 아닐 거라고 느꼈다.

그래서 손을 쓰지 않으려고 했지만 위중평이 그의 공격 범위에 들어온 이상

손을 안쓸 수가 없어 즉시 소매를 거두며 한 가닥 강맹하기 이를 데 없는

내가 경기를 격출해 냈다.

위중평은 사방에서 공격을 당하자 갑자기 기합 소리와 함께 곧바로 사오 장 높이로 뜨더니

또 계속해서 일 장 정도 높이 떠서야 겨우 회전하여 사람들과 한 오륙 장 떨어진 풀밭에 내려섰다.

이 때, 오대 문파의 사람들이 한 차례 폭갈과 함께 덮쳐갔다.

신루과객의 경공이 절세적이라서 제일 먼저 쫓아가 담뱃대를 쏜살같이 발출하여

위중평의 몸 앞 일곱 군데 사혈을 집중 공격하였으나 위중평은

또다시 삼 척이나 날더니 동시에 크게 소리쳤다.

 

"멈추시오!"

 

신루과객은 그의 고함에 깜짝 놀랐다.

 

바로 이 때-.

 

다른 세 사람도 이미 당도했다.

위중평은 사람들을 가리키며 큰소리로 외쳤다.

 

"내가 당신들을 피하는 것은 절대로 당신들의 문파가 무서워서 그런 것이 아니니

어서 빨리 사정을 명백히 말해 주시오."

 

적송자는 텁석부리 수염을 쓰다듬으며 크게 꾸짖었다.

 

"허튼 수작하지 말고 나의 장력이나 받아라!"

 

말고 함께 획, 하고 일 장의 거센 바람을 위중평의 가슴을 향해 밀었다.

이 때 위중평은 화가 잔뜩 나서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자 내심 생각을 굳혔다.

 

'이 사람들이 이처럼 강경하게 나오는데 만약에 이들에게 두려움을 안겨 주지 않으면

정말 언제까지 나를 괴롭힐지 모르겠다.'

 

여기까지 생각한 그는 강력하게 일 장을 맞받았다.

 

순간,

거센 폭음이 들리더니 주위의 나뭇가지들이 부러져 나갔다.

위중평은 비록 칠 성의 힘밖에 쓰지 않았지만 적송자는 피가 거꾸로 용솟음치며

입 가에 선혈이 흘러나왔다.

또한 비틀거리며 뒤로 세 발자국이나 물러갔다.

바로 적송자가 출초하는 동시에 신루과객도 담뱃데를 휘둘러 위중평의 옥침(玉枕),

장혈 두 대혈을 향해 쳐왔고, 막중천은 청강검에 검기를 일으키며

가슴의 중정(中庭), 단중(檀中), 지당(志堂), 영대(靈帶) 등 네 대혈을 향해 찔러왔다.

위중평은 비록 포위는 당했지만 심신은 조금도 흐트러지지 않고 갑자기 식지를 튕겨

막중천의 수중에 들려 있던 백련정강으로 만든 장검을 산산조각내고 나서

 하늘을 날라 일 장을 발출하자 신루과객의 담뱃대가 휘어 버렸다.

다행히도 그는 사람들에게 상처를 입히기 싫은지라

그저 사람들이 놀라는 틈을 타서 쏜살같이 몸을 날리자

기합 소리도 우렁차게 나뭇가지를 타고 동남방으로 바람같이 질주해 갔고

위중평이 간 후 갑자기 홍영이 어른거리더니 추혼천녀도 웃음을 띠며 사라졌다.

이 때, 그들은 한 명도 계속 추적하자고 제의하는 사람이 없었으나

이 일은 절대로 이렇게 간단하지만 않았다.

그들은 매 일파마다 자그만치 열 명 이상씩 참살을 당했다.

또한 참살을 당한 사람들은 대다수가 중요한 인물이라서

절대로 이대로는 물러서지 않을 것 같았다.

십대 문파가 연합해서 위중평을 대적하는 것은 절저로 원인이 없는 것은 아니었는데

원래는 중원의 각파에서 정예무사들을 서로 항주로 파견시켜

옥탑장진도를 탈취하려고 할 때 강호에 돌연 한 명의 복면소년이 출현하여

자칭 장백파의 장문인이라면서 신주검성의 복수를 하러 왔다고 말했었고

무조건 신주검성을 협공했던 데에 참여한 문파는 모두 복수의 낄상이 된다고 울부짖었다.

과연, 이 소식이 강호에 전해진 지 얼마 안 되어서 밖에서 행도하던 각 문파의 사람들이

계속해서 잔인한 수법에 의해 목숨을 잃었기에 각파의 고수들을 동원하여

복면소년의 행방을 추적하자고 동의했으나 돌아오는 사람이 없었고 운이 좋게도

한두 사람이 부상을 입은 채 돌아왔지만 거의가 폐인이 되어서 돌아온 것이다.

이 복면소년은 무공의 절초 거의가 장백파의 절초였으며 장백진산의 절기인

월륜검법(月輪劍法)까지도 쓸 줄 아는 데다 도대체가 흉살을 감행한 사람이 누군지 몰라

위중평이 아닌가, 하고들 생각하였다.

모든 사람의 상항을 미루어 보아 강호의 젊은 고수들 중에 한 사람도 무공이

위중평의 무공모다 더 높은 사람은 없었고 더욱이 그 복면인은 명백하게 자기는

장백파의 장문인이라고 했던 것이다.

그리하여 십대 문파의 장문인들이 무당파에 널여서 상의한 끝에 무슨 방법을 써서라도

그를 죽이기로 결정을 내렸는데 이것이 바로 위중평이 오늘날 공격을 받게 된 중요한 원인이었다.

 

한편-.

위중평은 무덤을 떠난 후 성으로 들어가지 않고 큰 길을 따라서 계속 북쪽으로 향했다.

그는 화산에 가서 사형인 청허도장을 만나 모든 것을 들을 겸 동시에 이 기회를 이용하여

추혼천녀를 따돌릴 생각이었다.

그가 이렇게 하는 것은 절대로 그녀에게 무정하게 대하는 것이 아니라

원수를 갚기 전에는 감히 감정 때문에 시간을 늦출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가 막 화산의 입구에 당도했을 때 돌연 밀림의 우거진 나무 숲 속에서

폭갈을 지르며 몇 십 명이 뛰어 나오더니

서른여섯 자루의 번쩍이는 금창을 들이대며 위중평을 가운데에 놓고 겹겹이 에워쌌다.

위중평은 이것이 신가보의 목야웅풍삼육기(牧野雄風三六騎)라는 것을 알자

일순 멈칫했으나 이 사람들의 협공에 대해서 그는 눈 한 번도 깜박하지도 않았으나

다만 잘 납득이 가지 않는 것은 왜 신가보의 사람들도 그에게 원한을 품고 있는 것일까

하는 것이다.

 

바로 이 때-.

밀림 속에서 간드러진 웃음이 들리더니

한 명의 백의를 걸친 낭자가 질풍처럼 달려나와 위중평에게 덮쳐오며

단숨에 칠 초를 공격했는데 그 사람이 바로 금루선연이라는 것을 알고는 급히 소리쳤다.

 

"혜매, 잠시 멈추시오. 어째서 나를 괴롭히는 것이오?"

 

금루선연의 얼굴은 일순 새파래지면서 이를 갈며 외쳤다.

 

"누가 너의 동생이냐! 이 개만도 못한 놈아.

내 오늘은 너를 꼭 죽이고 말겠다.

절대로 네가 본 낭자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할 것이다!"

 

그녀는 말을 끝내자마자 또다시 공격해 왔다.

그녀는 옥탑단장인에게 무공을 전수받기 전에 온옥액(溫玉液)을 복용하여 공력이 크게 진보하자

장력의 위력이 절세무비했기에 위중평은 응수를 하지 않고 그녀의 공세를 피하려고 했지만

정말 힘이 무척 들어 내심으로 놀라는 한편, 조급한 마음에 미칠 것 같았다.

그는 아무리 생각을 굴려도 금루선연이 어째서 자신을 이처럼 증오하는지 알 수 없었다.

동시에 그녀의 무공이 크게 진보된 데에 더욱 놀랐다.

위중평은 한편으론 그녀의 공세를 피하면서 즉시 그녀의 무공도 옥탑무공이라는 것을 알고는

내심 더욱 의심이 일었다.

바로 그가 한참 생각에 빠져 있을 때 금루선연의 공세가 점차로 위맹하여지며

그를 장영에 가둬 놓았다.

위중평이 그녀의 손에 상처를 입을 위기의 순간에 그는 돌연 단전(丹田)의 진기를

급히 끌어올리더니 기합 소리도 드높게 연속 두 차례의 장풍을 격출해 냈다.

금루선연은 감히 정면 충돌을 못하고 옆으로 피했고 그녀가 피하는 순간을 이용하여

위중평은 장영 위로 탈출하고는 만면에 의문을 가득 띤 채 금루선연에게 입을 열었다.

 

"혜매, 도대체 무슨 일 때문에 이처럼 나를 증오하는 것이오?

먼저 명백히 따진 후, 얘기하는 것이 어떻소?

내가 죽더라도 명백한 사실을 알아야 할 것이 아니오!"

 

금루선연은 갑자기 울음을 터뜨리며 악에 바친 목소리로 외쳤다.

 

"이 악독한 놈아! 네가 나의 아버님을 죽이고서도 고의로 내 앞에서 모르는 척하지 마라!

내 오늘 꼭 너를 죽여 아버님의 원수를 갚고 말겠다… 흑흑… 흑!"

 

하며 위중평을 향해 또 밑도 끝도 없이 공격해 오자

얼이 빠져 말을 할 수 없었지만 급히 피하면서 사정조로 말했다.

 

"혜매! 잠시만 기다려요. 내 얘기 좀 들어봐…"

 

그러나 금루선연은 마치 미친 사람같이 공격만 시도할 뿐

그가 외치는 소리에 대해서는 전혀 묵과해 버리자

위중평은 그제서야 어떻게 된 일이라는 것을 알고 암암리에 매우 놀랐다.

신천오는 사강의 대열에 낀 사람인데 누가 그를 그리 쉽게 죽였을까?

이 일로 인하여 그는 십대 문파가 왜 자신을 공격했는지 깨달았다.

신천오의 죽음이 십대 문파의 일과 연관성이 있었던 것이다.

그는 금루선연이 소복을 입고 있고 핏기가 없는 창백한 얼굴임을 보자

내심 일종의 동정심과 아울러 초조한 생각이 치밀자 암암리에 생각에 잠겼다.

 

'그녀는 이미 자신의 정신이 아니니 아무리 입이 닿도록 말을 해도 소용이 없겠다.

또한, 그녀가 나에게 말할 시간도 안 주니 아무래도 잠시 피해야겠군…'

 

생각을 정하자 즉시 몸을 날려 번개같은 신법을 전개하니 빠르기가

마치 눈에 보이지 않는 별똥 같았다.

그녀는 부친의 참사로 인해 마음이 아팠지만 범행을 저지른 사람이

그녀가 마음 속 깊이 사랑하고 있는 사람이라서 사랑과 한이 한데 어울리자

그녀는 어찌 할 바를 모르게 되었다.

그녀는 정말로 그토록 위중평을 증오하는 것일까?

어쩌면 아닐지도 몰랐으니 그것은 신천오를 죽인 사람이 틀림없이

위중평의 행위라는 것을 단정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금루선연은 이제 겨우 열네 살밖에 안됐으며 형제와 어머님도 없고

다만 늙으신 아버님 한 분밖에 없었는데 참살을 당했으니

그 타격이 얼마나 컸겠는가?

그녀는 위중평을 자기의 친오빠처럼 대했는데 그를 보고 나자

온몸에 시린 한이 한꺼번에 복받쳐 그에게 풀어 버린 것이다.

그런데 위중평이 도망가자 생각이 점차 깨어났고 그러자

알 수 없는 슬픔이 떠올라 그녀는 돌연 얼굴을 가리고 목놓아 울었다.

그녀는 한 차례 울고 나더니 갑자기 목야웅풍삼육기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너희들은 즉시 보 내로 들어가라.

난 단신으로 강호에 들어가서 하늘 끝까지 뒤져서라도 꼭 원수를 찾고 말겠다.

그리고 보 내에 있는 사람들에게 알려라.

위중평을 만나거든 그와 싸우지 말라고. 또한, 너희들은 그의 적수가 못 되니…"

말이 끝나자 그녀는 갑자기 망망한 들로 질풍처럼 달려갔다.

한편, 위중평은 두 번씩이나 어이없게 공격을 당하자

고의로 자기를 함정에 빠뜨리려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이 사람은 또 누구일까?

위중평에게 삼흉일효 외에는 다른 원수가 없었다.

그러나 세상의 일은 가끔 가다가 사람의 의지에 벗어나는 일이 있다.

그는 사실상 다른 자에 의해 누명을 뒤집어쓴 것이다.

바로 그가 혼자서 머리를 숙이고 급히 달릴 때,

돌연 두 명의 장검을 쥔 청년도사가 뒤에서 급히 쫓아오다가 위중평을 발견하자

대경실색하며 급히 말했다.

 

"사숙, 우리 빨리 옆으로 피합시다. 빨리!"

 

위중평을 급히 왼편의 밀림으로 끌면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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