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지/무흔검(無痕劍)

26. 취도의 비밀

오늘의 쉼터 2014. 6. 20. 16:32

26. 취도의 비밀 

 

 

 

동녘이 밝아오자 해면은 빛이 반짝여 온통 매끄럽기가 유리 같은 것이 항주만 앞바다로

돌연 화살같이 빠른 쾌속정이 미끌어져 갔다.

배 위에는 영웅의 자태가 엿보이는 소년과 용모가 매우 흉악한 노인 한 명이 서 있었다.

이 두 사람은 다름아닌 바로 취도로 보물을 찾으러 가는 흑옥인마와 위중평이었는데

이 한 척의 배가 부두를 떠난 후, 얼마 안 되어서 돌연 해안에 작고 큰 배를 계산해 보니

적어도 십오 척 이상이나 되는 배들은 돛을 올리고 앞에 가는 쾌속정을 향해 간격을 두며

쫓아갔다.

이 배들이 어째서 쾌속정을 따라가는지는 생각하지 않아도 아는 바이나 위중평 등은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 채 지도상의 노선을 따라 계속 앞으로 향했다.

흑옥인마는 바닷바람을 맞으며 득의에 가득찬 미소를 띠다 홀연 일진의 광소를 발했다.

"나! 흑옥인마가 삼십 년 동안 흑옥에서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낸 끝에 광세의 기연을 얻어

옥탑무공을 얻었는데 내 그까짓 와도지왕을 무서워하겠는가? 하하하…"

그러나 위중평은 그에게 신경을 쓰지 않고 저 멀리의 바다를 살펴봤다.

 

순간-.

저 멀리에 수십 척의 배가 물살을 헤치고 날으듯 자기가 탄 배를 향해 오는 것을 보자

그만 대경실색하여 흑옥인마를 향해 말했다.

 

"빨리와 보시오! 저기 저게 뭐지요"

 

흑옥인마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웃었다.

 

"바다에는 큰 고기들이 많고도 많은데 뭘 그리 놀라나?"

 

위중평은 머리를 세차게 흔들며 말했다.

 

"아니오! 저건 절대로 큰 고기 따위 같지가 않소…"

 

말이 아직 채 끝나기도 전에 그 룰살을 헤치며 오던 물체의 빠르기가 마치 화살처럼 빨라서

이미 배 옆까지 접근해 오자 위중평은 급히 장심을 내밀어 한 차례 쑤맹하기 이를 데 없는

장력으로 급히 다가오는 물살로 격출해 내자 일순 수면에 사람 높이의 물결이 치솟더니

그 물체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흑옥인마는 이를 보며 크게 웃었다.

 

"하하하… 이것 보게 아무것도 없지 않는가…"

그러나 위중평은 신색이 침중한 채 해면의 수심을 주시하며 그의 말은 듣지도 않았다.

왜냐하면 바다는 평지와 달라서 아무리 무공이 높다 해도 일단 배만 파손되면

고기의 먹이가 되기 때문이었다.

두 사람은 잠시 동안 침묵을 지킨 후, 갑자기 배가 진동하는 것을 느끼자 몹시 놀랐다.

그러나 위중평은 벌써 생각한 바가 있어서 급히 쌍장을 뒤로 치고 누르니

일순 그 배는 비호와 같이 수면을 떠나 앞으로 이삼 장 멀리 미끄러져 갔다.

그의 감각이 예민한 바람에 과연 일진의 재난을 넘길 수 있었고 바로 그들치 쾌속정이

이동한 자리에는 괴물도 아닌 괴물체가 떠올랐다.

온몸은 빛나는 비늘로 감쌌으며 머리 끝에는 톱날 모양의 예리한 칼날이 달려 있었는데

견식이 많은 흑옥인마는 내심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경해신교(鯨海神鮫)!

이 흉마가 만약에 육지에 있었다면 그들 두 명은 누구도 그를 무서워하지 않을 것이나

바다에서는 약간 곤란했다.

해면에 주시하고 있던 위중평은 냉랭히 입을 열었다.

 

"네가 얼마만한 재주가 있는지 어디 한 번 우리한테 덤벼봐라!"

 

이 때, 흑옥인마도 신색이 점점 변해가며 지장음공의 공력을 운집하고 오기를 기다렸고

한참 동안 기다려 봐도 아무런 소식이 없자 내심 불안을 느낀 위중평이 큰소리로 외쳤다.

 

"노형! 우리 이렇게 합시다.

당신은 지장음공을 써서 배를 빨리 가게 하고 나는 경해신교의 동태를 살피겠소.

만약에 다시 공격해 오면 내가 필시 그에게 나의 팔구통천지를 선사하겠소."

 

흑옥인마는 이 말을 듣자 크게 웃으며 위중평을 향해 말했다.

 

"소형제! 자네가 어떻게 하더라도 내가 다 듣겠네!"

 

그리하여 쌍장에 공력을 끌어올린 흑옥인마는 뱃머리에 서서 지장음공을 발출했다.

위중평은 단정하게 앉아서 키를 잡고 동시에 두 눈을 번갈아 번득여 수면을 쏘아보며

경해신교의 행동을 감시하고 있었다.

그 배는 지장음공의 발출로 빠르기가 마치 비호같았다.

이 때 화살의 빠름처럼 물살을 헤치는 소리같은 것이 들렸다.

위중평의 눈과 귀는 보통 민감한 게 아니리서 이 점을 근거로 하여 이건 분명히

경해신교가 왔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맹렬히 키를 오른손으로 돌리자

일진의 풍광을 일으키며 그 배는 즉시 오른쪽으로 방향을 바꾸었고 순간

수면 위에 하나의 은회색 인영이 나타났다.

위중평은 미리부터 팔구통천지공을 운집해 놓은 장력을 경해신교가 수면으로

떠오르는 순간을 이용하여 격출해 냈다.

이 팔구통천지공은 와도지왕의 사일전운수의 절기와 조금도 손색이 없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가벼운 경지에 불과하지만 그 힘은 족히 바위를 깨고

금석을 꿰뚫을 만한 힘이 있었기에 손가락의 힘이 뻗혀지자

즉시 비명 소리가 터지며 경해신교의 몸은 파도를 일으키며 수심 속으로 들어가

눈 깜박할 사이에 사라졌다.

흑옥인마는 크게 웃으며 말했다.

 

"이번에야말로 크게 상처를 입었을 거야!"

 

위중평도 잇달아 맞장구쳤다.

 

"상처가 어쨌든 간에 그는 이미 더 이상 배를 공격할 힘도 없을 거요."

항주만에서 취도까지의 거리는 과히 멀지 않아 그들 두 사람은 연이어 내공의 힘을 발휘하여

배의 속력을 빠르게 하였다.

그리하여 해가 서산에 지기도 전에 이미 무림인들마다 오고 싶어 했던 신사의 작은 섬에

당도하게 되었다.

위중평은 뱃머리에 서서 자세히 섬을 살펴봤는데 이 섬은 그리 크지도 않고 주위가

이십리도 안 되는 게 속에는 원시의 밀림이 하늘을 덮고 풍경이 아주 아름다웠다.

두 사람은 배를 암초 사이로 갖다 대고 육지로 올라서서 장진도에 기재된 대로

이궁을 향해 쭉 걸어갔다.

이 이궁은 바로 섬의 중앙에 건립되어 있어 멀리서 바라보니

금빛 찬란한 웅대한 건물이 있는 것이 정말 장관이었는데 이것으로 보아

당대의 이궁 주인이 건물을 건축할 때 얼마나 심혈을 기울였는지 대강 짐작이 갈 만했다.

잠시 후, 이궁 앞에 도달하여 문을 열고 들어서자 두 사람은 동시에 깜짝 놀랐다.

그들은 궁에서도 이처럼 이궁의 건축이 정교하게 호화로울 줄은 몰랐다.

흑옥인마는 이러한 것들을 보자 감탄할 여유마저 없이 급히 장진실로 뛰어갔다.

장신실에 들어서자 또 두 사람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궁의 주인은 도대체 어디서 이렇게 값진 많은 진지한 보물들을 수집했을까?

그 숫자들이 달린 상자 말고도 진열장에 진열해 놓은 것만도 그 값어치를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았으나 어쩐 일인지 이 두 사람은 그것들을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고 흑옥인마만이 한두 가지만 가지며 몹시 기뻐하다가

위중평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니! 왜 아무것도 안 갖는 건가?"

 

위중평은 고개를 흔들며 웃으면서 말했다.

 

"이 물건들은 나하고 아무 상관도 없으니 우리는 어서 옥탑으로 갑시다."

 

흑옥인마는 머리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그렇다면, 가보지!"

 

하면서 앞장서서 걸어나갔다.

위중평은 막 몸을 틀어 가려고 할 때 홀연 진열장 안에 하나의 유리상자 속에

광채가 빛나는 홍색의 아름다운 구슬이 들어 있는 것을 보고는 슬그머니 몸을 돌리더니

암암리에 생각을 굴렸다.

 

'옥누님의 인름이 바로 미옥이 아닌가?

그녀는 또한 홍의를 즐겨 입으니 이 구슬을 그녀에게 갖다 주면 무척 좋아하겠지?'

여기까지 생각한 위중평은 홍색의 구슬을 품 속에다 넣고 흑옥인마를 쫓아 옥탑으로 향했다.

이 옥탑은 화원 내에 건축되어 있었고 모두 아홉 층이며 높이는 약 아홉 장으로 이 층은

지하실로 연결돼 있었다.

두 사람은 지도에 따라 잽싸게 탑 내로 들어갔다.

오랫동안 전해 내려오던 옥탑의 무공이 금방 눈앞에 전개될 판이었다.

두 사람의 마음 속은 온통 흥분과 긴장으로 가득 찼고 더욱 긴장한 흑옥인마는

 안으로 급히 뛰어갔다.

그러나 사정이 정말로 이렇게 쉬울까?

그들은 꿈에서도 이 취도에 이미 살기가 곳곳마다 매복되어

이 섬에 발을 딛은 사람은 거의 한 사람도 살아서 이곳을 빠져 나간 사람이

 없었던 것을 모르고 있었다.

왕년에 장진도와 금시가 강호에 유실되어 피를 부른 일대의 처절한 살인극이 일어났었다.

최후에는 날수조군(辣手昭君)의 수중에 들어갔는데 그녀가 바로 지금의 옥탑단장인이다.

그녀는 또 흑백 양도 인물들을 초대하여 쟁탈전을 벌이게 했다.

이후 장백파 신주겅성의 백산 목장에 숨었다가 생각지도 않게 실패하자

반대로 장백파에 큰 참사를 불러 일으키게 한 것이다.

 

그 후-.

날수조군은 또 다른 한 명의 흑도 마군인 자선마군(紫扇魔君)과 함께 이궁에 들어가서

옥탑무공을 연마했다.

자선마군의 무공은 본래가 높은 데다가 옥탑의 비기를 얻자 얼마 안 되어서 상상할 수 없는

경지에까지 터득했다.

두 사람이 선택한 것은 모두 음독공부(陰毒功夫)로 두 사람은 비록 같이 동거하고 있지만

배우는 것이 달라서 점점 감정이 엇갈려 불과 물의 관계가 되고 말았는데 바로 이 과정에서

날수조군은 육지에 한 번 가더니 돌아올 때는 여자 아이 하나를 데리고 왔다.

그게 바로 추혼천녀였다.

그들이 옥탑에 들어간 후, 날수조군은 무공을 터득해서 무림인들을 전부 죽여

가슴에 맺힌 한을 씻겠다고 했다.

이 때, 자선마군은 그 일이 나쁜 것임을 알고 좋은 일에 쓰라고 날수조군을 타일렀지만

그래도 말을 듣지 않자 대노한 김에 대륙으로 떠 나갔다.

떠나기 직전에 제자인 추혼천녀에게 경고했다.

 

"만약에 그녀가 진짜로 그렇게 한다면 나는 무림의 재해를 막기 위해서도 그녀를 죽이겠다."

 

자선마군의 무공은 그녀를 훨씬 능가해서 그녀로 하여금 겁을 먹게 했으나

또한 이것으로 하여금 날수조군의 마음 속 깊이 한이 맺혔다.

날수조군의 일생은 몹시도 비참해서 어렸을 적에 부모가 돌아가시고 소녀의 순정도

어느 흉폭한 악마에게 빼앗겨 여자애를 낳고 말았는데 그게 바로 지금의 추혼천녀인 것이다.

그후, 세 번이나 결혼을 했지만 전부 상대에게 희롱을 당한 후 버려졌다.

그러다가 최후로 자선마군을 만났다가 또 헤어진 것이기 때문에 그녀는 세상의 모든 남자들을

증오했고 더욱 모든 무림인을 원망했기에 날수조군은 무공을 터득한 후 즉시 대륙으로 건너가

옥탑단장인이라 명호를 개명하고 무림인을 죽일 계획을 세웠으나 사도 두 사람이 수많은

무림인들을 죽였을 때 홀연 자선마군의 경고를 받고서야 흉살을 멈췄다.

그러나 그녀는 여기서 중단을 하지 않고 한 가지 독계를 꾸미며 내심 생각을 굴렸다.

 

'무림인마다 전부 옥탑무공을 얻으려고 하는데 나는 왜 옥탑의 장진도를 이용하지 않았을까?

그들은 장진도를 탈취하기 위해 신주검성을 살해했는데 오늘날 그들로 하여금 장진도를 빼앗게

한 후, 나의 소혼마장으로 죽게 하면 누워서 떡먹기 식으로 쉬운 일일 것이다.'

 

그리하여 그녀는 각파의 사람들을 초청하여 북쪽의 높은 봉우리 위에서 무술대회를 열어

장진도를 벳게 했고 동시에 명문 정파의 인사들이 참석을 안할까봐 고의로 소림에서

장진도를 얻게 하고 무당파에게 금시를 얻게 하고는 두 절의 수중에서 뺏아와 가지고

양파의 격분을 일으킨 것인데 그녀의 이런 계획은 과연 묘계여서 무술대회에 참가했던

사람은 거의 모두가 참살을 당했다.

다행히도 위중평이 그 때 백공상인(百空上人)의 쪽지를 보내와서야 일을 해결했는데

그 백공상인은 바로 자선마군이었고 또한 바로 옥탑단장인이 유일하게도 겁을 먹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어쩔 수 없이 참극을 중지했다.

당시, 그녀는 또 한 개의 독계를 생각해 내어 장진도와 금시를 소나무 속에 넣고는

군웅들로 하여금 서로 쟁탈하게끔 한 후 이궁으로 돌아가서 모든 매복장치를 배치해

놓은 동시에 강호에는 장진도의 출현에 대한 소문을 더욱 퍼뜨렸고 은은하게나마

취도의 위치를 대략 노출시켰다.

이런 식으로 살인을 자행하는 방법은 자선마군의 경고에도 위배되지 않는 반면에

무림인들이 살인극을 벌이게 되면 이것이야말로 자기로서는 일거양득이 아니겠는가?

한편 흑옥인마와 위중평이 옥탑에 들어간 후 추격해온 군웅들의 범선은 속속 들어찼다.

그 중에는 몽장일괴, 고원삼흉, 냉면파파, 천독성모, 질세산인, 대피교주, 천남 육파의 사람,

중원무림과 강남인물들 그리고 흑도 중의 많은 마두들이 있었으며 이 사람들은

육지에 올라서자 즉시 신법을 전개했다.

인영이 무리가 탑을 향해 달려가자 각문 각파의 무공 절기가 속출하여 그들의 자세가

미묘하여 아주 멋이 있었다.

이궁에 산같이 쌓인 보물들은 무림의 군웅들로 하여금 침을 질질 흘리게 하였다.

전설에 의하면 이궁에 있는 보물 중 두 가지의 진귀한 보물이 있었는데

하나는 와황금검(蝸皇金劍), 또 하나는 형산홍옥(刑山紅屋)이었다.

이 두 가지의 보물은 무림인들이 꿈 속에서까지 갖고 싶어하는 것인데 이미 수십 년 동안

강호에 출현하지 않았다.

그래서 모든 사람은 이 두 개의 보물이 이미 이궁 내에 있다는 것을 알았고 이러한 소식을

위중평은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고 흑옥인마도 삼십 년 동안 강호에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더욱 몰랐다. 그래서 이궁에 있는 많은 보물들을 마치 흙으로밖에 여기지 않은 것이다.

제일 먼저 이궁문에 당도한 것은 몽장일괴였다.

이 흉악하고 욕심이 많은 사람은 이궁에 들어서자마자 장진실로 급히 향했다.

이 때, 실내에는 이미 온몸에 빛이 나는 괴인이 잠입하여 많은 사람들이 얻기도 힘든 보물들이

땅에 떨어져 깨진 것도 적지 않은 채 마구 흩어져 있었다.

몽장일괴는 성질이 괴팍하여 이것을 보자 두 눈에 불을 켜며 크게 호통을 쳤다.

"이놈이 담도 크구나! 어서 나와서 목을 내놓아라!"

그는 바다에서 위중평과 흑옥인마를 추격하다가 오히려 팔구통천지에 격중당한 자이지만

그래도 다행하게 몸에 비늘을 뒤집어 써서 겨우 목숨을 부지하여 감히 급습을 하지 못하고

멀리 떨어져 이 섬에 온 것이었다.

위중평 등이 옥탑에 들어가자 그제서야 장진실에 들어와 그 두 가지의 보물을 찾고 있는 중이었다.

몽장일괴의 고함에 깜짝 놀란 그는 머리를 돌려 보더니 즉시 일진의 괴소를 치며 말했다.

 

"너같은 놈이 큰소리를 칠 자격이 있느냐?"

 

이 때 그는 형상홍옥과 와황금검을 못 찾아서 화가 치밀어올랐는 데다가

울분을 발산할 데가 없었는데 몽장일괴가 이렇듯 욕을 하자

즉시 몸을 날리며 그에게 쌍장을 격출하고 이 두 흉마는 두 마디도 하기 전에

맹렬하기 이를 데 없는 공방전을 시작했다.

 

바로 이 때-.

문 밖에서 벌떼와 같이 많은 사람들이 장진도를 향해 뛰어오는 순간,

몽장일괴는 폭갈과 함께 경해신교를 뿌리치고 문 앞에 가서 쌍장의 장력을

후려쳐 밀려오는 군웅들을 일단 멈추게 하자

고원삼흉은 바로 이 순간을 이용하연 문 앞에까지 다가왔다.

사도 네 사람은 문을 가로막고 누구도 들어오지 못하게 하고 천독성모는

대노하여 일 초인 화골금사(化骨金砂) 한 주먹을 정면으로 후려쳤다.

실내에는 사람이 많고 공간이 적은 데다 그 들 사도는 함께 모여 있는지라

이 금사의 일 장을 좌우에서 발출하니 매우 흉맹했다.

한북일흥은 맨 앞에서 덤비다가 일진의 비명을 지르며 만면에 피를 흘리고

쓰러졌으며 몽장일괴는 급히 장풍을 발출하여 간신히 남은 진기를 분리시켰다.

바로 금사가 분산되는 순간 경해신교는 이미 몽장일괴한테 덮쳐가고

냉면파파는 철지팡이를 치켜 세우며 남은 두 원흉에게 공격해 가며

그들이 손을 쓰기 시작하자 남은 군웅들도 개미떼처럼 앞으로 돌진해 들어갔다.

그러나 이런 협소한 데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들이닥치니

아무리 재간이 있는 사람도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랐다.

어느새 광풍이 일어나며 혼전이 계속되었다.

대피교주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틈을 헤치고 장진실에 들어가서

보물을 얻는다 해도 군호들의 협공을 벗어나기가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되자

조심히 뒤로 물러서더니 후원으로 가서 옥탑을 찾았다.

옥탑 앞에까지 가자 다만 두 개의 철문이 굳굳이 닫혀 있는 것이 보였다.

그는 몇 번이나 밀어 보았으나 움직이지도 않았다.

또 자세히 사방을 살펴보니 아무런 흔적도 발견되지 않자

급히 종이부채를 후려치니 탑 위에서 난동을 부렸다.

돌연, 뒤에서 비웃는 듯한 말소리가 들려 왔다.

 

"교주, 그렇게 쓸데없는 힘을 쓸 필요는 없소!

금시가 없는데 어떻게 들어갈 수가 있겠소?"

 

대피교주는 부채를 펴면서 몸을 돌려 보니

바로 칠검유운 구양선이었다.

그도 크게 소리치며 물었다.

 

"구양형, 어찌 앞에 있는 장진을 포기하고 이쪽으로 왔소!"

 

구양선은 머리를 세차게 흔들며 냉소를 쳤다.

 

"이렇듯 개들이 뼈다귀를 뺏으려고 하는 짓을 나 구양선이 어찌 하겠소!"

 

"구양형, 당신도 알아냈구려? 나는 이곳에 함정이 있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소…"

 

구양선은 그가 무엇을 가리키는 것인지 짐작할 수 없었다.

대피교주는 계속해서 입을 열었다.

 

"옥탑단장인이 비록 옥탑무공을 이미 얻었지만 그녀는 절대로 그렇게 좋은 것을

포기하지는 않았을 것이오.

그러나 북고봉의 일이 있은 후 그녀는 강호에 다시는 출현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또한 이궁에 들어갈 수 있는 금시와 장진도를 버렸으니 만약에 다른 음모가 없다면

이렇게 할 리가 없지 않소?"

 

구양선은 긴 수염을 어루만지며 머리를 끄덕여 수긍의 의사를 보였다.

 

"그 말도 비록 틀리지는 않지만 그들이 이궁에 들어간 후,

이렇듯 아무런 동정도 살필 수가 없고 또한 장진실의 문까지도 닫지 않았으니

이 사실들을 미루어 봐도 별다른 음모는 없을 것이오!"

 

대피교주는 부채를 흔들고 웃으며 응답했다.

 

"바로 아무런 동정도 없기 때문에 사정이 더욱 심각한 것이오.

내가 고의로 겁을 주는 것이 아니라 위기가 바로 조금 후에 있을 것이라고 단정할 수가…"

 

바로 이 말이 떨어지는 순간,

갑자기 산을 진동시키는 폭음이 들리더니 이궁의 기와가 날리며 하늘로 치솟았다.

이 일진의 폭음에 의해 남은 벽돌과 깨어진 기와가 비오듯 두 사람에게 떨어졌고

대피교주와 구양선은 각각 부채와 장검을 뽑아 후려치며 뒤로 물러섰다.

 

이 때-.

이궁 내의 군호들은 한 차례 절규에 가까운 외마디 처절한 비명 소리를 지르더니

삽시에 삼분의 이가 목숨을 잃었다.

천독성모, 냉면파파, 몽장일괴 등 사람들은 온몸이 시커멓게 된 채 정신없이

검은 연기 속에서 뛰쳐나오자 대피교주는 군웅들의 참사를 지켜 보면서

아무런 동정심도 없는 듯 부채를 흔들며 득의에 찬 미소를 띠고 생각했다.

 

"이게 바로 사람들은 재물 때문에 죽고, 새는 먹이 때문에 죽는 것이다!

죽은 사람들은 보물 틈에서 죽었으니 귀신이 돼도 갑부가 될 것이다…'

그러나 누가 알았으랴.

그의 웃음 소리가 채 끝나기도 전에 구양선이 놀란 나머지 소리쳤다.

 

"아니 이게 어떻게 된 거지? 어째서 땅이 움직이기 시작할까?"

 

말이 아직 끝나기도 전에 일진의 폭음이 들리더니

별안간 취도에는 무시무시한 지진이 발생했는데 순간 땅이 입을 쩍 벌리듯이 갈라지며

밀림의 수많은 나무들이 낙엽 떨어지듯 우루루 넘어져 갔다.

대피교주는 지진이라는 외침을 듣자 지체하지 않고 맹렬히 몸을 날려 해변으로

질주해 갔고 곧이어 구양성, 천독성모 등 남은 몇 명의 군호도 정신없이 해변가로

질주해 갔지만 그들이 해변가에 당도했을 때는 의외의 사건이 그들로 하여금

두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혼비백산케 했다.

알고 보니 모든 범선이 전부 사라진 것이다.

돌연, 바다의 한군데에서 은빛이 나는 괴물이 떠오르더니

군웅들을 향해 일진의 냉랭한 괴소를 터뜨리며 음침하게 말했다.

 

"흥! 너희들의 배는 내가 전부 침몰시켰다.

어디 재주가 있으면 나 경해신교를 따라 와라! 하하하하…"

 

경해신교는 수면에 소용돌이를 일으키며 눈 깜박할 사이에 사라졌다.

지진은 이 때 점점 더욱 맹렬해져서 취도는 금방이라도 바닷물에 잠길 것 같았으며

이러한 것을 본 대피교주 등 군호들은 마치 뜨거운 솥에 있는 메뚜기와 같이

안절부절 못하고 섬 주위를 마구 돌았다.

 

한편-.

 

위중평은 흑옥인마를 따라 옥탑문 안으로 들어가서 막 계단을 내려설 때

돌연 앗, 하는 소리를 질렀다.

두 개의 육중한 철문의 기척도 없이 닫힌 것이다.

위중평은 급히 몸을 뒤로 날리며 철문을 향해 위맹한 일격을 가했으나 끄덕도 않자

매우 놀라며 급히 소리쳤다.

 

"노형, 빨리 금시를 꺼내서 시험해 보시오!"

 

흑옥인마는 양 손을 흔들며 말했다.

 

"이 문은 밖에서 잠긴 것인데 금시가 있어 보았자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잠시 당황하지 말고 먼저 안으로 들어가 보고 또 말하세."

 

두 사람은 다시 계단을 내려서며 옥탑의 일 층으로 들어갔다.

이 방은 팔각형 모양으로 되어 있었고 사방의 모든 벽이 하얀 옥석으로 되어 있었으며

매우 반들거렸다.

실내에는 탁자들이 잘 정돈되어 있었고 벽에는 용의 눈알만 한 크기의 명주가

실내를 밝게 비춰주었다.

조용하고 별로 이상한 것을 발견하지 못하자 위중평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여기는 별로 볼 일이 없으니 이 층으로 가봅시다."

 

흑옥인마는 실망을 안은 채 위중평을 따라 이 층으로 올라갔다.

이 층의 장식은 지하 일 층과 별 차이가 없었다.

있다면 그저 벽에 많은 글자가 새겨져 있을 뿐이었다.

흑옥인마는 황급히 다가가 보고는 냉소를 쳤고 이 때,

위중평도 가까이 걸어와서 권, 장 및 내공의 구결을 보자

그것이 바로 현문정종의 무공이라는 것을 알았으나 흑옥인마와 위중평의

현재의 무공에는 조금도 소용이 없어서 흑옥인마가 냉소를 쳤던 것이다.

위중평은 이를 보고 그의 어깨를 치며 말했다.

 

"노형, 너무 실망하지 마시오. 이 탑은 모두 아홉 층인데 이 제 겨우 이 층밖에 안 올라 왔으니

계속 올라가면 발견하게 될 것이오."

 

흑옥인마는 정색을 짓고는 다시 삼 층으로 올라갔다.

그러나 삼 층서부터는 벽에 새겨져 있는 글씨가 이미 전부 사람에 의해

지워져 버려 조금의 흔적도 남지 않았다.

흑옥인마는 이를 보자 화가 머리 끝까지 치밀어 올라 냉소를 터뜨리며 말했다.

 

"아! 알았다. 이것은 분명히 옥탑단장인의 짓일 것야.

이후 에는 만약 그 악독한 년을 만나면 내 그녀에게 지장음공의 따끔한 맛을 보여 주겠다!"

 

위중평도 내심 무슨 내막이 있다는 것을 느끼고는 급히 소리쳤다.

"잠깐! 우린 그녀의 함정에 빠진 것 같소. 생각해 보시오.

그렇게 많은 재주를 갖고 있는 옥탑단장인이 어찌 그리 쉽게 군웅들로 하여금

장진도를 갖고 가게끔 하겠소?

또한 취도는 그녀가 사용하던 곳이라서 아무런 방비도 없이 사람들을 들어 오게 할까요?

이 속에는 필경 극히 잔인한 음모가 숨겨져 있을 것이오."

 

흑옥인마는 노기충전한 채 계속 말했다.

 

"그녀가 무슨 음모를 꾸몄든 간에 우리는 먼저 탑 꼭대기에 가보세.

 난 이 옥탑을 빠져 나가지 못한다는 것을 못 믿겠네."

 

두 사람이 일 층, 또 일 층씩 올라가서 칠 층까지 올라갔을 때였다.

위중평은 갑자기 벽 위에 새겨진 두 줄의 선명한 글씨를 발견하였다.

동쪽 벽 위에 쓰여 있는 것은 '팔구통천지공법', 삼제유공구결(三際柔功口訣)이란

글자가 새겨 있는데 모두 금시로 새긴 것이었다.

필력에 힘이 들어가 있어서 세 치 가량이 파여져 있었다.

또한 깊이가 일치하여 이 글을 쓴 사람은 분명히 공력이 매우 심후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아깝게도 이 몇 글자만 남았을 뿐 다른 것은 전부 지워진 것을 본 흑옥인마는

 매우 실망했으나 위중평은 갑자기 뭔가 뇌리를 스치고 지나가자 내심 생각에 잠겼다.

 

'나의 팔구통천지공은 바로 백공상인이 전수해준 것인데 어째서 그도 옥탑무공을 할 줄 알지…'

 

따라서 또 백공상인이 말했던 것을 자세히 생각해 보며 백공상인도 과거에는 취도에서

기거했을 것이라고 결정했고 또한 옥탑단장인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으며 동시에 백공상인이

자기에게 전수해준 무공이 바로 옥탑무공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나 그는 절대로 백공상인이 바로 자선마군이라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두 사람은 다시 팔 층을 거쳐 마지막 구 층에 들어서자 또 천뢰장법과 천룡장법이 있다는 것을

알았으나 두 장법도 그 이름만 있을 뿐이였으나 위중평 등은 그대로 포기하지 않고 석벽을

살피며 맨 끝까지 보다가 돌연 눈앞에 금광이 번쩍이는 길이가 약 일 척 오륙 치의 작은

한 자루의 금검이 석벽 위에 꽂혀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급히 뽑아서 보니 이 검은 모양이 우아할 뿐 아니라 극히 예리했다.

손잡이 위에는 명주 보석이 박혀 있었고 중앙에는 은은하게 와황(蝸皇)이란 두 글자가 있었다.

돌연 그의 심중에 생각나는 것이 있었다.

 

'혜매가 단검을 무척 좋아하지 않는가? 이 검을 그녀에게 갖다 주면 매우 좋아하겠군!'

 

이런 생각을 하며 머리를 숙여 검을 주워서 허리에 찼다.

그는 이 검의 내력을 모르기 때문에 그리 중요시 여기지를 않았지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는 이미 절세의 보물을 얻은 것이었다.

흑옥인마는 평생 무기를 쓰지 않기 때문에 이 화려하기 이를 데 없는 검을 다만

예쁜 장식품으로만 알았기에 보지도 않은 채 계속해서 흰 벽을 자세히 살펴보며

최후에는 무슨 발견이라도 하기를 고대했다.

 

순간-.

그는 기적이라도 발견한 듯,

큰소리를 치며 마지막 하나의 벽을 가리키고 광소를 터뜨렸다.

 

"으하하하… 과연 헛걸음을 안했군! 이제야 비로소 내가 찾던 물건을 찾았다…"

 

위중평은 그가 그토록 좋아하는 것을 즉시 앞에 가서 보았다.

맨 위의 큰 네 글자는 자부진결이었고 밑에는 몇 줄의 작은 글씨가 쓰여 있었다.

옆에는 화신이 하나 써 있었다. 연기화신, 연신환허와 조화신공의 구결은

별로 색다른 것이 없었다.

단검이 꽂혀 있던 위치로 보아 아마 그 벽에 있는 글자들을 지운 사람은

여기까지 지우다가 홀연 무슨 일이 발생하여 검을 벽에다 꼽고는

황급히 떠난 것 같았다.

그래서 겨우 이 몇 줄의 글자만이 남은 것이었다.

흑옥인마가 일생 동안 연마한 무공은 팔 성의 공력이라서 온 심혈을 기울여

가면서 일생 동안 연마하여도 상승의 경계에는 도달하지 못하다가

오늘날 이런 비기를 얻었는데 어찌 좋아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무공의 비결을 읽고 또 계속하며 온종일 쉬지도 않은 채 외우기에 여념이 없었다.

위중평은 한쪽에서 있는 것이 지루하자

몸을 돌려 사방의 벽을 돌며 출구를 찾아내려고 애썼다.

이 때 돌연, 천지가 개벽할 듯한 큰 폭음이 들리더니

오랫동안 끊이지 않고 계속 들렸다.

두 사람은 무슨 일인지도 모르고 그저 놀라기만 했다.

 

바로 이 때-.

옥탑이 흔들거리기 시작하더니 점차 심하게 움직였고 두 사람은 비록

절학을 지니고 있지만 시간이 경과하자 머리가 어지러워지며 몸의 중심을 잡지 못했다.

처음에는 옥탑의 기관이 발동한 줄로 알았는데 시간이 점차로 흐르자 심상치 않게 여겨졌다.

만약에 기관이 작동했으면 어째서 옥탑의 담들이 갈라질까?

위중평은 일이 심상치 않은 것을 알자 급히 소리쳤다.

 

"노형, 빨리 지하실로 갑시다. 아무꼰도 곧 이 탑이 무러질 것 같소…"

 

하며 급히 아래로 뛰어 내려갔다.

두 사람이 각각 오륙 층까지 내려왔을 때, 갑자기 일진의 폭음과 함께

위의 사층은 탑 꼭대기까지 날라갔다.

광풍이 노하고 깨진 돌들이 난잡하게 휘날리는 가운데 한 홍영이 번쩍이더니

위중평을 잡고는 급히 말했다.

 

"어서 빨리 날 따라와요! 빨리! 이 섬은 곧 침몰될 거예요."

 

위중평은 몸이 가뿐한 것만 느낄 뿐 이미 그 사람에게 끌려서 날아갔다.

하지만 다급한 아래에서도 큰소리로 외쳤다.

 

"노형, 빨리 갑시다!"

 

따라서 온몸의 진기를 운통시켜 칠팔 장 높이의 구멍에서 아래로 내려서며

구해준 사람을 바라보니 바로 추혼천녀가 아닌가!

이 때, 취도는 온통 광풍노도와 거센 파도에 출렁이고 있었다.

땅이 쩍쩍 갈라지고 밀림과 산봉우리가 한꺼번에 파도에 삼켜졌다.

그리고 작은 산만한 파도가 육지로 밀려와 정세가 아주 험악했기에

세 사람은 전력을 다해 경공을 발휘했다.

순식간에 섬 뒤의 나루터에 당도하자 추혼천녀는 암석 뒤에서 작은 배 한 척을 꺼냈다.

세 사람은 즉시 협력하여 물에 띄어 놓고 함께 배 위로 날아갔지만 사실상

지금 이 시각에 바다에서 배를 탈 수가 있을까?

만약에 추혼천녀가 삼제유공을 격출하지 않았더라면 아마 이 배는 뒤집어졌을 것이다.

세 사람이 힘을 합쳐 막 배의 중심을 잡고 떠나려는 순간,

갑자기 나루터에서 산발한 귀신같은 노파가 쏜살같이 배를 향해 덮쳐왔다.

추혼천녀가 막 삼제유공을 발휘하려 할 때 위중평이 제지했고

그 노파는 이미 배 옆까지 다가왔다.

그 배에 한 사람의 중량이 더 증가하자 갑자기 아래로 가라앉으며 침몰하려고 했다.

흑옥인마가 급히 지장음공을 발출하자 그제서야 추혼천녀의 힘파 합쳐지서

겨우 바로 세울 수 있었다.

배에 덮쳐온 노파는 바로 천독은의 장문인인 천독성모였다.

이 천독성모는 배 안에 위중평과 추혼천녀가 탄 것을 보자

즉시 품 속에서 화골금사를 한 주먹 꺼냈다.

위중평은 이것을 보자 크게 소리쳤다.

 

"그리 긴장하지 마시오.

만약에 내가 당신을 죽이려고 했으면 당신을 배에 태우지도 않았을 것이오!"

 

흑옥인마는 그녀의 행실을 보자 냉랭히 코웃음을 쳤다.

 

"흥! 이런 죽여도 시원치 않을 년! 지금은 목숨을 부지하기도 어려운데 싸움을 하려고 하다니…"

 

흑옥인마는 강호의 배분에서 그녀보다 한 배분 높았다.

그래서 그녀를 꾸짖자 그 노독충은 꼼짝도 못하게 되었다.

그녀는 공손하게 입을 열었다.

 

"노선배님, 후배는 그런 뜻이 없습니다."

 

이 때에야 네 사람은 몸의 중심을 조절할 수 있었다.

순간, 위중평이 크게 소리쳤다.

 

"조심하십시오!"

 

하는 소리와 함께 쌍장을 뒤로 후려치니 배는 즉시 앞으로 쏜살같이 나아갔다.

돌연, 높이가 약 오륙 장이나 되는 거센 파도가 태산과 같이 뱃머리를 향해 밀려왔다.

이를 본 천독성모는 깜짝 놀라며 마구 소리쳤고 흑옥인마는 냉랭히 웃으며

쌍장을 앞으로 힘껏 내밀자 검기가 먹(墨) 같은 장풍이 파도를 향해 물밀 듯 밀려갔다.

추혼천녀는 뒤에 앉은 채 맹렬히 키를 돌리자

배가 갑자기 오른쪽으로 돌아 심하게 요동을 치자 이를 본 위중평이

쌍장을 급히 좌우로 누르며 조화신공을 두 차례나 전개하자

백색의 안개가 퍼지며 배가 바로 세워졌다.

그 배는 세 사람의 힘을 얻자 중앙에 나서게 되었다.

이 때 파도가 점점 작아지자 마음 놓고 취도를 바라보았으나 눈 깜박할 사이에

그 섬은 이미 해저에 잠긴 채 망연한 연기만 남길 뿐 종적을 찾아볼 수가 없어지자

모두 무한한 감격에 잠겼다.

위중평은 생각하면 할수록 더욱 식은땀이 흘렀고 내심 생각에 빠졌다.

 

'만약에 추혼천녀가 모험을 하지 않았더라면 내가 물귀신이 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을 것이다…

내가 죽는 것은 대수롭지 않으나 아직 아버지의 원한도 갚지 않았으니

그렇게 되면 난 위씨 문중의 죄인이 될 뿐만 아니라 장백파의 죄인도 될 것이다. '

 

여기까지 생각하고 만면에 감격의 빛을 띠며 추혼천녀를 바라보자

그녀도 이 때에 그를 쳐다보고 있었기에 눈동자가 마주치자 추혼천녀는

미소를 머금었고 그 미소에는 무한한 정의가 포함되어 있어 위중평은

 얼굴을 붉히면서 시선을 급히 돌렸다.

그러나 심장의 고동은 마구 뛰며 곧 앞으로 가서 그녀의 백옥 같은 손을

잡지 못하는 것이 한스러울 정도였다.

눈길이 마주치는 가운데 서로의 마음이 통했다

얼마 안 되어서 항주만에 당도하자 네 사람은 모두 부두에 올라서서

안도의 숨을 내쉬었고 천독성모근 즉시 흑옥인마에게 미소를 띠며 공손히 인사를 한다.

그리고 위중평의 허리에 찬 금빛 단검을 욕심에 찬 눈동자로 바라보더니

급히 신법을 전개하여 비호같이 질주해 갔다.

추혼천녀는 이를 보고는 냉소를 쳤다.

 

"이런 조금의 양심도 없는 년을 구해 주다니,

그녀가 갈 때의 태도를 보세요!

아마 이후에 또 당신을 찾아와서 복수를 하려고 할 거예요!"

 

위중평은 정색을 지으며 다부지게 말했다.

 

"뒷일이 어떻게 되던 간에 난 상관하지 않겠소.

은혜든 원수든 모두가 그녀의 생각에 달렸소!"

 

흑옥인마는 갑자기 근소를 터뜨리며 말했다.

 

"나 흑옥인마는 일생 동안 혼자 살아서 한 번도 그 누구의 은혜를 입은 적이 없었다네,

그런데 이번엔 자네 두 사람에게 정말 신세를 많이 졌군.

노부는 이미 이 항주의 산수가 마음에 들어서 오늘부터 비래봉(飛來峯)에서

신공을 연마하겠으니 이 후에 동생과 추혼낭자께 무슨 일이라도 있으면 언제든지

이 비래봉으로 나를 찾아오게. 내 기꺼이 도와 주겠네."

 

하며 바람과 같이 동북방으로 쏜살같이 사라졌다.

위중평은 흑옥인마가 간 후, 가볍게 탄식을 토했다.

바로 이 때에 추혼천녀가 백옥같은 손을 살며시

그의 어깨에 올려 놓고 조용히 입을 열었다.

 

"당신은 지금 어디로 갈 거예요?"

 

위중평은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말했다.

 

"갈 데는 정말 너무 많소.

내가 살았다는 소식을 아마 사형께선 아직 모르고 있을 테니

난 우선 촤산에 먼저 들려야 되겠소.

괜히 그들에게 걱정을 끼쳐 드리고 싶지 않소.

동시에 난 또 장백에 가봐야겠고, 그리고… 그리고…"

 

추혼천녀는 미소를 띠며 물었다.

 

"그리고 장백도의 그 누님, 신가보의 누이동생 그녀들을 만나보러 가야겠죠?"

 

위중평은 태어날 때부터 거짓말을 한 적이 없어서 추혼천녀의 묻는 말에

서슴지 않고 머리를 끄덕여 수궁하자 추혼천녀는 갑자기 그의 손을 끌어당기며 말했다.

 

"당신이 어디로 가든 간에 먼저 나를 데리고 이틀간 서호에서 얘기 좀 하며 놀다 가요."

 

위중평은 그녀가 두 번씩이나 모험하여 자기의 생명을 구해줬기 때문에

아무리 마음이 불같이 조급해도 차마 그녀의 요구를 거절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여 대답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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