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지/연성결(連城訣)

8. 깃털로 만든 옷 (羽衣)

오늘의 쉼터 2014. 6. 20. 09:29

 

8. 깃털로 만든 옷 (羽衣)

 

수생과 화철간은 그런 광경을 보고 멍청해 졌다.

적운은 꽉 조여있던 목이 풀리자 몇번 숨을 헐떡 거리더니 몸을 일으켰다.

순간 부러진 우측다리를 생각지 못하고 짚었으므로 통증에 자신도 모르게 아이쿠!

하고 소리를 지르며 나뒹굴었다.

그는 급히 우측 손으로 급히 땅을 짚고 좌측발로 의지해서 다시 일어났다.

혈도노조의 두발이 하늘을 향해 쳐박혀 있는 것이 보였다.

그는 이런 일이 어떻게 일어났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그는 눈을 비비고 살펴보았다.

혈도노조는 틀림없이 눈속에 머리를 박고 꼼작도 하지 않았다.

수생은 적운이 몸을 날려 일어났을 때 자기를 해칠까봐

혈도를 가슴앞에 들고 뒤로 몇 발자욱 물러서서 그를 주시하고 있었다.

그녀의 표정은 매우 민망해 보였다.

갑자기 화철간의 칭찬하는 말이 들렸다.

 

"ㅈ은 대사님, 당신의 무공은 대단하십니다.

아마 이 세상에서 둘도 없을 것입니다.

한발로 저 늙고 추악한 중을 차죽였으니

마 그 발에 실린 무게는 천여근은 될 것입니다.

이런 의로운 행동은 정말 많은 사람들로부터 흠모를 받아 마땅합죠."

 

수생은 이말을 듣더니 참지 못하고 꾸짖었다.

 

"제발 닥치세요! 듣자듣자 하니 정말 구역질 나는군요."

 

화철간은 말했다.

 

"혈도승은 간악하고 사악한 놈이고 모든 사람이 그를 죽이려고 했던 참이다.

ㅈ은 영웅께서 의를 위해서 자기의 사조를 죽였으

그 늠름한 기개를 어찌 우러러보지 않을 수 있단 말이냐?

말 대단하십니다. 대단해요. 만백성이 축하할만한 일이외다."

 

그는 혈도승의 두다리가 뻣뻣하게 굳어 틀림없이 죽었으리라고 생각하자

즉시 말투를 바꿔 적운을 치켜세우고 있는 것이였다.

사실 그의 사람됨이 지금은 비록 간사했졌지만 평생동안 의로운 일만 행하고

악한 일은 하지 않았었다.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육천서, 유승풍, 수대등 세사람과 십 여년동안 교분을 쌓고

마치 형제처럼 지낼 수 있었겠는가 ?

그러나 오늘 어쩌다 실수를 하여 유승풍을 죽이게 되자

마음속에 큰 충격을 받아 평시의 호탕한 기개가 모두 사라졌던 것이다.

게다가 혈도승에게 괴롭힘을 당하자 수십년동안 마음속에 잠재하고 있던

비굴한 마음이 자기도 모르게 겉으로 표출되었던 것이다.

적운은 말했다.

 

"내가 ... 내가 그를 발로 차 죽였다는 말씀이오 ?"

 

화철간은 말했다.

 

"물론입죠. 소영웅께서 믿지 못하겠다면 먼저 그의 두다리를 자른 다음 꺼내 보십시요."

적운은 수생을 한번 쳐다보았다.

수생은 그가 자기 수중에 들려있는 혈도를 빼앗으려는 줄 알고 깜작 놀라

뒤로 한 발자국 물러섰다.

적운은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그렇게 무서워하지 마시오. 나는 당신을 해치지 않을 것이오.

조금전 당신이 나와 저 노화상을 한꺼번에 단칼로 내리치지 않아서 감사드립니다."

 

수생은 흥! 하고 콧방귀를 뀌더니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화철간은 말했다.

 

"조카야! 이것은 너의 잘못이고 소영웅께서 성심성의껏 너에게 사과를 하는데

너는 응당히 그 사과를 받아줘야 한다.

조금전 늙고 악독한 중이 한칼에 너의 목을 내리치려고 했을 때

만약 소영웅께서 너를 아끼고 사랑하지 않았다면 너의 목숨이 지금까지

아 있을 수 있었겠느냐 ?"

 

수생과 적운은 화철간이 아끼고 사랑한다는 소리를 하자

멍한 표정이 되어 서로의 얼굴을 쳐다 보았다.

수생은 비록 용모가 어여쁜 소녀였지만 적운은 그녀를 구해줄때

더 이상 애매한 사람을 죽게해서는 안딘다는 일념으로써 구해줄 때

마음속에 엉뚱한 생각을 품은것 처럼 되고 말았다.

수생은 원래 적운에게 매우 강한 적개심을 품고 있었으나 화철간이 그런 말을 하자

더욱 강한 미운 생각이 들었다.

일시적으로 누구를 더 미워해야 할지 알수가 없었다.

그러나 두사람 모두 사악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눈을 돌려보니 아버지의 시신이 눈에 들어왔다.

자기의 처지가 너무 가련하게 느껴져 그 시체를 부둥켜안고 엉엉 울기 시작했다.

철간은 웃으면서 말했다.

 

"대사님, 소영웅님의 법명이 어떻게 되시는지요 ?"

 

적운은 말했다.

 

"나는 중이 아닙니다.

나를 대사라고 부르지 마시오.

내가 이렇게 승복을 입은 것은 잠시 난을 피하려고 거짓으로 입었을뿐이요."

 

화철간은 기뻐서 말했다.

 

"그것참 이상하군요. 알고보니 대사... 가 아니었군요.

그렇다면 대협의 성함은 어떻게 되십니까 ?"

 

수생은 비록 통곡을 하고 있었지만 두 사람의 주고 받는 말을 듣고 있었다.

적운이 중이 아니라고 하자 내심 반신반의 하였다.

적운의 말소리가 들려왔다.

 

"나의 성은 적이요. 이름도 없는 소인배이고 또 죽음의 늪에서 겨우 살아난 폐인입니다.

그 무슨 대협도 아니요."

 

화철간은 웃으면서 말했다.

 

"그것 참 묘하군요. 묘한 인연입니다. 적대형은 이렇게 늠름하시

나의 저 수질녀같은 어여쁜 처녀와는 어울리는 한쌍입니다.

이거야, 원! 내가 중매장이가 되고 싶지 않아도 별 수 없이 매파 노릇을 해야겠군요.

그것참! 묘합니다. 알고 보니 적대협께서는 출가인이 아니시군요.

 머리만 약간 길고 옷을 바꿔 입는다면 그 누구도 신분을 알아차리지는 못할 것입니다.

그런데 환속의 절차는 밟을 필요가 없겠지요 ?"

 

그는 적운을 틀림없는 혈도문의 중이라고 인정하고 있었다.

그러나 단지 적운이 수생의 미색을 탐내어 고의로 인정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여기고 있었다.

적운은 고개를 흔들며 침울하게 말했다.

 

"당신의 말은 솔직히 하고 그런 너덜구레한 소리는 치워버시오.

우리들이 만약 이 계곡을 나간다면 나는 영원히 당신을 보지 않을 것이고

수소저도 보지 않을 것이요."

 

화철간은 깜작 놀라 일시 그의 말을 알아 듣지 못했다.

그러나 즉시 웃으면서 말했다.

 

"아, 그렇군요. 아, 이제야 알겠읍니다."

 

적운은 눈을 둥그렇게 뜨더니 말했다.

 

"당신이 무엇을 안단 말이요 ?"

 

화철간은 낮은 소리로 말했다.

 

"적대협께서는 마음에 두고 계시는 어여뿐 아가씨가 있군요.

수질녀를 오래도록 부인으로 삼으실 수는 없다는 이야기겠지요.

헤헤헤... 그렇다면 며칠 재미를 보시기만 해도 상관없읍니다.

부부가 아니라도 운우지락을 누릴 수는 있지 않겠읍니까? 헤헤헤..."

 

이 몇마디의 말을 수생은 듣게 되자 너무 울화가 치밀고 억제할 수 없어서

재빠르게 뛰어가더니 연신 화철간의 뺨을 때렸다.

운은 망연히 쳐다보기만 할뿐 이일은 자신과 관련이 없다고 생각 하고는 눈길을 돌렸다.

한잠치 지나도록 혈도노조의 눈속에 박힌 발은 꼼작도 하지 않았다.

수생은 아버지의 시신이 다시눈안에 들어오자 더 이상 자신을 억제할 수가 없었다.

그녀는 애통해서 크게 외쳤다.

 

"아버지, 아버지!"

 

그러나 수대는 이미 죽은 몸인데 어떻게 딸의 외침에 대답을 할 수 있겠는가 ?

수생의 눈물은 한방울 눈위에 떨어져 눈속에 스며 들며 천천히 얼음으로 변하였다.

화철간은 혈도가 아직도 풀어지지 않자 쓸데없는 말을 하여 적운을 추겨올려

호감을 사려고 했다.

그러나 말할수록 자꾸 빗나가기만 했다.

적운이 그를 아는체도 하지 않자 화철간은 스스로 눈밭에 드러누워서 몸을 정양했다.

적운은 처음엔 임맥과 독맥이 관통되자 정신이 개운하고 몸속에 따스한 기운이

왔다 갔다 하는 것을 느꼈다.

그 기운은 가슴에서 등뒤로 갔다가 다시 가슴으로 빠져 나왔다.

한바퀴 돌때마다 몸은 말할 수 없이 편해졌다.

그는 이 기묘한 상황이 금방 왔다가 사라질까 염려되어

즉시 바닥에 누워 감히 음직이려고 하지 않았다.

내력이 임맥과 독맥을 흐르도록 가만히 놔두었다.

생은 몸을 일으키더니 한걸음 한걸음 혈도승이 쳐박혀 있는 곳으로 가보았다.

혈도승은 여전히 미동도 하지 않았다.

즉시 있는 힘을 다해서 좌측발을 혈도로 내리쳤다.

팍! 하고 가벼운 소리가 나면서 왼쪽 다리가 잘라져 나갔는데 피도 흐르지 않았다.

수생은 정신을 차려 자세히보니 혈도노조의 혈액은 이미 체온을 잃고 꽁꽁 얼어 있었다.

이 혈도승은 죽은지 이미 오래 되었던 것이다.

수생은 한편으로는 기뻤고 한편으로 슬펐다.

그래서 칼을 들어서 혈도승의 다리에 마구 칼을 휘둘렀다.

그녀는 생각했다.

 

'아버지는 돌아가셨다. 나도 더 이상 살고 싶지 않다.

이 악독한 늙은 중은 죽었으나 아직도 저 새파란 중놈이 살아있다.

내 어찌 그에게 수모를 당할 수 있단 말인가?

만약 나에가 조금이라도 이상한 짓을 하려고 한다면 내 스스로 목숨을 끊으리라.'

 

화철간은 이 모든 행동을 쳐다보면서 내심 기뻐하고 있었다.

 

'저 작은 중놈은 흉악하지만 나를 죽일 마음은 없구나.

조금뒤 나의 혈도가 풀어지면 당장 저놈을 죽여야겠다.'

 

또 얼마의 시간이 흐르도록 적운의 내공은 계속해서 음직이며 멈추지 않았다.

그래서 적운은 정전이 가르쳐준 신조경의 내공의 요결에 따라서 운기조식을 하였다.

본래 내공이란 만질 수도 볼 수도 없는 것인데도 이때는 자유자대로 음직일 수가 있었다.

그는 내심 놀라고 기쁘괌 이를데 없었다.

운기조식을 한 후 몸을 일으켜 나무막대를 하나 주워서 우측 겨드랑이에 끼고

혈도승 가까이 다가섰다.

그의 시체는 눈속에 꺼구로 박혀 있고 두 다리는 수생에게 잘려져 있었다.

죽은 것이 확실했다.

혈도승이 악한 짓을 너무 많이 했으니 인과응보라고 적운은 생각했다.

그러나 혈도숭아 자기를 구해준 은혜가 생각나자 마음속이 조금은 아파왔다.

그래서 그의 시신을 단정하게 꺼내어서 눈밭위에 똑바로 누윈후 눈을 모아 시신을 덮었다.

비록 간단하기는 했으나 그런대로 안정했다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는 아직도 혈노노조가 왜 그렇게  힘없이 죽었는지 알수가 없었다.

수생은 그가 혈도노조를 묻는 것을 보고는 그 방법이 괜찮다고 생각하여서는

즉시 수대의 시신을 눈속에 묻었다.

그녀는 다시 육천서와 유승풍의 시신을 찾아 묻으려 했으나 둘의 시체는 눈속에 파묻혀서

어디에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화철간은 말했다.

"소영웅님, 우리 셋은 이렇게 기진맥진해 있고 모두들 배가 고프

조금전에 굽던 말고기를 좀 나누어 주시지 않으시겠읍니까 ?

모두 배를 채운뒤에 다시 의논하여서 이곳을 빠져 나가도록 하지요."

 

적운은 그를 경멸하고 있었으므로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았다.

수생은 경멸의 표정을 짓고는 말했다.

 

"그것은 내 말의 고기예요. 당신같은 비열한 작자에게는 줄수가 없어요!"

 

적운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화철간을 향해서 눈을 부릅떴다.

화철간은 말했다.

 

"대사님..."

 

적운은 말했다.

 

"내가 말씀하지 않았소. 나는 중이 아니라고. 더 이상 대사라고 부리지 마시요."

 

화철간은 말했다.

 

"네, 네, 네, 적대협, 적대협께서는 이번에 혈도승을 일거에 차죽였으니

그 이름은 천하에 빛날 것입니다.

내가 이 계곡을빠져 나가면 첫번째로 적대협의 오늘과 같은 의기를 널리 선전하겠읍니다.

적대협께서 목숨을 아끼지 않으시고 수아가씨를 구하고 혈도승을 죽여버렸으니

이야말로 무림의 큰 복입니다."

 

적운은 말했다.

 

"나는 이름도 없고, 미천한 죄인인데 그 누가 당신과 같은 헛소리를 믿는단 말이요?

그러니 입이나 닥치고 계시요."

 

화철간은 말했다.

 

"이 화철간이라는 사람은 그래도 무림에 약간의 명성이 있어서

내가 말한다면 누구라도 안 믿고는 못배길것입니다.

그러니 저에게 말고기를 좀 가져다 주십시요."

 

적운은 울화가 치밀어서 말했다.

 

"내가 왜 당신에게 말고기를 가져다 주어야 한단 말이요?

앞으로 당신은 나를 보더라도 모르는 척 하시요.

안 그러면 당신의 체면에 손상이 갈것이니 말이요."

 

그는 이 몇년동안 자기가 받은 억울한 누명과 고통이 생각나자

자기도 모르게 격분하여 억제하기 힘들었다.

화철간은 기실 말 고기가 먹고 싶어서 그랬었던 것은 아니다.

그는 비록 배가 고프긴 했지만 반나절밖에 굶지 않았기 때문에 그리 문제되지는 않았다.

그가 자꾸 말고기를 달라는 이유는 적운이 자신의 부탁을 들어주지 않을 줄을 알았으나,

그가 약간이라도 미안한 마음을 가지게 해서 자신을 죽일 생각을 가지지 못하게 하려는 뜻이었다. 적운은 날이 점점 어두워지고 서북풍이 계속안으로 몰아치자

수생이 추워할까봐 적운이 말했다.

 

"수소저, 당신은 동굴안으로 들어가서 자도록 하십시요."

 

이말을 듣자 수생은 깜작 놀랐다.

그가 나쁜 마음을 먹고 있다고 생각하고 즉시 두발자국 물러서더니

혈도를 쥐고는 앞을 가로막으며 말했다.

 

"이 악독한 중놈아! 한발자욱이라도 다가온다면 나는 즉시 자결할 것이다."

 

적운은 깜작 놀라서 말했다.

 

"아가씨, 절대 오해를 하점 마십시요. 나는 아가씨에게 조금도 흑심이 없읍니다."

 

수생은 욕을 하며 말했다.

 

"당신의 사람 얼굴에 짐승의 탈을 스고 있어요.

웃음속에 칼을 품고 있으니 저 늙은 중놈보다도 사악하단 말이예요.

나는 절대로 당신의 함정에 걸려들지 않겠어요."

 

적운은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생각에 잠겼다.

 

'내일 아침 날이 밝으면 나는 이 계곡을 빠져나가 당신을 영원히 보지 않을 것이다.'

 

그는 즉시 멀리있는 넓적하고 큰 바위를 찾아 몸을 누이고 쉬기시작했다.

수생은 그가 멀리가자 마음이 더욱 불안했다.

밤중에 습격해 올까봐 손에서 혈도노 놓지 못하고, 동굴안으로는 감히 들어가지를 못했다.

그녀는 주변의 바위에 비스듬히 기대었는데 눈꺼풀이 시간이 가면 갈수록 무거워져왔다.

그녀는 속으로 타일렀다.

 

'절대로 잠을 자서는 안된다. 절대로...'

 

그러나 며칠동안 심신이 피곤하니 마음으로는 자지 말자고 했으

결국 자신도 모르는새에 잠이 들고 말았다.

그녀가 눈을 떴을때는 다음날 아침이었다.

햇살이 따갑게 비추고 있었다.

그녀는 깜작 놀라 몸을 일으키니 손에 혈도가 없었다.

그녀는 더욱 놀라서 즉시 주변을살펴보니 혈도는 자신의 발밑에 덩그러니 떨어져 있었다.

수생이 급히 혈도를 들어서 적운을 찾아보니 적운은 손에 나무막대기를 들고는

절뚝 거리면서 계곡밖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수생은 기뻤다.

이제야 이 악독한 중놈이 그냥 간다고 생각하니 부처님에게 감사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운은 계곡에서 빠져나가고자 길을 찾으려 했으나 주변은 온통 눈에 막혀서

나갈 길이라고는 없었다.

계곡의 입구에는 수십장 높이로 눈이 쌓여져 있어서 봄이 와서 눈이 녹지 않는 이상은

이곳을 빠져나가기란 불가능해 보였다.

그는어쩔수 없이 제자리로 돌아왔다.

화철간이 말했다.

 

"적대협, 어떻게 되었소 ?"

 

적운은 고개를 좌우로 흔들면서 말했다.

 

"나갈 길이 없읍니다."

 

화철간은 혼자 중얼거렸다.

 

'너야 나갈수 없겠지만, 이 화철간이 어떤 사람인데 너와 같겠느냐.

오후가 되어서 혈도가 풀어진다면 나의 실력을 톡톡히 보여주마.'

 

그러나 겉으로는 내색을 하지않고 말했다.

 

"그리 걱정하지 마십시요.

나의 혈도가 풀어지면 두분을 데리고 이 계곡을 빠져 나가겠읍니다."

 

수생은 적운이 자기에게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자

다소 마음이 놓였다.

그래 방비하는 마음은 흩어지지 않아서 항상 그와 멀리 떨어져서

한마디도 대화하지 않았으며 혈도를 품안에 간직하고 있었다.

적운은 그녀의 그런 태도를 보고 기분이 나빠서 빨리 이 계곡을 빠져 나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정오가 넘어섰을때 화철간이 갑자기 몸을 일으키면서 말했다.

 

"조카님의 말고기를 좀 빌려주게나. 이 계곡에서 나가면 배로 갚아주지."

 

그리고 말고기가 있는 곳으로 가더니 한덩이를 주워들고는 먹기 시작했다.

혈도승이 찍힌 혈도는 시간이 지나자 자연스레 풀어졌던 것이다.

화철간은 혈도가 풀어점痔 즉시 교만하게 변했다.

생과 적운이 합공을 해온다 해도 자신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이 계곡에서 오래 머물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고 한시라도 빨리

나가는 길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나가는 길을 찾는 즉시 적운과 수생을 죽여서

이 계곡안에세 펼쳐졌던 자신의 추태를 누설하지 못하도록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경공을 전개 하여서 계곡을 한바퀴 돌았으나 주변이 수십장 높이의 눈이

수십리에 걸쳐서 쌓여 있어서 도저히 나갈 수가 없었다.

행여나 눈밑으로 길을 판다고 해도 수십리에 걸쳐서 굴을 파서 나가면

그 안에세 숨이 막혀 죽을 것이다.

그렇다고 또 이 눈이 녹기를 기다라지나 반년은 지내야 할 것인데

눈밖에 없는 이 계곡에서 무엇을 먹으면서 지냐야 할지 깜깜했다.

그는 어쩔수 없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서 말했다.

 

"내년 봄이 와야 나갈수 있겠구먼."

 

적운과 수생은 화철간의 양쪽에 있었는데 화철간의 말을 듣고는

깜작 놀라서 주변을 둘러 보았다.

그리고 같은 생각을 했다.

 

'이 계곡안에는 나무뿌리조차도 찾을수 없을 것 같은데 어떻게 봄까지 기다린단 말인가? '

 

허공에서 독수리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셋은 일제ㅣ 하늘을 쳐다보며 생각했다.

 

'저 하늘 나는 독수리처럼 날개가 있다면 이 계곡을 쉽게 빠져 나갈 수 있을텐데..."

 

수생의 백마는 살이 찌고 컸지만 세사람이 날마다 먹으니

일개 월도 채 되지 못해서 결국 다 먹어 치우고 말았다.

다시 칠팔일이 지나자 머리 및 오장도 깨끗이 먹어 치우고 말았다.

화철간, 수생, 적운은 요 며칠동안 서로 말도 하지 않고 서로 눈이 마주치면

얼굴을 황급히 돌리기도 했다.

화철간은 몇번이나 수생과 적운을 죽이려 했으나

그 둘을 죽이고 혼자서 이 설곡에서 살자니 그것 또한 견딜 수 없는 노릇같아

적운과 수생은 목숨을 연장 할수 있었다.

화철간은 어차피 두 사람은 자신의 손바닥 안에 있으므로그리 급하게

손을 쓸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며칠이 지나자 수생은 적운에 대한 의심이 크게 줄어서

동굴에 들어가 잠을 잤다.

십이월로 들어서니 이 눈덮인 계곡의 날씨는 더욱 추워졌다.

적운은 신조공을 계속 연마하여 내력이 하루가 다르게 증가되었다.

그러나 옷이 너무나 얇아서 살을 에이는 듯한 추위를 견디기가 힘이 들었다.

수생은 가끔 동굴에서 나와 적운이 벌벌 떨고 있는 모습을 보곤했다.

그가 벌벌 떨며 추위를 견디지 못하면서도 동굴안으로 들어오려 하지 않자

그녀는 이 작은 중이 악독하면서도퍽이나 예의가 있다고 생각했다.

 

적운의 상처는 치유되었고 부러진 다리도 이미 뼈가 붙어서 평상시처럼 걸을 수 있게 되었다.

어떤때는 이 끊어진 다리를 혈도노조가 붙여 준것이라고 생각하자

우울하기도 했다.

말고기가 다 떨어져 가자 가장 큰 문제는 식량문제였다.

말고기가 적어지자 적운은 될 수 있는대로 적게 먹어서 약간이라도 비축하려 하였으

화철간은 적운이 남겨놓은 말고기까지 남겨 놓지 않고 다먹었다.

수생은 내심 생각했다.

 

'이자는 명색이 중원의 대협이면서도 위기에 처하니 혈도승의 악독한 중놈보다도 못하구나.'

 

이날 삼경즈음 되어서 다투는 소리에 잠을 깼다.

적운이 큰소리로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수대협의 몸에는 절대로 털끝하나도 건드릴 수 없읍니다."

 

화철간이 냉랭히 말했다.

 

"며칠 지나면 산사람도 잡아 먹을 지경인데 죽은 사람을 먹는 것이 어때서 그런가?

산 사람이라도 살아야 될 것이 아닌가 ?"

 

적운은 말했다.

 

"우리들이 차라리 눈을 먹고 나무뿌리를 먹는 한이 있더라도 살람만은 먹을 수 없는 것이요!"

 

화철간은 일갈했다.

 

"비켜라! 왜 귀찮게 떠드느냐? 나를 화나게 한다면 너를 즉시 죽여버리겠다."

 

수생은 급히 일어나 동굴 밖으로 나왔다.

화철간과 적운이 그녀의 아버지 무덤 옆에 서 있었다.

수생은 크게 외쳤다.

 

"나의 아버지를 건드리지 마세요!"

 

그리고 몸을 나는듯 달려가보니 아버지의 시신을 덮고 있던 흰눈이 파헤쳐져 있었으며

화철간의 좌측손은 수대의 가슴을 쥐고 있었다.

적운은 일갈했다.

 

"빨리 놓으시오!"

 

수생은 급히 말했다.

 

"당신은... 당신은 ..."

 

갑자기 차가운 빛이 번뜩이더니 화철간은 소매에서 한개의 단짱을 꺼내들고

몸을 비스듬이하고 단창을 똑바로 겨누더니 질풍처럼 적운의 가슴을 찔렀다.

이 일초는 상당히 빨랐다.

적운의 내공은 비록 크게 진보했지만 외공은 척장발에게서 배운 검술에 지나지 않았다.

화철간과 같이 무공이 심후한 사람이 갑자기 기습을 해오자 도저히 상대할 수 없었다.

멈칫하고 있는 사이에 화철간의 단창끝은 이미 가슴에 와 닿아 있었다.

수생은 크게 비명을 지르며 어찌 할바를 몰랐다.

화철간은 이 일격으로 적운의 목숨을 빼앗으리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창끝이 가슴에 가 닿는 순간 더 이상 뚫고 들어갈수 없었으며

무엇이 막고 있는 것 같았다.

적운은 뒤로 벌렁 쓰러지면서 왼손으로 힘것 단창의 창대를 후려쳤다.

퍽! 하는 소리가 나면서 단창은 화철간의 손을 벗어나서 멀리 날아가 버렸다.

화철간의 엄지와 검지사이의 호구가 찢어져서 피가 스며나오고 있었다.

이 일격의 힘은 대단해서 화철간 역시 뒤로 곤두박질 쳤다.

단창은 눈속을 뚫고 들어가서 자취조차 찾을수가 없었다.

화철간은 깜작 놀라면서 내심 생각했다.

 

'이 어린 중놈의 재간이 보통이 넘는구나! 늙은 중놈에 못지 않구나.'

 

그는 벌떡 일어서자 꽁무니가 빠져라 하고 도망치기 시작했다.

화철간은 적운이 창에 맞고도 죽지 않은 것이 바로

오잠의의 덕분이라는 것을 알 수가 없었던 것이다.

화철간은 단창에 실린 힘이 매우 강했으므로 그를 죽일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적운은 정통으로 창에 찔리고도 멀쩡했으므로 적운이 무슨 요상한 무공을

힌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이때 적운은 가슴에 온 충격에 잠시 정신을 잃고 땅에 쓰러져 있었다.

만약 그가 신조공을 익히지 않았다면 오잠의가 비록 단창을 막았다고 해도

화철간의 내경에 적중당해서 죽었을 것이다.

하늘에 떠 있는 달은 휘영청 밝았고 두마리의 독수리가 눈위에 쓰러져 있는

사람을 보고 공중에서 빙빙선회하고 있었다.

수생은 적운이 꼼작도 하지 않는 것을 보자

미 화철간에 의해서 죽은 줄 알고 생각했다.

 

'이 악독한 중놈이 마침내 죽고 말았구나!

앞으로는 이놈이 나를 괴롭힐까봐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구나.'

 

그녀는 다시 생각했다.

 

'화철간이 내 아버지의 살을 먹으려고 했을때 이 악독한 중놈이 있는 힘을 다해서

그것을 저지하려다가 죽고 말았다.

이 중놈이 무슨 좋은 뜻을 품고 있었을려고... 나를 속여서... 속여서...

흥! 내가 너의 속임수에 걸려들줄 알았니?

이 중놈이 죽은뒤에 다시 화철간이 와서 나의 아버지의 시체를 먹겠다고 한다면

어떻게 해야하지? 아무래도 이 중놈이 죽으면 곤란해!'

 

그녀는 혈도를 손에 쥐고 천천히 적운의 몸곁으로 다가갔다.

운은 꼼작도 않고 눈위에 쓰러져 있었는데 얼굴 근육이 연신 실룩거리고 있었다.

수생은 내심 기뻐하면서 고개를 숙여 그의 코밑에 손을 갖다대니

두줄기 따스한 숨결이 그녀의 손가락에 와 닿았다.

수생은 깜작 놀라 급히 손을 거두었다.

적운이 죽지 않았다고 해도 중상을 입어 숨결이 미약하리라 생각했는데

적운은 내공이 심후하여서 정신을 잃었지만 숨결은 여전히 힘찼던 것이다.

그러나 아직 상승의 경지에 이르지 못하여서 숨결이 힘은 있었으나 고르지 못하였다.

수생은 생각에 잠겼다.

 

'이 중놈은 기절했지만 잠시후면 다시 정신을 차릴거야.

내가 옆에 있다가는 무슨 봉변을 당할지도 몰라.'

 

수생은 이때 고개를 돌리다가 화철간이 멀리 떨어진 곳에 서 있는 것을 보았다.

화철간은 적운을 찔러 죽이기는 커녕 오히려 그의 반격을 받자

내심 경악했고 두려웠다.

하지만 그가 일어나지 못하는 것을 보자 죽었는지 살았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오랫동안 일어나지 않자 용기를 내어서 한걸음 한걸음 다가갔다.

이때 그의 오른 손의 호구가 찢어져서 은은하게 저려왔다.

화철간은 적운이 음직이는 기척이 있으면 그 즉시 도망칠 생각이었다.

그는 다가오는 것을 본 수생이 깜작 놀라서 소리쳤다.

 

"다가오지맛!"

 

화철간은 교만한 미소를 지었다.

 

"왜 오지 말라고 하지! 산사람은 죽은 사람보다 훨씬 맛있단다.

우리가 그를 산채로 잡아먹자."

 

그는 말을 하면서 다시 한걸음을 다가왔다.

수생은 다급해져서 힘껏 적운의 몸을 흔들어대면서 외쳤다.

 

"그가 돌아와요! 그가 오고 있어요!"

 

화철간은 적운이 그래도 일어나지 않자 내심 크게 기뻐하면서 뛰어 오르더니

오른손으로 적운의 가슴을 힘껏 내리쳤다.

수생은 급히 혈도를 휘두르며 화철간을 찔러갔다.

그녀가 사용하는 수법은 검법이었지만 혈도는 날카롭기 짝이 없어

검과 같은 효과를 낼수가 있었다.

화철간은 단창을 잃고 지금은 빈손이었다.

쇠를 진흙처럼 자르는 이 혈도의 위력을 알고 있었으므로 감히 소홀하지 못하고

즉시 공수입백인의 수법으로 혈도를 빼앗은 다음 그녀를 죽이려고 하였다.

적운은 혼미한 상태에서 수생의 말이 어렴풋이 들려왔다.

이어서 기합소리가 들려서 눈을 떠보니 달빛 아래에서 수생이 혈도를 휘두르면서

화철간과 싸우고 있었다.

수생은 병기를 들고 있었지만 혈도를 사용할줄 몰랐고,

그녀의 무공은 화철간에 미치지 못해 자꾸 뒤로 물러서고 있었다.

그녀는 병기를 휘둘렀으나 공격이 아니라 몸을 지키는데 불과했다.

그녀는 계속 외쳤다.

 

"이봐요! 이봐요! 빨리 정신을 차려요! 그가 당신을 죽이려고 해요!"

 

적운은 그말을 듣고 섬뜩함을 느꼈다.

 

'위험했구나! 조금전 그녀가 나의 생명을 구해주었다.

만약 그녀가 있는 힘을 다해서 막지 않았다면 화철간은 벌써 나를 죽였을 것이다.

비로ㅓ 내가 오잠의를 입고 있어 보호는 받고 있지만

창으로 머리통을 찌른다면 내 어찌 살아있을 수 있겠는가?'

 

그는 즉시 몸을 일으키더니 손바닥을 휘둘러서 맹렬하게 화철간을 향해서 내리쳤다.

화철간은 손을 휘둘러서 막았다.

펑! 하는 소리와 함께 두사람이 동시에 눈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었다.

적운은 내공이 심후했고, 화철간은 장법이 고명해서 일시에 고하를 가릴수가 없었던 것이다.

화철간의 무공이 높아 신속하게 대응했다.

적운의 일장에 쓰러졌으나 바로 몸을 일으켜서 두번째 장을 날려보냈다.

적운은 몸을 일으켜 세울틈이 없어서 앉은채로 두번째 장을 쳐냈다.

펑! 하는 소리가 나면서 적운은 뒤로 두바퀴나 뒹굴었고 화철간도 뒤로 세발자국이나 물러섰다.

화철간은 내심 놀랐다.

 

'이 작은 중놈의 내력이 정말 대단하구나.'

 

그러나 두번째 장력이 맞딱드린후 화철간은 그의 장법이 매우 평범하다는 것을 알아채고는

두려운 마음이 없어져서 몸을 옆으로 돌려 세번째 장력을 뻗어냈다.

적운은 앉아서 반격을 하였다.

그러나 장이 미처 부ㄷ히기도 전에 퍽! 하면서 적운의 가슴에 화철간의 발길질이 명중했다.

적운은 몸을 보호하는 오잠의가 대부분의 충격을 흡수했지만 뒤로 벌렁 자빠지고 말았다.

화철간은 이 수법이 성공을 거두자 두번째 장력을 즉시 뻗어냈다.

그는 무림의 명숙이였고 중원에서도 알아주는 고수였다.

그가 일초를 뻗어내자 10여번의 장력이 발출되었는데

그중 네다섯번이 적운을 격중시켰다.

적운은 맞받아서 반격을 했으나 그의 교묘한 몸놀림에 모두 빗나가고 말았다.

두사람의 무공의 차이는 너무나 심했다.

적운은 내력이 화철간보다 훨씬 강했으나 그것을 격중시킬 기회가 없었다.

그는 어쩔수 없이 두손으로 머리와 얼굴을 막고 있었을뿐 몸은 무방비상태였다.

그는 일어날려다가 몸에 일장을 맞고 다시 쓰러지고는 했다.

화철간은 될수 있는대로 그를 빨리 해치워서 후환을 없애기 위해서

더욱 강한공격을 퍼부어댔다.

생은 처음 두사람이 붙어서 극렬하게 싸우자 끼어들수가 없었는

적운이 위험한 상태에 이르자 즉시 혈도로 화철간의 등을 향해 내리쳤다.

화철간은 몸을 살짝 비키더니 몸을 돌려 오히려 수생의 혈도를 빼앗으려 했다.

적운은 우측장에 있는 힘을 다하여서 일장을 내리쳤다.

한줄기 무서운 장풍이 삽시간에 화철간의 전신을 휘감았다.

화철간은 피할수가 없자 어쩔수 없이 장을 뻗어서 막았다.

내공으로 말하자면 화철간은 적운의 상대가 아니었다.

갑자기 화철간은 눈앞이 어질어질 하면서 별이 반짝이더니

전신이 마비되면서 몸이 흔들거려 더 이상 서 있을 수가 없었다.

수생은 외쳤다.

 

"빨리 도망치세요! 빨리 도망치세요!"

 

그리고 적운을 끌어당겨 동굴속으로 도망갔다.

두 사람은 급히 몇개의 큰바위를 들어 동굴입구를 가로막았다.

수생은 혈도를 거머쥐고는 바위를 지키고 있었다.

이 동굴은 좁아서 바위를 쌓아두자 화철간이 안으로 들어 올려고 한다면

바위를 옮겨야 하는데 그 사이에 수생은 그의 손을 잘라버릴수 있을것이다.

한잠이 지나도록 화철간은 아무런 음직임이 없었다.

수생은 적운을 보고 말했다.

 

"이 악한... 악한... "

 

구녀는 계속 적운을 악한 중놈이라고 불러 왔는데 이때

그와 함께 적을 공격하고 있는 처지라 그를 악한 중놈이라고 부르기가 민망했다.

그래서 말을 고쳐서 말을 했다.

 

"당신의 상처는 어떻읍니까?"

 

적운은 말했다.

 

"괜찮소이다..."

 

갑자기 화철간이 동굴 밖에서 껄껄 웃더니 외쳤다.

 

"두마리의 잡종들이 동굴 속에 숨어서 못된 짓을 하고 있구나."

 

수생은 갑자기 얼굴이 붉어졌다.

그리고 마음 한구석에 다시 적운에 대한 두려움과 경계심이 떠 올랐다.

그녀는 적운이 여색을 즐기는 음탕한 중놈이라고 생각했는데

그와 함께 동굴에 있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옆으로 몇발자국 옮겨서 될수 있는 한 그와 멀리 떨어져 있으려고 했다.

화철간이 또 외쳤다.

 

"두 잡종놈들이 나오지 않는다면 이 어르신은 수대의 고기를 구워먹어야겠다."

 

수생은 깜작 놀라서 말했다.

 

"저 사람이 우리 아버지를 구워먹으려고 해요. 어떻게 하면 좋지요 ?"

 

적운은 이 몇년동안 누명을 써 왔고 이때 또 화철간이 자신에게 누명을 씌우자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그는 갑자기 바윗돌를 무너뜨리고는

마치 호랑이처럼 앞으로 달려나갔다.

그는 손과 발을 휘둘르면서 있는 힘을 다하여서 미친듯이 내리쳤다.

화철간은 옆으로 두걸음 피하면서 좌측장으로 둥근호를 그리며

우측장으로 번개같이 적운의 등을 내리쳤다.

적운은 꿈에도 생각하지 않으 방향에서 장력이 날아오자 어쩔수 없이 맞고 말았다.

적운은 입속에서 선혈을 토해냈고 머리속은 혼미하기 짝이 없었다.

눈앞에 서 있는 화철간이 마치 만진산, 만규, 강릉현의 현감, 옥졸, 능퇴사, 보상...

그외에 자신을 학대하고 모욕한 수많은 악인으로 보였다.

그는 두 팔을 벌려 있는 힘을 다해서 화철간을 꼭 껴안았다.

화철간은 한주먹으로 그의 코를 후려쳤다.

금세 그의 코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그러나 적운은 이미 아픔따위는 느끼지 않았다.

그의 허리를 안고 있는 두 손에 더욱 힘을 주어조였다.

화철간은 점차 호흡이 막혀왔다.

거기다가 뒤쪽에서는 수생이 혈도를 들고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화철간은 크게 놀라서 재빨리 두 주먹으로 적운의 겨드랑이를 쳤다.

적운은 두팔에 힘이 빠졌다.

화철간은 그제서야 적운의 두팔에서 벗어 날수가 있었다

그러나 그는 너무 놀란 나머지 십여장이나 곧장 달아나서야 멈추어 섰다.

수생은 적운이 몸을 비틀거리면서 얼굴이 온통 피투성이인 것을 보고

그를 부축하고 싶었으나 두려움이 앞섰다.

적운이 일갈했다.

 

"나는 악독하고 음탕한 중놈이다! 절대로 가까이오지마라!

까이 온다면 너의 명예가 실추될 것이다! 비켜라, 꺼지란 말이야!"

 

그의 두눈에는 핏발이 서 있자

수생은 너무나 겁이 나서 뒤로 두 발자국 물러섰다.

적운은 계속 숨을 헐떡이면서 몸을 비틀거리면서 화철간을 향해 걸어갔다.

그리고 외쳤다.

"너희들은 모둑 악독한 놈들이다!

만진산, 만규, 너희들은 나를 해치지도 못하고 죽이지도 못한다!

오너라! 와! 와서 나를 때려 봐! 현감나리, 당신들은 선량한 사람을 괴롭혔소!

자, 올테면 와바라! 어디 한번 겨루어보자! 누가 죽고 누가 사는지를..."

 

화철간은 생각했다.

 

'이 자는 미쳤어. 이자는 정말로 미쳤어'

 

그러더니 몸을 뒤로 날려 그와의 거리가 더 멀어지게 만들었다.

적운은 고개를 하늘로 향하더니 크게 외쳤다.

 

"너희들은 모두 천하에서 가장 악독한 놈들이다!

이 악독한 놈들아! 모두 다 덤벼라!

이 적운은 너희들을 무서워하지 않는다!

너희들이 나를 감옥속에 가두고, 비파골을 꿰뚫고, 손가락을 모두 잘랐으며,

나의 사매를 빼앗아 갔고 또 내 다리를 짓밟았다.

나는 아무것도 무서워 하지 않는다!

나의 몸을 갈기갈기 찢어 놓는다 해도 나는 두려워 하지 않는다.! "

 

수생은 그가 울부짖고 크게 떠드는 음성 가운데 울음이 섞여 있는 것을 알고

무서운 상태에서도 가련한 마음이 은연중에 생겼다.

그가 나의 비파골을 꿰뚫고, 나의 손가락을 잘랐고, 나의 사매를 빼앗아 가고,

다리를 짓밟았다는 소리를 하자 마음이 더욱 음직였다.

 

'이 소악승은 알고보니 마음 가득히 서로움을 품고 있었으며 많은 고통을 받았구나.

그의 다리는 내가 말을 달려 부러뜨린 것이다.'

 

적운은 너무 외쳐 목이 쉬었고 끝내는 몸을 몇차례 휘청거리더니 눈밭에 쓰러졌다.

화철간과 수생은 두려워서 감히 가까이 다가가지를 못했다.

허공에는 두마리의 독수리가 날고 있었는데 적운이 쓰러진후 한참동안 음직이지 않자

한마리가 날아 내려와서 그의 이마를 쪼았다.

적운은 독수리에게 이마를 쪼이자 금방 정신이 들었다.

독수리는 그의 몸이 음직이자 다급하게 다시 하늘로 날아 올랐다.

적운은 대노하며 일갈했다.

 

"이제 짐승조차 나를 능욕하려 드느구나."

 

그리고 우측장을 있는 힘을 다해서 뻗어내니

그 독수리는 그의 몸에 수척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서 그의 장력이 미치자

날개를 푸드득 거리더니 떨어져내렸다.

적운은 단숨에 낚아채더니껄껄 웃으면서 독수리의 배를 물어 뜯었다.

그 독수리는 날개를 퍼득거리면서 더욱 몸무림을 쳤다.

적운은 독수리의 피가 입속에 들어오자 한방울 한방울의 힘이 몸속에 들어오는 것 같았다.

자기 손과발을 흔들며 덩실덩실 춤을 추더니 외쳤다.

 

"네놈이 나를 먹으려고 했지만 내가 먼저 네놈을 먹어버렸구나."

 

화철간과 수생은 그가 독수리를 미친 듯이 먹는 것을 보자

모두 놀라서 얼굴색이 변하였다.

화철간은 이 미친자가 자기에게 달려와서 목숨을 걸고 겨룬다면

그의 손에서 빠져나가지 못하고 그의 손에 죽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재빨리 도망을 쳤다.

그는 즉시 동굴에서 먼 계곡으로 도망갔다.

그러면서도 그는 적운이 독수리를 잡는 방법이 괜찮다고 생각되어서는

즉시 땅에 드러누었다.

그렇게 얼마간 있자 독수리가 날아와 쪼았다.

화철간은 곧바로 장력을 뻗어 냈으나 그와 적운의 공력은 많은 차이가 있었다.

그의 장법은 교묘했으나 독수리또한 번개같은 몸동작으로 그의 장력을 피해버렸다.

한편, 적운은 독수리의 뜨거운 피가 몸안으로 들어오자

가슴과 뱃속의 기와 혈이 용솟음쳐 다시 제장신을 잃었다.

 

그가 다시 정신을 차렸을때는 날이 어두워져 있었다.

배가 너무 고파 몸 옆에 있는 독수리를 집어 들고 깨물었다.

독수리고기를 입에 넣자 향기가 진동했으며 맛이 상당히 좋았다.

그는 자기손에 들려 있는 독수리 고기를 살펴보고는 자신도 모르게 멍청해졌다.

그는 분명히 몇모금의 피를 빨고 바로 잠이 들었는데 누가 그를 위해 구워 놓았던 것이다.

그는 크게 외치고 울부짖은 후라 마음이 많이 가라 앉아 있었다.

이때는 마음이 매우 평온했고 상쾌했다.

수대의 무덤은 이미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었고 산동굴을 쳐다보니

수생이 바위뒤에 엎드려 달콤하게 잠을 자고 있는 것이 보였다.

적운은 내심생각했다.

 

'그녀도 며칠을 굶어서 배가 몹시 고플텐데... 이 독수리고기를 구운다음 통째로

나에게 다 건네주고 자기는 한점의 살도 먹지 않았구나.

제가 뭔데 좋은 사람인척 하는거야?

쳇! 계속 나를 얕보아서 그럴거야.

네가 나를 얕본다면 나도 너를 얕보지 않을 수 없다.'

 

조금 시간이 지나자 다시 생각이 바뀌였다.

 

'그녀가 나에게 독수리 고기를 구워준것을 보면 나를 그리 없수이 여기지 않는 것 같구나.

그녀를 굶겨 죽인다면 그것도 안될 일이야.'

 

그래서 그는 땅바닥에 드러누워 꼼작도 않고 죽은척 하고 있었다.

반시진도 못되는 사이에 그는 네마리의 독수리를 때려 잡았고,

그중 두마리를 수생에게 던져주었다.

수생은 이쪽으로 오더니 나머지 두마리도 가지고 가서는

먼저 털을 벗기고 깨끗이 다듬더니 함께 구웠다.

그리고 아무 소리도 없이 두마리의 익힌 독수리를 그에게 가져다 주었다.

눈쌓인 계곡에는 독수리들이 적지 않았고 또 멍청하기 짝이 없어 매일 동료들이

죽음을 당하는데도 불구하고 같은 짓을 계속하고 있었다.

적운의 내력은날이 갈수록 증가하였고 장력도 강해져서 이제 죽은척 하지 않아도

나뭇가지에 쉬고 있거나 몸옆으로 낮게 날아가는 새를 일장으로 잡을수 있게 되었다.

눈쌓이 계곡에는 또 어느날 기러기가 나타났는데 몹시 통통해서 적운과 수생

하루 하루를 보내는데 큰 도움을 주었다.

적운은 손가락으로 굽어보니 어느덧 십이월지 지난 것 같았다.

설곡은 열흘이나 팔일에 한번 큰 눈이 왔고 밤낯으로 매서운 바람이 불었다.

수생은 땔나무를 줍고 새고기를 굽는 것 이외에는 언제나 동굴속에서 지냈다.

적운은 끝내 그녀와 한마디 말도 나누지 않았고 또 동굴속으로도 한발자국도 들여 놓지 않았다.

어느날 밤새도록 눈이 내린 다음날 아침에 적운이 눈을 떠보니

몸에 따뜻한 느낌이 들었다.

고개를 들어 바라보니 자기의 몸위에 시커먼 물건이 놓여 있었다.

그는 깜작 놀라서 그 시커먼 물체를 들어보니 그것은 괴상망측한 옷이었다.

이옷은 새털을 하나하나 이어서 만든 것으로

검은 것은 독수리의 털이요,

하얀 것은 기러기의 털이었다.

옷의 길이는 무릎까지 내려왔고 몇천 몇만개의 새털로 만들어졌는지 그수는 헤아릴수 없었다.

적운은 이 새깃털로 만든 옷을 보고 갑자기 얼굴을 붉혔다.

수생이 갖은 노력을 다해서 수천 수만개의 새털을 엮어서 만든 것임을 알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물며 계곡에는 바늘과 가위같은 도구도 없었기 때문에 이 옷에 들인 수생을 노력을

알수 있을 것 같았다.

그는 손을 내밀어 옷을 깃털을 만져보니 깃털 한개마다 가느다란 구멍이 뚫려 있었다.

그것은

머리에 꽂고 있던 큰 비녀를 바위에 갈아서 가느다랗게 만들어서 뚫은 것이었다.

구멍을 이어서 엮은 것은 담황색의 가느다란 실이었는데 수생이 입고 있던 노랑색

옷을 풀어서 엮어 만든 것이었다.

 

'헤헤, 여자들은 참으로 이상하구나! 이것을 만들려면 피곤하고 번거로웠을텐데.'

 

갑자기 몇년전 형주성의 만진산의 집에서 있었던 정경이 떠올랐다.

그날 저녘 그가 만문의 여덟제자에게 공격을 받고 눈이 시퍼렇게 멍들도록 맞았고

새로 사입은 옷이 여러군데 찢어져 있었는데 사매 척방이 바늘과 실을 들고

자기의 옷을 꿰매어 주었던 것이다.

그의 뇌리 속에는 분명하게 그날의 정경이 떠 올랐다.

그의 몸 가까이에서 옷을 꿰매고 있었으며 그녀의 머리 카락이 그의 얼굴을 간지럽혔다.

그는 얼굴이 그의 머리카락으로 인해 근질근질했으며 콧속에는

그 소녀의 담담한 향내가 느껴졌다.

그때 적운이 그녀를 불렀다.

 

'사매!'

 

척방은 그때 대답했다.

 

'공심채, 말하지 마세요.

사람들로 하여금 당신을 도둑이라고 여기게 하지 마세요.'

 

그는 여기까지 생각하자

목구멍으로 다시 뜨거운 것이 올라오는 것 같았고 눈물을 끌성거렸다.

그는 내심 생각했다.

 

'과연 다른 사람은 나에게 도둑이라는 누명을 씌웠다.

그러나 과연 사매가 옷을 꿰매어 주고 있을때 내가 말을 해서 이꼴이 되었단 말인가?'

 

그러나 이 수년동안 말할수 없는 고초와 풍파를 격은 그였기에 그런 미신같은 말은 믿지를 않았다.

 

'허허... 사람들이 마음을 먹고 나를 해치려고 했는데 내가 설령 복을 타고났다 해도

똑 같이 능욕을 당했을 것이다.

사매는 그때 나에게 진정으로 대했었다.

그러나 그 만씨성을 가진 자는 큰 부호이고 만규 그놈은 나보다 멋진 놈이니

더 무슨 할말이 있겠는가?

그러나 그날 몸에 깊은 상처를 받아 그녀의 집에 숨어 있을때

그녀는 자기의 남편에게 일러바치고 나를 잡아 관가에 넘겨 상을 받으려 했지.

그것은 정말 용서할 수 없는 일이야. 하하하...'

 

그는 갑자기 미친듯이 웃기 시작했다.

깃털로 만든 옷을 가지고 동굴 앞에 오더니 땅바닥에 냉동댕이 치면서

그위에 발을 딛고 몇번 짓이기며 말했다.

 

"나는 악독한 중놈인데 어찌 아가씨가 만든 옷을 입을 수 있겠소!"

 

그리고 옷을 발로 차 동굴 속으로 밀어 넣었다.

그리고 몸을 돌려 미친듯 웃으면서 사라졌다.

수생은 한달남짓 소비해서 겨우이 깃털옷을 만들었다.

그녀는 적운이 아버지의 시체를 잘 봐주었고 절대 자기에게 무례하지 않았고

절대 자기에게 무례하지 않았고 며칠동안 그가 잡아온 새 고기로

생명을 이어나갔기 때문에 그 옷을 만들었다.

또 그가 밤낮 동굴 밖에서 차가운 추위때문에 고생을 하고 있자

마음속으로 안됐다는 생각이 들어 그에게 작으나마 도움을 주려고 했던 것이다.

그러나 적운은 좋게 받아주지 못하고 오히려 옷을 발길로 차 동굴속에 쳐 넣었으며

그에게 모욕을 주고 말았다.

그녀는 부끄럽고 화가 나서 닥치는대로 그 옷을 마구 찢어대며 울분을 참지 모하고

눈물을 깃털옷 위에 떨어뜨렸다.

그녀는 적운이 몸을 돌려 미친듯 웃고 있을때 그의 가슴과 옷이 눈물로 젖고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그의 눈물은 자기의 팔자가 너무 기구하고 슬퍼서 흘린 눈물이었고 사매의 매정함이 야속해서였다. 점심때가 되자 적운은 까치 네마리를 잡아서 동굴안에 던졌다.

수생은 여전히 그것을 구워서 반절을 적운에게 돌려주었다.

두사람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눈빛조차 마주치지 않았다.

적운과 수생이 멀리 떨어져 앉아서 새고기를 먹고 있는데 누군가 눈밟은 소리가 들려왔다.

둘이 고개를 돌려보니 화철간이 우측손에 한자루의 장검을 들고 다가오고 있었다.

적운과 수생은 동시에 일어났다.

수생은 급히 동굴 속에 들어가 혈도를 가지고 와 잠시 주저하더니

적운에게 던져주면서 외쳤다.

 

"받으세요!"

 

적운은 손을 내밀어 칼을 받으면서도 마음속으로 멈칫하였다.

 

'그녀가 어째서 나에게 이 칼을 주는가?

생명처럼 귀중한 것인데...

그녀가 나보고 목숨을 걸고 화철간을 막으라고 하는 모양인데

쳇! 나도 좋은 중놈이 아닐텐데...'

 

바로 이때 화철간은 이미 가까이 다가와서 껄껄 웃더니 말했다.

 

"축하한다, 축하해!"

 

적우은 눈을 부릅뜨고 말했다.

 

"무엇을 축하한단 말이오?"

 

화철간은 말했다.

 

"두 남녀가 좋은 인연을 맺었으니 축하한다.

목숨처럼 아끼는 보도를 너에게 주었으나

다른 것도 바쳤을 것이 아니냐? 하하하! 하하하!"

 

적운은 화가나서 말했다.

 

"사람들은 당신을 중원의 대협이라고 부르던데 정말 아깝소.

고보니 대협이 아니라 비굴하고 더러운 소인배였구려!"

 

화철간은 킥킥 거리면서 말했다.

 

"비굴하고 염치없기로 말하자면 당신 혈도문의 인물들이

나보다 더 하면 더 했지 못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는 말을 하면서 점점 가까이 다가 오더니 킁킁 거리고 냄새를 맡더니 말했다.

 

"음, 향기가 좋다! 향기가 무척 좋다. 나에게 새 한마리만 주렴."

 

그가 만약 좋은 말로 달라고 했다면 적운은 틀림없이 주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때 그의 경박하고 비굴한 태도를 보자 속에서 화가 치밀었다.

 

"당신의 무공은 나보다 높은데 혼자서 사냥을 못한단 말이요?"

 

화철간은 웃으면서 말했다.

 

"못한게 아니라 게을러서 그렇지.

 

그 두 사람이 말을 하고 있을때 수생은 적운의 등뒤로 다가오더니 놀라 부르짖었다.

 

"육아저씨, 유아저씨!"

 

그녀는 화철간이 두손에 유승풍의 장검과 육천서의 귀두도가 들려 있고,

북풍이 휘몰아쳐서 화철간의 입고 있는 옷이 휘날리자

옷속에서 육천서와 유승풍의 도포가 보이자

화철간이 두명의 백부의 시신을 먹었다고 생각했다.

화철간이 말했다.

 

"왜 유아저씨를 부르지?"

 

수생은 말했다.

 

"당신은.... 당신은.... 그들을 먹었군요."

 

그녀는 화철간이 두사람의 시체를 찾아내어 다 먹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화철간은 화가 나서 말했다.

 

"너와 무슨 상관이 있느냐 ?"

 

수생은 깜작 놀라며 떨리는 소리로 말했다.

 

"육아저씨와 유아저씨는 당신괴 의형제를 맺지 않았나요...."

 

화철간이 만약 새를 잡을수 있었더라면 의형제의 시신을 결코 먹지 않았을 것이다.

그가 온갖 수단을 동원하여 몇마리의 새를 잡아 며칠을 연명했으나

새는 더 이상 잡히지 않았던 것이다.

날 그는 육천서와 유승풍의 시체를 다먹고 손에 그들의 도와 검을 쥐고

적운과 수생을 죽이려 했던 것이다.

그리고 눈속에 묻혀있는 수대와 혈도노조의 시체를 먹고 지낸다면

초여름까지 버틸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때 그는 수생의 말을 듣자 얼굴이 새빨갛게 되었다.

또 새고기의 냄새를 맡자 침을 질질 흘리더니

갑자기 귀두도를 들어 큰소리를 지르며 달려오면서 적운을 향해서 내리쳤다.

적운은 혈도를 들어 막았다.

챙그랑 하는 소리와 함께 귀두도는 위로 튕겨져 나갔다.

귀두도도 역시 보도였는데 혈도처럼 예리하지는 못했다.

육천서와 혈도승이 싸울때 이미 세곳에 이가 빠져 있었는데

다시 혈도와 부ㄷ히자 귀두도에 또 하나의 이빨이 나갔다.

화철간의 힘은 강하지 않았지만 무공은 심히 높았는지라

귀두도를 다시 휘둘러오자 적운은 밀릴수 밖에 없었다.

수초를 겨루자 적운은 연신 뒤로 밀렸다.

화철간은 추격하지 않고 고개를 숙이더니 적운이 먹다 남긴 익은 새고기를 집어 들고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

그리고 연신 탄성을 질렀다.

 

"아 좋다! 참 맛있어! 질겨서 좋구나!"

 

적운은 수생을 쳐다보았다.

두사람은 모두 가슴속이 서늘해져 옴을 느꼈다.

화철간이 이번에 무기를 들고 도전하러 온 상황은 지난번과는 사뭇달랐다.

빈손으로 격돌할때는 적운이 그에게 몇대 맞더라도 다만 상처를 입거나 피를 흘릴뿐이지

한주먹에 죽을 염려는 없었다.

허니 지금은 그의 손에 도검이 쥐어져 있었으므로 잘못하면 목숨을 잃을 위험이 있었다.

지난번 격돌할때 수생의 손에 혈도가 쥐어져 있었기때문에 겨우 지탱할수 있었는데

금 화철간의 손에는 두개의 병기가 쥐어져 있었으므로 그것으로

이미 우세를 점하고 있는 것이었다.

화철간은 반마리의 새고기를 먹은후에 아직도 미련이 남은 듯 뒤를 살펴 보았다.

동굴입구에 또 한마리가 보이자 달려가서 깨끗이 먹어 치웠다.

그는 옷소매로 입을 닦으며 말했다.

 

"거 맛좋다! 요리 솜씨가 일품이야!"

 

하고서 몸을 돌리며 갑자기 몸을 날려 앞으로 다가와 적운에게일도를 내리쳤다.

이 일도는 기습적이었고 날카로왔다.

적운은 졸지에 방비할 수 없어서 하마터면 머리가 반쪽이 날뻔했다.

그는 급히 혈도를 들어 화철간의 귀두도를 막았다.

화철간은 적운의 내공이 자신을 휠씬 능가함을 알고 있었으므로

만약 두개의 도가 부ㄷ히면 자신의 손과 팔뚝이 마비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귀두도를 돌려 옆으로 내리찍었다.

삼초사이에 적운은 이미 손과 발이 둔해졌으며 ㅆ! 하는 소리와 함께 오른쪽 팔이

귀두도에 의해서 긴 상처가 생겼다.

수생은 급히 외쳤다.

 

"싸우지 마세요! 싸우지 마세요! 화아저씨, 제가 고기를 나누어 드리겠어요!"

 

화철간은 적운의 도법이 평범한 것이 삼류수준도 되지 못하는 것을 보고

내심 한시라도 빨리 후환을 없애고자 작정했다.

그래서 즉시 손에 힘을 주면서 말했다.

 

"조카야, 너는 이놈을 매우 아끼고 있지? 그렇지 ? 너는 왕가의 사촌오빠를 잊지는 않았겠지?"

 

그리고 다시 번개같이 삼도를 내리치니 적운은 가까스로 옆으로 피했다.

수생이 크게 외쳤다.

 

"화아저씨, 싸우지 마세요!"

 

적운은 노해 말했다.

 

"이 자를 그렇게 부르지 마시요.

내가 이기지 못하면 죽으면 될 것이 아니오!"

 

그는 미치도록 화가 난 나머지 혈도를 들어 마구 내리찍었다.

그는 갑자기 우측손의 혈도를 좌측손에 거머쥐더니 맹렬히 반격했다.

화철간은 이 미천한 작은 중이 이토록 오묘한 초식을 써서

반격을 해오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었다.

급히 머리를 돌려 피하려고 했으나 팍! 하면서 그의 일장이 목덜미에 와 닿았다.

그는 일장이 목덜미에 닿자 정신이 아득해졌다.

적운은 멈칫하면서 생각했다.

 

'이것은 거지 할아버지가 알려준 이광식이다.'

 

적운은 성공을 거두자 곧바로 자견식과 거검식의 초식을 사용했다.

화철간이 외쳤다.

 

"연성검법이다! 연성검법이다!"

 

적운은 다시 멈칫했다.

그날 형주성의 만씨집안에서 만규등 여덟사람과 검술시합을 할때

만진산도 연성검법이라고 했는데 그 당시 적운은 만진산이 엉터리로 말을 한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화철간과 같은 무림의 명숙이 말하자 정말로 이 검법이 연성검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혈도를 검으로 써서 제이 제삼초식을 연속 몇번 사용하였다.

그러나 화철간의 무공이 어찌 만규나 노곤 등과 비교가 될수 있겠는가?

화철간은 다시 적운이 세번째로 거검식의 초식을 사용하며 혈도로 귀두도를 내리치려 했을때

화철간은 발길질을 하여서 정확하게 적운의 완맥을 적중시켰다.

적운의 혈도는 손을 벗어났고 화철간은 양손에 들은 도와 검을 동시에 적운을 향해 찔러갔다.

팍팍! 하는 소리가 나면서 두개의 병기가 동시에 적운의 가슴에 적중했다.

그러나 적운은 오잠의를 입고 있었기에 두개의 병기는 적운의 몸을 파고들지는 못했다.

화철간은 저번에 단창이 적운의 몸에 들어가지 않은 이유를 적운의 몸에 쇠붙이가 있어서

창끝을 막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이번에는 그런 요행이 없으리라고 생각했는데 도검은 역시 적운의 몸에 파고들지를 못했고

적운은 양주먹을 휘두르며반격을 시도하고 있었다.

화철간은 외쳤다.

 

"귀신이다! 귀신이다!"

 

그는 모골이 송연해졌다.

 

'육형님과 유승풍은 내가 자기들 시체를 먹었다고 나를 괴롭히는 것이 아닐까?'

 

그는 온몸에 식은 땀이 흐르는 걸 느끼고 뒤로 몇발자국 물러섰다.

적운과 수생은 이 기회를 틈타서 재빨리 동굴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둘은 다시 저번에 쌓아 놓았던 돌맹이로 동굴의 입구를 막았다.

두사람은 죽음에서 살아 나오자 마음이 두근거렸다.

철간이 외쳤다.

 

"나와라! 이 자라같은 놈아! 동굴속에서 평생을 숨어 있을수 있겠느냐?

너희들은 그 동굴에서 새를 잡아먹으려고 하느냐? 하하하!"

 

그는 큰소리로 웃고 있었지만 감히 수대의 무덤을 파헤치고 시체를 끌어내려 하지는 않았다.

수생과 적운은 서로 쳐다보며 생각했다.

 

'이자의 말은 일리가 있다. 우리는 동굴에서 무엇을 먹고 살까?

나가면 저놈에게 죽을텐데. 어쩌면 좋단 말인가 ?'

 

화철간이 만약 돌덩이를 옮기고 동굴 속으로 들어온다면 두사람은 무기가 없으니

수비하기가 어려웠다.

이때 화철간은 도검이 적운의 몸을 꿰뚫지 못하자

내심 두려운 생각에 함부로 동굴안으로 들어오려 하지 않았다.

 

적운과 수생은 동굴속 입구에서 한참을 지키고 있었다.

화철간이 더 이상 공격해 들어오지 않자 마음이 약간 놓였다.

적운은 좌측팔뚝을 보니 상처난 곳에선 피가 흐르고 있었다.

수생이 옷자락을 찢어 그의 상처를 싸매주었다.

적운은 이믹 갈기갈기 찢어진 옷자락을 가지고 가슴을 꽁꽁 싸맸다.

그렇게 싸매지 않는다면 자기가 품속에 간직하고 있는 보상 몸에서 나온

혈도경이 떨어져 수생이 보면 어쩔까? 하는 염려때문이었다.

그가 조금전 화철간과 극렬하게 겨룰 때 시간은 짧았고 힘은 많이 쓰지 않았지만

한숨을 돌리자 몸이 피곤해져왔다.

그날 낡은 절에서 처음혈도경을 보고 그속의 나체모양대로 해보니

정신이 일진되었음이 문득 머리속에 떠올랐다.

속으로 생각하기를 화철간은 절대로 그냥 물러가지 않을 것이니

빨리 피로를 회복하기 위해서 그 방법 대로 운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를 죽이겠다는 생각보다는 죽기전에 그를 몇대라도 때려주어야겠다는 생각때문이었다.

그가 즉시 책을 꺼내어 들어보니 첫번째 장에는 한 사람이 그려져 있었는데

머리는 아래로 향하고 다리는 위로 향하고 있는 이상한 그림이었다.

적운은 즉시 그 자세대로 하고 운공을 하기 시작했다.

수생은 갑자기 적운이 이상한 행동을 취하자 또 발작을 했다고 여겼다.

밖에는 강적이 있고, 안에는 미친 사람이 있으니 그녀는 두려운 나머지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적운은 반시진을 연마하지도 않았는데 전신이 따듯해지면서 마치 불을 쬐고 있는기분이 들었다.

그는 또 한장을 넘기니 좌측손으로 땅을 짚고 있었다.

이 자세는 매우 어려웠다.

그러나 적운은 신조경을 익힌 이후로 뼈마디를 자유롭게 음직일수 있었으므로 어려움이 없었다.

그는 즉시 책의 그림대로 하고 빨간선을 따라 연마를 하였다.

원래 이 혈도경은 혈도문의 무공의 총결산이었다.

그렇기에 무공이 무척 난해아여서 한폭의 도보를 익히자면 반년에서 일년이 넘게 걸렸다.

그러나 적운은 임맥과 독맥이 뚫려 신조공의 기초가 있어 아무리 어려운 도보라도

금방 익힐수 있었다.

수생은 그가 무공을 연마한다는 것을 알자 마음을 놓을수 있었다.

그녀는 홀낏 책을 보니 책속에는 벌거숭이 남자가 그려져 있었다.

녀는 즉시 얼굴을 붉히면서 고개를 돌렸다.

그러면서 그는 생각했다.

 

'이 자가 무공을익힌다고 옷을 다 벗어버리면 어떻게 하지 ?'

 

그러나 그런 생각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적운이 한동안 내공을 익힌뒤에 다시 책장을 넘기니 그림속의 인물은 칼을 쥐고 있었다.

적운은 크게 기뻐하면서 외쳤다.

 

"혈도도법이다!"

 

그는 나뭇가지를 하나 주워들고 그림대로 펼쳐보았다.

이 혈도 도법은 정말 괴이하기 짝이 없었다.

초식은 불가능한 방향과 위치에서 내리쳐 왔다.

적운은 겨우 삼초식을 연마하고 깨닫는바가 있었다.

알고보니 이 초식은 모두 앞에서 나오는 괴이한 모습을 변형한 것이다.

적운은 즉시 네초식의 도법을 골라서 숙달되게 익혔다.

그는 생각했다.

 

'나는 잠을 자지 않고 쉬지 않고 이 초식을 빨리 연마 해야겠다.

사오일이 지난다음 화씨성을 가진 놈과 일전을 가져야겠어..

아f! 조금이라도 빨리 이 도법을 익히지 않은 것이 아깝구나.'

 

그런데 화철간은 반나절의 여유도 주지 않았다. 화철간은 외쳤다.

 

"이 어린 중놈아! 네놈의 장인의 심장의 맛은 참 좋구나. 너는 먹지 않겠느냐 ?"

 

수생은 깜작 놀라서 바위를 밀어 버리고 달려나갔다.

화철간은 귀두도를 가지고 마침 수대의 무덤을 파헤치고 있었다.

아직 시체는 보이지 않았으나 꺼내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수생은 외쳤다.

 

"당신은 의형제의 정분도 돌보지 않는군요!"

 

그녀는 계속 떠들며 달려나갔다.

화철간은 먼저 그녀를 끌어내 처치한후 적운을 해치워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그녀가 달려오는 것에 신경을 쓰지 않고 눈을 파다가 그녀가 바로 옆에 다다렀을때

재빨리 손을 뻗어서 그녀의 혈도를 짚었다.

수생은 갑작스러운 공격에 힘도 써보지 못하고 눈으로 쓰러졌다.

이때 적운은 손에 나뭇가지를 들고 가까이 다가와 있었다.

화철간은 껄껄 웃더니 말했다.

 

"이놈이 죽을려고 환장을 했구나.

그 약한 나뭇가지로 이 어르신과 상대를 하겠다는거냐?

좋다 너희 혈도문의 무기로 너를 죽여주마!"

 

그러더니 손을 뒤로 돌려 허리춤에서 혈도를 풀어서 삽시간에 적운을 향해서 세번을 공격했다.

이 혈도는 얇기가 종잇장 같았다.

내리칠때마다 바람소리가 들려왔다.

화철간은 내심 생각했다.

 

"정말 좋은 칼이다!"

 

적운은 혈도가 내리쳐 오자 간담이 서늘해져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는 입을 악닥물고 생각했다.

 

'오늘 내가 네놈과 같이 죽겠다!'

 

그는 우측손으로 나뭇가지를 휘둘러 등뒤에서 반격했다.

팍! 하는 소리와 함께 나뭇가지가 화철간의 뒷덜미를 후려쳤다.

이 일초는 기괴하기 짝이 없었다.

만약 그가 들고 있는 것이 나뭇가지가 아니고 병기였다면

이 일초로 화철간의 머리는 두쪽이 나고 말았을 것이다.

기실 화철간과 혈도노조의 무공은 별로 차이가 나지 않았다.

혈도도법을 익숙하게 익힌 혈도노조라 해도 이 일초를 화철간에게 적중시킬 수는 없었다.

그러니 적운은 더 말할 필요도 없었다.

화철간은 적운을 너무 가볍게 보다가 기습적으로 일격을 당한 것이다.

적운으 갑자기 두팔을 휘둘렀다.

적운이 들고 있던 나무막대기가 마치 폭풍우처럼 내리 찍어 왔다.

적운은 아무런 생각없이 펼친 초식이었는데 정신이 빠진 화철간은

또 다시 목덜밀에 적중당했다.

화철간은 몸을 흔들거리더니 말했다.

 

"귀신이다! 귀신이다!"

 

그는 손을 벌벌 떨더니 혈도를 떨어뜨렸다.

그리고 걸음아 날 살려라 하고 멀리 도망쳐버렸다.

 

화철간은 의형제의 시신을 먹고 난 뒤에 마음속으로 육천서, 유승풍의 혼령이 와서

괴롭힐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금전 도검이 적운의 몸에 적중했는데 적운의 몸을꿰뚫지 못할때

이미 혼령이 요술을 부린다고 겁을 먹고 있었는데

적운은 한개의 나무 막대기를 들고 자신의 앞에 서 있고 수생은 혈도가 찍혀서 쓰러져 있는데

자기의 뒷쪽 목덜미가 연속으로 얻어 맞자 정신을 차릴수가 없었다.

지금 계곡안에는 자신과 적운과 수생 뿐이었는데 이렇듯 신출귀몰하게 음직이니

귀신일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게 된 것이다.

그기 고개를 돌려 보았다면 그렇게 놀라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는 혼비백산되어 감히 이자리에 더 이상 머물러 있을 수 없었던 것이다.

적운은 화철간이 아무런 상처도 입지 않았는데 갑자기 목숨을 걸고 도망치자 매우 뜻밖이었다.

적운은 혈도를 집어들고 땅바닥에 누워 있는 수생을 보며 말했다.

 

"당신은 그에게 혈도를 찍혔읍니까 ?"

 

수생은 말했다.

 

"예."

 

적운은 말했다.

 

"나는 혈도를 풀지 모르니 당신을 구할수가 없군요..."

 

수생은 말했다.

 

"당신은 단지 내 허리와 다리에....."

 

본래 그녀는 혈도의 부위를 알려주어서

그에게 피를 밀어 피가 궁을 지나게 되면 혈도가 풀어진다는

사실을 말해주려고 하였는데 이 사람이 최근에는 무례한 짓을 하지 않았지만

자신의 몸이 불편한틈을 타서 야수처럼 덤벼들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던 것이다.

적운은 그녀가 말을 하다가 두려운 표정을 지으면서 말을 멈추자 생각했다.

 

'화철간은 이미 멀리 도망쳤는데 무엇이 무섭단 말인가 ?'

 

그러다가 적운은 그녀가 두려워 하는 것이 자신이라는 것을 생각해 내고는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외쳤다.

 

"당신은 지금 내가 당신게 못된 짓을 할가봐 두려운 것이요 ?

흥! 그렇다면 지금부터 나는 당신을 절대로 보지 않겠소!"

 

그는 화가 너무나서 눈이 많이 쌓인 곳에 발길질을 했다.

눈이 여기저기 휘날렸다.

적운은 동굴속으로 들어가서 혈도경을 가지고 나와서 땅에 떨어진 혈도를 들고

바위로 가서 앉는데 수생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수생은 내심 부끄러웠다. 그녀는 땅바닥에 드러누워서 꼼작도 하지 못했다.

한시진도 채 되지 못하여서 한마리의 독수리가 그녀를 향해서 내려왔다.

수생이놀라서 악! 하고 비명을 질렀다.

그때 한줄기 번쩍하고 붉은 빛이 보였다.

도가 비스듬이 날아와서 독수리를 두쪽내었다.

독수리는 그녀의 몸가까이에 떨어졌다.

적운은 그녀가 자기를 의심하여서 화가 났지만 화철간이 돌아 올지도 몰라서

그녀가 보이는 바위위에서 혈도도법을 연마하고 있었던 것이다.

수생이 말했다.

 

"적오라버니, 적오라버니. 내가 잘못했어요. 백번 내가 잘못했어요."

 

적운은 들은척도 하지 않았고 그녀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적오라버니, 적오라버니, 모든일을 용서해주세요.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저 혼자 외롭게 되니 모든 일을 깊이 생각하지 못했어요.

저를 미워하지 마세요."

 

적운은 여전히 대꾸도 하지 않았지만 마음속의 노기는 점차 가라 앉았다.

수생은 땅바닥에 누워 있다가 다음날 아침이 되어서야 몸을 음직일수가 있게되었다.

그녀는 적운이 한마디도 하지 않았지만 밤새도록 두눈을 뜨고 자신을 지켜주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수 있었다.

그녀는 매우 감격했다.

그녀는 몸을 음직일 수 있게 되자 독수리를 구워서 절반을 적운에게 가져다 주었다.

운은 그녀가 가까이 오자 그녀를 보지 않겠다는 맹세를 지키기 위해서

눈을 꽉 감았다.

수생은 익은 독수리 고기를 놓고는 바로 돌아서서 걸어갔다.

적운은 그녀가 멀리 가기를 기다려서 눈을 떴다.

갑자기 그녀의 악! 하는 비명소리가 들리더니 곧이어서

 

'어머 !' 하는 소리를 내더니 땅바닥에 쓰러졌다.

적운은 몸을 날려서 그녀 가까이 다가갔다.

수생은 갑자기 몸을 일으키면서 말했다.

 

"킥킥! 내가 당신을 잠깐 속였어요.

당신은 나를 보지 않겠다고 했는데 나를 보았지요?

당신의 말은 믿을수가 없어요."

 

적운은 그녀를 메섭게 노려보면서 생각했다.

 

'천하의 모든 여자들은 모두 여우와같아.

정형님의 능아가씨를 제외하고는 모두가 거짓말장이야!

이후론 절대 믿지 않겠어.'

 

수생은 킥킥! 교태롭게 웃으면서 말했다.

 

"적오라버니. 당신이 재빨리 저를 구해주러와서 정말 고마와요."

 

적운은 그녀를 힐끗 쳐다보고는 몸을 돌려 성큼 성큼 되돌아갔다.

 

화철간은 귀신의 장난이 무서운지 더 이상 돌아와서 귀찮게 굴지 않았다.

그는 별수없이 나무껍질과 풀뿌리를 씹으면서 세월을 보냈고

어떤때는 돌맹이를 던져서 몇마리의 기러기를 잡기도 했다.

적운은 날마다 한두개의 혈도도법을 익혀서 내력과 외공이 갈수록 진보했다.

겨울이 가고 봄이 오면서 점차 날이 따듯해졌다.

계곡에 쌓이 눈은 천천히 녹기 시작했다.

이 며칠동안 적운은 한권의 혈도문의 도법과 내공을 모두 익숙하게 익혔다.

그는 이때 몸에 정사(正邪) 양파 무공의 최고 장점을 지닐 수가 있었다.

비록 경험이 적고 결함이 있고, 또 정사 양파의 공력을 융화 관통시킬 수는 없었으나

이제 무공으로 말하자면 화철간이나 혈도노조보다 훨씬 높아서 큰 차이가 있었고

정전과 비교해도 크게 손색이 가지 않았다.

이 모든 것은 신조공을 연마하여서 임맥과 독맥을 관통시킨 덕이었다.

수생은 자꾸 그에게 말을 걸었으나 적운은 끝내 한마디도 대답하지 않았다.

식사할때를 제외하고는 그녀에게서 멀리 떨어져서 무공만 연마했다.

 

그의 마음속에 생각하고 있는 것은 단 세가지 였다.

계곡을 나간후 첫째로는 옛날 살던 상서로가서 사부님을 찾고

두번째로 형주로 가서 능소저와 정전을 합장하는 일이였으

세번째로 복수를 하는 것이었다.

 

눈은 녹아서 개울을 이루어 유유히 계곡 밖으로 흘러나가고 있었다.

계곡을 막고 있던 눈은 하루가 갈수록 낮아졌다.

단오절이 얼마나 남았는지 모르지만 계곡을 나갈 날은 그리 멀지 않았다.

하루는 수생이 건네주는 익은 고기를 받아들고 막 몸을 돌릴려고 하는데 수생이 말했다.

 

"적오라버니, 며칠 뒤면 우리는 이곳을 떠날수 있겠지요 ?"

 

적운은 '응! '하며 낮은 소리로 대답했다.

수생은 말했다.

 

"이 몇달동안 당신이 나를 보살펴 주셨으니 감사합니다.

만약 당신이 아니였다면 나는 그 화철간 그 악독한 자에게 벌써 죽었을 거예요."

 

적운은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감사는 무슨..."

 

그는 몸을 돌려 멀어져갔다.

갑자기 뒤쪽에서 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려보니 수생이 바위 위에 엎드려 울고 있었다.

그는 내심 이상하게 생각했다.

 

'나갈 수 있게 되었으니 당연히 기뻐해야 될텐데 왜 울고 있는거지?

울까닭이 없지 않은가? 여자의 마음은 이상하기 한이 없구나. 영원히 알 수 없겐단 말이야!'

 

기실 도대체 왜 울고 있는지는 수생 자신도 알지 못하고 있었다.

단지 마음이 괴로워서 참지 못하고 울었던 것이다.

그날 저녁 적운은 한바탕 무공을 연마한후에 날마다 잠을 잤던 그 바위위에서 잠을 청했다.

그 바위는 동굴과 멀지 않아서 화철간이 밤에 무덤을 도굴하거니

수생에게 덤벼드는 것을 쉽게 막을 수 있었다.

그러니 이 몇달동안 화철간은 나타나지 않았으므로 걱정될 것이 없어

그는 깊은 잠에 빠져 들었다.

꿈속에서 그는 멀리더 다가오는 발자국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는 이때 내공이 지극히 높아서 눈과 귀가 매우 밝았으며 옛날과는 사뭇 달랐다.

발걸음 소리는 멀리서 들려왔지만 그는 깜작 놀라 잠에서 깼다.

그는 즉시 몸을 일으켜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많은 사람의 발자욱 소리였고 최소한 오륙명이나 열명정도는 될 것 같았다.

그들은 아주 빠른 걸음으로 계곡을 향해 오고 있었다.

적운은 깜작 놀랐다.

 

'어떻게 사람들이 이 눈덮이 계곡으로 들어올 수 있었을까?'

 

계곡에는 산봉우리 대문에 햇빛이 들어오지 않고 비교적 추웠으며 밖에 ㅅ였던 눈이 녹고

계곡안의 눈이 녹을려면 최소한 한 달 차이가 난다는 빨營퓽 그는 미처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적운은 문득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이 사람들은 틀림없이 ㅉ아오던 중원의 군웅들일 것이다.

금 혈도노조는 죽었으니 복수는 이미 끝났다.

음, 그리고 수아가씨의 사촌오빠기 틀림없이 같이 왔을 것이니

그녀를 데리고 간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겠구나.

그들은 틀림없이 나를 혈도문의 여색을 밝히는 중이라고 단정짓고 있을 것이고

아무리 설명해도 나를 믿어 줄리가 없다.

그러니 나는 그들이 수아가씨를 데리고 나간 뒤에 천천히 계곡 밖으로 나가야겠구나.'

 

그는산동굴 옆을 돌아 큰 바위 뒤에 몸을 숨겼다.

발걸음 소리는 점점 가까이 들리더니 갑자기 눈앞이 밝아졌다.

여러사람들이 산허리를 돌아 들어오자 손에 들려있던 횃불이 사방을 밝혀 주었다.

이 사람들은 약 오십명 정도 되었는데 모든 사람들이 한 손에는 횃불을 들고 있었고

한손에는 병기를 들고 있었다.

맨 앞에 선 인물은 흰머리를 휘날리며 왼손에는 도를 오른손에는 검을 쥔 인물이었는데

바로 화철간이었다.

적운은 그가 여러사람과 함께 오는 것을 보자 크게 의아했으나 곧바로 그 의문은 풀렸다.

 

'이 사람들은 바로 호북 사천에서 추격해 온 사람드링고 화철간은 그들의 우두머리이니

당연히 만나 어울렸을것이다.

그런데 그가 무슨 말을 했는지 모르겠구나.'

일행이 동굴 속으로 들어가자 그는 급히 앞으로 몇장정도 기어나와 눈이 녹지 않은

수풀속에 엎드렸다.

그와 여러사람들과의 거리는 상당히 멀었지만 그의 내공은 상당히 높아서

그들이 말하는 소리를 또렷히 들을 수 있었다.

한사람의 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알고보니 화형께서 친히 혈도악승을 처치하셨구려.

정말 축하합니다.

화형이 이렇듯 훌룡하시니 앞으로는당연히 중원무림의 우두머리가 되시고

우리 모두는 화형의 분부에 따르겠읍니다."

 

또 한사람이 말했다.

 

"단지 애석한 것은 육대협, 유도장, 수대협께서 참사를 당하신 것입니다. 참으로 비통한 일입니다."

 

또 다른 한사람이 말했다.

 

"그 늙은 악승은 죽였으나 어린 악승은 아직 처치하지 못했으

우리는 지금 즉시 수색하여 후환을 없애야 합니다.

화대협의 의견은 어떠하신지요 ?"

 

화철간은 말했다.

 

"옳은 말씀이십니다. 장형의 말씀이 맞읍니다.

이 소악승의 몸에 사파의 무공이 있고 그 독랄함이 그 스승에 뒤지지 않고 오리혀 더 하죠.

그는 지금 어디 숨어 있는지 모르겠군요.

그는 우리가 계곡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보자 급히 몸을 피했을 것입니다.

여러 형제들께서는 무서워하지 마시고 그 악독한 놈을 죽여서 일을 마무리 짓도록 합시다."

 

적운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 화씨성을 가진 놈이 함부로 말을 하고 있구나.

흉악함이란 이루 말할 수 없다.

내가 신중히 몸을 숨겼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그들이 함깨 달려와 죽이려 했을텐데. 내 어찌 막을수 있겠는가?'

 

그때 한여인의 음성이 들려왔다.

 

"그는..... 그는 악한 사람이 아닙니다. 그분은 정인군자입니다. 화철간, 이놈이 나쁜 놈입니다."

 

적운은 그말이 수생이 한 것이라는 것을 알수 있었다.

적운은 그말을 듣자 어느정도 위안이 되었다.

그러나 그녀의 입에서 악승이 아니라 정인군자라는 말을 듣자,

이 며칠동안 수생이 자신을 미워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은 알았지만

자신을 정인군자라고 부르자 오히려 멍청해지고 말았다.

갑자기 그는 눈물을 흘렸다.

 

'그녀가 나를 정인군자라고 하는구나. 그녀는 나를 정인군자로 생각하고 있었구나.'

 

수생이 이 덧罐떫霽 하자 굴속의 사람들은 서로를 쳐다보기만 할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적운이 숲속에서 바라보니 이 사람들의 얼굴에는 수생을 멸시하는 빛이 역력했고

어떤자는 비웃음을 띠고 있었고 어떤 자는 재미있는 양 구경을 하려 했다.

참 뒤 한 늙은 사람이 말했다.

 

"수소저, 나와 당신의 아버지와는 여러해동안 친한 친구였으니 몇마디 하지 않을 수 없군.

이 악독한 중놈은 아버지를 살해했어...."

 

수생은 말했다.

 

"아닙니다... 아니예요..."

 

그 노인은 말했다.

 

"그렇다면 그 중놈에게 살해당하지 않았뇟摸 누구에게 살해되었는가 ?"

 

수생은 말했다.

 

"그는... 그는..."

 

그리고는 금방 말을 잇지 못했다.

늙은 노인의 계속해서 말을했다.

 

"화대협께서 말씀하시기를 그날 계곡에서 격렬한 싸움이 벌어

그 조그만 중놈이 나무 막대기로 아버지의 머리를 쳤기 때문에 죽었다고 했는데 그렇지 않은가 ?"

 

수생은 말했다.

 

"그렇습니다. 그러나... 그러나..."

 

노인은 말했다.

 

"그러나 무엇이란 말인가 ?"

 

수생이 말했다.

 

"그것은 아버지가 스스로 그에게 죽여달라고 했던 것입니다."

 

그녀가 이말을 하자 동굴 쐴纜【_ 갑자기 폭소가 터져나왔다.

 

웃음소리는 동굴 밖의 나뭇가지를 흔들었으며 다 녹지 않은 눈송이가 휘날렸다.

웃음소리는 무수한 조롱이 섞여 있었다.

 

"자기 스스로 죽여달라고 했다니? 하하하! 거지말이 너무 재미있군."

 

"알고보니 수대협께서는 살기가 싫어 장래의 사위에게 머리를 박살내달라고 청했군!"

 

"장래 사위라니? 수대협께서 돌아가시기 전에 그 중놈과 이 아가씨와는

벌써 어쩌고저쩌고 했을 거야!"

 

또 몇사람은 무서운 목소리로 힐책했다.

 

"이 세상에서 이렇게 몰염치한 계집은 없을 거야.

족보도 모르는 사내를 위해서 자기를 낳아준 아버지조차도 버리다니..."

 

또 어떤 이는 냉혹하게 풍자를 했다.

 

"사내때문에 아버지를 버린다는 일은 이세상에 흔한일이야.

지 간부를 사주하여 자기 아버지를 살해까지 한다는 것은 정말 금시초문이군."

 

또 한사람이 말했다.

 

"나는 간부를 시켜서 지아비를 죽였다는 말을 들어본적이 있는데 아마

요즘 세상에는 그게 아닌가 보지?

사내에게 푹 빠져 아버지를 모살하다니. 하하하!"

 

그들은 모두 화철간의 말을 먼저 들었기때문에

수생과 적운이 벌서 사람들에게 알릴 수 없는 못된 짓을 했을 것이라고

단정하고 있었다.

그들은 그녀가 사내를 위해서 변명을 하고 있다고 여기고 모두 분개하였다.

그러므로 갈수록 차마 들을 수 없는 말을 지껄이고 있었다.

오로지 싸움만 아는 강호의 사람들이니 무슨 말인들 하지 못하겠는가?

수생은 얼굴이 빨개지면서 큰소리로 말했다.

 

"당신들은... 당신들은 무슨 말을 하고 있나요? 정말 창피한지도 모르는군요."

 

그들은 또 한바탕 웃어 제꼈다.

한사람이 말했다.

 

"이제서야 우리들이 수치를 모른다는 것을 알았소?

정말 배꼽을 잡고 죽을일이오."

 

"좋소, 아가씨, 우리들은 염치와 수치를 모르는 사람들이오.

당신이 그 중놈과 산동굴에서 히히덕 거리면서 아버지의 원한을

염두에 두지 않는 것은 수치를 아는 짓이요?"

 

또 다른 거친 목소리가 욕을 하기 시작했다.

 

"제기랄! 이 늙은이가 호북에서 숨을 헐떡거리면서 도중에 쉬지도 않고 온것이

모두 이 화냥년을 구하기 위해서였다니

이 염치없는 미천한 계집을 이 늙은이가 한칼에 없애버리겠다."

 

그러자 옆사람이 만류했다.

 

"그렇게 할수는 없읍니다.인형(印兄)! 경거망동하지 마십시요."

 

그 늙은 목소륫φ 말했다.

 

"모두 잠시만 참아 주십시요.

수아가씨는 나이가 젊어서 견문이 적고 수대협께서 불행히 세상을 뜨셨으니

그녀가 홀로 되어 보살피는 사람이 없었잖소.

모두들 그녀를 괴롭히지 마십시요.

대협께서 책임을 지고 맡아서 잘 가르친다면 아마 제정신으로 돌아올 것입니다.

모두들 이 기회에 덕을 좀 쌓으시고 이 계곡안에서 생긴일은

절대로 강호에 나가서 발설하지 마십시요.

수대협께선 생전에 사람들을 인과 의로 대했기 때문에 모두

그의 딸을 구러온 것이 아닙니까?

우리는 응당히 수대협의 체면을 봐서 웩缺을 찾아 일을 처리해야 합니다.

그 놈의 사지를 갈기갈기 찢어 수대협의 영전에 바쳐야만 합니다."

 

그렇게 말하는 사람은 덕망이 높고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고 있는 인물이였다.

그가 이렇게 말하자 무리들중 적지 않은 사람이 그의 의견에 찬동했다.

 

"네, 네. 그렇습니다. 장노영웅의 말씀은 일리가 있읍니다.

리는 가서 그 중놈을 찾아 놓아야합니다."

 

여러사람들은 여기저기서 한마디 하자 수생은 왁! 하고 울음을 터뜨렸다.

갑자기 먼곳에서 길게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수생아! 수생아! 누이는 지금 쐴諍弔獵 !"

 

수생은 이 목소리를 듣자 바로 사촌오빠인 왕소풍인 것을 알았다.

그녀는 갑자기 자기가 억울한 누명을 쓰고 치욕을 당하고 있던 차에

갑자기 친한 사람의 목소리를 듣자 무척 기뻤다.

그녀는 즉시 울음을 멈추고 산동굴 밖으로 달려 나갔다.

어떤 사람이 말했다.

 

"저 정신을 빼앗긴 왕소풍이 진상을 안다면 아마 미치고 말 것일세."

 

그 장씨 성을 가진 노인이 말했다.

 

"모두 떠들지 마시고 나의 말을 들으시오.

이 왕가 청년은 수소저의 몸에 어떤 이상이 생겼을까봐 노심초사해 왔읍니다.

눈이 녹기 이틀전에 벌써 이 계곡안으로 들어왔읍니다.

길이 좋지 않아 어떤 곳에 발이 묶여 오히려 우리보다 뒤쳐진것 같읍니다.

러분께서는 이 사람의 팔자가 나쁘다고 여겨주시고 모두들 공덕을 쌓아서

수아가씨와 그 중놈의 추악한 일은 그에게 말하지 말아주십시요."

 

군웅들중 우직한 자가 말했다.

 

"마땅히 그래야지요. 수아가씨는 잠시 실수하였으니

새로운 길을 걸을수 있도록 해주어야 합니다.

하물며 어쩔수 없는 상황에서 일어난 것이죠.

그렇지 않았다면 명문의 규수거 어찌 그런 사악한 중놈과 붙었겠읍니까 ?"

 

왕소풍이 멀리서 크게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누이야! 수생아!"

 

그 목소리는 점점 멀어져 갔다.

틀림없이 사람들이 이곳에 없는 줄 알고 있는 모양이었다.

수생은 급히 동굴밖으로 나가 외쳤다.

 

"오라버니, 오라버니! 나는 여기 있읍니다. 나는 여기 있어요!"

 

왕소풍이 또 크게 외쳤다.

 

"수생아! 수생아! 어디 있니 ?"

 

수생이 큰 소리로 외쳤다.

 

"전 여기 있읍니다."

 

동북쪽에서 한사람의 그림자가 미끄러지듯이 날아 오면서 수생을 불렀다.

그는 갑자기 발이 미끄러지더니 땅바닥에 넘어졌다.

수생은 놀라면서 매우 걱정이 되어서 그에게 달려갔다.

왕소풍은 수생의 목소리를 듣고 너무 기뻐서 그만 발을 헛디뎌서 넘어졌던 것이다.

그는 몸을 바로 일으키더니 급히 달려왔다.

수생도 급히 달려갔다.

두 사람은 서로 가까이 다가가자 일제히 환호성을 지르며 포옹했다.

적운은 두사람이 만나자마자 기뻐하면서 다정한 모습을 보이자

마음속이 시큰하게 저려왔다.

그는 결국 사매인 척방을 잊을수가 없었던 것이다.

비록 계곡에서 수생과 반년정도 같이 지냈지만

마음속으로 그녀를 추호도 여자로 보지 않았던 것이다.

단점 오랫동안 같이 있다 헤어지게 되자 아쉬움이 조금 남았을 뿐이다.

 

'그녀가 사촌오빠를 따라가면 그 이상 좋을 것이 없겠지.

그녀가 앞으로 아무 재앙없이 사촌오빠에게 시집을 가서 평생 즐겁게 살기를 바랄뿐이다.'

 

갑자기 왕소풍이 대성통곡을 했다. 수생이 수대의 죽음을 전했기 때문일 것이다.

잠시 뒤에 왕소풍이 수생의 손을 잡고 어깨를 나란히 하며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왕소풍은 울음섞인 목소리로말했다.

 

"삼촌께서 불행하게 당하셨읍니다.

나... 난... 나는 어려서부터 삼촌이 키워주셨고 나를 마치친자식처럼 대해주셨읍니다."

 

수생은 그가 자기 아버지에 대해 말을 하자

자기도 참을수 없어 눈물을 흘렸다.

왕소풍은 낮은 소리로 말했다.

 

"누이, 앞으로 다시는 당신과 헤어지지 맙시다.

그리고 나는 평생 잘 대해 줄것이요."

 

수생은 어려서부터 사촌오빠를 사모해왔다.

이렇게 헤어져 있는 동안 생각은 더욱 간절했었다.

그런데 그가 이렇게 말하자 얼굴이 붉어지면서 마음속이 달콤해져왔다.

두사람은 동굴 가까이 걸어왔다.

수생은 갑자기 멈춰 서며 말했다.

 

"오라버니, 당신과 나는 이만 돌아가도록 해요. 끝ご 그들을 보기 싫어요."

 

왕소풍은 으아해하며 말했다.

 

"왜 그러니? 이 많은 아저씨와 어르신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너를 구하러 왔는데,

그 분들은 계곡 밖에서 반년이나 기다렸단다.

정말 좋은 분들이야. 우리는 그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해야 돼!"

 

수생은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내가 이미 그들에겐 감사하다고 말을 했어요."

 

왕소풍은 말했다.

 

"모두들 천리 먼 호북지방에서 이곳까지 ㅉ아왔는데 같이 왔으

같이 돌아가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

더구나 여기 있는 삼촌의 시신을 고향으로 모셔가는 것이 좋을지 아니면

이곳에서 장례를 치러야 할지 그어르신께 여쭈어보아야 한다.

육아저씨와 화아저씨, 유도장께선 어디 계시냐 ?"

 

수생은 말했다.

 

"당신이 나와  먼저 가신다면 천천히 말씀해 드리겠어요.

화아저씨는 정말 나쁜 사람이니 당신은 절대로 그의 엉터리같은 말을 듣지 마세요."

 

왕소풍은 옛날부터 그녀의 말을 탓하지 않았었다.

이때 컴컴한 상태에서 달콤한 목소리를 듣자

그녀의 의사에 따라 저 떠나기로 마음을 굳혔다.

갑자기 동굴속에서 한사람이 말했다.

 

"왕현질, 좀 들어오게나."

 

그는 바로 화철간이었다.

왕소풍은 말했다.

 

"네, 화아저씨!"

 

수생은 급해서 발을 동동 구르면서 말했다.

 

"내 말을 듣지 않겠어요 ?"

 

왕소풍은 생각했다.

 

'화아저씨는 삼촌의 의형이시다.

어르신의 명령인데 어찌 거역할 수 있겠는가?

이 많은 분들이 사촌동생을 구하기 위해서 이렇게 천리길도 멀다 하지 않고

도와주시려고 오셨는데 일이 끝났다고 해서 아는체도 않고 떠나간다면 너무한 일이야.

그러면 나의 명성이 땅에 떨어지겠지.

그렇다면 어떻게 강호에 고개를 들고 다닐수 있겠는가?

사촌동생은 아직 어린애의 마음을 지니고 있으니 조금 뒤 그녀를 달래며

잘못했다고 사과를 하면 되겠지!'

 

그는 즉시 그녀의 손을 잡고 산동굴로 들어가려 했다.

수생은 화철간이 말하려는것은 절대로 좋은 말이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다.

 

'누가 뭐래도 나는 순결하다.

그가 무슨 더러운 말을 해도 나는 깨긋한 몸이야.'

 

그렇게 생각한 그녀는 즉시 왕소풍을 따라 들어갔다.

그녀의 얼굴에는 핏기가 없었다.

두사람이 동굴에 들어서자 화철간이 말했다.

 

"왕현질, 네가 왔으니 일이 참 잘되었다.

혈도승은 이미 나에게 죽임을 당하였다.

그런데 아직 어린 중끝弔 우리가 쳐놓은 그물에서 빠져 나갈려고 하니

우리가 당면한 문제는 그를 잡아다가 죽이는 것이다.

그 어린 중놈이 바로 너의 삼촌을 죽인 원흉이다."

 

왕소풍은 크게 외치며 싹 하고 검집에서 검을 뽑았다.

그리고 수생을 쳐다보고 급히 이 사촌동생이 아무런 이상이 없는가를 살펴보았다.

불빛아래서 본 그녀는 초췌해보였고 눈물이 가득 고여 있었다.

왕소풍은 그녀가 가련해 보였다.

그녀가 천천히 고개를 흔들어 보였다.

왕소풍은 급히 물었다.

 

"왜 그러니 ?"

 

수생은 급히 말했다.

 

"아버지는 그... 그 사람웩 죽인 것이 아니예요."

 

모든 사람들은 그녀가 이렇게 말하자 격분했다.

 

"우리들은 네가 가련해보이고 수대협의 얼굴을 보아서

너와 그 추악한 중놈과의 일을 발설하고 있지 않은데

네가 지금에 와서도 그 중놈을 두둔하고 있구나.

정말 백번죽어도 용서할수 없는 계집이군.

너는 중놈이라고 호칭을 붙이고 싶지 않아 아직도 그사람 그사람 하고 있으니

정말 낯이 두껍기 한정 없구나."

 

왕소풍은 모든 사람들이 노기를 띄우자 매우 이상하게 생각되었다.

그는 생각하기를, 자기의 사촌동생이 이들과 만나기를 원하지않았고

또 모든 사람이 그녀에게 적의를 품고 있으니

그 중간에는 뭔가 말 못할 사정이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말했다.

 

"누이, 우리가 화아저씨 말씀대로 그 중놈을 잡아 천갈래 만갈래로 찢어 놓은 다음

나중 이야기를 해도 늦지 않는다!"

 

수생은 말했다.

 

"그는 중이 아니예요..."

 

왕소풍은 멍청해졌다.

그는 자기 주위의 모든 사람들이 경멸의 눈초리를 보이자

일이 뭔가 잘못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더 이상 이 일에 대해 알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검을 검집에 들이 밀며 큰소리로 말했다.

 

"여기계신 여러 어르신과 친구들,

여러분들은 한번 더 수고를 해주시어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도록 해주십시요.

이 사람은 다시 여러분의 은덕에 감사드릴 것입니다."

 

그러면서 허리를 숙이며 절을 했다.

 여러사람은 일제히 말했다.

 

"그렇습니다. 빨리 가서 그 악승을 잡는 것이 급하고

그가 이계곡을 빠져 나가도록 해서는 안됩니다."

 

그러더니 너도 나도 모두 동굴을 뛰쳐 나.

 

누가 동굴속에 횃불을 남겨 놓았는지 꺼질듯 말듯

계곡안과 영검쌍협의 두사람 얼굴에 비추고 환해졌다 어두워졌다 하였다.

사람은 샥  손을 잡고 무슨 말이든 하려고 했으나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를 몰랐다.

적운은 내심 생각했다.

 

'그들 사촌 오누이끼리 틀림없이 할 말이 많을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이제 그만 사라지는 것이 좋겠구나.'

 

그가 막 몸을 피하려고 하는데 두사람이 가까이 걸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한사람이 말했다.

 

"당신은 이쪽에서 수색해 오시오.

나는 저쪽에서 수색해 오리다.

한바퀴 빙돌고 난후 다시 이곳에서 만납시다."

 

다른 한사람이 말했다.

 

"좋읍니다. 이 일대의 눈밭에는 발자욱이 여기저기 흩어져있으

어쩌면그 악승이 이 근처에 숨어 있는지도 모르지요. "

 

먼저 말한 자는 소리를 낮추면서 말했다.

 

"보시요. 송씨, 그 수소저는 마치 한떨키 꽃처럼 어여쁘기 그지 없던데

그 음흉한 중놈은 이 반년동안 그녀와 아마 많은 재미를 보았을 것이요."

 

또 한사람이 웃으면서 말했다.

 

"하하하.. 그렇읍니다.

그러나 그 왕씨성을 가진 자는 기꺼이 그 혹을 거두려 하지 않읍니까 ?"

 

두사람은 히히덕 거리면서 몇마디 더 주고 받은후 각각 적운을 잡으로 헤어졌다.

적운은 옆에서 듣고 왕소풍과 수생을 생각하자 마음이 괴로웠다.

 

'화철간이라는 자는 정말 악독하구나.

그는 염치도 없이 유언비어를 날조하여서 수아가씨의 명성을 훼손시키고 있구나.

그렇다고 자기에게 무슨 이득이 있을까 ?'

 

화철간은 수생이 자기의 여러가지 악행을 폭로하는 것이 염려되어 먼저 손을 써

그녀의 명성을 더럽힘으로써 사람들이 그녀의 말을 듣지 않게 만든 것이다.

적운은 고개를 들어 동굴속을 바라 보았다.

수생은 뒤로 두발자국 물러 나더니 얼굴을 창백히 하고 몸을 떨면서 말했다.

 

"오라버니, 당신은 낭설을 믿지 마세요."

 

왕소풍은 대답하지 않았지만 얼굴의 근육이 실룩실룩 음직였다.

틀림없이 그 두사람의 말이 자신의 마음을 괴롭히고 있는 것이었다.

이 반년동안 그는 계곡 밖에서 밤낯으로 생각을 했었다.

 

'사촌동생이 그 음흉한 중놈에게 잡혀 갔으니

어찌 몸을 깨긋이 보존할수 있었겠는가?

단지 그녀의 생명에 아무 이상만 없다면 하늘에 감사하겠다.'

 

그러나 사람의 욕심이란 끝이 없는 법이다.

이때 수생을 보며 그녀가 몸을 깨긋이 지키고 아무일이 없었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는 여러사람들의 말을 들었기 때문에 깊이 생각했다.

 

'이제는 강호의 모든 사람덧湧 이 일을 알텐데...

이 왕소풍은 당당한 사내 대장부로써 어찌 그들의 비웃음을 받겠는가 ?'

 

왕소풍은 수생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고는 말했다.

 

"우리 나가자."

 

수생은 말했다.

 

"당신은 이 사람들의 말을 믿나요 ?"

 

왕소풍은 말했다.

 

"다른 사람들의 쓸데없는 말을 하는데 들은척 해서 무엇 하겠어 ?"

 

"그렇다면 당신은 믿는다는 말인가요 ?"

 

왕소풍은 고개를 숙였을뿐 아무런 소리도 하지 않았다.

한참후그는 비로서 말을 했다.

 

"좋다. 나는 그들의 말을 믿지 않겠다."

 

수생은 말했다.

 

"당신은 마음속으로는 그들의 누명 씌우는 더러운 말을 믿고 계시는 군요."

 

그녀는 잠시 말을 중단했다가 다시 말했다.

 

"앞으로 당신은 나를 볼 필요가 없어요.

내가 이계곡에서 죽었다고 생각하세요."

 

왕소풍은 말했다.

 

"그렇게 할필요가 있느냐 ?"

 

수생은 마음이 괴로워서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대답하지 않았다.

다른 사람이 자기에게 누명을 씌우고 자기를 멸시해도 그것은 괜찮았다.

그러나 사촌오빠까지 자기를 미천하게 여기고 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았다.

그녀는 한시라도 바삐 계곡에서 빠져나가 그 누괌링 자기를 모르는 곳에서 살고 싶었으

이들과는 영원히 만나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황급히 밖으로 뛰어 나갔다.

동굴입구에 도착했을때 그동안 쌓인 정때문에 고개를 들려 동굴 구석구석을 쳐다보았다.

이 몇개월동안 그녀는 이 동굴안에서 은신하고 있었고 손재주가 좋았기 때문에

나무껍질과 새깃털등을 이용해 적지 않은 요나 방석따위를 만들었다.

그녀는 떠난다고 생각하니 조금은 서운했다.

그녀는 시선이 자기가 적운에게 짜준 깃털옷에 머물렀다.

적운이 화를 내며 되돌려준후 그녀는 이것을 가지고 이불을 삼웩만 추위를 견디어 냈던 것이다.

그녀는 생각했다.

 

'이 사람들은 그가 음탕한 중이라고 하며 그를 죽이려고 하는

만약 그를 찾아낸다면 수많은 사람들을 그는 감당할수 없을 것인데 어찌하면 좋을까?'

 

그녀는 즉시 발걸음을 멈추고 그 깃털옷을 멍하니 쳐다 보았다.

한편, 왕소풍은 그 깃털옷이 그녀의 잠자리에 놓여 있고 옷의 모양이 크고 넓은것이

남자의 옷같다고 생각하자 내심 의아함이 들었다.

 

"이건... 이건 무엇이냐 ?"

 

수생은 말했다.

 

"그것은 내가 만든 것이예요."

 

왕소풍은 씁쓸해져서 말했다.

 

"이것이 네것이냐 ?"

 

수생은 즉시 내것이 아니라고 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렇게 대답 한다면 결과가 안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주저하며 대답하지 않았다.

왕소풍은 말했다.

 

"이것은 남자옷 같은데 ?"

 

그 목소리는 매우 텁텁하게 변했다.

수생이 고개를 위 아래로 끄덕이자 왕소풍은 또 말했다.

 

"이것은 네가 그에게 짜준것이냐 ?"

 

수생은 또 고개를 끄덕였다.

왕소풍은 그 깃털옷을 들고 자세히 보더니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참 잘 짰군!"

 

수생은 말했다.

 

"오라버니, 오라버니는 그렇게 비약해서 생각하지 마세요.

와 나는..."

 

그러나 그의 눈에 핏발이 선 모습을 보자

더 이상 말을 계속하지 못했다.

왕소풍은 깃털옷을 내던지며 말했다.

 

"그의 옷... 그의 옷이 당신의 잠자리에 던져져 있군..."

 

수생의 마음은 얼음처럼 싸늘하게 식어갔다.

지금까지 부드럽고 친절한 오빠라고 생각했었는데 갑자기 저속하게만 여겨졌다.

그녀는 더 이상 변명을 하고 싶지 않았다.

 

'당신은 저속하게도 나를 의심하고 있군요.

그렇다면 끝까지 나를 의심하도록 내버려 두겠어요.'

 

적운은 동굴밖에서 그녀가 억울한 누명을 쓰가 있는 것을 보자 심사가 울적해졌다.

 

'나는 미천한 사람이어서 억울한 누명이 습관처럼 따라붙어도 상관이 없지만

그녀는 귀중한 집안의 따님인데 어찌 그런 누명을 쓸수 있단 말인가 ?'

 

여기까지 생각한 그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동굴밖에서는 수십명의 고수들이 그를 찾아 죽이려고 혈안이 되어

샅샅이 뒤지고 있었지만 거기까지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그는 즉시 몸을 날려 동굴 속으로 띠어 들면서 소리 높여 외쳤다.

 

"왕소형, 당신의 생각은 모두 틀렸소."

 

왕소풍과 수생은 그가 갑자기 동굴속으로뛰어 들자 깜작 놀랐다.

적운의 머리카락은 이미 길게 자라 옛날처럼 빡빡 깎은 중머리가 아니었다.

왕소풍은 정신을 가다듬고서야 비로서 그가 누군지 알아볼 수가 있었다.

그는 즉시 검을 뽑아들며 우측손으로 수생을 밀어 냈다.

그의 눈에서는 즉시라도 불꽃이 튀어 나올 것 같았다.

그의 장검은 쉬지 않고 떨리고 있었다.

한시라도 빨리 적운을 죽이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적운은 말했다.

 

"나는 당신과 싸우지 않겠소. 이 수소저는 결백하오.

당신이 그녀를 아내로 맞는다면 정말 하늘이 내려준 복덩어리를 맞이 하게 되는 것이외다.

절대로 엉뚱한 생각은 마시고 나쁜 사람들이 날조한 풍문은 믿지 마시요."

 

수생은 그기 위험함을 무름쓰고 자기의 몸이 깨끗함을 증명하기 위해서

이렇게 나타날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녀는 감격하는 한편 걱정도 되었다.

그래서 급히 말했다.

 

"당신은... 당신은 빨리 가세요.

많은 사람들이 당신을 죽이려고 하고 있었요. 이곳은 너무 위험해요."

 

적운은 말했다.

 

"나도 알고 있읍니다.

그러나 왕소형께 이 일을 자세히 설명하여 당신이 억울한 누명을 쓰지 않도록

하지 않을 수 없읍뇟求.

왕소협, 이 수소저는 정말 좋은 아가씨입니다.

당신은... 당신은

절대로 그녀에게 억울한 누명을 씌우지 마십시요."

 

적운은 말솜씨가 너무 없었다.

단순한 한가지의 일을 설명하는데도 말을 더듬거리며 분명하게 설명할수 없을 것인데

이렇게 복잡한 일을 더듬거리는 몇마디의 말로 어지 설명할수 있겠는가?

왕소풍의 의심은 오히려 더욱 깊어졌다.

수생은 급히 말했다.

 

"당신은... 당신은 빨리 떠나세요.

당신의 호의를 나는 죽어도 잊지 못할 것이예요.

빨리 가세요.

많은 사람들이 당신을 죽이려고 하고 있어요."

 

왕소풍은 수생의 말투와 표정에서 그에게 매우 관심이 많고 정이 듬뿍 담겨 있는지라

질투심이 걷잡을수 없이 일어나 소리쳤다.

 

"나는 네놈을 단숨에 처지하겠다."

 

하고 말하더니 적운의 가슴을 향해서 질풍같이 일검을 찔렀다.

이 일검은 맹렬하고 날카로왔지만 적운은 이미 옛날의 적운이 아니었다.

적운은 정사 양파의 무공을 한몸에 갖추고 있었다.

왕소풍의 검이 몸앞에 이르자

그는 몸을 약간 돌려 일검을 피하고는 말했다.

 

"나는 당신과 겨루지 않겠소.

나는 당신에게 이 수소저를 아내를 맞아드리고 그녀에게

추호도 의심을 품지 말라고 당부하고 싶읍니다.

그녀는... 그녀는 정말 좋은 아가씨입니다."

 

그가 말을 하고 있을때에도 왕소풍의 검은 좌측에서 두번,

측에서 세번을 찔렀으나 적운은 약간씩 몸을 돌려 피해내고 있었다.

적운은 계속해서 피하다가 문득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이사람의 무공은 매우 높았는데 어째 반년사이에 이토록 무공이 무디어졌지 ?'

 

왕소풍은 맹렬히 찍어갔지만 그가 아무일도 없다는 듯이 살짝살짝 피하자

더욱 미친 듯이 검을 휘둘러댔으며 검초는 더욱 빨라졌다.

적운은 말했다.

 

"에欖老, 당신은 이 수소저의 순결을 의심하지 않겠다고 말해주시오.

그럼 나는 가겠읍니다.

당신의 친구들이 나를 죽이려고 하니 나는 더 이상 머무를 수 없읍니다."

 

왕소풍의 검은 갈수록 빨라졌다. 적운은 비록 내공이 심후했으나 경공은 형편없었다.

그러기에 왕소풍의 검이 더욱 빨라지자

마침내 더 이상 피하지 못하기에 이르렀다.

적운은 할수없이 가운데 손가락으로 왕소풍의 검신을 퉁기자

왕소풍은 그 힘을 견디지 못하고 호구가 찢어지면서 검을 놓치고 말았다.

그러나 그는 다시 검을 주어 들어 덤비려 했다.

적운은 다시 그가 검을 들면 상대하기 어려울 것 같아서 일장으로 그의 어깨를 살짝 밀었다.

그러나 적운은 자신의 힘이 어느정도인가를 몰랐기에 살짝 밀었으나

왕소풍은 몇바퀴를 돌더니 벌렁 나가자빠지면서 석벽에 부ㄷ혔다.

수생은 그가 낭패할 정도로 넘어지자 급히 달려가 부축했다.

적운은 어리둥절해졌다.

그는 절대로 왕소풍을 그렇게 날려 버릴 생각은 없었는데

그가 이렇게 넘어지자 재빨리 앞으로 나아가서 왕소풍을 부축하려 했다.

 

"미안합니다. 정말 죄송하게 되었읍니다. 나는 정말... 고의가 아니었읍니다."

 

수생은 우측팔을 잡아 당시면서 말했다.

 

"오라버니, 아무 일 없지요 ?"

 

왕소풍은 질투와 분노와 수치심에 자신을 억제할수 없었다.

는 수생의 마음이 적운에게 치우치고 있고 두 사람이 연합해

기를 공격한 후 오히려 자신을 비웃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좌측장을 휘둘러서 철썩 하는 소리가 나도록

수생을 오른쪽 뺨을 때리며 소리를 질렀다.

 

"꺼져라!"

 

수생은 깜작 놀랐다.

사촌오빠가 자기를 때린 다는 것은 상상도 못했던 일이다.

그녀는 손으로 뺨을 만지면서 멍청한 표정을 지었다.

왕샥老냅 다시 일장을 가해 왼쪽뺨을 때렸다.

수생은 놀라고 무서워서 적운의 품으로 뛰어 들었다.

적운은 그녀를 끌어 안고 몸을 돌려 자신의 뒤에 세워 놓은뒤

왕소풍에게 다가가며 화난 음성으로 말했다.

 

"당신은... 당신은 왜 수소저를 때리는 것이요 ?"

 

그때 동굴밖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몇사람이 외쳤다.

 

"동굴속에서 사람이 다투고 있으니 빨리 가서 봅시다.

어쩌면 악승이 거기에 숨어 있는지도 모릅니다."

 

수생은 뒤로 물러나면서 말했다.

 

"빨리 떠나세요... 난... 난 당신의 호의를 영원히 잊지 못할 것입니다."

 

적운은 왕소풍과 수생을 번갈아 쳐다보고는 말했다.

 

"나는 가겠읍니다."

 

그리고 몸을 돌리더니 밖으로 나가려 했다.

왕소풍이 크게 외쳤다.

 

"음흉하고 악독한 중놈이 이곳에 있읍니다.

그가 도망치려 하고 있으니 빨리 동굴 앞을 막아 도망치지 못하게 하시오."

 

수생은 급히 말했다.

 

"오라버니, 터무니 없는 말씀은 그만 하세요."

 

왕소풍은 여전히 크게 외쳤다.

 

"빨리 동굴을 막으시오. 빨리 동굴을 막으시오!"

 

동굴밖에 서 있던 칠팔명은 왕소풍의 말을 듣고 즉시 동굴입구를 막아섰다.

적운이 빠륫 걸음으로 나가자 한사람이 일갈했다.

 

"어디로 도망치느냐 ?"

 

그러더니 검을 휘둘러 그의 정수리를 내리쳤다.

적운은 재빨리 우측으로 피하며 손을 내밀어 그의 가슴을 밀쳤다.

그 사람은 똑바로 나가떨어지며 가까이 있던 세사람과 부ㄷ쳤다.

그러자 네사람이 한꺼번에 쓰러졌다.

여러 사람들이 욕을 하고 떠드는 사이에 적운은 비호같이 사라졌다.

군웅들은 그 소리를 듣고 사방팔방에서 ㅉ아왔다.

그러니 적운은 이미 멀리 사라진 후였다.

적운은 이때 수풀속에 몸을 숨기고 있었다.

컴컴한 밤중이라 어느 누구도 그를 찾지 못했다.

군웅들은 그가 이미 계곡을 빠져 나갔을것이라고 여기고 추격하기 시작했다.

한참이 지난뒤 적운은 왕소풍과 수생이 계곡을 빠져나가는 모습을 볼수 있었다.

왕소풍은 앞에 있었고 수생은 뒤를 따르고 있었는데 거리는 일장정도 되었다.

그들의 뒷모습도 산허리를 돌아 사라졌다.

조금전까지 떠들석 하던 계곡은 조용한 정적만이 감돌고 있었다.

중원의 군웅들도 갔고, 수생도 떠났으며 화철간도 사라졌다.

단지 적운만이 홀로 남아 있었다.

그동안 보이던 독수리들도 한마리도 찾을 수가 없었다.

정막 적적하고 외로웠다.

단지 눈이 녹은 물들이 계곡밑을 흐르고 있는 소리만이 적막한 계곡의 정적을

단조롭게 깨트리고 있을 뿐이었다.

 

 

 

 

 

9. 한쌍의 호랑나비(梁山伯 祝英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