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지/연성결(連城訣)

5. 늙은 쥐로 국을 끓이다.

오늘의 쉼터 2014. 6. 19. 23:15

5. 늙은 쥐로 국을 끓이다.

 

강릉 이남 지역은 평탄했으며 장강은 꼬불꼬불 했다.

작은 배는강물을 따라 천천히 동쪽으로 나아갔다.

장강 양쪽의 작은 마을들을 하나 하나 지나가고 있었다.

상류에서 내려오는 배는 여러 종류가 있었으며 한척 한척 그의 옆을 지나갔다.

저녁이 되자 적운은 약간 기운을 차렸으며 배가 고픈것을 느꼈다.

그는 몸을 일으켜 앉아 작은 배를 북쪽의 부두로 저어갔다.

음식점에 가서 음식을 사먹으려 했다.

그러나 그 근처는 너무나 황량해서 한채의 집도 찾을수가 없었다.

작은 배는 다시 강을 따라 내려갔다.

쪽 버드나무 밑에 세척의 고기잡이 배에서 나는 불빛이 보였다.

그의 작은 배가 고기잡이 배 근처에 도달하자 물고기를 끓이는

소리가 들렸으며 냄새는 매우 구수했다.

그는 배를 저어가서 한명의 노인에게 말했다. 

 

"할아버지, 저에게 고기를 한마리만 파시겠어요 ?"

 

고기잡이 노인은 그의 모습을 보고는 무서워하며 거절하지도 못하고 대답했다.

 

"예! 예!"

 

한마리의 삶은 청어를 접시에 담아서 주었다.

적운이 말했다.

 

"밥도 좀 있으면 주시겠읍니까 ?"

 

고기잡이 노인은 대답도 못하고 밥을 가득 퍼서는 적운에게 주었다.

밥에는 약간의 옥수수와 고구마가 섞여 있었다.

적운은 순식간에 한그릇의 밥을 다 먹어 치웠다.

좀 더달라고 부탁하려는데 갑자기 부두에서 누군가가 말했다.

 

"이봐, 큰 고기가 있으면 몇마리 가져와!"

 

적운은 고개를 돌려서 바라보니 키가 크고 몸집이 삐ㅈ 마른 중이었는데

눈은 크고 번쩍번쩍 빛이 났다.

적운의 가슴은 크게 두근거렸다.

그 중은 바로 감옥에서 정전이 싸웠던 다 섯명의 중중 유일하게 살아 있는 보상이었던 것이다.

적운은 감히 그를 쳐다 볼 수가 없었다.

정전이 저 중의 무공이대단하다고 말했고,

거기다가 후에 길에서 만나면 조심하라고 적운에게 말했던것이 기억난 것이다.

정전의 시체가 보상에게 발견되면 정말 큰일이다.

는 두 손으로 밥그릇을 꼭 잡고 있었다.

자신은 죽음을 무서워하는 것이 아니라고 마음속으로 계속 생각하고 있지만

가슴은 계속해서 떨리고 있었다.

팔도 벌벌 떨렸다.

 

'이러면 안돼! 이러면 안돼!'

 

그는 진정하려고 생각했으나 그럴수록 더욱 심하게 떨려왔다.

인의 말이 들려왔다.

 

"오늘 잡은 고기는 모두 팔리고 없소."

 

보상은 화를 내며 말했다.

 

"고기가 없다고! 큰 고기가 없다면 작은 고기라도 가지고 와!"

 

노인이 말했다.

 

"정말 없어요. 내가 왜 고기를 안 팔겠소?"

 

말과 동시에 물고기 통을 뒤집었다.

통안은 비었으며 정말로 고기는 없었다.

보상은 배가 무척 고팠나 보다.

적운을 보고 말을 건냈다.

 

"이봐, 자네에게 고기가 좀 있어 ?"

 

적운은 정신이 아찔했다.

그가 자기에게 말을 걸자 자신을 알아 본줄 알고 대답하지 않았다.

적운이 긴 막대기를 들고 버드나무를 힘껏 밀자

작은 배는 강의 중앙으로 흘러갔다.

보상은 화를 내며 말했다.

 

"이 녀석아. 고기가 있냐고 물었는데 왜 도망가!"

 

적운은 그가 욕을 하자 더욱 무서워서 더욱 힘껏 노를저어 강중심으로 향했다.

보상은 바닥에서 돌을 주워 들더니 적운을 향해서 던졌다.

적운은 돌이 날아 오는 것을 보고 몸을 숙였다.

바람 소리다 들리더니 돌이 적운의 머리위를 스쳐 지나가서 강에 떨어졌다.

보상은 그가 아주 빠른 동작으로 돌을 피하고 이상한 모습을 하고 있자

보통 어부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는 의심이 생겨서 더욱 큰 소리로 외쳤다.

 

"망할놈. 빨리 돌아와! 돌아오지 않으면 죽여 버리겠다."

 

적운은 들은척도 않고 죽을 힘을 다해 노를 저었다.

보상은 몸을 숙이고 오른손에 돌을 들더니 그를 향해 힘껏 던졌다.

뒤이어 왼손으로도 하나를 던졌다.

적운은 손으로 노를 저으면서 두 눈으로는 돌이 날아오는 방향을 보았다.

첫번쩨 돌은 그럭저럭 피할 수 있었으나

두번째 돌은 너무 낮게 날아와서 바닥에 엎드려서야 피할수 있었다.

그가 막 일어서는데 세번째 돌이 날아왔다.

세번째 돌은 뱃머리에 명중했으며 나무조각이 분분히 날았다.

배 앞머리에는 구멍이 뚫렸다.

보상은 적운의 몸짓이 빠르고 배가 강물을 따라서 점점 아래로 흘러가자

다시 두개의 돌을집이 들어 작은 배를 겨냥해서 던졌다.

그가 힘껏 돌을 던지면 작은배는 틀림없이 구멍이 나서 가라 앉았을 것이다.

그러나 배는 이미 너무 멀리 흘러가서 비록 배에 돌이 떨어졌지만 별 효력이 없었다.

가 약간 파손되었을 뿐이다.

보상은 점점 그가 멀리 도망가자 큰 소리로 마구 욕을 했다.

멀리서 강풍에 의해 적운의 긴머리가 휘날리자 갑자기 생각이 났다.

'저놈은 꼭 탈옥한 범인 같아. 정전이 지부에서 탈출을 했다는 소식이 파다한데,

잘하면 저 놈에게서 정전의 소식을 알아내겠구나.'

 

버드나무 아래의 어부들은 그가 돌을 던져 사람을 ㅁ히려 하자

겁이 나서 슬슬 하류로 내려가고 있었다.

보상은 그들을 큰 소리로 불렀지만 아무도 돌아오지 않았다.

보상은 씩씩 거리면서 한명의 어부를 향해 돌을 던졌다.

어부는 머리가 박살나면서

그 자리에서 죽었다.

다른 어부들은 이 광경을 보자 겁이 나서 더욱빠른 속도로 도망가버렸다.

보상은 강가를 따라서 적운을 따라가기 시작했다.

보상이 장강의 북쪽을 향해 ㅉ아가자 적운은 갑자기 배를 남쪽으로 돌렸다.

보상과 배의 거리는 점차 벌어졌다.

적운은 생각했다.

'그가 부두에서 배를 한척 빌려서 날 ㅉ아 왔으면 난 틀림없이 그의 손에 죽었을거야.'

 

그는 한숨을 쉬고 말했다.

 

"정형. 정형, 제발 저 악독한 중놈이 나를 못 찾게 해줘요."

 

장강에는 배가 많이 있었는데 다행히 북쪽에는 마침 배가 한척도 없었다.

적운은 힘을 다해 남쪽으로 저어갔다.

이쪽의 강은 별로 넓지도 않았고 뚝에 나무가 많았다.

보상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보따리를 가슴에 안고 정전의 시체를 안고는 부두에 올랐다.

시 가다가 갑자기 한 생각이 나서는 다시 부두로 돌아와서 힘껏 배를 강으로 밀어 버렸다.

보상이 아직도 자기가 배를 타고 도망 중이라는 생각에 빠지게 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무조건 남쪽으로 달렸다.

강변에서 멀리 떨어질수록 좋았다.

몇리를 달리고서야 한숨을 내쉬었다.

눈앞에 강물이 보였다.

알고보니 장강은 이곳까지 흘러와서 남쪽으로 구부러져 있었다.

그가 급히 몸을 돌려보니 오른쪽에 작은 절간이 보였다.

정전의 시체를 안고 뛰어서 절까지 갔다.

문을 밀고 들어서자 갑자기 무릎에 힘이 없어져서 바닥에 주저 앉고 다시는 일어서지를 못했다.

그는 상처를 입고 피를 매우 많이 흘려서 허약했으며 단숨에 몇리를 띠어와서 탈진을 했던 것이다.

날이 점차 어두워지자 마음을 안정시키고 생각했다.

 

'깊은 밤이 되면 그 악독한 보상도 나를 찾지 못 할거야.'

 

정전은 비록 죽었지만 그의 마음속에는 아직도 제일 큰 동반자였다.

절에서 반시진동안 누워있자 힘이 어느정도 회복됐다.

 그는 비로서 일어날수 있었으며 정전의 시체를 엎고 절안으로 깊이 들어갔다.

그곳은 보아하니 토지묘인것 같았다.

찰흙으로 만든 토지신은 작긴 했지만 위엄이 있어보였다.

적운은 침통해 하고 있는데 작은 신상을 보자 갑자기 경건한 마음이 일었다.

그는 공손히 무릎을 끓고 앉아서 신상을 향해 몇번 절을 했다.

그러자 마음이 조금 안정되었다.

그는 신상 앞에 앉아 멍하니 바닥에 누워 있는 정전을 바라보았다.

그는 날이 어두워지자 정전의 옆에 누웠다.

몇년동안 감옥에서 같이 잔 모습 그대로였다.

얼마후 소나기가 한번 내리더니 다시 적게 계속해서 왔다.

적운은 추워지는 것을 느끼자 몸을 움추리고는 정전의 옆으로 다가갔다.

정전의 차가운 피부와 부딪히자 그는 정전이 죽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

그는 다시 슬픔이 밀려왔다.

그때였다.

멀리서 한명의 발자국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것은 토지묘를 향하고 있었는데 매우 빨랐다.

적운은 놀랐다.

그 사람은 점점 다가 오고 있었다.

적운은 급히 정전의 시체를 신단 아래로 숨겼다.

그리고 적운은 신단의 뒤로 숨었다.

발자국 소리가 가까워질수록 적운의 심장은 더욱 뛰었다.

마침내 문앞에 도착한 발자국 소리의 주인은 문을 열었다.

그는 들어오자마자 욕을 마구 퍼부어대기 시작했다.

"개같은 새끼! 어디로 도망 갔는지 모르겠군! 하필이면 비까지와서 옷이 다 젖었잖아!"

적운은 모골이 송연해졌다.

바로 보상의 목소리였던 것이다.

운은 비록 세상일을 잘 알지는 못했지만 정전에게서 강호의 일을 들어왔기 때문에

옛날의 멍청한 적운은 아니었다.

그는 생각했다.

 

'보상이 비록 스님처럼 분장해 있지만 고기를 먹고 사람을 마구죽이는 것을 보면

아주 악독한 강도일 것이다.'

 

보상의 욕은 가면 갈수록 심해졌다.

그는 잠시후에 욕을 멈추고는 젖은 옷을 벗어서 짜더니 신단 옆에 누워 잠을 자기 시작했다.

적운은 생각했다.

"저놈은 명색이 중이라면서 옷을 홀랑 벗고 신단 앞에서 자니

한가지 잘못을 저질렀군."

또 생각했다.

 

'이 기회에 저놈을 돌로 쳐 죽여버리면 후환이 없을 거야.'

 

하지만 그는 사람을 함부로 죽이고 싶지 않았다.

또한 보상의 무공이 자기보다 몇배나 강해서 만약 한꺼번에 죽이지 못하면

자신은 영락없이 죽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때 후문으로 몰래 도망치면 보상은 눈치채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정전의 시체가 신단의 아래에 있으므로 버리고 도망갈 수도 없었다.

시체를 음직이면 틀림없이 악독한 중에게 틀킬것이다.

귓가에는 밖의 빗방울이 떨어지는 소리가 계속해서 들려왔다.

그는 단지 빨리 날이 밝아 보상이 떠나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러나 만약 내일도 비가 멈추지 않는다면 보상은 떠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도 했다.

만약 내일 아침에 비가 멈추지 않는다면 그는 틀림없이 신단을 뒤질 것이고

정전의 시체를 찾을 것이다.

 

'잘하면 내일 아침 비가 멈출 지도 몰라.

악독한 중놈은 날 잡으려고 급히 밖으로 나갈거야.'

 

갑자기 한 가지 생각이 났다.

 

'그가 들어오면서 나를 늙은 놈이라고 욕을 했는데

난 아직 젊은데 어째서 늙은 놈이라고 욕을 했을까 ?'

 

잠시 생각하다가 그는 생각이 났다.

 

'아하! 내 머리가 온통 풀어지고 길뿐더러 수염도 너무 길어서

내가 늙은 사람인줄 알았다 보지.

날 늙은 놈이라고 욕을 하다니 그도 상당히 멍청한 편이군!'

 

여기까지 생각하고 그는 손으로 턱을 ㅎ으면서 수염을 만지작거렸다.

갑자기 보상이 몸을 돌려 누웠다.

그리고는 갑자기 신단을 발로 찼는데 마침 그의 발길질은 정전의 시체를 때렸다.

보상은 신단아래에서 물컹한 감촉이 나자 깜작 놀라서 벌떡 일어났다.

그는 신단아래에 누가 숨어 있는 줄 알았으나 너무 어둡고 컴컴해서

몇명이 매복해 있는지 알수가 없자 덜컥 겁이 났다.

그는 재빨리 몸옆의 도를 집어 들고는 전후좌우로 마구 후려쳤다.

이 가까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자 그는 소리쳤다.

 

"누구냐? 이 망할 개작식같은놈!"

 

계속해서 욕을 했으나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숨을 죽이고 계속 들아봐도 아무 소리가 나지 않았다.

보상은 어둠 속에서 계속해서 칼질을 했다.

사면팔방으로 도광이 번뜩였다.

그는 그리고는 발로 신단을 차서는 넘어뜨렸다.

그리고는 그 자리에다가 마구 칼을 휘둘렀다.

곧이어서 '팍!'하는 소리와 함께 뼈가 부러지는 소리다 들렸다.

마침내 보상의 도가 정전의 시체를 명중한 것이다.

적운은 정전의 시체가 보상의 도에 의해서 찔리는 소리를 들었다.

정전은 벌서 죽어서 감각이 없겠지만 의형의 시체가 난도질 당하자

마치 자기를 찌르는 듯한 분녹와 아픔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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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운은 지금 곧 뛰어나가서 보상과 일전을 겨루고 싶었다.

하지만 오년동안의 감옥생활은 시골뜨기 소년을 침착하고 판단력을 길러준것이다.

적운은 생각했다.

'내가 지금 곧 뛰쳐나가 싸우면 목숨을 버리는 결과가 된다.

형과 능소저는 함께 묻히는 소망을 이룰수 없게 된다.

그렇게 할 수는 없다.'

보상은 칼로 정전의 시체를 찌르는데 아무런 반응이 없자

어둠속을 자세히 살펴 보았다.

 그가 가지고 있던 화지는 물에 젖어서 불을 켤 수도 없었다.

그는 한 걸음 한 걸음 뒤로 물러서서 등을 벽에다 기댔다.

적이 뒤에서 공격해 올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는 정신을 집중하고 사방을 살펴봤다.

두 사람 사이에는 약간의거리가 있었으며 비가 떨어지는 소리 외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적운은 자기의 숨소리가 조금이라도 커진다면

곧 목숨을 잃게 되리라는 것을 알수 있었다.

그는 아주 약하게 천천히 숨을 쉬었다.

그는 느릿느릿 숨을 마셨고 느릿느릿 숨을 뱉았다.

그러면서 그는 생각했다.

"한시진만 더 있으면 날이 샐것이다.

이 악독한 중놈이 정형의 시체를 보면 정말 큰 일이다.

어떡하면 좋지?"

그는 원래 두뇌가 좋지 않은데다가 정전의 시체를 보상의 손에서부터 보호하려니까

더욱 골치가 아팠다.

그는 정신을 집중하고 생각했지만 도저히 좋은 생각이 떠 오르지 않았다.

그러다 그는 마음이 초초해져서 자신을 원망하기 시작했다.

 

'적운아! 적운아! 내가 멍청하니까 좋은 생각이 안 떠오르지.

형이 죽지 않았다면 좋은 방법이 있었을텐데.'

 

너무 초초한 나머지 손을 머리에 얹고 힘껏 잡아 당겼다.

그러자 대 여섯가락의 머리카락이 손에 잡혀서 떨어졌다.

갑자기 그의 머리속에 좋은 생각이 떠 올랐다.

 

'저 악독한 중놈이 날 보고 늙은 놈이라고 하는 것은

바로 이 머리와 수염때문이다.

그렇다면 수염과 머리를 깨긋이 잘라버리면 저자는 날 알아보지 못할것이다.

그런데 가위가 없는데 어떻게 자르지? 흥! 죽음도 두렵지 않은데 좀 아프면 어때,

그냥 손으로 한올 한올 뽑아야지.'

그는 수염을 만지면서 한 가닥 한 가닥 뽑아 내었다.

그는 무슨 소리가 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면서 매우 조심스럽게 수염을 뽑았다.

잠시후 수염을 다 뽑자 머리를 뽑기 시작했다.

수염을 뽑는 것은 별로 고통스럽지 않았지만 머리를 뽑는 것은 매우 아팠다.

그는 생각했다.

'이 방법은 너무 멍청한 것 같아. 정형의 혼이 웃겠군!

하지만... 하지만... 더 좋은 방법이 없잖아?'

귓가에 보상이 다시 잠자는 소리가 들렸다.

악독한 중놈에게 들킬까봐 약간의 수염과 머리칼을 뽑고는 천천히 뒤로 물러섰다.

반 시진이 지난뒤 그는 우물가에까지 빠져 나왔다.

잠시 뒤에야 그는 토지묘에서 빠져 나올수 있었다.

비가 그의 얼굴에 한방울 한방울 떨어졌다.

묘 밖에서는 보상에게 들킬까봐 두렵지 않았으며 마음대로 머리를 뽑았다.

그는 의심을 사지 않기 위해서 뽑은머리와 수염을 땅에다 ㅁ었다.

마침내 그는 머리카락과 수염을 한올도 안남기고 뽑아 버렸다.

자신의 턱과 번쩍이는 머리를 만져보니 늙은 놈이 아니고 대머리가 되어 버렸다.

그는 화가 났지만 결국 쓴웃음을 지으며 생각했다.

'수염과 머리카락을 뽑았으니 턱과 머리에 핏자국이 남아 있을거야. 흔적을 없애야 겠다.'

 

고개를 들고 빗물에 얼굴을 깨긋이 ㅆ어다.

그리고 또 생각했다.

 

"수염과 머리는 다 뽑았지만 몸에 걸치고 있는 옷을 악독한 중놈이 알아차리면 정말 큰 일이다.

바꿔 입을 옷이 없는데 어떻게 저 중놈을 속일수 있을까?

나도 저 중놈처럼 옷을 다 벗어 버릴까 ?"

적운은 바지를 모두 벗어 던졌지만 오잠의는 벗을 수가 없었다.

어서 결국 내의는 입고 바지는 벗었다.

그는 옷을 찢어서 허리에 묶었다.

또 보상이 오잠의를 알아 볼까봐 땅바닥에서 몇번 뒹굴어 온몸에 진흙칠을 했다.

정전이 다시 살아난다 해도 잠시 동안은 그를 몰라보았을 것이다.

적운은 한그루의큰 나무 근처에 가서는 손으로 땅에 구멍을 파고 보따리를

그곳에 넣으면서 생각했다.

 

"저 악독한 놈을 피해서 정형의 시체를 안전한 곳으로 가져간뒤

나의 상처를 붕대로 싸주고 돈을 준 은인에게 꼭 보답을 해야겠다.

하지만 그 사람은 누굴까 ?"

 

날은 천천히 밝아왔다.

적운은 천천히 남쪽으로 걸어간뒤 서쪽으로 방향을 바꾸었다.

몇리정도 걸으니까 날은 완전히 밝아 왔으나 비는 계속 내리고 있었다.

보상이 아직 묘를 떠나지 않았을 것 같아서 무기를 찾으려 했지만

아무것도 찾을수가 없었다.

수 없이 예리한 돌을 허리춤에 집어 넣었으나 마음속으로는

악독한 중놈이 절을 떠나주었으면 하는 마음뿐이었다.

물이 고인 곳에서 자신의 모습을 비추어보자

너무 이상해서 웃음을 금할수가 없었다.

그는 계속해서 동쪽의 토지묘를 향해서 걸었다.

그는 걸으면서 생각했다.

 

'내가 미친척하고 이 고장의 떠돌이 거지인척 흉내내야 겠다. '

 

토지묘에 가까워지자 적운은 큰소리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옆집의 아가씨 내 노래를 들어보소.

부잣집 총각에 시집가면 안돼,

왕공자는 마음이 나빠. 대머리인 나에게 시집을 와야 행복을 누릴 수 있다."

 

그는 호남의 시골에 있을때 이 노래를 즐겨 부르곤 했다.

척방과 함께 손을 잡고 개울이나 논두렁을 지날때 이 노래를 수천번도 더 불렀다.

그런데 노래를 부르자니 마음이 쓰라려 왔다.

지금 자신의 노래를 듣는 것은 자신의 사랑하는 사매가 아닌 악독한 중놈이라고 생각때문이었다.

토지묘에 가까워지자 그는 더욱 큰소리로 노래를 불렀다.

 

"대머리 총각, 무슨 속셈이 있는거야 ? 나처럼 예쁜 처녀에게 장가오고 싶어 ?

하지만 머리에 머리카락이 없어서 안돼! 하지만...."

여기까지 불렀을때 보상이 토지묘에서 걸어 나왔다.

그는 상의를 허리에 걸치고 누군가하고 머리를 밖으로 내밀고 두리번 거렸다.

적운이 노래를 부르면서 걸어오고 있었다.

머리는 완전히 벗겨졌으며 노래는 엉터리로 부르고 있었다.

그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말했다.

"야! 대머리 이리 와봐!"

적운은 노래를 부르듯이 말했다.

"무슨일로 그러시나요 ?

저에게 금을 주실것입니까 ?

아니면 은을 주실것입니까 ?

스님께서 돼지고기를 주신다네."

 

그는 노래를 부르면서 접근을 했다.

자연스럽게 행동하려 했으나 그의 가슴은 마구 뛰었으며 얼굴색이 굳어지기 시작했다.

다행히 보상은 그것을 발견하지 못하고 말했다.

"대머리, 가서 먹을 것을 찾아오면 큰 상을 내리겠다. 돼지고기 좀 있어?"

적운은 고개를 저으면서 말했다.

 

"이곳에는 돼지고기가 없어요..."

 

보상은 소리쳤다.

 

"노래를 부르지 말고, 말로 해!"

 

적운은 혓바닥을 쑥 내밀어 보이고 억지로 바보같은 웃음을 웃으면서 말했다.

 

"대머리 아삼은 시골 노래에 습관이 되어 말을 잘 못해요.

스님, 이곳에서 십리 안에는 사람이 살지 않아요.

돼지 고기는 물론이고 쌀밥도 찾기 힘들어요.

서쪽으로 십오리만 가면 조그만 마을이 있는데 술, 고기, 닭 모든 것이 다 있어요.

먹고 싶으면 갔다 오세요."

그는 보상을 이길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보상이 제발 자신의 말을 믿어

서쪽으로 가면 시체를 안고 도망치려 했다.

하지만 비는 비는 그치지 않았고 계속해서 두 사람의 몸에 내렸다.

보상이 말했다.

 

"가서 먹을 것좀 찾아와! 술과 고기가 있으면 더욱 좋고,

그 것도 없으면 닭이나 한마리 잡아와."

 

적운은 정전의 시체를 걱정하면서 건성으로 대답을 했다.

묘안을 들여다 보자 정전의 시체는 벌써 신단의 아래에서 끌어내어져 있었고

옷의 여러곳이 찢어져 있는 것으로 보아 보상이 벌써 샅샅히 뒤진 모양이었다.

적운은 무척 화가 났으며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말했다.

 

"저... 저 사람은 당신이... 당신이 죽였군요 ?"

 

그의 얼굴이 변하자 보상은 시체를 무서워 하는 줄 알고 비웃으며 말했다.

 

"내가 죽인것이 아니여. 이리와서 한번 알아봐 ?"

 

적운은 악독한 중놈이 자신의 신분을 알아챈줄 알고 놀랐다.

까지 정전의 시체를 보호하다가 안되면 도망치려 했다.

그는마음을 안정시키고 말했다.

 

"이 사람은 이상하게 생겼는데요. 우리 마을 사람이 아니예요."

 

보상은 웃으며 말했다.

 

"당연히 너희 마을 사람이 아니지."

 

보상은 갑자기 화가 난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봐, 가서 먹을 것좀 가져와. 말을 듣지 않으면 너의 개같은 목숨을 없애 버리겠다."

 

적운은 정전의 시체가 아무 이상이 없는 것을 알자

안심하며 말 했다.

 

"예, 예!"

 

몸을 돌려 묘를 나오며 생각했다.

 

"잠시 피해 있는 것이 좋겠다.

내가 돌아오지 않으면 저 악독한 중놈은 배가 고파서 음식을 찾으러 나올거다.

정형의 시체는 가지고 가지 않겠지.

정형의 몸을 찾아봤으니 포기했을지도 몰라."

 

두 발자국 걸어 나오자 보상이 소리쳤다.

 

"이봐, 거기 서! 어딜 가는 거야 ?"

 

적운이 말했다.

 

"먹을 것을 사올려고 그래요."

 

보상이 말했다.

 

"좋아, 좋아! 언제 돌아 올거여 ?"

 

적운이 말했다.

 

"금방요, 빨리 돌아올께요."

 

보상이 말했다.

 

"가봐!"

 

적운은 고개를 돌려 정전의 시체를 한번 바라보고는 토지묘 밖으로 걸어 나갔다.

그때였다. '철썩!' 하는 소리와 함께 적운의 양쪽 뺨을 보상이 후려쳤다.

다행히 보상은 적운이 무공을 못하는 줄 알고 세게 때리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무공이 높아 솜씨가 매우 빨랐기 때문에 한번에 적운의 뺨을 ㅁ출수 있었지만

만약, 그의 무공이 조금 약했더라면 둔한 적운으로서는 재빨리 뒤에서 한 공격을 피하고

무공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들켰을 것이다.

적운은 놀라며 말했다.

 

"왜!!! 왜!!!"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나의 정체가 발각됐다면 어쩔 수 없이 목숨을 걸고 싸우는 수 밖에 없다.'

 

보상이 말했다.

 

"너는 돈을 얼마나 가지고 있느냐 ?"

 

적운이 말했다.

 

"저... 저..."

 

보상은 화를 내며 말했다.

 

"네 꼴을 보니까 돈이 한푼도 없는 것 같은데 너같이 못생긴 얼굴을 해가지고

어디서 돈을 빌릴거야? 흥! 먹을 것을 사온다고 하고 도망을 치려고 그러는 것이지."

 

적운으 그의 말을 듣고 약간 안심이 되었다.

 

'저 놈은 내가 도망가려고 하는 줄 아는구나.'

 

보상이 또 말했다.

 

"야, 이 대머리 녀석아! 네 입으로 방금 십리안에는 사람이 살지 않는다고 했는데

어떻게 금방 먹을 것을 사올수 있지 ?

틀림없이 날 속이려고 하는 거지.

흥! 빨리 말해봐! 무슨 속셈이 있는 거야?"

 

적운은 겁을 먹은 듯이 말했다.

 

"스님이... 무섭게 생겨서 집으로 도망치려 했어요."

 

"하! 하! 하!"

 

보상은 웃으며 말했다.

 

"무섭긴 뭐가 무서워? 내가 널 잡아먹을까봐 겁이 나냐 ?"

 

보상은 먹는 다는 말을 하자 배가 더 고파오기 시작했다.

날이 밝자 그는 묘를 다 쥐져 보았지만 먹을거라곤 아무 것도 없었다.

그는 계속해서 말했다.

 

"내가 널 잡아 먹을까봐 겁나! 내가 널 잡아 먹을까봐 겁나냐?"

 

말이 끝나자 그는 눈을 번쩍이면서 적운을 바라보았다.

적운은 그의 눈빛을 의식하지 식은땀이 흘렀다.

악독한 중놈이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수 있을 것 같기때문이다.

보상은 속으로 생각했다.

 

'사람고기의 맛은 괜찮고 사람의 살과 간도 맛이 있지 않은가?

눈앞에는 한마리의 돼지가 있는데 왜 잡아 먹지 않는거야 ?'

 

적운은 속으로 생각했다.

 

"저놈이 날 죽여봤자 소용없을 거야.

저 악독한 중놈이 날 잡아 먹으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은데

그렇게는 안될걸! 목숨을 걸고 싸우겠다. "

목숨을 걸고 싸워ㅂ지 질 것은 뻔했지만

그의 뱃속으로 그냥 걸어 들어가는 것 보다 나을것 같았다.

보상은 두눈을 번쩍번쩍 빛내면서 슬슬 웃으며 다가왔다.

적운은 그가 한걸음 한걸음 다가오자 얼굴에 두려운 빛을 띠며 뒤로 물러섰다.

보상이 웃으며 말했다.

 

"마른 것을 보니 틀림없이 맛이 있을거야.

시체는 너보다 맛이 있겠지만 죽은 고기가 독이 있어서 안 돼.

살찐 돼지가 없으니 마른 돼지라도 먹는 수밖에."

 

손을 내밀어 적운의 오른쪽 오깨를 틀어잡았다.

적운은 있는 힘을 다하여 발버둥을 쳤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마음속의 공포는 말로 형용할수가 없었다.

몇년간의 비참한 고문과 구타는 그로 하여금 겁을 없게 만들었지만

이 악독한 중놈에게 잡아 먹힌다고 생각하니 정말 참을수가 없었다.

보상은 적운이 도망가지 못하리라는 것을 알고 그에게 먼저

물을 끓이게 한뒤 잡아먹어야 겠다고 생각을 했다.

하지만 적운이 자기를 죽여 한대접의 고기로 만든 다음

두 손으로 공손히 바칠리가 없다고 생각되었다.

상은 말했다.

"널 죽이고 잡아 먹는 방법은 두 종류가 있어.

첫번째는 네 다리의 살을 칼로 잘라서 구이를 해먹는건데 고통이 굉장히 심하지.

두번째 방법은 한칼에 죽여버리고 장조림을 해먹는 거다.

어떤 방법이 좋은지 말해봐!"

 

적운은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

 

"날 죽이겠다고 ? 이 악독한 ... 중놈아..."

 

심하게 욕을 하고 싶었지만 악독한 중놈이 화가나면

자기를 더욱 비참하고 고통스럽게 죽일까봐 욕이 목까지 치밀었으나

다시 꿀걱 삼켰다.

보상이 웃으며 말했다.

 

"그래, 내 말을 잘 들으면 아주 멋지게 죽여주지.

발버둥을 치면 칠수록 고통이 더 심하다는 것을 알아야 돼.

이봐, 대머리. 부엌에 가서 솥을 가져 온뒤 뜨겁게 물을 끓여라."

 

적운은 그가 물에 자신을 삶아 먹는 것을 알면서도 능청스럽게 물어봤다.

 

"왜요 ?"

 

보상이 웃으며 말했다.

 

"그건 알 필요 없어. 빨리 갔다와!"

 

적운이 말했다.

 

"물을 끓이려면 그냥 부엌에서 끓이지.

솥을 가져 오려면 힘들잖아요 ?"

 

보상이 말했다.

 

"주방에는 먼지와 거미줄 투성이라서 그곳에 들어 가면 제채기가 나서 안돼.

내가 보고 있을 테니까 도망 치면 안돼."

 

적운이 말했다.

 

"도망가지 않으면 되잖아요."

 

보상이 화를 내며 말했다.

 

"내가 하라는대로 해. 내 말을 거역하면 안돼!"

 

그는 주먹으로 일격을 가해 적운의 오른쪽 얼굴에 멍이 들게 했다.

그리고 발로 차서 넘어뜨렸다.

적운은 바닥에 엎어지면서 생각했다.

'물을 끓이라고 했는제 정말 좋은 기회이다.

물이 아주 뜨겁게 끓으면 저 악독한 중놈에게 부어버려야지.

몸에 아무것도 입고있지 않으니 틀림없이 죽어 버릴 것이다.'

 

마음속에 이런 생각이 들자 적운은 더 이상 겁이 나지 않았다.

그는 부엌에 가서 솥을 가져왔다.

솥은 너무 낡아서 반쯤 부셔져 있었으며 물은 반 밖에 담지 못할것 같았다.

적운은 그것을 보고는 물이 너무 적어 악독한 중놈을 죽이기 힘들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곧 다시 생각하여 완전히 죽지 않는다고 해도 반쯤은

죽어버릴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솥을 우물까지 끌고 가서는 빗물을 받아 먼저 솥을 깨긋이 ㅆ었다.

 그리고는 다시 빗물을 솥이 넘칠때까지 받았다.

보상은 칭찬을 했다.

 

"좋아, 아주 좋아! 대머리 녀석을 잡아 먹기는 좀 미안한데!

쨋든 네놈은 마음에 드니 한칼에 죽여 장조림을 해먹으마."

 

적운은 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스님, 칭찬해 주셔셔 감사합니다."

 

칠 팔개의 벽돌을 주어 솥아래에 받혔다.

낡은 묘에는 다 부서진 탁자와 의자가 많았다.

적운은 만약에 보상과 생사셜투를 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는

부서진 막대기를 솥옆에 놓아 두었다.

불을 사르기란 그리 쉬운일이 아니었다.

적운은 두 손을 벌리고 어쩔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보상이 말했다.

"왜? 불이 없어 ? 저놈의 몸에 있었던 것 같은데?"

정전의 시체를 만져보기 시작했다.

적운은 정전의 다리가 보상에게 난자당한 모습을 보자 화가 머리 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고개를 돌려 보상을 노려보고는 앞으로 달려들어 힘껏 깨물고 싶었다.

보상은 고양이가 쥐를 잡는 것 처럼 장난을 좀 치고 잡아 먹고 싶었다.

적운이 화를 낸 것에 대해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곤 웃으며 말했다. 

 

"너도 좀 찾아봐! 불을 피지 못하면 널 날것으로 먹을수도 있단 말이야."

 

적운은 몸을 구부리고 정전의 옷을 만져 봤다.

잠시후 그는 두개의 딱딱한 물건을 찾았다.

한개는 화도(火刀)였고, 한개는 화석(火石)이었다.

적운은 정전과는 한시도 떨어진 틈이 없었는데

전이 어디서 화도와 화석을 얻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생각해 보다가 적운은 화도에 쓰여져 있는 글자를 보게 되었다.

 

"형주노합흥기(荊州老合興記)"

 

적운은 그것이 쇠사슬을 끊기 위해서 대장간에 갔을때

정전이 갈무리 한것이라고 생각했다.

적운은 화도와 화석을 들고 생각했다.

'정형은 나중을 위해서 대장간에서 화도와 화석을 가지고 나왔구나.

그러나 정형은 이것을 한번도 쓰지 못하고 하늘나라로 가버렸군.'

 

적운은 정전을 생각하자 눈물이 흘러내렸다.

보상은 적운이 화도와 화석을 찾아내자

곧 죽게 된 것을 슬퍼하여 우는 줄 알고 빙긋이 웃으며 말했다.

 

"나는 매우 존귀하신 분이다.

너 같은 촌놈이 나의 창자를 관으로 삼고 나의 배를 무덤으로 삼는 것은 크나큰 영광이다.

개수작 부리지 말고 빨리 불이나 피워!"

 

적운은 아무말도 하지 않고 묘에서 낡은 종이를 찾아 화도와 화석으로 불을 피웠다.

불이 피자 종이에 ㅆ져 있던 글들이 점점 타들어갔다.

 

"하하(下下).

구관불성(求官不成)

혼인난해(婚姻難諧)

출행불이(出行不利)

질병난유(疾病難愈) "

 

순식간에 불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적운은 생각했다.

 

'내 인생의 불행은 안봐도 알만하다.'

 

나무 조각을 불에 올려 놓자 솥 아래에 있는 나무들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솥안의 물에 천천히 조그만 거품이 떠 오르기 시작했다.

그는 솥안에 있는 물이 곧 뜨거워 지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는 떨면서 한번은 물을 쳐다보고 보상의 불록 튀어 나온 뱃가죽을 바라보았다.

이 순간이 생사를 결정하는 중요한 시기라는 것을 알자

자신도 모르게 두 주먹이 떨리기 시작했다.

잠시후, 솥에서 한얀 김이 올라오기 시작하면서 물이 펄펄 끓기 시작했다.

적운은 몸을 일으키고는 두손으로 솥을 들어 보상의 머리에 부으려 했다.

적운으 몸을 음직이자 보상은 눈치를 채고는 두

손을 벌려 그의 손목을 꼭 잡았다.

그는 화를 내며 말했다.

 

"뭐 하는거야 ?"

 

적운은 거짓말을 하지 못했다.

뜨거운 물을 보상의 몸에 껴 얹으려고 했지만 손목은 마치 철갑에 잡힌 것처럼

조금도 음직일수가 없었다.

보상이 이 뜨거운 물을 적운의 머리에 부으려고 마음만 먹는다면 충분히 할수도 있었다.

그러나 이 대머리 아삼을 죽이고 자신도 화상을 입으면 골치가 아프고 하니 참았다.

그는 두팔에 힘을 주고 천천히 솥을 원위치에 갔다 놓았다.

그는 소리쳤다.

 

"손을 놔!"

 

작운은 손을 놓지 않고 오히려 두손을 더욱 힘을 주었다.

보상은 적운이 순순히 손을 놓지 않자 발을 들어서 적운을 차버렸다.

운은 손을 놓치고 신단 밑으로 굴러 들어갔다.

보상은 생각했다.

 

'저 대머리 녀석의 손힘이 괜찮은데.'

 

그러나 더 이상 깊이 생각하지 않고 말했다.

 

"이 대머리 녀석아. 이제 너를 죽여버리겠다.

내가 손을 쓰기전에 어서 옷을 벗고 배를 내밀어라."

 

적운은 허리에 감추어 두었던 예리한 돌로 목숨을 걸고 싸우리라고 생각했다.

이때 적운의 두눈에는 배를 위로 하고 죽어 있는 두마리의 쥐가 보였다.

그는 갑자기 생각난바가 있어서 외쳤다.

"두 마리의 쥐를 잡았는데 이걸로 먼저 배고픔을 참으시죠?

쥐고기는 아주 신선해서 개고기보다 맛이 있어요."

 

보상이 말했다.

 

"뭐? 쥐라고? 죽은 거냐 산거냐 ?"

 

적운은 그가 죽은쥐는 먹지 않을까봐 재빨리 말했다.

"산 쥐예요, 아직도 음직이고 있어요.

잠시 기절을 했을뿐이예요."

두마리의 쥐를 잡고는 신단 밖으로 내밀고는 그에게 보여주었다.

보상은 쥐고기를 먹어 본적이 있어서,

쥐고기가 돼지고기맛과 비슷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두 마리의 쥐가 마른 것을 보자 틀림없이 묘안에 먹을것이 없어서

말랐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잠시 망설이고 있었다.

적운이 말했다.

 

"스님, 제가 쥐의 가죽을 벗기고 탕을 끓이면 아주 맛이 있을 것이예요."

 

보상은 게으름뱅이였다.

 

자기가 직접 사람을 죽이고 가죽을 벗기고 삶아 먹으려니

귀찮은 생각이 들었다.

적운이 쥐고기탕을 만들어 준다니까 기다렸다 먹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이 말했다.

 

"두 마리로는 부족하니까 몇마리를 더 잡아와!"

 

적운은 속으로 생각했다.

 

'나의 내공이 소멸됐는데 어떻게 쥐를 잡지 ?'

 

겨우 살아 남을수 있는 기회를 찾았는데 절대 놓칠수가 없었다.

적운은 급히 말했다.

 

"스님, 제가 먼저 쥐탕을 끓인뒤에 다시 잡을께요."

 

보상은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

 

"그것도 괜찮지. 만약 내가 배부르게 먹게 된다면 네 목숨을 살려주겠다."

 

적운은 신단에서 기어 나와서 말했다.

 

"쥐의 머리를 자르게 칼 좀 빌려주세요."

 

보상은 대머리 총각놈이 감히 아무 짓도 하지 못하리라고 생각하고 칼을 건네 주었다.

 

"써도 좋아!"

 

그리고 한마다 덧 붙였다.

 

"자신있으면 내 머리를 한번 내리쳐봐!"

 

적운은 칼을 잡자마자 보상을 내리칠려 했으나 그말을 듣자

감히 그렇게 할 수가 없었다.

적운은 쥐의 머리를 자르고 배를 갈라

장을 빗물에 ㅆ은후 가죽을 벗기고 솥에 넣었다.

보상은 계속해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아, 아주 좋아! 대머리 녀석이 쥐탕은 그럴듯 하게 끓이는군. 빨리 몇마리 더 잡아와!"

 

적운이 말했다.

 

"좋아요, 잡아 올께요."

 

몸을 돌려 다른 곳으로 걸아갔다.

보상이 말했다.

 

"만약에 도망치면 네 놈을 잡아서 칼로 조금씩 잘라 먹을 것이다."

 

적운이 말했다.

 

"쥐를 잡지 못하면 닭을 잡아 올께요.

강에는 고기가 얼마든지 있어요.

스님을 배불리 먹여 줄테니 나를 잡아 먹지는 말아요.

대머리의 몸엔 치질과 매독과 AIDS가 있어서 날 잡아먹으면 틀림없이 탈이 일어날거예요."

 

보상이 말했다.

 

"흥! 잔 말말고 빨리 잡아와! 이봐! 묘 밖으로 걸어 나가면 절대 안돼!"

 

적운으 큰 소리로 대답을 하고는 바닥을 기면서 쥐를 잡는시늉을 하면서

천천히 기어서 뒷문 쪽으로 다가가니

밖에 작은 연못이 보였다.

적운은 재빨리 일어나서 연못을 향해 간후에 천천히 몸을 담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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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속으로 들어간 적운은 코만을 밖으로 내놓고 코를 잡초로 가리웠다.

그는 어려서부터 물놀이를 좋아해서 수영을 무척 잘했다.

그렇게 잠시 있자 보상을 말소리가 들렸다.

 

"쥐탕이 정말 맛이 있는데. 쥐가 너무 적어. 이봐, 대머리. 쥐를 잡았어 ?"

 

몇번 부르더니 큰 소리로 욕을 하기 시작했다.

적운은 오른쪽 귀를 물밖으로 내밀고 그의 동정을 살폈다.

그는 아주 쌍스러운 욕을 하면서 걸어 나왔다.

잠시후 연못의 옆으로 걸어 왔다.

적운은 코를 잡고는 몸전체를 물속으로 담그었다.

다행히 연못에는 잡초가 많아서 그가 물속으로 잠수해 있는 것을

연못 위에서는 알수가 없었다.

물속에서는 숨을 쉴수가 없었기때문에 그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천천히 머리를 물밖으로 내밀고는 숨을 쉬었다.

막 반숨을 마쉬는데 갑자기 한개의 큰손이 와서 그의 목을 잡았다.

보상이 큰 소리로 욕을 했다.

 

"네놈의 대머리를 반조각으로 쪼개주마. 감히 도망을 치려고 해!"

 

적운은 손으로 그의 어깨를 잡고 힘껏 연못안으로 당겼다.

보상은 그가 감히 반항할줄은 생각지도 못한 탓에 미끌어지면서 연못속으로 빠졌다.

적운은 기뻐하며 그의 등을 잡고 물속으로 끌고 들어갔다.

연못속의 깊이는 낮았고 보상은 덩치가 컸기 때문에

연못의 물은 그를 전부 침수시키지 못했다.

보상은 발이 바닥에 닿자 적운의 손목을 잡고는 머리를 물속에 집어 넣었다.

적운은 처음부터 목숨을 걸고 싸웠기 때문에 몸은 비록 물속에 있었지만

보상의 몸을 꼭 잡고 놔주지를 않았다.

보상은 어쩔수 없게 되자

욕을 하기 시작했으며 실수로 몇모금의 물을 마셨다.

그는 더욱 화가 나서 주먹을 들고는 적운의 등을 내리쳤다.

적운은 악독한 중놈이 주먹으로 일격을 가하자

물의 마찰때문에 덜 아플줄 알았는데 굉장히 아팠다.

몇번 더 맞으면 기절할 것 같았다.

적운은 그를 때릴 힘이 없어서 머리로 보상을 가슴을 힘껏 들이 받았다.

서로 상대방을 치고받고 있는데 갑자기 보상이 비명을 질렀다.

적운을 잡고 있던 손은 천천히 풀어졌으며 적운을 때리기 위해 들었던 손도 힘없이 떨어졌다.

동시에 몸이 연못 속으로 가라앉기 시작했다.

적운은 놀라 발버둥쳐서 보상의 손을 빠져 나와 연못 밖으로 나왔다.

보상이 조금도 음직이지 않는 것으로 보아 아마도 죽은 모양이었다.

그는 여전히 두려웠기 때문에 그를 건드려 보지도 못했다.

보상은 연못바닥에 누워 있었으며 조금도 음직이지를 않았다.

적운은 바닥에 놓인 돌을 하나 주워 그에게 던졌다.

그래도 그의 몸이 음직이지를 않자 적운은 그가 죽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속으로는 여전히 저 악독한 중놈이 왜 죽었는지 알수가 없었다.

'혹시 나의 신조공이 위력을 발생한 것이 아닐까 ?

가슴에 머리를 몇번 박았는데 왜 죽었지 ?'

 

그는 자신의 내공을 운용해 보았다.

감옥에 있을때보다도 오히려 조금 못한 것 같았다.

신조공을 완성하려면 아직도 멀었다고 생각했다.

그는 눈앞의 이해할 수 없는 사태에 대해서 여전히 믿을 수가 없었다.

빗방울은 연못에 떨어져 동그라미를 만들고 있었다.

보상은 여전히 연못 바닥에 누워 있었으며 조금도 음직이지 않았다.

적운은 멍청히 서 있다가 다시 사당안으로 들어갔다.

아래의 나무의 불은 벌써 꺼져 있었고 솥 옆에는 두마리의 쥐가 배를 하늘로 하고 죽어 있었다.

적운은 생각했다.

 

'보상이 두 마리의 쥐를 더 잡았군.

미안하게도 먹지도 못하고 지옥으로 가버렸군.'

 

솥안에는 보상이 먹다 남긴 쥐탕이 아직도 남아 있었다.

마침 배가 고팠던 적운은 솥을 들고 입을 크게 벌리고 쥐탕을 마시려 했다.

갑자기 아주 특이한 향내가 코를 찔렀다.

그는 멍하니 솥을 들고 생각을 하다가 갑자기 솥을 내려놓으면서 외쳤다.

"운이 좋군."

그리고는 솥을 발로 차서 엎어 버렸다.

몸을 돌리고 정전의 시체를 보고는 울면서 말했다.

 

"정형, 죽어서도 정형은 나의 목숨을 구해주셨군요."

 

그는 그 특이한 냄새가 바로 금파순화라는 독의 향기인 것을 알아냈던 것이다.

정전은 금파순화에 중독되어 죽었기 때문에 그의 몸에는 독이 들어 있었다.

보상이 정전을 칼로 난자 하자 피가

흘렀고 쥐가 그것을 먹고 죽었던 것이다.

중독된 쥐로 다시 탕을 끓이고 그것을 보상이 먹자 보상 역시 금파순화에 중독되어서

은 것이다.

솥옆의 두마리의 쥐도 틀림없이 솥에서 넘친 국물을 먹고는 죽었으리라.

적운은 생각했다.

 

'만약 금파순화에 이상한 향기 없었거나 내가 조금만 늦었어도 이 쥐탕을 뱃속으로 삼켰을거야.'

 

만약에 쥐탕을 먹었을 경우를 생각하자 온몸에 경련이 일어났다.

 

'내가 처음으로 금파순화의 향기를 맡은 것은 능소저의 영당에서 였지.

정지부가 딸의 관에 발랐는데 정형은 전에 냄새를 맡고도 중독된 경험까지 있으면서

두번째는 왜 몰랐지? 그때 정형은 능소저의 관을 보자 정신이 아찔해서 아무것도

생각하지 못했을거야.'

 

적운은 수차에 걸쳐 낙심하고 자포자기 하여서 죽고 싶었는데

제 여러차례의 죽음의 위기를 벗어나자 살고 싶은 욕망이 생겼다.

밖의 하늘은 여전히 먹구름이 끼여 있었고 비도 내리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마음속에는 한줄기 빛을 본것 같았다.

적운은 정전의 시체를 한 구석에 잘 놔두고는 연못으로 나왔다.

그는 보상의 시체를 연못에서 끌어내어 땅에다 묻었다.

집안으로 돌아오니 보상의 옷이 신단위에 있었다.

그위에는 한개의 기름종이와 은자가 조금 놓여 있었다.

그는 호기심에 기름종이에 싸인 것을 가져와서 펼쳐보았다.

 안에는 작은책이 하나 있었다.

표지에는 구불구불한 글자가 써 있는데 글도 그림도 아닌 것이

도저히 알아 볼 수가 없었다.

책을 넘기니 첫장에 마른 사나이가 옷을 입지 않은 이상한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한손은 하늘을 향하고 한손은 땅을 향하고 있었으며 표정은 매우 무서웠다.

옆에는 여러가지 색깔의 글씨가 써져 있었다.

적운은 다른 그림속에서 남자를 보았다.

코는 높았으며 눈은 크고 곱슬머리에 넓은 턱을 가지고 있었다.

중원사람이 아닌것 같았다.

그러나 그런 이상한 그림을 보자

적운의 가슴이 빨리 뛰는 느낌이 들었다.

적운은 더 이상 보지 않고 다음 장을 넘겼다.

그곳에도 그 남자가 그려져 있는데 자세가 틀려졌을뿐이다.

다음장에도 다음장에도 계속해서 다른 자세가 나왔다.

그 자세들은 하나같이 이상해서 상상을 초월했다.

간정도쯤 가자 한남자가 도(刀)를 들고 있었다.

적운은 생각했다.

 

'맞아, 이 남자의 몸에 옷을 그리지 않은것은 경맥을 나타내기 위해서 였군.'

 

정전은 감옥에서 그에게 신조경을 알려 주면서 인체의 모든 경맥의 위치를

아주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최고의 내공을 배우려면

그런 기본적인 것은 알아두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는 벌써부터 알고 있었기때문에 그림속의 경맥을 보자

자신도 모르게 내공을 운기했다.

체내에서 아주 약한 기가 경맥을 타고 음직였다.

그는 생각했다.

 

"경맥이 음직이는 위치가 정형이 전수한 것과 완전히 상반되는데. 잘못 된게 아닐까 ?"

 

다시 생각했다.

 

'한번 더 시험해 봐도 상관 없겠지.'

 

내공을 다시 한번 시험해 보자 온몸이 상쾌지면서 안락해졌다.

신조공을 연마할때는 매우 힘이 들었는데 그림대로 연마를 하니

아주 자연스럽게 기가 운행이 되는 것이었다.

그는한편으로는 놀라고 한편으로는 기뻤다.

 

'내 체내에 이런 경맥도 있었군! 정형은 모르고 있었을까 ?'

 

또 생각했다.

 

' 이책은 악독한 중놈의 것이고 책속의 글자와 도형도 이상한 것으로 보아 좋은 것은 아닐거야.

건드리지 않는 것이 좋겠어.'

이때 그의 체내의 내식이 잘 진행되고 있어서 정지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생각했다.

 

'좋아 이번 한번만 하고 다음부터는 건들지 말아야겠다.'

 

점점 기분이 좋아지고 온몸의 혈액이 천천히 흘렀다.

잠시후 몸은 술을 마신 것처럼 기분이 좋았다.

그는 손과 발을 춤추듯 계속해서 음직였다.

입으로는 낮은 소리를 흥얼거리며 머리가 어지럽더니 바닥에 쓰러져 정신을 잃고 말았다.

 

한참 후에 비로서 적운은 감각을 되 찾았다.

그는 천천히 눈을 떴다.

비는 벌써 그쳐 있었으며 태양비이 묘안을 밝게 비추어 죽오 있었다.

적은 벌떡 일어났다.

정신이 맑았으며 생기가 충만해 있는 것 같았다.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이 책속에 있는 무공이 정말로 좋은 것일까? 아냐, 아냐! 난 정형이 가르쳐준

무공만 열심히 연마 해야 돼! 이런 마귀 무공을 배우고 나면 나중에 틀림없이 후환이 있을거야."

책을 적운은 찢어 버리고 싶었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책속에 어떤 비밀이 있는 것 같아서 찢어 버리기가 아까웠다.

적운은 책을 다시 기름종이에 싸서 허리춤에 넣었다.

그는 의복을 단정히 하려고 했지만 이미 너무 낡아서 몸을 가릴수 없었다.

보상의 바지와 승복이 신단위에 있는 것을 보자 재미 있을 것 같아서 그것을 입었다.

보상의 승의를 입는 것은 왠지 꺼림직 했지만 십칠팔개의 구멍이 ㄸ린 옷보다는 나을것 같았다.

자기 바지는 뜯어져서 엉덩이가 다 보일정도였다.

그는 책과 은자를 다시 잘 갈무리 하고는 정전의 시체를 업고 사당에서 나왔다.

얼마를 걸어가자 반대편에서 한 농부가 걸어 오고 있었다.

농부는 적운이 시체를 업고 오자 크게 놀라며 실족하여 논에 나 뒹굴었다.

그리고는 옷에 묻은 흙도 신경쓰지 않고 재빨리 온 방향으로 도망갔다.

적운은 이렇게 가면 틀림없이 좋지 않은 일이 생길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일시적으로 좋은 생각이 떠 오르지를 않았다.

다행이 이곳은 황량해서 한동안 다른 사람을 만나지를 않았다.

그는 정전의 시체를 업고 가면서 생각했다.

 

'정형, 정형. 형과 헤어지기 싫어요. 정말로 떨어지기 싫어요.'

 

갑자기 노래 소리가 들려왔다.

멀리서 칠 팔명의 농부가 걸어 오고 있었다.

적운은 재빨리 옆의 숲으로 몸을 숨겼다.

농부들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며 적운은 생각했다.

 

'정형의 시체를 화장시키지 않으면 능소저와 함께 묻어주기가 힘들것 같군.'

 

근처에서 마른 나뭇가지와 잡초를 모았으며 입술을 깨물고는 정전의 시체근처에 불을 붙였다.

불은 정전의 머리칼과 옷을 먹어버렸다.

적운은 이 불이 자기를 태우고 있는 것 같은 고통이 느껴졌다.

그는 땅에 엎드려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적운은 조심스레 정전의 뼈를 골라서 소중히 기름종이에 싸고 다시 한번 천으로 쌌다.

이 기름종이와 천은 보상이 책을 쌌던 것이다.

그는 그것을 단단히 묶은 다음 자기의 허리에 묶었다.

으로 땅에 구멍을 파고는 나머지 재를 그속에 묻고 몇번이고 절을 올렸다.

그리고는 생각했다.

 

'이제 어디로가지 ?'

 

세상에 아는 사람이라고는 정전과 사부님뿐이었다.

정전은 이미 죽었으니 사부가 생각이 났다.

 

'원릉에 가서 사부님을 찾자!'

 

사부님은 만진산을 살해하고 도망쳤으니 원릉에 돌아 올리가 없었다.

틀림없이 이름을 숨기고 어딘가에서 살고 있을것이다.

러나 지금은 원릉에 가서 한번 알아보는 것 이외에는 다른 곳이

도저히 생각이 나지를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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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길에 도착하여 농부에게 지리를 물어보고 그곳이 정가집임을 알았다.

호북의 북쪽에 있는 마을이었다.

호남을 가려면 장강을 건너가야 했다.

적운은 시장에 도착하자 은자를 꺼내 음식을 사먹었다.

부두에 와서 배를 타고 강을 건너면서 강에서 보상에게 쫓기던 일을떠 올렸다.

정말 무서웠었는데 오늘은 유유히 다시 강을 건너게 된 것이다.

하루 사이에 상황이 완전히 바뀐 것이다.

강을 건너 남쪽 부두에 도착하자 적운은 배를 내려 마을로 들어었다.

한쪽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으며 뭐라고 소리치고 있었다.

사람들아 싸우고 있는 것 같았다.

적운은 호기심에 가까이 다가가서 구경을 했다.

칠 팔명의 사내들이 한 노인을 둘러싸고 구타하고 있었다.

노인은 청색옷을 단정하게 입은 것으로 보아 착실하 사람 같았다.

칠 팔명의 남자들은 맨발에 기장이 짧은 옷을 입고 있었다.

옆에 물고기 그물이 있는 것으로 보아 모두 어부인 모양이었다.

적운은 보통 일어나는 싸움이라고 생각을 하고는

 더 이상 구경할 필요가 없을 것 같아 그곳을 떠나려 했다.

이때 노인이 발을 날려 한명의 어부를 걷어 찼다.

그 노인은 무공을 할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적운은 그냥 갈수가 없어서 다시 구경을 했다.

노인은 혼자였고 적들은 많았는데

또 세명의 어부를 발로차서 쓰러뜨렸다.

다른 어부들도 많았는데 감히 덤벼들지를 못했다.

갑자기 한 어부가 소리쳤다.

 

"두목님이 오신다. 두목님이 오신다!"

강쪽에서 두명의 어부가 뛰어 오고 있었으며 뒤에

세사람의 어부가 따라오고 있었다.

세 사람의 보법이 무게가 있는 것으로 보아

한눈에 무공을 할 줄 아는 사람임을 알아볼수 있었다.

세사람은 가까이 도착했다.

그 중 한 사람은 사십여세 정도에 얼굴에 염소 수염을 기르고 있었다.

그는 땅에 쓰러져 있는 어부를 한번 보고 말했다.

 

"너는 누구이며, 누구의 지시를 받고 우리 화용현에 와서

사람을 괴롭히는거냐 ?"

 

그는 분명 노인에게 말하고 있는 것 같았는데 한번도 노인을 바라보지 않았다.

적운은 강을 건넌뒤 어느세 호남의 화용현에 도착했음을 알았다.

그 노인이 말했다.

 

"난 단지 돈을 가지고 고기를 사려는 것 뿐인데 사람을 괴롭히다니, 무슨 말이냐 ?"

 

도목은 옆에 서 있는 어부에게 말했다.

 

"왜 싸웠어 ?"

 

그 어부가 말했다.

 

"저 노인이 꼭 이 금색 잉어를 사겠다고 했읍니다.

우리는 금색잉어는 얻기가 힘들어 팔지 않고 두목의 약으로 쓸 것이라고 말 했어요.

그런데 저 금색잉어를 꼭 사야겠다고 우기며 우리가 팔지 않겠다고 하자

잉어를 빼앗으려 했읍니다."

 

두목은 몸을 돌려 처음으로 노인을 바라보고는 말했다.

 

"그대의 친구가 남사장(藍砂掌)에 부상당했소 ?"

 

노인은 그말을 듣더니 얼굴색이 변하면서 말했다.

 

"난 홍사장, 남사장같은건 몰라.

우리집 주인께서 술을 마시는데 잉어를 안주로 삼으시려고

하신다며 돈을 주며 사오라고 하셨어.

찬하에는 고기를 팔지 말라는 법도 없고,

어떤 고기를 사지 말라는 규칙도 없지 않나 ?"

 

두목이 웃으면서 말했다.

 

"누구 앞에서 거짓말을 하려고. 그러지 말고 성함을 말해 보구려.

만약 좋은 친구라면 이 금색잉어를 그냥 줄수도 있고 전문적으로

남사장을 치료하는 옥기환을 주겠소."

 

노인의 얼굴색이 더욱 굳어졌다.

얼마가 지나자 노인은 말했다.

 

"당신은 누군데 남사장을 알지?

어떻게 옥기환을 가지고 있지?

혹시... 혹시..."

 

두목이 말했다.

 

"난 남사장을 쓴 주인과 친분이 있는 사람이외다."

 

노인은 아무말도 하지 않고 몸을 날려 손으로 광주리에 있는 잉어를 잡으려 했다.

동작이 정말 빨랐다.

어부 두목은 냉소하며 말했다.

 

"그렇게 쉬울줄 알아!"

 

그러면서 노인의 등에 일격을 가했다.

노인은 등에 일장을 맞으면서 재빨리 광주리를 들고는 반대방향으로 재빨리 도망을 갔다.

어부두목은 그가 이렇게 빠르리라고는 생각을 못했기 때문에 ㅉ아 갈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는 급히 표창을 하나 꺼내서 노인을 향해 던졌다.

표창은 파공성을 내며 정확하게 노인의 등을 향해서 날아갔다.

노인은 잉어를 빼앗은뒤 기쁜 마음으로 모든 힘을 다해 도망치느라

등뒤에서 표창이 날아오는 것을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적운은 노인이 표창이 날아가는 것을 모르고 그냥 도망만 치자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재빨리 땅에 있던 광주리를 하나 들어 표창을 향하여 던졌다.

그의 내공은 소멸되었기에 던진 광주리에는 힘이 없었으나

때마침 좋은 위치에서 표창과 마주쳤기에 괴음과 함께 표창은 정확하게 광주리에 맞았고

광주리는 땅에 떨어졌다.

노인은 뒤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자 고개를 돌려 바라보았다.

어부 두목은 손으로 적운을 가리키며 욕을 했다.

 

"야, 대머리새끼야! 넌 어느 절에서 굴러먹던 중인냐 ?

왜 장강의 철장방의 일에 관여하느냐 ?"

 

적운은 생각했다.

 

'왜 날 대머리라고 욕을 하지 ?'

 

어부 두목이 화가 무척 나서 장강 철장방이라고 하자 정전의 말이 생각났다.

 

"강호에는 크고 작은 방이 많으니 조심해라.

괜히 끼어들면 나중에 큰코 다쳐."

 

그는 이무 이유없이 일에 말려들고 싶지 않아 두 손을 모아 절을 한 다음 말했다.

 

"잘못했으니, 형씨, 한번만 용서해 주시요."

 

어부 두목은 화를 내며 말했다.

 

"어디서 굴러온 놈인데 나를 형이라고 부르는거야 ?"

 

그리고 부하들에게 명령했다.

 

"이 두놈을 끌고 가!"

 

이때 멀리서 은은한 방울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는 잠시후 두마리의 말이 서쪽에서 동쪽으로 강을 따라 달려 왔다.

노인은 기뻐하며 말했다.

 

"내 주인님이 오셨으니 가서 말해 보게."

 

어부 두목은 얼굴색이 변하면서 말했다.

 

"영검쌍협(鈴劍雙俠)이다!"

 

잠시후 그의 안색은 다시 오만하게 변했으며 이렇게 말했다.

 

"영검쌍협이 오면 어때? 장강까지 와서 기세를 부리지는 못할 걸!"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두마리의 말이 그들 앞에 도착했다.

적운은 눈이 번쩍 띄었다.

한마리는 백마였고 한마리는 황마였는데 두 마리다 모두 아주 좋은 준마였고

안장이 매우 비싸보였다.

마위에는 이십오륙세 정도의 청년이 타고 있었는데

노란 옷을 걸쳤으며 키는 크고 말라보였다.

백마에는 이십여세정도의 소녀가 앉아 있었다.

흰색 바람막이를 바람에 표현히 날리고 있는데 왼쪽 어깨에 붉은 꽃무늬를 수놓고 있었다.

얼굴색이 약간 검었지만 아주 아름다운 얼굴이었다.

두 사람 모두 허리에 검을 차고 있었으며 손에는 말채찍을 들고 있었다.

두 마리의 말의 크기는 거의 같았으며 황색은 전부 노랗고 백마는 전체가 하얗다.

한가닥의 잡털도 없었다.

황마의 목에는 금으로 만든 방울이 걸려 있었고 백마의 목에는 백은으로 만든 방울이 걸려 있었다.

말이 음직일때마다 두개의 종은 은은한 소리를 내었다.

적운은 일생동안 이렇게 멋진 인물은 처음 봤으며 자기도 모르게 말했다.

 

"정말 멋있다!"

 

청년은 노인에게 말했다.

 

"수복, 잉어는 찾았소? 여기서 뭘 하고 있는거요 ?"

 

노인이 말했다.

 

"나리, 금색잉어는 찾았지만... 저들이 팔지도 않을뿐더러 저를 구타했어요."

 

청년은 또 바닥에 뒹굴고 있는 광주리와 그에 박혀있는 표창을 보고는 말했다.

 

"누가 저 표창을 던졌소 ?"

 

청년은 말 채찍을 휘둘러 표창의 손잡이를 휘감고 낚아챘다.

 

"이것봐! 이것은 할미표창이 아닌가 ?"

 

소냐가 말했다.

"누가 이 표창을 사용했느냐 ?"

 

음성은 매우 청초해서 방울의 소리보다 듣기가 좋았다.

어부 두목은 냉소를 치며 오른손의 칼을 흔들며 말했다.

 

"영검쌍협이 최근 몇년동안 명성을 떨친 것을 장강 철장방이 모르는 바가 아니다.

하지만 내 머리위에 기어오르기엔 힘들것이다."

 

그의 말투는 강경했다.

영검쌍협과 부ㄷ히는것을 두려워 하지 않는것 같았다.

소녀가 말했다.

 

"이런 할미표창은 살이 썩어 들어가는 악독한 표창이기 때문에 우리 아버지께서는

그 어느 누구도 써서는 안된다고 했어요.

것도 몰라요?

사람에게 안쓰고 광주리에 대고 연습을 했으니 괜찮아요."

 

수복이 말했다.

 

"아가씨 아닙니다. 표창으로 절 죽이려 했읍니다.

다행히 저 스님이 광주리를 던져서 목숨을 구할 수 있었지요.

그렇지 않았으면 저는 벌써 죽었을 것입니다."

 

그는 말을 하면서 손으로 적운을 가리켰다.

적운은 속으로 생각했다.

 

'어떤 사람은 나를 스님이라 부르고 어떤 사람은 나를 대머리라고 욕하는군.

언제 내가 중으로 변했지 ?'

소녀는 적운에게 고개를 끄덕이고 미소를 던졌다.

고맙다는 표시였다.

적운은 그녀가 웃는 것을 보자 훨씬 더 아름답다고 느꼈다.

자신도 모르게 얼굴을 빨갛게 붉히면서 부끄럼을 느꼈다.

년은 노인의 말을 듣자 얼굴색이 갑자기 무섭게 변하면서 어부 두목에게 말했다.

 

"사실이오 ?"

 

상대방이 대답을 하기도 전에 말채찍을 날리더니 표창을 던졌다.

표창은 파공음과 함께 날아 가더니 수십장 밖에 있는 나무에 꽃혔다.

팔힘이 정말 대단했다.

어부 두목은 입을 딱 벌리고 말을 더듬거렸다.

 

"뭘 믿고... 위세를 ... 부리는 거요 ?"

 

청년이 소리쳤다.

 

"이걸 믿고 까부는 것이오!"

말채찍을 들어 그를 쳤다.

그러자 두목의 칼을 휘감아 멀리 던벼버렸다.

순간 청년의 말채찍은 다시 아래로 내리치면서 상대방을 하체를 공격했다.

어부 두목은 급히 몸을 날려 피했다.

말채찍은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다시돌아와서 그의 오른쪽 다리를 감았다.

청년이 발로 말의 배를 차자 황마는 급히 앞으로 달려 들었다.

어부 두목의 무공은 본래 뛰어나서 청년이 말채찍으로 그의 발을 잡았지만 끌수는 없었다.

하지만 청년은 먼저 그를 허공을 뜨게한뒤 발을 땅에 닿지 못하게 하고 말을 달리게 하자

황마의 힘이 너무 강했기 때문에 어부 두목의 힘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어쩔수 없이

땅바닥에 나 뒹굴은채 말에 끌려 갈수밖에 없었다.

다른 어부들은 두목을 구하고자 했으나 황마는 이미 수십장이나 달려가고 있었다.

청년은 잠시 달리다가 다시 채찍을 휘둘러 그를 강물에 던져 버렸다.

어부 두목은 무공이 상당했으나 결국 한번도 써보지도 못하고 강물에 빠지고 말았다.

어부 두목은 물속으로 가라 앉아 모습이 보이지를 않았다.

소녀는 손뼉을 치며 웃었다.

그리고는 말채찍을 휘둘르며 고기가 쌓여 있는 곳으로 달려가서는 동쪽으로 한번,

서쪽으로 한번 휘둘러 댔다.

고기가 담겨 있던 광주리는 이쪽 저쪽으로 흩어졌다.

광주리안에 있던 물고기와 새우들이 이러지리 바닥에서 펄덕였다.

어부 두목은 평생동안 물에서 살았기 때문에 수영을 잘했다.

물 밖으로 머리를 내밀고 이쪽으로오고 있었다.

그는 아주 쌍스러운 욕을 했지만 감히 다시 부두위로 올라오지를 않았다.

노인은 금색잉어가 들어있는 광주리를 열어보고는 매우 기뻐하며 말했다.

 

"도련님 보세요. 입이 붉은 금색 잉어예요. 정말 크지요 ?"

 

청년이 말했다.

 

"자넨 빨리 객점으로 돌아가 사람을 치료하게."

 

노인이 대답했다.

 

"예."

 

그는 적운의 앞으로 가더니 허리를 구부리고 말했다.

 

"스님, 생명을 구해주셔셔 감사합니다. 스님의 법명은 어떻게 되시는지요 ?"

 

적운은 그가 말끝마다 스님이라고 부르자 기분이 이상해서 말을 꺼내지를 못했다.

 

"빨리 가게. 빨리 가게. 잠시도 지체할수 없어."

 

노인은 대답하고는 적운의 답을 듣지도 않고 빠른 걸음으로 가버렸다.

적운은 이 청년 남녀의 무공이 고강하고 인품이 고귀한 것을 보고

마음속으로 은근히 부러워 하고 있었다.

말을 걸고 싶었지만 상대방이 말에서 내리지 않아 이름을 물어보기도 쑥스러웠다.

한참 우물쭈물 하고 있는데 청년은 가슴속에서 황금을 꺼내면서 말했다.

 

"스님, 저희 집 노인의 생명을 구해주셔셔 감사합니다.

이 금으로 보살님의 향유를 서서 쓰시오."

 

그러면서 황금을 적운에게 던져 주었다.

적운은 왼손으로 받자마자 다시 그에게 던져 주면서 말했다.

 

"필요 없읍니다. 두분의 성함은 어떻게 되시는지요 ?"

 

청년은 그가 금덩이를 받고 다시 던지는 수법을 보고는

그가 무공을 할줄 안다는 것을 알았다.

금덩이아 몸앞으로 날아 오기도

전에 말채찍을 날려 휘감았다.

 

"스님께서는 무림의 무사이신것 같은데 영검쌍협이란 이름을 들어보셨는지 모르겠군요 ?"

 

적운은 그가 금덩이를 말채찍으로 잡고 이쪽 저쪽으로 흔들자

신이 없었다.

그는 이상한 느낌을 받으며 말했다.

 

"조금 전에 저 어부 두목이 두분께 영검쌍협이라는 말을 했는데 귀하의 존칭을 알고 싶군요."

 

청년은 기분이 상했다는 듯이 말했다.

 

"우리가 영검쌍협이라는 것을 알면서 어떻게 우리의 이름을 모르시요 ?"

 

그러나 한번 코웃음을 칠뿐 적운의 물음에 대답을 하지 않았다.

이때, 한줄기 강바람이 불어 적운이 입고 있던 승복을 날렸다.

소녀가 놀라 부르짖었다.

 

"저... 저사람은... 서장 혈도문의 혈도악승이예요 !"

 

청년은 화를 내며 말했다.

 

"맞군. 흥! 어서 꺼져!"

 

적운은 매우 이상하게 생각하고 말했다.

 

"저... 저..."

 

소녀에게 한발자국 다가가 말했다.

 

"낭자, 뭐라고 했소 ?"

 

소녀는 한편으로 놀라고 한편으로 화를 내며 말했다.

 

"내 곁으로 오지마! 징그러워!"

 

적운은 더욱 당황하여 말했다.

 

"뭐요 ?"

 

그는 소녀에게 한걸음 더 접근했다.

그때 소녀가 말채찍을 허공에 한번 후려치더니 적운을 내리쳤다.

적운은 그녀가 설마 때리리라고는 생각을 못했으므로 피하지 못하고

얼굴에 말채찍을 맞았다.

말채찍은 그의 왼쪽 뺨을 거쳐 코를 지나 오른쪽 뺨까지 때렸다.

적운은 아픔에 정신이 아찔했다.

적운은 화가 나서 말했다.

 

"왜! 왜 날 때리는 거야 ?"

 

소녀가 다시 말채찍을 때리려 하자

그는 손을 내밀어 말채찍을 잡으려 했다.

하지만 소녀의 채찍 기술은 너무나 높아서 그가 막

오른손을 내밀었을때 말채찍은 어느세 그의 목을 감아버렸다.

자기 등이 몹시 아파왔다.

청년이 말에서 발을 날려 적운을 찬 것이다.

그는 중심을 못잡고 앞으로 넘어졌다.

청년은 말을 몰고 그 위를 지나가려 했다.

적운은 너무나 놀라 급히 몸을 굴렸다.

 

'띵땅! 띵땅!'

 

은방울이 울리면서 소녀가 타고 있던 백마의 발이

그의 가슴을 짓밟았다.

적운은 더 이상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만약 급소를 밟히면 죽으리라고 생각했다.

 

'우지직!'

 

적운은 어렴풋이 뭔가가 부러지는 소리를 들었다.

그러나 그는 눈앞이 캄캄해지면서 더 이상 아무 생각도 할수 없게 되었다.

적운이 다시 정신을 차리고 깨어나기까지는 시간이 얼마나 걸렸는지도 모른다.

적운이 눈을 뜨자 이미 해는 져서 어둠이 주위에 깔려 있었다.

그는 손으로 바닥을 잡고 일어나려 했으나 갑자기

왼쪽다리가 엄청나게 아파와서 정신을 다시 잃을뻔 했다.

그와 동시에 그는 가슴이 막힌 듯하여서 토해냈는데 한모금의 붉은 피였다.

그는 아픔이 가시자 천천히 고개를 돌려보니

오른쪽 다리가 온통 붉은 피로 젖어 있으며 또한 약간 이상하게 굽어 있었다.

그는 이상하게 생각했다.

 

"내 다리가 왜 저렇게 변했지 ?"

 

잠시후에야 그는 모든 것을 알 수 있었다.

 

'아까 그 소녀가 말을 몰아 나의 다를 부러뜨렸구나.'

 

그는 온몸에 힘이 없었으며 다리와 허리가 더욱 아파왔다.

그는 자포자기했다.

 

'살고 싶지 않다.

그냥 이렇게 누워서 죽어버렸으면 좋겠다.'

 

그는 신음소리도 내지 않았으며 빨리 죽기만을 기다렸다.

하지만 죽기란 그리 쉬운일이 아니었다.

다시 기절했다가 깨어나니 새벽이 밝아 오고 있었다.

그는 생각했다.

 

'왜 빨리 죽지 않는거지 ? 왜 빨리 죽지 않는거야?'

 

다시 시간이 흘렀다.

 

'난 그 두사람과 원한이 없고 잘못한 것도 없는데 왜 갑자기 나에게 악독한 짓을 했을까?'

 

한참 생각했으나 도저히 생각을 해 낼수가 없었다.

그는 중얼 거렸다.

 

"정형이 있었으면 쉽게 답을 찾아 주었을 것인데. 나는 너무 멍청해."

 

정전이 생각나자 다시 연이어서 생각이 났다.

 

'정형을 능소저와 함께 묻어주겠다고 약속을 했는데

그일을 완성도 하지 못하고 여기서 죽을 수는 없잖아.'

 

손을 내밀어 허리께를 만져보니 정전의 뼈는 부수어지지가 않았다.

그는 어느정도 마음이 가라앉았다.

그는 억지로 일어나서 앉았는데 또다시 한모금의 피를 토해냈다.

그는 붉은 피를 토해내를 건강이 악화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나

뱉은 것을 다시 삼킬 수는 없었다.

제일 아픈 곳은 역시 부러진 다리였다.

마치 수백개의 칼로 다를 찌르는 것 같았다.

그는 몸부림치며 바닥을 굴렀다.

그는 생각했다.

 

'나는 죽을수 없어! 어떻게 해서든 살아야 해! 살려면 음식을 먹어야 한다.'

 

바닥의 고기나 새우가 음직이지 않는 것으로 보아 이미 죽은 것 같았다.

그는 바닥에 널부러져 있는 생선들을 손에 닿는대로 먹었다.

그리고 다시 생각했다.

 

'먼저 부러진 다리를 싸맨다음 이곳을 빠져나가자!'

 

사방을 두리번 거리고 살펴보니

바닥에 각종 고기광주리가 이쪽 저쪽 흩어져 있었다.

그쪽으로 가서 한개의 그물을 가져다가 천천히 풀어서는 자기의 부러진 다리를 묶었다.

조금 묶었다가 잠

시 쉬면서 한참을 걸려서야 다 묶을수 있었다.

그는 생각했다.

 

'부러진 다리가 다 낳으려면 적어도 두달은 걸리겠는데 어디 가서 치료를 하지 ?'

 

그는 강쪽에 어선들이 줄지어 있는 것을 보고 생각했다.

 

'배를 타면 걸어갈 필요가 없을텐데.'

 

그는 철장방의 패거리가 다시 몰려온다면 큰일 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때문에

온힘을 다해 강변으로 기어갔다. 겨우 배에 도착해서 배의 밧줄을 풀고는

천천히 강물을 따라 흘러 내려가기 시작했다.

고개를 숙이고 보니 입고 있는 옷이 물에 비추어 졌는데

바로 보상의 승복이었다.

그는 놀라서 생각했다.

 

"아! 맞아. 이것은 그 악독한 중놈 보상의 승복이다.

저들은 나를 보상과 한패거리로 본 것이구나."

 

손을 내밀어 자신의 대머리를 만져보았다.

그는 비로서 그 노인이 왜 자기에게 말끝마다 스님이라는 말을 붙였는지

알수가 있었다.

알고보니 자신은 보상의 승복을 입고 중으로 변장을 했는데

자신은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생각했다.

 

'내가 입은 옷이 바람에 휘날리자

그 소녀가 날더러 서장의 혈도문의 악승이라고 했지.

보상을 보면 그들이 당연히 나쁜 놈들이라는 것을 알수 있지.'

 

그는 아무 이유없이 그들에게 다리가 부러져서 무척 화가 나 있었는데

그 원인을 알자 영검쌍협에 대한 분노가 사라졌다.

그러나 역시 그들과 친구가 될 자신은 없었다.

작은 어선이 십여리쯤 떠내려 가자 작은마을이 보였다.

멀리서 보니 사람이 꽤 많은 모양이었다.

적운은 속으로 생각했다.

 

'이 승의를 입고 있으면 커다란 재난만 불러 일으키니 다른 옷으로 바꾸어 입어야 겠다.'

 

배가 부두에 도착하자 작은 나무로 지팡이를 삼아 절뚝 거리면서 천천히 부두를 걸어 나갔다.

사람들은 청년스님이 다리가 부러지고 온몸에 붉은 피가 묻어 있는 것을 보고는

모두 놀라 얼굴빛이 변했다.

그러한 냉정한 눈빛은 적운은 오랫동안 겪어 왔기 때문에 조금도 개의치 않았다.

그는 천천히 거리를 걷다가 한개의 낡은 옷가게를 발견하고 들어가서 한벌의 청색 옷을 샀다.

옷을 바꾸어 입을만한 장소가 없어서 어쩔수 없이 청색 장포를 승의 위에다 덮어 입었다.

또 모자를 한개사서 대머리를 가렸다.

그리고는 음식점의 한쪽 구석에서 음식을 사 먹었다.

그는 음식점의 의자에 앉자 마자 어지러움을 느끼며 두 모금의 피를 토해냈다.

인장이 음식을 가지고 왔는데 두부찌게와 고기 조림이었다.

적운은 고기와 쌀밥의 냄새를 맡자 정신이 번쩍 들었으며 수저를 들

밥과 반찬을 입속으로 넣고 몇번 씹지 않고 넘겼다.

그때 멀리서 은은한 방울소리가 들려 왔다.

그는 입속에 있던 밥을 목구멍으로 삼키려다가 생각했다.

 

'영검쌍협이 또 왔군! 나가서 오해였다고 말할까?

아무 이유없이 그들에게 다리가 부러졌는데 진상을 말하지 않으면 너무 억울하잖아?'

 

하지믄 그는 여지껏 고생을 너무 많이 했고 괴롭힘을 너무 많이받아 왔다.

그는 다시 생각했다.

 

'여지껏 억울하게 살아왔는데 한번 더 억울하면 어때!'

 

방울 소리는 점점 가까워져 왔다.

적운은 얼굴을 벽쪽으로 돌려 그들이 알아 보지 못하도록 했다.

이때 갑자기 누가 그의 어깨를 툭치고 웃으면서 말했다.

 

"스님, 당신이 좋은 일을 너무 많이 하셨다고 우리 나리께서 초대하셨어요."

 

적운은 놀라 몸을 돌렸다.

네명의 포졸이었다.

두사람은 쇠사슬을 들고 있었고 뒤에 두사람은 단도를 들고 있었다.

 

"아이쿠!"

 

적운은 소리치며 일어나서 상에 있던 국그릇을 왼쪽에 서 있는포졸의 얼굴에 던졌다.

동시에 손을 구부리면서 밥상을 들어 던졌다.

 

'형주부의 포졸들이 이곳까지 나를 찾아 왔구나!

다시 능퇴사의 손에 잡히면 살아 남지 못한다!'

 

밥과 밥상의 세례를 받은 포졸들은 급히 뒤로 물러섰다.

적운은 그틈을 노려 앞으로 재빨리 뛰어 나갔다.

그가 한발자국 뛰어 나갔을때 그는 하마터면 넘어질 뻔 했다.

그는 너무 당황한 나머지 발이 부러진 것을 잊어 먹었던 것이다.

세번째 포졸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칼을 들고 공격해 왔다.

적운은 비록 무공이 소멸되 었지만 포졸은 상대하기에는 여유가 있었다.

그는 한명의 포졸의 팔을 잡고는 그의 손에 들려 있던 칼을 빼앗았다.

네명의 포졸은 그가 손에 병기를 쥐는 것을 보고는 접근하지 못하고 소리를 쳤다.

 

"채화음승이 사람을 죽인다!"

 

"혈도악승이 또 범죄를 저지른다!"

 

"관가의 아가씨를 죽인 음승이 여기있다!"

 

포졸들이 소리를 치자 거리에 있던 사람들은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적운의 얼굴에 상처와 붉은 피가 뭍어 있는것 보고

들은 무서워서 감히 접근하지도 못하고 단지 멀리 서서 구경만 하고 있었다.

적운은 포졸들이 소리치는 소리를 듣고 생각했다.

 

'이들은 형주부의 포졸이 아닌가 보다!'

 

그는 크게 소리쳤다.

 

"무슨말을 하는거야 ? 누가 채화음승이야?"

 

방울소리가 몇번 울리더니 한마리의 황마와 한마리의 백마가 동시에 이곳으로 달려왔다.

영검쌍협은 비록 말위에 앉아 있었으나 높은 곳에서 보았으므로 모든 것을 처음부터 보았다.

두 사람은적운은 몇번 쳐다보고서는 어디서 많이 본것 같다고 느꼈다.

방 알수는 없었지만 바로 부두에서 본 혈도악승임을 알았다.

명의 포졸이 말했다.

 

"이봐! 스님. 재미보는 것도 좋지만,

왜 재미를 보고 남의 집 낭자를 죽였어?

사나이답게 우리와 함께 지현나리에게 가보는 것이 어떤가?"

 

다른 포졸이 말했다.

 

"옷과 모자를 바꿔 입고 변장을 했다고 우리가 모를줄 알아?

늘은 도저히 도망을 못가! 순순히 항복하시지."

 

적운이 화를 내며 말했다.

 

"무슨 엉뚱한 말을 하는거야?

좋은 사람에게 누명을 씌우지마!"

 

다른 포졸이 말했다.

 

"절대 누명이 아니야!

그저께 밤에 네놈이 나으리댁에 침입해서 두명의 딸을 죽였잖아.

내 눈으로 똑똑히 보았는데 어찌 잊어 먹겠어!"

 

영검쌍협은 말위에서 서로를 쳐다보고 있었다.

 

"오빠, 저중의 무공은 별것 아니잖아요?

저자가 노인의 생명만 구해주지 않았어도 죽여버리는 것인데요.

저놈이 저렇게 나쁠줄은 몰랐어요."

 

"나도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어.

저 악독한 중놈이 비록 장강양호에서 나쁜일을 많이 하고 수십명을 죽였다고 해도

포졸들이면 충분하잖아?

그런데 호걸들은 왜 야단법석이지?

저 중놈을 봐서 그의 사부와 사형들도 별것 아닐것인데..."

 

"어쩌면 저놈의 사형중에 고수가 있는지도 몰라요.

괜瀏 歐 호걸들이 우리의 아버지에게 부탁을 했겠죠.

그리고 육아저씨, 유아저씨, 화아저씨에게도 부탁을 했잖아요?"

 

"흥! 양호호걸들은 정말 이상한 사람이야.

천하에 또 어떤 고인이 있어 낙화유슈(落花流水) 네분 대협을 블러내서

상대하게 하는거야 ?"

 

"히히! 우리 영검쌍협이면 충분하잖아요 ?"

 

"넌 저쪽에 가서 구경이나 하라고. 나 혼자서 저 대머리 녀석을 처치하겠어.

영검쌍협의 반이면 충분하고도 남아. "

 

"여기서 구경할께요."

 

"아냐. 여기 있지 않는 것이 좋아.

나중에 무림의 사람들이 이사건을 거론할때

왕소풍(王簫風) 혼자서 저 혈도악승을 죽였다고 해야지

수생(水笙) 수여협께서 이 사건에 끼여들었다고 하면 안 돼.

강호사람들의 입이 얼마나 험한지 알고 있잖아!"

 

"맞아요. 오빠 말이 맞아요. 그걸 생각하지 못했어요."

 

 

 

 

6. 혈도노조(血刀老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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