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지/연성결(連城訣)

7. 낙화유수 (落花流水)

오늘의 쉼터 2014. 6. 20. 09:26

연성결(連城訣) 하

 

 

7. 낙화유수 (落花流水)

 

 

 

한밤중까지 자고 있던 적운은 누근가 어깨를 미는 바람에

잠에서 막 깨어나는데 혈도승이 낮은 소리로 말을 했다.

 

"칩입자가 왔다."

 

적운은 순간적으로 놀랐으나 누군가 들어왔으니

이 눈속에서 나갈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니 기쁜 마음이 되었다.

낮은 소리로 혈도노조에게 말했다.

 

"어디죠 ?"

 

혈도승은 서쪽을 향해 머리짓을 하며 말했다.

 

"넌 소리내지 말고 누워 있어. 적의 무술은 상당히 강해."

 

혈도승은 혈도를 쥐고 몸을 굽히더니 화살이 시위에서 떠나 날아가듯 소리없이 뛰쳐 나갔다.

사람의 그림자가 산기슭에 스치는가 했더니 보이지가 않았다.

적운은 심히 탄복하였다.

'이 사람의 무술은 정말 굉장하군! 정전형이 살아 있다면 누가 더 고수일까 ?'

하고 적운은 생각하며 손을 뻗어 품속을 더듬었다.

정전의 뼛가루를 싼 보자기는 품속에 잘 보관되어 있었다.

갑자기 밤의 정막을 뚫고 쨍! 쨍! 하고 무기가 부ㄷ히는 소리가 울렸다.

혈도승이 적과 싸우고 있나보다 하고 생각했다.

무기 무ㄷ히는 소리를 들으니 상대의 무공은 혈도노조에게 절대 뒤지지 않는 모양이었다.

수생도 무기가 부ㄷ히는 소리가 들리지 잠에서 깨어났다.

산골짜기는 온통 흰 눈으로 덮여 있었고 은빛같은 달빛은 희눈에 반사 되어,

비록 깊은 밤이었지만 새벽 빛이 돋는 듯 했다.

수생은 적운을 보자 물어보고 싶었지만 그를 미워하고 저주하였고

적운도 대답할 것 같지가 않아서 입을 다물었다.

무기가 부ㄷ히는 소리가 점차 가까워 지고 있었다.

적운과 수생이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달빛아래에서 두 사람의 그림자가

떨어졌다가 붙었다가 하면서 높은 벼랑위에서 싸우고 있었다.

적운은 혈도승과 싸우고 있는 사람이 도복을 입고 손에 장검을 쥐고 있는 것으로 보아서

'낙화유수' 4대 고수중의 한명이라는 것을 알수 있었다.

눈사태가 나서 골짜기의 입구가 막혔는데 어떻게 안으로 들어왔는지

적운으로서는 궁금하기 그지 없었다.

수생도 곧 그 도인을 알아보고 외쳤다.

"유백부님, 유승풍 백부님께서 오셨군요. 아버지, 아버지! 저는 여기 있어요."

적운은 깜작 놀라 생각했다.

 

'혈도노조와 저 노인이 싸우는 것으로 보아 금방 승부가 날것 같지는 않다.

그녀의 아버지가 이 말소리를 듣고 ㅉ아 온다면 나는

목숨이 열개라도 살아 있지 못할 것이다.'

 

그는 생각을 마치자 조용히 말했다.

 

"야! 큰소리 지르다가 눈사태라도 난다면 우린 모두 죽는단 말이야!"

 

수생은 성을 냈다.

 

"난 너 같이 악독한 중놈하고 같아 죽어버리겠어."

 

그리고 큰소리로 외쳤다.

 

"아버지, 아버지. 저는 여기 있어요!"

 

적운은 큰소리로 말했다.

 

"눈사태가 나면 네 아버지도 죽는다고! 네 아버지를 죽일 작정이냐 ?"

 

수생은 아차 하며 입을 다물고 생각했다.

 

'우리 아버지의 재주가 얼마나 좋은데, 눈사태가 났지만 다른 사람들은

몸을 피했고 유승풍 백부는 골짜기로 뛰어 들었다.

유백부가 들어올 수 있었다면 아버지도 들어올 수 있겠지.

소리질러 눈이 무너지면 기껏해야 나와 이 악독한 중놈만 압사할것이고

 아버지에겐 분명 지장이 없을 것이다.

이 악독한 중놈이 이렇게 흉악한 것을 보건데 유백부를 죽이고 난다면 나도 살아남지 못할거야!'

 

그녀는 생각을 마치고 나자 더욱 큰소리로 소리를 질렀다.

 

"아버지, 아버지! 저는 여기 있어요!"

 

적운은 어떻게 그녀를 저지할 지 몰랐다.

홀낏 머리를 돌리니 혈도노조와 유승풍은 더욱 격렬한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적운은 자세히 살쳐보았으나 혈도노조의 혈도와 유승풍의 검중 어느 것이 우세를

차지하고 있는지 도저히 알수가 없었다.

그런데 수생이 이제 아버지를 부르다가 말을 바꾸어서

'사촌 오라버니! 사촌오라버니!' 하고 소리치자 정말로 화가 나서 외쳤다.

 

"이 계집애야! 입다물지 않으면 너의 혀를 잘라 버리겠다."

 

수생은 말했다.

 

"그래도 나는 부를거야! 누가 뭐래도 나는 부를거야!"

 

또 큰 소리로 외쳤다.

 

"아버지, 아버지 저 여기 있어요."

 

그러나 적운이 진짜로 공격해 올까봐 일어나서 돌을 들어 몸을 방어했다.

그녀는 적운이 음직이지 않고 가만히 누워있는 것을 보고는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이 악독한 중놈의 다리가 이미 나와 사촌오라버니에 의해서 부러졌어.상처가 깊어서

음직이지도 못하는데 뭐가 겁이 나서 그를 죽이지 않지 ?'

 

이어서 생각했다.

 

'난 정말 바보야. 혈도노조가 몸을 둘로 나눌 수 없는 이상 이 조그만 악승을

도와줄 수 없을텐데 말이야.'

 

그녀는 돌을 들고 힘껏 적운의 머리 부근을 향해서 던졌다.

적운은 반항할 방법이 없어 몸을 굴려 피할 수 밖에 없었다.

돌이 얼굴을 스치며 바로 옆의 눈에 묻혔다.

수생은 일격이 적중하지 못하자 다시 돌을 들고 던졌다.

적운은 이번에 피하지 못하고 배에 돌을 맞았다.

그리고 곧바로 다시 날아온 돌이 부러진 다리의 정강이에 맞았다.

적운은 너무나 아파서 길게 신음소리를 냈다.

수생은 크게 기뻐하며 돌을 들어 또 던지려고 하였다.

적운은 그녀가 계속해서 돌을 던지면 자신이 살아 남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역시 돌을 하나 집어들고 소리쳤다.

 

"이 계집애야. 네가 다시 나에게 돌을 던지면 내가 먼저 너를 짓이겨 죽여 줄테다."

 

그러나 수생이 다시 돌을 던지자 적운도 역시 수생을 향해 돈을 던졌다.

수생은 재빨리 몸을 피했으나 돌이 귓가를 스치면서 살갗이 약간 벗겨졌다.

그녀는 놀래서 다시는 돌을 던지지 못하고

몸을 돌려 나뭇가지 하나를 주워 들고 검법을 써서 그의 어깨를 찔렀다.

그녀가 배운 검법은 심오한 것이었다.

비록 나뭇가지였지만 한번만 찔려도 목숨에 위협을 줄수 있었다.

적운이 설령 온전한 몸이었다고 해도 그녀의 공격을 피하기가 힘들었을 것이다.

나뭇가지가 찔러오자 적운은 어깨를 기울여서 피했다.

그러나 수생의 검법은 빠르게 변화하며 '탁!'하고는 그의 이마를 때렸다.

적운은 별똥이 튀었다.

수생이 욕을 했다.

 

"네 나쁜 중놈, 오는 도중 이 아가씨를 괴롭히더니

이제 내 혀꺼지 자르려고 해! 너도 한번 잘려봐라!"

 

그녀는 나뭇가지로 적운의 몸을 마구 때리면서 외쳤다.

 

"네 사조를 불러 구해달라고 해봐라!

그가 오지 않으면 내가 너를 때려 죽여버리겠다."

 

입으로는 욕을 했지만 수생의 손은 더욱 빨라져서

적운은 도저히 막아내지도 피하지도 못하고 그저 양손으로 얼굴을 가린채

그녀의 매질을 당하고 있었다.

적운의 몸이 금세 나뭇가지에 맞아 살이 터져 피가 흘러 내렸다.

적운은 억지로 손을 내 뻗어 내리치고 있는 그녀의 나뭇가지를 잡아 채어 힘을 주니

힘이 약한 수생은 나뭇가지를 빼았겼다.

적운은 빼앗은 나뭇가지를 세게 휘두르니 수생은 뒤로 몇걸음 물러나서

 새로운 나뭇가지를 주워 들었다.

적운은 그녀가 몇발자국 물러나자 시골 사람이 싸움에 지게 되었을때

쓰던 방법이 생각나서 외쳤다.

 

"멈춰라! 한 발자국이라도 가까이 온다면 나는 바지를 벗어 버리겠다."

 

입으로 외치면서 두손으로 바지춤을 움켜쥐고 벗으려는 시늉을 했다.

수생은 깜작 놀라서 재빨리 몸을 돌렸다.

양볼은 부끄러워서 붉게 물들었다.

 

'이 중놈은 정말 수치를 모르는구나. 기어코 이런 더러운 짓으로 나를 모욕하는 구나.'

 

적운은 소리쳤다.

 

"다섯보 걸어! 나한테서 되도록이면 멀리 떨어져!"

 

수생은 놀란 나머지 그대로 다섯보를 걸어갔다.

적운은 내심 기뻐하며 더 큰 소리로 말했다.

 

"난 바지를 벗어 던졌으니까 날 때리려거든 고개를 돌리고 나를 와봐!"

 

수생은 더욱 놀라 도망치려고 하다가 너무 당황한 나머지 비틀거리면서 미끄러져 넘어졌다.

황급히 일어나서는 감히 뒤돌아보지도 못하고 멀리 있는 산등성이 뒤켠으로 도망갔다.

적운은 멀어져 가는 수생을 바라보다가 다시 절벽 위를 쳐다 보았다.

유승풍과 혈도노조는 절벽위에서 여전히 혈투를 벌이고 있었다.

그들이 싸우고 있는 곳은 적운이 있는 지면으로부터 7,80장이나 올라가 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서 있는 곳은 깍아지른 절벽의 중간으로

만약 둘중 한명이라도 발을 잘 못디디면 땅에 떨어져 죽을 것이었다.

적운이 둘의 싸움을 정신없이 바라보고 있는데 수생이 산 뒤쪽에서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아버지 아버지. 빨리 오세요!"

 

그녀가 몇마디 외치자 동남쪽의 산골짜기에서 노쇠한 음성이 들려왔다.

 

"우리 예쁜 조카 수생이 아니냐 ? 아버진 약간 부상을 입었다. 곧 오실 것이다."

 

수생은 말하는 사람이 바로 낙화유수중 둘째인 화철간임을 알자 급히 말했다.

 

"화백부! 아버지는 어디 계세요. 어떻게 부상당했죠 ?"

 

눈깜작할 사이에 화철간은 이미 수생의 곁으로 날아와서 말하였다.

 

"눈사태가 났을때 산봉우리에 있던 돌이 육백부의 머리위로 떨어지는 것을 쳐내셨다.

단지 그 돌이 너무 무거워서 손을 약간 삐셨을 뿐이야. "

 

수생이 말하였다.

"악독한 중놈이 저쪽에 있는데... 벗었어요... 화백부, 빨리 가서 죽여버려요."

화철간이 말하였다.

 

"좋아 어디있지 ?"

 

수생은 적운이 누워 있는 쪽을 손으로 가리켰는데 여전히 고개를 돌리지는 않았다.

화철간이 적운은 죽이려고 가려는데 절벽위에서 '창! 창! 창!' 하는 소리가 나서

고개를 들어보니 혈도노조의 혈도와 유승풍의 검이 엉켜 있고 둘은 꼼작도 하지

않는 것으로 보아서 두사람은 이미 내공을 겨루고 있다는 것을 알수 있었다.

화철간은 생각했다.

 

'악독한 혈도승이 이처럼 맹렬스러운 것을 보니 유현제가 우세를 점할 것 같지 않군.

내가 끼어들지 않을 수 없구나. 여러명이서 한명을 공격한다는 것이 비록 수치스럽지만,

이 혈도승과 혈도문의 악행이 워낙 높으니 만일 내가 이 혈도승을 죽일 수 있다면

치스러움을 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는 몸을 돌려 절벽의 뒤쪽 등성이를 따라 나는듯 올라갔다.

생이 놀라 외쳤다.

 

"화백부, 뭘 하세요 ?"

 

한마디 말을 뱉는 순간 그녀는 이미 답을 얻고 있었다.

화철간은 소리없이 절벽을 기어 올라가고 있었다.

그는 오른손에 강철로 만든 단창을 쥐고 석벽을 창끝으로 찌르면서 몸을 날렸고,

그 모습은 유승풍이나 혈도노조보다 훨씬 고명해보였다.

 

적운은 화철간의 발자국 소리가 멀어지는 것을 듣자

마음을 놓고 있다가, 화철간이 몸을 날려 벼랑위로 기어 오르는 모습을 보자

다시 비명을 질렀다.

 

"앗!"

 

이때의 유일한 희망은 화철간이 벼랑에 다 올라가기 전에

혈도승이 유승풍을 죽인 후 몸을 돌려 화철간과 싸우는 것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한사람이 두사람을 상대로 싸우는 것이 되므로 혈도노조가 패할 것은

불을 보듯 뻔했다.

그는 생각했다.

 

"이 유승풍이라는 자와 화씨성을 가진 자는 모두 영웅호걸들 이지만 혈도노조는

분명히 폭악무도한 악인이다.

그런데 난 어쩠든 나쁜 사람이 좋은 사람을 죽이기를 바라고 있으니,

에이... 이것은 너무나 잘못된 마음이지..."

 

한편으로는 자책하면서 한편으로는 걱정되어 마음속이 정말로 혼란스럽기만 했다.

이때, 화철간은 이미 벼랑위에 올라서 있었다.

혈도승은 내공을 운행하며 유승풍과 싸우고 있었다.

내공의 힘은 마치 바다위의 파도가 한번은 가볍게 때리고 지나갔다가

다시 세차게 몰아쳐 오듯 점점 강해졌다.

유승풍은 태극무술의 명수로 평생동안 외유내강(外柔內剛)의 도리를 연구하였으므로

아무리 기를 모아 공격해 와도 그는 내공의 힘을 하나 하나의 둥근원으로 만들어

끊임없이 쏟아져 들어오는 혈도노조의 내공을 없애나 갔다.

혈도노조는 먼저 기선을 잡고 승리 하려 하였다.

혈도승의 내공이 비록 강맹하고 변화무쌍했으나 유승풍을 단신간에 물리친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두 사람은 모두 정신을 집중하고 있었기 때문에 화철간이 절벽을 타고 올라온 것을 모르고 있었다. 화철간은 두사람의 머리에서 하얀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것을 보고 이미 내공을 많이

소모했음을 알고는 살며시 혈도승의 뒤로 가서는 단창을 들어 혈도승의 뒷머리를 가르며 내리쳤다. 혈도승은 자신의 등뒤에서 매서운 기운이 자신을 내리치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그의 손의 혈도는 유승풍의 장검과 맞대고 있었기때문에 한치도 움직일수 없었는데

어찌 화철간의 단창을 피할수 있겠는가!

그는 재빠르게 마음을 굴렸다.

'어차피 죽는 마당이다.

차라리 스스로 떨어져 줄을지언정 적의 손에 죽을수는 없다.'

그는 양쪽 무릎을 살짝 굽혔다가 몸을 살짝 기울여 벼랑쪽으로 몸을 날렸다.

화철간은 혈도승을 죽이겠다는 일념으로 단창을 아

주 강하게 내리치고 있었는데 혈도승이 예상을 뒤엎고 벼랑 아래로 띠어 내려버리자

미처 그 기세를 거두지 못하고 단창은 유승풍의 가슴에 박혀 등뒤로 뚫고 나가 버렸다.

혈도승은 절벽에서 떨어져 내리면서 혈도를 들어 아래를 내리쳤다.

그곳은 마침 큰암석이 있었는데 탕! 하는 소리와 함게 혈도가 크게 휘어지고는

다시 펴지면서 혈도승은 다시 공중으로 솟구쳤다.

그리고 다시 땅으로 떨어지면서 같은 동장을 18번을 반복하니 마침내 그는 암석위에 가뿐하게

내리설수 있었다.

그는 스스로 만족하여 껄껄웃었다.

갑자기 뒤에서 누군가가 소리쳤다.

 

"내 도를 받아라!"

 

혈도승은 소리를 듣고는 재빨리 혈도를 뒤로 돌려서 맞받아 쳤다.

짱! 하는 소리와 함께 두 무기가 맞부ㄷ히쳤다.

혈도승은 가슴이 얼얼해지면서 하마트면 혈도를 놓칠뻔 했다.

혈도승은 깜작놀랐다.

 

'이 놈의 내공이 대단한데.'

 

머리를 돌려 보니 한명의 건장한 노인이 백발을 휘날리면서 당당하게

귀두도(鬼頭刀)를 들고 서 있었다.

혈도승은 그의 당당한 모습에 덜컥 겁이 났다.

상대가 무서웠던 것이 아니라 유승풍과 내공의 대결을 벌이고 아까 18번 암석을 굴러

뛰어 내리는동안 많은 내공을 소모해서 기를 운용하는데 가슴이 은은하게 아파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왼쪽에서 누군가가 소리쳤다.

 

"육대형, 이 악독한 중놈이 유세째를 죽였소... 우리 ... 우리는..."

 

바록 화철간이었다.

그는 잘못해서 유승풍을 죽이자 분노가 극에 달해 나는 듯 절벽의 아래로 달려 내려 와

혈도승과 사생결단을 내려 했다.

마침 낙화유수 남사기의 첫째인 육천서가 혈도승의 앞길을 가로 막은 것이다.

화철간이 창을 들고 뛰어 오는 것을 본 혈도승은 자신이 이미 내공이 소진되어

육천서 하나를 상대할 수도 없을텐데 다시 강적이 하나 추가되자

감히 싸울 생각을 하지 못한체 수생을 인질로 삼아 이 난관을 빠져 나간후

훗날 다시 복수를 하리라고 생각했다.

 마음을 이렇게 먹고 있는데 육천서의 귀두도가 움직이더니 정면에서 날아왔다.

혈도승은 몸을 한번 움츠리더니 적의 하체를 내리쳤다.

육천서는 상대가 하체를 공격하자 위로 뛰어 올랐다.

그러나 그는 체격이 건장하여서 뛰어 오르는 높이가 높지 않았다.

혈도승은 그런 육천서의 아랫배를 혈도로 찔러 갔다.

육천서는 귀두도로 혈도를 막으려 했다.

혈도승의 혈도공격은 허초로 만약 육천서의 방어가 소홀하면

그대로 찔러 들어가서 육천서에게 치명타를 주겠지만 육천서의 방어가

철저하자 급히 혈도를 거두어 들이면서 몸을 뒤로 날려

육천서의 공세를 벗어났다.

혈도노조는 육천서의 공격권에서 벗어나자

빠른 속도로 적운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수생을 찾았으나 수생은 이미 거기 있지 않았다.

혈도노조는 적운에게 말했다.

 

"계집애는 ?"

 

적운이 말했다.

 

"저쪽에요."

 

말하면서 손을 가리키니 혈도승은 화를 냈다.

 

"어떻게 하라고 그녀를 도망가게 내버려 두었느냐? 왜 잡아 두지 못했어 ?"

 

적운이말하였다.

 

"저는... 저는 그녀를 잡아 둘 수 없었읍니다."

 

혈도승은 매우 화가 났다.

그는 본래 굉장히 난폭한데다가 지금은 생사의 위기였으므로 더욱 더 분기탱천해서

적운의 옆구리를 발로 걷어차 버렸다.

적운의 몸은 붕 뜨더니 옆의 골짜기로 떨어졌다.

수생이 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려보니

적운이 계곡으로 처박히고 혈도노조가 자신을 향해 달려오자

겁이나서 반대로 도망쳤다.

그때, 오른쪽에서 한명의 목소리가 들렸다.

 

"생아! 생아!"

 

수생의 아버지인 수대가 온 것이다.

수생은 너무나 기뻐 소리쳤다.

 

"아버지!"

 

수생은 아버지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었고 혈도승과는 오히려 가깝게 있었다.

그러나 원근의 차이는 불과 3장정도 밖에 안되었으므로 그녀가 소리를 지르지 않고

아버지를 보자마자 아버지쪽으로 달려 갔더라면 아버지에게 가까이 갈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너무나 기쁜 나머지 '아버지!' 하고 부르고는 멍청하

그 자리에 멈추어 서고 말았다.

그러자 혈도승은 바로 뒤까지 접근할수 있었다.

그것을 본 수대가 소리쳤다.

 

"생아, 빨리 이쪽으로 와!"

 

수생은 그말을 듣고서야 다시 수대를 향해서 뛰기 시작했다.

도승은 수대와 수생의 거리가 가까워지자

혈도를 입에 물고는 허리를 숙여서 두개의 눈뭉치를 만들어 하는 수대를

향해 던지고  다른 하나는 수생을 향하여 던지면서 앞으로 달려 들었다.

수대는 검을 휘둘러 눈뭉치를 막았다.

그래서 발걸음이 늦추어졌을때 수생에게 던져진 눈뭉치가 등의 영대혈을 맞추었다.

수생은 온몸에 힘이 빠지면서 그 자리에 쓰러졌다.

혈도승은 그녀가 채 쓰러지기도 전에 달려와서

그녀를 잡고는 다시 몇곳의 혈도를 더 짚었다.

그때, 바로 옆에서 바람을 가르며 하나의 단창이 날아왔다.

화철간이 도착한 것이다.

그는 이미 의형제인 유승풍을 죽였으므로 수생의 생명을 돌볼 여유가 없었다.

화철간의 창이 바람같이 빠르게 덤벼들자

혈도승은 혈도로 화철간의 단창을 쳐 내었다.

혈도승의 혈도는 매우 날카로운 보검이라 어떤 무기라도 잘랐으나

화철간의 단창도 역시 여러번 불에 달구어서 만들었기때문에 혈도승의 혈도는 튀어 올랐다.

혈도승은 혈도가 튀어 오르자 욕을 했다.

 

"제기릴!"

 

혈도승은 수생을 잡고 화철간의 단창을 피해서 뒤로 물러 났으나

그곳에는 막 따라온 육천서의 귀두도가 내리쳐 지고 있었다.

는 더 이상 피할곳이 없었다.

그는 그래도 피할곳을 찾기위해 두리번 거리다가 계곡으로 떨어진

적운이 눈을 털며 일어나는 것을 보게 되었다.

그는 생각했다.

'계곡에 눈이 쌓여 있어서 저 녀석이 떨어졌는데도 무사하구나.'

혈도승은 수생의 허리를 감싸며 몸을 날려 계곡 아래로 뛰어 내렸다.

수생이 날카로운 비명을 지르는 가운데 두 사람은 깊은 계곡으로 떨어졌다.

계곡의 눈은 수십장 두께로 쌓여져 있어서 눈밑에 단단한 얼음이 있었지만

두 사람은 아무런 상처도 없이 내려설수 있었다.

혈도승은 눈위로올라오더니 커다란 바위위로 올라와서는 혈도를 몇번 휘둘르면서 외쳤다.

 

"용기가 있는 놈은 한번 내려와 봐라! 나와 싸워보자! 하하하!"

 

이 큰바위는 바로 계곡의 요충에 있었기 때문에 수대등이 위에서

뛰어 내리려면 반드시 바위 옆을 지나야 하는데 혈도승이

혈도를 휘두른다면 손쉽게 두조각으로 낼수가 있었다.

몸이 허공에 있는 사람은 설사 혈도승보다 무공이 10배가 강하다고 해도 어쩔수가 없었다.

육천서, 화철간, 수대는 가까스로 혈도승을 포위했는데

다시 그를 놓치고 추격도 할수 없자 한스럽지 않을수 없었다.

생은 여전히 음탕한 중에게 잡혀 있고 잘못하여 의제를 죽였으므로 화철간은

더욱 분통이 터졌다.

세사람은 머리를 맞대고 낮은 소리로 의논을 했다.

수대의 별명은 냉월검(冷月劍)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었는데

미풍양속을 벗어난 행동을 보면 참지를 못했다.

그런데 지금 수대의 눈앞에서 악독한 혈도승이 으시대고 있었고 수생이

적운에게 기대고 있는 것을 보고는 눈앞에서 불꽃이 튀겼다.

그는 이미 수생이 혈도를 짚혀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모르고

그녀가 앙탈도 하지 않고 혈도문의 악독한 중놈에게 고분고분 순중한다고 생각하자

더욱 분노가 솟구쳤다.

그는 눈속에서 몇개의 돌을 찾아 계곡아래로 던졌다.

그의 팔힘은 매우 강했으므로 더구나 위에서 아래로 던졌기 때문에

그 위력은 무척강했다.

혈도승은 재빨리 적운과 수생을 바위뒤로 숨겨서 돌을 피하게 했다.

그는 일단 위기를 모면했기에 적운에게 화를 내지 않았다.

혈도승은 위에서 던지는 돌을 피하면서 욕을 해대었다.

그러다가 저쪽 절벽위의 유승풍이 절벽에 걸린채로 음직이지 않는 것을 발견하고는

화철간이 자기를 기습하다 그를 죽게 한 것을 눈치채고는 크게 기뻐했다.

적운은 주변을 둘러보다가 산등성이에 뚫려 있는 하나의 산동굴을 발견하고는

돌맹이를 피하기 위해서 수생을 안고는 그리고 들어 갔다.

수생은 소리쳤다.

 

"내 몸에 손대지마! 손대면 안돼!"

 

혈도노조가 크게 웃으면서 소리쳤다.

 

"그놈 참 맹랑한데! 사조께서 적을 막고 계시는데 사조보다 먼저 재미를 볼려고 해!"

 

수대와 육천서와 화철간은 그 소리를 듣고는 더욱 더 분노했다.

수생은 적운이 나쁜 짓을 할까봐 겁이 났다.

그러다가 문득 그녀는 적운이 옷을 단정히 입고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아까 적운이 자신에게 거짓말을 해 자신을 떼어 낼려고 했던 것을 알게되자

화가 나고 부끄러워서 외쳤다.

 

"이 사기꾼 같은 중놈아! 어서 내게서 떨어져라!"

 

적운은 그녀와 함께 동굴로 들어서자 돌맹이를 맞을 위기에서 벗어나자 조금 안심되었다.

그는 다리가 부러진 상태였으므로 천천히 기어서 그녀에게서 떨어졌다.

'그녀가 나를 나쁜 중놈이라고 욕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왜 나를 사기꾼이라고 하는 건가.'

 

이렇게 시간이 흘러 날은 점점 밝아졌다.

혈도승은 점차 기운을 찾기 시작했다.

 

'어떻게 해야 곤경에서 벗어 날수 있을까 ?'

 

눈 앞의 세사람의 무공은 개개인에 있어서 자신과 백중세에 있어서 자기가

이 바위를 떠나기만 한다면 지형의 유리함을 잃는 셈이니

순식간에 세명에게 죽임을 당할 것이다.

그는 스스로 영리하다고 자부했지만 현재에는 아무런 생각도 나지를 않았다.

하는 수 없이 바위위에서 세사람에게 욕을 하고 팔뚝질을 함으로써 스스로를 위안했다.

육천서는 갈수록 화가 나는지 온작 욕설을 다했다.

화철간은 갑자기 좋은 생각이 떠올라서 말했다.

 

"수현제, 그대가 동쪽으로 가서 눈을 타고 계곡 아래로 내려가는 체 하시요.

나는 서쪽으로 내려가는척 할터이니 그러면 저 중놈이 우리때문에 자리를 뜰탠데

그때 큰형이 절벽을 내려가십시요."

 

육천서가 말했다.

 

"그거 묘하군 !"

 

수대가 말했다.

 

"그가 우리를 막지 않는다면 정말로 우리가 눈을 타고 내려가면 될 것이요."

그와 화철간은 즉시 좌우로 나뉘어져 달려갔다.

부근의 백여장 근처는 깍아 지른 듯한 벼랑이어서 눈을 타고 내려가려면

한바퀴 빙 돌아서 먼 곳에서 내려가야 했다.

혈도승은 두사람이 각각 방향을 나누어서 각기 좌우로 가는 것을 보자

그들의 의도를 알아챘다.

그러나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는 생각이 나지를 않았다.

 

'이거 정말 야단 났구나! 저 새끼들이 한바퀴 뱅 돌아 온다면 시

간이 걸리겠지만 결국은 이곳까지 올 것이다.

그들이 이곳에 오기전에 도망가야한다.

어서 도망치는 것이 상수다!'

그는 살그머니 바위에서 내려왔다.

육천서는 화, 수 두사람이 멀리 가자 고개를 숙이고 아래를 보니

혈도승의 자취가 보이지가 않았다.

그런데 눈위에는 서북쪽으로 발자국이이어져 있었다.

그는 큰소리로 외쳤다.

"화현제, 수현제, 중놈이 서북쪽으로 도망갔다! 빨리 돌아오게!"

 

화, 수 두사람은 일제히 몸을 돌렸다.

육천서는 급히 혈도승을 ㅉ으려고 계곡 아래로 몸을 날렸다.

그는 발이 땅에 닿는 순간 몸이 푹 꺼지면서 사람 키보다 훨씬 높게 쌓인 눈속으로 빠지고 말았다. 육천서는 당황하지 않고 위를 보니 자신이 빠진 구멍은

두길이나 되는 것 같았다.

그는 두손과 두 발을 이용해서 재빨리위로 올라갔다.

그의 머리를 막 구멍 밖으로 내미는 순간 갑자기 가슴팍에 격렬한 아픔이전해져 왔다.

이미 공격을 받은 것이다.

깜작 놀란 그는 즉시 귀두도를 휘두르며 위로 솟구쳤다.

육천서는 손에 오는 감각으로 보아 자기의 대도가 허공을 후려친 것을 알고 재빨리 옆으로

몸을 날리는데 발 밑의 눈에서 갑자기 혈도가 솟구쳐 나왔다.

원래 혈도승은 육천서가 크게 소리치자

그가뛰어 내리라는 것을 알고는 서북쪽으로 도망치는척 하다가

재빨리 돌아와서 눈속에 숨어 있었던 것이다.

육천서는 무공이 높고 경험도 풍부했으나 이런 눈속에서의 싸움은 일생의 처음이라

황하지 않을수 없었다.

하지만 육천서는 혈도를 비스듬히 피하면서 혈도승이 있음직한 자리를 대충 가늠하고는

세번 귀두도로 찔러 갔다.

이 세번의 칼질은 맹목적이었으나 그 힘은 결코 우습게 볼 수 없었다.

그 세번의 칼질중 한번은 때마침 혈도승이 있는 곳에 적중했다.

혈도승은 눈속에서 온힘을 다해서 뒤로 물러났다.

그런데 그 뒤쪽은 바닥이 다시 물렁해서 혈도승은

눈 속 깊숙히빠져 들었다.

육천서는 자신의 세번의 공격을 상대가 뒤로 물러

남으로써 피하리라는 것을 예측하고는 다시 한걸음 나가면서

시 세번을 휘둘렀다.

그러나 갑자기 그의 발밑이 다시 꺼지면서눈속으로 파 묻히고 말았다.

두사람은 눈속으로 자취를 감추었는데 이때 두사람은 눈앞에 아무것도 보지를 못해서

마치 장님이 싸우는 것과 같았다.

두 사람은 발이 딱딱한 곳에 닿자 필생의 공력을 다해서 서로에게 공격을 퍼 부었다.

이때 그들의 머리위로는 십여장이나 되는 눈이 쌓여 있었다.

두 사람중 한명이 위로 올라가려 한다면 하체를 수비할수 없게 되므로 상대의 공격에

허리가 잘릴 것이기 때문에 상대를 죽이기전에는 아무도

위로 올라갈 수 없는 지경이었다.

적운은 밖이 갑자기 조용해 지자 고개를 동굴밖으로 내밀어 밖을 살펴보았다.

이때 혈도노조는 어디에도 없었다.

단지 동굴옆의 바위 옆에 눈이 조금씩 들썩 거릴 뿐이었다.

고개를 들어보니 수대와 화철간이 계속해서 눈속으로 주목하고 있는 것을 보고는

마침내 혈도노조와 육천서가 눈속에서사투를 벌이고 있다는 것을 알수 있었다.

수생도 고개를 내밀어 밖을 살펴 보았다.

아버지는 정신을 모아 아래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거리가 상당히 떨어져 있어 감히 크게 외쳐 도움을 청할 수가 없었다.

화, 수 두사람은 어떻게 하든 육천서를 도와 혈도승을 요절내고 싶었으나 아무런 방법이 없었다.

수대가 말했다.

"둘째 형님, 제가 아래로 뛰어 내리겠읍니다."

화철간은 급히 말했다.

"그건 안된다. 그건 안돼! 자네가 눈속으로 뛰어 든다면 어떻게 공격을 할텐가?

눈속에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데 어떻게 혈도승에게만 공격을 할수 있겠는가 ?"

 

화철간은 스스로 유승풍을 죽인 것을 생각하고는 마음이 다시 착잡해졌다.

지금의 이 상황을 그역시 모르지는 않았다. 눈 밑으로 뛰어 든다면 적은 고사하고

자기편조차도 구분할 수가 없고 오로지 마구 무기를 휘둘러대는 방법 밖에 없었다.

것이다. 그렇다면 혈도승과 육천서 누구를 찌를 것인가는 반반의 확률이었다.

또, 자기가 뛰어 들면 혈도승과 육천서에게 죽음을 당할 확률도 대단히 높았다.

그런데 자기쪽에서 두명의 고수가 눈을 시퍼렇게 뜨고 육천서가 눈속에서

혈도승과 목숨을 건 싸움을 하는 것을 보자니 답답하기만 했다.

이때 계곡아래의 흰 눈의 요동이 멈추었다.

절벽위의 수대와 화철간, 동굴속의 수생과 적운은 모두 초조해졌다.

이제 눈밑의 사투는 승부는 났으나 누가 이기고 누가 목숨을 빼앗겼는지는 알수가 없었던 것이다. 한참후, 한 곳에서 흰눈이 천천히 솟아 오르더니 사람의 머리가 솟아 올라왔다.

사람은 점점 위로 올라오니 머리카락이 하얗게 보였다.

혈도승은 대머리이니 머리카락이 있을리가 없었다.

그러므로 지금 올라온

사람은 육천서가 틀림이 없었다.

수생은 기뻐하며 낮은 소리로 환호를 질렀다. 적운은 화가 났다.

 

"무엇이 좋아서 그렇게 소리를 지르는 거야 ?"

 

수생은 말했다.

 

"네놈의 사조는 이제 죽었다. 너 작운 중놈의 생명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을거야."

 

적운은 이제 이 세명의 고수에게 사로잡힌다면 자신은 꼼작없이 죽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는 악에 바쳐 소리를 버럭 질렀다.

 

"다시 떠든다면 내가 먼저 너를 죽여버리겠다."

 

수생은 흠칫 놀라며 감히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그녀는 혈도승에게 혈도가 찍힌 이후 음직일 수 조차 없었으며

적운은 비록 다리가 부러졌지만 그녀를 죽이려고 한다면 아주 쉬운 일이었다.

육천서의 머리는 눈더미 밖으로 나와 이러지리 꿈틀거렸다.

마치 눈속에서 기어 나오려는 것 같았다.

수대와 화철간이 일제히 외쳤다.

"육대형, 우리가 갑니다!"

두 사람은 몸을 날려 계곡 밑으로 떨어졌다.

깊은 눈속에 파 묻히는가 했더니 재빨리 기어 나와서 계곡의 바위위로 몸을 날렸다.

바로 이때 육천서의 머리가 갑자기 푹 눈 속에 빠지고 있는 것이 보였다.

마치 두 다리가 다른 사람에게 붙들려서 끌려 들어가는 것 같았다.

그가 눈속에 들어간 다음 아무리 기다려도 머리는 올라오지 않았다.

그렇다고 혈도승의 그림자가 보이는 것도 아니었다.

수대가 생각해보니 육승풍이 이미 상대의 암수에 걸린것 같았다.

갑자기 '퍽!' 하는 소리가 나면서 또 한개의 머리가 눈속에서 나왔다.

이번에는 머리가 박박 벗겨진 혈도승이었다.

그는 껄껄 웃더니 다시 눈속으로 사라졌다.

수대가 욕을 했다.

 

"이 악독한 중놈아!"

 

그는 검을 들더니 몸을 날려 눈속으로 뛰어 들어가려 했다.

그때 눈속에서 한개의 머리가 급히 날아왔다.

그것은 몸과 떨어진 머리였는데 바로 육천서였다.

이 머리통은 수십장을 날아가더니 눈더미에 떨어져서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수생은 눈앞에서 처절한 광경을 보자 혼비백산하여서 소리조차 지를 수가 없었다.

수대는 비분강개하여서 길고 큰소리로 외쳤다.

"형님, 당신은 우리 형제들때문에 목숨을 잃으셨읍니다.

이 형제들은 이제 당신의 복수를 해 드리겠읍니다."

그러더니 잽싸게 몸을 날리려고 했다.

화철간은 급히 그를 잡았다.

 

"잠깐! 적 악독한 중놈은 논속 컴컴한 곳에 숨어 있고 우리는 밝은 곳에 있으니

무턱대고 뛰어 들어간다면 그의 덧에 걸릴 것이요. "

 

수대는 그의 말이 맞다고 생각하고 울음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그럼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

화철간은 말했다.

"그는 눈속에서 몇 시간동안 힘을 소비하다가 결국 표면으로 나타날 것일세.

그때 우리 두사람이 연합하여서 공격하면 나쁜 놈의 심장을 도려내어

두분 형제의 영전에 바칠수 있을 것이네."

 

수대의 눈에는 눈물이 주르륵 흘러 내렸다.

 

'침착해야한다.

정신을 바짝 차려야한다.

이때 절대로 마음이 약해져서는 안된다.

적을 앞에 두고 있는데 쓸데없는 생각을 하거나 마음이 약해질수는 없다.'

 

그러나 두사람은 수십년간을 사귄 친구인데 오늘 죽어버렸으니

어찌 슬프지 않을수가 있겠는가?

또 어떻게 슬픔을 억제할수 있을 것인가 ?

두 사람은 혈도승이 조금전 솟아 오른 곳을 쳐다보면서 점점

수생과 적운이 숨어 있는 동굴 옆으로 접근했다.

수생은 곁눈으로 적운을 쳐다보고 아버지가 몇장정도 더 접근하면

리를 내어야 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야만 아버지가 늦지 않게 자신을 구할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적운은 그녀가 자신을 쳐다보자 그녀의 뜻을 눈치챘으나 짐짓 모른채 했다.

수생은 적운을 바라보니 눈만 바라보고 있어서 다시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그순간 적운은 재빨리 손을 뻗어 그녀의 목을 힘껏 졸랐다.

수생은 깜작 놀라서 외치려고 했으나 목소리가 터져 나오지 않았다.

적운의 팔뚝이 이미 자신의 목을 누르고 있어서 숨을 쉴수도 없었다.

적운은 그녀의 귀에 입을 갖다 대고 속삭였다.

 

"소리치지만 않으면 나는 너를 목졸라 죽이지 않겠다."

 

그는 이말을 한다음 손에 힘을 조금 풀어 그녀로 하여금 숨을 쉴수 있게 했다.

그러나 비쩍 마르고 무쇠같은 그의 팔뚝은 그녀의 목에서 떠나지를 않았다.

수생은 속으로 적운을 수십 수백번 저주를 하고 있었다.

눈쌓인 계곡에는 아무런 기이한 흔적이 없었다.

혈도승이 무슨 장난을 하는지 눈속에서는 아무런 기척도 없었다.

화철간과 수대는 혈도승이 숨도 쉬지 않고 눈속에서 오랫동안 숨어 있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눈속에 들어간 다음 곧바로 혈도로 큰 동굴을 하나 파서 손으로 다둑거려

견실하게 만들어 놓아서 공기를 저장할수 있는 곳을 만들은 것이다.

리고 매번 호흡이 답답해지면 재빨리 그 동굴에 머리를 넣어서 숨을 쉬었던 것이다.

육천서는 평생을 남쪽에서 살아 평생 눈을 본적도 몇번 없었는데

어찌 이런 요령을 알수 있었겠는가!

그의 내력이 비록 혈도승을 능가했으나 혈도승이 계속해서

공기를 마시는데 비할 수 없었던 것이다.

육천서는 숨이 막혀 더 이상 견딜 수 없자 몸을 날려 솟구치려 하다가

즉시 혈도승의 혈도에 연속 삼도를 하체에 맞고 죽었던 것이다.

수대와 화철간은 오랜 시간을 기다렸으나 혈도승이 나타나지 않자 더욱 의아해졌다.

수대는 말했다.

 

"이 중놈은 아마 상처를 입고 눈속에서 죽은 모양입니다."

 

화철간은 말했다.

 

"그럴지도 모르지. 육대형님이 그 악승에게 죽임을 당했을때

찌 그에게 일격을 가하지 않았겠는가 ?

하물며 악승은 이미 유현제와도 오랫동안 싸움을 했기 때문에

육대형님의 적수가 되지 못 했네."

 

수대는 말했다.

 

"그는 틀림없이 비겁한 방법으로 육대형님을 죽였을 것이요."

 

수대는 거기까지 말하더니 비분강개하여 더 이상 억제할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내가 계곡 아래로 내려가서 살펴 보겠읍니다."

 

화철간은 말했다.

 

"그러게, 하지만 조심해야되네. 내가 이곳에서 망을 보겠네."

 

수대는 손에 장검을 잡고 한숨을 쉰 다음 경곡을 전개해서

바위 위에서 미끄러져 내려갔다.

이 설곡은 사방이 극히 높은 봉우리로 둘러ㅆ여 있었고

수백년동안 햇빛이 비치지 않았기때문에 계곡 바닥은

비록 눈으로 쌓여 있었지만 벌써 눈과 얼음이 혼합되어서 마치 땅과 같았다.

위에서 아래로 뛰어 내리면 그 힘으로 눈더미를 뚫고 들어가지만

경곡을 전개하여 빠르게 걸어가면 눈속에 빠지지는 않았다.

화철간이 소리쳤다.

 

"정말 멋있는 경공이네! 수현제, 그 악독한 중놈을 조심하게."

 

그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푹석! 하는 소리와 함께 수대의 몸 바로 옆에서

한사람이 눈을 뚫고 나왔다.

 바로 혈도노조였다.

그의 두손에는 아무런 병기도 들려 있지 않았다.

혈도승은 외쳤다.

 

"사내대장부의 싸움은 항상 공평해야 한다.

 너의 손엔 검이 들려 있고 나는 빈손이니

너도 어서 검을 버리고 맨손으로 대결해 보자."

 

수대가 대답하기전에 화철간이 먼저 소리쳤다.

 

"네놈같은 악독한 중놈을 죽이는데 무슨 놈의 공평이 필요하겠느냐 ?"

 

수대는 이 악승이 가지고 있던 혈도를 틀림없이 육천서와 싸울때

잃어버렸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계곡에는 눈이 수십장이나 쌓여 있었기 때문에

그가 혈도를 찾지 못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도승의 손에 아무런 병기도 존재하지 않자

수대는 어느정도 마음이 놓였다.

수대는 혈도승이 다시 눈속으로 도망치지 못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외쳤다.

 

"이 악승아 내 딸을 어디에 있느냐 ?"

 

혈도승은 말했다.

 

"그 계집애가 숨겨져 있는 곳은 네 놈이 열흘이고 한달을 찾아도 못 찾을 것이다.

만일 나에게 도망갈 길을 열어준다면 내가 즉시알려주겠다. "

 

그러면서 발을 계속 음직여 뒤로 물러 섰다.

 

'잠시 이놈을 속이자. 먼저 딸이 어디 있는지 알아내야겠다. '

 

수대는 생각하며 말했다.

 

"이곳의 사방은 날개가 달렸어도 오로지 못할 높은 봉우리에 둘러 쌓여 있었다.

너를 놓아준다고 해서 네놈이 도망갈수는 없다."

 

혈도승은 말했다.

 

"이곳은 지세가 이상하기 짝이 없으나 나는 이 부근에서 수십년을 살았기때문에

손바닥 보듯이 알수 있다.

네놈이 만약 나를 죽인다면 이 계곡에서 나가지 못하고 눈을 뜨고

하늘을 바라보며 죽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모두 타협을 해서 함께 이 계곡을 빠져 나간후 우리의 은원을 청산하자."

 

화철간은 화가나서 말했다.

 

"네놈의 말은 믿을 수가 없다.

너는 빨리 무릎을 끓고 투항하거라.

어떻게 처리하든 그것은 우리의 마음이다.

네가 참견할 일이 아니다."

 

말을 하면서 그는 점점 가까이 다가갔다.

혈도승은 웃으면서 말했다.

 

"그렇다면 이 어르신께선 이만 물러가겠다."

 

그리고 발을 빨리 놀려 동북쪽을 향해 달려갔다.

 

"어디를 가느냐 ?"

 

수대는 검을 거머쥐더니 잽싸게 추격했다.

수대는 혈도승의 바로 뒤로 다가갔다.

갑자기 혈도승이 비명을 지르면서 앞으로 넘어졌다.

그리고는 눈에 상체를 박고 하체를 허우적거리는 것이 수대가 보니

틀림없이 내공이 고갈된 것으로 보였다.

동굴속에서 수생과 적운은 확실히 보고 있었다.

하나는 매우 기뻐했고 다른 하나는 당황하였다.

적운이 눈을 돌려보니 수생의 얼굴은 기쁨이 넘쳐 있었다.

그가 화가나서 자기도 모르게 팔뚝에 힘을 주니

수생의 숨통은 다시 막혀버리게 되었다.

혈도승이 쓰러지자 수대는 기회라 싶어 앞으로 몇발자국 달려 나갔고

화철간도 바위에서 내려가 그쪽으로 달려갔다.

수대는 검을 들어 혈도승의 엉덩이를 향해서 신속하게 내리쳤다.

이 일검은 단숨에 그를 죽이려는 것이 아니라

그가 도망칠수 없도록 상처를 입혀 수생이 어디에 있는 가를 알아 내고자 함이었다.

그가 장검을 앞으로 두 척정도 내밀고 좌측발을 앞으로 내밀었을때

수대는 갑자기 발밑이 허전해짐을 느꼈다.

그리고는 몸이 앞으로 쏠리면서 구덩이로 떨어지고 말았다.

이런 괴변은 너무나 갑자기 일어난 것이기에 세사람은 놀랄 시간도 없었다.

화철간, 적운, 수생, 세사람은 수대가 이기려고 할즘에 일순간에 사라진 것을 보았다.

이어서 길다랗고 고통에 찬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틀림없이 수대가 아래에서 어떤 이상한 일을 당한 것이 틀림없었다.

혈도승은 몸을 날려 일어 났는데 행동이 민첩하기 그지 없었다.

그가 조금전에 머리를 눈에 박고 허우적댔던 것은 수대를 유인하기 위한

수작이었음이 드러난 것이다.

그는 일어서서 두발에 힘을 주니 그 부근의 눈이 꺼지면서 눈밑으로 사라졌다.

이어서 재차 눈속에서 뛰쳐 나오더니 한사람을 잡아 집어 던졌다.

그 사람은 피가 낭자했는데 바로 수대였다.

그의 두다리는 무릎 아래가 잘라져 나가 있었다.

수대가 살았는지 죽었는지는 알수가 없었다.

수생은 아버지의 참혹한 광경을 보자 큰소리로 울려 외쳤다.

 

"아버지! 아버지!"

 

적운은 너무나 처참한 꼴을 보자 놀랜 나머지 팔뚝에 힘을 주는

것도 잊어 버리고 오히려 손을 풀려 그녀를 위로했다.

 

"수아가씨, 당신의 아버지는 아직도 죽지 않았소....

그는 아직도 움직이고 있소."

 

혈도승이 좌측손을 휘두르자 한줄기 암홍색의 빛이 번쩍이면서 혈도가 나타났다.

조금전 혈도승이 눈속에서 잠복한후 오랫동안 나오지 않은 것은 암암리에

한개의 구덩이를 파고 거기에 장치를 해두느라고 시간을 소비했기 때문이다.

그는 눈구덩이를 판후에 구덩이 밑에 혈도를 세워놓고 수대를 유인하여서

함정으로 빠지게 한 것이다.

수대도 역시 경험이 풍부했으나 눈밭에서의 싸움은 처음이라

그만 혈도승의 함정에 빠지고 만 것이다.

그가 파놓은 함정속에는 쇠도 끊는 혈도가 놓여 있었으므로

수대의 두다리가 가볍게 잘라져 버린 것이다.

혈도승은 혈도를 높이 쳐들고는 화철간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자 자신이 있으면 이리로 와서 노부와 삼백합만 겨루어보자."

 

화철간은 수대가 눈밭에서 너무 아픈 나머지 이리 구르고 저리 구르는 참혹한 광격을 보자

겁이 덜컥 나서 감히 맞붙으려 하지 않았다.

그는 단창을 치켜세우고 자기 몸을 지키며 한걸음 한걸음 뒤로 물러섰다.

창의 빨간 술이 계속해서 떨리고 있는 것으로 보아 무서움에 떨고 있는 것 같았다.

혈도승은 일갈하며 앞으로 두걸음을 다가왔다.

화철간은 급히 두 발자국 뒤로 물러섰다.

런데 손이 떨린 나머니 단창을 떨어 뜨리고 말았다.

그는 다시 단창을 급히 주어 들고는 뒤로 물러섰다.

혈도승은 계속해서 3명의 절정고수와 싸우느라고 기진맥진해 있는 상태였다.

만약 화철간과 다시 겨룬다면 일초식도 지탱해낼 자신이 없었다.

화철간의 무공은 원래 혈도승에 비해 손색이 없었는데 실수로 유승풍을 죽이고

육천서와 수대가 잇따라 비참한 꼴을 당하자 기가 크게 꺽이고 말았다.

혈도승은 그가 이렇게 무서움에 떨고 있는 것을 보자 의기양양해서 외쳤다.

 

"허허! 나에게는 칠십이종류의 수법이 있는데 오늘 그중 세개를 써서

이미 세명의 늙은이를 죽였다.

아직도 육십구개가 남아 있는데 이 모두를 너에게 실험해 보리라."

 

화철간은 평생을 강호에서 지내왔기 때문에 평소라면

이러한 허풍에 넘어갈리가 없었으나 지금은 혈도승이 악독한 방법

육십구개를 자신에게 펼친다고 하자 중얼거렸다.

 

"육십구개! 육십구개!"

 

그렇게 생각하니 두 손은 더욱 심하게 떨려 왔다.

혈도승은 이때 내공이 고갈되어서 혈도를 들고 있는 것 조차도

힘겨운 상태였다.

그러나 그런 상황이 조금이라도 드러난다면 즉시 화철간이 덤벼들것이었기 때문에

온힘을 다 내어 혈도를 빙빙 돌리는등 아직도 힘이 있음을 과시했다.

그는 화철간이 도망칠듯 하다가 다시 멈추어 서 있는 것을 보고는 속으로 생각했다.

 

'간이 콩알만한 놈아! 빨리 도망가라! 빨리 도망가란 말이다! '

 

그는 이때 이미 화철간이 도망갈 용기조차 없어진 것을 알지 못한 것이다.

수대는 두다리가 잘려나갔으나 아직 정신은 또렷하여서 이미 혈도승이

내공이 고갈되고 단지 허장성세를 부린다는 것을 간파하고 있었다.

그는 소리를 질렀다.

"화형, 저놈을 당장 공격하십시요. 악독한 중놈은 내공이 고갈되어서

당신이 그를 죽일려고 한다면 그것은 손바닥을 뒤집는 것보다 쉬울 것이요!"

 

혈도승은 내심 깜작 놀랐다.

 

'이 늙은이가 나의 헛점을 간파했구나. 일이 참 더럽게 되어 가는군.'

 

그는 정신을 차리고 앞으로 나가면서 말했다.

 

"맞다! 맞아. 나의 내공은 이미 소실되었다.

우리 저쪽 절벽에서 삼백합만 붙어 볼까?

가지 않는 놈은 겁쟁이이고 후레자식이다."

 

갑자기 그의 뒤의 동굴에서 수생의 울음소리가 들려 왔다.

 

"아버지, 아버지!"

 

혈도승은 순간 좋은 계책이 떠 올랐다.

 

'지금 만약 수대를 죽인다면 내가 약해졌음을 스스로 시인하는 것이 된다.

내가 이 계집애를 끌어다가 수대에게 항복을 하라고 권해야겠다.

이 화씨 성을 가진놈은 그렇게 되면 더욱 싸울 힘이 없어질 것이다.'

 

그는 화철간을 향해 교활하게 웃더니 말했다.

 

"가겠나 ? 가지 않겠나 ? 우리 한번 오백여합만 붙어 보자고."

 

화철간은 고개를 흔들며 다시 한걸음을 물러 섰다.

수대는 외쳤다.

 

"그와 싸우시오! 그를 찌르시요! 당신은 육형님과 유세째형의 원수를 잊었단 말입니까 ?"

 

혈도승은 껄껄 웃으면서 말했다.

 

"덤벼라! 나는 아직도 예순아홉가지 기술을 펼치지 않았는데 이제야말로 너에게

그 수법을 써야 겠다."

 

말을 하면서 그는 산동굴로 들어가서 수생의 머리채를 잡고는 질질 끌고 나왔다.

그는 그녀를 끌고 나올때 이미 숨을 헐떡거리는 것을 숨길수 없게 되었다.

그는 수생을 수대의 앞에 데려다 놓고는 외쳤다.

"네놈은 나의 내공이 소멸되었다고 했지.

 어디 소멸되었는지 안되었는지 보려므나!"

 

그는 말을 하면서 수생의 우측소매를 잡아 당기니 찍! 하는 소리가 나면서

소매가 찢어져 나갔다.

눈같이 하얀 팔뚝이 드러났다.

수생은 너무나 놀라 비명을 질렀지만 혈도를 찍혀 조금도 음직일 수가 없었다.

적운은 동굴에서 기어 나오다가 이런 장면을 보고는 소리쳤다.

 

"이 아가씨를... 아가씨를 죽이지 말아요!"

 

혈도노조는 웃으면서 말했다.

 

"하하하! 이놈아 걱정 마라. 사조는 절대로 그녀의 목숨을 건드리지는 않겠다."

 

그는 혈도를 높이 들어서 수대의 어깨의 살을 한웅큼 도려냈다.

그리고 물었다.

 

"자, 나의 진기가 소멸되었느냐? 안되었느냐 ?"

 

수대의 어깨에서는 피가 낭자하게 흘렀다.

그는 또 다시 수생의 죄측 소매를 찢어 버렸다.

그리고 수대를 향해서 말했다.

 

"나를 향해서 할아버지라고 세번 부르면 너의 딸을 희롱하지 않겠다."

 

수대는 그의 얼굴을 향해서 침을 뱉었다.

혈도승은 고개를 돌려 침을 피했다.

그러나 머리가 어지러워서 그는 비틀거렸다.

수대는 화철간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화형님! 빨리 손을 쓰십시요!"

 

화철간도 혈도승이 비틀거리는 것을 보았으나 감히 덤비지를 못했다.

 

'이놈은 잔꾀가 많으니 비틀거리는 것은 나를 유인하려는 수작일것이다.

이럴때 일수록 신중해야 한다.'

 

혈도승은 다시 수대의 좌측 어깨를 혈도로 내려 찍으며 말했다.

 

"빨리 나를 할아버지라고 불러라!"

 

수대는 너무나 아파 죽을 지경이었으나 크게 외쳤다.

 

"나는 죽을지언정 굴복하지는 않는다. 어서 나를 죽여라!"

 

혈도승은 말했다.

 

"나야말로 네 놈을 통쾌하게 죽도록 하지는 않겠다.

나는 네놈의 손목을 자르고 살을 한조각 한조각 벗겨서

나를 할아버지라고 부를때까지 고통을 주겠다."

 

수대는 욕을 했다.

 

"이 제미랄 놈이 개소리만을 나불거리는구나."

 

혈도승은 그말을 듣고는 외쳤다.

 

"좋아! 네놈의 딸이 당하는 꼴을 봐야 나를 할아버지라고 부르겠구나."

 

그는 말을 하자 수생의 치마를 잡아 찢어 버렸다.

하이얀 허벅지가 드러났다.

수대는 고통과 절망속에 곧 기절할 것 같았다.

 

'화형은 겁을 먹고 싸울 엄두조차 내지를 못하는구나.

이 악독한 중놈이 어떤 모욕을 준다 해도 나는 끝까지 버텨서 이 놈과 싸워야 한다.'

 

혈도승은 교활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이 화씨성을 가진 놈은 이제 곧 무릎을 끓고 살려 달라고 할 것이다.

나는 이자를 살려주어 앞으로 강호에 나가서 떠벌리게 할 작정이다.

네놈의 딸과 내가 어떻게 알몸으로 껴안고 한몸이 되었는가를 말이다.

화철간! 너는 항복하겠느냐 ?

암 그래야 착하지. 항복을 하면 나는 너를 살려 줄것이다.

나 혈도노조는 아직 항복한자를 죽인 적은 없다."

 

화철간은 이말을 듣자 투지를 더욱 상실했다.

그는 한마음 한뜻으로 이곳을 벗어나고 싶었다.

무릎을 끓고 살려달라고 하는 것을 치욕스러운 일이지만

칼에 살점을 한점 한점 도려냄을 당하는 것보다는 나을 것 같았다.

그는 있는 힘을 다해 싸운다면 전세가 금방 역전되어

적을 죽일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단지 눈앞의 이 혈도승이 가공스럽고 악랄하다는 생각 밖에는 없었다.

혈도승은 다시 말했다.

"마음을 놓아라! 네가 졌다고 항복만 한다면 나는 너의 생명을 살려주겠다.

절대로 네놈의 몸에 털끝 하나도 건드리지 않겠다."

 

이 몇마디의 달큼한 말을 들은 화철간은 크게 마음이 놓였다.

도승은 그의 얼굴에 기쁜빛이 역력하자 내심 이 기회를 놓칠 수 없다고 생각하고는

즉시 수생을 내려 놓더니 그의 앞으로 다가 가면서 말했다.

 

"대장부란 자고로 때를 잘 알아야 하는 것이다.

무릎을 끓을때도 있어야 비로소 크게 펼수 있는 것이야.

네가 투항을 하려면 먼저 그 단창을 나에게 던져라.

자자, 나는 절대로 너의 생명을 건드리지 않겠다.

나는 너를 내 친구로 여기겠다.

자자, 단창을 버려라! 단창을 버려!"

 

그 목소리는 심히 부드러웠다.

그의 몇 마디는 거역하기 힘든 마력이 있는 것 같았다.

화철간은 손에 힘을 풀더니 단창을 누바닥에 떨어 뜨렸다.

혈도승은 웃는 얼굴로 말했다.

 

"좋아, 좋아! 너는 참 똑똑한 사람이구나.

너의 그 단창은 멋지군! 어디 한번 보세나.

뒤로 세발자욱 물러서게.

그래 말을 잘 듣는 구먼.

나는 너를 죽이지 않을거야. 마음을 놓아라!

이제 세발자욱 더 뒤로 물러서거라."

 

화철간은 그의 말에 따라 뒤로 물러섰다.

혈도승은 천천히 고개를 숙여서 그 단창을 손에 집었다.

손이 단창에 와 닿았을때 기진맥진하여서 금세라도 쓰러질 것만 같았다.

그는 연신 두번이나 내공을 운행했으나 내공은 조금도 남아 있지 않았다.

그는 내심 깜작 놀랐다.

 

'조금전 연신 세명의 고수와 싸움을 했더니

정말 힘이 다 소모되었구나.

아마 열흘이나 보름동안 정양을 해야 원기를 회복하겠구나.'

 

비록 강철도 된 단단한 단창을 손에 넣었지만 여전히

그는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만약 화철간이 갑자기 손을 서서 공격해 온다면 도저히 막아 낼 자신이 없었다.

수대는 화철간이 단창을 버리고 투항하자 절망감을 맛보았다.

그래서 그는 체념한 표정으로 수생에게 말했다.

 

"얘야! 빨리 나를 죽여라!"

 

수생은 울면서 말했다.

 

"아버지, 나는... 나는 움직일수가 없어요."

 

수대는 적운을 향해 말했다.

 

"ㅈ은이, 좋을 일을 좀 해주게. 나를 좀 죽여주게나."

 

적운은 그의 뜻을 알고 있었다.

어찌 되었든 살 수 없으니 이제고통을 당하고 능욕을 당하느니보다

빨리 죽는 것이 나을 것이기 때문이다.

적운은 그의 뜻을 따르고 싶었으나 자기가 손을 쓰게 되면

적을 도와준 것이 되기 때문에 혈도승이 격로하여서

자신을 죽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자 머뭇거렸다.

수대는 다시 말했다.

 

"생아야. 네가 저 ㅈ은이에게 부탁 좀 해다오.

빨리 나를 죽여 달라고 말이다.

조금 더 지체하면 죽을래야 죽을 수도 없게 된다."

 

수생은 마음이 갈기갈기 찢어지는 것 같았다.

 

"아버지, 아버지는 죽으시면 안되요. 죽으시면 안되요."

 

수대는 화가 나서 말했다.

 

"나는 지금 사는 것이 죽는 것만 못하다. 너도 지금까지 보아 오지 않았느냐 ?"

 

수생은 깜작 놀라며 말했다.

 

"네, 네 아버지. 저도 아버지와 함께 죽겠어요."

 

수대는 다시 적운을 향해서 애원했다.

 

"대사님, 자비를 베푸셔셔 나를 빨리 죽여 주십시요.

내가 이렇게 악독한 중놈에게 살려달라고 애걸할 수도 없고

내 딸이 그에게 능욕을 당하는 것은 차마 눈뜨고 볼수가 없구려."

 

적운은 수대의 영웅적이 기개를 보고 심히 탄복했다.

이때 마음 속에서 점점 의협심이 서서히 고개를 쳐들고 있었다.

그래서 좋은 목소리로 말했다.

 

"좋읍니다. 내가 당신을 죽여드리겠읍니다.

노화상이 화를 내도 저는 두렵지 않읍니다."

 

수대는 마음이 놓였다.

그는 비록 깊은 상처를 입고 있었지만 심기는 흩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수대는 낮은 소리로 말했다.

 

 

"내가 큰 소리로 당신을 욕할테니 당신은 단번에 나를 죽여버리십시요.

그러면 저 늙은 화상은 당신을 의심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더니 적운의 대답을 듣지도 않고 큰 소리로 욕을 했다.

 

"이 음탕한 어린 중놈아! 네놈과 저 늙은 중놈은 지옥에 갈 것이다!

네놈이 만약 약간의 양심이라도 남아 있다면 빨리 혈도문을 벗어나야 한다.

이 작은 중놈아. 이 못된 후레자식 놈아. 너는 빨리 자기 잘못을 뉘우치고

앞으로는 좋은 사람이 되거라."

 

적운은 그의 욕지거리속에 권계의 뜻이 담겨 있는 것을 알고 마음속으로 감격했다.

그는 몽둥이를 공중에서 몇번 휘둘렀으나 좀처럼 내리칠수가 없었다.

수대는 마음이 더욱 초초해졌다.

곁눈으로 보니 화철간이 무릎을 휘청거리더니

눈 밭에 끓어 앉아서 혈도승에게 머리를 조아리고 있었다.

혈도승은 몸에 남아 있던 내력을 모아서 화철간의 등뒤에 있는 영대혈을 내리쳤다.

이 혈도를 찍느라 온몸의 힘을 다 소비했기 때문에 찍자마자

이상 힘이 남아 있지 않았다.

화철간은 혈도가 찍히자 나뒹굴렀다.

혈도승 역시 두 무ㄹ을 끓고 천천히 땅에 대더니 꺼구러 졌다.

수대는 화철간이 쓰러지자 마음속이 시큰해져 왔다.

자기가 죽으면 수생을 보호할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암암리에 탄식했다.

 

'가련한 내 딸아.'

 

그는 이어서 적운을 노려보면서 욕을 했다.

 

"이 개같은 놈아. 너는 어째서 나를 죽이지 않느냐?"

 

적운은 화철간이 쓰러진 것을 보고 내심 혈도승이 금방 달려 올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즉시 입술을 깨물고 있는 힘을 다하여서 막대기를 휘둘렀다.

수대의 머리통이 파괴되면서 일대 대협은 이렇게 처참하게 죽어갔다.

수생은 울면서 외쳤다.

 

"아버지, 아버지!"

그러더니 정신을 잃었다.

혈도승은 수대가 죽기직전에 욕을 해대자 적운이 화를 참지 못하고 그를 죽였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화철간을 제압한 이상 수대가 죽던 살던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생각했다.

형세가 이렇게 돌아가자 그는 득의양양하게 마음을 놓고 길게 웃었다.

그러나 자기의 웃는 목소리는 심히 이상했다.

단지 아아악, 소리만 날뿐 목이 쉬어서 웃음이 나오지 않았다.

두 무릎은 갈수록 힘이 빠져 휘청휘청 몇걸음 앞으로 나가더니

결국 눈바닥에 털썩 주저 앉고 말했다.

화철간은 이런 상황을 보게되자 크게 후회가 되었다.

 

'수대의 말이 맞았군. 이 악독한 중놈은 정말로 진기가 소멸되었구나.

진작 이럴줄 알았다면 단숨에 이놈을 요절내는 것인데.

가 어찌 이렇게 겁이 많아서 이런 꼴이 되었는가!'

 

자기는 수십년동안 중원의 대협으로 이름을 날렸는데 이 용서받지 못할 적에게

무릎을 끓고 살려달라고 애걸했으니,

수치심이 물밀듯이 밀어 닥쳤다.

이때 그는 혈도를 찍혔는데 그 혈도를 풀기 위해서는 반나절은 걸릴 것 같았다.

혈도승이 만약에 진기가 소멸되지 않았다면 자신을 죽이지 않겠지만

그의 진기가 소멸되었으니 그가 힘을 차리는 즉시 자신을 죽일 것이라는

것을 알았으나 어찌 힘을 써볼 도리가 없었다.

그때, 혈도승의 목소리가 들려 왔다.

 

"적운아. 이자를 빨리 죽여없애라.

이자는 간사하고 악독하기 그지 없어서 살려 둘수가 없다."

 

화철간은 외쳤다.

"당신은 나의 목숨을 살려준다고 하지 않았소,

당신은 절대로 항복하는 자는 죽이지 않는다고 해놓고

어찌 일구이언을 하는 것이요."

 

그는 항변해봤지만 아무 쓸모가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러나 큰 재난이 다가오자 살기 위해서 발버둥을 치는 것이었다.

혈도승이 껄껄 웃으면서 말했다.

 

"우리 혈도문의 고승들은 신의 라는 두 그글자를 마치 개똥과 같이 여기지.

네놈이 나를 향해 고개를 숙이고 살려달라고 한 것은 네놈 스스로가

나의 덫에 걸린 것이야. 하하하!

적운아, 이자를 단칼에 처치해 버려라.

이놈을 죽이지 않고 살려둔다면 위험하기 짝이 없다."

그는 화철간에 대해 단단히 걱정을 하고 있었다.

조금전 혈도를 찌를때 그의 내공은 평소의 일할도 되지 않아서

화철간의 무공이 높기 때문에 금세 그 혈도를 풀수 있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된다면 혈도승은 그에게 사로잡힌 고기 신세가 되는 것이다.

적운은 혈도승의 내력이 이미 소실되었음을 모르고 달리 생각했다.

 

'내가 조금전에 수대협을 죽인 것은 그를 고통에서 벗어나게 하기 위함이였다.

이 화대협은 멀정한데 내 어찌 그를 죽일수 있겠는가.'

그는 즉시 말했다.

 

"그는 이미 사조님께 제압당했는데 굳이 죽일 필요가 있겠어요?"

 

화철간은 급히 말했다.

 

"그렇소. 그렇소! 이 대사님의 말씀이 옳소.

나는 이미 당신에게 제압을 당했고 조금도 반항할 마음이 없소.

꼭 나를 죽여야할 필요가 있겠소 ?"

 

수생은 기절한 상태에서 점점 정신이 들었다.

그녀는 울면서 외쳤다.

 

"아버지! 아버지!"

그녀는 화철간이 염치없고 비굴한 것을 알고 그에게 욕을 퍼붓기시작했다.

 

"흥, 화백부, 당신은 무림에게 이름이 쩌렁쩌렁한 인물인데

어째서 이렇듯 자기의 체면을 지키지 않나요?

눈앞에 나의 아버지가 처참한 꼴로... 아버지가.... 아버지가..."

 

여기까지 말하자 설움이 복받혀 말을 잊지 못했다.

화철간은 말했다.

 

"이 두분의 대사님들의 무공이 출중하여서 우리들로서는 이길 수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순종하고 그들의 명령을 받을어야 하는 것이다."

 

수생은 다시 욕을 했다.

 

"ㅌ! 이 더러운 놈! 끝까지 명예를 지키지 못하는 놈아!"

 

혈도승은 시간이 지나면 그만큼 위험이 뒤따를 것이라고 생각했다.

지금 자기는 약간의 힘도 쓸수가 없었다.

몸을 지탱하여 걸음을 옮기려 해도 움직일 수가 없었다.

 

"얘야! 착하지? 이 사조의 말을 듣거라.

빨리 이자를 죽여러버려라."

 

수생은 고개를 돌려보니 아버지의 머리가 피로 물들어 있었으며

그 모습은 매우 처참했다.

자기 아버지가 평시 자기를 몹시 사랑하였는데 비참하게 죽은 걸 보자

미칠 것만 같았다.

그러나 이때 너무 애통한 나머지 적운이 아버지를 죽인 원수로 보였다.

마음속으로 분개하여 그녀는 참을 수가 없었다.

슬픔이 억제되지 못하자 갑자기 단전에서 한줄기 강렬한 내공이 솟구쳐 올라왔다.

내공을 끌어 올려서 혈도를 푼다는 것은 대단히 난해한 무공이라서 무림에서

그 정도의 실력을 가진 사람은 몇 되지 않았다.

철간도 단지 초보적인 기술을 가지고 있었을 뿐인데

수생은 어림도 없었다.

그러나 사람은 재난에 직면하게 되면 체태에 잠재해 있던

힘이 폭팔을 일으키는 경우가 있는데 수생이 지금 그런 경우였다.

단전에서 솟구쳐온 기가 막힌 혈도에 강렬한 충격을 주자 혈도는 금세 풀려 버리고 말았다.

그는 몸을 음직일 수 있게 되자 즉시 하나의 나뭇가지를 주워 들고는

적운을 향해 내리쳤다.

적운은 이리 피하고 저리 피하며 중요한 급소는 막을수가 있었으나 다른 부분은

수생의 나무에 맞아서 퉁퉁 부어 올랐다.

는 손을 내밀어 막대기를 막으면서 외쳤다.

"너는 나를 왜 때리느냐?

너의 아버지가 나보고 죽여달라고 한 것이다."

 

수생은 흠칫 하더니 힘이 빠졌는지 땅바닥에 털싹 쓰러져 목놓아 울었다.

혈도승은 적운의 말을 듣고는 아까의 상황을 다시 생각해보니

적운이 수대를 도운 것을 알게 되어서 몹시 화가 났으나 몸을 음직일수가 없었다.

그는 즉시 내색도 하지 않고 적운에게 말했다.

 

"얘야! 착하지? 이 계집이 더 이상 행패 부리지 못하게 잘 감시 하고 있었라.

계집은 너의 것이니 이 사조도 건드리지 않겠다. "

 

화철간도 낌새를 알아차리고는 외쳤다.

 

"수질녀, 이리 오너라. 내가 할 말이 있다!"

 

그는 지금 혈도승은 기운이 빠져 아무 힘도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는 네사람 중에서 혈도승은 진기가 소멸되어 움직이지 못하고 자신도

혈도를 찍혀서 몸이 마비되었으며 적운은 다리가 부러져 있었으니

수생이 가장 강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이 기회를 틈타서 두 명의 중을 없애려고 하는 것이다.

그런데 수생은 그의 비굴함과 연약함을 보고 혐오감이 뼈에 사무쳐 있었다.

 

'만약 당신이 창을 버리고 투항하지만 않았다면

나의 아버지는 절대 목숨을 잃지 않았을 것이다.'

 

그녀는 화철간의 부르는 소리를 듣고도 들은 체를 하지 않았다.

화철간은 다시 말했다.

 

"수질녀, 네가 만약 이 곤경에서 빠져나가려고 한다면 지금이 바로 좋은 기회이다.

이리 와라. 내가 할 말이 있다."

 

혈도승은 화가나서 말했다.

 

"너는 왜 그리 시끄럽게 떠드느냐?

더 이상 주둥이를 놀린다면 나는 너를 죽여버리겠다."

 

수생은 화가나서 말했다.

 

"할말이 있으면 하세요. 왜 오라가라 하지요 ?"

 

화철간은 내심 생각했다.

 

"저 늙은 중놈은 지금 내공을 운행시켜 내력을 회복하고 있는 중일 것이다.

그가 만약 약간의 힘이라도 찾는다면 나는 그의 단칼에 죽어 버릴 것이다.

시간이 너무 급하다. 내가 빨리 말을 할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생각을 하니 그는 다급한 어조로 말했다.

 

"수질녀, 너는 저 늙은 노화상을 보아라.

진기가 소멸되어서 서지도 못하다 땅바닥에 엎드려서 음직이지도 못하지 않느냐?"

그는 혈도승이 지금 힘이 없지만 감히 그의 노여움을 사고 싶지 않아서

노화상이라고 정중하게 불렀다.

수생은 혈도승을 바라보니 땅바닥에 쓰러진 채 낭패하기 짝이 없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아버지를 죽인 원수라는 생각이 들자 화철간의 말이 진짜인지 거짓인지

알아보지도 않고 즉시 나무가지로 혈도승을 향해서 내리쳤다.

혈도승은 화철간이 계속해서 수생을 오라고 불러대는 소리를 듣

이미 그의 마음을 추측하고 마음이 초초해졌다.

그는 또 다시 내공을 모으려 했으나 단전은 텅비고 몸은

조금전보다 더욱 허약해져 있었다.

수생의 손에 들려있던 나무막대기는 이미 혈도승을 향해 쳐 내려왔다.

수생이 사용하는 병기는 장검이었으므로 본래 막대기를 사용할 줄을 몰랐다.

더우기 아버지의 원수를 갚겠다는 마음이 급해 아무런 규칙도 없이

막대기를 휘두르느라고 그만 겨드랑이 밑에 커다란 빈틈을 노출하고 말았다.

혈도승은 몸을 약간 피하고 손에 들고 있던 화철간의 단창을 내밀려고 하였다.

러나 내밀 힘이 없었다.

그는 하는 수 없이 억지로 창끝을 수생의 겨드랑 밑의 대포혈을 겨냥하고만 있었다.

수생은 너무나 비분한 나머지 그의 행동을 주의하지도 못하고 다가가

막대로 혈도승의 얼굴을 내리치려 했으나 겨드랑 밑이 뜨금하면서

다시 사지의 힘이 빠져 자빠지고 말았다.

그러나 막대기는 계속해서 떨어져서 혈도승의 얼굴을 때려 얼굴 얼굴가죽이 벗겨졌다.

혈도승은 막대기를 맞자 기절할 지경이었으나 수생이 넘어져서 꼼작도 못하는 것을 보고는

의기양양해져서 껄껄 웃으면서 말했다.

 

"이 날도둑놈 같은 화씨놈아! 네놈이 나의 힘이 쇠진되었다고 말했지 ?

그런데 내가 어떻게 이 계집의 혈도를 찍을 수 있었겠느냐 ?"

그가 창끝으로 수생의 혈도를 찌른 수법을 화철간은 자세히 보지 못해서

수생이 스스로 창끝에 혈도를 갖다 댄것은 모르고 혈도승의 내력이 아직 남아 있다고 생각했다.

화철간은 급히 말했다.

 

"노선배의 신공은 대단하십니다.

저와 같은 범부는 우물안의 개구리입니다.

저는 생각지도 못했읍니다.

노선배님의 이런 깊은 신공은 이 세상에도 둘도 없으며 정말 앞으로도 없을 것입니다."

 

그는 침이 마르도록 혈도승을 칭찬하였다.

그러나 말소리는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혈도승은 비록 잠시 화를 당하는 것을 면했지만 수생이 혈도를 찍힌 것은

자기의 손가락 힘에 의한 것이 아니어서 경력이 깊은 곳에 침투해 들어가지 못했으므로

얼마 안있으면 그녀의 혈도가 풀어지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런 행운은 앞으로는 더 이상 있을 수가 없었다.

그녀가 만약에 칼을 집어 자기를 죽이려고 덤빈다면

이번에 다시 창끝으로 그녀의 혈도를 찍는다고 해도 자기의 머리는

얼굴 가죽이 벗겨지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몸과 떨어질 것이다.

반드시 짧은 시간에 빨리 내공을 회복하여서 그녀의 혈도가 풀어지기전에 죽여야만 했다.

그러내 내공이란 억지로 끌어올릴려고 하면 몸만 해칠 뿐이었다.

래서 혈도승은 눈밭에 누워서 천천히 내공을 운행하기 시작했다.

이대는 그는 다리를 꼬고 앉고 싶었으나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눈을 감을수도 없었다.

세사람이 자신에 불리한 어떤행동을 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적운은 머리, 어깨, 팔, 발, 모든것이 너무나 아파서 견딜수가 없었다.

그러니 입을 꽉 다물고 신음소리를 내지 않고 있었다.

그는 어찌 해야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수생이 누워 있는 곳은 혈도승과 얼마 떨어져 있지 않았으므로

처음에는 매우 당황하고 다급했다.

혈도승은 곧 이어 자기에게 손을 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한참이 지난 후에도 그가 음직이지 않는 것을 보자

수생은 약간 마음을 놓을 수가 있었다.

 수생은 비통하기 짝이 없었다.

체력이 지탱할 수 없자 결국은 정신을 잃었다.

혈도승은 내심 기뻐했다.

 

'잠을 자거라. 잠을 자. 몇시간동안 잠을 잔다면 나는 더욱 좋다.

그렇다면 만사가 해결되는 것이야.'

 

 

이런 한순간 한순간을 화철간은 모두 간파하고 있었다.

적운이 마음이 약해서인지 자기를 죽일 마음이 없다고 생각하고

자신의 생사는 오로지 수생이 혈도승보다 먼저 행동하여서

혈도승을 죽이는 길 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수생이 점차 정신을 잃어가자 화철간은 급히 외쳤다.

 

"수질녀! 수질녀! 절대로 잠을 자서는 안된다.

이 두 놈의 중놈들이 너를 해칠려고 한다."

 

 

그러나 수생은 혼미한 상태에서 신음소리만 두번을 냈다.

화철간은 크게 외쳤다.

 

"큰일났다! 큰일 났다! 빨리 정신을 차려라!

악승이 너를 해칠려고 한다."

 

혈도승은 대노하여서 생각했다.

 

'이렇게 외쳐 이 계집애를 깨운다면 위험하기 짝이 없다. '

 

그래서 적운을 향해 말했다.

 

"얘야, 저 늙은이를 죽여 버려라!"

 

적운이 말했다.

 

"이 사람은 이미 항복했는데 죽일 필요까지 있겠읍니까 ?"

 

혈도승은 말했다.

 

"그가 어디 항복을 하였느냐 ? 너도 들어봐라.

그가 떠드는 소리를, 우리를 죽일려고 하지 않느냐 ?"

 

화철간은 말했다.

 

"ㅈ은이, 당신의 사조는 흉악하기 그지 없소,

그러니 그가 지금 진기가 모두 소멸되어서 행동할수 없으니

비로서 당신보고 나를 죽이라고 하는 것이오.

 좀 있다가 그의 내공이 회복된다면

당신이 사부의 명을 듣지 않았다고 당신을 죽일것이요.

그러니 먼저 손을 써서 그를 죽이는 것이 상책이오."

적운은 말했다.

 

"그는 나의 사조가 아닙니다.

단지 나를 구해준 은혜가 있고 내가 은덕을 입은 것 뿐이오.

그런데 어찌 그를 죽일 수가 있겠읍니까 ?"

 

화철간은 말했다.

 

"그가 당신의 사조가 아니라고요?

그렇다면 당신은 빨리 손을 쓰십시요.

한시라도 지체할 수가 없읍니다.

혈도문의 중들은 잔인하고 흉악하기 그지 없고 절대로 용서해주는 법이 없읍니다.

 당신은 살고 싶은 마음이 없읍니까 ?"

 

적운은 매우 초초했다.

그의 말투가 맞다는 것은 알고 있었으나

혈도승을 죽인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이 없었다.

그는 화철간의 계속되는 권고를 듣자 초초해지기 시작했다.

 

"더 이상 계속 떠드는다면 나는 당신을 먼저 죽이겠소."

화철간은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간다는 생각이 들어서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단시 수생이 혈도승보다 빨리 깨어나기를 바라는 수 밖에 없었다.

잠시후 그는 다시 크게 외쳤다.

 

"수생아! 수생아! 너의 아버지가 살아 돌아 오셨다.

너의 아버자기 오셨어!"

 

수생은 꿈속에서 희미하게 너의 아버지가 살아서 올라 왔다는 외침소리를 듣자

마음이 기뻐 금방 정신이 들었다.

그리고 크게 외쳤다.

 

"아버지! 아버지!"

 

화철간은 말했다.

 

"얘야, 너는 그에게 어떤 혈도를 찍혔느냐 ?

이 악승은 이미 아무런 힘이 없다.

설령 혈도를 찍혔다고 해도 아무런 상관이 없다.

내가 너에게 호흡하여 혈도를 푸는 방법을 알려 주겠다."

 

수생은 말했다.

 

"나의 좌측 겨드랑이의 근골이 마비되어 음직일수가 없읍니다."

 

화철간이 말했다.

 

"그것은 대포혈이다.

풀기는 매우 쉽지.

너는 숨을 한번 크게 쉬고 의도적으로 단전을 막고 있다가

천천히 내공을 몰아 너의 좌측 겨들랑 밑에 있는 대포혈을 뚫어라.

뚫은 다음에 너는 아버지의 복수를 할 수가 있다."

 

수생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그렇게 하겠읍니다. "

 

그녀는 비록 화철간에 대해 화가 나 있었으나

그는 자기의 편이지 적이 아니었다.

그의 가르침은 자기에게 매우 유리했다.

수생은 재빨리 숨을 크게 한번 쉬고 단전에 있는 내공을 의도적으로 한번 막았다.

혈도승은 눈을 떠 그녀의 동태를 주시했다.

그녀는 화철간의 말을 듣고난 다음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혈도승은 내심 아뿔사! 하고 외쳤다.

 

'이 계집애가 이미 고개를 끄덕였으니

혈도에 충격을 주어 아마 향 하나가 타는 시간이면 행동할 수 있겠구나.'

 

그는 즉시 눈은 코끝을 보고 코끝을 단전을 향하는 식으로 수생이 혈도를 풀 수 있을지

없을 지를 상관하지 않고 뱃속의 한줄기 진기를 천천히 끌어 모으고 있었다.

이때 수생의 봉쇄된 혈도는 내공의 흐름에 따라 자연히 천천히 풀어졌다.

그녀가 진기를 가지고 충격을 주지도 않았는데 얼마 있지 않아

그녀의 허리가 음직이기 시작했다.

화철간은 말했다.

 

"수생아, 됐다!

너는 그런 방법으로 계속해서 혈도를 풀어라.

그러면 일어설 수가 있을 것이다."

 

수생은 다시 머리를 끄덕였다.

손과 발이 마비되었던 손과 발이 점점 없어지는 것 같았다.

그녀는 한숨을 크게 쉬더니 천천히 몸을 지탱하여 똑바로 앉았다.

화철간은 외쳤다.

 

"잘한다! 조카, 너는 일거일동에서 모두 나의 말을 들어라!

대로 차례가 틀려서는 안된다.

너의 하나하나의 행동은 매우 긴요하고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복수를 할 수 없을 것이다.

번째로 땅바닥에 있는 혈도를 주워 들어라."

 

수생은 천천히 바닥에 손을 집어 혈도를 주어 들었다.

적운은 그녀의 행동을 보고 그녀가 다음 차례로 혈도를 휘둘러

혈도승의 머리를 찌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혈도승은 두눈을 꼭 감고 눈 앞의 위험한 상황을 마음에 두고 있는 것 같지 않았다.

도승은 이때 손과 발에 점차 힘이 생기는 것을 느낄수 있었다.

앞으로 반시진 정도만 더 있으면 강적을 당해내지 못하지만

자기 마음대로 행동은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수생이 먼저 혈도를 집어 들어 위험이 닥치자

즉시 전신의 모든 내공을 우측팔에 집중 시켜 놓았다.

화철간의 외침소리가 들렸다.

 

"둘째로는 먼저 저 어린 중놈을 죽여버려라. 빨리, 빨리 저 어린 중놈을 죽여라!"

이런 외침은 적운, 수생, 혈도승에게 모두 의외였다.

화철간은 외쳤다.

"늙은 중은 아직도 음직일 수 없으니 먼저 저 어린 중놈을 죽이는 것이 급선무다.

만약 늙은 중이 먼저 죽는다면 저놈은 너와 목숨을 걸고 싸울 것이다."

수생은 그의 말이 맞다고 생각하고 혈도를 들고 적운의 앞으로 갔다.

그러나 마음속에는 주저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는 나의 아버지를 도와 아버지가 저 늙고 악독한 중놈에게 모욕당하지 않도록 해 주었다.

내가 그를 죽여야 하나? 살려주어야 하나 ?'

이렇게 머뭇거리다가 그녀는 결심했다.

 

"물론 죽여야지!"

 

그러더니 혈도를 적운의 목을 향해 내리쳤다.

적운은 급히 몸을 굴려 뒤로 피했다.

수생은 두번째 칼을 또 다시 내리쳤다.

적운은 또 한번 몸을 굴려 피했다.

그녀가 세번째 칼을 내리치려 할때 갑자기 손목이 죄여 오더니

혈도를 다른 사람이 낚아 채어갔다.

그녀의 병기를 빼앗은 자는 바로혈도승이었다.

그는 힘이 한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헛손질을 할수가 없어서

단번에 그의 칼을 빼앗아야만 했다.

혈도승은 혈도를 성공적으로 빼앗자

더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그녀의 목을 향해 내리쳤다.

수생은 너무 갑작스러운 일이라 피할시간도 없었다.

적운은 외쳤다.

 

"더 이상 사람을 해치지 말아요."

그러더니 앞으로 달려가 아까 수생의 공격을 막고자

들었던 나뭇가지로 혈도승의 팔목을 후려쳤다.

평소의 혈도승이라면 어찌 이 일격이 성공할수 있었겠는가만,

혈도승의 지금은 몸이 너무나 허약해서 그 나뭇가지를 맞고는 손이 벌어지면서

혈도를 떨어 뜨렸다.

두 사람은 동시에 허리를 굽혀서 혈도를 주우려 했다.

운의 손이 아래에 있었기에 적운이 먼저 혈도에 손이 닿았다.

도승은 그러자 재빨리 적운의 목을 잡아 죄기 시작했다.

적운은 숨을 쉴 수가 없자 혈도를 놓고는 용을 써서 혈도승의

손에서 빠져 나오려 했으나 혈도승도 마지막 힘을 짜내어서

적운의 목을 조이고 있었다.

혈도승은 이미 적운이 자신을 죽이려는 흑심을 품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혈도문의 규칙대로 적운을 먼저 죽이려고 생각했다.

화철간은 한 두시간은 음직일수가 없었고 수생은 여자이므로 쉽게 대응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오로지 적운을 죽이기 위해서 온몸에 남아 있는 힘을 써서 적운의 목을 졸랐다.

적운은 숨을 쉴 수가 없자 얼굴이 새파랗게 되었으며

두 손의 맥이 풀려갔다.

그러더니 천천히 고개가 떨구어져 갔다.

그는 속으로 부르짖었다.

 

"나는 죽는구나! 나는 죽는구나!"

 

수생은 처음에 두 사람이 눈앞에서 싸우는 것을 보았다.

적운이 자신을 구하기 위해서 일어난 사태라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이 두명의 악승이 서로가 서로를 죽이는 것이 제일좋은 일이라고

적운은 생각했다.

그러나 조금후에 보자

적운의 고개가 떨어지고 반격할 생각도 못하는 것을 보자

자기도 모르게 깜작 놀랐다.

 

'이 늙은 중이 저 작은 중을 죽인 다음 바로 나를 죽일 것이다.

그렇게 되면 어찌하면 좋을까 ?'

 

이때 화철간이 외쳤다.

 

"수생아, 이것은 절호의 기회이다. 빨리 혈도를 집어 들어라!"

 

수생은 그의 말대로 혈도를 집어 들었다.

화철간이 또 외쳤다.

 

"어서가거 저 두놈의 중놈을 죽여버려라!"

수생은 혈도를 거머쥐고 앞으로 몇바자욱 다가가

그 혈도승을 죽이려고 마음 먹었다.

그러나 혈도승과 적운의 몸은 한데 어울려 있었다.

이 혈도는 예리하기 그지 없는데 단칼에 틀림없이 두 사람을 한꺼번에 죽여 버릴 것이다.

이 어린 중이 비록 사악했지만 조금전 자신을 구해준 은인이 은혜를

원수로 갚을 수는 없었다.

그녀는 틈이 벌어지면 즉시 혈도승을 죽이기로 했다.

주춤거리고 있을대 화철간이 다시 외쳤다.

 

"빨리 내리쳐라.

조금만 지체한다면 절호의 기회를 놓칠것이다.

나는 나의 아버지의 복수를 해야 한다.

그것은 지금 이순간에 달려 있는 것이다."

 

수생은 말했다.

 

"두명의 중이 함께 붙어 있어서 떼어 놓을 수가 없읍니다."

 

화철간은 화가 나서 말했다.

 

"너는 정말 멍청하구나!

나는 두사람을 한꺼번 죽이라고 말하지 않았느냐 ?"

 

그는 무림중에 이름이 난 영웅이였고 강서 응조철장문의 장문으로 평소에는

턱으로 모든 것을 명령하고는 했다.

그는 지금 자기가 음직일 수 없다는 것을 잊어 먹고 있었던 것이다.

수생은 마음속으로 그를 매우 멸시하고 있었는데 그가 그렇게 나오자

더욱 화가나자 오히려 뒤로 물러나면서 말했다.

"흥! 당신은 영웅호걸이구만요!

그런데 조금전 어째서 이 악승과 한번 겨루어보지도 않고 항복했지요?

당신이 죽일수 있다면 해 보시지요!"

화철간은 그말을 듣자 상황이 엉뚱하게 나간다는 것을 느끼고는

억지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얘야, 조카야, 이 아저씨가 너무 말을 함부로 했구나.

 절대로 화를 내지 말아라!

네가 가서 저 중놈을 죽이고 아버지의 원수를 갚는다면 이 일이 멀리 퍼져나가서

그 누구나 수여협의 효성과 의로움에 찬사를 보낼 것이다."

 

그가 추켜세울수록 수생은 화가 났다.

화철간을 ㅎ어 보더니 다시 앞으로 나아가서 혈도승의 머리를 겨낭하고

다시 두번의 칼질을 하려고 했다.

혈도승은 적운의 반항이 약해지자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수생의 음직임을 보고 있었는데 그녀가 다시 등뒤로 다가오자

침착한 목소리로 말을 했다.

 

"너는 조심해서 내 등에 칼을 꽂아라.

잘못해서 이 소화상이 상처를 입지 않게 조심해라."

수생은 깜작 놀랐다.

그녀는 혈도승에 극도의 공포감을 느끼고 있었는데

그가 자기보고 등뒤를 찌르라고 하자

내심 무슨 흉계가 있으리라고 생각하고는 칼을 내리칠수가 없었다.

적운은 혈도노조에게 목을 잡힌후에 폐속에 모아져 있던 탁기를

내뿜을수가 없자 탁기는 몸안에서 좌충우돌했다.

일반사람이라면 끝내는 질식해서 죽을 것이지만 그는 기절하지도 않았고

전신에 말할 수 없는고통만 느끼고 있었다.

그는 내심 외쳤다.

 

"나는 죽는구나! 나는 죽는구나!"

 

갑자기 그의 가슴에 바늘로 찌르는 듯한 통증을 느끼면서

몸속에 있던 가운이 갈수록 팽창하고 시간이 흐를수록 더 뜨거워짐을 느꼈다.

마치 솥속에 증기가 가득 차 빠져나갈 수멍이 없자 금방이라도 폭발하려는 것과 같았다.

그는 갑자기 전음후음(前陰後陰) 사이의 회음혈(會陰穴)에 마치 뜨거운 공기가 놓이면서

작은 구멍이 하나 생기는 것 같음을 느꼈다.

삽시간에 열기가 회음혈을 통하여서 척주끝에 있는 장강혈(長强穴)로 뻗치는 느낌이 들었다.

사람 몸의 회음, 장강 두혈은 불과 수촌의 거리였지만 회음은 임맥(任脈)에 속하고 장강은

독맥(督脈)에 속하므로 두 맥의 내공은 절대로 혼합될수가 없었다.

자기의 몸속에 있던 내공과 몸 밖의 내보낼수 없었던 한줄기 거대한 탁기가 혼합되면서

위급한 상황하에서 스스로 강력한 힘을 발휘하여서 충격을 가하고 맹공을 하여

그의 임맥과 독맥의 어려운 난관을 관통시켜 주었던 것이다.

이 내공이 장강혈을 통해 들어오게 되자 삽시간에 요유(腰兪), 양관(陽關), 명문(命門) 같은

여러 개의 혈에서부터 계속해서 척추를 따라 올라가 등의 임맥과 독맥의 중요혈을 지나

척중(脊中), 중극(中극), 근축(筋縮), 지양(至陽), 영대(靈坮), 대추(大椎), 아문(아門), 풍부(風府),

뇌후(腦后), 강간(强間), 후정(後頂)을 지나서 정수리의 백회혈(百會穴)에 이르렀다.

 

적운은 감옥에 있을때 신조경의 기초를 익혀서 그 심법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 신조경은 매우 난해한 무공이라서 정전이 지도하고 적운이 평생동안

노력한다해도 연마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그러나 지금 생과사의 갈림길에서 임매과 독맥이 뚫리면서 신조경이 연성된 것이다.

임맥과 독맥이 뚫렸던 이유는 첫째로 그의 목에 막혀 나가지 못했던 기가 나갈길을

찾지 않으면 안되었고, 두번째로 그가 혈도경을 연마한적이 있었는데 그것은 신조경의

내공 운행법과 달랐지만 돌파력을 보조하는데 큰 힘이 되었다.

척주를 타고 머리까지 올라온 내공이 백회혈에 다다르자

얼굴에 차가운 감각이 들었다.

이 차가운 기는 이마에서 코로, 코에서 입술로, 그리고 입술 아래의 승장혈(承장穴)에 도달했다.

이 승장혈은 임맥에 속하므로 독맥에서 임맥으로 자연스레 돌아가는 교착점이었다.

임맥의 여러혈은 모두 몸의 앞에 있었으므로 이 차가운 내공은 계속해서 염천(廉泉),

천돌(天突)에서 천기(천璣), 화개(華蓋), 자궁(紫宮), 옥당(玉堂), 천중(天中), 중정(中

廷), 구미(鳩尾), 거궐(巨闕), 상원, 중원, 하원(下阮)을 거쳐서

수분(水分), 신궐(神闕), 기해(氣海), 석문(石門), 관원(關元),

중극(中極), 곡골(曲骨)의 여러 혈을 거쳐서 다시 회음혈로 돌아 왔다.

그렇듯 내공이 몸을 한바퀴 돌자 답답하던 기운이 가시고 몸이 편안하기 그지 없어졌다.

내식이 처음 통했을때는 고통스러웠으나 임맥과 독맥이 통하자 한번 뚫렸던 길이라

두번 세번째는 아주 빠른 속도로 운행이 되고 순식간에 열여덟번이나 돌렸다.

신조경은 최고의 기공이었다.

그것을 옥중에서부터 연마하기 시작한 이후로 이렇듯 내식이 통하게 되자

그의 경력은 급격히 증가하여서 머리카락도 힘에 서버릴 지경이 되었다.

혈도승은 그의 열손가락 안에 잡혀있는 사람의 몸속에 이렇듯 큰 변화가 일어날 줄은

생각지도 못하고 수생의 음직임에만 신경을 쓰고 있었다.

적운의 체내에서 경력이 급격히 증가하자

그 자신도 겁이 나고 있었다.

그는 좌측발을 몇번 걷거 찼는데 한발이 그만 혈도승의

아랫배에 적중하고 말았다.

이 걷어찬 힘은 무서워서 혈도승의 내공이 소진되지 않았다고 해도 견딜수가 없었을텐데

하물며 지금 그의 내공은 거의 소멸되어 있지 않은가!

혈도승의 몸이 마치 구름처럼 하늘을 날아서 공중에서 한바퀴 돌더니

눈더미에 머리를 박고 떨어졌다.

수생과 화철간은 놀람의 비명을 질렀다.

혈도승은 머리부터 허벅지까지 눈속에 묻혀 버리고 발만 눈위로 나와 있었다.

 

 

 

8. 깃털로 만든 옷 (羽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