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지/연성결(連城訣)

6. 혈도노조(血刀老祖)

오늘의 쉼터 2014. 6. 19. 23:24

6. 혈도노조(血刀老祖)

 

적운은 사방에 점점 구경꾼이 많아지는 것을 보고 몸을 피하기가

더욱 어려워 졌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칼을 들어올리며 크게 외쳤다.

"빨리 없어져!"

그리고는 왼쪽 겨드랑이에 그 작은 막대기를 받치고 동쪽을 향해 뛰어갔다.

옆에 둘러싸고 있던 구경꾼들이 소리를 치며 사방으로 흩어졌다.

그 네명의 포졸이 외쳤다.

 

"꽃을 따는 악독한 중놈아! 어디로 도망 가려고 하느냐? "

 

그러면서 기를 쓰고 ㅉ아 왔다.

적운은 짧은 칼을 비스듬히 잡고 손목을 휘둘러서 한 포졸의 팔에 상처를 냈다.

그 포졸은 크게 외쳤다.

 

"저 살인법을 잡아라! 잡아라!"

 

수생은 말을 재촉하여 적운을 향해 덮쳐갔다.

왕소풍은 말이 앞으로 달리도록 하여 채찍을 내리쳐서 적운의 칼을 말아서 잡아챘다.

적운의 손에는 힘이 빠져 단도가 그의 손에서 날아가버렸다.

왕소풍은 왼쪽손을 내밀어 그의 목덜미를 잡아 그의 몸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말했다.

 

"이 나쁜 중놈아! 내가 양호에서 나쁜 짓을 많이 했으니 살려 둘수 없다."

오른손으로 칼을 잡아 누르니 청색의 빛이 감도는 장도가 나와 적운의 목을 치려 했다.

옆에 있는 구경꾼들이 크게 외쳤다.

 

"좋아! 좋아!"

 

"이 나쁜 놈을 죽여라!"

 

"우리 모두 그를 묻어 버리자."

 

적운의 몸은 공중에 떠있어 저항을 할수가 없었다.

그는 한탄하며 생각했다.

 

'내 운명이 이토록 기구하고 억울하게 정해져 있으니 할수 없는 일이지.'

 

왕소풍의 칼이 이미 공중에 떠 있는 것을 보고

그는 비미하게 쓴 웃음을 지으며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정형 내가 힘을 아니 쓴 것이 아니라 실로 내 운명이 나빴소.'

 

갑자기 먼데서 목쉰 음성이 들려왔다.

 

"멈추시오! 그의 생명을 해치면 가만 두지 않겠소."

 

왕소풍이 머리를 돌려 보니 황금색의 웃옷을 입은 한분의 스님이 보였다.

그 스님은 나이가 많았고 머리통이 솟아 올랐으며 귀는 길었고 얼굴은

온통 주름살 투성이였고 몸에 걸친 웃옷은 적운이 걸친 옷과 같은 것이었다.

왕소풍의 얼굴색이 바뀌더니,

그가 서장의 혈도문의 인물인줄 알고 검을 들어 적운의 목을 향해 내리 치려고 했으나

이 나쁜 중을 죽이고 노승도 죽이려 했다.

칼날이 적운의 목에 거의 다 다다랐을때 갑자기 오른손 팔목이 마비되는 것을 느꼈다.

이미 암기로 혈도를 맞은 것이다.

그의 손에 있는 장검이 흔들리면서 늘어졌다.

비록 힘을 주지는 않았으나 그 칼의 힘이 적운의 왼쪽 뺨에 한줄기의 칼자국을 내었다.

그 노승의 몸은 마치 바람처럼 다가와 한손으로 왕소풍의 몸을 말위에서 밀어내고

왼손으로는 적운의 잡았다.

이어 오른다리를 박차며 평자지에서 말등으로 뛰어 올랐다.

보통사람들이 말을 탈때에는 반드시 한발을 발걸이에 걸고 타는데

이 노승은 뛰지도 않고 말걸이를 밟지도 않고 담숨에 말등에 올라가서는

말을 수생을 향하여 몰았다.

수생은 왕소풍이 놀라는 소리를 듣고 급히 말의 고삐를 당겨 말을 멈추게 했다.

왕소풍은 크게 외쳤다.

 

"사촌누이, 빨리 도망가!"

 

수생은 멍하니 생각하다가 말머리를 돌렸으나 그 노승은 이미 말을 타고 바짝 뒤 ㅉ아 왔다.

그는 적운의 수생의 몸뒤 백마의 안장에 던지고 이어 그녀를 말에서 떨어뜨리려 했으나

그녀는 이미 장검을 뽑아 들고는 노승의 머리를 향해 내리치고 있었다.

그 노승은 수생을 바라보더니 멍하니 있다가 말했다.

 

"너무 아름답구나!"

 

그는 손을 내밀어 그녀의 허리에 있는 혈도를 명중시켰다.

수생은 칼을 허공에 휘두르는 순간 온몸에 힘이 빠져 장검을 놓치고 말았다.

마음속으로 무섭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여 급하게 말에서 내려가려고 했으나

갑자기 허리가 마비되고 양 다리가 이미 마음 대로 음직이지 않는 것을 느꼈다.

그 ㄴ은 중은 백마의 고삐를 당겨 동시에 황마와 백마를 발로 차니말들이 달리기 시작했다.

왕소풍이 땅에 쓰러진채로 말했다.

 

"누이! 누이!"

 

그는 두눈을 부릅뜨고 사촌누이가 납치되는 것을 바라보며 어쩔줄을 몰라했다.

그러나 그의 온몸은 쑤시고 아프며 온 힘을 다해 일어 나려고 해도 음직여 지지가 않았다.

이때 포졸들이 크게 부르고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저 나쁜 중을 잡아라!"

 

"악독한 혈도승이 도망갔다!"

 

"상처입은 자를 잡아라!"

 

적운의 몸은 말등에 있어 좌우로 흔들리는 것이 마치 떨어질 것 같아서

습히 손을 내밀어 잡고 보니 손에 잡힌것은 보드랍기 그지 없었다.

머리를 숙여보고 잡은 곳이 수생의 등뒤의 허리부분 임을 알았다.

수생은 크게 놀라 소리쳤다.

 

"이 나쁜 중놈아 어서 손을 놔!"

 

적운은 재빨리 손을 떼고 안장을 잡았다.

그러나 그는 수생의 몸뒤에 앉았으니 두 사람의 몸이 부ㄷ치지 않을 수 없었다.

수생은 다시 큰 소리로 외쳤다.

 

"날 놔줘! 날 놓아줘!"

 

그 노승이 듣기가 짜증나는지 그녀의 혈도를 눌러 버리자 수생은 말 조차도 할수 없게 되었다.

그 노승은 황마의 등에 타고 수생의 몸매와 얼굴을 계속 보면서 혀를 차며 감탄했다.

 

"아름답군, 대단해! 난 아름다움을 보면참을 수가 없어!"

 

수생의 입은 비록 벙어리가 됐지만 귀는 막힌 것이 아니여서 그의 말을 듣고는 기절할 듯이 놀랐다. 그 노승은 말을 타고 서쪽을 향해 황쳬한 곳만 골라서 달려갔다.

영정 중에 두필의 말의 방울소리가 시끄러워서 혹시라도 누가 ㅉ아 오지 않을까

걱정하여 금방울과 은방울을 모두 떼어 버렸다.

이 방울은 금사와 은사로 말의 목에 매달려 있어서 손으로 잡아 당기자

금방 떼어낼 수 있었다.

그 방울을 품속에 집어 넣으니 방울이 뭉쳐져서 더 이상 소리를 내지 않았다.

그 노승은 말을 쉬지 못하게하고 밤새워 달렸다.

이윽고 강변의 산 언덕 낭떠러지 옆에 도착했다.

지세가 황량한 것을 보고 사방에 인적이 없고

또한 집는 없는 것을 확인하고 적운을 안아 말등에서 내려놓고

또 수생을 안아 내려놓고  두필의 말을 한 그루의 큰 나무로 끌고 가서

나무에 묶어 놓았다.

그는 수생을 아래 위로 훑어 보며 웃으며 말했다.

 

"아주 좋아. 난 참을 수가 없어!"

 

이때서야 비로서 강물을 향해서 앉더니 눈을 감고 운공에 들어갔다.

적운은 그를 마주하고 앉아 이리저리 생각하기 시작했다.

 

'오늘 당한 일은 정말 이상하구나.

이 두 좋은 사람이 나를 죽이려 하고 이 노승이 나를 구하다니.

이 노승은 분명 보상과 어떤 관련이 있을 것인데 그러고 보면 좋은 사람은 아닐거야.

이자가 만약 이 아가씨를 해친다면 어떻게 하면 좋지.'

 

어둠이 점점 짙어지고 귀에는 산에서 우는 밤새 소리가 들려왔다.

우연히 머리를 들어 노승을 바라보았는데 노승은 마치 송장과 같이 창백한 얼굴을 하고 있어서

적운은 가슴이 떨려와서 고개를 돌렸다.

머리를 돌린 곳은 풀이 우거진 곳이었는데 숲속에 옷자락이 노출된 것이 보이고

수생이 거기 누워 있는 것이보였다.

그는 몇번이고 입을 열어 노승에게 물어보려 했으나 그의 표정이 엄숙하고

운공에 열중하고 있어 감히 소리를 내어 방해하지 못했다.

얼마가 지난후 노승은 조용히 일어 나더니 왼발을 들어 하늘로 향하고 오른발은

땅을 딛고 양손을 벌리고 앞의 산 사라이에 떠있는 밝은 달을 향해 서 있었다.

적운은 마음 속으로 생각했다.

 

'이 자세는 내가 어딘선가 본 것 같은데? 그래 맞아!

보상의 작은 책에 이상한 그림이 그려져 있었어.'

 

그런데 이 노승은 이렇게 서 있을뿐 조금도 음직이거나 떨리지 않고 있었다.

조금후에 노승은 한숨을 쉬더니 그 노승은 느닷없이 펄쩍 뛰고 몸을 돌려 내려 앉더니

양손으로 땅을 짚고 머리를 땅에 대고 다시 양손을 좌우로 펼치고 다르는 하늘을 향해

곳곳이 세웠다.

적운은 아주 호기심을 느끼고 품속에서 그 작은 책을

꺼내 한 도형을 뒤져 달빛 아래서 보니 과연 그 노인의 자세와 똑 같았다.

그는 생각했다.

 

'이것은 분명히 그들의 문파에서 무공을 익히는 방법일 것이다.'

 

그 노승이 눈을 감은 모습과 마음을 모두 집중시켜 하나 하나의자세를 계속 연습 하는 것을 보니

한 번에 그것을 모두 연습하는 건 아니었다.

적운은 품소에 그 책을 넣고 마음 속으로 생각했다.

'이 노승이 비록 나의 생명을 구했으나 분명히 나쁜 사람이고,

이 아가씨를 납치해온 걸로 보아 나쁜 뜻을 품고 있을거야.

 

그가 무공을 연습하는때를 봐서 그 아가씨를 구해 말을 타고 같이 도망가야지.'

 

그는 이 행동이 위험한 짓임을 알면서도 수생 같은 아가씨가 나쁜 중에 의해

모욕을 당하는 것을 볼 숙 없었다.

그래서 살짝 몸을 돌려 숲을 빠져 나갔다.

그가 옥에 있을때 정전과 같이 무공을 연습할때마다 매번 호흡을 할때에

귀가 멍멍하고 눈이 안보이면 오관의 기능을 상실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므로 노승이 무공을 연습하는 것을 중단하지 않는 동안에

그때 혼자서 그 아가씨를 구한다면 노승은 알지 못할 것이다.

그가 몸을 음직이자마자 부러진 곳에 통증이 참기 어려울 정도로 몰려왔으며

전신의 무게를 양손으로 의지하고 천천히 숲속을고 기어갔다.

다행히도 그 노승은 눈치채지 못했다.

머리를 숙여보니 하얀 달빛 아래 수생의 얼굴이 보였다.

그녀는 둥글고 큰 눈을 뜨며 얼굴에 공포의 기색을 띠었다.

적운은 노승이 발견할 것을 두려워하여 말은 못

하고 단지 손짓으로 자기가 구해줄 것이라는 뜻을 비추었다.

생은 노승에 의해 이곳까지 납치되어 오면서 마음속으로 생각하길,

이 두명의 나쁜 중에게 납치되었으니 이후에 살아 남지도 못하고 어떤 참을수 없는

모욕을 당할 것이라고 짐작하고 혈도를 적중당했으니 한마디도 할수 없을 것이고

몸을 음직이지도 못하리라 생각됐다.

그녀는 노승에 의해 풀밭에 뉘이니 개미와 방아

깨비가 목과 얼굴을 기어다녀 이미 참기가 어려웠는데 갑자기 적운이 다가오는 것을 보고

점잖지 못한 행동을 하리라 생각하고 매우 두려웠다.

적운은 손짓으로 계속 그녀를 구할 것이라는 알렸다.

그러나 수생은 그 손짓의 의미를 알아차릴수가 없어 더욱 두려워 했다.

적운은 손을 내밀어 그녀를 앉게 하고는 손짓으로

나무에 있는 말을 가리켜 같이 도망가자는 뜻을 알렸다.

수생의 온몸은 혈도가 찍혀 후들후들 떨려서 맘대로 되지 않았다.

적운의 몸상태가 좋았더라면 그녀를 안고 달렸을 텐데

그는 현재 자기 자신도 가누지 못하고 있었다.

오로지 한가지 방법은 그녀의 혈도를 풀어 도망치게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혈도를 푸는 방법을 모르는 적운은 실례를 무릅쓰고 계속 손짓으로

그녀의 몸의 각부 위마다 만지며 그녀의 눈빛을 보고 어느 곳이 풀수 있는 지를 알아보려 했다.

수생은 그가 손을 내밀어 자기의 몸을 이리저리 만지자 수치심이 극도에 달했다.

 

'이 나쁜 중이 내게 무슨 짓을 하는거지?

만일 내가 음직일수 있다면 벽에 머리를 부디쳐 죽을거야.

그럼 이런 모욕을 면할수 있을텐데.'

 

적운은 그녀의 얼굴빛을 보고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그녀도 어느 혈도가 막혔는지 모를거야!'

 

그녀의 혈도를 푸는 것 이외에는 도망갈 수 있는 두 번째 방법이 없건만

그녀가 입을 열수 없자 적운은 속으로 생각했다.

 

'아가씨, 나는 당신을 도와 위험을 면하게 하기 위해 죄를 짓는것이니 어쩔수 없지 않겠어요?'

 

마침 손을 내밀어 그녀의 등을 천천히 몇번 내리쳤다.

이렇게 천천히 내려치고 주물렀는데도 혈도를 푸는 데는 아무런 소용도 없었고 오히려

수생에게 두려움만 안겨주고 말았다.

그의 오빠인 왕소풍은 어려서 부터 그녀의 집에서 아버지에게 무술을 배웠고

그녀와는 장래를 약속한 사이였으며 사랑의 감정은 무르익었고

아버지는 일찌기 말하기를 그녀와 그를 결혼 시킬것이라고 했다.

두 사람은 늘 같이 강호를 다녔으나 한번도 예의에 어긋나는 짓을 하지 않았고

손조차도 잡지 않았는데 적운이 이렇게 마구 만지자

그녀는 눈물을 좔좔 흘렸다.  

적운은 놀래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그녀가 왜 울고 있지? 그녀의 혈도를 풀때에 등의 혈도가 많이 아파서 우는 것일까?

내가 그녀 허리의 혈도를 풀어 봐야겠다.'

 

그래서 손을 내밀어 그녀ㄹ 뒤 허리를 천천히 꼬집었다.

이렇게 몇번 꼬집으니

 (음... 여기서 녹정기의 위소보의 생각이 나는군.

목검병의 혈도를 풀려고 1류부터 9류까지의 해혈 방법을 쓰는 장면이...)

수생의 눈물은 점점 많아졌다.

적운은 크게 두려워졌다.

그는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본래 허리사이의 혈도도 아픈가보다. 어떻게 해야하지?'

 

그는 여자의 몸이 귀함을 알고 있었다.

이미 가슴, 목, 다리, 복부등을 쳐다보라 해도 볼수 없는데 만졌으니

실례되는 것은 말할 것도 없었다.

그는 다시 생각했다.

'나는 그녀의 혈도를 풀 방법이 없다.

 만약 다시 시도한다면 그것은 못된 짓이야.

단지 그녀를 업고 산언덕을 내려가 도망 가는 수밖에 없다.'

 

그리하여 그녀의 양팔을 잡고는 그녀의 몸을 자기 등에 업으려 했다.

수생은 화가 극독에 달했고 겁이나서 몇번 기절 했었다.

그가 자기의 팔을 잡을때 분명히 자기의 옷을 벗기는 것이라고 생각하니

두려움과 분노가 더욱 솟구쳤다. 적운이 막 그녀의 양팔을 들고

그녀의 몸을 끌려 할때 수생의 가슴의 혈도가 풀려버렸다.

그러자 그녀는 큰 소리로 외쳤다.

 

"나쁜 놈아, 빨리 나를 놔줘! 나를 건들지 말고 빨리 놔줘!"

 

이 소리가 갑자기 나오자 적운은 크게 당황하고 놀래 양손을 놓게 되어

그녀를 땅에 떨어뜨리고 자기또한 중심을 못잡고 그녀의 위로 넘어졌다.

또한, 수생이 그렇게 소리치자 노승이 눈을 뜨고 두사람이 함께 엉켜 있는

장면을 보더니 다가왔다. 수생은 크게 외쳤다.

"나쁜 중아, 한 칼에 나를 죽여라. 나를 놔!"

노승은 다가오더니 크게 웃으면서 말했다.

"이 나쁜 자식! 뭐가 급해서 사조의 아가씨를 도둑질 해 잡아 먹으려 하느냐!"

앞으로 몇발자국 걸어 나가서 한손으로 적운의 멱살을 잡고 그를 들어 올려

몇 발자국 간 뒤 그를 놔주면서 말했다.

 

"좋아, 좋아! 나는 너같이 대담하고 꽃을 좋아하는 소년을 좋아 해.

네가 다리가 분질러졌는데도 뜻밖에 고통을 두려워 하지 않

또한 여자를 생각하다니. 신통해, 신통해! 나의 비위에 맞는 놈이구나."

 

적운은 노승에 오해를 받자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를 몰랐다.

그는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만약 내가 여기서 진상을 설명한다면 노승은 단칼에 나를 죽여버릴 것이다.

잠시동안 이렇게 있는 것이 좋겠어.

다시 방법을 강구해서 아가씨와 도망가야지.'

 

노승이 말했다.

 

"너는 보상이 새로 맞이한 제자이지. 맞지 ?"

 

적운은 대답하기도 전에 노승은 입이 찢어 지도록 웃으며 말했다.

"보상은 틀림없니 너를 좋아 했을거야.

그가 혈도(血刀)와 승의를 너에게 물려 주었으나

그는 혈도비급(血刀秘급)을 너에게 주었겠지?"

적운은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혈도비급이 어떤 것이지 ?'

 

그러나 그는 손을 품속으로 넣어 보상에게서 뺐었던

그 이상한 책을 꺼내서 보여주었다.

노승은 그것을 받아서 ㅎ어 본 다음 그에게 돌려주고

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매우 좋아, 매우 좋아!"

 

적운은 대답했다.

 

"저는 적운이라고 합니다."

 

그 노승은 말했다.

 

"매우 좋아, 매우 좋아! 너의 사부는 너에게 무술을 연습하는 방법을 설명해 주었느냐 ?"

 

적운이 말했다.

 

"아니요!"

 

그 노승은 말했다.

 

"응? 음 괜찮아. 너의 사부는 어디 있느냐 ?"

 

적운은 보상이 죽었지만 감히 사실을 말할 수도 없었고

보상이 사부도 아니였기에 말했다.

 

"그...., 그는 강가에서 배를 타고 계십니다."

 

노승은 말했다.

 

"너의 사부는 너에게 사조의 이야기를 했었느냐 한적이 없었느냐 ?"

 

적운이 말했다.

 

"들은 적이 없읍니다."

 

노승이 말했다.

 

"나의 법명은 혈도노조이다.

너 같은 얼빠진 놈은 나로 하여금 기쁘게 한다.

네가 이 사조 할아버지를 따라 다닌다면 나는 너에게 무궁한 복을 누리게 해줄 수 있으며

천하의 어떤 미녀라도 얻게 해줄수 있다."

 

적운은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그는 원래 보상의 사부였군.'

 

그리하여 물었다.

 

 

"그들은 당신을 욕하고..., 우리보고 혈도의 악독한 중놈이라고 욕을 했어요.

사조는 우리 문파의 장교이시군요."

 

혈도노조는 웃으면서 말했다.

 

"하하... 보상 그 얼빠진 놈이 말도 잘 하는군.

가문의 유래를 자기가 매우 아끼는 제자에게도 말해 주질 않았어.

우리의 문파는 서장 청교중의 한 일파이며 혈도문이라고 부른다.

너의 사조님은 이 일문의 제 4대 장교이다.

너도 여기서 무공을 잘 배우면 제 육대 장교가 될 것이다.

응, 너의 다리가 부러졌꾸나. 괜찮아 너를 치료해 주마."

그는 적운의 상처난 곳의 옷을 벗기고 다리를 접골 시키고 품속에서 자기의 병을

꺼내 상처에 바르면서 말했다.

"이것은 본문의 신비스러운 접골약이란다.

그리고 다른 약과 비교도 안된다.

절단된 곳이 한달도 되지 않아서 평상시와 같이 회복된다.

우리가 내일 형주부로 가면 너의 사부도 올 것이다."

 

적운은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형주는 내가 갈 곳이 못돼.'

 

혈도노조는 적운의 상처난 다리를 잘 묶고 머리를 돌려 수생을 훑어보고 말했다.

"이 아가씨는 이쁘고 괜찮아. 정말 괜찮아! 그녀가 자칭하기를 영검쌍협이라고 했지.

그녀의 아버지 수대(水岱)는 명문정파에 속하고 중원무림의 우두머리라고 일컬어 지는데

우리 혈도문을 괴롭혀 왔지.

어제는 너의 사숙을 죽였고 사숙의 할머니도 죽였단다.

그러나 생각지도 못할 그의 딸을 내가 잡아 왔다. 하하하....

리 둘이서 그의 아버지를 챙피하게 하기 위해서 그녀의 옷을 다 벗겨서 말위에 올려 놓고

그녀로 하여금 각 곳의 크고 작은 마을과 성으로 다니며 창피당하게 하자.

모든 사람이 명백히 보게하고 수대협의 딸이 이런 계집이었다고 알려주자."

 

수생의 마음은 매우 다급하여 토하고만 싶었다.

그녀는 속으로 생각했다.

 

'이 작은 악독하고 고집스런 나쁜 중보다 늙은 중은 더욱 더욱 더 악독하구나.

나는 어떻게 하면 자결을 할수 있을까?

나의 순결을 보호하고 아버지의 체면을 유지 할 수 있을까?'

 

갑자기 혈도노조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조조를 말하면 조조가 온다더니. 그녀를 구할 사람이 왔군. "

 

적운은 마음속으로 기뻐하며 급히 물었다.

 

"어디 있어요 ?"

 

혈도노조가 말했다.

 

"아직은 5리밖에 있어. 하하하..... 17필의 말발굽 소리가 들리는군."

 

적운은 귀를 기울이고 들었다. 동남쪽 산길에서 말발굽 소리가 간간히 들렸으나

소리가 매우 작아서 겨우 들을수 있었다.

그것이 몇마리라고 분간하기는 더욱 어려웠다.

그러므로 적운은 혈도 노조에게 더욱 감탄 할수 밖에 없었다.

혈도노조가 말했다.

 

"너의 부러진 상처가 약을 방금 발랐으니 3시간 이내에는 음직일 수가 없다.

안그러면 불구가 될 것이야.

이 부근 백리이내에는 대단한 인물이 있다는 소리를 못 들었으니

ㅉ아오는 17명은 보나 마나 별볼일 없는 녀석들일 것이니 내가 죽여버리겠다."

 

적운은 그가 무림중의 정파 인물을 얼마나 죽였는지 생각지 않고 급하게 말했다.

 

"우리가 여기에 숨어 소리를 내지 않는다면 그들은 우리를 찾아 내지 못할거예요.

적은 많고 우리는 적으니, 사..... 사조님 그러니 조심하는 것이 좋지 않겠어요 ?"

 

혈도노조는 웃으며 말했다.

 

"이 자식 정말 멍청하구나. 말도 안되는 소리 하지 마라.

그러나, 이 사조는 너를 너무 좋아해."

 

그는 손을 휘저어 허리에서 하나의 얇은 도(刀)를 꺼내 들었다.

도의 몸은 계속 진동하여 마치 한 마리의 살아 있는 뱀과 같았다.

달빛 아래에서 이 도의 날은 암흑색으로 빛났으며 핏빛이 굉장하게 번뜩여 매우 무시무시 했다.

적운은 자신도 모르게 식은 땀을 흘리며 말했다.

 

"이..., 이것은 혈도(血刀)입니까 ?"

 

혈도노조가 말했다.

 

"이 보도는 보름달이 떠 오를때마다 사람의 목을 배어 제사를 지내지 아니하면 칼날이

무디어지고 주인은 불행해진다.

지금 달이 밝은 것을 보아라. 17명이 ㅉ아 오니 내가 제사를 지내기에는

좋구나. 보도야, 보도야, 너는 오늘밤에 사람의 피를 포식하겠구나."

 

수생은 말발굽소리가 점점 가까이 들려오자 마음속으로 기뻐하였으나

혈도노조가 잔신만만하게 말하는 것을 듣고 마치 오는 사람들이 틀림없이

죽을 것만 같이 느껴져 마음속으로 걱정이 되어 생각했다.

 

'아버지께서 오지 않오셨을까? 오라버니가 안 오셨을까?'

 

조금 지난후 달빛 아래에 한 떼의 말이 산길로부터 달려오는 것을 보고

적운이 세어 보니 과연 많지도 적지도 않은 17명이었다.

그러나 17명이 바람처럼 달려와 급하게 언덕 밑의 길을 지나가는 것이었으며

그들은 산길만을 달렸지 이곳에서 세 사람을 찾으려 하지 않았다.

수생은 목소리를 높여 불렀다.

 

"나는 여기 있어요! 나는 여기 있어요!"

 

그 17명의 검객들은 수생의 목소리를 듣고는 말을 멈추고 다시

그들을 향해서 말머리를 돌렸다.

한 남자가 크게 소리쳤다.

 

"누이! 누이!"

 

바로 왕소풍의 목소리였다.

수생이 다시 소리치려 외치려 할때

혈도노조는 손을 뻗어 그녀의 아혈을 찍어 버렸다.

17명은 말에서 내리더니 같이 모여 작은 소리로 상의했다.

혈도노조는 갑자기 손을 내밀어 적운의 겨드랑이 아래를 받혀

그의 몸을 들어올리고는 낭랑하게 소리쳤다.

 

"서장의 청교 혈도문의 4대 장교 혈도노조와 6대제자 적운이 여기 있다! "

 

그 다음 몸을 굽혀 왼손으로 수생의 목덜미를 잡고 그녀를 일으키며 말했다.

 

"수대의 딸은 이미 나의 사손인 적운의 제 18번째 소첩이 되었다.

누가 이리와서 축배를 들겠는가! 하하하...."

 

그는 깊고 고강한 내공이 있었기에 웃는 소리가 산골짜기를 지나 먼 곳까지 울려 퍼졌다.

17명은 서로 깜작 놀라 모두가 얼굴이 핼쑥하게 변했다.

왕소풍은 누이가 나쁜 중에 의해서 들어올려져 있는 것을 보고

또 수생이 이미 적운의 18번째 소첩이 되었다는 것을 듣고는 어쩔 줄을 몰라 했다.

그는 그녀가 이미 모욕을 당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온 몸이 터질 것만 같았다.

큰 소리로 외치며 장검을 뽑아 먼저 언덕을 향해 올라갔다.

다른 16명은 분분히 외쳤다.

 

"저 혈도 악승을 죽여라!"

 

"강호를 위해 대적을 없애라!"

 

"흉악하고 악독한 중을 살려주면 안된다!"

 

적운은 이와 같은 광경을 보고 마음 곳으로 어찌 할줄을 모르고 있었다.

 

'이 사람들 모두가 나를 혈도문의 나쁜 중으로 오해를 하니

나에게 백개의 입이 있다 하여도 변명할 길이 없다.

좋은 것은 그들이 이 노승을 죽이고 수 아가씨를 구해는 것인데...

그러나... 그러나 이 노승이 죽으면 나 또한 살기가 어려울거야. '

 

그는 중원의 여러 대협들이 이기기를 바랐으나

또 한편으로는 혈도노조가 이들을 물리치길 바라니

자기는 도대체 누구를 어디를 도와주어야 할 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곁눈으로 혈도노조를 보니 그는 단지 미미한 냉소를 짓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는 적이 많고 세력이 큰 것을 겁내지 않는 것 같았다.

더더구나 양손에 적운과 수생을 들고 입에 혈도를 물고 있는

그의 모습은 사람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는 무사들이 가까이 오자 적운과 수생을 내려놓고 천천히 혈도를 손에 쥐었다.

 10여장 밖에 까지 온 왕소풍이 크게 소리쳤다.

 

"누이, 누이. 무사하냐!"

 

수생은 크게 외치고 싶었다.

 

'오라버니! 오라버니!'

 

그러나 그녀는 혈도노조에게 혈도를 찍혀 말을 할수가 없었다.

그러나 왕소풍이 멀리서 뛰어 오는 것을 보자

그녀의 마음속에는 무한한 기쁨과 걱정과 미련과 감사가 교차하고 있었다.

그녀는 지금 왕소풍의 가슴에 몸을 묻고 이 몇시간동안 당한 모욕과 고난을 호소하며 울소 싶었다. 왕소풍은 수생을 찾으러 두리번 거리며 달려와 다른 무사들보다 몇걸음 뒤지게 되었다.

달빛 아래에서 산억덕 제일 높은 곳에 혈도를 들고 서 있는 혈도노조를 본사람들은

그 위풍당당함에 두려움을 느끼고는 5,6보 앞에서 일제히 멈추었다가 잠시 서로를 바라보더니

두명이 혈도노조에게 달려 들었다.

그중 한명은 쌍도를 지녔고, 한명은 금편을 지녔다.

금편을 든자는 재빨리 혈도노조의 뒤로 돌았으며 쌍도를 든 사나이는 포효와 함께

혈도노조를 덮쳤다.

혈도노조는 몸을 옆으로 돌려 뒤쪽의 쌍도를 피해내고는 어느세 왼손으로 입에 물고있던

혈도의 손잡이를 잡고는 내리치자 금편을 들고 있던 자의 머리가 두쪽이 나버리고 말았다.

그리고는 다시 재빨리 칼을 입에 물었는데 그 행동이 너무 빨라 대부분의 사람은

어떻게 머리를 두쪽을 냈는지 제대로 보지를 못했다.

쌍도를 든 자는 금편을 든 자와 각별한 관계였는데 그가 죽자

분노가 솟구쳐서 쌍도를 질풍 같이 휘두르며 공격을 했다.

혈도노조는 가볍게 그의 공격을 몇번 피해내더니

또다시 입에 물은 혈도를 왼손으로 잡고는 쌍도를

잡은자의 머리부터 허리까지 두쪽을 내고 말았다.

5,6보 밖에서 보고 있던 무사들은 경악하여 뒤로 물러섰다.

그의 혈도에는 많은 피가 묻어 있었고 그 칼을 물고 있는 입에도 선혈이 줄줄 흘러 내리고 있었다. 비록 무사들이 경악했으나 적을 무찌르기 위해서 즉시 고함을 치며 4명이 달려 들었다.

혈도노조가 서쪽을 향해 비스듬히 음직이자 4명은 큰 소리로 욕을 하며 ㅉ아갔고 다른 사람도

벌때처럼 그 뒤를 따랐다.

이때 앞장선 4명의 발걸음은 이미 빠르고 늦음이 분명하여서 두 사람은 앞서고

두 사람은처져 있었다.

혈도노조는 갑자기 발을 멈추고 몸을 돌려 느닷없이 공격하니

빨간 불빛이 번쩍하더니 앞에 있는 두사람이 그 불빛아래에서 죽어갔다.

뒤의 두사람도 연이어 혈도에 목을 ㅁ고 한순간에 목과 몸이 분리되었다.

적운은 풀숲에 누워 노승이 순식간에 6명을 죽이는데

그의 무공이 기이하며 수법이 악랄하고 잔인한 것이 상상조차 할수 없어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이런 수법으로 남은 11명을 죽이기는 쉬울것이다. 어떻게 하면 좋지 ?'

 

갑자기 크게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누이, 수생아! 너는 어디 있느냐 ?"

 

바로 왕소풍의 목소리였다.

수생은 혈도노조에 의해서 아혈이 막혀 있었으므로 말을 할수가 없었다.

왕소풍은 허리를 굽히고 급하게 달리며 왼손으로 잡초를 헤쳐 나갔다.

갑자기 산 바람이 불어와서 수생의 옷자락을 날렸다.

왕소풍이 크게 외쳤다.

 

"바로 여기 있었군!"

 

그는 앞으로 달려 나가 그녀를 와락 안았다.

그녀는 매우 기뻐 눈물을 흘렸고 온몸이 떨렸다.

왕소풍은 계속 외쳐댔다.

 

"누이, 누이! 너는 여기 있었구나!"

 

그녀를 꼭 껴안았다.

두 사람이 잠시 헤어졌다 만나게 되니 무슨 예의와 격식이 있겠는가

이미 오래 전에 마음은 두둥실 구름위로 떠 오른듯 황홀하기만 했다.

왕소풍은 물었다.

 

"누이 , 괜찮니 ?"

 

수생이 대답을 하지 않는 것으로 보고 이상하게 여겨 그녀를 땅에 내려 놓았다.

발이 땅에 닿자 수생의 몸은 뒤로 쓰러졌다.

소풍은 혈도를 푸는 기술을 배웠으며 신통하지는 않았으나 그런대로

기본적인 것은 알수 있어 급히 손을 내밀어 그녀의 등과 허리에 있는

세곳의 혈도를 찾아 풀어 주었다.

수생은 외쳤다.

 

"오라버니! 오라버니!"

 

적운은 왕소풍이 가까이 오는 것을 보고 위험을 느껴 그가 수생의 혈도를 푸는 것을

기회삼아 천천히 기어 도망갔다.

수생은 풀숲속에서 사삭 하는 소리가 나자 자기를 모욕한 악독한 중놈이

도망가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도망가는 적운을 가리키며 외쳤다.

 

"빨리 빨리 저 악독한 중놈을 죽여버려요!"

 

왕소풍은 수생의 말을 듣고 적운을 바라보게 되었다.

그는 장검을 뽑아들고 적운을 향해서 내리쳤다.

적운은 비록 뒤를 보지는 못했지만 수생의 외치는 소리를 듣고는

재빨리 언덕의 아래를 향해 굴러 내렸다.

왕소풍은 첫 공격이 실패하자 다시 공격하려 했으나

적운은 이미 언덕을 굴러서 내려가고 있었다.

그러나 왕소풍은 포기하지 않고 그를 ㅉ아 가려는데 눈앞에서 한줄기 붉은 빛이 번뜩 했다.

그는 급한중에 자연스럽게 공작개병이라는 초식을 전개했다.

그 순간 마치 줄줄이 걸어놓은 종들이 부ㄷ히는 소리가 나면서 왕소풍의

장검과 혈도노조의 혈도가 단숨에 30여번을 겨루었다.

왕소풍의 검법은 스승에게서 배운 것인데 평소에 이와 같은 강적을 만난적이 없었으므로

검법을 제대로 펼칠수가 없었다.

그러나 만약 한번만 실수한다면 곧 자기의 목숨이 다한 것이므로 온 정신을 다 쏟아 부어서

혈도의 공격을 막았다.

혈도노조는 총 36번 공격을 했는데 너무나 빨라서 끝과 처음을 구분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왕소풍은 그 공격을 일일히 해소시켰다.

러 무사들은 그것을 보고 생각했다.

 

'영검쌍협의 이름이 헛되지 전해진것이 아니구나.

오직 그만이 혈도승의 번개처럼 빠른 공격을 막을수도 있고,

공격도 할 수 있겠구나.'

 

무사들은 이미 혈도노조에 의해서 17명에서 9명으로 줄어 있었다.

실제로 혈도노조은 도법을 천천히 하여서 왕소풍을 가지고 놀았던 것이다.

만약 혈도노조가 전력을 다해서 빠르게 공격했다

면 왕소풍은 이미 시체가 되어 땅에 쓰러져 있었을 것이다.

혈도승은 비록 전력을 다 한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왕소풍이

자신의 공격을 막아내자 장난기가 일었다.

 

'이놈이 도대체 얼마나 버티는가 두고 보자!'

 

그러면서 점차 공격의 속도를 빨리 했다.

나머지 무사들은 왕소풍과 협공하여서 혈도노조를 죽이고자 했으나

두 사람의 싸움이 너무나 빨라서 도저히 끼어들 틈이 없었다.

수생은 왕소풍의 안전이 걱정되어서 몸이 비록 힘이 없었지만 시간을 지체할수 없어

땅에 떨어져 있는 한자루의 검을 집어 들고 앞으로 공격해 들어갔다.

둘의 협공은 특별히 연습한 적은 없지만 호흡이 잘 맞아서 왕소풍이 혈도노조의

도를 막으면 수생은 검으로 혈도노조를 공격했다.

혈도노조는 그러지 않아도 왕소풍이 자신의 빨라지는 공세를 막아내어 약간 초초해 있었는데

수생이 달려들자 코웃음을 한번 치고는 오른손으로는 여전히 혈도를 휘두르며

큰 소리를 지르더니 왼손으로 왕소풍의 장검을 잡으려 했다.

왕소풍은 갑작스러운 변초에 크게 놀랐으나 재빨리 빠르게 검을 음직여 혈도노조의 손가락을

몇마디라도 자르려고 했다.

혈도승은 검을 두려워하지 않고 계속해서 검을 잡으려 했으나

결국 왕소풍의 검이 반푼쯤 빨라서 혈도노조는 부득이 손을 움츠릴 수 밖에 없었다.

한번의 실수는 수생에게 여유를 주어서 둘은 어느덧 혈도노조를 포위하고 공격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혈도노조는 여전히 장난기를 지니고 영검쌍협에게 공격의 기회를 일부러 주고

공격을 느리게 하며 싸우고 있었다.

여러무사들중에서 한 노인은 사태의 불리함을 보고 만약 오늘 영검쌍협이 죽는다면

아무도 이곳을 살아서 나가지 못하리라 생각을 했다.

그래서 그 노인은 크게 외쳤다.

 

"모두 같이 나아가서 저 악독한 중을 죽이자!"

 

이때 갑자기 서북쪽에서 한줄기 크게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낙 --- 화유수 (落花流水)! "

 

그러자 서쪽에서 한 사람의 목소리가 응대를 했다.

 

"낙화 --- 유수 !"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서남쪽에서 한 목소리가 들렸다.

 

"낙화유 --- 수 !"

 

이 세사람이 세 방향에서 큰소리로 외치는 소리는

호방하였으며 음조는 다르나 낭랑하기 그지 없었다.

혈도노조는 생각했다.

 

'어디세 세사람의 고수가 나타났지?

소리를 들어보니 세사람의 각각의 무공이 나보다 약한 것 같지 않다.

셋이서 합공을 한다면 나도 막아내기 쉽지 않겠는걸.'

 

혈도노조는 마음속으로 대응할 방법을 생각했으나 도법은 더욱 더 빨라져서

영검쌍협을 궁지로 몰아 넣었다.

갑자기 남쪽에서 또 다른 목소리가 들려 왔다.

 

"낙화유수 --- !"

 

이 번의 소리에서 수(水)자는 매우 길게 꼬리를 끌었다.

그 소리는 양자강의 물결처럼 면면히 이어지면서 끊어지지를 않았는데

앞서 세명보다 내공의 깊이가 훨씬 깊은 것 같았다.

수생이 그목소리를 듣고 외쳤다.

 

"아버지, 아버지. 빨리 오세요!"

 

여러 무사중에 그 노인이 말했다.

 

"강남사기(江南四奇)가 도착했다. 낙화유수 강남사협이 왔어!"

 

그는 크게 웃으면서 기뻐했지만 그 웃음소리가 가시기도전에 혈도를 가슴에 적중당하고는

선혈을 뿜으며 쓰러졌다.

혈도노조는 수생의 외치는 소리를 듣고는 마지막에 외친 사람이 수생의 아버지라는 것을

알수 있었다.

혈도노조는 생각했다.

 

'일찌기 나의 제자 선용이 말하기를 중원무림중에서 무공이 높은 것으로는 정전을 제외하고

낙화유수 남사기와 풍호운룡(風虎雲龍) 북사괴(北四怪)가 있다고 하였다.

과연 오늘 들어보니 명성이 헛되지 않았구나.'

 

그가 생각을 하고 있는중에도 낙화유수라고 외치는 소리가 산을 뒤 흔들었다.

사방으로 전해오는 함성을 혈도노조가 자세히 들어보니 네사람이 있는 거리가

다 다른 것을 알수 있었다.

적은 모두 5리 밖에 있었으나 여기에 있는 적을 하나씩 죽이자면

적들은 모두 도착할 것이라고 생각하고는 그때에는 몸을 피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큰 소리로 외쳤다.

 

"낙화유수야! 내가 너희들을 때려 부수겠다. "

 

잠시후, 혈도승과 적운과 수생 세사람은 얼굴이 창백해져 서로를 흔들었다.

그리고 손가락을 튕기니 쨍! 하는 소리와 함께 수생의 칼이 허공을 날았다.

혈도노조가 적운을 보고 외쳤다.

 

"적운아! 탈 말을 준비해라. 우리는 여기서 머무르면 안되겠다!"

 

적운은 응답하지 않고 마음속으로 어찌 할바를 몰랐다.

만일 그와 같이 도망치면 나쁜 길로 접어들어 평생 벗어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았다.

그렇다고 남아 있자니 또한 여러사람에 의해서 토막이 나서 죽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어찌할바를 몰랐다.

혈도노조가 또 부르짖었다.

 

"이놈아 말을 가지고 오너라!"

 

적운은 생각을 바꿨다.

 

'일단 오늘은 여기 이자리를 벗어나자.

내가 일생동안 많은 억울함을 당했는데 오늘 한번 더 오해를 받는다고 해도 뭐가 대단해!

이런 많은 것들은 생각할 필요 없어.'

 

혈도노조가 세번째 부르자 적운은 대답을 하고는 땅아래를 짚고 왼손으로 나무가지를 잡아

몸을 지탱하며 나무 근처에서 두필의 말을 골랐다.

짧은 곤봉을 든 무사가 외쳤다.

 

"큰일 났소. 저 악독한 중놈들이 말을 타고 도망가려 하니 내가 가서 막아야겠소."

 

그는 적운을 향해 달려 갔다.

혈도노조가 말했다.

 

"네놈이 그를 막으러 가기전에 내가 네놈을 막겠다."

 

혈도가 그를 향해서 내리쳐지자 사람과 곤붕이 모두 두조각이 나버렸다.

나머지 사람들은 그가 이렇게 참혹하게 죽는 것을 보고는 모두 비명을 질렀다.

혈도노조는 다시 혈도를 휘둘러 주위를 둘러싼 사람들을 흩어버리고는

수생의 허리를 안고는 말을 끌고 오고있는 적운의 앞을 향해서 달려갔다.

수생은 외쳤다.

 

"이 악독한 중놈아! 나를 놓아줘!"

 

주먹으로 혈도노조의 등을 마구 때렸다.

그녀의 검술은 약하지 않았으나 주먹의 힘은 미약하기 그지 없었다.

그녀가 주먹으로 몇번이나 때렸으나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왕소풍은 혈도노조가 수생을 잡고 말을 타고 도망가기 위해서 달려가자

재빨리 몸을 날려 그의 특기인 공작개병 초식을 전개했다.

그리고 미처 공작 개병이 끝나기도전에 동전금우(東展錦羽), 서척취령(西剔翠翎),

남영염양(南迎艶陽), 북회신풍(北廻晨風)의 네가지 초식을 펼쳤다.

곁에 있는 사람들은 그 초식의 현란함에 눈이 어지러웠으나

혈도노조는 아무런 장애물도 없는 듯이 왕소풍의 검을 피해

적운과 말이 있는 곳으로 뛰어 가더니 수생을 황마의 등에 얹어 놓고 적운에게 속삭였다.

 

"지금 소리를 지르고 있는 네놈의 무공이 약하지 않은 강적들이다.

이 여자는 인질이니 도망가지 못하도록 해야지."

 

혈도승은 백마를 몰아 동쪽을 달려갔다.

그동안 네사람이 외치는 낙화유수라는 소리는 점차 가까워졌다.

수생도 크게 외쳤다.

 

"오라버니, 오라버니! 아버지, 아버지! 빨리 와서 나를 구해주세요."

 

그러나 그녀는 오라버니가 점점 멀리 떨어지는 것을 보았다.

검쌍협이 타고 다니던 백마와 황마는 대완국의 명마였다.

왕소풍의 경공이 뛰어나다고 해도 도저히 ㅉ아올 겨를이 없었다.

왕소풍은 ㅉ아 갈수 없음을 알고는 크게 외치기만 했다.

 

"누이야! 누이야!"

 

한사람은 "오라버니!"하고 부르고 한명은 "누이!" 하면서 부르면서 멀어져가는

광경은 매우 처량했다.

적운은 둘의 음성을 들으니 마음이 매우 거북했다.

자신과 척방의 생각이 난 것이다.

는 수생을 내려주고 싶었으나 혈도노조가 말한 것이 생각나 억지로 참았다.

수생을 놓아주면 혈도노조는 틀림없이 자신을 죽일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설사 혈도노조가 죽이지 않는다 해도 네명의 강적에게 둘러싸인 혈도노조가

자기에게 신경을 돌릴틈이 없을 것이므로 자신은 다른 사람에게 죽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계속해서 둘이 외치는 소리를 듣자 점점 자신이 처량해짐을 느꼈다.

 

'두 사람의 정이 대단한데 헤어지게 되는구나. 나와 사매도...

나와 사매도 이렇게 된거잖아! 하지만 사매가 나에게 보여준

은 수낭자가 왕소풍에게 보여준 것보다 못했어.'

 

여기까지 생각하자 마음이 다시 쓰라려 왔다.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내가 설사 죽는 한이 있더라도 너를 인질로 삼지를 못하겠구나.'

 

그는 손을 내밀어 수생을 살며시 말등에서 내려 놓았다.

혈도노조가 눈치챌까 두려워서 조심했으나 혈도노조는 귀한 인질에게서

주의를 풀지 않았으므로 수생이 말에서 떨어져 왕소풍을 향해서

달려가는 것을 보게 되었다.

수생과 왕소풍의 사이는 50여장이 되었다.

그러나 둘은 서로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으므로 사이는 매우 빠르게 가까워졌다.

한사람은 "오빠!" 하고 외쳤으며 다른 한 사람은 "누이!" 하면서 외치고 있었다.

둘은 너무나 기뻐하고 있었다.

혈도노조는 말을 세우고 뒤를 돌아보더니 가볍게 미소를 띠고는

왕소풍과 수생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뇬.

둘 사이의 거리가 20여장으로 줄어들자 혈도노조는 말을 달려 수생을 향해 갔다.

적운은 크게 놀라 생각했다.

 

'빨리 도망가! 빨리 도망가!'

 

반대편에서 왕소풍을 ㅉ아오던 한무리의 무사들도 혈도노조가 달려오는 것을 보고 외쳤다.

 

"조심하시요! 빨리 달려요!"

 

수생은 뒤에서 나는 말발굽소리가 가까워 짐을 느끼며 전력을 향해서 달렸다.

그녀는 너무나 빨리 뛰어 심장이 터질 것 같았으며 발목과 허리가 시큰거리며 힘이 빠지고 있었다. 왕소풍과의 거리가 매우 가까워졌을때 그녀는 목에 말의 입김이 닿는 것을 느꼈다.

혈도노조가 그녀의 목을 낚아채며 소리쳤다.

 

"도망 못가!"

 

그녀는 막 손을 내밀어 왕소풍의 손을 잡으려고 하던차였다.

녀는 너무나 놀래서 막 울음이 터져 나오려 했다.

이때 아주 다정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생아 겁먹지 마라. 아버지가 구해주러 왔다!"

 

수생은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리자 너무나 기뻤다.

그녀는 어디서 힘이 났는지 갑자기 몸을 튕겨서 앞으로 뛰어 나갔다.

혈도노조는 그녀를 완전히 잡지 못하고 있었는데 그녀가 갑자기 뛰쳐나가자 놓치고 말았다.

왕소풍은 결국 수생의 손을 잡을 수 있었다.

엘欖老냅 오른손에 검을 들고 생각했다.

 

'때마침 사부님이 도착하셨구나.

이제 저 악독한 중놈도 무섭지 않다.'

 

혈도노조는 웃으며 혈도로 공격을 했다.

왕소풍은 재빨리 검을 들어 막았다.

순간 붉은 빛이 번쩍하면서 혈도가 왕소풍의 검의 날을 타고 아래로 내려와

그의 손가락을 베려 했다.

왕소풍이 급히 검을 놓고 물러나지 않는다면 당장 손가락이 잘릴 판이었다.

왕소풍은 당황하지 않고 검을 혈도노조를 향해 힘껏 던졌다.

도노조는 왼손으로 날아오는 검을 막았으며 오른손으로 혈도를 휘둘러

왕소풍의 가슴을 찔러 갔다.

왕소풍은 몸을 돌려 피하느라 수생의 손을 놓고 말았다.

혈도노조는 왼손을 뻗어서 수생의 허리를 잡고는 말안장에 놀려 놓았다.

그리고 멈추지 않고 뒤따라오던 무사들의 집단을 향해서 돌진했다.

무사들은 그가 공격해 오자 감히 맞서지 못하고 양쪽으로 갈라져서 도망갔다.

혈도노조는 그 모양을 보면서 크게 웃더니 한남자의 머리를 잘라 죽이더

말을 돌려 적운을 향해서 달려 왔다.

갑자기 왼쪽에서 하나의 검은 그림자가 나타나더니 검을 찔러 왔다.

검에서 반사된 달빛에 혈도노조는 눈이 시릴정도 였다.

한개 한개의 검화(劍花)가 그의 가슴을 향해서 날아왔다.

쨍! 하는 소리와 함께 검과 혈도가 부ㄷ혔다.

혈도노조는 그순간 깜짝 놀랐다.

 

'굉장한 내공이구나!'

 

이때 오른쪽에서 또하나의 검이 찔러왔다.

이 검의 검법은 너무나 신기했으며 검끝이 크고 작은 원을 그리면서 날아왔다.

도대체 검의 목표가 어디인지 알수가 없었다.

혈도노조는 또 한번 놀랐다.

 

'태극검(太極劍)의 고수가 왔구나!'

 

혈도노조는 혈도로 재빨리 원을 그리며 검을 막았다.

도와 검이 몇차례 만나며 불똥을 튀겼다.

상대방이 소리쳤다.

 

"좋은 도법이다!"

 

혈도노조도 크게 외쳤다.

 

"너의 검법도 대단하다!"

 

왼쪽에 있던 사람이 소리쳤다.

 

"내 딸을 내려 놓아라!"

 

그 사람은 검과 장으로 동시에 공격을 해왔다.

적운은 멀리서 혈도노조가 수생을 잡고 두명과 동시에 싸우는 것을 보았다.

왼쪽의 노이는 백발이 성성했는데 계속해서 '내 딸을 내려 놓아라!'

 

하고 외치는 것으로 보아서 수생의 아버지인 수대인 것 같았다.

 

혈도노조가 혈도로 공격할때마다 몸을 비트는 것이 내공은 혈도노조보다 못한것 같았다.

 이때 서쪽에서 두사람이 급히 달려오는 것이 보였는데 발걸음이 날렵한게

무공이 매우 높은 것으로 보였다.

적운은 생각했다.

 

'저 두 사람이 도착하면 네사람이 한꺼번에 혈도노조를 공격할텐

그럼 혈도노조도 꼼작없이 죽을 것이다.

나도 어서 도망가는 것이 좋겠어.'

 

그러나 그는 다시 생각했다.

 

'아니다. 혈도노조가 나를 구해주지 않았다면 나는 이미 왕소풍의 칼에 죽었을 것이다.

은혜를 저버리고 내 목숨만 생각하는 것은 너무 비겁한 짓이다.'

 

갑자기 혈도노조가 소리쳤다.

 

"좋다! 네 딸을 돌려 주겠다."

 

그러더니 팔을 벌리고 수생을 공중으로 던졌다.

수생의 몸은 상대의 위를 지나 적운에게 날아왔다.

옆에 있던 사람들은 놀라 소리를 질렀으며 수생도 공중에서 소리를 질렀다.

적운은 수생이 날아오자 팔에 힘을 주었다.

잘못하면 땅에 떨어져 두명 모두 다칠것이었기 때문이다.

적운은 간신히 받았다.

그러나 그 힘은 모두 말에게로 가해졌다.

혈도노조는 수생을 던지기전에 혈도를 찍었으므로 수생은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수생은 소리쳤다.

 

"날 놓아줘!"

 

혈도노조는 수대에게 강력한 공격을 퍼부었으며 늙은 도사에게도 역시 강한 공격을 했다.

혈도노조는 수비를 하지않고 공격만 하자 늙은 도사와 수대는 잠시 주춤했다.

혈도노조는 소리쳤다.

 

"나를 기다리지 말고 어서 도망가!"

 

적운은 어떻게 할지 모르고 머뭇거리는데 왕소풍과 다른 몇몇의 무사가 소리쳤다.

 

"저 중놈도 죽여라!"

 

그러면서 일제히 적운에게 달려들었다.

혈도노조는 계속해서 외쳤다.

 

"적운아! 어서 도망가거라. 내가 곧 ㅉ아 가마!"

 

적운은 더 이상 머뭇거리지 못하고 말을 돌려 도망갔다.

그와 혈도노조는 동쪽으로 가고 있었는데 정신이 없어 서쪽을 향해서 려갔다.

혈도노조는 적운이 달려가자 껄껄 웃더니

혈도를 휘둘러서 늙은 도사를 물러나게 하고는 말했다.

 

"나는 이제 네놈들의 딸과 함께 가겠네.

네놈같은 늙은 놈보다는 꽃과 같은 여인이 훨씬 좋다네."

 

그리고는 두다리에 힘을 주자 혈도노조가 타고 있던 백마가 앞으로 달려갔다.

수대는 딸을 구해야 겠다는 일념으로 적운이 말을 달리자 마자

즉시 적운이 타고 있는 말을 따라 달려갔다.

러나 그 황마는 너무나 빨라서 수대의 경공이 매우 뛰어났지만

도저히 따라잡을수가 없었다.

수대는 소리쳤다.

 

"거기 서라! 거기 서라!"

 

말은 수대의 목소리를 알아들은듯이 서려 했으나 적운이 다시박차를 가하자 다시 힘껏달렸다.

수대가 또 소리쳤다.

 

"이 악독한 중놈아 서지 않으면 네놈을 갈가리 찢어 죽이겠다."

 

수생이 소리쳤다.

 

"아버지, 아버지"

 

수대는 가슴이 찢어지라 아파와서 소리쳤다.

 

"얘야! 겁먹지 말아라. 이 아버지가 구해줄테니까."

 

수대의 경공은 매우 높았지만 그는 나이가 먹어서 힘이 없었다.

점점 거리가 멀어지는데 뒤에서 파공성이 울리면서 혈도가 공격을 해왔다.

혈도노조가 뒤를 ㅉ아오면서 혈도로 공격을 한것이다.

수대는 검을 들어 혈도를 막았다.

그러나 혈도노조는 스치듯이 수대의 옆을 지나서 적운을 따라 백마를 달리고 있었다.

 

혈도노조와 적운은 백마와 황마를 몰아 한참을 달렸다.

추격자가 한동안 따라잡지 못하리라 생각한 혈도노조는

말을 쉬게 하기 위해 말을 세웠다.

그리고 혈도노조는 적운에게 양심이 있어 위급한 상황에서도 먼저 도망치지않았다고

칭찬을 해주었다.

적운은 쓴 웃음을 지으면서 수생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두눈은 잔뜩 겁을 먹고 있었으며 동시에 독기가 서려 있었다.

그녀가 자신을 매우 경멸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네가 날 경멸하든말든 나는 상관없어.날 악독한 중놈이라 소리쳐봐!'

 

혈도노조가 웃으며 말했다.

 

"이 아가씨야. 네 아버지의 무공이 상당히 높던데.

그러나 네 아버지정도의 실력으로 날 잡지는 못해."

 

수생은 째려볼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혈도노조는 계속 웃으며 말했다.

 

"그 태극검을 쓰는 늙은 도사는 낙화유수중에 누구냐 ?"

 

수생은 그가 어떤 것을 물어봐도 대답하지 않기로 했다.

혈도노조는 수생이 대답하지 않자 적운에게 말했다.

 

"이봐, 여자에게 가장 귀중한 것은 무엇이지?"

 

적운은 깜작 놀랐다.

 

'이런 저놈이 이제 수낭자의 순결을 짓밟으려고 하는 구나.

큰일났군! 어떻게 수낭자를 구하지!'

적운은 능청스럽게 말했다.

 

"잘 모르겠는데요."

 

혈도노조는 말했다.

 

"여자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얼굴이야.

이 계집애가 말을 하지 않는다면 얼굴에 혈도로 수십개의 상처를 내주자.

럼 정말 그럴듯 해질거야."

 

말이 끝나자 그는 허리에서 혈도를 꺼내 들었다.

수생은 죽을 각오를 하고 있었기때문에 죽는 것을 겁내지는 않았지만

자신의 용모를 훼손한다고 하자 겁이났다.

그러나 순결을 더럽힌다는 말을 하지 않았기때문에 불행중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혈도노조는 혈도를 갖대대고 겁을 주며 말했다.

 

"그 노인은 누구냐 ? 빨리 말하지 않으면 칼자국을 내겠다."

 

수생은 침을 뱉으며 말했다.

 

"죽이려면 죽여라! "

 

혈도노조는 오른손을 내리더니 번쩍하면서 그녀의 얼굴을 찔렀다.

적운은 고개를 돌리고 쳐다보지도 못했고 수생은 이미 기절해 있었다.

혈도노조는 크게 웃더니 말을 몰고 앞으로 달려 나갔다.

적운이 수생을 바라보니 얼굴에는 아무런 상처도 없었다.

금전, 혈도노조의 혈도는 그녀의 얼굴을 스쳐가게 한것인데

한치의 오차도 없이 그녀의 머리카락을 몇올을 잘라 버린것이다.

생은 천천히 정신을 차리는데 적운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자 더욱 화가 소리쳤다.

 

"이 악독한 중놈아! 이 ..... 나쁜 중놈아!"

 

그녀는 더 지독한 욕을 해주고 싶었지만 평소에 욕을 하지 않아서 욕을 생각할수가 없었다.

혈도노조는 혈도를 들고 소리쳤다.

 

"빨리 말을 하지 않으면 정말로 얼굴을 그어 버리겠다. "

 

수생은 아까 혈도노조가 이미 자신의 얼굴에 상처를 낸줄 알고

한번 더 상처를 입은 들 아무런 상관없다고 생각하고 말했다.

 

"빨리 날 죽여. 빨리 날 죽이란 말이야!"

 

혈도노조는 말했다.

 

"그렇게 쉽게 죽이지는 않는다."

 

그는 말을 마치고는 또다시 혈도를 휘둘렀다.

칼날이 수생의 얼굴을 스치고 지나갔다.

수생은 이번에는 기절하지 않았다.

목근처가 약간 시원한 감이 났으나 피도 나지 않았고 아프지도 않았다.

그제서야 수생은 그가 단지 겁을 주었을 뿐이라고 생각했다.

수생은 안도의 긴 한숨을 쉬었다.

혈도노조가 적운에게 말했다.

 

"내 솜씨가 어때 ?"

 

적운이 말했다.

 

"정말 굉장해요. 아주 멋있어요."

 

이 몇마디는 정말로 감탄해서 외친 것이다.

혈도노조가 말했다.

 

"배우고 싶지 않아 ?"

 

적운은 생각했다.

 

'저 낭자의 순결을 지킬 수 있는 좋은 방법이 없었는데 장말 잘됐다.

내가 저 늙은 중에게 무공을 알려달라고 한다면

저중은 정신을 팔아 수낭자에게 신경을 쓰지 않을 것이다. '

 

적운이 말했다.

 

"당신의 검법은 정말 멋져요.

 나에게 좀 가르쳐 주면 나중에 저 남의 오빠 같은 놈들에게

다시는 괴롭힘을 당하지 않을거예요.

그리고 사조님의 체면도 떨어뜨리지 않을거예요. "

 

그는 평소 거짓말을 하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부득이하게 사조님이라고 부르자

얼굴이 빨개졌다.

수생은 그가 굴욕적으로 사조님이라고 부르면서 아부를 하자 욕을 했다.

 

"더러운 녀석!"

 

혈도노조는 웃으면서 말했다.

 

"내 혈도무공은 하루아침에 이룰수는 없다.

좋아, 내가 우선 비지초부(批紙초腐)의 도법을 가르쳐 주겠다.

도법을 배운뒤, 우선100장의 종이를 쌓아놓고 도로 맨위에 있는 종이를 첫장을 자르되,

두번째장을 건드리면 안돼. 그리고 두번째 종이를 자르고 세번째를 자르고,

이렇게 계속해서 백장을 자르는 것이다."

 

수생은 그말을 듣다가 말했다.

 

"거짓말!"

 

혈도노조는 웃으면서 말했다.

 

"믿지 못하겠다니 보여주지."

 

손을 내밀어서 수생의 머리를 한올 뽑았다.

수생은 소리쳤다.

 

"뭐하는 거야 ?"

 

혈도노조는 뽑은 머리카락을 수생의 코위에다 올려 놓았다.

수생은 코가 간지러워서 입으로 바람을 불어 떨어뜨리려 하는데 혈도노조가 소리쳤다.

 

"음직이지마!"

 

그는 말의 머리를 돌려 10여장 밖으로 가더니 말을 몰아 전속력으로 달려오면서

수생을 향해 혈도를 휘둘렀다.

수생은 붉은 빛이 번쩍이는 것을 보았도 코끝이 약간 차갑다고 느꼈다.

코끝의 자신의 머리카락이 보이지를 않았다. 적운은 소리치는 것이 들렸다.

 

"정말 멋있어요. 정말 멋있어요!"

 

혈도노조가 가까이 다가와서 혈도를 들어 보이자

그 끝에 머리카락이 걸려 있었다.

혈도노조와 적운은 모두 대머리이므로 절대 다른 사람의 머리카락일수가 없었다.

수생은 그의 실력을 보고는 한편으로는 놀랬으며 한편으로는 감탄을 했다.

 

'저 늙은 악독한 중놈의 무공이 매우 높구나.

만약 혈도가 나의 코보다 조금만 높았으면 머리카락은 저곳에 없을거고

조금만 낮았으면 나의 코를 베었을 것이다.'

 

적운은 혈도노조의 환심을 사기위해서 아첨을 하려 했으나 평소에 하지 않았던터라

단지 '멋져요!' , '그런 무술은 처음봤어요'

하는 말밖에 하지 못했다.

수생은 자신이 직접 혈도노조의 무공을 보았으므로 적운의 소리가

빈말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았으나

그가 매우 비굴한 인간이라고 생각했다.

혈도노조는 다시 말을 달려 적운과 말머리를 같이 하며 말했다.

 

"이 무공의 기초는 일단 두부를 한개를 놓고 한칼, 한칼 두부를 자르는 것이다.

두부를 20조각으로 자르는데 하나의 크기도 달라서는 안돼.

그것은 해내면 이 무술의 기초를 완성한것이다."

 

적운이 말했다.

 

"그것이 기초에 지나지 않아요 ?"

 

혈도노조가 말했다.

 

"당연하지! 그렇지 않고서 어떻게 달리는 말에서

코위에 있는 머리카락을 자를수 있겠는냐!"

 

적운은 말했다.

 

"사조님의 무공은 너무나 훌룡해요.

저는 평생동안 사조님의 십분지 일만 성취해도 좋겠어요."

 

혈도노조는 그말을 듣고 만족해서 크게 웃었다.

적운은 착실한 사람이라 아첨을 할줄 몰라 처음에는 매우 어색했지만

자꾸 하다 보니 입에서 술술 나왔다.

수생은 그것을 보고 외쳤다.

 

"비열한 놈!"

 

혈도노조는 그 말을 듣고 한번 더 크게 웃더니 말했다.

 

"적운아. 네놈의 재질도 괜찮은 편이니 열심히 연습하면

곧 배울 수 있을거야, 어디 한번 해보자!"

 

그러더니 다시 수생의 머리를 한올 뽑아 코위에 올려 놓았다.

생은 놀라며 입김을 불어 머리카락을 날려 버렸다.

그리고는 소리쳤다.

 

"저 작은 나쁜중 (小惡僧)은 할줄 모르는데 연습을 시키면 어떻게 해!"

 

혈도노조가 말했다.

 

"무공은 연습하지 않으면 영원히 못해. 한번 실패하면 다시 연습하고,

또 실패하면 계속 연습을 해야지."

 

그리고는 다시 머리카락을 뽑아 코위에 올려 놓고는 적운에게 혈도를 주고 말했다.

 

"한번 해봐!"

 

적운은 혈도를 받아들고 어찌할줄을 몰라서 머뭇거리다가 수생을 바라보니

얼굴은 잔뜩 겁을 먹고 있었다.

적운은 생각해보니 자신은 틀림없이 수생의 코를 자를 것 같았다.

아니 코만 자르는 것이 아니라 아예 그녀의 머리를 두 조각으로 잘라 버릴것 같았다.

수생은 자신을 위안했다.

 

'지금 저 악독한 중놈에게 죽는 것이 나중에 모욕을 당하는 것보다 나을것이다.'

 

비록 생각은 그러했지만 정말로 죽는 다고 생각하자

겁이 나기 시작했다.

적운은 그런 그녀를 바라보다가 한가지 생각이 나서 혈도노조에게 말했다.

 

"사조님, 칼을 쓸때 손목은 어떻게 해야 되지요 ?"

 

혈도노조가 말했다.

 

"허리의 내공을 어깨로 흐르게 하고 손목의 힘은 뺀다."

 

혈도노조는 계속해서 혈도를 잡는 법과 내공의 흐름을 설명했다.

 

수생은 그가 이렇게 훌룡한 무공을 자세히 설명하자

자신도 모르게 귀를 기울였다.

적운은 설명을 듣다가 말했다.

 

"사조님, 저는 핍박을 받아서 비파골이 뚫렸는데 그 무공을 배울 수 있을까요?"

 

혈도노조는 말했다.

 

" 왜 비파골이 뚫리었지 ?"

 

적운이 말했다.

 

"저는 억울한 누명을 쓰고 감옥에 들어가서 많은 고통을 받았어요."

 

혈도노조는 크게 웃으면서 적운에게 상의를 벗어보라고 했다.

운의 상의를 벗자 어깨에 아직도 쇠사슬로 구멍이 뚫린 자국이 남아 있었고

오른쪽 손가락은 모두 잘렸으며 팔에도 칼자국이 여기저기 나 있었다.

거기다가 영검쌍협에 의해서 한쪽 다리도 부러져 있었다.

무공으로 말하면 폐인이나 마찬가지 였다.

혈도노조는 그것을 보더니 크게 웃었다.

적운은 속으로 생각했다.

 

'아런 꼴을 보고 웃으면 나는 어떻게 해!'

 

혈도노조는 웃으며 말했다.

 

"너는 도대체 얼마나 많은 여자를 농락했기에 이렇게 되었느냐 ?

너무 색을 밝히니까 그렇게 됐지. "

 

적운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으나 상대방이 믿어줄것 같지 않아 입을 다물었다.

혈도노조는 계속해서 말했다.

 

"말해봐! 감옥에 들어 간것도 여자때문이지!"

 

적운은 생각했다.

 

'내가 감옥에 들어간것은 만진산의 첩이 누명을 씨운것이고

이유는 사매때문이니 여자때문에 그렇다고 할 수 있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

 

"맞아요.그 여자때문에 제가 고생을 했어요. 꼭 복수를 하겠어요."

 

수생은 더이상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자기가 잘못을 하고서 남을 욕을 하면 어떻게 해!

정말로 나쁜 것은 바로 너 같은 ... 악독한 중놈이야!"

 

혈도노조는 웃으며 말했다.

 

"음탕하다고 욕하고 싶겠지만 음(淫)자가 나오질 않나보군. 음.

좋아. 네년의 옷을 모두 벗기고 온몸에 칼자국을 내 버리겠다.

진짜 음탕한 맛을 보여주지. "

 

수생은 악이 바쳐 소리쳤다.

 

"이 나쁜 놈아! 어디 해봐!"

 

적운은 생각했다.

 

'어떻게 하면 혈도노조의 신경을 수낭자에게서 떠나게 할수 있을까 ?'

 

그는 물었다.

 

"사조님, 저같은 폐인도 무공을 연마할 수 있나요 ?"

 

혈도노조가 말했다.

 

"얼마든지 익힐수 있어. 두 팔과 두 다리를 모두 잘려도 우리 혈도문의 무공을 배울 수는 있어. "

적운은 정말로 기뻐서 소리쳤다.

 

"정말 잘 됐어요!"

 

이때 멀리서 말발굽 소리갇 들려왔다.

그중에 한명이 소리치는 소리가 들렸다.

 

"혈도승아! 내딸을 내려 놓아라!

지금 딸을 내려놓지 않으면 너를 세상끝까지 따라 가서라도 목을 치겠다."

 

말발굽소리가 시끄러웠지만 수대의 목소리는 정확하게 들려왔다.

수생이 기뻐하며 소리쳤다.

 

"아버지가 오셨다!"

 

다시 네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낙화유수--- ! 낙화유수 ---!"

 

네 사람의 목소리는 모두 달랐다.

어떤 것은 장엄했고, 어떤 것은 창노했고, 어떤 것은 깊었다.

아마도 네명의 내공의 차이가 있는 모양이었다.

혈도노존의 눈쌀을 찌푸리며 말했다.

 

"저놈들이 이렇게 냄새를 잘 맡으리라고는 생각을 못했는데."

 

수대가 소리쳤다.

 

"너의 무공이 아무리 높아도 남사기 낙화유수의 협공을 당해내지는 못할 것이다.

사나이의 약속인데 딸을 내려놓는다면 너를 ㅉ지 않겠다. "

 

혈도노조는 생각했다.

 

'저 수대와 늙은 도인과 싸워보니 일대일은 그런대로 내가 이길 수 있겠지만

셋이 한꺼번에 덤벼들면 도망도 가지 못할 거야.

명이 함께 공격하면 나는 지옥으로나 가겠지.

중원의 사람들은 신용이 없으니 내가 이 인질을 풀어주면 더욱 무섭게 공격할 것이다.

이 인질은 중요하니 놔 줄 수가 없지.'

 

그는 재빨리 말을 몰아 적운과 함께 앞을 향해 무섭게 달려 갔다.

그러면서 뒤를 바라보면서 소리쳤다.

 

"이봐 수늙은이! 혈도문의 두 스님이 모두 자네의 사위가 됐어.

4대 장교도 자네의 사위이고 6대제자 자네 사위야.

장인이 사위들을 ㅉ다니 정말 재미있군!"

 

수대는 평생을 강호에서 살아 왔지만 이런 모욕은 처음이었다.

수대는 혈도문의 중들이 살인방화 약탈을 밥먹듯이 하고 있으니

자기 딸을 충분히 강간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터질것 같았다.

설사 사실이 아니더라도 이미수대의 체면은 갈기갈기 찢어진 셈이었다.

그는 더욱더 말을 세게 몰아 추격을 했다.

 

수대와 함께 혈도노조와 적운을 ㅉ는 사람들은 남사기 이외에도

30여명의 중원고수들이었다.

혈도문은 많은 악행을 저질렀기에 중원의 무림인들과 원한관계가 깊었다.

그들은 남사기가 혈도문의 사람을 ㅉ는 다는 소문을 듣고 만약 두명의 혈도문 사람이

망간다면 중원의 체면이 말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 추격에 참여한 것이다.

중원의 호걸들은 마을에 다다르면 말을 바꾸고 말위에서 음식을 먹으면서 ㅉ았다.

혈도노조도 마을에 들어가서 소식을 알아본후에 즉시 떠났다.

잠은 길에서 잤으며 음식도 마을에서 먹지 않았다.

며칠동안 중원의 호걸들이 계속해서 추격해 오자 수생은 순결을 지킬수 있었다.

그들은 ㅉ고 ㅉ기는 가운데 사천을 거쳐 유주까지 다다랐다.

추격자들은 그 통과한 지방에 많은 무림의 호걸들과 친분이 있었고,

그 지방의 고수들도 심심하던차에 재미 있겠다고 생각하고 추격에 가담했다.

그래서인지 추격자는 어느덧 300명이 넘어가고 있었다.

거기다가 사천을 지나자 부자인 몇명이 참가해서 추격대의 뒤에는 음식과 침구를

끄는 마차가 따르고 있었다.

그러나 혈도노조의 도망 가는 기술과 백마와 황마의 놀라운 능력덕분에 추격자들은

그들의 앞을 가로막지 못하고 계속해서 추격만 할 수 있었다.

뒤늦게 참가한 사람들은 수대에게 말을 했다.

 

"진작 알았으면 길을 가로막고 둘을 보내주지 않는 것인데. 허지만 걱정마시요.

어떻게 하든 수낭자를 구하겠소."

 

수대는 고맙다고 인사를 하면서 생각했다.

 

'설사 너희들이 알았다 해도 잡동사니들이 어떻게 그 혈도승들을 막을수 있었겠는가?'

추격전은 어느덧 한달이 넘어가고 있었다.

혈도노조는 추격대를 따돌리기 위해서 산이나 동굴에도 숨었으나 추격자중에서는

마적출신과 녹림의 출신이 있었기 때문에 용케도 그들의 숨어있는 장소를 찾아 내곤했다.

그러나 그런때는 미처 낙화유수가 도착하기 전이었기 때문에 혈도노조는

그들을 죽이고 도망칠 수 있었다.

러나 그렇게 되자 혈도노조도 더 이상 숨지 못하고 계속해서

쪽으로만 달려가게 되었다.

중원의 호걸들은 점차 서쪽으로 나아가자 혈도승이 혈도문의 본거지가 있는

서장으로 가고 있는 것을 알았다.

만약 혈도승이 서장에 도착한다면 그들의 패거리와 합류해서 반격을 해 올것이니

그렇게 된다면 누가 이길것인지는 알 수가 없게 될 것이다.

호걸들의 초초함에도 불구하고 혈도노조를 끝내 따라 잡을 수가 없는 가운데

눈이 내리는 변방의 지역에 도달했다.

추운 것은 말할것도 없었으며 험난한 지형을 지나가고

바닥에서 잠을 자는 것은 고통스러웠다.

추격대는 명망이 있는 사람들이라 체면때문에 돌아가자는 말을 하지 못했다.

특히, 사천에서 온 사람들은 무공은 높았으나 고생스러움을 참지 못하고

돌아 가기 시작했으며 어떤 사람은 다른 사람들이 알아채지 못하는 사이에 사라지기도 했다.

 

그렇게 추격전이 벌어지던 어느날 그들은 눈이 많이 쌓여 있는 산길로 접어들게 되었다.

왕소풍이 앞서 가다가 길가에 쓰러져 황마가 죽어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소리쳤다.

"악독한 중놈이 타고가던 황마가 죽었으니 얼마 가지 못했을 것입니다!

빨리 ㅉ아가면 이제 놈을 잡을수 있을 것입니다."

모든 호걸들은 정신이 번쩍 들었으며 환호했다.

환호를 하고 있는게 갑자기 한쪽 산등성이에서 눈이 쏟아져 내렸다.

한 노인이 외쳤다.

 

"눈사태다. 모두 뒤로 물러서라!"

 

말이 끝나기도 전에 더욱 많은 눈덩어리가 떨어져 내렸다.

한번도 눈사태를 보지 못한 사람들은 신기한듯 바라보면서 말했다.

 

"저게 뭐지? "

 

어떤 사람은 이렇게 외쳤다.

 

"눈사태가 뭐가 무서워? 빨리 추격합시다."

 

그러나 은은하게 들려오던 눈이 떨어지던 소리가 천둥처럼 커지게 되자

사람들은 그제서야 겁을 먹고 뒤로 물러났다.

처음에 눈만이 떨어졌으나 지체하는 사이에 바위가 함께 굴러오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말을 몰아 즉시 산골의 밖으로 빠져 나가려 했다.

몇몇의 말은 겁을 먹어 다리를 음직이지 못했고

그 말을 탄 사람은 말을 내려 경공으로 뛰어 갔다.

그러나 눈은 빠른 속도로 떨어져 내렸으며 잠시 지체하던 사람들은

엄청난 눈속으로 빠져들고 말았다.

운좋게 빠져 나간 사람들은 산곡을 빠져나가 눈이 없는 곳에서

다시 몇리를 더 가서야 비로서 멈추었다.

그러나 뒤쪽에서는 여전히 눈덩어리가 떨어지고 있었으며

순식간에 산길을 가로막아 버렸다.

사람들은 혈도승과 수생이 눈에 파묻혀 죽었으리라고 생각했다.

어떤 사람은 친구가 죽어서 슬퍼했지만 어떤 사람은 살아 난것을 기뻐하고 있었다.

인원을 검사해보니 10여명이모자랐다.

그중에는 낙화유수 남사기와 왕소풍이 끼여 있었다.

수대는 딸을 사랑한 나머지, 왕소풍은 연정에 이끌려서 눈사태에도 앞으로 뛰어 나갔고

낙화유수의 나머지 네사람도 수대와 관계가 깊어 그를 따라 나아갔던 것이다.

사람들은 그들의 죽음을 애도했지만 어떤 사람은 속으로 생각했다.

'그동안 남사기와 영검쌍협은 너무 명성을 떨쳤어.

오늘 정말 그 혈도노조는 적운과 수생을 데리고 도망치다가

황마가 죽었고 백마도 뒤뚱거리는 것이 곧 죽을것 같자 생각했다.

 

'나 혼자 도망치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사손이 다리가 부러져 같이 가기가 힘들구나.

거기다가 자 계집애는 너무나 이뻐서 빼앗기기 싫은걸.'

 

그는 여기까지 생각하자 수생을 한번 바라보고는 다가갔다.

수생은 그가 다가오자 외쳤다.

 

"왜 ... 그래 ?"

 

혈도노조는 말했다.

 

"너를 데려가지 않겠다. 알겠어 ?"

 

적운이 소리쳤다.

 

"사조님, 적이 ㅉ아 와요!"

 

혈도노조는 뒤를 바라다 보았으나 아무도 없었다.

그는 소리쳤다.

 

"무슨 소리야!"

 

그때 머리위에서 굉음이 들리면서 눈이 쏟아져 내렸다.

혈도승은 눈사태를 많이 보았기때문에 그 무서움을 알고 있었다.

그는 소리쳤다.

 

"빨리 도망가! 빨리 도망가!"

 

그는 재빨리 사방을 살펴보니 남쪽의 산봉우리만이 안전한 것 같았다.

그는 백마를 타고 한손으로 적운을 한손으로 수생을 잡았다.

백마도 위험을 느껴서 전력을 달렸다.

그러나 역시 너무나 느렸다.

혈도노조는 말에서 뛰어 내려 경공으로 달렸고 백마는 수생과 적운을 태우고

뒤뚱거리며 달렸다.

혈도노조는 달리면서 옆의 산만 바라보고 있었다.

만약 그 산에서도 눈이 쏟아져 내린다면 죽는 길 밖에 없었기때문이다.

 

잠시후, 혈도승과 적운과 수생 세사람은 얼굴이 창백해져 서로를 바라보았다.

수생은 조금전까지 두사람에게 모욕을 당할까 걱정을 했는데

이제 이런 위험을 마주치자

두사람에게 의지하는 마음이 생겨 이 남자 둘이 어떤 방법을 마련해

이 위험을 벗어나기를 바랐다.

남쪽의 산은 다행히 햇빛이 들어오지 않아 눈이 두껍게 쌓여 있어

눈사태는 나지 않을 것 같았다.

혈도노조는 숨이 가라앉자 몸을 일으켜 주변을 한바퀴 돌았다.

그가 돌아왔을때 그의 얼굴은 분노와 걱정의 기색을 띠고 있었다.

적운이 물었다.

 

"사조님, 어떻읍니까 ?"

 

혈도승은 화를 내며 말했다.

 

"어떠냐고 ? 이렇게 된것은 모두 네놈이 한짓이야!"

 

적운은 다시 감히 묻지 못하고 입을 다물었다.

단지 사태가 매우 심각하다는 것을 눈치챘을뿐이다.

그는 잠시후 참지못하고 다시 말했다.

 

"사조님, 적이 입구를 막고 있읍니까?

그러면 저를 상관하시지 마시고 혼자 도망가십시요."

 

혈도승은 일생동안 많은 사람들과 어울렸으나 한번도 진실로 대한적은 없었다.

 심지어 제자인 선용, 보상, 승체등도 그의 앞에서는 그를 존경하는 듯 하지만

그가 없는 곳에서는 그를 속인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때 적운의 혼자 도망가라는 소리를 듣자 기뻐서 말했다.

 

"네놈의 양심은 대단하군. 적이 입구를 지키고 있지 않으면 눈이 가로막고 있을거야.

높이가 몇십장이나 되고 몇천장이 눈밖에 없으니

이 눈이 녹기를 바라자면 봄이 되어야 할텐데 그동안 우리가 무엇을 먹고 있지.

이 산곡에 먹을 거라고는 없는데 말이야."

적운은 사태가 심각한것을 다시 실감했으나 일단 눈앞의 위기를 넘겨 안심 되었다.

그는 말했다.

 

"그래도 ㄱ어 죽는 것이 그들에게 잡혀 죽는 것보다 나을 것입니다."

 

혈도스은 웃으며 말했다.

 

"네 말이 꼭 마음에 드는구나."

 

그리고는 그는 혈도를 들고 백마를 향해 다가갔다.

수생은 그가 무엇을 하리라는 것을 눈치채고 외쳤다.

 

"안돼! 그 말을 죽여서는 안돼요!"

 

혈도승은 미미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백마를 다 먹으면 너를 잡아 먹을 것인데 말걱정을 하느냐 ?"

 

수생이 애원했다.

 

"제발 말을 죽이지 말아요!"

 

수생의 백마는 그녀가 어릴때부터 함께 자랐기때문에 제일 친한 친구나 다름없었다.

그런 백마가 죽임을 당하려하자 적운을 향해서 말했다.

 

"이봐요. 당신의 사조가 나의 말을 죽이지 않도록 해주세요. "

 

적운은 그녀가 애처러웠으나 현재로서는 말을 죽여 먹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말고기를 다 먹은후에 안장까지 삶아 먹을지경에 이르지 않을까 걱정스러웠다.

그러나 그는 수생이 마음 아파하는 것을 보지못하고 고개를 돌렸다.

수생은 다시 혈도노조에게 애원했다.

 

"제발 나의 말을 죽이지 말아요."

 

혈도승은 웃으며 말했다.

 

"좋아! 너의 부탁을 들어주지!"

 

수생은 매우 기뻐하며 감사의 말을 하려는데 붉은 빛이 번뜩이고는 말의 머리가 땅에 떨어졌다.

 수생은 연일 피곤한데다가 이런 광경에 놀랍고 아픈 마음을 참지 못하고 기절을 했다.

오래 있다가 깨어나니 그녀의 코로 고기 굽는 냄새가 났다.

그녀는 오랫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아서 배가 매우 고팠기 때문에 저절로 군침이 돌았다.

또한, 정신이 점점 맑아지면서 그녀의 사랑하는 말이 이미 구워져 있는 것을 생각하자

마음이 아파서 엉엉 울었다.

도노조가 그런 수생을 보고 말했다.

 

"먹을래? 안먹을래 ?"

 

수생은 소리쳤다.

 

"너희 두 악한 중놈이 나의 말을 죽였어. 나는 틀림없이 복수를 하고 말거야!"

적운은 그녀가 안타까워하는 모습이 부드러운 음성으로 말했다.

 

"수낭자. 이 설곡에는 먹을 것이 없기 때문에 굶어 죽지 않기 위해서는

부득이 수 아가씨의 말을 잡아먹지 않을수가 없어요.

은 말은 이곳을 살아 나간다면 또 구할 수 있을거예요."

 

수생은 소리쳤다.

 

"네 놈이 좋은체 하지만 너는 저 악독한 늙은 중보다 더욱 악독한 놈이야.

평생동안 너를 죽도록 미워할 거야."

 

적운은 그녀의 말을 들으면서 생각했다.

 

'네가 나를 죽도록 미워한다고 해도 나는 살기위해서 먹지 않으면 안돼!'

그는 입을 벌려 말고기를 뜯어 먹었다.

혈도노조는 말고기를 먹다가 말했다.

 

"말고기가 정말 맛있는걸!

그러나 며칠후에 저 계집애를 잡아 먹는다면 더욱 맛이 있을거야."

 

말을 마친 다음 생각했다.

 

'음. 저 계집애를 다먹은 후에 다시 나의 사랑스런 제자를 먹어야 겠군.

이놈은 정말 내맘에 들어서 구워먹기가 아까운데.

그래도 어쩔수 없지. 그래도 이놈은 저 계집애보다 오래 사니

나에게 감사할거야.'

 

그들은 말고기를 배불리 먹고 불속에 나무를 더 집어 넣은 뒤 돌을 깔고 누워 잠을 청했다.

적운은 잠결에도 수생이 계속 울먹이는 소리를 들었다.

그는 생각했다.

 

'수낭자는 한필의 말이 죽었는데도 이렇게 울고 있구나.

내가 세상에 살면서 나를 걱정한 사람은 한명도 없었어.

내가 죽는다면 나를 위해서 울어 줄 사람도 없을테니.

나의 죽음은 이 말보다도 못하겠구나.'

 

 

 

== 연성결(連城訣) 상권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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