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지/연성결(連城訣)

9. 한쌍의 호랑나비(梁山伯 祝英台)

오늘의 쉼터 2014. 6. 20. 09:34

9. 한쌍의 호랑나비(梁山伯 祝英台)

 

 

 

적운은 다시 보름동안을 계곡에서 머물렀다.

그리고 혈도성의 도법과 내공을 완벽하게 익혔다.

이제 어디서나 자유자제로 쓸 수 있는 완벽한 경지에 이르자

그는 혈도경을 태워 재로 만든 다음 혈도노조의 무덤에 뿌렸다.

이 보름동안 그는 여전히 동굴 밖의 큰바위에서 잠을 잤다.

수생이 없다고 해서 동굴에서 잠을 자려고 하지 않았고

요나 방석따위는 쓰려고 하지 않았다.

그는 생각했다.

 

'이제 갈때가 되었다.

이 깃털옷은 가져갈 필요가 없겠지.

나는 일을 다 마치면 이 계곡에 들어와서 살아야겠다.

이곳에는 그 누구도 오지 않겠지.

아무래도 이곳에서 지내는 것이 좋겠어'

 

그는 계곡을 나와 동쪽으로 향했다.

그는 먼저 옛 고향인 상서 마계포에 가서 사부의 소식을 알고자 한 것이다.

자기는 어려서부터 사부에 의해 양육되었고,

세상에서 아는 사람이라고는 사부와 사매뿐이었다.

동굴이 있는 곳에서 상서까지는 반드시 사천(四川)을 지나야만 했다.

적운은 군웅들이 자기와 아무런 원한없이 자신을 적대한것은

모두 머리를 깍고 중옷을 입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이때 그의 무공은 상당한 경지에 이르고 있었으나 남과 싸울 자신은 없었다.

한두사람의 고수를 만나면 그들에게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시골사람들이 입는 파란 옷을 사서 입고 보상의 승복을 태워버렸다.

그리고 얼굴에는 검정칠을 해서 자신을 숨겼다.

그는 계속 동쪽을 향해서 걸었는데 가끔 자신을 추격한 것 같은 강호인들을 만났으나

다행히 자신을 알아보지 못했다.

 

그는 삼십여일이 지나서야 마계포의 옛집에 도착하였다.

날씨는 따듯했고 논의 벼들은 이미 한뼘 정도 자라있었다.

옛 풍격이 눈에 들어오자 적운은 감개무량하여서 눈시울이 뜨거워졌으며

가슴에서 뜨것운 것이 솟아오르는 감정을 느꼈다.

그는 어렸을적에 다니던 샛길을 통해서 옛집에 도착하였다.

그러나 옛집을 보는 순간 그는 깜작 놀랐다.

그는 자기의 눈을 믿을수가 없었다.

작은 개울가의 버두나무 옆에 있던 세칸의 작은 집은

이미 하얀색의 벽과 검정 기와지붕을 한 큰집으로 변해 있었다.

이 집은 원래 집보다 적게 잡아도 세배는 컸다.

그집을 살펴보니 호화롭지는 않았지만 매우 웅장했다.

그는 놀라면서 주위를 살펴보았다.

틀림없이 사부가 살던 옛집이었다.

 

'사부께서는 돈을 벌어 돌아오신 것일까? 그랬으면 좋겠다.'

 

그는 기쁜 나머지 큰 소리로 외쳤다.

 

"사부님!!!"

 

그러나 단 한마디만 외쳤을뿐 곧바로 입을 다물고 내심 생각했다.

 

'안에는 다른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나의 거지꼴을 보여 주면 사부님의 체면을 손상시키는 것이니

자세히 살펴본 다음 들어가자.'

 

그는 이 몇년동안 심한 고통을 당했기 때문에 신중하게 행동하는 법을 알고 있었다.

이 생각 저생각을 하고 있는데 집안에서는 한사람이 걸어 나왔다.

그 사람은 눈을 들어 그를 살펴 보았다.

그는 멸시하는 표정으로 적운을 쳐다보면서 말했다.

 

"무엇하는 사람인가 ?"

 

적운은 그사람이 모자를 비뚜러지게 스고 온몸에 먼지가 묻어 있는 것을 보자

이 집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의 표정을 살펴보니 일꾼들의 우두머리 같았다.

 

"말씀을 묻겠읍니다. 척사부님게서는 집에 계십니까 ?"

 

그사람은 콧방귀를 뀌면서 말했다.

 

"척사부? 그런자는 이곳에 없다."

 

적운은 멈칫하며 물었다.

 

"이곳의 주인은 척씨성을 가진 사람이 아닙니까 ?"

 

그 사람은 반문했다.

 

"나는 그런 것을 왜물어보느냐?

동냥을 하는 방법도 여러가지 그나. 없다! 이 거지야. 빨리 꺼지기나 해라."

 

적운은 사부의 안위가 궁금하여 천리길도 멀다하지 않고 가까스로 돌아왔는데

어찌 그의 말 한마디에 돌아갈수 있겠는가.

그래서 다시 물었다.

 

"나는 동냥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당신에게 물어보는데 옛날 이곳에서 척씨성을 가진 사람이 살고 있었읍니다.

그 어르신께서는 아직도 이곳에서 살고 계십니까 ?"

 

그 사람은 냉소했다.

 

"이 거지좀 보게나?

이곳은 주인은 척씨도 아니고 착씨도 아니고 축씨도 아니야!

자자, 빨리빨리 이곳에서 떠나 주게나."

 

두 사람이 대화를 하고 있는동안 집안에서 또 한사람이 나왔다.

이 사람은 머리에 모자를 쓰고 있었고 옷이 깨긋한 것이 부잣집에서 집을 관리하는 집사 같았다.

그사람은 말했다.

 

"이봐요 평(平)씨! 큰소리로 떠드는 것을 보니 또 누군가와 사우고 있는 모양이군."

 

평씨라고 불리운 사람은 웃으면서 대답했다.

 

"보세요. 이거지가 글쎄 구걸을 할려면 할것이지 감히 주인어르신의 성을 묻고 있지 않겠읍니까?"

 

그 관린인은 적운을 뚫어져라 쳐다보고는 말했다.

 

"여보게 친구, 자네는 주인어르신의 성을 알아서 무엇하려 하는가 ?"

 

만약 오륙년전이었다면 적운은 하나도 남김없이 그들에게 사실을 말해주었을 것이다.

그러나 요 몇년 사이에 사람들의 마음이 매우 간사하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관린인의 눈빛에서 의아해 하는 기색을 보자 생각했다.

 

'나는 천천히 알아봐야겠다. 이중에는 틀림없이 어떤 곡절이 있을것이다.'

 

그는 말했다.

 

"나는 주인어르신의 성이라도 알아서 큰소리로 그분의 성을 부르면서 동냥을 하려고 했읍니다.

당신은 바로 이집의 주인어르신이군요."

 

그는 고의로 멍청한척 하면서 상대방이 의심을 하지 않도록 했다.

그 집을 관리하는 자는 껄껄 웃었다. 비록 이사람이 멍청 하다고 느끼고 있었으나

자기를 이집의 주인으로 여기고 있자 마음이 흡족했다.

 

"나는 이집의 주인이 아니다. 여보게, 자네는 어째서 나를 이집의 주인이라고 여기고 있지?"

 

적운은 말했다.

 

"당신의... 당신의 모습은 무척 보기가 좋읍니다.

위풍당당하신 것이 당신은... 당신은 부잣집의 주인의 상을 가지고 계십니다."

 

집을 관리하는 그 집사는 더 기뻐하며 웃었다.

 

"멍청한 놈! 내가 훗날 정말 부자가 된다면 네게 많은 돈을 주지.

내가 보기에는 너는 몸이 튼튼한 것 같은데 어째서 일을 하여 돈을 벌려 하지 않느냐 ?"

 

적운은 말했다.

 

"나보고 일하라고 하는 사람이 없읍니다.

주인나으리 제발 젝게 밥한술만 주십시요."

 

그 집을 관리하는 사람은 평씨성을 가진 자의 어깨를 툭툭치더니 말했다.

 

"당신 들어보게나. 그는 말끝마다 나를 주인나으리라고 부르니

별수 없이 밥을 한덩이 주어야겠군.

여보게, 평씨. 자네가 이자를 데려다가 흙나르는 일을 시키게나.

나는 그에게 삯을 주어야 겠네."

 

그 평씨성을 가진자가 말했다.

 

"알았읍니다. 분부대로 행하지요."

 

적운은 두사람의 말투를 들어보니 평씨성을 가진자는 상서지방의 사람이였고

관린인은 북방의 사람 같았다.

그는 아무 내색안 혹 아주 공경스럽게 말했다.

 

"주인나으리, 주인나으리. 정말 감사합니다."

 

그 일꾼은 웃음섞인 말투로 욕을 했다.

 

"제기랄! 말이면 다 되는줄 아나?"

 

그 관리인은 너무 우스워 발을 동동굴리며 말했다.

 

"나는 이집의 주인나으리고 자네는 이집의 주인도령이고 허허..

이거 거저로 직위가 올라갔군."

 

그 일꾼의 우두머리는 적운의 귀를 잡고 웃었다.

 

"들어가거라! 들어가거라! 먼저 밥을 먹은후에 저녘때부터 일을 하거라."

 

적운은 조금도 항거하지 않고 그를 따라 들어갔다.

그는 내심 생각했다.

 

'어째서 낮에 일을 하지 않고 밤에 일을 하는걸까 ?'

 

그는 큰집의 안뜰을 지나게 되자 깜작 놀랐다.

집가운데는 커다란 구덩이가 파져 있었으며

그 구덩이는 집밖을 둘러싸고 있는 벽과 인접해 있었다.

그 사이에는 한개의 좁은 통로가 나있었다.

구덩이 속에는 삽, 곡괭이와 흙은 지어 나르는 기구들로 가득하였다.

ㅋ으로 보기에는 위엄있고, 조용한 이집안에 이런 큰구덩이가

어째서 파여 있는 것일까?

그 하인의 우두머리는 말했다.

 

"이곳의 일은 절대로 밖으로 나가 발설하지 말아라. 알겠느냐?"

 

적운은 말했다.

 

"네, 네! 알았읍니다.

알고보니 이곳이 명당자리라서 주인 나으리께서는 묻힐 무덤을 파고 있으니

외부의 사람이 알면 절대 안되겠지요."

 

그 우두머리는 껄껄 웃으면서 말했다.

 

"그렇다. 꽤 총명하구나. 자, 나를 따라와라. 밥을 먹여 줄테니."

 

적운은 주방에서 밥을 배불리 먹었다.

그 우두머리는 그에게 낭하에서 기다리며 함부로 돌아다니지 말라고 주의를 주었다.

적운의 궁금증은 한층 더 해졌다.

집안의 모든 설비들은 간단하고 누추했다.

부엌에는 벽돌로 쌓은 아궁이도 없었으며 단지 몇개의 돌을 쌓아 놓고

그 위에 솥을 걸어 놓았다.

탁자와 의자같은 물건들도 모두 가난한 집에서 쓰는 물건들이어서

이 크나큰 집과는 어울리지 않았다.

저녘이 되자 집안에는 점점 많은 사람들이 몰려 들었다.

모두 이 부근의 힘센 농민들이었는데 모두 떠들석하게 밥과 술을 먹고 마셔대기 시작했다.

적운도 그 사람들과 함께 밥을 또 먹었다.

그는 이 지방의 말을 사용했기 때문에 아무도 그를 주의하지 않았다.

모두 그를 이 지방에서 놀고 먹는 청년으로 여겼던 것이다.

밥을 먹자 평씨는 모두를 대청앞에 모아놓고 말을 했다.

 

"모드들 힘을 써서 파주시요.

오늘 저녁 운이 좋아 어떤 물건을 파낸다면 중한 상을 내릴 것이오."

 

여러사람들은 대답하였다.

삽을 들어 파내는 소리와 곡괭이로 땅을 찍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한명의 나이가 비교적 많은 그 지방사람이 낮은 소리로 말을 했다.

 

"두달동안 흙을 팠으나 보물은커녕 쇠똥도 구경하지 못했다.

설령보물이 있다해도 인연이 있어야 얻는 법이지 억지로는 안돼."

 

적운은 생각했다.

 

"그들은 보물을 파낼려고 하는가보다.

이곳에 무슨 보물이 있단 말인가 ?"

 

그는 우두머리가 멀리가자 옆의 사람에게 작은 목소리로 물어보았다.

 

"아저씨, 그들은 무슨 보물을 파낸다고 하던가요 ?"

 

그 사람도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여기의 보물은 모두 대단하지.

이곳의 주인은 기대가 크다오.

그는 이곳사람이 아닌데 멀리서 이땅에 보물의 기운이 있음을 보고는

이 땅을 사고 이렇게 집을 지어서 몰래 보물을 파려합니다."

 

적운은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말했다.

 

"알고보니 그랬군요. 그런데 무슨 보물인지 아십니까 ?"

 

그 사람은 말했다.

 

"그 사람이 말하기를 무슨 상자인데 물건을 넣고 하루만 지나면

그 상자에 그 물건으로 가득차 있게 된다네."

 

적운은 말했다.

 

"정말 보물입니다. 보물입니다."

 

그 사람은 또 말했다.

 

"만약 우리가 그 상자를 찾아 낸다면 주인은 우리에게 그것을 하룻밤씩 빌려주어서

원하는 물건을 넣으라고 했소.

당신은 그것을 찾으면 무엇을 넣을 것이요 ?"

 

적운은 한참 생각하고는 말했다.

 

"나는 늘 배가 고픕니다.

그러니 한알의 쌀을 집어 넣으면 다음날 쌀이 가득할 것이니 얼마나 좋겠읍니까!"

 

그 사람은 껄껄 웃더니말했다.

 

"그래, 그래! "

 

그우두머리는 웃음소리를 듣고는 다가와서 힐책했다.

 

"잔소리는 그만두고 빨리 파거라."

 

적운은 낮은소리로 다시 물었다.

 

"이집의 주인은 성이 어떻게 되신답니까 ?"

 

그 사람은 말했다.

 

"저기 주인이 나오네."

 

적운이 그가 가르키는 뒷뜰에서 걸어나오는 사람을 바라보니

눈빛이 형형하고 옷차림도 매우 화려했다.

나이는 오십세 정도 되어 보였다.

적운은 그를 쳐다보고는 곧 심장이 뛰는 것을 느꼈다.

그는 급히 고개를 돌리고 그를 더 쳐다 보려하지 않았다.

그는 생각했다.

 

'이사람은 내가 어디서 본 사람이야. 이사람을 어디서 봤지 ?'

 

그 사람의 말소리가 들려왔다.

 

"오늘 서녁 모두들 서쪽으로 삼척정도 파주시요.

종이조작이든 나무조각이든 돌맹이든 절대 하나라도 놓치면 안되오."

 

적운은 그 사람의 말소리를 듣자 머리속에서 한사람이 떠올라서 깜작 놀랐다.

 

'맞다. 알고보니 그 사람이구나.'

 

그는 고개를 푹 숙이고 곁눈으로 그를 다시 쳐다보았다.

이집의 주인은 만진산의 집에서 그에게 삼초의 검법을 전해주었던 그 늙은 거지였다.

그때는 옷이 낡았고 머리는 봉두난발이었으며 온몸이 지저분 했었는데

오늘은 대부호의 옷차림이었다.

그래서 그의 목소리를 듣고 나서야 누구인가를 알아차릴 수 있었던 것이다.

적운은 단번에 구덩이에서 뛰쳐 나가서 그를 아는척 하려 했으나 곧 생각을 바꾸었다.

그는 요 爭竪옛 고초를 당했기 때문에 모든일에 신중을 기하는 것이 본증처럼 되어 있었다.

그는 기분 내키는대로 행동하지 않았다.

 

'이 거렁뱅이 노인은 내게 참 잘 대해 주었다.

그해 내가 그 큰 도둑놈인 여통과 겨루고 있을때 그가 손을 써서 나를 구해주지 않았던가.

나중에는 나에게 정묘한 삼초식을 알려주었지.

지금 생각해보면 그 삼초는 평범하기 그지 없지만 당시에는 그에게서 가르침을 받아서

치욕을 벗어날수 있었지 않은가 ?'

 

그는 다시 생각했다.

 

'오늘 다시 만났으니 그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해야지.

그러나 이곳은 우리 사부님이 옛날에 살던 집인데

그는 이곳에서 무슨 물건을 파낼려고 하는거지.

어째서 이렇게 큰 집을 세우고 사람의 입과 귀를 막고 있을까 ?

그는 옛날에 거렁뱅이였는데 어떻게 이렇게 부자가 될수 있었을까 ?'

 

그는 이것저것을 생각해 보았다.

 

'아무래도 확실히 알고난 다음에 행동을 해야겠다.

그가 비록 나의 은인이지만 그 이유만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고 해서는 안된다.

그는 나의 사부님께서 돌아오시면 어찌하려고 이러는가?

 

혹시... 사부님께서는 이미 돌아가신것이 아닐까 ?'

 

적운과 일꾼들은 밤새도록 작업을 했다.

그 주인은 처음부터 끝까지 옆에서 감시하고 있다가 날이 밝아오자

작업을 비로서 중지시켰다.

많은 사람들이 흩어져 집으로 돌아가고 여닐곱명은 집이 먼 연고로

큰짐 낭하에서 돗자리를 펴고 잠을 잤다.

적운도 그들틈에 끼였다.

점심때까지 잔후 모두들일어나서 밥을 먹었다.

적운의 몸은 무척 더러워서 옆의 사람들은 그와 가까이하려 하지 않았다.

밥을 먹을때는 더욱 멀리 떨어져 있었다.

적운은 정말 잘 되었다고 생각했다.

그의 변장이 탄로날 염려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적운은 점심을 먹고 난뒤 삼리밖의 작은 마을로 갔다.

그곳에 가서 사부의 행적을 탐문하려 했던 것이다.

멀리서 바라보니 자기의 어릴적 친구들이 장성하여 어른이 되어 있었으나

자신의 정체를 알리고 싶지 않아서 아는체를 하지 않았다.

그는 주변을 돌아다니면서 아이들에게 물어 보았으낵 사부님이 다시 마을로 돌아왔다는

소리를 듣지는 못했다.

더더구나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은 어떻게 늙은 거지가 이곳에 와서

보물을 파려 하는 것인가였다.

우연이라기에는 너무나 공교로운것이었다.

그는 논밭을 지나 푸른 채소가 심어져 있는 밭을 지났다.

푸른 잎사귀의 공심채가 가득 심어져 있었다.

그는 공심채를 보자 갑자기 아려왔다.

그녀의 사매인 척방이 생각났던 것이다.

공심채는 원래 이지방에서 아무렇게나 가꾸어도 잘 자라는 채소로 줄기가

소이 텅 비어 있어서 공심채라고 불리었다.

그는 허리를 숙여 한포기의 공심채를 캐서 냄새를 맡으면서 천천히 서쪽으로 걸어갔다.

마을의 서쪽에 있는 산은 돌투성이라서 밭을 만들수가 없었다.

이 산의 한구석에서는 척방과 적운만이 알고 있는 동굴이 하나 있었다.

그는 옛날 생각이 나서 자기도 모르게 동굴을 향해서 발걸음을 돌렸다.

두개의 언덕을 지나서 은밀하고 황량한 동굴의 입구에 이르렀다.

키만큼 자란 풀들이 동굴의 입구를 막고 있었다.

그는 다시 마음이 쓰러려 왔다.

동굴안에 들어가보니 동굴안의 모든 물건들은

그 옛날 그와 척방이 떠나갈때와 조금도 다른바가 없었다.

단지 먼지만이 가득히 쌓여 있었을 뿐이였다.

구석에는 척방이 바느질할때 쓰던 바느질그릇이 놓여 있었다.

구리고 그옆에는 한권의 책이 있었는데 적운은 다가가서 책을 들었다.

책의 겉장에는 당시선집(唐詩選輯)이라고 쓰여져 있었다.

그 당시의 척방과 적운은 글자를 많이 알지 못했기 때문에 이글을 읽을수가 없었다.

그는 책장을 열어 두개의 색종이를 꺼내어 들었다.

그것은 한쌍의 나비였다.

적운은 그 당시를 회상해 보았다.

한쌍의 노란 바탕에 검은 줄이 있는 큰 호랑나비가 날아서

굴속으로 들어와 서쪽에서 날고 동쪽에서 날고 있었는데

두마리의 호랑나비는 떨어질줄을 몰랐다.

척방이 외쳤다.

 

"양산백 축영대(梁山伯 祝英台)!"

 

상서 일대의 사람들은 이렇게 생긴 큰 호랑나비를 양산백 축영대라고 부르고 있었다.

이 호랑나비는 암수 한쌍이 잠을 잘때나 날아다닐때나 항상 같이 붙어 다녔다.

적운은 이때 짚신을 엮고 있다가 나비가 날아오자 짚신으로 탁 쳐서

땅에 떨어뜨려서 죽였다.

척방은 악! 하고 비명을 지르더니 화가나서 말했다.

 

"지금 .... 무슨 짓을 하는거야 ?"

 

적운은그녀가 갑자기 화를 내자 영문을 알 수가 없어 금방이라도 꺼져가는 소리로 말했다.

 

"네가... 호랑나비를 좋아하니까 ... 나는 호랑나비를 잡아서 너에게 주려고 했어."

 

죽은 나비는 땅바닥에 떨여져 꼼작도 하지 못하고 있었고 죽지않은 한마리의 호랑나비는

계속해서 그 위를 날고 있었다.

척방이 말했다.

 

"공심채는 사이 좋은 한쌍을 해쳤어. 그들은 다시 어울릴수 없게 되었단 말이야."

 

적운은 그녀의 안색이 변하고 그녀가 괴로와하는 모습을 보자 내심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아이쿠! 내가 잘못 죽였구나!"

 

나중에 척방은 그 죽은 나비의 모양을 본따서 종이로 나비모양을 오려서 그녀의 신발에 붙였다.

설날이 오자 그녀는 한개의 복주머니를 그에게 만들어 줬는데

역시 한쌍의 호랑나비가 수놓아져 있었다.

그 복주머니는 계속 가지고 다녔으나 형주에서 감옥에 갖힐때 옥졸이 가져가 버렸다.

수늘 놓을때 쓰던 종이 나비를 들고 있는 그의 귓전에 척방의 목소리가 들려 오는 것 같았다.

"보세요. 당신은 못된 짓을 해서 그들 부부를 생이별하게 했군요."

 

그는 멍청히 그 종이를 바라보다 조심스럽게 책속에 끼워넣었다.

그가 다시 몇장을 넘겨보니 수를 놓을때 사얜하던 몇종류의 문양이 나왔다.

거기에는 산양도 있었고, 민어나 토끼의 모양도 있었다.

그는 한장을 집어 들고 자세히 바라보려 했을때

갑자기 수십장 밖에서 돌맹이 부딪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곳에는 사람이 온적이 없다. 그럼 맹수들이 온걸까 ?'

 

그는 각종의 모양이 그려져 있는 문양을 품속에 갈무리 했다.

한사람의 말소리가 들려왔다.

 

"이 일대는 황량하기 짝이 없어으니 절대이곳에는 없을 것입니다."

 

늙은 말소리가 들려왔다.

 

"황량할수록 사람들은 보물을 그곳에 숨겨두는 법이씔.

우리는 이곳을 잘 살펴보자."

 

적운은 내심 생각했다.

 

'어째서 이곳까지 와서 보물을 찾을가 ?'

 

그는 재빨리 동굴에서 빠져나와 큰나무뒤에 몸을 숨겼다.

얼마후 사람들이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는 발걸음 소리를 들어보니

칠팔명은 되어 보였다.

그가 나무에서 얼굴을 내밀고 바라보니 맨 첫번째 사람은 옷이 화려 했으며

대머리였고 얼굴색이 희었는데 모습이 눈에 익었다.

이어서 한사람이 손에 사슬을 들고 따라오고 있었다.

이 사람의 몸매는 상당히 컸으며 기골이 장대했다.

적운은 금방이라도 뛰어나가 그를 죽이고 싶었다.

이 사람은 바로 그의 사매를 빼앗아가고 자신을 감옥에 보내어

수많은 고통을 준 바로 만규였던 것이다.

그가 어째서 이곳에 나타났을까 ?

옆에 있는 사람은 바로 만진산의 막내제자 침성이었다.

두사람을 뒤따르고 있는 사람은 모두 만진산의 제자로

노곤,손균, 복원, 오감, 풍탄등이었다.

만진산에게는 모두 여덟명의 제자가 있었으나 주기는 형주의 폐허에서

적운에게 죽임을 당했고 지금 나타난 것은 일곱명이었다.

적운은 매우 의아했다.

 

'이놈들은 이곳까지 와서 무슨 보물을 찾으려는 거지?

이놈들도 도깨비 방망이를 찾고 있는 것이 아닐까 ?'

 

침성이 외쳤다.

 

"사부님, 사부님! 이곳에 동굴이 있읍니다!"

 

그러자 청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래 !"

 

그 목소리에는 억제할수 없는 기쁨이 담겨 있었다.

이어서 몸집이 거대한 사람이 걸어왔다.

 바로 오운수 만진산이였다.

그의 음성은 낭랑했고 발걸음도 무거웠으며 조금도 늙은 것 같지 않았다.

만진산이 먼저 동굴로 들어갔고 여러 제자들도 뒤따라 동굴로 들어갔다.

굴속에서 말소리가 들려 왔다.

 

"이곳은 원래 사람이 살던 곳이군요."

 

"먼지가 이렇게 쌓인 것을 보니 오랫동안 사람이 살지 않았던것 같군요."

 

"아닙니다. 여기 발자국이 새로 나 있읍니다."

 

"그렇군요. 여기 손자국도 있읍니다. 누가 금방 왔다갔나 봅니다."

 

"틀림없이 언사숙일 것입니다.

그는... 그는 연성검법을 홈쳐 갔을 것입니다."

 

적운은 깜작 놀랐다.

 

'그들은 연성검법의 검보를 찾으려고 하는구나.

언사숙이라면 사부께서 말씀하시기를

둘째 사숙이신 언달평은 이미 오래전에 실종되어 생사를 모르고 있으며

이미 이세상 사람이 아니라고 하셨는데 어떻게 연성검보를 노리고 있을까?

그들읊 내가 남신 발자욱과 손자욱을 보고 언사숙이 남긴 자욱으로 아는가 보다.'

 

만진산이 말했다.

 

"모두들 우왕좌왕하지 말고 사방을 조심해서 찾아보거라."

 

어떤 사람이 말했다.

 

"언사숙께서 이곳에 오신 이상 가져가지 않았을리가 있겠어요?"

 

또 한 사람이 말했다.

 

"척장발은 잔꾀가 많으니 검보를 이곳에 숨겼다면

다른 사람들이 쉽게 찾지를 못할 것입니다. "

 

한 사람이 말했다.

 

"물론 잔꾀가 많지. 그렇지 않으면 어찌 철소횡강이라고 불리웠겠는가 ?"

 

만진산이 말했다.

 

"우리는 조금전 그 시골 사람의 뒤를 ㅉ아 왔는데 그자의 걸음 걸이가 매우 빨랐다.

그 사람이 이일과 관련이 있을지 모르겠구나."

 

만규는 말햇다.

 

"그 사람은 이곳의 지리에 밝아 작은 길로 떠나갔을 것입니다.

우리는 그가 아니었다면 이곳에 동굴이 있다는 것을

일년이나 이년이 지나도 알 수가 없었을 것입니다."

 

적운은 생각했다.

 

'알고보니 그들은 내 뒤를 따라왔구나.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이런 은밀한 곳을 알고 있겠는가 ?'

 

여러사람들이 시그럽게 떠들며 곳곳을 살피는 것을 적운은 알 수 있었다.

 

그들은 샅샅이 뒤졌으나 몇개의 물건을 집어 냈을 뿐이었다.

이어서 삽으로 땅을 파는 소리가 들려왔다.

동굴속은 모두 바위 덩어리인데 어찌 파내려 갈 수 있겠는가 ?

 

만진산은 말했다.

 

"아무것도 없구나. 밖으로 나가자 우리는 밖으로 나가 상의 하도록 하자."

 

그들은 만진산을 따라 동굴에서 나와 개울 옆 바위 위에 앉았다.

이 여덟사람의 말소리는 낮아 무슨 말을 하는 지 알 수 없었다.

잠시후 여덟사람은 몸을 일으켜 사라져갔다. 적운은 생각했다.

 

'그들은 연성검보를 나의 둘째사백 언달평께서 홈쳐갔다고 단정하고 있구나.

나의 사부의 집을 큰집으로 바뀌었고 그 늙은 거지는 무슨 보물을 찾는다고 했는데...

아, 맞다! 맞어!'

 

그는 갑자기 깨닫는 바가 있었다.

 

'그 늙은 거지는 보물을 찾는다고 했으나 사실은 연성검보를 찾고 있는 것이다.

그는 그것이 사부님의 수중에 있는줄 알고 이곳으로 와서 자세히 찾아보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의 이목이 있어 먼저 큰집을 지은 후 뜰안을 파내고 있으며

소문이 나갈까봐 헛소문을 내 보물단지를 찾는다고 했다.

그것은 시골사람들을 속이기 위한 방법이지.'

 

그는 또 생각을 했다.

 

'그날 만사백이 생일잔치를했을 때 이 늙은 거지가 왔다갔다

한 것엔 무슨 꿍꿍이 속이 있었을 것이다.

음! 만진산 그들이 검보를 찾지 못했으니 틀림없이 그 큰집에 가서 찾겠구나.

어쩌멱 몇년전에 찾아봤는지도 모르지.

일이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 나는 큰집에서 구경이나 해보자.

일이 이상하고 엉뚱하게 진행되는구나.'

 

그는 자리에 일어나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러나 나의 사부는 어디 계실까? 그 어르신은 어디 계실까?

그의 집은 다른 사람이 벌집 쑤시듯 쑤셔 놨는데

그는 알고 있을까 ? 모르고 있을까? 사매는?

그녀는 형주에남아 마님노릇을 하며 잘 살고 있겠지.

만가의 사람들이 그녀의 부친집에 와서 뒤지고 있는 것을 그녀는 알고 있을까?

그녀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

 

저녁이 되자 큰집은 횃불을 밝혔다.

십여명의 일꾼들은 곡괭이를 들고 땅을 파고 있었다.

적운도 그 사람들 틈에 끼어서 땅을 팠다.

그는 힘을 써 일하지도 않았고 게으름도 하지 않았다.

그의 머리는 봉두난발이었고 수염을 깍지 않아 털투성이였다.

그리고 검정칠이 칠해져 있어 진면목을 알 수가 없었다.

그는 만진산이 올까봐 머리에 매고 있던 흰끈을 풀어내고

주머니속에 있던 푸른천을 머리에 다시 맸다.

 

이날 저녁 그들은 북쪽을 향해 파고 있었는데

그 늙은 거지는 뒷짐을 지고 왔다갔다 하고 있었다.

물론 그는 거지차림이 아니고 매우 화련학 옷과 많은 보석을 걸치고 있었다.

갑자기 적운은 집밖에 사람이 오고 있는 기척을 알아차렸다.

동서남북의 사방을 사람들이 에워싸고 다가오는 중이었다.

그 사람들은 아직 멀리 있어서 늙은 거지는 아직 눈치채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오년전 적운은 그 늙은 거지를 매우 존경했고 좋아했었다.

그는 겨우 늙은 거지에게 3초식을 배워서 만진산의 여덟제자를 만나

그들이 손쓸 여유도 주지 않았었다.

그런 그가 어찌 이리 무공이 무디어졌을까 ?

 

적운은 자신의 무공이 상당한 경지에 이르고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그가 분명히 들을수 있는 소리도 옆사람의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적운은 매우 이상하게 생각하였다.

 

'이 만문의 여덟사람은 꽤나 웃기는구나.

그들이 다가오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는데 숨소리를 죽이고 다가오다니.'

 

그 여덟사람육 십여장쯤 다가오자

그 늙은 거지는 그제서야 귀를 기울이는 듯했다.

적운은 생각했다.

 

'그는 들었을까 ?'

 

기실 그 여덟사람의 거리는 아직도 멀었다.

만약 일이년전의 적운이였다면 그 역시 들을수 없었을 것이다.

아니 그보다 더욱 가까이 온다해도 들을수 없었을 것이다.

그 여덟사람은 더욱 가까이 다가왔다.

몇 걸음을 옮기더니 문득 멈추었다.

틀림없이 안에 있는 살마들에게 들킬까봐

조심하는것 같았으나 늙은 거지는 이미 알고 있었다.

그는 몸을 돌리더니 담벼락에 놓여 있던 용두괴장을 집어 들었다.

갑자기 여덟사람은 동시에 집 주위를 둘러쌌다.

펑 하는 소리가 나면서 대문이 열렸으며 만규가 제일 먼저 들어왔고

이어서 침성과 복원이 따라들어왔다.

일곱사람은 각기 장검을 뽀아 들고 순식간에 그 늙은 거지를 에워쌌다.

그 늙은 거지는 껄껄 웃더니 말했다.

 

"하하! 좋구만! 형제들이 다 모였으니!

만사형, 어째서 들어오지 않으시오 ?"

 

문밖에 서 있던 한사람이 껄껄 크게 웃더니 들어왔다.

바로 오운수 만진산이였다.

그와 그 늙은 거지는 똑바로 선채 서로를 쳐다 보았다.

만진산이 웃으면서 말했다.

 

"언사제,몇년 동안 보지 못했는데 그 사이에 돈을 많이 벌었구먼!"

 

이 말을 들은 적운의 머릿속은 한바탕 혼란이 일어났다.

 

'무엇이라고? 이 사람이 바로 둘째 사백인 언달평이란 말인가?'

 

그 늙은 거지는 말했다.

 

"사형, 나는 최근 몇년동안 돈을 조금 벌었소. 당신은 장사가 잘 되오 ?"

 

만진산은 말했다.

 

"덕분에! 음, 얘들아. 어찌 사숙에게 절을 올리지 않느냐 ?"

 

그러자 노곤등은 일곱명의 모든 제자들이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

 

"제자들이 사숙님께 인사드립니다."

 

늙은 거지는 말했다.

 

"됐어! 됐어! 이제 됐어! 손에 무기가 들려 있으니

절을 하기가 불편할 것이야. 절은 관두게나."

 

적운은 내심 생각했다.

 

'이사람이 언사백이구나! 그가... 그가...'

 

만진산은 말했다.

 

"사제는 이곳에서 금광을 찾고 있는가?

어째서 이곳에 큰 구멍을 파고 있지 ?"

 

언달평은 킥킥 웃더니 말을 했다.

 

"사형은 잘못 아시었소. 소제는 원수진 사람들이 너무 많다오

이곳에 깊은 구덩이를 파는 것은 두가지 쓸모가 있어서지요.

소제가 그 원수들을 죽인다면 그들을 구덩이속에 매장하고

소제가 그들에게 당한다면 소제가 이곳에 묻히려는 것입니다."

 

만진산은 말했다.

 

"그것 참 묘하군. 사제는 정말 용의주도하단 말이야.

사제는 뚱뚱하지도 않은데 이 구덩이는 너무나 넓단 말이야.

더 이상 팔 필요도 없겠어."

 

언달평은 말했다.

 

"물론 한 사람을 묻기에는 너무나 크지요.

그러나 여덟사람을 묻기에는 아직도 부족한 것 같군요."

 

적운은 두사람이 만나자 마자 입씨름으로 날카롭게 대립을 하자

언뜻 정전의 말이 생각났다.

 

'그들 사형제들은 합심하여 그들 사부를 죽였다.

은혜를 베푼사부도 죽였는데 그들끼리야 무슨 정분이 있겠는가?

정형이 말하기를 그들의 사형제는 연성검보를 빼앗았지만

그러나 요결은 얻지 못했다고 하셨어.

그 요결은 모두 숫자로 된 것인데

첫번째 숫자는 4이며,

두번째 숫자는 51이고,

세번째 숫자는 33이고

네번째 숫자는 27이라고 했다.

정형께서 숨이 끊어지실때까지 말씀을 하셨지.

검보는 이미 그들의 수중에 있을텐데 어찌 이곳에 와서 찾을까 ?'

 

만진산은 말했다.

 

"우리는 동문수학한 사이라

너는 나의 마음을 알고 있었으며 나도 너의 마음을 꿰뚫고 있다.

말을 돌릴 필요는 없을 것 같구나. 가져 오너라."

 

하면서 우측손을 내밀었다.

언달평은 말했다.

 

"아직 찾지 못했소.

세째인 척장발은 꾀가 대단히 많아 우리들은

그의 적수가 되지 못합니다.

나는 아직 그가 어디에다가 검보를 숨겼는지 찾지 못했읍니다."

 

적운은 멈칫했다.

 

'그들 세분 사형제가 검보를 빼앗았는데

나의 사부님이 모두 가져갔단 말인가?

사부님은 이곳에 안계시며 그 검보는 사부님께서 가지고 계실텐데

어째서 여기에 와서 검보를 찾고 있을까 ?'

 

그는 만진산과 언달평이 절대 멍청이가 아님을 알고 있었다.

자기보다 열배는 총명한 사람들이었다.

이중간에는 린뮌 음모와 술수가 숨겨 있을 것이라고 짐작이 갔다.

만진산이 껄껄 웃으면서 말했다.

 

"사제, 사재는 왜 거짓으로 꾸미고 있는가?

사람들은 세째사제를 철소횡강이라고 부르지만

내가 보기에는 오히려 자네가 더욱두려운 사람이라네."

 

그는 다시 우측손을 흔들어 빨리 가져오라는 뜻을 표명했다.

언달평은 옷을 툭툭 털면서 말했다.

 

"사형, 그 물건을 설사 이 언달평이 얻었다해도 나 혼자서는

절대로 그 비밀을 풀지 못할 것입니다.

반드시 형님이 지도를 동생은 옆에서 거들어야 되겠지요.

그러나 사형께서 얻었으면 사형 문하의 제자들은 아직 공력이 약하니

이 동생이 사형을 거들어야 할 것입니다."

 

만진산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너는 그 산동굴에서 무엇을 가지고 왔느냐 ?"

 

언달평은 이상해서 물었다.

 

"무슨 동굴입니까 ? 이 부근에 동굴이 있읍니까 ?"

 

만진산은 말했다.

 

"사제, 자네와 나는 똑같이 나이를 먹고 있는데

두 사람의 의리를 해칠수 있겠는가?

같이 보세나 앞으로 어려운 일이 있으면 같이 연구하는 것이 어떤가?"

 

언달평은 말했다.

 

"그것참 이상한 말씀을 하십니가.

당신은 어째서 내가 가져갔다고 단정을 하십니까?

만약 내가 손에 넣었다면 아직도 이곳에서 땅을 파고 있겠읍니까 ?"

 

만진산은 말했다.

 

"자네는 간계가 많은데 무슨 속셈인지 알 수가 있겠는가 ?"

 

언달평은 말했다.

 

"척사제의 물건을 그렇게 쉽게 찾을수 있겠읍니까 ?

그 물건은 이집에 없는 것 같읍니다.

그래서 나는 삼일정도 더 파보다가 아무런 결과가 없다면

더 이상 파내려 가지 않을 작정이였읍니다."

 

만진산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흥! 내가 보기에 자네는 열흘이고 한달이고 파내려 갈 것일세

그래야 그럴듯 하지 않은가 ?"

 

언달평은 핏기 가신 얼굴로 미간을 찌푸렸다.

그러나 화를 억누르고 이렇게 말했다.

 

"어떻게 해야 믿을수 있겠읍니까 ?"

 

그러더니 그는 옷을 풀고 장포를 벗더니

웃옷의 한 귀퉁이를 잡고 몇번이고 흔들었다.

쨍그랑 거리는 소리가 나면서 몇개의 동전과 한개의 비연후따위가 떨어졌다.

만진산은 말했다.

 

"자네는 참 멍청하군!

그것을 찾았다면 다른 곳에 두었을 테지

옷에 넣고 다닐 이유가 있겠는가? 우리를 바보로 아는가 ?"

 

언달평은 탄식했다.

 

"사형께서 믿지 못하신다면 와서 찾아 보시지요."

 

만진산은 말했다.

 

"미안하지만 그렇게 해야 겠군."

 

그러더니 만규와 침성에게 눈짓을 보냈다.

두사람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검을 검집에 넣고는 언달평의 좌우로 다가갔다.

만진산이 복원과 노곤 두 사람에게 눈짓을 하자

두 사람은 언달평의 등뒤로 가서 검을 겨누었다.

언달평은 주머니를 톡톡 치면서 말했다.

 

"자, 뒤져보게나."

 

만규는 말했다.

 

"사숙님, 죄송합니다."

 

그러더니 주머니에 손을 집어 넣었다.

갑자기 악! 하면서 만규가 급히 주머니에서 손을 빼면서 뒤로 물러섰다.

불빛 아래서 보니 손등에는 약 세치정도 되는 전갈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그가 재빨리 뿌리치니 전갈은 픽! 하는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그러나 손등은 이미 부어오르고 있었다.

그의 이마에서는 식은땀이 뚝뚝 떨어져 내렸다.

언달평은 대경실색하면서 말했다.

 

"아이쿠! 만현질, 자네는 어디서 독충을 가지고 왔는가?

이것은 꽃무늬가 새겨진 전갈인데 무섭기 짝이 없는 놈이라네.

이 물건은 가지고 놀면 안돼!

사형, 빨리 손을 쓰지 않는다면 해독할 수 없읍니다. 아이쿠!"

 

만규의 손등은 붉은 색에서 자주색으로 변했고 다시 검은색으로 변했다.

한줄기 빨간색이 천천히 손목을 타고 올라가고 있었다.

만진산은 언달평의 함정에 빠졌음을 알고 당황한 어조로 말했다.

 

"사제, 내가 승복하겠다!

내가 졌네. 자네가 해독약을 준다면 손을 털고 우리는 떠나가겠네.

자네에게 아무런 간섭도 하지 않겠네."

 

언달평은 말했다.

 

"이 해독약은 내게 있었읍니다만 오래 되어 잊어버리지나 않았는지 모르겠읍니다.

며칠후 나는 약을 찾아가지고 찾아 뵙겠읍니다.

해독약이 없으면 나는 대명부에 가서 처방을 찾아다가 약을 조제하여

해약을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 형제는 의리가 깊은게 탈이지요."

 

만진산은 이 말을 듣자 금방이라도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

큰독사나 전갈에 물리면 한시진안에 목숨을 잃는다.

이 빨간선이 가슴까지 가면 금방 숨이 끊어질 것이 분명했다.

며칠 뒤에 약을 가져온다는등, 천리먼 하북의 대명부에 가서

약을 지어 온다는등의 말뿐만 아니라 염치없게도 형제간의 의리가 깊다는 말을 하자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그러나 자기가 사랑하는 아들의 목숨이 경각에 달려 있는지라

별수없이 치미는 화를 참으며 말했다.

 

"사제, 이 시합에서는 내가 졌다.

자네는 요구하고 싶은 것을 요구하게나."

 

언달평은 천천히 겉옷을 입고 단추를 채우더니 말했다.

 

"사형, 내가 무슨 요구조건이 있겠읍니까? 당신이 하고 싶은대로 하시구려."

 

만진산은 생각했다.

 

'오늘은 너하고 싶은대로 하거라. 앞으로는 그럴 기회가 없을것이다.'

 

생각을 마친 그는 말했다.

 

"좋다. 이 만가는 영원히 자네를 만나지 않겠다.

이 약속을 어긴다면 나는 성을 갈겠다."

 

언달평은 말했다.

 

"그 맹세는 너무 심하군요. 이 동생은 다만 연성검보가

언달평의 소유라고만 해주시면 만족합니다.

만약 이동생이 찾아냈으면 말할 것도 없고,

음! 사형의 손에 들어간다 해도 응당 이동생에게 양보를 하셔야 합니다."

 

만규의 독기운은 점점 위로 올라가고 있었다.

그의 몸은 자신도 모르게 가늘게 흔들리고 있었다.

노군이 부르짖었다.

 

"사제!"

 

노곤이 그의 옷자락을 찢어보니

빨간선은 이미 겨드랑이까지 올라가 있었다.

그는 머리를 돌려 만진산을 향해서 외쳤다.

 

"사부님! 오늘은 어떤 대답이라도 하셔야합니다."

 

만진산은 말했다.

 

"좋다. 연성검보는 사제의 것이다. 축하하네, 축하해!"

 

그가 축하한다는 말을 할때 입술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그리고 눈빛은 표독스러웠다.

언달평은 말했다.

 

"그렇다면 찾아보지요.

어쩌면 해독약을 찾을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만현질의 운은 거기에 달려 있지요."

 

그러더니 천천히 방안으로 들어갔다.

만진산이 눈짓을 보내자 노곤과 복원이 따라 들어갔다.

한참이 지나도 세사람은 나오지를 않았다.

만규의 표정은 이미 혼미해졌고 침성이 부축하지 않았다

면 이미 땅위에 쓰러지고 말았을 것이다.

만진산은 초초해져서 풍탄에게 말했다.

 

"들어가서 살펴보거라."

 

풍탄은 말했다.

 

"예."

 

그가 막 들어가려고 할때 언달평이 걸어나오고 있었다.

그는 만면에 웃음을 띄우며 말했다.

 

"다행입니다. 다행입니다. 찾았읍니다."

 

그의 손에는 한개의 자기병이 들려 있었다.

 

"이것은 해독약입니다.

전갈의 독을 물리치는데 제일 효험이 좋죠.

만현질, 자네는 명이 길구만. 앞으로는 이런 독물을 함부로 만지지 말게나."

 

그러면서 그는 만규에게 가까이 가더니

그의 손등에 흑색의 가루약을 뿌렸다.

이 해독약은 효험이 좋았다.

얼마 있지 않아서 상체에서는 천천히 검은피가 흘러나왔다.

검은피의 양은 갈수록 많아졌으며 만규의 검은손도 점차 제 색깔을 찾았다.

만진산은 한숨을 쉬었다.

그는 내심 마음을 놓았으나 생각을 하면 할수록 약이 올랐다.

한참후 만규가 눈을 뜨더니 소리쳤다.

 

"아버님!"

 

어달평은 자기병을 들어 품속에 갈무리 하더니

용두괴장으로 땅바닥을 가볍게 치며 웃었다.

 

"자, 됐다. 자네는 교훈을 얻었으니

앞으로는 사람들의 주머니를 뒤질 땐 절대 조심하도록 하게나."

 

만진산은 침성을 향해 말했다.

 

"그들보고 나오라고 해라."

 

침성은 대답했다.

 

"예."

 

그는 대청으로 들어가더니 큰소리로 외쳤다.

 

"노사형, 복사형. 빨리 나오십시요! 우리는 돌아갈 것입니다."

 

그러나 두 사람의 신음소리만 몇 차례 들려올뿐 대답하는 소리는 없었다.

손균과 침성은 사부의 명을 받지도 않고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그리고 곧 노곤과 복원을 부축하고 나왔다.

두사람의 얼굴은 창백했고 한사람은 왼쪽다리가,

다른 한사람은 오른쪽 다리가 부러져 있었다.

조금 전 언달평의 마수에 걸린게 분명하였다.

만신산은 대노했다.

그는 언제나 언달평을 없애려고 했는데

지금 좋은 구실을 발견한 것이다.

지금까지 받은 수모를 어찌 잊을 수 있겠는가?

그는 싹! 하고 장검을 뽑아 들었다.

순간 검끝은 언달평의 목을 향해 찔러가고 있었다.

 

적운은 지금까지 만진산의 무공은 본적이 없었다.

이때 그의 초식이 날카롭고 신속하며 무겁게 보이자 내심 생각했다.

 

'이 일검은 빈틈이 없구나.'

 

적운의 현재 무공수준은 매오 심오해져 있는 상태였다.

전수해준 사부는 없었어도 상대방의 초식을 보면

그 헛점을 훤히 알 수 있었다.

언달평은 몸을 살짝 피하면서 왼손으로 지팡이의 아랫쪽을 잡고

오른손으로 지팡이의 머리를 거무쥐었다.

다음순간 흰빛이 번쩍하였다.

그의 손에는 이미 한자루의 장검이 쥐어져 있었다.

본래 용두괴장의 용머리는 한자루의 검이었으며

검의 날은 자루속에 감추어져 있었다.

그는 일검을 손에 쥐어잡자 즉지 만진산의 칼을 받아냈다.

쨍그랑! 하는 소리가 끊이지 않고 울려퍼 졌다.

두사람은 흙무더기위에서 싸우기 시작했다.

몇 초를 겨루더니 그들은 똑같이 기합을 지르면서 구덩이 안으로 뛰어 들었다.

땅을 파던 사람들은 두 사람이 말다툼을 시작할때부터

벌써 불안해 했으며 두사람이 병기를 들어 겨루기 시작하자

무서워서 한쪽 구석에 모여 웅크리고 있었다.

그누구도 말을 하려고 하지 않았다.

적운도 역시 무서운척 가장하고 두 사람을주의깊게 살폈다.

두 사람의 싸우는 모습을 보면서 적운은 생각했다.

 

'두 사백의 내공이 너무 부족하구나.

설령 그 연성검보를 얻었다 해도 별로 쓸모가 없을 것 같구나.

연성검보가 내공을 증가시키는 비급이라면 몰라도....

연성검보라고 불리는 것으로 보아 단지 검법의 이치를 설명해 놓은 것일 뿐이겠지.'

 

그는 몇초식을 보자 더욱 이상하게 생각됐다.

 

'유승풍, 화철간과 같은 낙화유수 네분 대협의 무공은 이 두분의 사백과 비교해 보면

더욱 실력이 뛰어 나다.

두분의 사백은 초식의 변화를 추구하면서도 내공과의 배합을 하지 않고 있다.

 

그게 무슨 까닭일까 ?

그 옛날 사부도 나에게 그렇게 검술을 가르쳐 주었지.

보아하니 만사백, 언사백 그리고 나의 사부 모두 그렇게 배운 모양이다.

이런 무공들은 그들보다 약한 적을 만난다면 물론 우세하겠지만

상대방의 내공이 조금만 강하다면 이런 변화가 많은 수법들은

아무런 쓸모가 없게 될 것이다.

왜 이렇게 배웠을가 ? 왜 이런 검법을 배웠을까 ?'

 

손균, 오감, 풍탄 세사람은 각자 장검을 뽑아들고 구덩이로 뛰어 들어서

만진산과 합세하여서 언달평을 공격했다.

언달평은 껄껄 소리내더니 말했다.

 

"좋읍니다. 좋아요! 대사형, 당신의 실력은 갈수록 좋아지는구려.

그리고 졸개들을 소집하여서 일제히 사제에게 공격을 하게 하는구려."

 

그는 비록 겉으로는 아무일도 없다는 듯 태연히 떠들고 있었으나

검법은 이미 상당히 무디어지고 있었다.

 

적운은 생각했다.

 

'저들 두사형제의 검초는 각기 장점이 있구나!

언사백에 나에게 가르켜준 자견식, 이광식, 거검식의 삼초식은

만문의 제자들을 상대하는데 효과가 있겠지만 만사백을 상대할때는

아무런 효과가 없겠구나.

아, 그들은 제대로 이해를 못하고 있구나.

검초의 변화만을 능사로 알고 내공이 뒤를 받쳐주지 않는다면

무슨 쓸모가 있겠는가 말이다.

아무래도 쓸모가 없다. 정말 이상하다.

이 같은 기본적인 이치는 나같은 멍청이도 알고 있는데

그들은 매우 똑똑하고 영리한 사람으로서 어찌하여 모르고 있을까?

혹시 내가 잘못 알고 있는 것이 아닐까 ?'

 

갑자기 마음속에 한줄기 빛이 스치는 것 같았다.

 

'정형은 나에게 신조경의 내력에 대해서 말씀해주셨지.

틀림없이 사조 매념생은 이 사실을 알고 계셨을거야.

그런데 왜 제자에게 말을 해주지 않았을가? 설마... 설마...'

 

그는 마음속으로 설마 설마하고 연신 외쳐댔다.

등에서는 식은 땀이 흘러내렸고 자기도 모르게 몸서리를 치며 가볍게 몸을 떨었다.

옆에 있넌 한명의 시골사람은 계속해서 불경을 외고 있었다.

 

"아미타불, 아미타불. 절대로 살생을 하지하지 마십시요.

이보게, 친구, 갓서워하지 말게나. 무서워하지 말게나."

 

그는 적운이 떨고 있는 것을 보자 싸움을 보고 무서워하고 있는줄로 알고 있었다.

적운도 자기들처럼 혼비백산해 있는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적운은 진상을 분명히 알수 있었다.

그 진상은 알고보면 너무나 지나치고 음훙하고 악독했다.

그는 더 이상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만진산, 언달평, 손균, 풍탄, 오감... 이사람들이 일초식을 펼때 마다 한가지씩을

그는 확증하게 되었다.

 

'그렇다! 틀림없다! 틀림없이 그럴 것이다! 그러나 아마 그러지는 않을 것이다.

사부가 된 자럭館 어찌 이토록 악랄하고 음흉 할 수가 있겠는가? 아닐 것이다.

아닐 것이다... 그런 만약 아니라면 어지하여 이런 결과가 나올까?

정말 이상하기 짝이 없구나.'

 

그의 머릿속에는 한장의 그림이 확연히 그려졌다.

 

'몇년전 이 집 밖에서 나와 사매가 무술연마를할때 사부께서 옆에서 가르쳐 주셨다.

사부께서 한초식을 가르쳐 주셨는데 그것은 참으로 이상했다.

나는 열심히 배웠으나 두번째로 사부가 그것을 가르쳐 주실대는

먼저 배운 것과 또 달랐다.

당시 나는 단지 사부의 검법이 그 변화가 무쌍해서 그렇게 된졀摸 알고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후에 가르쳐준 검초가 왜 다르게 되었는지

그이치를 분명하게 알수 있을 것 같다.'

 

그의 마음이 고통스러워졌다.

 

'사부께서는 고의적으로 나에게 틀리게 가르쳐주셨고

고의로 나에게 그렇게 가르쳐 주었다.

자기는 무공에 대한 경지가 상당 했으나 고의적으로 나에게는

별볼일 없는 검초를 가르쳐 주었던 것이다.

그가... 그가... 언사백의 무공과 사부님의 무공은 응당히 비슷할텐데

언사백이 나에게 가르쳐준 삼초식의 검법은 사부보다 훨씬 고명하지 않았던가.'

 

그는 다시 생각했다.

 

'언사백께선 나에게 어째서 삼초식의 검법을 가르쳐주셨을까?

 

틀림없이 좋은 마음으로 가르쳐 주지 않았을 거야.

맞다! 그는 만사백이 나의 사부님을 의심하도록 만들고

둘간에 싸움을 붙혀서 어부지리를 얻을 생각이었을 것이다.'

 

적운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만사백도 똑같다.

그가 사용하는 무공은 제자들과 완전히 다르다. ...

그런데 어째서 자기 아들에게 조차 숨길까? 아, 맞다!

자기 아들에게만 가르쳐 줄 수는 없기 때문에 가르쳐주지 않았을 거야.

정말 거울을 보듯 분명하구나!'

 

언달평은 좌측손으로 검결을 짚고 우측손목을 음직여 검끝으로

일곱개의 둥근원을 연속으로 그려내고 있었다.

그리고 신속하게 만진산의 가슴을 향해 찔러갔다.

 만진산은 검신을 옆으로 내리치 더니

연신 그 일곱개의 둥근원을 격파했다.

적운은 옆에서보고 또 생각했다.

 

'이 일곱개의 둥근원은 모두 쓸모가 없고 마지막의 일검이 진짜다.

그런데 그 일검은 만사백의 좌측가슴을 찔렀는데

어째서 똑바로 찌르지 않았을까?

그렇게 하면 빠르고 매서웠을텐데.

 만사백은 옆으로 내리쳐 일곱개의 원을 격파한 것은 얼핏보기에는 교묘하나

사실은 멍청하기 짝이 없는 초식이구나.

만약 언사백이 만사백의 아랫배를 향해 반격f 했더라면

승부는 이미 판가름이 났을 것이다.'

 

그는 순간 옛날 사매와 대련을 할때의 생각이 났다.

적운은 척방만큼 총명하지 못했기 때문에 많은 초식을 알고 있지 못했다.

그렇기에 척방이 연속적으로 공격을 가해오자

미처 대응을 못하고 연신 물러나고 있었다.

척방이 구석에 몰린 적운에게 연속적으로 삼초식을 공격해 왔을때

적운은 사부가 가르쳐준 검법을 생각할 틈도 없이 아무렇게나 반격을 했었다.

그는 생각에 잠겼다.

 

'척방은 부청문경풍 연산석포도 의 일초식을 써서 나의 공격을 막아 냈다.

그러나 그때 나의 검초는 내 스스로 발견한 것이고 사부가 가르쳐준 초식대로 하지

않았는데도 척방의 교묘한 검법은 오히려 나의 공격을 막을수 없었다.

그때 내가 일검을 내리치자 똑바로 사매의 어깨에 닿았었다.

막 이러고 있을때 사부께서는 옆에서 달려 나왔는데 손에 들고 있던

작대기로 나의 손에 있던 장검을 날려 버렸지.

척방은 무서워서 얼굴색이 변했고 사부님은 가르쳐준대로 하지 않는다고 호통을 쳤었다.

나는 그때 어째서내 마음대로 펼친 초식이 정확한 초식을 구사한 사매를

이겼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었다.

그때 사매가 진정한 고수가 아니였기 때문에 이길수 있었지

진정한 고수를 만났더라면 나의 엉터리 검법은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어찌 알았으랴.

사부가 알려준 검법보다 오히려 내가 내리찍은 검초가 더욱 실용적이었다는 것을...'

 

적운은 지금은 무공이 높아서 그동안의 사연을 분명하게 알 수가 있었다.

만진산과 언달평이 사용하는 검법중에는 상당수가 쓸모없는 초식이였고

또 만진산이 제자들에게 가르쳐준 검법은 척장발이 적운과 척방에게 전수해준

검법보다 쓸모없는 초식이 더욱 많았다.

말할 것도 없이 사조인 매념생은 이미 세명의 제자가 음흉하다는 사실을 알고 전수할때

이미 그들이 엉뚱한 길로 들어서도록 잘못 인도하였고

또 만진산과 척장발은 자기 제자를 가르칠때 고의로 또는 무의식중에 더욱 엉뚱하게

가르쳤던 것이다.

적과 마주해서 쓸모없는 검법을 펼치는 것은 쓸모없는 정도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적으로 하여금 우위를 잡게하여서 자신의 생명을 적에게 맡기는 꼴이였다.

왜 사부, 사조, 사백은 이렇듯 악랄하고 음흉한 것일까 ?

 

'그들은 자기 아들과 딸에게 무슨 원한이 있었을까?

어째서 고의로 자기제자들을 망쳐놓았을까?

아, 고의가 아니였으면 좋겠구나.

또다른 중대원 원인이 있겠지.혹시 그 연성검보때문은 아닐까?

그래맞다. 만사백과 언사백은 검보때문에 자신의 사부를 살해했고

또 목숨을 걸고 상대방을 해치우려 하는 것이다.'

 

구덩이속의 결투는 갈수록 격렬해 졌다.

만진산과 언달평 두사람의 검법은 비슷했으나 만문의 제자들이

옆에서 돕고 있었기 때문에 언달평은 정신이 분산되었다.

이렇게 결투가 있을때 손균이 언달평의 목을 내리쳤다.

언달평은 검을 들어 막더니 날카롭게 일검을 내리쳤다.

손균은 아이쿠! 하며 소리를 지르고 호구에 상처를 받고 검을 놓치고 말았다.

이때 만진산이 언달평의 헛점을 발견하고 일검을 내리찍으니

언달평의 우측팔뚝에 커다란 상처를 낼수 있었다.

언달평은 참지 못하고 급히 좌측 손으로 검을 옮겨 쥐었다.

그러나 좌측손으로는 익숙하게 검을 휘두를수 없었고

우측팔뚝의 상처는 심하여 선혈은 그의 하체마저 적시고 있었다.

칠팔 초식을 더 겨루었을때 그는 다시 좌측 어깨에 일검을 맞고 말았다.

시골의 일꾼들은 이 모습을 보자 모두 겁이나서 안색이 창백해 졌다.

그들은 금방이라도 집밖으로 나가고 싶어으나 감히 음직일 용기조차 내지 못하고 있었다.

만진산은 오늘 언달평을 죽이려고 결심하였는지 일검을 내리칠 때마다 악랄한

초식만을 골라서 썼다.

잠시후 다시 언달평은 우측가슴에 일검을 찔렸다.

상황을 보니 언달평은 몇초식 내에 만가의 사람들에게 죽임을 당할 것 같았다.

언달평은 죽음이 다가 왔음에도 불구하고 살려달라는 말을 한마디도 하지 않고 있었다.

그와 사형과는 십여년동안 동문수학을 했으며 십여년동안 암투를 해왔으므로

상대방의 마음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적운은 내심 생각했다.

 

'몇해전 내가 형주에 있을 때 언사백은 한개의 밥그릇으로 나를 도와서

도둑 여통을 물리치고 또 나에게 삼초의 검법을 알려 주어서

만문의 여덟제자에게 복수할수 있도록 해주었다.

비록 그가 나에게 성의를 보여준 것은 다른 속셈이 있었다 해도

나는 결국 그의 은혜를 받지 않았던가.

절대로 그가 비명에 죽도록 내버려 둘 수는 없다.'

 

그는 즉시 손에 들려있던 삽으로 흙을 가득 퍼냈다.

만진산이 언달평에게 다시 일검을 찔러대는 모습이 보였다.

언달평은 몸을 비틀거리기만 할분 그 검을 피할 생각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적운은 삽으로 흙을 가볍게 퍼내어서 한무더기의 흙을 만진산의

얼굴을 향해서 날려보냈다.

적운은 이때 적지 않는 내공을 주입했다.

만진산은 이 한무더기의 흙을 얼굴에 맞아 서 있지 못하고 뒤로 벌렁 자빠졌다.

적운은 몇 삽의 흙을 떠서는 등잔과 횃불을 향해서 던지니 대청안은

금세 어둠으로 가득찼다.

이틈을 타서 적운은 재빨리 언달평을 안고 밖으로 뛰쳐 나왔다.

적운은 집 밖으로 나오자 언달평을 어깨에 메고는 뒷산으로 달려갔다.

 

적운은 이 일대의 지형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될수 있는대로 황폐하고

걷기 힘든 길을 골라서 달려 올라갔다.

언달평은 그의 등에 업혀 있었는데 귓전으로 바람소리가 세차게 일어서

마치 날아가는 기분이 들었다.

적운은 언달평을 메고 그 일대에서 제일 높은 봉우리로 올라갔다.

산기슭은 비탈지고 위험한 곳이었는데 적운역시 한번도 온적이 없는 곳이였다.

그는 언달평을 조심스럽게 땅에 내려놓고는 말했다.

 

"당신한테 상처에 바르는 약이 있소 ?"

 

언달평은 절을 하며 말을 했다.

 

"은인의 성함은 어찌 됩니까?

언달평이 오늘 은혜를 입었으니

어떻게 보답을 해야 할 지 모르겠군요."

 

적운은 사백의 절을 받을 수 없어 급히 무릎을 끓고는 답례를 하면서 말했다.

 

"선배께서는 이렇게 예의를 차릴 필요는 없읍니다.

소인은 이름도 없는 떠돌이이니 이 일에 대해 보답한다는 말은 거두어 주십시요."

 

언달평은 몇번이나 간곡히 청했으나 적운은 거짓말을 할줄 몰라서 가짜이름도 대지 못하였다.

언달평은 그가 아무말도 하지 않자 품속에서 바르는 약을 꺼내어서 상처에 바르면서 생각했다.

 

'이 사람이 조금이라도 늦게 왔다면 나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 것이다.'

 

이때 적운이 말했다.

 

"저는 몇가지 의문이 있는데 선배께 물어보아도 괜찮겠읍니까?"

 

언달평은 급히 말했다.

 

"은인께선 더 이상 선배라는 말을 하지 마십시요.

그리고 무엇을 물어보신다 할지라도

이 언달평은 조금도 거짓없이 말씀을 해 드리겠읍니다."

 

"그렇다면 좋읍니다. 선배님께 물어보겠는데

그 큰집은 당신이 지으신 것입니까 ?"

 

"그렇읍니다."

 

적운은 다시 물었다.

 

"선배께서 사람을 고용하여 땅을 파고 있었는데

그 이유는 연성검보를 찾을려고 함입니다.

그런데 연성검보를 찾으셨읍니까?"

 

언달평은 멈칫해서 생각해본다.

 

'이자가 좋은 듯으로 나를 구해주었을리가 없다.

이제 보니 그 연성검보때문이였군.'

 

생각을 마친 그는 대답했다.

 

"저는 무수한 심혈을 기울였으나 지금까지 아무 단서도 찾아내지 못했읍니다.

은인께서도 아시다시피 이 손인은 실로 숨기는 것이 아닙니다.

만약 이 언달평이 얻었다면 즉시 두손으로 은인에게 바쳤을 것입니다.

이 언달평이 생명의 은인께 무엇인들 아까워 하겠읍니까?"

 

적운은 연신 손을 흔들면서 말을 했다.

 

"나는 그 검보를 가질려는 것이아니요.

선배님께 말씀드리지만 저의 무공은 평범하지만 연성검보는

저와 같이 높은 내공을 가진 사람에게는 별로 필요하지 않읍니다."

 

언달평은 말했다.

 

"예, 예. 은인의 무공은 신출귀몰하여서 이미 이 세상에 누구도 대적할수가 없겠지요.

그 연성검보는 한개의 검법도보일뿐입니다.

소인과 소인의 사형들은 단지 이것이 본문의 공력이므로

서로 매우 중시하고 있으나 밖의 사람들에게는 별 볼일 없는 물건이지요."

 

적운은 그의 말투에 진심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나

모르는 체 하고 다시 물었다.

 

"듣자하니 그 큰집의 주인은 원래 당신의 사제인 척노선배님의 소유라고 하더군요.

척노선배를 가리켜 사람들은 철소횡강이라고 부르던데 그것은 무슨 뜻입니까 ?"

 

그는 어려서부터 사부밑에서 자라왔다.

자기 눈으로 볼때 사부는 실로 충실하고 선량한 시골사람으로 보아왔는데

정전은 그가 매우 간사하고 계략이 많다고 했으므로 다시 한번 물어보아

정전의 말이 틀렸는지 맞았는지를 알아보려고 했다.

언달평은 말했다.

 

"나의 사제 척장발은 철소횡강이라고 부르는데

그것은 그가 계략과 술책에 뛰어나며 사람들을 대할때

악랄하기 그지없어서 그렇게 불렀지요.

마치 한개의 큰 쇠사슬로 강을 봉쇄하여 강의 배가 올라갈래야 올라갈수도 없고

내려가고 싶어도 내려갈수 없는 경우라는 뜻이지요."

 

적운은 내심 괴로웠다.

 

'정형님의 말씀이 틀림없구나. 나의 사부가 이런 인물이었다니.

나는 어려서부터 그에게 사기를 당한거야.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나에게 진면목을 보여주지 않았어.

그러나 그는 줄곡 나에게 잘 대해주었으니 나를 속였다 해도

해를 입은 건 아니라고 할 수 있겠다.'

 

그는 마음 한구석에 여전히 한가닥의 희망을 간직하고 있었다.

적운은 언달평을 향해 물었다.

 

"강호에서 부르는 호칭은 믿을 것이 못되지 않소?

어쩌면 척장발의 원수가 그를 모함하기 위해서

그를 그렇게 불렀을지도 모르지않소?

당신과 당신의 사제는 동문수학을 했으니

자연히 그 사람의 성격과 마음을 잘 알 것이요.

도대체 그의 성격은 어떠하오 ?"

 

언달평은 탄식하면서 말했다.

 

"자기와 동문수학을 한 사람을 평가한다는 것은 옳지 않지만

은공께서 물어보시니 조금도 숨기지 않고 말하겠읍니다.

나의 척사제는 겉으로는 마치 소나 말처럼 우둔해 보이지만

마음은 영악하기 이를데없지요.

그렇지 않았다면 어떻게 연성검보가 척사제의 손에 떨어졌겠읍니까 ?"

 

적운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한참이 지난후에 다시 물어보았다.

 

"당신은 어떻게 연성검보가 확실히 그의 수중에 있다고 믿으시요? 친히 보았소 ?"

 

"두눈으로 보지는 못했지만 소인이 자세히 추측을 해본결과 틀림없이

그가 가져갔다고 단정지을수가 있었읍니다."

 

적운은 말했다.

 

"내가 듣기로는 당신은 거지로 분장하기를 좋아한다고 하던데 그렇소이까 ?"

 

언달평은 또 한번 깜작 놀랐다.

 

'이 사람 정말 무섭구나. 그 일까지 알아내다니.'

 

그는 머리를 조아렸다.

 

"은공께서는 정말 영롱하십니다.

제가 하는 짓들을 당신한테만은 속일수가 없으니 말입니다.

처음에 저는 이 연성검보가 만사형의 수중에 있지 않다면

척사제의 수중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요.

그래서 거지로 변장을 해서 상서와 형주를 오가면서 둘을 감시했지요."

 

적운은 물었다.

 

"어째서 당신은 그 검보가 두사람의 수중에 있다고 생각했소?"

 

"나의 은사께서 임종하실때 그 검보를 우리 세 사형제에게 주셨지요."

 

적운은 만진산, 언달평, 척장발 세사람이 힘을 합쳐

사부인 매념생을 모살했다는 정전의 말을 상기하고 코웃음을 쳤다.

 

"당신의 사부께서 친히 당신들께 준 것입니까?

아마...아마...그렇지 않았겠지요?

그는 편안하게 눈을 감으셨읍니까 ?"

 

언달평은 순간 몸을 일으켜 세우더니 그를 가리키며 말했다.

 

"당신은 바로 정...정... 정전 어르신이군요."

 

정전이 매념생을 안장했다는 사실을 그들은 알고 있었던 것이다.

적운은 담담하게 말했다.

 

"나는 정전이 아니요.

정형님은 나쁜 것을 보면 참지 못하는사람입니다.

그가... 그분은 친히 당신들 삼형제 세사람이 협력하여 사부를 죽이는 것을 보았지요.

만약 내가 정형님이라면 오늘 당신을 구해주지도 않았을 것이요.

당신이 만... 만진산의 검에 죽도록 내버려 두었을 것입니다."

 

언달평은 여전히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물었다.

 

"그렇다면 당신은 누구시요 ?"

 

적운은 말했다.

 

"당신은 내가 누구인지 알 필요가 없소.

당신들이 저지른 일이 폭로되는 것이 두렵다면

그런 일은 애당초 하지 않았어야 했소.

당신들은 협력하여 사부를 죽인 다음 연성검보를 빼았었는데

그 후는 어찌 되었소 ?"

 

언달평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은공께서는 모든 것을 알고 계시면서 어째서 저에게 물어보십니까 ?"

 

적운은 말했다.

 

"어떤 일은 알고 있지만 어떤일은 자세히 모르고 있소.

당신은 사실대로 말해주시요.

나는 기필코 진상을 캐내고 말것이요."

 

언달평은 놀람과 두려움에 떨면서 말을 했다.

 

"내 어찌 은공을 속이겠읍니까?

우리 세형제는 연성검보를 뺏은 다음 살펴보니

검보만 있을뿐 검별이 없다는 것을 발견했지요.

그래서 아무런 쓸모가 없어 검결이 있는 곳을 뒤ㅉ고 있었읍니다."

 

적운은 내심 생각했다.

 

'정형님이 말씀하시기를 이 검결은 보물이 숨겨져 있는 곳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하셨는데

지금 매념생, 능소저, 정형님 모두 세상을 떠나셨으니

어느 누구도 이 검결에 대한 비밀을 알지 못하겠구나.'

 

언달평은 계속해서 말했다.

 

"우리 세사람은 서로를 믿지 못해서 그저 날마다 한방에서 잠을 자고

이 검보는 쇠로 만든 상자속에 집어넣어 잠갔지요.

우리들은 그 쇠상자의 열쇠를 강물에 던지고 쇠상자는

방에 있는 탁자속에 집어넣었읍니다.

쇠상자에 또 다른 세가닥의 사슬을 연결하여

각각 세사람의 손에 묶고 누구도 가지려고 해도

나머지 두사람이 알 수 있도록 했지요."

 

적운은 한숨을 쉬고 말했다.

 

"왜 그렇게 엄밀한 방비를 했소 ?"

 

언달평은 말했다.

 

"그렇게 했는데도 배반자가 나왔읍니다.

그날 밤 우리 형제들이 잠을 잤소이다.

다음날 아침에 만진산이 검보가 없어졌다고 외쳤읍니다.

제가 깜작놀라서 일어나 상자를 열어보니

상자의 뚜겅도 열려 있었으며 그 상자안에 있던 검보는

깜족같이 가라지고 말았읍니다.

우리들 세사람은 너무 놀란 나머지 눈에 불을 켜고

찾았읍니다만 찾을수가 없었읍니다.

방의 창문은 여전히 쇠못으로 박힌 채 잠겨 있었고 열린 흔적은 없었읍니다.

따라서 검보는 밖의 도둑놈이 홈쳐간 것이 아닌 만사형 아니면

척사제가 홈쳐 간 것입니다. "

 

적운은 말했다.

 

"그렇다면 어째서 밖의 사람이 홈쳐간 것 처럼 위장하지 않았을 까요 ?"

 

언달평은 한숨을 쉬더니 말했다.

 

"우리들 세사람의 손목은 쇠사슬로 연결되어 있었읍니다.

약간 미동하여 그 탁자의 설합을 열고 쇠로 만든 상자를 열 수는 있었지만

멀리가서 창문을 연다면 아마 쇠사슬이 거기까지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적운은 말했다.

 

"그렇겠군요. 그렇다면 당신들은 어떤 방법을 썼소 ?"

 

언달평은 말했다.

 

"제가 어떻게 알겠읍니까 ?

그 당시 세사람은 서로를 책망했으며 싸우기 시작했읍니다.

그러나 그 누구도 다른 사람의 소행이라는 증거가 없어서

별수없이 헤어져서 이렇게 서로를 노리고 있답니다."

 

적운은 말했다.

 

"한가지 모르는 일이 있소.

당신의 사부께서는 그 검보를 무덤속까지 가지고 갈 것도 아닐 것인데

어째서 악랄한 방법을 써서 검보를 빼앗었소이까 ?"

 

언달평은 말했다.

 

"저의 사부님은 늙어서 망령이 났지요.

그는 우리 세 사형제의 마음이 올바르지 못하다고 여기고

처음부터 끝까지 우리들에게 그 검보를 전수해 줄려고 하지 않았읍니다.

심지어 그 검보를 다른 사람에게 전수해 주려고 했지요.

우리 세사람이 어찌 참을 수 있었겟읍니까?

그래서 어쩔수 없는 상황하에서 비로소... 비로소 그런 수단을 썼지요."

 

적운은 말했다.

 

"알고보니 그랬군요.

그런데 검보가 어떻게 척사제의 손에 들어갔다고 확신하시요 ?"

 

언달평은 말했다.

 

"저는 원래 검보를 만진산이 가져갔다고 생각하고 있었소.

왜냐하면 그가 가장 먼저 소리를 질렀으니 제일 의심받을만 했소.

나는 암암리에 그자의 뒤를 오랫동안 밟아서야

그의 소행이 아니었음을 알아냈소이다.

그는 척사제를 뒤ㅉ고 있었으니까요.

검보가 만약 만진산의 수중에 들어갔었더라면

그는 절대로 다른 사람의 뒤를 밟지 않았을것이고 틀림없이

바로 시골구석에 숨던지 아니면 깊은 계곡에 숨어 검법을 연마하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매번 그를 볼때마다 항상 입술을 질근질근 씹으면서 매우 초초하고 애석하게 보였읍니다. 그래서 나는 마음을 바꾸어 척장발을 추격하기 시작했지요."

 

"그렇다면 무슨 단서를 찾아 냈읍니까 ?"

 

언달평은 고개를 흔들면서 말을 했다.

 

"이 척장발이라는 자는 너무 용의주도하여서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았읍니다.

내가 예전에 그가 자기의 딸과 제자에게 기술을 가르쳐주는 것을 엿보았는데

그는 고의로 멍청한 척 하며 당시에서 나온 검초의 명칭을 엉터리로 바꾸어놓고 있었소.

정말 옆사람이 들었다면 배꼽을 잡고 웃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가 그런 행동을 할수록 나는 그가 더욱 수상하다고 여기고 있었지요.

내가 계속해서 삼년동안 뒤를 밟았는데 그는 그때까지 아무런 빈틈도 보여주지를 않았읍니다.

그가 외출할때 나는 몇번이고

그의 집에 숨어들어가 자세히 수색해 보았는데 검보는 고사하고

쓸모없은 책한권도 찾지를 못했읍니다."

 

적운이 말했다.

 

"그리고 어떻게 되었소 ?"

 

언달평은 말했다.

 

"나중에 만진산이 갑자기 잔치를 차린다고 두제자를 파견하여

척장발에게 형주에서 잔치술을 먹으라고 청하였지요.

물론 잔치를 한다는 것은 가짜였고 척장발의 허실을 염탐하는 것이 진짜였지요.

척장발은 딸과 멍청하기 짝이 없는 제자, 이름이 뭐라고 하더라.

아! 적운이라고 부르는자와 함께 갔지요.

연회석상에서 이 적운이라는 자와 만가의 여덟명의 제자가 싸움이 붙었지요.

적운이라는 자는 삼초의 정묘한 검술이 노출되어 만진산의 의심을 불러 일으켰지요. ...

허허... 은인께선 금방 뭐라고 하셨읍니까 ?"

 

적운은 묵묵히 고개를 흔들었다.

언달평은 계속해서 말했다.

 

"그래서 만진산은 척장발을 청해서 서재에 가서 이야기를 하려고 했지요.

두 사람은 서로 한마디씩 주고 받으면서 얼굴을 붉혔지요.

두 사람은 서로 한마디씩 주고 받다가 척장발이 갑자기 만진산을 때려 눕히고 도망갔지요.

그후부터 그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읍니다.

이상하지요.

정말로 이상하기 짝이 없읍니다."

 

적운은 말했다.

 

"무엇이 이상하단 말씀이십니까 ?"

 

언달평은 말했다.

 

"척장발은 그때부터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리고 어디에 숨었는지 알수 없게 되었읍니다.

척장발은 형주에 갈때 홈쳐온 검보를 몸에 지니고 가지 않고 틀림없이

이곳 어디 은밀한 곳에 숨겨 놓았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 사건이 일어나자마자 빠른 말을 구해서 그의 집에 가서

그가 검보를 꺼내는 순간을 포착하려 했지요.

그러나 척장발은 오랫동= 지나도 오지를 않더니

어느덧 몇년이 흘렀읍니다.

그는 영원히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단정지었읍니다.

그래서 나는 이곳에 와서 여기저기 찾아보고 땅을 파헤쳐

검보를 찾아보려고 시간을 쏟았으나 아무런 성과도 없었읍니다.

만약 은공께서 오늘 이 목숨조차도 이곳에 묻힐 뻔 했읍니다.

허허. 나의 그 만사형은 정말 잔혹한 사람입니다."

 

적운은 말했다.

 

"당신 생각에는 척장발이 지금 어디에 있을 것 같소 ?"

 

언달평은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나는 정말 추측해 낼수 없었읍니다.

수많은 사람이 살고 있는 이= 세상이 숨을 곳이 있겠읍니까?

어디서 맹수한테 잡아 먹혔는 지도 모르지요."

 

적운은 그가 그런 말을 하면서 얼굴에 기쁜 빛을 띄자

얄미운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사부가 여지껏 아무런 소식도 없는 걸로 보아 아마도

어떤 불행한 일을 당했을 것 같았다.

그는 몸을 일으켜 세우며 말했다.

 

"그렇게 숨기지 않고 솔직히 말씀해주셔셔 감사합니다.

이제 여기서 헤어져야겠군요."

 

언달평은 공손하게 읍을 세번씩이나 하면서 말했다.

 

"은공의 큰 은덕을 언달평은 영원히 잊지 못할 것입니다."

 

적운은 말했다.

 

"그=것은 아주 사소한 일이니 마음에 두지 마십시요.

하물며...하물며... 당신은 옛날에... 당신은 이곳에서 상처를 치료하도록 하십시요.

만진산은 절대로 이곳을 찾지 못할 것입니다."

 

언달평은 웃으면서 말했다.

 

"아마 지금쯤 그는 마치 뜨거운 냄비속의 개미떼처럼 우왕좌왕하며

나를 찾을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을 것입니다."

 

적운은 이상해서 물었다.

 

"왜 그렇소 ?"

 

언달평은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나의 독이 있는 전갈은 그의 아들을 물었지요.

이 독을 빼낼 려면 반드시 약을 열차례 발라야 합니다.

한번만 =》簫杉鳴 무슨 소용이 있겠읍니까 ?"

 

적운은 놀라며 말했다.

 

"그렇다면 그 만규라는 자의 목숨을 보장할 수 없겠군요."

 

언달평은 득의만만해서 말했다.

 

"이런 꽃무늬가 새겨져 있는 전갈은 실로 독이 대단합니다.

이것은 서역의 회강에서 전해져 온것인데

특이한 것은 만규라는 자가 금방 죽지 않고 한달간 고통에 시달리다가

그제서야 죽게 된다는 것입니다."

 

적운은 말했다.

 

"한달뒤에 죽는다면 그것은 그리 급할 것이 없겠군요.

그동안 용한 의원을 찾아서 치료하면 되지 않겠읍니까 ?"

 

"은공께서는 모르시는= 말씀입니다.

이 전갈은 제가 키운 것으로 새끼때부터 많은 해독약을 복용시켜서

이 전갈의 독은 많은 해독약에 대해서 저항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일반적인 해독약으로는 아무런 쓸모가 없읍니다.

아무리 고명하고 의술이 높다해도 아무런 방법이 없을 것입니다.

오로지 제가 가지고 있는 이 해독약으로만이 해독을 할수가 있을 뿐입니다."

적운은 곁눈질을 하면서 생각했다.

 

'이 사람은 정말 악독하구나.

정말 무서운 사람이다.

내가 이자의 전갈에 물려 죽을지도 모르겠구나.

정형님께서는 강호에 돌아다닐려면 조=ㄸ 마을 가지라고 하셨다.

아무래도 이자에게서 해독약을 빼앗아 몸에 지니고 다니는 것이 좋겠다.'

 

그는 즉시 말했다.

 

"그 해독약을 나에게 주시요 !"

 

언달평은 고개를 조아렸다.

 

"네, 네"

 

그러나 즉시 꺼내지 않고 질문을 했다.

 

"은공게선 해독약을 어디에 쓰시려 하십니까 ?"

 

적운은 말했다.

 

"당신의 전갈은 독이 대단하니 다음에 내가 물려 목숨을 잃을지도 모릅니다.

몸에 그 해독약을 간수한다면 마음을 놓을수 있겠지요."

 

언달평은 난감한 기색을 띄우더니 웃으면서 말했다.

 

"은공께서 소인의 생=명을 구해주셨는데 어찌 감히 은공을 해치겠읍니까?

은인께선 정말 의심이 많으십니다."

 

적운은 손을 내밀며 말했다.

 

"쓰지 않고 몸에 간직해도 나쁠 것은 없지않소 ?"

 

언달평은 말했다.

 

"네, 네!"

 

그는 별수없이 약을 꺼내어 적운에게 건네어 주었다.

 

적운은 산봉우리에서 내려와서 또 큰집에 가서 살펴보았다.

집안의 일꾼들은 모두 흩어졌으며 그 집을 돌보던 사람들도

어디로 갔는지 알수가 없었다.

적운은 생각했다.

 

'사부님은 돌아가셨고 사매는 이미 다른데로 출가했으니

이곳에 나도 더 이상 있을 필요가 =없겠구나!'

 

그는 한참을 걸어가다가 눈에 익은 풍경을 보고 상념에 잠겼다.

 

'이제 이후로는 여기에 올 필요가 없겠구나.'

 

그는 어깨에 메인 보따리를 추켜올리며 입속으로 중얼거렸다.

 

'계획했던 일이 아직 한가지도 끝나지 않았구나.

이 길로 형주에 가서 정전형의 유골을 능소저와 합장시켜드리자.

만규 이 악독한 놈은 다행히 독에 중독되어서 목숨을 잃게 되어

악한 자는 악한 보답을 받았으니 내 친히 가서 복수를 할 필요는 없겠구나.

그러나 혹시 용한 의원이 나와서 그의 상처를 치료할지도 모르니

그렇데 =홱摸 나는 그에게 일검을 가하여 개만도 못한 그를 처치해야겠다.'

그는 어제저녁 만진산과 언달평이 검을 겨루는 것을 보고

그때부터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것 같은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다.

 

 

 

 당시선집 (唐詩選輯)

'무협지 > 연성결(連城訣) ' 카테고리의 다른 글

11. 허공에 쌓는 벽돌담  (0) 2014.06.20
10. 당시선집 (唐詩選輯)  (0) 2014.06.20
8. 깃털로 만든 옷 (羽衣)  (0) 2014.06.20
7. 낙화유수 (落花流水)  (0) 2014.06.20
6. 혈도노조(血刀老祖)  (0) 2014.06.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