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지/연성결(連城訣)

3. 인정은 국화처럼.

오늘의 쉼터 2014. 6. 19. 18:58

 

3. 인정은 국화처럼.

 

다음날 정오,

감방안에는 계속해서 열 일곱의 죄수가 수감되었다.

키가 큰 사람, 키가 작은 사람, 늙은 사람, 젊은 사람 생김새를 보아 모두 강호의 무사들이었다.

모두 한 감방에 수감했기 때문에 다리를 오무리고 있어야 했다.

적운은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자 슬그머니 겁이 났다.

이 사람들은 모두 정전을 죽이러 온것 같다고 느껴졌다.

다섯명의 강적이 온다고 했는데 열일곱명이 온 것이다.

정전은 벽을 쳐다보고 누워 있었으며 아는체도 하지 않았다.

죄수들은 노래를 부르고 큰소리를 지르고, 웃고 떠들고 놀다가 잠시후엔 싸움이 일어났다.

적운은 머리를 숙이고 그들이 하는 말에 귀를 기울였다.

알고보니 그들 열일곱은 세파로 나누어 무슨 귀중한 보물을 홈치려고 모의하고 있었다.

적운은 논을 옆으로 돌리다가 우연히 눈빛이 가장 흉악한 죄인과 마주쳤다.

그는 놀라 고개를 숙이고 생각했다.

 

"내가 정형을 돕는다고 했지만 나의 무공은 소멸되었으니

이따 공격해 온다면 어떻게 하지.

정형의 무공이 아무리 높다고 해도 저들은 전부 죽일 수는 없잖아."

날은 점점 어두워져 갔다.

체격이 건장하게생긴 한 남자가 큰소리로 외쳤다.

 

"먼저 확실하게 해 둘게 있다.

이곳 주인은 바로 우리 동정방이다.

이의가 있는 놈은 빨리 나와라.

내가 쓴맛을 보게 해주겠다."

 

이 감방에서 동정방의 인물은 아홉명으로 가장 많았다.

머리가 약간 흰 중년의 남자가 갸냘픈 목소리로 말했다.

 

"맛을 보여주겠다니 그것도 괜찮군! 우리 이곳에서 한번 해볼까? 아니면 정원으로 나갈까 ?"

 

건장한 남자가 말했다.

 

"내가 네놈을 무서워 할줄 알아 ?"

 

손으로 한개의 철장을 잡고 좌측으로 밀자 철장이 구부러졌다.

 

그는 오른쪽의 철장도 구부러 뜨렸다.

정말 놀라운 힘이었다.

장한 사내는 구부러진 쇠창살 사이로 빠져 나가려 했다.

갑자기 눈 앞에 그림자가 나타나더니 그를 막아 섰다.

바로 정전이었다.

그는 한마디도 하지 않고 한손으로 건장한 사내의 가슴을 움켜잡았다.

건장한 사내는 정전보다 머리 하나가 컸지만 한손으로 잡히자 조금도 음직이지 못했다.

정전은 잡은 사내를 정원으로 던져버렸다.

건장한 사내는 땅위를 몇번 구르더니 움직이지 않았다.

아마도 숨이 끊어진 모양이었다.

감방에 있던 사람들은 이 광경을 보자 얼굴이 파랗게 변하며 놀래서

서로의 얼굴을 쳐다 보았다.

정전은 다시 한사람을 움켜 쥐더니 정원으로 던져 버렸다.

그가 두손으로 잡았단하면 아무 소리도 못하고 곧 죽어 버리는 것이었다.

나머니 열사람은 모두 크게 놀랐다.

세사람은 구석으로 물러섰으며 일곱명은 동시에 주먹질과 발길질을 하면서

전을 공격해 갔다.

정전은 막지도 피하지도 않았으며 단지 손을 내밀어 놈들을 하나 하나 잡았다.

그의 손에 잡히면 순식간에 죽었으며 어떤 치명적인 상처를 입고 죽었는지

적운도 전혀 알길이 없었다.

구석에 숨어 있던 세사람은 놀라서 벌벌 떨면서 무릎을 바닥에 끓고 절을 하며

목숨만 살려달라고 빌었다.

정전은 본체 만체하고 그들도 하나 하나 죽여서는 철장밖으로 던져 버렸다.

적운은 눈을 크게 뜨고 멍청히 서 있었다.

마치 꿈을 꾸는 것 같았다.

정전은 두 손바닥을 털더니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런 얄팍한 수법으로 연성결을 빼앗으려고 ?"

 

적운은 놀래며 물었다.

 

"정형, 연성결이라니 ?"

 

정전은 실수를 했다는 표정은 했지만 거짓말을 만들어 속이고 싶지 않아서 인지

대답을 하지 않았다.

적운은 눈 앞의 열일곱명이 마치 맹수처럼 공격해오더니

순식간에 시체로 변한 것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는 일생동안 이렇개 많은 시체가 쌓여 있는 것은 처음 봤다.

적운이 말했다.

 

"정형, 이 사람들은 죽어도 싸 ?"

 

정전이 말했다.

 

"꼭 그렇지는 않아. 단지 가슴속에 나쁜 마음을 품고 있어서 죽였어.

내가 신조경의 무공을 연성하지 않았다면 아마도 이놈들에게 처참하게 죽었을거야."

 

적운은 그의 말이 거짓이 아님을 알고 말했다.

 

"당신이 그들을 손으로 잡자 마자 죽었는데 그런 무공은 들어 본적이 없어요.

아마 내 사매에게 말해도 믿지 않을거야."

 

그는 이 말을 하자마자 잘 못 말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정전은 그를 비웃지 않고 말했다.

 

"사실 세상에서 제일가는 무공을 완성했다 해도 모든일이 뜻대로 되는건 아니야..."

 

"응!"

 

적운은 갑자기 정원에 있는 한 시체를 가르켰다.

정전이 말했다.

 

"왜 ?"

 

적운이 말했다.

 

"저 사람은 아직 죽지 않았어. 발이 음직였어."

 

정전이 놀래며 말했다.

 

"정말 ?"

 

그는 떨리는 음성으로 말했다.

적운이 말했다.

 

"그가 두번 음직이는 것을 보았어."

 

그리고 속으로 생각했다.

 

'사람이 상처를 입고 죽지 않은 것은 별게 아닐거야. 곧 못 일어 날거야'

 

정전은 눈썹을 찌푸렸다. 마치 중대한 사건에 부ㄷ힌것 처럼 밖을 바라보았다.

그는 철장밖으로 나가더니 몸을 구부리고 시체를 살펴 보았다.

갑자기 소리가 들리더니 무기가 그의 두 눈을 향해 날아 왔다.

바로 아직 죽지 않은 자가 던진 것이었다.

정전이 몸을 굽히고 뒤로 피하자 표창은 그의 얼굴을 스치고 지나갔다.

독한 악취가 나는 것으로 보아 지독한 독이 발라진 모양이었다.

그 사람은 표창을 던지자 마자 몸을 일으키고는 담을 향해 뛰어갔다.

정전은 그의 경공이 대단히 높다는 것을 알수 있었다.

신의 몸은 쇠사슬에 묶여 행동이 불편해 ㅉ아가지 못하는 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는 한개의 시체를 들어서 그를 향해 던졌다.

신기하게도 시체의 머리통은 정확하게 그 사람의 허리에 맞았다.

그 사람의 왼발이 막 담을 밟으려 했는데 시체가 날아오자 중심을 못잡고 뚝 떨어졌다.

정전은 급히 앞으로 몇발자국 뛰어가 그의 목을 잡고는 감방으로 끌고 왔다,

손을 그의 코에 대어보니 이번엔 진짜로 죽어있었다.

정전은 바닥에 앉아 두손을 턱에 받히고 깊이 생각했다.

 

"왜 한번에 잡아서 죽이지 못했지 ?

나의내공중 어느곳에 이상이 있는걸까?

신조경이 아직 완성이 되지 않았단 말인가?"

 

그 원인을 찾지 못해 머리를 겨우뚱하며 시체의 가슴에 손을 갔다 댔다.

갑자기 아주 딱딱한 느낌이 그의 손가락에 와 닿았다.

정전은 한편으로는 놀라고 한편으로는 기뻐서 말했다.

 

"알았다, 알았어!"

 

그 사람의 옷을 벗기니 몸에 검고 윤이 나는 속옷이 입혀져 있었다.

그는 기뻐하며 말했다.

 

"알고보니 이것 때문이었군! 놀랬잖아."

 

적운은 이상하다는듯 물었다.

 

"왜 그래요 ?"

 

정전은 그 사람의 옷을 벗기고는 검은 속옷을 벗겼다.

그는 웃으며 말했다.

 

"적형, 이옷을 속에 입어."

 

적운은 검은 옷이 보물이라는 것을 눈치채고 말했다.

 

"이건 형씨의 물건인데 어떻게 내가 탐할 수 있겠어 ?"

 

정전이 말했다.

 

"자네의 물건이 아니라면 탐을 내지 않겠다고 ?"

 

화가 난 목소리였다.

적운은 그가 화를 내자 두려워졌다.

 

"형이 꼭 입으라면 입을 수 밖에 없지."

 

정전이 정색하고 말했다.

 

"이봐, 자네의 물건이 아니면 가지지 않겠단 말이지 ?"

 

적운이 말했다.

 

"주인이 나에게 주겠다면 받겠지만... 그렇지 않고 내물건이 아니면 받을 수 없어.

다른 사람의 물건을 탐내면 그건 강도와 마찬가지 잖아."

 

잠시후 고개를 들고 다시 말했다.

 

"정형도 아시다시피 나는 누명을 쓰고 이곳에 갇혔어요.

난 평생동안 나쁜 일을 한적이 없어요."

 

정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아, 좋아! 자네 같은 친구를 둔게 정말 기쁘다.

자 빨리 이 옷을 입어."

적운은 아무 꺼리낌 없이 옷을 벗고는 검은 옷을 입었다.

그리고 그 겉에는 더럽고 냄새나는 속옷을 입었다.

그의 두 손은 쇠사슬로 묶여 있었기때문에 옷을 바꿔 입는데 매우 힘이 들었다.

정전이 그의 옷을 몇군데 찢고 나서야 겨우 입을 수 있었다.

검은 속옷은 알고보니 앞뒤 두조각 이었기 때문에 단추만 잠그면 입기 쉬웠다.

정전은 그가 옷을 다 입자 말했다.

 

"칼과 창이 들어가지 않는 이 보의는 대설산에서 서식하는 검은 누에로 만든거야.

이 옷은 두조각으로 된 옷이야. 가위로 자르지 도 못해.

앞에것과 뒤에 것을 끼워야지.

이 녀석은 설산파의 주요 인물이라서 이 오잠의를 입고 있었던 거야.

보물을 홈치러 왔다가 오히려 보물을 주고 갔군."

 

적운은 이 검은 옷이 매우 귀중한 물건이란ㄴ 것을 듣고 급히 말했다.

 

"정형, 형은 원수들이 많으니 이 옷을 입어야 되잖아요 ?

그리고 매월 십오일만 되면....."

 

정전은 손을 저으며 말했다.

 

"난 신조공으로 몸을 보호하면 되니까 오잠의는 필요없어.

매월 십오일의 고문과 구타는 내가 원하는 거야.

그 옷을 입으면 뜻대로 안되잖아. 그까짓 고통은 아무것도 아냐."

 

적운은 이상해서 더 묻고 싶었다. 정전은 말했다.

 

"자네 얼굴에 수염을 붙이고 나로 분장했지만

아직은 위험에 내가 옆에서 보호한다고 해도 헛점이 있을거야.

지금 자네에게 내공의 비결을 말해 줄테니 잘들어."

 

전에 정전이 전수하겠다고 할때 적운은 한마디에 거절했다.

하지만 지금은 자신이 누명을 쓰고 이곳에 있다는 것을 알고부터는

가슴에 복수심이 불타고 있었다.

당장이라도 밖으로 나가 만규를 죽이고 싶었다.

그는 정전이 맨손으로 강호의 고수들은 하나하나 무찌르는것을 보고

자신도 몇가지 무공을 배워야 겠다고 생각했다.

탈옥하여 복수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자 갑자기 피가 뜨거워 지며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정전은 그가 틀림없이 고집을 부리며 내공을 배우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적운에게 설득을 하려고 하는데 갑자기 적운이 무릎을 끓고 울면서 말했다.

 

"정형, 나에게 무공을 가르쳐줘요. 나는 복수를 해야되요. "

 

정전은 웃으면서 말했다.

 

"복수쯤이야 쉽지!"

 

적운이 부탁하자 정전은 신조공의 비결과 무공동작을 알려주었다.

적운은 전수받자 쉬지않고 계속해서 연습을 했다.

정전은 그가 아주 열심히 연마하는 것을 보고 웃으면서 말했다.

 

"신조경을 다 배우면 천하에 적수가 없어.

그렇게 쉽게 연마할 수 있을것 같아 ?

나는 내공 실력이 대단히 높은데도 십이년이 걸렸어.

자넨 무공을 연마할땐 열심히 해야돼.

그건 아주 중요한거야.

그리고 하나하나 순서대로 연마하되 마음을 가라 앉히고 잡념이 조금도 있으면 안돼.

내 말을 꼭 명심해야돼."

 

적운은 이때부터 그를 큰형이라고 불렀다.

사실 마음속으로 사부님이라고 생각했으며 그의 말이라면 뭐든지 다 들었다.

하지만 복수심이 파도처럼 펄럭이는데 어떻게 마음을 가라 앉힌단 말인가 ?

 

다음 날 옥졸은 크게 놀래며 떠들어 댔다.

옥졸, 포졸들은 반나절 떠들어 대더니 저녁이 되자

비로서 열일곱구의 시체를 떠매고나갔다.

정전과 적운은 그들이 서로 싸우다가 죽었다고 말했다.

옥졸도 더 이상 묻지를 않았다.

적운은 하루 종일 정전이 입으로 전수한 무공을 연마했다.

신조공을 연마하는것은 그렇게 어렵지 않았지만

마음속의 잡념을 없애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적운은 사매가 생각났으며, 잠시 만규가 생각났으며,

잠시 사부님이 생각났다.

밤이 되자 비로서 마음이 가라앉았다.

갑자기 앞가슴과 등에 강한 충격이 가해졌다.

그것은 마치 두개의 쇠망치로 앞뒤를 치는 것 같았다.

적운은 눈 앞이 캄캄해져 기절할뻔 했다.

통증이 가라앉아 눈을 떴다.

자신의 앞에 두명의 중이 서 있었다.

고개를 돌리자 세명의 중이 서있었다.

모두 다섯 명의 중이 그를 둘러싸고 있었다.

적운은 속으로 생각했다.

 

'정형이 말한 다섯 명이 드디어 나타났군. 헛점이 보이지 않게 끝까지 버텨야 해.'

 

"하하하!"

 

적운은 웃으며 말했다.

 

"다섯 명의 스님이 무슨 용건이 있어서 찾아 왔소 ?"

 

왼쪽의 중이 말했다.

 

"빨리 연성결을 내놔라! 응? 넌.. 넌.. 넌.."

 

갑자기 그는 등에 일격을 받고 몸을 흔들거리더니

하마터면 쓰러질뻔 했다.

그리고 뒤이어 두번째 중도 일격을 받고는 붉은 피를 토해 냈다.

적운은 하도 이상해서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고개를 돌려 정전을 쳐다 보았다.

그는 이몸을 재빨리 날려 또 일격을 가하고 있었다.

이번 일격은 아무 소리가 없었으며 빠른 속도로 세번째 중의 가슴을 쳤다.

 

"아!"

 

그 중은 크게 소리치더니 뒤로 몇 발자국 물러나서 벽에 부ㄷ혔다.

다른 두명의 중은 적운의 눈빛을 따라 컴컴한 구석에 있는 정전을 쳐다 보았다.

그들은 동시에 소리쳤다.

 

"신조공은 그림자없는 신권이다."

키가 큰 중은 한손에 한명의 부상당한 중을 끌고 아까 왔던 부서진 철장으로 몸을 날렸다.

그는 담을 넘어 도망갔다.

다른 한명의 중은 피를 토한 중을 껴안고 재빨리 정전을 향해서 공격을 했다.

정전도 재빨리 주먹을 들고는 맹렬히 공격했다.

중은 정전의 일격을 받자 뒤로 한발자국 물러 났다.

정전은 다시 일격을 가했고, 중은 다시 한발자국 뒤로 물러섰다.

세번째 공격을 받자 그는 철장밖으로 물러났다.

그 중은 몇발자국 앞으로 걷더니 뒤로 한 발자국 물러섰다.

몸이 흔들거리는 것이 마치 술에 취한 사람  같았다.

그는 피를 토한 중을 땅에 놓고는 혼자 도망치려 했다.

하지만 한 발자국 걸어 나갈 때마다 마치 발에 커다란 돌을 얹어 놓은 것 처럼

발걸음이 무거웠다.

간신히 육칠보 나가서는 숨을 헐떡이더니 땅에 쓰러졌고, 다시는 일어나지 않았다.

두 중은 땅에서 몇번 꿈틀거리고는 모두 숨을 거두었다.

정전이 말했다.

 

"아까워, 정말 아깝군! 적형이 날 쳐다보지 않았다면 중놈이 도망가지 못 했을거야."

 

적운은 세명의 중이 비참하게 죽은 것을 보고 생각했다.

 

'세명의 중이 참 잘 도망갔어. 정형은 사람을 너무 많이 죽었어.'

 

정전이 말했다.

 

"자네는 나의 수법이 너무 악독하다고 생각하나 ?"

 

적운이 말했다.

 

"음... 음..."

 

말이 목에 걸렸다.

그는 바닥에 힘없이 주저 앉았다.

정전이 그 에게 얼마동안 안마를 해주자 가슴이 겨우 편안해 졌다.

정전이 말했다.

 

"자넨 나의 수법이 악독하다고 생각할거야.

아까 두명의 중이 자네에게 일격을 가했을 때 만약 오잠의를 입고 있지 않았더라면

벌써 죽었을거야.

내가 실수를 했어.

그들이 들어오자 마자 공격을 할줄은 몰랐어.

그들이 먼저 비밀을 캐낼줄 알았거든.

그들은 날 매우 증오하고 있으니까

먼저 중상을 입힌 다음에 비밀을 캐내려 했다는 것을 짐작 했어야 했는데..."

 

그는 적운의 얼굴에 있는 수염을 떼면서 말했다.

 

"적형, 도망친 키큰 중의 이름은 보상(寶象)이야,

뚱뚱한 중은 선용(善勇)이고,

먼저 공격을 가해서 쓰러트린 놈은 승체(勝諦)인데 제일 무서운 놈이지.

다섯 명 모두 서장의 혈도문(血刀門)의 고수들이야.

내가 뒤에서 공격하지 않았다면 놈을에게 패했을 거야.

선용과 승체는 나의 신조경에 격중당하고도 죽지 않고 도망쳤지만 며칠 살지 못할거야.

무사히 도망친 보상이란 놈은 수법이 악독하니까 나중에 강호에서 마주치면 조심해야해."

 

그는 잠시 있다가 말했다.

 

"그놈의 사부는 아직 살아 있으며 무공이 매우 높다고 들었어.한번 겨뤄보고 싶군."

 

적운은 비록 호신의를 입었지만 앞뒤에 강한일격을 받아기때문에 상처가 심했다.

정전의 지도하에 십여일동안 무공을 연마하고 내공의 도움을 받아 겨우 완치되었다.

그후 이년동안은 매우 조용히 지냈다.

어쩌다가 강호의 죄수들이 감옥에 들어오면 정전은 일격을 가해서 순식간에 죽여버렸다.

최근 그는 몇개월동안 적운의 무공은 늘지가 않았다.

아무리 연습해도 몇 개월 전과 같았다.

다행히 그는 고집이 세고, 의지력이 강해서 계속 연마를 했다.

이렇게 높은 내공을 배우기가 쉽지 않았으나, 정전의 지도하에 극복해 나가고 있었다.

그날 아침, 적운은 몸을 옆으로 하고 벽을 쳐다보며 누워 있었다.

 

"앗!"

 

정전이 갑자기 소리쳤다.

그의 목소리는 매우 초초한것 같았다.

잠시후 그는 혼자 중얼거렸다.

 

"오늘은 죽지 않을거야. 내일 바꿔도 늦지 않아."

적운은 이상해서 몸을 돌렸다.

정전은 머리를 들고 멀리있는 곳의 이층집의 화분을 쳐다보고 있었다.

적운은 신조공을 연마하고부터 귀와 눈이 전보다 예민해져서 화분에는

세송이의 노란 장미가 있는데 그중 한송이가 시들고 있었다.

정전은 항상 멍하니 화분에 있는 꽃을 쳐다 보곤 했었다.

그것도 몇년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그랬었다.

적운은 옥중 생활은 심심하고 따분하니까 밖의 경치를 보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 화분의 꽃은 매우 잘 자랐으며 만약 한 송이라도 시들면 곧 바꿔 놓았다.

봄에는 개나리, 가을에는 해당화 그집에는 항상 화분이 놓여져 있었다.

적운은 저 노란 장미가 그곳에 놓여진 지 벌써 육칠일이 지났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평소에는 잘 바꾸었는데 이번에는 바꾸지 않고 있었다.

정전은 하루종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마음이 안정되지 않는것 같았다.

다음 날 아침까지도 노란 장미는 바꿔지지가 않았다.

대여섯개의 꽃잎이 바람에 날려 떨어졌다.

적운은 은근히 걱정되었다.

정전의 얼굴색이 안좋아 보이자 적운이 말했다.

 

"정형, 그 사람이 꽃을 교환하는 것을 잊었나봐. 오후에는 교환하겠지."

 

정전은 큰소리로 말했다.

"잊을 리가 없어. 그럴리가 없어! 혹시... 혹시... 혹시 병이 난게 아닐까?

병이 났어도 다른 사람을 시킬 수가 있을텐데..."

 

계속해서 방안을 서성거리는 정전의 표정은 매우 초초해 보였다.

적운은 더 이상 묻지 않고 앉아서 무공을 연마했다.

저녁이 되자 날이 어두워 지면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비가 내리자 세송이 노란 장미의 꽃잎이 몇개 또 떨어졌다.

정전은 몇시간동안 쉬지 않고 계속해서 화분의 꽃만 쳐다보았다.

잎사귀 한개가 떨어질때마다 그의 얼굴 근육은 마비되는 것 같았다.

그것은 마치 그의 얼굴에 있는 근육을 자르는 것처럼 보였다.

적운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물었다.

 

"정형, 왜 그렇게 안절부절 못하는 거지요 ?"

 

정전은 고개를 돌리고 화를 내며 소리쳤다.

 

"시끄러워! 자넨 상관하지마!"

 

그가 적운에게 무공을 전수한 이후로 이렇게 무서워 보이긴 처음이었다.

적운은 가슴 아파하며 무슨 말인가 하고 싶었지만 가만히 있었다.

정전의 얼굴을 점점 처량해졌고 매우 고통스러워 하는 것 같았다.

그날밤 내내 정전은 한번도 앉지를 않았다.

적운은 그가 서서 왔다갔다 하는 쇠사슬소리에 한잠도 자지 못했다.

다음 날 아침 보슬비가 내렸다.

밖의 화분을 쳐다보니 세송이의 노란 장미 꽃잎이 모두 떨어졌고

가지만 남아서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정전이 소리쳤다.

 

"죽었어! 죽었어! 너가 정말로 죽었구나!"

두손으로 철장을 잡고 계속해서 흔들었다.

적운이 말했다.

 

"큰형 그가 보고 싶으면 함께 가서 보면 되잖아?"

 

정전이 말했다.

 

"보러 가자고! 보러 갈수 있을까 ?

내가 갈수 있으면 벌써 갔을 거야.

뭐하러 이런 냄새나는 감방에 앉아 있겠어 ?"

 

적운은 이유를 몰라서 눈을 크게 뜨고 가만히 있었다.

그날 정전은 하루종일 두손으로 머리를 잡고는 쭈그려 앉아 있었다.

그는 발도 움직이지 않았으며 아무 것도 먹지 않았다.

멀리서 일경을 알리는 종소리가 들려왔다.

시간은 자꾸만 흘러갔다.

얼마 있자 2경을 알리는 종소리가 들려왔다.

정전은 천천히 일어나며 말했다.

"적형, 함께 보러 가자."

말투가 매우 평온했다.

적운이 대답했다.

 

"좋아요."

 

정전이 손을 내밀어 두개의 철장을 잡고 천천히 양쪽으로 밀자 천천히 구부러졌다.

정전이 말했다.

 

"쇠사슬을 잡어,소리를 내면 안돼."

 

적운은 그가 시키는대로 쇠사슬을 잡아 올렸다.

정전은 담 근처로 걸어 가더니 힘을 내어 담 위로 기어 올랐다.

그는 낮은 소리로 말했다.

 

"뛰어 올라와!"

 

적운은 그의 말대로 뛰었지만 쇠사슬이 비파골을 뚫었기 때문에 힘을 전혀 쓰지 못했다.

그는 삼척밖에 뛰지를 못했다.

정전은손을 내밀어 적운을 끌어 올렸다.

두사람은 동시에 뛰어 내렸다.

겨우 담을 넘었지만 감옥밖에는 아주 높은 담이 하나 더있었다.

정전은 넘을 수 있었지만 적운은 아무래도 힘들어 보였다.

정전은 한소리 기합을 지르더니 등을 벽에 부ㄷ혔다.

순간적으로 큰 소리가 나며 벽돌은 산산조각이 나며 담에 구멍이 나 있었고,

정전은 보이지 않았다.

알고보니 정전은 신조공의 내력으로 담을 뚫고 지나간것이다.

적운은 한편으로 놀라고 한편으로는 기뻐하며급히 밖으로 빠져 나왔다.

밖은 작은 골목이었다.

정전은 그에게 손짓을 하며 골목끝을 향해서 걸었다.

골목을 나오자 넓다란 거리가 보였다.

그들은 형주의 넓은 거리를 지나서 한 대장간 앞에 이르렀다.

정전이 손을 들어 대장간의 물을 힘것 밀자 대문이열렸다.

안에 있던 대장장이가 놀래서 소리쳤다.

 

"도둑이야 !"

 

정전은 재빨리 손을 놀려 그의 목을 잡고 낮은 소리로 말했다.

 

"불을 켜!"

 

대장장이는 반항하지 못하고 불을 켰다.

눈 앞의 두사람은 아주머리가 길었으며 얼굴엔 온통 수염투성이였고

생김새가 아주 무서웠는데 감히 어떻게 반항을 할수 있을것인가 ?

정전이 말했다.

 

"우리의 쇠사슬을 풀어라."

 

대장장이는 두 사람이 감옥에서 탈옥한 중법이라는 것을 알수 있었다.

그들의 쇠사슬을 풀어주면 틀림없이 관가에서 찾아와 잡아 갈것 같았다.

그래서 머뭇거리자 정전은 손으로 한개의 굵은 쇠뭉치를 들어 몇번 내리쳐서

두쪽으로 만들고는 말했다.

 

"너의 목아지가 이렇게 강해 ?"

 

대장장이는 마치 귀신을 만난듯 두려워했다.

그가 이 쇠뭉치를 자르려면 커다란 망치로 몇번 내리쳐야 자를 수 있었다.

그런데 한번에 두 조각으로 만들었으니 자기의 머리가 어찌 견딜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는 황급히 말하고는 쇠망치와 쇠집게를 꺼내더니 정전의 쇠사슬을 풀어주고

곧 이어서 적운의 쇠사슬을 풀어 주었다.

정전은 먼저 자기 비파골에 있던 쇠사슬을 뽑아 냈다.

그가 적운의 비파골에 있던 쇠사슬을 꺼낼 때 적운은 너무나 아파서

하마트면 기절을 할뻔 했다.

적운의 두손에는 붉은 피가 묻은 쇠사슬이 놓여 있었다.

그는 가만히 서서 쇠사슬에 묶여 지난 5년간 고통스럽게 감옥에서 지냈던 것을 생각하고

드디어 쇠사슬에서 해방되자 한편으로는 매우 기뻤으며 한편으로는 슬퍼져서

자신도 모르게 두눈에 눈물이 흘렀다.

그는 정전을 따라 대장간을 나왔다.

쇠사슬에서 해방되자 아주 편히 걸을 수가 있었으나 습관이 되지 않아서 빨리 걸으니

중심을 제대로 잡을수가 없었다.

정전은 발걸음을 점점 빨리하며 급히 걸어갔다.

적운은 어둠속에서 그를 놓칠까봐 바로 뒤에서 따라가고 있었다.

순식간에 두 사람은 화분을 놓은 창가에 도착했다.

정전은 고개를 들고 잠시 생각하고는 들어가려다 멈추었다.

적운은 창문이 굳게 닫혀 있고 아무 소리도 나지 않는 것을 보고 말해다.

 

"내가 먼저 들어가 볼까 ?"

 

정전이 고개를 끄덕였다.

적운은 돌아서 대문 앞에 도착했다.

손을 내밀어 문을 밀자 빗장이 잠겨 있음을 알았다.

다행이 담장이 높지 않아서 나무를 타고 넘어 들어갈수 있었다.

적운은 안으로 들어갔다.

급히 위층으로 올라가는데 계단에서 삐걱거리는 소리가 났다.

그는 지금까지 오직 시골에서 자랐고, 오년동안 감옥에서 살았기때문에

계단을 올라가본 경험이 없었다.

윗층에 도착하여 귀를 기울였지만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왼쪽에 문이 한 개 보이자 적운은 천천히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탁자위에 한개의 초가 있는 것을 보고 손을 내밀어 화석을 찾았다.

그는 화석으로 불을 켜 촛불을 밝게 했다.

촛불이 켜지자 갑자기 일종의 말할 수 없는 고독감과 처량함이 느껴졌다.

방안은 아주 허전했다.

한개의 의자, 한개의 탁자, 한개의 침대 이외에는아무것도 없었다.

침대에는 여름에 쓰는 휘장이 쳐져 있었으며 침대 아래에는 여자의 청포 신발이 있었다.

여자의 신발이 있는 것으로 보아 이방은 여자가 살고 있던 것 같았다.

그는 잠시 멍하니 서 있다가 옆의 두번째 방으로 갔다.

그방에는 한개의 의자 조차 없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최근에 이사간것이 아니고 몇년전부터 없었던 모양이었다.

아래 층으로 내려와서 곳곳을 다 찾아 보았지만 한 사람도 없었다.

그는 너무 이상해서 돌아와 정전에게 이야기 해주었다.

정전이 말했다.

"아무도 없었다고 ?"

적운은 고개를 끄덕였다.

정전은 벌써부터 알고 있었다는듯이 놀라지 않고 말했다.

 

"다른 곳으로 가보자 !"

 

붉은 대문앞에 오니 문에는 두 개의 커다란 동정(銅釘)이 걸려있었다.

문 밖에는 두개의 큰 등이 걸려 있었는데 하나엔 형주부정당이라고 씌여 있었고

다른 등엔 능부(凌府)라고 쓰여 있었다.

적운은 놀라 생각했다.

 

'여긴 형주부 능지부의 사택인데 정형이 이곳에 왜 왔지 ? 그를 죽이려고 하는 걸까 ?'

 

정전은 그의 손을 잡고 아무말 없이 담을 넘어 들어갔다.

그는 능지부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었다.

마치 자기 집에 들어온 것처럼 행동하고 있었다.

두 개의 복도를 지나서 화원의 문 앞까지 왔다.

창문의 구멍으로부터 불빛이 새어나오자

정전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봐, 자네가 들어가게."

 

적운이 손을 내밀어 문을 열자 촛불의 불빛에 눈이 부셨다.

탁자 위에는 두개의 초가 타고 있었다.

알고보니 여긴 영당이었다.

그는 영당, 관, 또는 죽은 사람을 볼까봐 들어 올때부터 겁을 먹고 있었다.

예상은 했지만 진짜로 마주칠줄은 몰랐다.

그는 떨면서 영패를 보니 '사랑하는 딸 능상화의 영위' 라고 씌어져 있었다.

갑자기 뒤에서 인기척이 들리더니 정전이 들어왔다.

정전은 잠시 멍청하게 서 있더니 탁자에 엎어져서 울먹이기 시작했다.

 

"상화야 ! 결국은 네가 먼저 갔구나 !"

 

ㅈ은 순간 적운의 뇌리에는 무수한 상념이 떠 올랐다.

이 정형이 여지껏 이상한 행동을 한 이유를 얼핏 알수 있을것같았다.

정전은 자신이 탈옥한 중법이라는 것을 잊고 있었으며

지금 지부나리의 집에 와 있다는 것도 잊고 있었다.

그는 더욱 슬프게 흐느꼈다.

적운은 어쩔수 없다는 것을 알고 가만히 서 있었다.

정전은 한참동안 운뒤 천천히 일어서서 뒤쪽에 처진 장막을 걷었다.

장박을 걷자 그곳에는 한개의 관이 놓여 있었다.

그는 두 손으로 관을 꼭 껴안고는 얼굴을 관뚜겅에다 갖다 댔다.

그는 훌쩍거리면서 말했다.

 

"상화, 상화, 이럴수가 있어? 죽기 전에 왜 나에게 오라고 하지 않았어 ?"

 

적운은 갑자기 발자국 소리를 들었다.

문 밖에 몇사람이 오는 것 같았다.

 

적운이 급히 말했다.

 

"정형, 누가 오고 있어요."

 

정전은 관에 입맞춤을 했으며 밖에 사람이 오는 것에 대해선 신경을 쓰지 않았다.

불빛이 환하게 비추이더니 두 사람이 횃불을 들고 들어와서 말했다.

 

"누가 여기에서 떠드는 거야 ?"

 

두사람의 뒤에는 사십오륙세쯤 되어보이는 중년남자가 서 있었다.

옷을 화려하게 입었으며 얼굴색은 매우 창백해 보였다.

그는 적운은 한번 쳐다보고는 말했다.

 

"넌 누구냐 ? 여기서 뭐 하는 거냐 ?"

 

손에 횃불을 든 사람이 욕을 하며 말했다.

 

"꽤심한놈, 이분은 형주부 능나리이시다.

건방진놈, 야심한 밤에 여기서 뭘 하는 거냐 ?

빨리 무릎을 끓어라."

적운은 냉소를 지으며 우습다는 표정을 지었다.

정전은 눈물을 딱고 말했다.

 

"상화는 언제 죽었오? 무슨 병으로 죽었오 ?"

매우 침체된 목소리였다.

능지부는 그를 한번 쳐다보고는 말했다.

 

"누군가 했더니 바로 정전 정대협이셨구려! 내 딸은 불행히도 죽었오.

내 딸은 오일전에 죽었는데 의원도 무슨 병인지 알아내지 못했으며,

아주 고통스러워 하며 죽었다네."

 

정전은 원망하는 투로 말했다.

 

"그건 당신의 소원이었잖소?"

 

능지부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정대협, 당신의 고집은 너무 강했소.

진작 말을 했으면 내 딸도 죽지는 않았을 거요.

나와 그대는 장인과 사위가 될 수 있었는데 이게 무슨 천재지변이란 말인가 !"

 

정전은 큰소리로 말했다.

 

"내가 상화를 죽였다고요 ? 당신이 상화를 죽이지 않았소 ?"

 

그는 능지부 앞으로 한 걸음 다가 섰다. 눈빛이 매우 무서웠다.

능지부는 매우 냉정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일이 이렇게 됐는데 내가 무슨 말을 더 하겠나?

상화, 상화야, 넌 하늘나라에서도 날 용서하지 않겠지 ?"

 

천천히 영위 앞으로 걸어가서는 왼손으로 관을 쓰다듬으며 오른 손으로 눈물을 딱았다.

정전이 말했다.

 

"오늘 내가 당신을 죽이면 상화가 나를 원망할 것이요.

능지부, 당신은 나에게 칠년동안 고통을 주었소.

당신 딸의 얼굴을 봐서 지난 빛을 오늘 여기서 청산하겠소.

다시 한번 나의 성질을 건드렸다가는 가만두지 않겠오. 적형, 그만 가자."

 

능지부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정대협, 우리들의 처지가 이 지경이 돼었는데 무슨 좋은 점이 있나 ?"

 

정전이 말했다.

 

"부끄러운 점이 없나 가슴에 손을 대보고 생각해 보시요.

당신은 '연성결(連城訣)'때문에 딸의 생명까지도 빼잇아 갔단 말입니다."

 

능지부가 말했다.

 

"정대협, 가기전에 연성결을 내놓고 가시요.

그러면 그대에게 해독제를 주겠오.

괜히 죽으려 할것 까지는 없지 않소 ?"

 

정전은 놀라며 말했다.

 

"무슨 해독제요 ?"

 

이때, 그는 얼굴, 입술, 손바닥에 갑자기 약간의 마비증세가 왔다.

동시에 일진의 꽃향기를 맡았다.

이 꽃향기, 이 꽃향기...

그는 놀랐으며 화가 났다.

몸이 흔들거렸다.

능지부가 말했다.

 

"난 어떤 빌어먹을 놈이 관을 열고 내 딸의 결백한 시체에 손을 댈가봐..."

정전은 화를 내며 말했다.

 

"능퇴사(凌退思), 이 악독한 놈."

 

그는 몸을 일으키면서 그에게 일격을 가했따.

뜻밖에 독약이 너무 강해, 순식간에 약효가 온몸으로 퍼졌으며

신조공의 효력을 발휘할수가 없었다.

능지부는 몸을 옆으로 피했는데 동작이 매우 빨랐다.

문밖에 있던 네사람이 검과 창을 들고 안으로 들어와 동시에 정전을 공격했다.

정전은 왼발을 날려왼쪽에 서 있던 사람의 손목을 걷어찼다.

발로 찬 공격의 위치가 너무 정확하여 그자가 쥐고 있던 검은 당연히 떨어져야 했다.

하지만 그의 발이 반쯤 나가자 갑자기 힘이 빠지더니 더 이상 앞으로 나가지 않았다.

독이 그의 발까지 퍼진 것이다.

그 사람은 오히려 칼등으로 정전의 발목을 내리쳤다.

정전은 발뼈가 부러지며 바닥에 엎어졌다.

적운은 크게 놀라 아무 것도 생각하지 않고 몸을 숙이고는 능지부에 덮쳤다.

그를 잡아야 정전을 구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능퇴사의 솜씨는 적운보다 훨씬 높았다.

능퇴사는 왼손으로 적운의 가슴을 치는데 그 공격은 빠르고 정확하여

적운은 가슴을 얻어 맞았다.

그러나 적운은 생명을 도외시 한듯 계속 그에게 덤벼 들었다.

능퇴사는 일격을 적운의 가슴에 적중시켰는데 적운이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공격을 해오자

적운의 무공이 대단히 높은줄 알고는 움찔했다.

적운은 오잠의를 입고 있어 능퇴사의 일격의 충격이 완하되었고,

그 움찔거라는 틈을 타서 재빨리 가슴을 틀어 잡았다.

적운은 몸을 구부리고 정전을 등에 업으며 왼손으로 힘껏

능퇴사의 가슴에 있는 혈도를 잡았다.

네사람은 화가 났으나 욕만하고 더 이상 앞으로 덤벼들지 못했다.

정전이 소리쳤다.

 

"횃불을 버리고, 촛불을 꺼!"

 

횃불은 든 사내는 명령을 안들을수 없어 횃불과 촛불을 끄니,

영당은 갑자기 어두워 졌다.

적운은 왼손으로 능퇴사의 앞가슴을 잡고 오른 손으로는

정전을 둘러메고 빠른 걸음으로 뛰쳐 나왔다.

정전이 길을 가르쳐 주어 순식간에 화원 근처로 왔다.

적운은 발로 문을 힘껏 차고 능퇴사의 단중혈에 일격을 가하고는

정전을 부축하여 도망쳐 나왔다.

그는 이년동안 신조공을 열심히 배운덕에 비록은 무공은 제대로 못하지만

내공은 보통이 아니었다.

그는 능퇴사를 죽을 힘을 다하여 쳤는데 마침 그의 가슴을 적중시켰다.

 

"윽!"

 

능퇴사는 일격을 맞고 신음소리와 함께 뒤로 벌렁 나가 떨어졌다.

그의 부하들은 매우 놀라며 능퇴사를 구하려고 정신이 없었다.

아무도 정전과 적운이 도망가는 것을 잡으려고 하지 않았다.

정전은 손과 발이 마비되었으나 정신은 또렸했다.

그는 강릉성의 지리를 매우 잘 알고 있었으며 적운에게 길을 인도했다.

얼마후 그들은 성에서 멀리 떨어진 한채의 낡은 집에 도착했다.

정전이 말했다.

"능지부는 틀림없이 성문을 걸어 잠그고 세밀히 수색할거야.

난 깊이 중독이 돼서 성을 빠져 나가지 못해.

이 낡은 집은 귀신이 나온다고 해서 사람들이 접근을 안해.

잠시 이곳에 숨어 있자."

 

적운은 그를 천천히 한그루의 매화나무 아래에다 내려놓고 말했다.

 

"정형은 무슨 독에 중독 돼었지요 ? 어떻게 구해야 하나요 ?"

 

정전은 한숨을 쉬고 말했다.

"내가 중독된 독은 금파순화(金波旬花)라고 하는 것으로

이 독은 천하에 해독제가 없으므로 나를 구할 수는 없어."

적운은 크게 놀랐다.

전신이 어름처럼 차거워 졌다.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예? 지금 농담 하고 있는거죠? 그렇죠 ?"

 

마음속으로 정전이 지금 농담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으나

적운은 너무 놀란 나머지 그렇게 말할수 밖에 없었다.

정전이 말했다.

 

"능퇴사의 금파순화는 정말 무서운 독이야.

흐흐흐... 옛날에 멀리서 냄새를 맡고도 기절한 적이 있지.

이번에는 피부에 묻었으나 얼마 살지 못할거야."

적운이 말했다.

"정형, 걱정하지 말아요,

여자 일은 ... 나도 마찬가지예요.

어쩔수 없어요... 먼저 해독할 방법을 생각해야죠.

물을 퍼다가 씻어야겠어요."

 

마음이 급해지자 제대로 말을 할수가 없었다.

정전은 고개를 가로 저으면서 말했다.

 

"소용없어. 금파순화의 독은 물로 씻으면 피부가 금방 부패되어 더욱 비참하게 죽을거야.

적형, 자네에게 할 말이 너무 많아. 자네가 흥분하면 중요한 말을 못하게돼.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내말이 끝날대까지 조용히 앉아 있어. 내말을 끊으면 안돼."

 

적운은 그의 옆에 앉아 있었지만 여전히 마음이 안정되지는 않았다.

정전은 아주 침착하게 이야기 했다.

마치 다른 사람의 일을 말하는 것 같았으며 그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 것 처럼 말했다.

 

"난 형문(荊門)의 사람이고, 무림세가 출신이야.

내 아버지의 명성도 강호에선 꽤 유명했어.

나의 무술 배우는 자질이 매우 높아 우리 파의 무공뿐 아니라 두 분의 사부님을 더 모셨어.

젊어서는 결투를 좋아해서 작은 명성까지 얻었어.

아버님이 돌아가시자 많은 재산을 물려 받았지.

하지만 혼인은 하지 않고 무술만 연마하면서 강호의 많은 친구를 사귀였어.

십오년전의 일이지.

난 배를 타고 사천을거쳐 삼협에 도착했어.

그날 밤 나는 배에 있었는데 부두에서 싸우는 소리가 났어.

나는 무술을 좋아하고 호기심이 일어나 밖을 내다봤어.

그날 밤, 달이 너무 밝아서 아주 자세히 볼수 있었지.

세 사람이 한명의 노인을 공격하는데 세사람은 모두 강호에서 알아주는 사람들이었어.

난 그들을 알고 있었지.

한 사람은 오운수(五雲手) 만진산, ..."

 

적운은 속으로 부르짖었다.

 

'아 내 사백!'

 

"또 한사람은 육지신룡(陸地神龍) 언달평..."

 

적운은 또 속으로 생각했다.

 

'둘째 사백님인데 난 한번도 본적이 없는 분이셨어.'

 

"세번째 사람은 검을 들고 있는데 솜씨가 대단 했어.

바로 철소횡강 척장발이었어."

 

적운은 일어서며 외쳤다.

 

"내 사부님이!"

 

"난 만진산을 몇번 본적이 있기 때문에 그의 무공이 굉장히 높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

당시 나의 무공은 그들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어서 세명이 힘을 합쳐 싸우면

틀림없이 승리할수 있다고 생각했지.

노인은 등에 상처를 입고 있었으며 붉은 피가 계속 흐르고 있었어.

손에는 아무런 무기도 없었고 단지 맨손으로 세사람과 결투를 하고 있었어.

그런데 그의 무공은 세사람보다 훨씬 강했어.

세사람은 감히 함부로 공격을 못하더군.

보면 볼수록 만진산등은 노인을 죽이려고 공격을 하는 것 같았어.

나는 그들에게 들킬까봐 아무 소리도 못내고 있었지.

강호에서 살인하는 장면을 보다가 틀키면 마찬가지로 살해를 당하게 되지..."

 

적운은 마음이 두근거렸다.

 

"한참동안 결투를 했는데 노인의 등에선 피가 끊임없이 흘러 내렸어.

그는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질렀어.

 

'좋다 너희들에게 주겠다.'

 

몸속에서 뭘 꺼내는 것 같더군.

만진산등 세명은 급히 노인의 곁으로 다가섰어.

마치 다른 사람에게 빼앗기지 않으려는것 처럼.

갑자기 그 노인은 두 손을 앞으로 내밀어 일격을 가하고는

세사람이 물러서는 틈을 타서 물로 뛰어들었어.

세사람이 잡으려 했지만 헛수고 였지."

 

그는 잠시 쉬다가 말했다.

 

"장강의 물이 삼협에서부터 흐르기 시작하여 삼두평에 이르면 물살이 매우 급했어.

순식간에 노인은 어디로 갔는지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어.

하지만 자네의 사부는 포기하지 않고 내배에 뛰어 올라와 대나무를 잡고는 강을 휘젓는 거였어.

노인을 죽였으면 당연히 기뻐해야 하는데 세사람의 얼굴은 굉장히 무서웠어.

나는 겁이 나서 더 이상 보지못하고 이불을 뒤집어 쓰고는

그들이 서로 싸우는 소리를 들었어. 마치 서로를 원망하는 것 같았어."

 

적운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

 

"나는 세사람이 멀리 떠나간뒤에야 비로서 일어났어.

그런데 뒤에서 무슨 소리가 나더니 사공이 비명을 질렀어.

머리를 돌려보니까 바로 그 노인이 흠뻑젖은 몸으로 갑판에 누워 있었어.

노인은 강물에 뛰어든 뒤로 배밑에 몸을 붙여 숨어 있다가

그들이 떠나가자 그때 나온거야.

나는 급히 그를 배안으로 업고 들어갔지.

그 노인은 숨을 헐떡 거리면서 아무말도 못했어."

 

정전은 적운의 긴장된표정을 바라보고 다시 말했다.

 

"만진산 일행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하류에 가서 시체를 찾으려고 했어.

난 의협심을 발휘하여 사람을 구해야 겠다고 생각했지.

사공에게 삼협으로 배를 돌리라고 명령했지만 야밤중에 어디 그게 쉬운 일이겠어?

결국은 돈으로 모든 것을 해결했지. "

 

정전은 쓴 웃음을 지었다.

 

"마침 몸에 금창약은 가지고 있어서 노인을 치료해 .

노인이 등에 맞은 칼자국은 매우 깊었으며 폐까지 뚫고 들어갔더군.

그건 고칠 수가 없었어.

나는 아무것도 묻지 않고 최선을 다해 그의 상처를 치료해 줬지.

물론 좋은 술과 비싼 고기도 대접했지,

나는 그가 강물에 뛰어 드는 것을 보았기 때문에 그의 무공과 담력이 대단하다는 것을 알았어.

아마 그것때문에 내가 그렇게 잘 대접했는지도 몰라."

 

적운은 고개를 끄덕였다.

"삼일동안 치료해 주자.

노인은 나의 이름을 묻더니 픔에서 기름종이로 싼 물건을 나에게 주었어.

내가 말했지.

 

'노인장의 집은 어디 입니까? 제가 틀림없이 이것을 전해드리죠.'

 

노인이 말하더군.

 

'내가 누군지 아는가 ?'

나는 말했지.

 

'모릅니다.'

 

그가 말했어.

 

'난 매념생(梅念笙)이야.' 나는 매우 놀랐지.

이상하지 않아? 매념생이 누구인지 몰라?

바로 철골묵악(鐵骨墨鄂) 매념생이야. 정말 몰라?"

 

적운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한번도 들어본적이 없어요."

 

정전은 웃었다.

 

"하하하! 맞아! 자네의 사부가 자네에게 말할리가 없지.

철골묵악 매념생은 상중의 유명한 명숙이지.

그에게는 세명의 제자가 있었는데

대제자가 바로 오운수 만진산,

둘째제자가 육지신룡 언달평, 세째 제자의 이름은 ..."

 

적운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는 떨리는 음성으로 말했다.

 

"정형, 무슨 말을 하는거예요 ?"

정전은 한숨을 내쉬고 말을 계속했다.

 

"세번째 제자는 철소횡강 척장발,

내가 처음 그에게서 매념생이라는 말을 들었을때 놀란 것은 지금의 자네와 똑같았지.

난 그날 달이 밝은 부두에서 만진산등 세명이 한 노인을 죽이는 것을 친히 봤어.

정말 놀라운 광경이었지. 매념생은 쓴 웃음을 짓고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어.

 

'나의 세째 제자가 가장 무서운 놈이지.

먼저 나의 등에 검을 찔렀어.

그래서 할수 없이 강물로 뛰어 들었지.'"

 

적운은 놀라 소리쳤다.

 

"내 사부님이 먼저 그랬다고..."

 

정전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무슨 말로 노인을 위로해야 될지 몰랐어.

사부와 제자 네 사람이 원수지간이 된 것을 보면 중요한 원인이 있을거라고 생각했지.

비록 무척 궁금했지만 물어 볼 수도 없었어. 매노인이 말했어.

'내가 세상에서 아는 사람이라고 세 제자 밖에 없네.

그들은 나의 검법비급을 빼앗아 가려고 사부를 죽이려 했네.

그들이 비록 검보를 빼앗아 갔지만 전수하는 사람이 없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네.

연성검법이 아무리 오묘하다고 해도 신조공보단 못해.

이 신조경을 자네에게 줄테니.

열심히 연마하게.

신조경을 완벽하게 익히면 위력이 대단하네.

절대 나쁜 놈들에게 빼앗기면 안되네.'

나의 신조경은 이렇게 얻게 된거지. "

 

적운은 고개를 끄덕였다.

 

"매노인은 말을 끝난뒤 두시진을 넘기지 못하고 죽었어.

난 노인을 강변근처에 묻어주었지.

그땐 난 연성결이 그렇게 중대한 것인줄 몰랐어.

단지 제자들이 사부의 검법을 뻬앗으려는줄로 생각해고 비밀을 철저히 해서

은폐하지 않앗어. 매노인의 무덤 앞에 묘비를 세웠지.

'양호대협 매념생선생지묘'

그묘비가 나에게 수많은 고통을 주리라곤 생각을 못했지.

사람들은 그 묘비를 단서로 해서 결국 매선생을

내가 묻었다는 것도 밝혀내고 말ㅎ지.

매 선생이 가지고 있던 물건도 십중팔구 내가 가지고 있다는 것도 눈치 챘던 거야."

 

적운은 길게 한숨을 토해냈다.

 

"삼개월이 지나자 어느 강호의 검객이 내가 있는 집으로 찾아왔어.

그자는 예의가 매우 밝았으며 여기에 왜 왔는가에 대해서도 말하더군.

그의 말에 의하면 한장의 보물지도가 매노인의 손에 있었으니 내놓으라는 거야.

보물을 찾게 되면 내가 칠성을 자신이 3성을 갖겠다고 했지."

 

적운은 귀를 기울였다.

 

"매노인이 나에게 준것은 단지 내공을 배우는 비경에 불과하고,

연성결이라는 말밖에 하지 않았어.

연성결이란 단지 숫자에 불과 해.

그것 밖에 아무것도 없는데 보물지도라니 말도 안됐어.

나는 사실대로 말했지만 그는 믿지 않고 그 무공비결을 보여 달라는 거였어.

매노인이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지 말랬다고 하자

그 사람은 밖으로 튀어 나갔어.

삼일이 지난뒤 야심한 밤에 다시 찾아 왔고,

결국 그와 결투를 하게 되었고 그는 어깨에 상처를 입고 도망쳤지. "

 

적운은 눈하나 깜박이지 않고 귀를 기울였다.

 

"소식이 밖으로 퍼지게 되자 날 찾아오는 사람들이 전점 많아졌어.

난 당해낼 수가 없었어. 결국에 만진산도 오더군.

나는 형문의 집에서 더이상 있지를 못하고 그곳을 떠났지.

이름을 숨기고 멀리 떠나 관외의 목장에서 장사를 하며 오륙년이 지난 뒤

고향 생각이 나서 변장을 하고 형문에 와보니 집은 불에 타고 재만 남아 있더군.

다행히 가족은 아무도 없었어. 얼마나 다행한 일이었는지 몰라."

 

적운은 가슴이 답답해져 오는 것을 느꼈다.

이 사람의 말을 믿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것은 정전이 한번도 거짓을 말하지 않았고,

또 지금 거짓말을 할 이유도 없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믿고 싶지 않은 일들이었다.

착실한 자신의 사부님이 그토록 악독하리라고는 생각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적운이 말했다.

 

"정형, 내 사부님과 사조님의 사건을 더 자세히 조사해봐야 되요.

자세히 힌반 생각해봐요.

몸의 독을 해독할 방법이 있을 거예요."

 

정전은 고개를 가로 저으면서 말했다.

 

"내가 중간에 끼어들지 말라고 했잖아. 조용히 내말을 듣기나 해봐."

 

적운은 입을 다물었다.

 

"그건 구년전의 일이야. 구월초에 나는 한구에 도착하여 관외에서 가져온

오래된 산삼을 약제상에 팔려고 했지.

약제상의 주인은 매우 친절했어.

장사가 끝난뒤 나를 국화회에 초대했지.

국화회에는 정말 희귀한 품종이 많았어.

< 여기서 부터 약 20여줄 100여개의 국화 이름이 나열되는데 생략하겠읍니다...>"

 

그는 각종 각양각색의 국화 품종 명칭을 술술 말했다.

그것은 무공의 초식보다 상세히 아는 것 같았다.

적운은 이상하게 생각했지만 곧 종형이 꽃을 좋아하는 사람이란 것을 알았다.

그래서 그 능소저가 항상 창가에 꽃을 놓았던 것이다.

그가 국화의 품종과 명칭을 상세히 아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정전은 국화의 품종을 다 말하자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매우 기쁜 표정이었다.

 

"나는 한편으로는 국화를 보면서 한편으로는 국화의 명칭을 부르며 칭찬을 했어.

국화를 다 보고 화원을 나오면서 이렇게 말했지.

'참 귀한 국화들이군! 하지만 녹색국화가 없으니 아까워' "

 

정전은 눈을 지그시 감고 말을 계속했다.

 

"갑자기 나의 등뒤에서 어느 낭자의 말소리가 들렸어.

'아가씨 이 사람도 국화에 대해서 좀 아는데요 ?

우리 집에 있는 춘수벽파(春水碧波) 녹옥여의(綠玉如意)를 보기가 쉽겠어요?'

고개를 돌리자 아주 아름다운 처녀가 국화를 구경하고 있었지.

그녀는 노란 옷을 입고 있었는데 사람 중의 국화였어.

나는 그렇게 아름다운 여자는 평생 처음봤어.

그녀의 옆에는 십사오세 정도의 계집애가 서 있었어.

그녀는 내가 똑바로 쳐다보자 얼굴을 빨갛게 붉히며 낮은 음성으로 말했어.

'미안해요. 하녀가 함부로 말을 해서 죄송합니다.'

난 잠시동안 멍청히 서 있었으며 아무 말도 하지 못했어. "

 

정전의 음성은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난 그녀가 화원을 빠져 나가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기만 했어.

정말 ㄴ을 잃고 말이야. 약제상 주인이 말하더군.

'저 아가씨는 무창의 유지인 능한림의 딸이랍니다.

이 지방에서 알아주는 미인이죠. 그녀의 집엔 정말 꽃들이 많답니다.'

화원을 나와서 약제상 주인과 헤어진뒤 객점으로 돌아와서 마음 속으로 능소저만. 생각했지.

점심때가 지나서 난 강을 건너 무창에 도착했어.

그리고 길을 물어 능씨 집을 찾아갔어.

곧바로 들어가서 인사를 하면 너무 무례할 것 같아서 문밖에서 왔다 갔다 했지.

마음속은 한편으로는 기뻤으며 한편으로는 겁도 났어.

나는 나 자신을 욕했어.

그때 내 나이는 적지 않았는데 마치 거미줄에 걸린 파리 같았어."

 

여기까지 이야기 했을때 정전의 얼굴에선 기이한 광채가 빛났다.

눈빛이 매우 맑은 것으로 보아 무척 기쁜 것 같았다.

적운은 그의 체력이 갑자기 떨어질까봐 겁이 났다.

적운은 말했다.

 

"정.형, 여기서 조용히 쉬고 있어요.

가서 의원을 불러 와야 겠어요. 잘 하면 고칠 수도 있을 거예요."

 

적운이 일어섰다.

정전은 그의 옷자락을 잡으면서 말했다.

 

"지금 이런 꼴로 의원을 찾아가는 것은 자살행위나 다를바 없어."

 

그는 한숨을 쉬고 계속해서 말했다.

 

"자네는 그날 사매가 시집갔다는 소리를 듣고 자살하려 했지.

네 사매는 무정한 사람인데 그녀때문에 죽는 다는 것은 아까워."

 

적운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맞아요. 나는 몇년 사이에 모든것을 알게 됐어요. "

 

정전이 말했다.

 

"자네 사매가 자네를 너무 좋아해. 자네를 위해서 죽을 수 있다면 자네도 죽어야지."

 

적운은 깜작 놀래서 물었다.

 

"능소저는 정형을 위해 죽었나요 ?"

 

정전이 말했다.

 

"맞아. 그녀는 날 위해 죽었으나 난 이제 죽어도 돼.

난 무척 기뻐. 그녀는 날 진짜로 좋아했고 나도 그녀에게 잘 대해주었어.

적형, 나의 독은 해독할수 없어. 설사 해독할수 있다 해도 난 하지 않을거야."

 

갑자기 적운은 형용할수 없는 슬픔에 휩싸였다.

그것은 당연히 친구의 죽음이 닥쳐왔기 때문이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그의 행복을 부러워하고 있었다.

그건 어떤 한 여자가 그를 진정코 사랑했고 또 그를 위해서 죽었기때문이다.

또한 정전이 사랑을 위해 죽어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신은 ?

정전은 다시 옛날의 추억을 더듬으며 말했다.

 

"능씨의 대문은 붉은색이었고 문 앞에는 두개의 돌사자가 서 있었어.

난 강호사람인데 함부로 들어 갈 수 있겠나 ?

나는 문 앞에서 세시진이나 서성거렸어.

나 자신도 왜 거기서 서성거렸는지 모르겠어."

 

정전은 빙그레 웃고 있었다.

 

"날이 어두워 졌는데도 난 그곳을 떠날 생각을 안했어.

갑자기 옆의 작은 문에서 한명의 소녀가 나오더니 나에게 다가와서 말했어.

'바보양반, 계속 여기 있으면 어떻게 해요 ? 아가씨가 집에 그만 가보시레요.'

그녀는 바로 능소저의 옆에 있던 하녀였어.

나는 가슴이 두근거려서 이렇게 말했지.

 

'뭐라고 ?'

 

그녀는 웃으면서 말했어.

 

'아가씨와 나는 당신이 언제 떠나나에 대해서 내기를 했어요.

가 벌써 아가씨의 은반지를 두개나 땄어요.

그래도 안갈 거예요?'

 

나는 너무 기뻐서 말했지.

 

'내가 여기 있는줄 아가씨가 아시나 ?'

 

하녀는 웃으면서 말했어.

 

'내가 몇번이나 나와 봤었는데 못 봤어요? 귀신에 홀렸나 보군요.'

 

그녀는 웃고. 돌아가 버렸어.

 

난 급히 말했지.

 

'이봐.'

 

그녀가 말했어.

 

'왜요? 왜 그러는 거예요 ?'

 

내가 말했다.

 

'누이의 말에 의하면 집에 녹색국화가 많다고 했는데 한번 보고 싶어.'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손가락으로 후원에 있는 빨간색 집을 가르키면서 말했어.

 

'아가씨에게 부탁해 보지요.

만약에 승락하시면 녹색국화를 창가에 놓아 둘께요.'

 

그날밤 나는 능씨 집앞에서 밤을 새웠어.

다음 날 아침 나는 정말 기뻤어.

두개의 녹색국화가 담긴 화분이 창문에 있었어.

한개는 춘수벽파 였고, 다른 한개는 녹옥여의였지.

하지만 .내 마음속에는 그 화분의 주인에게 가 있었어.

창문의 휘장뒤에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이 반쯤 내밀고 있었어.

그녀는 나를 한번 쳐다보더니 얼굴이 빨개지면서 휘장 뒤로 숨어버리고

다시는 얼굴을 내밀지 않았어.

나의 얼굴은 못생겼고 돈도 없는 사람이야.

단지 강호를 떠돌아 다니는 방랑자에 불과한데 어떻게 귀한 여자를 넘볼수 있겠어 ?

그날부터 난 매일 아침이면 능씨 집앞에 가서 그녀의 창가를 하루 종일 쳐다봤어.

능소저는 날 기억하고 있는지 매일 꽃을 바꾸어 창가에 놔두었어. "

 

적운은 그런 광경. 상상해 보았다.

 

"이렇게 육개월 동안 바람이 부나 비가오나,

아니면 눈이 와도 나는 매일 아침 그곳에 가서 꽃을 보았어.

능소저도 계속해서 매일 꽃을 바꾸었지.

그녀는 매일 나를 한번 쳐다보았고 두번 바라 보지도 않았어.

그녀는 나를 한번 보면 얼굴이 빨개지고는 했지.

난 매일 그녀의 눈과 빨개지는 얼굴을 보면 만족했어.

그녀는 나에게 아무런 말도 안했으며 나도 그녀에게 말을 붙여볼 엄두도 못냈어.

나의 무공으로 조금만 힘을 주면 담을 뛰어넘어 그녀의 곁으로 갈수 있었지만

그녀에게 무례한 행동을 할수가 없었어.

편지를 써서 나의 마음을 알리고 싶었지만 나는 용기가 없었지.

그해 삼월 초 닷새 밤에 두 명의 중이 내 방에 들어오면서 갑자기 공격해 오는 거였어.

그들은 소식을 듣고 신조경과 검결을 빼앗으로 온 것이었지.

두명의 중은 혈도문의 다섯고수중의 두 사람 이였어.

그중 한놈이 감옥에서 처치해 버린 놈인데 그날 자네도 눈으로 친히 봤지.

그땐 아직 신조경을 완성하지 못해서 그들의 상대가 되지 않았어.

결국 그들에게 중상을 입고 죽을 뻔 했지.

난 마굿간의 잡초에 숨어서 겨우 살아 날수 있었어.

그때는

상처가 너무 깊어서 삼개월동안 누운 뒤에야 겨우 일어 날수 있었지.

난 일어나자마자 지팡이에 의존하고 능소저의 후원에 갔지만 이미 모든게 변해 있었어.

알고보니 능씨 집안의 사람들은 삼개월잔에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갔다고 하더군.

어디로 이사갔는지아무도 모르고 있었지."

 

정전은 적운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적형, 생각해봐.

그때 나의 실망감은 상처의 고통보다 더 심했어.

난 이상하다고 생각했지.

능한림은 무창에서 유명한 인물인데 어디로 이사갔는지 아무도 모르고 있다는게.

나는 많은 돈을 써서 수소문을 해봤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어.

능한림은 원수를 피했거나 아니면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 갑자기 이사를 갔다고 생각했지.

이상한 것은 그는 내가 상처를 입자마자 이사가버렸다는 거야."

 

정전은 잔기침을 다시 한번하고 말했다.

 

"그로부터 난 어떤일을 하던간에 의욕이 없었지.

강호에서 이리저리 떠돌아 다녔지.

이 정전이 복이 있었던지 어느날 장사의 한 찻집에서 우연히 이야기 하는 소리를 들었는데

그들은 형주에 가서 만진산을 찾아 연성검보를 빼앗으려고 모의 하고 있었지.

에 만진산등 세 사형제. 사부를 죽인것은 검보때문이었어.

도대체 그 검보가 어떤 것인지 한번 보고 싶었어.

나는 두 사람의 뒤를 몰래 미행해서 강릉까지 갔디.

이 두사람은 힘이 아주 없어서 만가에 도착하자마자

만진산에게 잡혀 형주의 감옥으로 보내졌어.

나는 구경을 하려다가 관가에 붙인 방을 보고 굉장히 기뻤어.

알고보니 관가의 지부는 다름아닌 능소저의 아버지인 능퇴사였단 말이야.

그날 밤 나는 능소저의 창문에 한개의 장미 화분을 갖다 놓고 그 아래서 기다리고 있었어.

다음 날 아침 소저는 창문을 열자 그 장미를 보았지. .

그녀는 놀랐으며 곧 나를 쳐다봤어.

우린 일년동안 보지 못해서 다시는 만날수 없을 줄 알았어.

이렇게 다시 만나자 정말 말할수 없는 기쁨이 넘쳐 흘렀어.

그녀는 날 잠시 쳐다보더니 얼굴이 빨개지며 천천히 창문을 닫았어.

사흘째 되는날 결국 그녀가 먼저 입을 열더군.

'어디 아프신가 보죠? 많이 수척해 지셨어요.' "

 

정전의 눈빛이 기쁨으로 빛나며 이야기를 계속했다.

 

"그 날부터 나는 사람이 아니라 신선이 됐어.

사실 신선도 나보다 행복하지 못했을거야.

매일 밤 나는 능소저를 데리고 강릉의 이곳저곳을 구경하고 다녔어.

우리는 예의에 어긋나는 짓을 전혀하지 않았어.

정말 많은 대화를 나누었고 우리는 세상에서 어느 누구보다도 서로를 잘알게 됐어.

어느날 저녁에 그녀는 나에게 아주 커다란 비밀을 말해 주었어.

그의 아버지는 비록 진사에 합격한 한림이었지만 사실은 용사방의 방주라는 것이었지.

학식이 높을뿐 아니라 무공도 대단히 높다고 했지.

나는 능소저를 신처럼 모셨으니 그의 아버지도 당연히 존경을 했지.

그러기에 난 그 말을 듣고도 조금도 놀라지 않았어.

그리고 또 어느날 저녁 능소저는 나에게 이야기를 해주었어.

그녀의 아버지가 청귀한 한림을 하지 않고 수만냥의 은자를 써서

형주부의 지부가 된것은 아주 커다란 음모가 있다고 했어.

그는 사서속에서 형주성 어느 곳에 굉장히 많은 보물이 묻혀 있다는 거야. "

 

적운은 눈을 크게 떴다.

 

"육조 시대에 양무제가 후경의 난으로 죽고 문제가 뒤를 이었고,

나중에는 그도 후경에에 피살됐지.

상동왕이 그 뒤를 이었지.

는 양원제야. 양원제는 힘이 없고 무능하지만 보물을 수집하는 것을 좋아 했어.

강릉에서 삼년동안 황제를 하는동안 굉장히 많은 금은보화를 긁어 모았어.

승성 3년 왜병이 강릉을 공격하고 양원제를 살해했지.

하지만 그가 긁어 모은 금은보화는 어디에 숨겨두었는지 아무도 몰랐어.

왜병의 대장은 보물의 행방을 찾기 위해서 많은 사람을 죽였지만

결국 보물이 어디 있는지 알아 내지 못했어.

그는 사람들이 몰래 파 갈까봐 강릉에 사는 수만명의 백성을

강제로 장안으로 끌고가서 죽였지.

결국 살아 남은 백성은 얼마 안되었어.

몇백년이 흘렀지만 아직 이 비밀을 못 풀었어.

시간이 더욱 흐르자 이 일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어졌어.

보물이 강릉에 있을 수도 있지.

북해부근의 어느 얼음산 속에 감추었다는 말도 떠돌고는 했지.

그당시 그는 몇번 북해에 다녀왔다고 하더군.

그녀의 아버지는 몇년간의 시간을 소비하며 형주지부를 비롯한 각종 각양의 고서를 연구했어.

결국 양원제의 금은 보화는 강릉성 어느 곳에도 ㅁ혀 있지 않고 북해에 있을 것이라

생각하게 되었지.

양원제는 성격이 포악해서 보물을 다 묻은 뒤 그곳을 아는 사람을 모두 죽였어.

그래서 왜병이 아무리 백성을 때리고 고문을 해도 아무런 단서도 찾을 수 없었던거야. "

 

적운은 여기까지 듣자 마음속의 의문이 .하나하나 풀려 나갔다.

적운이 말했다.

 

"정형은 그 보물의 비밀을 알고 있나요 ?

많은 사람이 감옥으로 와서 형을 찾은 것도 다 그 보물을 찾기 위한 것이겠군요. "

 

정전은 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능소저의 말을 듣자 나는 그녀의 아버지가 욕심이 너무 많다고 생각했어.

그는 문무겸비하고 재산도 많은데 왜 그 보물을 탐내는지 알수가 없었어.

나중에 그녀에게 강호에서 일어난 여러가지 일을 이야기 해주었지.

전에 강변에서 만진산등 세명이 사부를 죽이고 검보를 빼았으려 했다는 것도 말해주었지.

그녀에게 아무것도 숨기지 않고 신조경, 연성결에 대해서 이야기 해주었어.

리는 행복하게 반년이란 세월을 보냈지.

그날 칠월 열나흘 능소자가 말했어.

 

'오라버니, 우리 둘의 관계를 아버지에게 말하는게 좋겠어요.

러면 몰래 만나지 않아도 되잖아요.'

 

그녀는 말을 다 끝내고 머리를 내 가슴에 묻었어.

내가 말했지.

 

'누이가 너무 귀한 집 딸이라 아버님이 승락하실지 모르겠군.'

 

그녀가 말했어.

 

'사실은 저도 무림 사람이예요.

우리 아버지가 관에 나왔을 뿐이지요.

저는 무예는 조금도 할줄 몰라요.

그러나 아버지는 저를 제일 귀여워해요.

엄마가 죽고 난뒤 제가 원하는 것은 뭐든지 들어주셨어요.'

 

그녀의 말을 듣자 나는 너무 기뻐서 미칠것 같았어.

칠월 십오일, 낮에 잠을 자야 했는데도 잠이 안오더군.

밤이 되자 난 또 능소저를 보러갔어.

그녀는 얼굴이 빨개지면서 말했어.

 

'아버님께서 저의 의견을 따르시겠대요.'

 

"나는 너무 기뻐서 바보처럼 멍해지고 말았지.

나는 그녀를 쳐다 보고 그녀는 나를 쳐다보며 계속해서 웃었지."

 

정전의 입가에는 한줄기 미소가 떠올랐다.

 

"우리 둘은 서로 손을 잡고 아래 층으로 내려왔어.

밝은 달빛 아래에서 우리들은 화원에 유난히도 아름다운 몇송이의 노란 꽃이

피어 있는 것을 보았지.

그 꽃잎이 너무 노래서 황금처럼 빛나고 있었어.

꽃잎의 크기는 연꽃보다 약간 작았지.

우리 둘은 모두 꽃을 좋아했기 때문에 함께 보러 갔지.

능소저는 '이런 꽃은 처음 봐요.' 하면서 가까이 가서 보더군.

우리들은 꽃의 향기가 어떤지 알아보려고 다가갔어. "

 

적운은 그가 들려주는 옛날 이야기를 듣고 부러워 했다.

달빛 아래서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손을 잡고 꽃을 구경한다는 것은

늘의 신선보다도 더욱 즐거운 일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정전의 말투에는 약간 우울한 감정이 섞여 있었다.

적운은 그러자 갑자기 불한해졌다.

이 화원에 많은 귀신들이 있는 것 같았으며 자기에게 덤벼들 것 같았다.

갑자기 그는 하나의 이름이 생각나서 외쳤다.

 

"금파순화(金波旬花)!"

 

정전은 입가에 쓴 웃음을 지었다.

잠시후 그는 계속해서 말을 했다.

 

"자넨 바보가 아니군. 앞으로 강호에 혼자 다녀도 안심할수 있겠어. 허허허..."

 

적운은 그의 말속에서 관심과 우정이 풍만해 있자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개같은 능지부 녀석, 딸을 주기 싫으면 그만이지 왜 독으로 상처를 입히는 거야 ?"

 

정전이 말했다.

 

"그 당시에 나도 상상조차 못했었지.

더우기 금빛색 꽃이 아주 지독한 독이 있는 금파순화인줄 어떻게 알겠어.

그 독화는 천축에서 전해진거야.

천축사람은 그 꽃을 악마의 꽃이라고 부르지.

나는 곧 머리가 어지러워 졌고 능소저는 몸을 흔들거렸지.

급히 능소저를 부축했지만 나 자신도 똑바로 설수가 없었어.

내가 내공을 이용해서 독을 몸밖으로 빼내고 있는데 저쪽에서 검을 든 사람들이 다가 왔어.

그들과 결투를 하는 도중 눈앞이 캄캄해지더니 아무 것도 볼수가 없게 되었어."

 

적운은 아! 하는 소리를 내었다.

 

"깨어나자 손발은 이미 쇠사슬에 묶여 있었으며 비파골도 쇠사슬에 뚫려 있었어.

능지부는 관복도 입지 않고 화원에서 고문을 했어.

그의 옆에 서 있던 자들도 관가의 포졸들이 아니었고 방회의 무리들이었어.

나는 완강히 반항하면서 욕을 해대었어.

능지부는 먼저 부하들을 시켜서 나를 고문하고 구타하고는

나에게 신조경과 검결을 내놓라고 하더군. "

 

정전은 한숨을 내 쉬더니 말했다.

 

"그 뒤의 일은 자네도 알고 있지?

매월 십오일 능지부는 나를 데려다가 고문과 구타를 하곤 했어.

신조경과 검결을 내놓라고 말이야.

하지만 난 모른다고 딱 잡아뗐지.

그의 인내력도 대단해서 결국 오늘까지 끌고 온거야."

 

적운이 말했다.

 

"능소저는 ? 그녀는 왜 형을 구하지 않았어요?

신조공을 연성한 뒤 언제든지 왔다갔다 할수 있는데

왜 그녀를 보러가지 않는거예요 ?

왜 감옥에서 죽 그녀를 기다렸지요 ?"

 

정전은 매우 머리가 어지러웠으며 몸이 마치 공중에 떠 있는 것같았다.

그는 손을 내밀어 무엇을 잡으려고 했다.

적운은 그의 손을 꽉 잡아주었다.

정전은 갑자기 큰 소리로 말했다.

 

"내 몸에는 독이 있으니 건드리지 말아."

 

적운의 가슴이 또 한차례 아려왔다.

정전은 잠시 기절해 있다가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

 

"아까 어디까지 이야기 했지 ?"

 

적운은 갑자기 떠오르는 생각이 나서 말했다.

 

"정형, 능소저가 아버지의 명을 받아서 형을 속였는지도 모르잖아요 ?"

 

정전은 큰 소리로 외쳤다.

 

"미친 소리!"

 

정전은 주먹을 들어 적운을 때리려 했다.

적운은 자신이 실언을 했음을 알고 피하지 않았다.

그러나 정전은 주먹을 내리치지 않고 적운을 물끄러미 쳐다보더니 말했다.

 

"자네는 여자에게 배신을 당한적이 있어서 여자를 안 믿는게 당연하지.

자넬 탓하지는 않겠어.

상화가 아버지의 명령을 받고 미인계를 써서 신조경과 연성결을 빼앗으려 했다면

얼마든지 할수 있었는데 그녀가 왜 날 속였겠어?

만일 그녀가

 

'당신의 신조경과 연성결을 나에게 줘요.'

 

라고 했다면 ,

아니 말하지 않고 그런 뜻을 암시만 해줬어도 난 그녀에게 주어 버렸을거야.

그녀가 그것을 아버지에게 주던지 아니면 불에 태워던,

거지에게 주워 버리던 난 상관을 안했을거야.

이봐, 그 책이 비록 무림에서 최고의 보물이라지만

 내 마음속의 상화에 비하면 쓰레기에 불과해..

능퇴사는 자신이 문무겸비한 재사라고 자칭하지만 사실 바보 녀석이야.

그녀에게 빼앗으라고 부탁했으면 난 거절하지 않았을텐데..."

 

적운이 말했다.

 

"그가 능소저에게 부탁했는데 능소자가 거절했는지도 모르지요."

 

정전은 머리를 저으며 말했다.

 

"사실이 그렇다 해도 상화는 나에게 그런 기색을 보인적이 없었어.

능퇴사 같은 놈은 명예를 좋아하고 금은보화를 매우 중요시 하지.

천하의 모든 사람은 모두 자기 같은 줄 알고 있어.

그의 딸이 나에게 부탁하지 않을까봐 독을 쓴거야.

또 다른 원인은 그녀가 나 같은 방랑자를 사귀고 있었기 때문이지.

그의 가문을 더럽혔으니까 죽이고 싶었겠지."

 

적운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정전은 계속해서 말했다.

 

"그는 날 체포하자마자 몸을 수색했지만 아무것도 찾지 못하고

나의 집에서도 아무것도 찾질 못했지.

매월 십오일 그는 날 감옥에서 데려다가 고문을 하고 구타를 하고

또한 달콤한 말로 날 꼬이기도 하고 위협도 했지만 난 끝내 말하지 않았어.

그는 나의 입에서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했지만 나는 그의 말속에서

뭔가를 알아 냈지.

매념생 노인이 나에게 말해준 연성결은 알고보니

원제의 보물을 찾는 아주 중요한 단서였어.

그는 부하를 죄수로 변장시켜서 나와 한방에 가두었어.

그리고 뭔가를 알아 내려고 했지만 한눈에 그가 첩자라는 것을 알아 낼수 있었지.

단지, 그때는 신조경을 연마하지 못해서 힘껏 때리지 못했을 뿐이야."

 

그는 여기까지 말하더니 미소를 띠우고는 말했다.

 

"자네도 운이 없어서 나에게 억울하게 맞았어.

자네가 자살을 시도하지 않았다면 벌서 나에게 맞아 죽었을거야."

 

적운이 말했다.

 

"억울하게 누명쓴것을 정형덕분에 알았는데..."

 

정전이 손을 흔들며 그의 말을 제지했다.

 

"인연이겠지. 세상에선 연이라고도 하지."

 

그는 눈을 옆으로 돌렸다. 달빛아래에 기와장이 보였다.

그위에서 한송이의 작은 꽃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는데 매우 외로워보였다.

정전은 처량한 어조로 말했다.

 

"저 꽃을 따다 주게."

 

적운은 꽃을 따서 정전의 손에 쥐어 주었다.

정전은 꽃을 들고 옛날을 회상했다.

 

"나의 비파골을 쇠사슬로 뚫리고 감옥에 갖힌뒤에 모든 걸 알게 됐어.

그는 나의 목숨을 없애 버리려 했던거야.

그에게 신조경과 연성결을 하루라도 빨리 내주었다면

나의 목숨도 하루라도 빨리 없애버렸을거야.

내가 끝까지 말을 하지 않으면 그는 보물때문에 감히 날 죽이지는 못하지.

단지 고문과 구타만 해서 나에게 고통을 줄뿐이지.

결국 이작은 생명을 못죽이게 된것이지."

 

적운이 말했다.

 

"그레서 내가 형을 거짓으로 죽인다고 할때 옥졸들이 벌벌 떨었군요."

 

정전은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 작은 꽃도 함께 하늘거렸다.

 

정전이 말했다.

 

"나는 감옥에 한달 동안 갇혀 있는 동안 화가 머리끝까지 화가나서 미쳐 버릴 것 같았어.

어느날 밤에 한 여자가 감옥에 들어 왔는데 바로 능소저의 하녀였어.

내가 무창성에서 상화를 만날 수 있었던 것은 하녀가 먼저 걸었기때문이야.

상화는 많은 뇌물을 주고 하녀를 들여보냈던거야.

하녀는 나에게 한마디도 하지 않았으며 아무 것도 전해 주지 않았어.

단지 날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지.

옥졸은 손에 칼을 쥐고 있었으며 그녀의 등에 대고 있었어.

옥졸은 능지부에게 들킬까봐 얼굴만 보고 말을 하지 못하게 했던 거지."

 

정전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녀는 날 한번 쳐다보더니 눈물을 흘렸어. 옥졸은 손짓으로 빨리 나가라고 말했어.

하녀는 철장 밖의 정원에 한송이의 작은 국화가 있는 것을 보자

국화를 따서 철장 안으로 던져 주었어.

리고는 손으로 멀리 있는 높은 집의 창문을 가리켰어.

창가에는 꽃송이가 놓여있었어.

나는 매우 기뻤지.

상화...

상화가 날 위해 창가에 놓은 것이었어.

하녀는 오래 있지 못하고 곧 정원에서 나갔어.

막 후원의 철문을 나가자 높은 곳에서 한개의 화살이 날아왔어.

화살은 그녀의 등을 명중했고 그녀는 즉시 죽고 말았지.

능퇴사는 내친구들이 구출해갈까봐 지붕위에도 부하를 매복시켜놨지.

두번째 화살이 날아오자 옥졸도 죽어 버렸어.

그때 난 굉장히 두려웠어.

그가 재물에 눈이 멀어 자신의 딸까지 죽일 것 같았어.

더 이상 그를 화나게 하지 않았으며 매반 심문을 할땐 일부러 벙어리 인척 했어. "

 

정전은 슬픈 얼굴을 했다.

 

"하녀는 날 위해 죽었어.

그녀가 아니었으면 난 여지껏 참아 오지도 않았을거야.

창가의 화분이 상화가 날 위해서 놓은 것인줄은 알았지만 상화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어.

상화는 창가에 얼굴을 내밀고 날 쳐다보지 않았어.

난 이해할 수 없었어.

왜 날 한번도 쳐다보려 하지 않느냐고 속으로 원망도 했지."

정전의 음성은 슬픔에 가득차 있었다.

"나는 더욱 열심히 신조경을 연마했지.

하루 빨리 그녀와 다시 만나고 쇠사슬의 구속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었기 때문이었지.

철장을 빠져나가 상화와 만날 날을 학수고대했지.

신조공은 너무 오묘해서 하루 아침에 완성할수 없었어.

더우기 비파골이 쇠사슬로 묶이고 발 뒤꿈치의 힘줄이 잘린 상태니

다른 사람보다 더욱 힘이 들었지.

자네가 이년전 자살하려고 할때서야 신조공을 겨우 완성했어.

그때까지 그 화분의 생화를 바라보며 묵묵히 어려움을 이겨 나갔던거야.

능퇴사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비밀을 캐내려 했지.

자네와 날 한방에 가둔 것도 그의 계략이야.

그는 부하를 감옥에 보내면 탄로날 것을 알고 진짜로 억울한 누명을 쓴 자네를 내 곁에 둔거야.

시간이 지나자 사실을 알수가 있었어.

자네와 난 좋은 친구가 됐으니 진실을 모두 말해준 것이지.

그는 나의 입에서 얻어내지 못한것을 순진한 자네의 입에서 얻으려고 수작을 부린거지.

그래서 난 끝까지 자네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지 않으려 했던거야.

하녀의 죽음,

그것은 나로 하여금 아무것도 믿지 못하도록 만들었지. "

 

정전은 격양된 어조로 계속해서 말했다.

 

"몇년이 지났으니 능퇴사의 형주지부 임기는 모두 끝났어.

다른 곳으로 발령이 나던가 아니면 승진을 해야 되는데

그는 뇌물을 써서 계속그자리에 머물러 있는거야.

놈은 벼슬보다 보물에 더욱 관심이 많은거지."

 

정전은 적운을 쳐다보며 말했다.

 

"자넨 내가 감옥에서 나간적이 없는 줄알지 ?

신조공이 완성되는 그날 나는 밖으로 나갔어.

밖으로 나가기 전에 자네의 수혈을 짚어 잠을 자게 했을뿐이야.

그날 밤 담을 넘을때 나는 한바탕 결투를 할줄 알았는데 능퇴사는 오랜 세월이 흐르자

경계를 풀고 밖의 포졸들을 모두 철수 시켰더군.

그는 신조공이 그렇게 오묘 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한거야.

쇠사슬로 비파골이 뚫리고 다리 힘줄이 잘라진 사람이 무공을 완성시키리라고는

생각을 못한거지.

나는 높은 집의 창문 아래에 서자 가슴이 매우 두근거렸어.

그것은 옛날 창문 아래서 그녀를 보는 순간과 똑 같았어.

용기를 내고 천천히 창문을 세번 두드리며 '상화'하고 불렀어."

 

정전의 음성은 떨리고 있었다.

 

"그녀는 꿈속에서 깨어 난것처럼 흐릿하게 말했어.

'정오라버니, 그대였군요 ? 꿈을 꾸고 있는 것은 아니겠지요.'

나는 몇년간의 고생끝에 그녀의 목소리를 다시 들을 수 있었어.

나는 너무 기뻐서 몸이 떨려 왔어.

'상화, 나야! 도망쳐 나왔어!'

그녀가 창문을 열어주길 기다리고 있었지.

전에도 우리가 만날 때는 항상 그녀가 창문을 열어주고 손짓을 해야 들어갈수 있었지.

절대로 내가 먼저 들어간 적은 없었어.

뜻밖에도 그녀는 창문을 열지않고 얼굴을 창문에 대고 낮은 소리로 말했어.

'아... 오라버니! 살아계셨군요. 아버지가 날 속이지 않았군요.'

나는 매우 기뻐서 말했다.

'난 아직까지 죽지 않았어. 문을 열어줘. 상화를 보고 싶어.'

그녀는 급히 말했어.

'안돼요! 안돼요! 안돼요!'

나는 급히 물었지.

'왜 안돼지 ?'

그녀가 말했어.

'당신을 죽이지 않으면 영원히 만나지 않겠다고 아버지와 약속을 했어요.

아버지는 나에게 맹세를 하라고 했어요.

만약에 당신을 다시 만나면 어머니가 지옥으로 떨어져도 괜찮다는 맹세를 했어요.'

그녀는 여기까지 말하고 울기 시작했어.

그녀는 열세살때 어머니와 사별했으므로 어머니를 제일 사랑하고 있었어.

나는 능퇴사의 악독한 수법을 무척 원망했어.

상화가 그런 맹세를 안했다고 해도 나를 죽일 수는 없었을거야.

그는 결국 딸에게 강제로 맹세를 하게끔 했어.

그 맹세가 나의 희망을 모두 허공으로 날려보냈어.

나는 포기하지 않고 말했지.

'상화, 함께 도망가자. 너의 눈을 천으로 가리면 영원히 날 보지 않게 되지 않겠니 ?'

그녀는 울면서 말했어.

'그건 안 돼요. 당신이 영원히 절 보지 않기를 원해요.' "

 

정전은 주먹을 불끈쥐고 말을 계속했다.

 

"가슴속에 맺혔던 원한이 폭발하면서 나는 소리쳤지.

'왜지 나는 꼭 봐야겠어!'

그녀는 내가 화내며 말하자 부드럽게 말했어.

'오라버니가 아버님게 잡힌줄 알고 제발 풀어달라고 부탁했었어요.

아버님은 제가 당신을 잊어버리도록 다른 사람에게 시집 보내랴고 했지요.

아무리 거절을 해도 어쩔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할수 없이 제 얼굴에 상처를 냈어요.' "

 

"아!"

 

적운은 여기까지 듣고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

정전이 말했다.

 

"나는 너무 감격했고 또한 그녀가 불쌍해서 일격에 창문을 박살 내고는 말았지.

그녀는 놀라더니 눈을 감고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말았어.

세상에서 제일 이쁜 그녀의 얼굴엔 열여덟개나 되는 칼자국이 나 있었어.

얼굴에는 한줄기 한줄기 붉은 흉터가 나 있었어.

그녀의 아름다운 눈, 아름다운 코, 아름다운 입술은 전부 찌그러졌고, 요괴처럼 변해 있었어.

난 그녀를 가슴속에 꼭 껴안았지.

그녀는 자신의 얼굴을 무척 아꼈는데 나같이 나쁜 놈만 아니었더라면

그녀의 얼굴도 상처를 입지 않았을거야.

내가 말했어.

'누이, 얼굴보다 마음이 더 중요한 것야.

나때문에 얼굴을 망쳤잖아.

내 마음속엔 옛날보다 열배 아니 백배 아름다워 보이는 걸.'

그녀는 울면서 말했다.

'이젠 더 이상 어떻게 할수가 없어요.

전 아버님께 다시는 당신을 만나지 않겠다고 약속했어요.

오라버니, 그만 돌아가세요.'

나도 피할수 없는 현실이라는 것을 알고는 말했지.

'누이, 난 감옥으로 돌아가서 매일 창문의 화분을 쳐다 보겠어.

그러면서 일생을 보내겠어.'

그녀가 나의 목을 잡으며 말했어.

'가지 마세요!' "

정전의 얼굴에 두 줄기 눈물이 흘러내렸다.

"우린 서로 껴안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

그녀는 날 쳐다 보지 않았고,

나도 그녀를 껴안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

그녀의 얼굴이 못 생겨서 그런게 아니야.

하지만...

하지만...

그녀의 얼굴은 너무 추학했어.

한참 지나자 먼곳에서 새벽 닭이 우는 소리가 들렸어.

동이 트기 시작한거지.

그녀가 말했어.

'오라버니, 난 돌아가신 어머니에게 더 이상 피해를 입힐 수가 없어요.

다시는... 다시는 절 보러오지 마세요.'

내가 말했어.

'다시 만나지 말자고 ?'

그녀는 울면서 말했어.

'다시는 만나지 말아요.

우리가 죽은 뒤 한곳에 묻혔으면 좋겠어요.

어느 마음좋은 사람이 저의 소원을 들어주었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난 하늘 나라에서도 그 사람이 잘되기를 축복할거예요.'"

정전은 울음석인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말했어.

'이제 모든것을 말해 주겠어.

내가 알고 있는 연성결은 양원제의 보물을 찾는 중요한 단서야.

 내가 말해 줄테니 잘 기억해 둬.'

그녀가 말했어.

'싫어요. 그런 것을 기억해서 뭐해요?

아버지는 그것 때문에 절 이렇게 만들어 놨어요.

오라버니, 전 듣고 싶지 않아요.'

내가 말했어.

'그러면 누이가 믿을만하고 착실한 사람을 찾아서 우리들을 함께 묻어달라고 해.

그 사람에게 모든 비밀을 말해 주겠어.'

그녀가 말했다.

'전 평생동안 집밖으로 나가지 않을거예요.

이런 모습으로 어떻게 사람을 만날 수 있겠어요 ?'

그녀는 골똘히 뭔가를 생각하더니 말했어.

'좋아요,

저에게 말해주세요.

전 당신과 함께 묻히고 싶어요.

런 모습을 남에게 보여도 두렵지 않아요.'

난 그녀에게 검결을 말해주었어. "

 

정전은 눈물을 딱으며 말했다.

 

"동녘이 점점 터오자 그녀와 헤어져 감옥으로 돌아왔어.

얼마든지 탈옥할수 있었지만 매일 그녀의 창가에 있는 생화를 보기 위해 그곳을 떠나지 않은거지.

자객이 능퇴사를 암살하려고 했을때 난 그를 구해줬어.

그건... 그건 능퇴사가 다른 사람에게 죽게 되면 상화는 홀몸이 되고 이 세상에는

그녀를 돌봐줄 사람이 없어서..."

 

그는 여기까지 이야기 하고 흐느꼈다.

적운이 말햇다.

 

"큰형, 걱정하지 말아요.

제가 형에게 무슨 일이 있으면 능소저와 함께 묻어 줄께요.

난 검결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어요.

나에게 말해준다 해도 듣지 않겠어요."

 

정전은 한줄기 미소를 지우며 말했다.

 

"자네같이 좋은 친구를 만나다니 정말 기뻐.

우릴 함께 묻어준다니 죽어도 한이 없어. 난 정말 기뻐."

 

그의 목소리는 점점 힘이 빠지는지 낮아지고 있었다.

 

"보물을 찾거든 자네 뿐만 아니라 천하의 모든 불쌍한 사람들을 위해서 써줘.

 자네와 나같은 불행한 사람은 천하에 얼마든지 있어.

연성결은 자네가 듣지 않으면 실전이 되니 아깝잖아."

 

적운은 고개를 끄덕였다.

 

"잘 들어 그건 모두 숫자이니 혼동하면 안 돼."

 

적운은 정신을 가다듬고 열심히 들었다.

 

"첫번째 숫자는 4, 두번째 숫자는51, 세번재 숫자는 33, 네번째 숫자는 53..."

 

적운이 어리둥절해 하고 있는데 갑자기 밖에서 말발굽 소리가 들려왔다.

 

"안을 샅샅히 뒤져 보시요."

 

정전은 얼굴색이 변하면서 벌떡 일어섰다.

적운도 따라 일어섰다.

폐원의 뒷문으로 세명의 사내가 들어섰다.

 

 

4. 공심채(空心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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