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지/연성결(連城訣)

2. 감옥에 들어가다.

오늘의 쉼터 2014. 6. 19. 18:55

2. 감옥에 들어가다.

 

검과 검이 부ㄷ히며 창! 창! 하는 소리가 났다.

이어서 흰빛이 번뜩이더니 검이 한자루씩 허공을 날았다.

한자루는 인파속에 날아와 하인과 하녀들은 비명을 지르며 흩어졌고,

한 자루는 연회석 중앙의 탁자에 날아와 떨어졌으며 또 한 자루는 대청의 기둥에 깊숙히 박혔다.

복원, 오감, 침성, 네 사람의 손에 들려 있던 검은 모두 적운이 사용한 거검식에 의해

날아가 버렸다.

실로 순식간에 벌어진 사건이었다.

만진산은 손으로 탁자를 꽝! 하고 내리치며 부르짖었다.

 

"좋아. 척사제, 자네는 결국 연성검법(連城劍法)을 연마하는데 성공했구나!

 축하하네! 암 축하해야 마땅하지."

만진산의 음성은 놀라움과 허털함으로 가득차 있었다.

척장발은 얼굴을 굳히면서 물었다.

 

"연성검법이라니요 ?"

 

만진산은 말했다.

 

"적운이 방금 사용한 검법이 연성검법이 아닌란 말인가 ?

얘들아, 모두 이라 오너라. 적운은 연성검법을 익혔으니 너희들은 상대가 안된다."

만진산은 복원, 오감, 풍탄, 침성등 네 제자를 손짓해 불렀다.

만진산은 싸늘히 척장발을 노려보며 다시 말했다.

 

"사제, 자네는 정말 음흉하기 짝이 없군!

하마터면 속아 넘어갈 뻔했어. 철소횡강, 그대는 역시 대단히 무서운 사람이군."

 

적운은 연이어 자견식(刺肩式), 이광식(耳光式), 거검식(去劍式)을 사용하여 순식간에

만진산의 네 제자를 물리쳤지만 기쁨보다 놀라움이 앞섰다.

그는 사부와 사매를 쳐다보고, 이어 만진산과 여러 제자들을 쳐다 보았다.

그의 표정은 여전히 얼떨떨해 하는 빛이 서려 있었다.

그 역시 거지 노인이 가르쳐준 검법이 그토록 큰 위력을 나타 내리라곤 생가지 못한 것 같았다.

척장발이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적운에게 가까이 걸오더니 돌연 적은의 손에 들린 검을 뺐어 들었다.

그리고 검끝으로 적운의 목을 겨누고 엄숙한 음성으로 물었다.

방금 네가 사용한 수법은 어디서 배웠느냐 ?"

 

적운은 깜작 놀라 사실대로 말하려고 했다.

그러나 불현듯 거지노인의 당부가 떠 올랐다.

 

'만약 검법을 나에게서 배운 사실이 탄로나면 나는 죽음을 당할 것이다.'

적운은 절대 누설하지 않겠다고 맹세한 사실을 상기라고 이렇게 말했다.

 

"사... 사부님, 실은 제가 혼자서 생각해 낸것입니다. "

 

척장발이 말했다.

 

"네가 어떻게 그 오묘한 수법을 생각해 낼 수 있단 말이냐?

감히 나에게 거짓말을 하려고 하다니, 빨리 사실대로 이야기해라.

그렇지 않으면 단칼에 너를 죽여버리겠다. "

 

척장발이 검을 앞으로 내밀었다.

검끝이 적운의 목덜미를 조금 파고 들어가 선혈이 배어 나오기 시작했다.

적운은 놀라고 두려워 얼굴색이 창백하게 변했으며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이때 척방이 달려와 아버지의 팔을 잡으며 부르짖었다.

 

"아버지! 사형은 우리와 한시도 떨어진 적이 없는데 언제 남에게 무공을 배웠겠어요?

방금 사용한 검법은 아버님께 배운 걸 꺼에요!"

 

만진산이 냉소하며 말했다.

 

"척사제, 더 이상 숨길 것 없지 않을까 ?

자네 딸이 분명히 말했네.

적운의 수법은 자네가 전수 했다고 말일세.

자네의 고명한 수법을 사형인 나에게 자랑하고 과시할건 없네.

자... 내가 자네에게 축하하는 의미에서 한잔의 술을 내리겠네."

 

만진산은 두 잔에 술을 가득 따른뒤 한잔은 자신이 먼저 마시고 한 잔은 척장발의 앞으로 가져갔다.

 

"자... 마시게나."

 

척장발은 흥! 소리를 내며 검을 바닥에 던지고 몸을 돌려 술잔을 받아 연속 세 잔을 마셨다.

척장발은 술을 마신 뒤 고개를 숙이고 뭔가 깊이 생각한 뒤 중얼거렸다.

 

"이상하군! 정말 이상한 일이구나!"

 

만진산이 말했다.

 

척사제, 내가 자네와 긴히 할 말이 있으니 서재로 가세."

 

척장발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고개를 끄덕거렸다.

만진산은 그의손을 잡고 서재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만진산의 여덟 제자들은 서로의 얼굴을 쳐다 보았다.

어떤 자는 창백한 안색이었으며 어떤 자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침성이 입을 열었다.

 

"난 소피를 보고 오겠다. 적운 그 녀석에게 놀라서 오줌이 나오려고 해."

 

노곤은 몸을 흘겼다.

 

"여덟째 사제, 자넨 아직도 창피한 줄 모르니 한심하군!"

 

침성은 혀를 쑥 내밀어보이고는 급히 연회석을 떠났다.

그는 대청 문을 나오자 화장실로 가는 척 하다가 살그머니 서재쪽을 향해 걸음을 옮겨 놓았다.

그는 서재 밖에 가서 귀를 기울였다.

만진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척사제, 이십년 동안 풀지 못했던 비밀이 오늘에서야 비로서 밝혀졌군 그래."

 

척장발의 음성이 들렸다.

 

"사형의 말씀이 무슨 뜻인지 모르겠군요."

 

"네입으로 꼭 말해야 하겠나 ? 우리의 사부님께서 어떻게 돌아 가셨지 ?"

 

"사부님께선 한 권의 검법비급을 잃어 버리시고 상심하셔셔 자결하시지 않았소?

사형도 알고 계시면서 왜 나에게 물으시오?"

 

"그래 맞아. 그 책 이름이 무엇이지 ?"

 

"내가 어떻게 알았소 ?"

 

"사부님께 들었는데 그 검법비급의 이름이 연성결(連城訣)이라고 하더군."

 

"나는 처음 듣는 이름이군요."

 

"모르고 있었단 말인가 ?"

 

"그렇소."

 

"아는 사람은 알지 못하는 사람보다 못하고 알지 못하는 사람은 무엇보다 못한가 ?"

 

"행복한 사람보다 못하오!"

 

"맞아! 하하하하!"

 

"왜 웃으시오?"

 

"그 시를 알고 있으면서 시치미를 떼 ? 우린 십여 년동안 함께 무예를 익혀서

서로를 잘 알고 있어 자네가 연성결 세글자를 모른다면 어떻게 알지 못하는 사람이

행복한 사람보다 못하다는 말을 알겠는가 ?"

 

척장발의 당황한 음성이 들려왔다.

 

"날... 날 시험했군!"

 

만진산의 음성이 들렸다.

 

"내놔라!"

 

"뭘 말이요?"

 

"시치미 떼지 말고 내놔."

 

척장발의 격앙된 음성이 뒤이어 들려왔다.

 

"내가 당신을 무서워할 줄 아시오?"

 

침성은 사부와 사숙이 언성이 점점 사나와지자 와락 두려움을 느꼈다.

그는 급히 대청으로 뛰어나와 노곤에게 낮은 소리로 말했다.

 

"대사형, 사부님과 사숙께서 다투고 있는데 싸울 것 같아요."

 

노곤은 일어나며 말했다.

 

"가봐야 겠군!"

 

주가, 만규, 손균등은 빠른 걸음으로 따라갔다.

척방이 적운의 옷소매를 잡아 당기며 말했다.

 

"우리도 가요!"

 

적운이 고개를 끄덕이고 두 발자국 앞으로 나가자 척방은 그의 손에 검을 집어 주었다.

적운이 머리를 돌려 바라보니 척방의 손엔 두 자루의 검이 들려 있었다.

적운이 물었다.

 

"왜 두자루를 가지고 있지 ?"

 

척방이 말했다.

 

"아버님께서 검을 안 가지고 계세요 !"

 

만진산의 여덟제자는 모두 침중한 안색으로 서재 밖에 서 있었고

적운과 척방은 조금 더 멀리 떨어져 있었다.

열 사람은 숨소리를 죽이고 서재 안에서 두 사람이 싸우는 소리를 듣고 있었다.

 

"척사제, 사부님을 죽인 흉수는 바로 너다! 틀림없어!"

 

그건 만진산의 목소리였다.

 

"방귀 뀌는 소리 하지 마시오. 만사형! 말이란 함부로 하는게 아니오.

내가 언제 사부님을 죽였단 말이오 ?"

 

척장발은 화가 나서 목소리가 매우 컸으며 말을 마구 해 대었다.

 

"사부님의 연성결을 척사제가 홈쳐 가지 않았단 말인가 ?"

 

"난 연성결은 알지도 못하고 있소.

만 사형이 나의 이름을 더럽히려고 하는 것 같은데 그리 쉽진 않을 거요."

 

"아까 자네 제자가 사용한 검법이 연성검법이 아니란 말이냐 ?"

 

"내 제자는 총명해서 혼자 생각해 낸 것이고 나도 모르고 있었소.

그게 어째서 연성검법이오 ?

사형이 복원을 시켜 연성검법이 완성되었으니 와서 보라고 시키지 않았소?

복원을 불러다 물어 봅시다."

 

문밖에 서 있던 사람들은 모두 복원을 쳐다봤다.

그의 얼굴이 찌그러진 것으로 보아 척장발의 말이 사실인것 같았다.

적운과 척방은 서로 마주보고 고개를 끄덕이며 생각했다.

 

'복원의 말은 나도 들었어. 거짓말을 하면 가만 안둘거다.'

 

만진산이 하! 하! 하! 웃으면서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내가 그런 말을 한적이 있지. 그말을 하지 않았다면 자네가 어찌 이곳에 오겠는가 ?

척장발, 자네가 연성검법이라는 말을 한번도 들어본적이 없다고 했는데

어째서 복원이 내가 연성검법을 완성했다는 말을 하자마자 급히 이곳으로 왔는가 ?

계속해서 우길 셈인가 ?"

 

"알고보니 날 속여서 이곳으로 오게 했군 !"

 

"맞아, 빨리 검법을 내놓고 사부님의 묘소에 가서 용서를 빌어라."

 

"왜 내가 당신에게 연성검법을 주어야 하오 ?"

 

"흥! 난 대사형이야!"

 

방안은 잠시 침묵이 감돌았다.

척장발의 거친 목소리가 들려왔다.

 

"좋소 당신에게 주겠소!"

 

문밖에 있넌 사람들은 그말을 듣자 모두 깜작 놀라고 말았다.

적운과 척방은 그 말을 듣고 쥐구멍이 있으면 숨고 싶은 심정이었다.

노곤등 여덟사람은 동시에 멸시하는 눈빛으로 적운과 착방을 쳐다 봤다.

척방은 한편으로 화가 났으며 또 한편으로는 참기 어려운 굴욕감을 느꼈다.

아버지가 정말 이렇게 몰염치한 일을 할 줄은 몰랐다.

갑자기 방안에서 만진산의 처참한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만규는 부르짖었다.

 

"아버지!"

 

발로 문을 차며 급히 뛰어 들어갔다.

만진산은 바닥에 누워 있었고 가슴에는 한개의 날카로운 비수가 꽃혀 있었으며

방바닥은 온통 피로 낭자했다.

척장발은 사라지고 없었다.

만규는 큰 소리로 울부짖었다.

 

"아버님! 아버님!"

 

그러면서 만진산의 몸에 쓰러졌다.

척방은 낮은 소리로 불렀다.

 

"아버지! 아버지!"

 

그녀는 몸을 떨며 적운의 손을 잡았다.

노곤이 소리쳤다.

 

"빨리 범인을 잡아라!"

 

주기와 손균등 제자들은 모두 밖으로 뛰어 나오면서 소리쳤다.

 

"범인을 잡아라! 범인을 잡아라!"

 

적운은 만진산의 여덟제자가 모두 사부님을 잡으로 나가자

갑작스런 변고에 놀라 전신이 마비되어 왔다.

척방이 큰 소리로 불렀다.

 

"아버님 !"

 

그녀는 몸을 흔들거리면서 똑바로 서지를 못했다.

적운은 급히 손을 내밀어 부축해 주었다.

머리를 숙이고 보니 만진산의 두 눈을 꼭 감고 있었으며 얼굴 표정은 흉학하고

난폭한 것으로 보아 죽기 전에 커다란 고통을 받은 듯했다.

적운은 더 이상 보지 못하고 낮은 소리로 말했다.

 

"사매, 그만 가자!"

 

척방이 대답하기도 전에 뒤에서 음성이 들렸다.

 

"너희들은 우리 사부님을 암살한 공범이니 갈 수 없다."

 

적운과 척방은 머리를 돌리자 한 자루의 장검이 끝이 척방의 등을 누르고 있었으며

검의 손잡이는 복원이 잡고 있었다.

적운은 크게 화를 내며 욕을 하려다가 사부님이 사백님을 죽였다는 것이 생각나

입을 다물고 말았다.

그는 머리를 숙이고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복원이 차갑게 말했다.

 

"두분은 방으로 돌아가시지. 나중에 우리가 척장발을 잡았을때 함께 관가로 보내겠다."

 

적운이 말했다.

 

"이번일은 모두 나 때문에 일어났으니 사매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복수를 하려면 나 한 사람에게 해라."

 

복원은 힘껏 그의 등을 밀며 소리쳤다.

 

"가자 ! 이일은 자네가 나설 일이 아니야!"

 

적운은 밖에서 '범인을 잡아라! 범인을 잡아라!'

하는 소리와 길에서 꽝! 꽝! 꽝! 하는 범인을 ㅉ는 시끄러운 징소리를 들었다.

마음속에는 말 못 할 수치심이 밀어 닥쳤다.

이빨을 깨물고는 천천히 그의 방으로 걸어갔다.

척방이 울면서 말했다.

 

"사형, 이게 어떻게 된거예요 ?"

 

적운은 흐느껴 울며 말했다.

 

"나도 모르겠어. 내가 사부님대신 벌을 받겠어."

 

척방이 울며 말했다.

 

"아버지는 어디로 갔지요 ?"

 

적운은 방 안에 앉아 있었다.

만진산이 피살된지 벌써 두 시간이 지ㄴ다.

그는 혼자 멍하니 의자에 앉아서 약 반 치 가량 남은 초를 쳐다보고 있었다.

마음이 매우 혼란스러웠다.

이때 척장발을 잡으러 갔던 사람들이 모두 돌아왔다.

 

"범인이 성밖으로 도망쳐서 잡지 못했어."

 

"내일 우리도 호남으로 ㅉ아가서 꼭 범인을 잡아야 해. 사부님의 복수를 해야 되!"

 

"범인이 도망쳤으면 영원히 못 잡을지도 몰라."

 

"내일 강호(江湖)에 서신을 보내,

무사들로 하여금 함께 그 비겁한 범인을 찾자고 부탁을 해야겠어."

 

"맞아. 맞아! 먼저 범인의 딸과 적운이라는 녀석을 처형해서 사부님의 영령에 바쳐야 해!"

 

"아냐! 내일 현태야(懸太爺)에게 부검을 한뒤 처리하자."

 

만문의 가족들과 제자들은 의견이 분분했다.

적운은 사매에게 혼자 도망치라고 말하려다가 생각해 보았다.

 

'사매는 아직 나이가 어린데 혼자 강호에 떠돌아 다니면 누가 보살펴 줄까 ?

내가 함께 도망칠까 ! 아니야 ? 이번일은 모두 나 때문에 일어난거야.

 

내가 나서서 만가의 여덟 사형과 싸우지만 않았어도 만사백께서

내 사부님이 연성검법을 홈쳐갔다고 의심하지 않았을거야.

내 사부님은 아주 착한 사람인데 어떻게 연성검 법을 홈쳐 갔을까 ?

아까의 그 검법은 늙은 거지가 가르쳐 준것 인데 사부님께서 벌써 사람을 죽였으니

지금 내가 말한다 해도 아무도 믿지 않을거야.

믿는다 해도 무슨 소용이 있어?

난 정말 나쁜 놈이야. 모든 일이 나 때문에 생긴거야.

내일 내가 모든 사람들 앞에서 사부님대신 변명을 해야겠다.

하지만... 만사백을 사부님이 살해했는데, 사부님의 죄를 어떻게 용서받지?

아냐, 난 절대로 도망갈수 없어. 사부님대신 날 죽이라고 해야겠다. '

 

혼자서 깊이 생각하고 있는데 갑자기 지붕에서 바스락 하는 소리가 들렸다.

 머리를 드니 검은 그림자가 지붕 위를 서쪽에서 동쪽으로 뛰어 가고 있었다.

그는 하마터면 '사부님'하고 소리 칠뻔했으나 그 사람의 몸체는 크고 말랐으니

절대로 사부님이 아니라 생각하고 입을 다물었다.

또 다른 한 사람의 그림자가 뒤따라 갔다.

이 사람의 손에 비수가 들려 있었다. 그는 생각했다.

 

'저들은 사부님을 찾고 있나 ? 사부님께서 멀리 안 가시고 아직 이 근처에 계시단 말인가 ?'

혼자 생각하고 있는데 동쪽에 있는 방에서 여자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놀라서 검을 들고 뛰어가며 생각했다.

 

'저들이 사매를 괴롭히나보군!'

 

또 한번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사람 살려!"

 

비명은 척방의 목소리가 아닌 것 같았는데 그는 너무 조금한 나머지 척방이

위험에 닥쳤나 확인해 보지도 않고 문밖으로 날듯이 뛰어 갔다.

창문 밖에 서자 또 한번 그여자의 비명이 들렸다.

 

"사람살려! 사람 살려!"

 

그가 황망히 뛰어가 보니 동쪽에 있는 방에서 불빛이 새어나왔으며

한짝의 창문이 혼자 흔들리고 있었다. 그는 창문 옆으로 걸어가 안을 들여다 보았다.

한 여자가 손과 다리가 묶인 채 침대에 눕혀져 있었다.

두 사람이 그녀의 얼굴을 만지고 있었으며 한 남자는 막 여자의 옷을 벗기려고 하고 있었다.

적운은 그녀가 누군지 알수 없었으나 그녀는 너무 놀래서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침대에 누워 요동을 치며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곤란한 처지에 있는데도 이런 상황을 보자 검을 들고 안으로 뛰어 들었다.

검은 왼쪽에 있던 남자의 등을 찔렀다. 오른쪽에 있던 남자가 의자를 들어 막자

왼쪽 남자는 단도를 꺼내 공격해 왔다.

적운은 두 사람이 모두 얼굴에 검은 천을 쓰고 두 눈만 보이자

소리쳤다.

 

"괘씸한 놈, 목숨을 내 놔라."

 

삭! 삭! 삭! 연달아 세번을 공격했다.

두 남자는 당해내지 못하고 단도를 떨어뜨렸다.

한 남자가 말했다.

 

"여(呂)형제 , 가세!"

 

다른 한사람이 말했다.

 

"만진산의 운이 좋은 줄 알아라, 다음에 와서 복수를 하겠다."

 

두 칼이 높이 오르더니 적운의 머리를 향해 공격해 왔다.

적운은 두 사람이 맹렬히 공격해 오자 몸을 피했다.

한 남자가 발을 날려 탁자를 쓰러트리자 촛불이 떨어져 방안은 어두컴컴하게 변하고 말았다.

휙! 휙! 하며 두사람은 창밖으로 몸을 날렸으며 파공음과 함께 몇개의 기와장이 날아왔다.

어두워서 적운은 보이지 않았으나 상대편의 경공이 매우 높아서 도저히 ㅉ아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는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놈들중의 한명이 성이 여씨라고 했으니까 틀림없이 여통의 패거리들 일 것이다.

복수하려 왔나 보군. 놈들은 아직 만사백이 죽은 줄 모르는 구나."

가ㅂ기 침대에 누워 있던 여자가 소리쳤다.

 

"아이쿠, 아파 죽겠어요. 제 가슴에 있는 칼을 뽑아줘요! 빨리 뽑아 줘요!"

 

적운은 놀라 말했다.

 

"놈들이 당신을 찔렀소?"

 

그 여자는 흐느끼며 말했다.

 

"찔렀어요! 찔렀어요!"

 

적운이 말했다.

 

"촛불을 켤테니 잠시만 기다려요."

 

그 여자가 말했다.

 

"이리 와보세요. 빨리 이리 와 보세요!"

 

적운은 그녀의 음성이 매우 겁먹은 음성으로 말하자 가까이 가서 말했다.

 

"왜요 ?"

 

그녀는 갑자기 두 팔을 내밀더니 적운의 허리를 껴안고는 소리쳤다.

 

"사람살려! 사람살려!"

 

적운은 아까보다 더욱 놀랬다. 틀림없이 그녀의 손이 묶여 있는것을 보았는데

어떻게 자기를 안을 수 있을까 ?

급히 손으로 그녀를 떼내고 빠져 나오려 했지만

그녀가 죽기를 다해 그의 허리를 껴안아 빠져 나올수가 없었다.

갑자기 눈앞이 밝혀지더니 몇 사람이 동시에 들어왔다.

 

"무슨일이야? 무슨일이야?"

 

그 여자가 소리쳤다.

 

"도둑이야! 도둑! 물건을 홈지고 날 죽이려 해요. 사람살려요. 사람 살려요!"

 

적운은 몹시 놀라며 말했다.

 

"당신... 당신 왜 거짓 말을 하는거야 ?"

 

손을 내밀어 그녀의 몸을 떠밀었다. 처음에는 그 여자가 적운의 허리를 잡고 있었는데

이번에는 오히려 힘을 다해 밀치면서 말했다.

 

"내 몸에 손대지 말아요! 내몸에 손대지 말아!"

 

적운은 손을 놓으려 할때 갑자기 목뒤에 차가운 감촉을 느꼈다.

 

한 개의 검이 그의 목을 누르고 있었다.

그가 변명을 하려하자 하얀 빛이 번쩍하더니

오른쪽이 손이 아파왔고 '쨍그렁!' 하며 자기 손에 쥐고 있던 검이 바닥에 떨어졌다.

그는 손을 쳐다보고 놀래 기절할 뻔 했다.

그의 오른쪽 다섯 손가락은 한치가량 모두 잘라져 있고 불은 피가 마침 샘물처럼

뭉클뭉클 쏟아져 나왔다.

놀래서 옆을 보니 오감이 붉은 피가 묻은 검을 들고 서 있었다.

적운은 기가 막혔다.

 

"너!"

 

몸을 날려 오른 발로 오감을 찰려 하자 갑자기 등을 누가 힘껏 치는 것이었다.

적운은 그 여자의 몸에 엎어졌다.

그 여인이 소리쳤다.

 

"사람살려! 강도야!"

 

노곤의 말소리가 들렸다.

 

"이 강도 놈을 묶어라."

 

적운은 비록 아무 것도 모르는 소년이었지만 지금은 자신이 악당들이 설치한

함정에 빠졌다는 것을 알수 있었다.

그는 벌떡 일어나 몸을 놀려 노곤에게 달려 들려다가 창백한 얼굴을 하고 있는 척방을 보았다.

적운은 멍하니 서서 척방의 표정이 슬퍼하고, 부끄러워하며, 분노 하는 것을 보았다.

그는 애절하게 부르짖었다.

 

"사매!"

 

척방은 갑자기 얼굴을 빨갛게 붉히며 말했다.

 

"왜... 왜 이런 짓을 했어요 ?"

 

적운은 억울했지만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척방은 울면서 말했다.

 

"난 죽어 버리겠어요!"

 

그녀는 적운의 오른쪽 다섯 손가락이 모두 잘린 것을 보고 가슴이 매우 아팠다.

이빨을 깨물고는 가까이 다가가 옷을 찢어 상처를 싸매 주었다.

이때 그녀의 얼굴을 하얗게 변해 있었다.

적운은 상처가 너무 아파서 몇번이나 쓰러질뻔 했지만 힘을 다해 몸을 지탱했다.

입술을 너무 힘껏 깨물어 피가 나왔으며 한 마디도 하지 못했다.

노곤이 말했다.

 

"소사랑(小師娘), 이 개같은 놈이 당신에게 무례한 짓을 했으니

저희들이 죽여 버리겠읍니다."

 

이 여자는 만진산의 작은 첩이었다.

그녀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울면서 말했다.

 

"그 사람이 아주 나쁜 말을 지껄였어요.

사부님은 죽었으니 자기를 따르래요.

척낭자의 아버지가 사람을 죽여서 자기도 피해를 입게 됐데요.

그리고 자기는 금은보화가 많은 부자니 함게 멀리 도망치자고 했어요.

평생동안 호강 할 수 있다고 했어요."

 

적운은 머리가 어지러웠다.

그는 망연자실하여 중얼거렸다.

 

"거짓말이야... 거짓말이야..."

 

주기가 큰 소리로 말했다.

 

"가서 이 도둑놈의 방을 조사해 보자!"

 

사람은 적운을 끌고는 그의 방앞으로 갔다 척방은 멍하니 뒤를 따라갔다.

만규가 말했다.

 

"모두 적사형에게 너무 그러지 말아요.

사실이 밝혀지기 전까지는 좋은 사람에게 누명을 씌우면 안돼요."

 

주기가 화를 내며 말했다.

 

"눈으로 보고도 그래! 이 놈은 아주 나쁜 놈이야!"

 

만규가 말했다.

 

"내가 보기에는 나쁜 짓을 할 사람이 아닌 것 같군요."

 

주기가 말했다.

 

"아까 네 귀로 듣지 않았어? 네 눈으로 보았잖아?"

 

만규가 말했다.

 

"내가 보기에는 술을 너무마셔셔 술주정을 한 것 같은데..."

 

많은 일들이 너무 갑작스럽게 일어나서 척방은 어쩔 줄 모르고 있었는데

만규가 적운을 위해서 변명을 해주자 은근히 고마웠다.

척방은 낮은 소리로 말했다.

 

"만 사형, 적사형은 나쁜 사람이 아니예요."

 

만규가 말했다.

 

"맞아. 적운은 술이 조금 취했지만 절대로 돈은 홈치지 않았을거야."

 

말하는 도중 사람들은 적운을 데리고 그의 방에 도착했다.

침성은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방 안을 살펴보더니 허리를 굽혔다.

그는 손을 침대 밑에 넣고 한 개의 무거운 보자기를 꺼냈다.

금속이서로 부ㄷ히는 소리가 들렸다.

적운은 더욱 놀래 멍청해 졌다.

침성이 보자기를 풀자 속에서는 금기(金器), 은기(銀器), 술 주전자, 술잔이 가득 들어 있었다.

모두 연회석에서 봤던 물건들이었다.

척방은 비틀거리면서 손으로 탁자를 집고 몸을 가누었다.

만규가 위로 하며 말했다.

 

"척사매, 너무 겁먹지 말아. 좋은 방법을 생각해 보자고."

 

풍탄이 침대의 베개를 들자 또 두개의 보자가가 나왔다.

침성과 풍탄이 열어보니 하나에는 은전이 가득했고, 다른 하나에는 여자의 금목걸이,

팔찌, 진주목걸이, 금반지등이 하나 가득 들어있었다.

척방은 더 이상 의심하지 않을수 없었다.

너무 슬픈 나머지 칼로 자결하고 싶었다.

그녀는 어려서 부터 적운과 함께 자랐기 때문에

벌써부터 그를 마음속의 신랑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자기가 그렇게 믿고 좋아했던 남자가 하필이면 이때 다른 여자와 멀리 도망치려 했을까 ?

그렇다면 이 이 요염한 여자에게 정말로 홀딱 반했단 말인가?

아니면 아버지의 일때문에 혼자 도망치려 했단 말인까 ?

노곤이 큰 소리로 말했다.

 

"이 강도놈아, 홈친 물건이 여기 다 있는데 그래도 거짓말을 할거야?"

 

좌우로적운의 뺨을 힘껏 때렸다.

적운의 두 팔은 손균과 오감이 잡고 있어서 피할수가 없었으므로 두 뺨은 벌겋게 부어 올랐다.

노곤은 주먹으로 그의 가슴을 힘껏 때렸다. 척방이 소리쳤다.

 

"때리지 마세요! 때리지 마세요!"

 

주지가 말했다.

 

"이놈을 반쯤 죽여놓고 관가에 보고하자."

 

말을 하며 한주먹을 쳤다.

적운은 입을 벌리고 한 주먹을 피를 토해냈다.

풍탄이 검을 세우고 앞으로 걸어가며 말했다.

 

"이 놈의 왼 팔을 잘라버려 앞으로 다시는 다시는 나쁜짓을 못하게 하자."

 

손균이 적운의 왼팔을 들어 올리자 풍탄이 검을 내려치려 했다.

 

척방은 아! 하고 소리쳤다.

만규가 말했다.

 

"사형들, 내 얼굴을 봐서라도 그러지 마세요. 내일 관가로 보냅시다."

척방은 풍탄이 천천히 검을 거두자 두 눈에서 진주같은 눈물을 떨구었다.

두 눈빛에는 만규에게 고마워 하는 빛이 담겨져 있었다.

 

"열 다섯, 열 여섯, 열 일곱, 열 여덟....!"

 

포졸은 수를 세며 나무로 힘껏 적운의 뒷다리를 내리쳤다.

적운의 몸을 다른 두 포졸이 잡고 대나무로 한대 한대 내리 갈겼다.

하지만 적운의 가슴이 아픈 것에 비하면 이러한 형벌은 아무것도 아니었으며,

심지어 오른손의 고통도 아무 것도 아니었다.

그는 마음속으로 단 한가지만을 생각했다.

 

'척방사매도 내가 강도인줄알아! 그녀도 내가 강도인줄 알고 있어!'

 

"삼천팔백이십칠, 삼천팔백이십팔...(요건 뻥...)'

 

나무로 내리치자 살갖이 부어 오르다 급기야 터졌으며

붉은 피가 나무에 묻고, 사방으로 튀었다.

결국은 기절하고 말았다.

적운이 감옥의 감방에서 깨어 났을때 머리가 어지러웠으며

지금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도 알수가 없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모르지만 잘린 오른쪽 다섯손가락이 점점 아파왔으며

등, 다리 엉덩이에 격렬한 통증이 왔다.

그는 몸을 돌려 아픈 곳을 바닥에 눌리지 않게 해려 했다.

갑자기 두 어깨에서 엄청난 통증이 몰려와 다시 기절하고 말았다.

잠시 후 다시 깨어나자 그는 먼저 자신의 신음 소리를 들었으며 이어서 온몸에 고통을 느꼈다.

 

'왜 이리 어깨가 아프지 ? 왜 이런 아픈 고통을 참지 못할까 ?'

 

그는 말못할 두려움에 사로 잡혔다.

그는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 도 고개를 돌려 어깨를 바라보지 못했다.

 

'설마 나의 두 팔이 잘린 것은 아니겠지.'

 

얼마후 갑자기 쇠와 쇠가 부ㄷ히는 소리가 들려서 내려다 보니

 

두 개의 쇠사슬이 자신의 어깨에서 흘러 내리는 것이었다.

그는 놀래서 머리를 들었다가 더욱 놀래서 몸을 떨었다.

벌벌 떨자 그 진동으로 두 어깨가 더욱 아팠다.

두 쇠사슬은 어깨의 비파골(琵琶骨)을 뚫고 나와, 두손의 쇠사슬과 발목을

 맨 쇠사슬과 연결되어 있었다.

그는 사부님에게 들은 적이 있는데 비파골을 뚫는 것은 관가에서

제일 흉악한 죄인에게 쓰는 형벌이었다.

제 아무리 무공이 강해도 쇠사슬로 비파골을 뚫어 버리면

그 사람은 조금의 힘도 쓰지 못한다고 한다.

순식간에 머리 속에 무수히 많은 상념이 떠 올랐다.

'왜 나에게 이런 형벌을 내리는거지 ?

그들은 나를 진짜 범인으로 알고 있나?

내가 억울한 누명을 쓰고 있는데 관가에선 모르고 있는 것일까?'

적운이 지현의 대당에서 모든 사실을 하나도 빼놓지 않고 이야기 했지만

만진산의 첩 도홍은 강간을 하려한 사람은 바로 적운이라고 계속해서 강조했다.

만가의 여덟제자들과 다른 사람들도 적운이 도홍을 껴안고 있는 것을 보았다고 증언했다.

그리고 침대 아래와 베개에서 돈과 재물을 발견했다고 증언했다.

관가의 포졸들도 형주 만가의 명성은 멀리까지 퍼졌는데

감히 누가 강도짓을 하러 오겠는냐고 했다.

적운은 지현의 용모가 단정하고 매우 자상하게 생긴 것을 보았다.

그는 지현 나리께서 비록 그들의 말을 듣고 억울한 누명을 씌웠지만

곧 사실을 밝혀 낼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오른 손의 다섯 손가락이 잘렸으니 앞으로 어떻게 검을 사용할까?

그는 화가 잔뜩 나 있었으며 울분을 참지

못했다. 그는 아픈것을 참고 일어서서 외쳤다.

"억울합니다 ! 억울합니다!"

갑자기 다리에 힘이 없어지더니 몸이 앞으로 넘어졌다.

그는 힘을 다해 다시 일어났지만 얼마 안가서 다리에 힘이 빠져 다시 앞으로 넘어졌다.

그는 땅에 엎드린채 고개를 쳐들며 큰 소리로 외쳤다.

 

"억울합니다 ! 억울합니다!"

 

저쪽 어디선가 누가 차갑게 말했다.

"비파골이 뚫렸으니 다시는 무공을 쓰지 못할것이다. 헤헤! 돈을 많이 써야해."

적운은 누가 이말을 지껄였는지 상관도 하지 않았으며

이 말이 뭘 뜻하는지도 상관하지도 않고 소리쳤다.

 

"억울합니다 ! 억울합니다!"

 

한명의 옥졸이 다가와서 말했다.

 

"왜 소리를 치는거야! 조용히 하지 못해!"

 

적운이 소리쳤다.

 

"억울합니다 ! 억울합니다! 지현 나리를 만나게 해주세요.

나는 누명을 썼어요!"

 

옥졸이 말했다.

 

"입 닥치지 못해!"

 

적운은 오히려 더욱 큰 소리로 떠들어 댔다.

포졸은 한번 웃더니 한개의 나무 물통을 가져와서는 적운의 몸에 끼얹었다.

적운은 아주 지독한 찌린내를 맡았다.

그는 피할수가 없었서 고스란히 한통의 오줌물을 맞고 말았다.

오줌물이 상처를 적시자 상처는 더욱 아팠다.

그는 눈 앞이 캄캄해지는것 느끼고 기절해 버렸다.

그는 혼미 상태였으며 때로는 '사매! 사매!' 하고 불렀다.

삼일후 옥졸이 죽을 가져 왔으나 정신을 차리지 못해서 한입도 먹지 못했다.

네째 날 아침에 되자 몸에 있는 열이 천천히 식어갔다.

몸에 있던 상처는 아파서 마비되었기 때문에 며칠 전보다는 고통이 심하지 않았다.

그는 자기가 억울하다는 생각이 나자 다시 소리쳤다.

 

"억울합니다 ! 억울합니다!"

 

하지만 이번에 부르짓는 그의 목소리는 너무 약해서 단지 신음소리에 불과했다.

그는 잠시 앉아 있다가 멍하니 감방을 훑어봤다.

감방은 약 이장정도의 돌방이었으며, 벽은 네모난 돌로 만든 것이었다.

바닥에도 돌을 깔았으며 구석에는 한개의 변기통이 있었다.

심한 구린내가 코를 찔렀고 곰팡이 냄새에 숨쉬기조차 힘들 정도였다.

그가 천천히 머리를 돌리니 서쪽 구석에서 누군가가 그를 째려보고 있었다.

적운은 몸을 떨었다.

이 방안에 자기 외에 다른 사람이 있는 줄은 생각지도 못했던 것이다.

그 사람의 얼굴에는 수염이 가득했으며 머리카락이 목에까지 자랐고,

옷은 찢어지고 너무 더러워서 마치 들판에서 사는 야만인 같았다.

그의 손에는 수갑이 채워져 있었고 발에는 차꼬가 채워져 있는 것이 자기와 똑같았다.

심지어 비파골에도 두개의 쇠사슬이 꿰어져 있었다.

적운은 잠시 안심했으며 입가에 미소를 지며 생각했다.

 

'알고보니 세상에 나처럼 불행한 사람이 또 있었구나!'

 

그리고 또 생각했다.

 

'저 사람이 저렇게 흉악하게 생긴 것을 보면 틀림없이

살인을 하고 불을 지른 악독한 강도일것이다.

저 자는 마땅히 죄를 받아야 하지만 난 억울한 사람이야!'

 

여기까지 생각하자 눈물이 줄줄 흘러 내렸다.

그는 아주 혹독한 형벌을 받고 감옥에 들어오는 순간까지도 이빨을 꽉 깨물고

모든 고통을 참으며 한 방울의 눈물도 흘리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더 이상 억제하지 못하고 큰 소리로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얼굴에 수염이 가득한 사람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진짜 같은데? 아주좋아! 너 연극 배우냐 ?"

 

적운은 그를 상관하지 않고 계속해서 울었다.

발자국 소리가 들리고 옥졸이 한통의 오줌물을 가져 오는 것이었다.

적운은 비록 고집이 강했지만 더 이상 계속하지않고 천천히 울음을 거두었다.

옥졸이 말했다.

 

"이 놈아! 누가 찾아왔어!"

 

적운은 한편으로 놀라고 한 편으로는 기뻐하면서 물었다.

 

"누가 ?"

 

옥졸은 적운을 잠시 살펴보더니 몸속에서 한개의 열쇠를 꺼내서 밖의 철문을 열었다.

발자국 소리가 몇번 들리더니 옥족은 기다란 통로를 걸어갔다.

그리고 또 철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계속해서 철문을 닫는 소리가 들렸다.

몇 사람의 발자국 소리가 이쪽을 향해서 걸어 오는 것 같았다.

적운은 몹시 기뻐하면서 일어서려 했으나 발에 힘이 없어서 넘어질뻔 했다.

그가 옆에 있던 벽에 손으로 버티자 어깨의 비파골이 무척 아팠다.

그러나 그는 너무 기뻐서 아픔을 잊고 크게 소리쳤다.

 

"사부님, 사매!"

 

그는 세상에서 아는 사람이라고는 사부님과 사매밖에 없었다.

옥졸 외의 두사람은 틀림없이 사부님과 사매라고 생각했다.

철문으로 들어온 사람은 첫번째로 옥졸, 두번째로 옷을 화려하게 입고 있는 척방,

그리고 세번째로 만규였다.

그녀는 소리쳤다.

 

"사형! 사형!"

 

그녀는 철창에 몸을 기대었다.

적은은 한발자국 앞으로 걸어나가자 그녀가 입은 옷이 시골에서 올라올때 입은

그 옷이 아니라는 것을 알수 있었다.

그순간 그의 발길은 땅에 못박힌 듯 멈추어지고 말았다.

그녀는 두 눈이 빨갛에 부었으며 무엇인가 말하려 했다.

 

"사형! 사형...!"

 

적운이 물었다.

 

"사부님은 ? 사부님은 찾았어 ?"

 

척방은 고개를 저으며 눈물을 줄줄 흘렸다.

적운이 또 물었다.

 

"그동안 잘 있었어 ? 어디서 지내고 있지 ?"

 

척방은 훌쩍 거리면서 말했다.

 

"갈데가 없어서 잠시 만 사형의 집에 머무르고 있어요."

 

적운은 큰 소리로 말했다.

 

"나쁜 놈의 집에 있으면 절대 안돼! 어서... 어서 다른 곳으로 이사가!"

 

척방은 고개를 숙이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돈이 없어요. 그리고 만 사형이 잘 해주고 있어요.

요즘은 매일 관가에 와서 사형을 구하려고 돈을 쓰고 있어요."

 

적운은 더욱 화가 나서 큰 소리로 외쳤다.

 

"내가 죄를 짓지도 않았는데 어째서 돈을 써 ?

이 다음에 어떻게 갚으려고 그래? 지현 나리께서

나의 누명을 벗겨주시고 곧 풀어 줄거야."

 

척방은 또 울면서 원망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왜 그런 짓을 했어요? 왜 날 버리고 떠나려고 했어요?"

 

적운이 잠시 생각하니 모든것을 알것 같았다.

아직까지도 사매는 도홍의 말이 진짜인줄 알며 금은보화도 홈친줄 알고 있는게 틀림없었다.

그는 일생동안 척방을 사랑하고, 좋아하고, 위로해주고,

어떤 말이든 다하며 어떤 일이든 그녀와 상의했었다.

하지만 이렇게 중대한 일에 직면하자 그녀도 다른 사람과 같이 자신을 오해하고 있었다.

척방도 적운이 도홍을 강간하고 금은보화를 홈치는 짓을 한줄로 알고 있었던 것이다.

순간 그의 마음속의 괴로움은 육체적인 고통보다 훨씬 심했다.

그는 입을 벌리고 척방에게 몇마디 변명의 말을 하고 싶었지만

마치 벙어리가 된 것처럼 한 마디도 하지 못했다.

그는 힘을 다했지만 얼굴만 벌개지고 입이

말을 듣지 않아 결국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

척방은 그의 이런 무서운 모습을 보자 머리를 돌리고 감히 쳐다보지를 못했다.

적운은 힘을 다했지만 시종 한 마디도 말하지 못하다가 갑자기 척방이 머리를 돌려

자기를 외면하자 마음이 더욱 괴로왔다.

 

'그녀는 날 원망하고 있다. 내가 그녀를 버리고 다른 여자를 좋아했다고 원망하고 있다.

다른 사람의 금은보화를 훔친 것도 원망하고 있다.

사문에서 위급한 일이 닥쳤을때 나 혼자 멀리 도망치려 한 것을 원망하고 있다.

사매, 사매, 나를 그렇게 못믿으면서 어떻게 날 보러왔어 ?'

 

그는 더 이상 척방을 쳐다볼수가 없어서 천천히 고개를 돌려 벽을 쳐다봤다.

척방은 고개를 돌리고 말했다.

 

"사형, 지나간 일은 더이상 따지지 않아요. 다만 빨리... 빨리

아버지의 소식을 들었으면 해요.

만 사형이... 오빠가 빠져 나올 수 있도록 힘을 쓰고 있어요."

 

적운은 이렇게 말하고 싶었다.

 

'저놈의 도움은 필요없어.'

 

그리고 이렇게도 말하고 싶었다.

 

'저놈의 집에 있지마.'

 

더욱 힘을 주고 말하려 할수록 전신의 근육이 더욱 마비되는것 같아서 한 마디로 말하지 못했다.

그의 몸이 벌벌떨자 쇠사슬이 쨍쨍! 소리를 냈다.

옥졸이 다그치듯이 말했다.

 

"시간이 다 됐소. 여긴 사형수의 감방이요.

전문적으로 살인을 한 중죄인만 수감하기때문에 면회는 못하게 되어 있오.

위에서 알면 우리들은 모가지요.

낭자, 이 사람이 살아서 나간다 해도 병신이나 마찬가지요.

빨리 이 사람을 잊어버리고는 돈 많고 잘 생긴 청년에게 시집가시요."

 

말을 하면서 만가를 한번 쳐다보고는 얼굴에 미소를 지엇다.

척방은 애원하듯이 말했다.

 

"아저씨, 사형에게 몇 마디만 더 하게 해주세요."

 

손을 철장 안으로 집씰 넣고는 적운의 옷자락을 잡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사형, 걱정하지 마세요. 만 사형에게 부탁해서 나오게 해줄께요.

그리고 함께 아버지를 찾으러 가요."

 

그녀는 작은 대나무 광주를 집어 넣으면서 말했다.

 

"그 안에 고기, 생선, 계란 그리고 돈이 조금 있어요.

사형, 내일 또 보러 올께요."

 

옥졸은 귀찮다는 듯이 말했다.

 

"낭자, 빨리 나가지 않으면 가만 두지 않겠소.!"

 

만규가 이때 입을 열었다.

 

"적사형, 걱정하지 마시요.

당신의 일은 곧 나의 일이니 내 최선을 다해 현태야께 말씀드려 형벌을 최대한으로 가볍게 하겠소."

 

옥졸이 계속해서 재촉하자 척방은 밖으로 걸어 나갔다.

한 거름 딛고 적운을 한번 쳐다 보았으나 그는 마치 돌부처처럼 조금도

움직이지 않고 벽만 쳐다보고 있었다.

적운의 눈에는 울퉁불퉁한 석벽만 보였다.

그는 머리를 돌려 척방의 뒷 모습을 보며 '사매!' 하고 부르고 싶었다.

그러나 목히 막혀 말이 나오지를 않았다.

그는 세사람의 발자국 소리가 점점 멀어져 가는 것을 느꼈다.

열쇠를 열고, 철문을 여는 소리가 들리더니 복도에서 옥졸 한 사람이 다시 돌아오는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그는 생각했다.

 

"그녀가 내일 날 보러 온다고 했지. 아! 아주 긴 하루를 기다려야 그녀를 볼수 있겠구나."

 

그가 손을 내밀어 광주리속의 음식을 꺼내려 하자

갑자기 털이 많은 기다란 손이 와서는 대나무 광주리를 가져갔다.

그 손은 바로 흉악한 범인의 손이었다.

그는 광주리속에서 한 덩이의 고개를 꺼내어 입속에 넣고 씹기 시작했다.

적운은 화를내며 말했다.

 

"그건 내것이오!"

 

그는 갑자기 말문이 터진 것에 대해서 그 자신도 매우 이상하게

생각했다. 그는 앞으로 한 발 걸어나가 빼앗으려 했지만 흉악한 죄수가 적운을 손으로 밀쳤다.

적운은 똑바로 서지 못하고 뒤로 벌렁 자빠지며 '퍽!' 하는 소리와 함께 뒤통수를 벽에 부ㄷ혔다.

이때 그는 비로소 비파골을 뚫으면 폐인이 된다는 뜻을 알아 차렸다.

다음 날 척방은 그를 보러오지 않았다.

둘째 날도 오지 않았으며, 세째 날도 오지 않았다.

적운은 하루하루 지나자 기다리던 것이 실망으로 변했고 열흘이 되자

그는 거의 미쳐 버릴것만같았다.

그는 소리를 지르고 머리를 벽에 부ㄷ혔다.

하지만 척방은 오지 않고 옥졸의 오줌과 흉악범의 폭행만이 있었다.

달포가 지나자 그는 비로서 점점 조용해졌으며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어느날 밤에 갑자기 네명의 옥졸이 손에 칼을 들고 감방에 들어오더니

그 흉악범을 데리고 나갔다. 적운은 생각했다.

 

'그자를 처형하려고 데리고 나갔다? 어쩌면 잘 된 일일지도 몰라.

그자는 더이상 이런 고통스러운 날을 보내지 않아도 되고,

나도 더 이상 그자로부터 괴롭힘을 당하지 않을테니까.'

 

그후 적운은 달콤하게 잠을 자고 있는데 갑자기 쇠사슬이 바닥에 부ㄷ히는 소리가 들렸다.

네 명의 옥졸이 흉악범을 데리고 돌아왔다.

적운이 눈을 뜨고 바라보니 흉악범의 온몸에는 붉은 피가 묻어 있었다.

아마도 형리들에게 심하게 고문당하고 구타당한 모양이었다.

흉악범은 바닥에 쓰러진뒤 기절하고 말았다.

적운은 네 명의 옥졸이 돌아가자 감옥에 스며든 달빛으로 그를 살펴봤다.

그의 얼굴, 팔, 다리에는 모두 몽둥이로 맞은 자국이 뚜렸하게 부풀어 올라 있었다.

적운은 비록 매일 그의 괴롭힘을 당했지만 이렇게 비참한 꼴을 보자

불쌍한 생각이 들었다.

물통에서 물을 약간 떠서 그에게 먹였다.

흉악범은 천천히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다.

눈을 뜨고 적운을 보자 갑자기 수갑을 들어 그의 머릴 힘껏 내리 치는 것이었다.

적운은 비록 힘은 없었지만 동작이 빨라서 급히 몸을 돌려 피했다.

흉악범은 두 손에 힘을 주고 도중에 손을 돌려 적운의 허리를 쳤다.

적운은 힘이 없어서 왼쪽으로 넘어졌다.

그는 손과 다리가 모두 쇠사슬로 비파골에 연결되었기 때문에

아픔의 고통이 몸시 심했다.

그는 너무 화가 나서 소리쳤다.

 

"이 미친 놈아!"

 

흉악범은 크게 웃으면서 말했다.

 

"하하하! 아픈 척 하지마라.

날 속일 수는 없어. 나에게 쓸데 없는 짓을 하려하지마!"

 

 

적운은 어깨가 부러지는 것 같았으며 고통이 심해서 말이 나오질 않았다.

얼마 지난 뒤 비로소 말했다.

 

"미친 놈! 곧 죽게 될 너에게 내가 왜 나쁜 짓을 하겠느냐 ? "

 

흉악범은 앞으로 오더니 왼발로 적운의 등을 차고 오른 발로는 힘껏 그의 앞가슴을 차며 말했다.

 

"나이도 젊은 녀석이 꽤심하군! 다른 사람의 지시를 받았으니

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내가 한발 차서 죽여 버렸을거다. "

 

적운은 기가 막혀서 상처의 고통을 잊어 버렸으며 아무 죄없이 감옥 생활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자 자신의 인생인 불쌍하다고 생각했다.

더우기 이런 미친 놈과 같은 방에 있다는 것은 정말 불행중의 불행이라고 생각했다.

다음 달, 둥근 밤에 흉악범은 또 칼을 든 네명의 옥졸에게 끌려나가 고문과 구타를 당하고

감방으로 돌아왔다.

이번에 적운은 그의 꼴이 비참하게 생겼어도 시종 아는체 하지 않았다.

하지만 흉악범은 기운이 다 빠지고 전신에 상처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에게 화풀이를 했다.

그는 소리쳤다.

 

"제기랄! 네놈의 속임수에 내가 넘어갈 줄 알았느냐 ?"

 

흉악범은 이런 말도 했다.

 

"그래 어디 두고보자, 누가 죄를 더 많이 졌는지..."

 

그가 고문과 구타를 당한 것이 마치 적운의 잘못인 것처럼 때리

또 발로 차며 하루 종일 떠들었다.

그로부터 매월 달이 둥근 날이 가까이 다가오면 적운은 고통스러웠다.

그것은 참혹한 구타의 날이 다가오기 때문이다.

매월 십오일 흉악범은 밖으로 끌려 나가서 참혹한 고문과 구타를 당하고 돌와와서는

적운에게 복수를 하는 것이었다.

다행히 적운이 젊어서 신체가 건강해 매월 구타를 당하고도 참고 견딜수가 있었다.

적운은 매우 의아하게 생각했다.

 

'나의 비파골이 뚫어진 후로부터 힘이 전혀 없는데 저 미친 녀석도 나와 똑같이 쇠사슬로

비파골을 뚫었는데도 왜 저렇게 힘이 세지?'

 

몇번이나 용기를 내서 물어보려고 했지만 입만 열면 미친 놈은 구타를 하기 시작했다.

그 이후부터는 한마디의 말도 그에게 하지 않았다.

 

그렇게 수개월이 지나가자 겨울은 가고 봄이 왔다.

적운은 옥에서 벌서 일 년을 지냈다.

그는 습관이 되어서 마음속의 분노와 상처의 고통을 점차 잊어버리기 시작했다.

오늘까지 그는 미친 놈의 구터를 피하기 위하여 한 번도 정면으로 그를 쳐다보지 못했다.

그와 말을 하지 않고 눈 빛이 마주치지만 않으면 둥근 달이 뜨는 밤만 빼고 미친 놈은 와서

귀찮게 굴지 않았다.

아침에 적운이 눈을 뜨기도 전에 감방 밖에서 제비 소리가 들려왔다.

자기 옛날에 척방과 함께 제비 둥우리를 보던 생각이 나자 가슴이 아파왔다.

제비가 있는 곳을 쳐다보자 한쌍의 제비는 멀리 날아가 수십장 밖에 있는

높은 지붕위에 올라 앉았다.

그는 하루 종일 심심해서 자주 창밖을 내다보며 저 집에는 누가 살고 있을까 생각했다.

그 집 창문은 항상 굳게 닫혀 있었고 창가에는 화분이 놓여 있었다.

봄의 햇빛은 밝았고 창가에는 말리화가 심어진 화분이 놓여 있었다.

이것 저것 생각하고 있는데 갑자기 미친 놈이 한숨을 쉬는 소리가 들렸다.

일 년동안 미친 놈은 크게 웃던가 아니면 욕을 해왔으먀 한번도 한 숨을 쉬는 적이 없었다.

이 한숨 속에는 슬픔과 우울한 감정이 깃들어 있었다.

적운은 참지 못하고 고개를 돌려 그를 쳐다봤다.

미친 놈의 입가에는 한가닥의 미소가 떠올라 있었으며 얼굴색은 침착해 보였다.

전의 그런 흉악하고 악독한 모습이 아니었으며 두눈은 말리화를 쳐다보고 있었다.

적운은 그의 눈빛과 또 마주칠까봐 겁이나 빨리 고개를 돌리고 쳐다보지 않았다.

이런 비밀을 발견하고부터 적운은 매일 아침 미친 놈의 얼굴을 몰래 홈쳐봤다.

그는 항상 얼굴에 온화한 빛을 띠우고 분꽃을 쳐다 보았다.

봄의 분꽃, 장미에서부터 정향과 봉선화도 빠지지 않고 바라보았다.

이번 해의 반년동안 두사람은 거의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둥근 달이 뜨는 밤의 고문과 구타도 미친 놈 혼자서 때리고 맞고 하면서

혼자서 화풀이를 했다.

적운은 벌써부터 알고 있었다.

자신이 한마디도 하지 않으면 미친놈은 화를 적게 내고 주먹질과 발길질도

약하게 했다.

그는 생각했다.

 

'몇년만 더 지나면 어떻게 말 하는지도 잊어버리겠다.'

 

미친놈은 비록 포악했지만 좋은 점도 있었다.

옥졸들이 무서워서 감히 감방에 함부로 들어와 괴롭히지를 못하는 점이 그것이었다.

미친놈이 옥졸에게 아주 쌍스러운 욕을 하면 화가나서 그에게 밥을 주지 않았다.

그땐 적운의 밥을 빼앗아 먹는다.

두사람은 밥을 갖다주지 않으면 미친 놈은 며칠동안 끄덕없이 참는다.

그해 십일월 십오일, 미친놈은 혹독하게 고문을 당한후 갑자기 열이 오르기 시작했다.

혼수 상태에서 혼자 마구 중얼거렸는데 무슨 말인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그는 뭔가를 지껄이는 것 같았다.

두 글자는 쌍화(雙花)인지 상회(傷懷)인지 알수가 없었다.

적운은 처음에는 모르는 체 했다.

다음 날 점심때 그의 신음 소리가 들렸다.

 

"물, 물, 물 좀 줘!"

 

적운은 할 수 없이 물을 입가에 갖다줬다.

그의 근처에 가서는 방어 상태를 취했다.

언제 또 주먹이 날아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다행히 이번에는 조용히 물만 마시고 잠이 들었다.

그날 밤, 네 명의 옥졸이 또 와서는 그를 글고나가 한 차례 고문과 구타를 하고는 돌려 보냈다.

이번에 돌아 온뒤 미친 놈의 신음소리는 아주적었다.

한명의 옥졸이 식식거리면서 말했다.

 

"끝까지 불지 않으면 내일 또 때리겠다."

 

다른 옥졸이 말했다.

 

"저놈이 정신이 없을때 빨리 불게 해야돼. 이번에 염라대왕을 만나러 가면 큰일이야."

 

적운은 그와 감옥에 함께 있는지도 꽤 오래 됐다.

비록 그의 괴롭힘을 많이 받았지만 그래도 미친놈이 옥졸에게 맞아 죽는 것은 보기 싫었다.

다음 날 적운은 그에게 네 다섯번 물을 먹였다.

섯 번째에 미친놈은 고개를 끄덕이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감옥에 함께 있은 뒤로 적운은 처음으로 그에게서 따스한 정을 느꼈다.

갑자기 마음속에 기쁨이 넘쳐흘렀다.

두시간이 지난후에 네명의 옥졸이 다시 와서는 옥문을 여는 것이었다.

적운은 만약 이번에 미친 놈이 끌려나가 고문과 구타를 당 한다면 틀림없이

죽을 것임을 알고 있었다.

그는 갑자기 뛰어서 옥문을 가로막고 말했다.

 

"들어오지마 !"

 

한며의 커다란 옥졸이 들어오면서 욕을 했다.

 

"개자식! 저리꺼져!"

 

적운은 손에 힘이 없어서 고개를 숙이고 힘껏 깨물었다.

옥졸의 오른쪽 두개의 손가락을 문것이다.

이빨자국은 깊어서 손뼈가 보였으며 두 손가락은 거의 잘라질 것 같았다.

옥졸은 너무나 놀라 급히 몸을 돌려 밖으로 뛰어 나갔다.

금속음과 함께 하나의 단도가 땅에 떨어졌다.

적운은 칼을 주워서 연달아 세번을 휘둘렀다.

그의 팔에는 비록 힘은 없었으나 칼 쓰는 솜씨는 여전했다.

한명의 살찐 옥졸이 검을 들고 들어오자 적운은 몸을 옆으로 비키며

대모가염실 장아치익원(大母哥鹽失 長鵝齒翼圓)의 검법을 썼다.

단도를 한바퀴 돌리면서 그의 다리를 찔렀다.

옥졸은 기겁을 하고 밖으로 뛰어 나갔다.

핏방울이 방안에 뿌려졌다.

네명의 옥졸은 그가 미친 호랑이처럼 목숨을 다해 덤벼들자

감히 옥방에 들어오지도 못했다.

옥방 밖에서 적운의 십팔대 조상까지 욕을 파부었다.

정말 감히 입밖에 담지 못할 욕이었다.

적운은 한마디도 하지 않고 옥문을 지키고 있었다.

옥졸은 지원병을 부르지도 않고 옥벙에 들어 올수 없다는 사실을 알자 욕만 하고 돌아갔다.

나흘동안 계속 옥졸은 밥도 주지 않았으며 물도 주지 않았다.

운은 닷세째가 되자 목이 말라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미친 놈도 목이 마른지 갑자기 이렇게 말했다.

 

"거짓으로 날 죽인다고 해봐. 그럼 그 망할놈들이 물을 가지고 올거야."

 

적운은 무슨 말인지 몰랐으나 일단 시험을 해보기로 하고 큰소리로 외쳤다.

 

"빨리 물을 가지고 와! 그렇지 않으면 이 미친 놈을 죽여버릴테다!"

 

잠시후 옥졸이 급히 뛰어 오면서 큰 소리로 말했다.

 

"저 놈의 몸에 손가락 하나라도 대면 이칼로 네몸에 구멍을 천개, 만개를 뚫어주마."

 

그리고 옥졸은 물과 찬밥을 가져다 주었다.

적운은 미친 놈에게 물었다.

 

"저들이 당신을 때리고 구타하면서도 내가 당신을 죽인다고 하니

무서워 하는 것은 무슨 이유요 ?"

 

미친 놈은 두 눈을 동글랗게 뜨고 바닥에 있던 기와를 집어 들어

적운의 머리를 힘껏 내리 치며 욕을 했다.

 

"이 개같은 놈아. 내가 너에게 속을 것 같으냐 ?"

 

'퍽!' 하며 기와는 깨졌고, 적운은 머리가 터져 붉은 피가 흘러나왔다.

그는 급히 피하고는 생각했다.

 

'미친놈이 또 발작을 하는구나.'

 

그때 부터 둥근달이 뜨면 옥졸은 어김없이 미친놈을 데려다가 고문하고 구타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미친놈은 돌아와서 절대로 적운에게 화풀이 하지 않았다.

두 사람은 계속해서 말을 하지 않았다.

적운은 그를 몇번 쳐다 보면 무지막한 주먹이 어김없이 날아왔다.

미친놈은 창밖에 있는 높은 집의 꽃을 볼때마다 얼굴에 희미한 미소를 짓곤 했다.

네 번재의 봄이 오자 적운은 감옥을 나갈 생각을 포기했다.

꿈속에서 자주 사부님과 사매의 모습이 나타기는 했지만 사부님의 모습은 점차 잊혀졌다.

사매의 아주 날씬한 몸매, 빨간 달걀형 얼굴, 검고 큰 두 눈동자.

그의 마음속엔 아직도 삼년전 청초했던 그 모습이 남아 있었다.

그는 더 이상 출옥하여 사매와 만나기를 기대하지 않았다.

매일 관음보살에게 사매가 옥에 와서 그를 한번 만나주기를 빌었다.

 매일 참혹한 구타와 고문을 달할지라도 한번 척방을 보았으면 여한이 없을 것 같았다.

하루는 한 사람이 그를 보러 왔다. 몸에 가죽옷을 걸친 잘생긴 청년은 웃으면서 말했다.

 

"적사형 날 기억하고 있소 ? 난 침성이요."

 

삼 년이란 세월동안 그의 신체는 무척 많이 자랐으며 적운은 알아보지 못할뻔 했다.

적운은 가슴을 두근거리며 사매의 소식을 듣고 싶어했다.

 

"내 사매는 ?"

 

침성은 철장으로 광주리를 던져 주고 옷으면서 말했다.

 

"이건 만사형의 형수님이 보내 준거다. 오늘은 그녀와 만사형이

혼인하는 좋은 날이지. 그녀가 너에게 닭고기를 갔다 주래.

정말 깊은 우정이지."

 

적운은 몸을 돌려 두 손으로 철장을 잡고는 화를 내며 말했다.

 

"미친 소리하지마! 내 사매가 어떻게 그 녀석에게 시집을 가?"

 

침성이 웃으면서 말했다.

 

"내 사부님은 너의 사부에게 칼을 맞고 다행히 죽지는 않았어.

지금은 완쾌돼서 지난 일은 따지지 않겠대.

네 사매는 삼년동안 만사형의 집에서 살고 있다가 정이 들었어.

내 년에는 귀여운 아이를 낳게 될거야."

 

그는 나이를 먹어서 인지 입에서 말이 술술 잘나왔다.

적운은 귀가 윙윙 거렸다.

 

"내 사부님은 ?"

 

침성이 웃으면서 말 하는 것 같았다.

 

"그걸 어떻게 알아? 사람을 죽였으니 멀리 도망갔겠지? 아마 못 돌아올걸."

 

침성은 웃으면서 다시 말했다.

 

"형수님께서 그러는데 옥에서 걱정하지 말고 잘 있으래.

삼남사녀를 낳고 자넬 보러 올지도 모른다고."

 

적운은 큰 소리로 외쳤다.

 

"미친 소리! 미친 소리마! 자식아, 개방귀 뀌지 마라!"

 

광주리를 들어 힘껏 던지니 돼지족발, 통닭, 과자 등이 바닥에 흩어졌다.

분홍색 과자에는 모두 만척연인 백년호합(萬戚聯姻 百年好合)이란

여덟자가 빨간 꽃잎으로 붙어 있었다.

적운은 침성의 말을 믿지 않으려 했지만 ㅁ지 않을 수 없었다.

머리가 어지러워지고 있는데 침성이 웃으면서 말했다.

 

"형수님께서 너도 와서 축배를 들었으면 참 좋을텐데

그렇지 못해 안됐다고 하더라."

 

적운은 손에 쇠사슬이 묵인채로 갑자기 어디서 힘이 났는지

손을 철장밖으로 내밀어서 침성의 목을 힘껏 잡아 댕겼다.

침성은 놀래서 도망치려 했지만 적운은 더욱 힘껏 그의 목을 잡았다.

침성은 얼굴이 붉은색에서 파란색으로 변하자 두 손을 흔들며 몸부림을 쳤다.

옥졸이 급히 뛰어와서 침성의 몸을 잡고는 힘껏 잡아 댕겼다.

그제서야 겨우 그의 생명을 유지할수 있었다.

적운은 바닥에 앉아서 움직이지도 않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옥졸은 웃으면서 닭고기와 과자를 모두 줏어갔다.

적운은 눈을 뜨고 있었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이날 밤, 그는 옷을 찢어 한줄기 한줄기 새끼꼬듯 엮어서 줄을 만들어 한 개의 고리를 만들더니

철장의 높은 곳에 매달고는 목을 고리에 집어 넣었다.

그는 슬퍼하지 않았으며 더 이상 화를 내지도 않았다.

세상에 미련이 남을 만한 것도 없었으며 이것이 고통을 없애는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

목에 닿은 줄이 점점 조여오고 숨도 점점 쉴수가 없었다.

식간에 그는 정신을 잃어버렸다.

 

그는 점차 감각을 되찾았다.

한개의 커다란 손이 그의 가슴을 힘껏 누르는 것 같았다.

큰 손이 한번 누르고 한번 쉴때마다 코에 바람이 들어왔다 나갔다 하곤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모르지만 그는 천천히 눈을 떴다.

눈 앞에는 시커먼 수염이 더부룩한 얼굴이 있었는데 입을 벌리고 웃고 있었다.

적운은 화가 머리 끝까지 치밀었다.

 

'끝까지 나를 괴롭히는군! 내가 죽고 싶어도 못 죽게 하는구나!'

 

일어나서 한대 쥐어박고 싶었지만 힘이 너무 없어서 어쩔수가 없었다.

미친놈은 웃으면서 말했다.

 

"너의 숨은 반시진동안 끊어졌었어.

만약 내가 우리 파의 내공으로 구하지 않았다면 다시는 살아남지 못했을거다."

 

적운이 말했다.

 

"누가 구해달랬어? 난 살고 싶지 않아."

 

미친 놈은 의기양양해서 말했다.

 

"내가 죽지 말래면 죽을 수 없어."

 

그 미친놈은 슬슬 웃으면서 그를 쳐다봤다.

잠시후 가까이 오더니 낮은 소리로 말했다.

 

"아까 그내공의 이름은 신조경(神照經)이라고 부르는데 들어본 적이 있나 ?"

 

적운이 화를 내며 말했다.

 

"난 당신이 정신병이 있는 줄은 알지만 신조경은 처음 들아 봤어."

 

이상하게도 미친놈이 이번에는 화를 내지 않고 천천히 콧노래를 부르는 것이었다.

그는 손을 내밀어 적운의 가슴을 누르더니 마치 부채바람처럼 공기를 그의 가슴에 밀어 넣었다.

그는 낮은 소리로 말했다.

 

"너는 운이 좋은줄 알아. 이 신조경은 내가 십이년동안 연마를 해서 두달전에 겨우 완성했어.

만약 내가 두달전에 목을 매달았다면 살리지 못했을거야."

 

적운은 가슴이 몸시 아팠다.

척방이 만규에게 시집갔다는 것이 생각나자 죽어버렸으면 좋았을텐데, 하고 생각을 했다.

그는 미친놈을 쳐다보고 큰 소리로 욕을 했다.

 

"내가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기에 너같은 악당을 만났는지 모르겠다!"

 

미친 놈은 웃으면서 말했다.

 

"난 정말 기쁘다. 이봐, 삼년동안 자네에게 정말 미안했어.

정전(丁典)이 자네에게 잘못을 빌께."

 

적운을 향해 이마를 찧으며 세번 절을 했다.

적운은 한숨을 쉬고 낮은 소리로 말했다.

 

"미친 놈!"

 

더 이상 아는체 하지도 않고 몸을 옆으로 돌렸다.

갑자기 한 생각이 떠 올랐다.

 

'정전이면 성이 정이고 이름이 전이겠군.

그와 함께 감옥에 3년이나 있었는데 이름은 모르고 있었구나.'

 

그는 신기한 생각에 물었다.

 

"당신의 이름이 무엇이오 ?"

 

미친 놈이 말했다.

 

"나는 성이 정이고 이름은 전이야. 난 의심이 많아서 자네가 첩자인줄 알았어.

삼년동안 고생시켜서 정말 미안하네."

 

이때, 그의 말은 사실인것 같았고 조금도 미친놈 같지 않았다.

적운이 다시 물었다.

 

"당신 미쳤소, 안 미쳤소?"

 

정전은 다시 침묵하다가 한 숨을 쉬며 말했다.

 

"미쳤는지 안 미쳤는지 말하기란 정말 힘들군.

난 마음의 평안을 찾기 위해서 그랬는데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너무 미친 짓을 하는것 같아서 이상했을거야."

 

얼마후 그는 적운을 위로 했다.

 

"적형, 당신 마음의 괴로움은 나도 십중팔구는 알고 있소.

그녀가 당신을 좋아하지도 않는 것 같은데 뭐하러 마음속으로 번민하고 있는거요 ?

사내대장부가 아무려면 장가를 못 가겠소?

장차 자네 사매보다 몇 십배 더 좋은 여자를 얻으면 되잖아?"

적운은 이말을 듣고 삼년 동안 가슴 깊이 있던 억울함이 활화산처럼 터졌다.

가슴이 뭉클하더니 눈물이 주르르 흘러 내렸다.

중에 정전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는 엉엉울었다.

정전은 그의 몸을 잡고 천천히 머리칼을 쓰다듬어 주었다.

삼일이 지난뒤 적운은 정신이 맑아졌다.

정전은 적운과 말도 하고 농담도 했다.

어떤 때는강호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옥졸이 밥을 가져 올때면 정전은 옛날처럼 적운에

큰 소리로 욕을 했으며 마치 미친 사람처럼 행동했다.

자신을 죽도록 괴롭히던 악당이 하루 아침에 좋은 친구가 된것이다.

방이 다른 사람에게 시잡갔다는 일이 적운의 가슴만 아프게 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옥중 생활은 삼년전에 비하면 천국이나 다름없었다.

적운은 정전에게 전에는 자기를 첩자로 생각했는데

지금은 어떻게 오해를 풀었냐고 물어 보았다.

정전이 말했다.

 

"자네가 첩자였다면 절대로 자살하지 않을거야.

난 자네의 숨이 끊어지고 몸이 차가워져서야 비로서 구했어.

 세상에서 나외에는 내가 신조경을 완성했는지 아무도 모르고 있어.

내가 이 내공을 연마해 내지 못했다면 널 살리지 못했을거야.

자네의 자살은 진짜였고 고육계로 날 감시하는 첩자가 아니었다는 것을 알았지."

 

적운이 또 물었다.

 

"내가 자네에게 고육계를 사용했다고 의삼하는데 그건 왜 그래 ?"

정전은 웃기만 하고 말하지 않았다.

다신 한번 물어도 정전은 대답하지 않았다.

적운도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어느날 저녁 정전은 적운에게 낮은 소리로 말했다.

 

"나의 신조경이란 무공은 천하에서 제일 강하고 제일 오묘한 내공이야.

오늘부터 자네에게 전수할테니 잘 기억해 둬."

 

적운이 머리를 저으며 말했다.

 

"난 배우지 않겠어."

 

정전은 몹시 의아하다는 듯이 말했다.

 

"이런 기회는 일생에 단 한번밖에 없는데 왜 안 배우겠다는거야 ?"

적운이 말했다.

"이런 생활을 하느니 차라리 죽는게 낫지.

자네와 난 영원히 이곳을 나가지도 못 하게 될텐데 아무리 높은 무공을 배우면 뭘해."

정전이 웃으면서 말했다.

"출옥하는것 보다 쉬운게 어디 있어? 기초적인 동작을 말할테니 잘 기억해 두어야해."

적운은 고집은 대단했다.

아무것도 배우려 하지 않았다.

정전은 한편으로는 화가 났으며 한 편으로는 우스웠다.

하지만 어쩔수가 없었다.

옛날처럼 주먹으로 한대 치고도 싶었다.

며칠만 지나면 달이 또 둥그래진다.

적운은 자기도 모르게 정전을 걱정하고 있었다.

정전이 눈치채고 말했다.

 

"적형, 난 매월 어쩔 수 없이 심한 고통을 받아야 돼.

내가 고문과 구타를 당하고 돌아와서 자네에게 화풀이를 하거든

절대로 나와 친한척 하면 안돼.

그렇지 않으면 자네와 나에게 아주 불행한 일이 일어날거야. "

 

적운이 물었다.

 

"그건 왜 ?"

 

정전이 말했다.

 

"그들이 만약 나와 자네가 친구가 된 것을 알면 아주 무서운 형벌로

자넬 고문하여 뭔가 알아내려고 할거야.

내가 자넬 때리고 욕하면 아마 참혹한 형벌은 면할 수 있을거야."

 

적운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으음! 그 일이 그렇게 중요하다면 절대로 나에게도 말하지 말아.

잘못하면 내가 비밀을 말할지도 몰라.

정형,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시골 촌뜨기야.

만약 내가 잘못한 일이 있더라도 용서해주게."

 

정전이 말했다.

 

"그들이 자네와 날 한방에 가두길래 처음에는 자네가

그들의 보낸 첩자인줄 알았어.

일부러 나와 친한 척 하면서 비말을 알아내 려고 하는 줄 알았지.

그래서 자네를 폭행하고 괴롭혔지.

지금은 자네가 그들의 첩자가 아닌게 확실해졌지만,

삼 사년동안이나 한 방에 가두어 놓은게 아직도

그들이 자넬 첩자로 이용 하려는게 틀림없어.

그들은 자네와 내가 친해지길 바라고 있어.

내가 비밀을 자네에게 말하면 그들은 틀림없이 혹독한 고문으로 비밀을 알아내려고 할거야.

그들은 나를 상대하는 것은 어렵지만 자네같은 청년을 상대하기는 쉽다는 것을 알고 있지.

자넨 지현의 죄인인데 지부의 감옥에 수감한 것을 보면 알수 있어."

 

십오일 저녁, 칼을 든 네명의 옥졸이 정전을 데리고 나갔다.

운은 초초한 심정으로 그가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깊은 밤이 되자 정전은 전과 마찬가지로 얼굴에 온통 상처를 입고

몸에 붉은 피를 흘리며 감옥으로 끌려 들어왔다.

네명의 옥졸이 돌아가자 정전은 부은 얼굴을 하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적형, 오늘은 정말 재수가 없는 날이야. 아주 중요한 시기에 원수가 날 알아 봤어."

 

적운이 말했다.

 

"뭐라고 ?"

 

정전이 말했다.

 

"매월 십오일, 관가에서 날 데려가 고문과 구타를 하는 것은 월례행사야.

오늘 누가 지부를 암살하려고 했어.

그의 생명이 위험하자 내가 도와줬지.

단시 손에 쇠사슬이 묶여 있어서 네명의 자객중에 세명만 죽었고 한놈이 달아나고 말았어.

그게 화가 될줄은 나도 몰랐어."

 

적운은 들을수록 이상해서 물었다.

 

"지부에서 왜 자네를 그렇게 혹독하게 고문하는거야?

지부가 그렇게 포악해서 그를 암살하려는데 왜 지부를 구해줬어?

도망간 자객은 누구야 ?"

 

정전은 고개를 저으면서 말했다.

"지금 그 많은 일을 한꺼번에 말할수 없어.

적형은 무공도 할줄 모르고 힘도 없으니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지든

절대로 나서서 날 도와주면 안돼."

적운은 대답하지 않고 생각했다.

 

"난 죽음을 두려워하는 소인배가 아니야. 내가 자네의 친구라면,

자네가 위급한데 어떻게 도와주지 않을 수 있겠어 ?"

 

그후 며칠이 지났지만 정전은 묵묵히 깊은 생각에 잠겨만 있었다.

가끔 멀리 있는 높은 집의 꽃을 보거나, 아니면 어쩌다가 미소를 띠우는 것 외에는

하루종일 머리를 숙이고 골똘히 궁리하고 있었다.

십구일이 되던 깊은 밤에 적운은 깊은 잠에 빠져 있는데 갑자기 괴성이 들렸다.

눈을 떠보니 달빛 아래에 몸집이 큰 두 사람이

예리한 무기로 철장을 자르고 있었다.

그들은 각각 손에 단도를 들고 급히 안으로 들어섰다.

적운이 놀라서 어쩔줄 모르고 있는데 정전을 벽을 기대고 서서 '헤헤!' 웃고 있었다.

신체가 약간적은 남자가 말했다.

 

"이봐! 정가. 우리 두형제가 자네를 찾아서 지옥까지 갔었지만 없더군.

자네가 형주의 감옥에 있을 줄은 몰랐었지.

거북이 같은 놈. 너의 생명도 오늘이 마지막이다."

 

다른 남자가 말했다.

 

"이봐 우린 거짓말은 하지 않는다. 그 책을 내놓으면 우리 형제는 널 죽이지 않을뿐 아니라

지금 곧 구해주겠다. "

 

정전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나는 갖고 있지 않아. 십 삼년전에 언달평이 홈쳐 갔어."

 

적운은 언달평이란 세 글자를 듣고 생각했다.

 

"그는 나의 둘째 사백인데 어떻게 이 사건과 관련이 있을까 ?"

 

키가 작은 남자가 소리쳤다.

 

"우리에게 거짓말을 해도 소용 없어! 죽여버리겠다!"

 

검을 들고 앞으로 가서 정전의 목을 찌르려했다.

정전은 피하지 않고 있다가 칼 끝이 목 근처까지 올때 갑자기 몸을 비켜 키가

큰 사람의 좌측으로 접근하며 손으로 그의 아랫배를 쳤다.

키 큰 사람은 끽 소리도 내지 못하고 앞으로 넘어졌다.

키 작은 사람은 화가 나서 검을 돌리며 정전을 향해 공격했다.

정전이 두 손을 들자 손목에 있던 쇠사슬이 잘려 나갔다.

동시에 무릎을 들어 키가 작은 사람을 힘껏찼다.

그 사람은 붉은 피를 토하며 바닥에 쓰러졌다.

정전이 순식간에 맨손으로 두사람을 해치우자

적운은 놀라 멍하니 바라보았다.

정전의 비파골엔 아직도 쇠사슬이 꿰어져 있는데도 맨손으로

순식간에 두 사람을 처치하다니 정말 감탄하지 않을수 없었다.

정전은 두 사람의 시체를 철장 밖으로 던져 버리고는 다시 벽에 기대고 잠을 청했다.

철장이 잘려 있어서 두 사람이 탈옥을 하려면 얼마든지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정전은 한 마디도 하지 않았고,

적운도 밖의 세상이 감옥보다 낫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므로 감옥에 머물러 있었다.

다음날 아침, 옥졸은 들어와서 두구의 시체를 보고는 크게 놀랐는지 크게 소리를 질렀다.

정전은 눈을 무섭게 뜨고 있었고 적운은 들은체도 하지 않았다.

옥졸은 황급히 시체를 떼매고 나갔다.

이틀이 지난후 적운은 한 밤중에 시끄러운 소리에 놀라 잠이 깨어났다.

몽롱했지만 정전이 두 팔을 들고 다른 사람과 장을 맏대고 있었다.

두 사람은 조금도 음직이지 않았다.

이 도인이 언제 들어왔으며 왜 정전과 내공을 대결하는지

적운은 조금도 모르고 있었다.

그는 전에 사부에게 들은 적이 있었다.

무공을 대결하는 것중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바로 내공으로 대결하는 것이다.

것은 피할 여지가 없을 뿐 아니라 대부분 생가를 가리는 결투였다.

희미한 달빛 아래서 그 도인이 천천히 앞으로 한 발자국 다가서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정전도 천천히 뒤로 한발자국 물러 섰다.

한참후 도인이 또 한발자국 앞으로 걸어 나오자 정전은 뒤로 한발작 물러섰다.

적운은 도인 점점 앞으로 전진하여 우세를 보이자 마음이 조급해졌다.

갑자기 앞으로 덮치며 손에 있는 쇠사슬을 들어 도인의 머리를 향해 내리쳤다.

쇠사슬이 도인의 머리에 맞으려 하자 주먹이 어디서 날아왔는데 힘껏 그를 후려쳤다.

적운의 몸은 옆으로 날아가 벽에 부ㄷ혔다.

그는 엉덩이가 땅에 부ㄷ히려 하자 손을 내밀어 저지했다.

어둠속에서 그는 사기그릇을 짚었으며 그것을 부쉈다.

그는 손이 축축함을 느꼈다.

적운은 아무 것도 생각하지 못하고 사기그릇을 집어서 도인의 뒤통수를 향해서 힘껏 던졌다.

정전의 내공은 이미 도사보다 월등히 높았으며 지금 막 자기가 새로 완성한

신공을 쓰고 있는 중이었다.

도인과 한판 승부를 겨루어 위력이 얼마나 강한가 알아보고 싶었던 것이다.

도인은 벌써 힘을 다 쓰고 어찌할바를 몰랐는데 사기 그릇이 뒤통수에 박히자

몸을 비틀거렸다.

그때 상대방의 내력이 힘껏 몰아쳐 왔기 때문에 온몸의 뼈가 부숴지고 말았다.

그는 정전을 쳐다보며 말했다.

"네가 벌써 신조경의 대법을 완성... 그건.... 천하무적...."

그는 천천히 쓰러지더니 죽어버렸다.

적운은 가슴이 뛰는 것을 느끼고 말했다.

"정형의 신조경 대법이 이렇게 무서운지는 몰랐소.

정말로 천하무적의 손이요. "

정전은 굳어진 얼굴로 말했다.

"혼자 싸워 이겨야 진정한 무사라 할수 있어.

적이 함께 공격을 가했다면 이기지 못했을 거야.

이놈이 내 내공의 공격을 받고도

말을 했다는 것은 나의 무공이 아직 높은 경지에 이르지 않았다는 중거야.

삼일 이내에 진짜 무서운 적이 나타날거야. 적형, 나 좀 도와 주겠어 ?"

 

적운은 힘있게 말했다.

 

"형의 분부를 따르겠지만... 나의 무공이 소멸되어 힘이 될 수 있는지 모르겠네요."

정전은 웃으며 바닥의 마른 잡초 아래서 한 자루의 단도를 꺼냈다.

그것이 며칠 전 죽은 두 남자가 남긴 단도였다.

정전이 말했다.

"나의 수염을 모두 잘라줘. 우리 속임수를 써보자."

 

적운은 단도를 받아 들고는 그의 얼굴에 있는 수염을 모두 깎았다.

그 단도는 굉장히 예리해서 정전의 얼굴에 대기가 무섭게 수염이 잘라져 나갔다.

정전은 잘린 수염을 모두 자기 손바닥에 올려 놓았다.

적운은 웃으며 말했다.

 

"당신을 몇년동안이나 따라다닌 수염이 아쉬운가 보죠?"

 

정전이 말했다.

 

"그게 아냐. 자네가 나로 변장했으면 해서......"

 

적운은 이상해서 물었다.

 

"내가 당신으로 분장해요 ?"

 

정전이 말했다.

 

"맞아. 삼일안에 강적이 찾아 올거야.

다섯 놈이 일대일로 나와 싸운다면 아무 것도 아냐.

하지만 함께 공격하면 굉장히 무섭거든.

그들이 자네를 나로 오인하게 해서 자네를 공격하게 하는거야.

그때 내가 뒤에서 나타나 역습을 하는거야. 놈들은 패배하고 말거야."

 

적운은 머뭇거리다 말했다.

 

"하지만... 이방법은.... 조금 정당하지 않을 것 같군요."

 

정전은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 정당해! 정당하구 말구!

강호의 사람들은 아주 비겁하고 악독하게 나를 공격하는데

자네는 정당하게 대치할 거야. 그건 자기무덤을 파는 거야."

 

적운이 말했다.

 

"그 말이 맞긴 하지만... 하지만..."

 

정전이 말했다.

 

"자네가 처음 감옥에 들어올 때 큰 소리로 억울하다고 했지?

자네가 무고한줄 알고 있어.

하지만 왜 삼년동안 감옥에서 나가지 못하고 있지 ?"

적운이 말했다.

 

"그건 나도 잘 모르겠어요."

 

정전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누가 자네를 감옥에 집어 넣고 그 놈이 손을 써서 못 나가게 하는거야."

 

적운이 말했다.

 

"정말 알 수가 없어요.

만진산의 첩 도홍과는 한 번도 만나본적 없는데 왜 날 해치려 했을까요?

그녀 때문에 내가 이렇게 참혹한 고통을 당하고 있는데..."

 

정전이 물었다.

 

"그들이 어떻게 자네에게 죄를 씌웠는지 말해보게."

 

적운은 한편으로 그의 수염을 깍아주면서 한 편으로는 지난 이야기들을 들려 주었다.

어떻게 해서 형주에 왔으며, 어떻게 강도 여통을 물리쳤으며,

어떻게 만문의 여덟제자와 결투를 했으며,

어떻게 해서 사부님이 사백을 검으로 찔렀으며,

어떻게 해서 사람들이 만진산의 첩을 강간했다고 하며,

도우려다 이렇게 오히려 죄를 뒤집어 썼다는 것을 모두 말해 주었다.

단지 깊은 밤에 늙은 거지가 검법을 가르쳐 주었다는 것은 한 마디도 이야기 하지 않았다.

첫번 째는 늙은 거지와 절대 말하지 않겠다고 맹세했기 때문이고,

두번째는 이 사건이 아직 완전히 해결되지 않아서 조심해야 되기 때문이었다.

그가 처음부터 끝가지 다 말하자 정전의 수염도 거의 다 깍였다.

적운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정형, 내가 왜 이렇게 참혹한 형벌을 받게 됐는지 알수가 없어.

내 사부님이 만 사백을 죽여서 그들이 날 원망하는 걸까?

하지만 만사백은 약간 상처를 당하고 죽지 않았는데.

오랫동안 날 감옥에 가두었으니 풀어 줄때도 됐는데.

날 잊었을리도 없고. 침성이 날 보러 왔었잖아요."

 

정전은 적운의 위 아래를 쳐다보며 웃기만 했다.

적운이 물었다.

 

"정형, 내가 잘못 말했어요 ?"

 

정전은 냉소를 지며 말했다.

 

"맞아, 맞아 전부 맞아. 틀린 점은 하나도 없어. 이렇게 된게 당연해."

 

적운이 물었다.

 

"왜요 ?"

 

정전이 말했다.

 

"잘 생각해봐. 한 멍청이 녀석이 아주 예쁜 처녀를 내 집으로 데려왔어.

내가 그녀를 보자마자 좋아했는데 그 처녀는 멍청이 녀석을 좋아했어.

내가 그녀를 차지하려면 그 멍청이 녀석을 없애야 해.

자네같으면 어떤 방법을 사용하겠어 ?"

 

적운은 가슴속이 서늘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는 급히 물었다.

 

"어떤 방법이 제일 좋아요 ?"

 

정전이 말했다.

 

"독약같은 것을 써서 멍청이 녀석을 죽이게 되면 살인 사건이 일아난 것이 되니까

더 귀찮게 돼. 거기다가 그녀가 열녀라면 죽음을 무릅쓰고 멍청이 녀석을 위해서

복수를 할지도 몰라.

그것처럼 귀찮은 일이 어디 있어.

내가 볼땐 멍청이 녀석을 관가로 보내서 하옥시키는게 제일 좋아.

그녀가 멍청이 녀석을 잃어버리고 날 따르게 하려면

첫째, 멍청이 녀석과 헤어지게 해야돼.

둘째,멍청이 녀석 자신이 물러 나야 돼.

셋째, 멍청이 녀석이 아주 나쁜일을 하게 해야 돼.

그래서 그녀가 멍청이를 혐오하게 만들어야 해."

 

적운은 온몸을 떨며 말했다.

 

"당신의 말은 ... 이 모든 것을 만규가 계획했단 말이군요 ?"

 

정전은 웃으며 말했다.

 

"내가 직접 보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알아 ?

자네 사매가 아주 예쁜 모양이지."

 

적운은 고개를 끄덕였다.

정전이 말을 이었다.

 

"그녀의 마음을 끌기 위해서 나는 될수 있는한 많은 돈을 가지고 관가로 올거야.

말로는 멍청이 녀석을 구하기 위해서 라고 하면서.

그리고 그 처녀와 함께 돈을 가지고 올거야.

그녀는 자기 눈으로 친히 봤으니까 자연히 나에게 고마움을 가지게 될거야.

은 틀림없이 지현나리, 관가의 포졸들에게 줬어."

 

적운은 말했다.

 

"그가 많은 돈을 썼으면 효과가 있었을 텐데?"

 

정전이 말했다.

 

"당연히 있지. 돈이면 다 되는데 왜 효과가 없겠어 ?"

 

적운이 말했다.

 

"그럼 왜 날 풀어주지 않고 가두어 놓는거야 ?"

 

정전이 웃으면서 말했다.

 

"자네가 무슨 죄를 졌는데 ?

자네의 죄명은 단지 강간미수에다가  강도질에 불과해.

역적음모를 꾸민 것도 아니고 살인을 하고 방화를 한 것도 아닌데 왜 중벌을 받아야 하나 ?

더우기 자네의 비파골을 뚫고 사형수 감방에 평생 가두어 놓을 필요더 없어.

건 많은 돈의 효과가 있었던거야.

정말 멋진 계략이지.

그 처녀가 내집에 살면서 비록 멍청이를 잊지 않는다고 해도 일년 또 일년이 지나는데

시집을 안 갈수 있겠어 ?"

 

적운은 단도를 땅에 내리치며 말했다.

 

"정형, 내가 여지껏 나가지 못한 이유는 만규가 돈을 썼기 때문이군요? "

 

정전은 대답하지 않고 고개를 들었다. 그는 눈썹을 찌푸리면서 말했다.

 

"아냐, 이 계략에는 큰 헛점이 있어 크게 잘못됐어."

 

적운이 화를 내며 말했다.

 

"무슨 헛점이 있어요? 내 사매는 결국 그에게 시집 갔잖아요.

약 당신이 날 구하지 않았으면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되었고 그의 계획은 성공했을거예요. "

 

정전은 감방에서 왔다갔다 하며 말했다.

 

"이 안에는 커다란 헛점이 있어. 그들은 틀림없이 신중히 짰을텐데 왜 몰랐지!"

 

적운이 말했다.

 

"무슨 헛점이 있지요 ?"

 

정전이 말했다.

 

"바로 너의 사부야.

자네 사부가 사백을 죽이고 달아났지 ?

형주 오운수 만진산의 명성은 무림계에서 매우 유명해.

그가 상처만 입고 죽지 않았다는 소식을 틀림없이 들었을 거야.

자네 사부가 비록 창피해서 못온다고 하더라도 사람을 보내 사매를 데려갈게 아닌가 ?

사매가 집으로 돌아가면 만규가 고생 끝에 계획한 음모는 하루 아침에 깨지게 되는 거잖아."

 

적운은 손으로 계속해서 무릎을 치며 말했다.

 

"맞아! 맞아!"

 

그의 손에는 쇠사슬이 있기 때문에 무릎을 치자 '쨍그렁' 하는 소리가 났다.

정전은 그의 모습은 비록 추악했으나 머리를 아주 잘 돌리자

적운은 갑자기 존경심이 일어났다.

정전은 낮은 소리로 말했다.

 

"자네 사부가 왜 딸을 데려가지 않았을까 ?

중간에 틀림없이 까닭이 있을거야.

만규도 이점을 생각하고 있었을거야.

그렇지 않고서는 계획이 이렇게 잘 진행될수가 없어.

그 이유는 나도 잘 모르겠어."

 

적운은 오늘에서야 비로서 자기가 왜 감옥에 오게 됐는지 알것

같았다. 그는 손을 들어 자신의 머리를 치며 병신이라고 욕했

다. 다른 사람은 금방 아는데 자신은 삼년이 지나도록 모르고 있

었다.

 

그는 자신을 원망하고 정전이 뭔가 깊이 생각하자 물었다.

 

"정형, 그만 생각해. 내 사부님은 착실한 시골사람이기 때문에

만사백에게 상처를 입히고는 놀라서 도망갔는지도 몰라.

어쩌면 그곳에서 강호의 소식을 못 들었는지도 모르잖아."

 

정전은 눈을 크게 뜨고 그를 쳐다보며 이상하다는듯이 말했다.

 

"뭐? 자네 사부가 착실한 시골 사람이라고 ?

그가 사람을 죽이고 무서워서 도망갔다고 ?"

 

적운이 말했다.

 

"그래, 사부님은 착실하신 분이였어.

만사백이 사부님에게 무슨 검법을 홈쳐갔다고 누명을 씌우셨어.

사부님은 화가 나서 참지를 못하셨나봐. 그렇게 착한 분도 없었는데."

 

정전은 냉소를 짓더니 구석에 가 있다 낮은 목소리로 노래를 흥얼거렸다.

적운은 이상하다는 듯이 물었다.

 

"왜 냉소를 짓는거야 ?"

 

정전이 말했다.

 

"아무 것도 아니야."

 

적운이 말했다.

 

"틀림없이 이유가 있어. 정형, 속이지 말고 말해줘."

 

정전이 말했다.

 

"좋아! 네 사부님의 별호가 뭐냐 ?"

 

적운이 말했다.

 

"철소횡강!"

 

정전이 말했다.

 

"그게 무슨 뜻인데 ?"

 

적운은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그렇게 어려운 말은 나도 무슨 뜻인지 잘 몰라.

내 생각엔 사부님의 무공이 높으니까 방어를 하면 적은 절대 공격을 못해 온다는 뜻일거야."

 

정전은 크게 웃었다.

 

"하하하! 여보게 착실한 사람은 바로 자네야.

철소횡강은 사람으로 하여금 오르지도 내려가지도 못하게 한다는 뜻이야.

나이 드신 무림의 선배라면 그 별명의 뜻을 잘 알거야.

자네 사부는 너무 총명하고 무서운 사람이지.

누가 그의 기분을 상하게 한다면 지옥에까지 따라가서라도 복수를 하고 말지.

네 말을 믿지 못하겠다면 나중에 출옥한 뒤에 다른 사람에게 물어봐."

 

적운은 믿지 못한다는 듯 말했다.

 

"사부님은 나에게 검법도 틀리게 가르쳐 주었어.

'고홍해상래 지황불감고(孤鴻海上來 地黃不敢顧)'를

 '가옹함상래 시횡불감과(哥翁喊上來 是橫不敢過)'러 해석하고,

'낙일조대기 마오풍소소(落日照大旗 馬嗚豊簫簫)'를

'노니초대저 마명풍소소(老泥招大姐 馬命風小小)'로 해석 했어.

그는 글도 잘 모르는데 총명할리가 있나 ?"

 

정전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자네 사부는 박학하시고 재능이 많은 분인데 시구를 잘못 해석 할리가 있나?

틀림없이 무슨 이유가 있을거야.

왜 자기 제자에게까지 속여야 했는가는 나도 잘 모르겠군. 헤헤헤...

자네가 이렇게 착실하지 않았으면 제자로 받지도 않았겠지.

이 일에 대해선 그만 이야기하고 자네에게 수염을 붙여줄께."

 

그는 단도를 들고는 죽은 도인의 팔을 찌르는 것이었다.

도인인죽은 지 얼마 되자 않아서 상처에서 피가 흘러 나왔다.

정전은 한가닥 한가닥 굵은 수염에 피를 묻힌 뒤 적운의 두볼과 턱에 였다.

적운은 피 비린내가 코를 찌르자 겁이 났다.

하지만 만규의 속임수, 사부님의 별명, 그리고 많은 알수 없는 일이 생각나자 꾹 참았다.

 

 

3. 인정은 국화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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