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지/연성결(連城訣)

1. 촌사람이 도시에 가다.

오늘의 쉼터 2014. 6. 19. 18:49

<연성결(連城訣) 상권> -김용 작 

 

 

1. 촌사람이 도시에 가다.

 

 

 

두 자루의 목검이 팍팍! 하고 서로 부ㄷ히면서 춤추듯이 움직이고 있었다.

주위는 목검 두자루가 부ㄷ히는 소리만 날뿐 조용했다.

두 자루의 목검이 부딛히는 소리는 계속해서 들리기도 했고,

때로는 상당히 오랜기간 동안 사람의 숨소리를 들을 수 있을만큼 잠잠해지기도 했다.

상서(湘書)와 원능(沅陵) 밤쪽의 마계포(痲溪鋪)라는 시골에

조그마한 기와집 세 채가 서있었다.

그 중 한채의 기와집 앞뜰에서는 한 쌍의 ㅈ은 남녀가

손에 목검을 들고 햇빛을 받으면서 검법을 익히고 있었다.

집 앞에 놓인 낮은 의자에는 입에 짧은 담뱃대를 물은 노인이 앉아서

손으로 짚신을 만들고 있었다.

그는 가끔식 고개를 들어 목검으로 검법을 연습하는 한 쌍의 남녀를 쳐다보곤 하였다.

입가에는 잔잔한 미소를 띠우고 그들을 쳐다보는 노인은

 매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햇빛은 그가 내뿜은 담배연기를 뚫고 지나, 그의 백발과 얼굴을 비췄다.

그가 두자루의 목검을 바라보는 눈빛은 밝았고 위엄 있어 보였다.

는 그리 늙어보이지 않았고, 그의 얼굴로 보아

대략 50세정도의 나이 라는 것을 가늠 할 수 있었다.

목검을 휘두르는 소녀는 크고 검은 눈과 달걀과 같이

둥그스름한 얼굴을 가졌으며, 나이는 십칠 팔 세 정도로 보였다.

힘이 들었는지 소녀의 이마에는 땀이 ㅁ혀 있었다.

소녀의 이마에 맺혔던 땀은 목 밑까지 흘러 내려왔다.

소녀는 왼손을 내밀어 옷자락으로 땀을 닦았다.

그녀의 얼굴을 발갛게 상기되어서 지붕에 널려 놓은 고추와 도 같았다.

소녀와 상대를 하고 있는 청년은 소녀보다 한 두살 많아 보였다.

의 피부는 거무잡잡하고 얼굴은 광대뼈가 조금 튀어 나와 있었으며,

손을 굵과 발은 컸다.

그의 모습은 시골에서 자주 볼수 있는 농부와 같았으나,

손에 목검을 들고있는 그의 눈빛은 초롱초롱 하기만 했다.

그 청년은 갑자기 손에 들고 있던 목검을 좌상단에서 대각선을 그으며 비스듬히 내리 치더니,

뒤이어 냅다 앞으로 검을 찔렀다.

소녀는 머리를 숙여 급히 피했으나 목검은 계속해서 공격해 왔고, 아주 위급했다.

그러나 청년은 뒤로 두발짝 물러 난뒤, 목검의 폭을 넓게 하여 큰 소리를 지르며

옆으로 세 번 내리쳤다.

소녀는 공격을 막지 못하고 갑자기 검을 거두었다.

소녀는 공격하지 않고 아양을 떨면서 말했다.

 

"좋아 네가 이겼어 나를 죽여봐.!"

 

청년은 소녀가 갑자기 검을 거두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으므로 세 번째의 공격은

그녀의 허리를 찌를뻔 했다.

그는 너무 놀라서 재빨리 검을 거두었지만 힘껏 공격을 한 탓으로 푹! 하는 소리와 함께

자기의 왼쪽 어깨를 찌르고 말았다.

청년은 아야! 하며 소리쳤다. 소녀는 재미 있다는 박수를 치면서 말했다.

 

"수치스럽지 않아요 ?

손에 진짜 검을 들고 있었더라면 그 손이 남아 있겠어요 ?"

 

청년은 얼굴이 빨개졌다.

 

"난 네가 다칠까봐 내 몸을 찌른거야 만일 진짜로 결투를 했으면 내가 양보하겠어 ?

사부님! 사부님의 평을 듣고 싶읍니다."

 

그러면서 청년은 얼굴을 돌려 노인을 바라보았다.

노인은 다 만들어진 짚신을 들고 일어서면서 말했다.

 

"두 사람 모두 처음 오십여 초식은 괜찮았으나, 나중에 한 동작은 아주 형편 없었다. "

 

노인은 소녀로부터 목검을 받아, 비스듬하게 내리치는 동작을 펼쳐 보이면서 말했다.

 

"이것은 가웅함상래(哥翁喊上來)와 시횡불감과(是橫不敢過)라는 검법인데,

옆으로 찔러야 하며 아래로 찌르면 안된다.

방아야, 너의 홀청분경풍(忽聽噴驚風), 연산약포도(連山若e盧)의 검법은 비단처럼 날려야 돼.

그리고 아운이 보인 낙니초대저(落泥招大姐), 마명풍소소(馬命風小小)의 검법은 아주 좋았다.

그러나 검법을 풍소소(風小小) 라 부른 이상 너무 힘을 주어 검을 사용하면 안되는 것이다.

우리들의 이검법은 무림에서도 아주 유명한 당시검법(당屍劍法)이다.

검을 쓸때 마다 적은 시체가 되어 바닥에 쓰러진다는 뜻이다.

자기편 끼리는 멋을 느끼면서 연습을 하되 진짜로 해서는 안된다.

그러나 마음속에는 항상 '당시' 라는 두 글자를 기억하고 있어야 한다."

 

소녀가 말했다.

 

"아버지! 우리의 검법이 좋기는 하지만 이름은 듣기 거북해요

당시검법이라는 말만 들어도 무서워요."

 

"사람이 듣고서 무서워 해야 위풍이 있는거다.

적이 공격하기도 전에 네가 먼저 무서워 한다면 벌써 반은 진것이다. "

 

노인은 손에서 목검을 들고 다시 한번 적당히 여섯가지의 검법을 그들에게 보여주었다.

노인의 검법은 가벼우면서도 무거웠고 동작마다 악독하고 괴이했다.

청년과 소녀는 노인의 동작을 보고 크게 경탄하며 박수를 쳤다.

노인은 목검을 소녀에게 돌려주면서 말했다.

 

"다시 한번 연습을 하거라. 방(芳)아야, 넌 장난치면 안된다.

아까 사형이 양보하지 않았더라면 너는 죽었을지 도 모른다."

소녀는 혀를 쑥 내밀더니 갑자기 검으로 청년에게 일격을 가했다.

년은 갑자기 공격을 당하자 방어할 틈이 없었다.

그는 검을 돌려 공격했으나 소녀가 우세했다.

계속 청년은 소녀로부터 공격을 받았다.

청년은 패배를 눈앞에 두고 있는데 갑자기 동북쪽에서 말발굽소리가 들리더니,

한 필의 말이 달려왔다.

청년은 고개를 돌리면서 말했다.

 

"누가 오는 모양이지 ? "

 

소녀가 말했다.

 

"지고서는 왜 딴청이죠 ? 누가 오든 오빠와 무슨 상관이예요 e?"

 

소녀는 계속 공격했다.

청년은 힘을 다해 막으면서 화를 내며 말했다.

 

"내가 널 무서워 할줄 아느냐 ? "

 

소녀가 웃으면서 말했다.

 

"말로는 무섭지 않다고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무서워 하고 있잖아요."

 

그러면서 오른쪽과 왼쪽을 번갈아가며 공격해 갔다. 이때 말을 타고온 사람이

말을 멈추며 소리쳤다.

 

"천화낙부진(天花落不盡), 처처조어비(處處鳥御飛) ! 정말 멋지군 !"

 

이 소리에 놀라 소녀는 엇! 하는 소리와 함께 뒤로 물러나 그 사람을 쳐다 보았다.

그 사람은 나이는 스물서넛쯤 되어 보였고 옷을 단정하게 차려 입은것으로 보아

성안의 어느 부잣집 아들 같았다.

소녀는 얼굴을 붉히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

 

"아버지, 저 사람이 우리들의 검법을 어떻게 알고 있을까요 ?"

 

노인도 말에 탄 사람이 자기들의 검법을 알고 있는 지라 이상한 생각이 들어

그에게로 가서 물어보려 했다.

그때, 그사람이 말에서 내려 앞으로 다가와 포권의 예를 갖추고 말했다.

 

"노인장 ! 마계포에 유명한 검술명가 철소횡강(鐵銷橫江) 척장발(戚長發) 노인이

살고 계시다고 들었는데 혹시 노인장께서는 그 분이 어디에 살고 계신지 아십니까 ?"

 

노인이 말했다.

 

"내가 바로 척장발이오. 내가 검술명가라니 당치도 않은 소리요.

런데 날 무슨일로 찾아왔소 ?"

 

그 청년은 땅에 무릎을 끓고 절을 하며 말했다.

 

"후배 복원(卜洹), 척사숙께 인사드립니다.

저희 사부님의 명령을 받고 배알코저 왔읍니다."

 

노인이 말했다.

 

"배알이라니, 지나친 예의를 차릴 필요는 없네."

 

그러면서 노인은 손을 내밀어 복원을 부축하는 척하면서 어깨에 살짝 힘을 주었다.

복원은 반신이 쑤셔왔다.

그는 창피한 생각이 들어 얼굴이 붉어졌다.

 

"척사숙께서는 저를 부축하시는척 하면서 초면에 창피를 주시는군요?"

 

척장발은 웃으면서 말했다.

 

"자네의 내공(內功)은 아직 멀었어. 자네는 만(萬)사형의 몇번째 제자인가 ?"

 

복원이 말했다.

 

"저는 사부님의 못난 다섯번째 제자입니다.

저희 사부님깨서는 늘 척사숙의 내공이 굉장히 높다고 칭친하셨읍니다.

그러신분께서 저를 시험하시니 감당하기 힘들군요."

 

척장발은 하하! 웃으면서 말했다.

 

"만사형은 잘 있느냐 ? 우리 형제들이 못만난지도 벌써 십여년이나 됐군."

 

복원이 말했다.

 

"사숙덕분에 저희 사부님은 안녕하십니다.

여기 두분의 사형사매는 사숙의 제자이십니까 ? 검법이 꽤 높던데요."

 

척장발이 손짓을 하며 말했다.

 

"방아야, 이리와서 복사형에게 인사하여라.

이 사람은 나의 제자 적운(狄雲)이고 이 사람은 내딸 척방(戚芳)이네.

방아야, 갑자기 왜 그렇게 부끄러워 하느냐 ?

우리 모두 한 집인 식구이니 부끄러워 할 필요가 없다."

 

척방은 적운의 뒤에 숨어서 복원의 인사도 받지않고 고개만 끄덕이며 웃었다.

적운이 말했다.

 

"복 사형! 당신도 우리와 같은 검법을 배웠소?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우리 사매의 검법을 알았소 ?"

 

척장발은 쳇! 하며 말했다.

 

"나와 저녀석의 사부는 동문이니 당연 같은 검법을 배웠을거 아니냐 ?"

 

복원은 말 안장 옆에서 보따리를 풀더니 한 개의 보자기를 꺼내 두 손에 들고 말했다.

 

"척사숙! 저의 사부님의 선물이오니 받아주십시오."

 

척장발은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딸에게 받으라고 했다.

척방이 복원으로부터 보자기를 받아 방으로 들어가서 그것을 펼쳐보니

한벌의 화려한 양피로 된 웃옷과 한옥으로 된 팔찌, 모직모자, 검은 마고자가 들어 있었다.

척방은 그것을 두 손으로 껴안고 나오면서 웃으며 말했다.

 

"아버님, 아버님! 이렇게 멋지고 좋은 옷은 못 입어 보셨지요 ?

아버님께서 이옷을 입으시면 부잣집 주인같을 거예요.

마치 부자가 되고 벼슬에 오른 것 같지 않아요 ?"

 

척장발은 그것을 보고 멍하니 있다가 중얼거렸다.

 

"만사형! 뭘 이런것을 ..... 정말...."

 

그들은 찾아온 손님을 접대하느라 분주하였다.

적운은 앞마을에 가서 고량주 세근을 받아왔고 척방은 닭 한 마리를 잡아 정원에서

따온 배추와 공심채(空心菜 - 흔히 먹는 나물)를 함께 가마 솥에 넣고 끓였다.

그리고 큰 그릇의 빨간 고추를 소금물에 담가 두었다.

네사람은 둥근 식탁에 둘러 앉아 식사를 했다.

식사 도중 척장발이 복원에게 왜 왔냐고 물었다.

복원이 대답했다.

 

"저희 사부님께서는 척사숙을 십 여년 동안 보지 못해 보고 싶다고 말씀하셨읍니다.

호남으로 와서 사숙님을 방문하려고 하셨지만 매일 연성검법(連城劍法)을 연마 하시느라

바빠서 그만......."

 

척장발은 그 말에 놀라 입속으로 들어 가려던 술을 다시 술잔으로 급히 내 뱉으면서 급히 물었다.

 

"뭐 너의 사부가 연성검법을 연마하고 있다고 ?"

 

복원이 자랑하듯이 말했다.

 

"지난달 오일, 사부님께서 연성검법을 끝내셨읍니다."

 

척장발은 더욱 놀라며 술잔을 떨구고 말았다.

그러는 바람에 반쯤 남아 있던 술이 모두 튀겨서 식탁과 앞가슴의 옷을 적시고 말았다.

는 잠시동안 멍하게 있다가 갑자기 크게 웃으면서 말했다.

 

"제기랄! 너의 사부는 어려서부터 거짓말을 잘 했지.

연성검법은 너의 사조도 완성하지 못했는데 어떻게 너의 사부가 그것을 연마했단 말이냐 ?

날 속이지 말고 술이나 마시게......."

 

복원은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사부님께서는 척사숙께서 믿지 않을것이라고 말씀하셨읍니다.

다음달 십육일은 저희 사부님의 오십 번째 생신이니 사숙께서 사형, 사매와 함께 형주에 오셔서

축하주를 드십시요.

사부님께서는 저에게 어떤 일이 있더라도 척사숙을 모셔오라고 하였읍니다.

연성검법은 아직 미숙한 점들이 있으나 사숙의 지도가 필요하다고 하셨읍니다.

사숙님의 검법이 굉장히 높다고 들었읍니다.

저희 사형들이 사숙님의 지도를 받게 된다면 틀림없이 커다란 진전이 있을 것입니다."

 

척장발이 말했다.

 

"둘째 사숙 언달평(言達平)에게도 소식을 전했느냐 ?"

 

복원이 말했다.

 

"둘째사숙님의 행방이 일정하지 않아, 사부님께서는 둘째사형, 세째사형, 네째사형 세분을

각각 하삭, 강남, 운귀에 보내서 찾게 하였지만, 둘째 사숙님을 찾지 못했읍니다.

혹시 척사숙께서는 둘째 사숙님의 소식을 들으신 적이 있읍니까 ?"

 

척장발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우리 세 명의 사형제중 둘째 사형의 무공이 가장 높았지.

그가 연성검법을 연마했다면 믿을만 하지.

하지만 네 사부가.... 난 믿어지지 않아."

 

그는 자에 술을 가득히 부어 술잔을 들었으나 마시지는 않고 갑자기 큰 소리로 말했다.

 

"좋아! 다음 달 십육일 형주에 가서 너의 사부 생일을 축하해 주겠다.

어디 한번 그의 연성검법을 내 눈으로 보아야겠다."

 

그러면서 그는 술잔을 힘껏 식탁에 내려 놓았다.

 

* * *

 

"아버지 대황을 팔아 버리면 내년 농사는 어떻게 지어요 ?"

 

"내년 일은 내년에 생각하기로 하자. 지금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야."

 

"우린 여기서 잘 살고 있잖아요. 그런데 형주에는 무엇하러 가요 ?

만 사백의 생일때문에 대황을 팔아 노자를 마련하는 것은 싫어요."

 

"복원에게 간다고 약속했으니 꼭 가야한다.

대장부가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어떻게 하느냐 ?

너와 적운에게도 세상 구경을 시켜주어야 하지 않느냐 ?

언제까지 이런 시골에서 살수는 없지 않느냐 ?"

 

"시골에서 살면 어때요 ? 저는 세상 구경 하는것도 싫어요.

대황은 제가 어려서부터 키웠어요.

항상제가 풀을 먹이고, 집으로 데려 왔잖아요.

아버지! 대황이 가서 눈믈을 흘리고 있어요."

 

"바보야, 소는 동물인데 무엇을 안다고 눈물을 흘리겠니. 빨리 그손을 놓거라."

 

"싫어요. 저 사람들이 대황을 잡아 먹을 거예요."

 

"저 사람들은 대황을 죽이지 않고 농사를 짓는다고 그랬다."

 

"어제 도살장 아저씨가 왔다 가는 것을 저는 보았어요.

아버지는 절 속이고 있어요. 봐요. 대황이 눈물을 머금고 있잖아요.

대황! 대황! 가면 안돼! 오빠! 빨리 오세요!

아버지가 대황을 팔겠대요."

 

"사매. 사부님도 대황을 팔고 싶지는 않지만 우리가 빈손으로 만사백의 생일을

축하하러 갈 수는 없잖아? 우리 세사람의 옷도 지저분하니까 새 옷을 입어야 해.

그들이 우리를 얕보면 좋지 않다구."

 

"만사백이 아버지께 새 옥과 모자를 보내 오셨잖아요 ? 그옷도 좋던데요."

 

"날씨가 이렇게 더운데 어떻게 그런 양가죽 옷을 결치겠느냐 ?

만사백이 연성검법을 연마했다고 하지만,

내눈으로 직접 보기 전에는 그말을 믿을수 없다. 빨리 손을 놓아라."

 

"대황! 사람들이 너를 죽이려고 하면 뿔로 들이받고 도망쳐야해.

람들이 ㅉ아오면 산으로 도망쳐........"

 

약 보름후, 척장발은 제자 적운과 딸 척방을 데리고 형주에 도착했다.

세 사람은 모두 새옷을 입고 있었다.

그들은 처음으로 커다란 성에 왔기 때문에 머리가 어지웠다.

또한 낯선 도시에 처음 와보니 어찌 할 바를 몰랐다.

그들은 지나가던 사람에게 오운수(五雲手) 만진산(萬震山)의 거처를 물었다.

그는 한 쪽을 가리키면서 대답했다.

 

"만영웅의 집은 물어볼 필요도 없소이다.

바로 저쪽 제일 큰 집이 바로 만영웅의 집이요."

 

척장발 일행이 만가의 집앞에 이르러 보니 커다란 대문에 오색의 등불이 매달려 있었다.

그들은 처음 보는 것이라 눈이 휘둥그레졌다.

척방은 아버지의 옷을 꼭 잡았다.

척장발이 문지기에게 다가가 물어보려 할 때 복원이 문에서 나왔다.

척장발은 기쁜 나머지 그에게 큰소리로 외쳤다.

"복사질 ! 내가 왔네!"

복원이 급히 나오면서 말했다.

 

"척사숙께서 오셨군요. 척사매, 적사제 안녕하시요 ?

사부님께서는'척사제가 왜 아직 안오는거지? 하면서 무척이나 사숙님을

기다리고 계십니다. 어서 들어가시지요!"

척장발 일행이 대문에 들어서자 악사들이 귀한 손님을 환영하는 음악을 연주했다.

무쇠로 만든 막대기에서 소리가 나자 적운은 깜작 놀랐다.

마침 대청뒤에서 몸집이 큰 노인이 하객들을 접대하고 있었다.

척장발이 그를 보고 소리쳤다.

 

"만사형! 내가 왔소 !"

 

그 노인은 처음에 척장발을 알아 보지 못했다.

그는 얼이 빠진듯 잠시 멍해있더니 비로서 척장발을 알아보고 하하! 웃으면서 말했다.

 

"세째! 많이 늙었군. 하마터면 자네를 못 알아 볼뻔하였네."

 

두사람이 손을 잡고 엣정을 이야기 하고 있는데 갑자기 이상한 냄새가 나면서

장소리같이 탁한 목소리가 들렸다.

 

"만진산. 10년전에 나에게 빚진게 있지 ? 오늘은 그것을 갚아야 겠다."

 

척장발은 소리 나는쪽을 바라보았다.

대청앞에 서 있던 사람이 나무통을 번쩍 들더니 이쪽을 향해서 던졌다.

그 나무통안에는 똥오줌이 가득했다.

척장발은 딸과 제자가 자기 몸뒤에 서 있는것을 보고,

일 자기가 옆으로 피한다면 딸과 제자의 몸에 분뇨가 맞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재빨리 두손으로 장포를 잡고 근육을 음직여 팍팍팍! 하며 아주 빠른 동작으로

 단추를 떨어뜨렸다.

그리고는 옷자락을 왼손으로 잡아 바깥쪽으로 날렸다.

옷은 몸에서 벗어나 마치 한개의 배돛처럼 날았다.

그 사람이 던진 분뇨통은 옷에 싸여서 다시 그에게로 날아갔다.

그 사람이 자기에게 날아오던 분뇨통을 피하자 똥오줌이 사방으로 튀었고

집안은 온퉁 구린내로 가득찼다.

그 사람은 얼굴에 수염이 잔뜩 나 있었고 몸은 비대했다.

그는 떡 버티고 서서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 만진산! 이 형님께서 저 멀리 천리밖에서 너의 생일을 축하해 주려고 왔다.

약소하지만 황금 만냥을 너에게 주겠다. 축복이 있기를 바라겠다."

 

만진산의 여덟명의 제자는 이상한 사람이 소동을 피우고 응접실을 어지럽히게 한

것으로 보고 몹시 화가 났다.

그래서 한꺼번에 여덟 사람이 달려들어 그를 붙잡아 혼을 내주려고 했다.

이때, 만진산이 소리쳤다.

 

"모두 멈추어라 !"

 

그의 여덟명의 제자는 발을 멈췄다.

둘째제자 주기가 그에게 소리쳤다.

 

"빌어먹을 자식! 넌 누구냐 ? 오늘은 사부님의 생신이신데 네가 감히 소란을 피우다니,

살고 싶지 않은 모양이구나.

오운수(五運手) 만가의 실력이 어떤지를 제대로 모르는 녀석이구나."

 

그러나 만진산은 이 털보의 사나이가 왜 왔는지를 눈치채고 있었다.

만진산은 털보에게 말했다.

 

"누군가 했더니 태행산의 여대채주였군.

여대채주가 몇 년 사이에 부자가 되어 황금을 싸놓고 산다더니,

오늘 이렇게 많은 황금을 가지고 왔군."

모여있던 많은 사람들은 태행산의 여대채주라는 말을 듣자 서로 수근거렸다.

 

"태행산의 여통이었구나! 그런데 어떻게 그사람이 만나리와 인연을 맺게 되었지 ?"

 

"여통은 북오성 암흑가에서 제일 무서운 사람이야.

한손에 칼을 여섯자루를 한꺼번에 쥘수도 있대.

황하 남북에서 꽤 유명한 모양이지."

 

"선한 사람은 오지않고, 온 사람은 선하지 않아.

오늘은 재미있는 광격을 볼 수 있겠군!"

 

여통이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십년전 우리 형제가 대원부에서 일을 저지렀을때 네가 고자질을 했기 때문에

우리들은 망하고 말았다.

하지만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다.

내 형제 여위가 억울하게 죽은 것이 더 중요한 문제야.

삼년전에야 바로 너 만진산의 짓이라는 것을 알아 냈다.

자! 어떻게 할테냐?"

만진산이 말했다.

 

"맞다. 내가 밀고했다.

본전없이 얼마든지 장사를 할 수는 있지만 자네의 형제 여위는 여자를 강간하고,

네 사람이나 죽였다.

그런 천벌받을 짓을 보고 어떻게 이 만진산이 가만히 있을 수 있느냔 말이냐?"

사람들은 이 말을 듣고 여통을 향해 소리쳤다.

 

"나쁜 놈! 너는 부끄러운줄도 모르냐 ?"

 

"저 강도를 관가로 보내라."

 

"못된 녀석이 강릉부에 와서 감히 야비한 행동을 하다니!"

 

그러자 여통은 빠른 걸음으로 대청 앞까지 오더니

굵은 팔로 기둥을 치기 시작했다.

계속해서 몇번 치자 '와지끈' 하는 소리가 들라면서 굵은 기둥이 두쪽으로 갈라지고

지붕에 있던 기와가 대청 앞 마당으로 떨어졌다.

대청은 온통 먼지투성이가 되었다.

사람들은 그의 팔힘이 무척 강한 것을 보고 놀라 벌벌 떨었다.

만약 그의 손에 잡힌다면 살아 남지 못할거야.

여통은 다시 정원으로 되 돌아와서 큰 소리로 말했다.

 

"만진산! 정말로 네가 정의의 용사라면 빨리 나와서 한판 승부를 겨루어 보자.

네가 진짜 영웅인지 보고 싶다.

왜 몰래 관가에 고발했느냐 ? 왜 내 형제의 손에 들어왔던 6천냥을 삼켰느냐 ?

이 비겁한 녀석아 어서 나와서 덤벼라.!"

 

만진산이 비웃으면서 말했다.

 

"여대채주!

그 동안 무공이 꽤나 많이 늘었나 보군! 하지만 안타깝게도 자네 같은 사람은

무공이 높으면 높을수록 남을 많이 해치지.

가 비록 늙기는 했지만 자네와 한번 겨루어 보겠다."

 

만진산은 이렇게 말하면서 옆으로 걸어 나갔다.

그런데 갑자기 인파 속에서 눈썹이 굵고 진한 소년이 튀어 나오더니

여통의 두팔을 잡았다.

그 소년은 여통에게 큰 소리로 말했다.

 

"당신은 사부님의 새 옷을 더렵혔어요! 빨리 변상해요."

그 소년은 바로 척장발의 제자 적운이었다.

여통은 양쪽 팔꿈치를 흔들어 적운을 떨구려고 했으나 적운은 있는 힘을 다해

잡고 있었기 때문에 떠쳐버릴수가 없었다.

여통의 철비공(鐵臂功)은 앞으로 직격을 해야만이 위력을 발휘할수 있는데

적운에게 두 팔을 붙들려 힘을 쓸 수가 없었다.

그는 화를 내면서 오른쪽 무릎을 들어 적운의 복부를 쳤다.

 

"빨리 놓아라."

 

적운은 너무 아파 손을 놓고 말았다.

여통이 사용한 무공은 풍운사기(風雲乍起)였다.

그는 적운에게서 빠져 나오자 크게 숨을 들이 마쉬더니

육합권(六合拳)중 조룡탐해(鳥龍探海)를 사용했다.

적운 재빨리 피하면서 말했다.

 

"나는 당신과 싸우기가 싫어요.

우리 사부님의 새 옷은 세냥을 주고 산거예요.

큰 황소를 팔아 그것으로 새옷을 사서 오늘 아침에 처음 입은 것인데......"

여통이 화를 내며 말했다.

 

"바보같은 녀석!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이냐 ?"

 

적운은 세 발자욱 앞으로 나가면서 말했다.

 

"빨리 물어내!"

 

적운은 농가의 자제였기 때문에 물건을 무척 아꼈다.

더군다나 사부님께서 기르시던 황소를 팔아 새 옷을 사서 오늘 처음 입고 나왔는데

그 옷이 여통 때문에 더럽혀 졌으니 적운의 마음이 좋을 리가 없었다.

그는 여통과 만진산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아랑곳 하지 않고

사부님의 더럽혀진 옷을 변상하라고 하는 것이었다.

만진산이 말했다.

"적운사질 ! 어서 물러나게. 자네 사부님의 옷은 내가 변상하겠네."

적운이 말했다.

"저 사람이 배상해야 됩니다.

저 사람이 떠나고 당신이 배상 해주지 않으면 어떻게 합니까 ?"

적운은 이 말이 끝나자마자 다시 여통의 옷을 붙잡았다.

그러나 여통은 살짝 피하더니 일격을 가해 적운의 가슴을 쳤다.

적운의 몸이 흔들릴 정도로 떼려 하마트면 뒤로 크게 넘어질 뻔했다.

만진산이 적운에게 말했다

 

"적운사질, 물러서게."

 

그 말소리는 엄숙했다.

적운은 두 눈을 붉히며 여통에게 말했다.

 

"당신은 옷도 변상해주지 않고 사람만 때리는 것으로 보아서 나쁜 사람이 분명해요."

 

여통이 웃으면서 말했다.

 

"너 같은 녀석을 때리면 어떠냐 ?"

 

적운이 소리쳤다.

 

"그럼 나도 당신을 때려 주겠소."

 

그러더니 몸을 돌려 왼쪽 손을 옆으로 뻗으면서 오른쪽 손바닥을 왼쪽 손바닥 아래에서

불쑥 나오게 했다.

여통은 호랑이 처럼 왼쪽 다리를 구부리더니 오른쪽 주먹을 뻗었다.

순식간에 두사람의 손이 올라가더니 십여차례 부ㄷ혔다.

적운은 어려서부터 척장발에게 무술을 배웠고, 사매 척방과 하루도 게을리 하지 않게

검술 시합을 해왔다.

여통이 대도적이었고, 암흑가에서 이름이 나 있는 인물이었지만

금방 적운을 때려 ㄴ일 수는 없었다.

몇번 천비공을 사용했지만 그때마다 적운은 용케도 잘 피했다.

여통은 급한 나머지 권법을 육합권에서 적고연권(赤尻連拳)으로 바꾸었다.

이 적고연권은 원래 육합권의 일종 이었으나,

후권이 삽입되고 동물의 음직임을 본딴 초식을 첨가한 권법이었다.

매 식마다 변화가 대단했다.

적운은 이런 권법을 본적이 없으므로 잠시 어리둥절하는 가운데

왼쪽 다리를 여통에게 얻어 맞았다.

만진산은 적운이 여통의 상대가 되지 못하다는 것을 보고 적운에게 소리쳤다.

 

"적사질, 물러서게. 자네는 상대가 안되."

 

적운이 말했다.

 

"이기지 못하더라도 싸우겠어요."

 

그러나 적운이 말하는 사이에 여통에게 가슴을 한대 엊어 맞았다.

방은 적운을 걱정하면서 그 싸움을 지켜보고 있었으르로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사형, 그만 싸워요. 만사백이 그를 상대할거예요.."

 

적운은 두손을 아래위로 움직이며 생명의 위협을 무릅쓰고 전진히며 소리쳤다.

 

"난 무섭지 않아. 나는 무섭지 않아."

 

퍽! 하는 소리와 함께 적운의 코에서 코피가 쏟아져 나왔다.

만진산은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척사제, 내 말은 듣지 않으니 자네가 그만 싸우라고 말하게."

 

척장발이 말했다.

 

"좀더 혼이 나게 한뒤, 내가 저 도적놈의 버릇을 고쳐 놓겠읍니다."

 

이 때, 대문밖에서 머리가 흐트러지고 얼굴이 더러운 늙은 거지가 들어오면서 말했다.

 

"오늘이 나으리의 생일이라고 해서 찬밥을 얻어 먹으러 왔읍니다."

 

그 거지는 왼손에 낡아빠진 그릇을, 오른손에는 대나무지팡이를 들고 있었다.

사람들은 모두 여통과 적운의 싸움을 구경하느라 정신이 팔려 있었기 때문에

아무도 그 거지를 쳐다 보지 않았다.

거지는 크게 소리쳤다.

 

"아이고 배고파 죽겠네."

 

그러더니 땅에 똥을 밟고 미끄러져 넘어졌다.

거지는 더욱 크게 소리쳤다.

 

"아이고! 사람죽네!"

 

그런데 거지가 넘어지면서 그의 손에 쥐고 있었던 낡은 그릇과 대나무 지팡이가

여통에게로 날아갔다.

낡은 그릇은 여통의 등에 있는 지당혈에 명중했고 대나무 지팡이의 끝은

무릎의 곡천혈에 맞았다.

무나도 공교로운 일이었다.

여통은 발에 힘이 없어져 왼쪽 다리를 구부렸다.

동시에 전신이 쑤시고 아프면서 허탈해 졌다.

적운은 주먹을 날려 여통의 거대한 몸을 때려서 날려 보내버렸다.

여통은 자신이 던진 똥속에 나가 떨어졌다.

여통은 식식거리면서 일어나더니 얼굴을 움켜쥐고 도망쳤다.

모두들 웃으면서 소리쳤다.

 

"저 놈을 잡아라."

 

"도독놈이 도망치지 못하게 해라!"

 

적운은 자신만만하게 소리쳤다.

 

"내 사부님의 옷을 물어내라."

 

적운은 여통을 ㅉ아가려 했으나 왼쪽 어깨를 누군가에 붙들려 꼼작할 수가 없었다.

고개를 돌려 쳐다보니 사부님이 그의 어깨를 꼭 붙들고 있었다.

 

"이겼으면 뭐하러 ㅉ아가려고 하지 ?"

 

척방은 손수건을 꺼내 적운의 얼굴에 묻은 피를 닦아 주었다.

적운은 자기의 새 옷이 온통 피로 물들어 있는 것을 보고 놀라서 말했다.

 

"큰일났다. 나의 새옷도 더러워 졌으니......."

 

이 때, 넘어진 거지가 뒤뚱거리면서 대문을 나서면서 말했다.

 

"밥도 못 얻고 괜히 밥그릇만 손해 보았구나."

 

적운은 자기가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모두 늙은 거지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알고 있었다.

그래서 사부님이 성에 가면 용돈으로 쓰라고 준돈을 품속에서 꺼내어 거지를 ㅉ아가

돈을 손에 쥐어 주었다.

늙은 거지는 손에 돈을 꽉 쥐고서 적운에게 말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그날밤 만진산은 큰 상을 차려서 생일을 축하하러 온 손님들을 접대했다.

그는 형주의 큰 유지였으므로 대청에는 형주부 능지부, 강능현, 상지현등에서

온 많은 축하선물이 쌓여 있었다.

그 자리에 모인 많은 사람들은 자연 오늘 낮에 있었던 일을 얘기 했다.

모두들 적운이 운이 좋았다고 말했다.

늙은 거지가 들어와서 넘어지는 바람에 여통이 정신을 집중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모두들 적운같이 나이어린 청년이 감히 어떻게 그리 용감하게 암흑가에서 유명한

여통과 싸울 수 있었느냐고 적운을 칭찬해 주었다.

어떤 사람은 만진산의 생일을 축하해 주기 위해서 마침 늙은 거지가 들어와

적운을 도와주었다고 했다.

물론 만진산이 직접 결투를 하면 몇 번 무공을 쓰지 않고도 여통을 물리칠수 있었지만

오늘같이 좋은 날에 그럴 수가 있는냐는 말들을 했다.

사람들은 모두가 적운을 칭찬하자 만진산의 여덟제자들은 얼굴을 들지 못했다.

여통은 만진산을 공격하러 왔는데 만진산의 제자들은 가만히 있었고

오히려 멍청이같은 촌놈이 그를 물리 친 것이다.

여덟명의 제자들은 하나같이 화가 났었지만 내색을 하지 않았다.

만진산이 술을 한 잔 마신후 첫째 제자 노곤(魯坤), 둘째 제자 주기(周圻),

세째 제자 만규(萬圭), 네째 제자 손균(孫均), 다섯째 제자 복원(卜垣),

여섯째 제자 오감(吳坎), 일곱째 제자 풍탄(馮坦), 여덟째 제자 침성(沈城)이

 치례차례로 와서 축배를 들었다. 만진산의 여덟제자는

모두 이름에 토(土)자가 들어 있었으며,

그 중 세째 제자 만규는 만진산의 아들이었다.

그는 얼굴이 약간 마른편이었지만 귀공자같이 잘 생긴 얼굴을 가지고 있었고

대사형 노곤, 둘째 주기처럼 거칠게 보이지 않았다.

여덟명은 손님중에 기인, 수제 무림의 선배님께 차례로 술을 돌렸고,

사숙 척장발과 적운에게도 술잔을 돌렸다.

만규가 말했다.

 

"오늘 적사형께서 아버님의 체면을 살려 주셨소..

우리 여덟 명의 사형은 모두 적사형에게 고마워 하고 있소. 제잔을 받으시오."

 

적운은 술을 마시지 못하므로 두 손을 저으며 말했다.

 

"나는 술을 못합니다."

 

만규가 말했다.

 

" 오늘 낮에 아버님께서 세 번씩이나 물러서라고 말씀을 하셨는데도

적운 사형께서는 물러서지 않은 것은 아버님을 무시한것이요. 지금은

내가 술을 권하는 데도 받지 않는 것을 보니 우리 만씨 집안을 얕보

고 있는거 같구려."

적운이 놀라며 말했다.

"그런게 아닙니다."

척장발은 만규의 말을 듣더니 적운에게 말했다.

"운아! 마셔라."

적운이 말했다.

"전...... 술을 못합니다."

척장발이 엄한 목소리로 다시 말했다.

"어서 머셔라!"

적운은 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고 연달아 여닯잔을 받아 마셨다.

러자 얼굴이 달아오르고, 귀에서는 웅웅소리가 나고, 머리가 어지러웠다.

 

그 날밤 적운은 침대에 눕자 머리가 어지러웠고, 가슴, 어깨, 다리등

여통에게 맞은곳이 아파왔다.

적운이 잠을 청하려고 하는데 창쪽에서 희미하게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적사형! 적운! 적운!"

 

적운은 침대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누구요 ?"

 

창밖에 있던 사람이 말했다.

 

"만규입니다. 적사형에게 할 말이 있으니 좀 나와 주십시요."

 

적운은 침대에서 내려와 옷과 신을 챙겨입고 창문을 열었다.

창밖에는 여덟명이 하나같이 손에 검을 들고 서 있었다.

바로 만진산의 여덟제자였다.

적운은 이상하게 생각하며 물었다.

 

"무슨 일이오 ?"

 

만규가 말했다.

 

"적사형! 그대의 검법을 가르침을 받고 싶소."

 

적운이 머리를 가로 저으면서 말했다.

 

"사부님이 분부하시기를 절대로 만진산의 사형들과 결투 시합을 하지 말라고 하셨소."

 

만규가 차갑게 웃으면서 말했다.

 

"척사숙은 머리가 좋으시군."

 

적운이 화를 내며 말했다.

 

"머리가 좋다니 ?"

 

그러자 갑자기 휙휙 하면서 만규가 창문 옆에 있던 그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칼날이 그의 얼굴을 스쳤다.

얼굴에는 시원한 감각이 느껴졌다.

적운은 급히 뒤로 물러났다가 왼쪽 발을 의자에 부ㄷ혔다.

는 매우 화가 났다.

그것을 보고 여덟명은 크게 웃었다.

적운은 화가 나서 몸을 돌려 베개 옆에 있던 검을 꺼내들고 밖으로 나갔다.

만문의 제자들은 얼굴이 흉흉했다.

적운은 사부님이 절대로 싸우지 말라는 당부가 생각나 만규에게 물었다.

 

"왜 그러는거요 ?"

 

만규는 허공을 향해 검을 내리치더니 말했다.

 

"적사형! 당신이 오늘 허세를 부린 것을 우리 만가의 사람들이 모두 죽었다는 뜻이겠지요?

우리들 여덟명이 모두 당신의 상대가 안된다 이 말씀이시겠지요 ?"

 

적운은 머리를 저으며 말했다.

 

"그 사람이 사부님의 옷을 더렵혀서 배상을 하라고 한 것뿐인데,

일이 당신들과 무슨 상관이요 ?"

 

만규가 말했다.

 

"당신이 손님들 앞에서 자랑을 했기 때문에 우리 여덟명의 제자들이 얼굴을 들 수가 없었소.

강호뿐만 아니라 앞으로 우리 형제들은 형주에서는 발을 못 붙이게 되었소.

오늘 당신의 행동이 너무하다고 생각하지 않소 ?"

 

적운이 말했다.

 

"난 모르는 일이요."

 

큰 제자 노곤이 말했다.

 

"세째 사제. 이놈이 수작을 부리고 있으니 말이 아닌 행동으로 버룻을 고쳐놓게."

 

이 말이 끝나자 만규는 검을 들어 적운의 왼쪽 어깨를 찌르는 시늉을 했다.

적운은 이번 공격이 가짜인줄 알고 몸을 음직여 피하려 하지 않았다.

만규는 검을 거두고 자기의 거짓 공격이 탄로난 것을 알고 화를 내며 말-했다.

 

"좋아, 나는 싸울 가치도 없다 이거지 ?"

 

적운이 말했다.

 

"사부님께서는 절대로 사백님의 제자들과 싸우지 말라고 하셨소."

 

그런데 갑자기 찍 하는 소리와 함께 만규의 검이 적운의 오른쪽 소매자락을 한뼘이나 찢어 버렸다. 적운은 이 새옷을 보물처럼 여기고 있는 지라 아무 이유없이 옷을 찢기우자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내 옷을 찢었으니 배상해라!"

 

만규는 코웃음을 치더니 또다시 그의 왼쪽 소매자락을 찢었다.

그러자 적운은 검을 빼어들고 공격자세를 취했다.

두사람은 같은 검법을 배웠기 때문에 서로 빠른 속도로 공격을 했다.

십여 초 싸운 뒤 적운은 만규의 급소를 찌르려 했다.

이때, 주기가 소리를 질렀다.

 

"저 놈이 진짜로 사람을 죽이려 한다. 세재 사제. 봐주지 마라!"

 

적운은 속으로 생각했다.

(잘못하면 상처를 입히겠군, 안되겠는데.)

 

그러면서 공격을 늦추었다.

그러자 만규는 적운의 검법이 자기 보다 못한 줄 알고 점점더 무섭게 공격했다.

적운은 뒤로 물러 서면서 말했다.

 

"진짜로 싸우는 것도 아닌데 뭐 하는 거야 ?"

 

만규가 말했다.

 

"뭐하는거냐고 ? 네 몸에 구멍을 내려 하는 것이다."

 

그리고 적운의 급소를 가해왔다.

적운은 몸을 왼쪽으로 비틀고 그의 오른쪽 어깨에 헛점이 보이자 공격을 하려 했다.

이번에는 똑바로 찔렀으면 만규는 어깨에 큰 부상을 입었을 것이다.

적운은 약간 팔을 틀어 만규의 어깨를 쳤다.

그는 이제 싸움이 끝난줄 알고 만규가 물러서리라 생각했다.

평소 사매와 연습할때도 이쯤에서 끝냈다.

그런데 만규는 얼굴을 붉히면서 다시 적운을 공격해 왔다.

적운은 방어할 틈도 없이 왼쪽 다리를 찔렸다.

노곤, 주기등은 박수를 치면서 환호성을 질렀다.

 

"녀석! 무릎 끓어!"

 

"항복하면 살려 주겠다!"

 

"척사숙께서 키운 제자가 알고보니 고양이만도 못한 놈이었구나!"

 

적운은 다리에 칼을 맞고 화가 나 있었는데,

이들이 사부를 욕하자 더욱 화가 치밀었다.

적운은 이를 악물고 마치 태풍이 몰아치듯이 그 들을 향해 공격해 갔다.

만규는 상대방이 미친 호랑이처럼 변하자 무서워 졌다.

그는 어려서부터 귀엽게 자랐다.

그의 검법이 괜찮기는 하였으나 적운이 목숨을 걸고 공격해 오자

겁이 나서 칼을 잡은 손이 떨리었다.

복원은 세째 사형이 위험하게 되자 돌을 하나 집어들어 적운을 향해서 힘껏 던졌다.

적운은 온통 정신을 집중해서 만규를 공격하려 하는데 갑자기 등이 아파서

공격을 할 수가 없었다.

적운이 큰소리로 말했다.

 

"비겁하게 둘이 하나를 공격해 ?"

 

복원이 외쳤다.

 

"뭐라고 ?"

 

적운은 속으로 생각했다.

(오늘 너희들이 한꺼번에 공격해 온다해도 사부님을 욕하는 것을 내버려 둘수 없다.)

 

그는 다리와 등의 아픔을 참으면서 만규를 공격했다.

보고있단 복원이 여섯쩨 사제에게 말했다.

 

"세째 사형의 검법이 높아 저 녀석이 당하지 못할 것 같은데

만일 저녀석이 다치기라도 한다면 척사숙께서 화를 내실테니 가서 말리는 것이 좋겠다."

 

오감은 동의 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맞아요! 세째 사형이 실수하지 않도록 봐 줘야 겠어요."

 

두사람은 오른쪽과 왼쪽에서 함께 적운을 공격했다.

만규가 득의양양 해서 말했다.

 

"촌놈아. 이제 항복하지 그래 ?"

 

적운이 말했다.

 

"멍청이 같은 소리 말아라.

네 명이 나 한사람을 공격하는 것들이 무슨 대장부라고 큰 소리를 치지 ?"

 

만규는 검을 내밀어 적운의 목을 겨누면서 말했다.

 

"말이 많다. 내가 힘을 더 주면 너의 목이 잘리게 된다."

 

적운이 대꾸했다.

 

"어디 힘줘 보아라. 자신있으면 내 목을 쳐보아라. 이 비겁한 녀석아!"

 

만규는 눈을 크게 뜨고 왼쪽발로 적운의 가슴을 세게 차면서 말했다.

 

"이 녀석! 말을 못하게 만들어 놓겠다."

 

적운은 가슴을 맞아 오장육부가 뒤집히는것 같았다.

그는 만규에게욕을 했다.

 

"후레자식! 개잡종!"

 

만규가 웃으면서 말했다.

 

"오늘은 봐주겠다. 빨리 가서 네 사부와 사매에게 우리들이 너를 때렸다고 울면서 말하렴.

바보같이 울면서 말이야."

 

적운은 화를 내며 말했다.

 

"말하지 않겠다. 대장부는 혼자 복수하는 것이다."

 

만규가 말했다.

 

"너의 사부가 알아 볼수 있도록 너의 얼굴에 증거를 만들어 주겟다."

 

그러면서 동시에 왼쪽 눈아래를 발로 힘껏 찼다.

적운은 얼굴이 부어 올랐고, 왼쪽 눈에서 눈물이 흘러 나왔다.

복원이 손뼉을 치면서 웃었다.

 

"하하하! 사내 대장부가 운다! 영웅이 졸지에 개가 됐군. "

 

적운은 화가 났다.

복원이 사부님 집에 왔을때 술을 사고 닭을 잡아 잘 대접했는데

고맙다는 인사는 안하고 오히려 자기를 괴롭히다니,

너무너무 화가 났다. 만규가 말했다.

 

"나에게 이기지 못했으니 우리 아버님께 가서 고자질 하면

우리 아버님께서 너 대신 나를 혼내 주실것이다.

'아이고! 만사백님. 당-탔 여덟제자들이 저를 땅에 엎어 놓고 때렸어요.

만사백님, 그들을 혼내 주세요' 하고 말이다."

 

적운이 말했다.

 

"너같이 뼉다귀 없는 놈이나 그런짓을 할 것이다."

 

만규와 복원, 노곤은 미소를 지었다.

 

"자식 ! 네가 자신 있다면 내일 또 상대해 주겠다. 그럼 잘 있어라."

 

그렇게 말하면서 여덟명은 웃으며 떠나갔다.

적운은 걸어가는 여덟명의 뒷모습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화가 나기도 했고,

또 한편으로는 이상한 생각이 들어 혼자 중얼 거렸다.

 

"나는 그들에게 죄진 일도 없고, 더우기 그들의 사부에게 잘못한 것도 없는데

왜 아무 이유도 없이 나를 때라는 것이지 ?

도시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저렇게 야만스러운가 ?"

 

적운은 땅을 짚고 겨우 일어 났지만, 머리가 어지러워 다시 바닥에 주저 앉고 말았다.

그런데 갑자기 뒤에서 한숨을 내쉬며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싸워서 이기지 못하면 머리를 숙이고 살려달라고 빌어야지,

쓸데없이 한방 맞았으니 얼마나 억울해 ?"

 

적운은 화를 내며 말했다.

 

"나는 맞아 죽는 한이 있더라도 남에게 빌지는 않아!"

 

적운이 뒤를 돌아다보니 한사람이 허리를 구부리고 신발을 질질 끌면

이족으로 천천히 걸어 나오고 있었다.

그의 머리는 헝클어져 있고 얼굴을 더러웠다.

바로 낯에 본 늙은 거지였다.

늙은 거지가 말했다.

 

"아! 사람이 늙으니까 등이 더 아파지는 것 같군. 이봐, 젊은이! 내등 두드려 주게."

 

적운은 화가나서 '흥'하고 코웃음으로 치고는 아는 척도 안했다.

은 거지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내게 자손이 없는 것이 죄지. 나이가 들어도 돌봐줄 사람이 없으니....., 아이고! 아이고!"

 

그러면서 대나무지팡이를 의지하여 한 발씩 떨어져 갔다.

적운은 노인이 덜덜 떨면서 가자, 자기가 아까 사람들에게 맞던 생각이 나서

자기도 모르게 불쌍한 생각이 들어 노인에게 소리쳤다.

 

"이봐요! 여기 잔돈이 있으니 어디가서 요기라도 하세요!"

 

늙은 거지는 다시 돌아와 적운이 내민 동전을 받아들고는 말했다.

 

"등이 몹시 아프니, 좀 두드려 주게나."

 

적운이 말했다.

 

"좋아요, 먼저 제 다리의 상처를 붕대로 감고 나서 등을 두드려 두리겠어요."

 

늙은 거지가 말했다.

 

"자기 자신만 생각하고 남에게는 신경도 쓰지 않는 사람이 무슨 영웅이란 말이야 ?"

 

적운이 노인의 말에 수긍했다.

 

"알았어요. 두드려 드릴께요."

 

적운이 노인의 들을 두드리자 노인이 말했다.

 

"시원하다 시원해! 좀더 힘껏 두드려라!"

 

적운은 더욱 힘껏 노인의 등을 두드렸다. 그러자 늙은 거지가 말했다.

 

"힘이 너무 약해."

 

적운은 더욱 더 힘을 주었다.

 

"쓸모없는 녀석 같으니라고, 겨우 몇대 맞고 늙은이 등을 두드리는데 힘이 그렇게도 없어 ?

자네같은 사람은 세상에 살아 있을 필요가 없어!"

 

적운이 화를 내며 말했다.

 

"힘껏 두드리면 당신의 등뼈가 부러질까봐 그래요."

 

늙은 거지가 웃으면서 말했다.

 

"자네가 이 늙은 뼈를 부러뜨릴 수 있다면 아까처럼 땅에 엎어져서

들에게 개같이 맞지는 않았을 거야."

 

적운은 화가 나서 손에 힘을 더 주었다.

그러자 늙은 거지가 말했다.

 

"음! 이 정도는 되야지. 하지만 아직도 너무 약해."

 

이 말을 듣고 적운은 노인에게 일격을 가했다.

늙은 거지가 웃으며 말했다.

 

"너무 약해, 너무 약해! 그래서는 쓸모가 없어."

 

적운이 말했다.

 

"이제 농담은 그만 하세요. 그러다가 다치면 어떻게 하려고 그래요?"

 

늙은 거지는 비웃으면서 말했다.

 

"네가 나를 다치게 할 수 있다고? 그러면 힘을 모아 나를 한번 쳐봐."

적운에 오른손에 힘을 주어 등에 일격을 가하려고 손을 번쩍 들었다.

하지만 달빛 아래로 보이는 노인의 몸은 너무나 허약해서 가엾은 생각이 들어

손을 내려놓고 말았다.

 

"할아버진 늙으셨어요."

 

적운은 천천히 노인의 등을 두드렸다.

 

이때, 갑자기 적운은 누군가 자기의 허리를 치는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몸이 허공으로 날아 가는 것이었다.

적운은 '퍽!'하는 소리와 함께 잡초가 무성한 숲에 떨어졌다.

머리가 깨질듯이 아파왔다.

적운은 겨우 일어났으나 화를 내지는 않았다.

너무 놀란 나머지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적운은 늙은 거지를 쳐다 보면서 말했다.

 

"당신이...... 당신이 나를 내던졌나요 ?"

 

그 늙은 거지가 말했다.

 

"여기 나말고 다른 사람이 있느냐 ? 내가 아니면 누가 그랬겠느냐 ?"

 

적운이 말했다.

 

"어떻게 나를 내던질수 있나요 ?"

 

"거두망명월(擧頭望明月), 저두사고향(低頭思故鄕) "

 

적운은 이상한 생각이 들어 늙은 거지에 물었다.

 

"그것은 사부님이 나에게 가르쳐 주신 검법인데 당신이 그것을 어떻게 알지요 ?"

 

늙은 거지가 말했다.

 

"권법이나 검법은 다 똑같아. 더우기 너의 사부는 잘못 가르쳤다고."

 

적운이 화를 내며 말했다.

 

"사부님이 어째서 잘못 가르쳤다는 건가요 ?

당신같은 늙은이가 무엇을 안다고 그런 소리를 하지요 ?"

 

"자네 사부가 바르게 가르쳤다면 어째서 자네가 다른 사람에게 매를 맞았지 "

 

적운이 말했다.

 

"그들이 한꺼번에 서너명씩 덤비니까 질 수밖에 없었어요.

일대일로 싸우면 절대 패하지 않아요."

 

늙은 거지가 웃으면서 말했다.

 

"하하하! 싸움에서 일대일이 어디 있지 ?

만약 상대편에서 일대일 싸움이 싫다고 한다면 어떻게 할꺼야 ?

무릎을 끓고 빌기 싫으면 죽을 때까지 싸워야지.

한사람이 열댓명은 상대로 해서 싸워 이겨야 진짜 영웅이란 말이다."

 

적운은 노인의 말이 맞는 것 같기도 해서 그에게 물었다.

 

"그들은 내 사백의 제자이고 검법실력이 저와 엇 비슷한데

어떻게 나 혼자서 그들을 물리칠 수 있겠어요 ?"

 

늙은 거지가 말했다.

 

"내가 너에게 몇가지 무공을 알려준다면 너는 혼자서 여덟명과 싸워서 이길수 있다.

어때? 나에게 무공을 배우겠느냐 ?"

 

적운은 크게 기뻐하면서 말했다.

 

"배우겠어요 !"

 

그러나 정말로 이렇게 나이도 많고, 거지같은 노인이 무술을 한다니 믿어지지가 않았다.

적운이 한창 망설이고 있는데 누군가 자신의 어깨를 잡더니 공중으로 날리는 것이었다.

이번에는 몸이 공중에서 연속적으로 두번 돌았다.

몸이 높이 떠 있을 수록 땅에 떨어질때의 아픔은 더했다.

손목을 땅에 짚자 부러지는 것 같았다.

겨우 일어 났으나 너무나 아파서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한없이 기뻐하면서 말했다.

 

"할아버지, 배우겠어요."

 

늙은 거지가 말했다.

 

"오늘 너에게 몇가지 무공을 알려 줄테니 내일 저녘 여기서

다시 그 녀석들과 함께 싸워보지 않겠니 ?"

 

적운이 다시 생각했다.

 

'당신의 무공이 아무리 높다 하더라도, 내가 어떻게 하루 아침에 그 것을 배울수 있을까 ?'

 

그러나, 만규나 노곤등 여덟명과 다시 싸울 생각을 하니 갑자기 피가 꺼꾸로 흐르는 것 같았다.

 

"좋아요, 다시 한번 싸우겠어요. 그래봤자 한대 더 맞는 것 뿐인데."

 

그러자 늙은 거지는 손을 내밀어서 그의 뒷덜미를 잡더니 힘껏 땅으로 누르면서 말했다.

 

"이 녀석아! 내가 너에게 무공을 가르쳐 준다는데 왜 그들에게 맞는냐 ?

아직도 나를 못 믿겠다는 거냐 ?"

 

적운은 속으로 매우 기뻐하면서 말했다.

 

"맞아요. 제가 잘못했어요. 어서 가르쳐 주세요."

 

늙은 거지가 말했다.

 

"네가 배운 검법을 한번 펼쳐 보아라. 동작을 하면서 검법의 이름도 같이 말하거라."

 

적운은 대답했다.

그러고는 다리의 상처에서 피가 흐르는 것을 보고

상처를 치료한뒤에 숲으로 가서 장검을 찾아왔다.

적운은 척사부가 가르쳐 준대로 검법을 하나하나 보여주며 입으로는

그 동작의 이름을 말했다.

검법의 동작이 빨라지자 그 이름도 바르게 입에서 쏟아져 나 왔다.

적운이 한창 열중하여서 검법을 펼치고 있는데 갑자기 노인이 웃는 것이었다.

그는 놀라서 동작을 멈추고 말했다.

 

"검법이 틀렸읍니까 ?"

 

그러나, 늙은 거지는 대답도 하지 않고 두손으로 배를 잡고는 더욱 크게 웃었다.

적운은 화가 나서 말했다.

 

"검법이 틀렸다고 해서 그렇게 웃으면 어떻게 합니까 ?"

 

늙은 거지가 웃음을 멈추고 말했다.

 

"척장발! 이 나쁜놈아! 도대체 어떻게 된거냐 ? 검을 이리 주어라."

 

적운은 검을 노인에게 던져주었다.

늙은 거지는 검을 받아 쥐고는 낮은 소리로 말했다.

 

"고홍해상래(孤鴻海上來), 지황불감고(池潢不敢顧)"

 

그는 장검을 휘두르면서 시범을 보였다.

그가 검을 손에 쥐자, 갑자기 다른 사람이 된것 같았다.

태도가 침작했고, 검법자세는 아주 멋졌다.

아까처럼 쇠약해 보이지도 않았다.

적운은 그의 동작을 바라보다가 생각이 난듯 말했다.

 

"할아버지! 제가 여통과 싸움을 할때 일부러 그릇을 던져 저를 도와 주었지요?"

 

늙은 거지가 말을 내며 말했다.

 

"이 바보야 ! 그것도 몰랐어? 육합수 여통의 무공은 너보다 훨씬 강해.

너의 무공으로는 그를 이길 수 없어!"

그는 말하면서 계속해서 적운에게 검법을 보여주었다.

적운은 그가 말하는 검법과 사부가 가르쳐 준 검법이 비슷하다고 느꼈다.

틀린 것은 음(音)이약간 다를 뿐이었다.

하지만, 검법은 보면 볼수록 점점 이상해 졌다.

늙은 거지는 왼손으로 검집을 잡고 오른손에 있던 검을 검집에 넣은 다음

재빠르게 오른손으로 적운의 뺨을 때렸다.

 

"당신... 왜 나를 때리는 거지요 ?"

 

늙은 거지가 웃으며 말했다.

"내가 너에게 검법을 가르쳐 주고 있는데 너는 쓸데없는 생각만 하나

당연히 맞아야지!"

적운은 자기의 잘못을 깨닫고 조용히 말했다.

"녜! 제가 잘못했어요. 당신의 검법은 우리 사부님의 검법과 비슷하

지만 틀려요. 정말 이상한데요?"

 

늙은 거지가 물었다.

 

"너희 사부가 잘 가르치더냐 ? 아니면 내가 더 한수 위인것 같으냐?"

 

적운은 고개를 가로저으면서 말했다.

 

"잘 모르겠어요."

 

늙은 거지는 검을 그에게 던져 주면서 말했다.

 

"그렇다면 우리 한번 해볼까 ?"

 

적운이 말했다.

 

"저는 당신보다 훨씬 못한데 하나마나 패할거예요."

 

늙은 거지가 말했다.

 

"너는 정말로 바보로구나.

진짜 싸우지 않고 연습만 해보는거야."

 

그리고 손에 쥐고 있던 대나무 지팡이로 적운을 공격했다.

적운은 검으로 지팡이를 막았으나 지팡이는 끄덕도 하지 않고,

다시 반격해 왔다.

그의 칼끝이 잠시 떨리는 틈을 이용해서 늙은 거지의 지팡이는

독사처럼 앞으로 쑥 나오더니 그의 어깨를 찔렀다.

적운은 감탄해서 소리쳤다.

 

"정말 멋져요!"

 

늙은 거지의 대나무 지팡이가 적운의 검과 부ㄷ히자 늙은 거지는 힘껏 지팡이를 돌렸다.

그러자 적운의 힘은 모두 반대 방향으로 흩어지고 그의 검은 높이 날아 올랐다.

적운은 잠시 멍하니 서있더니 그에게 말했다.

 

"할아버지의 검술은 정말 대단해요!"

 

늙은 거지는 대나무 지팡이를 앞으로 내밀더니 공중에서 떨어지는 검을 마치 쇳덩이가

자석에 달라붙듯 받으면서 말했다.

 

"네 사부님의 무공은 대단할텐데, 너에게 그것밖에 안 가르쳤느냐 ?

정말 이상한 일이군, 너희 파의 당시검법(唐詩劍法)은 모두 당시(唐詩)에서 만들어 낸것이다."

 

"당시검법이라니요 ? 사부님의 말씀하신것은 당시검법(당屍劍法)이예요.

검을 몇번만 휘둘러도 적은 곧 시체가 되어 버리죠."

 

늙은 거지는 '하하!' 몇번 웃고 나더니 말해다.

 

"당시가 아니고 당시(唐詩)야! 네 사부가 너에게 당시라고 가르쳤느냐 ?

정말 웃기는군! '고홍해상래, 지황불감고'의 뜻은 바다에서 날아온 갈매기는

육지의 작은 연못을 발견해도 쉬지 않는다는 뜻이야.

이 두싯귀는 당나라의 재상 장구영이 지은 거란다.

자기가 청렴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과 권력다툼을 싫어 한다는 뜻이지.

이 검법을 배우려면 아주 호탕한 기개가 있어야 한다.

 '불감고'는 어디에 집착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네 사부가 너에게 가르쳐 준 '가옹함상래(哥翁喊上來), 시횡불감과(是橫不敢過)'는

결국 앞구절을 크게 읽고, 뒤의 구적은 음을 낮춘것이다.

검법의 원래 뜻은 담겨 있지 않다.

 너의 사부는 정말 놀랍다! 철소횡강(鐵소橫江), 제자에게 그렇게 가르치다니... 하하하! 놀랬어!"

 

그러면서 계속 말했다.

적운은 노인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어다.

려윤 말을 써서 무슨말인지 잘 알지는 못했지만,

어쨋든 그의 말이 맞는 것 같았다.

적운은 사부를 매우 존경하고 있는데,

계속해서 노인이 사부를 나쁘게 말하자 시무룩해지고 말았다.

그는 노인에게 말했다.

 

"가서 잠을 자야겠어요. 그만 배울레요."

 

늙은 거지가 이상하다는 듯이 말했다.

 

"왜? 내가 말을 잘못했느냐 ?"

 

적운이 말했다.

 

"당신이 하는 말이 옳을지 몰라도, 자꾸만 제 사부님에 대해서 나쁜 말만 하면

나는 배우지 않겠어요.

제 사부님은 시골 사람이라서 어려운 글자는 몰라요.

그리고 저도 당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고요..."

 

늙은 거지가 웃으면서 말했다.

 

"너의 사부가 글을 모른다고? 하하하! 정말 이상하군!"

 

"시골사람이 글을 모르는 것이 뭐가 그렇게 우습나요 ?"

 

늙은 거지는 하하하! 웃으면서 적운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말했다.

 

"좋아! 좋아! 녀석, 정말 의리가 있군! 나는 너같은 사람을 좋아해. 정말 미안하다.

앞으로는 네 사부에 대해서 나쁜 말은 한마디도 하지 않겠다."

 

적운은 기뻐서 웃으며 말했다.

 

"제 사부님을 헐뜯지만 않으면 당신에게 절을 하겠어요."

 

그러더니 땅에 무릎을 끓고 머리가 땅에 닿게 세번을 절을 했다.

은 거지는 웃으면서 절을 받은 뒤 곧바로 검을 해석해 주었다.

그는 척장발에 대한 말을 하지 않고, 적운에게 검법을 가르치고,

틀린곳을 지적해 주었다.

늙은 거지는 말했다.

 

"너의 검법이 이상한 곳이 많아서 하루종일 걸려 말해도 다 못하겠다.

너에게 몇가지 무공을 알려 줄터이니 내일 여덟명과 싸워서 꼭 이겨야 한다.

잘 기억해 두거라."

 

적운은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늙은 거지가 보여주는 동작을 하나 하나 자세히 관찰했다.

제 1초는 자견식(刺肩式), 적극적으로 방어를 하면 적이 영원히 그를 찌르지 못하지만,

 빨리 검을 꺼내 공격하면 어느 누구보다도 더 빠르게 어깨를 찌르게 된다.

 제 2초는 이광식(耳光式), 늙은 거지가 왼손으로 검을 잡고, 오른 손으로 적운의 따귀를 때렸다.

이 초식은 정말 이상했다.

적은 검을 왼손으로 쥐는 줄만 알고 정신을 거기에 쏟을때 따귀를 때리는 수법이었다.

왼쪽으로 피하면 왼쪽을 때리고 오른쪽으로 피하면 오른쪽을 때려서 피하면 피 할수록 더 맞는다. 제 3초는 거검식(去劍式), 늙은 거지가 대나무 지팡이로 적운의 검을 날려보낸 수법이었다.

이 세가지 초식은 늙은 거지가 적운에게 사용한 적이 있으며, 각각 우아한 당시(唐詩) 명칭이있었다.

적운은 총명하지 못했으나, 성격이 매우 억척스러웠다.

늙은 거지가 그에게 보여준 세 가지 초식을 한 시간 동안 배워서 겨우 기억할 수 있었다.

늙은 거지는 웃으면서 말했다.

 

"좋아! 나와 약속할게 있다.

오늘 밤 내가 너에게 가르쳐 준 검법을 어누 누구에게도 말하면 안된다.

너의 사부나 사매에게도 말하면 안된다. 만일 그렇지 않으면..."

 

적운은 사부를 마치 아버지처럼 존경하고 있었고,

예쁘고 착한 사매는 오래전부터 좋아하고 있었다.

그런데 사부와 사매에게까지 이러한 사실을 말하지 말라고 하니

무엇보다도 몸에 힘이 빠져서 잠시 할 말을 잊고 말았다.

늙은 거지가 말했다.

"그 이유는 지금으로써는 자세히 말할수 없다.

네가 만약 오늘 밤의 일을 누구에게 말한다면 나의 생명은 위험하게 되고

오운수 만진산의 검에 나는 죽고 말것이다."

 

적운이 놀라 이상하다는 듯이 말했다.

 

"할아버지의 무공은 굉장히 높은데 왜 우리 만사백을 두려워 하시는 지요 ?"

늙은 거지는 대답하지 않고 몇 걸음을 걷다가 멈추고서 적운에게 말했다.

"내가 잘 되느냐 그렇지 않는냐는 너에게 달려있다."

 

적운은 급히 ㅉ아가서 말했다.

 

"할아버지에게 감사해도 못할텐데 어떻게 할아버지에게 누를 끼칠 수 있나요 ?

비밀을 조금이라도 누설한다면 천벌을 받을거예요."

 

늙은 거지는 기침을 크게 한번 하고는 계속 걸아갔다.

적운은 멍청하게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서 있다가 갑자기 노인의 이름을

물어보지 않은 것이 생각나 그를 향해 소리쳤다.

 

"할아버지, 할아버지!"

 

그러나 늙은 거지는 나무숲으로 들어가더니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머리를 들어 밝은 달을 바라보고, 고개를 숙여 고향을 생각한다.

해석은 됐는데 무슨 뜻인지는...

 

중국어가 사성법에 의해서 같은 발음이라도 읽는 법에 따라서 그에 상응하는 뜻이 달라집니다.

위에 나온 고홍해상래 지황불감고 와 가옹함상래 시횡불감과는 결국 읽는 음은 같은나

음의 높낮이만이 다른 것 입니다. (뻬긴이 추측.) 마찬가지로 당나라의 시라는

당시와 시체가 된다는 당시는 음은 같고 읽는 법만 틀린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다음날 아침, 척장발은 적운의 얼굴이 퍼렇게 멍이 들고 코가 부어 오른것을 보고

이상하게 생각되어 물어보았다.

 

"누구하고 싸웠길레 상처가 그 모양이냐 ?"

 

적운은 거짓말도 하지 못하고 그렇다고 사실대로 대답도

할수 없어서 머뭇거리고 있었다.

그러자 척방이 웃으면서 말했다.

 

"보나마나 여통이라는 자에게 마았기 때문일 거예요."

 

척장발은 어제의 일을 잊어 먹었는지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척방은 적운의 소매를 끌고 옆문으로 나와 조그만 연못 앞으로 갔다.

근처에 사람들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잔디밭에 앉았다.

척방이물었다.

 

"사형! 어제 저녁에 누구하고 싸웠어요 ?"

 

적운이 머뭇거리고 대답을 하지 않자 척방이 말했다.

"나를 속이려고 하지 말아요. 어제 오빠가 여통하고 싸울때

오빠의 어느부분을 때렸는지 자세히 알고 있어요.

그는 오빠의 눈은 때리지 않았어요."

 

적운은 그녀를 속일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생각에 잠겼다.

 

'할아버지와 있었던 일만 이야기 하지 않는다면 괜찮아.'

 

적운은 만문의 여덟제자가 자기를 찾아와서 싸운것과 어떻게 맞았는가를 자세히 이야기 했다.

척방은 적운의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 수록 화가 나는지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녀가 화를 내며 말했다.

 

"여덟명이 한사람과 싸우는 것이 무슨 영웅이란 말이예요 ?"

 

적운이 말했다.

 

"여덟명이 한거번에 공격한것은 아니야. 서너명이 때렸어."

 

척방은 화를 내며 말을 했다.

 

"흥! 서너명이 공격해서 이겼으니까 다른 사람이 가만히 있었겠지요.

만일 서너명이 싸움에 졌을때는 대 여섯명이 한꺼번에 공격했을거예요."

 

적운이 머리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그럴지도 모르지."

 

척방은 일어섰다.

 

"아버지께 이 사실을 알려야 해요. 만진산에게도 따져야겠어요."

 

그녀는 단단히 화가 났는지 만사백이라고 부르지 않고 이름을 불렀다.

적운이 그녀를 말렸다.

 

"아니야! 결투에서 졌는데 사부님께 말씀드린다면 내 체면이 어떻게 되겠어."

척방은 적운의 옷이 많이 찢어진 것을 보고 가슴이 아팠다.

그녀는 바늘과 실을 주머니에서 꺼내 찢어진 부분을 꿰매어 주었다.

그녀의 머리카락이 적운의 얼굴을 스치자 간지러운 느낌이 들었으나,

소녀의 야릇한 체취를 맡을수 있었다.

적운은 가슴이 쿵쿵 뛰는 것을 느꼈다.

 

"사매!"

 

그러자 척방이 말했다.

 

"공심채(空心菜), 도둑으로 몰리면 어쩌려고 그래요 ?"

 

강남 삼상지방에는 사람이 옷을 입은 상태에서 다른 사람이 찢어진 옷을

꿰매어 주거나 단추를 달아줄 때 말을 하면 도둑으로 몰린다는 미신이 있었다.

척방이 적운을 '공심채'라고 부른 것은

그가 너무 바보처럼 순진하다고 비웃는 뜻에서 그에게 붙여준 별명이었다.

 

그 날 밤 만진산은 응접실에 음식을 차려놓고 모두를 초대했다.

여덟명의 제자와 척장발, 적운, 척방등 열두 명은 둥근 탁자에 둘러 앉았다.

술잔이 몇번 오고 갔다. 만진산은 적운이 입술이 부어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하는 것을 보고

그에게 말했다.

 

"적운! 어제 수고 많이 했네. 자! 많이 먹게."

 

그러면서 닭다리 한개를 적운의 그릇에 놓아 주었다. 주기가

 

'흥'하고 비웃었다. 척방은 화가 나 있었는데 이것을 보고 더 이상 참지 못하고 큰 소리로 말했다.

 

"만사백! 사형의 상처는 여통에게 맞은 것이 아니고 여덟명의 제자가 함께 공격해서 생긴 거예요."

 

만진산과 척장발이 동시에 놀린다.

 

"뭐 ?"

 

만문의 여덟 번째 제자 침성은 나이는 제일 어렸지만, 매우 영리했다.

그는 척방의 말을 받아 재치있게 넘겼다.

 

"적사형이 여통과의 결투에서 이겼다고,

사부님이 겁장이라서 여통과 싸우지 못했다고 뻐겼어요.

만약 적사형이 나타나 여통을 ㅉ아 버리지 않았다면 사부님의 체면이

말이 아니었을거라고 했어요. 그래서 우리들이 화가 나서 그만..."

 

그말을 들은 만진산의 얼굴빛이 변했지만 금새 웃음을 띠우며 말했다.

 

"맞아! 적운이 아니였다면 우리 체면은 말이 아니었을것이다."

 

침성이 말했다.

 

"만 사형이 그의 말을 듣고 화가 나서 적사형에게 결투를 청했어요.

만 사형이 적사형보다 조금 우세했거든요."

 

적운이 화를 내며 말했다.

 

"너, 미친 소리 말아......, 네가 언제........"

 

적운은 원래 말을 잘 못하는데다가 침성이 터무니 없는 거짓말을 하자

너무가 화가나서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더듬거렸다.

진산이 말했다.

 

"만규가 어떻게 우세했지 ?"

 

"어제 밤, 만 사형과 적 사형의 결투를 저희들은 보지 못했읍니다.

오늘 아침에 만사형이 저희들에게 이야기 해 주었읍니다.

러니까..."

 

침성은 말을 잇지 못하고 고개를 돌려 만규에게 말했다.

 

"만 사형! 어떤 검법으로 적 사형을 물리쳤지요?"

 

만규가 말했다.

 

"장안일편월(長安一片月), 만호도의성(萬戶濤衣聲)."

 

이렇게 두사람이 주고 받고 하면서 여덟 명이 함께 적운을 공격 한것을 얼버무려 버렸다.

 만진산은 만규가 적운을 어떻게 이겼는 지 보지 못했으니

자연히 함께 공격한 것을 알 수가 없었다.

침성은 나이가 겨우 열 대여섯에 불과했고 천진난만 했기 때문에 만진산은

그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만진산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그랬었군!"

 

척장발은 화가 났는지 얼굴이 빨개지더니 탁자를 치며 말했다.

 

"운아! 내가 너에게 절대로 만사백의 사형들과 싸우지 말라고 했는데 왜 싸웠지 ?"

 

적운은 사부님까지도 침성의 말을 믿자 몸을 떨며 말했다.

 

"사부님...... , 저는 싸우려......"

 

척장발은 적운의 뺨을 한 대 때리며 말했다.

 

"잘못을 저지르고 무슨 변명을 하느냐 !"

 

적운은 감히 피하지 못했다. 척장발의 일장은 매우 아팠다. 퉁퉁

부어오른 적운의 얼굴이 척장발에게 한 대 맞자 굉장히 아파왔다.

척방이 말했다.

 

"아버지는, 자세히 알지도 못하시면서..."

 

적운은 화가 나자 누를 길일 없어, 갑자기 벌떡 일어나더니

뒤에 놓였던 검을 잡고 칼집에서 칼을 꺼내들고 응접실 중앙의 빈터로 뛰어가 말했다.

 

"사부님! 만규가 결투에서 승리했다면 한 번 더 해보라고하세요."

 

척장발은 크게 화를 내며 말했다.

 

"어서 이리 돌아오지 못해?"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적운을 때리려고 했다.

이 때 척방이 그를 붙잡았다.

 

"아버지!"

 

적운이 소리쳤다.

 

"여덟 명이 다시 한번 덤벼봐! 자신 있으면 빨리 덤벼! 덤비지

않는 놈은 후레자식이고 개잡종이다!"

 

그는 화가 난 나머지 욕을 했다.

만진산이 눈을 찌푸리면서 말했다.

 

"정 그렇다면 너희들이 한번 적 사형의 가르침 받아 보아라."

 

여덟 명의 만진산 제자들은 사부의 말을 기다렸다는 듯이 모두 검을 들고 적운을 둘러쌌다.

적운이 큰 소리로 말했다.

 

"어제 밤에도 여덟명이 한꺼번에 공격하더니,

오늘 밤도 역시 여덟명이 덤비는구나. 이 개잡종들아!"

 

척장발이 말했다.

 

"운아! 무슨 쓸데없는 소리를 하느냐 !

칼 싸움이나 하지 무슨 말이 그렇게도 많으냐 ?"

 

만진산은 '개잡종'이란 말을 듣자 화가 났다.

여덟명중에 만규는 그의 친자식인데 적운이 욕을 하자,

마치 자기에게 들으라고 하는 것 같았다.

여덟명의 만진산의 제자들은 적운을 둘러싸고 공격자세를 취하자,

그 중 하나가 소리쳤다.

 

"적사형이 여덟명이 한꺼번에 공격한다고 비웃었는데

우리가 스스로를 비웃을수는 없잖아?"

 

그러자 큰 제자 노곤이 말했다.

 

"맞다! 여러 형제들은 비켜나시요.

내가 먼저 적사형의 가르침을 받겠으니."

 

다섯번째 제자 복원은 약삭빠른 자였다.

어제 저녁 적운과 만규의 결투장면을 보았는데 적운의 무공이 결코 약하지 않았다.

번에는 틀림없이 목숨을 다해 싸울 것이니 사형이 이길 것 같지 않았다.

만약 적운이 한판 승리하고 다른 사람이 적운을 물리친다 하더라도 만진산의

명예가 떨어질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동문중에 네째 사형 손균의 검술이 제일 높으니 손균으로 하여금

적운을 물리치게 하여 다시는 적운이 큰 소리를 못치게 만드려고 했다.

복원이 말했다.

 

"대사형은 저희 동문의 대표인데 친히 싸울실수 있읍니까 ?

네째 사형에게 저녀석의 버릇을 고쳐 주도록 합시다."

 

노곤은 그뜻을 알고 웃으며 말했다.

 

"좋아, 네째, 자네에게 부탁하겠네."

 

그러자 손균은 일곱명을 물러서게 하고 적운과 마주보고 섰다.

손균은 성격이 침착하였고, 말이 없기때문에 하루 종일 거의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그래서 더욱 집중할수 있었고, 검법은 여덟 명중에서 제일 나았다.

그는 사제들이 그를 추천하자 검을 세우고 머리를 숙이며 허리를 구부렸다.

이 자세는 '만국앙종주(萬國仰宗周) 의관배면류(衣冠拜冕旒)'라고 하는 검법으로

매우 예의 바른 검법이었다.

옛날 척장발이 적운에게 검법을 가르칠때 이검 법을

'반각양종취(飯角讓綜臭) 일관배마후(一官拜馬후)'라고 가르쳤다.

그 뜻은 나는 쌀밥이고, 너는 냄새나는 개떡,

비록 내가 너에게 예의 바르게 절을 하지만 사실 나는 마음속으로 너를 무시하는 것이다.

나는 관리, 너는 원숭이. 내가 너에게 절을 하는 것은 관리가 짐승에게 절을 하는 것이다.

적운은 그가 이 검법을 쓰자 화가 나서 자기도 검을 세우고 머리를 숙이며 허리를 구부렸다.

그에게 다시 반각양조위 일관배마후를 되돌려 준것이다.

어느 누구도 지려고 하지 않았다. 적운은 허리를 구부려서

몸을 아직 세우지 않았으나 검은 벌써 손균의 배를 노리고 찔러갔다.

만문의 제자들은 모두 놀랐다. 손균이 검으로 막자'쨍!'하는 소리와 함께 두개의 검이 부ㄷ쳤다.

두사람의 손끝이 저려왔다.

노곤이 말했다.

 

"사부님! 저 녀석의 수법이 너무 악독하지 않읍니까?

손 사형의 목숨을 노리고 있잖아요?"

 

만진산은 마음속으로 크게 놀랬다.

 

' 저촌놈이 왜 저리 화를 내지? 죽을 힘을 다해 싸우는군.'

 

쨍! 쨍! 쨍1 금속성을 울리면서 두사람은 대결을 했다.

수십번을 대결 하더니 손균의 검이 기울고 약점이 보였다.

적운은 소리를 지르며 앞을 공격했다.

손균은 적운의 공격해오는 검을 누르고 그의 가슴을 찌르려고 했다.

만문의 일곱 제자들이 모두 감탄을 해서 소리쳤다.

 

"한사람도 이기지 못하면서 어떻게 여덟명과 싸우려고 했지 ?"

 

적운은 몸을 피하고 검을 돌려 마치 비바람이 치듯이 역습을 했다.

적운의 검은 낮은 소리를 내며 손균의 어깨를 찔렀다.

바로 그 늙은 거지가 가르쳐 준 '자견식'이었다.

적운이 자견식을 써서 공격하리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손균의 어깨에서 붉은 피가 흐르고 그가 몸을 비틀거리자

만문의 제자들은 놀라 부르짖었다.

노곤과 주기가 검을 들고 적운을 공격했다.

그러자 적운은 검을 오른쪽, 왼쪽으로 한번씩 휘둘러 푹! 푹!

하는 소리와 함께 노곤과 주기의 오른쪽 어깨를 찔렀다.

노곤과 주기는 손에 들고 있던 검을 떨어뜨리고 말았다.

만진산은 침묵하고 있다가 입을 열었다.

 

"정말 멋있어!"

 

만규는 검을 들고 적운을 노려보더니 갑자기 소리를 지르며 달려들었다.

적운은 만규의 공격을 막고 검을 왼손에서 오른손으로 옮겨 쥐면서 왼손으로 아주 세게 따귀를 때렸다. 너무 갑작스럽게 일어 났기때문에 만규는 제대로 막지 못했다.

다시 적운의 왼쪽 다리가 만규의 가슴을 찼다.

만규는 아픔을 이기지 못하고 땅에 쓰러졌다.

복원이 부축하러 달려갔으나 적운이 접근하지 못하게 막았다.

복원은 하는 수 없이 검을 뽑아 들었다.

오감, 풍탄, 침성 세 사람도 만규가 바닥에 쓰러진 채 일어 나지 못하고,

적운이 무섭게 변한 것을 보고 화가 나서 모두 검을 들고 공격하려 했다.

만가의 하인들은 칼소리가 들리자 하던 일을 멈추고 몰려 나와 구경을 하고 있었다.

척장발은 두 눈을 크게 뜬 채, 어쩔줄을 몰라했다.

척방이 척장발에게 소리쳤다.

 

"아버지! 저 사람들이 함께 사형을 공격하려 해요,

빨리 사형을 구해주세요!"

 

 

 

감옥에 들어가다.

 

 

'무협지 > 연성결(連城訣) ' 카테고리의 다른 글

6. 혈도노조(血刀老祖)  (0) 2014.06.19
5. 늙은 쥐로 국을 끓이다.  (0) 2014.06.19
4. 공심채(空心菜)  (0) 2014.06.19
3. 인정은 국화처럼.  (0) 2014.06.19
2. 감옥에 들어가다.  (0) 2014.06.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