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지/백마소서풍

6. 밝혀지는 진상들 (종결)

오늘의 쉼터 2014. 6. 19. 13:04

<밝혀지는 진상들>

 

 

그들은 구불구불한 길을 한참 걸어갔다.

소보가 소리소리 지르며 아만을 불렀다.

 

"아만, 아만, 어디 있니?"

 

그러나 아무리 불러봐도 대답은 없었다.

이문수는 생각했다.

 

(아무래도 그가 놀라 도망가게 하는 게 제일 낫겠군.)

 

"우리 다 같이 크게 외칩시다.

대부대가 온다고. 어쩌면 저 악인이 놀라 도망 칠지 모릅니다."

 

소로극, 차이고, 소보는 이문수의 계략에 따라 크게 고함을 지르기 시작했다.

 

"아만, 아만, 무서워 떨것 없다. 우리 대부대가 너를 구하러 갈테니."

 

그 고함소리는 미궁 내부 사방에 부딪치며 울려퍼졌다.

한참을 더 가는데 문득 날카로운 여자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아만의 목소리 같았다.

소보가 소리나는 쪽으로 급히 달려가 부채꼴 형의 문을 미니,

바로 그곳에 아만이 구석에 몸을 도사리고 있었다.

두 손은 뒤로 묶여 있었다.

두 사람은 놀라움과 기쁨에 약속이나 한것처럼 동시에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소보는 얼른 그녀의 묶인 손을 풀어 주며 물었다.

 

"귀신이었니?"

"귀신이 아니야. 사람이었어.

방금까지도 이 자리에 있었는데 밖에서 고함 소리가 들리자 나를 안고 도망치려고 했어.

그런데 내가 죽을 힘을 다해 버틴 데다가 그는 대부대가 오는 줄 알고 얼른 도망쳐 버리고 말았어."

 

소보는 가볍게 숨을 돌리며 물었다.

 

"도데......도데체 어떤 사람이었니? 왜 너를 잡아간 거지?"

"오는 내내 내 눈을 가리고 왔어. 미궁에 도착 했을 땐 사방이 캄캄해 그의 얼굴을 볼 수가 없었어."

 

소보가 고개를 돌려 감사의 눈빛으로 이문수를 바라봤다.

아만이 차이고를 보며 말했다.

 

"아버지, 그 사람이 자기가 와이랍제(瓦耳拉齊)라고 했어요. 아세......"

 

채 말이 끝나기도 전에 차이고와 소로극은 합창이나 하듯이 소리를 질렀다.

 

"와이랍제!"

 

두 사람의 외치는 소리만으로도 뭘 말하고 있는지 충분히 미뤄 짐작할 수 있었다.

두 사람은 그냥 와이랍제를 아는 정도가 아니라

그에 대해서 무척 자세히 알고 있는 눈치였다.

차이고가 말했다.

 

"와이랍제라구? 그럴 리가 없어.

정말 자기 입으로 와이랍제 라고 했단 말이냐? 잘못 들은게 아니냐?"

 

아만이 말했다.

 

"그 사람이 말하기를 우리 엄마를 잘안다고 했어요."

 

소로극이 말했다.

 

"그렇다면 두말 맣것 없군. 틀립없는 와이랍제야."

 

차이고는 혼자 중멀 거렸다.

 

"네 엄마를 안다고 그랬다구? 와이랍제란 말인가?

어...... 어쩌다 미궁의 귀신이 되었단 말인가?"

 

아만이 말했다.

 

"그는 귀신이 아니라니 까요. 사람이었어요.

그는 어려서부터 엄마를 좋아했었데요.

그런데 엄마가 눈이 삐었는지 아버지처럼 멍청이에게 시집갔......

아이 이런, 아버지 죄송해요. 그 나쁜 사람이 말한거예요."

 

소로극이 하하! 크게 웃으며 말했다.

 

"와이랍제는 나쁜놈이긴 하나 그 말은 틀린데가 없는데. 네 아버지는 정말 멍청이......"

 

차이고가 주먹을 한방 먹이려 하자 소로극은 웃으며 살짝 피하고 말했다.

 

"와이랍제는 옛날에 네 아버지와 서로 네 어머니를 놓고 경쟁을 벌였단다.

와이랍제가 졌지. 그 자는 결코 좋은 사람이 아니란다.

한밤중에 칼을 들고와서 네 아버지를 죽이려 했단다.

봐라, 네 아버지의 귀에 칼자국이 나 있는걸. 바오 와이랍제에게 당한 흔적이란다."

 

사람들은 동시에 차이고를 쳐다봤다.

과연 그의 왼쪽 귀에는 긴 칼자국이 있었다.

그 상처는 이미 이전에도 봤었지만 그 내력에 대해 알지는 못했던 것이다.

아만이 아버지의 손을 잡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아버지, 얼마나 아프셨어요?"

"이 아비가 비록 그의 암계에 말려들긴 했지만 내가 그를 쓰러뜨렸지.

그를 바닥에 꼼짝 못하게 해 놓곤 묶어 버렸지."

 

이렇게 말하는 목소리에는 으시대고 싶은 기색이 역력했다.

차이고는 계속 말을 이었다.

 

"다음날 부족장께서 부족인을 소집해 회의를 열었지.

그리고는 이렇게 몹쓸 놈은 부족에서 추방한다고 선포하셨지.

영원토록 다시는 돌아올 수 없으며 만일 몰래 돌아오다 발각되는 날엔

처형시키 겠다고 했단다.

그 후 지금껏 그를 보지 못했지.

그 놈이 이 미궁에서 도데체 뭘하고 있던 게지?

참, 아만. 넌 어쩌다 그놈에게 붙잡히게 됐지?"

"오늘 아침 막 날이 밝을 무렵 나는 일어나자마자 소변을 보러 나무 뒤로 갔어요.

어찌 알았겠어요.

그악인이 뒤에 숨어 있다가 갑자기 나를 덮쳤어요.

소리를 못 지르게 내 입을 틀어막고 여기까지 왔어요.

그는 엄마를 얻지 못했으니 엄마 대신 나라도 얻어야겠다고 했어요.

나는 놔 달라고 애원했어요.

엄마가 당신을 좋아하지 않은것처럼 나 또한 결코 당신을 좋아하지 않을 거라고.

내 애원이나 협박에도 그는 끄떡도 하지 않았어요.

그는 말했어요.

'네가 날 좋아하건 말건 넌 내거야.

그 카자흐 겁장이 놈들은 감히 이 미궁으로 널 찾으러 오진 못할거야.'

그의 말은 확실히 틀렸어요.

아버지, 소로극 아저씨, 두분은 다 영웅이세요.

리고 이영웅, 소보, 계노인까지 와 주시다니. 날 구해 주러 와 주셔서 정말 고마워요."

 

차이고가 성난 음성으로 말했다.

 

"그는 낙타와 상사아를 죽인 놈이니 빨리 뒤를 쫓도록 하자.

그를 잡아서 사형에 처해야지."

 

이문수는 본래 자기가 예상하고 있던 요괴의 정체와 실제가 완전히 빗나간 걸 보고는

창피하기 그지 없었다.

공연히 애매한 사람에게 죄를 덮어씌울 뻔한 것이었다.

다행히도 아직 입밖에 내어 말하지 않았기에 망정이지 정말 일이 우습게 될 뻔했다고 생각했다.

녀는 다시 생각했다.

 

(그렇다면 이 카자흐인도 독침을 쏠 줄안단말인가? 어찌 이리 수법이 똑같을수 있단 말인가?

그도 대사부님꼐 배웠단 말인가?)

 

요괴가 바로 와이랍제가 분장한 거라는 사실을 안 소로극 등은 더 이상 주저할 이유가 없었다.

게다가 와이랍제의 무예는 평범하기 이를데 없었으니 부딪치기만 하면 붙잡는 것은

그야말로 식은죽 먹기였다.

차이고는 제자의 원한을 갚겠다는 일념으로 횟불을 높이 들고는 앞장서서 갔다.

계노인은 이문수의 소매를 잡아당기며 낮은 음성으로 말했다.

 

"이건 카자흐인들의 문제일 뿐이야.

우리는 참견할 계제가 아니니 밖에 나가서 그들을 기다리자."

 

이문수는 노인의 목소리가 떨리는 것이 몹시 두려워하는 것 같아 부드러운 음성으로 말했다.

 

"할아버지, 할아버지는 저기 안뜰에서 저를 기다리도록 하세요.

그 카자흐인의 무공이 강해서 소......소로극이 당해 내지 못한다며 제가 그들을 도와야만 돼요."

 

계노인은 탄식하며 말했다.

 

"정 그렇다면 나도 함께 가겠다."

 

이문수는 계노인을 향해 따뜻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이 일은 곧 매듭을 지게 될 터이니 걱정할 필요 없어요."

 

계노인은 그녀와 어께를 나란히 하며 걸어갔다.

 

"이 일이 잘 매듭지어지면 나는 중원으로 돌아가려한다. 수아야, 너도 함께 가자."

 

이문수는 난처했다.

중원은 그녀의 고향이지만 그녀 마음속엔 어렴풋한 한편의 그림자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그녀는 이 대초원에서 십여 년을 살아왔다.

이곳의 열풍과 대설, 황사, 그 끝을 알 수 없는 평야,

소와 양, 한밤중의 천영조의 노래소리...... 아 모든걸 사랑하고 있었다.

계노인은 그녀가 대답하지 않은걸 보고는 또 말을 이었다.

 

"우리 한인은 중원에서 사는게 여기서 사는 것보다 훨씬 좋단다.

더 좋은 옷을 입고, 더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지. 이 할애비가

이지 적지 않은 돈을 모아 놨으니 중원으로 돌아가기만 하면 아주 편안히 살 수 있을게야.

중원은 정말 아름답고 번화한 곳이란다.

그곳이야말로 사람이 살만한 곳이지."

"중원이 그토록 좋다면 왜 여지껏 돌아가지 않으셨죠?"

 

계노인은 이문수의 물음에 놀란듯 잠시 그대로 몇걸음 옮기더니 천천히 말을 꺼냈다.

 

"중원에는 내 원수가 살고 있단다.

내가 회강으로 온것도 다 화를 피하기 위한거였지.

이처럼 오랜 세월이 흘렀으니 그 원수도 틀림없이 죽었을 게야.

수아야, 우린 밖에서 그들을 기다리도록 하자꾸나."

"안돼요. 할아버지 좀더 빨리 걸어야 겠어요.

지금도 저들과 너무 멀리 떨어졌어요."

 

계노인은 음, 음, 하며 조금도 속력을 내지 않았다.

이문수는 그의 나이를 생각하고는 더 이상 재촉하지 않았다.

계노인이 말했다.

 

"중원으로 돌아가면 강남에서 살도록 하자꾸나.

우리는 큼직한 집 한채를 사는 거야.

사방에 온갖 나무와 꽃을 심는거야.

봄이 되면 붉은건 복숭화꽃, 푸른건 버드나무, 검은건 버드나무 가지 아래

오락 가락하는 제비로 온 정원이 가득차지. 수아야,

우린 커다란 연못을 만들어 잉어를 잔뜩 풀어놓자.

금색, 홍색, 백색,황색의 물고기들. 너는 틀림없이 좋아하게 될거야.

분명히 여기보다 맘에 들거야......"

 

이문수는 고개를 설래설래 흔들었다.

그녀는 생각했다.

 

(아무리 강남이 좋은 곳이라 해도 난 여기가 더 좋은걸. 그렇지만......

이 일이 다 매듭을 짓게 되면 소보와 아만은 결혼하겠지.

그렇게 되면 성대한 잔치가 배풀어지겠지.

시름대회가 있을 테고 모닥불가에서 노래하고 춤추며......)

 

그녀는 고개를 들어 말했다.

 

"그래요, 할아버지. 우리가 집으로 돌아가거든 다음날 바로 중원으로 돌아가도록 해요."

 

계노인은 눈을 반짝이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흥분하여 목소리가 커졌다.

 

"그래 그러자구! 집으로 돌아가거든 다음날로 바로 중원으로 가자."

 

갑자기 이문수는 와이랍제가 가엾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자기가 그토록 사람하는 사람을 얻지도 못한데다 부족에게서 추방까지 당하다니,

지금껏 이 미궁안에서 외롭게 살아 왔다니.

아만이 지금 열 여덟 살이니 이 미궁에서 그는 얼마나 오래 살았을까?

이십년이 넘었을까? 어쩌면 그보다 훨씬 오래 됐는지도 몰랐다.

 

 

"와이랍제, 그 자리에 서!"

 

돌연 앞서 가던 차이고의 노기 띤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문수는 더 이상 계노인을 돌볼 겨를이 없었다.

급히 소리나는 쪽으로 달려갔다.

대전 입구에 이르러 보니 전당 한가운데에서 한 사람이 몸을 낮추었다 붕 떠올랐다 하며

미친듯이 장도를 휘둘러대고 있는 차이고와 싸우고 있었다.

그 자는 손에 아무것도 든게 없었다.

몸에는 백색의 장포를 입고 머리에는 백색의 복면을 쓰고 있었다.

두 눈만이 보일 따름 이었다.

복면 장포는 다 피로 얼룩져 있는게 틀림없이 어제와 그젯밤에 출몰했던 그 요괴의 복장이었다.

바로 아만을 납치해 갔던 와이랍제였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긴 나무막대기를 밟고 서 있지 않아서 장포가 걸려 제대로 몸이 움직이지 못하고

어지곤 했다.

소로극과 소보 부자는 차이고가 칼을 갖고 있는데 반해 상대방은

빈손인걸 보고는 차이고가 틀림없이 이기리라 생각하고 있었다.

들은 나서서 그를 도와줄 생각도 하지 않고 횃불을 높이 지켜든채

잘 싸우라고 고래고래 성원만 보내고 있었다.

이문수는 그들이 싸우고 있는 수초를 보고 곧 알아 차릴 수 있었다.

 

"조심해요!"

 

하며 막 출수하려 하는데 펑! 하며 차이고는 가슴에 일장을 맞았다.

그는 선혈을 분수처럼 뿜어내며 고꾸라지고 말았다. 소로극부자는 몹시 놀라 들고 있던 횃불을

동시에 내팽개지고는 칼을 빼며 앞으로 다가섰다.

협공으로 적을 공격할 셈이었다.

두개의 횃불은 땅에 던져져도 여전히 타고 있었으나 전당은 어두워져

겨우 물체를 식별해 낼 수 있을 정도 였다.

이문수는 유성추를 들고 소리쳤다.

 

"소보, 뒤로 물러서! 소로극 아저씨 뒤로 물러서세요. 제가 그와 싸워야해요."

 

소로극은 노하여 말했다.

 

"물러서라."

 

하며 장도를 빼 획 바람을 일으키며 앞으로 나아갔다.

그는 카자흐의 도법을 새로이 만들었던 자이니만큼 만만치가 않았다.

그의 공격은 매우 무서웠다.

그러나 지금 그의 적수인 와이랍제 또한 민첩하기 그지없었다.

갑자기 한다리를 날리더니 소보가 들고 있던 장도를 걷어차고 말았다.

이문수는 다급한 나머지 유성추를 바닥에 내려놓고 앞으로 몸을 날렸다.

와이랍제가 걷어찬 소보의 장도를 공중에서 떨어지기 전에 잡아첸다.

쉭! 쉭! 휘두르며 와이랍제를 공격해 들어갔다.

그녀가 사부에게 배운것은 권각(拳脚)과 유성추로 도법은 아직 배우지 못했었다.

허나 지금 이렇게 네사람이 엉겨붙어 싸우고 있는데 그녀가 유성추를 쓴다면

아직 일류의 경지에 이르지 못한 그녀의 실력으로는

자칫 소로극 부자를 상하게 할 우려가 있었다.

그녀는 자신있는 유성추를 버리고 정신을 집중해 대결했다.

소로극 부자는 무기를 놓쳤으니 주먹으로 상대할수밖에 없었다.

상황이 이러하니 와이랍제는 혼자서 셋을 상대하고 있으나 여전히 우세를 지키고 있었다.

그렇게 십여합을 겨루다가 와이랍제는 노호하며 왼 주먹을 휘둘러 소보의 콧등을 내리쳤다.

뒤이어 소로극의 복부를 걷어차니 소로극 부자가 차례로 쓰러져서는

더 이상 몸을 일으켜 세우지 못했다.

원래 와이랍제의 권각의 내공이 심후해 공격을 당하고 나면 더이상 저항하기란 힘들었던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변하니 이문수 혼자서 강적과 맞붙어 싸워야만했다.

와이랍제가 소리쳤다.

 

"빨리 이자리를 피해라 너만은 살려 주겠다."

 

이문수는 순간 모든 상황을 어림잡아 봤다.

만일 자기가 이 자리를 피할 수 있다면 기껏해야 계노인만을 구해내 도망칠 수 있었다.

그렇게 되면 소보 등 삼인은 독수에서 빠져나올 방법이 없는 것이다.

그녀로선 도저히 그렇게 할수 없었다.

그녀는 더이상 자기의 목숨 따윈 안중에도 둘 수 없었다.

지금껏익힌 무예를 다 동원해 그와 맞섰다.

 와이랍제가 왼손을 들어 날렸다.

이문수는 오른쪽으로 싹피했다.

그러나 그의 이 동작은 실은 허초였던 것이다.

그는 오른손을 재 빨리 날렸다.

펑! 하며 그녀의 왼쪽 어깨에 일격을 가했다.

그녀는 비틀거리며 거의 엎어질뻔 했다.

그때 그녀의 머리속에 섬광처럼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이 일초 '성동격서'(聲東擊西)는 사부가 내게 가르쳐 준것이다. 어찌 잊을소냐?)

 

와이랍제가 소리쳤다.

 

"정말 이곳을 나가지 않겠다면 나도 죽이는 수밖에 없다!"

 

이문수는 갑자기 자포자기한 기분이 들었다.

 

"죽어도 좋다!"

 

하고는 몸을 솟구쳐 수 초룰 겨루기도 전에 허리에 또 일권을 맞고 말았다.

마움속으로는 이렇게 외치고 있었다.

 

(아, 죽겠구나!)

 

그때 그녀의 바로 옆에서 뭔가 후! 하는 소리가 나더니

누군가가 와이랍제를 공격해 들어갔다.

이문수는 바닥을 한번 굴러 고개를 돌려보고는 도저히

자기의 눈을 믿을 수가 없었다.

계노인이 오른손에 비수를 든채 신법을 펼치고 있었다.

그는 이미 와이랍제와 맞붙어 싸우고 있었다.

계노인의 동작이 민첩한데다 출초함이 바람과 같아 도저히 늙어빠진 노인아라고는 볼 수 없었다.

더욱 알수 없는것은 계노인의 손동작과 발동작이 와이랍제와 구별이 안될 정도로 똑같다는

것이었다.

바로 그녀가 사부 화휘에게 전수 받은 그 무공이었던 것이다.

이문수는 그제서야 모든 상황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랬구나. 중원의 무공은 다 이렇구나. 할아버지와 이 카자흐 악인도 다 중원에서 배웠나 보구나. 그러지만 할아버지가 무예를 익혔을 줄은 지금껏 까맣게 몰랐는데.)

 

두 사람의 대결은 점점더 긴박해지고 있었다.

홀연 와이랍제가 날카로운 목소리로 외쳤다.

 

"마가준(마가준), 잘있었나?"

 

계노인은 흠칫놀라 뒤로 한보 물러났다.

와이랍제가 왼손을 날리니 바로 성동격서 반초를 쓰는 것이었다.

계노인은 그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비수로 오른쪽을노리며 찔렀으나 와이랍제는 성동격서 반초도 쓰지않고 왼손을 잽싸게 내밀었다. 계노인의 얼굴을 할퀴는 듯 움켜쥐더니 그의 얼굴가죽을 거칠게 벗겨내기 시작했다.

이문수, 소로극, 아만, 삼인은 너무 놀라 비명을 질렀다.

이문수는 거의 기절할 뻔했다.

와이랍제는 몸을 날리며 왼다리와 오른다리를 원앙처럼 꼬아서는 계노인의 몸을 걷어찼다.

바로 이때 뭔가 번쩍하는 듯 싶더니 계노인 의 비수가 그의 손을 벗어나며

적의 복부에 꽂히고 말았다.

와이랍제가 처참한 비명을 지르며 쌍권으로 오뢰굉정(오뢰굉정)

일초로 계노인의 천령계를 무섭게 내려쳤다.

이문수는 이 양권 일격을 맞으면 계노인이 목숨을 부지할 수 없더는걸 알고 있었다.

그녀는 자기에게 있는힘을 다 모아 몸을 날렸다.

그때 뚝! 하는 소리가 나더니 양팔이 부러진 것처럼 흔들거리기 시작했다.

순간 두 사람은 죽은 듯이 그자리에 꼼짝도 않고 있었다.

와이랍제는 내려칠 수 없엇고 이문수 또한 그를 공격을 할 수 없었다.

이때쯤 소로극은 몸을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그는 몸을 날려 평생의 힘을 끌어모아 와이랍제의 아래턱에 일격을 가했다.

와이랍제는 뒤로 벌렁 넘어지며 벽에부딪히고 말았다.

그는 온몸의 힘이 빠진 듯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이문수의 울음섞엔 못소리가 들렸다.

 

"할아버지, 할아버지. "

 

하며 계노인을 부축했다.

그녀는 계노인이 피로 얼룩져 처참한 몰골일 거라는 생각에

차마 눈을 떠 그의 얼굴을 볼수 없었다.

그러나 어찌 알았으리,

눈을 떠 그의 얼굴을 보니 그녀의 눈앞에있는 사람은 건장한 청년의 얼굴이었다.

그녀는 너무나 놀라 눈이 동그래지고 말았다.

얼굴의 수염만 깨끗이 깍는다면 틀림없이 잘 생긴 얼굴일 것이다.

깜박깜박하며 어두워졌다 밝아졌다 하는 횃불 아래

그의 얼굴은 핏기 하나 없이 창백해 보이기는 하나 삼십을 넘지 않은 청년의 모습이었다.

오로지 그 눈동자만이 지금껏 그녀가 봐 왔던 익숙한 것이었다.

그러나 그 나머지는 완전히 처음보는 사람의 얼굴이었다.

이문수는 한참 멍하니 있다가 아! 하며 계노인의 몸을 밀고 뒤로 비켜 섰다.

그녀는 아까 와이랍제와 대결할때 입은 상처로 제대로 몸을 일으킬 수도 없었다.

그녀는 그 자리에 앉은채 말했다.

 

"당신...... 당신은......"

 

계노인이 말했다.

 

"나......나는 너의 할아버지가 아니다. 나...... 나는......"

 

갑자기 왝! 하며 분수처럼 선혈을 뿜어냈다.

그는 계속 말을 이었다.

 

"그래, 난 마가준이란다 지금껏 노인으로 행세했었지.

수아, 나를 나쁘게 생각하지 말아라."

 

'수아'하고 부르는 이 한마디는 십여년간 한결같이 따뜻한 마음을

담아 부르던 것과 꼭 같았다.

이문수는 말했다.

 

"아니에요. 제가 할아버지를 나쁘게 볼리가 있겠어요.

당연히 할아버지를 원망할 수 없어요.

지금껏 내게 그토록 잘해 주셨는데."

 

그녀는 마가준을 보다가 벽에 기대 있는 와이랍제를 보니

 마음속에 의심의 회오리가 일기 시작했다.

이때 아만은 그녀의 아버지를 부축하며 그의 가슴의 상처를 감싸고 있었다.

소로극, 소보 부자는 장도를 집어들고 절룩거리며 와이랍제에게로다가갔다.

와이랍제가 말햇다.

 

"수아, 아까 내가 너보고 이곳을 빠져나가라고 할 때 왜 내말대로 하지 않았지?"

 

그는 한어를 쓰고 있었는데 그 말투가 그의 사부 화휘와 완전히똑같았다.

이문수는 더 이상 생각해 볼 필요가 없었다.

무의식중에 말이 나갔다.

 

"사부!"

 

와이랍제가 말했다.

 

"결국은 나를 알아 버리고 말았구나."

 

그는 머리에 쓰고 있던 복면을 서서히 벗겨냈다.

과연 화휘였다.

이문수는 놀랍기도 하고 괴롭기도 했다.

그녀로서는 도저히 한꺼번에 감당해 낼수 없는 충격이었다.

그녀는 그의 곁으로 다가가 외쳤다.

 

"사부, 사부. 정말 사부님을 이해할수 없어요.

난 처음부터 이렇게 추측했어요.

분명 사부일 거라고, 그러나 그들은 카자흐인 와이랍제라고 말햇어요.

정말 그런가요?"

 

와이랍제는 껄끄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카자흐인이야. 와이랍제야!"

 

이문수는 의아해 하며 물었다.

 

"한인......한인이 아니란 말이예요?"

"나는 카자흐인 부족에서 추방당해 영원히 돌아갈 수 없게 되자 중원으로 갔지.

그 한인 지방에서 나는 한인의 무공을 익혔단다.

후후후. 거기서 난 한인을 제자로 삼았지. 마가준,바로 마가준.하하하!"

 

마가준이 말햇다.

 

"사부, 비록 사부께 은혜를 입긴 했으나 그러나......"

 

이문수는 더욱 놀라 펄쩍 뛰며 말했다.

 

"할아버지.할......할아버지도 그의 제자였다구요?"

 

마가준이 말했다.

 

"계노인이라고 부르지 말아라.

난 마가준이란다.

그는 내 사부지.

나는 그에게 무공을 익혔고 우리는 함께 회강으로 왔단다.

한밤중에 날 데리고 카자흐족의 철연부에 와서는 독침으로

아만의 어머니를 죽이고 말았지......"

 

그는 한어를 쓰고 있었다.

그녀는 점점 기이한 일의 연속이라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그녀는 카자흐어로 아만에게 물었다.

 

"당신의 어머니가 그의 독침으로 돌아가셨나요?"

 

아만이 채 대답을 하기도 전에 차이고가 몸을 벌떡 일으키며 외쳤다.

 

"그렇소. 바로 그래 아만의 엄마,

내 사랑하는 아려선(雅麗仙)은 어느날 밤 갑자기 온몸이 거뭇거뭇해지더니

별안간 병을 얻어 죽고 말았소.

이제 봤더니 네 놈, 바로 네가 그녀를 죽였었구나."

 

그는 와이랍제에게 달려들어 결판을 내려고 덤볐으나

워낙 중상을 입은지라 조금만 움직여도 가슴의 통증을 참을 수 없었으므로

도로 주저 앉고 말았다.

와이랍제가 말했다.

 

"그래, 바로 맞았다.

아려선은 바로 내 손에 즉었지.

누가 그렇게 제대로 사람 볼 줄도 모르고 너 같은 멍청이에게

시집가라고 했나. 게다가 함께 도망가자고 해도 듣지도 않고."

 

차이고가 참지 못해 외쳤다.

 

"저런 죽일 놈, 저런 죽일 놈이!"

 

마가준이 카자흐어로 얘기를 시작했다.

 

"그는 원래 차이고를 죽일 생각이었지.

그런데 공교롭게도 그날밤 차이고가 어디 있는지 그 행방을 알수 없었소.

이곳저곳을 다 뒤져 봐도 끝내 그를 찾아낼수 없었소.

와이랍제는 자기가 차이고를 찾으러갈테니 나더러는 우물에 독을 풀어 넣으라고 했소.

전 부족을 몰살 시킬 계획 이었지 그러나 내가 하룻밤 묵었던 카자흐 가족이

내게 너무나 잘 대해 주었기에 난 망설이지 않을 수 없었소.

결국엔 독을 풀지 않기로 작정했소.

사부는 돌아와서는 끝내 차이고를 찾아내지 못했다고 말했소.

그리고는 내가 우물에 독을 풀어 넣지 않은것을 알고는 몹시 화를 냈소.

그는 내가 그의 비밀을 누설할지도 모르는 일이라면서 영원히 내 입을 봉하기 위해서

날 Ð빰이겠다고 했소.

그가 이토록 날 무섭게 몰아세우니 난 선수를 칠 수밖에 없었소.

그러다 뜻밖에 그의 등에 세 개의 독침을 쏘고 말았던 것이오."

 

와이랍제의 음성에 적의가 가득 담겨 있었다.

 

"이 배은망덕한놈, 드디어 오늘에서야 내 손에 죽고 마는구나."

 

마가준이 이문수에게 말했다.

 

"수아, 그날밤 네가 진달해와 맞붙던 날,

난 곧 알아챌수 있었단다.

네가 사부에게서 무공을 익힌 것을.

그리고 세개의 독침을 맞고도 여전히 사부가 살아 있다는 것을."

 

와이랍제가 말했다.

 

"흥, 그까짓 유치한 무공으로 날 죽이겠다고?"

 

마가준은 그의 말에는 귀도 기울이지 않고 이문수에게 말했다.

 

"십여년간 회강에 머물면서 나는 노인으로 가장해서 철연부에 숨어 살았지.

혹 사부가 아직 죽지 않고 살아 있을까봐 난 몹시 두려웠단다.

이 철연부에는 그가 결코 발을 들여 놓을 수 없다는걸 알고 있었으므로

계속 그곳에 머물렀지.

나는 그가 이 부근에 아직도 있다는걸 알자마자

빨리 중원으로 도망쳐야겠다는 생각 뿐이었단다."

 

이문수는 그의 호흡이 점점 약해지는 것을 보고 아까 와이랍제의

공격으로 내장이 파열된 것을 알았다.

이미 살아날 가망이 없어 보였다.

그녀가 고개를 돌려 와이랍제를 보니 그 또한 복부에 비수를 꽂고 있었다.

더 이상 목숨을 부지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녀는 자신이 회강에 온후 십년간을 오직 이 두 사람만이 자기를 진정으로 보살펴 주고

아껴 줬었는데 서로 원한으로 얽혀있어서 결국에는 서로를 죽이기에 이르른걸 생각하니

몹시 가슴이 아팠다.

자기를 아껴 주던 단 두 사람이 서로를 해치다니.

자기의 운명이 어찌도 이리 기구한 것일까 생각하니

자기도 모르게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그녀는 마가준에게 물었다.

 

"할아...... 마숙부,

사부가 아직 살아 있다는걸 알고서도 왜 당장 중원으로 돌아가지 않았나요?"

 

마가준은 처연한 웃음을 띄우며 들릴까 말까 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강남의 버드나무는 이미 그 싹이 파랗게 돋아났겠구나.

수아 너 혼자라도 중원으로 돌아가거라.

그리고 이후...... 이후로는 몸 조심해야 한다 할아버지,

이 할아버지는 더 이상 널 돌봐 줄 수 없으니까......"

 

그의 음성이 점점 작아지더니 마침내 숨이 끊어지고 말았다.

이문수는 그의 몸에 엎드려서 울부 짖었다.

 

"할아버지, 할아버지. 제발 죽지 마세요."

 

마가준은 그녀의 물음에 채 대답을 마치지도못한 채 죽었지만

문수는 분명히 알수 있었다.

마가준이 그의 사부를 얼마나, 얼마나 두려워 했는지.

그러면서도 그는 당장 중원으로 돌아가지 않고 도리어 그녀를 따라 미궁으로까지 들어왔다.

그는 자기가 노인으로 변장하고 있는 한 와이랍제가 결코 자기를 알아볼 수 없으리라 여겼다.

그러나 결국에는 자기가 그토록 두려워 하는 사람과 싸우기 위해서 출수하기에 이른 것이다.

이 모든게 다 그녀 하나를 위한 것이다.

십년 간을 한결같이 그는 마치 할아버지처럼 자기를 아껴 주었었다.

사실 그도 늠름하고 젊은 사내 였는데, 세상에 어떤 친할아버지라도 자기 손녀에게

그토록 잘해 줄 수는 없었을 것이다.

바닥에 떨어져 있던 두 개의 횃불은 하나는 이미 꺼진지 오래였고 나는 거의 꺼져가는 상태였다.

 

"정말 알수 없는 일이로군. 방금 두명의 한인과 한명의 카자흐인이 싸우는데 나도 모르게

카자흐인의 얼굴에 공격을 하다니."

 

이문수가 물었다.

 

"왜 그랬죠? 어째서 갑자기 한인을 도울 생각을 하셨어요?"

 

소로극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말했다.

 

"나도 모르겠는걸."

 

한참을 머뭇거리다 말했다.

 

"그대는 좋은 사람이고 저 카자흐 놈은 나쁜 사람이지!"

 

그도 마침내 인정을 하고 말았다.

이문수는 생각했다.

 

(만일 그때 아저씨께서 지금처럼 생각하셨다면 그처럼 거칠게 소보를 때리지 않았을 테고,

모든게 지금과는 달랐을 거예요.

그렇지만, 정말로 달라질수 있을까요.

어릴적에 소보가 나와 그토록 친했다 해도. 또 모를 일이야.

그가 나이 들어 아만을 보고는 지금처럼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을는지는,

사람의 마음은 정말 알 수 없는거야. 전혀 모르겠어.)

 

소로극이 큰소리로 말했다.

 

"와이랍제, 보아하니 살아날것 같지 않으니 구태여널 죽일 필요까지 없겠군. 안녕!"

 

와이랍제의 눈에 돌연 살기가 번뜩였다.

그는 오른손을 들려했다.

이문수는 그가 독침을 쏘려 한다는 것을 알았다.

 

"사부, 제발......"

 

바로 이 순간,

마지막 남아 있던 불꽃이 사그러졌다.

손가락을 펴 봐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주위는 어둠에 휩싸였다.

와이랍제는 독침으로 쏘려고 하다 돌연 주위가 어두워지자

제대로 조준을 할 수 없었다.

이문수가 외쳤다.

 

"빨리 나가세요. 아무 소리도 내지 말고요, 빨리요!"

 

소로극, 소보, 차이고, 아만 네사람은 서로를 부축하며 살금살금 그 자리를 빠져나왔다.

사람들은 와이랍제의 독침이 아주 치명적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전당을 빠져나온 네 사람은 이문수가 안나오는 것을 알았다.

소보가 외쳤다.

 

"이영웅, 이영웅, 빨리 나오시오!"

 

와이랍제는 말했다.

 

"수아, 너...... 너도 갈 거니?"

 

그의 음성을 처량했다.

이문수는 생각했다.

아무리 그가 나쁜 사람으로 온갖 악한 일을 다하고 다녔다고는 하나

자기에게만은 잘해 주지 않았는가?

이 어둠 속에 혼자만 남겨두고 간다면 그는 외로이 죽어 갈것이다.

그렇다면 너무 잔인하지 않은가?

그녀는 다시 자리에 주저 앉았다.

 

"사부, 제가 여기에 있겠어요."

 

소보가 밖에서 또 그녀를 부르고 있었다.

이문수는 큰소리로 외쳤다.

 

"먼저 나가세요. 나는 조금 있다 나가겠어요."

"그사람은 흉악하기 짝이 없는 자요.

이영웅은 부디 조심하도록 하시오."

 

그러나 이문수는 더 이상 그의 말에 대답히지 않는다.

아만이 말했다.

 

"어째서 여전히 이영웅이라 부르지? 이소저라고 부르지 않고?"

 

소보가 의아해 하며 물었다.

 

"이소저? 여자란 말야?"

"모르는 척하는거야, 아니면 정말 모르는 거야?"

"모르는 척한다구? 그......그의 무공이 그토록 뛰어난데 어떻게 여자일 수 있겠어?"

"눈보라가 있던 그날밤, 계노인의 집에서 그녀가 나를 노예로 삼겠다고 했다가

도로 날 풀어 줬었잖아. 난 그때 알았어, 그녀가 여자란 것을."

 

소보가 손벽을 치며 말했다.

 

"아, 그랬었군. 만일 남자였다면 너처럼 예쁜 노비를 풀어줄리가 있겠어?"

 

아만이 얼굴을 발그스레 붉히며 말했다.

 

"그게 아냐. 그때 난 그녀가 널 바라보는 눈빛을 보고서야 그녀가

아가씨라는 걸 알았어.

세상에 어떤 남자가 그 같은 눈빛으로 널 뚫어지게 바라보겠어!"

 

소보는 고개를 흔들며 미친듯이 웃어댔다.

 

"난 조금도 눈치채지 못했었는걸."

 

아만은 그를 따라 환하게 웃는데 그 모습은 한 떨기 꽃처럼 곱기만 했다.

그녀는 소보의 눈길이 자기에게서 떠나지 않아, 제아무리

많은 아가씨들이 그를 넋을 잃고 쳐다본다 해도 그는 영원히 모를

것이라 생각하니 기쁘기 짝이 없었다.

전당은 칠흙 같은 어둠에 싸여 이문수와 와이랍제조차도 서로를 알아볼 수 없었다.

이문수는 죽음과도 같은 적막속에 싸여 사부 ?Ъ에 앉아 있었다.

그녀는 소보와 아만의 즐거워하며 웃는 소리가 점점 멀어져 더이상 들리지 않게 되었다.

전당 안에는 오로지 이문수와 거의 죽어가고 있는 와이랍제, 그리고 계노인의 시체뿐이었다.

와이랍제가 또 한 번 물었다.

 

"아까 내가 나가라고 했을때 왜 내 말을 안들었지. 만일 네가 나갔다면......에이."

 

이문수가 조용한 음성으로 말했다.

 

"사부, 사부는 사랑하는 여인을 얻지 못하자 그녀를 죽여 버리셨죠.

전 사랑하는 사람을 얻을 수 없더라도 그가 죽는 건 참을 수 없었어요."

 

와이랍제는 냉소했다.

 

"그랬었군."

 

한참을 침묵하다 탄식하며 말했다.

 

"너희 한인은 정말 알 수 없어.

마가준처럼 은혜도 모르고 제 사부를 죽이려 드는 자가 있지 않나,

곽원룡이나 진달해처럼 눈하나 깜빡하지 않고 사람을 죽이는 강도가 있지 않나,

반면에 너처럼 착한 마음씨를 가진 아가씨도 있으니."

 

이문수가 물었다.

 

"사부, 진달해 그 강도는 어떻게 됐지요?

우리는 줄곧 그의 자취를 따라왔는데 눈위의 발자국은 두 사람의 것이었어요.

다른 하나는 사부의 발자국이었겠지요?"

"그래, 바로 내 발자국이야 마가준, 저 못된 제자에게 독침을 맞

은 후부터 몸이 몹시 쇠약해져서 십여 년을 이 동굴에서 지냈지.

그렇지 않고서는 견뎌낼 수 없었을 꺼야.

뜻밖에도 널 만나게 돼 내 독침을 빼주었지.

나는 상처가 점점 나아지자 한밤중이면 늘 철연부의 장막에 가 엿보곤 했지.

나는 차이고와 날 추방한 족장을 죽일 생각이었지.

그렇지만 너 때문에 차마 우물에 독을 풀 수가 없었다.

눈보라가 있던 그날 밤,

난 네집 밖에 있다가 네가 진달해를 붙잡는 걸 보았지.

그리고 너희가 고창미궁의 지도를 발견했다는걸 알 았어.

진달해가 거길 빠져나와 도망치자 난 그의 뒤를 쫓았지.

그는 곧장 미궁으로 향했단다.

난 그의 뒤통수에 일격을 가해 기절시킨후 그를 미궁안에 가뒀지.

그저께 오후에 난 그의 품에서 그 수건에 그려진 지도를 꺼내 실오라기

열개를 빼낸 다음 도로 그의 품에 넣어줬지.

그리고 그의 눈을 가리고 그를 말등에 묶은 다음 말 엉덩이를 한대 철썩 갈겨줬지."

 

이문수는 이렇게 잔인한 성격을 가진 사부가 사람을 살려주다니 퍽 의외라고 생각했다.

 

"왜 그 지도에서 실오라기를 빼냈죠?"

 

와이랍제는 한참을 통쾌한 듯 웃더니 득의양양하게 말했다.

 

"그는 내가 실오라기를 뽑아냈는 줄은 모른다.

그 지도에서 몇개의 실오라기만 부족해도 미궁을 찾아낼 순 없다.

그 강도는 나머지 도적들 에게 갔을 게야.

지도를 보며 미궁을 찾고 또 찾을꺼야.

그렇지만 그들은 대사막을 레매고 헤매다 결국엔 영원히 초원으로 돌아가지 못하게 되겠지.

이 강도들은 사막 한 가운데에서 목이 타 죽으면서까지도 미궁의 보물을 그리다 죽을 거야.

하하하! 정말 재미있는 일이야. 정말 재미있어!"

 

한떼의 무리들이 타는 듯한 태양 아래 아무리 가고 가도 끝이 없는,

그리고 한모금의 물도 없는 대사막을 돌고도는 정경을 생각하니 끔찍하기 짝이없었다.

와이랍제는 쯧쯧쯧 혀를 차며 웃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자기가 한일이 근사하다고 느끼고 있는 듯했다.

 

"사실 이 미궁 안에는 손톱만큼의 황금도 없단다.

이곳에 숨겨진 물건들은 다 중원에 가면 쌔고 쌘 물건들 뿐이란다.

탁자, 의자,침대, 커텐, 많은 서적들, 바둑, 칠현금, 사기그릇, 솥...... 등,

이런 것들 뿐이란다.

보물은 눈 씻고 찾아봐도 없단다.

한인들 지방에는 모두 천지에 널린 것들이지.

그런데 저 한인들이 목숨을 걸고 찾으려 들다니,

후후, 정말 우습기 짝이 없는 일이다."

 

이문수도 이미 두번째나 미궁에 들어와 봤으나

다 일상용품들만 보았을 따름이었다.

 

"사람들의 전설은 다 믿을게 못 되는군요.

미궁은 비록 거대하기는 하나 전혀 보물이 없잖아요.

아이, 우리 아버지, 어머니 마저도 이것 때문에 공연히 목숨을 잃었어요."

"이 미궁의 내력에 대해 아는 게 있느냐?"

"아뇨, 사부님은 알고 게시나요?"

"이 미궁에서 두개의 돌비석을 본적이 있단다.

그 앞에는 미궁을 짓게 된 경과가 새겨져 있었다.

당태종때 지은 거란다."

 

그러나 이문수는 당태종이 누구인지 알지 못했다.

와이랍제는 이따금씩 쉬어가며 천천히 미궁의 내력에 대해 그녀에게 들려줬다.

 

원래 이곳은 당나라 때 고창국이 있던 곳이었다.

그 당시 고창은 서역의 대국이었다.

문물이 풍성하고 국세가 대단했었다.

당태종 정관 연간에 고창국의 국왕에 국문태(鞠文泰)라는 자가 올랐다.

는 신하로서 당을 섬기게 되었다.

당은 고창에 사자를 파견해 한인의 규칙을 따르라고 요구했다.

국문태가 사자에게 말했다.

 

"매는 하늘을 날고, 꿩은 숲에 숨어 있습니다.

고양이는 집을 마음대로 돌아다니고 쥐는 쥐구멍에서 찍찍거립니다.

이처럼 다 각자의 처할곳이 있는데 어째서 스스로 알아서 사는 것을 나쁘다고 하십니까?"

 

그 뜻은 즉, 너희가 아무리 대단한 매로 하늘을 날아다니지만

리는 꿩으로 풀숲에 숨어살뿐이고,

너희가 고양이라 집안을 왔다갔다 하지만,

우리는 쥐에 불과해 구멍 안에서만 찍찍거리며 울수 있을 뿐이지만

너희 마음대로 우리를 다룰 순 없다는 뜻이었다.

사람들은 다 각자의 삶이 있기 마련인데 어째서 우리에게 한인의 규칙,

습관을 따르라 강요하는가?

당태종은 이 말을 듣고는 대단히 분노했다.

그들을 야만인이라고 여겨 그들을 토벌하기로 했다.

국문태는 이러한 소식을 듣고는 백관들에게 말했다.

 

"대당은 여기서 칠천리나 떨어져 있고 중간의 이천리는 대사막이다.

풀도 없는 땅인데다 한풍은 칼처럼 매섭고 열풍은 태울듯이

뜨거운데 어찌 대군이 이곳에 올수 있으리오?

그들이 우리를 치러 온다 해도 그 병력이 많다면 그 군량이 수효에 미치기 힘들것이다.

만일 삼만 이하의 병력을 파견한다면 그 또한 두려워할 필요도 없다.

우리의 힘으로 능히 도성을 지킬수 있다.

이십 일만 버틸 수 있다면 당의 군사들은 식량이 더 떨어져 후퇴해 갈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는 당병의 위력을 알고 있었으므로 싸우지 않고서도 지킬수 있는 계책을 짜냈다.

그래서 많은 인부를 동원해서 극히 은밀한 곳에 미궁을 지었다.

만일 도성을 지키지 못한다 해도 도피할 곳을 마련해 놓은 것이다.

당시 고창국의 풍부한 인력과 서역의 빼어난 장인들이 다 여기에 모였다.

그리하여 미궁은 구불구불하고 기기묘묘하기 이를데 없이 지어졌다.

그들은 국내의 진귀한 보물이란 보물은 다 궁안에 숨겨놓았다.

국문태는 만일 당군이 미궁으로 쳐들어 오더라도

결코 그들의 소재를 찾아낼수 없으리라고 생각했다.

당태종은 고창국을 토벌하기로 하였는데 명령을 받은 후군집(侯君集)은 일찌기

이청(李晴)에게서 병법을 배운 자였다.

그는 용병에 능해서 파죽지세로 밀고들어와 대사막을 지나갔다.

국문태는 당나라의 대군이 밀려오니 어찌할 바를 몰라 쩔쩔매다가 놀람증으로 죽고 말았다.

그는 아들 국지성(鞠智盛)이 그의 뒤를 이어 국왕이 되었다.

후군집은 대군을 이끌고 성을 공격함에 연전연승 을 거두며 고창국을 대파시켰다.

당군에게는 성을 공격하는 일종의 높은 차가 있었는데 그 높이가 십 장에 달했다.

그 높은 모습이 새집 같다 해서 소차(巢車)로 불리웠다.

이 소차가 성에 밀려들면 군사들은 높은 곳에서 돌을 던지고 활을 쏴대니

고창군은 저항하기 몹시 힘들었다.

국지성은 미궁으로 도망치기도 전에 성이 함락돼 그는 투항할 수밖에 없었다.

국가(국가)가 고창국을 건립하여 구대를 내려와 백 삼십 사년이 되었는데,

당 정관 십사년에 이르러 마침내 멸망하고 말았다.

당시 국토가 동서 팔백리, 남북 오백리에 이르렀으니

실로 서역의 대국이라 할수 있었다.

후군집은 국왕 국지성 및 문무백관과 대호족들을 포로로 잡아 장안으로 돌아갔다.

미궁 안의 온갖 진귀한 보물들을 남김없이 가져간 것은 물론이었다.

당태종이 말하기를, 고창국이 한족에 동화되지 않아 중화상국의 문물,

의관의 좋은점을 알지 못하니 많은 한인의 서적, 의복, 도구, 악기 등을

고창에게 하사한다고 했다.

고창인은 말 하였다.

 

"꿩은 매가 나는것을 배울수 없고 쥐는 고양이의 울음 소리를 배울수 없는 바이니,

너희 중화 한인의 물건이 아무리 좋다해도 우리 고창야인들에게는 쓸모없는 것이다."

 

그리고는 당태종이 하사한 서적 문물, 여러 도구들 및 불상, 공자상, 도교의 노자상 등등의

물건들을 다 미궁 안에 방치해 놓고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았던 것이다.

천여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사막도 많이 변했다.

수목이 무성하게 자라 본래부터 은밀하게 지은 고궁은 한층 더 은밀해졌다.

만일 지도가 없었다면 누고도 찾아낼 수 없었다.

지금 이곳에 거주하고 있는 카자흐인과 옛날의 고창인들은 조금도 상관 없는 것이다.

와이랍제는 중원에 머물 당시 문무를 겸비해 한인의 서적을 많이 읽었기에

당대의 역사에 대해 그토록 소상히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이문수는 본래 한인이되 조금도 아는 바가 없으니

아무런 흥미도 느낄 수 없었다.

그녀는 와이랍제의 호흡이 점점 약해지는 것을 보고 말했다.

 

"사부, 좀 쉬세요. 더 이상 말씀하지 마세요.

한인의 황제가 얼마나 많은 일을 했든지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걸 좋아했든지 간에

그들의 일일 따름인데 뭘 그렇게 애쓰며 말씀하시려 해요.

이, 사부께서 정말 좋아하는 것을 항상 얻을 수 없었죠."

"수아, 나...... 나는 몹시 외로웠다.

지금껏 누구에게도 이처럼 긴 이야기를 해본적이 없단다.

나와...... 나와 함께 있을테냐?"

"사부, 지금 여기서 사부와 함께 있잖아요."

"난 곧 죽을 테고 내가 죽으면 넌곧 여길 떠나겠지,

그리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겠지."

 

이문수는 뭐라 대답도 못했지만 몹시 마음이 아파왔다.

그녀는 오른손을 내밀어 사부의 왼손을 잡았다.

그의 손은 천천히 식어 가고 있었다.

와이랍제가 말했다.

 

"영원히 여기서 나와 함께 있도록 할테다.

영원히 내 곁을 떠나지 않도록......"

 

그는 그렇게 말하면서 오른손을 천천히 들었다.

그는 엄지 손가락과 집게손가락 사이에 두매의 독침을 쥐고 있었다.

 

(이 두 매의 독침을 네 몸에 살짝 찌르기만 하면 넌 이 미궁 안에

영원히 나와 함께 있을 것이다.

결코 내 곁을 떠날 수 없지.)

 

"수아, 너는 아름답고 착한 마음씨를 가졌으니 정말 훌륭한 소녀다.

영원히 내 곁을 떠니지 말려무나.

나는 평생을 고독하게 산 사람이다.

어느 누구 하나 날 돌봐 주는 이 없었다.....

수아, 넌 정말 영리하고 좋은 소녀야......."

 

두매의 독침은 천천히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러나 암흑 중이라 그녀는 전혀 볼 수 없었다.

와이랍제는 생각했다.

 

(내 손의 힘이 거의 남아 있지 않으니 천천히 찔러야지.

공연히 서둘렀다가 그녀가 밀쳐내기라도 한다면

그땐 더이상 그녀를 찌를 수가 없게 돼.)

 

독침은 일촌 일촌 그녀 쪽으로 다가가고 있었다.

겨우 두척이 될까 말까, 이제 한 척의 거리......

이문수는 독침이 자기에게서 겨우 몇 치 거리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는 것도

전혀 모르는 채 말했다.

 

"사부, 아만의 어머니는 얼마나 예뻤나요?"

 

와이랍제의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아만의 엄마...... 아려선...... "

 

돌연 전신의 힘이 다 빠지고 말았다.

영원히 그에게는 오른손을 들 힘은 없어지고 말았다.

 

"사부, 지금껏 내게 이토록 잘해 줬으니 영원히 사부님을 기억할 거예요."

 

이문수의 목소리만이 전당 내부를 울릴 뿐이었다.

 

 

 

옥문관으로 향하는 사막 한가운데에 한 아가씨가 백마를 몰며 서서히 동쪽으로 가고 있었다.

그녀는 심중에 카자흐 철연부 부족과 이별할때 그들이 한 말을 생각하고 있었다.

소로극은 말했다.

 

"이소저, 가지 마시오. 여기서 우리와 함께 삽시다.

좋은 사람이 많으니 그 중에서 가장 좋은 사람을 남편으로 삼도록 해주겠오.

또 많은 양과 소를 주고 가장 좋은 장막을 세워 주겠소."

 

이문수는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흔들었다.

 

"그대가 한인인 것도 별로 중요한게 아니오.

한인 중에도 좋은 사람이 있는 걸. 한인도 카자흐인과 결혼 할수 있을까? 음."

 

그는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장로 합복랍모(哈卜拉姆)에게 물어 봅시다."

 

합복랍모는 철연부족 중 코란경에 가장 정통하고 가장 총명하며

가장 학식이 높은 노인이었다.

그는 고개를 숙이고 깊이 생각하더니 말했다.

 

"나는 보잘것 없는 사람이라 아는게 아무것도 없소."

"만일 학식이 높으신 합복랍모께서 모르신다면 나머지 사람들은

더욱 아는 바가 없읍니다."

"코란경 제 사십 구장에 이르기를,

 

'들어라, 이제 내가 한 남자와 한 여자를 창조했으니

너희는 많은 민족과 종족을 이루리라.

알라께서 보시기엔, 너희 중에 가장 존귀한 것은 바로 가장 선량한 것이다.'

 

세계의 각 민족과 종족은 다 진정한 신이신 알라께서 창조하신 것이다.

그는 무릇 가장 선량한 것이 바로 가장 존귀한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코란경 제 사장에 이르기를,

 

'너희는 마땅히 이웃과 먼 이웃, 동료를 사랑하고 아껴야 하며

나그네에 대해서는 환대해야만 한다.'

 

라고 했소. 한인은 우리의 먼 이웃이니 만일 그들이 우릴 침범하지만 않는다면

우리는 마땅히 그들을 아끼고 환대해야 하는 것이오."

 

"정말 훌륭하신 말씀입니다.

우리의 딸이 한인에게 시집갈수 있습니까?

우리의 아들이 한인 아가씨를 아내로 맞아 들일수 있습니까?"

 

합복랍모가 말했다.

 

"진경 제 이장 제 이백 십일 절에 이르기를,

 

'너희는 우상숭배를 하는 여자를 아내로 취해서는 안 된다.

그녀가 진실한 믿음을 가질때까지는.

또 너희는 딸을 우상 숭배를 하는 사내에게 시집 보내서는 안 된다.

그가 진실한 믿음을 가질때 까지.'

 

라고 씌어 있지. 또 진경 제 사장 제 십삼 절엔 남편이 있는 부녀자를 취하는 걸

엄하게 금하고 있소. 자기의 직계 친족도 마찬가지지.

이 밖에 모든게 합법이오. 노비나 포로를 취하는짓 역시 마찬가지요.

이러한데 한인과 결혼하는게 어찌 불가능 하겠소?"

 

합복랍모가 코란경의 경문을 외울때에 부족인들은 다 공손하고도 엄숙한 태도로 경청했다.

경문이 그들의 미혹했던 점을 깨끗이 해결해 주자 그들은 입을 모아 말했다.

 

"거룩하신 지시를 받아 다시는 어긋남이 없도록 하겠읍니다."

 

어떤이는 합복랍모의 총명과 학식을 칭찬해 마지 않았다.

 

"확실히 판단할 수없는 일이 있으면 합복랍모만 찾아가면 돼.

그는 언제나 현명한 답을 가르쳐 주시거든."

 

그러나 합복랍모가 아무리 총명해고 아무리 학식이 뛰어나다 해도

그에게 해답을 줄수 없는 일이었다.

제아무리 코란경일지라도 그 답은 찾을수 없었다.......

만일 당신이 마음속 깊이 사랑하고 있다면 어떻게 해야 되나요?

그녀를 태운 백마는 한보 한보 중원으로 향하고 있었다.

백마는 이미 늙어 비록 아주 천천히 달릴 수 밖에 없지만 중원에 돌아갈 수 있었다.

강남에는 버드나무가 있었고 복숭화꽃, 제비, 금붕어가...... 있었다.

한인 중에도 영준하고 용맹스런 소년과 소탈하고 맑고 깨끗한 인품의 소년은 있었다. ......

그러나 이 아름다운 아가씨는 옛날 고창국 사람들처럼 고집이 셌다.

 

"다 좋은 사람들이야. 허나 내가 좋지 않은걸."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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