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지/백마소서풍

5. 고창미궁(高昌迷宮)을 찾아서

오늘의 쉼터 2014. 6. 19. 13:00

<고창미궁(高昌迷宮)을 찾아서>

저 자 : 김 용

 

어슴푸레 날이 밝아올 무렵 마침내 눈보라가 멎었다.

소로극과 차이고는 즉시 사람들을 소집해 한인 강도를 추적하기 시작했다.

눈위의 발자국이 뚜렸한데다 상대는 중상을 입었으니

틀림없이 멀리 도망가지는 못했을 것이다.

혹시 그 강도가 나머지 한인 강도에 개로 갔다면 이번 기회에 십 이년 동안

맺힌 원한을 풀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카자흐인 중 가장 건장한 남자 삼백여 명으로 제 일 추격대를 조직하고,

기타 제 이, 제 삼의 추격대가 그뒤를 따르기로 했다.

론 진달해 하나를 잡을 생각이라면 이토록 많은 인원을 동원할 리 없었다.

소로극과 차이고가 선봉을 섰다.

그들은 나머지 사람들은 십여리 떨어져 천천히 따라오게 했다.

소보는 어젯밤에 상처를 입긴 했으나 그다지 중하지 않았으므로 그의 아버지를 따라갔다.

아만 또한 아버지를 따라 가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차이고 또한 두명의 제자를 데리고 갔는데 하나는 민첩한 상사아요.

하나는 '낙타' 라는 힘센 청년이었다.

이문수 역시 선봉대에 끼었다.

소보가 우선 대찬성 이었는데 어젯밤 이후 이문수는 만인의 존경을 받는 영웅이 되어 있었다.

차이고 또한 그녀의 참가에 반대를 하지 않았다.

소로극은 불만스럽긴 했으나 반대의 뜻을 입밖에 낼 수는 없었다.

계노인은 어젯밤의 일이 큰 충격이었는지 아침에 우유를 마실때에도 잔을 떨어뜨리고 말았다.

이문수가 그에게 차를 따라줄 때에도 그의 손은 떨리고 있었다.

그녀가 건네주는 차 또한 옷에 흘리고 말았던 것이다.

이문수가 그에게 괜찮으시냐고 물었지만 그의 눈빛은 공포와 분노의 빛을 띠고 있었다.

계노인은 별안간 몸을 일으켜 방으로 들어가더니 방문을 꼭잠그고 틀어 박혔다.

워낙 눈이 깊이 쌓였기에 말을 타고 가기는 어려웠다.

별 수  없이 칠인은 눈위에 찍힌 발자국을 따라 걸어갔다.

보아하니 진달해의 발자국은 곧장 서쪽을 향한 듯했다.

아마 사막을 통과해야 할듯 싶었다.

진달해는 양팔을 다쳤다고는 하나 다리 힘은 여전히 좋은 것 같았다.

여섯명의 카자흐인은 불현듯 고비사막에는 악귀가 많다는

옛부터 전해오는 전설이 생각나 가슴이 떨려오기 시작했다.

소로극이 분연히 나선다.

 

"오늘 악귀를 만난다 할지라도 강도를 포기할순 없다.

소보, 그렇게 되면 네가 내 대신 엄마와 형의 원한을 갚아다오!"

 

소보는 뒤질세라 대답했다.

 

"저는 아버지를 따르겠읍니다. 아만, 넌 돌아가!"

"소보가 가면 나 또한 갈거야."

 

하고 말하는 아만의 심중은 이러했다.

 

(네가 죽으면 나 혼자 살아 남아 무엇하리!)

 

소로극이 한 마디 거들었다.

 

"아만, 넌 네아버지를 따라 집으로 돌아가는게 좋겠구나.

차이고는 담이작아 악귀를 무서워하니까!"

 

차이고는 소로극을 한번 무섭게 흘겨보더니 누구보다도 먼저 앞으로 나갔다.

고비사막을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가장 큰 이유는 가도 가도 물이 없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하나 지금 한바탕 눈이 퍼붓은 후인지라

허리를 굽히면 빙설이니 가장 큰 걱정거리가 해결된 셈이었다.

쪽으로 가면 갈수록 진달해의 발자국은 점점 더 선명해졌다.

그의 발자국 위에 전혀 눈이 덮이지 않은걸 보면 눈보라가 멈춘 후에 지나간 것이 분명했다.

차이고가 혼자 중얼거렸다.

 

"이 강도도 대단한 놈인데, 이 눈보라 속에서도 죽지 않았다니!"

 

별안간 소로극이 소리를 질러댔다.

 

"어이, 여기 또 한사람의 발자국이 있네!"

 

그가 발자국을 가리켰다.

 

"이 사람은 그강도의 발자국을 밟고 지나갔네.

자기의 발자국이 따로 드러나지 않도록 애쓴 것 같은데."

 

사람들이 다 자세히 살펴보니 과연 발자국마다 깊이 패인것과 얕게 패인 두 층이 있었다.

사람들의 추측만 분분할 뿐 도데체 어찌 된 영문인지 알길이 없었다.

낙타가 홀연 말했다.

 

"귀신이란 말인가?"

 

다들 마음속으론 이렇게들 생각하고 있었지만 막상 누군가 말을꺼

내자 온몸이 오싹해졌다.

일행은 용기를 내어 계속 서쪽을 향해 갔다.

워낙 정강이까지 푹푹 파묻히는 눈길인지라 그들의 걸음은 빠를리 없었다.

그날 밤은 눈 위에서 노숙하기로 하고 우선 쌓인눈을 깨끗이 쓸어내고

모래 구덩이를 파낸 다음 담요로 몸을 둘둘 말았다.

이문수의 모래 구덩이는 낙타가 파준것이었다.

그는 내심 이 한인 영웅을 흠모하고 있었기에 그 넘치는 힘으로 그덩이를 파주었는데

그 위치는 낙타와 소보 사이였다.

일곱개의 모래 구덩이는 하나의 커다란 원을 형성하고 있었고

그 가운데엔 커다란 모닥불을 피워 놓았다.

그들 머리 위를 덮고있는 하늘은 쪽빛이었고 별들은 그 맑은 눈을 반짝이고 있었다.

문득 바람이불어와 사막 위의 백설을 말아 올렸다.

이문수가 아래 위로 어지러이 나는 눈을 바라보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중얼거렸다.

 

"한쌍의 나비 같구나!"

 

소보도 덩달아 한마디 했다.

 

"맞아, 정말 똑같군. 아주 오래전에 한인소녀가 있었는데 내게 나비에 관한 고사를 들려 줬었지.

한 한인 소년과 소녀가 있었는데 두사람은 몹시 사이가 좋았지.

그런데 그소녀의 아버지는 둘의 결혼을 절대 허락하지 않았어.

소년은 상심한 나머지 병을 얻어 죽고 말았어.

어느날, 그 소녀가 정랑의 묘를 지나다 묘에 엎드려 통곡을 했지."

 

얘기가 이에 이르자 소보와 이문수의 마음속엔 팔구년 전의 정경이 떠올랐다......

나즈막한 언덕에서 한 소년과 소녀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앉아 양때를 지켜보고 있었다.

소녀는 고사를 얘기해 주고 있었고, 소년은 열심히 귀기울이고 있었다.

그 한인 아가씨가 정랑의 묘 앞에서 슬피우는 장면을 얘기할때

소년의 눈에는 눈물이 글썽거렸고 소년 또한 몹시 가련하게 느꼈던 것이다.

소보는 이야기를 계속 이었다.

 

"그 아가씨가 묘 앞에서 한참을 슬피 우는데 갑자기 묘가 벌어지지 않겠어.

그 아름다운 아가씨는 서슴지 않고 그 안으로 뛰어들었지.

후에 이 한쌍의 연인은 한쌍의 나비가 되어 언제나 함께 날아다니며

영원히 해어지지 않게 되었지."

 

아만이 끼어 들었다.

 

"정말 슬픈 이야기야.

이 고사를 들려준 이는 네게 지도가 그려진 수건을 주었던 그 소녀겠지?

이미 죽은 그 소녀?"

 

소보는 풀이 죽은 듯 대답했다.

 

"응, 바로 그녀야. 그 한인 노인이 그녀는 오래전에 죽었다고 하셨지."

 

이문수는 물었다.

 

"아직도 그녀를 기억하시오?"

"물론이지요. 어찌 잊을 수 있단 말이오?"

"그런데 어째서 그녀의 묘를 보러 가지 않습니까?"

"그렇군! 그 강도를 없앤 후에 그 한인 노인께 부탁해 한 번 가 봐야 겠어."

 

다시 한번 이문수가 물었다.

 

"만일 그 묘가 벌어진다면 그대도 따라 들어갈 생각이 있소?"

 

소보는 소리내어 웃었다.

 

"그건 고사에나 있는 일이지 결코 그런일이 있을 리가 있겠소?"

"만일 그 소녀가 그대만을 그리워하여 밤이고 낮이고 그대만을 바라다가 죽었는데

정말로 묘가 벌어진다면 그대는 그 묘 속으로 들어가 그녀와 영원히 함께 하겠오?"

 

소보는 가볍게 한숨을 지으며 대답했다.

 

"아니, 그 소녀는 단지 내 어릴 적 친구일 따름이오.

나는 한평생  아만과 더불어 살 것이오."

 

하며 손을 뻗어 아만의 두손을 꼭잡았다.

이문수는 더이상 묻지 않았다.

이러한 대답을 전혀 예상치 못했던 것은 아니었다.

어쩌면 이미 그 답을 알고 있었을 지도 몰랐다.

지 못하고 물었던 것이다.

그러나 막상 그 답을 듣고 보니 마음이 쓰라렸다.

문득 멀리서 천영조 한 마리의 노랫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그소리는 부드러우면서도 처량하기 그지 없었다.

소보가 다시 말을 꺼냈다.

 

"예전에 난 언제나 천영조를 잡아 놀곤 했는데 다 갖고 논 다음엔 죽이곤 했지.

어느날 천영조를 몹시좋아하던 그 소녀가 올 팔찌를

내게 주며 그 새를 놓아 주게 했지.

그 후 난 다시는 새를 잡지 않았어.

단지 한밤중에 부르는 천영조의 노래소리를 들을 뿐이었지.

들어 봐, 정말 듣기 좋지?"

 

이문수가 음! 하고 물었다.

 

"그 옥팔찌, 아직도 갖고 있소?"

"워낙 오래전 일이오. 부러뜨린지 오래오."

 

이문수는 힘없이 중얼거렸다.

 

"음, 오래된 일이라, 부서진지 오래라구."

 

천영조는 쉬지않고 노래부르고 있었다.

본래 추운 겨울밤에는 노래부르지 않는 법이었는데

무슨 가슴 아픈 일이 있길래 참지 못하고 저리도 그 아픔을 토해 내는가?

소로극, 차이고, 낙타, 이들 셋의 코고는 소리는 천영조의 노래소리보다

훨씬 크게 밤하늘에 울려 퍼졌다.

 

 

다음날 아침, 날이 밝자 칠인은 건량으로 요기를 한 다음 발자국을 좇아 추격했다.

오후가 되니 발자국은 두 갈래로 나뉘어졌다.

그 두번째 사람은 앞사람의 발자국을 따라 걷기에 지쳤음에 분명했다.

소로극 등 칠인이 모두 환호했다.

그럼 그렇지, 이는사람이지 귀신이 아닌 것이다.

그렇다면 두 번째 사람은 누구한 말인가?

이번에 칠인이 걷는 방향은 이문수가 평소에 사부의 처소를 다니던 길이 아니었다.

그녀는 문득 떠오르는 바가 있었다.

 

(이 강도가 아마도 그들 동료를 만나러 가는게 아니라 수건에

려진 지도를 좇아 혼자 고창미궁을 찾는가 보구나.)

 

그녀가 마음속의 추측을 얘기하자 소로극 등은 잠시 놀라더니

투어 그녀를 칭찬했다.

상사아도 한마디 했다.

 

"이 일대 사막은 평소에는 물 한모금 없는곳이니 한인강도가 이곳에 올리가 없읍니다."

 

소로극이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

 

"그가 미궁으로 도망갔으니 우리도 미궁으로 가자.

지구 끝까지라도 쫓아 이 악당을 잡아야 한다."

 

부족 내에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전설이 있었다.

대 고비사막에 미궁이 있는데 그 안에는 헤아릴수 없을 만큼 많은 보물이 있다는 것이다.

허나 누구도 미궁으로 가는 길을 아는자가 없었고 사막 한 가운데에서 길을 잃게되면

그야말로 위험천만이었으므로 지금껏 감히 미궁을 찾아 나서는 자는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지도도 있겠다,

이 삽십일 동안 녹지 않을 만큼의 눈도 있으니 물걱정 할 필요도 없었다.

게다가 곧이어 대부대가 뒤따라 올 터인데 주저할 게 뭐가 있으랴?

이문수가 말하였다.

 

"그래요. 정말로 고창미궁이란게 존재하는지 아닌지 한번 알아봅시다."

 

그녀는 부모가 고창미궁으로 인해 목숨을 잃었으니 만일 자기가

미궁을 찾아낸다면 부모의 유지를 받드는 셈이라고 생각했다.

아만이 말했다.

 

"부족의 노인들 께서 말씀 하시기를, 고창미궁의 보물이라면

천산 남북의 수많은 사람들이 영원히 편안히 살수 있다고 하셨어요.

이러한 전설이 옛날부터 전해 내려왔지만 아직 누구도 찾아내지 못했어요."

 

소보도 신이 난 듯 한마디 했다.

 

"만일 우리가 지금 찾아낸다면 모두가 아주 편안히 지낼 수 있을 테니,

이 이상 더 좋은 일이 어디 있겠어요?"

 

아만이 소보에게 물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의 생활은 좋지 않단 말야?"

 

소보는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웃었다.

 

"아니, 지금도 참 좋아. 정말 좋아!"

 

한편 이문수는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고창미궁의 보물이 아무리 많다 해도 결코 내 삶을 행복하게 만들 수 없어.)

 

팔일째 되는날, 칠인은발자국을 쫓아 산으로 들어갔다.

산은 깊고 험했다.

들어갈수록 더 걷기 힘들어만 갔다.

산세가 몹시 험악하고 길은 울퉁불퉁 했으며 따로 난 길이 없엇다.

다행히 눈위에 찍힌 발자국이 몹시 선명하므로 그 발자국을 따라

산비탈과 산계곡을 통과할 따름 이었다.

얼핏 보기엔 길의 끝가는 데를 알수없어

눈위에 난 발자국은 흡사 지옥으로 곧장 향하고 있는 듯했다.

소로극과 차이고는 사방의 정세를 보아하니 아무래도 위험한것 같았다.

두 사람은 내심 두려워 어찌할 바를 몰라했으나 서로 심중의 생각을

한마디도 입밖에 낼 수가 없었다.

소로극이 말했다.

 

"차이고, 그렇게 덜덜 떠는 걸 보니 그 작은 담이 터져버릴까 걱정스럽네.

자네가 여기서 기다리고 있겠다면 보물을 찾아서 자네에게도 몫을 나눠주겠네. 어떤가?"

"내가보기엔 아무래도 자네가 먼저 도망갈 것 같은데.

아니면 자네아들이 한발앞서 도망갈듯도 싶고."

"천만에. 우리 부자는 귀신을 만나더라도 도망갈 힘은 있다네.

자네처럼 다리가 후들거려 그 자리에도 꼼짝도 못하고 있다가

바닥에 무릎꿇고 떨고 있진 않을 걸세."

 

이렇게 두 사람은 이렇쿵저러쿵 말다툼을 하면서도 사막의 악귀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버릴순 없었다.

그러다 보니 사방은 이미 칠흙처럼 깜깜해져 있었다.

소보가 말했다.

 

"아버지, 오늘밤은 여기서 묵도록 하고 내일 날이 밝으면 다시 떠나도록 하죠."

 

아들의 말에 소로극이 묵묵부답인 것을 본 차이고는 웃으며 말했다.

 

"좋지. 그대들 부자는 두려워 어쩔줄 몰라하니 여기서 묵도록 하시오.

아만, 너는 이 아버지와 함께 가자. 낙타, 상사아, 우린 다 귀신이 무섭지 않으니

어서 길을 떠나도록 하자."

 

소로극은 퇘! 하며 침을 뱉더니만 앞장서서 가버렸다.

이문수는 두 사람이 조금도 두려운 기색을 안보이려고 서로 질세라

큰소리치는 걸 보고는 할수없이 그들 뒤를 따랐다.

허나 이때 아만은 몹시 지쳐 몸도 가누기 힘들 지경이었다.

소보, 상사아는 마른 가지를 주어서는 횃불을 피웠다.

그들은 발자국을 따라 깊은 숲속으로 들어갔다.

칠흙같이 어두운 밤에 금방이라도 귀신이 튀어 나올것만 같은 숲속에 있으니

누군들 무섭지 않으리.

어쩌다 새우는 소리가 나거나 나뭇가지를 덮고 있던 눈이 툭 떨어지는 소리만 들려도

짝깜짝 놀라곤 했다.

숲속을 한참을 걷고 있는데 갑자기 아만이 소리를 질렀다.

 

"어머나, 이런!"

 

소보가 급히 물었다.

 

"왜 그래?"

 

아만은 저만큼 앞에서 반짝반짝 빛나고 있는 팔찌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걸 봐. 아까 내가 떨어뜨린 팔찌야."

 

팔찌는 그들 앞의 두세 장 가량 떨어진 곳에 있었다.

도데체 어째서 이곳에 그게 떨어져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아만이 말했다.

 

"나는 이 팔찌를 떨어뜨리고는 나중에 돌아오는길에 찾아야지 했었어.

그런데 어째서 이게 여기에 있는걸까?"

 

차이고가 말했다.

 

"잘 보아라. 확실히 네것인지 아닌지."

 

아만이 주우러갈 엄두도 못내고 있자,

소보가 주워 갖고 왔다.

그러나 아만의 확인이 필요없었다.

그는 그것을 집어들자마자 곧 그게 아만의 팔찌라는 것을 알아 차렸다.

 

"틀림 없어. 바로 네 거야!"

 

하며 팔찌를 아만에게 건네려 하였다.

그러나 아만은 가까이 할 엄두도 못내고 떨리는 음성으로 말했다.

 

"버......버려. 난 필요 없어."

 

소보가 말하였다.

 

"귀신의 장난이란 말인가?"

 

불빛 아래 칠인의 안색은 모두 두려워 질려있는 듯했다.

모두들 아무 소리도 못 내고 한참을 있었는데 이문수가 먼저 입을 열었다.

 

"차라리 귀신의 장난인 게 나을거요.

더 낭패인 것은 아무래도 우리가 지나갔던 길을 다시 온 듯합니다.

이 길은 아까 우리가 갔던 길입니다."

 

이문수의 말에 사람들은 다 그유명한 전설이 불현듯 생각났다.

사막 중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 갑자기 발바국을 발견하고는 미친듯이 좋아하며

그 발자국을 따라간다.

그 발자국이 바로 자기의 발자국이란 것은 꿈에도 생각지 못하고 돌고 돌다가

결국엔 죽고 만다는 바로 그 전설.

사람들은 모두 이문수의 말을 믿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아만이 팔찌를 떨어뜨린게 확실하고 그후 한참이 지났는데

갑자기 오래전에 떨어뜨린 팔찌가 눈앞에 있다니,

이건 분명 한 바퀴를 돈게 틀림없었다.

지나간 길을 다시 돌아 오다니.

워낙 어두운데다 피곤이 겹쳐 조금 전까지 더듬어 찾아온 발자국이 과연

두 사람의 것인지 아니면 일곱 사람의 발자국이 또 겹쳐 졌었는지

아무도 확신할 순 없었다.

낙타가 횃불을 들고 몇 발자국 앞으로 나아가 살펴보더니 외쳤다.

 

"많은 사람의 발자국이에요. 우리들 발자국이 틀림없어요."

 

그의 목소리는 두려움에 잔뜩 질려 있었다.

칠인은 다 서로 얼굴만 처다볼 뿐이었다.

이문수가 말했다.

 

"지금껏 그 강도와 또 다른 한 사람의 발자국을 따라 왔으니 그들

또한 뱅글벵글 돌고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은 다시 이곳으로 올 게 분명합니다.

일단 여기서 쉬면서 과연 그들이 오나 안오나 보도록 합시다."

 

다들 그녀의 말에 동의 할수 밖에 없었다.

그들은 눈을 쓸어내고 담요를 펴고는 함께 앉았다.

낙타와 상사아가 모닥불을 펴 그들 칠인은 둥그렇게 모여 앉았다.

어느 누구도 잠이 올 리 없었고 어느 누구도 말할 기분이 아니었다.

그들은 진달해와 다른 한 사람이 나타나길 기다렸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정말로 그들이 나타날까 두려웠다.

만일 그들이 한바퀴를 돌아 다시 이곳으로 돌아온다면 그야말로 자기들의 운명을

그들과 함께 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한참을 기다리고 있는데 갑자기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발자국 소리가 나자마자 칠인은 동시에 몸을 벌떡 일으켰다.

그러자 그 발자국 소리가 갑자기 멈췄다. 이 짧은 순간에

이 일곱 사람은 자기들의 심장이 뛰는 소리마저도 들리는 듯했다.

돌연 발자국 소리가 다시 나기 시작하더니 서북방으로 멀어지는 듯 했다.

바로 이때, 질풀이 불어와 눈을 날렸다.

눈이 모닥불을 덮어 버려 불은 꺼지고 말았다.

사방은 칠흙 같은 어둠에 싸이고 말았다.

쉭! 쉭! 쉭! 하는 소리만 났다.

이문수 등 육인이 동시에 칼을 빼어든 것이다.

아만이 아! 하며 소보의 품으로 뛰어들었다.

그들의 검은 흰눈에 반짝이는데 발자국 소리는 점점 멀어지더니 들리지 않게 되었다.

날이 밝았어도 숲속에 별 이상한 점은 찾아볼 수 없었다.

햇빛이 나뭇잎 사이로 스며들자 그제서야 사람들은 정신이 들었다.

다시 길을 찾기로 하고 한참을 가는데 아만의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여길 좀 봐요!"

 

왼편의 관목이 몇 그루 밤혀 있었다. 소보가 그곳을 헤쳐 살펴보니 두 갈래의 발자국이 있었다.

그는 기쁨을 억누르지 못하고 환호했다.

 

"여기로 갔구나!"

 

아만이 말했다.

 

"아마 그 강도는 지도를 잘못보고 한바퀴 돈 거야.

한 바퀴 돌고 나서야 제대로 이곳으로 찾아간 걸 거야.

공연히 우리만 하룻밤 꼬박 떨게 했잖아."

 

소로극이 하하하! 크게 소리내어 웃었다.

 

"그렇겠지. 차이고네 집안은 워낙 담이 작아서 하룻밤 내내 귀신이 나올까봐 시달렸겠지.

소로극 집안의 두 용사는 도리어 귀신이 나오길 기다리고 있었는데.

귀신이 나오기만 하면 그 귀를 잡고 똑똑히 봐 두려고 했는데."

 

차이고는 그의 말을 들은체 만체 코방귀도 뀌지 않고 있었다.

갑지가 손을 들어 소로극의 귀를 잡아당겼다.

소로극이 소리를 지르며 펑! 하고 그의 등에 일격을 가했다.

그러나 차이고는 휘청하면서도 한번 잡은 손을 놓질 않았다.

여전히 소로극의 귀를 잡은 채였다.

소로극의 귀에서는 선혈이 흐르기 시작했다.

한번더 힘을 쓰면 귀가 떨어질 것만 같았다.

소로극과 차이고는 서로 퍽퍽거리며 여러번 주먹이 오고간 뒤에야 갈라섰다.

한 사람은 코가 파랴고 한 사람의 눈은 부어올라 있었다.

두 사람이 이렇게 한참을 다투고 나서야 그들은 다시 앞으로 나아 갈 수 있었다.

길은 울퉁불퉁하고 마구 꼬부라졌다 해서 걷기가 몹시 힘들었다.

때로는 움푹 파인 곳을 돌아가기도 하고 때로는 동굴을 뚫고 지나가야만 했다.

만일 눈의에 찍힌 발자국이 없었다면 정말 힘들었을 것이다.

이문수는 속으로 생각했다.

 

(과연 미궁은 은밀하기 그지없는 곳에 있구나. 지도가 없다면 찾을 업두도 낼 수 없겠는걸.)

 

점심 때쯤 되자 간밤에 한숨도 못 잤으므로 다들 몹시 피곤했다.

오직 한사람, 이문수만은 수련이 워낙 든든했으므로 여전히 맑은 정신을 지니고 있었다.

소보가 말했다.

 

"아버지, 아만이 더 이상 걸을 수 없으니 잠깐 쉬도록 해요."

 

소로극이 채 대답을 하기전에 맨 앞장 서가던 차이고의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아!"

 

소로극은 재빨리 앞으로 뛰어나갔다.

쭉 늘어서 있는 나무들을 돌아가니 산이 보였다.

 부채가 펼쳐진 듯한 두개의 철문이 보였다.

그 문은 눅슬고 얼룩덜룩한 것으로 보아 몹시 오래됐음에 틀림없었다.

칠인이 동시에 환호성을 올렸다.

 

"고창미궁이다!"

 

하며 재빨리 앞으로 달려갔다.

소로극은 있는힘을 다해 철문을 밀어 보았지만 두 개의 부채꼴형의 문은 끄떡도 아니했다.

차이고가 말했다.

 

"그 놈의 도적이 안에서 문을 잠갔나 보다."

 

아만은 철문 주위를 세세히 살펴보았지만 하늘이 만들어 놓은듯

조금도 틈을 찾아낼수 없었다.

아만이 다시 문고리를 잡고 왼쪽으로 돌려보았지만 끄떡도 않는다.

이 미궁이 건설된지 몇백년이 됐는지도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아무리 사막의 기후가 건조하다 해도 철문에 녹이 슬었을 법도 한데

아무리 밀어 봐도 도대체 요지부동이었다.

그때 아만이 다시 한번 오른쪽으로 돌리기 시작했다.

뭔가 헐거워지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녀는 쉬지않고 몇번이나 돌렸다.

소로극과 차이고는 자기들의 힘센 기운으로 문을 밀고 있었다.

자기 철문이 활짝 열렸다.

잔뜩 힘을 써 문을 밀고 있던 두 사람은 동시에 앞으로 엎어지고 말았다.

너무나 뜻밖의 일인지라 두 사람은 아픈것도 잊은채 멍하니 서로의 얼굴만을 쳐다볼 뿐이었다.

들은 동시에 정신이 든 듯 갑자기 큰소리로 웃으며 서로 부둥켜 안았다.

내부는 빛이라고는 전혀 스며들지 않는듯 몹시 깜깜했다.

소보는 횃불을 붙여 한손에 쥐었다.

또 다른 손엔 장도를 든채 선두에 서 길을 인도했다.

길을 따라가는데 갑자기 세갈래 의 갈림길이 나왔다.

미궁 내부에는 그들이 지금껏 쫓아온 눈 위의 발자국이 있을리 없었으므로

그 두사람이 과연 이중 어느길로 갔는지 알아낼 수가 없었다.

모두 몸을 굽혀 발자국을 살펴 보았다.

왼쪽과 오른쪽의 두 갈래길에 뭔가 흐릿하게나마 발자국이 나 있었다.

소로극이 말했다.

 

"네 명은 왼쪽으로 가고 셋은 오른쪽으로 가보자. 이따 여기서 다시 마나기로 하고."

 

이문수가 말했다.

 

"그건 좋은 방법이 아닙니다. 이곳은 바로 미궁이라 불리는곳 입니다.

분명 구불구불한 길이 많을테니 함께 행동하는 게 좋을 듯 합니다."

 

소로극이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이런 동굴 중에 길이 구부러지면 얼마나 구부러진다고.

한인은 본래 담이 작은 종족이니 정말 별 수 없군."

 

그러나 말은 이렇게 하면서도 칠인은 떨어지지 않고 함께 행동을 하기로 했다.

그들은 오른쪽길이 비교적 넓은걸 보고는 오른쪽으로 향했다.

십여장쯤 갔을까. 문득 소로극은 생각했다.

 

(과연 저한인의 말이 옳았구나.)

 

가며 가며 계속 갈림길이 나왔던 것이다.

칠인은 모두 주의깊게 발자국을 살피며 나아갔는데 때로는 양갈래의 갈림길에

다 발자국이 있는 적도 있었다.

그럴 경우엔 어느 한쪽을 임의대로 택할 수밖에 없었다.

한참을 가도 도대체 이 동굴 중에 갈림길이 몇이나 되는지 헤아릴 수 조차 없을 지경이었다.

한쪽으로 갈림길을 택할때마다 아만은 동굴 벽에다 칼로 기호를 그리곤 했다.

그러지 않고서는 도저히 이 길을 다시 무사히 빠져 나올 수 있을 것 같지 가 않았다.

그때 갑자기 눈앞이 활짝 열리는 듯하더니 훤히 뚫린 공지가 나타났다.

그 끝에는 다른 부채꼴형의 철문이 바위에 박혀 있었다.

칠인은 공지를 지나 문앞으로 다가갔다.

소로극이 전처럼 문고리를 돌려봤다.

그러나 그 문은 잠겨 있던게 아니라 그냥 닫혀 있었을 뿐이었다.

살짝 밀었는데도 저절로 문이 열렸다.

칠인이 안으로 들어가니 그 내부는 전당 이었다.

사방의 벽은 흙이나 나무로 조각된 불상이 늘어서 있었다.

전당에서 내부로 더 들어가니 방들이 쭉 늘어서 있었다.

매 칸의 방에는 다 불상이 모셔져 있었다.

가끔씩 벽에는 한문이 씌어 있는 것도 있었다.

'고창국국주'(高昌國國主),'문태'(文泰), '대당정관십삼년'(大唐貞觀十三年) 등등이었다.

느 전당에 모신 것은 다 한인의 소상이었는데 그가운데 노인이 있었거,

현판에다 '대성지성선사공자위'(大成至聖先師孔子位)라고 씌어 있었다.

그 죄우에 수십인이 늘어서 있는데

안회(顔回), 자로(子路), 자공(子貢), 자하(子夏), 자장(子張) 등의 이름이 써 있었다.

소로극은 이렇게 쭉 늘어서 있는 한인들의 소상을 보더니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싹 돌리고 지나갔다.

이문수는 속으로 생각했다.

 

(이곳 사람들은 다 회교를 믿는데,

어째서 이 미궁 안은 불상이 모셔져 있고 또 한인의 소상이 있단 말인가.

벽에 써 있는것조차 한문이라니, 정말 알 수 없는 일이로군.)

 

칠인은 하나하나 방을 통과하며 지나갔는데 대부분이 이미 많이 허물어져 있었다.

어느 전당에는 황사가 잔뜩 쌓여 있어 출입구까지도 막혀 있는 곳도 있었다.

미궁 안의 길은 원래부터 구불구불 복잡한데다 벽까지 모래로 막혀 있으니

정말로 갈피를 잡을수 없었다.

칠인 모두 어디로 향해야 할지 모르고 갈팔질팡했다.

어느 때는 길 가운데 백골 몇 구가 있을 때도 있었다.

그 궁중의 기물용구는 다 회강의 물건이 아니었다.

이문수는 어렴풋한 기억속에서 이것들이 다 한인의 물건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여전히 사람들은 계속 이어지는 여러 가지 정경들에 눈이 어지러워 경탄의 소리가 그치지 않았다. 그러나 전설의 금은 보화라고는 눈꼽만큼도 찾아볼 수 없었다.

칠인이 어두컴컴한 길을 따라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데

돌연 으시시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이곳에서 천년을 조용히 살아 왔지만,

어느 누구도 감히 수선을 피운적이 없었다.

어디 담이 큰놈은 이리로 와 봐라.

그자리에서 죽이고 말 것이다!"

 

그 소리는 카자흐어를 쓰고 있었다.

그 음성은 아주 분명했고 전혀 울리지 않아 그 말하는 바를 똑똑히 알아 들을 수 있었다.

아만이 놀라 말했다.

 

"악귀예요! 악귀. 들어봐요, 여기서 천년을 살았대요!"

 

하며 소보의 손을 잡아끌어 뒤로 몇보 물러나게 했다.

낙타가 외쳤다.

 

"저건 사람이야, 귀신이 아냐!"

 

하며 횟불을 높이 치켜들고 앞으로 걸어갔다.

상사아도 뒤질세라 앞으로 나가 그들 두 사람은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걸어 갔다.

막 모퉁이를 꺽어졌을때 갑자기 두 사람의 비명소리가 들리며 뒤로 거꾸러지고 말았다.

나머지 사람들은 모두 잔뜩 겁을 집어먹고 어쩔 줄을 몰라 하고 있었는데

소로극과 차이고가 손에 들고 있던 횃불을 버리고 부축하러 갔다.

어둠속에서는 괴기한 웃음 소리만이 들려올 뿐이었다.

 

"내가 여기서 천년을 살았다.

천년을 살았어.

지금껏 이 안으로 들어온 자는 누구를 막론하고 다 죽음을 면치 못했으리라."

 

차이고는 더 이상 우물쭈물 주저할 겨를이 없었다.

재빨리 낙타를 안고 밖으로 뛰쳐 나왔다.

소로극도 상사아를 안고 나머지 사람들과 함께 그곳을 빠져나왔다.

그들 뒤로 괴기한 웃음 소리만이 입구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안뜰로 나와서 낙타와 상사아를 살펴보니

두 사람의 입가에는 선혈이 흐르고 있었고 이미 숨은 끊어져 있었다.

나머지 다섯 사람은 서로의 얼굴만 쳐다볼뿐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그들은 이 일을 어찌해야 좋을지 단지 경악할 따름이었다.

아만이 말했다.

 

"저 악귀가 사람들이 들어오는걸 싫어하니......

소란을 피우는걸 싫어하니......

우리 빨리 이곳을 빠져 나가요!"

 

일이 이렇게 된 상황이니 소로극과 차이고도 더 이상 용맹을 과시할 처지가 아니었다.

그들은 두 구의 시체를 안고 오며 표시해 놓았던 기호를 따라 미궁을 빠져 나오고 말았다.

차이고는 두명의 아끼던 제자를 잃었으니 그 상심이 대단했다.

는 연신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고 있었다.

소로극도 더 이상 그를 놀리 기분이 아니었다.

그는 차이고를 위로했다.

 

"그 두 명의 한인강도 또한 미궁에 들어간 후에 그 종적을 찾을길 없는걸 보니 

틀림없이 미궁의 악귀에게 죽음을 당했을거야. 그럼 됐지 뭐."

"빨리 돌아가요. 그리고 이후로는, 다시는......다시는 이곳에 발도 들여 놓지 않도록 해요."

 

차이고가 말했다.

 

"우리 부족의 대부대가 곧 들이닥칠 터이니

그들에게 이 사실을 알려야만 돼.

이궁에 들어갔다간 목숨을 부지할 수 없다고."

 

소로극이 말했다.

 

"좋아! 미궁 밖에 있는다면 설마......설마 괜찮겠지."

 

정말 그의 말대로 괜찮을지는 아무도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그들은 좀더 마음을 놓기 위해서 육칠리 가량 더 뒤로 물러났다.

사방이 탁 트인 광활한 평지에 이르러서야 비로서 그 자리에 머물기로 했다.

소로극이 말했다.

 

"악귀는 태양을 무서워하니 이렇게 태양이 내려쬐고 있는 곳이 라면 두려울게 없지."

 

아만이 물었다.

 

"밤에는요?"

 

소로극은 머리를 긁어댈 뿐 뭐라고 대답을 못했다.

 

 

다행이도 어두워지기 전에 제 일 부대가 도착했다.

소로극 등은 미궁을 발견하긴 했지만 그 안에 사람을 해치는 악귀가 있더라고 얘기를 해주었다.

아무리 대담한 자라 해도 선뜻 살펴보자고 말을 꺼내는 자는 없었다.

두 시간 남짓 되자 제 이부대, 제 삼부대가 앞을 다투며 도착했다.

그들 수 백인은 그곳에서 노숙하기로했다.

십여 인 마다 간격을 두어 커다란 모닥불을 피웠다.

설사 악귀가 다시 나타난다 해도 이처럼 많은 불 앞에서는 어쩔 수 없으리라고 생각했다.

이문수는 암석에 기대어 앉아 있었다.

그녀는 속으로 생각했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멀고도 먼 중원에서 회강까지 오신것은

오로지 고창미궁을 찾기 위한 것이었는데,

그들은 미궁도 채 못 찾고 목숨만 버리고 말았다.

만일 미궁을 찾을 수 있었어도 역시 미궁의 악귀에게 목숨을 잃었거나 악귀의 목소리에 놀라

도로 밖으로 뛰쳐나올 수밖에 없었겠지. 혹시 모르는 일이야.

아버지와 엄마의 무공이 대단하니 틀림없이 악귀의 위협에도 굴복하지 않았을 꺼야.

아니야, 아무리 사람의 무공이 뛰어나다 해도 악귀를 당해 낼 순 없을거야.

그래, 감히 악귀와 맞붙을 생각은 못할 거야.)

 

그때 그녀의 뒤쪽에서 누군가 조용히 다가오고 있듯이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누군가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렸다.

 

"수아야."

 

이문수는 몹시 기뻐 벌떡몸을 일으켰다.

 

"할아버지, 할아버지가 오셨군요."

 

계노인이 말했다.

 

"도데체 마음이 놓여야지. 아무래도 널 봐야 할것 같아 사람들을 따라왔지."

 

이문수는 몹시 감격해서 그의 손을 쥐며 말했다.

 

"그렇게 길이 험한데 그 노구의 몸을 끌고 오시다니,

정말 고생이 많으셨죠? 여기 앉아서 좀 쉬세요."

 

계노인은 그녀가 잡아끄는 대로 그녀의 옆에 앉았다.

그때 홀연 날카로운 올빼미 울음 소리가 들렸다.

그 울음은 몹시 귀에 거슬렸다.

사람들이 다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는데 멀리서 뭔가 희뿌연 물체가 보였다.

그 물체는 암흑 속을 휙! 가로질러 무리로부터 약 네장 정도 떨어진 곳에 우뚝 섰다.

어렴픗이 보아하니 인형인 것 같았다.

그러나 불빛에 보니 백색옷을 걸치고 얼굴에는 선혈이 낭자한 것이 기괴하기 짝이 없었다.

그 흰옷 또한 피에 젖어 있었다.

키또한 보통을 훨씬넘어 평범한 사람과 비교하자면 최소한 오 척은 더 클 듯싶었다.

어둠속에서 이러한 현상을 보니 그 무서움은 무엇에도 비교할 수가 없었다.

그 물체가 별안간 양손을 앞으로 쭉 뻗는데 그 열 손톱이 손가락보다 길었고

손은 온통 피로 물들어 있었다.

사람들은 너무나 놀라 숨도 멎은채 누구하나 정적을 깨는 자가 없었다.

그 요괴는 갑자기 요사스럽게 웃으며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미궁에서 천년을 살면서 누구도 감히 미궁으로 들어오게 하지 않았었다.

감히 소란을 피우다니 이처럼 대담한 짓을 시킨자가 누구란 말이냐?"

 

그 말은 카자흐어였고 이문수가 바로 전에 미궁에서 들었던 바로 그 음성이었다.

요괴는 천천히 몸을 돌려 두 손으로 세 장 가량 떨어져 있는 한 필의 말을 가리키며 외쳤다.

 

"죽어라!"

 

그리고는 몸을 돌려 쏜살같이 가버렸다. 

순식간에 그 자취를 감춰버린 것이었다.

요괴가 홀연히 나타났다 홀연히 사라지며 사람들을 두려움에 떨게 하니

요괴가 가버리고 난 뒤 한참이 지나서야 사람들은 놀라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바로 그때 요괴가 두손을 들고 가리켰던 그 말이 갑자기 네 다리를 꺾으며

앞으로 고꾸라지고 말았다.

사람들이 앞을 다투어 말을 보러 가는데 말의 몸에는 조금도 상처가 없었다.

입이나 코에도 전혀 피가 흐르지 않았는데 이미 숨이 끊어져 있었다.

사람들은 다 어찌 된 영문인지 알수 없었다.

단지 마법에 걸려 죽었나 보다 하고 짐작할 수밖에 없었다.

사람들은 입을 모아 외쳤다.

 

"귀신이다, 귀신이야."

 

누군가가 말했다.

 

"나는 진작부터 사막에 귀신이 있다는걸 알았었어."

 

또 다른 사람이 한마디 했다.

 

"미궁에 천년씩이나 들어간 사람이 없었다니 과연 귀신이 지키고 있어서 그랬군."

 

질세라 또 한마디 거드는 사람이 있었다.

 

"귀신은 다리가 없다던데 그 귀신이 발자국을 남겼는지 한번 살펴봅시다."

 

사람들이 다 횃불을 손에 손에 들고 그 요괴의 자취를 살피는데

모래위에 뭔가 작은 구멍이 주개 나 있었다.

그 자국은 오척가량 떨어져 있었다.

사람들은 다 만일 사람이라면 이토록 발이 작을리도 없을 뿐더러

그 거리가 이토록 멀리 떨어져 있을리도 없다고 생각 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더 이상 이의를 제기할 자는 없었다.

미궁에 요괴가 출몰한다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 되고 말았다.

사람들은 입을 모아 말했다.

 

"미궁속에 뭐가 있든지 다 필요없다. 내일 날이 밝기만 하면 빨리 돌아가도록 하자."

 

밤새도록 사람들은 두려움에 떨었다.

그러나 다음날 태양이 떠오르자 사람들의 가슴속의 두려움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말았다.

몇몇 청년들은 미궁을 살펴볼 궁리를 하고 있었다.

소로극과 차이고가 강력히 반대하고 나서도 그들 귀에 그 말이 들어갈 리 만무였다.

두 사람은 미궁을 가려면 우선 여러가지 궁리를 한다음에라도 늦지 않다고 그들을 설득했다.

그러나 하루종일 상의한다고 뽀족한 수가 나올리 있겠는가?

할 수 없이 여기서 하룻밤을 더 지낸 다음에 다시 한번 묘책을 생각하기로 했다.

어느덧 해시(亥侍)가 가까웠다.

바로 어젯밤 요괴가 출몰한 그 시각 이었다.

서쪽에서 세 번 날카로운 올빼미 울음 소리가 들려왔다.

사람들은 다 모골이 송연해졌다.

그때 흰옷에 긴 다리를 하고 온몸

이 피로 얼룩진 요괴가 쏜살같이 날아와서는 수 장 밖에서 뭡춰섰다.

 

"아직도 돌아가지 않았다니,

흥! 하루만 더 이 부근에서 어물쩡댄다면 하나씩 다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다.

내가 미궁에서 천년을 살았지만 감히 어느 누구도 들어올 엄두를 못 냈었는데

눈에 뵈는 게 없는가 보군."

 

이렇게 얘기하더니 천천히 몸을 돌리더니 두 손을 치켜들어 멀리

있는 한 청년을 가리켰다.

 

"죽어라!"

 

이 세 자를 말하고는 왔던 때와 똑같이 나는 듯이 달려갔다.

달빛아래 그가 멀어지는 모습이 보이더니 마침내는 보이지 않게 되었다.

바로 그때 그 청년은 고개를 떨구더니 한 마디도 말하지 못한채 숨이 끊어지고 말았다.

사람들이 그의 몸을 살펴보니 어제와 똑같이 상처를 찾아 볼 수 없었다.

어젯밤엔 말 한 필을 해쳤을 뿐이었지만

오늘은 급기야 건장한 청년 하나를 해치기까지 한 것이었다.

사태가 이쯤 되니 누가 더 머물고 싶겠는가?

게다가 소로극등이 말하기를, 미궁 안에 아무런 보물이 없다지 않은가?

금은 한 조각 찾아볼 수 없다지 않은가? 

날이 어둡지만 않았어도 사람들은모두 걸음아 날 살려라 하고 그곳을 도망쳤을 것이다.

다음날 날이 채 밝기도 전에 사람들은 앞을 다투어 아우성치며 돌아갔다.

이문수는 이미 어젯밤에 그 말의 시체를 자세히 조사해 봤다.

오늘 다시 한번 청년의 시체를 살펴보고 나니 더욱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중얼거리고 말았다.

 

"이건 귀신의 짓이 아니야!"

 

그때 바로 그녀의 등뒤레서 떨리는 음성이 들려왔다.

 

"귀신이야, 귀신! 수아야, 이건 귀신보다 더 무서운 거란다.

우리도 빨리 이곳을 빠져나가자."

 

하는데 어느새 계노인이 그녀의 등뒤로 다가왔던 것이었다.

계노인의 말에 이문수는 가볍게 탄식하며 말했다.

 

"그래요, 가요!"

 

바로 그때 소리 높여 외치는 소보의 음성이 들려왔다.

 

"아만, 아만, 어디있니?"

 

차이고도 놀라 말했다.

 

"아만이, 너와 함께 없었니?"

 

그도 소리높여 외쳤다.

 

"아만, 아만! 어디있니? 빨리 돌아가자!"

 

그는 이리저리 정신없이 딸을 찾아 다녔다.

소보의 애타는 음성이 여전히 들렸다.

 

"아만, 아만!"

 

그는 언덕 위로 올라가 사방을 살폈다.

그때 서쪽 길에 화두건이 보였다.

아무래도 아만의 것 같았다.

그는 급히 달려가 집어들어 보니 과연 아만의 두건이었다.

그는 너무나 다급한 나머지 소리쳤다.

 

"아만이 그 요괴에게 잡혀갔어요!"

 

그러나 이미 사람들은 떠난지 오래였다.

낙타와 상사아, 그리고 다른 한 명의 청년의 시체까지도 남김없이 데리고 떠난뒤였다.

오직 소로극과 차이고, 소보, 이문수 그리고 계노인 다섯명만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소로극은 소보의 외침을 듣고 얼른 달려왔다.

소보는 화두건을 손에 든채 죽어가는 듯한 목소리로 말햇다.

 

"이건 아만의 것이에요. 그녀는...... 그녀는...... 그 요괴에게 잡혀가고 말았어요."

 

이문수가 물었다.

 

"언제 잡혀갔지?"

"나도 모르겠소. 아마도 한밤중 일 것이오 그녀...... 그녀는 그녀의 여자 친구와 함께 잠잤소.

그리고 오늘 아침엔 찾아볼 수 없었소."

 

그는 멍하니 있더니 갑자기 미궁을 향해 미친듯이 달려갔다.

 

"죽더라도 아만과 같이 죽을 테다!"

 

아만이 이미 요괴에게 잡혀간 이상 소보로서는 그녀를 구해낼 방도가 있을리 만무했다.

그러나 만일 아만이 이미 이세상 사람이 아니라면 그 또한 더 이상 살고 싶지않았다.

소로극이 외쳤다.

 

"소보, 소보, 이런 멍청한것. 빨리 돌아와라, 정말 죽고 싶냐?"

 

그러나 그러한 그의 외침에도 불구하고 아들의 모습이 점점 멀리 사라지자

마침내는 그도 아들의 뒤를 따르기 시작했다.

자식에 대한 사링이 귀신에 대한 공포마저도 누르고 만 것이다.

잠시 멍하니 넋이 나간 듯 있던 차이고도 외쳤다.

 

"아만, 아만!"

 

그도 그들의 뒤를 따라 달려갔다.

이를 본 계노인이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며 말했다.

 

"수아야, 우린 돌아가자!"

 

이문수가 말했다.

 

"안 돼요, 할아버지. 전 그들을 구해내야만 해요."

"그렇지만 네가 귀신을 이겨낼순 없어."

"귀신이 아니라 사람이에요."

 

계노인은 더 이상 그녀와 아웅다웅해봤자 소용이 없다는걸 깨달았는지 가만히 있는다.

그는 갑자기 왼손을 뻗어 이문수의 팔을 꽉움 켜줬다.

그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수아야, 비록 귀신이 아니고 사람이라 해도 무서운건 마찬가지야.

내 말을 들어라. 빨리 돌이가자. 어서 이곳을 빠져나가야 한다.

우리는 한인이니 더 이상 회강에 머물지 말고 중원으로 돌아가자."

 

그러나 계노인의 애원에도 불구하고 이문수의 눈은 소보의 등이 사라져가는 곳을

향하고 있을 따름이었다.

그녀는 그들의 뒷모습이 점점 보이지 않게 되자 속이 타 견딜수 없었다.

계노인의 손을 뿌리치려 했으나 뜻밖에도 계노인의 힘음 몹시 셌다.

이문수가 아무리 벗어나려 힘을 써봐도 도무지 끄떡도 하지 않았다.

마침내 그녀는 애원 하기 시작했다.

 

"제발 날 놔 주세요! 소보, 소보가 죽을지도 몰라요!"

 

계노인은 그녀의 얼굴이 벌게져서는 안달하는 걸 보고는 탄식을 했다.

그는 더 이상 어쩔수 없다는걸 느끼고는 그녀를 잡았던 손을 놓아 주고 말았다.

 

"저 카자흐 소년을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질 않는구나!"

 

이문수는 몸이 풀어지자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려갔다.

그러한 그녀에게 계노인의 말이 들리리가 없었다.

그녀는 단숨에 미궁앞에 다다랐다.

소보가 장도를 미친듯이 휘둘러대며 고래고래 고함을 치고 있었다.

 

"이 죽어 마땅할 요괴, 아만을 해쳤으니 어디 너도 죽어 봐라.

만이 죽었으니 나도 더 살고 싶지 않다.

자, 나와 봐라! 나는 소보다.

빨리 나와서 나와 겨뤄보자! 내가 두렵단 말인가, 응?"

 

하며 그는 손을 뻗어 문고리를 돌리려 했으나 마음만 급하고 온전한 정신 상태가 아니라

아무리 이리저리 돌려 봐도 문은 열리지 않았다.

소로극은 여전히 소리 지르고 있었다.

 

"소보, 이런 바보 같은놈, 들어가선 안돼!"

 

그러나 소보가 그의 말을 들을 리가 없었다.

이문수는 소보가 저처럼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미친듯이 날뛰는걸 보니 몹시 마음이 쓰라렸다.

그녀는 소보를 향해 크게 외쳤다.

 

"아만은 아직 살아있소!"

 

소보는 그녀의 말을 듣고는 순간 번쩍 정신이 돌아오는 듯했다.

급히 그녀에게로 몸을 돌리며 물었다.

 

"아만이 아직 죽지 않았다고? 그대...... 그대가 그걸 어찌 알지?"

 

이문수는 대답했다.

 

"미궁 속의 그 요괴는 정말 귀신이 아니라 바로 사람이야!"

 

소보, 소로극, 차이고 등 삼인이 동시에 소리를 질렀다.

 

"분명히 요괴인데, 어찌 사람일 수 있단 말인가?"

 

이문수가 말했다.

 

"그건 바로 사람이 꾸민 것 이었소.

그는 일종의 매우 가는 독암기를 쏴서 말과 사람을 죽였던 것이오.

그래서 상처를 찾아 내기가 쉽지 않았던 것이오.

그는 또 다리 밑에 높은 막대기를 대고 있었소.

겉에는 장포를 덮어씌워 가리고 있으니 알아챌 수가 없었던 것이오.

그가 발자국을 남기지 않았던 것이나 키가 그토록 큰것,

그처럼 빠른 걸음 같은것은 다 이렇게 해서 가능했던 것이었소."

 

그녀의 설명에 다른 사람들은 감히 입도 열 수 없었다.

 

"나는 그 사람이 누구인지도 알고있소. 그의 암기를 쓰는 수법을 보고 알아낼수 있었소.

말과 그 청년의 시체에서 이미 그 암기의 흔적을 찾아냈소."

 

이렇게 앞뒤가 다 들어맞는 논리정연한 해석에도 불구하고 소로극 등은 단번에

그 말에 수긍하기가 힘들었다.

이때 계노인이 도착했다.

그는 느릿느릿한 말투로 말했다.

 

"나는 그 요괴가 얼마나 무서운지를 알고 있소.

부디 그 미궁 안으로 들어가지 마시오.

그래야 만 목숨을 지킬 수 있을 것이오.

는 노인이니 내가 하는 말은 틀림이 없을 것이오."

 

소보가 말했다.

 

"요괴이든 사람이든간에 어쨌든 난 들어갈 것이오 아만을 구해 내야만 합니다."

 

그는 이문수의 말대로 요괴가 아니라 사람이길 바라고 있었다.

만일 이문수의 말이 맞는다면 어쨌든 아만을 구해낼 가능성은 있게 되는 것이다.

그는 문고리를 돌렸다.

이번에는 돌리자마자 문이 열렸다.

이문수는 말했다.

 

"나도 그대와 함께 가도록 하겠소."

 

소보가 고개를 돌려 이문수를 바라봤다.

그의 가슴은 뭐라 말로 표현할수 없을 만큼 감격 스러웠다.

그는 말했다.

 

"이 영웅, 그대는 들어가지 마시오. 매우 위험한 일이오."

 

이문수가 말했다.

 

"걱정할 것 없소. 내가 그대와 함께 가면 위험 할 게 없소."

 

소보의 눈에 뜨거운 눈물이 가득 차 올랐다.

그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정말 고맙소, 정말 고맙소."

 

이문수는 생각했다.

 

(그대가 그토록 내게 감격하는 것도 다 아만을 위해서 일 뿐이겠지.)

 

그녀는 고개를 돌려 계노인에게 말했다.

 

"노인장께선 여기서 기다리도록 하십시오."

"안돼, 그럴순 없지. 나도 함께 가겠소. 그...... 그자는 몹시 흉폭한 자이니."

 

이문수가 말했다.

 

"연세도 많이 드시고 무예도 할줄 모르시니 밖에서 기다리시는게 좋겠읍니다.

전 전혀 위험하지 않습니다."

"넌 몰라서 그렇지. 얼마나, 얼마나 위험한 곳이라구. 너를 돌봐줘야 해."

 

이문수는 차마 더이상 그를 떨치지 못하고 생각했다.

 

(할아버지가 날 보호해 준다구? 내가 할아버지를 도와 줘야 할텐데.)

 

다섯사람은 횃불을 든 채 한번 지나간적이 있는 그길을 다시 들어가기 시작했다.

 

- 계 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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