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장 古今第一魔
①
능설비는 묘한눈빛을 던지며 말을 이었다.
"혈루대호법의 덕분에 구마령주의 소문이 천하에 자자함을 아는가?"
"알고 있습니다."
만화총관의 얼굴에 언뜻 곤혹스런 빛이 스쳤다.
"그 결과로 백도에서는 필히 동의지회(同義之會)가 벌어질 것같네."
"그, 그렇겠지요."
"그렇게 되면 천하 도처에 있는 동의맹 사람들에게 동의첩(同義帖)이라는 무림첩이 전달될 것이네."
"그렇습니다. 그리고 그 일은 바로 이곳 개봉부에 총타를 두고 있는 개방에서 담당할 것입니다."
"맞아, 바로 그 일 때문에 내가 여기에 온 것이야."
"예엣?"
만화총관은 두눈을 동그랗게 뜨고 능설비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개방을 치라는 말은 아니야. 아직은 칠 때가 아니므로."
능설비는 입가에 신비스런 미소를 짓고 있었다.
만화총관 만묘선랑은 더욱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능설비의 부드러우나 힘있는 음성이 이어졌다.
"나는 한 사람의 행적을 알아야 하네.
그 사람은 이십 년 전 홀연이 모습을 감추었고,
그 장소는 아무도 모르지.
그러나 개방의 뇌전신개라면 천하가 다 알고 있지."
"뇌전신개를 잡아야 하나요?"
"그는 용의주도한 자야. 큰 소문을 내지 않고는 그를 잡을 길이 없어.
그리고 그는 잡혀도 비밀을 불 사람이 아냐."
"그럼 누구를 ?"
"비합전서구에 첩지를 묶어 날리는 임무를 맡아 하고 있는 자를 끌어들여야 하네."
"그, 그렇군요."
만묘총관은 그제서야 능설비의 의중을 알겠다는 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한 시진 후 그 자와 함께 올 터이니 훌륭하고 멋진 향음을 준비하도록!"
능설비는 그 말을 남기고는 가볍게 몸을 한 번 흔들었다.
그러자 그의 모습은 순간적으로 여인들의 시야에서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개방의 총타는아주 넓은 대신 지저분하기가 그지 없었다.
그곳은 개봉부 안의 관제성묘(關帝聖廟)였다가 폐허가 된 곳이었는데,
지상에 세워진 전각은 언제나 오물에 뒤덮혀 있었다.
관제묘의 뒤로는 울창한 죽림이 넓게 펼쳐져 있었다.
바람이 불면 대나무잎이 쏴아아 빗소리를 내며 물결처럼 출렁거렸다.
겉보기에는 무척 한가로워 보였으나 사실 관제묘의 사방으로는
개미새끼 한 마리 얼씬하지 못할 정도의 천라지망이 펼쳐져 있었다.
특히 구마령주가 출현했다는 소문이 돈 후로 개방의 총타는 철옹성으로 화했다.
죽림 안에는 토굴이 하나 있다.
그 안에서는 끊임없이 새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토굴의 안에는 거대한 새장이 있었고,그 안에는 다리에 철통을 매달아 멀리 날려 보내
소식을 빨리 전하는 일을 하는 전서구가 수천 마리 갇혀 있었다.
전서구 중에서는 암컷들의 능력이 뛰어난데,
그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놈은 새끼를 본 지 얼마 되지 않은 암컷이다.
중요한 것은 새끼와 어미를 따로 분리시켜 두어야 한다.
어미새는 사람의 명령을 따라 날지 않는다.
본능적으로 자신의 새끼를 찾아 쉼없이 날아가는 것이다.
어떤 새는 자신의 집을 찾아가고, 어떤 새는 자신의 짝을 날아간다.
사람들은 교활하게도 새의 그러한 습성을 이용하는 것이었다.
토굴 안의 전서구를 관리하는 것은 개방의 순찰당 제자들이 맡고 있었다.
현재 순찰당주를 맡고 있는 이는 구면신개라는 인물이었다.
그는 다섯 살 때부터 개방에 몸담고 있는 사람이었다.
올해로 그의 나이 일흔 셋이니까 꼭 칠십 년을 개방을 위해 일해온 셈이었다.
"장로회의(長老會議)가 끝나고 나면 많은 것이 전서구로 전해지게 될 것이다.
너희 모두 그 순간을 대비해야 한다."
구면신개는 순찰당 제자들에게 그렇게 당부하고 토굴을 나섰다.
그는 죽림의 안쪽으로 걸음을 옮기며 이맛살을 찌푸렸다.
'구마령주가 대체 누구이기에 천하 도처에서 혈겁을 저지른단 말인가?
전통으로 보아 두려울 것은 없으나 만에 하나,
천기석부에 은거하신 쌍뇌천기자께서 소문대로 타계하셨다면 보통 일이 아니다.'
그는 소피를 보기 위해 죽림의 한 곳에 멈춰섰다.
그가 막 소피를 보려할 때,
"으음 ."
그는 어깨가 뜨끔함을 느끼며 그대로 정신을 잃고 말았다.
얼마나 시간이흘렀을까?
"으음 여, 여기는 ?"
구면신개는 간지러움을 느끼며 정신을 되찾았다.
그는 눈을 뜨다가는 헉! 하며 자지러지게 놀라고 말았다.
"흐으응 !"
벌거벗고 누워있는 자신의 몸에 아름다운 계집들이 뱀처럼 찰싹 달라붙어 단내를 풍기는
더운 입김을 뿜어내고 있질 않은가?
계집들은 가슴에 하나, 두 다리 사이에 하나, 그리고 그의 목을 쥐고 혓바닥으로
그의 얼굴을 마구 핥아 대었다.
"이, 이게 무슨 짓이냐?"
구면신개는 너무 놀라 몸을 벌떡 일으키려 했다.
그런데 전혀 힘을 쓸 수가 없었다.
몸을 일으키려 하는 건 그의 마음뿐,몸이 말을 들어주지 않았다.
"흐음 낭군님!"
"어, 어서 !"
계집들의 동공은 목마른 갈증으로 타고 있었다.
꿈일까?
현실이라고 하기에는 구면신개에게는 너무도 황홀한 정경이었다.
용모가 추악해 여인들에게 천시만 받고 살아온 그가 아니었던가?
하지만 구면신개 역시 늙었으나 사내였다.
여인들의 비단결 같은 살결이 몸에 닿자 곧 뜨겁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그는 누구인지도 모르는 계집의 봉긋한 젖가슴을 덥썩 거머쥐었다.
구면신개가 이성을 잃고 자신을 주체하지 못하는 것은 방 안에 가득 뿌려진 색혼향(色魂香) 탓이었다.
구면신개는 헉헉 뜨거운 숨결을 내뿜으며 아무 계집이나 잡고 몸을 취하려 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그의 몸이 모두 타버릴 것만 같았다.
"호홋, 성급도 하셔라."
계집은 탄탄한엉덩이를 교묘하게 놀려 구면신개의 손을 피했다.
"그, 그러지 마라. 제발 몸이 전부 타버리는 것 같다. 헉헉 !"
구면신개는 터져버릴 것만 같은 음욕에 몸부림을 쳤다.
그것을 당장 풀어버리지 못하면 몸이 숯으로 화하고 말 것만 같았다.
게다가 그를 사로잡고 있는 음욕은 진짜 계집을 취해야만 풀어지는 아주 이상한 음욕인 것이었다.
"흐응 귀영마수라가 어디에 살고 있는지만 말해 줘요."
계집 하나가 구면신개의 목을 긴 팔로 휘어 감으며 유혹하듯 끈적한 비음을 발했다.
그와 함께 어디선가 띠잉 띵, 인간의 이성을 마비시키는 마(魔)의 거문고 소리가 들려왔다.
구면신개는 완전히 넋을 잃고 말았다.
"그, 그가 어디 사는지는 모르나 그에게 날아가도록 훈련된 비둘기가 추운구(追雲鳩)라는 것은 알지."
"그 비둘기가 어디에 있나요?"
계집이 그의 품으로 더욱 바싹 안겨들며 물었다.
"이십구호 새장 안의 가장 힘이 센 놈이야. 헉헉 !"
구면신개는 개방의 최고 비밀을 서슴없이 내뱉었다.
그는 오로지 주체할 길없이 타오르는 음욕을 풀어야 한다는 절박감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의 손이 우악스럽게 계집의 봉긋한 젖무덤을 움켜쥐자 계집은 그의 품으로 바싹 파고들었다.
그러나 그 순간 계집의 눈빛이 더없이 차게 빛나는 것을 구면신개는 까마득히 모르고 있었다.
그녀의 가느다란 손이 구면신개의 등판 혈도를 빠르게 찍어 버렸다.
황홀감에 취해 막 계집을 취하려던 구면신개는 등판이 뜨끔하는 것을 느끼는 순간
아득한 나락으로 떨어져 버리고 말았다.
얼마나 시간이흘렀는지도 몰랐다.
구면신개는 축축한 이슬의 감촉이 살갗에 와 닿는 느낌에 흐릿하나마 의식을 찾을 수 있었다.
그러나 완전히 의식이 돌아온 것은 아니었다.
"으으음 ."
그는 아직도 계집을 끌어안고 있는 착각 속에 벌거숭이의 몸으로 죽림의 이슬 위에서
뒹굴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가 열락에 들뜬 신음소리를 내며 자신의 사타구니를 조일 때,
"당주님!"
"이게 무슨 일입니까?"
두 명의 젊은 거지가 죽엽을 헤치며 구면신개에게 다가오며 놀라 외쳤다.
"응?"
구면신개는 그바람에 갑자기 정신을 차리고 몸을 벌떡 일으켰다.
어리둥절 주위를 휘둘러 보는 그의 시야에 바람결에 흔들리고 있는 대나무잎들이 들어왔다.
그리고 기가 막히다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는 그의 제자들까지.
'내, 내가 망측한 꿈을 꾸다니 아아, 수양을 더 해야겠다.'
구면신개는 자신의 꼴을 한탄하며 고개를 저었다.
그러나 제자들에게만은 솔직하게 말을 할 수가 없었다.
"험험 너희들은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를 것이다."
두 제자가 의아한 얼굴이 되어 바라보자 구면신개는 자못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사실 이 노화자(老化子)께서는 개방비전 와견행술(臥犬行術)이라는 것을 연마하고 있던 참이다."
"와견행술이오?"
"그런 신묘한 절기도 있었나요? 시간이 나면 저희들에게도 꼭 전수해 주십시오."
추풍(追風)과 부풍개는 구면신개의 말이 진짜인 줄로만 알고 그를 비웃는 표정을 거두었다.
얼마 후, 구면신개는 자신이 기거하는 토굴로 들어갔다.
토굴 안의 비둘기 떼들은 날아오를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때는 이미 집법당(執法堂)의 사람들이 와서 암호로 적힌 전서(傳書)를 정해진 비둘기 다리에
묶은 후였다.
날아오르기로 된 비둘기의 수는 오십에 달했다.
구면신개는 제자들에게 새초롱을 들게 한 다음 먼저 밖으로 나갔다.
그의 지위는 개방 총타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었다.
그러나 개방에는 노고수들이 많아 강호 전역을 따지자면 그의 지위는 백번 째 밑으로 가라앉을 정도였다.
비둘기 중 태반은 은거중인 노고수들에게 보내지는 것이었다.
그 중 몇 마리는 개방에만 소식을 전하고 있는 몇몇 정파의 명숙들에게 날아가기로 되어 있었다.
강호의 모든 것들과 소식을 끊고 살고 있는 사람들을 불러내기 위해 비합전서구를 날리는 것이었다.
푸드드득! 힘차게 깃을 젓는 소리가 들리며 오십 마리의 비둘기가 죽림 위로 날아올랐다.
그러나 그 뒤로 다가올 풍운은 아무도 모르고 있었다.
곰의 귀와 닮았다 해서 이름 붙여진 웅이산(熊耳山),
노을에 물든 산중에 조금은 기괴한 장면이 벌어지고 있었다.
구우구구 ! 긴 비둘기 울음소리가 들려오고,
"하핫, 거의 다 온 모양이구나."
곧바로 숲속에서 낭랑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소리가 들려온 숲에서는 흰 옷을 걸치고 죽립으로 얼굴을 가린 사람 하나가 허공을 나는
비둘기 한 마리를 따라 어기비행술로 달리고 있었다.
앞서 날고 있는 비둘기는 간혹 뒤따라 오는 자를 돌아보고는 앞으로 날아갔다.
"추운구, 너는 정말 영리한 놈이다. 다른 녀석이면 만수제령비법(萬獸制靈秘法)으로 길들이는데
시간이 꽤 걸렸을 텐데 네녀석은 즉시 나의 종이 되었으니 ."
비둘기의 뒤를쫓는 자의 손에는 철통이 하나 들려 있었다.
그것은 본래 비둘기의 다리에 매달려 있던 것이었는데, 비둘기는 철통을 다리에 매달고 날아가다가
죽립 쓴 사람에게 잡혀 얼마 후 그의 만수제령비법에 길들여진 것이었다.
금수를 제압하여 자신의 수족처럼 부리는 수법은 만수만금제령사공(萬獸萬禽制靈邪功)이 으뜸이었다.
그것은 마의 천하를 이룩하려다 설산에서 죽은 천외천혈마의 비전수법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죽립 쓴 사람이 시전하는 만수제령비법은 천외천혈마의 수법보다도 뛰어난 것이 아닌가?
추운구라 불린비둘기는 주인의 칭찬을 듣자 기쁜 듯 아주 빠른 속도로 날아가는 것이었다.
추운구와 죽립을 쓴 인물이 도달한 곳은 웅이산 깊은 곳이었다.
그곳에는 고운도관(孤雲道觀)이라는 세속과 인연을 끊고 지내는 사람들의 집단이 있었다.
도관의 역사는 전국시대(戰國時代) 이전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고, 그곳에 머물러 있는
사람들의 수효도 꽤 많았다.
고운도관의 관주는 공동파의 장문인이 되어야 하는데도 호탕하게 그 자리를 사제에게 떠맡기고
은거한 사람으로 고운상인(孤雲上人)이라 했다.
고운상인은 지금 암천에 한광을 뿌리며 떠 있는 달을 올려다 보고 있었다.
'몹시 불길한 기운이 흐르고 있다. 어이해 오늘따라 마의 기운이 강하게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그가 나직이 중얼거릴 때,
"상인도 이상한 마의 기운을 느끼시는 모양이구료?"
그의 등 뒷쪽에서 오척단구의 노도사 하나가 다가오며 말을 걸었다.
그는 과거가 전혀 알려지지 않은 무연진인(無緣眞人)이라는 사람이었다.
그는 고운도관에 틀어박혀 도경(道經)을 보며 정양하는 가운데 소일하고 있었다.
그에 대해 아는 사람은 고운상인뿐이었다.
정확히 말한다면 고운상인은 무연진인 때문에 공동장문인 자리를 버린 사람이라 할 수 있었다.
무연진인은 공동파의 복마주천검진(伏魔週天劍陣)을 통째로 이끌고 있었다.
고운상인은 바로 그의 호법이라 할 수 있었다.
"며칠 전부터 꿈자리가 매우 사나웠소."
무연진인은 고운상인의 곁에 서며 쓸쓸한 시선을 허공으로 던지며 말했다.
"무언가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음이 틀림없습니다."
고운상인 역시불길한 예감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었다.
"밤을 그냥 지새우기가 무엇하니 바둑이나 두십시다."
"그러시죠."
두 사람이 뜻을 같이하고 몸을 돌려 세우려 할 때였다.
갑자기 허공에서 꾸루룩 꾸룩! 하는 소리가 들리며 비둘기 한 마리가 떨어져 내리는 것이었다.
"개방에서 소식을 보내다니 이십 년간 이런 일은 없었는데."
무연진인이 깜짝 놀라 손을 뻗어 떨어지는 비둘기를 잡았다.
그리고는 즉시 비둘기의 다리를 살피다가는 입을 딱 벌리고 말았다.
의당 매달려 있어야 할 철통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아무것도 없는 전서구를 날리다니 해괴한 일이잖소?"
"이해할 수가 없군요."
고운상인 역시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때였다.
"후훗, 뇌전신개가 무림동의맹의 맹주 자격으로 네게 보낸 글을 내가 읽어주겠다."
허공에서 낭랑한 음성이 들려오질 않는가?
"허엇!"
두 사람은 기겁성을 터뜨리며 허공을 바라보았다.
비둘기가 날아온 하늘 위에 한 사람이 구름과 같이 둥실 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의 손에는 추운구의 다리에 묶여 있어야 할 철통이 들려 있었다.
"웬 놈이냐?"
고운상인과 무연진인이 동시에 노성을 터뜨렸지만 허공의 인물은 가볍게 코웃음을 친후
철통에서 쪽지를 꺼내 읽기 시작했다.
"귀영(鬼影)에게 구마령주가 나섰소. 신변이 위급하니 거처를 일단 소림사로 옮기도록 하시오."
절정의 부운답보 수법을 펼쳐 허공에 둥실 떠 있는 인물은 개방의 암호로 적힌 글을 아주 쉽게
풀이해 읽었다.
그가 글을 읽는 동안 사방에서는 소리없이 검수들이 나타나 무연진인과 고운상인의 주위를
철통같이 에워싸며 호위를 섰다.
검수들은 무연진인이 수족같이 부리는 공동파의 제자들이었다.
무연진인은 이마에 땀을 흘리며 허공의 인물을 향해 입을 열었다.
"너는 누구며 무엇 때문에 여기에 온 것이냐?"
"후훗, 네놈은 동의맹의 첩자로 마도의 비밀을 동의맹에 빼돌린 바 있다.
네놈은 바로 귀영마수라가 아니더냐?"
죽립을 깊이 눌러 쓴 허공의 인물은 천천히 지면을 향해 떨어져 내렸다.
그의 발이 지면에 닿음과 동시에 스르릉 차앙! 하는 날카로운 금속성이 일며 검수들이
일제히 검을 뽑아 들었다.
뒤이어 복마주천검진이 발동되며 수십 자루의 검이 죽립인을 향해 사정없이 찔러 나갔다.
서늘한 검광이 어둠을 가르는 순간 죽립인의 손이 쳐들려졌다.
"천마인(天魔刃)!"
죽립인이 일갈과 함께 손을 가볍게 떨쳐내자 섬뜩할 정도의 묵혈강(墨血?)이 회오리치듯
일어나며 짓쳐들던 검수들을 향해 쏘아져 갔다.
주천검수 다섯이 일시에 묵혈강에 격타당해 피떡이 되어 날아가고 말았다.
"마, 마종(魔宗)의 절기!"
죽립인이 펼쳐낸 수법을 알아보고 무연진인은 넋을 잃고 말았다.
보다 못한 고운상인이 한 소리 창노한 외침을 터뜨리며 위로 날아올랐다.
"차아앗!"
그가 기합소리를 내며 복마대력수(伏魔大力手)를 펼쳐내기 직전,
"너를 지금 처단하지는 않는다. 너는 죽을 자리에 가서 죽어야 한다."
죽립인은 냉소를 흘리며 흐릿한 연기로 화해 검진 속으로 스며들듯 파고들었다.
"어엇, 강기가 몸을 밀다니!"
"지, 지독한 자다!"
복마주천검진을 펼치고 있던 수십 명의 검수들이 죽립인에게서 발휘되는 경기에 휘말려
중심을 잃고 휘청거렸다.
죽립인은 그때를 이용해 자욱한 혈무를 일으켜 반경 이 장 정도를 가려버리고는 재빨리 몸을 빼내
무연진인을 사로잡고는 위로 훌훌 날아올랐다.
"우우 !"
그는 긴 장소성을 뽑으며 찰라지간에 백여 장을 날아갔다.
"거, 거기 서라!"
고운상인은 엉겹결에 당한 일이라 손도 쓰지 못하고 있다가 발을 동동 구르며 죽립인을 뒤따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가 몇 걸음도 채 옮기기 전에 죽립인의 모습은 그의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새벽 안개가 걷힐 무렵, 장안성문(長安城門)에서 소동이 일어나고 있었다.
시체 한 구가 성문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것이었다.
키가 아주 작은 사람의 시체인데 눈을 감지도 못하고 죽어 있었다.
그러나 정작 사람들을 경악시키는 것은 시신의 옷 가슴 부위에 남아 있는 피로 쓴 글씨였다.
'전 마도의 배반자 귀영마수라를 처단한다. 마도를 배반한 자는 살아남지 못한다.
이 자리를 빌어 만천하인들에게 약속한다.
보름 안으로 정파제일고수 정각(淨覺)을 이 자리에서 효수함을 구령마주.'
선명한 핏빛 글씨는 온 천하를 발칵 뒤집어 놓기에 충분했다.
귀영마수라는 혈루회의 배반자였다.
그는 마도의 비밀을 정파에 넘겼고, 정파는 그 덕에 승리할 수 있었다.
그는 편안한 최후를 마쳤다고 소문이 나 있었다.
그런 그가 이십 년이 지난 오늘 처참한 모습으로 만인들 앞에 효시(梟示)가 되었으니 .
귀영마수라의 시신은 장안 근처 종남파 사람들에 의해 잘 수습이 되었다.
그들 모두는 귀영마수라의 복수를 맹세하였으나 사실 구마령주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버릴 수는 없었다.
가공할 전율이아주 빠른 속도로 중원천하를 꽁꽁 얼어붙게 했다.
'구마령주는 고금제일마다'라고 사람들은 그렇게 말하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무협지 > 실명대협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19장 피의 來歷 (0) | 2014.06.19 |
---|---|
제18장 微行나온 皇帝 (0) | 2014.06.19 |
제16장 魔의 그림자 (0) | 2014.06.19 |
제15장 天機石府의 超奇人 (0) | 2014.06.18 |
제14장 古今第一智를 찾아서 (0) | 2014.06.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