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지/실명대협

제15장 天機石府의 超奇人

오늘의 쉼터 2014. 6. 18. 18:49

제15장 天機石府의 超奇人

 

 

 

 

능설비는 급히눈빛을 바르게 했다. 

 

"아, 아니오." 

 

능설비는 얼버무리듯 말하며 성큼 걸음을 내디뎌 쌍뇌천기자 쪽으로 다가갔다.

 

 

그러나 마음 속으로는 주설루에 대한 살심을 품고 있었다. 

 

'박살내 버리자. 내 머리 속을 귀찮게 하는 이 미물(美物)을 .' 

 

그가 마음을 다잡으며 다시 한 번 살수를 쓰려 했다. 

 

그때 돌연, 먼 곳으로부터 띠이이잉 하는 금음(琴音)이 들려왔다.

 

 

그것은 몹시 날카로운 칠현금의 소리였는데 주설루는 그 소리를 듣고는 흠칫 놀랐다. 

 

"호법들이 저를 부르는 소리입니다. 이런 일은 한 번도 없었는데 ." 

 

그녀는 당혹스런 표정으로 능설비를 한번 힐끗 보고는 급히 문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어디 가는 것이오?" 

 

능설비가 묻자, 

 

"곧 오겠습니다." 

 

주설루는 그 한 마디만을 남긴 채 휑하니 밖으로 달려나갔다. 

 

'어지간히 급한 모양이군.' 

 

능설비는 그녀가 사라지는 것을 바라보다가 침상가로 바싹 다가갔다. 

 

죽은 듯이 누워 있는 쌍뇌천기자의 가슴 위에 놓인 황금선이 그의 눈을 황홀하게 했다.

 

 

그는 그것을 잠시 바라보다가 문득 손에 쥐었다.

 

 

황금선이 능설비의 손에 들리자 쩌릿쩌릿한 느낌이 전해졌다.

 

 

그리 무거운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도 들고 있기에 몹시 무거웠다. 

 

'내게는 나쁜 물건이다. 아예 부숴버리자.' 

 

능설비는 황금선을 들고 있는 손에 힘을 가했다.

 

 

그 힘이라면 가히 철석(鐵石)을 가루로 만들 정도의 힘이었다.

 

 

그런데도 황금선은 전혀 훼손이 되지 않았다. 

 

'예상 외로 강한 물건이군.' 

 

능설비는 미간을 찌푸리며 진기를 배가시켰다.

 

 

그러나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능설비가 진기를 끌어올릴수록 황금선에서는 그에 상응하는 반탄력이 일어나서

 

그의 마공을 가로막아 버리는 것이었다. 

 

항마광음선은 마(魔)와는 극성이 되는 물건이었기에 그런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었다. 

 

'하여간 나와는 인연이 없는 물건이다.' 

 

능설비는 가볍게 손을 흔들었다.

 

 

그러자 황마광음선은 츠츠츳! 하며 허공을 찢으며 날아가다가 반대편 벽 속에 깊이 박혀 버렸다.

 

 

그 여력으로 인해서 석벽에 쩍쩍 균열이 갔다. 

 

"누, 누구냐 설루냐?" 

 

석벽에 금이 가는 소리에 그때까지 죽은 듯이 누워 있던 쌍뇌천기자가 스르르 눈을 떴다.

 

 

그것은 회광반조(廻光返照)의 현상이었다.

 

 

꺼져가는 촛불이 마지막 빛을 발하는 것과 마찬가지의 현상이라 할 수 있었다. 

 

" !" 

 

능설비의 눈과쌍뇌천기자의 눈이 허공에서 마주쳤다. 

 

대정안(大正眼)과 대마안(大魔眼)! 

 

그것은 너무도다른 눈빛이라 할 수 있고, 뛰어나다는 데에서는 공통점이 있었다. 

 

"후훗 !" 

 

능설비가 입가에 짙은 조소를 피워올리자, 

 

"올, 올 것이 왔도다!" 

 

쌍뇌천기자는 침중한 어조를 흘려냈다. 

 

"올 것이 오다니 그럼 나를 알고 있단 말인가?" 

 

능설비가 조소를 거두며 싸늘한 음성을 토해냈다. 

 

"그대는 혈수광마웅의 후예가 아닌가? 얼마 전 천기를 보며 대마인이 나타났음을 알았지." 

 

"그럴 리가 ?" 

 

능설비가 믿을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젓자, 

 

"이것을 보겠는가?" 

 

쌍뇌천기자는 몸을 조금 뒤틀며 손을 허리 밑으로 넣었다.

 

 

그리고는 이제껏 그가 깔고 누워 있던 봉서(封書) 한 장을 꺼내 들었다. 

 

"노부의 유서일세." 

 

그는 그것을 능설비에게 건네 주었다. 

 

 

봉서의 겉장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적혀 있었다. 

 

<'설루에게, 

 

혈수광마웅이 나타날 것이다.

 

 

그때 이것을 보고 이 안에 적힌 대로 대처하면 실수가 없을 것이다. '> 

 

 

정말 놀라운 글이 아닌가? 

 

과연 쌍뇌천기자에 대한 소문은 헛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능설비는 자신의 심중을 드러내지 않고 담담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흠, 혈수광마웅은 나의 속하일 뿐이오. 그리고 나는 그를 죽일 작정을 하고 있는 태상마종이오." 

 

그가 봉서마저무시하며 말을 하자 쌍뇌천기자가 침중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천마성(天魔星), 혈수광마웅은 무시할 수 없는 자라네. 어이해 마도인으로 그와 거리가 생겼는가?" 

 

"어리석은 자 죽음을 눈앞에 두고도 남의 걱정을 하다니." 

 

능설비는 일신에 구마절기의 기운을 끌어올리며 다가섰다.

 

 

그러나 쌍뇌천기자 단목유중은 죽음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듯 보였다.

 

 

오히려 그는 입가에 담담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다행이로다. 내가 두려워하던 천마성이 이런 사람이었다니 .' 

 

쌍뇌천기자의 미소는 능설비의 마성을 더욱 부채질했다. 

 

"나는 노인을 죽이기 위해 여기에 왔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노인이 살아 있다면 무림동의맹이 지극히 강해지기 때문이다." 

 

"내가 죽으면 동의결의(同義結義)가 깨질 것 같은가?" 

 

쌍뇌천기자가 능설비를 지그시 응시하며 질문을 하자, 

 

"물론이지." 

 

능설비는 단호한 어조로 대답을 했다. 

 

"후훗, 나는 무림계의 흐름에 따라 만들어진 일개 인간일 뿐이야.

 

내가 죽으면 과거 내가 나타났듯이 또 어떤 사람이 나타날 것이다." 

 

"천만에!" 

 

능설비는 비릿한 조소와 함께 쌍뇌천기자의 말을 강하게 부정했다. 

 

"후훗, 나를 너무 높이 평가하고 있군. 저곳을 보게." 

 

쌍뇌천기자는 말과 함께 한 곳을 가리켰다. 

 

" ?" 

 

그가 가리키는곳으로 능설비가 시선을 돌리자 자단목으로 된 서가가 눈에 띄었다. 

 

서가에는 겉장이 누런 책이 이십여 권 꽂혀 있었다.

 

 

'천기심득록(天機心得錄)', '대천하비록(大天下秘錄)' 등 서가에 있는 책들은

 

쌍뇌천기자가 틈이 있을 때마다 짬짬이 저술한 것들이었다. 

 

"저것들이 바로 나의 머리(腦)이네. 그러나 나는 머리로 유명해진 사람이 아니라네.

 

나는 사필귀정(事必歸正)의 이치를 믿고 살아왔기에 유명해진 것이라네." 

 

"나를 유혹하지 마라. 나는 당신이 죽어야 이곳을 떠날 것이다." 

 

능설비의 일신에서 살기가 푸들푸들 떨쳐져 나왔다. 

 

"후훗, 자네가 해하지 않더라도 나는 죽네. 자네도 그것을 알 텐데?" 

 

쌍뇌천기자의 표정은 시종일관 평온해 보였다.

 

 

누구라서 과연 그를 겁먹게 할 것인가?

 

 

그러나 그는 지금 두려워하는 중이었다.

 

 

그것은 자신의 죽음이 아니라 무림의 장래에 대해 크게 두려워하고 있는 것이었다.

 

 

단지 내색을 하지 않는 것뿐이었다. 

 

"나와 긴 이야기를 나누고 싶지 않은가? 자네와 내가 어찌해서 다른가를 알고 싶지 않은가?" 

 

"싫소!" 

 

쌍뇌천기자가 은근한 어조로 질문을 했지만 능설비는 단호하게 거절을 했다. 

 

"그렇다면 할 수 없군." 

 

쌍뇌천기자는 봉서를 받아들더니 갈기갈기 찢어 침상가에 뿌려버렸다.

 

 

봉서의 안에는 무림을 잘 다스리는 법이 적혀 있었는데,

 

쌍뇌천기자는 그것을 찢고나서는 오히려 홀가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나저나 나는 행운아네." 

 

쌍뇌천기자가 능설비를 향해 미소를 짓자 능설비가 의아한 듯 반문했다. 

 

"다 죽게 된 마당에 행운아라니 무슨 말이오?" 

 

"후훗, 언제고 나타날 예정이던 천마성을 눈앞에서 보게 되니 어찌 행운아가 아니겠는가?" 

 

순간 능설비의눈꼬리가 날카롭게 치켜져 올라갔다. 

 

"웃지 마시오. 당신은 마도를 무참히 괴롭힌 자이므로 웃으며 죽게할 수 없소." 

 

"그렇다면 내가 어찌 죽었으면 좋겠는가?" 

 

"피눈물을 뿌리며 죽어야 하오!" 

 

"피눈물이라 ." 

 

"그렇소. 당신은 이렇듯 처참하게 최후를 맞이하기 위해

 

이제껏 백도를 위해 일했구나 하며 뉘우치는 가운데 죽어야 하오." 

 

"글쎄 ." 

 

쌍뇌천기자가 알 듯 모를 듯한 미소를 입가에 짓자, 능설비가 악에 바친 듯 외쳐댔다. 

 

"결단코 그렇게 울부짖도록 만들어 주겠소!" 

 

그는 당장이라도 쌍뇌천기자를 쳐죽일 듯 칼날 같은 살기를 뿜어냈다.

 

 

그러나 쌍뇌천기자는 추호의 흔들림도 없이 그를 지그시 응시하고 있었다. 

 

'마성에 의해 인성(人性)을 잃은 자이나 모습이 뛰어나다.

 

 

마성이 사라진다면 천하대협 감이 아닌가?

 

 

마도가 저런 인물을 마종으로 선택하다니 정말 모를 일이다.' 

 

그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능설비가 살수를 쓰기 위해 쌍뇌천기자의 천령개에 손을 얹고 있었다. 

 

쌍뇌천기자는 표정의 변화없이 자세를 가다듬으며 입을 열었다. 

 

"잠깐!" 

 

그가 능설비의행동을 저지했다. 그러자 능설비가 코웃음을 쳤다. 

 

"흥! 일찍 죽기는 싫은 모양이군." 

 

"그렇네. 해야 할 말이 두 가지가 남았기 때문이네." 

 

" ." 

 

능설비가 대꾸하지 않자 쌍뇌천기자가 말을 이었다. 

 

"첫째는 마가 기승을 부린다 해도 대세는 바꾸어 지지 않을 것이라는 점일세.

 

그 이유는 하늘이 바로 정(正)을 택했기 때문이네.

 

둘째는 자네에게 한 가지를 주고 싶다는 말일세." 

 

"내게 한 가지를 주고 싶다고?" 

 

"보겠는가?" 

 

쌍뇌천기자는 그렇게 말 한 다음, 능설비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품안에 손을 넣었다.

 

 

그는 그 속에서 금낭 하나를 꺼내 들었다. 

 

"백 년 전 나는 볼품없는 초동(樵童)이었네. 나는 이것을 우연한 기회에 얻었고,

 

그 덕에 쌍뇌천기자라는 별호를 얻게 되었다네."


그는 말과 함께 금낭을 열었다. 그 안에는 빛바랜 양피지 한 장이 들어 있었다.

 

양피지의 표면에는 전서체로 '천기의형도(天機意形圖)'라 적혀 있었고

 

그 아래에는 복잡한 무늬가 가득 그려져 있었다. 

 

"나는 이것을 열심히 익힌 덕에 쌍뇌천기자가 되었네. 그리고는 한 가지를 맹세했지." 

 

" ." 

 

"그것은 언제고 나를 놀라게 하는 초기재(超奇才)를 보면 아낌없이 이것을 주겠다는 것이었네." 

 

그는 말을 마친 다음 천기의형도를 능설비 앞으로 내밀었다.

 

 

'이제 이것은 자네 것이야' 라고 그의 눈빛은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거절하겠소. 나는 당신을 존경하지 않아. 나는 힘을 믿는 사람이지 지혜를 믿는 사람이 아니야!" 

 

능설비는 쌍뇌천기자의 호의를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쌍뇌천기자의 눈빛이 안타까움으로 물들었다. 

 

"어리석은 자 천기를 망각해서는 안 된다. 아느냐?

 

천기는 대의(大義)가 시련 뒤에 더욱 굳어짐을 나타내고 있음을 쿨룩!" 

 

그는 심한 기침을 하며 검붉은 피를 주르륵 흘려냈다.

 

 

그와 함께 쇠잔한 노구도 경련을 일으켰다.

 

 

눈빛도 급속도로 촛점을 잃어가고 있었다.

 

 

그는 입가에 흐르는 피를 닦을 생각은 하지 않고 힘겹게 말을 이었다. 

 

"세, 세상에는 기인이사들이 많 많다.

 

내가 준비한 항마의 수단이 제거되기는 했으나 세상은 넓고 모든 것은 바른 것을 바 란다." 

 

그 말이 끝이었다.

 

 

쌍뇌천기자는 두 눈을 부릅뜬 채 침상 아래로 나무토막이 떨어지듯 나뒹굴었다.

 

 

백도무림계를 받치고 있던 기둥이 무너진 것이다. 

 

능설비는 쌍뇌천기자의 천령개에 대고 있던 손을 오랫동안 거둬들이지 못했다. 

 

'왜 철저히 죽이지 못했을까?' 

 

그는 숨도 크게 쉬지 못했다.

 

쌍뇌천기자가 그에게 들려준 여러 가지 말들이 그를 괴롭히는 것일까?

 

그는 한동안 쌍뇌천기자의 죽음 앞에 망연자실 서 있다가 자신의 본래 심성을 회복한 듯

 

이를 빠드득 갈아댔다. 

 

"모두 헛것이다!" 

 

그는 이를 갈며 손을 쳐들었다. 

 

"파라혈광무(破羅血光舞) 천마무적인(天魔無敵刃)!" 

 

폭갈이 터지며강맹한 경기의 소용돌이가 휘몰아쳤다.

 

꽈르릉 꽝! 사방의 벽들이 장풍에 맞아 먼지로 화해 내려앉았다. 

 

"태양섬전지(太陽閃電指), 군림마후(君臨魔吼)! 하핫 ." 

 

능설비는 앙천광소를 터뜨리며 미친 듯 손을 휘둘러댔다.

 

 

엄청난 경기의 소용돌이에 천기부가 통째로 진동을 일으키다가

 

더 이상 지탱하지 못하고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으핫핫핫 !" 

 

능설비는 미친듯 웃어 제끼며 밖으로 몸을 날렸다.

 

 

그 직후 천기부는 완전히 무너지고 말았다.

 

 

지축이 뒤흔들릴 듯한 굉음 속에 천기부는 무덤이 되어 버렸고,

 

능설비는 조금은 후련해진 심정으로 밖으로 나섰다가는 눈살을 찌푸렸다.

 

서천(西天)을 붉게 태우는 석양빛이 동공을 아프게 찔러왔기 때문이었다. 

 

그가 석부 앞으로 나왔을 때, 

 

"이제 나오시는군요. 그런데 방금 전에 들려온 건 무슨 소리였소?" 

 

태양천군이 허겁지겁 능설비의 앞으로 달려왔다. 

 

" !" 

 

능설비가 입을다문 채 그를 바라보자 태양천군은 포권을 하며 입을 열었다. 

 

"방금 전 큰일이 벌어졌소이다. 주소저는 그 일로 급히 이곳을 떠나셨소." 

 

"어디로 갔소?" 

 

"상청관으로 갔습니다." 

 

"상청관으로 ?" 

 

능설비가 자못의아해 하며 묻자 태양천군의 입에서 놀라운 말이 튀어 나왔다. 

 

"구마령주 때문입니다. 그 자의 손에 백우장문인(白羽掌門人)이 암살당했다 하오!" 

 

"뭐요?" 

 

능설비의 두 눈이 휘둥그래졌다.

 

 

그도 그럴 것이 여지껏 자신은 이곳에 있었는데

 

무당의 상청관에 구마령주가 나타났다니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아닌가? 

 

"그 자는 상청관을 찰나지간에 피로 물들였다 합니다. 주소저는 그 일 때문에 급히 ." 

 

'그럴 리가 내가 명하지도 않았거늘 !' 

 

능설비는 태양천군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미간을 찡그린 채 신형을 뽑아올렸다.

 

 

그의 몸은 강궁(强弓)에서 쏘아진 화살보다도 더 빨리 허공을 가로질러 갔다. 

 

"흐으 저, 저런 경공의 소유자였다니 !" 

 

태양천군은 능설비의 모습이 삽시간에 사라지자 자지러지게 놀랐다.

 

 

그는 여지껏 능설비를 나약한 서생으로만 여기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러나 그것도잠시, 꽈르르릉 꽝! 뒷쪽의 천기석부가 입구까지

 

산산히 허물어져 버리는 것을 보고는 너무도 놀라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이럴 수가 대체 이게 어찌된 일이란 말인가?

 

 아아, 쌍뇌천기자께서 타계하셨단 말인가?" 

 

그는 천기석부의 붕괴에 넋을 잃고 말았다. 

 

무당의 상청관에서는 정말 무시무시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시산혈해(屍山血海) 그리고 불바다!

 

그야말로 모든 것이 불에 타고 있었다. 

 

현 무당의 장문인인 태청백우자(太淸白羽子)는 자신의 처소에서

 

철전(鐵箭) 하나를 등에 맞고 죽어 있었다. 

 

'구마령전(九魔令箭)'이라 불리는 철전에는 다음과 같은 글귀가 적혀 있었다. 

 

'이제 백도는 피바다에 잠기리라! ' 

 

상청관을 기습했던 자들은 단지 이각(二刻) 안에 오백여 명을 죽인 다음

 

일천여 명의 추격을 받으며 썰물 빠지듯 사라져버렸던 것이다. 

 

짓이겨진 시신들과, 불붙어 타오르는 전각들, 기습이라 하지만 너무도 철저히 당한 꼴이었다.

 

 

대체 구마령주라 자처한 자가 누구이기에 이런 끔찍한 일을 자행했단 말인가? 

 

사라봉(射羅峯)이라 불리는 험한 산기슭을 휘휘휙!

 

열아홉 명의 그림자가 거의 비슷한 속도로 달려가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들 중 열여덟은 흉맹한 눈빛을 가진 사내들이었고,

 

나머지 하나는 풍만한 가슴과 잘록한 허리를 지닌 여인이었다.

 

 

그들은 거의 소리를 내지 않고 허공을 날아 북쪽으로 가고 있었는데,

 

하나같이 절륜한 경공의 소유자들이었다. 

 

얼마를 그렇게달렸을까? 

 

"내가 여기 온 줄 알았다면 감히 나의 면전에서 나를 배반하지는 못 했을 텐데?" 

 

한 소리 낭랑한 외침소리가 들리며 불쑥 열아홉 명의 앞을 가로막는 사람이 있었다.

 

 

그가 나타나자 열아홉은 황급히 신법을 멈추고 일제히 무릎을 꿇는 것이 아닌가? 

 

"영주시여!" 

 

"태상마종, 명하신 대로 행했사옵니다!" 

 

"저희들을 친히 마중나오시다니 !" 

 

그들 중에서 여인이 나서며 일신에 걸치고 있던 옷가지들을 매미가 허물을 벗듯이

 

스스럼없이 벗어 던졌다. 

 

"혈견(血犬)이 태상마종을 배알합니다!" 

 

아무 것도 걸치지 않은 여인이 포권지례를 취해 보였다.

 

그 녀는 바로 일호(一號)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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