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장 弱冠의 太上魔宗
①
방 안에는 기거안락(起居安樂)에 필요한 도구와 집기가 하나도 없었다.
다만 철(鐵)과 석(石)이 있을 뿐. 그곳에 금포청년 하나가 우뚝 서 있었다.
날카롭게 쭉 뻗은 칼날 같은 눈썹과 산악처럼 우뚝 솟은 코, 한 일자로 굳게 다물려진 입매,
그리고 대리석으로 다듬은 듯 단아한 용모가 일세의 미장부임을 여실히 말해주고 있었다.
그는 한쪽 벽면을 보고 있었다.
벽에는 노승(老僧)의 웃는 모습이 부조(浮彫)되어 있었다.
노승은 무지(拇指)와 중지(中指)를 한데 모은 자세였는데 부조한 솜씨는 실로 실물을 대하듯
뛰어난 것이었다.
"금강수미무적공을 시전하는 자세로군. 그것은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수비자세이지."
미청년은 작게중얼거렸다.
그의 눈에서는 잔혹한 혈광이 쏟아져 나왔다.
"그러나 내게는 금강수미무적공과 극성(剋性)이 되는 것이 있다. 바로."
그의 목소리는더욱 차가워졌다.
그는 말과 함께 오른손을 번쩍 쳐들었다.
순간 위이이잉! 하는 음향과 함께 그의 쳐들린 손에서 은은한 혈광이 일며 몽롱한 혈무(血霧)가
바람이 불어가듯 그림 쪽으로 흘러갔다.
"파라혈광무(破羅血光霧)!"
그의 외침이 끝나기도 전에 꽈꽝! 벼락치는 듯한 소리가 뒤따랐다.
그리고는 벽면에 그려져 있던 노승의 모습이 어느 사이엔가 온 데 간 데 없이 사라져 버리고 없었다.
벽면은 그림과 더불어 아주 매끄럽게 깎여져 버리고만 것이다.
미청년은 느릿한 동작으로 돌아섰다.
그의 등뒤 쪽에도 노승의 그림이 또 하나 있었다.
정좌한 채로 쌍장을 가볍게 합습한 자세로 있는 노승을 그린 것이었다.
미청년은 그림속의 노승과 눈싸움을 시작했다.
'아미절학(峨嵋絶學) 항룡모니인(降龍牟尼印)이군.
이 절기가 아직 강호에 있는지는 모르나 그렇다 해도 내가 시전해 내는 것을 견디지는 못 하리라.'
그는 비릿한 조소를 머금으며 우장(右掌)을 가볍게 내밀었다.
그의 우장이 점차 황금색으로 물들어 갔다.
"천마무적금인(天魔無敵金印)!"
그의 일갈이 터지며 우장에서 금색의 기류가 환상처럼 뻗어 나갔다.
직후 펑! 하는 폭음이 나며 노승의 그림이 그려져 있던 벽면이 터져 나갔다.
노승의 그림이 갈라졌음은 당연지사였다.
돌먼지가 자욱하게 피어오르는 가운데 미청년은 이번에는 오른쪽으로 느릿느릿 돌아섰다.
그쪽의 벽면에도 도사(道士)가 검무(劍舞)를 추는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검은 한 자루인데 그림자는 무수히 많았다.
발검(發劍)과 함께 서른여섯 가지 검초를 동시에 쏟아내는 초식으로 뇌성을 일으키며
환광(幻光)을 만들어 만마(萬魔)를 일거에 복종시킨다는 가장 완벽한 검초였다.
'무당진전(巫當眞傳) 삼십육태청풍뢰검(三十六太淸風雷劍)'
그림은 무당의절기를 시전해 내는 모습이었다.
미청년은 벌써기수식(起手式)에 들었다.
그의 손에는 대나무 가지 하나가 들려 있었다.
"구만리장천(九萬里長天) 일검만백절(一劍萬白絶)!"
그는 나직이 외치며 몸을 핑그르르 돌렸다.
휘이이이! 그의 몸은 작은 회오리가 되었고, 그렇게 느껴지는 순간
갑자기 한 줄기 검강이 일어나 오 장 밖에 있는 석벽 쪽으로 쏘아졌다.
구만리장천을 가르는 한 줄기 흰 무지개처럼.
벽면이 파파팍! 깎여 나가며 돌가루가 우수수 떨어졌다.
" ."
미청년은 이미자세를 멈춘 후였다.
그는 천천히 그림을 바라보았다.
그림 가운데 있는 노도장의 목에 검흔이 아주 깊게 남아 있었다.
진짜 사람이었다면 그의 목은 하늘 높이 날아올라갔을 것이다.
이어 그는 네 번째 벽을 향해 돌아섰다.
거기에는 원(圓)이 있었다.
'아미(峨嵋) 대원진력(大圓眞力), 그 힘은 바로 대항마복룡진세(大降魔伏龍陣勢)의 근원이도다!'
원 안에는 그런 글이 적혀 있었다.
미청년은 원을바라보다가 두 손을 쭈욱 앞으로 내밀었다.
"인마검수(人魔劍手)!"
꽈르르르릉 ! 그의 쌍장심에서 묵혈강(墨血?)이 일어나 원 한가운데를 향해 사정없이 몰아쳐 갔다.
꽈르릉, 꽈꽝! 지축이 흔들리는 굉음이 터지더니 정말 놀랍게도 석벽에는 다섯 척 깊이의
장인 두 개가 선명히 파여져 있질 않은가?
"후훗!"
미청년은 가볍게 웃으며 방을 나섰다.
잠시 후, 그는 석도를 따라 걷다가 또 하나의 연무관 앞에 다다랐다.
'풍화뢰무적삼마관(風火雷無敵三魔關)'
문 위에는 전서체(篆書體)로 그런 글이 파여져 있었다.
청년은 문을 밀고 안으로 들어갔다.
바로 그 순간, 꽈르르르릉! 우뢰소리가 나며 방이 온통 뒤흔들리는 가운데
육합(六合)에서 비표가 날아들었다.
만천화우(滿天花雨)랄까? 독이 발린 비표는 방 안을 틈도 없이 가득 메웠다.
"흥! 무흔류마신보(無痕流魔神步)를 모르는가?"
미청년은 이미짐작하고 있었다는 듯 몸을 어지러이 날렸다.
그는 무수한 그림자를 만들며 독표와 독표 사이를 누비고 다녔다.
한데 이럴 수도 있는가?
무수한 독표는 직선으로 날아가는 것이 아니라 강기의 흐름에 따라
허공에서 방향을 트는 것이 아닌가?
독표는 꼬리처럼 미청년의 뒤를 쫓았다.
그것은 한 번 피했다고 방심하면 안 되는 절독한 암기였다.
뇌마회선표(雷魔廻旋飄)라는 것으로 한때 사천당가의 호접만천표와 더불어
기문쌍암기(奇門雙暗器)라 불리던 것이었다.
뇌마회선표는 미청년이 움직임에 따라 더욱 무서운 기세로 방 안을 뒤덮었다.
"나의 호신강기에 따라 방향을 잡고 추적한다. 호신강기로 부수고 싶다만
구마루법에 따라 보법으로만 피하리라!"
그는 아무도 없는 방 안에서 누군가 들으라는 듯 일부러 차게 외쳤다.
그러나 사실 석벽의 기관 뒤에는 몸을 숨긴 채 미청년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는 사람들이 있었던 것이다.
그들은 바늘 끝만한 구멍을 통해 미청년의 일거수 일투족을 지켜보며 손에 땀을 쥐었다.
어느 순간, 미청년은 허공에 둥실 뜬 상태로 우뚝 멈춰 섰다.
강기의 흐름에 따라 춤을 추듯 날아다니던 독표들이 그를 향해 거침없이 날아들었다.
독표들이 그의 몸을 유린하기 직전 미청년은 시체인 양 호흡도 멈춘 채 밑으로 뚝 떨어져 내렸다.
그의 몸에서는어떠한 강기도 일어나지 않았다. 체중에 의해서만 그대로 떨어져 내린 것이었다.
직후, 따당! 땅! 기관에 의해 발사되었던 수천 개의 뇌마회선표는 허공에서 목표물을 잃고
저희들끼리 부딪히며 쇳가루로 화했다.
"하핫, 이것이 바로 무흔류마의 수법이다!"
미청년은 우수수 떨어지는 쇳가루들을 바라보며 호쾌한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나 그의 웃음소리가 여운을 맺기도 전에 벽 속 어딘가에서 소리조차 내지 않는
무음지력(無音指力)이 그의 배심혈(背心穴)을 노리며 날아들었다.
그와 비슷한 수법은 강호상에서 전진(全眞)의 허중쇄월지력(虛中碎月指力)밖에 없을 것이다.
날아든 지력은물론 허중쇄월지력이 아니었다.
그러나 소리가 나지 않고 강기를 전문적으로 파괴한다는 데에서는 전진파의 장문인에게만
전해진다는 허중쇄월지력과 다를 바가 없었다.
무음지력이 미청년의 등에 격중되기 전,
"화마종(火魔宗)의 태양섬전지(太陽閃電指)!"
그는 일갈과 함께 손가락 하나를 가볍게 튕겨냈다.
그의 몸 안에서 끓어 넘치고 있던 마(魔)의 삼매진화가 지공(指功)으로 뻗어나와 무음지력을 덮쳤다.
뒤이어 벼락치는 듯한 소리가 터지며 놀랍게도 무음지력의 힘이 하나 남김없이 소멸되고
마는 것이 아닌가!
미청년은 가히 무신(武神)이라 할 수 있었다.
그가 손을 거둬들이려는 순간, 그림자가 번득이며 그를 향해 날아들었다.
흑영은 모두 셋이었는데 지독히 빠른 자들이었다.
그들은 미청년을 향해 날아들며 각기 다른 초식을 전개했다.
'마녀무(魔女舞)!'
'취중용형보(醉中龍形步)!'
'나한무상수(羅漢無常手)!'
세 사람의 몸에서 일어나는 강기의 힘과 권장풍의 힘이 하나로 합쳐져
거대한 암경의 그물로 화해 미청년을 덮쳐들었다.
'교두(敎頭)들! 지난 세월 동안 너희들 손에 자랐으나 이제 나는 너희들이 알지 못하는
구마절예(九魔絶藝)를 모두 터득했다.
너희들이 일시에 합공을 한다 해도 나를 꺾지 못한다!'
미청년은 바로구마령주였다.
혈루대호법과 십구비위를 중원으로 떠나 보내고 즉시 연공에 든 것이었다.
그는 풍(風), 용(龍), 호형(虎形)의 삼교두가 동시에 달려들어도
전혀 놀라는 기색없이 손을 높이 쳐들었다.
"등천일정도(騰天一頂刀)!"
그의 손끝은 빳빳하게 세워져 정(頂)을 갈랐고, 거의 동시에 몸이 둥실 떠올랐다.
"차앗!"
구마령주의 손이 마치 날카로운 칼날처럼 변해 삼교두가 만든 삼재진(三才陣)의 핵(核)을 잘랐다.
펑! 하는 진동음과 함께 삼교두의 합공이 여지없이 허초로 화하고 말았다.
"어이쿠!"
"이, 이렇게나 강하다니 일 년 전에 비해 다섯 배는 강해졌다!"
"구마종(九魔宗)이 살아 있어도 이만큼은 못하다.
영주께서는 고금마종의 모든 절기를 다 익힌 것이다!"
삼교두는 구마령주의 일격에 하나같이 벌렁벌렁 나뒹굴었다.
구마령주는 팔짱을 낀 채로 삼교두를 내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이제 대호법들과 교두들에게 선보이지 않은 절기는 단 하나,
음마(音魔)가 구결로 전한 군림마후(君臨魔吼)뿐이오.
그것은 모두 다 모인 자리에서 선보이겠소."
그의 입가에 엷은 미소가 번지고 있었다.
그것은 천하를 조롱할 듯한 비웃음이었다.
지금 이순간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면 단연코 마도인(魔道人)이 아니리라!
'고금제일마(古今第一魔)'
'마도제일령(魔道第一令)'
'구마령주(九魔令主)>'
'구마루(九魔樓) 태상루주(太上樓主)>'
전마도총수(全魔道總帥)'
이토록 거대한이름과 신분을 지닌 사람이 천 년만에 탄생한 것이다.
"이날을 위해 죽음조차 미루어 두었던 것이다!"
금면마종사는 뜨거운 눈물을 하염없이 흘렸다.
"오만한 백도의 무리가 이제는 하나하나 처단될 것입니다!"
정검무쌍신(正劍無雙神) 역시 어린아이처럼 감격의 눈물을 펑펑 쏟아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 뒤로 도열한 교두들과 부교들 역시 격동의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영주를 모시고 강호로 나가 백도를 전멸시키리라!'
'천 년 숙원이 이제야 이루어진 것이다!'
그들은 모두 숨을 죽이고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황금대전의 한가운데 텅 빈 태사의 하나가 놓여 있고 그 앞으로는 팔선탁(八仙卓)이 있었다.
그 위에는 몇 가지 물건이 가지런하게 놓여져 있었다.
첫번째 것은 금색의 면구였다.
그것은 천외천마문주의 지위를 상징했던 물건이었으며 아직도 신효가 있는 물건이었다.
금색면구의 옆에는 구마루의 제일인을 뜻하는 영부인 구마령(九魔令)이 놓여 있었다.
그리고 혈루대호법인 혈수광마웅이 충성의 신표로 남겨두고 간 해산된 혈루회의 신표인
혈루제일령(血淚第一令), 하루 안에 천만 냥의 황금을 모이게 할 수 있는 황금령(黃金令),
또한 은밀히 마맹(魔盟)에 뛰어든 사람 중 미인을 마음대로 부릴 수 있는 만화령(萬花令),
누구에게건 지위를 줄 수 있는 마맹의 순찰령(巡察令)인 만리령(萬里令)이 놓여 있었다.
그 외에 공청석유액(空淸石乳液), 마종마검(魔宗魔劍), 마맹마인명부(魔盟魔人名簿),
천하지리도(天下地理圖), 백도세력도(白道勢力圖) 등 구마령주를 위한 몇 가지 소지품이
더불어 놓여 있었다.
구마령주의 지위는 엄청난 지위인 동시에 그에 따른 엄청난 의무를 동시에 갖고 있는 지위였다.
그에게는 자아(自我)가 허용되지 않는다.
그는 영주일 뿐 사람이 되지 못하는 것이다.
장내는 바늘 하나만 떨어져도 들릴 정도로 정적에 쌓여 있었다.
그때 스슥! 금영 하나가 지면에서 약간 뜬 상태로 바람같이 태사의로 다가서고 있었다.
"구마절기 중 여러분들에게 선보이지 않은 군림마후(君臨魔吼)를 듣기 위해 모두 모였구료."
금영은 태사의에 앉으며 신비스러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천하의 모든 마도인들이 경배를 올려야 하는 인물, 모든 것을 바쳐 마도를 구해야 하는
전설의 주인공인 구마령주가 오늘따라 웃으며 나타난 것이다.
그것은 실로 십 년만에 구마령주에게서 볼 수 있는 미소였다.
그의 신비스러운 미소는 십 년 전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로 황홀할 정도로 아름다웠다.
그의 미소가 아름다운 데에는 아름다운 눈빛의 뒷받침이 있었다.
그는 마공이 너무 강해져 이제는 밖으로 드러나지 않는 상태였다.
마공의 구결을 외우기 전에는 마기(魔氣)가 절대로 밖으로 표출되지 않는 것이었다.
구마령주는 자신을 기른 사람들을 하나하나 훑어보기 시작했다.
어떤 사람은 눈물을 흘리고 있었고, 어떤 사람은 감격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제 남은 것은 하나, 그들 모두가 구마령주를 따라 강호로 나가는 일뿐인 것이다.
백도구절기(白道九絶技)를 멸절시키기 위해, 백도육대지주(白道六大支柱)를 척살하기 위해,
그리고 마맹의 부흥을 위해!
지금 이 순간 그들 모두는 꿈에 부풀어 있었다.
구마령주는 그들의 마음을 잘아는 듯 더욱 신비한 미소를 지었다.
"군림마후를 익혔다는 것을 인증받는다면 나는 구마령주로서 부끄럽지 않게 되는 것이오."
"그렇습니다, 영주!"
모든 것을 계획한 금면마종사가 감격의 눈물을 떨구며 대답했다.
"후훗, 그럼 잘 들으시오."
구마령주는 팔짱을 끼며 눈을 반쯤 내리깔았다.
"잠, 잠깐! 그것은 위력이 아주 강한 것이니 다른 곳에 가셔서 시전하는 것이 어떨런지요?"
한 사람이 다급히 나서며 제의를 하자,
"그럴 필요없소. 나는 사람과 물건을 가려 음파(音波)를 발휘하는 수준에 이르렀소."
구마령주는 단호한 음성으로 일축했다.
'오오! 그런 수준에까지 !'
장내의 인물들이 한결같이 놀라움의 탄성을 지르는 가운데 구마령주는 눈을 감았다.
뒤이어 그의 입술이 가볍게 벌려지기 시작했다.
약관의 나이에가장 높은 지위에 오른 인간, 그는 과연 음파로 무엇을 부술 것인가?
모두는 바짝 긴장한 채로 대전 안에서 가장 단단한 물건을 찾아 보았다.
군림마후는 구결로만 알려졌던 것이고 천 년간 누구도 그 구결을 풀이해 익히지 못했다.
그러한 난해하기 이를 데 없는 무공을 태상마종 구마령주가 처음으로 익힌 것이다.
구마령주가 가볍게 입술을 벌린 직후 장내에 뜻하지 아니한 외마디 비명이 터져 나왔다.
"웨엑!"
이게 웬 일인가?
호형교두가 오공에서 피를 뿜으며 벌렁 나뒹구는 것이 아닌가?
"아, 아니?"
바로 곁에 섰던 풍형교두가 자지러지게 놀랄 때 구마령주의 입에서 장소성이 터져 나왔다.
"우 !"
군림의 마후! 그것이 풍형교두의 고막 속으로 파고들며 그의 오장육부를 산산이 부숴뜨렸다.
"우우욱!"
풍형교두 역시피를 뿜으며 벌렁 나가떨어졌다.
"설, 설마 우리들을 죽이시려고?"
사색이 된 금면마종사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러나 구마령주는 장소성을 멈추지 않았다.
"우우 우 !"
십이성 공력이실린 군림마후가 금면마종사의 골을 뒤흔들었다.
그의 금강불괴지신이 순간적으로 허물어져 내렸다.
"으으, 이를 일컬어 마환(魔患)이라 하는 것이군.
호랑이를 길러 잡아먹히듯 마를 길러 마의 첫 희생자가 되다니 "
금면마종사는 말을 끝맺지도 못 하고 피를 토하며 나뒹굴었다.
엄청난 상황에정검무쌍신이 호구지책으로 검을 뽑아들었다.
그는 검을 뽑자마자 자신의 몸 주위에 황홀한 검환(劍環)을 그리며 외쳤다.
"노, 노신은 죽이지 마시요, 태상마종 구마령주시여!"
그러나 절규에가까운 그의 외침도 소용이 없었다.
"우우 !"
군림마후는 황금대전을 통째로 무너뜨릴 듯 커져가고
그와 더불어 허공뇌정마권(虛空雷霆魔拳), 천마무적금인(天魔無敵金印) 등
구마절기가 잇따라 시전되었다.
"으아악! 진, 진짜 마인이다. 기르기는 잘 길렀는데 하필이면 우리를 먼저 물어 뜯다니 ."
"중, 중원에 가지도 못 하고 죽다니 크으윽!"
대전 안은 삽시간에 몰아치는 경기와 비명성이 뒤범벅되어 아수라장으로 변하고 말았다.
따당! 쇳조각 부러지는 소리가 났다.
정검무쌍신의 검마저 박살이 난 것이다.
검편(劍片)이 우박처럼 퍼부어져 그의 얼굴 속으로 파고들었다.
정검무쌍신은 눈도 감지 못하고 숨을 거두고 말았다.
그는 장내에 있던 사람들 중 맨 마지막에 죽었다.
아직도 더운 피가 쏟아지는 가운데 말없는 시신들만이 누워 있었다.
그것이 끝이었다.
태상마종 구마령주는 태사의에 없었다.
그는 대전 안의 모든 사람들을 일각 이내에 번개처럼 쳐죽여 버린 다음 홀연히 사라져 버린 것이었다.
눈도 감지 못하고 죽은 자들, 그들이 본래 바란 것이 이런 죽음이었을까?
그들이 기른 사람이 바로 이런 일을 할 사람이었단 말인가?
그러나 아무도말을 해주지 않았다.
오직 비릿한 피내음만이 그것을 대변해 주기라도 하는 듯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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