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지/실명대협

제4장 지피지기 백전백승

오늘의 쉼터 2014. 6. 18. 17:24

제4장 지피지기 백전백승


 

 

 

호형루(虎形樓). 

 

그곳은 지상대왕(地上大王)이라 불리는 독호(毒虎)와 마찬가지로 두 발을 지상에 붙이고

 

시전하는 제반 종류의 무공이 숨어 있는 곳이었다.

 

 

호형루에는 사대무관(四大武關)과 열 개의 서고(書庫), 수십 개의 작은 연공소(練功所)가 있으며

 

수십 개의 침소도 있었다. 

 

호형루주는 복면을 하고 있었다.

 

그는 서른 명의 귀재를 보며 우선 매우 흡족해 했다. 

 

"너희들은 하나같이 인중용봉(人中龍鳳)이다.

 

그러나 손재간을 익히지 못한 이상 날개가 없는 용이고 발톱이 없는 호랑이라 할 수밖에 없다." 

 

" ." 

 

서른 명의 귀재귀녀(鬼才鬼女)는 모두 말없이 호형루주에게 시선을 집중하고 있었다. 

 

일호(一號)는 일천호의 바로 곁에 있었다.

 

그녀는 아주 아름다운 미소녀였다.

 

 

월궁(月宮)에서도 그런 미인(美人)은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우물(尤物)이라 할까?

 

 

벌써 그녀는 미색(美色)으로 여타의 귀재를 사로잡기 시작하고 있었다.

 

 

그의 그물에 걸리지 않은 사람은 일천호뿐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을 위함인가?' 

 

일천호는 내심중얼거리며 교두(敎頭)이자 루주가 되는 복면인의 말을 귀담아 들었다. 

 

"이 안에서는 금나수법(擒拿手法)과 권장법(拳掌法)을 배우게 된다. 기한은 일 년(一年)이다.

 

정확히 일 년 후 스물여섯만이 이곳을 나가게 되리라!" 

 

스물여섯만 나간다면 넷은 남아야 한다는 말이 아닌가?

 

그 말은 귀재들에게 있어서는 일대풍운(一大風雲)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일호는 문득 일천호 쪽을 바라보았다.

 

 

너무나도 아름다운 눈빛인데 차가운 점에서도 가히 신품(神品)이었다. 

 

' !' 

 

일호는 백면미동(白面美童) 일천호를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바라본 다음 얼굴을 돌렸다. 

 

그 순간 일천호의 무심하던 눈빛에 한 줄기 이채로움이 떠올랐다. 

 

'저 계집이 나를 주시하고 있군. 오만방자한 줄로만 알았는데 나를 경쟁자로 여길 줄이야.' 

 

일천호는 코끝에 걸리는 방향(芳香)을 느꼈다.

 

 

그리고 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조금은 야릇한 감정을 느꼈다.

 

 

정(情)이랄까? 아니면 그냥 육욕(肉慾)이랄까?

 

 

일천호도 과거의 어리디 어리기만 한 소년이 아니었다. 

 

호형루주의 말이 이어졌다. 

 

"여기서 배우게 되는 것은 모두 백도의 수법(手法)들이다.

 

자고로 지피지기(知彼知己)면 백전백승(百戰百勝)이라 했다.

 

백도의 수법을 알지 못하면 그들을 깨뜨릴 수 없다." 

 

그는 말을 한 다음 손을 쳐들었다.

 

 

그러자 그의 뒷쪽에서 네 사람이 쟁반 하나씩을 들고 그림자가 다가서듯 가벼운 동작으로 다가섰다.

 

 

그들은 모두 적포를 걸친 복면인들이었는데 그들이 들고 있는 쟁반 위에는

 

고서(古書)의 필사본(筆寫本)이 한 줄로 쭉 쌓여 있었다.

 

 

어떤 책(冊)은 단 한 장으로 이루어졌고, 어떤 책은 세 치 정도로 두툼했다.

 

 

쟁반 네 개에 쌓인 책은 모두 무공비급이었다. 

 

'보법십칠서(步法十七書)'


제일 우측의 부교두(副敎頭)가 들고 있는 쟁반 위에는 열일곱 권의 보행비급(步行秘級)이 쌓여 있었다.

 

개방의 취팔선보(醉八仙步), 소림사(少林寺)의 일위도강보(一葦渡江步),

 

화산(華山)의 오행매화보(五行梅花步), 무당파(武當派)의 구구미종보법(九九迷踪步法),

 

전진비전식(全眞秘傳式)인 허허잠영보법(虛虛潛影步法), 곤륜산(崑崙山)의 용형신보(龍形神步),

 

창허표묘보(蒼虛飄妙步), 포달랍궁(包達拉宮)의 천룡지행술(天龍地行術),

 

묘강(苗彊) 철기족(鐵騎族)의 진산비급(鎭山秘級)인 철기행운보(鐵騎行雲步) 등 . 

 

열일곱 권 비급이 한데 모이기에는 수많은 사람의 희생이 있었다.

 

 

비급을 훔치기 위해 숨어들었다가 죽은 사람의 수는 손으로 꼽을 수조차 없었다.

 

 

하여간 흑마도인들의 희생으로 인해 경천의 보법 열일곱 가지가 한자리에 모이게 되었다 할 수 있다. 

 

'권장수법(拳掌手法) 삼십삼서(三十三書)' 

 

두 번째 쟁반 위에는 권법, 장법, 수법에 관한 비급 서른세 권이 있었다.

 

 

그 중에서 열한 가지는 불가정종(佛家正宗), 그 다음 열한 가지는 도교비전수(道敎秘傳手),

 

나머지 열한 가지는 속가최고절기(俗家最高絶技)들이었다. 

 

불가의 절기 중 뛰어난 것은 주로 소림사의 장경각(藏經閣)에 숨겨져 있던 것들이었다.

 

 

복마나한권(伏魔羅漢拳), 무적금강수(無敵金剛手), 수미혜권(須彌慧拳), 일자허공권(一字虛空拳),

 

백보신권(百步神拳), 그리고 오대비전식(五臺秘傳式)인 연화배불권(蓮華拜佛拳)과

 

청련모니신장(靑連牟尼神掌)도 있었다. 

 

도가수법은 주로 삼파(三派)의 것들이었다. 호북(湖北) 무당산(武當山) 태청관(太淸關)과

 

전진도교(全眞道敎)의 총본산(總本山)인 전진파, 그리고 곤륜파(崑崙派)가 거기에 속했다. 

 

곤륜파의 것으로는 대천강백팔식(大天?百八式)이 있고, 전진파의 것으로는

 

건곤산수(乾坤散手)를 비롯한 세 가지가 있었다.

 

 

나머지는 모두 무당파에서 흘러나온 것들이었다. 태청보록(太淸寶錄)에서 세 가지,

 

옥청진경(玉淸眞經)에서 두 가지, 조사전(祖師殿)에 숨겨졌던 두 가지 등이 무당파의 비급들이었다. 

 

무당파는 삼풍진인(三豊眞人)이 창건(創建)했다. 내공(內功)과 검술(劍術)에서 특히 빼어나나

 

권장법에 있어서도 타파에 뒤지지 않는다.

 

불도에는 소림사가 있고, 도가에는 무당이 있다.

 

 

그 누가 그것을 부정하겠는가! 아쉬운 것이라면 소림사가 달마진전(達磨眞傳)인

 

광음공공(光陰空空)의 진전을 잃었듯 무당도 삼풍진인의 천뢰진경(天雷眞經)을 유실했다는 것이었다.

 

 

물론, 그것은 세상 어딘가에서 인연자(因緣者)를 기다린다는 전설도 함께 떠돌고 있었다. 

 

'속가십일경전(俗家十一經典)' 

 

그 안에는 일원태극(一元太極), 양의오행(兩儀五行), 사상팔괘(四象八卦)의 변화와 사대개공(四大皆空),

 

무시무종(無始無終), 만법윤회(萬法輪廻)의 불도(佛道) 이치,

 

그 이외에 살상(殺傷)을 위한 몇 가지 비결이 첨가되어 있었다.

 

 

그것은 수신(守身)을 위한 것이 아니라 타살(他殺)을 위한 권장술이었다. 

 

섬(閃)! 

 

빠르다는 것은무인(武人)이 취할 첫번째 비결이다. 

 

환(幻)! 

 

그것 또한 무시될 수 없는 것이다. 

 

잔(殘), 진(震), 묘(妙), 회(廻), 선(旋), 탄(彈), 화(化), 허(虛) 무공에 응용되는 수법의 종류는 무수하다.

 

 

귀재들은 모두 만류귀종(萬流歸宗)의 이치를 이미 터득하고 있었다.

 

 

특히 일천호는 남다른 성취를 갖고 있었다. 

 

'검(劍)은 곧 쌍수(雙手)의 연장일 뿐이다.

 

 

내공의 도(度)가 어느 수준 이상이라면 초식이란 결국 내공에 뒤지고 마는 것이다.' 

 

그는 눈빛을 폭사시키지 않고 갈무리하고 있는 두 사람 중 하나였다.

 

 

서른 명의 귀재들 중 일천호와 일호, 둘만은 그리 긴장하지 않았다. 

 

'금나수(擒拿手) 칠비급(七秘級)' 

 

'지공(指功) 백팔종(百八種)' 

 

세 번째 쟁반과 네 번째 쟁반에는 더욱 난해한 수법이 수록되어 있었다. 

 

금나수가 장권(掌拳)의 초식보다 어려운 이유는 적(敵)을 죽이지 않고 제압해야 하기 때문이다.

 

소림오금룡수(少林五擒龍手), 북해박룡(北海博龍), 오악곤룡(五嶽困龍), 세존나룡(世尊拿龍),

 

천삭포룡(天索抱龍), 쌍수금룡(雙手擒龍), 칠절연쇄금나수법(七絶連鎖擒拿手法),

 

연환십팔해(連環十八解) 그 외에도 무수한 금나수법이 있었다. 

 

지공 또한 익히기 어려운 이유는 점혈법(點穴法)과 해혈법(解穴法)에 대해 통달한 후에야

 

위력을 발하기 때문이다.

 

 

지공(指功)에는 가장 많은 변화가 있다. 

 

천운(穿雲)과 낙성(落星), 비류무흔(飛流無痕)은 오히려 쉬운 것이다.

 

 

진짜 어려운 것은 회선지(廻旋指)나 무영무음지(無影無音指), 십장격공쇄월지력(十丈隔空碎月指力)

 

같은 것들이었다. 

 

귀재들은 무공을 습득하는 중에도 어딘지 모르게 불안해 하는 모습들이었다. 

 

'넷은 여기에 남게 되리라!' 

 

호형루주가 자신들에게 했던 그 의미심장한 말이 자꾸만 뇌리를 파고들었기 때문이었다.

 

 

호형루를 나가지 못하고 남는다는 것은 결국 죽음을 의미하는 것이므로. 

 

단아(端雅)한 석실. 

 

미소년 하나가붓을 들고 있었다.

 

그는 의미가 없는 듯한 것을 그리고 있었다.

 

 

무늬라고 할까? 아니면 구름이 뒤엉키는 모양이라고 할까?

 

도무지 그 뜻을 알 수가 없었다.

 

 

그런데도 소년은 온 신경을 거기에 쏟고 있었다.

 

 

그가 그것을 열심히 그리고 있을 때 똑똑! 문 두드리는 소리가 나더니 한 줄기 음성이 들려왔다. 

 

"일천호, 용정차(龍井茶)를 갖고 왔다. 바란다면 너와 일다향(一茶香)을 함께 즐기겠다." 

 

누구의 목소리일까?

 

옥구슬이 구르듯, 아름답고도 차가운 음색(音色)이 아주 매력적이었다. 

 

'일호의 목소리군. 흠 일호가 나를 찾다니.' 

 

미소년은 바로일천호였다.

 

붓으로무늬를 그리던 그는 눈살을 찌푸리다가 무미건조한 어투로 말했다. 

 

"문은 법칙대로 항상 열려 있어." 

 

그의 목소리가입 밖으로 나온 것은 정말 오랜만의 일이었다.

 

 

지난 반 년 동안, 일천호는 한 마디 말도 하지 않고 지내지 않았던가? 

 

방문이 열리며머리카락이 아주 긴 소녀가 나무쟁반에 두 잔의 찻잔을 얹어들고

 

나비가 꽃잎에 내려앉듯이 사뿐사뿐 걸어들어왔다. 

 

그녀는 일호였다.

 

 

여자이나 서른 명의 귀재들 중 장래가 가장 촉망받는 그녀가 오늘따라 겸손한 표정을 지으며

 

안으로 들어서는 것이었다.

 

 

그러나 겸손함은 표정뿐이었다.

 

일호는 안으로 들어서자 먼저 책상 위를 살폈다.

 

 

책상 위에는 그녀가 찾고 있는 책은 하나도 없었다. 

 

일호의 고운 미간이 가볍게 찌푸려졌다. 

 

'설마 벌써 모든 것을 다 터득했단 말인가?

나도 오늘 아침에서야 겨우 완전히 터득할 수 있었는데 .' 

 

찻잔을 드는 일호의 손이 가늘게 떨렸다.

 

 

두 사람은 아주 친한 사이처럼 별 말도 없이 묵묵히 차를 나눠 마셨다. 

 

그러나 일호의눈빛은 계속 일천호의 모습을 훑고 있었다. 

 

'나보다 정말 뛰어난 자일까?

 

나는 한 살 때 천년화리단(千年火鯉丹)을 먹어 내공이 일천 명 중 가장 강하다고 여겼는데

 

이 자가 더 강하단 말인가?

 

아냐, 그럴 리가 없어.' 

 

일호는 애써 일천호의 뛰어남을 부인했다.

 

 

일천호의 눈빛은 가장 흐리멍텅했다.

 

 

그가 혈부(血府)에서 삼백 명(三百名)을 혼자 죽였다는 것은 정말 믿어지지 않는 기적적인 일이었다. 

 

'이 자는 점점 약해지고 있다는 것을 나는 확신할 수 있다.

 

 

영주(令主)는 내가 된다는 것도!' 

 

" ." 

 

일천호는 그저목석처럼 말없이 차를 마시고 있었다.

 

 

일호가 자신을 저울질하고 있는지조차 모르는 듯 무심한 눈빛이었다. 

 

일호의 얼굴이불그스레 상기되었다. 

 

'물론 일천호는 십구비위(十九臂衛)에는 필히 끼일 것이다.

 

나는 이 자를 제일비위(第一臂衛)로 삼고 나의 말고삐를 잡게 하겠어.

 

나로 말하면 혈루대호법(血淚大護法)이 특별히 총애하는 사람이 아닌가!' 

 

일천호에 대한탐색이 끝난 듯 일호가 앵두 같은 입술을 벌리며 말을 했다. 

 

"호홋, 다른 아이들은 책을 외우고, 부교두들과 비무하기에 여념이 없는데

 

일천호는 어이해 꼼짝도 안 하는 거지?" 

 

"나는 생각하기에 바쁠 뿐이야." 

 

일천호의 목소리는 언제나 조용하고 차분했다. 

 

"생각 ? 무공 연마를 하는 데에도 머리가 모자랄 텐데 또 무엇을 생각하지?" 

 

"요즘은 이런 것들을 생각했지." 

 

일천호는 자신이 그리던 그림을 앞으로 내밀었다. 흐트러지고 뭉치는 구름 무늬였다. 

 

'몹시 기묘해 보이는데?' 

 

일호는 호기심어린 시선으로 그림을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그녀는 그림의 의미를 확연히 알 수 없다는 듯 미간을 찡그렸다. 

 

"일원(一元)에서 양의(兩儀)가 생성(生成)되고, 태음태양소음소양(太陰太陽少陰少陽)의 사상(四象)이

 

변화되어 나오는 괘의 그림 같기도 한데 ?" 

 

일호가 이맛살을 찌푸리고 묻자 빙그레 미소지으며 대답했다. 

 

"비슷하게 말했으나 사실 완전히 틀려." 

 

"비, 비슷하고도 완전히 다르다니?" 

 

일호는 이해가가지 않는다는 듯 일천호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일천호의 얼굴에는 신비한 미소가 사라진 대신 진지한 표정이 떠오르고 있었다.

 

 

그가 그림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것은 순리(順理)가 아니라 역리(逆理)야. 즉, 생성지리(生成之理)가 아니고 파괴지법(破壞之法)이지.

 

일원으로 양의를 제압하고 양으로 사상을, 사상은 팔괘를 팔괘는 육십사효(六十四爻)를 나는

 

그 이치를 기경팔맥도(奇經八脈圖)에 연관시켜 대역천금쇄지(大逆天禁鎖指)라는

 

한 가지 절기를 만들어내느라 최근 바쁘게 지낸 거야." 

 

'절, 절기를 만들어냈다고? ' 

 

일호는 할말을잃었다.

 

 

차맛이 갑자기 소태같이 쓰게 느껴졌다.

 

 

자신보다 못하다 여겼던 일천호가 자신은 생각지도 못 했던 무공의 절기를 만들어 내고 있을 줄이야! 

 

'이 자는 거짓말장이가 아니면 만고기재(萬古奇才)다. 그러나 싸움에서는 나도 누구에게 못지 않다.

 

나의 무공은 벌써 교두 이상이다!' 

 

일호는 새침해져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일천호를 향해 차가운 음성으로 한 마디 던졌다. 

 

"너한테 한 마디만 하겠다.

 

비위(臂衛)자리 이상을 넘보다가는 바로 이 흰 손 아래 고혼이 된다는 것만을!" 

 

일호는 말과 함께 섬섬옥수를 쳐들었다.

 

 

직후, 팍! 하는 음향과 함께 그녀의 다섯 손가락이 언제 튕겨졌는지 모르게 튕겨지더니

 

석벽에 오 촌 깊이의 지인(指印) 다섯 개가 매화 꽃잎 모양으로 새겨졌다.

 

 

그것은 바로 자기 과시였다. 

 

" ." 

 

일천호는 그 모양을 일말의 감정도 나타내지 않고 물끄러미 바라보고만 있었다. 

 

'이 정도라면 일천호, 네가 발벗고 따라와도 십 년은 걸릴 것이다.' 

 

일호는 도도한미소를 입꼬리에 달며 아무 말도 못하고 있는 일천호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일천호가 자신이 펼쳐보인 절기에 감탄하고 있는 것이라 여기고 있었다. 

 

"호호호홋 !" 

 

일호는 웃음을터뜨리며 찻잔을 회수해 밖으로 나갔다. 

 

일천호는 그녀가 나가는 것을 보다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자질은 좋으나 심성이 흐리다. 그래서 성취가 자질에 비해서 천박하다.' 

 

그는 고개를 젓다가 손을 가볍게 내저었다.

 

 

그의 손에서 허공대음수공(虛空大陰手功)이 시전되더니 스슥! 일호가 남긴 다섯 개의 매화 꽃잎 모양의

 

지인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석벽은 전과 마찬가지로 매끈한 흰 석벽으로 화했다. 

 

'그림을 마저 그려야지. 이것을 다 만들게 되면 강기를 전문적으로 파괴하는 정말 대단한 작품이

 

나오리라!' 

 

일천호는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붓을 놀리기 시작했다. 

 

세월은 또 그렇게 속절없이 흘러가고만 있었다. 

 

반 년 후. 

 

대전(大殿) 안에서 한 사람이 서서 크게 말하고 있었다. 

 

"모두 예정대로 되어가고 있습니다. 미리 점찍었던 아이들은 이미 통관(通關)했고,

 

제거 대상이었던 아이들은 결국 제거되었습니다. " 

 

그는 그렇게 말한 다음 주먹을 한데 모아 포권지례를 취했다.

 

 

그는 바로 반 년 동안 삼십 명의 귀재들을 가르쳤던 호형루주였다. 

 

"후훗, 이제는 용형루주(龍形樓主)가 일 년 동안 고생할 차례로다." 

 

누군가 말하자, 

 

"속하, 대루주(大樓主)의 명(命), 그리고 마도일천년장한(魔道一千年長恨)의 사명에 따라

 

제자들을 가르치는 데 신명을 다할 것이오!"

 

 

 

대전 안에 있던 복면인 하나가 벌떡 일어나 아주 크게 외쳤다. 

 

대루주라는 자의 음성이 이어졌다. 

 

"후훗, 일백팔종(一百八種)의 경신술을 갖고 일 년 동안 고생하려면 꽤나 힘이 들 것이네." 

 

"자신있습니다. 필히 옥과 돌을 가려 스물셋을 고르고, 셋은 바로 이 손으로 처단하겠습니다!" 

 

용형루주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의 주먹으로 말하자면 금석을 박살내는 마권(魔拳)이었다. 

 

그 용형루주의마권 아래 세 명의 두개골이 또 바스러져야 한다.

 

 

앞으로의 일이지만 그 셋을 위해 울어 줄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을 것이고, 묘를 세워 줄

 

사람조차 전무할 것이다.

 

 

남은 귀재들은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을 쳐야 할 것이기에................... 

 

올려다보이는 대전의 높다란 천정에 적힌 글이 그것을 대변해 주고 있었다. 

 

'대파천(大破天)의 순간을 위해 전 마도가 천 년을 토혈(吐血)하며 보내리라.

 

 

아아, 형극(荊棘)은 힘드나 언제고 구마령주(九魔令主)가 탄생하리라! 그의 탄생은

 

바로 마도군림천하(魔道君臨天下)의 시작일지니 모두 그날을 위해 사투하라!' 

 

누가 썼을까? 

 

핏빛 글씨 한 자만 봐도 심장이 비수에 베어지는 듯 섬찍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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