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지/실명대협

제3장 대역비정천하

오늘의 쉼터 2014. 6. 18. 17:18

제3장 대역비정천하

 

 

백주야(百晝夜)란 시간이 물같이 흘렀다. 

 

그야말로 피골(皮骨)이 상접한 아이들이 음양마동의 연혼화동(煉魂火洞)에서 나와 줄을 이어

 

연혼빙동(煉魂氷洞)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들어갈 때의 수는 일백이었는데, 나올 때의 수는 일흔네 명뿐이었다.

 

 

나머지 스물여섯 명은 연혼화동 안에서 죽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타서 죽은 아이들은 하나도 없고, 다만 고통을 이길 수 없어 발버둥치다가

 

스스로 자결한 아이들이 전부라는 것이었다. 

 

연혼빙동으로 들어가는 아이들은 조금 특이했다.

 

 

그들은 아주 강한 신체를 갖고 있었고 몸 어딘가에 신비한 힘을 갈무리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 중에서도 잠재력(潛在力)이 가장 강한 아이는 바로 일천호라 불리는 무정(無情)해 보이는 미소년이었다.

 

 

그는 모발조차 태우지 않았다.

 

흑삼(黑衫)도 타지 않았다.

 

 

그의 전신 팔만사천 모공(毛孔)에서 신비한 기운이 일어나 지옥의 화마처럼 덮쳐들던

 

열풍을 식혀 버렸던 것이다. 

 

일흔네 명의 아이들이 연혼빙동에 모이자 그르르릉! 기관음이 나며 한쪽 벽면이 열렸다.

 

 

아이들의 시선이 일제히 쏠리는 그곳으로부터 한 인영이 천천히 걸어나오며 차가운 음성을 발했다. 

 

"자, 이제부터는 연혼빙동에서 백 일을 보내야 한다.

 

 

연혼화동에 들어가기 전처럼 열 개의 천혈단과 열 개의 벽곡단을 동시에 먹고 들어가게 된다." 

 

차가운 음성을발하는 인물은 야차(夜叉)보다도 사나운 핏빛 눈빛을 흘리는 마인루주였다. 

 

마인루주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마인루의 부교두(副敎頭) 겸, 소년소녀들의 수발을 들어주고 있는

 

적포 차림의 복면인들이 소년소녀들 틈 사이를 돌아다니며 물건을 전했다. 

 

열 개의 살구만한 천혈단과 벽곡단이 소년소녀들에게 건네어졌다.

 

 

천혈단은 내공을 오 년(五年) 수위씩 상승시키고 마성을 일으키게 하는 약이다.

 

 

그리고 벽곡단은 한 알 먹으면 십 일간 곡기를 끊고도 생존할 수 있는 마문비전(魔門秘傳)의 환단이었다. 

 

소년소녀들은 그 자리에서 그것을 먹어야 했다.

 

 

단약의 힘은 아주 신비했다.

 

 

칠십사 명의 아이들은 가히 일문십지(一聞十知)의 오성(悟性)과 암기력(暗記力),

 

그리고 시정(市井)의 어린아이들과는 비교할 수 없이 강한 근골에 절대로 수그러뜨릴 줄 모르는

 

강한 기질, 모두 피에 굶주린 어린 사자(獅子)들이라 할 수 있었다. 

 

그간 가장 달라진 사람은 일천호였다.

 

 

그는 한 가지를 잃었다.

 

 

웃음, 그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웃음을 잃고 만 것이다. 

 

영재(英才)라 불리게 된 소년소녀들은 단약의 힘이 발휘되어 사라지기 시작하자

 

줄을 지어 안으로 들어갔다.

 

 

일천호는 맨 마지막으로 들어갔다.

 

 

그들이 모두 안으로 들어서자 쇠사슬이 돌에 부딪히는 소리가 나며 육중한 석벽이 꽉 닫혔다. 

 

 

연혼빙동. 

 

 

백색기류(白色氣流)가 한순간도 끊이지 않고 쉬임없이 몰아치는 곳이다.

 

 

공간은 백 평 정도인데, 보이는 것은 온통 흰색뿐이며 느껴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모든 것이 얼어버린다. 차라리 베어지는 듯 시리고 아프면 오히려 나으리라.

 

 

그 안에는 죽음 같은 정적과 냉동에서 오는 마비감(痲痺感)이 졸음과 함께 있을 뿐이었다. 

 

'졸면 죽는다. 졸음이 오면 초관에서 전수받은 천마연혼심법(天魔鍊魂心法)을 비롯한

 

세 가지 기초심법(基礎心法)으로 운기행공(運氣行功)하라!' 

 

마인루주는 미리 그렇게 말한 바 있다. 일찍이 일호에서 일천호에 이르기까지 초관에서 배운 것이다.

 

 

그것은 구천나후검초를 비롯한 몇 가지였다.

 

 

모두 구천나후검초를 완성하기 위한 준비이기도 했다. 

 

날고 뛰며 시전하는 구천나후검법이기에 보법(步法)과 신법(身法)이 필요함은 당연하다.

 

 

내공이 필요함은 두말할 나위도 없는 일이다. 

 

 

'천마연혼심법(天魔鍊魂心法)' 

 

'광마운기술(狂魔運氣術)' 

 

'대천주행신공(大天周行神功)'


 

 

초관교두는 소년소녀들이 그것을 익히도록 강요했다. 

 

연혼빙동은 눈이 부실 정도의 흰 기류에 휘감기고 있었다.

 

 

일천호를 비롯한 일흔네 명의 영재들의 모습은 이미 흰 기류에 덮혀 하얗게 변해가고 있었다. 

 

그들은 세 가지 심법에 있어 이미 제거된 구백여 소년소녀들에 비할 수 없이 탁월한 성취를 갖고 있었다.

 

 

또 다른 것이라면 남다른 인내력을 겸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시간은 소리없이 흐른다.

 

 

빛도 없고 소리도 없다.

 

 

있다면 삼라만상을 얼려버릴 것만 같은 지독한 추위와 백색의 적막, 그리고 마비감에서 오는 졸음뿐이었다.

 

 

졸음을 쫓지 못하면 그것은 곧바로 죽음과 연결됨을 뜻한다.

 

 

그 안에서 일흔네 명의 영재들은 시체같이 누워 언제고 문이 열릴 날만을 기다리는 것이었다. 

 

일천호는 연혼화동에서와 마찬가지로 벽을 보고 있었다.

 

 

그는 두 손을 깍지끼듯 모아 그것으로 하단전(下丹田) 기해혈(氣海穴)을 가리고 있었다.

 

 

그의 기해혈에서는 언제나 막강한 기운(氣運)이 일어났다.

 

 

그는 임독양맥(任督兩脈)이 본시부터 막히지 않은 기이한 체질이었다. 

 

'나는 강하다. 내가 포기하지 않는 한 나는 살아남는다. 어떠한 비정천하(非情天下)에서도 !' 

 

일천호는 입술을 질끈 물었다. 

 

그의 입가에 한동안 없어졌던 미소가 떠올랐다.

 

 

그 미소는 신비(神秘)하다는 데에는 전과 같았으나 느낌에 있어서는 완전히 달랐다.

 

 

지난 동안의 미소가 춘풍(春風)이라고 한다면 지금의 미소는 삭풍(朔風)이랄까? 

 

'버러지 같은 놈들과 비교된다는 것이 부끄러울 뿐이다.' 

 

그는 전에 느끼지 못했던 호승심(好勝心)마저 느꼈다.

 

 

죽음이라는 것, 그것은 전과 달리 그에게 아주 낯익은 것이 된 느낌이 들었다. 

 

"으으 음 !" 

 

그때 누군가가가느다란 신음소리를 냈다. 

 

무리들 중에서다른 소녀들에 비해 훨씬 숙성한 소녀 하나가 팔베개를 하고 자리에 웅크리며 눕고 있었다.

 

 

그녀는 벌거벗은 채였는데 매끄러운 가슴에는 처녀의 상징인 투명해 보이는 연분홍의 젖꼭지가

 

꽤 솟아나와 있었다.

 

 

이곳의 소년소녀들은 범속한 아이들에 비해 오 년 정도 빨리 자라났다.

 

 

이미 여자다워 보이는 소녀, 졸리움을 이기지 못하고 스르르 눕는 소녀의 뒤에는

 

사신(死神)의 검은 그림자가 덮쳐들고 있었다. 

 

"졸립다 영원히 영원히 잠들고 싶어 ." 

 

소녀는 중얼거리며 잠에 빠져들었다.

 

그것은 칠십구호(七十九號)라 불리던 소녀의 최후이기도 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영원히 잠들어 버리는 아이들이 하나 둘 늘어났다.

 

 

푸르뎅뎅하게 얼어죽은 아이들, 차게 식어가는 모습보다 처참한 모습은 무정(無情)한 아이들의

 

아름다운 얼굴들이었다. 

 

일백 일이 다가오자 신기하게도 오십 명이 가려졌다.

 

 

미리 예정이 되었던 듯, 홀수와 짝수가 짝을 지어 정확히 이십오쌍(二十五雙)만이

 

연혼빙동에서 살아남았다. 

 

일호, 이십일호, 사십일호, 육십일호, 팔십일호, 백일호, 백이십일호 육백이십호, 육백사십호,

 

육백육십호 구백이십호, 구백사십호, 일천호. 일천 명 중 전오백(前五百)에서는

 

각 백마다 다섯씩 그것도 모두 홀수로, 후오백(後五百)에서는 각 백마다 다섯씩 모두 짝수로,

 

신기하게도 뒷쪽, 그러니까 육백호 이상은 모두 남자였고 그 이하는 모두 여자였다. 

 

특히 빼어난 쪽은 둘이었다. 

 

그 하나가 일호(一號)였다. 그녀는 본시 가장 빼어나다는 평을 듣고 있었다.

 

 

머리카락이 아주 긴 소녀로 강호에 나간다면 벌써 혼인을 강요당했을 정도로 성숙한 체격이었다. 

 

그 다음은 일천호였다.

 

 

머리카락이 타지 않은 사람은 일호와 일천호뿐이었다.

 

 

물론 둘은 이제껏 한 마디 말도 하지 않았다. 

 

연혼빙동에서 살아남은 오십 명의 소년소녀들은 귀재(鬼才)로 불리게 되었다.

 

 

그러나 시련이 거기에서 끝난 것은 아니었다.

 

 

마인루주는 음양연혼동을 나선 그들에게 아주 혹독한 수련을 쉬임없이 강요했다. 

 

첫번째는 전신을 채찍으로 얻어맞는 편태형(鞭笞刑)이란 고된 수련이었다. 

 

짜악! 짝! 채찍은 아이들의 살결 위에 사정없이 휘감겼다.

 

 

적포인 오십 명이 일 장 길이의 연편(軟鞭)을 들고 각기 맡은 귀재 하나를 초주검이 되도록

 

후려치고 있었다.

 

 

채찍에 맞아 갈라진 피부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크으으, 너무도 고통스럽다!" 

 

"이, 이렇게 살아야 하나?" 

 

귀재들은 악다물린 입술 사이로 신음소리를 흘리며 몸을 뒤튼다.

 

 

그렇다고 채찍질이 무서워 도망갈 수는 더욱 없는 일이었다.

 

 

두 발목과 허리, 그리고 양 팔목에 철삭(鐵索)을 두른 상태이기에 도망칠래야 도망칠 수조차 없는 것이었다.

 

 

그래도 그것은 다음에 이어지는 화삭태형(火索笞刑)이란 시련보다는 나은 것이었다. 

 

적포인들은 이번에는 연편 대신 불에 발갛게 달궈진 쇠사슬을 휘둘러댔다.

 

 

적포인들은 지독한 빠르기로 쇠사슬을 휘두르며 무공초식을 전개했다.

 

 

한데 그 초식(招式)은 놀랍게도 모두 백도의 전통적인 명초식(名招式)들이 아닌가? 

 

옥대위요(玉帶圍腰), 역강행주(逆江行舟), 횡단무산(橫斷巫山), 고행미륵(苦行彌勒), 거두망월(擧頭望月),

 

 철수개화(鐵樹開花), 단사성선(單絲成線), 나한복룡(羅漢伏龍) 등 구파일방(九派一幇)의 초식들이

 

적포인들에 의해 재창조되어 귀재들의 몸에 시뻘건 화인(火印)을 만드는 것이었다. 

 

"너희들은 이런 초식들을 평생 증오하게 되리라!" 

 

적포인들은 쇠사슬을 쉬지 않고 휘두르며 귀재들에게 그런 말들을 주지시켰다. 

 

파파팍!

 

쇠사슬이 흔들릴 때마다 자지러지는 비명이 터져나왔다. 

 

"크윽!" 

 

적포인들은 인정사정 두지 않았다.

 

 

귀재들의 터진 살결에 작렬하는 쇠사슬에도 한 점 인정이 실려 있지 않았다. 

 

찢겨진 살이 타들어 가고 핏방울이 튀었다.

 

귀재들이 비록 음양연혼동을 거쳤다고는 하나 그것은 너무도 참기 힘든 고통이었다. 

 

그러나 일천호만은 달랐다.

 

 

발갛게 달구어진 쇠사슬이 수천 번도 더 전신을 두드렸지만 그의 피부에는 상처가 없었다.

 

 

짜악! 짝! 쇠사슬이 몸에 감겼다가 풀리면 아주 잠깐 붉은 흔적이 남았다가는 봄눈 녹듯

 

 스르르 사라지는 것이었다.

 

 

그의 얼굴에는 고통스런 표정조차 없었다.

 

오히려 고통을 즐기고 있는 것 같았다. 

 

'놀라운 녀석 보면 볼수록 신비하다.

 

 

초관교두가 저 아이에게 독호(毒號)의 젖(乳)을 먹여 키우던 시절부터 혈루대호법(血淚大護法)이

 

총애하는 일호 이상으로 높이 평가한 이유를 이제야 알겠다.'

 

 

화삭태형이 펼쳐지고 있는 광경을 바라보며 마인루주는 땀을 흘리고 있었다.

 

 

일천호가 그를 놀라게 하는 것이었다.

 

 

다른 어떤 아이들에 비해 특별한 대접을 받은 바 없는 일천호였으나,

 

그는 여기 온 이후 비밀스러운 가운데 주목의 대상이 되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것을 모르는 것은 그 자신뿐일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마인루의 시련은 금강체(金剛體)의 귀재 사십오 명을 탄생(誕生)시킨 채 종식되었다.

 

 

다섯은 뜨겁게 달궈진 쇠사슬을 이기지 못하고 혀를 깨물고 죽었다. 

 

고통을 견뎌낸사십오 명의 귀재들의 눈빛은 한결같이 차고 강렬했다. 

 

제팔교두(第八敎頭)는 검루주(劍樓主)라고 불리는 인물이었다.

 

 

그는 사십오 명의 귀재를 앞에 모아두고 몹시 흡족해 했다. 

 

"너희들은 일기당천(一騎當千)의 강자(强者)들이다.

 

 

물론, 싸움은 몸뚱이가 강하다고 이기는 것은 아니지만 ." 

 

그는 중얼거리듯 말하다가 손을 슬쩍 흔들었다.

 

 

무풍(無風) 가운데에 손에서는 보이지 않는 힘이 흘렀다. 

 

"어엇!" 

 

한 소년이 격공섭물공(隔空攝物空)에 끌려 이 장 정도의 높이로 떠올랐다.

 

 

그와 동시에 슥 검루주의 왼손이 가볍게 흔들리며 검은빛이 빠르게 흘렀다.

 

 

파팍팍! 하는 둔탁한 소리가 퍼질 때 검은빛은 사라졌다.

 

 

대신 '으윽!'하는 답답한 신음소리가 터지며 검루주의 격공섭물공에 의해 떠올랐던

 

소년이 피투성이가 되어 털썩 떨어져 내렸다. 

 

소년의 전신에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검흔(劍痕)이 새겨져 있었다.

 

 

철퇴로 쳐도 상처가 나지 않을 정도로 강한 근골인데 대체 어떤 신병이기(神兵利器)를 썼기에

 

살이 베어졌단 말인가? 

 

"후훗, 본루주가 쓴 무기는 바로 이것이다." 

 

검루주는 미소지으며 한 가지를 꺼내들었다. 

 

그것은 아주 작은 붓(筆)이었다.

 

 

털오라기가 다섯 개도 채 되지 않는 세필(細筆)이었다.

 

붓 끝에는 먹물까지 발라 있었다.

 

 

바람만 불어도 날아가버릴 것만 같은 보잘 것 없는 물건인데 어떻게 소년의 몸에

 

무수한 검흔을 남겼단 말인가? 

 

"이것은 신(神)이 아니라 강(?)이다. 후훗, 쾌속(快速)에서 살기(煞氣)가 일어나는 이치와 같다." 

 

검루주는 붓을내려놓고 손가락을 가볍게 튕겼다.

 

 

팍! 소리가 나며 붓은 산산이 쪼개지는데 그 모습은 완연한 노죽(老竹)의 한 가지였다.

 

 

그것도 마를 대로 말라 손가락으로 치지 않았더라도 부서졌을 정도로 약한 것이었다. 

 

'으음, 검신지경(劍神之境)이다!' 

 

'그동안 외워야 했던 천권고서(千卷古書) 중 강(?)으로 사물을 베는 사람의 이야기가 있었지!' 

 

소년소녀들은 대부분 검루주의 절기를 목격하고는 놀라워 했다. 

 

그러나 단 두 사람, 일호와 일천호만은 서로 미리 약속이나 한 듯 아주 무표정했다. 

 

검루주는 다시팔짱을 꼈다. 

 

"너희들은 구절검(九絶劍)을 배우게 될 것이다.

 

구절검은 이곳에서 창안된 것이고, 백도문파의 검초에 극성(極性)이 된다.

 

일초는 구식(九式), 고로 구구팔십일식인데 연환(連環)하면 일관통검(一貫通劍)으로

 

용이 구름을 토하듯 끊임없이 토하게 된다." 

 

 

검루주는 거두절미하고 구결을 말했다.

 

 

그는 귀재들의 능력을 너무나도 잘알고 있었다.

 

 

세세히 말해 준다는 것은 시간 낭비일 뿐이었다.

 

 

한 자를 들으면 열 자를 깨우치는 정말 지독한 아이들이었기에. 

 

검루주가 말한구결들은 다음과 같았다. 

 

'비류(飛流)' 

 

제일초(第一招)로서 빠름을 빠름으로 꺾는 묘법(妙法)이 있는 절초였다.

 

 

그것은 천성쾌검식(天星快劍式)을 파괴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었다. 

 

'환영(幻影)' 

 

그림자가 나타나면 더 많은 그림자로 가두는 초식이었다.

 

 

가히 환환묘묘(幻幻妙妙)의 극치라 할 수 있는데 수비하는 자세는 전혀 없고

 

공격일변도의 식(式)으로만 이루어진 것이다.

 

 

물론, 공격적인 면은 비류식도 마찬가지였다.

 

 

환영의 초식은 무당대환검(武當大幻劍)의 극성이 된다 할 수 있었다. 

 

'금강(金剛)' 

 

정(定)을 제압하는 것인데 그 절묘함은 빠름에 있다.

 

 

말이 금강결이지 사실은 파금강검초라 불릴 만한 내용이었다.

 

 

불가정종초(佛家正宗招)에 일대극성이 되는 초식이라 할 수 있었다.

 

 

허공(虛空), 대유(大幽), 선천강(先天?)의 세 가지 초식은 도가수법의 전형을

 

깨어버리는 특징을 갖고 있었다.

 

 

이들 모두는 내공의 기초가 있어야만 시전할 수 있는 것이었다. 

 

'태청(太淸)' 

 

그것은 반태청(反太淸)이고, 파태청(破太淸)이다.

 

 

일원태극(一元太極)의 변화를 역(逆)으로 펼치는 것으로, 역천검류(逆天劍流)의 최고라 할 수 있는 것이다. 

 

'구양(九陽)' 

 

이것은 장중하고 강한 것을 깨어버리는 초식이었다.

 

 

음(陰)하고 사(邪)한데 구양이라고 이름지은 것이 우스꽝스런 일이었다.

 

 

즉, 태청검은 태청검을 쓰는 사람을 만날 때 쓰라는 것이고,

 

구양검은 구양검을 시전하는 사람이 있을 때 시전하라는 뜻이 아니겠는가? 

 

'현음(玄陰)' 

 

절검제구초로 그것은 가장 빼어난 것이었다.

 

 

환(幻)보다 환(幻)하고, 허공(虛空)보다 공허(空虛)하다. 하나, 살기(煞氣)에 있어서는 무엇보다도 강하다. 

 

이상으로 구절검의 초식은 일초를 익혀야 이초를 익힐 수 있었다.

 

 

일초, 이초를 다 익혀야 삼초를 익히게 되고 그 다음에야 사초를 익힌다.

 

 

제구초는 팔초를 모두 익혀야 익힐 수 있었다. 

 

귀재들 중 제일 먼저 구초를 터득한 사람은 일호였다.

 

 

그 다음이 일천호였다.

 

 

그러나 그것만을 비교해서 누가 뛰어나다 따질 수는 없는 일이었다.

 

 

일호는 쉬는 시간에도 일을 했고, 일천호는 언제나 명상하며 목검(木劍)을 놓고 있었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말이다. 

 

반 년이 지났을 무렵, 검루주는 귀재 서른 명을 다른 곳으로 보냈다. 

 

'호형루(虎形樓)' 

 

귀재 삼십 명이 검루주에 의해 보내진 곳이다.

 

 

그들이 호형루 안으로 모습을 감추는 순간에 나머지 귀재들은 검루주의 일검에 모두 고혼(孤魂)이 되었다. 

 

"후훗, 나는 서른 명만 호형루로 보내면 역할을 끝내는 것이다.

 

 

그러나 미리 죽은 것이 그리 불행한 일이 아닌 것임을 구천에서나마 알 것이다." 

 

검루주는 낙오자들의 피투성이 시체를 보고 중얼거리다가 급히 뒤돌아섰다. 

 

비정함만이 존재하는 세계.

 

 

이곳에서는 다정(多情)하고 아름다운 것이 오히려 이상하게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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