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아하루전

<209> 35화 눈물 (3)

오늘의 쉼터 2014. 6. 14. 18:39

<209>  35화 눈물 (3)

 

 

"여~ 좋은 아침"

아하루가 피곤한 얼굴로 식당에 내려가자

 

이미 식당은 온갖 용병들로 바글대고 있었다.

 

그들은 감밤의 피로를 먹는 것으로 풀려는 듯

 

한상 그득하게 차려놓고선 먹는데에만 여념이 없었다.

 

그 와중에도 아하루가 내려온 것을 본 호르텝이 손을 흔들어 아하루를 맞았다.

그렇게 북적대고 어수선한 식당이었지만 어찌된 일인지

 

호르텝이 앉은 주위로는 텅 비다시피 하고 있었고 또 호르텝과 같이 자리를 같이한

 

용병들은 뭐가 그리 괴로운지 오만상을 지으며 고개를 처박고 오로지 불구대천의

 

원수를 만난 양 눈 앞에 놓인 음식과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아하루가 호르텝의 손짓을 보고는 입맛을 다셨다.

 

아하루의 얼굴이 마치 도살장에 끌려가는 어린 송아지와 같이 변했다.

 

그런 아하루가 천천히 식당을 지나칠 때마다 주위에 잇던 용병들이 재빨리 자리를 비켜주었다.

 

그리곤 하나같이 아하루의 등을 바라보며 쯧쯧 고개를 젖다가 행여나 호르텝과

 

눈이 마주칠까 얼른 다시 먹는 것에만 열중하기 시작했다.

"좋은 아침. 그런데 왜 다들 얼굴이 울상이 된거야?"

"하하! 그렇지?"

아하루의 말을 호르텝이 받았다.

"이 친구들아 거 보라고 이왕 밥먹는 거 웃으면서 좋은 기분으로 먹어야지

 

그렇게 먹어서야 어디 밥인들 제대로 넘어가겠어?

 

잘근 잘근 꼭 꼭 씹어서 먹어도 체하네 어쩌네 난리인 판국인데 말이야.

 

사실 이집 음식 맛이 그렇긴 해? 하지만 어쩌겠어?

 

이 근처에서 이집보다 더 괜찮은 곳이 있으면 나와보라고 하라구 없을 걸?

 

내가 10여년을 제국을 떠도는 방랑자가 되어서 이곳 저곳 안가본데가 없었지.

 

그래서 이곳도 들러봐서 아는데 이 근처에 이집 만한 곳은 다시 없어.

 

그리고 사실 어차피 미각이란게 세치 혀에 달린게 아닌가?

 

그냥 꿀꺽 삼켜 넣으면 뱃속에서 그게 맛잇는 건지 아닌지 알게 뭔가?

 

솔직히 개똥을 먹는다 치더라도 뱃속에 들어가면 다 똥이되서 나오는게 아닌가?"

호르텝의 입이 열려지자 가뜩이나 고개를 쳐밖고 음식을 먹던 사람들이 얼굴을

 

있는대로 구기며 괴로움에 치를 떨어대고 잇었다.

 

호르텝이 그런 사람들의 반응을 보고 다시 입을 열려고 할때 재빨리 아하루가 말을 가로 챘다.

"그나저나 호르텝 신전 쪽에선 별다른 소식 없었어?'

아하루의 질문에 호르텝이 입맛을 다시고 아하루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테이블 주위의 사람들과 비교적 호르텝과 근처에 있던 다른쪽 식탁의 용병들이

 

일제히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아하루를 향해 감동을 눈빛을 초롱 초롱 보냈다.

호르텝이 그런 그들을 힐끔 바라보며 눈살을 살짝 지푸리자

 

사람들이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음식에 코를 박듯이 하고 아구 아구 먹어대기 시작했다.

"쯧쯧, 천천히 먹으라니깐 저놈은 왜 또 저 매운 소스를 물 마시듯 먹어?

 

이런... 쯧쯧. 아 대장 신전 말인가?"

호르텝이 목소리를 낮추었다.

"신전 쪽에서 그렇지 않아도 아침 나절에 이곳에 들렸었죠.

 

그런데 우리가 누굽니까?

 

어젯밤부터 이곳에서 술파티를 벌이고 잇었다고 딱 잡아뗐지.

 

어제 두개 조를 이곳에 남겨선 전부 창문 근처에만 앉게 한게 효과를 본듯해

 

놈들 중에 어제 순찰을 돈 놈이 있엇는데 그 놈이 우리가 밤새도록 술판을 벌인게

 

사실이라고 증언해 주더군요.

뭐 하기사 어제 말 들어보니깐 그놈이 순찰 왔을때 시끄럽다고 단속하려는 것을

 

뒷돈좀 집어 주었던게 이런데서 효과를 본것 같아요.

뭐 하기사 원체 아직까지 많은 수의 용병들이 이곳을 떠나지 않고 있는데다가

 

요사이 축제로 인해 순례자니 뭐니해서 마구 마구 쏟아져 들어오니깐

 

제놈들도 다 파악하긴 힘들겠죠"

"흐음..."

아하루가 뭔가를 생각하는 듯 고개를 외로 꼬았다.

"게다가 이 집 주인이 또 걸물이더군요? 비록 음식은 맛이 덜 잡혔지만

 

말발이며 장사수완은 캬~,

 

과연 쳄벌린 상단에서 오래 굴러먹엇던 티가 나더군요.

어찌되었건 주인의 말발에 또한번 그놈들 나가 떨어졌지 뭡니까?.

 

뭐 그런 얘기는 나중에 차차 하도록 하고 그나저나 대장도 배고프지 않아요?

 

그러고보니 대장껄 안시켰군? 이봐 이봐 자네들도 그렇지"

호르텝이 시선을 음식과 사투를 벌이는 동료들에게로 돌렸다.

 

동료들의 몸이 움찔 거렸다.

"이봐 어떻게 된 녀석들이 대장이 왓는데 그래 음식하나 맛보라고 하질 안는게야?

 

대장이 왓으면 대장이 먹을 음식을 시켜서 착 대령하는게 당연한거 아냐?

 

그러지는 못할 망정 대장하고 얘기하는 동안 자기들 먹을 거만 먹고 잇으면 되겠어?

 

 얘들이 보고 잇어. 나중에 얘들이 자네들과 같이 식탁에 앉앗는데

 

자네들 꺼는 무시하고 저들끼리만 먹고 있으면 열 안받겟어?

적어도 음식은 세세히 신경써야지 안그래?

 

어이 어이 어딜 그렇게 황급히 일어나려 해? 앉아 앉아 음식 남기면 죄받아.

 

자네 그 음식 하나 만들기 위해서 주방에서 얼마나 고생하고 노력해야 하는지 알아?

 

내 예전에 주방에서 일해봐서 아는데 주방에서 일하는 것도 다 법도가 잇고

 

또 보이지 않는 노력이 필요하다구 맨 처음 주방에 들어가면 냅다 누가 그래

 

너 요리해봐라 그러는 줄 알아?

 

맨처음 들어가면 고작 하는게 접시 닥는거 박에 안시킨다구

 

그렇게 몇년 굴러먹어야 그제서야 그래 너 제법 접시좀 닦았구나 하고

 

그제서야 요리 재료 다듬는 것을 시키지. 그거 쉬워보이지만

 

그것도 보통이 아냐 보통 식당에서 손님들이 좀 많이 들어오... 읍읍"

호르텝의 말에 참지 못한 미텔이 급기야 손으로 호르텝의 입을 막아버렸다.

 

호르텝이 버둥거리며 미텔의 손을 치워내려하자 재빨리 하냐냐가 호르텝을 덥쳤다.

"입을 막앗!"

"아예 재갈을 물려!"

술만이 자신의 거대한 덩치로 호르텝을 뭉개듯이 덥쳤다.

"윽 뭐 뭐야..."

호르텝이 숨이 막히는 듯 컥컥댔다.

"잠깐"

소르엔이 굳은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곤 날카로운 눈빛으로 호르텝과 그위에 올라탄 동료들을 바라보았다.

"소르엔?"

소르엔의 굳은 얼굴과 살기마저 어린 모습에 잠시 슐만들이 주?거렸다.

 

호르텝이 그들에게 손을 내밀었다.

"이걸로 입부터 막앗!"

소르엔이 탁자를 훔칠때 쓰는 하얀 행주를 내밀었다.

 

호르텝의 얼굴 가득 절망과 배신으로 인한 좌절감이 피어 올랐다.

아하루가 사람들의 소동에 고개를 저으며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대장.. 어디 읍읍"

호르텝이 버둥거리며 아하루를 향해 손짓했다.

 

아하루가 못들엇다는 듯 잰걸음으로 식당을 벗어나기 시작했다.



"르네"

계단을 올라서자 어느새 나온 르네가 함박 웃음으로 아하루를 맞이했다.

"아직 식사 못하셨죠?"

아하루가 겸연쩍은 듯 웃었다.

"나야 뭐.. 그런데 르네 피곤햇을텐데 쉬지 뭐하러 나왔어?"

"주인님이 아직 안주무시는데 어떻게 저희만 쉬겠어요?"

"응?"

"게다가 무심한 주인님은 곧장 식당에 내려가시구..."

"아!"

"그것도 모르고 저희는 이제껏 내내 주인님만 기다렸지 모예요?"

"아... 하하... 그..그게 르네하고 다들 자고 있을 줄 알고..."

르네의 짐짓 울상 짓는 얼굴에 아하루가 쭈뼜거렸다.

"주인님"

"으...응?"

"흑 주인님은 여태 저희가 주인님을 두고 먼저 자는 그런 노예들로 아신거예요?

 

이때껏 저희가 그러든가요?"

"아...아니...그런건 아니지만..."

아하루의 등에서 사르르 진땀이 흘렀다.

"흑 주인님... 주인님께서 그렇게 생각하셨다니 너무 슬퍼요"

르네가 짐짓 울음을 터트릴 것처럼 두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아... 르네 그러지마. 난 정말 너희들을 사랑하고 아낀다구 내 맘 알잖아"

아하루가 르네를 꼬옥 껴안았다.

"정말인가요?"

"그럼. 정말이지 않고"

"그럼 저희들을 버리지 않을거죠?"

"버려? 너희들을? 너희들을 버리는 일은 내가 죽지 않는 이상
결단코 없을거야.

 

너희들은 정말 정말 소중한 내 사람들이야. 내 목숨과도 같은 너희들이야."

아하루가 르네의 어깨를 더욱 세게 감쌓다.

"헤헤 정말이죠?"

르네가 그제서야 손을 내리고는 아하루의 품에 온몸을 기대었다.

"이런. 혼나야겟는걸? 주인을 놀리다니"

그제서야 르네가 연기를 햇음을 알게된 아하루가 짐짓 화내며 말했다.

"헤헤 그러니깐 주인님, 항상 저희들을 떼놓지 마세요.

 

주인님이 곁에 없으면 르네는 단 한순간도 살수 없답니다."

르네가 아하루를 꼬옥 껴안았다. 르네의 탄탄하면서도 부드러운 가슴이

 

아하루의 가슴에 지긋이 부대꼈다.

 

아하루가 그런 르네의 금빛 머리카락을 살며시 쓰다듬었다.

"나 역시 너희들이 없다면 아마 이 지옥같은 나날들을 견디지 못햇을 거야.

 

지금까지 너희들과 같이 해온 날보다 앞으로 너희들과 같이할 날들이 더 많을거야.

 

그리고 그 기간동안 난 행복할거야. 너희들이 있어서"

"주인님. 주인님이 행복하다면 르네도 행복해요.

 

주인님의 행복이 르네의 행복이예요."

르네의 말에 아하루가 더욱 힘을 주어 르네를 끌어 안았다.

 

그리곤 르네의 귓가에 살며시 속삭였다.

"하지만 르네? 주인을 놀렸으니 벌을 받아야지? 이따가 각오해?"

"아잉 주인님~"

르네가 콧맹맹이 소리로 앙탈을 부렸다.

 

그런 르네의 모습에 아하루가 르네의 온 몸을 으스러져라 끌어안았다.

그때였다 계단을 쿵쾅거리며 훼리나가 뛰어내려왔다

 

훼리나는 아하루를 보더니 급박하게 불렀다.

"주..주인님"

"응? 훼리나?"

아하루가 당혹스런 얼굴을 하고 있는 훼리나 바라보았다.

"주..주인님....리이님께서..."

훼리나의 눈에 눈물이 글성였다.

"응? 무슨..?"

아하루의 얼굴이 잠시 굳어지더니 이내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질렀다.

"안돼! 그럴순 없어"

아하루가 계단을 박차고 뛰어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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