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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8> 35화 눈물 (2)

오늘의 쉼터 2014. 6. 14. 18:27

<208>  35화 눈물 (2)

 

 

"으음... 아..? 형수님?"

부시시한 얼굴로 잠이 깬 아하루가 그제서야 리이가 깨어 있음을 알고는

 

얼굴 전체가 차츰 환희로 바뀌기 시작했다.

"형수님"

아하루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선 리이를 덥석 껴안았다.

"보고 싶었어요. 정말 보고 싶었어요"

"도련님..."

리이의 눈가에 뿌연 수막이 다시금 피어 올랐다.

 

뭔가 말을 하려다 애써 참는 듯 리이가 입술을 지긋이 깨물었다.

 

그대신 펴지지 않는 입꼬리를 올리며 애써 웃음을 지었다.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어요? 고생이 많았죠?"

"고생은요? 제가 누굽니까? 천하의 아하루 아니었던가요?

 

저를 트리아트 놈들 한가운데 떨으뜨려 놓아 보세요.

 

그럴지언정 제 눈이 꿈쩍이라도 하는지"

아하루가 의도적으로 과장된 몸짓 그리고 과장된 어조로 말하고 있었다.

"그보단 형수님. 이젠 아무 걱정 마세요. 제가 있잖아요. 그리고 카이엔은.."

리이가 손을 들어 아하루의 입술에 대었다.

 

그리곤 고개를 저었다.

"카이엔은 도련님이 잘 맡아 주셨으리라 믿어요.

 

전에도 그래왔지만 항상 전 도련님을 믿는 답니다.

 

예전에도 그랬지요.

 

제 남편도 둘째 도련님도 항상 도련님을 신뢰하고 믿어왔어요.

 

그리고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이처럼 훌륭히 자라셨구요."

"형수님..."

"그런 도련님일진데 자신의 조카에 관한 일이라면 당연히 자기 자신 일처럼 돌보시겠지요.

 

안그런가요?"

"후우... 형수님."

아하루가 잠시 침묵을 지켰다.

 

하지만 이내 싱긋 웃음을 지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형수님 이미 제가 근사한 곳을 알아놨습니다.

 

짐보만 영지에 있는 작은 도시인데 집이 제법 넓고 아늑해요.

 

예전에 그곳 영주의 별장으로 사용됐던 곳인데 이번에 저에게 넘어오게 되었어요.

근데 형수님 아시다시피 제가 워낙 이렇게 밖으로 돌아다녀야 하다보니

 

그 집엔 아직까지 한번도 들어가보지 못햇답니다.

이제 그 집의 진정한 주인이 나타났네요.

 

형수님 그 집에서 카이엔과 함께 그 집을 채워주시겟어요?"

리이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집이 예쁜가봐요?"

"그럼요~"

아하루가 가슴을 쑥 내밀었다.

"도시에서 그리 떨어지지 않은 곳이죠.

 

하지만 주위가 숲으로 둘러 쌓여져 있어서 조용해요.

 

시끄러운 도시의 소음에서 떨어진 곳이죠.

 

하지만 도시까지는 상당히 가까워요 마차로 가면 10분 정도 거리일까?

그리고 집은 벽돌과 석조로 된 곳인데 아마 보시면 감탄하실 거예요.

 

처음 보는 사람들은 전설의 드워프들이 지은 줄 알 정도였으니까요.

그곳의 영주도 예전엔 귀빈이 올때는 자신의 성에서 보다는

 

그곳에서 귀빈을 맞았다고 할 정도니까요."

"어머 그런데 그런곳이 어떻게?"

"아하, 제가 누굽니까? 그곳에서 몇가지 일을 처리했죠.

 

그랬더니 그곳 영주가 그곳의 소유권을 양도한거예요.

 

이래뵈도 저 예전의 아하루가 아닌걸요?"

"잘된일이예요. 제 남편이 살아계셔서 도련님의 지금 모습을 보셨어야 했는데..."

리이의 눈에 다시금 눈물이 글썽였다.

"형수님..."

아하루가 손을 들어 그런 리이의 눈에 맺힌 눈물을 닦아 주었다.

"형수님이 대신 보시면 되죠. 카이엔과 같이 형수님이 지켜봐 주세요.

 

형님 대신 아니 하베이도에 있던 모든 사람들을 대신해서 형수님이 저를 지켜봐 주세요.

제가 어떻게 성장하고 어떻게 그 피의 댓가를 받아내는지 형수님이 봐주셔야 해요"

리이가 아하루의 말에 처연히 웃었다.

"그래야죠...."

아하루가 단호히 고개를 끄덕였다.

"두고보세요. 나를 건드렸던. 우리 가족을 건드렸던, 우리 영주민을 건드렸던

 

그 놈들은 이제 백배 천배의 피의 댓가를 받게 될거예요.

신이 복수를 허락하지 않는다면 전 제 영혼을 악마에게 팔아서라도

 

그 복수를 이루고야 말겁니다."

"도련님"

악마란 말이 나오자 리이가 기겁하며 말렸다.

"그만큼 제 마음은 진심이란 뜻입니다.

 

형수님은 다만 제가 하는 일을 옆에서 조용히 지켜봐 주시면 됩니다.

 

그리고 카이엔을 훌륭하게 키워내 주시면 됩니다.

 

그리고 행복하시면 됩니다. 그것 외에 전 바라는게 없어요"

"결혼은 하셨어요?"

"네?"

리이의 뜬금없는 질문에 아하루가 잠시 멍청한 얼굴이 되었다.

"결혼하셔야죠 도련님도. 그래서 도련님도 아이를 낳고 가문도 다시 세워야죠"

"아... 네, 그런데..."

아하루가 겸연쩍은듯 머리를 긁적였다.

"휴우... 도련님이 맘에 들어하던 그 아가씨와 파혼을 당했으니..

 

카발리아 님이나 레소니 양의 소식은 어떤가요?"

"으음.. 그게..."

아하루가 말을 미적이다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카발리아 아저씨야 잘 지내는고요.

 

얼마전 상단에서 넌지시 알려준 소식에 의하면 레소니 누나는 최근 백작가의 누군가에게로

 

시집갔다고 하더군요.

 

어떤 공작의 총애를 받고 있는 백작인데... 잘 모르겠네요.

 

애초에 저와는 인연이 닿질 않앗었나봐요"

"아쉬워라. 도련님이 어릴적 부터 레소니양과 결혼하겟다고 노래를 불럿었는데.

 

그리고 내가 알기로는 레소니 양도 도련님을 좋아 했었구요."

"하지만 어쩔 수 없었겠죠..."

"네..."

"금새 좋은 아가씨가 나타날 거예요. 도련님에 꼭 맞을 상대가요."

"그럴겁니다."

아하루가 애써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아참 그때 그 세아가씨들은 어딨나요? 참 참해 보이던 아가씨들인데"

"아, 르네하고 훼리아, 그리고 마리안 말이지요?

 

그 셋은 아직도 저와 함께 있답니다.

 

여직껏 저를 도와주고 잇어요.

 

정말 소중하고 고마운 사람들이죠"

"흐음, 그렇군요. 그렇다면 그 셋중에서 하나와 결혼을 하는 것은 어때요?"

"네?"

"그렇게 놀란 얼굴 하지마시구요.

 

어서 빨리 아이를 낳으셔야죠.

 

가문의 복수도 좋지만 가문을 이어가는 일도 중요하답니다."

"아.. 하지만 아이를 낳는 것은.. 아직."

아하루의 얼굴이 벌겋게 변해가시 시작했다.

"아니요 이르지 않아요.

 

제가 시집올때 나이도 그때 그 아가씨들 나이보다 더 어렸을 때였는 걸요?

 

아무튼 명심하세요. 도련님이 해야할 최우선의 일은 가문의 복수가 아니랍니다.

 

가문을 키우고 되살려내는 것.

 

이것이 더 우선되어야 하고 더 소중한 일이랍니다."

"알겠습니다. 형수님의 말 명심하겠습니다."

"네.. 도련님이 정말 그렇게 가문을 키우게 되면 먼저 간 제 남편도 비로서 맘을 놓으실 거예요"

리이의 눈가에 다시금 눈물이 고였다.

 

아하루가 그런 리이의 손을 잡았다.

"형수님 약속 드릴께요. 이전보다 더 크고 더 명망있는 가문을 키워낼 겁니다.

 

하지만 그 일은 저 혼자의 힘으로는 안돼요.

 

형수님과 그리고 카이엔이 함께 해 나가는 겁니다.

 

형수님과 카이엔이 없다면 전 아마 중도에 쓰러질지 몰라요.

 

형수님 절 도와주시겟죠?"

아하루가 리이의 손을 잡은 손에 힘을 주며 말했다.

 

리이의 고개가 살짝 끄덕였다.

"아아.. 피곤하네요... 도련님..."

리이가 어지러운 듯 머리에 손을 짚었다.

"밤새 고생하셨으니 피곤 하실거예요.

 

그럼 그만 푹 주무세요.

 

이따가 아침 보내 드릴께요"

"아니에요. 정말 한잠 푹 자야 할것 같아요. 대신 점심때 깨워주시겠어요?"

"점심때요?"

"네 지금은 정말 아무 생각도 없답니다.

 

지금은 아무 방해도 받지 않고 그냥 푹 자고 싶어요.

 

도련님도 아시잖아요.

 

곁에 누가 있으면 푹 자질 못하는 내 버릇"

"네... 그럼 이따 점심때 뵈요"

아하루가 선선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대신 형수님 점심때는 꼭 저와 같이 식사하기에요? 알았죠?"

"네..."

리이가 살짝 미소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전 이만 가볼께요.

 

카이엔에게 기쁜 소식을 전할 수 있게 되서 다행이예요"

아하루가 그렇게 말하고는 문 밖으로 걸어나갔다.

 

리이가 그런 아하루의 뒷 모습을 시선을 돌리지 않고 지켜보았다.

아하루가 문을 닫기전 다시한번 고개를 내밀었다.

"형수님 사랑해요."

리이가 아하루의 말에 웃자 그제서야 안심했다는 듯 아하루가 방문을 닫았다.

 

방문이 닫히고 복도를 걸어가는 소리가 들리자

 

그제서야 리이는 한껏 참았던 듯 울음을 쏟아 내기 시작했다.

"흑흑흑"

리이는 한 손으로 입을 막고 최대한 울음소리를 내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한참 동안 울던 리이가 손을 자신의 음부쪽에 넣엇다가 빼어냈다.

하얀 사내의 애액이 리이의 손 끝에 묻어나왔다.

 

리이가 처연한 눈으로 자신의 손가락 끝을 바라보았다.

 

두려운듯 천천히 자신을 덮엇던 이불을 걷어냈다.

 

리이의 사타구니 쪽에 간밤에 당했던 능욕의 흔적들이 고스란이

 

물이 되어 침대를 적시고 있었다.

"그래. 이건 꿈이 아니야. 현실이야..."

리이의 울음섞인 목소리가 애처롭게 방안에 흘렀다.

 

리이가 천천히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간밤의 일들 아니 최근에 연이어 그녀에게 벌어진 일들 때문인지

 

하복부에 저리듯 다가오는 아픔에 그녀가 제대로 걷질 못했다.

하지만 리이는 천천히 끈질기게 자신의 몸을 움직였다.

 

이미 눈여겨 봤던 책상 위에 놓인 종이와 펜을 보고는 그 앞에 앉았다.

 

리이의 손이 천천히 펜을 잡아 들었다.

 

그리고 하얀 여백으로 채워진 백지 상태의 종이를 잠시 바라보았다.

 

보통의 일반 평민들이 사용하는 그런 저런 질 낮은 종이였다.

그 종이 위로 리이의 펜이 춤을 추듯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리이의 펜이 지나간 자국 위로 리이의 눈물이 방울져 뚝 뚝 떨어져

 

리이가 쓴 글을 군데 군데 검게 번지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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