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아하루전

<207> 35화 눈물 (1)

오늘의 쉼터 2014. 6. 14. 18:13

<207>  35화 눈물 (1)

 

 

초조한듯 문 앞에서 연신 서성이던 아하루가 간혹 문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문은 그리 쉽게 열리지 않았다.

 

이제 저멀리 동이 터와 사방이 밝게 빛나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아하루의 눈에는

 

온통 사위가 검은 밤으로만 느껴지는지 꺼질락 말락 거리는 등불쪽으로 다가가

 

등불 옆에 마련된 기름통을 들어 등잔을 채웠다.

"끼이익"

아하루의 고개가 문을 향했다. 여태껏 굳게 닫혀진 문이 살짝 열리며

 

그 안에서 르네와 훼리아가 거의 기진맥진한 얼굴로 빠져나오고 있었다.

"어떻게 됐지? 형수님은? 형수님은 무사해?"

아하루가 한달음으로 르네에게 다가가선 물었다.

 

르네가 조금은 섭섭한지 그런 아하루의 얼굴을 잠시 바라보다 이내 생긋 웃었다.

"괜찮아요. 저번의 경험도 잇었고 또 다행이 신전 안에서 해독제를 구할 수 있었어요"

"아아..."

"조금 잇으면 정신이 드실겁니다. 그러면 아하루님을 알아보실 거예요"

아하루가 덥석 르네를 껴안았다.

"고마와 정말 고마와"

르네가 그런 아하루를 포근하게 감싸 안았다.

"주인님 일이 곧 내일인걸요. 당연히 해야할 일을 했을 뿐이에요"

아하루가 르네를 더욱 세게 안았다.

"고마워... 힘들엇을 거야. 하지만 르네가 내게 있어서 참 다행이야."

아하루의 말에 르네의 얼굴에 배시시 미소가 피어올랐다.

"주인님께 그런말을 들으니 기뻐요 르네는.."

"저는요?"

훼리아가 약간은 토라진 그리고 조금은 섭섭한 얼굴로 물었다.

아하루의 얼굴에 미소가 번지며 훼리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훼리아도 고마워. 그리고 훼리아 역시 내겐 너무나 너무나 소중한 사람이야."

"헤헤 정말요?"

훼리아가 아하루의 말에 간밤의 피곤이 씻은듯 가셨는지 사르르 웃었다.

"그럼? 정말이지 않고, 내겐 세상에서 둘도 없는 소중한 보물이 있어

 

그건 바로 르네와 훼리아 그리고 마리안 너희 셋이야"

"주인님께 도움이 될수 있다니 정말 뿌듯해요."

훼리아가 아하루에게 달려들며 말했다.

 

아하루가 그런 훼리를 함께 팔에 앉았다.

"정말 정말 내겐 너무 과분할 정도의 보물이야 너희 둘은"

"아니요. 주인님 외의 다른 사람에겐 보물이 되고 싶지 않아요."

"그래요. 훼리아도 주인님에게만 보물이 되고 싶은걸요."

아하루의 얼굴에 잠시나마 행복한 미소가 어렸다.

"고마와"

"쉿! 주인님 당연히 해야할 일을 햇을 따름이예요"

르네가 생긋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주인님이 안정돼야 저두 주인님께 또 맘껏 봉사할 수 있지 않겠어요?"

"하하 알았어 오늘밤 르네와 훼리아의 봉사에 맘껏 취할 수 있을거 같아"

"이제 그만 들어가 보세요. 아직은 주무시고 계시지만 얼마후면 깨어나실 겁니다."

"그래.. 둘 모두 수고했어 그만 쉬도록 해"

그제서야 아하루가 르네와 훼리아를 안던 팔을 떼어내고선 말했다.

 

그리고 천천히 르네와 훼리아가 나온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제법 정갈한 방 안의 창가 쪽엔 나무로 만들고 그위에 포근한 침상이 깔린 침대가 잇었다.

 

그리고 그 침대 위엔 한 중년의 여인이 세상 모르는 듯 곤히 단잠을 자고 잇었다.

아하루가 그 중년의 여인이 깨어날까 두려운 듯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겼다.

"형수님"

여인을 내려다 보며 아하루가 나직히 불렀다.

간밤에 르네와 훼리아가 앉았었던 의자중 하나에 몸을 얹힌 아하루가

 

이불 밖으로 나와 있는 형수의 손을 잡고 자신의 볼에 가져다 대었다.

밤새 서성여서 차가워졌는지 아하루의 볼에 형수의 손이 더욱 따스하게 느껴졌다.

"보고 싶었어요 형수님."

한동안 형수의 따스한 손을 느끼고 있던 아하루가 나직히 말했다.

"정말 보고 싶었어요. 이제 내게 남은 가족은 단 둘뿐입니다.

 

형수님과 카이엔... 카이엔 궁금하죠? 잘있답니다.

 

내가 신세지고 있는 상단이 있지요.

 

그런데 그 상단이 제법 손 꼽히는 상단이랍니다.

 

어쩜 형수님도 들어보셨을지도 모르겠네요. 쳄벌린 상단이라고...

 

나라에서도 다섯 손가락에 꼽히는 그런 상단이랍니다."

아하루가 두손으로 형수 리이의 손을 잡았다.

"형수님 손은 여전히 따스하군요. 카이엔은 지금 형수님 친정에 가 있답니다.

 

제가 그곳으로 보냈지요.

 

그리고 그 뒤를 쳄벌린 상단에서 봐주기로 했답니다.

 

매달 큰돈을 보낼 뿐 아니라 그쪽에서 필요한 것이 있으면

 

그때마다 필요한 것을 부족치 않게 지원해 주고 있지요.

 

비록 카이엔 혼자 그곳에 있지만 카이엔도 원체 강한 아이고

 

또 뒤에 쳄벌린 상단이 있는 한 그쪽에서 함부로 못할거예요.

 

그러니 이젠 안심하셔도 되요"

저멀리 동이 터오기 시작했다. 이름 모를 새들이 서로 지저귀며 푸드득 하늘을 날아 올랐다.

 

터오는 아침의 발간 ?볕에 아하루도 리이도 붉게 물들어 갔다.

"형수님에게 참 말썽도 많이 부렸지요?

 

그리고 심술 궂은 두 형을 대신해서 절 쿠척이나 많이 챙겨주셨지요.

 

아직도 그 일이 생각나요.

 

그때가 늦 봄이었죠. 내가 호기심으로 말을 탄다고 난리치고

 

결국엔 말에서 떨어져 크게 다친적이 있었죠.

 

그때 난 밤새도록 생사의 기로에 서 있었어요.

 

하지만 결국 난 살아 났답니다.

누군가 내 손을 꼭 부여잡고 있었기 때문이었죠.

 

형수님은 모르지만 그때 얼핏 정신이 들었었어요

 

그리고 실눈을 뜨고 누가 밤새도록 내 손을 잡아 주었는지 확인했었죠.

형수님이었어요. 밤새도록 정신잃은 나를 위해 내 침대 곁에서

 

내 손을 꼭 부여잡아 주셨죠.

그러고 보니 그때만이 아닌것 같아요.

 

예전에 심한 감기에 걸렷을 때도 누구보다 제일 먼저 그리고 제일 늦게까지 저를 돌봐 주셨죠."

아하루의 눈이 촉촉하게 젖어들어갔다.

"하베이도에 다시 가요.

 

우리. 카이엔과 나 그리고 형수님 이렇게 셋이나마 예전의 그 즐거웠던 때로 다시 돌아가요.

 

예전처럼. 형수님이 마련해준 도시락을 들고 숲이 우거진 곳에 잇는 그 별장 기억나시죠?

 

먼지에 잔뜩 찌든 곳을 청소하느라 결국 하루 종일 걸렸던 그 별장 말이예요.

 

그리곤 서로 검게 변한 얼굴을 손가락질 하며 한바탕 웃어댔죠.

그 별장에 다시 가요.

 

그리고 그 별장을 또한번 청소해요.

아세요? 난 지금 처음으로 신께 감사드리고 있어요.

 

형수님이... 형수님이 아직 남아계시기 때문이죠.

 

카이엔에게 당당히 할말이 생겼기 때문이죠.

 

이제 예전처럼 행복한 그 시절로 다시 되돌아 갈수 있기 때문이죠."

결국 아하루의 눈을 적시던 물방울이 주르륵 아하루의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사랑해요 형수님. 제 곁에 항상 계셔야 해요.

 

그리고 이젠 이젠 더이상 아픈일이 없을 거예요.

 

저 이래뵈도 부리는 사람이 꽤 많아요.

 

그리고 앞으로 다시는 누구도 우리를 함부로 대하지 못하게 할거예요.

우리의 피를 한방울 흘리게 하면 그네들은 피로 시내를 이루어야 할거예요.

 

그래서 다시는 이제 다시는 그 누구도 우리를 넘보지 못하게 할거예요.

카이엔을 불러 올거예요.

 

형수님과 카이엔이 아무 걱정없이 행복하게 살수만 있다면 전 악마가 되어도 좋아요.

 

만일 복수를 포기해야 한다면 복수를 포기 할 수도 잇어요.

 

그만큼 형수님과 카이엔은 내게 소중해요. 내게 남은 이세상에 남은 내 유일한 가족이니까요"

아하루의 고개가 천천히 리이의 몸 위로 숙여졌다.

 

그리고 어느새 스르르 잠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행복해야 해요"

끝내 잠에 빠져들며서까지도 아하루가 그렇게 중얼거렸다.

아하루가 잠들고 한참 불현듯 리이의 눈가에서 맑은 물이 주르르 흘러내렸다.

 

그 눈물은 리이의 얼굴을 타고 촉촉히 리이가 베고 있던 베게를 적셨다.

리이의 손가락이 꿈틀대었다.

 

그리곤 아하루가 깰까 두려운 듯 아주 천천히 아하루의 맞잡은 손에서 천천히 벗어나기 시작했다.

아하루의 손에서 벗어난 리이의 손이 부드럽게 아하루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으음... 형수님"

아하루가 리이의 손길을 느낀 탓인지 비몽사몽간에 그렇게 중얼거렸다.

 

리이의 손이 잠시 멈추었다

 

다시금 천천히 아하루의 머리를 포근하게 쓰다듬었다.

"도련님..."

리이의 입이 희미하게 열렸다.

 

리이의 얼굴에 흐르는 눈물이 더욱 많아지기 시작했다.

 

리이가 입술을 앙 깨물며 터져 나오려는 울음을 애써 참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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