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아하루전

<184> 30화 젠티에 성의 무도회 (4)

오늘의 쉼터 2014. 6. 13. 22:35



<184>  30화 젠티에 성의 무도회 (4)




교교히 흐르는 달빛 그리고 화려한 불빛이 흘러나오고 있는 우아하고 아름다운 성은 
마치 보는 이로 하여금 먼 옛날의 전설의 한가운데 자신이 있는 것은 아닌가 의심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내 그 화려한 불빛이 흘러나오는 저택 안에서 간간히 흘러나오는 음악소리와 함께 
들려오는 웃음소리 그리고 술잔이 부딪치는 소리는 이내 다시금 현실로 돌아오게끔 만들었다.

하지만 그런 소리 역시 이곳이 화려하고 멋들어진 곳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게 만들었고 
성의 외곽 높다란 내성 성벽들과 그 안에 펼쳐진 짙고 무성한 숲은 마치 이곳이 성안이 아니라 
깊은 숲 한가운데 고즈넉이 서있는 옛 이야기의 전설의 장소가 아닌가 의심할 만큼 아름다웠다.

또한 내성을 둘러싼 정원수들은 하나같이 그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며 마치 서로 어우러져 
경쟁하는 듯 달빛을 받으며 자신의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우직'

아름다운 정원에 심기운 나뭇가지 하나가 낯선 사내의 손아귀에 쥐어 뜯기듯 부러져 나갔다. 
하지만 사내는 그 아름다운 나무가 저 멀리 이국에서 일반 평민들은 생각도 못할 몇 골드나 되는 
비싼 값을 치루고 들여왓다는 사실이나 나무 자체에 은은한 향이 있어 각종 벌레에 잘 타지 않고 
쉽사리 변형되지 않아 지체 높은 귀족들의 장식용 가구에 사용된다는 사실도 전혀 생각지 않는 듯 
했다.

사내는 자신의 손에 나뭇가지로 인해 군데 군데 긁힌 생체기가 났지만 그것에도 관심을 두지 않았다.

다만 사내는 조용히 입술을 깨물은채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조그만 숲 안의 한 공터를 살기어린 
눈으로 바라보고 잇었다.

그리고 사내의 시선이 향하고 잇는 곳에서는 묘한 나지막한 신음성과 더불어 열기가 전해져 오고 있었다.

'우득'

사내의 꽉 다문 입술 사이로 이와 이가 맞부딪치는 소리가 들려 나왓다.

"하악 하악 아하루님"

사내의 시선이 머무는 곳에서 아름다운 안드레아스의 목소리가 달뜬 신음성과 더불어 
아하루의 이름을 부르며 흘러나오자 
사내의 눈은 슬픔과 더불어 진득한 살기가 묻어 나오기 시작했다.

사내의 손이 저도 모르게 자신의 옆에 찬 화려한 보석으로 수 놓은 칼로 옮겨져 가곤 했다. 
사내의 손이 다시금 칼자루를 움켜쥐었지만 이내 스르르 힘이 풀려 버리고 말았다.

"으음, 하악 하악"

신음 소리가 고조 되어 가면 갈수록 사내는 더욱 처연한 마음이 드는 듯 애써 자신이 보는 
광격을 외면하려는 듯 고개를 다른 곳으로 향했지만 정작 사내의 마음과 는 달리 
이내 사내의 고개는 다시금 눈 앞의 장면을 향해 돌려 져 있었다.

사내의 손이 자신의 눈 앞에 잇는 나무를 향해 후려쳤다.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이미 맺기 시작한 낙엽들이 사내의 머리위로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사내의 눈에서 불꽃이 일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사내가 고개를 푹 숙이고는 처연히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발걸음을 옮기는 사내의 등뒤로는 여전히 듣는 사람을 달뜨게 만드는 뜨거운 신음소리가 
미약하게 흘러나오고 있었다.

"누구냐?"

사내가 처연히 걷던 길을 멈추고 자신의 칼자루에 손을 얹고는 나직히 말했다. 
하지만 사내의 앞에서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고 아무도 사내의 말에 대꾸하지 않았다.

사내의 얼굴이 처연한 얼굴에서 비웃음이 가득 묻은 잔인한 미소로 가득찬 얼굴로 변했다. 
사내의 입이 천천히 열리기 시작했다.

"쿡쿡 쥐새끼처럼 숨어 있는 건가?"

사내가 그렇게 모욕적인 언사를 내뱉었음에도 불구하고 눈 앞의 상황은 전혀 변한 것이 없었다. 
그저 바람결에 흘러들어 오는 미약한 숨가쁜 여인의 교성 소리만 들려 올 뿐이었다.

"흥"

사내가 아픈 눈빛으로 자신의 귓가에 들려오는 달뜬 신음소리를 애써 털어 버리려는 듯 
고개를 휘휘 저었다. 
그리곤 다시금 정면을 향해 잔인한 눈빛을 쏘아 보냈다. 
그리고는 천천히 자신의 옆에 찬 칼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는 그것을 마치 기사간의 싸움에 임할 때처럼 자신의 얼굴에 갖다 대었다.

"좋아, 나는 아르멘의 기사 소지온 하수르 덴 아몬이다. 
오늘 난 주신 펠리온의 이름과 질서의 신 풀리온의 다른 이름으로 맹세 하노니 
너희 주군인 아하루는 나의 평생의 적으로 삼을 것을 맹세하는 바이다.

나는 내 이름을 바쿰의 발 밑에 떨어뜨리는 한이 있더라도 내 맹세를 지키기 위해 
그 모든 수단을 간구 할 것이다.

오늘 내 맹세의 증인은 바로 그대일찌니 
그대는 바로 내 맹세의 또다른 서약자요 증인이라. 
내 모든 맹세의 주시자이며 내 맹세의 날의 참관자라 

보라 내 맹세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를 들으라 내 맹세가 어떻게 완성되는지를 말하라 
그대의 주인에게 내 맹세가 어떻게 다가가는지를"

아몬이 그렇게 아무도 없는 숲을 향해 말하고는 자신의 칼을 그대로 하늘 높이 치켜 올렸다. 
그리고는 그대로 땅바닥을 향해 박아 넣었다. 
아몬의 칼이 반쯤 넘게 숲 한가운데 땅에 반쯤 박혀 들어갔다. 

땅에 칼을 박아넣은 아몬이 자신의 옷을 잡아 뜯었다. 
그의 탄탄한 가슴이 드러났다.

"자 내 맹세에 부당하다 생각하는 자는 내 가슴에 칼을 박으라 분명코 말하지만 
지금 아니면 기회가 없을지니. 
후일 그대의 주인의 죽음으로 나를 원망치 말지어다."

아몬이 그렇게 다시한번 또렷한 음성으로 말을 했지만 숲은 여전히 움직임이 없었다. 
아몬이 비릿한 조소를 흘리고는 자신의 칼을 땅 속 깊숙이 박아 넣은채로 어디론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아몬이 사라지고 얼마 후 쥐죽은 듯 조용한 숲 한쪽에서 나뭇가지들이 흔들리더니 
은 빛 갑옷의 기사가 자신의 몸을 드러냈다.

소르엔이었다. 
소르엔은 숲 안 한쪽에 박혀잇는 아몬의 칼을 아픈 듯이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아직도 달뜬 신음소리가 흘러 나오는 숲 한쪽을 바라보았다. 
소르엔의 입에서 나직히 한숨이 흘러 나왔다.

"나의 주군이여. 어찌하여 다른 기사의 레이디를 그리 함부로 취하셨는가? 
어찌하여 절대의 원수를 만드셨는가?"

소르엔이 몇 번 고개를 흔들고는 소르엔이 자신의 칼을 뽑아 들고는 이전의 아몬처럼 
자신의 얼굴 가까이에 붙였다. 
그리고는 나직히 말하기 시작했다.

"이것은 나 자신과 내 이름의 맹세 폴리온의 이름에 맹세 정의의 주신이신 펠리온께서 
모든 것을 아실 것. 

내 기사의 모든 것을 걸고 그대 소지온의 기사를 막을 것을 맹세하노니 
신이여 내 주군을 원수의 손에서 지켜 주소서"

소르엔의 투박한 칼이 이전의 아몬과 마찬가지로 땅 깊숙이 박혔다. 
아몬이 자신의 칼과 그 칼 옆의 화려한 아몬의 칼을 착찹한 시선으로 몇 번 바라보가가 
고개를 흔들고는 천천히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왜 그를 그냥 가게 두는 것입니까?"

누군가 불만 어린 음성으로 질책하듯 소르엔을 향해 말했다.

"지금이면 충분히 그의 목숨을 빼앗을 수 있을텐데. 
괜히 아하루님의 적을 놓아주는 꼴이 아닙니까?"

소르엔의 앞으로 길다란 창을 지닌 나달이 나서면 못마땅하다는 듯 물어왔다. 
소르엔이 잠시 나달을 바라보다 나직히 한숨을 내셨다.

"그래 어쩌면 지금 그를 죽이는 것이 아하루님을 위해서는 득이 될지 모르지. 
아마 어쩌면 그 누구도 눈치 채지 못하게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일 수 잇을 터, 
하지만 나는 기사. 비록 세상 모든이의 인정을 받지 못하지만 내 주군이신 
아하루님 앞에서 나는 언제나 기사일세"

소르엔이 그렇게 말하고는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나달은 여전히 불만인 듯 그런 소르엔을 차갑게 바라보았다.

"글세요 나는 기사 나부랭이가 아니라서 무슨말씀이신지 모르겟군요. 
내가 아는 것은 위험한 적이 앞으로 내가 좋아하는 아하루님의 목숨을 노리게 되었다는 것과 
당신이 그것을 그냥 방치했다는 것 뿐이오.

만일 이 후 저놈에게 아하루님이 무슨일을 당하게 되면 내 기필코 말하거니와 
심판의 신인 마르온의 검이 되어 그대의 목을 칠것이요."

나달의 말에 소르엔이 살짝 미소를 지었다.

"만일 그런 상황이 되면 내 먼저 그대의 칼 앞에 목을 내놓겟네. 
하지만 그런일은 없을 것이야."

"그 말 잊지 마시오"

나달이 소르엔의 눈을 지그시 노려보며 그렇게 말하고는 고개를 돌렸다. 
소르엔이 싱긋 웃었다. 
그리고는 이제는 서서히 기울어지기 시작하는 창백한 달을 바라보며 
나달에게 미처 꺼내지 못한 나머지 말을 중얼 거렸다.

"그때는 이미 나는 죽어 있을테니까" 

교교한 달빛이 어느새 밀려 들어온 구름 사이로 그 얼굴을 감추자 사위는 더욱 어두워졌다. 
바스락 거리는 소리와 함께 숲속에서 얼굴을 발그레 붉힌 안드레아스와 아하루가 
숲 사잇길을 걸어나왓다. 

환한 불빛이 비취는 곳에 다달은 안드레아스가 문득 걸음을 멈추고는 자신의 옷차림을 
다듬기 시작했다. 

안드레아스가 자신의 옷 매무새를 가다듬자 
아하루 역시 자신의 옷 차림새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여기저기 나뭇잎과 잔가지들이 아하루의 옷 사이 사이에 박혀 잇었다.

아하루 역시 자신의 몸에 묻은 것들을 털어 내기 시작하자 
조금은 상기된 얼굴의 안드레아스가 빙긋 미소를 지으며 아하루에게로 다가갔다.

"잠깐요"

안드레아스가 그렇게 말하고는 아하루의 몸에 묻은 나뭇잎과 잔가지들을 털어 내었다. 
그리고는 자신의 풀어진 보랏빛 머리카락을 앞으로 쥐어 들고는 
그 보랏빛 머리카락으로 아하루의 가슴 흉판 갑옷을 닦기 시작했다.

"안드레아스"

아하루가 안드레아스가 자신의 머리카락을 이용해 자신의 가슴 흉갑을 닦자 
놀란 듯 안드레아스의 이름을 불렀다. 
하지만 안드레아스는 살짝 미소를 짓고는 끝내 아하루의 갑옷을 다 닦아 내었다.

안드레아스가 탐스런 자신의 보랏빛 머리칼로 아하루의 가슴 흉갑을 닦기를 마치고는 
조용히 아하루를 바라보았다.

"이것은 제가 당신에게 속했음을 의미하는 증표에요. 
다만 한가지, 한가지만 약속해 주시겠어요?"

안드레아스의 말에 아하루가 약간은 당혹한 듯 안드레아스를 바라보았다.

"뭐요?"

안드레아스가 천천히 아하루의 곁으로 다가와서는 살짝 아하루의 가슴에 기대었다.

"언제까지나 저를 잊지 말아 주세요. 
그것만 약속해 주세요. 
그러면 안드레아스는 언제나 당신의 미천한 여종으로써 당신을 섬기고 당신을 
제 마음의 주인으로 모실 수 있어요. "

아하루가 자신에게 기댄 안드레아스를 살짝 손으로 잡고 떼어 내었다. 
그리고는 두눈 가득 맑은 눈망울 가득 고인 안드레아스의 눈물을 지긋이 바라보고는 
살짝 안드레아스의 입술에 입맞춤 했다.

"약속하오. 내 가슴 속 언제나 안드레아스 그대의 이름이 지워지지 않을 것이오"

아하루의 말에 안드레아스가 다시금 아하루의 품안으로 뛰어 들었다.

"아아, 전 언제나 당신 것이예요. 
당신의 미천한 여종이랍니다. 
이제 전 어디에서 그 어떤 모습으로 있건 당신의 것이랍니다. 
당신이 손 끝으로 저를 부르시면 전 그 어디에 잇던 당신에게 달려가겠어요.

당신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하겠어요. 
그것이 설혹 나에게 치욕이 된다 할지라도 당신을 위해서라면 그 모든 것을 받아 들일 수 잇어요"

아하루가 자신의 품안에 안겨 말하는 안드레아스를 쓰다듬었다.

"알겠소. 그래. 안드레아스 당신은 이제 언제나 내것이오. 그리고 나는 당신의 잔혹한 주인이 될거요"

아하루가 짐짓 장난스레 그허게 말하고는 안드레아스를 자신의 품에서 떼어 내었다.

"자 이제 들어가 보시오 그런데 걱정이오 당신의 지인들이 당신을 걱정하고 잇을 테데 말이오"

아하루의 말에 안드레아스가 고개를 저었다.

"상관없어요. 
몸이 않좋아서 먼저 집에 들어갔다고 하면되죠. 
그것보다는 이제 헤어지면 당신을 언제 다시금 보게 될까요?"

아하루가 안드레아스에게 살짝 입맞춤을 했다.

"아크레온의 자비를 입어 다시금 만날 수 잇게 될거요."

안드레아스가 고개를 숙였다.

"저 매일 같이 아크레온의 신전에서 기도 할거예요. 
당신을 다시 볼 수 있게 해달라고요."

아하루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안드레아스가 아하루의 곁을 떠나면서도 그녀의 눈은 연신 아하루의 모습을 쫓았다.

안드레아스의 모습이 완전히 시야에서 사라지자 아하루의 곁으로 몇사람이 다가왓다. 
소르엔과 나달이었다.

소르엔이 잠시금 아하루를 바라보다가 헛기침을 했다.

"흠흠"

소르엔의 헛기침에 아하루가 비로서 현실로 돌아왓는지 소르엔을 바라보았다. 
아하루의 얼굴에는 겸연쩍음 그리고 미안한 미소가 지어져 잇었다. 
소르엔은 그러한 아하루의 얼굴에서 살짝 고개를 돌리고는 입을 열었다.

"방금 숙소에서 연락이 왓습니다. 
쳄벌린 단주께서 아하루님과 급히 통신해야 할 중요한 일이 잇으시답니다."

소르엔의 말에 아하루의 얼굴에 궁굼함이 묻어 나왓다.

"그래? 무슨일이지?"

하지만 소르엔 역시 무슨일인지는 모르겠다는 반응을 할 뿐이었다. 
아하루가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이내 발걸음을 옮겼다.

"가자, 이곳에 더 있을 필요는 없어. 소르엔 내 대신 처리를 부탁하네"

아하루의 말에 소르엔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아하루가 소르엔의 말에 역시 고개를 끄덕이고는 천천히 내성을 빠져 나가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