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아하루전

<185> 31화 실마리 (1)

오늘의 쉼터 2014. 6. 13. 22:53



<185>  31화 실마리 (1)




아하루가 젠티에 측에서 용병단에게 배정해준 숙소로 되돌아 온 것은 이미 늦은 밤이었다. 
이번 전투에서 많은 이들의 곱지 않은 시선과 질시 그리고 놀라움을 안겨 주었던 허수아비 용병단은 
처음엔 3급의 여관과 그 인근의 광장에 묵도록 배정되어 잇었다. 
그러나 대공과 황태자의 특별한 관심이 알려지면서 부랴 부랴 1급 여관으로 그 장조가 변경 되었고 
허수아비 용병단 휘하의 용병들 역시 광장의 천막 신세에서 벗어나 허름 하지만 
그래도 지붕이 있는 여관으로 자리를 옮길 수 있었다.

여관 1층은 대개의 여관이 그러하듯 술집을 겸하고 잇기 때문에 전투에 지친 심신을 달래고자 
많은 수의 용병들이 권커니 자커니 하면서 술마시는 소리가 인근 도로변까지 울려 퍼져 나오고 
있었다.

다행히도 1층의 주점과 숙소로 올라가는 길은 벽으로 가로막는 구조로 되어 잇었기에 
아하루는 1층 홀에서 술마시는 다른 용병들의 부담을 덜고 서둘러 자신의 방으로 올라갔다.

방안에는 훼리나가 방 안 한쪽에 마련된 탁자와 의자에 앉아서 책을 보고 있다가 아하루가 
들어오자 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웃으며 아하루를 맞았다.

"이제 오세요?"

약간 검은 빛 나는 윤기있는 머릿결과 그 안의 청조하면서도 어딘지 약간은 병약한 듯 
한 훼리아의 모습은 흐릿한 불빛에 더욱 그 화사한 용모를 드러내고 잇었다.

"음, 그런데 쳄벌린 단주님에게서 연락이 왔다며?"

아하루가 자신의 몸을 두른 갑주를 벗어 훼리아에게 건네며 물었다.
훼리아가 아하루가 건넨 흉갑을 조심스럽게 두 손으로 받아 들고는 그것은 방안 한쪽으로 챙겼다.

"네, 늦더라도 반드시 연락하시라고 말씀하시던데요?"

훼리아의 말에 아하루의 얼굴에 약간의 의혹이 떠올랏지만 이내 애써 그러한 표정을 지웠다. 
그리고는 천천히 훼리아가 앉아 잇던 탁자 곁으로 다가갔다.

그곳에는 어른 주먹 네 개를 합쳐 놓은 듯한 투명한 수정이 자리를 잡고 잇었다.

"그래? 그럼 지금 곧 연락좀 취해 줄래?"

아하루가 탁자 앞에 자리를 잡으며 말하자 
훼리아가 아하루의 갑주를 마져 챙겨놓고는 얼른 아하루의 곁으로 다가왓다. 
그리곤 아하루가 자신의 앞으로 끌어다 놓은 수정구에 손을 얹고는 
입속으로 뭔가를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수정구에서 밝은 광채가 어리기 시작하더니 이윽고 수정안에 사람의 형체가 잡히기 시작했다. 

"흐아암~ 헙!"

수정구 안의 사람은 수정구가 켜졌는지 미처 발견하지 못했는지 기지개를 펴며 하품하다가 
수정구를 발견했는지 이내 본연의 모습으로 재빨리 돌아갔다.

"누구십니까? 어떤 용건이신지요?"

수정구 안에 잇던 사내가 공손히 그리고 절도 잇게 물어왔다.

"허수아비 용병단의 아하루입니다. 
쳄벌린 단주님께 연락이 왔습니다만"

아하루의 말에 수정구 안의 사내가 재빨리 고개를 끄덕였다.

"만나뵙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조금만 기다리십시오.
 단주님께서 곧 오실 겁니다."

사내가 그렇게 말하고는 잠시 수정구에서 모습이 사라졌다. 
하지만 이내 사내의 모습이 다시금 나타났다. 

"단주님께서 지금 곧 오신다고 합니다. 
조금만 기다리시기 바랍니다."

"알겟습니다."

사내의 정중한 어투에 뭐라 할 것도 없는 아하루가 그저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신이 앉은 의자에 몸을 기대었다. 
약간은 피곤함을 느끼는지 아하루가 손을 얼굴 쪽으로 올려 두 눈가를 어루만졌다.

"아하루님? 피곤하신가봐요?"

훼리아의 목소리에 아하루가 감앗던 눈을 떴다.아하루의 눈 앞에는 훼리아가 
어디서 구했는지 넓은 대야에 김이 오르는 물을 한가득 담아 들고 아하루의 발치에 놓아두고 잇었다.

"음 약간 피곤한 것 같아."

아하루의 긍정에 훼리아가 아하루가 신은 군화를 벗겨 내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실거예요. 그간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잖아요?"

훼리아가 그렇게 말하고는 맨발이 드러난 아하루의 발을 뜨거운 김이 오르는 대야에 집어 넣엇다. 
순탄치 않은 나날을 보냇음을 말하기라도 하듯 아하루의 발은 온통 갈라지고 굳은 살이 
이곳 저곳에 박혀 잇었다.

"그런데 뭐지?"

아하루가 훼리아의 행동이 그다지 싫지는 않은지 훼리아가 대야에 자신의 발을 담궈가는 것에 
순순히 자신의 몸을 맡기며 물었다.

"아 예, 일전에 어떤 책에서 읽었어요. 
이렇게 하면 피로가 더 빨리 풀린다고 하더군요."

"그래?"

아닌게 아니라 뜨거운 물에 발만 담궜음인데도 상당히 노곤함을 느꼈는지 
아하루의 몸이 좀전과는 달리 많이 풀어진 모습이었다.

훼리아가 그런 아하루의 곁에 무릎 꿇고 앉아서는 두 손으로 
아하루의 발을 주무르고 문지르고 잇었다. 
아하루의 발을 주무르는 훼리아의 두 손에서 간간히 희미한 빛이 어리기도 했다.

한참을 훼리아의 손에 자신의 발을 맡기며 노곤함을 즐기던 아하루의 눈이 
다시금 매섭게 돌아섰다. 
눈 앞의 수정구에서 빛이 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그 안에서 수정구 가득 메울 듯 개기름이 얼굴 가에 자르르 흐르는 사람이 
그 모습을 나타내었다.

"오, 아하루님 반갑습니다. 
아하루님의 용명은 갈수록 이 다룬제국 전체를 울리더군요. 
그래 이번 신성 전투에서도 막대한 전공을 세우셨다고요?"

"과찬이십니다. 
용병들이 워낙 잘 싸워 주었고 또한 단주님의 지원이 막강했기 때문이었겠지요."

"허허 아하루님도 금칠 솜씨가 많이 늘으셨군요."

쳄벌린이 빙긋 미소지으며 그 뚱뚱한 몸을 움직여 고개를 끄덕이고는 이내 안색을 굳혔다. 
그리곤 심각한 얼굴로 서류 몇가지를 꺼내더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현재 몇 가지 새로운 소식이 들어왔습니다."

"급한 일인가요?"

아하루의 물음에 쳄벌린이 들고 있던 서류를 다시금 바닥으로 놓고는 어깨를 으쓱거렸다. 

"글세요? 그것은 아하루님에게 달려있겠죠? 
어쨌건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쳄벌린이 그렇게 말하고는 다시금 서류를 집어 들었다. 
아하루의 발을 씻기던 훼리아가 아하루의 발을 씻기기를 마치고는 
아하루의 발을 조심스럽게 들어 자신의 가슴부근에 얹었다. 
볼록 튀어나온 훼리아의 가슴 위에 아하루의 발이 얹쳤다. 
훼리아가 미리 준비해온 수건으로 자신의 가슴 위에 얹힌 
아하루의 발에 묻은 물기를 닦아내기 시작했다.

"먼저 레이첼 양에 관해서입니다."

레이첼의 이름이 나오자 아하루가 벌떡 일어섰다. 
훼리아가 미처 아하루의 발에 묻은 물기를 다 닦아 내지는 못했지만 
아하루에게서는 그런 것에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레이첼? 레이첼을 발견했습니까?"

아하루가 급히 물었다. 
훼리아가 나직히 한숨을 내쉬더니 아하루의 발 닦은 물이 담긴 대야를 들고 일어섰다.

쳄벌린이 흥분한 아하루를 잠시 쳐다보다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아직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그..그렇군요"

아하루의 얼굴에 실망감이 잔뜩 어리며 다시금 의자에 털석 주저 앉았다.

"저희가 정보원 및 대규모의 인원을 풀어 정보를 얻고 있습니다만 아직까지 
그 어떤 정보도 얻지 못한 실정입니다. 다만 한가지"

아하루가 쳄벌린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레이첼 양을 발견하지 못했지만 동시에 레이첼 양의 죽음도 미정이라는 사실입니다. 
저희가 혹시나 해서 아실리에강 상류는 물론 하류까지 일일이 묻고 돌아다녔지만 
레이첼 양 나이대의 소녀는 발견하지 못햇습니다."

아하루가 두손을 탁자 위에 얹고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그리곤 중얼거리듯 탄식하며 말했다.

"아크레온 이시여"

쳄벌린이 그런 아하루를 잠시 못마땅하다는 듯 바라보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아직은 절망적이지 않습니다. 
만일 레이첼 양이 죽었다면 그 시체라도 발견되어야 마땅한 일인데 
아직까지는 시체조차 찾지 못했으니 말입니다."

쳄벌린의 말에 조금은 위안이 되는지 아하루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하지만 살아 있다하더라도 지금 어떤 처지일지..."

아하루가 생각만 해도 두렵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두 번째 소식은 트루발 부인의 행적에 대해서 조그마한 실마리가 잡혔습니다."

아하루의 고개가 다시금 벌떡 치켜 올려졌다.

"큰 형수님이요? 지금 어디잇습니까? 그리고 남은 식구들은?"

아하루가 급히 물었지만 쳄벌린 잠시 아하루의 흥분이 가라앉기를 기다리는 듯 
조용히 자신의 손에 든 서류를 바라보다가 무겁게 입을 열었다.

"그것이.... 일단 다른 식구분들에 대해서는 행방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 분들에 대해서는 각오 해 두심이 좋을 듯 합니다. 
그리고 트루발 부인께서는 지금..."

쳄벌린이 서류를 바닥에 놓고 아하루를 응시했다. 
아하루의 얼굴이 슬픔으로 젖어 잇었다. 
하지만 이미 어느 정도 각오했던 일은 듯 담담한 표정을 유지하고 잇었다. 
쳄벌린이 나직히 한숨을 내쉬고는 말을 이었다.

"들어온 소식에 의하면 아크나온의 신전으로 팔려갔다고 합니다."

'쾅'

쳄벌린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아하루의 손이 자신의 앞에 있는 탁자를 내리쳤다.

"감히 그놈들이.. 감히..."

아하루의 눈에서 불이 나듯 살기가 어렸다. 
하지만 이내 침착함을 되찾고는 노려 볼 듯이 쳄벌린을 바라보았다.

"그래 어디 신전입니까?"

쳄벌린이 그런 아하루의 분노를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현재까지 저희가 파악한 바로는 빌토르에 있는 대신전으로 옮겨진 듯 합니다."

"빌토르의 대신전?"

아하루가 재차 확인하듯 물었다. 
쳄벌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고맙습니다. 이 은혜를 어찌 다 갚을 수 있을지 모르겟군요."

아하루가 진정인 듯 고개를 숙였다.

"아아, 아닙니다. 천만에요. 
오히려 더 많은 것을 알려드리지 못한점 죄송합니다. 
아참 그리고 마지막 소식인데..."

쳄벌린이 아하루의 인사를 사양하려는 듯 급히 다음 말을 이었다.

"음 카리에님에 관해서입니다.'

"카리에요? 무슨일이죠? 
아직까지 라이갈에서 무슨일이라도 당한 겁니까??"

아하루의 말에 쳄벌린이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

"아뇨 아뇨. 아직까지 그렇다는 구체적인 것은 없습니다. 
참 라이갈에서 온 편지는 받으셨는지요?"

아하루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다행히도 외 할아버지와 외 할머니께서 잘 대해주시는 모양이더군요."

"흠 그렇습니까?"

"무슨 문제라도?"

쳄벌린이 두손을 들어 어깨를 으쓱거렸다.

"글세요. 저희가 라이갈 측에게 카리에님의 생활비조로 100골드를 드렸음에도 불구하고 
그쪽에서 그 다음 주 전용 말을 구입해야 한다는 핑계를 대며 추가적인 비용을 요구해 왔습니다. 
그런식으로 요구가 계속되어 지금까지 거의 500골드 이상이 나갔습니다.

이번에도 그쪽에서 카리에님의 무구와 기타 다른 것으로 100골드를 추가 요구해 왔습니다. 
아마도 카리에 님을 그쪽에서 이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됩니다."

"후~ 그런가요? 그럼 그런 금전적인 문제 외에는 다른 문제는 없습니까?"

"저희가 파악한 바로는 그쪽 식구들과의 사이도 그다지 좋지는 않은 듯 했습니다."

아하루가 나직히 한숨을 내셨다. 
그리고는 잠시 고민에 잠겼다.

"그렇군요. 그러면 이번에 돈을 줄 때 카리에에게 직접 건네주시도록 하십시오. 
그리고 늦어도 올해 안으로 다시금 이쪽으로 올수 있게 하겠다고 전해 주십시오."

쳄벌린이 아하루를 빤히 바라보았다.

"호?"

아하루가 고개를 끄덕였다.

"올해 안으로 짐보만 문제를 매듭지려 합니다. 
설혹 클레어 양을 못찾는다 하더라도 다른 방법으로 우회하는 방법을 생각 중입니다. 
물론 다행히도 클레어 양을 찾게 된다면 더할 나위가 없겠지만 말입니다."

"흐음, 알겟습니다."

"그때까지 카리에를 잘 보살펴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부담스러우시겟지만 저쪽에서 요구하는 대로 주셨으면 합니다. 
후일 제가 그 은혜는 잊지 않도록 하겟습니다."

아하루의 말에 쳄벌린이 손을 내저었다.

"허허 은혜라니요. 그 무슨 당치 않은 소리를 하십니다. 
이미 아하루님에게서는 충분히 많은 것을 받앗습니다. 
오히려 제가 더 많은 것을 드려야 할 상황이지요."

쳄벌린이 그렇게 말하고는 짐짓 기지개를 펴곤 다시금 입을 열었다.

"허허 이런 이런 밤이 너무 늦었군요. 
그럼 늘 건승하시길 기대하겠습니다."

쳄벌린이 그렇게 말하고는 대화를 종료했다. 
쳄벌린이 사라진 후 수정구에 어려잇던 빛무리가 차츰 희미해지기 시작하더니 
이윽고 원래의 수정구로 되돌아갔다.

본래의 수정구로 되돌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하루는 하염없이 
그 수정구를 바라보며 뭔가 골똘히 생각에 골몰해 있었다.

그런 아하루의 곁으로 훼리아가 천천히 다가왓다. 
그리고는 아하루의 다리 앞쪽에 살짝 무릎 꿇고 앉았다.

훼리아의 손이 천천히 아하루의 바지 앞섶을 뒤지기 시작했다. 
아하루가 훼리의 손길에 잠시 몸을 흠칫거렸지만 
이내 훼리아의 손길에 자신을 내맡긴체 하염없이 뭔가를 생각하는 자세를 풀지 않았다.

훼리아가 천천히 아하루의 바지 앞 섶을 뒤져 자신이 원하던 것을 끄집어 내었다. 
그것은 아직 작아진체 그대로였고 얼마전의 일 때문인지 
여기 저기 분비물이 말라붙어 있는 그대로 였다. 

훼리아가 천천히 작은 입을 벌리고는 자신이 원하던 것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그것은 훼리아의 작은 입안의 따뜻한 감촉을 느꼈음인지 부르르 떨어대다가 
천천히 부풀어오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