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아하루전

<186> 31화 실마리 (2)

오늘의 쉼터 2014. 6. 13. 23:18




<186>  31화 실마리 (2)




밤이 지나고 다시금 햇살이 세상을 비추기 시작했다. 
이제 완연한 가을의 초입에 들어서는 듯 햇살은 이전과 달리 그다지 따스한 온기를 사람들에게 
전해주지 못했고 대신 간혹 이는 매서운 바림이 사람들의 옷깃을 더욱 여미게 만들었다.

매일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겐 그러한 햇살의 변화는 그저 계절의 또 다른 시작을 알리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날이 밝아짐과 동시에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머물던 집에서 나와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것은 해가 더욱 올라가 그 빛을 더욱 밝고 강하게 퍼뜨리면 퍼뜨릴수록 더욱 많은 수의 
사람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소데온의 식탁'이라는 제법 그럴듯한 식당과 주점 그리고 여관을 겸하고 있는 1급 여관인 
이곳에서도 그러한 일상에 벗어 날수 없는 듯 이른 아침부터 제법 많은 수의 사람들이 
북적 대고 있었다.

"죄송하지만 아침은 아직 2시간이나 남았는데요?"

낮에는 식당 그리고 저녁에는 주점으로 변하는 넓은 홀에 놓인 탁자위를 일일이 걸레로 
훔치고 있던 여급이 홀로 들어서는 문이 열리는 소리를 듣고 늘 하던대로 돌아보지도 않고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홀 안으로 들어온 사람은 그런 여급의 말을 듣지 못한 양 여급이 정성스레 닦아놓은 
탁자 중 한곳에 털석 주저 앉았다.

"손님 아직..."

여급은 자신의 말에 아랑곳 하지 않고 자리를 차지한 낯선 손님을 향해 뭐라고 한마디 하려다가 
말을 집어 삼키고 말았다. 
비로서 여급의 눈에 자신 보다 서너배 더 커다란 상대방의 덩치가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 뿐만이 아니라 상대의 얼굴은 마치 '나 인생 험하게 산놈이야'라고 말하는 듯 
한 쪽 뺨에 길게 칼자국이 그어져 있었다. 
그로 인해 가뜩이나 험상 궂은 사내의 인상은 보기만 해도 웬만큼 담약한 사람들은 
절로 오금을 지릴정도의 무시 무시한 얼굴을 해대고 있었다.

여급은 그런 사내를 보고 급히 자신의 말을 죽이고는 애써 무시한채 다른 탁자를 
걸레질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급의 시선은 두려움에 질린 체 사내의 행동 하나 하나에 못 박혀 있었다.

사내는 그런 여급의 행동에 실소를 흘리고는 자신의 무구를 방금 여급이 닦아놓은 
탁자 위로 올려 놓았다.

사내가 그러고 있기를 얼마 후 다시금 홀로 들어서는 커가란 문이 열리고 이번에는 
서너명의 사내들이 식당 홀 안쪽으로 들어서기 시작했다.

여급이 다시 힐끔거렸다. 
하지만 이내 여급의 고개가 다시금 재빠르게 돌아갔다. 
이번에 나타난 사내들도 좀 전의 사내들 못지 않게 험상궂고 무시무시하게 생겼기 때문이었다.

사내들은 식당 홀 안으로 즐어서다 식당 안에서 홀로 자리를 잡고 앉아 있는 사내를 보고는 
잠시 발걸음을 멈추었다.

그리곤 뭔가 복잡스러운 눈으로 사내를 쳐다보다가 이내 다른 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사내들도 여급이 방금 닦아 놓은 자리 한쪽을 잡고선 저들끼리 나직히 말을 주고 받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간혹 홀로 앉은 사내 쪽을 힐끔거리곤 했지만 딱히 먼저 다가서거나 알은체를 하지 않고 
그냥 흘끔 거리기만 할 뿐이었다.

그것은 홀로 앉은 사내쪽도 마찮가지여서 상대편에서 자신을 힐끔 거리며 보고 있다는 것을 
알텐데도 일부로 신경을 쓰는 것을 삼가고 있는 듯 했다.

얼굴에 칼자국 난 사내가 다시 문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이번에도 홀 안으로 들어서는 문을 통해 다시금 서너명의 사내가 들어섰다. 
그들 역시 얼굴에 칼자국 난 사내의 기다리던 사람은 아니였는지 이내 고개를 돌리고 말았다.

새로 들어선 사람들도 먼저 들어온 다른 서너명의 사람들에게 아는체를 하려다가 탁자에 
홀로 앉은 사내를 알아 봤는지 잠시 의심스러운 눈으로 사내를 쳐다보고는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는 다른 쪽으로 걸어가 탁자 하나를 잡고 그 주위로 둘러앉았다.

여급의 얼굴은 점점 더 울상이 되어갔다. 
이번에 들어온 사내들은 아직 닦지 못한 테이블 에 앉은 때문이었다. 
여급은 그 쪽 테이블에 둘러앉은 사내들의 험상궂은 기세와 얼굴 때문에 감히 다가가지 
못하는 듯 싶었다.

"어이 뭐해?"

안절부절 못하는 여급의 행동이 답답했던지 마침내 여관에서 제법 오래 굴러먹었던 급사가 나섰다. 
그는 여급에게서 걸레를 낚아채고는 사내들이 앉은 곳으로 다가가선 탁자를 대충 훔쳤다. 
그리고는 얼굴 가득 함박 웃음을 지어 보였다.

"하하 죄송합니다. 
저년이 들어 온지 얼마 되지 않아 호걸들을 모시는데 조금 미흡하지요. 
무슨 일로 오셨는지요?"

급사가 그렇게 말하자 새로 들어온 사내들이 그런 급사의 얼굴을 잠시 힐끗 보더니 
한쪽에 홀로 앉은 사내에게로 다시금 시선을 돌렸다. 
하지만 그 사내가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자 
다시금 급사에게로 시선을 돌리고는 퉁명스럽게 입을 열었다.

"사람을 기다리고 있네. 허수아비 용병대가 이곳에 묶고잇는게 맞나?"

사내의 입에서 허수아비 용병단 이름이 나오자 
먼저 와 있던 다른 사내들이 고개를 돌렸다. 
홀로 앉아 있던 사내도 뭐가 흥미로운지 관심을 표했다.

"아, 예 예. 묶고 있고 말굽쇼. 기별을 넣어 드릴깝쇼?"

급사가 눈 앞에 사내들의 목적을 대충 알겟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황급히 두손을 맞잡았다.

"그래주면 고맙고"

사내의 말에 다시한번 급사의 허리가 굽신 거렸다.

"어디의 누구라고 전할 깝쇼?"

급사의 물음에 사내가 잠시 주위를 둘러보다가 헛기침을 해댔다.

"험험 백합 용병단의 아잘린이 왔다고 전해 주게."

사내의 말에 급사가 더욱 고개를 조아렸다.

"네네 알겠습니다."

"잠깐"

급사가 급히 돌아서려는데 저만치 서너명이 뭉쳐 있는 테이블에서 급사를 불렀다. 
급사가 급히 그쪽으로 달려갔다. 
땀을 흘리는지 급사의 하얀색 옷 등은 약간 물기에 젖어 있었다.

"네네 무슨 분부 하실 말씀이라도?"

급사가 급히 그들에게로 다가가서는 허리를 굽신대며 좀전의 예의 그 굽신거리는 행동으로 말했다. 
급사의 얼굴에는 식은 땀이 흐르는지 작은 물방울들이 코에 매달려 있었다.

"우리도 허수아비 용병단을 만나러 왔네. 
난 붉은 장미단의 카이저라고 하네. 기별을 넣도록 하게"

"알겠습니다"

급사가 그렇게 말하고는 허리를 구브렸다. 
그리고는 이제 혼자 앉은 사내 쪽을 바라보았다. 
혼자 앉은 사내가 씁쓸한 웃음을 짓더니 
자신을 바라보는 급사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급사가 급히 쪼르르 사내에게 다가들었다.

"난 참새 용병단의 아카포라고 한다. 
나 역시 허수아비 용병단을 만나러 왔네"

사내가 그렇게 말하고는 묵묵히 고개를 돌렸다. 
급사는 더 이상 아카포에세 다른 말이 나오지 않음을 알았는지 
고개를 끄덕이고는 한쪽으로 물러 나왔다. 
그곳에는 아직도 걸레를 들고 어쩔 줄 몰라하는 여급이 
멍한 얼굴로 급사가 하는 양을 바라보고 있었다. 
급사가 그런 여급을 이끌고 주방쪽으로 난 문을 밀고 들어갔다.

"이봐 이봐 그렇게 넋놓고 있으면 어쩌자는 거야? 정신차려"

급사의 낮은 호통에 그제서야 정신을 차렸는지 
여급이 잠시 몸을 부르르 떨고는 급사를 바라보았다.

"후~ 저렇게 무서운 얼굴을 한 사람들도 있네요?"

급사가 여급의 소리에 기가 막히다는 듯 혀를 내두르고는 고개를 저었다.

"이런 멍충이 저 놈들은 용병 놈들이야."

"용병이요?"

여급의 말에 이곳에서 닳고 닳은 급사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이런 제기, 하필이면 개시도 않했는데 저런 용병 떨거지들이나 오다니"

급사의 말에 여급이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

"용병이 왜요? 어차피 귀족들보다야 편하지 않은가요?"

여급의 말에 급사의 얼굴에 한심하다는 표정이 어렸다. 
그리곤 혀를 차면서 말했다.

"클클, 이봐 이봐 귀족 나부랭이들은 이런데 와서 함부로 못해. 
어차피 수도에서 오는 귀족들이야 죄다 성에서 묶고 이곳에는 시골 귀족들이나 묶곤하지. 
하지만 시골 귀족 주제에 감히 여기서 소란피울 간큰 녀석들이 잇을까?

그런데 저런 용병 놈들은 달라. 
저놈들은 그야말로 막가는 놈들이지. 
그리고 너도 알다시피 저런 정도의 놈들은 사람도 숱하게 죽여 봤을거고 말이야.

그러니 만약 저놈들이 여기서 행패를 부리면 어떻게 될까? 
그야말로 막을 방도가 없는거야."

"하지만 경비대가 잇잖아요"

"경비대? 허기사 부르면 오기는 오겠지. 
여기가 다 부서진 후에.. 그러면 어떻게 되는줄 알아? 
그저 집기만 부서지면 다행이지만 심할 경우 수리를 해야 한다면 
그동안 우리는 그저 손빨고 기다리는 수밖에 없어. 

여기 주인이 우리가 기다리는 동안 돈을 줄 놈이야? 
천만에 오히려 우리한테 수리비 일부를 받아내지 않으면 다행이지."

급사의 말에 여급이 그제서야 알겟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어찌됐건 아주 골치아픈 일이군요?"

여급의 말에 급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울상을 지었다.

"그래, 젠장 허수아비간 뭔가하는 용병단이 이곳에 묶을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는데. 
그나 저나 너는 어서가서 허수아비 용병단 단장에게 손님이 왓다고 전해"

급사의 말에 여급의 얼굴이 갑자기 울상이 되었다.

"네?"

급사가 여급을 향해 눈을 부라렸다.

"왜? 못해?"

"저..저기..."

여급이 안절부절 못하자 급사가 한손으로 자신의 이마를 짚으며 한숨을 내리셨다.

"아휴~ 됐다. 됐어. 내가 직접 전하지. 
넌 여기 있다가 알미안이 오면 재빨리 음식 준비에 들어가라고 말해. 
보아하니 저들도 용병단의 그저 그런 떨거지는 아닌 것 같으니 
괜시리 일만들지 말라구 하고 말이야 알겠어?"

여급이 고개를 끄덕였다.

급사가 그런 여급의 얼굴을 한심스럽다는 듯 바라보다가 고개를 흔들고는 
주방 뒤쪽으로 난 작은 쪽문으로 나갔다.

여급이 호기심 어린 눈으로 홀에 모인 사람들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곳에서는 아직도 간간히 두서너 명의 새로운 용병들이 들어와 자리를 잡고는 앉고 잇었다.

새로 들어오는 사람들의 표정은 맨 처음엔 갑작스레 많은 사람들로 인한 놀라는 표정이다가 
빈자리를 차지하고는 잠시 의기소침해 했다. 
하지만 이내 다시금 연신 주변을 두리번 거리거나 아니면 새로이 들어오는 
또 다른 용병들을 보면서 저들끼리 의견을 나누곤 했다.

가끔 아직 뭘 모르는 일반 손님들이 문에 들어섰다가 홀안의 그 살기어리고 어색한 풍경 
그리고 그 살기어린 장면을 충분히 연출해주는 험상 궂은 많은 사람들로 인해 
그 즉시로 뒤로 물러나가곤 했다.

개중에는 제법 담이 있는 사람들도 잇어서 몇발자국 더 들어오곤 했지만 
용병들의 시선이 그사람에게 꽂히자 험상 궂은 그들의 시선을 결국 이기지 못하고 
이내 홀 밖으로 도망치듯 나가버렸다.

"무슨 일이야? 이런~"

하냥 옷차림에 허리에는 다섯 개의 국자를 차고 있는 사내가 주방안으로 들어서며 말했다. 

"알미안 아저씨"

여급이 반가워 하며 알미안을 바라보앗다. 
알미안은 그런 여급에게 싱긋 웃음을 지어 주고는 
이내 주방에 난 작은 창을 통해 홀을 내다 보았다.

"이런 이런 언제부터 이곳이 용병길드로 변한거야? 
얼래? 저놈은 잉 저놈은 푸른 전갈 차헨 아냐? 
저독한 놈이 여긴 왠일이지? 
이제보니 클레이어 놈들하고 아자린 패거리도 있구만? 
오잉? 저건 붉은수염 타니안 아냐? 
저놈이 왜 여기 왔지? 
아무래도 껄쩍지근 할텐데? 
흠 이제보니 빌토르에 붙었던 용병놈들도 꽤 많이 모였구만?"

알미안이 그렇게 용병들 하나 하나를 바라보며 아는체를 하자 
여급이 황당한 눈으로 알미안을 바라보았다.

"아시는 분들이세요?"

알미안이 콧방귀를 뀌었다.

"흥 알기는... 그저 오가는데 많다보니 이런 저런 얼굴들 알게 된게지. 
근데 무슨일이냐? 
저놈들이 왜 이곳에 모였어?
정말 이곳에 용병길드라도 새로 차리기로 한거야 뭐야?"

여급이 알미안의 말에 고개를 저었다.

"글세요 자세한 것은 저도 몰라요. 
그저 저 사람들이 아직 문 열기도 전에 찾아와서는 허수아비 용병단 단장을 찾앗어요"

"호~ 허수아비 용병단장을?"

여급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미안이 잠시 뭔가를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 그래서였군. 허기사 요즘 좀 어수선 하긴 하지"

"그런데.."

여급이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허수아비 용병단이 그렇게 유명한 용병단인가요?"

여급의 말에 알미안이 피식 웃었다.

"유명? 글세? 앞으로 유명해지겠지"

"네? 그게 무슨?"

"너 그 얘기 못들었냐? 2황태자와 대공께서 직접 용병단 단장을 치하했다는 얘기?"

"아 네 들었어요. 그 혈풍의 괴물 말이죠?"

"큭 흑풍의 괴물? 그건 또 뭐야."

"네 아주 유명해요. 키는 3미터의 거구에다. 
송곳니가 두드러지게 낫고 얼굴은 초록빛이고 
성격은 아주 흉폭해서 같은 아군 마져도 찢어 죽인대요. 
그리고 얼굴이 워낙 흉측하게 생겼고 여자들을 간살하고 아이들을 잡아먹는걸 좋아한다는데요? 
설마 그럼? 하지만 그사람은 키도 그저 그렇고 약간 뚱뚱하기까지 하잖아요?
에이 설마..."

여급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알미안이 그런 여급의 머리에 알밤을 한데 쥐여 주었다.

"허~ 네가 말한게 어디 사람이냐? 
전설에 나옴직한 오크나 트롤 뭐 그런 것 쯤 되겠다. 
그게 허수아비 용병단장 맞아."

알미안이 그렇게 말하고는 다시 주방에 난 작은 창문으로 밖을 내다 보았다.

"조만간 무슨 일이 나기는 날 모양인 것 같군? 저리들 모이니 말이야"

"일이요?"

여급의 물음에 알미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고로 배가 가라앉기 전엔 쥐새끼들이 부산을 떨고 혼란이 닥치기 전엔 
용병들이 부산떤다는 말이 있지.
 뭐 그게 다 워낙 험한 꼴을 보아오며 험한 일을 하다 보며 살다보니 
자연스레 체득하고 얻어듣는 것이겠지만 말이야"

"그래요?"

알미안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홀로 나가는 문에서 몸을 돌려 미리 전날 깍아 놓은 
감자가 쌓인 곳으로 다가갔다.

"그나 저나 이젠 일하자 곧 저놈들이 배고프다고 난리칠지도 모르잖니? 
제때 밥안주면 저놈들 정말 폭동이라도 일으킬지 몰라"

알미안이 여급을 향해 짖궂게 그렇게 말하고는 감자를 하나 하나 집어들고는 
커다란 통 안으로 집어 넣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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