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아하루전

<74> 11화 탈출 (6)

오늘의 쉼터 2014. 6. 9. 20:17



<74> 11화 탈출 (6)



'부스럭'

갑자기 숲이 조용해지면서 뭔가 움직이는 소리가 아하루의 귓가에 들려왔다. 
아하루가 조용히 훼리나의 어깨를 잡았다.
한참 아하루의 물건을 입안 넣고 핥고 있던 훼리나가 의아한 얼굴로 아하루를 쳐다보았다.
아하루가 손가락으로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훼리나는 무언가 말을 하려던 입을 다시 다물고 가만히 귀를 기울였다.

'부스럭'

또다시 숲을 헤치고 움직이는 소리가 훼리나에게도 확실히 들려왔다.

아하루가 눈짓으로 훼리나에게 옷쪽ㅇ을 가리켰다.
훼리나가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조심스레 자신의 옷 쪽으로 다가가 
소리나지 않게 주의 하면서 잽싸게 옷을 입기 시작했다.

아하루는 그런 훼리나의 뒷모습을 보면서 자신도 벗어 놓았던 옷을 입었다.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점점 더 가까워 졌다. 

대충 옷을 챙겨 입은 아하루가 훼리나의 손을 잡고 급히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곳 반대편 바위 뒤로 숨었다.

아하루와 훼리나가 자리를 떠나고도 한참을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이윽고 숲을 헤치고 세명의 사내가 모습을 나타냈다. 

그들은 각기 쇠로 만든 갑옷으로 몸을 받치고 쇠로 만든 투구를 쓰고 있었다. 
그리고 날카로워 보이는 칼을 손에 쥐고 다른 손 팔목에는 자그마한 둥근 방패가 매달려 잇었다.

그들은 갑자기 나타난 온천을 보고는 놀라워 하는 듯 잠시 온천을 살펴보았다. 
그들 중 한명이 직접 온천 수에 손을 담그기 까지 했다.

"이것봐 정말 뜨거운데?"

"호. 이렇게 뜨거운 물이 나오는 샘도 있었나?"

둘이 그렇게 온천을 두리번 거리고 있을 때에 다른 한명이 온천 이곳 저곳을 두리번 거리며 살폈다.

"그나 저나 아무것도 없잖아?"

사내의 말에 온천에 손을 담궜던 사내가 쓰고 잇던 투구를 벗어 들고는 바위 한켠에 앉았다. 
그는 아예 칼을 자신의 허리에 찬 검집에 다시 꼽고는 허리춤에서 손수건을 꺼내선 
땀으로 얼룩진 얼굴과 머리를 닦아내었다.

"그것 보라구 칼츠 자네가 잘못 들은거라니까?"

사내가 그러고 있자 다른 한명도 그 사내가 부러웠던지 자신도 쓰고 있던 투구를 벗어 
옆구리에 끼어들고는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는 칼집을 앞으로 당겨 들고 잇던 칼을 집어 넣었다.

"맞아 미친 놈들이 아니라면 아직까지 숲속에 있겠나?
아마 중간에 벌써 벗어났지. 
그놈들이 남하 한다고 해도 이런 숲보다는 마을 쪽을 통해서 일걸세"

그러자 먼저 앉은 사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건 노하임 말이 맞아, 
그러니 칼츠 자네도 너무 신경 곤두세우지 말고 이리와 앉게나"

둘이 그렇게 앉아 있자 혼자 칼을 들고 설치고 있기 저어한 칼츠가 
나지막하게 혀를 차며 그들 곁으로 다가갔다.

"체, 그놈들을 발견하면 내 이칼로 당장 요절을 내놀텐데"

"어이 칼츠, 자네 혼자서?"

그러자 칼츠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크크, 그깟 애송이들은 자네와 잭이 나설 필요도 없이 나 혼자면 충분하다구"

칼츠가 자랑스레 들고 있던 칼을 칼집에 넣고는 자신의 투구를 벗으며 말했다.

"크크, 글세 칼츠 자네는 칼솜씨 보다 아랫도리 솜씨를 보이는게 어떨까? 
놈들은 어린애와 여자들도 잇다고 하니 말이야"

잭의 말에 노하임이 큰소리로 웃으며 맞장구 쳤다.

"하하, 맞아 칼츠 자네가 그 큰 아랫도리를 흔들면 아마 그들 중에 있는 여자 셋은 
엉덩이를 흔들며 자네한테 투항할걸세"

그러자 잭이 다시 다시 웃으며 말했다.

"그러면 그건 무슨 무술이지? 칼츠의 아랫도리 무공?"

"크하하 정말 걸작이군 그냥 이른바 칼츠 신공이라고 하지"

"이봐 그만들 둬"

칼츠가 둘이 자신을 갖고 놀리자 
얼굴이 벌개진체 볼멘 소리를 했으나 둘은 칼츠의 말을 듣는둥 마는 둥 하며 계속 칼츠를 놀려댔다.

"칼츠가 아랫도리를 쫙 벗으며 몸을 한차례 흔들어 대자 
적이 우수수 무기를 떨어뜨리고 눈물을 흘리며 투항하더라.."

잭이 마치 음유시인들처럼 구수한 이야기를 꺼내듯 말하자 듣고 잇던 노하임이 배를 잡고는 
낄낄거리며 뒹굴었다.

칼츠는 그들의 모습에 화가난 듯 얼굴이 벌개진 채 화를 벌컥 내었다.

"이 새끼들아 그만두라고 했잖아"

그제서야 찔끔한 둘이 간신히 웃음을 참으며 칼츠를 위로했다.

"아 미안 미안"

"그래 그래, 자네의 그 큰 물건이 부러워 농담 한번 했네"

"어? 칼츠 자네 삐졌나?"

"에이, 칼츠 농담한번 한거 가지고 왜그래?"

둘은 연신 칼츠를 다독였으나 화가 이미 머리 끝까지 솟구친 칼츠는 
그들의 말을 무시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성큼 성큼 자신이 왔던 길을 되돌아 가기 시작했다.

그러자 둘이 급히 그런 칼츠의 뒤를 따랐다.

"어이 칼츠 잘못했네"

"칼츠"

칼츠가 단단히 삐진체 걸어가자 
그제사 둘이 허겁지겁 곁에 두었던 칼과 투구를 챈겨들고는 급히 칼츠의 뒤를 쫓아갔다.

그들이 자리를 떠나고도 한참후에 바위 뒤에서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잇던 아하루와
훼리나가 굳은 얼굴로 바위 뒤에서 천천히 걸어 나왔다. 

그들이 하는 얘기는 바로 자신들의 이야기인 것이 틀림없었다. 
아하루는 일행들이 머물고 잇는 숲 쪽으로 조심스럽게 발을 놀리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하루와 훼리나는 온천에서 조금 떨어진 숲으로 들어가 다시 그곳에서 유난히 
가시 덤풀들이 많은 숲쪽으로 걸어가다 그중 한곳에 멈췄다.

아하루가 멈춘 곳은 두 개의 나무 사이로 가시 덤풀이 빽빽이 들어 찬 곳이었다. 
아하루는 잠시 주위를 향해 귀를 기울이고는 아무 없는 것을 확인하고는 조심스레 가시D플을 들어냈다.

나무사이로 조그만 통로가 보였다. 
그 통로를 향해 허리를 굽히고 기어 들어가자 제법 넓은 공터가 나왔다. 
그리고 그 공터에서 한명의 사내가 아하루를 지켜보다 빼들었던 칼을 다시 집어 넣었다.

"다녀 오셨습니까?"

"응, 노만좀 불러줄래?"

군나르였다. 아하루는 군나르에게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조용히 카미야가 잇는 곳으로 다가갔다.

카미야는 곤하게 잡들어 있다가 아하루가 흔들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카미야는 아하루를 알아보고는 긴장되었던 신경을 풀고는 약간은 쑥쓰러운지 웃으며 말했다.

"온천은 잘 즐기고 오셨습니까?"

카미야의 말에 아하루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나직히 입을 열었다.

"할말이 있어 잠시 저쪽으로 와줄래?"

카미야가 아하루의 안색이 심상치 않음을 깨닳고는 조용히 아하루의 뒤를 따라랐다.

공터 가운데 커다란 나무 아래에는 벌써 노만과 헌터가 졸린 눈을 비비며 아하루를 기다리고 잇었다.

아하루와 카미야가 바가오자 노만이 얼른 물었다.

"무슨 일입니까?"

아하루가 안색을 굳히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좀전에 놈들의 정찰병인 듯한 병사 셋을 만났어, 
아무래도 이곳부터 놈들의 세력권에 들어간 것 같아"

아하루의 말에 졸리던 그들의 잠이 확 달아나는 것을 느껴야 했다.

"그놈들이 여기 까지 와 잇답니까?"

아하루가 고개를 끄덕였다.

"쇠투구와 쇠 갑옷으로 무장하고 칼을 차고 잇더군, 
그리고 가슴에는 쌍독수리 문양이 잇었어"

카미야가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들었다.

"그럼 그들은 칼버린 기사단이란 뜻입니다. 
혹시 숫자는 보지 못하셨나요?"

아하루가 고개를 저었다. 

"너무 어두워서 거기 까진 보지 못했어"

카미야가 침음성을 흘렸다. 

"흠 큰일이군요. 우리의 전력으로는 그들 열명도 감당하기 힘들텐데요?"

아하루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리 카미야와 아하루의 실력이 제법 뛰어나고 노만등이 사냥으로 잔뼈가 굵었다고 해도 
상대는 전투를 전문적으로 하는 기사였다. 
열명이 아니라 어쩌면 서너명도 제대로 감당하기 힘들지도 몰랐다.

"이곳에서 유차레까지는 얼마나 남았지?"

아하루가 군나르에게 물었다. 
군나르가 뭔가를 잠시 생각하더니 대답했다.

"영지 하나만 통과하면 바로 유차레입니다. 
하지만 영지가 제법 커서 우리 영지의 두배는 되죠. 
대략 말을 타고 달리면 하루 종일, 걸으면 삼일은 걸릴 듯 합니다."

군나르가 말을 끝내자 다들 각기 생각에 빠져 침묵에 잠겼다. 
하지만 이렇다할 뾰족한 생각이 나지 않았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참다못한 노만이 아하루에게 물었다. 
아하루가 얼굴을 찌푸리며 고개를 저었다.

"후~ 글세? 일단 저들이 몇 명이나 동원했는지 
그리고 어디를 지키고 잇는지 아무것도 모르는 지금으로선 아무런 방법이 없잖아. 
이대로 계속 길을 간다면 아마 틀림없이 저들의 눈에 발각되고 말거야. 

그래도 다행인 것은 이렇게 미리 저들이 잇다는 사실을 미리 안 정도일까?"

헌터가 아하루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렇다면 일단 몇 명을 사로잡아 취조해 보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아하루가 잠시 생각하다 고개를 저었다.

"글새? 수색하는 정찰병이 얼마나 많이 알까? 
또한 그들이 없어진 사실을 저들이 알게되면 당장 대규모의 조직적인 수색에 들어갈걸?"

아하루가 그렇게 말을 하다가 뭔가가 생각났는지 급히 군나르에게 시선을 돌렸다.

"참 이곳엔 영지가 있다고 했지? 이곳에서 유차레 사이에는 몇 개의 영지가 있나?"

"대충 이곳 테실리아 숲과 유차레를 사이에 끼고 있는 영지들은 세 개 정도입니다."

군나르의 말에 아하루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재차 물었다.

"좋아 그럼 이 숲이 비교적 제일 많이 걸치고 있는 곳은 어디까지지?"

군나르가 이번에는 잠시 곰곰이 따져보더니 말했다.

"아무래도 이곳에서 정면에 있는 '벨로서스'일겁니다. 
그리고 많이 걸쳐져 있다고는 하나 중간 정도 뿐이죠, 
그나마도 듬성 듬성 숲이 이루어져 숲길만 따라가서는 큰 낭패를 맞게 될겁니다."

군나르가 말로는 어렵다고 판단 됐는지 
근처의 나뭇가지를 집어서 땅바닥에 그림을 그리기 사작했다.

"이게 테실리아 산맥이라 친다면"

군나르가 길죽하게 선을 하나 그어댔다. 
그리고 그 선 주위를 둥그렇게 커다란 원을 그렸다.

"아마 테실리아 숲이 이 정도 되리라 여겨집니다. 그리고 우리가 있는 곳은 여기구요."

군나르가 테실리아 산맥에서 조금 떨어진 숲이 끝나는 지점에 작은 동그라미를 쳤다.

"그리고 이쯤이 유차레 지방이고 그리고 이곳이 '벨로서스' 그리고 이곳이 '루그람' 
그리고 이곳이 '바하무트'입니다."

군나르가 숲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다 길게 선을 긋고는 
그 중간을 세등분 해서 각기 그 이름을 불렀다.

아하루가 그 지도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어느쪽으로 가든 한 개의 영지만 지나면 바로 유차레에 당도하는 것이다. 
하지만 칼버린 기사단이 어느곳에 어떻게 포진되어 잇는지 모르는 지금 
무작정 길을 나선다는 것은 무모한 시도였다.

"이곳을 통과하도록 하죠"

아하루가 땅에 그려진 지도 한곳을 막대로 지적하며 말했다.

그러자 카미야가 얼른 물었다.

"괜찮겠습니까? 잘못하면 양쪽에서 공격받을 텐데요?"

아하루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그들이 기사단 전 인원을 동원했다 하더라도 영지를 세곳이나 담당하고 있는 이상 
한 개 영지에 적어도 2개 전대 이상 투입하지는 못할 거야. 잘해야 1개 전대?

그렇다면 영지내에 있는 병사들이 동원되어 있을 거야. 
이쪽은 아무래도 양쪽에서 느긋한 마음을 갔고 서로 미루어둘 공산이 크지. 

어차피 지금 우리로서는 모험이 불가피한 상황이야. 
그렇다면 기왕 모험할거 좀더 가능성이 있는 곳을 도전하는게 낮지 않겠어?"

아하루의 설명에 카미야와 노만등이 고개를 끄덕였다.

노만이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좋습니다. 도련님 생각이 그렇다면 그런거겠죠. 그럼 지금부터라도 움직이도록 할까요?"

그런 노만을 아하루가 만류했다.

"일단 그동안 피곤하고 지쳤으니 오늘 하루는 푹 쉬도록 하고 내일 밤부터 움직이도록 하죠. 
그리고 가능한한 최대한 이곳에서 저들의 움직임을 미리 관찰해 놔야 할겁니다."

아하루의 말에 노만이 다시 주춤거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그렇게 합지요."

아하루가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노만에게 말했다.

"고마워요"

그러자 노만이 쑥쓰러운 듯 머리를 긁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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