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아하루전

<76> 11화 탈출 (8)

오늘의 쉼터 2014. 6. 9. 20:59





<76> 11화 탈출 (8)



그것은 아주 우연이었다. 

루그람의 작은 마을 나무꾼인 미첼은 그 날도 전과 다름없이 울창한 테실리아 숲으로 
나무를 하던 중이었다.

미첼은 이제 40을 갓 넘긴 나이였지만 워낙 고생을 많이 해서인지 겉보기에는 
50은 훨씬 넘은 것처럼 보였다. 
또한 약간 작달막한 왜소해 보이는 체구는 그가 나뭇꾼이라고 소개하면 모두들 약간 의아한 눈으로 보곤 했다.

하지만 어려서부터 나무꾼으로서의 생활에 단련된 미첼의 도끼질은 왠만한 나무는 
고작 십수번 만에 넘어뜨릴수 있을 정도로 근방에서는 그래도 제법 명성을 떨치는 나무꾼이었다.

그러나 정작 미첼은 오늘 처럼 산에 오를땐 도끼질 다운 도끼질은 몇 번 하지 않는다. 
그저 산에 올라 부러지거나 죽은 나무들을 줍는 것 만으로도 가져온 수레에 한짐 가득 
충분히 실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날도 미첼은 소작을 바칠 나무와 자신이 내다 팔 나무단을 정리하고 잇었다. 
그러다 갑자기 뇨의가 마려운 것을 느끼고 평소에 늘 하던 것처럼 작업을 중단하고 
수레뒤를 돌아 아무곳에다가 그냥 오줌을 내질르고 있었다.

하늘은 어느새 날이 저믈어 가고 있어서 붉은 노을이 서서히 테실리아 산자락을 붉게 물들이며 
미첼이 있는 테실리아 숲 한켠까지 그 영역을 넓히고 있었다.

미첼이 부르르 몸을 떨며 바지를 추켜올리다가 뭔가 이상한 것을 발견했다. 
평소 같으면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고 그냥 지나칠 법도 했건만 요즘따라 눈매가 사나운 
무시무시한 기사들이 자주 출몰하기 때문에 괜히 싱숭생숭한 미첼이었다.

미첼은 바지를 마져다 추스르고는 자신의 오줌으로 젖어 있는 땅에 솟은 
그것의 주위를 발로 살살 파헤쳤다.

서서히 자태가 드러나고 비로소 그것의 정체를 확연히 알게되자 
그만 미첼은 뒤로 넘어지고 말았다.

"으으으" 

미첼은 신음비슷한 소리를 흘리며 넘어진채 뒤로 기었다. 
그리고는 주변을 둘러보다가 어디론가 냅다 달리기 시작했다.

그런 미첼이 다시금 같은 장소를 찾은 것은 한밤중을 넘어서도 거의 새벽에 가까울 쯤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미첼 혼자가 아니라 
빛나는 갑주를 입은 십수명의 기사와 그리고 마을에서 행세 꽤나하던 
마름과 자치대 몇 명과 같이였다.

그들은 미첼의 길 안내를 받으며 처음 미첼이 발견 했던 장소를 찾은 것이었다.

"저깁니다요."

미첼이 가던 발걸음을 멈추고는 황급히 손을 들어 한 장소를 가르켰다.

미첼의 옆에 가던 기사가 얼굴을 찌프렸다.

"확실한가?"

기사의 말에 기사의 옆에 있던 마름이 오히려 더 큰소리로 미첼을 다그쳤다.

"이놈, 똑바로 해 안그러러면 재미 없을줄 알라구."

미첼이 답답하다는 듯이 가슴을 치며 말했다.

"틀림없습니다요. 
저기에 제가 나무하다가 두고온 수레가 보이시죠? 바로 그 주변입니다요"

그러자 기사가 눈을 찌푸리며 미첼이 말한 곳을 쳐다보았다. 
거므스름한 수레가 언뜻 보이는가도 싶었다.

기사가 퉁명스런 어조로 말했다.

"앞장서라"

기사가 말하자 마름이 눈을 부라리며 주저 주저 하고 있는 미첼을 재촉했다.

미첼은 떨어지지 않는 발걸을음 옮겨 자신이 낮에 봤던 장소를 찾았다. 
그러나 어둠속에서 겨우 갓나왔던 그것을 찾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미첼은 당황했다. 
그리곤 낮에 자신이 했던 일들을 되 짚어 나갔다. 
먼저 수레쪽으로 다가갔다. 
그리고는 거기서 뒤로 돌아 테실리아 산맥쪽을 향해 섰다. 

바닥은 흔들리는 불빛과 암흑으로 뭐가 뭔지 분간이 되지 않았다. 
미첼이 어림짐작을 하며 발을 땅에 붙인채 미끄러지듯 땅을 탐색하고 잇었다.

다른 사람들이 그런 미첼을 보며 얼굴이 일그러져가고 잇었다. 
미첼은 그런 분위기를 느끼며 등허리에 땀이 주르르 흘렀다. 

뭔가 뭉클하면서도 딱딱한 무언가가 미첼의 발에 걸렸다. 
미첼이 그곳으로 고개를 숙여 들여다 봤다. 
낮에 보았던 바로 그것이었다. 
순간 미첼은 다른 사람이 보고 있다는 사실도 망각한채 다시금 뒤로 자빠지더니
 손을 들어 부들 부들 떨며 그것을 가르켰다.

"저..저것 입니다요"

미첼이 손으로 가르키자 자치대원들과 병사들이 미첼이 가리킨 곳으로 달려들어 
횃불을 바닥에 가까이 대며 땅을 비추었다. 
미첼이 말하던 그것이 눈에 잡혔다.

그것은 땅위로 아주 조금 솟아 잇었다.

"십부장님 확실합니다. 사람 손입니다."

다른 기사 한명이 땅에 파묻혀 각기 손가락 한마디만 겨우 나온 세개의 손가락 확인하고는 말했다.

미첼은 그제서야 안심을 했는지 절로 안도의 한숨을 토해냈다.

그소리가 컷음일까? 십부장이라 불리운 기사가 미첼을 노려보았다. 
순간 미첼이 숨이 탁막히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십부장은 이내 미첼에게서 고개를 돌렸다.

"파내봐라"

십부장의 말에 같이 같이 따라온 자치대원들이 들고왔던 삽을 꺼내고는 
손가락 주위의 땅을 파내기 시작했다.

땅을 파내면 파낼수록 점차 점차 손가락의 윤곽과 팔이 제 모습을 드러냈다. 
일단 손과 팔을 따라 계속해서 파나가자 드디어 몸통이 나왓다. 
그리고는 서둘러 몸을 덮고 잇던 흙을 치우고는 그 시체를 땅에서 꺼냈다.

갈색 줄무늬의 꽤 고급스러워 보이는 속옷만을 입은 건장한 사내의 시체였다. 
무엇에 놀랐는지 눈을 크게 뜨고 입을 벌린채였다. 
그리고 그 벌어진 입으로는 흑이 한가득 들어가 있었다.

"흠"

십부장이 나직한 신음을 흘렸다. 
이미 십부장은 사내의 정체를 어렴풋이 파악할수 있었다. 
그것은 사내가 자신과 같은 속옷을 입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바로 칼버린 기사단에게 지급되는 옷이었다.

십부장이 기사 한명을 지목했다.

"밀튼 당장 가서 백부장님에게 이 사실을 보고하도록 
나는 여기서부터 놈들의 흔적을 찾아 들어가겠다."

밀튼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밀튼이 약간 겁에 질려하는 영주의 마름을 길 앞잡이로 삼고 왔던 길로 되돌아 나갔다.

시체 한구가 발굴 되자 나머지는 금방이었다. 
바로 연달아 같이 묻혀있었기 때문이었다.

모두 시체 세구가 올라왔다. 
자치대원들은 혹시나 싶어서 주변을 더 파보았지만 발견되는 것은 없었다.

십부장이 기사의 안내로 시체들 곁으로 다가갔다. 
한여름이라 그런지 시체는 꽤 부패가 되어가고 있었다.

살이 흐믈 흐믈해지고 짓누르기 시작했고 땅의 짐승이나 아니면 구더기에게 파먹힌 것인지 
얼굴 이곳 저곳에 동그란 구멍이 있었다.

십부장은 가져온 손수건으로 코와 입을 막고 기사들이 들고 잇는 횃대를 하나 빼앗아 들고는
 먼저 얼굴을 살펴보았다.

멍하니 허공을 응시하는 角?눈은 이미 총기를 잃어버리고 오히려 진물러진 시액으로 
번들거리며 젖어 잇었다.

"제길"

십부장이 나직히 중얼거렸다. 
그리고는 다른 시체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목에 구멍이 난 시체였다. 
십부장은 시체의 목에 난 상처를 면밀히 관찰하더니 
곁에 잇던 자치대 병사에게 말했다.

"뒤집어 봐"

십부장의 말에 자치대 병사 두명이 얼른 시체에 다가가더니 시체를 뒤로 돌렸다. 
십부장의 얼굴이 좀전 보다 더욱 일그러졌다.

십부장의 얼굴이 마지막 시체를 향했다. 
가장 먼저 발견된 시체였다. 
팔을 앞으로 쭉벋고 잇는 기괴한 모습은 보는이의 마음에 뭔가 한기를 느끼게 하는 시체였다.

십부장이 자치대 병에게 시선을 돌리자 
병사들이 즉시 시체를 뒤집으려 했지만 팔 때문에 반만 뒤짚혔다. 

십부장이 조금 자리를 이동해 시체의 등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십부장이 들고잇던 손수건을 내팽겨치고는 말했다.

"죽어도 싼 놈들이다."

십부장이 이를 갈며 말했다. 
기사들의 의아한 얼굴에 십부장이 시체의 등뒤 길게난 칼자국을 가르켰다.

"이놈들은 최악의 놈들이야 
최소한의 경계조차 하지 않다니 더욱이 이놈은 기사 자격도 없어"

다른 기사들이 십부장이 가리키는 등에난 칼자국을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몇 명은 찔금한 표정을 지었다. 
그들 역시 입고있는 판금 갑옷이 거추장스러워 작전 중에 벗어 던지고 
잠을 잔 전적이 잇었기 때문이었다. 

십부장은 그런 기사들의 묘정을 본체 만체 하면서 분노에 찬 노성을 계속 터뜨렸다.

"이놈들은 격식대로 묻어줄 가치도 없는 놈들이다. 
하지만 그래도 전우였던 점을 참작해 저 두놈만 옮긴다. 
저놈은 그냥 저자리에 묻어놔, 
저놈을 가져가 봐야 우리 기사단의 수치밖에 안될 놈이다."

십부장이 아예 보기도 싫다는 듯이 몸을 뒤로 돌려버렸다.

어쩔줄 몰라하는 자치대 병사들에게 기사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기사들의 험악해진 분위기에 잔뜩 오그라든 자치대병들이 주츰 거리며 
십부장이 말한 기사의 시체를 들어 다시 구덩이 쪽으로 옮겼다. 
그리고는 파냇던 흙을 다시 덮어대기 시작했다. 

시체는 금새 흙더미에 묻혀지기 시작하더니 
종내는 허공으로 움켜질 듯 뻗었던 팔과 손톱이 부러지고 뼈까지 보일듯한 
손마져 흙에 파묻혀 버렸다.

나머지 자치대원들은 숲에서 기다란 막대를 들고와서는 자신이 입고 있던 옷들을 
연결해 들것을 만들었다.

저 멀리서 숲의 정막을 가르는 뿔나팔 소리가 세 번 길게 허공을 갈랐다. 
숲의 사면을 세심하게 살피던 십부장이 잠시 고개를 돌려 허공을 바라보고는 뒤로 돌았다.

"일단 부대로 돌아간다. 
어차피 날이 밝아야 제대로된 수색이 가능하겠지"

십부장의 말에 다른 기사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어지간한 추격의 명수가 아니고서는 깜깜한 밤중에 추적을 한다는 것은 무리임을 아는 까닭이었다. 

"정황으로 보아 놈들은 기사들이 방심하던 틈을 타 몰래 다가와서 목을 그은 것으로 사료 됩니다. 
이에 기사들은 방심하던 탓에 제대로 된 방어도 못하고 그대로 당했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십부장의 말에 자리에 모인 장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가만히 눈을 감던 반백의 중후한 사내가 고개를 들어 십부장을 쳐다보았다.

"잘들었다 제롬, 그런데 시체 한구가 보이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

제롬이라 불리운 십부장이 잠시 난처해 하더니 고개를 숙였다.

"실은 그놈은 등에 상처를 입어 죽었기에 기사단의 명예를 실추시켰다고 판단하여 
그냥 버려두고 왔습니다."

제롬의 말에 다른 장교들이 기가 찬 듯 제롬을 노려보았다. 
하지만 누구도 말문을 열지 않았다. 

제롬에게 질문했던 사내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손을 저었다. 
그러자 제롬이 한쪽 무릎을 꿇은체 경례를 하고는 막사를 빠져 나갔다.

제롬이 완전히 빠져 나가자 사내가 모인 장교들중 한명에게 시선을 보냈다.

"듀마넨 자작 이게 어찌된 일이요. 
작전에 나간 기사가 갑옷을 벗고 잠을 자다가 칼에 맞다니 
그것도 등에 상처를 입기까지 하다니 말이요"

그러자 지적당한 듀마넨이 고개를 숙였다. 
뿐만 아니고 듀마넨의 곁에 잇던 다른 백부장들도 마치 자신이 질책 당한 듯 고개를 들지 못했다.

"죄송합니다. 너무 오랜 수색 작업이라 기강이 많이 해이해진 모양입니다. 
즉시 시정토록 하겠습니다."

반백의 사내가 고개를 숙이고 있는 듀마넨 자작에게서 시선을 떼고는 
다른 사내에게 시선을 돌렸다.

"라딘 자작, 현재 상황을 말해보시오"

그러자 라딘이 듀마넨 자작을 약간 동정하듯 쳐다보고는 자리에서 얼른 일어났다. 
그는 한쪽에 설치된 군용 지도 쪽으로 다가가서는 먼저 반백의 사내에게 
고개를 숙이고는 한쪽 팔을 가슴에 붙였다.

반백의 사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라딘이 근처에 있던 지휘봉을 잡은 뒤 지도를 하나 하나 짚어 가며 말했다.

"현재까지 실종된 조는 모두 3개조 9명입니다. 
그리고 그 지역은 이곳과 이곳 그리고 이곳입니다."

라딘이 지휘봉으로 가르킨 곳은 벨로서스 영지와 루그람 영지의 경계부근의 숲이었다.

라딘이 지휘봉을 짚은체 게속 말을 꺼냈다.

"좀전까지 그들이 어느쪽 방향으로 향하고 있는지 제대로된 상황을 파악하기는 힘들었지만 
방금전 십부장의 보고와 제 나름으로 조사한 바에 의하면 놈들은 바로 이곳 벨로서스에서 
루그람 영지 쪽으로 방향을 잡았거나 아니면 벨로서스와 루그람의 경계라는 
그 취약점을 이용하려는 생각인 듯 싶습니다.

그런 그들의 의도를 감안한다면 처음 실종된 조가 발생된지 
이틀이 지난 지금 그들은 아마 이곳쯤에 잇지 않을까 사료됩니다."

라딘이 벨로서스와 루그람 영지의 경계중 제법 유차레 지방에 가까운 쪽을 짚었다.

듣고 잇던 장교들이 신음을 흘렸다. 
반백의 사내가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처음 실종된 조가 생긴지 이틀이나 지났다는 이야기 인데 
왜 여태껏 보고가 되지 않았나?"

라딘이 한차례 듀마넨 쪽으로 동정의 눈길을 보내고는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처음 실종된 조가 생기자 그 지역을 담당했던 십부장이 그저 무단 외출인 것으로 판단하여 
보고를 미뤄 왔다가 이틀째인 오늘 아침에 연락을 해왓다고 합니다."

반백의 사내가 자신의 앞에 잇는 책상을 주먹으로 내리쳤다. 
그의 눈은 분노로 이그러진체 듀마넨을 강하게 쳐다보았고 듀마넨은 더욱 기가 죽었는지 
고개를 들 줄 몰랐다.

"그래서 그놈은 어떻게 했나?"

라딘이 고개를 숙였다.

"일단은 듀마넨 자작님께 양해를 구해 구금시켜 놓앗습니다."

반백의 사내가 이를 갈며 말했다.

"구금은 무슨, 당장 처형시켜"

라딘이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는 다시 지휘봉을 들고는 지도를 가르켰다.

"즉시 시행토록 조처 하겠습니다. 
어쨌든 놈들을 저지 하기 위해서는 이곳 쯤에서 저지선을 펴는 것이 좋을 듯 싶습니다. 
그리고 이곳과 이곳 그리고 이곳 3개소를 축으로 하여 저지선 쪽으로 전체적으로 
포위망을 구축 축약해 들어가야 할것입니다."

라딘이 할말을 다 마친 듯 지휘봉을 거두고는 지도 옆으로 가서 조용히 서있었다. 
반백의 사내가 아무런 반응없이 가만히 지도를 보고 뭔가 생각에 잠겼다.

다른 장교들이 그런 반백의 사내에게 시선을 집중한채 아무도 입을 열지 못했다.

한동안 뚫어질 듯이 지도만 바라보던 반백의 사나이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우리 전대만으로 가능하겠나?"

사내의 말에 자리에 앉아 있던 장교들 중 한명이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

"충분합니다. 각하. 저희 2전대 인원 전부와 그리고 이곳 벨로서스의 주민들을 
모두 동원한다면 오히려 넉넉할 것입니다."

반백의 사내가 째려보듯 자리에서 일어난 장교 려보았다. 
사내의 날카로운 시선을 받은 장교는 순간 몸을 움찔거리며 자리에 앉았다. 
장교의 얼굴에는 당황한듯한 기색이 눈에 띄게 나타났다.
반백의 사내가 그런 장교를 보고는 혀를 차고는 다시 옆으로 시선을 돌려 라딘을 쳐다보았다.

라딘이 고개를 숙이며 뭔가를 생각하더니 고개를 저었다.

"아까 루이츠가 말한대로 저희 전대 전원과 이곳 벨로서스의 자치대를 총 동원한다면 
가능성은 잇습니다. 허나"

"허나?"

반백의 사내가 눈을 빛내며 라딘의 말을 받았다.

"만약 그들을 잡게 된다면 그 공은 전부 우리에게 돌아올 수 있지만 만일 놓친다면 
그 책임 역시 우리가 짊어져야 할것입니다. 
물론 나쁜일부터 생각한다는 것은 금기에 속하는 일인줄은 알지만 만약의 경우도 
생각지 않을 수 없습니다."

라딘의 말에 반백의 사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자네의 생각은?"

라딘이 다시금 지도로 돌아섰다. 

"현재 저희 2전대가 이곳 벨로서스에 있습니다만 기실 인원은 채 300을 넘지 못하고 잇습니다. 
물론 그것은 루그람에 있는 1전대나 바하무트에 있는 4전대도 마찬가지입니다.

어쨌든 저희 혼자 독단으로 했을때는 넓은 지역을 전부 탐색해 들어간다는 것은 
포위망에 구멍이 생길 수 잇습니다.

차라리 1전대와 협력하여 공도 과도 같이 나누는 것이 이 경우 무난하다고 판단됩니다.

그리고 만일 1전대가 지원나올 경우 기병대가 미리 이곳 유차레로 통하는 요소 요소를 
선점하여 길목을 차단하고 보병대와 이곳의 자치병들을 이용하여 우리쪽에서 
2면을 맡아서 압박해 들어가면 됩니다. 
물론 1전대는 이곳 루그람 쪽에서부터 반포위하여 점차 조여들어오게 됩니다."

반백의 사내가 잠시 눈을 감았다. 그리고는 생각의 정리가 끝났는지 서서히 눈을 떳다.

"일단 제 1전대의 마리오네 백작에게 상황을 전하라 그리고 일단은 현 인원으로만 작전을 수행한다.

명심하라 최악의 경우 그놈들이 유차레로 도망가도 이곳 벨로서스를 통과하게 놔두어서는 안된다.

만일 그런 일이 생긴다면 장대에 올라가는 것은 우리들이 될 것이다."

반백의 사내는 말을 마치고는 다시 침묵으로 빠져들어갔다.

장교들은 그런 사내에게 고개를 숙이고 팔을 붙임으로써 대답을 대신했다. 
그런 그들의 머리 속에는 칼버린 기사단의 본거지에 있는 높은 망대가 아로새겨 졌다.


(외전) 아온의 장 (1)





일단 197화는 아니고 소라에서 사라졌던 외전 부분입니다.

총 3편의 외전이 독립적인 형태의 글로 나가는 건데

그중 3- 로 시작되는 것은 남아 있는데 1-,하고 2-로 시작되는 것은 사라지고 없더군요

그리고 밑에 올린 것보니깐 소라에서 실수 했더군요 ^^

걍 제 사설 글과 84편이 외전으로 올라가 잇더군요...


지금 현재 제 컴에서도 외전 2- 부분은 사라지고 없고 1- 로 시작되는 부분만 남아 잇습니다.


대충 외전의 내용은 저도 알고 잇는 부분이니 


그것은 차후 소설 중간 중간에 끼워 넣기로 결정 했습니다.


지금 올리는 부분은 11화와 12화의 중간 부분에 들어간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참고로 외전 이라함은 본편의 이야기와는 크게 상관이 없지만 아하루전의 모태가 된 


(아직 쓰지는 못했고 여태 구상 중이긴 하지만 서도...) 


다른 소설과 관련이 되는 부분입니다.


따라서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긴 하지만 그래도 쓴게 아깝죠?


정확히는 11화 뒷편에 이어서 읽는게 좋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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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전) 아온의 장(1)




저물어가는 태양이 테실리아 산맥에 걸쳐졌다. 


태양은 붉은 그림자를 남기며 마치 몇일 전에 있었던 하베이도 마을의 참극이 부끄러운지 


서둘러 산맥으로 자신의 얼굴을 가리려는 듯 했다.

인적이 끊긴 하베이도 마을은 그 흔한 개짓는 소리나 한여름의 풀벌레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다만 가끔 이름을 알수 없는 괴이한 짐승의 소리만이 마을의 적막을 가끔 깨뜨리고 있을 뿐이었다.

그때 언덕 너머로 몇 개의 횃불이 일렁이면서 묘한 그림자가 생겼다간 지워졌다. 


그리고 곧이어 횃불에 의지해서 하베이도 마을에 다가오는 일단의 사람들이 보였다. 


그들은 모두 신관복장을 하고 있었다. 아마도 떠돌이 수련 신관인 듯 싶었다.

"허, 너무도 조용하군 어째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마을 가까이 다가가도록 아무런 기척이 없자 


그들중 제법 나이를 먹은 신관 한명이 탄식조로 말했다.

"혹시 어떤 전염병이나 몬스터들에게 당한 것은 아닐까요?"

곁에 있던 다른 신관의 말에 모두들 잠시 흠칫 거렸다. 

"그러고 보니 뭔가 고약한 냄새가 진동하는 군요. 


아마 전염병으로 마을이 몰살당한 듯 싶습니다만"

또다른 신관의 얼굴이 하얗게 질린채 말하자 신관들의 두려운 듯 걸음을 멈추었다. 


그러자 나이먹은 신관이 그런 신관을 보고는 혀를 찻다.

"쯧쯧, 평생 신께 봉사하기로 한 사람들이..."

늙은 신관이 혀를 차자 곁에 있던 사람들이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였다. 


늙은 신관은 그런 사람들의 모습을 다시한번 물끄럼이 쳐다보다가 말을 꺼낸 


신관에게 고개를 돌렸다.

"카린스 형제, 설혹 전염병이라 한들 그게 무어 상관 있겠나? 


우리는 모두 아크레온의 자비를 입은 몸들이 아닌가? 


혹 전염병이라고 한다면 병에 고통 받을 사람들을 먼저 생각해야지"

늙은 신관의 말에 말을 꺼낸 사람이 고개를 숙였다.

"장로님 제 생각이 짧았습니다."

늙은 신관은 그런 카린스의 모습에 빙그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래, 항상 우리들은 사람들에게 나아가 봉사하는 자임을 잊지 말도록 하게나"

늙은 신관은 그렇게 말하곤 마을 쪽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그러자 신관들이 그 늙은 신관의 뒤를 좇기 시작했다.

뭔가 생선이 썩는 듯한 냄새는 마을 안으로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더욱 심해졌다. 


그 냄새는 마치 사람의 비위를 시험하려는 듯 신관들의 내장을 진동시켰다. 


몇몇 비위가 약한 자들은 벌써 허리를 숙이고는 토악질 까지 하기 시작했다.

그 냄새는 마을 광장으로 들어서자 절정에 달했다. 


한 밤중임에도 불구하고 신관들이 들어서자 이름을 알수 없는 날벌레들과 파리들이 


마을 안 광장을 가득 메우고 잇다가 신관들의 인기척에 놀라 하늘 위로 날아 올랐다.

더불어 그들이 피워 낸 썩는 듯한 냄새가 신관들의 속을 뒤집어 높았다. 


신관들이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제자리에 주저 앉아 토악질을 해댔다.

늙은 신관은 냄새가 심상치 않은 것임을 알고는 얼굴이 굳어졌다.

"우엑"

"우엑"

늙은 신관이 주위를 잠시 둘러보다 뭔가 생각에 잠겼다.

"이봐 자네 그게 뭐야?"

한 신관이 기겁을 한 듯 놀라 외쳤다. 


그러자 다른 신관들이 모두 신관이 가리킨곳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방금 토악질을 해대던 신관의 얼굴과 손이 피에 물들어 온통 빨갛게 변해 잇었다. 

"으악"

그 신관은 처음 영문을 몰라 하다가 자신의 손을 바라보고는 비명을 질러댔다.

"모두 진정하랏"

늙은 신관이 자신이 지닌 지팡이로 땅을 세게 구르고는 큰 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신관들이 잠잠해 졌다.

"모두 땅쪽으로 햇불을 비춰보도록 해라"

늙은 신관의 말에 신관들이 지니고 있던 횃불을 아래쪽으로 낮추었다. 


빛에 놀란 탓인지 바닥에 웅크리고 앉앗던 몇 마리 쥐가 후다닥 어디론가 달아났다. 


달아나는 쥐의 몸은 온통 빨갛게 물들어 잇었다. 


하지만 정작 신관들이 놀란 것은 쥐 때문이 아니라 불빛에 비춰진 바닥의 상황 때문이었다.

바닥은 온통 빨간 핏물로 가득 배어 잇어서 군데 군데 도랑을 이루고 잇었기 때문이었다. 


비로서 악취의 근원을 알게되자 더 많은 신관들이 입에서 구토물이 튀어 나왔다.

"우엑 욱"

신관들은 마치 그동안 먹었던 모든 음식물들을 한번에 게워 내려는 듯 


정신없이 토악질을 시작하고 잇었다.

그런 그들의 모습을 고개를 저으며 바라보던 늙은 신관이 잠시 허공으로 시선을 돌렸다.

"허허, 이 무슨 일이란 말인가? 그러고보니 이곳에 귀기가 어린것도 당연하구나"

하지만 늙은 신관의 낮은 탄식은 한참 토악질을 해대던 젊은 신관들의 귀에 들리지 않았다.

늙은 신관은 잠시 그들이 토악질을 멈추기를 기다렸다가 어느정도 토악질이 끝나자 


천천히 입을 열었다.

"자자, 그만들 하고 각 집을 뒤져 생존자가 잇는지 알아보게"

늙은 신관의 말에 젊은 신관들이 두려움에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몸을 떨어댔다. 


그들은 마을 광장에서 주변을 돌아보았다. 


희끄므레한 집들이 마치 그들을 잡으러온 죽음의 신 바쿰의 사자처럼 보였다.

젊은 신관들이 이처럼 주춤 거리자 드디어 늙은 신관이 역정을 내기 시작했다.

"너희에겐 이미 아크레온의 자비가 함께한다. 


그깟 어둠이 무어라고 그리 두려워 한단 말이냐? 


그러고도 너희들이 아크레온을 모시는 사제라고 말할 수 있단 말이냐?"

늙은 신관이 이처럼 큰소리로 그들을 질책하며 동시에 교묘하게 그들에게 힘을 불어넣자 


젊은 신관들의 얼굴에서 조금씩 두려움이 가시기 시작했다.

젊은 신관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곧 주위로 흩어지기 시작했다. 


그들이 사방으로 흩어지자 늙은 신관이 잠시 광장에 서서 하늘을 쳐다 보았다. 


하늘의 희미한 달도 지상에 싫증을 느낀 듯 자신을 구름으로 가리고 잇었다.

"어쩌자고 이런일이..."

늙은 신관의 입에서 낮은 탄식이 터져나왔다. 가뜩이나 늙어보이는 


신관의 얼굴이 몇 년은 더 늙은 것처럼 보여졌다.

"장로님 이리와 보십시오"

어디선가 큰소리로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늙은 신관이 몸을 움직여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장로님"

한 젊은 신관이 골목에서 나와 늙은 신관을 불렀다. 


어느새 다른 신관들도 하나 둘 모여 들었다.

젊은 신관이 골목 안 한집을 가르켰다.

"저..저깁니다."

늙은 신관은 겁에 질린 듯 호들갑을 떠는 젊은 신관을 보고 


혀를 한번 찬다음 천천히 젊은 신관이 가리킨 집으로 다가갔다.

문이 반쯤 열려진 집은 다른 집과 마찬 가지로 온통 어둠에 물들어 잇었다. 


장로가 안으로 들어가자 얼른 다른 신관하나가 횃불을 들고는 늙은 


신관의 뒤를 쫓아 안으로 들어갔다.

작디 작은 집안이었고 일반 평민들 집답게 궁벽했지만 아기자기한 


살림살이들이 제법 많은 집이었다. 


하지만 도저히 참을 수 없는 매케한 썩는 냄새로 집안이 온통 썩어들어잇지 


않나 의심될 정도였다.

햇불이 집안 구석 구석에 비취자 비로서 그 냄새의 정체가 드러났다. 


늙은 신관이 눈살을 찌푸렸다.

여자인듯한 시체 두구가 끔찍한 모습으로 방안에 그냥 방치되어 잇었다. 


죽은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는지 시체의 이곳 저곳은 온통 쥐들과 구더기들이 


파먹은 자리로 붉은 살점들이 흉흉하게 드러나 있었고 지금도 시체의 살 일부분은 


마치 살아 잇는 양 들썩이기 까지 했다.

"우엑"

같이 들어왔던 신관중 몇 명이 참혹한 모습을 이기지 못하고 토악질을 해대기 시작했다. 


늙은 신관은 나지막히 아크레온의 진혼송을 부르며 시체에게 다가갔다.

아직 썩어지지 않은 머리칼과 시체의 굴곡으로 보아 여자임이 분명했다. 


그리고 겉에 아무런 옷조각도 걸치지 못한 것으로 보아 강간 당한후 죽임을 당한 듯 싶었다.

그리고 더운 여름 동안 아무런 조치없이 그냥 방치해 두었는지 


시체의 살 이곳 저곳이 썩어들어가 잇었으며 진물이 흘렀다. 


또한 그들의 이곳저곳 쥐떼들에게 파먹혔는지 패내어진 상처 여기저기에 


하얀 뼈와 함께 작은 이빨자국들이 선명히 드러났다.

또한 살갗에 동그라니 뚫린 구멍들 사이로는 하얀 구더기 떼들이 


마치 제집 인냥 들락 날락 거리고 있었다. 

또한 큰 짐승이라도 들어와 파먹다 나갔는지 이미 시체의 팔과 허벅지는 


한 웅큼 씩이나 뜯겨져나간 상태여서 그 참흑함을 더욱 가중시켰다.

세상에 미련이 남았을까? 아니면 죽은 마당에 걱정거리라도 남았는가? 


반쯤 파먹힌 角?눈은 방안 한곳을 바라보며 미련의 눈빛을 보내는 것 같았다. 

늙은 신관은 처연히 눈을 감고는 조용히 아크레온의 진혼곡을 끝까지 암송했다. 


주위의 다른 신관들이 그런 늙은 신관의 행동을 말리려 했지만 


너무나 진지하고 간절한 늙은 신관의 행동을 아무도 간섭할 수 없었다.

늙은 신관은 진혼송을 끝내고 천히 자신이 입고 잇던 겉 두루마리를 벗어서는 


시체의 곁으로 다가가 그들의 나신을 덮어 주었다. 

'쪼르르'

시체 안에서 시체의 살을 파먹던 쥐한마리가 시체의 피로 물든 


새빨간 몸으로 시체의 퀭한 눈을 통해 나오더니 


주위를 둘러보다 어디론가 도망갔다.

"불쌍한 자들이다. 정성껏 묻어주도록 해라"

늙은 신관이 자리에서 일어나 말하자 젊은 신관들이 기겁을 했다. 


늙은 신관이 그런 그들의 모습에 다시 한번 혀를 차더니 손수 팔을 걷어 붙였다.

"스승님 어째서?"

젊은 신관 하나가 늙은 신관의 모습을 보고는 물었다.

"너희가 손을 더럽히길 싫어 하니 나라도 해야지 않겠느냐?"

늙은 신관은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겉옷이 덮인 여인의 시체를 자신의 품에 안았다. 


그제서야 자신들의 잘못을 깨닳은 신관들이 그런 늙은 신관의 품안에서 


여인의 시체를 안아들었다.

"잘못햇습니다. 저희가 맡겟습니다."

"저희가 잘못했습니다."

젊은 신관들이 자신의 잘못을 빌며 늙은 신관에게서 여인의 시체를 안아가자 


늙은 신관이 비로서 순순히 여인의 시체를 내주었다.

하지만 늙은 신관의 옷은 이미 시체에서 흐르는 시액과 살점부스러기로 더럽혀져 잇었다. 


젊은 신관들이 그런 늙은 신관의 옷을 보며 안쓰러워 했지만 오히려 늙은 신관은 


아무렇지 않은 듯 행동했다.

"아루가야 네가 놀란게 이것 때문이냐?"

늙은 신관의 질문에 아루가란 젊은 신관이 삐쭉거리며 나왔다. 


그는 골목에서 늙은 신관을 부른 신관이었다. 

아루가가 고개를 저으며 난로 아궁이쪽을 손가락으로 가르켰다. 

"저..저곳에 흉악한 짐승의 눈빛이 번뜩였었습니다."

늙은 신관이 고개를 돌려 난로 아궁이를 바라보았다. 


죽어 잇던 시체중에 어미로 보이는 여인의 눈이 끝까지 향하던 곳이었다.

늙은 신관이 천천히 난로가 잇는 쪽으로 다가갔다. 


그러자 묘한 기척이 들리는 것 같았다. 


그 소리는 젊은 신관들도 들었는지 그들은 안색을 굳히며 늙은 신관에게 달려들어 


그의 몸을 감쌓다.

"위험합니다. 어떤 흉악한 짐승이 잇는지도 모릅니다."

젊은 신관 하나가 말했다. 하지만 늙은 신관은 조용히 그들의 행동을 제지시키더니 


천천히 난로 안 아궁이 쪽으로 몸을 집어 넣었다.

늙은 신관의 눈에 희미한 번쩍이는 한쌍의 눈이 그의 눈길을 피해 도망치는 것을 느꼈다. 


늙은 신관이 구부렸던 허리를 펴고는 손을 뻗엇다.

"햇불을 다오"

그러자 곁에 잇던 신관 하나가 자신이 들고 있던 횃불을 신관에게 내밀었다.

늙은 신관은 횃불을 받아들고는 다시금 몸을 숙여 난로의 안쪽 구덩이로 몸을 숙여 들어갔다. 


그리고 자신이 들은 횃불로 그 안쪽을 비추었다.

"헉"

이제껏 수많은 수련으로 단련된 늙은 신관이었지만 


이번만큼은 그도 경악을 피할수 없었던지 그만 경호성을 외쳤다.

늙은 신관의 비추는 횃불에 드러난 그림자가 잇었다. 


그 그림자는 빛이 두려운지 아니면 늙은 신관이 두려운지 자신의 몸을 최대한 웅크린채 


사나운 눈빛으로 늙은 신관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더욱 경악스러운 것은 그 그림자의 주변에 자그마한 하얀 뼈다귀들이 


불빛에 귀기를 띄며 이곳 저곳 널브러져 잇었다. 


아마도 좀전에 보앗던 여인의 손이나 허벅지를 베어먹고 살아왓던 것이리라.

"무슨일이십니까?"

주위의 신관들이 혹여 큰일이라도 나지 않앗을까 걱정스러워 호들갑을 떨었다.

"아무것도 아니다."

늙은 신관이 그들을 조용히 시켰다. 


그리고 그 그림자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림자가 흠칫 놀라며 더욱 구석쪽으로 몸을 웅크렸다.

늙은 신관이 아련한 눈빛으로 그 그림자를 바라보고는 나직히 진언을 외었다.

"전능의 아크레온 이시여 당신의 미천한 종이 바라옵나니 


지친 영혼에 평안과 안식을 주옵소서"

늙은 신관의 말이 마치자 늙은 신관의 손에서 찬란한 빛이 잠시 번뜩였다. 


그리고는 스르르 잔뜩 웅크린 그림자가 땅에 엎어졌다.

늙은 신관은 최대한 손을 뻗어서는 그 그림자를 붙잡았다. 


늙은 신관의 손에 가느다란 손목이 잡혀졌다. 


늙은 신관은 부러질 듯 약한 손 목을 놓치지 않게 잡아들고는 천천히 뒷걸음질 쳤다. 


늙은 신관의 손에 이끄려 검은 그림자가 천천히 난로 아궁이에서 빠져 나왔다. 

늙은 신관이 뒤걸음질 치며 뭔가를 끌고 나오자 


젊은 신관들이 난로 주변에 잇다가 신관이 끌고 나온 것을 받아서는 땅에 내려 놓았다.

늙은 신관이 간만에 힘을 쓴 탓인지 지친 한숨을 내셨다. 


그리고는 찬찬히 방금 자신이 끌고온 검은 그림자를 바라보았다.

이제 6-7 정도 되는 소년이었다. 


비록 머리는 천지사방으로 헝트러져 잇었고 옷과 얼굴은 난로의 그을음에 묻혀서 


원래의 색을 찾을 수 없었지만 늙은 신관은 그것이 어린 소년임을 한눈에 알아볼수 있었다.

"오호 아크레온 이시여 어찌 이런 일이"

늙은 신관이 나직히 탄식을 내뱉고는 천천히 소년에 다가갔다. 


그리고는 온통 검은 색으로 물들어 잇는 소년을 살짝 들어 올려 자신의 품에 안았다.

"아이야 이것도 아크레온이 우리에게 주신 인연 이겟구나"

늙은 신관은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자신의 품에 안긴 소년을 보고는 말했다.

"근처에는 더 이상의 살아잇는 사람은 없는 듯 합니다."

젊은 신관 하나가 방안으로 들어와 말했다. 


그는 늙은 신관이 왠 소년을 안고 있는 모습에 잠시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늙은 신관이 급히 손가락을 들어 젊은 신관의 말을 막은후 달래듯 


소년을 안고는 손짓으로 마을을 나갈 것을 지시했다. 


늙은 신관의 뜻을 따라 젊은 신관들이 하나둘 늙은 신관의 뒤를 쫓아 마을 밖으로 나갔다.

저멀리 아련하게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며 신관이 자신의 옷으로 재투성이의 


소년의 얼굴을 닦아 주었다.

"이제 네 이름은 아온이란다. 그리고 내 이름은 갈파라고 한다. 


잘 부탁한다 아크레온이 맺어준 소년이여"

그날 대륙 제일의 현자이자 다룬 제국의 성자이며 아크레온 신관들의 장로인 갈파는 


테실리아의 낯선 죽어버린 마을에서 자신의 아들이자 제자를 한명 얻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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