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지/정협지(情俠誌)

제 36장 무술대회(武術大會)

오늘의 쉼터 2013. 12. 14. 10:28

정협지(情俠誌)

 

36 무술대회(武術大會)

 

무술대회 그 첫째날

 

 

 회양방의 아성이요.

본거지인 금사보 안에는 벌써부터 방방곡곡에서 몰려들어온

호걸. 협객이라는 인물들이 꽉 차 있었다.

천하의 명성이 뚜렸하게 드러나지 못한 대단치 않은 보통 구경꾼들은

바깥쪽 외보에서 접대해 머물러 있게 했고 다소라도 무림에서 존재가 있고

명성을 떨치고 있다는 소위 고수 축에 든다는 인물들은 어느 파나 어느 방을

막론하고 모조리 안쪽 내보로 영접해 들어서 머무르도록 했다.

숭양파 선후배 전원들은 영도자인 철장단심 탁창가의 인솔하에 일찌감치

무술대회가 있기 사흘전에 벌써 이곳에 도착했다.

동시에 그들은 수많은 선배급 고명한 인물들을 초청해서 한께 거느리고

적의 아성으로 달려들었다.

힘이 부치게 돼서 위급한 경우를 당하게 되면 그들에게 거들어달라는 목적에서 였다.

극도의 긴장과 번잡함 속에서 시간은 거침없이 흘러갔다.

이틀이 눈깜짝할 사이에 지나가고 정식으로 무술 경쟁을 공개하는 대회의 날짜가

내일로 임박했다.

이 흥분되고 긴박한 분위기 속에서 제일 눈에 띄게 가관인 풍경은 숭양파의 후배급

젊은 제자들이 저마다 신바람이 나서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며 허공을 향해

뽐내보기도 하고 손바람도 제대로 일으키지 못하는 손들을 쥐락펴락 휘두르며.

만인 앞에서 솜씨를 발휘해 보겠다고 잔뜩 벼르고 있는 모습이었다.

무림에서 볼 때에는 햇병아리밖에 안 되는 풋내기들이.

마치 몇 해 묵은 큰 닭들에게 도전해 보겠다고 만용을 부리는 모습이 한편으로는

귀엽기도 한 풍경이었다.

그러나 한편 그들의 영도자인 철장단심 탁창가와 스승급 선배들은 왜 그런지 몹시

침중한 기분에 싸여 있었다.

내일이면 눈앞에 닥쳐들 무술대회란 것이 그들에게는 그다지 기대를 갖게 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금사보 안에 들어와서 이틀 동안을 쉬면서 탁창가와 수령급 인물들은 여기 들락날락하는 무수한 인물들을 하나도 빼놓지 않고 골고루 더듬어볼 수 있었다.

그 대부분이 공연히 남의 장단에 덩달아 춤을 추며 우성거리는 하잘 것 없는 존재들이니

과히 근심할 바는 못 된다 할지라도 그속에서는 회양방 편에서 매수하고 초청해 온 몇몇 마귀 두목

같은 존재들을 발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런 존재들은 다년간 무림의 표면에 나타나지 않고 숨어서 못된 짓을 일삼던 위인들이니

한마디로 매우 거추장스럽고 만만치 않은 말성꾸러기들인 것이다.

이번 무술대회에 있어서는 잔악무도한 회양방도 비밀리에 매복 같은 섣부른 솜씨를 부릴 수 없게

 되었다고 하지만 그것이 공개적인 시합인 만큼 보통 대결과는 성질이 전혀 달라서 추호라도

소흘히 상대방을 다률 수 없어며 아차하는 사소한 실수가 곧 승패에 지대한 영향을 주는 것이다.

그것은 보통 때와 달라서 단순히 불리하다거나 창피하다는 것으로는 해결될 수 없는 심각하고.

비장한 판국인 것이다.

단 한번의 실수. 그것은 곧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며 두번 다시 뻔뻔스런 얼굴을 들고

강호에 입족할 수 없게 되고 마는 판이니.

실로 한 파. 한 방. 한 문호에 생사존망이 완전히 좌우되는 것이다.

저녁밥을 먹고 난 다음에.

탁창가는 문하의 모든 제자들을 소집해서 빈관 아래층 대청에 모아놓았다.

그리고 이번 싸움을 거들어줄 목적으로 초청해 온 고수급 인물들도 함께 대청으로 나와 앉게 하고

다음날의 무술시합에 관한 전반적인 일을 상의하기로 했다.

탁창가는 정중앙 상석에 자리잡고 앉았다.

양 옆으로 배치된 높직한 좌석에는 바로 숭양파가 초청해 온 고수급 인물들이 죽 늘어앉았다

그아래로 다시 두 줄로 배열한 좌석에는 후배 젊은 제자들이 꽉 차 있었다.

철장단심 탁창가의 바로 측근에 좌우 양옆으로 갈라 앉아 있는  소위 대선배급 인물들인

숭양 장로 일곱 사람의 표정은 하나같이 침통하고 긴장되어 있었다.

탁장가 자신도 오랜 세월을 두고 허다한 변고를 겪고 난 몸인 지라.

이제 또다시 천하의 강적을 눈앞에 대해 놓고 보니.

그 신색이 엄숙하고 침통하기 비길 데 없었다.

탁창가는 두 눈을 크게 떠서 한번 사방을 휘둘러보았다.

대청에 모든 사람들이 자리잡고 앉은 것을 확인하자.

정중하게 몸을 일어켰다.

죽음 같은 정숙과 무시무시한 침묵이 모든 사람의 얼굴 위에 감돌고 있을 뿐.

여러 사람들의 수많은 시선이 탁창가의 일거일동을 쏘아보고 있을 때.

탁창가는 두 손을 맞잡더니 절레절레 흔들어서 양편에 늘어 앉은 고수급 선배급

인물들에게 경의와 인사를 표시하고 정중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 여러분! 내일 아침이면 곧 우리들의 무술대회가 시작되는 것이오!

이번 대회는 회양방 편에서 감히 공개적으로 도전해 온 것인 만큼 그들은

확실히 믿는 바가 있고 조금도 우리 편이 두려울 것이 없다고 패기만만해 있소!

우리들은 이 점에 특별히 유의하고 신중히 생각해서 조그만 구멍 하나라도

배가 가라앉아버린다는 이치를 철저히 인식하고한 사람도 경거망동에서 오는

실수가 없도록 하시오.

우리가 죽으면 적이 산다는 이 중대한 판국을 똑바로 내다보고 비장한 각오와

결심으로써 각자의 행동에 냉정 침착 용감하게 최후의 승리를 거두도록

마지막으로 부탁해 두는 바이오!"

 

특히 좌우 양편을 휘둘러보며 덧붙여 하는 말이 있었다.

 

" 여러 선배. 사장님들께서 두터우신 의리와 인정을 버리시지 못하여

이자리에까지 왕림하시어 거들어주시게 된 데 대해서는.

이 탁창가는 생사를 초월하여 감격해 마지않는 바이올시다!

그러나 한 가지 부탁드리고 싶은 말씀은 회양방 측에서 마귀 두목 같은 위인들을

무수히 초청하고 매수해 왔다고 하지만 만일 내일 대회장에서 그들이 선수를 치고

날치지 않을 때까지는 우리 선배 사장님들께 무의미한 수고는 하시지 말기 바람니다!"

 

말을 마치는가 하더니 탁창가는 다시 아래 좌석을 내려다보며 또 몇 마디를 덧붙였다.

 

" 그리고 본인이 생각지 못하는 무슨 중대한 문제가 있다면 이 자리에서 숨김없이

탁 털어놓고 상의해 주기 바라오! "

 

이때 난데없이 여러 사람 속에서 걸걸한 음성으로 소리치는 사람이 있었다.

 

 " 우리 대표께서는 저 신룡검이란 자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신 일이 있으시오?"

 

여러 사람들이 제각기 두리번거리며 바라다보니 .

바로 저 독응구붕 영감이 자리에서 일어서서 이렇게 질문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여러 사람들은 독응구붕 영감의 이런 질문을 듣자 너나 할 것 없이 모두들 깜짝 놀랐다.

철장단심 탁창가는 한참 동안이나 망설이더니 겨우 대답을 하는 것이었다.

 

" 독응구붕 도우가 이 문제를 께내주지 않았다면 본인도 깜빡 잊어 버리고 지나칠 뻔했소.

대체. 그 신룡검이란 자의 정채는 뭣이란 말이요?

그 자는 어떻게 돼먹은 놈이기에 우리 편에도 성가시게 찜쩍거리고.

회양방과도 대적하려 든단 말이오?

듣자니 그 자의 무술 실력은 상상할 수도 없을 만큼 비범하고 절묘한 것이라고 하는데

이번 무술대회에 그 자가 나타나서 우리 편에게 불리하도록 대적하고 나선다면.

이것은 무엇보다도 시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을 것이오! "

그렇게 많은 사람들도 이 말을 듣더니 벙어리처럼 잠잠하고 찍소리 조차 하는 사람이 없었다.

이런 공기를 깨뜨리며 홀연 말을 꺼낸 것은 바로 저 낭월대사였다.

 

" 그 신룡검이란 인물은 비록 소행이 정사를 분간할 수는 없다고 하지만.

그 하고 다니는 품이 신출귀몰. 바람처럼 걷잡을 수 없는 능력을 지닌 위인이고 보니.

이런 위인이 우리 파를 성가시게 굴 때에는. 거기엔 반드시 어떤 복잡한 사정과 연유가

감추어져 있다고 생각하오.

그러나 본인의 판단으로는 그 자가 이미 회양방과도 적대시하고 있는 이상 설사 이번

비무대회(比武大會)에 참가한다손 치더라도 절대로 자기 단독으로 어느편에 치우치는

행동은 하지 못 할 줄 아오.

물론 우리와 회양방 쌍방을 똑같이 시끄럽게 굴지는 모르는 일이라고 생각하오.

이렇게 될 때에는 우리들은 그 자의 정채를 명백히 파악해야 할 것은 물론.

그 자의 진의가 과연 어느 편에 쏠려 있는지도 간파해 내야 할 것이오!

한편 회양방 쪽에서도 절대로 호락호락 그 자를 놓아 보내려 들지 않을 것이오.

그러니까 이 괴상한 인물에 대해서는 우리 편만이 지나치게근심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하오."

 

낭월대사의 말이 끝나자.

여러 사람들은 다 같이 고개를 끄떡끄떡.

그 말이 일리가 있다는 데 중론이 일치되는 모양이었고 아래 좌석에 모인 젊은 축들은 수군수군.

그다지 무서워 할 게 못 된다는 만만한 패기를 보이고 있었다.

 

 ' 낭월대사 영감의 판단이 가장 정확할 걸세? '

 

' 제아무리 신출귀몰한 놈이기로서니.

  어. 그래 우리 편 선배님들 가운데 그 자를 당해 낼 명수가 없다는 거야? '

 

' 명수가 없어면 우리들이 당해 내지!

  우리 수효가 도대체 얼만 데 그런자 하나를 겁내고 지금부터 부들부들 떨고 있대서야.

  그거 어디 숭양파 젊은 제자라는 면목이 설 수 있나! '

 

' 두고 보면 알 노릇이지! 지금부터 지레 겁을 집어먹을 것까지야 ........... ' 

 

웅성웅성하던 장내가 다시 조용해지기를 기다려서 숭양파의 선배 사장급 인물들은

내일 비무대회의 지업적인 여러 문제를 구체적으로 세밀히 상의하고.

각각 흩어져서 자기 방으로 돌아갔다.

모든 문제는 오직 내일을 기다리면서  긴장되고 흥분되고 또한 초조한 시간을

흘러 보내는 도리밖에 없었다.

신룡검이 과연 어떤 태도로 나타날 것인가를 미리 예측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었다.

더디어 하루가 또 지나갔다.

강호가 뒤엎어질 듯이 떠들석하고 모든 사람들이 정신을 긴장과 흥분의 도가니 속으로

몰아넣는 비무대회가 거행되는 날 금사보 안에서는 수많은 호각들이 일제히 요란스럽게

울렸다.

오색이 찬란한 깃발이며 정패 따위들이 멋들어지게 바람에 휘날리며 동서남북 네 군데

보문이 일시에 활짝 개방되었다.

회양 지방 일대를 바람처럼 먼지처럼 휩쓸고 돌아단니던 협객이며 호걸이 너나 할 것 없이

모조리 이번의 무술 경쟁을 구경하고자 앞을 다투어서 금사보로 조수처럼 밀려들었다.

바깥쪽 보루 광장에 널찍하게 마련돼 잇는 경기대 사방으로는 이런 새벽부터 벌써

구경꾼들이 발 디딜 틈도 없이 꽉 들어찼다.

금사보 안에서 단 하루라도 머무럴 수 있었던 사람에게는 누구에게나 높직하고 시원스럽게

차일을 쳐서 마련한 자리를 제공하게 됐지만 오늘 새벽에야 겨우 구경을 하고자 몰려든

수많은 군중들은 누구나 넓은 공지에 선 채로 목을 길게 뽑아가면서라도 구경하는 도리밖에

없었고 미리 입장이 통과된 사람들같이 편안한 좌석이라곤 도저히 차지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

그러나 보루 안에 미리 들어와서 머물러 있던 사람들도 엄격하게 등급을 따져서 자리잡게 하고

경기대 정동 .정서. 두 쪽에 높직하고 화려하게 설치된 귀빈석은 숭앙파와 회양방 인원들의

휴게용 장소로 제공했으니 여기는 오색이 찬란하게 등을 달았고 눈부신 비단을 휘감았으며

자리도 폭신폭신하고 편안했다.

아직도 시간은 꽤 남아 있었다.

이 두 군데 휴게용 자리는 텅 빈 채로 사람의 그림자라곤 하나도 없었다.

정식으로 무술 경쟁이 시작되는 것은 오전 사시(巳時)인데 두시각 전부터 금사보의 빈 터란

빈 터는 모조리 입추의 여지도 없게 됐으며 바깥쪽 보루에 서 있는 사람들도 이제는 완전히

 제자리를 잡아 서서 눈이 빠지도록 시간만 고대하고 있었다.

질서를 정연하게 하기 위하여 바깥쪽 보루에 묵고 있던 내빈들에게도 숙소를 제공함에 있어서

일일이 번호를 매겨서 기록했으며 각각 지니고 있는 명성과 지위와 금사보에 들어온 선후

순서를 따져서 갑. 을. 병. 정. 무 5등급으로 나누어서 숙박증을 만드는 등 혼란과 분란을

피하기 위하여 실로 용의주도한 배치를 했다.

 금사보가 강호에서 유명한 품이란 듣는 사람의 귀를 흔들어 귀머거리를 만들 지경으로

굉장한 것이었고 삼척동자라 할지라도 금사보란 석 자만은 알고 있는 형편이었으니

평소에는 그 근처에 얼씬도 할 수 없고 감히 똑바로 쳐다볼 엄두도 못 내며 더군다나

마음대로 출입할 생각이란 꿈에도 해볼 수 없는 무시무시하고 어마어마한 곳이었다.

 여기에 몰려든 인물치고 평소에 그래도 어디를 가나 내로라고 뽐내지 않은 인물이 없고

삼강사해(三江四海) 어딜 가나 제멋대로 으쓱거리는 위인들이요.

사람을 깔보기 일쑤요.

말을 타거나 배를 타거나 우선적이요.

독점적으로 날뛰며 남의 의사에 만만히 굴복해 본 일이 없는 족속들이다.

 제아무리 뽐내는 위인도 한 번 금사보 안에 발을 들여놓은 이상에는 누구 하나

감히 콧대가 쌘 채도 못하고 곁눈질을 해서 남을 흘겨보지도 못하게 되었다.

모두가 고양이 앞에 쥐같이 찍소리도 못하고 조심조심 제멋대로 까불지 못했다.

 빈 터에 몰려들어서 자리도 없이 서 있는 수많은 관중들은 벌써부터 죽을 지경이었다.

머리 위에는 햇볕이 따갑게 내리쬐어 어지러울 지경이요.

두 다리가 시근시근 맥이 빠져서 그대로 주저앉아버리고 싶은 판인데도

구경을 하고야 말겠다는 악착같은 마음으로 버티고 있는 것이다.

 건너다보면. 저편 높직하게 차일을 쳐놓은 자리에는 좌석도 폭신폭신하고 과일이며

시원한 마실 것이 즐비하게 놓여 있건만 그런 것에 대해서 일언방구도 불평이나

원망을 할 수 있는 사람이란곤 하나도 없었다.

금사보가 얼마나 무시무시한 곳이기에 감히 그 누가 섣불리 추호라도 불평불만을

입 밖에 내놓을 수 있을 것이랴!

 넓은 광장이 사람의 머리로 꽉 차 콩나물 시루 속같이 북적대면서 사람들은

목을 길게 내뽑아 가지고 이리 기웃 저리 기웃 웅성웅성 왁자지껄 야단법석들이었다.

더군다나 앉을 자리도 설 자리도 차지하지 못하고 사람들의 틈바구니에 끼여서

어쩔줄 모르고 갈팡질팡하는 축들은 조급함을 참지 못하고 한 마디씩 중얼거렸다.

 

' 이런. 제기랄! 시간이 다 됐을 텐데 웬일일까? '

 

'정말 하는 건가? 안 하는 건가? '

 

' 어째서 쌍방에서 단 한 사람도 얼굴을 나타내지 않을까?'

 

' 구경거리라곤 말 한 필도 나오지 않는 걸! '

 

바로 이때였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눈이 빠지도록 기다리는 가운데.

홀연 호각 소리가 한바탕 요란 스럽게 울려 퍼졌다.

그리고 바로 그 뒤를 이어서 ................

 

꽝!  꽝!  꽝!

 

징소리가 연거푸 세 번 점잖고 위엄 있게 여러 사람들의 귓전을 흔들었다.

광장에 모여든 사람들은 갑자기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숨소리 하나 기침 소리 하나 제대로 크게 들리지 않았다.

이때 경기대 서쪽으로 나 있는 복도로부터 우르르 몰려나오는 일꾼의 사람들이 있었다.

맨 앞장을 선 것은 작달막한 키에 삐쩍 마른 늙은이 였으나.

두 눈동자만은 사람을 통째로 삼킬 것같이 또랑또랑 매서운 광채를 발산했으며.

턱 밑에는 몇 가닥 수염이 기다라케 늘어져 있는 꼴이.

흡사 오랫동안 얻어먹지 못하여 살이 쭉 빠진 염소 한 마리를 대하는 인상이었다.

이것이 바로 회양방의 새 방주 흑지상인 고비였다.

고비의 얼굴에는 간사스런 웃음이 생글생글 허리를 구부정하고 서편 귀빈석 위로 천천히

걸어 올라왔으며 그뒤로는 도깨비처럼 괴상망측하게 생긴 인물들이 2. 30명이나

따라 나왔다.

 

" 와!"

 

" 야!"

 

" 여!"

 

회양방의 방주 흑지상인 고비와 그가 거느리고 나온 고수급 인물들이

휴게석에 올라가서 자리를 잡고 앉자마자 광장에서는 별안간 천지가 진동할 듯

뇌성벽력 같은 환호의 아우성 소리가 일어났다.

고비는 가볍게 몸을 약간 일어키는 체하고 여전히 생글생글 생쥐 같은 미소를 띠며

경기대 언저리에 몰려 있는 관중들에게 머리를 까딱까딱해 보이고 손을 몇 번 휘둘렀다

떠들지 말고 조용해 달라는 의사 표시였다.

과연. 고비가 한번 손을 휘두러자.

즉각 그렇게 아우성을 치던 관중들도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이때 홀연. 호각 소리가 또 요란스럽게 퍼졌다.

징소리가 처음과 똑같이 연거푸 세 번 조용히 가라앉은 광장의 공기를 흔들었다.

이번에는. 경기대 도쪽 복도로부터 일꾼의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서 걸어나왔다.

맨 앞장을 선 것이 바로 무림에 쟁쟁한 명성을 떨치고 있는 숭양파의 영도자

철장단심 탁창가 였다.

뒤를 따라 나온 것은 늙은이 젊은이 허다한 무림의 영웅들로서 장엄하고 진중한

표정을 하고 차례차례 위풍당당하게 걸어나왔다.

철장단심 탁창가는 학창 금관으로 위엄 있게 몸차림을 했으며.

그 심정이 천근 같이 무겁고 냉정하게 가라앉아 있는 것 같아 보이기는 했지만.

어딘지 모르게 표정에는 침울한 빛이 감돌며 그러한 자신을 추호라도 드러내

보이지 않으려고 애쓰는 품이 역력했다.

그는 고개를 허공을 향해 쳐들고 위엄 있게 활보하며.

광장에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는 수많은 관중들은 눈에도 띄지 않는다는 듯.

본체만체 곧장 휴게용 좌석으로 걸어 올라갔다.

탁창가의 뒤로도 역시 30명쯤 되는 무림의 쟁쟁한 장정들이 따라나왔으며.

숭양파의 정수분자인 젊은 영웅들을 제외하고도 또 몇 사람 초청을 받고

싸움을 거들어주러 온 무림의 고수급 인물들이 섞여 있었다.

숭양파 편의 인물들이 휴게대 위로 올라가서 자리잡고 앉았을 때.

역시 처음과 같이 광장에 있는 수많은 관중들은 일제히 박수 갈채를보냈다.

그러나 그 기세가 회양방 인물들이 나타났을 때의 아우성 소리에 비하면.

여간 떨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이 사실은. 곧 이렇게 많이 몰려든 관중들 속에는 역시 무림의 변두리에서

어정거리며 불순하고 악독한 짓을 일삼고 있는 사파 인물들이 많이 섞여 있어서.

은연중에 회양방의 편이 되어 있다는 것을 여실히 증명하고 있는 것이었다.

 철장단심 탁창가도 역시 형식을 따라서 가볍게 미소를띤 얼굴로 관중들의

박수갈채에 답례를 보냈다.

 이때 난데없이 광장 속으로부터 펑펑펑!

세 번 연거푸 포성이 들려왔다.

그와 동시에 홀연. 경기대 위로 성큼 뛰어오르는 인물이 있었다.

경기대 위로 난데없이 뛰어 올라온 자는 아래 윗도리를 모두 새빨간 옷으로 차린 자였다.

경기대 한복판에 떡 버티고 서니 그 뿜내는 품이며 옷의 색채가 눈부실 지경이었다.

 광장에 모여 있는 모든 사람의 시선이 일시에 약속이나 한듯이 일제히 그자에게로 쏠렸다.

이 새빨간 복장을 하고 있는 자는 경기대 위에 자리잡고 서서도 한참 동안이나 말없이

사방을 둘러보기만 하더니.

별안간 점잖을 빼면서 소리를 질렀다.

 

" 여러분! 오랫동안 기다리시게 해서 심히 죄송합니다!

드디어 작정한 시간이되었읍니다!

이제 곧 비무대회를 여러분과 약속한 대로 거행하겠습니다! "

 

 목청이 터지도록 큰 소리로 이렇게 선포하고 나더니.

그 빨란 복장의 사나이는 껑충 경기대 아래로 뛰어 내려가서 한 옆에 우뚝 서버렸다.

동쪽 서쪽 휴게대에서는 흑지상인과 철장단심이 동시에 그 선포하는 소리를 듣자.

정중하게 자리에서 일어섰다.

멀찍이 떨어진 거리를 두고 둘이서는 서로 바라다보면서 일파 일방의 위엄을 대표하여

자못 채통을 차리고 서로에게 예를 표했다.

고비는 얼굴에 생글생글 생쥐 같은 미소를 띠면서 쨍쨍 울리는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 이 졸자 고비. 불민함도 무럽쓰고 감히 만천하의 여러분을 이 자리에 모시게 됐습니다!

접대상 미비하고 주도치 못한 점은 너그러히 양해해 주시기 바람니다.

오늘의 이 비무대회로 말하자면.

본방으로서 두 가지의 중대한 의의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첫째로는 무술로써 천하의 벗을 사귀자는 큰 뜻이 있고.

둘째로는 비록 천박하고 부족한 공부나마 숭양파 여러분의 고면하신 기술 앞에 한번 통쾌하게

정정당당히 나서보자는 목적입니다."

 

흑지상인 고비는 비록 그 외관은 삐쩍 마르고 볼품이 없지만 한번 입을 열면 그 음성은

앙칼지게 쨍쨍 울렸다.

그의 말소리가 잠시 중단되자.

광장은 찍소리도 없이 죽은 듯 조용해졌으며 모든 시선이그의 입으로만 집중되어서

다음 말을 안타깝게 기다리고 있었다.

 고비는 건너편에 있는 탁창가의 얼굴을 흘끗 번개처럼 스쳐보고 나더니

다음 말을 계속했다.

 

" 숭양파와 회양방은 쌍방이 다 같이 과거의 은혜니 원한이니 하는 것을 이자리에서는

불문에 붙이기로 합시다.!

그러나 오늘날의 비무대회를 하나의 중대한 계기로 삼고 무림의 수많은 인사 여러분

앞에서 명백히 한 가지 단안을 내리기로 합시다!

그것은 즉 어떤 쪽이 승리를 하든 이후로는일체 분규나 갈등을 깨끗이 씻어버리기로

이에 선포하고자 하는 바입니다."

 

여기까지 말하는 고비는 얼굴에 더 한층 간사스러운 웃음을 띠고

그 음성도 더욱 또랑또랑해졌다.

 

" 오늘 거행되는 비무대회의 규칙으로 말하자면.

둘 사이에는 일찍부터 굳은 약속이 맺어져 있습니다만.

이제 이것을 다시 한번 재확인 하는 의미에서 여러분 앞에 공개하여 공약을 삼고자 합니다!

전후 삼 국을 이긴자를 승리한 자로 인정합니다.

일 국이란 곧 삼 장을 연승한 자를말하는 것이며 만약에 어느 일 장에서나 기권을

한다거나 상대방의 무술에 대적할 만한 조건을 갖추지 못한다면 이는 또한 일 장의

패배와 똑같이 간주하기로 정합니다.

무술경쟁 도중에 있어서 사망한다거나 부상을 당한다거나 하는 점에 대해서는

이유의 여하를 불문하고 일체 책임을 지지 않으며 일 장에 한번 출전했던 사람은

다시 출전하지 못하는 것이 규칙입니다."

 

찌렁찌렁 울리는 음성으로 흑지상인이 말을 끝내자.

이번에는 철장단심 탁창가가 대뜸 그 뒤를 이어서 몇 마디 했다.

 

" 고 방주님의 초청과 협약으로써 우리 숭양파가 이런 성대한 비무대회에 참가하게 된 것을

무사의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온 천하무림의 인사들 께서 모이신 이 자리에서

졸자 탁창가는 다년간 흉중에 간직해 두었던 일을 한 번 통쾌하게 솔직하게 말씀 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

 

이렇게 말하는 탁창가의 얼굴에는 갑자기 극도의 슬픔과 분노의 빛이 떠올랐다.

멀리 건너편 회양방의 휴게대를 위엄 있게 바라다 보면서 다음 말을 계속했다.

 

"이번에 회양방이 우리 수양파에 대하여 비무대회를 거행하자고 제의하고 약속한.

첫째목적은 바로 저 해골 사령기를 회수해 들이고자 하는데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당년의 일을 돌이켜 생각하자면 이 사렬기는 금모사왕 오빈기가 우리 파에 바친 것으로서.

당시에 그는 명백히 회양방의 패배를 승인했습니다.

그런데 뜻밖에도 오빈기는 배신과 식언으로써 아직까지도 전 일의 약속대로 방을 해산하지 않고.

이제 회양방이 또다시 우리 숭양파에 도전하게 됐으니.

이도전의 초점은 여전히 사렬기를 회수하겠다는 데 있음이 자명한 바입니다 .

우리 숭양파가  만약에 회양방에게 패하게 된다면 우리는 당연히 약속대로 사령기를 돌려보낼

 것이니 이점에 대해서는 이 탁창가가 추호의 배신도 식언도 없을 것입니다 !

그러나 회양방이 또다시 패배했을 경우에는 과연 그들이 약속을 지켜서 방을 해산 시킬 것인지.

이점에 관해서는 여기 모여 계신 천하 무림의 인사들 께서  그 귀추를 끝까지 주목해 주시기

바랍니다!"

 

철장단심이 이런 말을 끄내자.

광장안은 갑자기 물 끓듯이 와글와글 웅성웅성 야다단 법석이 일어났다.

까닭 모를 고함을 지르는자. 불쑥불쑥 주먹질을 하는자. 두 발로 땅을 구르며 안타까워서

어찌할 바를 모르는 자......................,

또 서쪽 귀빈석 위에서는 회양방의 두목급 인물들이 들먹들먹하며 제 자리를 지키지 않고.

소동을 일어키려고 했다.

제각기 분노의 빛이 얼굴에 타오르고 있었다.

흑지상인은 이 광경을 보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며 껄껄 냉소를 터뜨렸다.

 

" 탁 도장! 그것은 너무나 우리 편을 멸시하시는 말씀이오!"

 

그의 음성은 적이 떨리기 조차 했다.

 

"헤헤헤 .......... 헤헤 ......... 아. 그래. 이 고비가  이미 말한 바와 같이 과거지사는

일체 불문에 붙이기로 하고. 오늘 이 비무대회를 가지고 판결을 짓자는데.

이 .......... . 이 자리에서. 온 천하의 영웅호걸이 모인 이자리에서도 고비의 말을 믿지

못하겠다는 말씀이시오?"

 

고비의 말 소리가 끝나자 마자 어떤자가 미친 듯이 호통을 치는 소리가 들렸다.

 

" 탁창가! 그대는 이번 비무대회에서  그대 편이 꼭 이길 줄로 믿고 있다는 건가?"

 

수만은 관중들은 이 호통소리에 깜짝 놀라서 머리를 쳐들고 바라다 보았다.

알고보니 호통을 친 자는 바로 저 홍의화상 우람부루였다.

그는 고비의 바로 등 뒤에 버티고 서서 두 눈을 무섭게 부릅뜨고 탁창가를 건너다보며

목청이 터져라고 고함을 지르고 있는 판이었다.

흑지상인 고비는 슬쩍 머리를 뒤로 돌리더니 우람부루의 귓전에다 대고 무엇인지 쑥덕거리다가.

두 놈이 턱을 끄덕끄덕하며 원만한 합의를 보았다는 듯이 고비는 자못 여유 있는 웃음을 

생글생글 웃어 보이며 다시 머리를 이편으로 돌리고 제딴에는 아주 정중하게 선언을 했다.

 

" 입으로 시시비비를 가린다는 것은 아무 소용도 없습니다! 

이미 비무대회를 시작하겠다고  선포한 이상에는  공연한 시비로 시간을 지연시키지 말도록

하십시다!

오직. 무술 경쟁으로써만 모든 문제를 판가름하십시다 !

자. 그러면 이제부터 곧 시작하기로 합시다 !"

 

탁창가는 이 말을 듣고 나더니 .

더 이상 가타부타 따져볼 의사가 없는 모양이었다.

정중한 태도로  묵묵히 자기 자리에 앉았다.

 

' 회양방에서는 어떤 놈을 제일 먼저 경기대에 내 보낼 것이냐?'

탁창가는 오직 이점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바윗돌 처럼 든든하고 위엄 있게 숭양파의

고수들을 거느리고 경기대 위만 응시하고 있는 것이었다.

싸움은 곧 시작되었다.

바로 이때. 서쪽 휴게대 위로부터 한 놈이 흘쩍 뛰어 내달았다.

그 놈은 곧장 흑지상인 고비와 회양방의 중진급 인물들이 앉아 있는 좌석으로 달려가더니.

고비  앞에 공손히 서서 정중하게 읍을 했다.

 

"제자 오향이 제일 먼저 경기대에 올라가기로 결심했습니다 !"

 

고비는 자못 만족하다는 듯 대견하다는 듯 아래턱을 끄덕끄덕하며 일 파의 두령으로서.

위신을 갖추어 몇 가닥 되지도 않은 아래턱 수염을 쓰다듬으며 엄격하게 말했다.

 

"오도우는 모름지기 냉정 침착. 경거망동하지 말고 차근차근히 몸을 삼가해서 대결하시오!"

 

오향이란 자는 고비의 명령을 받고 그 자리를 물러나서곧 경기대 앞으로 다가 들어갔다.

한 발로 땅을 쿵하고 한번 구르더니 그대로 껑충 뒤어서  단숨에 경기대 위로 올라섰다.

숭양파 사람들이 앉아 있는 동쪽으로 몸을 돌리더니 쨍쨍한 음성으로 외쳤다.

 

"회양방. 총진. 제십이로. 두목 해조 오향이 제일번으로  여기 나와 도전하오!"

 

해조 오향이 말을 마치더니 두 손으로 허리춤을 떡 버티고 날카롭고 매서운 눈초리로

숭양파 중진급 인물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노려보았다.

덤빌 테면 어떤 놈이고 덤벼봐라 하는 듯. 그 기세가 자못 의기양양했고.

그 태도는 오만불손하기 짝이 없었다.

이때 동쪽 휴게대 위에서도 맨 끝 줄로부터 한 사람이 훌쩍 뛰어 내달았다.

그 역시 숭양파의 영도자인 탁창가 앞으로 먼저 가더니.

정중하게 서서 공손히 몸을 굽히고 말했다.

 

" 제자 황영이 저 비적 놈과 대결하겠습니다!"

 

철장단심 탁창가는 한참 동안이나 말 없이 깊은 생각에만 젖어 있었다.

그러나 무엇이라고 지시를 내리지 않을 수 없는 순간이었다.

그저 머리를 끄덕끄덕하더니 지극히 가라앉은 음성으로 천천히 입을 열었다.

 

" 황 도우! 적을 대함에 자신의 몸을 민첩하게 사릴 것은 물론.

결코 자신이 굳세다는 것을 믿고 경솔하게 뽐내는 일이 없도록 조심해 주기 바라오!"

 

황영은 탁창가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당장에 훌쩍 몸을 날려 경기대 위로 올라섰다.

우뚝 올라 서서  채 자기 위치를 잡기도 전에 상대방인 해조 오향이란 자가 불쑥 밷듯이

떠드는 말이 있었다.

 

" 대결하겠다고 나타난 자라면 먼저 통성명을 해라!

이 해조 오향이 비록 말학후진의 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어디서 굴러 돌아다녔는지도 모르는 무명지졸하고 맞서기는 싫다 !"

 

숭양파의 황영은 오향이란 자의 이렇게 안하무인격인 오만불손한 말을 듣더니

내심 몹시 불쾌한 모양이었다.

또 황영도 성미가 남 못지않게 알칼져 보이며 그 날카로운 눈초리가 조금이라도.

남에게 지기 싫다는 기색이었다.

대뜸 청산유수 같은 입심으로 오향을 매도해 버리는 것이었다.

 

"이편에서 아직 자리잡고 서지도 않으셨는데. 원숭이 같은 상판을 해가지고.

뭣이 그다지 조급하단 말인냐 !

네 꼬락서니를 보아하니 사람의 탈을 쓴 데라곤 한 삼 푼쯤밖에 안 되고 나머지 칠 푼은

도깨비가 되다가 찌부러진 작자 같구나 !

이름이 향자인지 몰라도 향내라곤 털끝만큼도 풍기지 않고 구린내만 풍기는 작자야 !

감히 여기가 어떤 자린줄 알고 함부로 주둥이를 놀리는 거냐?"

 

해조 오향이란 자는 이렇개 한바탕 황영에게 조롱을 당하고 보니 약이 오를 대로 올랐다.

눈.코. 귀. 입 ............ 칠규에서 모조리 연기가 훅훅 뽐어져 나오는 듯.

오장육부에서 불을 확확 토해 내는 듯 약이 올라서 씨근벌떡 거리는 품은.

그가 여태까지 위엄을 떨던 채통을 엉만진창으로 만들어버렸다.

그러고 보니 오향의 모습이나 체격이 아닌게 아니라.

도깨비나 원숭이보다 좀 나을까 말까 할 정도로 괴상망측해 보였다.

황영의 말이 끝나자.

경기대 아래 관중석에서는 웃음소리가 우레같이 터졌다.

 

"와하하하............그러고 보니 정말 원숭이 같은 상판이로구나 !  와하하하........... "

회양방의 해조 오향이란 자는 관중에게까지 조롱거리가 되고 보니.

약이 오른니 어쩌느니 하는 문제가 아니었다.

 

'저런 괘심한 놈 같으니 ! 내. 무슨 일이 있더라도 저놈을 혼을 내줘야만 .........

 도저히 참고 볼 수 없다 ! '

 

그 이상 입을 열어 상대해 봤댔자.

자기에게 불리하리라는 것을 깨달은 오향은 한시바삐 상대방을 무술의 힘으로써.

거꾸러뜨리는 길밖에 분풀이 할 방법이 없다고 단단히 결심을 했다.

두말 없이 몸을 움츠러뜨리는가 하는 찰나에 오향은 이를 부드득 갈더니.

두 팔을 홱 뽑아서 맹렬한 손바람을 일어켜 황영에게 제1탄을 쏘았다.

황영은 상대방이 약이 올라서 앞뒤를 헤아리지 않고 손을 쓰고 덤비드는 것을 보자.

두 다리를 자유자제로 여유 있게 움직이면서 몸을 살짝 옆으로 피했다.

상대방이 공격해 들어오는 양장의 손바람을 슬쩍 받아넘기면서 여전히 독설을 퍼붓는 것이었다.

 

" 이크! 이게 도대체 어디서 배워먹은 무술의 술법이란 말이냐?

 마치 이건 원숭이가 발톱으로 장난질을 치는 격이로구나?"

 

오향이란 자는 두 손바닥이 일어킨 바람이 모조리 허탕을 치고 말게 되자.

더 한층 울화통이 터지는 듯목청을 뽑아서 지껄여대는 것이었다.

 

" 네 이놈! 어디 더  두고 보자 ! 네 따위 놈이 감히 이 어르신 앞에서 함부로 까불다니 !

 네 놈을 이 경기대 아래로 산 채로 내려가게 내버려둔다면.

 오늘 당장 회양방 총진의 두목이란 명칭을 냉동댕이쳐 버리겠다 ! "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손발을 재빨리 놀리며 황영을 정면으로 대하고.

그 앞가슴을 노리며 맹렬한 손바람의 공격을 가했다.

손을 뿌리치고 휘두르고 하는 품이 심히 지독하고 야무졌으며

또한 전심전력을 기울리는 모양이었고 무섭게 두리번거리며 상대방에게 통 어떤 틈이나

허를 주지 않겠다고 버티는 두 눈동자의 사나운 품에는 황영을 거꾸러뜨리기 전에는

절대로 굴복하지 않겠다는 완강한 투지가 만만했다.

 

'하 ! 이놈이 약을 올렸더니 노기가 충천했다는 거지 !

 불덩어리같이 날뛰는 품이 대단한데 !'

 

상대방인 황영은 내심 이런 생각을 하면서 표면상으로는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태연자약한 체를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극도의 경계심을 게을리 하지 않고 있었다.

 

'상대방을 깔보고 우쭐거리지 말아라 !'

 

철장단심 탁창가가 신신당부한 말도 결국 이 점이리라 !

 

'추호라도 소흘히 다루어서는 안 된다!'

 

이렇게 황영도 정신을 바짝 차리고 해조 오향과 진지하게 대결하기 시작했다.

경기대 위의 두 인물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차첨 각자가 지닌 진짜 실력과 재간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뛰고 솟구쳐 오르기를 마치 새가 날 듯했으며 주먹이 오고가고 발길질이 엉클어지고 ............

이젠 둘은 입으로 떠들 겨를도 없는 모양이었다.

지느냐 이기느냐의 싸움은 시간이 흐를수록 긴장의 도를 더해갔다.

경기대 아래 콩나물 시루 속같이 모여 있는 관중들의 새카만 머리들이 꼼짝도 하지 않았다.

모던 사람들의 시선이 긴장되어 가는 경기대로 쏠렸고 숨을 죽이고 손에 땀을 쥐면서.

해조 오향과 황영의 일거일동을 쏘아보고 있는 판이었다.

그 많은 관중 가운데 일부에서는 회양방의 승리를 애가 타서 바라고 있었으며.

또 일부에서는 숭양파가 이기기를 바라며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고 있는 것이었다.

동서 양쭉 휴게대 귀빈석 위에 자리잡고 있는 회양방. 숭양파의 중진급 인물들은

누구보다도 애가 타고 긴장이 녹아들어갈 지경이었다.

서쪽 휴게대 위에 있는 흑지상인 고비는 싸늘한 눈초리로 연방 흘끗흘끗 곁눈질을 해가면서

어느 정도 정확한 판단을 내리고 있었다.

그것은 해조 오향과 황영의 실력이 공교롭게도 백중지세에 있다는 점이었다.

단지 해조 오향이 정신을 가다듬고 침착하게만 임한다면 결코 상대방에게 패하지

않으리라는 판단을 내렸다.

그러나 사태는 그렇게 고비가 낙관할 만한 형편이 되지 못했다.

오향이란 자는 한번 황영에게 조롱을 당하고 노기가 충천하자.

그 순간부터 마음과 몸이 들떠서 침착성을 잃어버렸고.

비록 목전에 있어서 그가 손이나 몸을 쓰는 품이 야무지고 날쌔다고 하지만.

시간을 오래 끌게 된다면 과연 어느 정도까지 지탱을 해낼지가 의문인 것이다.

이런 점을 간파하지 못할 고비가 아니었다.

고비는 마음이 몹시 초조해졌다.

그러나 한번 싸움터에 내보낸 선수는 무슨 일이 있어도 다시 불러들일 수 없는 게 엄격한 규칙이었다.

 

'흠! 저 오향이란 친구가 만약에 여의치않을 경우에는?'

 

고비는 초조하기 이를데 없는 안타까운 마음을 혼자 부등켜안고.

다음 제2번으로는 어떤 인물을 경기대에 내보낼 것인가 하는 것까지 곰곰히 궁리를 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동쪽 휴게대 귀빈석에서는 철장단심 탁창가 역시 초조한 심정이 아닐 수 없지만.

그는 그대로 판단하는 바가 있었다.

황영과 오향의 무술 실력이 얼핏 그 상하 우열을 속단하기가 어려울 정도라 하지만.

황영이란 인물은 심성이 끈덕지고 짓궃은데다가 상대방인 오향의 성미를 발끈하고

치밀어오르도록 자극을 주어서 정신적으로 한풀 꺾어놓고 슬슬 구슬리듯 다루는

작전을 구사하고 있음을 알아챌 수 있었다.

한 마디로 황영이란 인물은 민첩하고 기지에 차 있을 뿐만 아니라.

그가 지닌 침착성이라는 장점으로 인해서 절대로 패하지 않으리라는 판단을 할 수 있었다.

그래서 철장단심 탁창가는 내심 여간 기쁘지 않았다.

또 다른 관점에서 기술적인 면으로 파고 들어가봐도 황영이란 인물의 무술 솜씨는

이미 어느 정도로 일가견을 이룬 것이라고 할 수 있었고 이대로 지구전을 계속한다면.

승리는 반드시 그에게 돌아갈 것 같아서 적이 마음을 놓고 있었다.

백중지세로 싸움은 계속되었다.

과연 해조 오향과 황영이 50여 합을 맞부딪혀서 백열전(白熱戰)을 계속하더니.

양쪽이 다 같이 맥이 빠지기 시작했다.

숨 막힐 지경으로 계속되어가던 긴박감이 점점 식어가기 시작했다.

해조 오향은 천천히나마 놀리기는 하지만 .

그 씨근 씨근 하는 품이 어떻게 해서 한숨을 돌리고 다만 몇 초 동안이라도 쉬고 나서

다시 공격을 해봤으면 하는 눈치였다.

그러나 상대방인 황영이 그런 여유를 줄 까닭이 없었다.

본래가. 처음에 해조 오향이 발끈 성미를 부리고 노기충천 하여 맹렬히 손바람을 자랑하며.

공격을 개시 했을 때 황영은 벌써 그 순간에 재 빠르게 상대방을 간파했었다.

이편도 똑같이 흥분할 것 없이 슬쩍슬쩍 싸우는 체하고 몸을 사리면서 상대를 해주고.

어디까지나 자기의 진짜 힘을 몽땅 쏱아놓아서  무리한 힘을 써가며 대결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었다.

해조 오향이 손발을 놀리는 품이나 점점 더 맥이 빠지는 품이 눈에 띄도록 현저해졌지만

황영은 아직도 태연자약하게 여유를 두고 버티며 그의 진짜 힘을 아직도 발휘하지 않고

있는 것이었다.

해조 오향은 마침내 헐떡헐떡 숨이 차서 견디기 어렵다는 듯.

그렇게 만만하던 투지도 맥없이 꺼저 들어가는 판이었다.

날쌔기도 남 못지않고 기지 또한 풍부하게 지니고 있는 황영이 상대방이 숨이 차서

헐떡거린다고 쉴 만한 여유를 줄 까닭이 없었다.

 

' 이때를 기다렸다 ! 이게 절호의 기회가 아니냐! 공격이다! '

 

황영은 여태까지 질질끌고 시간만 지연시키던 술법을 돌변해 가지고.

즉각 수세에서 공격을 취했다.

한 발자국 또 한 발자국 육박해 들어갈때마다 오향의 급소만을 노리고 공격을 가하며.

도저히 한 곳에서 지탱하고 서 있을 수 없을 지경으로 맹렬한 공격을 가하니.

털끝만한 틈도 없었으며 제대로 숨을 쉴 만한 여유도 주지 않는 것이다.

한번. 또한번. 해조 오향은 연거푸 세번이나 처들어오는 황영의 공격을 간신히 막아내기는 했으나.

이미 손과 발이 초점을 완전히 잃고 흔들흔들 휘청휘청하기 시작했다.

 

' 이크! 이놈이 이제부터 ......... '

 

가슴이 선뜻해진 오향이 그대로는 도저히 감당해 낼 수 멊다는 판단을 내리자.

재빨리 한쪽 손을 어깨 위로 돌리더니 한 자루의 무기를 번개같이 뽑아 들었다.

그것은 삼첨양인의 마도였다.

바로 그때 황영은 용은패미라는 술법을 써서 몸을 돌린 채로 상대방에게 맹렬한 손바람의

습격을 가하려는 찰나였다.

바로 이 찰나에 오향은 칼을 뽑아들고 황영의 오른쪽 어깨를 겨누고 후려쳤다.

아차하는 아슬아슬한 순간 황영이 그대로 그 칼에 맞을 리 없었다.

숭양파의 황영은 해조 오향이 등에서 무기를 뽑아 들려는 것을 확인하는 찰나에.

여태까지 돌아선 채로 상대방을 공격하려던 자세를 재빠르게 홱 뒤집어버렸다.

쓰고 있던 술법을 돌변하여 몸을 돌리려고 정상적으로 회복하여 살짝 구부리더니.

입으로는 쉴새없이 냉소를 퍼부었다.

 

" 히히히.........히히 ..........사람축에도 못 끼는 놈이로구나! "

 

하면서. 그도 또한 한쪽 팔을 날쌔게  놀려 무기를 뽑아 들며 여유만만하게 외쳤다.

 

" 이게 무슨 개수작이냐?

 몇 푼어치 안 되는 재간이 밑바닥이 드러나니까.

 이제연장을 꺼내 가지고 해보자는 거냐!  하하하 ..............."

 

경기대 아래 관중들은 그 소리를 듣더니

또 한바탕 까르르 웃음을 터뜨렸다.

무술이란 것을 다소나마 아는 사람들이 본다면 오향 편에서 먼저 칼을 뽑아 든다는 것은 

주먹이나 손발을 가지고는 상대방을 감당해 낼 만한 재간이 모자란다는 사실을 솔직히

시인한다는 것이다.

꼴사나운 모습을 한 오향이 실력도 부치는데다가 황영이 몇 마디의 조롱을 퍼붓는 것을 보니

수많은 관중들은 참지 못하고 웃음보를 터뜨려버린 것이다.

해조 오향은 이때. 극도의 초조와 분노가 불길처럼 타오르는 듯 비록 몸에 지니고 있는

진짜 힘을 이미 꽤 많이 소모해 버렸다고는 하지만 이왕 뽑아든 무기를 가지고라도 끝까지

해보겠다는 배짱으로 황영을 노려보며 씨근씨근 산채로 집어삼키거나 껍질이라도.

벗기지 못하고는 황영에 대한 분풀이를 단념하지 못하겠다는 듯.

그 눈초리는 불똥이 튀는 듯이 무서워졌다.

오향의 몸이 미친 듯이 솟구쳐 오르며. 뽑아든 컬끝이 황영에게로 향하더니.

그대로 벌컥 찌르고 대들며 씨근씨근 숨찬 목소리로 소리를 지르는 것이었다.

 

"망할 자식! 이 잡종아! 내. 네놈하고 사생결단을 하지 않고는 못 놓겠다 ! "

 

오향은 초조한 나머지 목숨을 내걸고 발광을 하며 덤벼드는 것이었다.

이것을 알아차린 황영은. 이제야 말로 상대방를 소흘히 다루어서는 안 될 때라고 판단했다.

또 오향이 뽑아 든 칼로 말하더라도 중량도 상당히 나가는 무시무시한 것이니

절대로 섣불리 맞닥뜨릴 물건이 아닌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황영은 몸을 살짝 전광석화같이 날쌔게 뽑아서 쳐들어오는 칼 끝을 피해 버리고.

그와 똑같은 찰나에 자기 손에 뽑아든 색자창으로 오향의 허리를 뒤편으로 습격해 들어갔다.

황영의 이 색자창으로 말하면.

창의 부드러움과 강직함 두 가지 장점을 모조리 지니고 있는 독특한 무기였다.

그러니까.

 적의 무기의 길고 짧은 점을 확인하고 나서 그 사용법을 결정하는 것으로서.

만약에 적의 무기가 기다란 것이라면 색자창은 부드러운 방법으로 대항하는 것이며.

만약에 적의 무기가 잛은 것이라면 색자창을 강직한 병기가 되어서 그것과 맞닥뜨리게

되는 것이었다.

해조 오향의 삼첨양인의 마도가 불쑥 찌르고 덤벼들었을 때 황영의 색자창도

이미 화살처럼 빠른 속도로 찌르고 들어갔다.

오향은 당황한 김에 급히 몸을 돌려 피하면서 마도로써 색자창을 막아냈다.

그러나 오향은 황영이 쓰고 있는 색자창이 얼마나 무서운 물건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칼로서 이 창을 가로막게 된다면.

이야말로 황영의 뜻대로 된다는 사실을 알 까닭이 없었다.

황영은 상대방의 칼이 자기 차을 가로막는 것을 보자.

창을 뒤로 물리려 하지않을 뿐더러 도리어 창날을 꼿꼿이 새워서는 맞닥뜨린 무기와 무기가

지니고 있는 힘으로써 강약을 판결 지어버리자는 배짱이었다.

이렇게 되고보니 오향에게 가해지는 상대방의 압력은 더욱 강해지기만 했다.

오향은 자기가 잡고 있는 무기의 둔중하고 억센 힘으로써 황영의 색자창을 막아내면서

그 틈을 타서 슬쩍 손을 돌려 황영의 팔목을 틀어 쥐려고 했다.

그러나 어찌 뜻했으랴!

오향의 마도와 황영의 색자창이 한번 맞닥뜨리게 되자.

황영은 그대로 불쑥 몇 걸음을 앞으로 다가들며.그와 동시에 색자창이 돌연 부드러워 지더니 움츠러지는가 하는 순간에 그대로 마도의 칼날을 바짝 휘감아 버리는 것이었다.

그리고 황영이 오른손을 뒤로 낙아 채니.

오향은 어쩔 수 없이 몸이 앞으로 고꾸라지게 됐다.

이순간에 황영은 왼쪽손으로 돌연 한 자루의 날카로운 비수를 뽑아 들더니 .

오향의 오른쪽 겨드랑 밑을 노리고 질풍같이 찔러 들어가는 것이었다.

만약에 이 비수를 피하고자 한다면 반드시 손을 물리치고 칼을 버려야만 될 판이었다.

눈 깜짝하는 찰나에. 달리 어찌할 도리가 없이 정세는 긴박해졌다.

마침내 오향은 칼을 던지고 몸을 옆으로 뽑아버렸다.

그러나 이렇게 오향이 죽을 힘을 다하여 간신히 황영의 신변으로 부터 몸을 옆으로 빼고.

채 자리잡고 서기도 전에 이번에는 황영이 색자창을 휘두르며 육박해 들어오는 것이었다.

서슬이 새파랗게 매서운 광채를 발산하는 황영의 색자창끝은 곧장 오향의 앙가슴을

겨누고 찔러 들어갔다.

이때 해조 오향이 발을 붙이고 있는 지점은 이미 경기대 변두리에 접근해 있었다.

또다시 한 발자국이라도 뒤로 물러선다면 경기대 아래로 내려가는 길밖에 없고 경기대 아래로 내려서지 않는다면 즉각 황영의 창 끝에 찔려야만 될 판인데 오향은 유일한 무기인 마도를

이미 던져버렸으니 맨손으로 그 창 끝을 가러막는 도리밖에 없는 아슬아슬한 판이었다.

이제는 몸을 피해 보려 해도 그 이상 더 피할 곳이 없었다.

단지 황영의 창 끝 아래 주저앉아서 창피를 무럽쓰고 엉금엉금 경기대 아래로 기어 내려가서

패배를 자인하고 두 손을 높이 드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오향이 결국. 황영의 창 끝에 찔리고 마는냐 하는 순간에 관중들은 손에 땀을 쥐었다.

사람이란 극도로 다급해 지면 앙큼스런 꾀가 생각나는 법이다.

해조 오향도 오갈 데 없는 이 막다른 지점에서 앙큼스럽게도 몸을 살짝 쭈그러뜨렸다.

몸을 바싹 움츠려뜨리니 키가 절반이나 줄어들었다.

그대로 경기대 변두리에 찰싹 붙어 앉아서 상대방의 공세를 피해 보는 도리밖에 없었다.

그러나 황영은 공격의 속도를 그대로 계속해서 육박해 들어가며 조금도 늦추지 않았다.

오향이 쭈그리고 주저앉아버리는 찰나에 황영의 날카로운 창끝은 바로 오향의 머리털을

바짝 스치고 지나쳐 갔다.

일격으로 상대방을 꼼짝 못하도록 제압해 버리자는 최후의 공격 같았다.

왈칵! 수많은 관중들의 시선이 이 아슬아슬한 창 끝으로 쏠리는 순간 .

황영은 너무나 과격하게 창 끝으로 온갖 힘을 기울였기 때뭄에 전신이 앞으로 벌컥.

쓰러질 것만같이 비틀비틀됐다.

황영의 앞가슴이 흘쩍 풀어헤쳐지면서 거기에 커다란 허가 드러나고 만 것이었다.

쌍방이 똑같이 아슬아슬한 찰나였다.

오향이 비록 몸을 쭈그리고 주저앉아버리기는 했다지만 이 찰나에 어쩔 수 없이 드러난

황영의 앙가슴의 틈을 노리고 약싹빠르게 일격을 가했다면 어찌 될지 알 수 없는 형국이었다.

황영 역시 여기에서는 꼼짝도 하지 못할 만큼 온갖 힘이 창끝으로만 쏠렸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런 위기일발의 경우에서 소위 명사의 제자라는 실력이 숨길 수 없이 드러나는 법이다.

쓰러질 듯 쓰러질 듯한 아슬아슬한 찰나에 황영은 역시 주춤하더니 두 발로 그 위치에서

몸을 버티고 서 버렸다.

관중들이 손에 땀을 땀을 쥐는 바로 그 순간.

황영은 또한 재빠르게 몸을 슬쩍 뒤로 뽑아서는 한쪽 손을 두어 번 후들후들 떨더니

그의 색자창을 날쌔게 거둬들였다.

다음 순간 황영은 훌쩍 몸을 허공으로 솟구쳐 올려 오향의 머리와 목들미를 노리고

화살처럼 날아드는 것이었다.

이번에는 허공에 뜬 채로 발길을 높이 쳐들어 단번에 오향을 걷어질러 버려서

끝장을 내보자는 공격이었다.

아래에서 위로 위에서 아래로 변화무쌍한 황영의 공세에는 오향도 이제는 그 이상

몸을 피할래야 피할 곳이 없어졌고 그대로 경기대 아래로 굴러 떨어지는 도리밖에 없었다.

오향이 굴러 떨어지는가 하고 관중들이 또 한번 손에 땀을 쥐는 찰나에.

별안간 걸걸한 음성으로 호통을 치는 소리가 들렸다.

 

"잠깐만 ! "

 

그 호통 소리는 서쪽 휴게대에서 일어났다.

호통소리와 함께 사람의 그림자 하나가 흘쩍 허공으로 날더니.

바로 오향과 황영의 신변 가까이 와서 우뚝 내려섰다.

그는 손에 단단히 잡고 있는 무기를 불쑥 두 사람 사이로 내밀어 우선 황영의 공세를 가로막았다.

이 순간에 오향은 눈치 빠르게 벌떡 일어서서 제 위치를 도로 찾았다.

바람처럼 날아든그 인물은 벌떡일어선 오향에게로 고개를 돌리더니

흥분한 어조로  몇 마디를 던졌다.

" 자넨. 내려가 있게! 요 따위 버릇없는 놈은 내가 대신 해치울 터이니 !"

해조 오향이 경기대에서 뛰어 내려가버린 후에야. 황영은 난데없이 날아든

그 인물을 똑똑히 바라보았다.

40 전후의 두 볼에 수염이 덥수룩하고 건장하게 생긴 장정이었는데.

손에는 한 자루의 강철로 대가리를 만든 이공괴(李公拐)라는 길쭉한 몽둥이를 든든히 쥐고 있었다.

한 놈을 완전히 제압해 버린 황영은 투지만만한 기세로 또한번 창을 번쩍하고 높이쳐들었다.

전후를 헤아릴 것도 없이 다짜고짜로 둘째 놈에게 쳐들어가자는 기세였다.

바로 이때 별안간 황영의 등들미에도 흘쩍 날아드는 인물이 하나 있었다.

그도 땅에 내려서자마자 위엄 있는 음성으로 호통을 쳤다.

 

" 황영아우. 잠깐 물러나시오 ! 우리는 이번 무술대회의 규칙을 엄격하게 지켜야 되오 !

한 사람에게 연거푸 두 사람이나 듬벼드는 일은 없소 !

이번에는 내가 이 자를 상대로 싸워보겠소! "

 

이때 홀연 징소리가 요란스럽게 울렸다.

꽹꽹꽹 !

연거푸 세 번을 울리는 징소리를 듣고 황영이 머리를 돌려 뒤를 돌아다보니.

거기에는 바로 낭월대사의 큰제자인 법명이 위엄 있게 버티고 서 있는 것이었다.

황영은 그제서야 법명의 말대로 흘쩍 경기대 아래로 뛰어 내려와서.

동쪽 휴게대 위 제자리로 돌아갔다.

법명은 황영이 이미 경기대 아래로 내려갔다는 것을 확인하자.

즉시 두 손을 한데 모아 몇 번인가 절레절레 흔들어서 인사를 표시하고 .

상대방인 우락부락한 장정에게 말을 던졌다.

 

"소승 법명이. 이번에는 훌륭하신 무술의 가르침을 받고 싶소.

시주님의 대명은 뉘라 하시는지 감히 알고자 하오 !"

 

그 수염이 덥수룩하고  우락부락하게 생긴 장정은 법명의 태도가 아주 단정하고

말솜씨도 매우 부드럽고 예의를 찾으려드는 것을 보자.

이편에서도 제법 체통을 차리고 점잖게 응수했다.

 

"소생은 바로 회양방 총진의 두목 새철괴 도방이오! "

 

법명이 이 말을 듣더니 다시 머리를 끄덕끄덕하며 아는 말이.

 

" 도 시주님께서는 이번에 소승과 대결하심에 무기로서 승패를 겨루실 작정이시오?"

 

이것은 심히 뜻밖의 질문이었다.

새철괴라는 장정은 경기대로 대들었을 때.

이미 그의 손 안에서는 무기가 번쩍번쩍 날카로운 광채를 발하고 있었으니.

법명이 여태까지 구것을 보지 못했을 리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법명은 두 손에 아무것도 든 것이 없이 알몸으로 경기대에 뛰어든 판이었다.

 수염이 덥수룩한 장정은 법명이 두 번째 묻는 말을 듣더니.

그 말이 무슨 뜻인지알아챘다는 듯이 별안간 껄껄 호탕하게 웃어젖혔다.

 

" 아하하 .........핫.........핫!

 이 도방은 이래뵈도 그다지 비급한 위인은 아니오 !

 무기없는 상대방에게 무기를 쓰며 덤벼들 만큼 비급한 싸움은 하지 않소!

그점은 우리 피차간에 좋도록 결정하고 싸웁시다 !

무기를 버리고 깨끗이 손발만 가지고 대결해 보자면 이 또한 쾌히 응할 용의가 있는 도방이오! "

 

새철괴 도방의 말을 듣자 법명도 따라서 가볍게 웃어 넘겼다.

 

" 하하하 ......... 그야 물론 그러시겠지만 소승은 시주님의 몽둥이의 술법이 정통하시고 기묘하시다는 소문을 미리 전해 들은 지 오래이니.

오늘은 그 탁월한 술법을 남김없이 구경시켜 주시기 바라는 바이오! "

 

도방이란 자는 본래부터 막돼먹은 위인이었다.

무엇을 더 침착하게 생각해 보려 들지 않았다.

법명의 말을 듣고보니.전후를 헤아릴 겨를도 없이 화가 욱하고 치밀었다.

별안간 언성을 높이더니 벽력같이 호통을 치는 소리가.

 

" 뭣이 어쩌고 어째?

 그대는 이 도방한테 무기를 써서 대결하라는 말이지?

 그러면 그대는 어째서 무기를 쓰지 않고?

원. 천하에 아니꼬운 놈을 다 보겠군!

내 무기를 네놈은 빈 두 주먹으로 감당해 낼 수가 있다고?

나를 얕잡아보고 덤빈다는 수작이지?

하하하 ......... 어디 정 그렇다면 한번 ............. "

웃음소리가 채 끝나기도 전에. 도방은 손을 슬쩍뒤집더니.

손에 잡고 있던 이공괴 쇠몽둥이를 등 뒤에 꽃아버리고 두 주먹을 불쑥 내밀었다.

그대로 법명을 향하여 육박해 들어가며 여전히 호통을 첬다.

" 네 이 앙큼스러운 놈! 누구를 감히 깔보구? 네. 이런 비급한 싸움은 하지 않는다.

어디 내 주먹 맛을 한번 볼 테면 톡톡히 봐라!"

 

경각을 지체치 않고 쳐들어오는 도방의 공세를 보고 법명은 상대방의 힘이

결코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을 재빠르게 간파했다.

법명도 곧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법명은 상대방을 슬쩍슬쩍힘 안 들이고 다루어보자는 작전을 썼다.

상대방과 같이 몸을 날쌔게 놀리면서도 시종 수세를 취하고 이편이 먼저 공격을

가하지는 않았다.

이렇게 대여섯 번을 맞닥뜨려보았을 때 법명은 이미 상대방의 실력을 정확하게 판단했다.

새철괴 도방이 대단한 적수가 되지 못한다는 자신을 얻은 것이었다.

 

'흠! 이놈은 어지간히 시간만 끌어 나가면 저절로 나가떨어질 놈이로구나! '

 

당장에 선뜻 거꾸러뜨리기엔 만만치 않은 놈이었다.

줄기차게 참고 견디면서 살짝살짝 가볍게 다루면서 기운을 빼놓는 작전을 쓰면

문제없이 승리 하겠다는 법명의 확신에서 싸움은 여태까지와는 딴판으로 지극히 온건하게

조용히 전개된 셈이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그들은 30여 합을 대결했다.

도방은 그의 자랑으로 삼는 서우망월(犀牛望月)이라는 술법을 써서.

두주먹을 하늘 높이 불쑥 쳐들고 앞으로 맹렬히 육박해 들어갔다.

그러나 법명은좌마침요의 재간을 부려서 살짝 진형을 낮추면서 오른손에다 힘을 모아서는

맹렬한 손바람을 일어켜 도방의 왼쪽 허리깨를측면으로 전광석화같이 쳐들어갔다.

자기의 주먹이 허탕을 치고 도릴어 상대방의 손바람이 쳐들어 오는 것을 깨닫자

대뜸 팔을 흘쩍 뒤집어서 힘을 더 주어서 재빠르게 살짝 허리춤을 움츠러뜨렸다.

새철괴 도방은 허리춤을 움츠러뜨려서. 정통으로 습격해 들어오는 법명의 맹렬한 손바람을

일시 피하기는 했으나 다음 순간에 상대방이 또 어떤 공격을 가해 올지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 이때다! 다부지게 일격을 가하면 제놈이 넘어가지 않고는 배겨내지 못할 것이다! '

 

이런 자신이 생긴 법명은 경각을 지체치 않고 연거푸 반룡퇴라는 묘기를 힘껏 발휘하여.

두 다리를 엇비슷하게 꼬아가지고 그 틈에다 도방의 두 다리를 틀어넣고 꼬아버려서.

마치 나사 못을 조이듯이 옴짝달싹 못하게 해버릴 작정으로 도방의 하반신에다

맹렬한 공격을 가하면서 육박해 들어갔다.

 

"저런! 조금만 더 ! 조금만 더! "

 

수만은 관중 속에서는. 이구석 저구석에서 손에 땀을 쥐고 회양방의 도방이 나가 떨어지기를

바라며 이렇게 안타까운 어조로 법명을 응원하는 소리가 쉴새없이 들렸다.

이때. 도방은 몸을 돌려 허리춤을 움츠려뜨린 채 두 발이 땅에 꿋꿋이 붙어 있지도 못했고.

자세도 어떻게 가져야 할지를 몰라.

극도로 위태로운 형세에 처해서 망설이고 있는 찰나에.

연거푸 법명의 두 다리가 습격해 들어오는지라.

대뜸 몸을 허공으로 솟구쳐 껑충 뛰어보려고 무척 애쓰는 모양이었으나.

이미 소모된 힘이 너무 컸기 때문에 그것이 용이치 않아 보였다.

 

' 쓰러진다 ! 도방이 거꾸러지고 말 것이다! '

 

극도로 긴장된 관중의 눈초리가 도방에게로 쏠리는 찰나.

역시 기초를 착실히 연마한 무술이란 무시할 수가 없었다.

도방은 이 위기일발의 찰나에 가슴을 불쑥 앞으로 내밀고

아랫배를 살짝 움츠려뜨리더니 죽을 힘을 다하여 땅 위에서 뛰어오르는 데 성공했다.

일단 몸을 뒤로 뽑아가지고 자세를 바로잡아보자는 배짱이었다.

그러나 법명은 확실히 한 수 앞을 내다보고 있었다.

도방이 몸을 움직이려는 찰나에 벌써 이런 수법을 쓰리라는 것을 약싹빠르게 간파한 법명은.

 

'요놈! 그렇게 만만히 내 손아귀에서 빠져나갈 수 있을 줄 알고! '

 

이를 악물면서 왼쪽 다리에 힘을 주어서는 막 땅 위에서 껑충 뛰어 오르는 도방의 복사뼈를

정통으로 내질러버렸다.

치명적인 일격이었다.

새철괴 도방은 찍소리도 못하고 당장에 경기대 위에서 아래로 나둥그라져 떨어져버리더니.

 

"아이쿠! "

 

하는 신음 소리와 함께 아픔을 참지 못하고 땅 위에 졸도하고 말았다.

쇠몽둥이를 잘 쓴다고 뽐내던 새철괴가 그야말로 한 자루의 쇠몽둥이처럼 말 한 마디 못하고

뻗어버린 것이다.

새철괴가 패배를 당하고 경기대 아래로 꺼져버린 다음 법명도 몸을 돌려 경기대 아래 수많은

관중을 향해 절을 꾸벅하고 나서 조용히 동쪽 휴게대로 돌아갔다.

괭괭괭!

은징이 세 번 또 요란스럽게 울렸다.

와! 야!

무수한 관중 속에서 숭양파가 승리하기를 희망하는 여러 사람들이 일시에 우레 같은 환호성을

터뜨렸다

철장단심 탁창가는 동쪽 휴게대에 단정히 앉아서.

그 심각하고 장엄하게 긴장된 표정이 시종 추호도 변함이 없었다.

그러나 법명이 새철괴 도방을 통쾌하게 물리쳐버리고 자못 유유한 태도로 인사까지 하고

퇴장하는 것을 보자.

심중으로는 입 밖에 내지 못하는 쾌재를 부르는 것이었다.

 

' 그러면 그렇지! 우리 편이 정정당당히. 그리고 용감하고 재치있게 싸우고 있다! '

 

무술 경기의 막을 오리자마자.

숭양파는 두 판을 연승한 셈이니.

탁창가의 기쁨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한 판을 더 이기게 되면 그것으로써 일 국의 승리를 획득하게 되는 것이며,

일 국의 승리란 오늘의 무술대회의 전반적인 과정 중에서 바로 3분의 1의 승리를

의미하는 것이다.

그반면에 서쪽 휴게대에서는 흑지상인 고비와 그밖의 여러 회양방 중진급 인물들이

입맛을 쩍쩍 다시고 있었다.

두 판을 계속해서 패배했다는 것이 흑지상인 고비로서는 비록 대국적으로 경기의

전체 성적에 그다지 대단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지만.

어쨌든 싸움의 시작에서부터 풀이 죽게 된 것만은 숨길 수 없었다.

 

'흠. 이렇게 되고 보면 다음 번에는? '

 

흑지상인 고비의 두 눈이 유난히 날카로운 광채를 발산하며.

꽉 다문 입이 좀처럼 열릴 것 같지도 않았다.

그는 마음 속으로 다음 번에는 누구를 어떻게 내보내서 어떠한 작전을 펼 것인가?

이런 궁리를 하며 머리를 쥐어짜고 있는 것이었다.

 

' 다음 판 부터는 반드시 실수 없이 숭양파 놈들을 톡톡히 혼을 내주어야만 될 터인데 ......  '

 

고비는 초조한 나머지. 남 몰래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좌우 양편으로 몰려 앉아 있는

수많은 중진급 인물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훑어 나가며 말이 없었다.

동서 양쪽 휴게대에서  쌍방의 당사자들이 각각 다음 작전에 신경을 쓰며.

남 몰래 초조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이경기장 다른 한 지점에는 쌍방의 당사자 보다도 몇 배 더 초조하고 긴장된 심정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청년이 하나가 있었다.

그것은바로 수많은 관중 속에 섞여서 무술 경쟁을 구경하고 있는 노영탄이었다.

노영탄은 금사보에 들어온 뒤로 방도 녀석들이 배치해 주는 객실에 들어가 있다가

이때에도 잠자리의 번호와 증명서에 지시하는 대로 경기대 정면에 자리잡고 있는

차일 친 관람석에 앉아 있었다.

그의 몸은 비록 관람석 한복판에 있고 눈으로는 경기대 위를 바라다보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의 마음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달음질치고 있었다.

여기서 만나기로 약속한 신룡검의 생각으로 머릿속이 꽉 차 있었던 것이다.

노영탄은 한번 금사보에 들어온 뒤부터는 어떤 사람을 막론하고 더불어 이야기 하거나.

한담을 나누어본 일도 없었다.

지정해 주는 방안에 들어박혀서 밖으로 나가서 거닐어 보지도 않고.

그저 배불리 먹고 자고 했을 뿐이었다.

금사보로 몰려드는 허다한 사람 가운데 노영탄을 알아보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강호가 떠들석하도록 무시무시한 판국이고 보니 누가 누구를 아는 체하려 들지도 않았다.

쓸데없이 남의 일에 주제넘게 나섰다가는 소란을 일어키게 되기 쉽다는 것을 겁내고.

누구나 제 몸조심에 여념이 없었으니.

어떤 사람도 노영탄이란 청년을 특별히 주의해서 볼리 없었고 더군다나 그의 내력이나

정채를 아는 사람은 극히 드물었다.

노영탄은 관람석 한복판에 앉아서 도무지 흥미 없는 구경을 억지로 하고 있었다.

싸움은  이미 두 판이나 지났고. 그의 양 옆으로 몰려든 수많은 사람들이 긴장하고

초조해 열광적으로 아우성을 치고 있건만 노영탄에게는 마치 어린아이들의 장난을

구경하고 있는 것같이 가소롭기만 했다.

자리를 뜨려 해도 그럴 수도 없고 보람 없이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안타깝기만 해서

일각이 삼추같이 단지 신룡검이란 정체불명의 인물이 나타나기만 눈이 빠지도록 고대하고

있을 뿐이었다.

기다릴 때까지 기다려 보고 참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느라니. 저절로 입맛이 쩍쩍 다셔지며 보면 볼 수록 경기대 위의 무술 경쟁이란 것이

싱겁기 짝이 없었다.

 

 

<다음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