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지/정협지(情俠誌)

제 24장 정체불명(正體不明)

오늘의 쉼터 2013. 12. 13. 21:46

정협지(情俠誌)

 

제 24장 정체불명(正體不明)

내가 악중악이다 

 

휴녕(휴寧).

이 고장은 황산 산기슭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자리 잡고 있는 성시(城市)였다.

노영탄과 한빙선자 연자심은 악중악을 황산 절정에 남겨놓고 연일 밤낮으로

몸을 날려 산을 내려왔다.

하루 낮 하루밤을 지낸 뒤에 그들은 이미 휴녕 성중에 도착했다.

며칠 동안을 동분서주 쉴새없이 길을 걸은 노영탄은 조금도 피곤한 기색이 없었다.

그러나 연자심은 역시 여자의 몸인지라 초췌해진 모습을 감출 수 없었다.

두 젊은이들은 우선 깨끗하고 조용한 여인숙을 찾아서 방을 잡아 피로를 풀고

다시 길을 떠나기로 했다.

그러는 동안에 노영탄은 거리에 나가서 의복 등속과 필수품 몇 가지를 구해 가지고 왔다.

두 젊은이는 하루밤을 푹 쉬었다.

노영탄은 연자심의 심신이 완전히 회복된 것을 보자.

다시 길을 떠나 구강(九江) 방면으로 달려보기로 했다.

젊은이들 단둘이서 가는 길이란 한없이 즐거웠다.

그리고 그때는 늦은봄 .

꾀꼬리가 날고 나비가 춤추고.

붉은 꽃. 푸른 버들가지가 화사하기 이를 데 없었다.

젊은이들의 길은 가도가도 아름답고 유쾌하기만 했으며.

더군다나 강남 땅의 수채화 같이 맑고 깨끗한 산과 물과 돌들은

두 젊은이의 앞길을 한없이 빛내주는 것만 같았다.

두 젊은이들은 넓은 관도(官道)를 천천히 채찍질 하며 달렸다.

주고받는 이야기와 웃음소리 ..........

청춘이란 영원히 즐거울 것만 같았다.

한빙선자 연자심의 요염하고 애교가 똑똑 뜨는 아리따운 모습.

지금까지 연자심에게는.

자신의 어떤 숙명적인 환경에서 생기는 얼음장같은 싸늘한 기운이

얼굴 전체에 언제나 서릿발처럼 감돌고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런 것도 활짝 걷혀버렸다.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그리고 옆에는 믿음직하고 준수한 노영탄이 따르고 있지 않은가 .

탁 틔어진 소녀의 서레는 심정은 마치 얼음이 깨끗이녹아 없어진 뒤의

봄날 경치와도 같이 얼굴에까지 매혹적으로 아름답고 탐스럽게 나타나서

보는 사람이 도취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을 지경으로 활짝 피었다.

 노영탄은 옷차림이 가벼우면서도 점잖고 준수한 면모 미끈하고 날씬한 체구 ........

어디까지나 보기 드문 귀공자의 모습이다.

준수한 청년과 아리따운 소녀.

그들 둘이서 어깨를 나란히 하고 천천히 말을 타고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때론 쾌활한 웃음을 터뜨리며 길을 가고 있으니.

노상의 오가는 사람들의 주목을 끌지 않을 수 없는 일이었다.

길을 가는 사람들의 호기심에 가득 찬 눈초리가 유난히 쏠리고 잇는 것을 깨달았을 때

수줍은 처녀인 연자심은 역시 왜 그런지 부끄럽고 어색한 생각이 들어서 노영탄에게

넌지시 이렇게 말했다.

" 왜. 저렇게 남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갈까요?  

 이렇게 말을 너무 천천히 몰고 가면 행인들의 시선이 부담되지 않아요? "

노영탄은 말 위에서 빙그레 웃었다.

시커먼 눈썹이 찡긋 하고 위로 올라가는 순간 그는 드디어 웃음을 참지 못했다.

" 하하하 ....... 길 가는 사람들이 유심히 쳐다보는 게 무엇이 그리 이상하겠소?

 한 떨기 아름다운 꽃송이가 말을 타고 간드러지게 애교를 뿌리며 지나가니.

그것을 보라보려는 사람들이 어찌 잘못이겠소?  하하하. "

" 어머나!  노공자까지 그런 농담을 하시면 ......... "

연자심은 고개를 푹 수그렸다.

두 볼이 익어 오르는 능금같이 새빨개졌다.

그것을 어떻게 피해야 좋을지 모르겠다는 듯.

선뜻 말채찍을 높이 쳐들어 말의 궁둥이를 힘껏 후려갈겼다.

연자심을 태운 흰 말은 네 발굽이 불시에 해방당한 것처럼 비호같이 앞으로 달렸다.

노영탄도 두 발꿈치를 안으로 죄여서 말에게 빨리라는 신호를 보갰다.

노영탄을 태운 말도 질풍같이 앞으로 달렸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두 젊은이들은 오가는 행인들의 무수한 시선 속을 헤치며

넓직한 대로  한복판으로 상쾌한 청춘의 기분을 마음끝 누리며 달리고 있었다.

그들은 눈 깜짝할 사이에 10여 리 길을 달렸다.

앞으로 집들이 점점 많아지는 것이 어떤 조그마한 진시(鎭市)로 들어가는 모양이었다.

노영탄은 이미 연자심을 바싹 따르고있었다.

그들은 똑같이 말의 속도를 늦추었다 .

다시 어깨를 나란히 하였다.

말 위의 젊은 기분은 상쾌하기만 했다.

어느듯 정오가 가까이 되자.

노영탄은 시장한 생각이 들어서 어디 가서 전심이라도 먹어볼까 하고 눈앞에 전개된

조그마한 읍의 가두를 바라다보고 있었다.

문득 한 옆으로 버드나무가 푸르게 무성한 녹음 아래 주관(酒館) 한 채가 눈에 띄였다.

노영탄은 한빙선자 연자심을 돌아다보고 웃음띤 얼굴로 말을 꺼냈다.

" 연소저! 이 고장의 차 맛은 옛날부터 유명하다 하오.

 마침 저편으로 주관이 한 군데 있는 듯하니 시장끼도 달랠 겸 차라도 한 잔 마시며

쉬어서 가시는 게 어떻겠소."

" 좋아요! 노공자 좋으실 대로 하세요! "

연자심은 머리를 까딱까딱해 보이면서 말을 천천히 뒤로 물러서게 하며 노영탄의

뒤를 따라 읍내로 들어섰다.

 

주관문 앞에서 말을 내리는 두 젊은이들의 경쾌한 모습에는 청춘의 싱싱한 기쁨이

펄펄 뛰고 있는 것만 같았다.

이 조그마한 주관은 비록 그 규모는 작다 하지만 그 장치해 놓은 품이 지극히 아담하고

내부의 분위기도 깨끗하고 조용했다.

두 젊은이들은 만족한 기분으로 심부름하는 아이에게 말을 맡기고 한 쌍의 신혼부부처럼

다겅스럽게 주관 안으로 들어섰다.

말을 건사하고 난 심부름꾼 아이는 곧 뒤쫒아 들어와서 두 사람에게 자리를 잡아주었다.

노영탄과 연자심은 창가에 가깝게 있는 좌석에 자리 잡고 마주 대하고 앉았다.

음식은 연자심이 알아서 몇 가지 시켰고. 노영탄은 아이에게 특별히 향기로운 차를

한 주전자 가져오라고 주문했다 .

두 젊은이들은 찻잔에 향기롭고 따스한 차를 가득 따라서 마시며 창밖의 봄 경치를 즐겼다.

그들이 주고받는 나지막한 대화와 때로 간드러진 연자심의 웃음소리가 거칠 줄을 몰랐다.

애초부터 그들 두 젊은이 사이에는 휴녕을 떠나 관도로 가는 도중에 그들의 밝고 빛나는

청춘을 마음껏 즐겨보자는 약속 아닌 약속이 은근히 성립되어 있었다.

되도록이면 천천히 유쾌하게 연도의 늦은 봄 경치를 실컷 즐기면서 길을 가볼 작정이었다.

따라서 주위의 사람들과 길 가는 행인들의 이목을 될 수 있는 데까지 피해보자는 생각으로

보검을 뚤뚤 말아서 짐짝 속에 처박아버리고 홀가분한 몸차림으로 말을 타서니.

그들의 외양만을 봐 가지고는 강호를 정처없이 달리는 풍운의 인물 같은 인상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그 주관에 여자 손님이라곤 연자심을 제외하고는 한 사람도 없었다.

어디 그뿐이랴.

유일한 여자 손님이 젊고 요염하리만큼 어여쁜 아가씨고 보니.

주관 안의 모든 손님들의 시선이 하나도 빼놓지 않고 이 아가씨에게 쏠리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그런 덧은 아랑곳없이 두 젊은이는 한없이 유쾌하기만 했다.

마음 맞는 젊은이들이 단둘이서 조용히 주고받는 대화란 실로 무궁무진했다.

거기다가 이 지방의 차 맛도 그들의 티 한 점 없이 깨끗한 청춘 그것과 같이 향기롭고

맞이 유난히 좋았다.

노영탄과 한빙선자 연자심은 남의 눈치나 시선 같은 것에 구애받을 필요도 없었고

또 그럴 겨를도없이 그들의 유쾌하고 명랑한 세계에만 도취해서 앉아 있었다.

얼마 안 되어서 심부름꾼 아이가 음식을 가지고 와서 젖가락이며 접시를 얌전하게 놓아주고

소주까지 한 주전자를 놓고 갔다.

음식상에 술 주전자가 나오는 것을 보자 연자심은 생글생글 봄눈 녹는 것만 같은 조용한

웃음을 띠면서 이렇게 말했다.

" 술은 노공자께서 혼자 드세요. 죄송하지만 술을 못해서 ......... "

그런데도 노영탄은 짖궂게도 술잔 두 개를 나란히 놓고 술을 찰찰 넘도록 따라부었다.

그리고는 싱글벙글하며 하는 말이.

" 그런 매정스런 말은 하시지 마시오. 모처럼 유쾌한 분위기가 깨지지 않소?

나 역시 술에 미쳐서 사족을 못 쓰는 그런 위인도 아니고 ....... 이것보시오.

이 술은 죽엽청(竹葉靑)이라고 하는 여러해 묵힌 소흥주(紹興酒) 라는데.

그렇게 사양만 하시지 말고 첫 잔만이라도 입에 댓다가 떼셔서 맛을 좀 보셔야 할 게 아니겠소? "

노영탄은 이렇게 말하면서 가득 따른 술잔 하나를 선뜻 들어서 연자심에게 내밀어 주었다.

그것은 보통 술잔을 권하는 태도가 아니었다.

연자심의 코밑에다 술잔을 들이대고 강제로라도 한잔 술을 권해야겠다는 짖궂은 태도였다.

연자심은 노영탄이 그럴듯하게 강권하려 드는 수다스런 말을 듣자.

그 어여쁜 입술을 꼭 다문 채 쫑끗쫑끗해 보이며 둥그레진 두 눈을 몇 번인지 깜빡깜빡했다.

그리고는 살짝 곁눈질을 해서 노영탄을 흘겨 보고는 다시 고개를 푹 수그리고 .

잔에 찰찰 넘는 술을 뚫어져라 들여다 보고만 있었다.

백옥같이 하얀 술잔.

거기에 찰랑거리는 술은 그 빛깔이 물감같이 새파란 것이었다.

마음 맞는 젊은이가 내밀어주는 술잔 ..........

그 파랗고 진하디 진한 품이.

마치 그들의 청춘을 상징이라도 하는 양.

무슨 청신한 과일즙같이 맞있어 보이며.

물과 같이 투명하거나 엷지도 않은 품이 이 지방의 진국술인 모양이었다.

연자심은 마침내 그 이상 거절할 수 없어서 술잔을 받아 자기 앞으로 다거어 놓았다.

코를 가까이 대고 냄새를 맏아보았다.

정말 그윽하고 향기로우면서도 감미로운 냄새가 왈칵 머리 끝에까지 끼처 올라오는 것만 같았다.

이런 조그마한 향촌 소읍에 이렇게 좋은 술이 있다는 것은 기적 같이만 생각됐다.

노영탄은 한바탕 껄껄거리고 통쾌하게 웃었다.

" 뭘 그렇게 들여다보고 맡아보고 하시기만 하오? 연소저를 해롭게 하는 음식도 아닌데. "

" 그렇지만 이렇게 사람이 많은 자리에서? "

연자심의 두 볼에는 술을 마시지도 않았는데도 화끈 달아올랐다.

" 술 한 잔도 드시지 않고  얼굴부터 그다지 붉어지시면 어쩌오?

 그러나 내 말이 틀림없지 않소. 연소저도 내 말을 들어보시오.

내 뭣 때문에 나쁜 술을 아가씨에게 권하겠소.

우리 스승 남해어부깨서는 술이라면 얼마를 잡수셔도 취하는 법이 없어신 주선이시셨소.

그분은 참말로 제자를 가르치시는 데도 치밀하시고 용의주도하신 분이어서.

일찍이 나에게 여러가지 좋은 술의 명목과 출처까지 대주시고 손꼽아 보자면.

귀주의 모태라든지

사천의 대국이라든지

지산서의 분주라든지

이런 것들은 모를 사람이 없을 만큼 유명한 술들이라 하셨소. "

" 어느 겨를에 무술의 도를 연마하시랴. 그렇게 술 이름까지 샅샅이 기억하시랴 ........

하여간 대단하신 분이세요! "

" 허. 그렇게 사람을 조롱하시면 ........"

" 조롱이라뇨? 사실이 그렇지요. 명주 이름까지 일일이 기억하고 계시니 호호호 ......... "

신바람이 난다는 듯 도도하게 주워대는 노영탄의  말투에 연자심은 이렇게 말하면서

그 발그스레해진 두 볼에 살짝 미소를 띠고 웃었다.

이때 심부름꾼 아이가 몇 접시의 볶은 안주를 들고 와서 식탁에 놓아주었다.

노영탄은 할 수 없이 젓가락을 선뜻 집어들고 그와 동시에 혼자서만 술잔을 높이 쳐들고 말했다.

" 자. 그럼 우리 안주라고 먼저 들기로 합시다.

술은 천천히 마셔가며 ......... 음식이 너무 식으면 맛이 없을 터이니.

또 이 술도 어디 내가 먼저 맛을 보구요.

마셔봐야 정말 좋은 술인지 나쁜 술인지를 알 수 있을 게 아니겠소. 자! 어서 ...... "

연자심은 이 말을 듣더니 별안간 얼굴에 의아하다는 빛을 떠올리며 이렇게 물었다.

" 그건 또 무슨 말씀이신가요 ? 

이 술은 이렇게 빛깔도 기막히게 푸르고 또 향기롭고 진한데요.

어째서 나쁠 수가 있나요? "

 노영탄은 또 한번 싱긋 웃어 보였다.

그리고는 천천히 말을 꺼냈다.

" 연 소저는 술에야 문외한이실 테니까 내 설명을 드리리다.

지금 이 술은 강남 지방에서 제일 흔한 소흥주요.

땅 속에 파묻어 가지고 시간이 오래되면 그제서야 끈끈하게 손에 들어붙을 정도가 되는데.

항아리에 술을 잔뜩 담은 뒤에 흙으로 봉해벌리고 땅 속에 묻어두어서 이삼십 년이

지난 뒤에 파내어 봉을 뜯는 것이오.

그러면 술은 쫄아들어서 반 항아리 남짓하게 남아 있게 되는데 이렇게 돼야만

비로소 진짜 죽엽청 소주라고 할 수가 있단 말슴이오.

하지만 우리들이 지금 마시고 있는 소흥주가 그 빛깔이나 냄새만이 오래 묵은 술 같다고 해서

이것이 바로 진짜라고는 할 수 없지 않겠소 ?

대개 술집에서는 오래 묵지 않은 새 술을 섞어서파니까.

보기에는 그런 술도 별로 다름이 없어서 가짜와 진짜를 분별해 내기란

역시 마셔보지 않고서는 ........ "

말을 마치자

노영탄은 술잔을 다시 들어서 몇 모금인지 조금씩 맛을 보았다.

" 흠! "

노영탄은 혼자서 술맛을 보고 머리를 끄떡끄떡할 뿐이었다.

" 왜 그러세요?  말씀을 하셔야죠! "

" 흠! "

노영탄은 여전히 알 수 없는 감탄사만 연발하더니

그제서야 머리를 몇 번 끄떡끄떡하더니.

" 틀림없소! 이 술은 과연 밑을 만한 진짜 술이오.

연소저도 한잔만 맛을 보시오.

기막히게 향기롭고 달디달고 .........."

같이 술 맛을 즐기자고 자꾸만 유혹하는 노영탄의 심정을 모를 리 없는 연자심이었다.

그러나 결국은 연자심이 젖가락을 들고 안주 몇 가지를 조금씩 집어먹는 동안에.

노영탄은 혼자서만 도도한 기분으로 떠들어댄 셈이었다.

" 어서 한잔 들어보십시다!

우리가 이 세상에 나와서 처음으로 같이 들어보는 술잔이 아니겠소! "

그렇게 생각하면 그것은 의미 깊은 술잔이 아닐수 없었다.

기이한 우연.

기적적인 운명.

그것 때문에 가까와졌고.

서로 좋아하게 된 그들 두 젊은이들에게는

 이 술 한잔이야말로 거리낄 것 없고 유쾌하기만한 그들의 청춘을 구가하고

찬미하는 복스러운 인생의 첫 잔인지도 몰랐다.

노영탄이 하도 성화같이 권하는 바람에 못 이겨서 연자심도 술잔을 들어 한 모금을

조용히 마셔보았다.

술이 한번 입 안으로 들어가니.

정말로 향기롭고 감미로운 맛이 짜르르 하고 전기라도 통한 듯.

단숨에 목구멍을 자극했지만.

조금도 쓰거나 떫거나 텁텁한 맛은 없었다.

노영탄은 연자심이 술 한 모금을 마시는 것을 보자.

무슨 기적이라도 이루어졌다는 듯 싱글벙글하며 입맛을 쩍쩍 다시고는

다시 술잔을 높이 들고 연자심을 바라다보는 시선이 자못 만족스럽고 대견한 듯했다.

"뭐 . 조금도 마시기 역겹지 않으실 거요.

자. 나하고 같이 한 잔만 건배합시다!

우리들의 앞날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서 핫핫핫 ! "

감미롭고 향기로운 술 맛은 드디어 아릿따운 아가씨를 유혹하고 말았다.

술 맛만은 유난히 좋았으랴!

설레는 젊은 가슴과 즐겁고 유쾌한 기분.

더군다나 한없이 만족해하는 노영탄을 눈앞에 놓고 .

연자심도 술잔을 높이 들었다.

술잔과 술잔이 맞닥뜨렸다.

그들의 청춘이 맞닥뜨렸다.

" 꼭 이 잔. 한 잔 뿐이에요! 절대로 두 잔째 권하시지 않는다는 약속으로 ! "

연자심은 별안간 정색을 하고 이렇게 말했다.

노영탄은 아래턱을 끄떡거렸다.

그리고는 다시 얼굴을 처들어 연자심의 얼굴을 뚫어져라 들여다봤다.

두 눈동자들이 상대방의 눈동자 속에 꽤 오랫동안 박혀 있었다.

한쪽이 씽긋 웃으면 한쪽은 빙그레 웃으며 두 잔의 술이 부딪혔다.

떨어지며 각각 단숨에 쭉 두 젊은이들의 목구멍 속으로 흘러 들어갔다.

그렇게 그들은 자신들의 유쾌한 청춘을 마시며 황홀해하고 있었다.

술잔을 내려놓은 다음에도 두 젊은이들은

말없이 서로를 쳐다보며 웃기만 하고 있었다.

서천목산까지 달려가서 한빙선자 연자심을 만날 수 있었던 것도

노영탄에게는 기적같이만 여겨졌고

연자심은 연자심 대로 그런 사실이 아득한 꿈나라의 일같이만 생각되어

그들은 술 한잔씩 같이 들고 나니.

이런 심정이 무언 중에 웃음으로서 표현하는 도리밖에 없었다.

술 잔을 다 마시고 난 연자심의 얼굴은 삽시간에 발그스름해 졌다.

본래가허여멀쑥하고 탐스런 피부를 지닌 연자심의 두 볼에 술기운이 차츰 퍼져서

발그스럼한 기운이 감돌기 시작하니.

 얼굴 전체가 유난히도 요염해 보였고 .

형언하기어려운 교태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기막힌 매력을 느끼게 했다.

주관에 와 있는 수많은 사람들의 시선은 흘끔흘끔.

무엇을 훔쳐먹으려는 듯 연자심에게로 쉴 새 없이 흘렸고.

술에 발그스름해진 연자심의 얼굴이 가끔 눈살을 약간 찌푸리는 듯.

그 새카만 눈썹이 가볍게 오르내릴 때마다 손님들의 눈초리는 화살같이

먼 데서. 가까운 데서 일제히 몰려들곤 했다.

음식 접시를 들고 바쁘게 왔다갔다 하는 심부름꾼 아이들까지도

저희들끼리 무엇인지 쑥덕거리며 흘끔흘끔 연자심의

얼굴을 도둑질해 보느라고 정신을 못 차릴 지경이었다.

그렇게 뛰어난 미모를 가진 아가씨 연자심이었다.

 

 

바로 이때.

난데없이 요란스럽고 시끄러운 말굽 소리가 가까운 곳에서 들려왔다.

그 말굽 소리는 순식간에 이 주관으로 달려 들어오는 모양이었다.

눈을 돌려 밖을 내다봤을 때에는 이미 일고여덟 필의 준마가

온통 먼지를 뒤집어쓰고 주관문 밖에 멈춰서 있었다.

말 위에는 일곱 명의 장정이 타고 있었다.

그 장정들은 하나같이 짙은 빛깔의 의복으로 가뜬한 옷차림을 하고 있었으며

흙과 먼지 투성인데 한 사람도 빼놓지 않고 모두 무기를 지니고 있는 꼴이

꽤 오랫동안 먼 길을 돌아다니고 있는 사람들 같았다.

일곱 명 장정 가운데서 세 명은 나이가 좀 많아 보여서 한 40여 세 쯤

나머지 네 명은 겨우 20여 세의 새파랗고 다부지게 생긴 청년들이었다.

왁짜지껄 쿵쾅쿵쾅하는 요란스런 소음이 들려오더니.

일곱 명의 장정 일행은 말에서 내리는 모양이었다.

그들은 일제히 주관문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 에해!  세상에 원 별일이 다 ....... "

" 우선 아무 생각 말고 여기서 잠시 쉬어가기로 하십시다! "

" 그렇게 하십시다. 한숨 돌려가지고 어떻게하든 간에 .......... "

나이가 많아 보이는 세 명의 장정들이 앞장을 서서 주관문 안으로 들어서면서.

서로 한마디씩 중얼거리는 말이었다.

그들은 앞장을 서서 머리를 떡 쳐들고 거드름을 피우며 주관 안으로 들어섰는데.

그 품이 그야말로 안하무인격이었다.

심부름꾼 아이도 이들 일곱 명이 들어오는 것을 보자.

허둥지둥 어쩔 줄 모르며 급히 그들을 맞아들였다.

주관의 심부름꾼 아이들은 그 일곱 명의 장정들이 타고 온 말을 적당한 장소에

매어놓는 한편 그들을 자리 잡아 앉히느라고 서로 부르고 대답하고 .

여러 손님 사이를 왔다갔다하며 수선을 떨었다.

일곱 명의 장정들은 제각기 손에 보따리 하나씩을 들고 있었으며.

허리에는 일제히 무기를 차고 있었다.

그들은 주관 안으로 들어서자말자 널찍한 자리 두 군데를 찾아서 큰식탁을 둘러싸고.

쿵쾅쿵쾅 수선스런 소리를 내면서 빙 둘러 앉았다.

주관 안에 있던 다른 손님들은 고개를 길게 뽑아서 어떤 호기심에 가득 찬 눈초리로

바깥만 내다보고 있었다.

막상 그들 일곱 명의 장정 일행이 우르르 흉흉한 기세로 몰려들고 보니

그 많은 손님들 중에서도 감히 그들을 똑바로 주시하는 사람이 없었다.

일곱 명의 장정들이 자리를 잡고 앉자.

심부름꾼 아이는 찻주전자와 찻잔을 급히 갖다놓았다.

그들은 차를 한 잔씩 따르면서 술을 청하고 웃고 시시덕거리면서 이야기들을 시작했다.

젊은 장정 가운데서 나이가 그중 적어 보이고 비쩍 마른 친구 하나가 빙그레 웃으면서

먼저 말을 꺼냈다.

" 하! 정말 상상도 하지 못했는걸!

그놈이 그렇게 빨리 도망을 칠 수 있으리라고는 정말 뜻밖이었어!

방주님께서 이 급보를 접하시고 당장 천목산으로 달려가셔서 몇 분 다른 향주님들과

친히 두 번이나 산 속을 뒤지다시피  하셨는데도 그놈은 종적도 찾을 수가 없었거든 ! "

또 하나 젊은 장정이 그 말의 뒤를 이어서 하는 말이.

" 제일차로 우리 편 향주 세 분이 산을 수색했을 때에는 숭양파의 무슨 낭월인지 무언지

하는 대머리 영감과 맞닥뜨리게 돼었다는데 세 분 향주님께서는 정말 잡고자 하는 놈을

찾지 못한 터인지라  그 늙은 것과 싸우려 들지 않으셨다가 다시 우리 방주님이

도착되기를 기다려서 두 번째로 산 속을 수색했더니.

그야 물론 그놈은 그 동안에 벌써 멀리멀리 달아나버렸을 게 아닌냔 말일세! "

" 하여간 용한 놈이야 ! "

" 그야. 숭양파를 배반하고 달아날 만한 놈이니까 괴장한 놈이지!

 재간도 놀라운 놈이고 .......... "

" 헤헤헤. 무슨 소리들을 ? 헤헤헤. "

별안간 이렇게 냉소하는 웃음소리가 들렸다.

그 세 명 중 나이가 좀 지긋해 보이는 장정들 가운데 눔썹이 유난스럽게 시커먼 자가

이야기를 주고받고 하는 젊은 장정들에게 넌지시 나지막한 음성으로 말했다.

" 자네 둘이서 뭘 안다고 그러나 천목산이란 다른 여러 산맥과 연접된 산이어서 

그 길이가 천여 리나 될 뿐더러 온통 인적이 미쳐보지 못한 황무지 숲이 거든!

그녀석이 산에서 나오지 않는다면 열흘. 아니 넉넉 잡고 반달이면 굶어 죽고야 말걸세!

또 그 산림 속에는 온갖 독사와 맹수들이 많아서 그것들을 견더 내기가 제일 어려울 걸세. "

" 그야 그렇지만. 어디로 뺑소니 쳤는지 알 수가 없어니 말이죠! "

젊은 장정의 말에. 그 나이 지긋한 장정은 또다시 자신만만하다는 듯 덧붙여서 말했다.

" 걱정없어. 그까짓 녀석 하나쯤이야!  이젠 독 안에 든 생쥐격이지.

제녀석이 가면 어디로 갈 것인가? 한번 산에서 내려오는 기색만 있으면 그때에는

이 산 주변 천 수백 리 범위 안에 강서 절강 하남 안휘 등 각 성에서 산으로 통하는

어귀마다 우리편의 파수병들이 철통같이 물샐 틈 없는 경계망을 펴고 있으니까.

제아무리 날개가 돋힌 놈이라 하더라도 이 경계망을 그대로 넘어서 달아날 수는

없을 게 아닌가 ! "

또 다른 나이가 제일 지긋해 보이는 뚱뚱보 장정이 그 뒤를 이어서 이렇게 말했다.

" 오두령!  우리방주 말씀이 반드시 그 녀석을 산 채로 잡아야만 된다고 하시지 않습니까.

또 숭양파에서도 그녀석을 잡으려고 초조하게 쫓아단니는 판이고 헌데 그녀석이

무림의 지보라는『숭양비급』을 지니고 있다는데 그것이 정말일까? "

먼저 말하던 장정 즉 오두령이라고 불리는 자는 이 말을 듣더니.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서 사방을 휘둘러보고 나서야

나지막하게 음성을 가라앉히면서 말했다.

" 그야 더 말할 나위가 있는 일이겠소?

만일에 그것이 거짓말이라면 숭양파에서 무엇 때문에

그 다지 조급하게 그 녀석을 잡으려고 야단법석이겠소? "

그들이 주고받는 말은 언성을 높여서 하는 말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주위 사람들 귀에 전혀 들어가지 않을 만큼 낮은 음성도 아니었다.

주관 안의 여러 손님들 가운데는 그들이 주고받는 말을 듣고

심히 괴상한 인물들이라고 생각하기는 했으나

그들이 주고받는 말이 무슨 사건에 관한 말인지는 도무지 알 까닭이 없었다.

그러나 한쪽 귀퉁이 좌석에 앉아 있는 노영탄과 연자심은 그들이 주고받는

말을 듣고 가슴이 섬뜩했다.

회양방에서 이다지도 악착스럽게. 오두령이라고 불리는 자의 말과 같이

이 지방 일대에까지 철통같은 경계망을 펴고 있으리라고는 천만 뜻밖이었다.

노영탄과 연자심은 악중악을 황산 산봉우리 절정에 혼자 남겨두고 내려왔을 때

그가 당분간은 좀처럼 사람의 눈에 뛸 리가 없으리라는 것만을 생각했지.

그날 그날 먹을 것을 어떻게 해결해야 한다는 문제까지는 생각지 못한 것이다.

이것을 생각했을 때 노영탄은 후회하지 않을 수 없었고 .

악중악에게 여간 미안하게 생각되는 것이 아니었다.

' 앗차! 큰 실수를 했구나! 어째서 거기까지 생각지 못했을까? '

노영탄은 혼자서 이런 생각을 하며 머리를 들고 앞에 앉아 있는

한빙선자 연자심의 얼굴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연자심도 그렇게 명랑하던 얼굴이 완전히 딴판이 되어서 .

만면에 근심과 걱정의 빛이 서려 있을 뿐이었다.

노영탄과 연자심의 시선이 가까운 거리에서 마주쳤을 때.

그들은 똑같이 한 줄기 쓰디쓴 웃음을 입가에 머금었을 뿐.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 몰라 머리를 좌우로 가볍게 흔들 뿐이었다.

그러나 사태는 이미 이런 지경에 이르고 말았으니.

어찌할 도리가 있을 것이랴.

연자심은 악중악을 생각 했을때 가슴속이 금세 미어질 것만 같았다.

사람을 심산유곡에 단지 혼자 남겨버리고 말 한마디 없이.

간단한 혈서 한 장을 써놓고 행방을 감추어버려서니.

악중악은 얼마나 자기를 미워하고 또 그 자신의 처지를 슬퍼하고 비관할 것인가!

노영탄은 노영탄 대로 마음속이 기막히게 괴로웠다.

감욱형의 행방을 끝끝내 알지 못하고 생사조차 탐지할 길이 없다는 사실이

안타까운 일인데다가.본래 감욱형을 찾아나선 몸이 이렇게 엉뚱한 결과를

가져오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그러나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감정이란 심히 미묘한 것이었다.

어느 때 어느 곳에서나 그것은 사람들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미묘한 변화를 가져오는 것이다.

한 줄기 지극히 조그마하고 가느다란 마음속의 파문이 조용하던 마음의 바다를 송두리째

출렁거리게 만드는 경우가 많다.

노영탄과 연자심은 앞으로 바라다 보이는 일곱 명의 장정들이 주고받는 말을 듣고서.

그들이 틀림없는 회양방의 무리들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이렇게 되고 보니 노영탄과 연자심은 그 자리에서 더 오래 앉아서

술을 마시거나 음식을 먹을 흥미도 겨를도 없었다.

적당한 기회를 봐서 먼저 자리를 떠버리려는 준비를 하고 있었다.

노영탄과 연자심이 앉아있는 곳은 창 아래 구석 자리였다.

그 일곱 명의 장정이 앉아 있는 자리와는 멀찍이 떨어져 있었고.

또 장정들의 등들미가 되는 위치일 뿐더러 회양방의 장정들은 애당초부터

이 주관 안에 손님들 같은 것은 안중에도 없었는지라 .

노영탄이나 연자심이 바로 그들의 뒷자리에 앉아 있으리라고는 것을

주의해서 봤을 까닭이 없었다.

" 우리가 먼저 이 자리를 뜨지요! "

연자심이 노영탄의 귓전에다 대고 속삭이듯 말했다.

" ............ "

노영탄도 묵묵히 고개를 한번 끄떡해서 연자심의 뜻에 응했다.

연자심이 자리에서 몸을 일으켜 고개를 돌렸을 때.

그 일곱 명의장정들과 공교롭게도 얼굴이마주쳤다.

일곱 명의 장정들은 똑같이 깜짝 놀라서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중에서 두 젊은 청년들은 서로 얼굴을 쳐다보며.

" 응? 저게? "

" 응? 저건? "

하고 똑같은 말을 한마디씩 했다.

노영탄은 그 일곱 명의 장정들이 마침내 연자심을 알아보고야 말았다는 사실을 확인하자.

연자심의 뒤에서 지그시 소맷자락을 잡아당겼다.

" 아는 체 마시오!  시치미를 뚝 떼고 나갑시다! "

이렇게 연자심의 귓전에다 속삭여주었다.

노영탄은 걸음을 빨리하여 연자심의 앞에 서서 주관 밖으로 발을 떼어놓았다.

일곱 명의 장정들은 연자심을 한번 흘끗 쳐다보자.

똑같이 깜짝 놀랐다.

다음 순간 그들의 시선은 모조리 노영탄에게로 집중되었다.

그러나 무엇인지 몹시 망설이는 모양이었다.

이 일곱 명의 장정들은 누구나 연자심은 대뜸 알아볼 수 있었으나.

노영탄이나 악중악의 얼굴은 일찍이 본 일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때 머리를 쳐들고 점잖게 주관 밖으로 걸어나가고 있는 노영탄은.

어쩔 수 없이 그들 일곱 명의 식탁 앞을 지나쳐야만 했다.

물론 뒤에는 연자심이 따르고 있었다.

그 일곱 명의 장정들은 몹시 조급한 모양이었다.

하나 둘 모조리 자리에서 불쑥불쑥 일어섰다.

그러더니 마침내 오두령이란 자가 한쪽 팔을 번쩍 쳐들어

노영탄의 앞으로 쭉 뻗어서 앞을 탁 가로막아버렸다.

그리고는 자못 거만스러운 말투로 이렇게 말했다.

"어이 친구. 거기 좀 서 있어! "

노영탄은 벌써부터 마음속에 준비하고 있는 바가 있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풀을 건드려서 뱀을 놀라게 하는 어리석은 태도를 피하려고 애썼다.

굳이 자신의 정체를 이런 자리에서 드러내고 싶지않았다.

그레서 애당초에 일곱 명의 장정들이 멀지감치 앉아 있는 꼴을 바라보는 순간부터.

한빙선자 연자심을 데리고 빨리 나가야겠다는 결심을 한 것이다.

그러나 그 장정들이 걸어나가고 있는 앞길을 괘씸하게도 가로막으리라고는

정말 너무나 뜻밖이었다.

노영탄은 걸음을 멈추고 우뚝섰다.

동시에 그 오가라는 두령의 얼굴을 똑똑히 쏘아봤다.

일부러 침착하고 느릿느릿하고 점잖은 태도를 보이면서 태연히 입을 열었다.

" 이 무슨 무례요? 나는 당신이 누군지도 전혀 모르는데 ........ "

그 오두령은 노영탄의 말하는 품을 보자.

그것이 분명 보통 서생의 말투라는 것을 때뜸 알아차렸다.

그가 보기에 청년 노영탄은 강호 땅의 풍습이나 범절을 전혀 모르는 사람 같았다.

' 이거 공연히 엉뚱한 녀석을 건드렸나 보다. '

그는 대뜸 이런 생각이 든 모양이었다.

그래서 또 한번 깜짝 놀라면서 노영탄의 말에 무엇이라 대답해야 좋을지 몰라서

어리둥절할 뿐이었다.

 그러나 이때 그 오두령 바로 옆에 앉아 있던 나이가 꽤 들어 보이는

장정 하나가 불쑥 일어서더니 한바탕 까닭 모를 너털웃음을 쳤다.

" 헤헤헤 ..........헤헤헤. "

이것은 분명히 노영탄을 냉소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서야 이 나이 많은 장정은 아주 거만스럽게 입을 열었다.

" 이 친구!  점잖은 사람 앞에서는 거짓말을 하는 법이 아냐!  바른대로 말해!

이 아가씨는 그대의 누구냔 말야! 어떻게 되는 사이지? "

그의 말투는 무슨 죄인을 다루듯이 거만스럽고 무뚝뚝했다.

노영탄은 일부러 깜짝 놀라는 체를 하고 또 한번 그 자를 쏘아봤다.

그리도 또한 일부러 분노를 참을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을 해보이면서

위엄있는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그것 참 괘심한 일이로군. 도대체 너는 누구이기에 이다지 건방지게 구느냐?

내가 그렇게 호락호락해 보이느냐 ! "

"흥 ! "

그 나이 많은 두령은 노영탄이 일부러 화를 내며 긴장된 태도를 나타내는 것을

알아차렸다는 듯 코웃음을 치며 냉소했다.

그러더니 이번에는 흘쩍 연자심에게로 고개를 돌리며 하는 말이.

" 한빙선자 아가씨 ! 정말 오래간만인데. 모든 사람들이 아가씨를 생각하고 걱정하던 차요 ! "

연자심의 얼굴에도 놀랍고 의아스럽다는 빛이 역력히 떠올랐다.

한동안 말없이 상대방을 노려보기만 하고 입을 열려 들지 않았다.

그 나이 많은 두령은.

양쪽에 늘어서 있는 다른 장정들에게 고개를 홱 돌리며 한쪽 눈을 찡긋해 보였다.

그러더니 벌컥 노영탄의 앞으로 가까이 대들며.

그와 동시에 나지막하고 음충맞은 음성으로 다른 장정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 모두들 나와 ! "

두령의 간단한 명령이 떨어지자.

옆에 서 있던 젊은 장정 둘이왈칵 연자심에게로 대들려고 했다.

말할 곳도 없이 연자심을 붙잡자는 의도였다.

사태가 이쯤 되고 보니.

노영탄도 무엇을 더 망설이거나 생각할 여지가 없었다.

몸을 비호처럼 홱 옆으로 날려서.

연자심을 붙잡으려고 덤벼드는 두 젊은 장정에게로 쏜살같이 대들었다.

노영탄 옆에 있다가 불쑥 일어서며 가로막고 나선 그 나이 많은 두령이란 자는

바로 회양방의 중견급 인물로서 이름이 강산호라고 했다.

그는 흑지상인의 명령을 받들고 또 다른 두령과 행동을 같이 하기로 작정하고

길을 나선 것이다.

하나는 오비. 또 하나는 하명.

그들 세 두령은 또다시 네 명의 소두목을 거느리고 항주에서 금화를지나고.

천목산의 여맥을 따라서 난계. 수창. 순안을 지나 휘주로 나와 다시 휴녕으로

방향을 돌려서. 역시 구강을 목표로 하고 길을 가는 도중이었다.

그런 것이 너무나도 뜻밖에.

이 조그마한 읍의 주관에서 한빙선자 연자심과 마주치게 된 것이었다.

그는 한편으로 놀라움을 금치 못하면서도 또한 기뻐서 어쩔 줄 몰랐다.

기뻐다는 것은 연자심과 더불어 또 하나 생면부지의 청년을 발견했다는 사실이었다.

그는 노영탄이 바로 악중악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강산호가 뜨끔하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은 그가 악중악이나 연자심의 무술이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예전부터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의 눈앞에 나타난 이 청년이야 말로 숭양파의 다음 대를 이어나갈 가장 출중하고

재간이 놀라운 악중악이라고 그는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연자심과 악중악--악중악이라고 착각했으므로 --두 남여를 이곳에서

발견해 낸 이상 그들을 호락호락 놓아 보낼 수는 없었다.

그들을 붙잡기만 하면 방주로부터 포상이 내려지기로 돼 있는 것이다.

마침 이편의 수도 훨씬 우세요.

또 악중악과 연자심이 몸에 아무런 무기도 지니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되자 .

이 주관 안에서 그대로 손을 써서 봍잡아버리자는 결심을 한 것이다.

지극히 짧은 순간에 벌어진 뜻밖의 사태 앞에서 노영탄은 노영탄대로 생각하고 결심하는 

바가 있었다.

' 놈들은 모두 일곱 놈!  놈들의 무술 실력이 어느 정도일까? 대단한 놈들이야 아니겠지! '

노영탄은 마음을 든든히 먹었다.

'설사 실력이 대단하고 재간이 고명하고 탁월한 놈들이라 할지라도 스승 남해어부는 항시.

사나이 대장부 불의를 보면 칼을 뽑아야 한다고 하지 않았나! '

칼! 몸에 칼을 지니지 못한 채 나선 노영탄이었다.

그러나 그것을 걱정하며 그 이상 더 망설이고 주저할 때가 아니었다.

' 이놈들이?  어디 모조리 다 덤벼봐라! '

노영탄은 호통이라도 치고 싶은 분노의 불길을 꾹 누르면서.

그 젊은 장정 두 놈이 연자심에게로 육박해 들어가려는 찰나를 놓치지 않고.

그놈들의 손이 연자심의 몸을 스치기도 전에 재빠르게 왼손을 펼쳐서

거센 손바람을 일으켜 두 놈을 들이친 것이다.

그와 동시에 오른손으로는 두목이라는 강산호를 막아냈다.

왼손보다도 더 매서운 바람이 강산호의 앙가슴을 정통으로 습격해 들어갔다.

연자심으로 말하더라도 무술에 대해서는 확고한 기초를 닦은 몸일 뿐더러.

거기다가 오매천녀의 정성 어린 지도를 받아서 오묘한 경지를 터득했고 연마했으니.

고매검법의 놀라운 재간을 예나 지금이나 다름없이 연자심의 자랑스러운 기술이

아닐 수 없었다.

연자심은 두 소두목들이 덤벼더는 것을 보자.

희고 훤한 얼굴이 일시에 불길이 이는 것처럼 새빨갛게 타올랐다.

'네깟 녀석들 둘쯤이 내게 손지검을 하겠다고? '

연자심은 앙칼지고 날쌔게 번개처럼 몸을 뒤로 빼 피하면서.

그와 동시에 왼쪽 손가락 다섯을 꼿꼿이 세워서 날카로운 바람을 일어켜.

그 두 놈의 얼굴을 정통으로 노리고 공격을 가했다.

'어디 견딜 테면 견뎌봐라! '

두 젊은 두목 녀석들은 정면으로 닥쳐드는 한빙선자 연자심의 손바람을 알아차려을 뿐.

그들의 배후까지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게다가 노영탄이 그들의 등들미에서 어떻게 손을 쓰고 있으며 얼마나 매서운 손바람이

그들의 뒤에서 습격해 들어오고 있는지를 전혀 모르고 있었다.

거기까지 정신을 쓸 만한 겨를이 없었을 뿐더러 정면으로 육박해 들어오는 연자심의

손바람을 막아내기도 그들에게는 여간 힘에 벅찬 일이 아니었다.

'이크!  호된 바람인데!  젊은 계집아이가 깜찍스럽게 덤비는데 .......

섣불리 건드렸다가는 .........'

두 젊은 두목 녀석들은 단번에 뜨끔했다.

두 녀석이 똑같이 고개를 푹 수그렸다.

연자심의 공세를 피해버리는 도리밖에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그들이 주춤하고뒤로 물러서려는 찰나.

거기서는 앞에서보다 더 매서운 손바람이 그들을 앞으로 몰아버리는 것이 아닌가.

그들이 뒤로 몸을 빼기란 앞으로 나가기보다 몇 배 더 어려웠다.

'이크! 이건 또 뭐냐?  등들미에서 쳐들어오는 바람은 또 무엇이냐? ' 

두 녀석들은  어쩔 도리 없이 앞으로 한 걸음을 왈칵 내디뎌보았으나

그대로 두 다리가 휘청휘청하며 비칠비칠 쓰러질 듯 쓰러질 듯 했다.

등들미에서는 매서운 노영탄의 손바람이 그들을 앞으로 몰고 앞에 서는

연자심의 왼손이 일어키는 손바람이 정통으로 쳐들어 오고 ............

두 젊은 두목 녀석들은 눈앞이 아찔했다.

번쩍하고 눈앞에서 불똥이 뛰는 것같이 느껴지는 찰나.

" 우우우으으악! "

또 그 다음에는

" 으으앗! "

하는 괴상한 비명을 지르면서 그대로 전신을 비비꼬며 어찌해야 좋을지를

모르는 것이었다.

연자심의 앙칼지고 다부진 손바람에 두 녀석들은 아무런 방비도 없이 날뛰던

턱주가리를 한 대 보기 좋게 정통으로 얻어맞은 것이었다.

'뺑소니를 치자! '

'달아나는 도리밖에 없겠다! '

두 젊은 녀석들은 제각기 이런 생각을 하고 약속이나 한 것처럼.

이 순간에도 쥐구멍이라도 찾으려고 무척 애섰다.

그러나 그것은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었다.

옴짝달싹을 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두 젊은 녀석들은 극도로 당황하고 초조해서 선뜻 좌우 양쪽으로 갈라섰다.

앞과 뒤에서 동시에 쳐들어오는 손바람을 피해서 옆으로 슬쩍 몸을 빼 보자는

속셈이었다.  

그러나 그것도 만만치 않았다.

그럴 만한 겨를이 없었다.

" 흐음! 그렇게 호락호락 빠져나갈 수 있을 줄 아느냐?

괴심한 놈들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놈들이 감히 아무데나 손을 대려구! "

그들의 등들미에서 노영탄의 나지막하면서도 분노에 가득 찬 음성이 들려오는 순간

두 녀석은 뒷들미가 갑자기 시큰시큰해지는 것을 느꼈다.

아찔하며 눈앞이 캄캄해 졌다.

두 젊은 두목 녀석들은 그대로 땅바닥에 꼬구라져 버렸다.

사태가 여기까지 벌어지고 보니 주관 안에는 일대 소동이 일어나지 않을 수 없었다.

수 많은 손님들이 제각기 자리에서 일어나 우르르 이리 몰리고 저리 몰리고 했다.

밖으로 나갈 길목까지 막혀버린 그들은 어쩔 수 없이 주관 안으로 파도 들어가.

피난처를 찾아서 이 구석 저 구석으로 몰리고 있을 뿐이었다.

여러 심부름꾼 녀석들도 감히 앞으로 나서서 뜯어말릴 용기를 내지 못했다.

멀찌감치 떨어진 곳에서는 주관 영감이 당황해서 어쩔 줄 모르며

두 발을 동동 구르고 고함을 질렀다.

" 아!  이거. 여기서들 이러시면 ....... 밖으로 나가셔서 하시든지 ..........

 여러 손님들 생각을 하시고 . 제발 좀 참아주십쇼! "

그러나 그 소리가 회양방 놈들에게 들릴 까닭이 없었다.

두령 강산호는 노영탄의 반격해 들어오는 손바람과 한번 맞닥뜨리게 되자.

이미 각오를 단단히 했다는 듯 몸을 다소 엉거주춤하는 척 하면서

노영탄이 손바람을 거두어들이고 몸을 돌이킬 때만 노리고 있더니.

이윽고 맹렬한 기세로 덤벼드는 것이었다.

옆에서 서 있던 두 두령 오비와 하명도 다른 두 젊은 두목 녀석등과 함께

각각 몸에 지니고 있는 무기를 선뜻 뽑아 들도 노영탄과 연자심을 포위해 버렸다.

사태는 극도로 험악해 졌다.

노영탄의 두 눈은 불꽃이 뛸 듯이 날카로워 졌다.

눈앞에 벌어진 정세에 어떤 재빠른 판단을 내리려고 놈들에게 포위당한 채로

한 놈 한 놈의 얼굴만을 노려보며 옴짝달싹도 하지 않고 서 있었다.

' 사태가 만만치 않게 됐는 걸! 

  여기서 이 몇 놈들을 다루기에는 주관의 면적이 너무 좁다! '

흘끗! 또 한번 사방을 번개처럼 살펴봤을 때.

노영탄은 식탁이며. 그 위에 놓여져 있는 음식물이며. 접시들이며.

여기서 여러 놈을 상대로 하고난장판을 만들어 놓았다가는 주관 주인에게도

여간 손해가 크지 않으리라는 사실에까지 신경을 썼다.

' 여기서는 아무래도 불리하다! '

이런 판단을 내린 노영탄은 한쪽 눈을 옆으로 찡긋해 보였다.

연자심에게 보내는 암호 였다.

그리고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도록 모기 소리만한 음성으로 말했다.

" 훌쩍 납시다! "

바로 그 순간 노영탄과 연자심은 몸을 다소 움츠리는가 싶더니.

흘쩍 땅 위에서 높이 솟구쳐 오르며 그대로 열려 있는 넓은 창문을 넘어서

비호같이 밖으로 날아버리는 것이었다.

그리고 창문을 넘어 나가는 찰나에.

노영탄은 두령 강산호에게 위엄있는 음성으로 호통을 쳤다.

" 이 친구! 싸워볼 테면 밖으로 나오라고! "

정말 전광석화 같이 날쌘 행동이었다.

강산호는 난데없이 발밑에서 두 마리 새가 달아나버리는 것 같은 착각에

하도 기가막혀서 어리둥절했으나 그때에는 이미 노영탄과 연자심이

창문 밖으로 날아버렸고 가로막을 수도 붙잡을 수도 없게 되었다.

강산호는 땅 위에 꼬꾸라져버린 두 젊은 두목을 돌볼 겨를도 없게 되었다.

어떨결에 오른손을 높이 쳐들어서 휘두러며

" 저놈을 잡아라!  쫓아가라!  놓치면 안 된다! "

그리고는 흘쩍 몸을 날려 노영탄과 연자심이 날아 넘어간 창가로

달려가기는 했으나 밖으로 뛰어넘을 재간도 용기도 없는 모양이었다.

손에든 안령도로 가슴팍을 막고서 또 다른 불의의 습격이 닥쳐오지나 않을까

겁이 난다는 듯 허둥지둥하고 있을 뿐이었다.

오비와 하명 두 두령 녀석들은.

하나는 손에 죽절편 채찍을 움켜쥐고. 또 하나는 길쭉한 쇠뭉치를 휘두르며

쌍쌍이 주관문 밖으로 내달았다.

그러나 문 밖으로 나왔을 때 그들은 더 한층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노영탄과 연자심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지극히 태연자약한 표정으로

한 그루 큼직한 버드나무 밑에서 서 있었기 때문이었다.

두령 녀석들이 노영탄과 연자심의 신상에 무슨 변화라도 생겼나 해서 유심히

바라다보았으나 그런 것을 찾아낼 수도 없었다.

한 쌍의 젊은 남녀들이 여전히 손에 아무것도 잡은 것이 없이 유유하고

한가롭다는 것이 버드나무 밑에서 서 있는 품은.

마치 네깟 놈들 몇 명쯤은 우습다는 듯 멸시하고 있는 것 같은 태도였다.

강산호도. 오비도. 하명도. 노영탄이 한두 번 손을 쓰는 바람에 이미 상대방 청년이

절대로 섣불리 덤벼들어서는 대적하기 어려운 존재라는 것을 너무나 똑똑히 인식했다.

그러나 사태가 이쯤 벌어진 이상 그들도 회양방의 체면과 위신을 생각했으라도

그대로 비실비실 후퇴할 수는 없었다.

세 놈들은 서로 눈을 꿈뻑꿈뻑하며 암호를 주고밭았다.

그리고 대뜸 세 갈래로 갈라서서 일제히 노영탄에게 습격해 들어가 보자는 기세였다.

노영탄과 연자심의 시선이 번개처럼 또 한번 마주쳤다.

둘이 똑같이 한쪽 눈을 찡긋해 보였다.

" 괘씸한 놈들!  어쩔 작정이냐?  흥! "

노영탄이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게 입 속으로 혼자 중얼거리며 냉소 했다.

그와 똑같이 연자심도 종알대듯이 한마디를 나지막하게 던졌다.

" 아니꼬운 놈들!  어디다 함부로! "

다음 순간 노영탄은 앞으로 한 걸음을 선뜻 떼어 놓았다.

물론 덤벼드는 세 놈을 대적하고 싸우겠다는 자세였다.

연자심은 이미 노영탄과 무언 중에 어떤 약속이 오갔는 지라

노영탄이 행동을 개시하려는 기세를 보이자.

그 이상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고 한편으로 비켜서서 꼼짝도 하지 않고

사태를 관망하고만 있었다.

한빙선자 연자심은 누구보다도 노영탄의 놀라운 재간을 믿고 있었기 때문에

도리어 자기까지 덤벼들어서 거추장스럽게 노영탄의 정신을 헷갈려놓지 않으려는

생각이었다.

노영탄은 어차피 그들의 행적이 드러났고 상대편에서도 한빙선자 연자심을

확인하고 덤벼드는 판이고 보면 싸움은 모면할 수 없게 됐으니.

될수 있는 대로 빨리 이 상황을 수습해 버리는 것만이 상책이라고 생각했다.

' 대단치도 않은 놈들과 공연히 시간을 끌 필요가 없다! '

그렇다고 물론 비겁하게 뺑소니를 친다든지 하는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원치도 않은 싸움을 길게 끌디 말고 거추장스러운 것들을 빨리 처리해 버리고

시원스럽게 이 자리를 떠버리자는 결심이었다.

강산호와 오비 그리고 하명 회양방의 세 두령들은 마침내 제각기 무시무시한

무기를 휘두르면서 세 방향으로 갈라서서 동시에 노영탄을 포위하고덤벼드는

것이었다.

그들의 생각으로는 이따위 새파랗게 젊은 녀석이 제아무리 무술의 실력이

대단하다 하더라도 동시에 세갈래로 그 힘을 발휘하기란 도저히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을 내렸던 것이다.

어떤 쪽이든 한쪽만 실수를 하고 틈이 벌어지기만 하면 그때.

그 약점을 급습해서 당장에 꺼꾸러뜨리기란 그다지 힘드는 일이 아닐 거라

생각한 것이다.

이 젊은 여석만 넘어뜨리고 나면 자연 한빙선자 연자심 같은 계집아이 하나쯤이야

독 안에 든 쥐가 되어버릴 것이아니랴!

그러나 그들의 생각이나 판단은 너무나 안이했고 너무나 자기네 멋대로

계산한 것이었으며 상대방의 실력이나 재간과 또는 앞으로 벌어질 결과와는

굉장히 거리가 먼 계산이 아닐 수 없었다.

이윽고 세 두령들은 일제히 행동을 개시했다.

그들이 지니고 있는 실력이나 재간을 십분의 팔 정도를 기울여.

제각기 노영탄의 급소만 노리고 합동 습격을 개시했으니.

이만 하면 상대방을 그다지 만만히 본 것도아니었다.

노영탄은 끝까지 그들을 꼼짝 못하게 그자리에꺼꾸러뜨린 후 시급히 자리를 떠버릴

작정이었다.

' 흠. 이놈들이? 셋이서 한꺼번에? 그것도 맨손도 아니고 흉악한 무기를 들고! '

이렇게 생각했을 때 노영탄은 화가 벌컥 치밀었다.

여태까지 마음먹은 것이 전후를 헤아릴 수 없이 확 변해버리는 순간이었다.

" 좋다. 네  놈들이 그렇다면 ........... 핫핫핫 ! "

부드러우면서도 서릿발같이 매서운 냉소 소리가 노영탄의 입에서터져 나오는 찰나.

그도 오른손을 홱 뿌리치면서 세 놈을 동시에 대적하며 앞으로 쳐들어갔다.

강산호는 정면으로부터 노영탄의 가슴을 노리면서 새파란 광채가 매섭게 번쩍거리는

안령도로 앙가슴을 정통으로 곧장 찌르며 육박해 들어왔다.

오비는 왼쪽 측면에서 채찍으로 노영탄의오른쪽 허리를 후려갈기며 덤벼들었고

그와 동시에 하명도 기다란 쇳덩어리를 휘두러면서 노영탄의왼쪽 옆꾸리를 노리고

듬벼들었다.

번쩍! 노영탄의 새파란 눈초리가 세 놈의 얼굴을 전광석화같이 스쳐지나갔다.

노영탄은 볼두덩에다 힘을 잔뜩 주었다.

그래 가지고는 온갖 힘을 두 팔로 총집중시켰다.

강산호의 칼끝이 가까이 육박해 들어오는 것을 노려보는 찰나.

돌연 몸을 앞으로 살짝 구부려서 피하는 체하더니 왼손으로 강산호의 팔뚝을 찌러고

오른손에는 보다 더 억센힘을 일어켜 가지고 홱! 눈에서 불이 번쩍 나도록오비에게

정통으로 습격을 가했다.

노영탄은 두 손을 한번 쓰는 이 눈 깜짝할 사이에 한편으로는 몸을 비호같이 날려

강산호의 앞으로 바싹 들어갔다.

그것은 강산호를 마치 화살을 막는 방패처럼 삼아 가지고 왼쪽에서 쳐들어오는

하명의 공세를 저절로 막아내며 오른쪽으로는 거센 손바람을 일어켜서 단번에

오비를 내리쳐버리는 대담무상하고 교묘한 수법이었다.

이것은 실로 회양방의 세 두령들로서는 상상도 하지 못한 교묘한 공세였다.

강산호는 노영탄의 공격을 채 막아낼 틈도 없이 노영탄의 왼손이 찌르며 덤벼드니.

극도로 당황하여 주춤 한 걸음을 뒤로 물러서며 칼을 잡은 손을 얼떨결에

움츠러뜨리고 말았다.

그러나 강산호가 칼을 잡은 손을 움츠러뜨렸다가 다시 뻗고 공세를 가하는

그 민첩한 행동보다 노영탄은 이미 강산호를 지척간에 두고 육박해 들어갔다.

몸으로 몸을 들이받아도 넉넉할 만한 가까운 거리에서 노영탄은 도리어

왼손의 술법을 재빨리 바꾸어 여태까지 직선으로 찔러 들어가던 것을 이번에는

내리치고 자르고 저미고 하는 술법으로 강산호의 머리에서부터 가슴팍으로.

그리고 하복부에까지 훓어 내려가면서 맹렬한 습격을 가했다.

강산호는 갑자기 가슴팍이 찌릿찌릿하고 얼얼한 감각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몸이 흔들흔들 초점을 잃었다.

비칠비칠 두 발이 중심을 잃고 버티고 서 있을 수가 없게 됐다.

자기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전신이 뒤로 나자빠지기 시작하는 것을

어떻게 지탱할 도리가 없었다.

다음 순간 노영탄의 왼쪽 손바람이 갑작스레 뒤집히면서 맹렬한 손바람을 일어켰다.

팽 !

쇠와 쇠가 맞부딪치는 것 같은 소름 끼치는 소리가 일어나는가 하는 찰나에.

강산호는 마치 한 개의 큼직한 고무공이 발길에 체이듯이

노영탄이 옆으로 후려치는 손바람을 감당해 내지 못하고 너댓 길이나 멀지감치

떨어진 지점으로 얼굴을 쳐들어 하늘을 바라보면서 그대로 나자빠져버리는 것이었다.

' 어. 어? 이놈 정말 대단한 놈인데 ........... '

오비와 하명 두 두령 놈들은 노영탄이라는 생면부지의 일개 청년이 이다지도 깔끔하게

손을 써서 단숨에 강산호를 졸도시켜 버리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깜짝 놀란다기보다는 가슴팍이 뜨끔하고 이제는 자기네들에게 닥쳐올 사태에

겁을 잔뜩 집어먹는 판이었다.

오비와 하명이 이렇게 겁을 잔뜩 집어먹고 어떻게 몸을 가져야 좋을지 판단할 만한

겨를도없이 노영탄은 이미 몸을 홱 그들 쪽으로 돌렸다.

두 손이 일제히 바람을 일어키며 이번에는 아주 힘 안 들이고 오비와 하명을 한 손에

한 놈씩 다루는 것이었다.

눈 코 뜰 새도 없이 왈칵 왈칵  닥쳐오는 거센 손바람은 마치 화살이 쏘아 들어오듯

빠른 속도여서 걷잡을 수가 없었다.

이런 것을 느꼈을 때 오비와 하명은 몸을 피할 생각밖에 없었다.

그러나 노영탄은 그럴 만한 여유를 줄 리 없었다.

이미 이때에는 오비와 하명은 완전히 노영탄의 손바람의 테두리 안에서 헤어날 수가

없게 되고 말았다.

두 놈을 꽉 늘러놓듯이 손바람 속에 휘말아버린 노영탄은 .

돌연 허리를 주춤하고 구부리는가 하는 찰나에

또 한번 힘을 써서 보다 무서운 진력을 팔로 집중시켜 확 무서운 소리와 함께.

또 한번 두 손을 일시에 뿌리는 것이었다.

오비와 하명은 노영탄은 손바람에 한번 쏘였을 때.

어떻게 해서든지 몸을 가누고 버텨보려고 애썼다.

그르나 두 번째보다 더 사나운 바람이 갑작스레 엄섭해 들어왔을 때는 도저히

지탱할 도리가 없었다.

마침내 그들 두 놈의 몸뚱어리는 뒤로 나자빠지기 시작했다.

두놈의 몸뚱어리가 쓰러질 듯 쓰러질 듯 뒤로 나자빠지려는 순간에.

노영탄은 왈칵 앞으로 비호같이 대들었다.

그놈들의 급소를 노리고 날카롭고 매서운 바람이 화살 한 개씩을 더 가해버리는 것이었다.

" 이래도 덤빌 테냐? 흠! 변변치 못한 것들일수록 껍죽거리기는 더하 거든! "

혼자 중얼거리며 입을 꾹 다무는 노영탄의 표장에는 아직도 여유가 만만했다.

오비와 하명 두 두령들은 불시에 눈앞이 팽팽 돌아가는 바람에 노영탄이 쓰고 있는

수법이 무엇인지 그것조차 똑바로 분간해 낼 만한 여유가 없었다.

그저 사방에서 번갯불이 번쩍 하고 쏘아 들어오듯 몸을 피해보려 했으나 .

어떤 방향을 찾기조차 불가능했다.

" 으으으윽 .............! "

" 이끼끼끼 ............끽 ..........! "

두 놈은 비명을 질러보고 싶었으나  그것도 마음대로 나오지 않는 모양인지

이렇게 괴상한 외마디 소리를 간신히 목구멍 속으로 되삼켜버렸다.

바로 그 순간.

철썩!

쿵!

두 놈은 동시에 요란스런 소리를 내면서 노영탄에게 혈도를 찔린 체

땅 위에 꼬꾸라져버리고 말았다.

노영탄은 손을 세 번 써본 데 불과했다.

그런데도 이미 세 놈의 두령들이 찍소리도 못하고

그 앞에 꼴사납게 쓰러져버리고 말았다.

그밖의젊은 두목 녀석들이야 옆에서 부들부들 떨고 있을 뿐.

감히 어떻게 몸을 움직일 수 있을 것이랴.

주관 안의 여러 손님들. 심부름꾼 아이들.

그리고 주인까지 우르르 몰려서 출입구 밖으로 내달았다.

그러나 목을 길게 뽑아서 문 밖을 내다보기만 할 뿐 .

어느 한 사람도 감히 주관 밖으로 나가지는 못했다.

노영탄이 혼자 몸으로 그것도 몸에 지닌 무기라고는 아무것도 없이 두 주먹으로

몸을 비호처럼 날려. 번개같이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며 불과 두서너 번 손을 써 가지고

삽시간에 회양방의 일곱 장정 가운데서 이미 다섯 명을 오짝달싹도 못하게 때려눕히는

광경을 눈앞에서 보자.

그들 여러 손님과 심부름꾼 아이들은 혀를 빼물고 두 눈이 휘둥그레져서 무엇이라

말도 할 수 없는 모양이었다.

그들의 놀라움이란 일찍이 강호에서 구경해 본 일이 없는 기막히고 신기한 것이었다.

그렇게 준수하고 점잖게 생긴 선비 공자가 몸에 이다지도 놀라운 절기를 지니고

있으리라고는 좀처럼 상상도 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연자심도 노영탄이 태연자약하게 그러면서도 아주 경쾌하고 유유하게 세 명의 장정을

물리쳐버렸을 때 그제서야 앞으로 내닫으며 미소를 띠고 말했다.

" 이따위 대단치도 않은 위인들 때문에 모처럼 음식이나 먹자고 들어간 것이

이꼴이 됐으니 ............ 우리도 빨리 이 자리를 뜨지요 ................

더 머뭇거리고 있어서 뭘해요.  어떻게 하면 좋다지요? "

노영탄은 이말을 듣자 길 건너 주관 문 앞을 흘끗 바라다보았다.

주관문 앞에서는 이루 헤아릴 수 없도록 많은 사람들이 웅성웅성 눈을 두리번거리며.

놀란 표정들을 하고 좀처럼 안으로 들어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노영탄도 한시바삐 이 자리를 뜨기로 결심했다.

그러면서도 무엇인지 미진한 점이 있다는 듯

연자심을 바라보며 빙그레 미소를 띠고 태연히 말했다.

" 가만 계시오. 내가 건너가서 깨끗이 수습을 하고 오겠소 .

이대로 도망이나 치듯 달아날 필요는 없으니까. "

노영탄은 말을 마치자 단순에 주관문 앞으로 흘쩍 건너가서

주인을 불러세우고 점잖게 말했다.

" 음식 값을 계산해 주시오. 그릇 깨진것이라든지

그밖에 일체 손해난 것은 내 앞으로 전부 계산하시오."

이쯤 되고보니 주관 주인도 음식 값이 문제가 아닌 모양이었다.

이렇게 사리에 밝고 점잖은 청년을 이 고장에서는 일찍이 보지 못했다는 듯한

표정을 하고 주인이 두 손을 비비면서 하는 말이.

" 공자께선 과히 그런 것을 염려 마십쇼. 손해가 났댔자 몇 푼어치 되겠읍니까요.

그것보다도 단지 ............. 저 ........... 저 .......... 몇 분 손님들을 ............. "

말을 채 마치지 못하고 주인은 땅 위에 나둥그레져 송장처럼 뻗어버린

다섯 명의 장정들을 손으로 가리키는 것이었다.

돈이 문제가 아니고 자기 주관 문 밖에 거꾸러진 사람들을 어떻게 처치해 주지 않으면.

나중이 시끄럽다는 그런 딱한 표정이었다.

" 알았소! "

노영탄은 머리를 끄떡끄떡해 보이며 다시 몸을 뒤로 돌려보았다.

거기에는 아직도 목숨이 붙어있는두 녀석의 소두목이 쥐구멍만 찾고 싶다는 듯.

엉거주춤하게 서서 노영탄의 시선을 어디로 피해야 좋을지를 몰라

허둥지둥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들에게 입을 벌릴 용기가 있을 리 없었다.

벙어리처럼 땅 위에 나자빠저서 송장같이 뻗어버린 세 두령 녀석들의 몸을 문질러도 보고.

건드려도보기는 하지만 어떻게 처치를 해야 좋을지 알 수 없다는 안타까운 표정으로

노영탄의 얼굴만 흘끔흘끔 도둑질이나 하듯 훔쳐보고만 있었다.

노영탄은 두 젊은 녀석들의 앞으로 선뜻 건너갔다.

그리고는 위엄 있는 음성으로 호통을 쳤다.

" 네 이놈들! 생쥐같이 살살 돌아다니며 못된 짓들만 하는 놈들아!

그 따위 섣부른 재간을 가지고 감히 남을 함부로 건더리고 덤벼들다니?

똑똑히 들어두어라!

이번에 이 악중악으로서는 너희들을 대단케 다룬 것은 아니다.

단지 교훈을 주엇을 뿐 ..............

그러니『숭양비급』을 탈취하고 싶은 야심이 더 있다면 두말할 것 없이 언제든지

이 악중악을 찾아오라고 그렇게 전해두어라! "

악중악이라는 석 자를 무엇보다도 똑똑히 발음하며 여기까지 말하더니.

노영탄은 급소를 찔리고도 졸도해 버린 두 장정들의 몸 위를 가볍게 손으로

 스쳐주고 나서 다시 소두목 두 녀석에게 말을 계속했다.

" 이 두 놈의 혈도는 내가 이미 풀어주었다.

넉넉잡고 두 시간 후면 숨을 들이쉬며 깨어날 것이다.

그러나 또 한마디 똑똑히 들어두어야할  것이있다.

네 놈들. 회양방의 무리들이 이 악중악을 찾고 싶다면

언제. 어느 곳에서도 서슴치 말고 달려들어도 좋지만.

이런 주관의 죄없는 사람들을 성가시게 군다든지.

혹은 선량한 백성들을 못살게 굴고 횡포한 짓을 하고 돌아다닌다면.

이 악중악이 언제나 오늘같이 처리해버릴 터이니 잘 알아두란 말이다! "

두 젊은 두목 녀석들은 부들부들 떨면서 몸둘 곳을 모르고 손을 싹싹 비비며

떨리는 음성으로 간신히 대답했다.

" 네! 네!  잘.....잘 ...... 알겠습니다! "

노영탄은 다시 몸을 돌려 주머니에서 은전을 손에잡히는 대로 몇 개 꺼내서

주관 주인에게 주며 말했다.

" 자. 이만하면 뒷일은 걱정하실 것이 없소.

내가 확실히 수습을 했으니까.

저 따위 놈들이 두 번 다시 이런 곳에 나타나서 시끄럽게 굴지는 못할 것이니

안심하시고. 이 은전 몇 닢은 우리들의 음식 값과 손해상의 뜻으로 받아두시오! "

주관의 주인 영감은 나이가 50 전후밖에 안 되는 호인 겉아 보이는 사람이었으나

그 역시 강호에서 산전수전을 다 겪어본 인물인 것 같았다.

두 손을 맞잡고 흔들며 공손히 인사를 표시하고 하는 말이.

" 천만의 말씀을 ! 두번 다시 시끄러운 일만 없게 해주시면 그게 제일입죠.

무슨 손해배상이니 그런 말씀은 아예 하시지 마십쇼! "

주관 주인은 말을 마치더니 은전 몇 닢을 두 손으로 노영탄에게

도로 내밀어 주면서 심부름꾼들에게 호령을 했다.

" 애들아! 뭘 하고 있느냐.

빨리 이 두 분의 말을 풀어다가 떠나실 준비를 해드리지 않고 ......... "

노영탄은 주관 주인이 이렇게까지 돈을 사양하고 받으려 들지 않는 것을 보자.

정색을 하고 침중한 어조로 거듭 말했다.

" 여보시오! 주인 양반 . 그다지 사양하실 것은 없소.

나로서는 당연히 내놓아야 할 돈을 드리는 것뿐이니까 .........

그것을 물리치신다면 도리어 주관으로서는 손님에게 이상한 대접을 하는 셈이 될 터이니

돈 낸 사람이 더욱 불쾌한 것이 아니겠소? "

이말을 들은 주인도 어쩔 수 없는 모양이었다.

" 그렇게까지 고집하신다면 사양할 도리가 없습니다! "

그제서야 주인 양반은 은전을 받아 넣고 감사하다는 말을 몇 번이고 되풀이 했다.

노영탄은 말이 다 준비되어서 심부름꾼 녀석들에게 끌려 나오는 것을 보자.

연자심과 더불어 말 위에 선뜻 올랐다.

그리고는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말 채찍을 높이 휘둘러 질풍같이 달리기 시작했다.

구강을 향해 떠나는 길이었다.

노영탄은 방금. 그 두 녀석의 소두목 들에게 고의로 자기가 악중악이라고 말했다.

그기에는 노영탄으로서 또 한 가지 생각하는 점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즉 노영탄은 난데없이 주관에서 회양방의 장정 몇 놈과 맞닥뜨려 불란을 일어킨 일이

도리어 다행이라 생각되었다.

 자기의 얼굴을 잘 알아보지도 못할 뿐더러 악중악의 얼굴도 자세히 알지 못하는

이 몇 놈들에게 자기가  바로 악중악이라고 정체를 밝히고 나서서.

강호 수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어 놓아 보자는 생각에서 였다

' 이 몇 놈들은 불과 몇 시간이면 저희들의 소굴로 돌아가서 악중악을 만났었다고

보고할 것이요 . 또 그 소문이 당장에 강호에 퍼질 것이고 ............

그렇게 되면 모든 사람의 주의력이 나한태로 쏠릴 것이며.

나를 진짜 악중악인 줄 알고 덤벼들 것이니 ........... '

노영탄은 말을 달리면서도 이렇게 생각했을 때.

자신도 모르게 빙그레 미소가 떠오르는 것을 감출 수 없었다.

그것은 오로지 악중악의 신변을 한시나마 무사히 끌어나가자는 가륵한 마음에서였다.

이렇게 되면 또 다시 산을 등지려고 애쓸 사람도 없어질 것이며 진짜 악중악의 행방이란

여러 사람들의 무서운 눈초리 속에서 벗어날 수가 있을 것이고 노영탄은 노영탄 대로

혼자 앞을 내다보는 바 있어서 이런 포진을 일부러 쳐본 것이다.

노영탄과 연자심이 잠시 들렸던 주관은 휴녕 서쪽에 있는 조그마한 마을이었으니.

여기서 구강까지 가려면 다시 기문을 지나고 또한 방향을 바꾸어서 소유령 고개를 넘어야만

했다.

그런데 여기까지 와서야 노영탄은 연자심에게 그의 목적지를 솔직히 밝혔다.

 

 

<다음 장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