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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의 향기 - 2부 16장 (종결)

오늘의 쉼터 2013. 6. 23. 21:26

여인의 향기 - 2부 16장

 

 

 

 

여인의 향기 2부 16장

 

한가닥 바람이 불어와 옷깃을 스친다.

벌써 여름이 찾아오려는지 아내의 무덤 위에 하얀 나비가 날개를 펄럭이고 있다.

아내의 영혼인지도 모른다.

아내는 죽어서도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지 않는다.

침묵을 지키는 아내의 무덤 앞에 넋을 놓고 앉았다가 해질 무렵에 서울로 향한다.

좀 더 적극적으로 아내와의 관계를 개선하지 못한 자책감에 빠진다.

내 마음을 관대하게 이해해 주기를 바라면서 아내의 마음을 헤아리려고

최선을 다했는지 자문한다.

 

서울로 돌아와 집안으로 들어간다.

집안은 청소업체에서 깨끗이 치웠지만 마음은 황량한 들판에 서 있는 기분이다.

아직도 주방 안에서는 나를 위해 음식을 준비하는 아내의 영상이 떠오른다.

뒤따라 들어온 은영이 잠든 연지를 안방 침대에 눕힌다.

번민과 고통스러운 상념으로 맑은 정신으로 있을 수 없었다.

알콜로 고통스러움을 지우고 싶어 양주병을 꺼내 들고 마신다.

안방에서 나온 은영이 물끄러미 쳐다보더니 주방에서 안주를 준비해 온다.

 

“식사도 안 했잖아요. 빈속에 술을...”

 

“그냥... 내버려 두었으면 좋겠어.”

 

연거푸 목구멍으로 양주를 들이킨다.

내가 술을 마시는 것이 아니라 술이 나를 마신다.

다소곳이 바라보던 은영도 양주 한잔을 따라 마신다.

목구멍을 타고 넘어가는 알콜이 위와 내장을 후벼 파는 것 같다.

쓰리고 아픈 감각에 마비될수록 내 정신은 미로 속으로 빠져든다.

어떻게 취해서 쓰러졌는지 잠들었는지 모르겠다.

갈증을 느껴 눈을 떠보니 하룻밤이 지나고 동틀녘이다.

옷도 벗지 않은 나는 침대에 누워 잠들었고 은영과 연지는

방바닥에 이불을 깔고 잠들어 있었다.

 

주방으로 가서 냉수를 들이키고 안방으로 들어온다.

다리가 휘청거리며 머리가 아파서 고통스럽다.

현기증을 느껴 다시 침대 위에 쓰러진다.

그리고 깨어나면 나 자신을 주체할 수 없어 또 술을 마신다.

태양은 지고 다시 떠오르지만 며칠을 알콜과 번민 속을 헤매었는지 모른다.

은영은 의상실에도 안 나가고 자신의 집을 오가면서 연지를 보살핀다.

엄마를 잃은 연지가 아따금 멍하니 넋을 놓고 있는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이내 은영에게 매달리며 어리광을 피운다.

달력을 보니 아내의 장례를 치르고 삼일째 되는 날이다.

넋을 잃고 있는데 연지를 피아노 학원에 데려다주고 온 은영이 거실로 들어온다.

내 손에 쥐고 있는 술병을 빼앗으면서 눈을 흘긴다.

 

“자기 이러고 있으면 어떡해? 기운을 차려야지.”

 

“.....”

 

“매일 술만 마시고 몰골이 이게 뭐야? 면도 좀 하고.”

 

“미안해.....”

 

힘없이 팔을 뻗쳐 은영을 가까이 오라고 손짓한다.

눈을 흘기며 다소곳이 다가오는 그녀를 끌어안는다.

가슴에 안기는 그녀가 나의 얼굴을 양손으로 감싸며 애잔한 눈빛으로 바라본다.

내가 인생의 여로에 어디쯤 와 있는지 어디로 향하는지 돌이켜 생각한다.

덥수룩한 턱수염을 손바닥으로 문지르며 은영이 작은 목소리를 흘린다.

 

“연지를 생각해서라도 기운 차려야지.”

 

“그래야지... 그런데 의욕이 없어.”

 

“그럼 나도 죽어 버릴 거야.”

 

“차라리... 나더러 죽으라고 하지.”

 

“그런데 어제 전화 몇 통을 받는 모양인데 전화 받다가 자더라고.”

 

“그랬나... 나더라 죽으라고 한 게지.”

 

“피이 못 됐어.. 식사준비 할게. 한술 떠요.”

 

“.......”

 

가슴에 안겼던 은영이 스커트 자락을 찰랑거리며 주방으로 들어간다.

스커트 자락위로 드러나는 은영의 아담한 몸매를 바라본다.

그리고 술에 취해 흐릿한 어제의 기억을 더듬는다.

취중에 전화를 받은 기억이 떠오른다.

친구들의 전화와 회사 직원들의 전화였다.

그리고 수진의 숨가쁜 목소리가 떠오른다.

 

“오빠... 아줌마 죽었다면서? 엄마한테 지금 들었어. 어떻게 된 거야?”

 

“괜찮아...”

 

“연지가 불쌍해. 어떡하지? 은영 언니한테 부탁하지...”

 

“신경.... 쓰지 마.”

 

은영 언니는 착하고 예쁘잖아. 나도 좋아하지만 오빠도 좋아하고..”

 

“.....”

 

은영에 관한 수진의 말이 새롭게 부각된다.

아내가 수진을 미워했던 것이 나와의 관계를 알았기 때문일 것이다.

수진도 아내를 미워한다.

그렇다면 아내가 사망하던 날 혹시 수진과 아내가 만나서 다툼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

그리고 몸 싸움 끝에 우발적으로 아내가 사망한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아니면 강도에게 당한 것인가?...

벗겨진 아내의 하반신, 열려진 옷장과 흩어져 있는 옷가지들,

방바닥에 떨어진 아내의 지갑은 무엇을 뜻하는지 모르겠다.

 

불쑥 일어나 안방으로 들어갔다.

난장판이었던 당시의 광경을 지우고 방안의 가구들은 정리되어 있다.

옷장 문을 열어본다.

그리고 서랍과 화장대를 열어 뒤적여 본다.

어디에든 나의 의문을 풀어 줄 만한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화장대 밑의 서랍을 열고 다시 닫으려다가 멈칫한다.

두툼한 노트 한권이 눈에 들어온다.

무의식적으로 펼쳐 들었다.

아내의 일기장이었다.

아내가 일기를 쓰고 있다는 것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펼쳐든 일기의 날자는 작년이었다.

 

[내 몸과 마음이 왜 이렇게 황폐해 지는 지 모르겠다.

누구와도 대화하기 싫고 시간이 갈수록 남편과의 잠자리도 두려워진다.

여자로서의 일생이 다 되었는지 모른다.

행복해 지고 싶다. 연지와 남편과 단란하게 사는 것이 소망이다....]

 

아내의 우울증을 실감하게 하는 일기였다.

일기장을 넘겼다. 매일 쓰는 일기는 아니지만 이삼일에 한번씩 짤막한 글귀들은

아내의 심정이 담겨 있는 글이다.

어떤 날은 죽고 싶다는 일기도 적혀 있었다.

아내는 말로 표현하지 못하고 마음의 병을 앓고 있었던 것이다.

일기장을 넘기다가 최근에 휘갈겨 쓴 일기가 눈에 들어왔다.

 

[보지 말아야 할 수진과 남편의 모습을 보았다.

다리가 떨리고 심장이 터질 것만 같다.

지금은 새벽 두시, 어찌하면 좋을지 모르겠다.

부부간에 한눈을 파는 경우도 있지만 서로 용서하고 잘 산다고 한다.

사람의 육체적인 욕망은 정신을 지배하지 못 하는 모양이다.

남편의 육체적인 욕망을 해소해 주지 못 하는 나의 잘못이 크다.

하지만 용서가 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연지 아빠를 놓아 줄 수도 없다.

우리에겐 사랑하는 연지가 있다.

그리고 표현을 못하지만 사랑하기 때문에 놓아 줄 수가 없다.]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아내의 심정을 알 것 같았다.

아내의 일기장을 읽으며 온몬의 피가 밑으로 흘러내려 주저 앉을 것만 같다.

수진과의 관계를 아내가 짐작은 하지만 모르기를 바랬다.

하지만 나의 생각은 자기기만 이었다.

아내는 모든 사실을 알고 있었다.

떨리는 손으로 다음 일기장을 넘겼다.

 

[남편은 은영과의 관계도 의심스럽다.

사람들과 마주치는 것 조차 두렵다.

유일하게 대화하는 은영이 친자매 같이 느껴지는데

내가 왜 이런 생각을 하는 지 모르겠다.

나는 정말 지독한 병이 들었나 보다.

나를 대하는 남편도 고통스러워한다.

고통스러워 하는 남편을 자유롭게 놓아 주어야 하는 가.

그럴 수는 없다.

어떤 대가를 치루더라도 인생의 마지막까지 남편과 살고 싶다.]

 

아내는 죽음을 예감했는지도 모른다.

지독한 우울증과 번민의 늪에 빠진 아내...

진통제와 우울증 치료제를 다량으로 습관적으로 복용하며

하루하루를 버틴 아내의 마음이다.

홀로 고통스러워 하는 아내를 살해할 동기를 가진 사람이 누구일까...

문득 예기치 않은 단서로 남녀관게의 치정이 얽힌 내용이

실마리가 된다는 형사반장의 말이 떠오른다.

아내가 치정에 얽히어 살해 당했다고는 믿기지 않는다.

그렇다면 나와 관계된 여자들 중에 누군가 아내에게 원한이 있는 것인가...

한지영은 나의 집도 모를뿐더러 아내와 일면식도 없다.

아내와 다툼을 하거나 미워할 이유도 없다고 판단한다.

나에게 순결을 바친 미정은 단순하게 자신의 삶을 살기에 급급하다.

미정이 경제적인 이유로 아내를 상대할 이유도 없다.

잘못 판단하는 생각인지 몰라도 두여자 모두 나하고의 인생을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

나에게 집착하는 은영과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른다.

은영의 남편이 자살한 동기도 의심을 했었다.

거실에서 아내와 대화를 하던 은영이 수정 구슬을 보고 흉측하다면서

사람을 다치게 할 것 같다고 하던 말이 떠오른다.

마치 예견을 하는 말 같이 느껴진다.

은영의 남편 자살과 아내의 죽음이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닌지...

아내가 사망하던 날, 은영은 집에 들렸다고 한다.

그러나 누구도 그녀가 집에 들렸는지 모르고 아내와 만났는지도 모른다.

의심을 하면 의문은 꼬리를 물고 일어난다.

바쁜 스케줄 때문이지만 연락이 없던 수진에게서 취중에 전화를 받았었다.

그동안 아내의 소식을 모르고 있었던 것인가...

아내와 가장 다툼이 많았고 미워하던 사람이 수진이다.

나하고의 정사를 거듭할수록 집착을 했던 수진은 아줌아가 없으면 좋겠다는 말을

서슴지 않고 했었다.

수진의 성격은 활달하고 맹랑하지만 아내를 살해할 만큼 잔인하지는 않다.

아내를 미워하는 것이 살해할 만한 동기라고 믿을 수 없다.

나의 주변에 있는 여자들이 아니면 단순한 강도가 집에 들어 온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강도라면 흉기를 준비하고 들어왔을텐데 수정구슬로 아내를 살해했다는 것도

조금 이상하다. 아울러 아내는 무슨 급한 일이 있었기에 승용차 방향등도 끄지 않았는지...

생각할수록 머리가 복잡해지고 미로 속을 들여다보는 것 같다.

아내처럼 나도 복잡한 현대를 살아가는 환자인지 모른다.

서성이고 있는데 은영이 방안을 들여다본다.

 

“뭐해요? 식사 준비 다 됐어.”

 

“응.....”

 

아내의 일기장을 제자리에 놓아 두고 주방으로 간다.

아내를 대신해서 은영이 준비한 식탁이었다.

술로 며칠을 보냈더니 속이 쓰리고 허기졌다.

은영이 내가 좋아하는 매운탕을 끓여 놓았다.

오래간만에 그녀가 준비한 식탁에 마주 앉아 식사를 한다.

나의 집 식탁에 얼마 만에 식욕을 느끼는 지 모르겠다.

식사를 끝낸 은영이 연지를 데리러 간다고 한다.

현관문을 나서는 은영의 뒷모습을 보면서 아내의 모습을 떠올린다.

어느새 은영은 아내의 결혼 초 모습을 닮아가고 있다.

차고 문이 열리는 소리에 이어 은영이 승용차를 몰고 나가는 엔진소리가 멀어져 간다.

은영은 애정으로 가득한 체취와 막연하지만 행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득했던 아내를 닮아간다. 은영에게 아내의 꿈이 담겨 있다.

아내의 일기처럼 여자의 마음은 다 같은지도 모른다.

약속한 것은 아니지만 은영의 가슴도 나와 인생을 같아 할 희망으로 부풀어 있을 것이다.

번민하고 고뇌한다고 아내가 살아 돌아오지는 않는다.

아내를 사랑한 만큼 앞으로의 삶을 보람되게 살고 싶다.

세면장으로 들어가 면도와 샤워를 하고 술에 젖었던 정신을 씻어 버린다.

갈지 않은 시간에 은영이 연지를 데리고 돌아왔다.

거실로 들어온 연지가 묘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낟.

 

“어? 오늘은 아빠 술 안 마셨네.”

 

“연지 왔구나.”

 

연지에게 다가갔다.

연지를 번쩍 들어서 가슴에 안았다.

며칠 만에 술에 취하지 않은 내 얼굴을 보는 연지의 얼굴에 해맑은 미소가 흐른다.

연지와 내 모습을 바라본 은영의 긴 속눈썹이 자잘하게 흔들린다.

그렇게 즐거운 마음은 아니지만 동화책을 보는 연지를 둘러싸고 앉았다.

은영은 연지를 위해 동화책을 읽어 주고 연지는 연달아 웃음을 흘리며 즐거워한다.

연지에게 애정을 쏟는 은영의 모습이 고맙기도 하고 사랑스럽다.

슬그머니 뒤로 손을 뻗어 은영의 허리를 더듬는다.

연지는 동화책을 보는데 집중해 있고 은영이 얼굴을 붉히면서 눈을 흘긴다.

은영이 연지를 살펴보며 주먹으로 때리는 시늉을 한다.

이상한 낌새를 느꼈는지 연지가 뒤돌아본다.

 

“왜 아빠하고 이모하고 싸워?”

 

“아냐. 연지가 예쁘다고...”

 

은영이 다시 눈을 흘기며 얼굴을 붉힌다.

연지와 은영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미소를 흘린다.

연지와 은영이 동화책에 열중하는 동안 텔레비전을 켜서 본다.

액션 드라마가 방영되고 있었다. 텔레비전을 보고 있다가 스르르 잠이 들었다.

꿈 속에서 아내의 모습이 보인다.

살아 있을 때 처럼 무표정하지만 밝은 모습이다.

아내가 연지를 잘 부탁한다고 손짓을 하고 사라진다.

얼마동안 잠들었는지 누군가 깨우는 바람에 눈을 뜬다.

은영이 자잘한 미소를 흐리며 내려다보고 있었다.

 

“들어가서 자요.”

 

“연지는?....”

 

“잠들어서 방에 눕혔어요.”

 

“.....”

 

부스스 일어나 안방으로 들어갔다.

방바닥에서 포근한 이불을 덮은 연지가 천사처럼 잠들어 있는 모습이 보인다.

아직도 잠결에 옷을 벗고 침대 위의 모포 속으로 들어간다.

그러나 막상 침대에 누우니 정신이 맑아진다.

뒤돌아서서 소리 없이 잠옷을 갈아 입는 은영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잠옷을 갈아 입는 그녀에게서 향기를 느낀다.

그동안 말없이 연지가 상처 받지 않도록 보살피고 나를 묵묵히 지켜준 여자의 향기다.

잠옷을 갈아 입은 그녀가 바닥에 누운 연지 옆으로 간다.

팔을 뻗어 은영의 손목을 잡았다. 나에게 이끌려 오는 그녀의 눈가가 붉어진다.

그녀를 침대 모포 속으로 끌어들여 껴안았다.

나를 바라본 그녀가 속삭인다.

 

“피곤하잖아?”

 

“괜찮아. 그냥 안고 싶어.”

 

은영과 시선이 마주친다.

그녀의 숨결과 체취, 나긋한 허리의 감촑이 나를 흥분시킨다.

시선을 마주한 그녀의 입술을 찾는다.

사르르 눈을 감는 그녀의 입술이 다가온다.

입술과 입술이 마주쳐 마찰을 일으키고 오랜 시간동안 잊었던 욕구의 불길이 솟아난다.

혀와 혀가 엉키어 서로의 애정을 확인한다.

피곤한지도 모르고 페니스가 불끈불끈 솟아오른다.

나는 걸친 옷을 벗어던지고 은영을 발가벗긴다.

가슴에 파묻힐 정도를 아담한 은영의 매끄러운 피부가 잇닿아 성감의 불을 붙인다.

혀가 엉키어 타액을 들이 마시고 갈증을 풀어낸다.

그녀의 발가벗은 알몸 위로 올라가 젖가슴을 쥐고

돌기를 일으키는 젖꼭지를 입속을 빨아 당긴다.

손을 밑으로 뻗쳐 그녀의 음모를 쓸어내린다.

그녀의 허리가 꿈틀거린다.

 

“하아.. 자기야.. 연지 깨면 어떡해... 난 몰라.....”

 

“연지는 잠들면 세상이 무너져도 몰라...”

 

은영은 잠자던 화산이 폭발하듯이 달아올라 매달린다.

손바닥에 마찰되는 그녀의 보지에는 벌써 샘물로 적셔져 있다.

음순을 손가락 사이에 끼고 돌기를 일으키니 그녀의 둔부가 들썩거린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그녀의 보지를 쓰다듬는다.

숨을 크게 들이마신 그녀가 안타까운 신음을 흘린다.

상체를 일으켜서 은영의 허벅지를 벌린다.

허벅지 밑에 무릎을 꿇고 내려다본다.

벌어진 보지 속으로 연홍빛 살갗이 이슬에 젖어 꿈틀거린다.

그녀는 눈을 지긋이 감고 나의 다음 행동을 기다린다.

보지를 벌려 임술처럼 밀려나오는 숨겨진 살갗 사이로 페니스를 밀어 넣는다.

나의 등을 움켜쥐고 그녀가 신음을 흘린다.

 

“하으.... 자기야.. 아항....”

 

“하아.. 사랑해.....”

 

항상 느끼지만 아이를 낳지 않아서인지

은영의 보지는 협소하고 살아있는 해물처럼 쫄깃하다.

그러면서도 페니스를 빨아 당기는 것 같다.

천천히 보지 속으로 페니스를 넣었다가 빼내기를 반복한다.

그녀의 둔부가 점점 격렬하게 꿈틀거린다.

나의 등을 움켜쥐고 있는 그녀의 손이 살갗을 파고 드는 것 같다.

 

“아으... 하아... 어떡해... 아하....”

 

“영이는 내 사랑....”

 

아내의 침대에서 은영은 활활 타오른다.

그녀는 아내와는 다른 여자로서 나를 가두게 한다.

그녀의 보지 속을 드나드는 페니스를 깊고 빠르게 움직인다.

때로는 보지 입구까지 빼냈다가 돌진을 하기도 하고 좌우로 비틀며 마찰을 한다.

그녀와 나는 새로운 시간과 공간의 늪을 헤맨다.

희열 속에 나의 페니스가 보지 속을 돌진해 들어갈 때마다 그녀의 나신이 출렁거린다.

숨 가쁘게 호흡을 내뿜던 그녀가 나의 엉덩이를 잡아 당기며 입술을 깨문다.

 

“하아... 난 몰라... 미치겠어... 하앙....”

 

“허억.... 헉.....”

 

심장이 멎을 것만 같은 호흡을 내뿜으려 은영의 젖가슴을 양손으로 움켜 쥐었다.

돌기를 일으킨 젖꼭지를 빨아 당기며 불규칙적으로 페니스로 보지 속을 헤집는다.

거칠어지는 신음을 내뿜던 그녀가 베개를 당긴다.

그리고 흘러 나오는 신음을 막으려고 베개를 입에 물었다.

아마도 연지가 깨어나는 것을 두려워 하는 모양이다.

한동안 몸부림치던 그녀가 상체를 들어 올리며 입에 물었던 베개를 던진다.

그리고 나에게 매달리며 부르르 떤다.

 

“윽... 하으... 자기야....”

 

“으헉.... 허억.....”

 

은영의 보지 속에 흘러넘치는 뜨거운 샘물이 용솟음치는 페니스를 감싼다.

그녀가 오르가즘의 진액을 흘린 것이다.

하지만 나는 피곤한지 절정의 정상에서 맴돈다.

몸에는 땀이 비 오듯 하고 거친 숨을 토해낸다.

보지 속을 헤집을 때마다 그녀의 몸이 파도처럼 흔들린다.

내 가슴에 대달려 있던 그녀가 올려다본다.

 

“으흥... 자.. 자기.. 땀을 많이 흘려.... 식사도 안 하고 술만 마시더니...”

 

“허헉... 괜찮아.....”

 

올려다보던 은영이 나를 눕힌다.

그리고 나의 허벅지를 타고 앉는다. 진액으로 번들거리는 나의 페니스를 움켜쥔다.

그리고 촉촉하게 젖은 보지를 벌리고 붉은 입술처럼 벌어진 사이로 페니스를 넣는다.

그리고 그녀는 허리를 틀며 깔고 앉는다.

보지 깊숙이 그녀의 내장까지 잇닿는 느낌이다.

그녀와 나는 동시에 바람 빠지는 신음을 흘린다.

 

“어마...앗... 하윽....”

 

“허걱....”

 

페니스 뿌리 끝 까지 삼킨 보지속의 감촉에 자지러질 것만 같았다.

엉덩이를 들어 올리면 허벅지를 타고 앉은 은영의 나신이 위로 솟구친다.

그녀의 허리를 당기며 자궁 속 깊숙이 페니스를 밀어 넣는다.

손을 뻗치니 그녀가 손을 마주 잡고 허리를 비튼다.

그녀는 발갓벗은 알몸으로 말 들에 오른 기수처럼 머리를 휘날린다.

나는 그녀를 태우고 야생마가 되어 질주한다.

 

“으핫....”

 

“하잉.... 아항....”

 

결국 나는 은영의 몸 속에 열정이 가득한 정액을 뿜어내며 경직된다.

그녀도 강렬한 엑스터시에 젖어 허리를 활처럼 뒤로 젖힌다.

한동안 흐느적거리던 그녀가 힘없이 옆으로 눕는다.

그녀의 젖꼭지를 어루만지며 숨을 고른다.

그리고 젖꼭지를 손가락에 끼고 돌기를 만진다.

손가락에 전해오는 감촉에 나도 모르게 손가락에 힘을 주었다.

그녀가 별안간 몸을 움츠리며 눈을 흘긴다.

 

“못 됐어.. 아프단 말이야...”

 

“돌돌 말아서 내 가슴에 가두고 싶다.”

 

“나 죽으라고...”

 

“내 심장에서 살면 되지.”

 

“피잇... 바보 같아...”

 

“그래 영이에겐 난 바보야... 그런데 여자가 위에서 하는 건 어떻게 알아?”

 

“그걸 창피하게... 여자들끼리는 그런 얘기도 하잖아.

자기가 힘들어 하는 것 같아서 한번 해 봣는데 못 하겠어.”

 

“이젠 선수 다 됐네. 처음에는 순박한 것 같더니...”

 

“자기 때문이야. 그런데 우리 다른데로 이사 가야 하잖아? 사람들 시선도 있고.”

 

“응... 그래야겠지.”

 

“외국으로 나갈까?”

 

“글세....”

 

“그리고 연지를 내가 수시로 봐주겠지만 의상실 닫을 때가지 당분간 가정부를 써야 되지 않아?”

 

“나도.. 그렇게 해야 겠다고 생각했는데...”

 

“서울에 살고 있는 고향의 먼 친척 언니가 있는데 남편을 잃고 힘들게 살고 있어.

그 언니한테 오라고 할까?”

 

“응... 잘 됐네.”

 

은영의 마음을 이해한다.

새로운 삶을 위해 현실을 벗어나고 싶다.

다시는 번민과 고통 속에서 헤매고 싶지 않다.

은영과 나는 서로의 심정을 교환하며 밤이 새는 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장래에 대한 약속을 말로 표현하는 것은 아니지만 눈빛과 표정만으로도 알 수 있다.

우리는 손을 마주 잡고 지쳐 잠이 든다.

 

눈을 뜨니 태양이 밝에 떠오르는 아침이다.

은영은 아내의 자라에서 일어나 주방에 있었다.

나를 위해 아침식사준비를 하는 그녀의 뒷모습이 사랑스럽고 아름답다.

오랜 잠에서 깨어난 기분이다.

아내의 모습은 없지만 나의 일상생활은 변함없이 예전으로 돌아간다.

변한 것이 있다면 조순한 모습으로 나를 지켜봐 주는 은영이 있다는 것이다.

대문까지 따라 나오는 은영의 배웅을 받으며 출근을 한다.

내가 출근하고 나면 그녀는 고향 언니를 오라고 할 것이다.

그리고 연지를 학원에 보내고 의상실에 나갔다 올 것이다.

골목길을 걸어서 지하철 역으로 향한다.

골목길을 지나가던 안면이 있는 동네 아주머니가 유심히 내 표정을 살피며 목례를 하고 지나간다.

 

회사에 출근을 하니 직원들이 위로의 말과 동정어린 시선으로 바라본다.

사장실로 들어가 감사의 인사를 하고 나온다.

예전이나 마찬가지로 한지영이 내 책상에 자판기 커피를 놓고 돌아가면서

의미 있는 미소를 흘린다.

직장의 분위기는 변한 것이 없다.

다만 남자직원들의 말로는 한지영이 고객이었던 고급공무원과 연애중인 것을 목격했다고 한다.

그동안 밀린 서류를 정리하다보니 하루가 지나고 있다.

틈을 내어 경찰서의 형사반장에게 전화를 했다.

사건이 장기화 될 것 같다면서 다방면으로 수사를 하고 있다고 한다.

사건의 전말은 죽은 아내만이 알고 있다.

그러나 이 세상 사람이 아닌 아내는 말이 없다.

어쩌면 나에게 닥친 현실이 운명인지도 모른다.

오후 늦게 수진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역시 톡톡 튀는 목소리가 흘러 나온다.

 

“오빠, 어디야?”

 

“응, 회사.”

 

“출근했어? 몸은 괜찮아?”

 

“응.”

 

“어쩌지?”

 

“왜?”

 

“나 지금 공항에 나와 있어.”

 

“공항?...”

 

“응, 일본 공연 스케줄이 잡혔어. 얼마동안 있을 지 모르겠어.”

 

“그렇구나. 잘 먹고 몸 관리 잘 해.”

 

“내가 옆에서 지켜 주지 못 해서 어떡해? 하지만 은영 언니가 잘 해 줄 거야.

언제나 나를 잊지 않고 지켜 줄 거지?”

 

“응...”

 

휴대폰 속에서 수진이 입맞춤을 하는 쪽소리가 들린다.

유리창 가에 서서 통화가 끊긴 휴대폰을 들고 멍하니 거리를 내려다본다.

잠시 후 휴대폰에 문자가 도착한다.

 

<오빠 저 일본 공연 나가요. 언제 뵐 지 모르지만 고마웠어요>

라는 미정의 문자였다.

 

왠지 허전하면서도 몸을 둘러싸고 있는 한 꺼풀을 벗겨내는 느낌이 든다.

온몸의 신경이 감전 당한 것처럼 짜르르하고 냉기를 느낀다.

가로수의 신록이 우거진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의 옷차림이 가벼워져 있다.

머지않아 더위를 견디지 못 해 사람들은 가식의 껍질을 벗듯이 몸을 드러낼 것이다.

유리창으로 비치는 황혼을 바라보며 퇴근준비를 한다.

사무실에는 직원들이 퇴근하고 몇 명 남지 않았다.

사무실을 나와 복도를 걸어가는데 마주 친 한지영이 주춤거리더니

예전이나 다름없이 ‘술 한잔 사주실 거죠.’라고 한다.

쓴웃음을 지어보니고 회사를 나온다.

 

지하철을 타고 집이 있는 지하철 역에서 내린다.

사람마다 제각기 다른 표정을 짓고 걸어가는 인파에 밀려 지하철 역을 나선다.

습관처럼 지하철 역 입구에서 두리번거리며 서성거린다.

나는 누구를 기다리는 것일까...

나에게 내일이 다가 오지 않는다 해도 누군가를 기다릴 것이다.

기다림이란 욕망의 삶이고 행복이다.

집에서는 은영과 연지가 기다릴텐데

이제는 영원히 돌아 오지 못 할 아내를 기다리는 지도 모른다.

언젠가 아내를 잃은 최부장이 한 말이 떠오른다.

최부장 자신이 다른 여자를 사랑하게 되면

아내에게 최선의 선택을 주었을 것이라는 말이다.

나는 아내에게 최선의 선택을 준 것일까...

어떻게 하는 것이 아내에게 최선의 선택이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신은 아내와의 이별을 운명으로 받아들이라고 한다.

아내는 죽음이라는 이름으로 스스로를 선택했는지도 모른다.

미래의 나에게 어떤 또 다른 운명이 기다리는지 모른다.

단지 여자의 향기를 찾아 걷고 있을 뿐이다.

골목길로 접어 들어 나를 기다리는 은영에게 향하고 있다.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누구나 고통스러워도 꿈을 갖고 있다.

언젠가는 연지의 꿈을 바라보고 있을 지도 모른다.

일년 가까운 시간동안 나는 과거와 미래의 늪에서 방황하였다.

현실의 나는 은영의 향기로 채워진 꿈속에서 또 다른 운명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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