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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의 향기 - 2부 12장

오늘의 쉼터 2013. 6. 23. 19:42

여인의 향기 - 2부 12장

 

 

 

오 팀장과 김석진, 그리고 나는 보험사고에 대한 얘기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미스 정과 박상우는 서로 눈치를 살피며 작은 소리로 소곤거린다.

다시 술잔이 오가고 술기운이 거나해졌다.

미스 정이 직원들의 눈치를 살피며 눈을 흘기기도 하고 박상우는 멋쩍은 미소를 흘린다.

그들 사이는 사랑싸움을 하는 모양이다,

나는 그들의 행동을 모르는 척 외면하고, 그들의 행동을 눈치 채지 못한

오 팀장과 김석진은 자신들의 대화에 열중이다.

술기운들이 거나해지고 박상우가 갑자기 몸을 웅크리며 표정을 일그러트린다.

미스 정이 박상우의 허벅지를 꼬집은 모양이다.

미스 정이 화장실을 다녀온다면서 새침한 모습으로 자리를 일어선다.

나는 그들의 행동에 점점 깊은 관심을 갖는다.

미스 정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박상우가 우리들의 눈치를 살핀다.

술에 취한 오 팀장과 김진석은 여전히 얘기하는데 열중이고,

나도 그들의 대화에 귀를 기울이고 있으나 정작 박상우를 살피고 있다.

눈치를 살피던 박상우가 슬며시 자리에서 일어나 미스 정이 사라진 화장실 방향으로 나간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도 그들은 돌아오지 않아 궁금증을 느낀다.

말도 안하고 사라질 리는 없다.

호기심을 느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들이 사라진 화장실 방향으로 걸어갔다.

화장실 안에서 박상우의 모습을 발견할 수 없었다.

소변을 보고 나와 다시 술좌석으로 돌아가려고 발걸음을 옮긴다.

하지만 이미 술에 취했기에 집으로 가기로 생각을 돌린다.

그런데 박상우와 미스 정도 말없이 가버린 것 일가!

공연히 궁금증이 생긴다.

발걸음을 돌리려는데 화장실 옆의 창고 같은 곳에서 무슨 소리인가 들린다.

허술한 문이 비긋이 열려 있었다.

호기심을 느껴 문 앞으로 다가가 문틈으로 안을 들여다보았다.

상자들이 잔득 쌓여있는 어두운 창고였다.

이웃 건물에서 흘러 들어오는 불빛이 새어나오는 창문이 보인다.

헉! 숨을 들이켰다.

두 그림자가 보이고 그들의 말소리가 들린다.

“하 아! 난 몰라! 약속도 안 지키면서.......”
“미안해. 팀장이 불러서 어쩔 수 없었다고 그랬잖아.”

“여, 여기서 어떻게 해. 아 으~!”
“미치겠어.......”

창문 밑의 벽에 등을 대고 서있는 그림자를 향한 뿌연 엉덩이가 들어나 보인다.

자세히 살펴보니 사라졌던 미스 정과 박상우가 분명하다.

스커트가 걷어 올려진 미스 정은 머리 위로 손을 뻗쳐 창살을 붙들고 있고,

바지와 팬티를 발목까지 끌어내려 엉덩이를 들어내고 있다.

박상우의 엉덩이가 앞으로 흔들리고 미스 정이 신음을 흘린다.

“어 마 얏! 어떡해........ 하 앗!”
“허 억!”

아마도 박상우의 페니스가 미스 정의 보지 속으로 돌진한 모양이다.

박상우의 엉덩이가 빠르게 움직인다.

하복부가 잇닿아 탁 탁! 거리는 소리가 날 때마다,

미스 정은 창살을 붙들고 고통스럽게 몸을 비튼다.

아직 남자를 모르고 순수한 처녀로 알았던 미스 정의 모습에 놀랄 뿐이다.

나도 모르게 페니스가 불끈불끈 솟아오른다.

몸을 비틀던 미스 정이 신음을 터트린다.

“아.......으.......! 사, 상우씨! 하 앙.......”
“너, 너무 좋아........”

마른 침을 꿀꺽 삼키고 그들의 정사 장면을 뚫어지게 바라본다.

한동안 미스 정의 보지를 유린하던 박상우가 그녀를 돌려 세운다.

벽에 등을 대고 돌아선 박상우가 미스 정을 안아 올린다.

미스 정의 다리가 박상우의 허벅지를 감고 올라타며 창살을 붙들었다.

스커트가 걷어 올려진 그녀의 뽀얀 둔부가 하트처럼 벌어져 있다.

미스 정의 둔부 밑으로 시커먼 페니스가 우뚝 솟아 있다.

창살에 비친 희미한 불빛에 페니스를 적시고 있는 정액이 번들거린다.

그들의 입술이 엉키어 진한 키스를 한다.

타액을 마시는 소리가 들리는 것을 보아 그들의 혀가 엉키어 애무를 하는 모양이다.

미스 정의 허벅지를 끌어 올린 박상우의 페니스의 귀두가 그녀의 둔부 밑을 겨냥한다.

우뚝 솟은 페니스가 미스 정의 둔부 밑을 파고드는 순간 미스 정의 신음이 터진다.

“하 앙! 사, 상우씨.......!”
“헉! 너도 좋지......!?”

“모, 못됐어. 허 어 으.......!”
“좋아 죽겠지......”

박상우의 페니스 귀두가 사라질 때마다 미스 정의 몸이 위로 솟구쳤다가 추락한다.

창살을 붙들고 몸부림치는 미스 정의 신음 소리!

미스 정의 둔부를 당기며 일그러지는 박상우의 거침 숨소리!

허벅지와 정액의 마찰음! 어둠속은 광란의 소용돌이로 가득하다.

쾌감을 느끼는 미스 정의 표정을 보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

인간은 누구나 순간의 감정에 인생을 불사르려하는 것인가!

충동적인 장면에 성욕이 달아오르지만,

왠지 씁쓸한 느낌 속에 발걸음을 돌린다.

순결과 동정을 갖고 배우자를 만나는 남녀들이 과연 얼마나 될는지 모르겠다.

호프집 안을 들여다보니 오 팀장과 김진석은 술잔을 비우고 있었다.

그들의 분위기를 깨고 싶지도 않다.

호프집을 나와 택시를 타고 집으로 향한다.

택시에서 내린 대로변에서 술에 취한 남녀가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발견한다.

남자는 여자의 핸드백을 붙잡고 어디론가 가자고 하고 여자는 오늘은 싫다고 앙탈을 부린다.

 피식! 웃음을 흘리고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옮긴다.

그런데, 골목을 돌아 나의 집을 향해 걸어가다가 흠칫하고 전신주 뒤에 몸을 숨긴다.

집 앞에는 승용차 한 대가 서 있고 대문이 열리며 한 남자가 나오는 중이다.

밤이지만 자동으로 켜지는 외등 불빛이 대문 앞을 훤하게 비춘다.

뒤따라 나오는 여자의 모습이 보인다.

우락부락하게 생긴 남자를 따라 나온 여자는 수진의 엄마임을 알 수 있다.

뒤돌아 선 남자가 수진 엄마를 껴안고 입맞춤을 한다.

아마도 수진이 말한 수진 엄마의 연인이고 장래에 수진의 새 아빠가 될 사람인 것 같다.

크지 않은 수진 엄마의 키에 비해 남자는 체구가 건장하다.

수진이 말로는 엄마의 직장에서 남자를 보았다고 한다.

수진 엄마가 빌딩 청소와 식당일을 하는데, 그렇다면 남자의 생김새로 보아

경비 같은 일을 하는 모양이다.

수진 엄마가 남자를 집에까지 들어오게 하는 것으로 보아 머지않아 같이 살림을 차릴 보양이다.

수진 엄마를 포옹하고 키스를 한 남자가 승용차에 올라탄다.

손을 흔들어 보인 수진 엄마가 집안으로 들어가고 승용차가 집 앞을 떠난다.

전신주 뒤에 몸을 숨긴 내 앞으로 승용차가 지나간다.

수진 엄마가 마흔 다섯이라고 했는데, 낡은 승용차 안의 남자는 오십쯤 되어 보인다.

수진 엄마와 다투던 아내의 악에 받힌 표정이 떠오른다.

남자를 집으로 들이는 것을 보아 수진 엄마는 결코 집을 옮길 생각이 없는 것 같다.

집안으로 들어가니 역시 나를 반겨주는 사람은 없다.

주방으로 가니 탁자위에는 식사준비가 되어 있다.

나를 위한 식탁이 아내의 남편에 대한 의무인지,

아니면 끊을 수 없는 애정 때문인지 모르겠다.

침대위에 잠든 아내 모습은 감정이 없는 돌부처 같은 모습이다.

이방인이 되어 아내 옆에 누워 잠을 청한다.

취기로 현기증까지 느낀다.

날씨가 점점 더워지고 노곤함에 젖는다.

태양은 이글거리며 타오르는데 내 마음은 음지를 헤맨다.

침묵의 성안에 갇혔다가 나오는 미이라처럼 회사로 출근한다.

회장이 참석하는 간부 회의가 있었다.

내가 근무하는 보험회사는 상아그룹의 방계회사이기에 회장의 참석에 긴장한다.

업무 상황을 발표할 자료를 준비하느라고 분주하다.

긴장을 했지만 의외로 회의 시간은 길지 않았고, 분위기는 화기애애하다.

사장은 불황기에 다른 보험회사보다 월등한 발전을 한 업적에 대해 치하하며

특별 보너스를 지급한다고 한다.

회의가 끝나고 회장은 간부들과 일일이 악수를 하며 노고를 치하한다.

특히 나의 어깨를 도닥이며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

짧은 기간에 부장으로 승진한 나는 회사뿐만 아니라,

보험업계에서도 엘리트 급 간부였다.

회의를 끝내고 흡족한 마음으로 사무실의 내 자리로 와서 앉는다.

책상 서랍을 열어 휴대폰을 보니 부재중 전화가 걸려 왔었다.

수진에게서 걸려온 전화였다.

계약을 끝낸 수진도 스케줄로 바쁠 것이다.

시간이 나는 데로 전화를 하려고 하는데, 휴대폰이 진동한다.

수진에게서 다시 걸려온 전화였다.

“오빠! 어디 갔었어?”
“회의하느라고. 바쁘지 않아?”

“오늘 스케줄 끝나고, 내일까지 휴가 줬어. 집에 가는 중야.”
“집에........!?”

“응. 그런데 어떡하지?”
“왜!?”

“엄마가 외할머니한테 가자는데! 아마 그 남자를 할머니한테 인사 시킬 모양이야.”
“그럼, 다녀와야지.”

“가기 싫은데, 그 남자도 보기 싫고.”
“그래도 네가 할 도리는 해야지.”

“애 휴~! 그럼 오빠 갔다 와서 봐.”
“이왕가는 걸, 엄마 마음 아프게 하지 말고.”
“나도 모르겠어........”

어제 밤에 집 앞에서 본 남자를 떠 올린다.

기어코 수진 엄마는 그 남자와 결합하려는 모양이다.

아직 나이가 젊은 수진 엄마의 인생도 중요하지만,

수진을 생각하면 애틋하다.

그래도 엄마를 이해하려는 수진의 마음속이 깊다고 생각을 한다.

특별 보너스를 지급한다는 소식을 들은 직원들이 환호성을 울리며 기뻐한다.

승진 소식도 들린다.

인사과 직원들의 말로는 내가 이사급 승진 대상자중 일 순위라고 한다.

기뻐해야하는데 마음은 여전히 어둡다.

아내와의 관계도 그렇지만, 승진하면 일단 본부를 벗어나 지점장으로 나가는 것이 관례이다.

지방으로 갈지도 모르고, 어떤 상황을 마지 할지,

모든 것이 예측하기 힘든 안개 속을 바라보는 것 같다.

물론, 업무능력과 개인의 의사가 충분히 반영되기는 하지만,

누구와 의논할 수도 없는 현실이다.

오후에 간부급 몇 명이 술좌석을 갖게 되었다.

이따금 간부급들이 이용하는 화려한 클럽으로 호스티스들이 있는 술집이었다.

클럽 술자리에는 인사담당 한과장과 홍보담당 김 이사,

그리고 최부장을 포함한 다섯 사람이 참석하였다.

다른 간부들은 따로 자리를 마련한 모양이다.

한 사람마다 가슴과 허벅지를 노출한 호스티스들이 파트너를 이루었다.

술잔이 오가고 분위기가 익어간다.

전자오르간과 기타를 둘러맨 즉석 밴드가 들어왔다.

좌중은 김이사에게 노래하기를 권하며 박수를 친다.

김 이사는 회장의 사촌동생으로서 회사 내의 실세였다.

나의 캠퍼스 선배이기도하여 가까운 사이이다.

김 이사의 노래에 맞추어 호스티스들이 둔부를 흔들며 흥을 돋운다.

내 곁에 앉은 호스티스는 미스민이라고 하면서 애교를 부린다.

이십대로 보이는 미스민은 호리호리하고 날씬한 체구에 미모는 평범하다.

앞이 푹 파인 짧은 드레스를 걸친 미스민의 젖가슴이 들어나 보인다.

그녀는 나의 허벅지에 뽀얀 종아리를 얹어 놓으며 헤픈 웃음을 흘린다.

“부장님은 여자께나 따르겠어요.”
“여자는........! 바람둥이로 보이나?”

“아뇨! 매너 있고 핸섬하잖아요.”
“매너 있는지 어떻게 알아?”

“이런 생활하다보면 느낌으로 알아요.”
“점쟁이 다 됐군.”

미스민을 사이에 두고 앉은 최부장은 벌써부터 취기로 가득했다.

최부장의 손은 자신의 파트너인 미스 박이라는 호스티스의

벌어진 앞가슴 속으로 들어가 있었다.

 아내를 잃고 외톨이가 된 그는 요즘 방황중이다.

나와 시선이 마주친 그가 눈을 찡긋해 보인다.

그가 미스 박을 껴안고 젖가슴을 주무르고 있다.

미스 박이 별안간 아프다고 한다.

아마도 젖꼭지를 억세게 다룬 모양이다.

“하하~! 네 년 것도 만져보자.”
“어 머~! 그러지 마세요. 부장님 파트너나 신경 쓰세요.”

최부장이 미스 민을 붙들고 앞가슴 안으로 손을 밀어 넣으려한다.

미스민은 최부장의 손을 막으려고 안간힘을 쓴다.

버둥거리는 미스민의 짧은 드레스가 말려 올라간다.

뽀얀 허벅지사이의 조각만한 초록색 팬티가 들어나 보인다.

밀고 당기면서 결국은 최부장은 미스 민의 젖가슴을 만져봤는지 미스 민을 풀어준다.

“하하~! 미스 박보다 작은데.......”
“못 됐어요. 정말........”

최부장을 향해 눈을 흘긴 미스 민이 옷매무새를 고치며 나에게 매달린다.

흥겨운 가라오케 반주와 노래 속에 남자들의 웃음소리가 터진다.

한 사람씩 노래가 이어지고 남자들의 손길이 호스티스의 몸을 주무르기 시작한다.

김 이사가 잔을 들며 ‘위하여!’를 외친다.

취기로 가득하여 무엇을 위한 술잔일가!

술잔을 비운 김 이사가 나를 바라보며 넌지시 말한다.

“강 부장! 승진하면 술 한 잔 톡톡히 내야 돼!”
“그럼요! 한잔뿐이겠습니까!”

모두들 환호와 박수를 친다.

술잔이 오고갈수록 분위기는 고조된다.

남자나 여자나 모두 알코올로 눈동자가 붉어진다.

취기가 가득한 나도 미스 민을 끌어안고 술잔을 비운다.

취기 때문인지, 나의 손길이 미스 민의 드레스 밑을 더듬는다.

미스 민은 거부하지 않고 눈을 흘기며 달라붙는다.

허벅지를 더듬던 손길이 팬티 속으로 들어간다.

음모를 쓰다듬고 음순을 건드린다.

급하게 숨을 들이키며 바라보는 미스 민의 속눈썹이 떨린다.

“이, 이상해지잖아요. 저 책임 질 거예요.”
“책임지지, 뭐!”

미스 민은 주위 눈치를 살피면서 매달린다.

음순을 손가락 사이에 끼고 마찰하다가 보지 입구로 밀어 넣었다.

파르르 떠는 미스민의 입에서 옅은 신음이 흐른다.

‘아! 난 몰라!’

그녀의 신음소리는 나의 성욕을 불러일으킨다.

손끝이 촉촉해지는 감촉을 느낀다.

문득 은영과 수진, 그리고 아내의 얼굴이 교차된다.

 술이 깨는 것 같다.

쓴 웃음을 흘리며 미스 민의드레스에서 손을 꺼낸다.

그녀가 눈을 흘기며 종알거린다.

“은근히........ 못 됐어!”
“하하........!”

슬그머니 일어나서 룸을 나선다.

화장실로 향하는데 미스 민이 쫓아 나온다.

소변을 보고 나오니 화장실 앞에 미스 민이 서 있었다.

이제 집으로 가야겠다고 생각한다.

간부급 술자리는 개인적으로 호스티스와 어울릴 수도 있기에 도중에 나간다고 말할 사람은 없다.

어차피 술값은 회사 기업 카드로 계산 할 것이다.

미스 민에게 팁을 주고 입구로 향한다.

“왜, 가시게요?”
“응! 가야지.”

“부장님이 마음에 드는데........! 오늘 책임진다 하고서.......!?”
“하하~! 다음에........”

아쉬운 표정을 짓는 미스 민에게 손을 흔들어 보인다.

미스 민의 배웅을 받으며 클럽을 나왔다.

일찍 술자리를 시작했기에 늦은 시간이 아니었다.

온 세상이 빙글빙글 돌아가는 것만 같다.

지하철을 타고 깜박 졸았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내려야 할 역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우를 몰려 나가는 사람들 틈에 끼어 지하철을 나왔다.

습관처럼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나는 누구를 찾고 있는가!

자신을 돌아보며 걸음을 옮긴다.

그런데 제과점을 지나 골목으로 들어서려는데

건물 층계 밑에 누군가 웅크리고 앉아 있다.

무심코 바라본 그림자와 시선이 마주쳤다.

뜻밖에도 수진의 친구이고 그룹의 멤버인 미정이다.

미정이가 밤에 웬일로 어둠 속에 웅크리고 있는지 모르겠다.

“미정이, 여기서 뭐하니?”
“아저씨........!?”

지나가는 차량 불빛에 미정의 얼굴이 들어난다.

미정의 얼굴은 눈물로 얼룩져 있었다.

갸름한 얼굴에 눈물이 글썽이는 눈동자!

날씬하다 못해 가녀린 몸매!

허름한 재킷을 걸친 모습이 술에 취했지만 애잔하게 보인다.

나를 발견한 미정이 부스스 일어선다.

소매로 얼굴에 흘린 눈물을 문지르며 다가서는데 술을 마셨는지 넘어 질 것만 같다.

“아저씨, 아니 오빠! 오빠라고 불러도 되죠? 나, 술 한 잔 사주면 안 돼요?”
“술 마신 거 아니니.......!? 너, 울고 있구나!”

“조금요! 그냥, 술 사주면 안돼요?”
“술 사주는 건 어렵지 않지만, 왜 이러고 있어?”

“고시원에서 쫓겨나서, 잘 곳이 없어서요.”
“잘 곳이 없다니......! 왜?”

“밀린 방값을 못 냈어요.”
“식사는 했니?”
“아뇨.......!”
“가자! 식사라도 하고........”

미정도 수진을 닮아 당돌하게 술을 사 달라고 한다.

오늘 휴가이고 외할머니 댁에 간다는 수진의 말이 생각난다.

그리고 미정이가 힘들다는 말과 가정형편이 떠오른다.

그렇게 힘들면서 연예인을 꿈꾸는 미정이 애틋하기만 하다.

길을 건너 음식집으로 들어갔다.

날씨는 덥지만 미정의 모습이 안쓰럽고 추워 보인다.

삼겹살과 소주를 시켰다.

내 앞의 술잔을 채워주더니,

삼겹살이 익기도전에 소주를 따라서 마신다.

“방값이 얼마나 되는데, 못 냈니.......!?”
“히힛~! 석 달 치 사십오 만원인데, 오빠가 꿔주면 안돼요?”

“우선 식사부터 하고,.......”
“배, 안 고파요. 술 마셔서. 히~힛!”

조금 전까지만 해도 울먹이던 미정이 미소를 지으며 웃는다.

정말 순진한 건지, 당돌한지 모르겠다.

미정은 소주한 잔을 다시 들이키더니 내 팔에 매달리며 빤히 올려다본다.

수진의 말로는 수진이 보다 한 살 어리다고 했다.

미정은 젊은이들이 즐겨 입는 스타일의 낡은 청바지를 걸치고 있었다.

구멍 난 청바지 사이로 맑은 허벅지가 들어나 보인다.

빤히 올려다보는 미정의 입술이 달싹거린다.

“수진이는 엄마가 도와주지만, 저를 도와줄 사람은 없어요.”
“그런데 왜, 힘들게 하려고 하니?”

“어차피, 저는 부모를 떠나서 독립해야 해요.”
“그럼 다른 일을 해. 기술을 배우던지.”

“아뇨! 성공 못해도 하다보면, 뭔가 하겠지요.”
“.........!”

미정이 말을 듣고 보니 내가 수진이를 돕고 있다는 것을 전혀 모르는 모양이다.

간부들과의 술자리 여운이 남았는가!

나의 시선이 자꾸 미정의 벌어진 티셔츠 속을 향한다.

좁은 어깨에 축 늘어진 티셔츠이기에 앞가슴이 훤히 보인다.

그녀가 움직일 때마다 브래지어 속까지 보일듯하다.

가녀린 가슴에 젖가슴이 크지는 않지만 손에 쥐면 터질 것 같다.

미정이 내 어깨에 기대면서 투덜거린다.

“수진이가 부러워요. 친오빠는 아니지만,

형제가 없어서 그런지....... 무척, 오빠를 의지하던데요.”
“내가 도움 되는 것이 있나.......! 같은 집에 사니까, 잘되길 바라는 거지.”

“난 오빠 같은 남자가 좋아요.

수진인 오빠라고 생각하지만.......난 오빠가 남자로 보여요.”
“지금은 순간의 감정이지만, 언젠가는 운명적인 남자를 만날 거야.”

“내가 어리다고 생각해요? 술 취해서 하는 말이라고 생각해요?”
“술도 마셨잖아. 아직도 많은 인생이 기다리고 있으니 열심히 살아야지.”

“사람 운명은 모르는 거 아네요!? 힘들게 살아서 죽은 다음에 무슨 소용 있어요.”
“그런 것만은 아냐! 희망을 가져야지.”

위로의 말을 하지만, 여전히 나의 시선은 미영의 젖가슴과 허벅지를 훔쳐보고 있다.

미영은 내 시선을 의식하지 못하고 나에게 기댄다.

술에 취한 탓인가. 다리를 꼬고 앉은 모습이 흐트러져 보인다.

안개가 흐르는 눈빛으로 나를 올려다보는 그녀의 입가에 자잘한 미소가 흐른다.

미영이 빈약해 보이지만, 수진이보다 더 소녀티가 흐른다.

수진은 동그스름하게 앙증맞지만 미정은 계란형의 얼굴로 미인 형이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가! 미정이를 껴안아주고 싶다.

그런데 미정이 정말 취했는지, 아니면 나를 유혹하는지도 모르겠다.

내 목에 팔을 두르고 매달린다.

바로 코밑까지 얼굴을 마주대고 미처 생각지 못한 질문을 한다.

“오빠! 오빠를 볼 때마다,

이상형으로 생각했는데 오빠는 나 같은 여자 싫어요?”
“싫어할 리는 없지. 예쁘고 착하니까, 좋은 남자 만날 거야.”

“오빠도 나를 무시하는 거죠? 아니면, 안아줘요.”
“정말 취했구나!?”

“피 이~! 자꾸 말을 돌려요. 좋으면 좋다, 싫으면 싫다고 하지.”
“이제 그만 나가자! 식사도 안하면서.......

미정이가 술에 취하고 있는 것 같아서 더 이상 있으면 안 될 것 같았다.

안쓰럽게 생각했던 마음이 그녀의 묘한 말과 행동에 충동을 받는다.

동정심으로 바라보던 미정의 얼굴에 클럽에서의 미스 민의 모습이 겹쳐져

일어나는 욕망을 자제할 수 없을 것만 같다.

음식점을 나와서 미정이 돈을 꿔 달라고 했던 말에 망설인다.

돈을 꿔줄 수 없는 것이 아니라,

미정의 입장이 안타까워 보인다.

연약해 보이는 그녀에 대한 보호본능인가!

딸만 여성인 가정에 태어나 홀로 객지 생활을 하며 꿈을 키우는

그녀를 떨쳐 버릴 수가 없다.

그래서 고향을 떠나온 많은 젊은 여자들이 결국은 유흥가로 몸을 던지는 것 같다.

발걸음을 휘청거리며 계단을 내려온 그녀가 나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서 있었다.

불쑥 내 팔에 매달리는 미정이 나에게 묻는다.

“오빠........! 돈, 꿔줄 거지요?”
“꿔주기는.......! 고시원이 어디야?”

미정이 눈빛을 반짝이면서 올려다본다.

그리고 입가에 미소를 지은 그녀가 내손을 잡고 앞으로 걸어간다.

대로에서 골목으로 접어들어 또 다른 골목길로 들어가니

고시원들 간판이 보인다.

‘신영고시원’이라는 간판 앞에서 미정이 멈추어 섰다.

희미한 전등아래 간판 이름도 퇴색한 낡고 허름한 삼층 건물이었다.

주춤하던 미정이 쪽문 같은 철문 앞에 다가선다.

그녀가 밀어내는 녹슨 철문이 비명소리를 지르며 열린다.

깜박이는 형광들 불빛아래 동굴 같은 복도가 시야에 들어온다.

침침한 복도에는 시골의 정류장 매표소 같은 작은 창살이 보인다.

창살 옆의 불빛이 새어나오는 방문 앞에 미정이 멈추어 선다.

나도 모르게 긴장을 하며 미정에게 주인이 어디 있냐고 물었다.

주춤하던 미정이 안쪽을 향해 외친다.

“아줌마! 아줌마........! 아줌마!”
“누구야~!”

미정이 몇 번인가 외친 다음,

방문이 열리고 속내의 차림을 한 중년 여인이 치마를 들고 나온다.

나를 발견하고 놀란 주인아줌마는 황급히 돌아서서 치마를 추스른다.

마치 시골의 막걸리 집의 주모를 대하는 심정이다.

치마를 추스른 여인이 한 발작 다가서며 이맛살을 찌푸린다.

“너, 미정이 아니냐! 밀린 방값내고 짐 가져가라니까, 한두 번도 아니고, 귀찮게 굴어!”
“제가 오빠 되는 사람인데, 밀린 방값이 얼마지요?”

짜증을 내는 주인아주머니 앞으로 나서며 내가 물었다.

주눅이 들은 미정이 내 뒤로 몸을 숨긴다.

그동안 얼마나 시달림과 고통을 받았는지 미정의 심정을 알 것 같다.

나의 아래 위를 훑어보는 주인아주머니의 눈빛이 예사롭지가 않다.

그동안 전혀 알지 못하던 남자가 밤에 나타나서 오빠라고 하는데 의심하지 않을 리 없다.

“오빠라고요........!?”
“네, 사촌오빠요.”

“한 달에 십오만 원씩 석 달이나 밀렸어요. 어디 이번뿐인가, 항상 밀리는 걸.”
“..........!”

얼굴에 불만과 심통이 가득한 주인아주머니가 나의 아래 위를 주의 깊게 살핀다.

아무래도 미정과 나의 관계를 미심쩍게 생각하는 것은 뻔하다.

나는 어떻게 생각하던 상관이 없고 더 이상 변명할 생각도 없다.

묵묵히 수표를 꺼내 다음 달 방세까지 육십만 원을 지불했다.

수표를 받아든 주인아주머니 얼굴이 갑자기 환하게 변하며 너스레를 떤다.

“애구! 고마우셔라. 미정이가 곱고 착하긴 하지만, 장사를 하는 사람이라.........”
“네, 잘 부탁드립니다.”

더 이상 말할 가치가 없다.

묵직하게 목소리를 흘리고 뒤돌아선다.

움츠리고 있는 미정의 어깨에 손을 얹고 되돌아 복도를 걸어 나왔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복도 바닥에서 삐걱거리는 소리가 난다.

음침하고 사람 살 곳이 못 된다는 생각을 하면서 들어왔던 쪽문으로 향했다.

전등불도 희미하고 인기척도 들리지 않는다.

쪽문을 밀고 나오려는데 뒤따라오던 미정이 소매를 잡아당긴다.

“너무 고마워요! 커피 한 잔 하고 가실래요?”
“시간이 늦었는데........”

주춤거린다.

그대로 나가고 싶었지만 미정의 간절한 눈빛을 보고 발걸음을 옮길 수 없었다.

살며시 미정이가 소매를 잡아끈다.

눈치를 살핀 미정이 쪽문 옆에 급경사로 오르는 좁은 계단을 오른다.

그녀의 아담한 둔부를 쳐다보며 사람 한명이 지날 정도로 좁은 공간을 올라간다.

작은 방문들이 나열한 침침한 복도가 나타나고 다시 좁은 계단을 오른다.

계단을 올라 연이어 있는 방문 앞을 지나 구석진 끝의 방으로 들어갔다.

어두운 방안으로 들어간 미정이 전등 스위치를 올린다.

졸고 있는 듯이 전등불이 켜지고 작고 협소한 방안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한쪽에는 작은 싱크대와 화장실, 그리고 작은 침대와 큰 트렁크,

화장대 대신 체크무늬 천으로 덮개를 한 상자위에 화장품들이 전부이다.

비좁은 방에 가구들도 없지만 여자의 체취가 흘러나온다.

술기운이 깨는 것인가!

슬퍼하거나 맹랑하던 모습과는 다르게 미정이 수줍은 표정으로 바라본다.

“너무 지저분하죠?

앉을 곳도 없고 편하게 침대위에 앉으세요.”
“........!?”

배시시 미소를 지으며 얼굴을 붉힌 미정이 싱크대로 다가가 커피를 끓일 준비를 한다.

침대위에 걸터앉으니 삐걱거리는 소리가 난다.

사방을 둘러보니 벽에 걸린 사진 속에는 미정의 사진들이 걸려있다.

깜찍한 표정으로 미소를 담은 모습!

미니스커트를 걸쳐 허벅지가 들어난 피노키오 같은 요염함!

허벅지를 들어내고 나무 위에 걸터앉은 순수함!

사진들을 보며 새삼스럽게 어린 여자의 방에 들어온 것을 실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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