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상식/세상사는이야기

곧은 말, 달콤한 글

오늘의 쉼터 2011. 6. 14. 18:41

    곧은 말, 달콤한 글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는 여러 가지가 있다. 첫째 자신이 생각하는 일을 빠짐없이 진실하게 이야기하며 살아가는 사람, 둘째 자신의 생각을 바로 말하지 않고 마음속에 넣고 살아가는 사람, 셋째 아무것도 보지 않고 생각도 해보지 않는 양, 무관심하게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으로 분류된다.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을 이렇게 세가지로 분류해 놓고 보면 세상사는 재미가 하나도 없다. 자신이 생각하는 모든 것을 빠짐없이 말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처럼 보이지만 만약 이런 사람이 있다면 목숨을 부지할 수 없을 것이다. 장소에 따라 혹은 때를 보아 자신의 견해를 말하지 않거나 숨기면서 살아가는 게 훨씬 지혜로운 때가 있다. 루쉰(魯迅- 중국의 문학자)의 수필에 나오는 한 구절을 소개하면 소년이 선생에게 묻는다. '선생님 글을 쓸 때 자신의 견해를 어떻게 써내야 하나요?' 선생은 안경 너머로 소년을 올려다 보면서 말한다. ‘음, 어려운 문제를 말하는군, 내가 얘길 하나 들려줄까? 어떤 집에서 아들을 얻어 몹시 기뻤지, 한 돌이 지나 덕담을 들으려고 손님을 청했단다. 한 사람이 말했지 이 녀석 크면 큰 부자가 되겠네요. 부모는 기뻤지, 또 다른 사람이 말했다. 관상을 보니 높은 벼슬을 하게 생겼어요. 이 말을 들은 부모는 더 흐뭇했지, 어떤 사람이 또 말했다. 이 아이는 나중에 꼭 죽겠군요. 그 렇게 말한 사람은 술 한잔도 못 얻어 먹고 죽도록 매를 맞고 쫓겨났지, 누구나 죽기 마련이니 그 사람이 거짓말을 한 건 아니지만 아무나 부자가 되고 벼슬을 하는 건 아니지만 그 말은 거짓말일 수 있지. 하지만 거짓말을 한 사람들은 융숭한 대접을 받고 사실대로 말한 사람은 죽도록 얻어 맞는 셈이 되지, 이 때 소년이 대답했다. 선생님 저는 거짓말도 하기 싫고 매도 맞기 싫으니 어떻게 대답하면 됩니까? 이렇게 대답하면 된다. 와, 이 녀석은 정말! 허 참! 이걸 보세요. 어쩌면 이렇게 잘 생겼어 어이쿠, 허 참, 허허’ 루쉰의 글 한 토막에서 가르치는 지혜는 구체적인 말은 필요 없이 허 참, 아이쿠 등, 쓸데없는 감탄사가 정답이란 말이다. 글을 쓰는 사람들을 선비라고 말한다. 선비들은 목숨을 날려도 할 말은 하고 살아야 한다고 가르친다. 세상이 썩어가고 힘들게 되는데 입을 꾹 다물고 살면 선비들이 죽은 사회, 사회 정의가 꺾인 사회라고 개탄한다. 때문에 선비들은 어지러운 세상을 만나면 목숨을 초개같이 생각하고 곧고 옳은 말만 해야 한다고 가르친다. 이게 사실이라면 루쉰이 그의 글에서 밝힌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은 기회주의자들이나 하는 일이라고 생각된다. 자기의 진정한 뜻을 숨기고 세상 눈치를 보면서 오늘은 동쪽에 붙고 내일은 서쪽에 붙는 처세술을 가진 사람들을 욕하면서 그들의 처세술을 속으로 따라가는 사람이 더 많은 우리 사회에서 어떻게 살아가는게 가장 옳은 지혜인가? 루쉰의 글에 나오는 말은 아니다. 그런데도 루쉰의 말을 따르는 사람들이 수도 없이 많으니 문제가 아닐수 없다. 참으로 고민스럽다. 그러나 세상에는 도도한 흐름이 있다. 그 흐름은 정의와 믿음, 그리고 인간에 대한 신뢰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천근의 무게를 가진 말이 있어야 한다. 곧고 흐트러짐이 없는 믿을 수 있는 말을 해대는 선비들이 있어야 하고 헛말을 책임지는 글쓰는 사람이 있어야 하고 잘잘못을 따지는 목숨을 내놓은 사람이 필요하다. 이런 사람들을 행동하는 양심이라고 떠 받든다. 약삭빠르게 이쪽저쪽을 넘겨다보며 줄타기 하는 사람들이 많은 사회에서는 정의를 앞세운 사회기강이 무너져 어지럽다. 정의사회는 옳은 말을 하는 사람들이 모여 만들어가는 행복한 나라다. 요즘 문인사회에 난무하는 거짓과 술수, 음모에 휘말린 말들을 보면서 개탄하는 이유도 글을 쓰는 문인의 기개가 조선말의 기생의 절개만도 못하다는 것을 느끼기 때문이다. <문학박사 성기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