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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단테(Dante, Alighieri. 1265-1321)의 '神曲'(La Divina Commedia)

오늘의 쉼터 2011. 5. 23. 18:31

 

단테(Dante, Alighieri. 1265-1321)의 '神曲'(La Divina Commedia)

 

 

지옥편 ㅡ 제8권

 
이 곳은 악의 구덩이라고 하는데 사기꾼과 악한들이 있는 지옥 상반부이다.
암석은 점차 제9권을 향하여 기울어져 있고 다시 열 개의 골짜기로 나뉘어져 있는데 그
사이에는 죄의 정도가 다른 자들이 각각 들어 있었다.
타락한 천사도 이 곳에 있는데 이 권은 인륜을 파괴한 기만의 죄를 범한 자들이 떨어져 있었다.
 
제1의 골짜기에는 지상에 있을 때 부녀자들을 유괴 혹은 매매한 자들로서
그들은 뿔이 돋힌 악귀의 긴 매에 무참하게 맞으려 도망쳐 다녔다.
노무노스 섬의 젊은 왕녀 피퓨시프레에게 아이를 배게 한 뒤 버리고
아내로 맞은 고루키스의 왕녀 메데아까지 버린 셋사리아 왕
야송 알렉산드리아의 난폭한 국왕 타이스가 이 곳에서 자기 몸을 학대하며 고통을 받고 있었다.
 
제2의 골짜기에는 아첨한 자들이 똥통 속에 빠져 허덕이는 것이 보였다.
제3의 골짜기에는 성직 매매의 죄를 범한 자가 있는 곳인데
이 곳은 납빛을 한 절벽 속에 많은 구덩이가 뚫려 있었는데
그 속에는 죄수가 한 사람씩 거꾸로 매달려 있었다.
그리고 빨간 불꽃이 그 구덩이 속에서 타고 있는데
밖으로 나온 두 발목은 뜨거움에 못 이겨 미친 듯이 움직이고 있었다.
그 가운데에서도 가장 불꽃이 강한 것이 니콜라스 3세의 것이었다.
그는 교황의 몸으로 성직을 돈을 받고 팔아 많은 죄악을 저질렀다.
 
제4의 골짜기에는 미래의 길흉화복을 예언했던 점쟁이가 있었는데
그들은 신의 신비를 폭로한 죄로 앞을 보지 못하게
머리를 뒤로 돌려 붙었기 때문에 발은 앞으로 걸어가나 눈은 뒤를 향하고 있었다.
단테는 비참한 광경을 보고 눈물을 흘렸다.
 
제5의 골짜기에는 관직을 더럽힌 자들이 있었다.
뇌물을 받은 탐관 오리들은 송진과 기름이 끓고 있는 연못에 파묻혀
얼굴만 겨우 내놓고 개구리 같이 떠다니고 있었다.
이들을 감시하고 있는 포악스럽게 생긴 악귀들은 손에 갈고리를 들고
끓고 있는 송진과 기름 속으로 죄인들을 밀어 넣었다.
그들은 감시를 피하여 떠올랐다가 악귀들이 가까이 오면 못 속 깊이 숨어 버리곤 하였다.
 
제6의 골짜기에는 위선자들이 있었다.
이들은 무거운 납으로 만든 의복을 입고 느린 걸음으로 걷고 있었으나
그 의복의 표면은 찬란한 도금으로 덮여 있었다.
그 중에는 브로니아의 수도사 카타라노와 로데링고 등이 있었으며
땅바닥에 세 개의 말뚝에 못박혀 있는 것은
그리스도를 십자가에 매달도록 빌라도에게 넘겨 준 제사장 카이아파스였다.
그는 벌거벗고 좁은 길바닥에 누워
그 위를 짓밟고 다니는 사람들의 무게를 낱낱이 몸에 느껴야만 했다.
 
제7의 골짜기에는 수많은 도둑들이 가장 천한 벌을 받고 있었다.
이 곳은 어두컴컴한 밑바닥은 보이지 않았으나 온 골짜기에는 끔찍한 뱀의 무리가 보였다.
리비아의 사막이나 에디오피아와 아라비아의 뱀을 모두 모아도
이처럼 처참하고 지독한 뱀들은 볼 수 없을 정도였다.
죄인들이 뱀 사이를 피해 다니는데 뱀은 손과 목 허리를 칭칭 감아 조이고 있었다.
지금도 뱀 한 마리가 두 시인 옆에 있는 한 사람의 목을 찔러 쑤시니
금새 타서 재가 되어 사방으로 날아갔다.
 
베르길리우스에게 그가 누구인지 물으니 단테의 고향에서 가까운 피스토이아 사람이며
신전의 성스러운 보물을 훔쳐 이 속에 떨어졌다고 하였다.
그는 단테에게 피스토이아와 플로렌스의 정치 싸움이 전쟁을 일으킬 것이라고 예언하였다.
말을 마친 그는 손가락질을 하면서 신을 욕하는 시늉을 하였다.
그러자 곧 떼를 지은 뱀이 목을 감아 입을 막고 팔을 감아 움직이지 못하여 도둑을 끌고 갔다.
이 때 떼를 지어 덤비는 뱀이 등에 붙은
젠타우로(예전에 가축을 훔친 죄로 이 옥에 떨어진 사람)가 그를 뒤쫓아가는 것이 보였다.
 
다음에 본 광경은 더욱 처참하고 기괴하였다.
세 망령이 두 시인이 바라보는 아래로 왔을 때
여섯 개의 발을 가진 도마뱀 한 마리가 그중 한 망령에게 달라붙었다.
망령은 도마뱀에게 칭칭 얽혀지더니 뜨거운 납처럼 녹아 보기 흉한 모양이 되어 떠나갔다.
 
그 때 또 삼복의 더운 햇볕 아래 번개같이 길을 지나던 작은 뱀 한 마리가
한 망령의 배로 뛰어들어 그 배꼽을 찌르고 그의 앞에 넘어진다.
찔린 사람은 열병에 걸린 듯 하품을 하면서
뱀과 서로 쳐다보면서 연기를 토하고 그 연기는 서로 섞이었다.
이것을 보고 있는 동안에 그 사람의 사지는 비틀어지고 얽혀서
얼굴이 변하면서 뱀의 몸이 되고 뱀의 몸은 인간의 모습으로 변해갔다.
뱀으로 변한 망령은 소리를 내며 바위 틈으로 도망 다니고 있었다.
이와 같이 뱀과 한 덩어리가 되어 뱀이 되었다 사람이 되었다 하는
이 기괴한 변화와 비참한 고통을 눈앞에 보여 준 자들은 모두가 플로렌스의 도둑들이었다.

제8의 골짜기에는 권모 술수의 죄를 범한 자들이 있었다.
사람이 타고난 재능을 남용하여 권모 술수로 죄를 지은 죄인들이었다.
그 죄인들 중에는 트로이 전쟁 때 목마의 간사한 꾀로써
트로이 성을 함락시킨 그리스의 영웅 오디세이와 디오메데스도 있었다.
그들은 간계의 대가로 화염에 싸여 고통을 받고 있었다.

제9의 골짜기에는 이간 중상자와 책동자가 있는 곳으로
그 참혹한 광경은 말로는 형언할 수 없을 정도였다.
기독교를 변질시킨 마호메트는 뺨으로부터 아래까지 갈라져 있는데
종아리 사이로 창자가 늘어져 있으며 오장육부가 환히 다 보였다.
이는 그의 종교적 불화를 여실히 보여 주는 것이었다.
그는 단테 눈앞에 자기 가슴의 상처를 헤쳐 보이며
"보라, 이 모습을! 나는 마호메트이다.
나보다 앞서 가고 있는 이마로부터 얼굴까지 갈라져 있는 사람은
이슬람교 안에서 최초의 분파를 만든 나의 사위인 알라이다.
여기에 있는 악귀들은 우리들이 고뇌의 길을 한 바퀴 돌아오면 다시 칼로 무참하게 갈라 놓는다.
그것은 우리들의 상처가 다시 아물었기 때문이다"고 말하였다.

이슬람교 주인 마호메트는 단테의 지상의 옷차림을 보고 현세에 돌아가면
헛된 교파 싸움만 하고 있는 돌치노에게 충고해 달라고 하였다.
돌치노는 바루마의 세가렐리의 제자였는데
공산적 경향이 있었으며 재산과 여성의 공유를 주장하였다.

목을 베이고 코를 눈 아래까지 깎이고 귀가 한쪽만 있는 사나이가
목구멍을 열어 말하는데 그는 루마니아의 각 도시에 분쟁의 씨를 뿌린 피에르 다메디치였다.
그 옆에 혀를 잘리어 묵묵이 있는 것은 시저로 하여금
로마 공화국에 선전포고를 하게 한 호민관 쿠리오였고
두 손을 잘리고 남은 팔만을 어두운 공중으로 올리고 있는 것은
결혼을 위해 플로렌스를 두 파로 분열시켜 전쟁의 원인이 된 폰델몬테 가문의 모스카였다.

프랑스의 귀족이며 연애 시인 벨트란드 데 보른은
머리가 없는 몸뚱이로 자기의 머리를 손에 들고 걸어가고 있었다.
손에 달려 있는 머리는 그의 몸뚱이를 바라보며 "아아!" 하고 슬프게 한숨 지었다.
그는 영국의 왕자 헨리를 사주하여 부왕인 헨리 2세를 반역하게 한 자였다.
결합되어 있는 두 사람의 사이를 벌어지게 하였기 때문에 이렇게 머리와 몸뚱이가 잘리운 것이었다.

제10의 골짜기에는 연금술사와 화폐 위조자들이 벌을 받고 있었다.
여기에 있는 기만자들은 엎드려 배로 기어다니거나
타인의 어깨 위에 매달려 있거나 혹은 네 발로 바애의 길을 기어다니고 있었다.
그 썩어 문드러진 몸에서는 악취를 풍기고 있었다.
그들 중에는 머리부터 발목까지 부스럼으로 덮인 채 서로 얼싸안고
견딜 수 없는 가려움을 참지 못하고 손톱으로 긁고 있는 두 사람이 있었다.
한 사람은 몸을 공중으로 띄워 나를 수 있다고 사람을 속이고
또 한 사람은 화폐를 위조한 연금술사인데 이들은 이미 시에나에서 화형을 당했다.

이 때 고삐 풀린 산돼지처럼 광포하게 달리는 두 개의 망령이 달려 와서
그 하나는 연금술사 한 사람에게 덤벼들어 목덜미를 물으며 배를 땅바닥에 문질렀다.
이것을 보고 떨고 있는 한 사람의 말에 의하면 이 폭행자는
위조의 유언장을 가지고 유산횡령에 가담한 플로렌스의 사람이고
또 한 사람은 지풀로의 왕 지니라의 딸로서
어둠을 타서 아버지와 근친 상간을 한 미류라의 넋이라고 했다.

그리스의 시논은 간계를 써서 트로이의 포로가 되어
그리스 군대가 남겨 두고 간 목마를 성내로 끌어들이게 하여 성을 함락시킨 간첩이었는데
그는 옴이 손등에 번지고 열병에 걸려 전신에서 열기를 발산하고 있었으나
한 방울의 물도 얻지 못한 채 말할 수 없는 고통을 받으며 신음하고 있었다.

이 지옥은 마왕의 지옥에 가장 가까운 곳으로 사방이 어두웠다.
이 때 천둥 소리보다도 더욱 무서운 소리가 들려와서 바라보니
높은 탑이 늘어선 것 같은 검은 그림자가 보였다.
그것은 마치 시에나 성의 북쪽에 있는 성 몬테레치오네의 12층 탑과 흡사했으나
베르길리우스는 그들이 거인이라고 알려 주었다.
그들은 자신의 힘을 너무 과신하고 신에게 반역을 꾀한 자들이기 때문에
이제는 그 팔을 철쇠로 묶어 움직이지 못하게 하고 있었다.
넓은 얼굴은 로마의 성 베드로 성당에 있는 청동으로 만든
길이 7피트 반이나 되는 거대한 종만 하였으며 골격도 역시 거대하였다.

 

지옥편 ㅡ  제9권
 
이 곳은 지옥의 최말단으로 반역의 죄를 범한 자들이 철쇠에 묶여
원의 얼음속에 잠겨 있는 얼음 지옥이다.
국가를 반역한 매국노 군주를 죽인 역적 그리스도를 판 유다 등이
이 얼음 지옥에서 가장 가혹한 중벌을 받고 있었다.
이들은 머리까지 얼음 속에 잠겨 있었는데 단테가 잘못하여
그 중 한 사람의 머리를 발로 건드리니 그가 성을 내면서
 
"몬다페르디 전쟁에서의 복수를 하려고 하느냐?"라고
하는 것을 달래어 그의 이름과 사적을 물어 보았다.
현세에서는 자기의 이름을 드러내는 것을 그렇게 좋아하던 죄수들이
이 곳에서는 이름이 밝혀지는 것을 수치로 생각하고 입을 열려고 하지 않았다.
그래서 단테는 무자비하게 그의 머리카락을 한 줌 뽑았다.
그래도 그는 고함만 지르며 고개를 숙인 채 이름을 감추었으므로
그의 옆에 있는 다른 죄수의 입을 통해 그가 동지를 배반한 복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게루프 당과 기베린 당의 양당이 1260년 몬테페르디에서 대결전을 하였을 때
적과 내통하여 기수의 손을 잘라 군기를 넘어뜨리는 바람에
게루프 당의 사기가 떨어져 대패를 하게 했던 간악한 배반자였다.
 
가족과 손님을 연회에 초대하여 살해한 죄인은 핏줄까지 얼어붙을 듯한 곳에 수용되어 있었다.
그리고 자기의 친 아우를 살해한 인류 최초의 살인자 카인은
입을 다물지 못한 채 혹한에 떨고 있었다.
그리고 서로 붙들고 이상한 모양을 하고 있는 두 사람을 발견하였다.
그들은 전신이 얼음 속에 잠겼는데 얼음이 눈알까지 덮여 있기 때문에
흐르는 눈물이 몸 안으로 흘러들어가 고통이 더욱 심하였으며 양쪽 귀는 없었다.
단테는 그의 눈에 있는 얼음을 씻어 주는 대신 그의 신상 이야기를 듣기로 하였다.
이 두 사람은 알베루티 형제로서 백작인 아버지가 죽은 뒤 잠시 협력하여 압정을 하였으나
분쟁을 일으켜 두 당으로 갈려 서로 살육을 범하였다.
이 말을 듣고 단테는 그들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고 그냥 내버려 두었다.
이자들은 아귀였으므로 단테의 사랑에 모순되기 때문이었다.
 
단테는 암굴 속에서 머리가 또 하나의 머리 위에 붙어 동료의 머리를 뜯어먹고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무슨 죄로 그렇게 처참한 짓을 하느냐고 물으니
그는 입을 머리에서 떼고 입술의 더러운 피를 씻으며 이야기했다.
이들은 유명한 우골리노 백작과 대승정 루지에르였다.
우골리노 백작은 피사의 귀족으로서 게루프 당의 지도자였다.
권세를 좋아하며 영웅이 되고 싶은 마음에 자기의 당을 배반하고 루지에르와 음모를 꾸몄다.
그러나 루지에르의 배반으로 우골리노 백작은
두 아들과 세 명의 손자와 함께 피사의 탑 속에 감금되었다.
사랑하는 아들과 손자들과 함께 약 8개월 간 유폐되었던 감옥은
짐승도 살지 못할 만큼 어둡고 습기로 가득 찬 곳이었다.
이듬해 3월에는 옥이 폐쇄되어 식사를 받지 못하게 되고
굳게 닫힌 옥문의 열쇠는 알노 강물 깊이 던져졌다.
그 때부터 한 방울의 물도 한 조각의 빵도 없이 노백작은 희미한 빛 아래서
가련한 아이들의 얼굴만을 바라보고 있게 되었다.
곧 벌어진 참극을 짐작한 늙은 백작의 고민과 비탄은 참으로 처참하였다.
일 주일이 지난 후 다섯 명의 어린애들은 비참한 몰골이 되었다.
원통함과 슬픔 때문에 백작이 자기의 두 손을 물어뜯자
옆에서 보고 있던 아들이 배가 고파 그러는 줄 알고
  "우리들의 살을 잡수시지요.
그러면 우리들의 슬픔과 고통도 사라질 것입니다.
이 불행한 살을 주신 아버지께 이것을 드리겠습니다" 하고 말했다.
나흘이 되는 날 아침에 그의 둘째 아들 갓도는 아비의 무릎 아래서 죽어갔다.
  "왜 구해 주시지 않으십니까 아버지!"
  이것이 그가 죽어가며 외친 절규였다.
  이리하여 남은 애들도 모두 죽어 버렸다.
비애와 고통의 극단을 맛본 백작은 아이들이 죽은 3일 후에 아사하고 말았다.
 
이 우골리노 백작의 이야기는 프란체스카의 비련과 함께
고금의 애절한 노래로 후세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으며
어떤 나라에서는 교과서에까지 인용되고 있다고 한다.
피사의 고탑은 이 사건 때문에 아사탑이라는 끔찍스런 이름을 얻게 되고
잔인함의 상징으로 사람들에게 남게 되었다.
 
지옥의 밑바닥 즉 광열의 근원에서 가장 먼 곳에 있는 것은 대마왕 르치페로이다.
그는 악의 상징이고 우주를 반역한 거대한 괴물이다.
이전에는 아름다운 천사였으나 악마가 되면서부터 얼굴이 흉악해 지고
모든 비애의 원천이 되었던 것이다.
그는 천당에서 이 지옥으로 굴러 떨어져 한반신이
영원히 얼음 지옥 속에 파묻혀 추악한 세 면의 얼굴과 여섯 개의 눈을 가졌다.
 
그런데 그 얼굴의 하나는 붉었고, 하나는 검었으며, 나머지는 노랑색이었다.
이 세 면의 얼굴에 대해 여러 가지 해석이 있으나
이것은 신의 삼위 일체인 지혜와 힘 사랑에 대하여 지옥에 있어서도
삼위 일쳬라고 할 만한 무지 무력 증오의 상징이라고 한다.
무지는 자체의 암흑 때문에 검고, 무력은 분노 때문에 붉었으며, 증오는 질투에 의하여 노란 것이다.

얼굴 아래에는 날개가 둘씩 나와 있는데 그것은 박쥐의 날개 같았으며
쉴 새 없이 날개를 치면서 달아나려고 했지만 그때마다 일어나는 바람으로
얼음이 점점 두터워져 이 얼음 지옥의 얼음 강을 얼어붙게 할 뿐이었다.
 
반역의 왕인 그의 여섯 개의 눈에서는 피눈물이 흘러내렸고
세 개의 입으로 세 사람의 죄인을 물어뜯고 있었다.
그 중의 한 사람은 그리스도를 판 가롯의 유다였는데
머리는 벌써 입 속에 들어가고 양쪽 발만 내저으며 몸부림치고 있었다.
부르터스와 카시우스는 로마의 영웅 줄리어스 시저를 암살한 죄로 다른 두 입에 물려 있었다.
안내자인 베르길리우스는
"지옥은 이것으로 다 보았으니 밤이 되기 전에 돌아가자" 하고 말하였다.
두 시인은 이틀 동안의 지옥 구경을 끝마치고 다시 지구의 표면으로 험악한 길을 올라갔다.
하루가 지나서 멀리 보이는 둥근 구멍을 발견하였다.
그들은 마왕이 회개하고 지옥으로 떨어질 때 생긴 그 구멍으로 빠져 나왔다.
두 시인이 지옥을 나왔을 때 인간 세상은 부활제의 전야인 월요일의 새벽녘이었는데
별은 아직도 찬란하게 연옥의 하늘을 비추고 있었다.
그들은 다시 용기를 내어 연옥으로 올라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