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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단테(Dante, Alighieri. 1265-1321)의 '神曲'(La Divina Commedia)

오늘의 쉼터 2011. 5. 23. 18:26

단테(Dante, Alighieri. 1265-1321)의 '神曲'(La Divina Commedia)

 

줄거리 

 
지옥편ㅡ 제1권


단테가 인생의 반 고개인 35세(1300)가 되던 봄4월8일
그리스도가 십자가에 못박힌 성 금요일 새벽녘에 그는 길을 잃고
어떤 어두컴컴한 숲 속을 방황하고 있었다.
이 숲은 인간 사회의 부패와 타락을 상징하는 곳으로
드디어 그는 숲의 끝에 있는 험한 산비탈까지 왔다.
때마침 솟아오르는 햇빛은 이 '기쁨의 산'을 아름답게 비추었다.

그는 밤새도록 무서운 숲 속을 헤매었기 때문에 몹시 피곤하였으나
산에 올라가고 싶은 충동에 못 이겨 막 올라가려고 했을 때
세속을 상징하는 무서운 호랑이와 사자와 이리가 나타나 길을 막았다.
그가 단념하려는 순간 앞에 나타난 것은
단테가 진정한 철학과 시의 스승이라고 숭배하고 있던 로마의 위대한 시성 베르길리우스였다.
베르길리우스의 영혼은 단테에게 인간 이성의 상징이었다.
베르길리우스는 단테에게 죄로부터 단테를 인도하는 사명을 받고 왔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이와 같이 사나운 짐승들이 많은 숲 속을 빠져 나가려면
당신은 어쩔 수 없이 길을 변경해야 될 것입니다.
그 길은 나와 함께 지옥과 연옥을 통과해야 하는 길입니다.
그 다음에는 천국이 나오는데 그 곳에는 인간의 이성은 갈 수 없으므로
당신을 인도할 여인 베아트리체 신의 사랑의 상징이 나타날 것입니다" 하며
동행을 권하며 그를 위기에서 구해 주었다.
여기서 세 마리의 맹수는 중세 사람들이 믿고 있던 죄의 3대 근원으로
호랑이는 악의와 사기 사자는 폭력과 야욕 이리는 무절제를 상징한 것이었다.

첫날 저녁 단테는 베르길리우스를 따라가다 기진하며 절망했다.
단테는 베르길리우스에게 자기에게는 베르길리우스가 말한 환상을 볼 자격이 없다고 말했다.
그 말을 듣고 베르길리우스는 자기가 이 곳까지 오게 된 이유를 설명해 주었다.
베르길리우스가 지옥이나 천당에도 가지 못하고 연옥에 있을 때
베아트리체라는 아름다운 여인이 찾아왔다는 것이다.
신의 사랑의 상징으로서 그녀가 단테를 과오에서 인도하고자

베르길리우스를 보낸 것이라고 말했다.
단테는 도움을 받지 않고는 신의 사랑에게 갈 수 없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베아트리체는 성모 마리아와 성 루시아의 기도로서 보내졌다는 것이다
단테는 이와같이 천국의 세력들이 자기를 구해 주려 하고 있다는 말을 듣고 용기를 얻어
베르길리우스의 안내를 받으며 우주 여행의 길을 나섰다.

그 날 해질 무렵 두 사람은 지옥의 문턱에 도착했는데 문 위 돌에 이상한 말이 새겨져 있었다.
"나는 슬픔의 나라로 가는 길이다. 나는 영겁의 고통으로 가는 길이다.
나는 영원의 파멸로 가는 길이다"
이 문을 지나 가니 아케론 강가에 와 있었다.
두 사람은 이제 지옥을 바라보고 섰다.
별도 없는 암흑 속에서 이상한 외국어와 방언으로 아우성치는 소리와
몸부림치는 소리 차마 들을 수 없는 비명 소리가 참혹하게 들려왔다.
지옥의 주위를 흐르고 있는 이 아케론 강을 건너
망령들을 저승에 이르도록 해주는 배를 젓는 것이었다.

그는 떼지어 오는 망령들을 잔인한 말로 조롱하며
이 강을 건너기만 하면 두번 다시 돌아올 수 없으며
여기서 보이는 태양빛도 다시 보려는 생각조차 말라고 하자 망령들은 일제히 통곡하였다.
카론은 지상에 있을 때와 같은 옷차림을 한 단테를 보고 화를 내며
이 괴상한 방문객의 승선을 거부하였다.
그의 임무는 죄지은 망령들만을 건네 주게 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베르길리우스로부터 천국의 뜻에 의해 이 곳에 왔다는 것을 듣고는 이내 납득하였다.

이 강의 탁류를 건너는 도중 신의 노염을 받은 망령들이 사방에서 떼를 지어 모여 와서
단테를 붙잡았기 때문에 하마터면 배가 전복될 뻔하였다.
이 때에 '눈물의 나라'로부터 큰 바람이 불어오고 번개가 치는 바람에
단테는 공포 때문에 그만 졸도하고 말았다.
이 위험을 겨우 벗어나 건너간 곳이 바로 지옥이다.
단테가 생각하는 지옥의 위치는 지구 중심의 밑바닥이 되는
북반구 밑에 놓여 있는 큰 묘지 모양의 동굴이었는데
이 큰 분지의 주위로 봉우리들이 있고 여기에는 죄에 대한 형벌이 지정된 곳이었다.

지옥의 끝이 되는 곳 즉 지심의 밑바닥인 대마왕의 형벌을 받는 곳에서부터
한 줄기의 험한 길이 지구의 표면을 통하여 반대 방향으로 열려
남해의 파도 위에 우뚝 솟은 정죄산의 비탈로 나오게 되어 있다.
이 지옥은 또 '상부 지옥'과 '하부지옥'으로 크게 나누어진다.
'상부 지옥'은 이성을 잃은 사람이 욕망을 제멋대로 했기 때문에 벌을 받는 곳이며
'하부 지옥'은 이성을 갖지 못한 사람이 짐승과 같은 행위
또는 악랄한 행위를 하였기 때문에 벌을 받는 곳이다.

단테는 인도자인 베르길리우스에게 인도되어 먼저 상부 지옥으로 들어갔다.
그곳은 여러 단계로 나누어져 있었으며 지옥 전체는 아홉 가지의 지옥으로 구분되어 있었다.
그리고 하부로 내려갈수록 죄가 무거운 사람들이 처벌을 받게 되어 있었다.

 

이 곳은 지옥의 변두리가 되는 특수한 장소인 변옥이라는 곳인데
죄는 없으나 그리스도를 모르고 세례를 받지 않은 자
즉 무신자 혹은 이교도들이기 때문에 천국에 가지 못하고 이 곳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그리스도가 지상에 내려오기 전의 사람들이나 혹은 그리스도를 몰랐던 사람들로
덕이 있어서 형벌을 받지 않지만 애써 신을 찾으려 해도
구원과 희망을 얻을 수 없는 절망의 고통을 받고 있을 뿐이었다.

이 곳에 있던 사람들로서 승리의 왕관을 쓰고 온 그리스도에게 최초로 구원된 사람은
아담 이브 아벨 노아 모세 아브라함 다윗 왕이었으며
많은 그리스 로마의 성현 중의 한 사람인 베르길리우스는 거기에 남아 있다가
특별한 사명을 띠고 단테를 지상 낙원까지 인도하게 되었던 것이다.
이 때 네 사람의 망령이 가까이 오는 것을 보았다.
그 중 한 사람이
"위대한 시인에게 경의를 표하라 떠나간 영광 그 영혼이 돌아온다.
그이가 왔다. 그이가 왔다!" 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스승은 단테에게 그를 맞아준 사람의 이름을 가르쳐 주었다.
그들은 그리스의 이름 높은 시성 호머 호레이스 루칸 등이었다.
이 여섯 사람은 서로 정답게 이야기를 교환함으로써
단테가 지옥 여행에 대해서 품은 공포심도 어느 정도 풀리게 되었다.
일행은 강물을 육지와 같이 걸어서 어느 지점까지 왔다.
그 곳에 위치하고 있는 거룩한 철학성은 일곱 겹의 벽으로 둘러싸여
현자의 7덕을 나타내고 벽마다 열려져 있는 일곱 개의 문은 일곱 학문의 상징이며
그 성벽의 주위에는 웅변을 상징하는 맑은 냇물이 흐르고 있었다.
문을 들어가니 그 곳에는 진기한 화초가 우거지고 푸른 숲이 있는 넓은 들판이 펼쳐져 있었다.

이 곳에는 수많은 세계의 시성 성현 위인들이 있었다.
트로이의 영웅 헥토르 로마의 건국자 아에네아스 줄리어스 시저 터키 왕 사라센이 있었다.
단테는 사라센을 보고 그가 임종시에 자신의 장례를
성대히 거행하지 말라고 유언으로써 엄명했었다는 것을 기억했다.
장례식은 그의 속옷을 창끝에 걸어 왕의 깃발로 사용하여 열 앞에 들게 하고
소복을 입은 중이 깃발 앞에 서서 모든 사람들에게 들리도록 큰 소리로
"동방의 정복자이고 생전에는 부귀와 위대함이 정복자였던 사라센은
이제 한 벌의 속옷만을 들고 간다" 하고 외치도록 되었던 것이다.

철학자인 아리스토텔레스, 소크라테스, 플라톤은
지상에서 즐기지 못한 세 사람의 만남을 기뻐하는 것같이 보였으며
그 외에 데모크리토스, 디오게네스, 탈레스가 있었고, 로마의 웅변가 키케로,
수학자 유크리트, 천문학자 프로메테우스, 의성 히포크라테스 등이 있었다.
단테는 중세 기독교 사상을 가지고 있었으므로 이러한 위인들을 지옥에 있게 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의 죄인에 대한 일관된 정서는 복수적 징벌이 아니고 측은한 마음이었다.

지옥편 ㅡ 제2권

지옥 고유의 형벌이 길을 가로막고 시작된다. 지옥에 온 죄수를 심판하고
그 업보를 판정하여 이들을 각각 적당한 지옥에 보내고 있는 자는
옛날 크레타성의 왕이었다는 미노스였다.
그는 반인 반수의 무서운 얼굴과 한 개의 긴 꼬리를 가지고 있었는데
죄수가 앞으로 나와 참회를 하면 그 꼬리를 자기 몸에 감아
그들이 추락할 옥을 숫자로 표시하고 또한 매로 사용하는 것이었다.
여기서도 미노스는 두 시인에게 돌아가라고 명령한다.
그러나 베르길리우스는 뱃사공 카론에게와 같은 태도를 취하여 그를 침묵케 하였다.

이 옥에는 육욕의 죄를 범한 자 즉 이성을 배반하고 욕정에 빠진 자들이 있는 곳이다.
망령들은 그칠 새 없이 불어오는
무서운 태풍과 모래와 먼지의 고통을 받으며 암흑 속에서 떨고 있었다.
이것은 그들이 쾌락에 젖어서 감정이 움직이는 대로 살면서 이성을 망각한 응보였다.
그들 속에는 수많은 미남 미녀들이 있었는데
로마의 시저와 안토니우스를 농락한 클레오파트라
트로이 전쟁의 불씨가 된 미녀 헬렌과 그의 정부 파리스가 있었다.
그리고 여러 민족을 다스리면서 육욕에 빠져 부패를 일삼은 여왕
세미라미스가 있었는데 그녀는 자신의 죄를 은폐하고자
모든 음란한 행위를 법으로 합리화했었다.

그 다음은 디도인데 그녀는 남편 시카에우스가 죽은 뒤
정절을 깨고 사랑에 빠져 자살을 한 여왕이었다.
그들 중에 서로 얼싸안고 떨어지지 않으며 가련하게
바람부는 대로 흔들리고 있는 두 남녀가 있었는데 그들은 리미니의 프란체스카와 파울로였다.
이 두 사람은 이탈리아 사람으로서 단테와는 한 고향이었다.
파울로는 묵묵히 울고 있었으나 프란체스카는 전생에서의 불행한 사랑의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이 사랑의 이야기는 너무도 비극적이어서 후세의 시인들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다고 한다.

1275년 리미니의 조반니 말라테스타는 약간의 불구자였기 때문에
절름발이 조반니라 일컬었지만 용감하고 힘센 무사였으므로
라벤나의 구이도 다폴렌타의 딸 프란체스카와 정략 결혼을 하였다.
프란체스카가 리미니에 왔을 때 조반니의 동생 파울로와 사랑에 빠졌다.
파울로는 1269년 결혼한 두 딸의 아버지였는데도 불구하고 프란체스카와의 사랑은 계속되었다.
조반니가 프란체스카의 침실을 기습하여 둘을 죽인 것은 1283년의 일이다.
이러한 사실 때문에 소문이 퍼지게 되었다.
즉 조반니는 파울로를 자기 결혼의 대리인을 보냈는데
프란체스카는 진짜 자기 남편으로 알고 첫눈에 마음을 주어 버렸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를 듣고 단테는 비통함에 젖어 끝내는 기절을 하고 말았다.
그가 의식을 회복하였을 때는 제3권 앞에 서 있었다.

 

 
지옥편 ㅡ 제3권
 
이 곳은 대식가와 음식에 대한 욕심을 채우기에 급급했던 자들을 벌하는 지옥이다.
살을 에이는 듯한 눈과 큼직큼직한 우박이 미친 듯이 쏟아져서 암담한 지경을 이루고 있다.
욕심껏 먹어도 만족을 모르는 머리가 셋 달린 짐승 첼베루스가
새로 들어온 망령에게 덤벼들어 잠깐 동안에 피부를 찢고
살을 물어뜯어 망령들을 괴롭히고 있었다.
이 괴물은 두 시인을 발견하자 큰 입을 벌리고 단숨에 삼킬 듯이 가까이 왔다.
이 때 베르길리우스가 흙덩어리를 집어 던지자 괴물은
그 흙덩어리를 먹느라고 수선을 떨었으므로 그 틈을 이용하여 겨우 그 곳을 통과하였다.
이 때에 길 옆의 더러운 물이 고인 구덩이 속에서 단테에게 소리치는 자가 있었다.
자세히 보니 그는 플로렌스 사람으로서 생전에 욕심껏 많이 먹기로 유명하여
돼지라는 별명을 가진 사람인데 그는 단테의 물음에
고국의 혼란과 흑백 양당의 싸움을 논하고 백당이 승리한 3년 후에
또 다시 패배한다고 미래를 예언하였다.
그리고 플로렌스의 여러 명사들이 지옥 깊이 떨어져 있다고 가르쳐 주었다.

지옥편 ㅡ 제4권
 
이곳은 축재할 줄만 아는 인색함과 낭비로 일생을 보낸
방탕아들이 서로 다투고 있는 곳이다.
이 권에서는 수많은 망령들이 흡사 사람의 물결과도 같이
서로 아우성을 치며 싸우고 있었다.
이들은 두 패의 노한 폭도로 각각 거대한 바위를 힘을 다하여
굴리고 충돌시키고는 그것을 굴리고 되돌아 갔다가 또다시
충돌하는 것을 반복하고 있었는데 이 바위는 부의 상징이었다.
이 거대한 바위를 굴리고 있는 것은 지나치게 부만 추구하고
또한 낭비하는 자들이 고통을 받고 있는 모습인 것이다.
그러다 갑자기 바위가 도로 굴러떨어지면 한 쪽에서
  "너희들은 왜 돈만 모으려고 하느냐?" 하고 외치면 한 쪽에 있는 자들은
  "너희들은 왜 낭비만 하고 있느냐?" 하고 외쳤다.
그것은 권의 양끝에서 욕망끼리 부딪칠 때 일어나는 과도한 모습을 반영하는 것으로
그 중에는 성직자들과 교황, 추기경들도 있었다.
그들은 인간의 덧없는 허영과 부귀 영화, 야욕으로
본성끼리 더럽힌 죄로 형벌을 받고 있는 것이었다.

지옥편 ㅡ 제5권
 
이 곳은 분노에 몸을 맡긴 자들이 잇는 지옥이다.
여기는 스틱스라는 무서운  늪이 있고
늪 가운데에는 디테라고 하는 증오의 성이 높이 솟아 있었다.
이 늪에는 검은 탁류가 흐르고 있었다.
그 물 속에는 진흙투성이의 망령들이
하반신을 진창 속에 담그고 서 있는데 그 분노의 형상이 참으로 처참하였다.
그들은 서로 손과 발을 들어 머리나 가슴이나 발을
닥치는 대로 치고 박고 하였으며 심지어는 이빨로 서로 물어뜯었다.
그뿐만 아니라 늪의 수면에는 검은 물이 부글부글 거품을 내고 있었는데
그것은 가라앉은 망령들이 가슴 속에 뭉쳐있는
검은 연기와 같은 분노를 토해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단테와 스승은 죽음의 늪을 건너 중죄를 범한 자들이 있다는 디테 성의 문앞에 섰다.
탑의 꼭대기에는 신을 배신하고 타락하여 하늘에서 떨어진
천사의 망령들이 운집하여 내려다보면 성난 소리로 외쳤다.

"지상 사람의 모습으로 망령들의 영역을 대담하게 침입하려는 너는 누구냐?
당장 지상으로 없어져라" 하고 단테의 입성을 거절했다.
베르길리우스는 조심스럽게 밀어 제치며 그들을 물리쳤다.
그리고 단테에게 그 망령들이 전생에 지은 분노와 교만의 죄에 대해 설명해 주며 위로했다.
  "이 메두사야 빨리 나타나라.
너희들이 쏘아 보아도 우리는 돌이 되지 않는다" 하고 소리를 질렀다.

이들이 말하는 메두사는 무서운 힘을 가진 여자인데
누구든지 그의 무서운 얼굴을 한 번만 쳐다보면 그만 돌로 변해 버렸다.
스승은 악령들이 메두사를 불러 단테에게 위험을 가하려는 것을 알고
놀라있는 단테를 뒤로 돌려 세우고 손으로 그의 눈을 가려 주었다.
 
이 때 늪의 양쪽이 흔들리며 돌연 온 몸에서 찬란한 빛이 발산되는 천사가
물위로 육지와 같이 걸어 오고 있었다.
베르길리우스가 단테에게 절하게 하니
그때까지 날뛰고 있던 악령의 무리들이 이리저리 도망쳐 버리고 말았다.
천사가 성문 앞에 와서 성장을 문에 대자 굳게 닫힌 큰 문이 활짝 열렸다.
천사는 성으로 들어가 망령들을 꾸짖고 두 시인에게는 아무 말도 없이 온 길로 돌아가버렸다.

지옥편 ㅡ 제6권

이 곳부터가 가장 무서운 '하부 지옥'이다.
이 곳은 넓은 들판으로 신을 모독한 죄, 즉 이교도의 교주들과 그 제자들이 있는 지옥이다.
그리스도교에 반항한 이교도와 쾌락이
인생의 최고 가치라고 주장하는 에피쿠로스 파의 철학자들이 있었다.
바라보이는 곳마다 무덤이 펼쳐져 있는데 모두 뚜껑이 옆에 있거나 없어서
망령들의 아비 규환과 고통에 시달리는 소리가 그 속에서 들려 왔다.
더구나 그 위에 맹렬한 불길이 타고 있는데
여기는 각종 종파의 이교도들이 형벌을 받고 있었다.
그들은 영생을 부인함으로써 영혼이 육체와 더불어 죽는다고 믿었으므로
그들의 처벌은 신의 분노로 화형을 받는 영원한 무덤에 사는 것이다.
이 곳에는 기배린 당의 용장 파리나타를 비롯하여
단테의 친구이자 시인인 구이도의 부친인 카바르칸티와 피데리코 2세
교황 옥타비아누스 등 천여명의 그림자가 보였다.
그리고 원한과 복수의 상징인 메두사가 두 시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지옥편 ㅡ 제7권
 
여기에는 깨진 암석들이 둥글게 쌓여 원을 이루고 있는 거대한 바닥이 있었다.
험한 암석이 톱니처럼 우뚝 솟은 산처럼 쌓여 있었다.
그 좁은 바윗길을 겨우 뚫고 나가니 바위틈 사이에
옛날 크레타 섬에서 주민들을 공포에 떨게 했던 반인 반수의 미노타우로스가 누워 지키고 있었다.
이 괴물은 누워 있다가 그들을 보자 분노에 떨면서 자신의 몸을 물어뜯기 사작하였다.
 
이 기형아는 크레타 섬의 왕 미노스의 왕비 파시파에가
바다의 신이 보내 준 숫소를 사랑하게 되어
나무로 만든 암소의 몸 속으로 기어들어가 결합하여 태어난 것이다.
미노스 왕은 그를 달아날 수 없는 미궁 안에 유폐하여 나오지 못하게 한 후
매일 아테네의 소년 소녀 일곱 명씩을 잡아먹고 살게 하였다.
 
아테네의 왕 테세우스는 이것에 분개하여 크레타 섬에 가서 그를 죽여 버렸다.
그래서 그의 혼은 피에 굶주린 포악과 잔학의 상징이 되어
이 권에 갇혀 문지기 노릇을 하고 있었다.
베르길리우스는 그가 분노하는 모양을 보고 큰 소리로
"이 괴물아, 나는 너를 죽인 아테네의 왕이 아니다.
우리들은 단지 너의 형벌을 보기 위해 이 곳에 온 것이다" 하고 소리쳤다.
 
두 시인은 허물어진 암석을 겨우 지나서 아래에 있는 골짜기를 걸어가는데
발에 걸리는 돌이 이상하게 발 밑에서 움직이고 있었다.
이것은 그리스도가 십자가에 못박힐 때 세계가 갑자기 암흑이 되고
온 골짜기가 진동하면서 이 곳에 있는 바위도 추락하여
이와 같이 움직이는 돌이 되었다는 것이다.
 
아래 골짜기를 내려다보니 세 개로 구분된 원 하나에
백성들에게 흉포한 행동을 가한 폭군과 살인자들이
열탕처럼 끓고 있는 빨간 피의 연못에서 신음하고 있었다.
눈과 이마가 뜨거운 핏물에 잠긴 자도 있고 겨우 목만 내놓고 신음하는 자도 있었다.
그들은 죄의 경중에 따라 침몰의 깊이에 차이가 있었으며
대안에는 흉포의 표상인 반인 반마의 센타우르스가 수천 마리의 떼를 지어
핏물 속에서 올라오려는 망령을 활로 쏘려고 위협하고 있었다.
그들 중에는 압제자였던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더 대왕과
인간의 영혼을 더럽힌 시칠리아의 데오니오스 등
자기의 야심을 채우기 위해 많은 살생을 한 호전적인 군인들이 있었다.

제2원은 신의 율법을 배반하고 자살을 한 자들이 사는 숲으로
이 곳에 있는 작고 앙상한 나무들은 전부 죄수가 변한 것이었다.
열매는 하나도 맺지 못한 채 독가시만이 무성했다.
불평과 절망의 상징으로서 이 곳에서 살고 있는 여자의 얼굴을 하고
새와 같은 날개와 긴 손톱을 가진 괴물은 얼굴은 굶주림으로 창백하였다.
 
이 곳에는 사람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는데
슬픈 울음 소리가 사방으로부터 들려 왔다.
그것은 이 괴상한 새가 새싹을 주둥이로 쪼았기 때문에
나무들이 아픔을 견디지 못해 신음 소리를 내는 것이었다.
단테가 스승이 시키는 대로 그 나뭇 가지 하나를 꺾었더니
마디 속에서 피가 흘러 나왔으며
  "왜 남의 몸에 상처를 입히느냐?" 하면서 고통에 겨워 화를 내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 나무는 시칠리아 왕 페데리코 2세의 고관이었던 피에르 텔레뷔니에의 화신이었다.

그는 평민으로서 웅변과 학식이 뛰어난 명예로운 지위를 얻었으며
공도 많았던 사람이었으나 만년에는 정적들의 모략으로 국왕의 총애를 잃고
눈알까지 빼앗긴채 유폐 당하자 절망 끝에 자살하였다.
이 때 벌거벗은 두 개의 그림자가 가시덤불에 상처를 입은 채
악마들에게 쫓겨 숲을 헤치고 오더니 죽어 버렸다.
그들은 시에나 사람인 라노와 파도아의 자코보인데
가산을 탕진하고 횡사하여 이러한 벌을 받고 있었다.

제3원에 이르니 풀 하나 남지 않고 타버린 열사의 들판이었다.
이 곳에는 신을 모독한 사람이 가장 많았다.
그들은 뜨거운 모래 위에 엎드려 고민하고 있었으며
자연에 반역하여 인륜을 더럽힌 자와 땀을 흘리며
얻어야 할 노동의 대가를 부당하게 착취한 불로 소득자들이
죄의 무게에 따라 속도를 달리하여 떼를 지어 달리며 헤매고 있었다.
쉴 새 없이 내리는 불줄기와 이 나체의 죄수들을 괴롭히고 있었다.
불꽃이 점점 모래땅 위에 쌓여 불바다를 이루자
망령들은 손을 휘젓고 발을 구르면서 계속해서 몸부림을 치고 있었다.
 
열사를 지나가니 한 줄기의 빨간 피의 강이 흐르고 있었다.
이 강물은 부리가메에서 흐르던 물과 같았다.
부리가메라는 것은 비델보 부근의 유황 온천인데
중세 때는 창부나 죄 지은 여인들이 일반 부인들과 함께 목욕하는 것을 금지 당하였으므로
이 온천의 물을 다른 장소로 끌어내어 따로 목욕을 하였다고 한다.
베르길리우스는 이 지옥의 늪과 강물은 인간 태고의 황금 시대는 제외하더라도
그 후의 죄와 고통으로 가득 찬 각 시대에 흘려진 눈물이 지하를 뚫고 흘러서
지옥의 내를 이루었으며 여기에 지옥의 죄수들의 눈물과 폭군 자객의 피와
여러 지옥의 모든 더러운 것이 합쳐져서 이루어진 것이다.
이것은 형벌의 좋은 도구가 된다고 말했다.
이 강은 아케론과 스트제 강인데 열사의 한 복판을 흐르며 질병을 퍼트리고
물위나 냇가의 불꽃을 끈 후 대마왕이 사는 최저 지옥의 얼음지옥으로 흐른다는 것이다.
 
이 곳을 지나는 강가에서 단테는 여러 죄수들 가운데서 얼굴이 그을려서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없게 된 그의 은사 부르네토 라티노를 간신히 발견하였다.
그는 단테에게 상당한 영향을 미쳤던 사람이었다.
그래서 단테는 누구보다 가장 큰 존경을 보였다.
부르네토는 단테가 플로렌스 사람의 손에 고역을 겪으리라는 예언과 함께
자신의 보전을 기억해 달라는 말을 남기고 신의 강제에 의해 들판을 달려 건넜다.
강물이 그치는 곳까지 이르러 베르길리우스는 단테에게 허리에 매고 있는 띠를
물 속 깊이 던지게 하니 한 마리의 기괴하고 큰 짐승이 짙은 안개 속에서 떠올랐다.
얼굴은 유순한 표정을 하고 있었으나
나머지 전신은 털이돋은 뱀 형체를 한 보기에도 끔찍한 괴물이었다.
이것은 사람을 유혹하여 자연이나 문명을 파괴하는 상징인 게류온이었다.
 
이 때 한 쪽에서는 비싼 이자를 받아 사람들을 괴롭힌 고리 대금업자가
목에 영원히 걸고 있어야 하는 가방을 매고 고열에 못 이겨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 돈가방에는 문장과 상표가 선명하게 수놓여 있었는데 대개가 플로렌스의 명문 귀족들이었다.
두 시인은 게류온을 타고 빨간 피의 폭포수를 좌우로 바라보면서
공중을 번개 같이 빠르게 비행을 하여 사기꾼들이 벌받고 있는 무쇳빛 암석의 나라로 내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