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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단테(Dante, Alighieri. 1265-1321)의 '神曲'(La Divina Commedia)

오늘의 쉼터 2011. 5. 23. 18:42

단테(Dante, Alighieri. 1265-1321)의 '神曲'(La Divina Commedia)

 

연옥의 하부

두 시인은 험악한 산길을 올라가 넓은 평지로 나왔다.
이 곳에서는 한 떼의 망령들이 시편 501장을 부르고 있었다.
  "하느님이여, 주의 자비를 좇아 저를 긍휼히 여기시며
주의 많은 자비를 좇아 제 죄를 도맡아 주소서.
저의 죄악을 말갛게 씻기시며 저의 죄를 깨끗이 하소서.
저는 제 죄를 아오니 제 죄가 항상 제 앞에 있나이다"
 
이 사람들은 암살했거나 혹은 전사 익사 모살 교살된 자들로
억울한 최후를 마친 사람들이었으나 단말마의 순간에 회개를 한 사람들로서
눈을 감는 순간에 하늘로부터 광명이 내려와 평화롭게 영혼이 떠나온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시인 소로데루로를 만나 왕후의 골짜기로 안내되어 그곳에서 하룻밤을 보내게 되었다.
시인들은 연옥에서 밤길을 가지 않았다.
이 곳에서는 밤에 걷게 되면 반드시 길을 잃는다.
밤의 어둠은 의지를 잠재우고 무력하게 만들게 때문이다.
길을 잃는다는 것은 연옥에서는 금물이었다.
이 곳에서는 화초와 진귀한 나무가 울창하여
찬란한 금은 보석의 장식을 펼쳐 놓은 것과 같았으며
대기에는 향기가 가득하여 에덴과 흡사한 작은 낙원과 같아서 단테의 심신이 황홀해졌다.

여기는 고금의 이름난 장군과 어진 왕의 거처인데
그들은 백성들을 가련하게 여겨 훌륭한 정치는 하였으나
정사에만 몰두하고 사치를 일삼으며 정작 중요한 신을 믿지 못했던 것이다.
신성 로마 제국의 루돌프 황제를 비롯하여 룩셈부르크의 앙리 3세 등이
옛날에는 적대적인 관계였으나이제는 친구가 되어 조용히 과거의 죄를 씻고 있었다.

밤이 되어 기도 소리가 밤 하늘에 들리는데
높은 하늘에서 푸른(푸른 빛은 희망의 상징) 옷을 입고 푸른 날개를 치며
두 천사가 자비의 상징인 불꽃에 싸인 이 검을 들고 내려와 낙원을 경호하고 있었다.
옛날 에덴에서 죄악의 과실을 먹도록 이브를 유혹하였던 뱀도 이 화원에 숨어 있었는데
또다시 왕후들을 유혹하려고 기어다니고 있는 것을 천사들이 큰 칼을 휘두르며 쫓아 버렸다.

연옥에서 이틀째 되는 날이 밝을 때 잠자던 두 시인은
천사들에게 운반되어 연옥의 상부에 가 있었다.
그 문턱에 있는 다이아몬드 문이 큰 층대 위에 있었는데
천사가 신의 심판을 상징하는 칼을 들고 지키고 있었다.
칼날에 햇빛이 반사되어 강한 빛을 내어 눈을 뜰 수가 없었다.
두 시인은 두려워하며 회개를 상징한 세 개의 계단을 올라갔다.
 
이 계단의 제1단은 흰 대리석으로 되어 있는데 마음의 순결을 상징하는 것이고
제2단은 녹색의 소석인데 죄의 참회를 상징하고
제3단은 피처럼 붉은 반암으로 신의 사랑을 나타낸 것이며
입구의 다이아몬드 문은 교회의 근본을 상징한다고 한다.
천사는 그들에게 권위를 표상하는 금과 지식을 표상하는 은으로 된 열쇠를 주면서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도록 허락하며
어떠한 일이 있어도 뒤를 돌아보아서는 안 된다고 주의를 주었다.
그리고 천사는 자기가 들고 있는 무딘 칼로 단테의 이마 위에 일곱 개의 P자를 써 주었다.
 
이것은 이 죄를 씻는 곳(연옥)에서 속죄하여야 할 죄인
오만, 질투, 분노, 태만, 탐욕, 폭식, 사음의 일곱 가지 악을 가르키는 것이다.
이 때에 새로 연옥의 문을 들어가는 사람들을 축복하는 찬미의 소리가 들려왔다.
두 시인은 암석이 톱니와 같이 늘어선 속죄의 험한 길을 겨우 올라갔는데
거기에는 여덟 개의 고리 모양의 길이 나 있었다.
연옥의 산마루를 도는 이 둥근 길(환도)의 넓이는 좁지만 평평하였다.
한 쪽은 지하수의 천길 계곡이며 다른 한 쪽은 하늘을 찌를 듯한 절벽이었다.
스승은 단테가 떨어지지 않도록 단테의 오른편에서 나란히 걷고 있었다.

ㅡ  연옥편 ㅡ

제1환도
 
이 곳의 암벽에는 겸양의 미덕을 나타내는 옛이야기 몇 가지가 조각되어 있었다.
이 암석은 흰 대리석으로 한 쪽 면에는 성모 마리아의 수태 고지와
시편의 작자인 다윗 왕이 모세의 십계명이 새겨진 궤 앞에서
여호와를 찬양하며 춤을 추는 모양과
로마 황제가 가난한 과부의 호소를 듣고 있는 모양들이 새겨져 있었다.

이때 이상한 모습을 한 사람들이 나타났는데 그들은 오만의 죄를 저지른 자들로
어깨 위에 거대한 돌을 메고 허리를 굽히고 고민하며 걷고 있는 괴상한 형상이었다.
그 중에는 단테와 친한 화가 오데릿지도 있었는데
그는 인간 사회에 있을 때 혈통의 존귀함을 자만하고 예술의 가치만을 높이 여기며
동료를 존경할 줄을 몰랐으나 이 곳에 와서는 과거의 행동을 참회하고
명예의 공허함을 깨달은 자신의 심중을 고백하고 있었다.

산길을 올라가니 길에 깔려진 돌 위에 오만의 벌을 받고 있는 열세 가지 그림이 조각되어 있었다.
거기에는 마왕 르치페로의 지옥 추락과 올림포스 신들에 반역한 거인 괴물 부리야우스와
뇌사의 바벨 탑을 건축한 냄부롯트 대왕 등의 그림이 상상의 석재에 새겨져 있었다.
이 때 겸양의 천사가 샛별과 같이 나타나서 전진할 것을 재촉하였다.
어디서인지 천상의 음악과 아울러 찬송가 소리가 들려오자
단테의 이마 위에 새겨진 P자의 상처 하나가 사라졌다.
두 시인은 험한 계단을 올라 제2의 환도로 나왔다.

제2환도
 
이 곳은 질투의 죄를 씻는 곳으로 첩첩한 암벽이나
길이 마음의 어둠에서 생기는 질투의 색깔에 따라 변하였다.
정죄를 하고 있는 망령들도 같은 색깔의 허름한 옷을 입고
병풍과 같은 암벽에 매달려 마리아 미카엘 베드로를 비롯한 여러 성도들의 이름을 부르면서
기도하고 있는 모양이 마치 눈먼 걸인들이 성전의 복도에 앉아
보이지 않는 눈을 쳐들고 무엇을 달라고 애걸하는 모양과 같았다.
그들은 현세에 있을 때 타인의 아름다움과 기쁨을 시기한 보복으로
이제는 눈이 철사로 꿰매어져 바다에서도 하늘에서도 도무지 맛볼 수가 없었다.
그들은 하늘로부터 빛의 혜택도 받을 수 없었으나
이젠 지상의 재물에 마음을 빼앗기고 있는 사람들에 대해
슬퍼하며 가련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이 광경이 너무 가련해서 단테도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 곳을 나오자 제2의 P자가 또 사라졌다.

제3환도

이 곳은 분노의 죄를 지은 자들이 죄를 씻는 곳이다.
이 곳에 가까이 오자 세 가지의 이상한 현상이 나타났다가 다시 사라졌다.
첫 번째는 사랑하는 아들 그리스도를 찾으러 다니다가
마침내 예루살렘의 궁중에서 그리스도를 만난 성모 마리아였으며
두 번째는 자기 딸이 어떤 젊은 청년에게 여러 사람 앞에서 모욕당하는 것을 보고도
그 죄를 추궁하려 하지 않았던 아테네의 왕 피시스트라였다.
세 번째는 원수를 용서하고 그의 속죄를 빌며 죽어간
기독교의 최초의 순교자 스테파노였는데 모두가 온화한 인격의 소유자들이었다.
이 환상이 사라지자 어둠이 닥쳐왔다.
단테는 스승의 뒤를 따라 악취가 풍기는 짙은 안개 속을 걸어 나갔다.
이 독기는 이 곳에 있는 망령들의 분노의 상징이었다.
이 세 개의 환영은 이러한 분노를 씻어 버리고
도달할 수 있는 경지를 망령들에게 보여 주기 위한 것이었다.
제2일째의 밤이 되어 그들은 제4환도의 태만의 연옥에 들어섰다.
 
제4환도
 
이 곳에 들어오자 광명의 세계가 펼쳐졌다.
지금까지 본 제1의 환도는 타인의 기업을 험담하려는 오만
제2의 환도에서는 타인의 불행을 기뻐하는 질투
제3의 환도에서는 타인을 괴롭히고 만족하는 분노의 죄를 닦는 것을 보았으나
이 곳에서는 신의 덕을 본받으려 해도 도달하지 못한 사람
속세의 쾌락이 정도를 넘고 육체의 욕망에 굴복한 사람들이 정죄하고 있었다.
그들은 전세의 속죄를 하기 위해 부지런히 뛰어다니면서 시련을 받고 있었다.
 
이 때 뒤에서 많은 망령들이 태만의 벌에 대한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단테가 잠시 잠들었을 때 머리맡에 아름다운 여인이 나타났다.
그녀는 벙어리에다 손과 발이 꼬부라진 불구로 단테가 바라보니
여자의 발이 노근하게 펴지고 혀가 늘어지면서 야윈 얼굴이
사랑을 구하는 듯한 빛을 띠기 시작하여 단테의 마음이 온통 그에게 쏠렸다.
그 여인은 아름다운 노래로 배를 타고 가는 선원들을 유혹하고 교태를 부리는 사이렌이었다.
이 때 성스러운 얼굴을 한 천사가 나타나서
  "베르길리우스 무엇을 하고 있는가?" 하고 꾸짖자
그 요부가 본색을 나타내었는데 얼굴이 보기에도 소름이 끼칠 만큼 추악해졌다.
단테가 견딜 수 없는 악취에 잠을 깨어 보니 스승은 세 번이나 그를 깨웠다는 것을 말해 주었다.

   제5환도

이 곳은 세상에 있을 때 재물을 탐낸 죄인이 있는 곳이다.
  "나의 영혼은 먼지에 불과하다"라는 시편의 구절 그대로
망령들이 좁은 길바닥 위에 엎드려 땅 위에 얼굴을 대고 이젠 아름다운 것을 볼 수가 없어
죄를 회개하는 슬픈 소리로 듣는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하였다.
그들은 물거품과 같은 속세의 환락을 좇으며 신을 숭배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제는 몸을 움직이는 것조차 금지 당한 채 신의 뜻에 받아드려질 때까지 있어야 했다.
 
그들 중에 39일 동안 세 개의 관을 법왕 아도리아노 5세가 있었는데
그의 참회가 늦었던 것에 대해 현세에 생존 중인
단 하나의 손녀 아라지야의 기도를 유일한 희망으로 삼고 있다고 눈물을 흘리면서 말하였다.
단테가 허리를 굽히고 대법왕의 존위를 빌자 그는 황급히 이를 말리고 일으키며
죽은 다음에는 귀함과 친함의 구별이 없으며
베드로의 가르침에는 하등의 차별이 없다는 것을 설명하여 주었다.
 
프랑스에서 푸줏간의 아들로 태어나 왕위에 오른
프랑스 왕조 유구 카페 재물을 탐내어 의형을 죽인 풋다마리온
황금을 탐하던 나머지 손에 닿는 것 전부를 금으로 변화시키는 마력을 원하며
먹을 것까지도 황금으로 만들어 금은 속에 파묻혀 굶어 죽은 미다스 왕 등이 있었다.
지진이 일어나서 산이 곧 허물어질 것 같아 단테는 마음이 불안하였다.
그런데 망령들이
  "보다 높은 곳에는 신에게 영광 있으라" 하는 축복의 노래를 부르자 곧 지진이 그쳤다.

두 시인이 겨우 일어나서 땅 위에 엎드려 통곡하고 있는 망령들을 넘어 걸어나가니
옛날 그리스도가 무덤에서 소생하여 지나 가던 두 제자에게 말하던 것과 같이
  "형제여! 그대들에게 신의 평화가 있으라" 하고 말하는 자가 있었다.
돌아다보니 그는 기원 전70년경의 이름 높은 로마의 시인 스타츄였다.
두 시인이 그에게 지진에 대해 물으니 연옥의 둥근 길(환도)에서
죄를 씻는 수행을 끝마친 망령이 신에게 용서를 받아 영원의 행복을 받을 때가 되며
천지가 기뻐하여 모든 산이 흔들리고 망령들은 신의 영광을 노래 부르며
구원받은 망령을 환송하는 것이라고 알려 주었다.
 
이제 스타츄는 500년의 긴 세월을 이곳에서 시련을 받고
산마루에 있는 낙원에 오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는 항상 자기가 숭배하고 동경하고 있던 베르길리우스를 반가워하며
세 시인은 함께 제6환도로 들어갔다.

 제6환도

이 곳은 폭식의 죄를 씻는 곳이다.
이 곳을 들어서니 녹음이 우거진 숲 속에서 절제의 미덕을 찬양하는 노래 소리가 들려왔다.
길의 중앙에 있는 능금나무는 사람이 올라가지 못하도록
아래 부분의 줄기가 가늘었는데 보석과 같은 과실이 주렁주렁 달려 있었다.
 
그리고 바위 틈에서는 감로와 같은 샘물이 흘러내리고 언덕 위에서
떨어져 내리는 폭포수는 흡사 백옥을 뿌리는 것 같았다.
여기에는 현세에서 폭식을 하던 사람들이 눈앞에 산해 진미를 차려 놓고도
단식의 고행 때문에 눈은 움푹 들어가서 구슬이 빠진 반지 같았으며
얼굴은 창백하고 피골이 상접한 모습이었다.
그들은 오직
  "주여! 나의 입술을 열게 해 주소서" 하고 노래를 부르고 있을 따름이었다.

    제7환도
 
이 곳은 정욕에 빠져 타락한 사람들 즉
음욕의 죄를 저지른 죄를 씻는 곳으로서 연옥의 끝이다.
깎은 듯한 암벽에서는 빨간 화염이 분출되어 폭포 같이 솟아 오르고
땅 위에도 퍼져 화염의 막으로 덮여 있는 것 같았다.
  "가장 자비로우신 신이여!" 하고 음탕함에 젖어 있었던 망령들이
찬송가를 부르며 타오르는 불꽃 가운데를 다니며 자기가 범한 죄를 깨끗이 태우고 있었다.
그들은 동정녀 마리아를 비롯한 많은 정결한 사람들의 이름을 부르면서 찬양하고 있었다.

이 곳을 지나니 해질 무렵이 되었는데 어디선가
  "마음이 깨끗한 자에게 행복이 있도다" 하는 아름다운 노래 소리가 들려 오고
화염의 반대편에서 정숙한 천사의 자태가 나타났다.
천사는 단테에게 이 화염 속을 뚫고 가지 않으면 천국으로 갈 수가 없다고 설명하였다.
단테는 잠시 그 화염 속에 들어가는 것을 주저하고 있었는데
  "무엇을 그렇게 두려워 하는가?
범한 죄가 없는 자는 불에 타지 않는다. 용감하게 뛰어들어 보는 것이다"
하고 말하는 베르길리우스의 격려와
그의 애인 베아트리체가 이름을 부르는 소리를 듣고 깜짝 놀라
그 죄를 씻어 주는 화염 속으로 몸을 던져 돌진하였다.
그의 몸은 타는 듯이 뜨거웠다.
이리하여 단테와 베아트리체 사이를 가로막고 있었던 최후의 죄가 사라져 버리고
단테는 이제 청정 무구한 시인이 되었다.
이 때 그의 이마에 남아 있던 마지막 P자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단테가 천사의 말을 생각하며 앞을 바라보니 멀리서 묘한 소리가 들려왔다.
그것은 지상 낙원에 이르는 길을 지키고 있는 천사의 소리였다.
그러자 지금까지의 인도자였던 베르길리우스는
  "나는 나의 힘이 미치는 예술과 지혜로써 그대를 이 곳까지 인도하였다.
그러나 이제 나의 임무는 끝났다.
앞으로의 길은 험하기는 하지만 어렵지 않을 것이다" 하고 말하였다.

그는 이교도였기 때문에 이 곳에서 더 가는 것이 허용되지 않았으므로
단테는 그와 헤어질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해는 벌써 저물었다.
두 시인은 스타츄에게 안내되어 빠른 걸음으로 제7환도를 나와
새로운 층계를 올라가서 지상 낙원에 닿았다.
단테는 베아트리체가 직접 그를 마중 나올 때까지 혼자서 그 근처를 산책할 것을 허락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