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상식/세상사는이야기

천붕지통(天崩之痛)

오늘의 쉼터 2011. 5. 21. 10:48

    천붕지통(天崩之痛) 5월은 행사가 참 많은 달이다. 어린이날을 시작으로 석가탄신일, 스승의 날 그리고 어버이날 이 있다. 특히 이번처럼 빨간 날이 징검다리처럼 껴있는 연휴엔 많은 사람들이 한 손엔 피크닉 가방을 들고 정체된 고속도로 행렬 속에 낀다. 어버이날 전날, 친구분들과 강원도에서 모임을 갖게 된 우리 부모님들 또한 서둘러 채비를 하시면서 나가셨다. 나가는 부모님을 부르면서 동생과 나는 꽃과 선물을 서둘러 드렸다. 하룻밤 자고 오실게 분명하기에 우리는 하루 먼저 드리면서 “친구분들께 자랑하세요.”하고 장난스럽게 말했다. 나중에 엄마에게 들었는데, 아빠는 하루 종일 카네이션 꽃을 가슴에 달고 다니셨다고 한다. 어버이날 아침에 부모님께 문자를 보네면서 이런 특정한 날에만 감사를 전하는 내 모습에 못내 아쉬워졌다. 어버이날이 있고 며칠 후, 인터넷 기사에서 한 소식을 접했다. '어린이날'에 노모를 때려 숨지게 한 50대 남성의 이야기였는데, 남성은 3년 전 위암 수술을 받고 기저귀를 찬 채 생활해 온 노모에게 대변을 본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수차례 때려 숨지게 한 것이다. 어버이날을 앞두고 일어난 사건을 보면서 나는 많이 놀랐다. 숨진 노모는 아마 저승에 가서도 사내를 원망하지 않았을 것이다. 흔히들 부모님이 돌아가신 것을 천붕지통(天崩之痛)이라고 한다. 부모님을 잃는 아픔이 하늘이 무너지는 고통과 비등하다고 해서 나온 말이다. 여기서 하늘은 나의 부모님이다. 기사 속의 대소변을 못 보는 노모는 분명 아들의 눈에 초라한 모습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열 달을 품고 나를 낳고, 항상 단 것을 나에게 주고 쓴 것을 자신이 삼키고, 끝까지 자식을 사랑하는 그 은혜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노모를 죽인 ‘패륜아’는 하늘을 져버린 ‘불행아’가 된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65세 이상 인구가 총인구를 차지하는 비율이 7% 이상인 고령화 사회에서 20% 이상이 되는 초고령 사회로 빠르게 다가가고 있다. 가족해체 또한 가속화되면서 학대받거나 버려지는 노인이 크게 늘었다. 어버이날을 며칠 앞두고 일어난 충격적인 사건과 비슷한 일들이 이미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사회적으로 제도를 더욱 촘촘히 짜는 것 또한 필요할 것이고 노인들에게 더욱 더 관심과 배려가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식 된 도리’일 것이다. 사회적 제도와 배려등도 자식의 사랑이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사람은 누구나 자식으로 태어난다. 부모의 현 모습이 어떻든 그분들이 나의 하늘인 것은 변함없다. 숨 쉴 힘만 남아 있으면 자식을 걱정하는 것이 부모라고 한다. 나를 잉태하고, 끝까지 조건 없는 사랑을 베푸는 부모의 은혜를 다시금 생각해 보는 5월이 된 것 같다. 심순덕 시인이 쓴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를 보면 부모님의 사랑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하루 종일 밭에서 죽어라 힘들게 일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찬밥 한 덩이로 대충 부뚜막에 앉아 점심을 때워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한겨울 냇물에서 맨손으로 빨래를 방망이질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배부르다, 생각 없다, 식구들 다 먹이고 굶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발 뒤꿈치 다 헤져 이불이 소리를 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손톱이 깎을 수조차 없이 닳고 문드러져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아버지가 화내고 자식들이 속썩여도 끄떡없는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외할머니 보고 싶다. 외할머니 보고 싶다, 그것이 그냥 넋두리인 줄만 한밤중 자다 깨어 방구석에서 한없이 소리 죽여 울던 엄마를 본 후론 아! 엄마는 그러면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 <수필가/ 명일여고 3학년>

'종합상식 > 세상사는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 4의 푸른 물결  (0) 2011.05.24
수류거隨流去  (0) 2011.05.21
남이섬에서  (0) 2011.05.21
불안정한 중미 세력균형  (0) 2011.05.18
보일러 수리공  (0) 2011.05.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