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상식/세상사는이야기

불안정한 중미 세력균형

오늘의 쉼터 2011. 5. 18. 18:49

 

    불안정한 중미 세력균형 2차 세계대전 이후 반세기가 훌쩍 넘어버린 현 시점에서 그간 확고해진 미국의 패권영향력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미국의 패권은 지난 반세기 동안 두 번의 큰 도전에 직면했었다. 첫 번째는 1991년 구소련이 해체되었을 때이다. 이 순간은 기나긴 냉전이 미국의 승리로 끝나는 것을 의미했다. 하지만 철의 장막에 둘러 싸인 소련의 존재는 국제사회에서 미국이 자유민주진영에 대해 절대적인 보호자의 역할을 할 수 있게 했던 근거가 사라져 버린 것을 의미한다. 미국은 냉전기간 동안 소련의 위협을 이유로 세계 각지에 미군을 주둔시킬 수 있었다. 냉전의 극한 긴장감이 사라지자 억제되어 있던 불만들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유럽의 코소보, 중동의 이라크 등에서 전에 없던 분쟁이 폭발했다. 하지만 미국은 적극적인 개입을 통해 미국 유일의 패권을 과시하며 질서를 구축했다. 즉 긴장을 유지해 주던 공산진영의 붕괴라는 변화 요인을 미국패권은 잘 견뎌낸 것이다. 두 번째 도전은 2000년대 들어서 경제적 통합뿐만 아니라 정치적으로 통합하고 있는 거대 유럽의 탄생이다. 2004년 유럽은 회원국을 확장하며 세계 최대규모의 선거인 유럽의회선거를 치르며 범 유럽의 규모를 과시했다. 이로서 세계는 미국보다 큰 거대 정치집단의 탄생을 목격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유럽은 미국주도의 기존 국제질서에 변화를 주지 못하고 있다. 사실상 미국 주도의 국제체계는 유럽의 성격에 잘 부합하고 있으며 유럽은 미국 중심의 세계질서에 위협이라기 보다는 추종자라고 해야 할 것이다. 이처럼 불과 20년의 시간 동안 국제사회에 불어 닥친 두 번의 커다란 변화에도 미국의 패권적 지위는 더욱 공고해져만 갔다. 그러나 그 동안 잠재적인 위협이라고만 의식해 왔던 중국의 부상이 이제는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수치로 미국의 단독패권에 도전하고 있다. 얼마 전 IMF는 불과 5년 후인 2016년에 중국의 실질경제규모가 미국을 추월할 것이라고 예고 했다. 중국은 사회제도, 정치제도, 종교 및 철학에서 모두 미국과 반대되는 국가이다. 미국은 자유시장을 추구하고 중국은 계획경제를 운영한다. 미국은 민주와 개인주의를 중시하고 중국은 공산당 독재체제와 집단의 공동체의식을 강조한다. 미국은 기독교적 관념을 가진 반면 중국은 유교와 도교적인 관념에 기반하고 있다. 이처럼 미국이 새롭게 대면한 도전은 이전과 사뭇 다른 형태임이 틀림 없다. 미국이 체스를 하는 나라라면 중국은 바둑을 두는 나라이다. 즉 중국의 부상은 기존 질서에 쉽게 편입되지 않고 변화시킬 것이라는 우려를 하게 만든다. 특히 현재 국제체계를 설계하고 운영하는 미국과 유럽의 위기감은 높아지고 있다. 많은 학자들이 냉전시기 미국이 가장 위험했던 순간을 소련이 핵개발에 성공했을 때도 아니고 쿠바미사일 사태가 일어났을 때도 아닌 바로 1976년 미국이 소련의 레이더를 피하는 순항미사일(YBGM-109A) 개발에 성공했을 때라고 주장한다. 왜냐하면 미국의 순항미사일 개발 사실을 알게 된 소련은 미국과 외교문제를 다루는 협상 테이블에서 협의가 순조롭지 못한 방향으로 갈 때면 미국이 자신들이 보지 못하는 사이에 이미 모스크바로 순항미사일을 날려 보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강박증에 시달렸다고 한다. 따라서 소련의 옛 지도자들은 미국과의 관계가 악화될 때면 이미 손가락을 핵미사일 스위치에 올려놓곤 했다는 것이다. 미국의 순항미사일은 레이더에 잡히지 않기 때문에 미국이 순항미사일로 소련의 핵기지를 먼저 공격한다면 소련은 반격할 기회가 없어지기 때문에 차라리 자신들이 먼저 미국을 향해 공격을 해야 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미국의 순항미사일 개발은 미국 군사력증강의 일대 쾌거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이 소련의 군사력을 앞지르는 순간이 사실은 미국이 가장 위험했던 순간이라는 것은 물고물리는 현대 국제사회를 그대로 보여주는 아이러니라고 하겠다. 현재 중국이 미국의 국력을 앞서나가기 시작한다는 소식은 오랫동안 잠자는 용으로 묘사되던 중국이 드디어 하늘로 날아오르려는 용트림을 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중국이 미국의 국력을 추월한다고 생각되는 지금이 중국에게는 가장 위험한 순간일 수도 있다. 우리는 이와 같이 차가운 국제사회의 현실을 직시하고 새로운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면밀히 정황을 살펴야 할 것이다. 미국과 중국이라는 두 강대국 사이에 놓인 한국은 현재의 변화가 기회가 될 수도 있고 위기가 될 수도 있다. <문학평론가/ 법학박사 신경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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