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상식/세상사는이야기

수류거隨流去

오늘의 쉼터 2011. 5. 21. 11:05

    수류거隨流去 산길을 걷던 사람이 워낙 깊은 산중이라서 내려가던 길을 잃었다. 하늘도 안보일만큼 수목으로 가득차고 무성한 야생잡초가 우거진 산속은 대낮인데도 밤 같이 어둑어둑해 졌다. 산중에서 길을 잃은 나그네는 “이 길이 맞을까? 아니면 저 쪽이 맞을까 ?” 허둥대며 산속을 헤메고 있었다. 땀을 뻘뻘 흘리며 초조감에 한나절을 헤메이던 나그네 앞에 한줄기 서광 같은 빛줄기와 함께 어느 노인이 나타났다. 뜻밖의 노인과의 만남에 너무나 반가워 길을 물었다. “노인 어른, 제가 길을 잃었습니다. 제발 이 산 속을 내려가는 길을 가르쳐 주십시오!” 그러자 흰 수염에 , 흰 옷 그리고 지팡이를 짚고 있던 노인이 한동안 길을 잃고 헤메이던 나그네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지팡이를 들어 그를 향하여 점잖게 한 마디 했다. “수류거隨流去” 그리고는 나그네 앞에 있던 그 노인은 금새 없어졌다. 그러자 당황한 표정으로 주위를 두리번 거리며 노인을 찾았으나 그 노인의 자취는 없었다. 초조한 마음으로 산속 이곳 저곳 내려 갈 길을 찾다가 돌이 많고 땅이 패인 계곡가에 물이 조금 흐르고 있는 곳을 발견했다. 나그네는 금한 김에 물이 조금 흐르고 있는 계곡길을 따라 허겁지겁 걸어 내려 갔다. 그렇게 얼마를 걸었을까. 산 자락이 끝이나고 들녁이 보이는 등 “휴우 !”하는 안도의 호흡이 나왔다. 그리고 저만치 들녁에서 일을 하고 저녁을 먹으러 가는 농부와 황소가 논둑길을 가고 있었다. 제대로 길을 찾아 왔구나. 하면서 나그네는 논둑길을 가던 농부에게 가고자 하는 목적지를 묻고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리고 나그네는 아까 산속을 헤메일 때 잠깐 나타나 홀연히 사라지며 내 뱉었던 노인의 말을 상기했다. “수류거隨流去. 수류거라, 수류거라 . . . . . . 도대체 그 말 뜻이 무엇인지를 곰곰히 생각해 봤다.” 산 속을 헤메일 때 노인이 던진 말을 듣고 주위를 살펴보니, 얕으막한 계곡이 보이고 그 아래로 물이 흐르고 , 그 물이 흐르는 계곡을 따라 한참을 걷다보니 들녁이 나오고 사람이 사는 마을이 나왔던 것이다. 그래서 나그네는 하마터면 산속을 헤메이다가 그 곳을 빠져 나오지 못해 애타다가 무슨 변을 당할 뻔 하지 않았던가. “수류거, 수류거 . . . . . .” 곰곰히 생각하보던 나그네는 “옳거니!”하고 무릎을 탁! 쳤다. “아 ! 물을 따라 나가거라, 그러면 길이 열리고 사람이 사는 동네가 있는 법, 이것이 그 노인이 한 마디 던져준 (수류거)이구나 . . . . . .!” 나그네는 그제야 수류거의 이치와 이 속에 담겨진 심오한 뜻을 헤아릴 수 있었다. 평범한 생활의 공간 속에서 한마디 응축된 내밀한 진리의 발견 앞에서 나그네는 참으로 경이함에 가슴이 녹아 내리고 있음을 느꼈다. 산속 깊은 곳에서 내려 갈 길을 잃었는데 졸졸졸 --- 계곡의 물이 흐르는 곳, 그 곳을 따라 가노라면 언제인가는 길이 나오고, 사람 사는 동네와 마주 친다는 진리. 요컨데 물이라는 것은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법이니 물을 따라 천천히 따라 가면 길이 나온다는 세상사의 이치. 근래 우리 주변을 보라. 원칙을 무시한 무원칙과 관행, 순리를 벗어난 역순의 사회현상, 인간 욕심의 발로에서 우주의 법칙과 세상의 이치를 뛰어 넘어 시도하려다 생기는 사건 사고들을...... 이런 것들이 바로 위에서 지적한 ‘수류거’의 진리를 거부한 데서 오는 사회의 병리 현상이 아닌가. 대저 , 세상의 일이란 다 때가 있고, 순서가 있는 법. 그 순리에 따라 욕심을 버리고 자연스럽게 접근을 한다면 원하는 길이 열리는 것이다. 전지전능한 조물주에 의해 창조된 우주만물의 피조물들을 영악하게도 우리 인간은 ‘과학’이라는 미명 아래 이 영역을 뛰어넘어 도전해 보려는 일들이 도처에서 많이 생긴다. 여기에다 인간의 욕심까지 내재시켜 접근을 하니 무리가 생겨 얘기치 못한 사건과 사고 앞에 우린 그저 아! 하고 후회를 하는 것이다.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법! 조용히 자연의 순치 앞에 따르는 아름다운 미덕을 지닐 때 우리 인간사도 아름다운 삶이 이어질 것이다. <소설가 김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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