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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인간의 대지 - 쌩 떽쥐뻬리

오늘의 쉼터 2011. 5. 18. 21:12

인간의 대지 - 쌩 떽쥐뻬리

 

[6] 사막에서

 
(6)
물 없이 여기서 열 아홉 시간은 살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엊저녁 이후 무엇을 마셨던가?

새벽에 이슬 몇 방울 뿐! 하기는 북동풍이 여전히 불어 우리의 증발을 약간 늦추어 준다.

이 바람막은 또한 구름의 높다란 건축물들을 하늘에 마련해 준다.

 

아아!
저 구름이 우리 있는 데까지 떠내려 올 수 있다면, 비가 올 수만 있다면!

그러나 사막에는 절대로 비가 오지 않는다.

"쁘레보, 낙하산을 삼각형으로 자르세.

그 덫을 돌멩이로 땅바닥에 매어놓자.

새벽에 바람만 바꾸지 않는다면 헝겊을 짜서 가솔린 탱크에 이슬을 받을 수 있을 거야."

우리는 별 아래에다 여섯 개의 흰 덫을 늘어놓았다.

쁘레보는 탱크 하나를 뜯어냈다.

이제 우리는 날이 새기만 기다릴 뿐이다.

쁘레보가 파편들 속에서 기적적인 오렌지 한 개를 발견했다.

우리는 그것을 분배한다. 나는 기뻐서 가슴이 막힐 것 같다.

그러나 20리터의 물이 필요한 판에 이것은 너무나 조금이다.

우리의 밤뿐. 옆에 드러누워 나는 이 빛나는 과일을 쳐다보며 혼잣말을 한다.

"사람들은 한 개의 오렌지가 어떤 것인지를 모른다."

나는 또 말한다.
"우리는 사형을 선고받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도 또 확실한 사실이 내 기쁨을 앗아가지는 못한다.

내 손에 쥔 이 반쪽의 오랜지가 내 일생에서 가장 큰 기쁨의 하나를 가져다준다."

나는 반듯이 누워서 내 과일을 빤다.

나는 별똥별을 센다

잠시 동안 나는 한없이 행복하다.

그래서 또 혼잣말을 한다.

"우리가 그 질서 속에서 살고 있는 이 세계란 것은

자기 자신이 그 속에 갇혀 보지 않고서는 헤아릴 수가 없는 것이다."

나는 오늘에야 비로소 사형수의 한 잔의 럼주와 한 대의 담배의 뜻을 이해한다.

나는 왜 그가 그런 하찮은 것을 받는지 이해하지 못했었다.

그러나 그는 거기서 숱한 기쁨을 맛보는 것이다.

그가 만약 미소라도 지으면 사람들은 그를 용감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는 럼주를 마신다는 것에 미소짓는 것이다.

사람들은 모른다.

그가 원근법을 바꾸어, 그 마지막 시간을 가지고 인간의 일생을 삼았다는 것을....

우리는 굉장한 양의 물을 받았다.

아마 2리터는 될 것이다.

갈증은 끝났다!
우리는 살아났다.

자아 마시자!

나는 주석 컵으로 탱크 속에서 물을 푼다.

그런데 이 물이란 게 고운 연두 빛이었는데,

첫 모금부터 지독한 맛을 알 수 있다.

그래서 갈증에 이렇게 괴로워하면서도

첫 모금을 다 마시기 전에 일단 숨을 돌이켜 쉬어야만 했다.

흙탕물이라도 마실 것 같은데도,

이 독 섞인 금속의 맛만은 내 갈증보다 더 지독하다.

쁘레보 쪽을 보니,

그는 무엇을 열심히 찾기라도 하듯이 땅바닥에 눈길을 박은 채 빙빙 맴을 돌고 있다.

갑자기 엎어지더니 여전히 맴돌면서 토한다.

30초 후, 이번엔 내 차례다.

나는 너무나도 경련이 심해서 무릎을 꿇고, 손가락을 모래 속에 찔렀다.

우리는 말도 없이 15분 동안 이렇게 몸을 뒤틀고 있었다.

이제는 약간의 담즙밖엔 토해내지 못하면서...
겨우 끝났다.

이제는 은근한 구역질만 느낄 뿐이다.

그러나 우리는 마지막 희망조차 잃어버렸다.

나는 이 실패가 낙하산의 도료 때문인지,

아니면 탱크에 끼인 탄소염화물 때문인지 알 수 없다.

다른 그릇이나 다른 천을 썼어야 했다.

자아, 그러면 서두르자! 곧 날이 샌다.

출발하자!

우리는 이 저주받은 언덕을 떠나 큰 걸음으로 똑바로 쓰러질 때까지 걸어갈 작정이다.

안데스 산맥 속에서의 기요메의 전례를 따르는 것이다.

어제부터 나는 그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다.
사람들이 이제는 우리를 찾아오지 않으리라 단념하고,

비행기 잔해 곁에 있어야 한다는 엄중한 명령을 나는 어긴다.

다시 한번 우리가 난파자가 아니라는 것을 발견한다.

난파자란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이다! 우리의 침묵에 위협 당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미 무서운 과실로 인해 비탄에 빠져 있는 사람들이다.

우리는 그들을 향해 달려가지 않을 수 없다.

기요메도 안데스의 조난에서 돌아와서 내게 말했었다.

그가 난파 자들 쪽으로 달려온 것이라고.
이것은 하나의 세계적 진리이다.

"내가 만약 이 세상에 혼자였다면 그냥 누워버렸을 거네."
"쁘레보가 내게 한 말이다.

그래서 우리는 동북동을 향해 똑바로 걸어간다.

만약 우리가 나일강을 넘어서 있다면,

우리는 지금 한 걸음 한 걸음 더 깊숙히

아라비아 사막 안쪽으로 빠져들어가고 있을 것이다.

이 하루에 대해서 더는 생각나지 않는다.

생각나는 것은 서둘렀다는 것뿐이다.

온갖 것에 대한 서두름, 내가 쓰러지는데 대한 서두름.

신기루에 진저리가 나서 땅바닥을 내려다보면서 걷던 것도 생각난다.

때때로 우리는 나침반으로 우리의 방향을 바로잡았다.

또 가끔 숨을 돌리기 위해 드러누웠다.

나는 또 밤에 대비해서 간직하고 있던 레인코우트를 어딘가에서 내버렸다.

그 이상은 아무것도 모른다.

내 기억은 서늘한 저녁이 와서야 다시 이어진다.

나는 또한 모래와 같이 모든 것이 내 속에서 지워져 버렸다.

해가 지자 우리는 야영을 하기로 한다.

더 걸어야 한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물 없이 이 밤을 넘길 수는 없으니까.

그런데 우리는 낙하산 천의 덫을 가지고 왔다.

그 독이 도료에서 온 것이 아니라면 내일 아침이면 우리는 물을 마실 수가 있다.

한 번 더 별 아래에 이슬 잡는 덫을 펴놓아 보자.
그런데 북쪽 하늘에 오늘밤엔 구름이 없다.

게다가 바람의 맛이 달라 졌다.

바람의 방향도 바뀌었다.

벌써 사막의 뜨거운 입김이 우리 몸을 스친다.

이것은 맹수의 깨어남이다!

그것은 우리 손과 얼굴을 핥는 것을 나는 느낀다.

나는 더 이상 걷는댔자 10킬로 미터도 못갈 것이다.

사흘 전부터 마시지도 않고 80킬로 이상을 걸어왔으니...
그런데 막 멈춰 서려는 순간이었다.

"저건 틀림없는 호수요!"
쁘레보가 말한다.

"자네 돌았군!"
"이 시간에, 이 황혼에도 신기루가 있단 말이오?"

나는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나는 오래 전부터 내 눈을 믿기를 단념해 왔다.

저게 신기루가 아니라면 우리의 광기가 만들어 낸 것이 틀림없다.

어떻게 쁘레보는 아직 그런 걸 믿는단 말인가?

쁘레보가 고집을 부린다.
"20분이면 돼요. 내가 가보겠어."

그 고집에 나는 화가 치민다.
"가보게나. 바람이나 쐬고 오게....

건강에 좋을 거니까. 만일 자네의 호수가 있다 하더라도 짠물일 걸세.

그거나 알아두게. 짜든 안짜든 아주 먼 데 있을 걸.

그리고 도대체 그런 있을 수 없네."

쁘레모는 눈을 한 곳에 박고 벌써 멀어져 간다.

이런 지상의 유혹을 나는 알고 있다.

그것을 보며 나는 생각한다.

"하긴 기관차 밑으로 곧바로 뛰어드는 몽유병자도 있긴 하지."

쁘레보가 돌아오지 않으리라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이 공허한 현기증에 사로잡혀 다시는 되돌아설 수가 없으리라.

그래서 조금 더 먼 곳에서 쓰러질 것이다.

그리고 그는 그대로, 나는 나대로 죽게 될 것이다.

그런데 그 모두가 얼마나 하찮은 일들인가!

나는 내게 생긴 이러한 무관심을 아주 좋지 않은 징조라고 느꼈다.

전에 물에 빠져 죽게 되었을 때도 나는 똑같은 평화로움을 느꼈다.

그런데 나는 이 조용한 기분을 이용해서 돌 위에 배를 깔고 엎드려 유서를 쓰기로 했다.

내 글은 퍽 아름답다. 아주 품위가 있다.

나는 그 글에 지혜로운 충고들을 잔뜩 써넣는다.

나는 그것을 다시 읽어 보며, 막연한 자만의 기쁨을 느낀다.

사람들은 이렇게 말할 것이다.

"정말 훌륭한 유서다.!

이런 사람이 죽었다는 것은 참 애석한 일이다!"

나는 또 내가 어느 지경에 다다랐는지 알고 싶다.

나는 입 속에 침을 모아보려고 애쓴다.

얼마나 오랜 시간을 나는 침을 뱉지 않았던가?

이미 침은 없다.

입을 다문 채 있노라면 끈적끈적한 것이 입술을 봉한다.

그것은 말라붙어 입밖에 단단한 덩어리를 만든다.

그러나 아직은 삼키려는 시도에 성공한다.

그리고 아직은 눈이 조금도 부시지 않는다.

보이는 것이 눈부시게 되면 내 목숨은 두 시간뿐이다.

밤이 되었다.

어젯밤보다 달이 커졌다.

쁘레보는 돌아오지 않는다.

나는 드러누워 이 명백한 사실들을 곰곰 생각해 본다.

나는 내 속에서 어떤 오래된 인상을 발견해 낸다.

나는 그것이 어떤 것이었는지 밝혀 보려고 애쓴다.

나는 그때...

나는 그때...

나는 그때 배를 타고 있었다!

나는 남아메리카로 가는 중이었는데 이렇게 상갑판 위에 누워 있었다.

마스트 끝이 별들 가운데에서 느리게 가로 세로 흔들리고 있었다.

여기에는 마스트는 없지만, 나는 역시 배를 타고 가고 있다.

내 노력과는 상관없는 방향으로 가는 배를,

노예 상인들이 나를 묶어서 배 위에 던졌던 것이다.

나는 돌아오지 않는 쁘레보 생각을 한다.

나는 그가 단 한 번도 불평하는 소리를 들은 적이 없다.

그것은 아주 좋은 일이다.

투덜거리는 소리를 듣는다는 것은 견딜 수 없는 일이었을 것이다.

쁘레보는 남자다.

아니!

내게서 5백 미터쯤 되는 곳에서 그가 등불을 흔들고 있지 않은가!

자기의 발자국을 잃어버린 모양이다!

나는 그에게 응답할 등불이 없다.

나는 일어나서 소리를 지른다.

그러나 그는 듣지 못한 것 같다.

두 번째 등불이 거기서 2백 미터쯤 떨어진 곳에 켜진다.

그리고 세 번째 등불이, 아아니, 이건 수색꾼이다.

 나를 찾고 있는 것이다! 나는 소리 지른다.

"어어이!"
그러나 못들은 모양이다.
3개의 등불은 자꾸 부르는 신호를 한다.
나는 돌지 않았다.

오늘 저녁은 기분도 좋다.

마음도 평온하다.

나는 주의 깊게 바라본다.

역시 등불이 3개, 5백 미터 거리에 있다.

"어어이!"
그러나 여전히 듣지 못한 모양이다.

이때 나는 잠시 공포에 사로잡힌다.

내가 경험한 유일한 공포, 아! 나는 아직도 뛸 수가 있다.

 "기다려라...기다려...." 아, 그들이 돌아가려고 한다!

멀어져 간다,

딴 데를 찾으러. 나는 쓰러질 것 같다!

생명의 문턱에서 쓰러지려 한다.

나를 받아들여 줄 팔들이 바로 저기까지 와 있었는데!

"어어이! 어어이!"
"어어이!"
내 소리에 응답했다.

나는 숨이 막힌다.

숨이 막히는데도 나는 여전히 달린다.
소리 나는 쪽으로 달린다.

"어어이!"
쁘레보를 보자 나는 쓰러지고 만다.

"아아! 그 등불들을 봤을 땐!"
"무슨 등불을?"

그렇다, 그는 혼자다.
이번에는 아무런 절망도 느끼지 않았으나, 희미한 분노가 인다.

"그래 자네 호수는?"
"내가 가면 갈수록 멀어져 갔어요.

나는 30분 동안을 그쪽으로 걸어 갔지만, 더 멀어졌어요.

되돌아왔어요. 그러나 지금도 그것이 호수였다는 건 확실해요."

"자네 돌았군. 완전히 돌았어. 아! 왜 그런 짓을 했지. 왜?"
그가 무엇을 했단 말인가?

왜 그런 짓을 했단 말인가?

나는 분해서 울고 있었다.

그런데 내가 왜 분해하는지 나는 모른다.

쁘레보가 기어들어 가는 소리로 설명한다.

"하도 마시고 싶어서...당신 입술도 이렇게 희잖아요.!"
아아! 내 분노가 사그라진다.

나는 잠에서 깬 것처럼 내 이마를 문지른다.
그리고 나는 슬퍼진다.

그래서 나는 조용 조용히 이야기한다.

"나는 보았네. 자네를 본 것처럼, 분명히 난 봤어.

틀림없이 등불 셋을...쁘레보, 난 그걸 봤었네!"

쁘레보는 우선 잠자코 있다가 마침내 이렇게 자백한다.
"그래요, 일은 더 안돼 가는 모양이오."

수증기 없는 대기 아래서는 땅은 빨리 열을 발산한다.

벌써 몹시 춥다. 나는 일어서서 걷는다.

그러나 이내 참을 수없이 몸이 떨려온다.

수분이 빠진 내 피는 순환이 나빠져서 얼음 같은 추위가 뼈에까지 파고든다.

 

이것은 밤 추위 때문만은 아니다.

턱이 딱딱 마주치고, 온몸이 경련하듯 흔들린다.

손이 하도 떨려서 이젠 회중 전등을 쓸 수가 없다.

추위를 타지 않던 내가 얼어 죽을 것 같으니, 갈증의 결과란 참으로 이상하구나!

나는 더웠을 때 걸치고 있기가 귀찮아서 레인코트를 어딘가에 버리고 왔다.

그런데 바람이 점점 더 험악해진다.

사막에서는 전혀 피할 곳이 없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사막은 대리석처럼 반들반들하다.

낮에는 그늘을 만들어 주지 않고, 밤에는 사람을 발가벗겨 바람에 내맡긴다.

몸을 의지할 나무 한 그루, 담장 하나, 돌멩이 하나도 없다.

바람은 광활한 벌판에서 기병대가 돌진하듯 나를 몰아친다.

그것을 피하느라고 뱅뱅 맴을 돈다.

나는 누웠다간 다시 일어난다.

누워 있든 일어나든 나는 얼음의 채찍에 휘감긴다.

나는 달릴 수도 없고, 기력도 지쳐 이 암살 자로부터 도망칠 도리가 없다.
그래서 나는 무릎을 꿇고 쓰러진다.

두 손으로 감싼 머리를 모래 속에 파묻고!

얼마 뒤에야 나는 일어나서 여전히 떨면서 앞으로 곧장 걸어가고 있는 나를 의식한다.

나는 어디에 있는가?

아! 방금 떠났는데. 쁘레보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가 부르는 목소리가 나를 깨웠던 것이다.
나는 그가 있는 데로 돌아온다.

온몸이 떨리고 딸국질이 나서 여전히 몸을 비틀거리면서. 그리고 혼잣말을 한다.

"이건 추위가 아니다. 다른 것이다. 이젠 끝장이다."
나는 이미 수분을 너무 잃어버렸다.

그저께 하고 어제, 혼자 갔을 때 나는 너무 많이 걸었다.

추위로 죽는다는 것이 슬프다.

그 전에 마음속에 간직했던 신기루가 더 좋다.
그 십자가며, 아랍인이며, 등불들이.

언제부터인지 이런 것들이 더 관심거리가 되기 시작한다.

나는 노예처럼 채찍질을 당하기는 싫다.

나는 또다시 무릎을 끓는다.
우리는 약간의 약품을 가져 왔었다.

순수 에테르 1백 그램과 90도 알코올 1백 그램,

그리고 옥도정기 한 병. 나는 순수 에테르를 두어 방울 마셔 본다.

마치 칼을 삼키는 것 같다.

다음엔 90도 알코올을 조금, 이건 목을 막히게 한다.

나는 모래에 구멍을 파고 거기 눕는다.

그리고 다시 모래를 덮는다. 얼굴만이 나와 있다.

쁘레보가 잔가지를 찾아내어 불을 붙었지만 금방 사위여 버린다.

쁘레보는 모래 속에 묻히기를 거부한다.

그는 발을 움직이는 편을 택한다. 그것은 잘못이다.

내 목구멍은 그냥 막혀 있다.

이것은 나쁜 징조다,

그러면서도 기분은 좀 낫다.
마음이 가라앉는다.

모든 희망을 넘어선 마음의 평정이다.

나는 별빛 아래, 노예 상인의 갑판 위에 묶여서 원치 않는 여행을 하고 있다.

그러나 나는 몹시 불행한 것 같지는 않다.

이제는 근육만 움직이지 않으면 추위를 모르겠다.

그래서 나는 모래 속에 잠든 내 육체를 잊는다.

나는 이제 움직이지 않을 작정이다.

그러면 더는 고통을 느끼지 않을 거니까.

하기는 사람은 그리 많은 고통을 느끼는 것도 아니다.

이 모든 고통 뒤에는 피로와 망상이 교향악처럼 짜여져 있다.

그래서 모든 것이 그림책으로, 약간 잔인한 동화로 바뀐다.

조금 전에는 바람이 나를 몰아쳤고,

나는 그것을 피하기 위해 짐승처럼 맴을 돌았었다.

이어서 호흡이 곤란해졌다.

마치 무릎팍이 가슴을 찍어누르는 것 같았다.

어떤 무릎팍이. 나는 이 천사의 무게와 싸웠다.

사막에서 나는 한 번도 혼자 있어 본 적이 없다.

지금 나는 나를 에워싸고 있는 것들을 믿지 못해

내 자신 속에 파묻혀 두 눈을 감고 눈썹조차 움직이지 않는다.

수많은 영상의 강물이 나를 고요한 꿈 속으로 끌고 가는 것을 느낀다.

강물은 바다의 깊은 속에서는 고요해지는 법이다.

잘 있어라. 내가 사랑하던 그대들이여.

인간의 몸이 마시지 않고 사흘을 견뎌내지 못했다해서 그게 내 잘못은 아니다.

나는 내가 이렇게도 샘물의 포로인 줄은 몰랐었다.

나는 이렇게 자치밖에 허락되지 않는 줄은 생가도 못했다.

사람들은 인간이 자기 앞을 곧장 갈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인간은 자유롭다고 믿고 있다.

사람들은 인간을 우물에 붙들어 맨 밧줄,

탯줄처럼 인간을 대지의 배에 붙들어 맨 밧줄을 보지 못한다.

한 발자국만 더 내디디면 그는 죽는다.

당신들의 고통을 제외하고는 나에겐 아무 후회도 없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나는 운이 좋았다.

만일 내가 돌아갈 수 있다면 나는 다시 시작 할 것이다.

나는 살 필요를 느낀다.

도시에는 이미 인간의 생활이 없다.

여기서는 비행이 문제가 아니다.

비행기는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다.

사람이 생명을 거는 것은 비행기를 위해서가 아니다.

농부가 땅을 가는 것이 쟁기를 위해서가 아님과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비행기에 의해서 사람들은

도시와 그들의 회계원들을 떠나서 농부의 진리를 재발견하게 된다.

사람은 인간의 일을 함으로써 비로소 인간의 고뇌를 알게 된다.

사람은 바람과, 별들과, 밤과, 모래와, 바다와 접촉한다.

사람은 자연의 힘에 대항해서 꾀를 쓴다.

정원사가 봄을 기다리듯이 사람은 새벽을 기다린다.

사람은 약속의 땅인 양 착륙지를 기다리고, 별 속에서 자기의 진리를 찾는다.

나는 불평하지 않겠다.

나는 사흘 전부터 걸었었고,

목말랐었고, 모래 위에 발자취를 쫓았었고,

이슬로 내 희망을 삼았었다.

 나는 땅 위 어디에 살고 있는지도 잊어버린 내 동료들과 만나려고 애써 찾았었다.

이 모든 것이 살아 있는 사람들이 해야 할 걱정이다.

나로서는 이것이 오늘 밤에 뮤직 홀을 선택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라고 판단하지 않을 수 없다.

나는 이제, 저 교외 열차를 탄 주민들,

자기들을 인간이라고 믿고 있지만,

그들이 느끼지 못하는 어떤 압력에 의해서,

마치 개미처럼 그 용도에 맞게 퇴화되어 버린 그 인간들을 이해할 수가 없다.

그들은 한가로울 때, 무엇으로 그들의 무의미하고 하찮은 일요일을 채우는 것일까?

한 번은 러시아에서, 어느 공장에서 모짜르트를 연주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나는 그것에 대해 썼었다.

나는 2백 통의 욕설이 담긴 편지를 받았다.

나는 싸구려 카페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탓할 생각은 없다.

그들은 다른 노래를 모르는 것이다.

내가 미워하는 건 싸구려 카페의 경영자들이다.

나는 인간이 인간을 타락시키는 것을 차마 볼 수 없다.
나는 내 직업 속에서 행복하다.

나는 나 자신을 착륙 지의 농부라고 생각한다.

교외 열차 안에서 나는 여기와는 아주 다른 고통을 느낀다.

생각해 보면 여기는 얼마나 사치스러운가!

나는 아무 후회도 없다.

나는 걸었었고, 잃어버렸다.

이것은 내 직업의 당연한 질서다.

어쨌거나 나는 상쾌한 바다 바람을 마음껏 들이마셨다.

한 번 이것을 맛본 사람은 이 양식을 잊지 못한다.

안그런가, 동료들이여?

문제는 결코 위험하게 산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다.

이러한 공식은 과장된 것이다.

투우사들은 전혀 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내가 좋아하는 것은 위험이 아니다.

나는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고 있다.

그것은 생명이다.

하늘이 희끔해지는 것 같다.

나는 모래 속에서 한 쪽 팔을 빼낸다.

손닿는 데 있는 헝겊 덫 하나를 더듬어 본다.

그러나 마른 그대로이다.

기다려 보자. 이슬은 새벽에 고이니까.

그러나 새벽은 우리 헝겊을 적셔주지 않고 밝아 온다.

그래서 내 생각은 약간 뒤얽힌다.

그리고 나는 내 말을 듣는다.

"여기 있는 것은 메마른 마음...

메마른 마음...

눈물도 통 지을 줄 모르는 메마른 마음!"

"떠나자, 쁘레보!

우리 목구멍이 아직은 막히지 않았다. 걸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