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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인간의 대지 - 쌩 떽쥐뻬리

오늘의 쉼터 2011. 5. 18. 20:20

 

인간의 대지 - 쌩 떽쥐뻬리

 

 

[6] 사막에서

  
(5)
새벽녘에 우리는 헝겊으로 날개를 위로 훔쳐서

도료와 기름이 섞인 이슬을 컵 밑바닥에 깔린 만큼 모았다.

그것은 구역질나는 것이었으나 우리는 마셨다.

하는 수 없이 입술이나 조금 추긴 것이다.

이 잔치가 끝나자 쁘레보가 내게 말한다.

"권총이 있는 게 다행이오."

나는 갑자기 울화가 치밀어 심술궂은 적의를 품고 그에게로 몸을 돌린다.

그러나 이 순간에는 센티멘털한 감정의 북받침밖에는 미워할 것이 아무것도 없는 것이다.

나는 지금 모든 것이 극히 단순하다고 보고 싶은 생각뿐이다.

태어난다는 것은 단순하다.
자라나는 것도 단순하다.

그리고 갈증으로 죽는다는 것도 단순하다.

나는 곁눈으로 쁘레보를 살펴본다.

그가 잠자코 있게 하기 위해서 필요하다면 모욕이라도 줄 작정을 하고.

그런데 쁘레보는 침착하게 내게 말했다.

그는 위생 문제를 논하는 것이었다.

그는 이 문제를 "손을 좀 씻어야겠는데" 하는 정도로 끄어낸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동감이다.

나는 이미 가죽 주머니를 봤을 때 곰곰이 생각했었다.

그때의 나의 생각은 비장한 것이 아니라 이상적인 것이었다.

비장한 것은 사회문제뿐이다.

우리가 책임져야 할 사람들은 안심시켜 주지 못하는 우리의 무력함,

이것만이 비장한 것이다.

권총은 비장한 것이 아니다.

사람들은 여전히 우리를 찾지 않는다.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한다면, 사람들은 아마 딴 곳에서 우리를 찾고 있을 것이다.

어쩌면 아라비아에서, 사실 우리는 그 이튿날

우리 비행기를 버린 후 까지 비행기 소리를 전혀 듣지 못했었다.
또한 그때 그렇게도 멀리에서의 단 한 번의 통과도 우리에게는 무관심했을 것이다.

사막 속의 몇 천 개의 검은 점 속에 섞여 있는

검은 점에 불과한 우리를 발견해달라고 우겨댈 수는 없다.

훗날에 이런 괴로움에 대하여 여러 가지로

내가 체험한 듯이 말하는 그런 생각은 하나도 정확하지 않다.

나는 아무 괴로움도 느끼지 않았다.

구조대들이 내게는 딴 세계에서 오가는 것으로밖에는 여겨지지 않았다.
사막에서 행방불명이 된 비행기를 찾아내려면,

3천 킬로 미터의 거리로 보고 15일 동안은 찾아야 한다.

그런데 사람들은 우리를 트리플리에서 페르시아에 이르는 사이에서 찾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오늘도 이 가냘픈 행운에 기대를 걸고 있다.

다른 행운이란 없으니까.

그래서 나는 작전을 바꾸어 혼자 탐험에 나서기로 작정한다.

쁘레보는 화롯불을 준비해서 누가 찾아오면 불을 붙일 것이지만,

아무도 찾아오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떠난다.

 내가 되돌아올 기운이 있을지조차 모른다.

리비아 사막에 대해서 내가 알고 있는 기억이 떠오른다.

사하라에는 40퍼센트의 습도가 있는데 여기서는 18퍼센트로 떨어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생명이 수증기처럼 증발한다.

아랍 유목민이나 여행자,

식민지군의 장교들은 체험담으로 사람이 열 아홉 시간은 마시지 않고 견딘다고 말한다.

스무 시간이 지나면 눈은 빛으로 가득차고 종말이 시작된다.

갈증의 걸음은 번개같다.

그러나 우리를 속이고, 모든 예측을 어기고

우리를 이 언덕 위에 못박아 놓은 이 야릇한 북동풍이

지금은 아마도 우리의 생명을 연장시켜 주는 모양이다.

그러나 이것도 동이 트기까지 얼마만한 유예를 우리에게 줄 것인지?
그래서 나는 떠난다.

그러나 마치 대양 위로 나아가는 느낌이다.

그렇긴 하지만 새벽의 덕택으로 이러한 광경이 좀 덜 슬퍼 보인다.

그래서 나는 우선 양손을 바지 주머니에 찌르고 밭 도둑처럼 걸어간다.

엊저녁에 우리는 그 근처의 어느 알 수 없는 굴 어구에 덫을 쳐 놓았었다.

지금 내 속에서는 밀렵자의 습성이 눈을 뜬다.

우선 나는 덫을 살펴보러 간다.

그것들은 텅 비어 있었다.

그러니 나는 피 한 방울도 마시지 못하게 됐다.

사실 나는 그것을 바라지도 않았었다.
나는 실망하기는커녕 그 반대로 호기심이 끌린다.

이 동물들은 사막 속에서 무엇으로 살아가는 것일까?

그것은 아마 "페네끄", 또는 모래 여우라는 토끼만하고 귀가 큰 육식수일 것이다.

나는 호기심을 억누를 수 없어 그중 한 마리의 발자국을 따라간다.

그 발자국은 나를 좁은 모래 시내로 이끌어 간다.

그곳에는 발자국이 더욱 뚜렷이 찍혀 있다.

나는 세 발가락이 부채꼴로 된 종려 가지 모양의 예쁜 발자국을 감상한다.

나는 이 친구가 새벽녘에 사쁜사쁜 뛰어다니면서

돌 위의 이슬을 핥고 있는 모습을 눈앞에 그려본다.

여기에서 발자국이 뜸해진다.

내 페네끄가 뛰어간 것이다.

여기서는 친구 하나가 끼여들어 함께 나란히 깡충거리며 달아났다.

나는 야릇한 기쁨을 느끼며 그들의 아침 산책을 구경한다.
나는 이들 생명의 표시들이 좋다.

그래서 나는 목이 타는 것도 잠시 잊어버린다.

마침내 나는 여우들의 식료품 저장실에 다다랐다.

이 근방에는 1백 미터쯤의 사이를 두고 수프 접시 만한

메마른 작은 관목이 모래바닥에서 고개를 내밀고 있다.

그 줄기에는 조그마한 금빛 달팽이가 다닥다닥 붙어 있다.

 페네끄는 새벽에 먹이를 먹으러 나온다.

나는 여기서 하나의 커다란 자연의 신비에 부닥친다.

이 페네끄는 나무마다 다 멈추는 것이 아니다.

달팽이가 잔뜩 붙어 있어도 거들떠보지 않는 나무가 있다.

분명히 그가 조심해서 피해 가는 나무도 있다.

또 접근은 하지만 마구 건드리지 않는 나무도 있다.

거기에서는 두세 마리의 달팽이만 따고 다른 레스토랑으로 바꾼다.

그는 아침 산책의 즐거움을 더 오래 갖기 위해 일부러 단번에 배를 불리지 않는 것일까?

그렇게 생각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이러한 장난은 필요 불가결한 전술과 너무나도 부합되기 때문이다.

만약 페네끄가 첫 번째 나무의 산물로 배를 채운다면,

두세 번의 식사로 그 나무의 산 열매를 벗겨버리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한 나무 한 나무 그는 목축 농장을 전멸시키고 말 것이다.
그런데 페네끄는 파종하는 일을 망칠까봐 아주 조심하고 있다.

한 끼의 식사를 위해 그는 백도 넘는 갈색 덤불을 찾아갈 뿐만 아니라

한 가지에 나란히 붙은 두 달팽이를 따는 일은 결코 없다.

모든 일이, 마치 그가 그런 위험을 의식하고 있기나 한 것처럼 진행되고 있다.

그가 만약 조심성 없이 먹어댔더라면 이미 달팽이는 씨가 없어졌을 것이다.

달팽이가 없으면 페네끄도 없을 것이다.

그 발자국은 나를 굴로 인도한다.

안에 있는 페네끄는 내 발소리에 놀라며, 아마 나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말을 건다.

"나의 꼬마 여우야. 나는 아주 녹초가 됐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지경이 됐어도, 네 기질이 네 기질이 내겐 재미가 있구나."

그래서 나는 거기서 잠시 몽상에 잠긴다.

사람이란 아마도 무슨 일에고 적응할 수 있는 모양이다.

30년 후면 죽을 것이라 생각은 한 인간의 기쁨을 망가뜨리지는 않는다.

30년이건 사흘이건 그것은 단지 원근법상의 문제이다.
그러나 어떤 영상들은 잊어야 한다.


이제 나는 나의 길을 계속한다.

그런데 벌써 피로와 함께 무엇인가 나의 내부에서 변형되어 가고 있다.

신기루들이 거기 없는 것이라면 내가 그것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일까...

"어어이!"
나는 소리를 지르면서 두 팔을 쳐든다.

그런데 방금 몸짓을 하고 있던 그 사내는 시커먼 바위일 뿐이다.

모든 것이 벌써 사막에서 활기를 띠기 시작하고 있다.

나는 자고 있는 베두인(사막 지방의 아랍 유목민) 한 사람을 깨우려고 했는데

그는 검은 나무 줄기로 변했다.

나무 줄기라니? 그런 게 있다는 것이 나를 놀라게 한다.
나는 몸을 굽혀서 본다.

부러진 나뭇가지를 주우려 한다.

그러나 그것은 대리석이었다!

몸을 일으켜 주위를 살펴본다.

다른 검은 대리석들이 보인다.

노아의 홍수 이전의 삼림이 그 부러진 줄기들을 땅 위에 흩뿌려 놓고 있다.

그 삼림은 10만년 전에 창세기의 폭풍으로 대성당처럼 무너졌던 것이다.

그래서 여러 세기가 이 강철처럼 닦여지고, 화석이 되고,

유리처럼 된 먹빛깔의 거대한 기둥 파편을 내가 있는 데까지 굴려보냈던 것이다.
나는 지금도 가지에 있는 마디를 알아볼 수 있으며,

생명의 비틀림을 볼 수 있고, 줄기의 연륜을 셀 수 있다.

새들과 음악이 가득 찼던 이 숲은 신의 저주에 얻어맞아 소금으로 변한 것이다.
그래서 내게는 이 광경이 적의를 품은 것처럼 느껴진다.

저 모래언덕의 철갑 옷보다도 검은 이 어마어마한 표착 물들이 나를 거부하고 있다.

살아 있는 내가 여기 이 변치 않는 대리석들 가운데에서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

덧없는 나,

그 몸이 소멸해 버릴 내가, 여기 이 영원 속에서 할 일이 무엇인가?

어제 이후 나는 벌써 60킬로 미터나 돌아다녔다.

나의 이 현기증은 아마 갈증 때문일 것이다.

아니면 태양 때문일까. 태양은 기름으로 닦아 놓은 것 같은 이들 줄기 위에 내리쬐고 있다.

이 세계의 등껍질 위에 내리쬐고 있다.

이제 여기엔 모래도 여우도 없다.

다만 거대한 쇠모루가 있을 뿐이다.

그래서 나는 이 쇠모루 위를 걷는다.

그리고 머리 속에는 태양이 울려 퍼지는 것을 느낀다.

아아! 저기에....
"어어이! 어어이!"
"저기엔 아무것도 없어. 덤비지 말아. 망상이다."

나는 이렇게 나 자신에게 타이른다.

왜냐하면 나는 내 이성에 호소해야 했으니까.

내 눈으로 보고 있는 것을 거부하기란 여간 어렵지 않다.

저기 걸어가고 있는 대상 쪽으로 달려가지 않는다는 것도 여간 힘들지 않다.

저기에... 저렇게 보이는데....

"바보야, 잘 알면서도. 그걸 만들어낸 것이 바로 너라는 걸...."
"그렇다면 이 세상엔 참된 것이라곤 하나도 없구나...."

그렇다. 저 언덕 위,

내게서 20킬로 미터 앞에 있는 저 십자가 말고는 참된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다.

저 십자가, 아니면 저 등대...

그런데 저것은 바다 쪽이 아니다.

그렇다면 십자가다.

어젯밤에 나는 밤새껏 지도 공부를 했다.

그러나 헛일이었다.

왜냐하면 나는 내 위치를 알지 못하니까.

그럼에도 나는 사람의 존재를 표시해주는 온갖 기호들 위에 몸을 굽혀 들여다보았다.

그런데 지도의 한 부분에서 십자가 비슷한 것이

그 위에 솟아 있는 조그만 동그라미를 발견했다.

나는 범례를 참조했는데 거기에는 "종교 시설"이라고 씌어 있었다.

그 십자가 옆에 검은 점이 하나 있었다.

다시 범례를 참조했다. 그리고 보았다.

"마르지 않는 우물"이라고 씌어 있는 것을.

나는 가슴에 큰 쇼크를 받았다.

그리고 나는 큰 소리로 되풀이해 읽었었다.

"마르지 않는 우물....

마르지 않는 우물....

마르지 않는 우물!"

알리바바와 그의 모든 보물인들 마르지 않는 우물 하나와 견줄 수 있겠는가?
조금 떨어진 곳에 나는 흰 동그라미 두 개를 보았다. 범례를 보고 읽었다.

"마르는 우물" 이것은 벌써 덜 아름답다.

그리고 그 둘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아무것도...

그 종교 시설이 바로 저것이다!

난파 자들을 부르기 위해 수도승들이 언덕 위에 커다란 십자가를 세워 둔 것이다!

그러니 나는 저 십자가 쪽으로 걸어가기만 하면 된다.

저 도미니끄회 성직자들 쪽으로 달려가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리비아에는 꼽트파의 수도원밖에 없을 텐데."
"...저 부지런한 도미니끄 성직자들 쪽으로 그들은 빨간 벽돌이 깔린

시원하고 아름다운 부엌을 가지고 있고, 안마당에는 녹이 슨 근사한 펌프도 있다.

그 녹슨 펌프 밑, 그 녹슨 펌프 밑에는, 벌써 짐작이 가셨겠지....

그 녹슨 펌프 밑에는 바로 마르지 않는 우물이 있다.

아아! 내가 저 문 앞에서 초인종을 누르면,

내가 그 큰 종을 치면, 거기선 야단법석이 일어날 거다!"

"바보야. 전 지금 프로방스의 어떤 집을 그리고 있다 거기에 무슨 종이 있단 말인가."

내가 그 큰 종을 치면! 문지기가 두 팔을 쳐들고 소리칠 것이다.

 "당신은 주님의 사자십니다!"

그리고는 모든 수도승들을 부를 것이다.

그러면 그들은 모두 달려나올 것이다.

그리고 나를 불쌍한 아이처럼 환영해 줄 거다.

나를 부엌 쪽으로 떠밀고 갈 거다.

그리고는 말할 거다.

"잠깐만, 잠깐만, 내 아들아, 마르지 않는 우물에 달려갔다 올 테니까...."

그러면 나는 행복감으로 온 몸이 떨릴 거다.
아니다. 결코. 나는 울고 싶지 않다.

저 언덕 위의 십자가가 없어졌다는 그까짓 이유로는...
서쪽이 주는 약속은 모두 거짓말뿐이다.

나는 정북으로 방향을 바꾸었다.
북쪽은 적어도 바다의 노래로 가득 차 있다.

아아! 이 등성이만 넘으면 지평선이 펼쳐진다.

그것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다.

"넌 알고 있잖니, 저게 신기루라는 걸...."

저게 신기루라는 걸 나는 잘 알고 있다.

아무도 나를 속이지 못한다, 이 나를!
다만 내가 신기루 쪽으로 끌려 들어가고 싶어진다면?

만약 내가 그것을 바란다면?

내가 저 햇볕으로 장식된 총안이 있는 도시를 사랑하고 싶어진다면?

날렵한 발걸음으로 곧장 걸어가고 싶어진다면 어떻단 말인가....

나는 이젠 피로도 느끼지 않고 또 행복하니까....

쁘레보와 그 권총이라고? 웃기는구나! 나는 이 도취를 좋아한다.

나는 취해 있다.

나는 목이 말라 죽어간다!

황혼이 취기를 깨워 주었다.

너무나 멀리 온 것에 놀라 갑자기 멈춰섰다.
해질녘에는 신기루가 죽는다.

지평선은 그 펌프니, 궁전이니, 승복이 나를 벗어버렸다.
그것은 사막의 지평선이다.

"너는 너무 멀리 왔어! 밤이 너를 잡으려고 한다.

넌 날이 새기를 기다려야 하고, 내일이면 네 발자국은 지워진다.

그러면 넌 아무 곳에도 있지 않게 될 거다."

"그러니 다시 네 앞을 곧바로 걸어가야 해. 되돌아서봤자 무슨 소용인가!

어쩌면 내가 바다를 향해 두 팔을 벌리려는 이때,

아니 이미 벌리고 있을지도 모를 이때 방해받고 싶진 않다."

"어디서 바다를 봤단 말인가?

또 절대로 거기까지 가 닿지 못할 것이다.

아마 3백 킬로 미터는 될 거다.

그리고 쁘레보는 "시문기"곁에서 기다리고 있지 않은가!

어쩌면 그가 어느 대상에게 발견됐을지도 모른다."

그렇다, 나는 되돌아가야 한다.

그러나 우선 사람이나 불러보자.

"어어이!"

제기랄, 이 지구에는 누가 살고 있어야 할 게 아닌가...
"어어이! 인간들아!"

나는 목이 쉰다.

이제는 목소리도 나질 않는다.

이렇게 소리지르는 나 자신이 우습게 느껴진다.

한번 더 던져본다.

"인간들아!"

그것은 과장되고, 귀 거슬리는 소리로 되울려 온다.
그래서 나는 되돌아선다.

2시간을 걷고 난 후 나는 쁘레보의 불꽃을 발견했다.

그것은 내가 길을 잃은 줄로만 알고 겁을 먹은 쁘레보가 하늘로 올린 불이었다.

아아! 나는 또 그것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었던 것이다.

아직도 걷기를 1시간.... 아직도 5백 미터...

아직도 1백 미터. 아직도 5십 미터...

"아!"
나는 깜짝 놀라서 우뚝 섰다.

기쁨이 내 가슴에 넘쳐나려 해서 나는 그 격렬함을 간신히 억누른다.

화롯불에 비쳐진 쁘레보가 엔진에 등을 기대 선 두 아랍인과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는 아랍인과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는 아직도 나를 보지 못했다.

그는 자기 기쁨에만 마음이 쏠려 있다.

아아! 만일 내가 그처럼 기다리고 있었더라면...

나는 벌써 해방됐을 게 아닌가! 나는 반갑게 소리친다.

"어어이!"
두 유목인이 소스라쳐 나를 쳐다본다.

쁘레보가 그들을 떠나 혼자서 내게로 달려온다.

나는 팔을 벌린다. 쁘레보가 내 팔꿈치를 부축한다.

그럼 내가 쓰러지려 했던가? 나는 그에게 말한다.

"이젠 됐군"
"뭐가요?"
"아, 아랍인들이!"
"무슨 아랍인들이?"
"저기 아랍인들 말야. 자네하고 같이 있던...."

쁘레보가 이상한 얼굴로 나를 쳐다본다.

그래서 나는 그가 하는 수 없이 중대한 비밀을 털어놓으려 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아랍인은 없어요."


정말이지, 이번엔 내가 우는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