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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인간의 대지 - 쌩 떽쥐뻬리

오늘의 쉼터 2011. 5. 18. 12:57

 

인간의 대지 - 쌩 떽쥐뻬리

 

[2] 동료들

(1)
메르모즈도 그 한 사람이지만, 몇 명 동료들이 귀순하지 않은 사하라 사막을 거쳐

카사블랑카에서 다까르 사이의 프랑스 항공로를 창설했다.

당시의 엔진은 별로 저항력이 없었다.

그래서 한 번은 고장이 메르모즈를 모르인들에게 붙잡히게 했다.

그들은 메르모즈를 학살하기를 주저하고 15일 동안 포로로 가둬두었다가 그를 되팔았다.

그래서 메르모즈는 다시 같은 영토 위를 나는 우편비행에 복귀했다.

남아메리카 항로가 개설되자, 항상 선두에서는

메르모즈는 부에노스아이레레스와 산띠아고 구간의 항공로 조사를 위임받았다.

즉, 사하라 사막 위에 다리를 놓은 뒤를 이어 안데스 산맥 위에 다시 다리를 놓게 된 셈이다.

그에게는 상승 한도 5천 2백 미터의 비행기가 주어졌다.

그러나 안데스 산맥의 높은 봉우리들은 7천 미터나 솟아 있었다.

그런데도 메르모즈는 통로를 찾기 위해 이륙했다.

사막을 정복한 후에 메르모즈는 산에 도전한 것이다.

산이라지만 그쪽 고봉들은 바람이 불면 눈보라의 띠를 펼쳐놓고,

폭풍에 앞서 온 천지를 창백하게 하고, 비행기를 아주 심하게 동요시키는 역류,

이런 것들을 바위의 절벽 사이에서 만나게 되면

조종사는 일종의 백병전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메르모즈는 적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채,

이러한 굴레로부터 살아 나올 수 있을지도 모르는 채, 싸움에 뛰어들었다.

메르모즈는 남들을 위해 "해보는" 것이었다.

마침내 어느날 이렇게 "해보다"가 그는 자신이 안데스 산의 포로가 된 것을 알았다.

4천 미터 높이의 절벽에 둘러싸인 곳에 불시착한 그와 기관사는

이틀 동안이나 그곳에서 탈출하려고 애를 썼다.

그러나 빠져 나갈 길이 없었다.

그래서 그들은 마지막 운명을 걸고 비행기를 허공으로 내몰았다.

비행기는 울퉁불퉁한 땅 위를 절벽 끝까지 튀어 올랐고, 그들은 거기서 굴러 떨어졌다.

떨어지면서 비행기는 필요한 속력을 내게 되어 다시 조종사의 말을 듣게 됐다.

메르모즈는 산봉우리를 날아 그곳에 도달했으나

밤 사이에 얼어 터진 모든 관으로부터 흘러나오는 물 때문에 비행 7분만에 다시

엔진이 정지됐으나 마치 약속의 땅처럼 그들의 눈 아래 칠레의 평원을 보았다.

이튿날 메르모즈는 또다시 시작했다.

안데스 산맥이 샅샅이 탐험되고, 횡단 기술이 잘 조정되자

메르모즈는 이 구간을 동료인 기요메에게 맡기고 자기는 밤의 탐험에 나섰다.

착륙 비행장에 조명이 아직 실현되지 않은 때였으므로

 캄캄한 밤이면 착륙장에는 초라한 가솔린 등이 3개 메르모즈 앞에 켜져 있을 뿐이었다.

그는 그것을 해내어 야간비행의 길을 열어 놓았다.

밤을 완전히 길들이고 나자 메르모즈는 대양을 시험했다.

이리하여 1931년부터 처음으로 뚤루즈에서

 부에노스아이레스까지 우편물이 나흘만에 운반되게 되었다.

돌아오는 길에 메르모즈는 남대서양 한복판의 풍랑 높은 바다 위에서 가솔린이 떨어졌다.
지나가던 기선이 그와 우편물과 승무원을 구출해 주었다.

이와 같이 메르모즈는 사막과 밤과 바다를 개척했다.

그는 몇 번이나 모래 속에, 산 속에, 밤 속에 바다 속에 빠져들어 갔었다.

그러나 그가 돌아오는 것은 언제나 다시 출발하기 위해서였다.

마침내 12년 동안을 근무한 후, 또다시 남대서양을 횡단하던 중 그는

 "후방 우측 엔진을 끈다" 하는 짤막한 통신을 보내왔다.

그리고는 침묵이 흘렀다.

이 소식은 그다지 불안해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침묵이 10분 동안 계속된 뒤에는 파리에서부터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이르는

항공로의 모든 무전 국들은 가슴 조이며 경비에 들어갔다.

왜냐하면 10분간의 지각이란, 일상 생활에서는 별로 의미가 없지만

우편비행의 경우에는 중대한 의미를 지니기 때문이다.

이 죽은 시간 속에는 어떤 알려지지 않은 사건이 감추어져 있는 것이다.
무의미한 것이든, 또는 불행한 것이든 그것은 그 이후에 진행되었을 것이다.
운명이 판결을 내렸을 것이고, 이 판결에는 상소할 길이 없다.

어떤 무쇠 같은 손이 승무원들을 무사히 착수시켰던가,

아니면 파멸로 이끌어 갔을 것이다.

다만 그 판결은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통고되지 않는다.

우리들 중의 그 누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이 있었을까?

갈수록 더욱 희미해져가는 그 희망과,

치명적인 병처럼 시시각각으로 악화되어 가는 그 침묵을.

메르모즈는 분명히 자기가 한 일 뒤에 숨어 버린 것이다.

마치 보릿단을 잘 묶고 나서 자기 밭에 드러눕는 타작군처럼.


한 사람의 동료가 이렇게 죽을 때 그의 죽음은 그래도 직무상의

질서에 따른 행동처럼 생각되어 처음에는 다른 죽음보다 덜 상심이 되는 것 같다.

물론 그는 마지막 전근 명령을 받고 멀리 떠나갔다.

그러나 그가 없어진 것은 빵이 없어졌을 때만큼

우리에게 그 아쉬움이 절실하지는 않다.

우리들은 사실 서로의 만남을 오랫동안 기다리는 버릇에 젖어 있다.

항공로의 동료들은 파리에서 칠레의 산티아고에 이르기까지

온 세계에 흩어져 있어 별로 말을 주고받을 기회가 없는 보초들처럼

약간 고립되어 있기 때문이다.

흩어져 있는 이 직무상의 대가족들이

여기 저기서 서로 만나려면 여행의 우연이 있어야 한다.

카사블랑카나, 다까르나, 혹은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어느 저녁 식탁에 둘러앉아 그들은 여러 해 동안의 침묵 뒤에,

중단되었던 대화를 다시 시작하고, 옛 추억을 서로 잇는다.

그리고는 다시 출발한다.

대지는 이와 같이 우리에게 있어 황량하기도 하고 풍요롭기도 하다.

감춰져 있어서 다다르기는 힘들지만,

어느 날엔가는 우리의 직업이 우리를 그곳에 데려다 줄

은밀한 정원들이 지상에는 수많이 있기 때문에 풍요롭다.

생활이 우리를 떼어놓기 때문에 우리는 동료들에 대해 많이 생각하지 못한다.
그러나 그들은 어딘가에 있다. 어딘지는 몰라도,

 조용하게 잊혀진 채, 그러나 지극히 믿음직하게!

그래서 우리가 혹시 그들의 길을 마주쳐 지나가기라도 하면

그들은 아름다운 기쁨의 불꽃을 보이며 우리의 어깨를 흔들어 주곤 한다!

물론 우리는 기다리는 습성에 젖어 있기는 하지만...

그러나 차츰 우리는 그 사람의 밝은 웃음소리를 다시는 들을 수 없게 됐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 정원이 우리에게는 영원히 닫혀져 버렸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때에야 비로소 우리들의 진정한 초상, 가슴을 찢는 듯한 슬픔은 아니지만,

약간 마음이 쓰라린 초상이 시작되는 것이다.
사실 아무것도 죽은 동료를 대신할 수는 없다.

오랜 벗을 만들어낼 수도 없다.

아무것도 그 많은 공통된 추억, 함께 겪었던 위험한 시간들,

그 많은 불화와 화해, 마음의 설렘 등의 보물만큼 값진 것은 없다.

이러한 우정은 다시는 되살릴 수 없다.

떡갈나무를 심고, 바로 그 그늘에서 쉬려 한들 헛일이다.

인생이란 이런 것이다.

 먼저 우리들 자신을 풍부하게 하고, 여러 해 동안 나무를 심어 왔다.

그러나 시간 이 작업을 무너뜨리고 나무를 베어 내는 해들이 오게 된 것이다.

동료들이 하나 둘 우리에게서 그들의 그림자를 앗아간다.

그리고 그 후부터는 우리들의 슬픔에 늙어감에 대한 남모르는 회환이 섞이는 것이다.

이것이 메르모즈와 그밖의 동료들이 우리에게 가르쳐 준 교훈이다.

어떤 작업의 위대함이란 어쩌면 무엇보다도 사람들을 결합시키는데 있는지도 모른다.

진정한 사치란 인간 관계의 사치뿐이다.

오직 물질적인 재물만을 위해 일하면서 우리는 우리 자신의 감옥을 쌓아 올리고 있다.

삶에 보람을 주는 아무것도 살수 없는 재물과 같은

돈을 안고 우리 자신을 고독 속에 가두고 있는 것이다.

내 추억 속에서 오래 남을 기쁜 맛을 남겨 준 사람들을 찾아보거나

보람있는 시간들의 대차대조표를 만들어 본다면

내가 되찾는 것은 어김없이 천만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것들 뿐이다.

메르모즈 같은 친구의 우정이나, 함께 시련을 겪음으로써

영원히 맺어진 어느 동료의 우정은 돈으로는 살 수 없는 것이다.

그 야간비행의 밤과, 그 천만 개의 별들, 그 고즈넉함,

그 몇 시간 동안의 절대력, 이런 것들은 돈으로는 절대 살 수 없다.

어려운 비행을 한 후의 세계의 새로운 모습, 저 나무들, 저 꽃들, 저 여인들,

저 미소들, 새벽녘에야 우리에게 돌아온 생명에 의해 싱싱하게 채색된

우리의 노고에 보답하는 이 하찮은 것들의 콘서트, 이런 것들을 돈으로는 살 수 없다.
그리고 그 때의 추억이 지금 생각나는,

돌아올 수 없는 지대에서 겪은 그 하룻밤도 또한 그런 것이다.

우리는 해질 무렵에 리오 데 오로 해안에 불시착한

우편 항공회사 소속의 3조의 승무원들이었다.
동료 리겔이 맨 먼저 크랭크 고장으로 착륙했다.

다른 동료인 부르가가 그 승무원들을 태우려고 착륙했다가

대수롭지 않은 고장으로 그까지도 땅에 붙들리고 말았다.

끝으로 내가 착륙했었는데, 내가 참여했을 때는 이미 날이 어두워지고 있었다.

우리는 부르가의 비행기를 구해 내기로 작정하고,

완전한 수리를 위해 날이 밝기를 기다렸다.

1년 전에, 바로 이곳에 불시착한 우리의 동료,

구르와 에라블이 불귀순민들에게 학살당했었다.

우리는 지금도 소총 3백정을 가진 모르인 도둑들이

보자도르 부근 어딘가에 진을 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멀리서도 보았을 우리들의 3번의 착륙이 그들에게 경비 태세를 취하게 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우리는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 밤샘을 시작했다.

우리는 밤을 지샐 준비를 했다.

화물 실에서 대여섯 개의 상품 궤짝을 끌어내어 속을 비우고

둥그렇게 늘어놓고 하나하나의 궤짝 안에는 병사들이 보초막 구덩이에다

그렇듯이 바람에 가물거리는 빈약한 촛불을 켜 놓았다.

이렇게 하여 우리는 사막 한가운데, 지구의 벌거벗은 껍질 위에

천지창조 때와 같은 고독 속에 인간의 마을을 세운 것이다.

우리들 마을의 이 큰 광장 위의 빈 궤짝들이 떠는 불빛을 흘리고 있는

사막 한 조각 위에 밤새껏 모여 앉아 우리는 기다렸다.

우리를 구원해줄 새벽을, 혹은 모르인의 공격을...

그런데 그 무엇이 그 밤에 크리스마스와도 같은 흥취를 주었는지 나는 모른다.

우리는 서로 추억을 이야기했고, 농담을 주고받고, 노래를 불렀다.

우리는 잘 차려진 축제의 한창 때와도 같은 가벼운 흥분을 맛보았다.

그러면서 우리는 무한히 가난했다.

바람과, 모래와, 별들. 그것은 마치 트라피스트 수도사에게나 알맞은 엄한 생활 양식이었다.

그런데도 이 어두컴컴한 모래의 식탁보 위에서

자기들의 추억 말고는 이 세상에서 이미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예닐곱 명의 사내들은 보이지 않는 보화를 서로 나누고 있었다.

우리들은 마침내 만나고 말 것이다.

사람들은 각자의 침묵 속에 갇힌 채 오랫동안 나란히 걸어가거나

또는 아무 감동도 옮기지 않는 말들을 교환한다.
그러나 위험에 부닥치게 되면 사람들은 서로 돕는다.

그들은 한 공동체에 속해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발견함으로써 사람은 자신을 넓혀간다.

사람들은 큰 미소를 지으며 서로를 바라본다.

그때 사람은 바다의 드넓음에 경탄하는 해방된 죄수와도 같다.

 

(2)
기요메, 나는 자네에 관해서 몇 마디 해야겠네.

그러나 안심하게. 자네의 용기라든가,

자네의 직업상의 가치에 대하여 미련하게 강조해서 자네를 난처하게 하지는 않을 테니.
자네의 그 많은 모험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 하나를 이야기함으로써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것은 전혀 다른 것일세.

무어라고 부르면 좋을지 알 수 없는 미덕이 있다.

그것은 "의젓함"이라고나 할까. 그러나 그 말도 흡족하지는 않다.

왜냐하면 이 미덕은 더없이 맑은 쾌활함을 수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나무토막 앞에 대등한 기분으로 마주하고,

그것을 만져 보고, 치수를 재고, 경솔하게 다루지 않고,

자기의 온 정성을 집중시키는 목수의 미덕 바로 그것이다.

기요메, 나는 언젠가 자네의 모험을 찬양한 어떤 글을 읽은 적이 있는데,

그 후 나는 이 부정확한 "아마쥬"를 시정해야겠다는 생각을 오래 전부터 갖고 있었네.

그 글 속에서 "건달패"같은 재담을 해대면서

마치 용기라는 것이 급박한 위험 속에서나 죽음의 순간에 처해서

중학생들이나 할 농담을 하는 비굴함에 있는 것 같은 자네를 볼 수 있었네.
그것은 자네를 이해하지 못한 말이네.

기요메, 자네는 적과 대결하기 전에 상대를 조롱할 필요를 느낄 남자는 아니네.

 몹쓸 폭풍우에 부닥치면 자네는 판단할 걸세.
"이건 몹쓸 폭풍우로군."

자네는 그것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것을 재어 볼 걸세.
기요메, 나는 내 추억의 증인으로서 자네를 여기에 끌어 왔네.

겨울에 안데스 산맥을 횡단하던 중에 자네는 50시간이나 행방불명이 되었었네.
빠따고니아의 오지로부터 돌아오던 나는 멘도사에서 조종사 들레이와 합류했네.
우리 두 사람은 닷새 동안을 각기 비행기로

그 산더미를 뒤졌지만 아무것도 찾아내지 못했네.

우리 두 비행기만으로는 부족했던 것이네.
나는 이런 생각이 들었네. 백 개의 비행 편대가 백년 동안을 날아다닌다 해도

7천 미터에 달하는 고봉을 포함하는 이 거대한 산악 덩어리를

모두 탐색할 수는 없으리라고 말이네.

우리는 모든 희망을 잃었네.

그 나라의 밀수업자들,

평소에는 단돈 5프랑을 위해서도 범죄를 청부받는 산적들까지도

구조대에 끼어 그 산악 부벽 위에서 모험하기를 거절했네.
"거기선 목숨이 위험하니까."라고 그들은 말했네.


"안데스 산은 겨울에는 사람을 돌려 보내주지 않는 걸요"
들레이와 내가 산티아고에 착륙했을 때 칠레의 장교들도

역시 수색을 중지하라고 충고했네.

"지금은 겨울이오. 당신의 동료가 설령 추락할 때

살아 있었더라도 밤의 추위는 견뎌내지 못했을 거요.

저 위에선 밤이 사람을 스쳐가기만 해도 얼음 덩어리로 만들어 버리니까요."

어쨌거나 내가 다시 안데스의 거대한 절벽과 기둥들 사이로 미끄러져 들어갔을 때,

사실 나는 자네를 찾는다기보다는 눈의 대성당 안에 말없이 누워 있는

자네 시체를 지키고 있는 것같은 느낌이 들었네.
마침내 이레째 되던 날, 비행을 마치고 다음 비행을 기다리는 사이

 멘도사의 어느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있을 때였네.

한 사나이가 문을 밀고 소리쳤네.
그것은 짤막한 말이었네.

"기요메가.... 살아 있어!"

그러자 거기 있던 낯선 사람들이 서로를 껴안았다.

10분 후, 나는 르페브르와 아브르의 두 기관사를 태우고 이륙하고 있었네.

40분 후, 나는 어떻게 그것을 알아차렸는지 모르지만,

쌍 라파엘 쪽으로 어디인지 자네를 싣고 가는 자동차를 알아보고는 어느 길가에 착륙했네.
그것은 정말 아름다운 해후였네.

우리는 모두 울었네.

그리고 자네를 으스러져라 껴안았네

살아 있는, 부활한, 자신의 기적을 만든 자네를 말이네.

그때 자네는 말했네.

그것은 알아 들을 수 있는 자네의 첫 마디 말이었고,

또 찬탄할 만한 인간의 긍지이기도 했네.
"내가 한 일은, 자네에게 맹세하네만, 어떤 짐승도 할 수 없었던 일이었어."

그후, 자네는 우리에게 조난했던 이야기를 들려주었네.
48시간 동안 5 미터 두께의 눈을 안데스 산맥의

칠레 쪽 산허리에 퍼부었던 폭풍이 온 천지를 가로막았고,

"팬 에어" 회사의 미국 조종사들은 되돌아갔다.

그런데도 자네는 하늘의 찢긴 틈을 찾아 이륙했다.

자네는 약간 남쪽에서 그 함정을 발견했다.

그리고 6천 5백 미터 내외로 고도를 유지하고,

다만 높은 봉우리들만이 솟아 올라 있는

6천 미터 높이의 구름들을 굽어보며 아르헨티나로 기수를 돌렸다.
하강기류는 가끔 조종사들에게 묘한 불쾌감을 주는 수가 있다.

엔진은 이상없이 도는데 비행기는 하강한다.

고도를 유지하려고 급상승한다.

그러면 비행기는 속력을 잃고 흐느적거린다.

기체는 자꾸만 하강을 계속한다.

이번에는 너무 급상승시켰나 싶어서 손을 늦춘다.

도약대처럼 바람을 받아줄 적당한 봉우리에 숨어보려고

오른쪽이나 왼쪽으로 비행기를 표류시켜 보았으나 하강은 계속된다.

하늘 전체가 꺼져 내리는 것만 같다.

이런 때 사람들은 우주의 대 이변 속으로 빠져 들어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젠 피난할 곳도 없다.

공기가 단단하게 차 있어서 기둥처럼 기체를 받쳐 줄 지대로

되돌아가려고 뒤로 반 회전해 보았으나 헛수고였다.

기둥은 이미 아무 데도 없다.

모든 것이 분해되고 사람은 우주의 붕괴 속으로 뭉게뭉게

그가 있는 데까지 피어올라와 마침내 그를 삼켜 버리는 구름 쪽으로 미끄러져 간다.

"나는 이미 꼼짝 못하게 되어버렸어. 그러나 난 아직 단념하지 않았네."

자네는 말했었지.

"안정돼 있는 것처럼 보이는 구름 위에서도 하강기류를 만나는 때가 있는데,

그건 구름이 같은 높이에서 끊임없이 자꾸만 생겨나기 때문이다.

정말 고산 위에서는 모든 것이 이상야릇하거든...."

그리고 그 구름들이라니!

"구름에 붙잡히자마자 나는 조종간을 놔 버릴 수밖에 없었네.

기체 밖으로 팽개쳐지지 않으려고 의자를 꼭 움켜잡아야만 했거든.

충격이 어찌나 심했던지 안전 벨트가 어깨에 파고 들어 당장 끊어져 나갈 것 같았네.

게다가 성에가 심하게 끼어 계기의 수평을 전혀 알아볼 수 없어서

나는 6천, 3천, 5백 미터로 모자처럼 굴러 떨어졌네."

"3천 5백 미터에서 나는 수평으로 펼쳐진 어떤 검은 덩어리를 언뜻 보았네.

그래서 나는 비행기를 다시 수평으로 세울 수가 있었네.

그것은 이미 알고 있는 "다이아몬드" 호수였네.

나는 그것이 깔때기 모양을 한 산골짜기 밑바닥에 위치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지.

깔때기 벽의 한쪽이 마이쀼 화산인데, 6천 9백 미터나 솟아 있거든.

겨우 구름에서는 벗어났지만 아직도 빽빽한 눈보라의 소용돌이 때문에 앞이 안보였네.

그래서 이 깔때기의 한쪽 옆구리를 들이받지 않고는 호수에서 빠져 나갈 수가 없었네.

하는 수 없이 나는 그 호수 둘레를 30미터의 높이로

가솔린이 다 떨어질 때까지 빙빙 돌았네.

2시간 동안을 탑돌이를 한 뒤에 나는 내려앉다가 뒤집혀 버렸네.

기체에서 기어 나오자 태풍이 나를 쓰러뜨려 버렸네.

나는 다시 일어섰지. 그러나 태풍은 또다시 나를 자빠뜨렸네.

하는 수 없이 기체 밑으로 기어 들어가 눈 속에 구멍을 파는 수밖에 없었네.

거기서 나는 우편 행낭을 둘러 쓰고 48시간을 기다렸던 거네.

그런 후에 태풍이 가라앉자 나는 걷기 시작했네. 나는 닷새 나흘 밤을 걸었네."

그런데 기요메,

자네의 무엇이 남았단 말인가?

우리는 자네를 다시 찾아내기는 했지만 자네는 새까맣게 타고,

빳빳해지고, 노파처럼 오그라들어 있었는데!
그날 저녁, 나는 바로 자네를 비행기에 싣고 멘도사로 데려갔네.

그곳에서는 하얀 시트가 향유처럼 자네 위에 흘렀네.

그러나 그것들이 자네를 낫게 하지는 못했네.

자네는 그 지쳐버린 몸을 어찌할 바를 몰라

잠 속에 빠지지도 못하고 이리저리 뒤척이기만 했네.

자네의 몸은 바위들도 눈들도 잊지를 못했네.

그것들이 자네 몸에 낙인을 찍어 놓았던 것이네.

나는 얻어맞고 물크러진 과일처럼 부어오른 자네의 시커먼 얼굴을 지켜 보았네.

자네 일에 쓰이는 그 훌륭한 연장의 사용을 잃어버린 자네는 몹시 추하고 비참했네.

자네 손은 마비된 채로 였고, 숨을 쉬기 위해 침대 가에 앉아 있을 때면

 동상 걸린 다리가 두 개의 죽은 시계추처럼 축 늘어져 있었네.

자네는 아직도 자네의 고난의 여행을 끝내지 못하고,

아직도 숨을 헐떡거리고 있었네.

그리고 안식을 찾아 베개 위에 몸을 누이기가 무섭게

억누르지 못한 환영의 행렬이, 무대 위에서 안절부절 못하고 있던 행렬이

자네 두 개골 밑에서 당장 움직이기 시작하는 것이었네.

그 행렬은 행진을 계속했고 자네는 그 잿더미 속에서 되살아나는 적에 대항하여

스무 번이나 싸움을 되풀이하는 것이었네.

나는 자네를 위해 다시 탕약을 따랐네.

"마시게! 이 친구야."


"나를 가장 놀라게 했던 건... 자네도... 알겠지만...."

이기기는 했지만 심한 타격으로 멍든 권투선수같은 자네는

자네의 기이한 모험을 재현하는 것이었네.

그리고 자네는 조금씩 거기서 벗어나고 있었네.

 

(3)
나는 자네의 밤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네의 모습을 역력히 보았네.

자네가 알펜스토크(등산 지팡이)도, 로우프도, 식량도 없이 걷고 있는 모습을

4천 5백 미터의 높은 고개를 넘어, 또는 절벽을 따라 영하 40도의 혹한 속을

발과, 무릎과, 손이 피투성이가 되어 기어 걸어가는 모습을

차츰 온몸의 피를, 힘을, 의식을 잃어가면서도 자네는 개미 같은 끈기로써 전진했네.

장애물을 돌아가기 위해 가던 길을 되돌아오기도 하고,

넘어지면 다시 일어났고, 절벽으로 가로막힌 비탈도 올라갔네.

사실 미끄러졌을 때는 돌덩이로 변해버리지 않기 위해 재빨리 일어나야만 했네.

추위는 시시각각으로 자네를 돌로 만들었고,

굴러 넘어진 다음 단 1분간이라도 더 쉬려다가는

다시 일어나기 위해 죽은 근육을 움직이게 해야만 했네.
자네는 온갖 유혹에도 견뎌냈네. 자네는 이렇게 말했지.

"눈 속에서는 자기 보존의 본능이 모두 없어져 버리네.

이틀, 사흘, 나흘을 걷기만 하니까 자고 싶은 생각밖에는 없어진단 말일세.

나도 그랬어. 그러나 나는 내 자신에게 말했네."

"내 아내가 만약 내가 살아 있다고 생각한다면, 내가 걷고 있으리라고 믿고 있을 거다.

동료들도 내가 걷고 있으리라고 믿고 있다.

모두들 나를 믿고 있다.

그런데 내가 걸어가지 않는다면 나는 못난 놈이다 라고 말일세."

그래서 자네는 줄곧 걸었네.

그리고 나이프 끝으로 날마다 조금씩 더 구두의 운두를 잘라 내어

동상으로 부은 발이 들어가도록 했네.

자네는 또 이런 이상한 고백을 들려 주었지.

"이틀째부터 내 가장 큰 일이 뭐였는지 알겠나?

자신에게 생각을 못하도록 하는 것이었네.

나는 너무나 고통스러웠고, 또 내 처지가 너무나 절망적이었네.

걸어갈 용기를 가지려면 이런 상태를 생각하지 말아야 했네.

그런데 곤란하게도 머리가 말을 잘 듣지 않았어.

그놈은 마치 터빈처럼 돌아가는 거야.

다만 나는 대상물을 골라 줄 수는 있었네.

나는 내 머리를 전에 본 책이나 영화에 집중시켰네.

그러면 그 영화나 책이 내 머리 속을 줄달음쳐서 지나갔네.

그리고는 이내 그것이 나를 또다시 지금의 처지로 되끌고 오는 걸세,

어김없이, 그러면 나는 또 머리를 다른 추억으로 돌리곤 했네."

그런데 한 번은 미끄러져서 눈 속에 배를 깔고 엎어졌을 때.

자네는 일어나기를 단념해 버렸네.

자네는 마치 결정적인 일격을 받고 모든 정열을 상실한 권투 선수가,

아득한 세계 속에서 1초 1초가 마지막

10초째까지 떨어지는 것을 듣고 있는 것과도 흡사했네.

"나는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했다.

그러나 희망은 전혀 없다.

그런데 왜 나는 이런 고통을 계속하려는 걸까?"

이 세상에서 평화를 얻으려면 자네는 눈만 감으면 되었네.

이 세상에서 바위와, 얼음 덩이와, 눈들을 지워 없애려면 말이네.

이 기적과도 같은 눈꺼풀을 감기만 하면 타격도, 전락도, 찢겨진 근육도,

타는 듯한 동상도, 황소처럼 끌고 가야 할 짐수레보다도

무거운 삶의 짐도 모두 없어지는 것이다.

이미 자네는 독약으로 바뀐 추위,

이제는 모르핀처럼 자네를 큰 행복으로 채워주는 그 추위를 맛보고 있었네.

자네의 생명은 심장 둘레로 피난하고 있었네.

달콤하고도 귀중한 그 무엇이 자네 자신의 한가운데에 도사리고 있었네.

자네의 의식이 이제까지 고통으로 가득한

짐승 같았던 자네 육체의 먼 부분을 차츰 버려갔고,

벌써 대리석과도 같은 무관심을 물려받고 있었네.

자네의 걱정마저도 가라앉았네.

이제는 우리가 부르는 소리도 자네에겐 이르지 못했고,

더 정확히 말해서 자네에겐 그것이 꿈속에서 부르는 소리로 바뀌고 있었네.

자네는 행복한 기분으로 꿈 속을 걸으며 그에 응답했네.

평야를 걸어가는 즐거움을 쉽사리 자네에게 갖다 주는 편하고도 큰 걸음걸이로.

자네는 자네를 위해 그렇게도 다정해진 세계 속으로 얼마나 기분 좋게 미끄러져 갔던가!

기요메, 자네는 인색하게도 우리에게 돌아오기를 거부하기로 결심했었네.
뉘우침이 자네의 양심 밑바닥으로부터 왔네.

꿈 속에 갑자기 명확한 현실의 일들이 섞여 들었던 것이네.

"나는 아내를 생각했네.

내 보험증서가 아내를 궁핍에서 구해 주겠지. 그러나 보험이란...."

실종인 경우, 법률상의 사망은 4년 후로 연기된다.

이 생각이 다른 영상들을 지워 없애고, 또렷하게 자네 마음 속에 나타났네.

그런데 그때 자네는 급경사진 눈 비탈에 배를 깔고 엎어져 있었네.

자네 몸뚱이는 여름이 되면 이 흙탕물에 섞여

안데스의 수많은 늪 중의 하나로 굴러 들어갈 것이다.

자네는 그것을 알았네.

그러나 자네는 또한 50미터 앞에 바위 하나가 솟아나 있다는 것도 알았네.

"나는 생각했네.

내가 다시 일어만 난다면 저기까지는 갈 수 있을 거다.

그리고 내 몸을 저 바위에 기대 두면 여름에 날 찾아 낼 수 있을 거다."

한번 일어서자 자네는 이틀 밤 사흘 낮을 걸었네.
그러자 자네는 멀리 갈 생각은 하지 않았네.

"나는 마지막이 가까웠다는 걸 여러 가지 징조로 알았네.

그 중의 하나는 이런 거였네.

나는 대략 2시간마다 구두 운두를 더 잘라 내거나,

부어 오는 발을 눈으로 문지르거나,

또는 다만 심장을 쉬게 하기 위해 멈춰서야만 했네.

그런데 마지막 며칠이 되자 기억력이 없어지더군.

다시 걷기 시작해서 꽤 시간이 지나서야 머리 속에 퍼뜩 생각나는 걸세.

나는 번번이 무엇인가를 잊곤 했네.

첫 번은 장갑 한 짝이었는데, 그 혹한에 그건 중대한 일이었지!

나는 그것을 내 앞에 벗어 놓았다가 집지 않고 그대로 떠났던 거네.

다음은 시계였어. 다음은 나이프, 또 다음은 나침반, 쉴 때마다 나는 가난해져 갔네.

 살아날 길은 한 걸음을 내디디는 것뿐이었네.

또한 걸음, 언제나 같은 한 걸음을 다시 내디디는 거였네...."

"내가 한 일은, 맹세하네만, 어떤 짐승도 할 수 없었던 일이었네."

내가 알고 있는 한 가장 고귀한 이말,

인간을 마땅히 있어야 할 위치에 앉히고,

그를 영예롭게 하고, 진정한 계급을 결정해 주는 이 말이 내 기억에 되살아난다.

자네는 마침내 잠들었다.

자네의 의식은 이미 없어 져 버렸지만

이 상처입고, 구겨지고, 타버린 육체로부터 잠이 깸과 더불어 되살아나서

다시금 이 육체를 지배하려 하는 것이다.

이때 육체는 하나의 정교한 도구, 하나의 좋은 하인일 뿐이다.

이 정교한 도구에 대한 자랑을, 기요메, 자네는 이렇게 표현했네.

"먹지도 못한 채 사흘이나 걷고 나니...

심장이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리라는 건 자네도 짐작이 가겠지.

그런데 말일세! 깎아지른 듯한 비탈에서 허공에 매달려서

손잡이가 될 구멍을 눈 속에 파내면서 더듬어 가는 그때 심장이 뛰질 않는 걸세.

멈칫멈칫하더니 다시 뛰겠지. 고르지가 않은 거야.

1초만 더 심장이 멈칫거려도 나는 손을 놔버릴 것만 같았어.

나는 꼼짝도 않고 내 가슴 속에 귀를 기울였네.

자네, 알겠나? 나는 일찍이 비행기를 타고 있을 때도

그 몇 분 동안 내 심장에 매달리듯이 그만큼 바싹 엔진에 매달려 본 적이 없었네.

내가 자네를 밤새워 간호하던 멘도사의 그 병실에서

자네는 마침내 숨이 찬 잠이 들었다. 나는 생각했다.

사람들이 그의 용기에 대해 이야기하면 기요메는 어깨를 흠칫할 것이다.

그러나 그의 겸손을 찬양하는 것도 또한 그를 배반하는 것이 될 것이다.

그는 이런 평범한 미덕을 훨씬 넘어서 위치하고 있는 것이다.

용기를 찬양 받고 그가 어깨를 흠칫한 것은 그의 총명 때문이다.

그는 알고 있다.

사람이란 일단 사건 속에 휘말려 들면 더 이상 겁을 내지 않는다는 것을.

오직 미지의 것만이 사람들을 겁나게 한다.

그러나 그것도 누구든 그것에 도전하는 사람에게는 이미 미지의 것이 아니다.

하물며 이렇게도 총명한 신중함으로 그것을 관찰하는 때는 더욱 그렇다

기요메의 용기는 무엇보다도 그의 곧은 성격의 결과인 것이다.

그의 참된 미덕은 여기에 있지 않다.

그의 위대함은 자기의 책임을 느끼는데 있다.

자기 자신에 대한, 우편물에 대한, 또 기다리는 동료들에 대한 책임.

그는 그의 손안에 그들의 슬픔도 기쁨도 쥐고 있다.

저기 살아있는 인간들 속에 새로이 건설되고 있는 것들에 대한 책임,

그것에 참여해야만 한다.

 자기 직무의 범위 내에서 인간의 운명의 일부에 대한 책임이 있는 것이다.

그도 또한 자기의 잎사귀들로

드넓은 지평선을 뒤덮는 역할을 맡은 위인들 중에 끼어 있는 것이다.

인간이 된다는 것은 바로 책임을 갖는다는 것이다.

그것은 자기와는 무관한 것처럼 보이는 빈곤 앞에서 부끄러움을 아는 일이다.

또 그것은 동료들이 거둔 승리를 자랑으로 아는 일이다.

또 자기의 돌을 갖다 놓으면서 세계의 건설에 가담한다고 느끼는 일이다.

사람들은 흔히 이런 사람들을 투우사나 도박꾼들과 혼동하려한다.

사람들은 그들이 죽음을 가벼이 여긴다고 자랑한다.

그러나 나는 죽음을 가벼이 여기는 것을 비웃는다.

그 죽음이 맡은바 책임감에 뿌리박고 있지 않는 한

그것은 빈약함의 표시이거나 젊음의 과잉일 뿐이다.

나는 자살한 어떤 젊은이를 알고 있다.

어떤 사랑의 괴로움이 그로 하여금 조심스럽게

자기 심장에 총알을 쏘아 박히게 했는지 지금은 생각나지 않는다.

어떤 문학적인 유혹에 빠져 그 손에 흰 장갑을 끼었는지 모른다.

다만 내게 생각나는 것은 이 애처로운 광경 앞에서

숭고하다기보다는 천박한 인상을 받았다는 것뿐이다.

그렇게도 사랑스러운 얼굴 뒤에 그 사람의 두개골 속에는 아무것도 없었던 것이다.
아무것도. 다른 소녀들과 똑같이 어리석은 한 소녀의 모습밖에는.
이 초라한 운명 앞에서 나는 인간의 참다운 죽음의 하나를 기억해냈다.

내게 이렇게 말하던 한 정원사의 죽음을.

"아시겠지만... 땅을 파면 때때로 땀을 흘리죠

신경통으로 다리가 땅기거나 하면, 나도 이 종살이 같은 일을 저주도 했습죠

그런데 지금은요, 땅을 파고, 또 파고 싶기만 하거든요.

땅을 판다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워 보이는지 모르겠어요!

땅을 파고 있으면 이렇게 마음이 편한 걸입쇼!

또, 내가 안하면 누가 이 나무들을 손질해 주겠어요?"

그는 갈아야 할 땅을 남기고 갔다.

갈아야 할 지구를 남기고 간 것이다.
그는 사랑으로써 모든 땅과 땅 위의 모든 나무들과 맺어져 있는 것이다.
그이야말로 관대한 사람이며, 멋있는 낭비자이며, 위대한 영토의 주인이었다!
그이야말로 자기의 "창조"를 위해서 죽음과 겨루어 싸웠던 때,

기요메처럼 용기 있는 사람이었던 것이다.